허성욱, 정치와 법 ― 법원의 법률해석 기능에 대한 실증적 고찰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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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문〉
정치와 법
*
― 법원의 법률해석 기능에 대한 실증적 고찰에 관하여―
1)
許 盛 旭**
Ⅰ. 서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는 종래 입법기관(의회)들의 정치의
장에서 해결되던 여러 문제들이 사법부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사법적 판단을 통
해 해결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대표적으로 전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사법부
에 의해 내각의 구성이나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1) 2000
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의해 새로운 대통령이 사실상
결정되었다.2)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의 참여 정부 하에서 우리는
일종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3)와 신행
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의 합헌 여부4)가 결정되는 사건을 목격하였다.
- 이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학문적 소재를 제공해 주시고, 세심한 지도를 해주신 조홍식 교수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1) John Ferejohn, “Judicializing Politics, Politicizing Law,” 65 Law & Contemp. Probs. 41(이하 Ferejohn의 다른 논문과의 구별을 위해 “Judicializing & Politicizing”이라고 표시하기로 한다) 41.
2) Bush v. Gore, 531 U.S. 98 (2000), 위 사건의 결정에 대해서는 그 후 학계에서 수많 은 찬반의 논의가 있었는데, 그 중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취지의 논문으로는 Alan M. Dershowitz, “Supreme Injustice: How the High Court Hijacked the Election” (2001), Howard Gillman, “The Votes That Counted: How the Court Decided the 2000 Presidential Election” (2001), 대법원 판결에 찬성하는 취지의 논문에는 Richard A. Posner, “Breaking the Deadlock: The 2000 Presidential Election, The Constitution, and the Courts” (2001) 등이 있다. Peter M. Shane, “When Inter-branch Norms Break Down: of Arms-for-Hostages, ‘Orderly Shutdowns,’ Presidential Impeachments, and Judicial ‘Coups,’” 12 Cornell J.L. & Pub. Pol'y 503, 504 참조.
3) 헌법재판소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4) 헌법재판소 2004. 10. 21. 선고 2004헌마554・566(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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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늘날의 우리나라 및 다른 여러 나라들의 정치권력의 행사는 몽테스
키외가 입법 권력과 관료 및 사법부의 권력분립의 원리를 강조했던 시대와는 사
뭇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의 영역과 사법 권력은 서
로가 서로에 대해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게 되며, 두 권력 영역간의 상호 작용을
인식하게 된 각 권력 주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혹은 사법적 결정이 사법적 판
단 혹은 정치적 반응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화될 것인가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정치의 영역과 사법부는 서로가 상대방의 의사
결정에 대해 자신들의 선호를 반영하려는, 혹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자신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끌어내려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는 특히 선거에
의해 권력구조가 끊임없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입법 권력에 있어서의 다수 세력
에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예로는 미국에서는 대표적으
로 1930년대에 새롭게 다수의 정치권력으로 부상한 민주당의 정치권력이 New
Deal 정책 등에 대해 반대하는(혹은 보수적인) 입장에 서있던 대법원에 대해 종
래 9명이었던 대법관 수를 늘림으로써 보다 자신들의 선호에 동조적인 사법적
판단을 얻기 위해서 노력했던 사례를 들 수 있고,5)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및 2004년 총선에서의 종래 한나라당에서 열
린우리당으로의 의회권력의 다수의 변화에 따른 정치권력 주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법부와의 의견 충돌이 정치 이슈화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에 대한 탄핵기각 결정,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결정,
2004년 총선에서의 선거법위반 재판, 국가보안법의 폐지 여부 등의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있어서 현재의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선호와 사법부의 판단은 때로는
충돌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의회에서
5) 당시 Roosevelt 정부는 결국 대법관의 숫자를 늘리지는 않았지만, 연방 항소법원의 판 사를 파격적으로 늘려서 자신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입장에 서 있는 판사들로 사법부 의 구성을 바꾸었고, 대법원도 종래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Roosevelt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사법적 판단을 내리게 되었으며, 종국에는 Roosevelt 대통령의 임기 중 에 대부분의 대법관이 Roosevelt에 의하여 새롭게 임명되었다. 당시 상・하원의 의석 의 각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던 Roosevelt 행정부와 민주당은 New Deal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대법원 판결을 바꾸기 위해 서 대법관 수를 늘려서 자신들의 정책에 부합하는 선호를 가진 대법관을 추가로 임명 하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Roberts 대법관이 극적으로 입장을 바꿈으 로써 대법관 숫자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를 “switch in time to save nine”이라고 부 른다. McNollgast, “Politics and the Courts: A positive theory of judicial doctrine and the rule of law,” 68 S. Cal. L. Rev. 16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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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주체들은 사법부의 판단이 자신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경우에는 사법부
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때로는 의회가 가지
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여러 가지 통제 권한을 통해서, 때로는 ‘여론’의 힘을 빌
려서 사법부의 판단을 자신들의 선호에 부합되게 바꾸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
기도 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정치권력과 상반되는 입장에 서 있는 다른
정치가들은 현재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의회 및 대통령 등의 정치권력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혹은 기대하고), 다시 자신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종래의 정치권
력이 복귀할 때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사법부가 해 줄 것을 기대하였고, 새롭게 다수의 지위를 점하게 된 정치
권력은 자신들의 선호와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법부의 구성원을 바꾸는 것이
이른바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그에 대해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헌법 재판소 재판관의 퇴임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러한 정치권력들의 사법부에 대한 공격 혹은 기대에 대
해 비판하기도 하고 찬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는 이러한 정치와 사법의 역학관계는 기존의 권력분립의 원리, 사법부 독립의 원
리의 근간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관점에
서는 이러한 역학관계는 정치와 사법의 본질이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의 정치 및 사법 현실에서는 두 권력주체들이 서로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특히 사법부에 의한 법률해석 기능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법률해석과정에 대한 종래의 일반적인 이해는, 법률해석
이란 것이 사법부에 전유된 기능 및 권한으로서 정치과정에서의 정치권력들 사
이의 투쟁과 합의의 결과가 법률이라는 형태로 사법부에게 주어지면 사법부가
그 의미에 관해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선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The courts
have the final word)이라는 것인데, 실증적 관점에서 보면 법률해석 과정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사안의 법률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이 그 시대의 의회의 다수의 정치권력의 선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의회는 어떤
식으로든 그에 반응하여 사법부의 그러한 법률해석을 무력화시키려는 유인을 가
지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과정과 사법부간의 이러한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히 당위적으
로만 사법부는 전통적으로 사법 판단의 기준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일반 원칙,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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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 예를 들면 법치주의, 적법절차, 국민의 기본권 보호 등과 같은 추상적인 원칙
에 따라서 독립적으로 판단할 뿐이고, 그러한 사법판단이 종국적으로 우리 사회
의 최종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공
허한 논리의 유희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사법부의 법률해석 작용에 대해 좀더 실증적으로(positively, not
normatively)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석에 있어서는 최근에 그 논의의 폭
과 수준을 점점 넓혀가고 높여가고 있는 실증적 정치분석이론(positive political
theory)의 분석틀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이란 의회, 행정부, 사법부의 구성원들의 의사결정 방식에
관한 연구를 함에 있어, 막연히 공익을 추구하려는 이상적인 유인을 가지고 있는
주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려는 선호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어진 제도조건 하에서 각 정치주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고
찰함으로써 유의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다.
이 글에서는 사법부의 법률해석 작용의 과정 및 그 정치적 함의에 대해 실증
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그 논의의 전개를 위한 소재로 삼기에는 지금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만큼 더 적합한 소재는 없어 보인다.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
등을 비롯해서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 및 사법의 영역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들은
급작스러운 의회 다수 정치세력의 변화로 인한 정치 지평의 변화가 사법부의 법
률해석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실증적으로 볼 때 사법부는 과연 어떤 관점과
가치관으로 법률해석에 임하는지를 논의하는데 있어서 충분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이러한 실증적 분석에 있어서 Ferejohn6)의 방법론은 법률해석이 가지는 사법
적 정치적 의미에 관해 중요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
다. 이 글에서는 법률해석에 관하여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Ferejohn의 방
법론을 소개하고 그에 비추어서 우리나라의 현재의 정치상황에서의 법률해석이
가지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한다.
6) John A. Ferejohn, Stanford 대학 정치학과 교수, 그가 Barry R. Weingast와 함께 집필 한 “A positive Theory of Statutory Interpretation,”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1992, 이하 이 글에서는 Ferejohn의 다른 논문과 구별하기 위하여 “A Positive theory”라고 부르기로 한다) 12, 263-279에서의 분석 방법론은 그 후 실증적 관점에서 법률해석의 문제를 분석하는데 있어 유용한 통찰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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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법과 실증적 정치분석이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논문에서는 공공선택이론에 있어서의 실증적 정
치분석이론(positive political theory)의 방법론에 따른 분석을 하기로 하는데, 그
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공적 주체들인 의회, 행정부, 사법부의 정치적 행동방식에
집중함으로써 각 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인 rules7)의 선택 자체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rules는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입법부에
의한 법률, 행정부에 의한 법규명령 그리고 사법부의 재판 등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의회의 입법과정의 절차규정, 행정부 내부의 의사결정에 관한 규정들 그
리고 재판과정에서의 법규해석 및 심증형성의 기준 등도 이러한 rules의 범주에
포함된다.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은 초기에는 의회 의원들이나 선거권자들과 같이 투표를
통해 자신의 전략적 선호를 나타내는 분야에 집중하였으나, 현재는 그 연구대상
분야를 넓혀서 행정부 공무원들과 (더욱 최근에는) 법원의 행동양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행정부와 법원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국민들과
그들의 대표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그 영향력의 근거는 무
엇인지, 국민들은 왜 행정부와 법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지가 문제된다. 그
결과 행정법과 사법부에 의한 법률해석에 관한 연구의 목적의 상당부분은 행정
부와 법원의 활동이 어떤 식으로 입법부의 입법활동 또는 입법의도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입법과정에 관한 실증적 분석방법론은 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채 50
년이 지나지 않아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현재의 사회과학에 있어서 그 논
의의 결과의 가치를 부정하는 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입법과정에서의 실
증주의적 연구의 결과들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행동방식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
에 있어서 하나의 가정 혹은 전제조건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이 법률해석의 영역에서 특히 의미를 가지게 되는 이유는
7) 일반적인 법경제학의 논의의 성과들은 주어진 rules의 체계 속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행동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실증적으로 유의한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인데, 여 기에서는 종래 외생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rules 그 자체의 형성과정에 관해 공공선 택이론적인 분석을 함으로써 정치과정의 주체들의 행동들에 관해 실증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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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다. 즉,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에서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들 중의 하
나가 법원이 어떤 식으로 입법 당시의 의회의 의사(이것은 법률의 문언과 입법당
시의 위원회 보고서, 입법과정에서의 토론자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입법 지침서
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와 현재의 의회의 의사를 조화롭게 해석하는가의 문제
이기 때문에,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은 법률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에 관한 서로 다
른 rules의 적용의 결과에 대한 연구방법론으로 적절히 사용될 수 있다.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은 이러한 rules선택에 있어서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법률해석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관한 하나의 유용한 논의의 토대
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Ferejohn 이전의 입법부와 사법부의 상호작용에 관한 실증적 정치분석이론 모
델의 약점 중의 하나는 그것이 법원이 public law의 법률규정을 해석하고 사안을
해결함에 있어서 권력분립의 원칙과 관련하여 취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데 있다. 즉 Ferejohn 이전의 실증적
정치분석이론들에서는 법원의 법적 판단이 외생적으로 이미 주어진 것으로 간주
하거나 혹은 법원은 권력분립의 원칙과 관련된 어떤 원칙에 근거하기보다는 판
사들 개개인의 선호나 이념에만 기초해서 판단을 하는 것으로 가정해왔다. 법원
의 행동방식에 관한 이러한 가정에 따르면 법원은 입법부와 크게 다를 것도 없
고, 판사 개개인의 기능과 역할도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치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된다.8)
그러나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을 통한 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분석은 앞에
서 본 가정들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선호는 반드시 판사 개개인들
의 선호나 이념의 결과라고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오히려 사법부의 선호는 여러
가지 헌법 기관들 사이에서 법원이 자리 잡고 있는 제도적 입장에서 연유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사법절차의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즉 어떤 법률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판사가 다른 해석보다 특
정한 하나의 해석을 선호하는 것은, 그 판사가 그 해석에 따른 정책결과를 단순
히 개인적으로 더 선호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해석을 통해 입법자의 의도를 가장
잘 집행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법원의 올바른 역할이라는 가치관을 법
8) 이 점이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의 한계로서 주로 주장되었고, Mashow, Mcnollgast, Farber and Frickey 등 많은 학자들에 의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Ferejohn, “A positive theory,”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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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들이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실증적인 연구결과에 더 부합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만약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것이 판사 개개인들 스스로의 개인적인 선호를 반
영하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는 국민들이 그 결정들에 승복해야 한다는 충분한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사법부가 법률해석에서 보여주는 선호체
계는 사법절차의 과정에서 입법자의 정당한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기관간의 민주적 역할분담에 보다 부합하는 해석이 된다.
이 논문에서는 지금부터 사법절차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법부의 선호체계에
관해 대단히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석 방법론으로는 명확한 결론을 제시해
주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를 실증적 정치분석이론의 방법론을 사용함으로써 설명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Ⅲ. 권력분립의 원리의 새로운 국면
미국 헌법사를 통해서 입법권의 소재와 관련된 권력분립의 원리의 새로운 국
면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헌법의 설계자들은 입법권력이 행정부의 권력
과 사법부의 권력과 독립되어야 한다는 몽테스키외의 주장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하였다. 몽테스키외에 따르면 입법권과 사법권이 하나의 권력주체에게 부여
되는 것이야말로 독재권력을 낳게 되는 가장 지름길이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
면 입법권을 겸비한 판사는 법을 만듦과 동시에 그 법을 바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극적인 결론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입법권력과 사법
권력이 다른 기관에게 부여되도록 하여 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한데, 입법권과 사법권이 분리되어서 다른 기관에게
부여되는 경우, 각각의 권한남용으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는 입법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것이 사법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왜
냐하면 사법권은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는 수동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므
로 권한 남용의 측면에서는 약한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
는 사법부의 권력을 “pouvoir nulle(null power)”이라고 불렀다.9)
미국헌법의 설계자들은 몽테스키외의 다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입법
9) Montesquieu, The Spirit of the Laws ch 6, bk. 11(David Wallace Carrithers ed., 1977), John Ferejohn, “Judicializing & Politicizing,” 46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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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다른 권력 사이의 위와 같은 상호관계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였고, 그 결
과 미국헌법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행사에 대한 견제에 비해, 입법권력인 의
회의 권력의 견제에 대해서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는 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의회권력이 남용의 여지가 더 많고 그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헌법 제정당시, 의회권력에
전속된다고 생각되었던 입법권은 현대에는 비단 입법부인 의회에 의해서만 행사
되는 것이 아니라, 각 행정부처와 사법부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행사되고 있기 때
문이다. 즉 오늘날 대부분의 입법은 행정부의 발의에 따라 의회에서의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서 입법화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법원도 복잡다단한 사건에서의 재판
권의 행사를 통해서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judicial rule-
making).
법원에 의한 입법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식은 법원이 의회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이 헌법상의 가치
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판단을 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인(negative) 방식의 입법
활동이다. 이는 사법부에 의한 위헌법률심사가 행하여지는 경우에 주로 이루어지
는 입법 활동이다. 미국헌법사상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진다고 최초
로 선언한 것이 Marbury v. Madison 사건10)임은 주지의 사실이다.11)
미국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의 행사를 통해 소극적인 방식으로 입법활동
을 한 예는 그 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Planned Parenthood v. Casey12) 사건의 경우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회에 의
10) 5 U.S. 137(1803).
11) 미국헌법사상 연방대법원에게 위헌법률심사권이 있음을 최초로 선언한 Marbury v. Madison 사건은 1800년 선거에서의 패배로 퇴임을 앞 둔 Adams 대통령에 의해 임기 만료 직전까지 연방판사 임명장 작성 및 송달이 이루어졌으나, 다음 대통령인 Jefferson 대통령의 취임시까지 임명장을 송달받지 못한 William Marbury 등이 Madison 국무장관을 상대로 자신들에게 임명장을 송달하도록 명하는 집행명령장(writ of mandamus)의 발부를 청구함으로써 시작된 사건이었다. 그 사건에서 Marshall 대법 원장의 대법원은 연방대법원에 집행명령장에 관한 일반적 1심 관할권을 부여한 1789 년의 법원조직법 제13조는 헌법 규정(대사․공사․영사가 관계된 사건에서만 연방대 법원이 1심 관할권을 갖고, 그 밖의 사건에서는 연방 대법원은 상소심 관할권만을 가 짐)에 반하여 무효라고 선언하고, 연방대법원은 Marbury의 청구에 관한 1심 관할권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청구를 각하하였다. 자세한 것은, 박철, “John Marshall 대법 원장”, 대법원 Courtnet 학술자료실(저자 소장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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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이루어진 낙태의 권리에 대한 입법적 제한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새로운 입법을 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기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일종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의한 사실상 입법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판결사건13)을
들 수 있다.
한편, 법원은 의회가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인하여 입법이 필
요한 내용에 대해 입법을 하지 않는 입법의 공백을 새로운 법리에 의해 이를 보
충하는 적극적인(positive) 방식의 입법을 하기도 한다. 미국헌법사상 그러한 예로
들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은, 형사피고인의 보호를 위한 헌법상의 권리를 확대
한 Miranda v. Arizona 사건,14) Mapp v. Ohio 사건,15) 낙태의 권리를 발전시킨
Roe v. Wade 사건,16) 인종간의 학교의 통합을 가져온 Brown v. Board of
Education 사건17)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에 있어서 법원이 사실상
입법의 결과까지 나아간 것은 그러한 작용이 사법부에 전유한 기능이었기 때문
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한 입법은 의회에 의해서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는 결정을 꺼리는 상황에
서 의회에 의한 충분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에 의한 입법 활
동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또한, 주어진 법률규정의 문언에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그 중
의 하나의 선택을 하여 법률해석을 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사실상 입법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법원에 의해 당해 법률문언에 대한 해석이 있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진 법률 문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참고할 것은 법원에 의한 이러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의 범위
는 대통령과 의회 등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정치기관의 구성이 서로 다른 정치
12) 505 U.S. 833(1992).
13) 헌법재판소 2004. 10. 21. 2004헌바 554・566(병합),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특 별조치법이 관습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14) 384 U.S. 436(1966).
15) 367 U.S. 643(1961).
16) 410 U.S. 113(1973).
17) 347 U.S. 483(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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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53
세력에 의해 비슷한 비율로 양분되어 있을수록 더 넓어지고, 의회나 행정부가 하
나의 다수를 점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구성되어 있는 경우일수록 더 좁아진다는
점이다.18)19)
이처럼 법원은 법률해석 기능을 통하여 분명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대
한 정책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한편, 사법부에 의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정책
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면(Judicialization of Politics), 자연스럽게 정치가들은
사법부의 결정 및 판사들의 구성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은 곧바로 정치영역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Politicization of Legal Area).20)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가들은 사법부의 정치적 결정들에 반응하여 때로는 판사
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또 때로는 법원에 의한 새로운 입법을 무
력화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사법부의 이러한 정치적 결
정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자주 시도되고 있었던 것은 판사의 임명절차에 개입함
으로써 판사들의 구성을 정치가들 자신의 선호에 부합하도록 바꾸려는 시도
(court-packing)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반응들은 자연스럽게 법원의 판결 및
18) Ferejohn, “Judicializing & Politicizing,” 55 참조.
19) 실제로 미국 정치사에 있어서 1969년부터 2002년 사이에 있어서 같은 정당이 백악관 과 하원을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는 24년의 기간 중 6년에 불과하고(1977년부터 1980 년까지, 그리고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민주당에 의한 지배), 같은 정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함께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는 24년의 기간 중 12년에 불과하다(민주당이 1977 년부터 1980년까지, 1993년부터 1994년까지 각 대통령과 상원의 다수를 차지, 공화당 이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대통령과 상원의 다수의 지위를 차지하였음). 이런 측면에 서 보면 2002년의 의회의 중간선거(2002 midterm congressional election)에서 공화당 이 승리함으로써 George W. Bush의 공화당이 대통령 임기 중에 백악관과 상원을 동 시에 지배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Bush 대통령은 이로써 연방판사의 임명에 절차에 있어서 훨씬 적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1982년 의회 중간 선거에서 하 원 의원 구성원의 양극화가 시작된 이후 미국 정계는 대통령과 상원과 하원이 민주당 과 공화당에 의해 팽팽한 비율로 양분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절차가 지체되는 현상(confirmation gridlock)이 발생하였다. 이러 한 현상은 특히 Bill Clinton 대통령이 1996년에 재선되었으나 당시 상원의 다수를 차 지하고 있던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이 계속 거부되는 상황에서 더욱 심각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은 2002년 선거에 의해 대통령과 상원이 모두 공화당 에 의해 장악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John Anthony Maltese, “Confirmation Gridlock: The Federal Judicial Appointments Process under Bill Clinton and George W. Bush,” 5 J. App. Prac. & Process 1, 2.
20) 이 주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John Ferejohn, “Judicializing & Politicizin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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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구성에 관한 문제가 다음 선거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곤 했었다.21)
권력분립의 원리의 이러한 새로운 국면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
지로 문제가 되고 있다.
Ⅳ. 정치권력의 변화와 사법부의 법률해석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의 인식은 민주주의 제도 하
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입법을 하면 개별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법률해
석은 법원이 하고 그러한 법원의 법률해석은 사법부가 가지는 고유의 권능이라
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사법부가 법률해석에 관한 마지막
선언자라는 이러한 이해는 오해임을 알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정치권력은 자
신이 제정한 법률이 사법부에 의해 원래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에
는 얼마든지 그에 대해 새롭게 반응함으로써 그 법률해석의 결과와는 다른 결론
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이미 제정된 법률의 문언에 비
추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이 의회의 의도와는 다른 법
률해석을 했다면 그 후 의회는 새로운 입법에 의해 사법부의 그러한 법률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다. 또한 사법부는 그 자체의 예산과 조직 및 관
할에 관한 결정권이 없고 이를 의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의회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예산과 조직에 관한 법률을 변경함으로써 얼마든지 법원의 법률해석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대법원의 조직과 예산은 필연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법률해석이 문제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대법원은 그 시점의 조직과 예산에 의해 검토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판단
을 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의회 등의 정치권력에 의한 법원 조직과 예산에 관
한 결정은 직․간접적으로 법률해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22)
21) 실제로 취임이후 2002년까지 상원의 민주당원들에 의해 끊임없이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을 방해당한 George W. Bush 대통령은 2002년 중간선거에서 이 문제를 큰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켜서, 민주당의 이러한 임명방해가 미국 사회의 정의를 확립하는데 큰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아이러니인 것은 Bill Clinton 대통령은 1996년 재선된 후 퇴임할 때까지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더 욱 심하게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을 방해당했다는 점이다. John Anthony Maltese, 전게 논문,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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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55
한편 미국과 같이 의회 혹은 정부에게 판사에 대한 임명권이 있는 나라에서는
정치권력은 대법원 혹은 항소법원 판사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선호에 부합하는
선호를 가지는 판사들로 임명함으로써 법률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미국 헌정사상 정치권력에 의해 사법부 구성원의 변화가 시도된 최초의 사례
는 연방정부 성립시기이던 18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정가에서는
강력한 중앙정부로서의 연방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연방파와 그에 반대하여
주의 주권을 옹호하면서 약하고 느슨한 중앙정부를 주장하는 공화파의 대립과
상호간의 독설이 극에 달하였었는데, 연방파의 John Adams 후보와 공화파의
Thomas Jefferson 후보가 대결하였던 1800년의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공
화파가 모두 승리하게 되자, 당시 대통령으로서 퇴임을 앞 둔 Adams 대통령은
사법부만이라도 연방파의 영향 하에 두기 위하여 국무장관 John Marshall을 서둘
러서 당시 공석으로 남아있던 대법원장에 지명하였고, 새로운 법원조직법을 제정
하여 6개의 새로운 순회법원을 구성하였으며, 50명의 연방파 인사들을 연방판사
에 지명하였고, 당시까지는 연방파가 지배하고 있던 상원에서는 Jefferson의 임기
개시 2일 전에 그 지명을 승인하였고, Adams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자정까지
연방판사 임명장에 서명하였다.23)
한편, 민주당의 Franklin Roosevelt가 대통령에 막 취임했을 때 당시의 미국 연
방 대법원 및 항소심 법원 판사들의 약 75%는 그 이전의 공화당 정부에 의해
임명된 판사들이었고, 그들은 Roosevelt가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해서 번
번이 다른 법률해석을 내어 놓았다. 그러한 사법부 구성 하에서는 New Deal 정
책 등 당시 절실했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Roosevelt 행정
22) 이처럼 대법원이 하급심의 모든 판단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없음으로 인해, 정치권력 에 의한 대법원에 대한 예산, 조직에 관한 결정이 법률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으로는 McNollgast, 전게논문, 1641이하 참조.
23) 이렇게 임명된 판사들을 “midnight judges”라고 부른다.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David S. Law, Sanford Levinson, “Why Nuclear Disarmament may be easier to achieve than an end to partisan conflict over judicial appointments,” 39 U. Rich. L. Rev. 923, 925, Joshua Glick, “Comment, on the Road: The Supreme Court and the History of Circuit Riding,” 24 Cardozo L. Rev. 1753, 1783-84(2003), 박철, 전게논문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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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민주당 의회는 사법부의 구성을 바꾸기로 결심하였고, Roosevelt 행정부 1
기 동안 무려 25%가 넘는 판사의 증원이 이루어졌으며, 종국에는 대략 250여명
의 연방 하급심 법원 판사 중에서 184명의 판사를 Roosevelt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잠깐 동안 공화당에 의한 지배가 끝나고 나서 다시 상․
하원을 민주당이 지배하게 되고 Harry Truman 대통령이 집권하자 다시 그 때까
지의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연방법원 판사가 증원되었고, 그 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의해 마치 올림픽에서 기록경신 경쟁을 하듯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
사상 가장 많은 수의 연방법원 판사의 증원이 이루어지곤 했다. Harry Truman
이후 Dwight Eigenhower와 공화당이 집권하게 되자 Truman 시대보다 더 많은
수의 연방법원 판사의 증가가 이루어졌고, 그 후 John Kennedy와 민주당 시절에
는 무려 73명의 새로운 연방법원 판사가 임명됨으로써 다시 기록을 경신하였다.
그 후 Lyndon Johnson 시절까지 45명의 연방법원 판사가 추가로 임명될 때까지
민주당에 의한 연방법원 판사 증원은 계속되었고, 최근에는 Jimmy Carter에 의해
152명의 새로운 연방법원 판사가 임명되었다.24)
정치세력에 의한 사법부 구성원 변화의 시도(이른바 Court-packing)는 특히 대
통령과 상원의 다수파가 같은 정당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
할 때 그 정도가 심해진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훨씬 손쉽게 자신
이 원하는 인물들을 연방판사로 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Franklin Roosevelt는
그가 지명한 9명의 대법관에 대해 상원으로부터 거의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대법관에 임명하였는데, 그 중 7명에 대해서는 표결까지 가지 않고서도 상원의
동의를 받았고, 표결을 거친 2명의 대법관인 Hugo Black과 William O. Douglas
에 대해서는 각각 63:16, 62:4의 표결로 동의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통령들이 지명한 149명의 대법관 지명자들 중에서 겨우 33명만 상원이 반대당
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에서 지명이 이루어졌었는데, 그 중 18명만 동의를 받는데
성공하였다(54.5%의 동의율). 이러한 결과는 대통령과 상원이 같은 당에 의해 지
배되는 상황에서는 무려 90%에 가까운 동의율(114명의 지명자 중 102명에 대한
동의)을 보이는 것과 극히 대비된다.25)26)
24) McNollgast, 전게논문, 1658.
25) Johm Anthony Maltese, 전게논문, 4-5.
26) 물론 연방판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그 인준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원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연방판사의 임명이 보다 쉽게 이루 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상원의 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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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57
한편 정치세력들은 법원에 의해 정치적 쟁점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결
론이 자신의 선호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에 반응하여 판사의 임명과정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흑백문제에 있어서
종래의 Plessy v. Ferguson 사건27)의 separate but equal doctrine을 뒤집은 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28)이 1954년에 선고되자, 그 취지에 반대하는 남부
민주당 보수파들은 그 판결이 Civil War를 통해 정착된 헌법 수정조항의 취지에
반하고, 연방에 의해 주의 권리가 침해되는 계기를 만든 판결이라고 극렬하게 비
판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연방판사 지명절차에 있어서는 그 전까지 이례적으
로만 이루어지던 증언절차(testimony)가 상례화되어서 상원의원들은 연방판사 임
명 동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에게 그들의 정치적 선호에 대한 입장을 밝
히도록 요구하기도 하였다.29)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변
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높아졌고, 실제로 대법관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의 인선에 있어서 현재의 정치권력의 그러한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되었음은 주
지의 사실이다. 또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판결이후 현
정당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인물에 대한 연방판사 지명이 이루어지면, 그에 대해서 표결로는 반대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는 없지만, 의사진행방해(filibuster)를 통하여 연 방법원 판사의 임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국 상원 구조 하에서는 소 수 정당이 100명의 전체 의석 중에서 40명 이상의 의석만 확보하면 filibuster를 통하 여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을 방해할 수 있다. 2002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ush 대통령의 연방법원 판사 임명이 민주당의 filibuster에 의하여 번번이 방해를 당하자, 공화당 의원으로서 2008년 대선 출마를 노 리고 있는 Bill Frist가 2005. 5.경 filibuster를 통한 임명 방해가 불가능하도록 상원 의 사진행규칙을 바꾸는 안(이른바 the nuclear option의 도입)을 제안한 것이 미국 정가 의 Hot Issue가 되기도 하였다. Frist의 이러한 제안은 Bush 대통령이 지나치게 보수 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인 Janice Rogers Brown과 Priscilla Owen을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하자 그에 대해 민주당이 반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이는 비단 위 두 명의 연방법원 판사의 임명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 기보다는, 장기적으로 Rhenquist 대법원장의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곧 공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대법원 판사의 임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rist의 위 제안에 대하여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른바 중진들은 진지한 숙고심의 (deliberation) 끝에 nuclear option을 채택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Financial Times 2005. 5. 16.자 제6면, 2005. 5. 25.자 제7면 등 참조.
27) 163 U.S. 537(1896).
28) 347 U.S. 483(1954).
29) John Anthony Maltese, 전게논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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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여권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임에 관한 절차의 재검토를 요구하
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각 시대의 살아있는 정치권력이 앞에서 살핀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서 사법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
해왔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사법부는 때로는 충돌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사
법판단이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치
권력과 사법판단의 상호 견제와 균형의 상호작용은 특히 사법부에 의해 위헌법
률심판 혹은 헌법재판이 이루어지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V. The Problem of Commitment30)
정책형성활동은 실시간적으로 이루어지고 언제나 동적 구조를 가지게 된다. 즉
정책형성과정에서 내일 이루어지는 결정들은 오늘 이루어진 결정의 내용을 바꾸
어 놓을 수 있게 되므로 오늘의 정책결정자들은 오늘의 결정에 있어서 내일의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commitment의
문제라고 하는데 이 주제에 관해서는 특히 경제학과 정치학의 영역에서 많은 연
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법률해석의 문제에서도 commitment가 문제가 되는데, 즉 현재의 시점에서 정
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주체들은(의회이건 법원이건) 자신들의 현재의 결정들
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려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Terry Moe
가 말했듯이, 오늘의 협상의 내용을 미래의 다른 주체들이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로 선출된 공무원들에게는 정치적 불확실성(political uncertainty)이 상
존하게 된다.31)
이는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현재의 정치 상황을 떠
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6대 국회에서 17대 국회로 바뀌는 과정을 목격한
17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은 현재 자신들의 입법 결과물이 다음의 새로운 국회에
서의 다수 세력의 변화에 의해 바뀔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게 될 것이고, 기존
30) “commitment”는 “구속”, “제약”, “약속” 등의 단어로 번역해 볼 수 있으나, 어느 것도 원래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 논문에서는 원어를 번역 없이 그대로 계속 사용하기로 한다.
31) Ferejohn, “A Positive Theory,”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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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59
의 질서에 부합하는 사법적 판단을 고수하고 있는 사법부를 보면서는 현재 자신
들이 제정하는 법률들이 실제 분쟁상황에서 사법부에 의해 해석되는 과정에서
처음에 자신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고 집행될 수 있다는 가
능성을 늘 염두에 두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의 문제는 법률해석에 관해서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첫째, 오늘의 의회에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의원들은 미래에 다른
선호를 가진 의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의회에서 자신들의 법안의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게 된다는 것과, 둘째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의
문제에서 의원들은 자신들의 입법이 법원에 의해 해석되고 그 해석에 따라 행정
부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처음에 자신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해
석되고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된다는 것이다.
위 첫 번째 문제에 관해서 보면, 미국 헌법의 수정조항의 경우와 같은 예외적
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의 의회가 미래의 의회의 다수에 의해 현재의 법률내용
이 변경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미래의
의회의 그러한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법자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법률의 변경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해냈는데, 가령 의회 내의 위원회 제도를 도입한다거나 행정부의 법집행과정
에서의 입법 내용의 변경을 막기 위해서 행정절차 또는 행정부의 구조에 필요한
장치를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한편 위의 두 번째 주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비교적 그다지 심도 깊은 연구
가 진행되지 못하였는데, 우리는 뒤에서 살펴볼 간단한 실증적 정치분석이론 모
델을 통해서 입법의 과정과 법원에 의한 법률해석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일방적으로 사법부의 법률해석의 대상이
되고 그 해석의 내용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관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32)
32) 이하, 이글의 VI장 이하에서 살펴보는 법률해석 과정에 대한 실증적 고찰의 방법론은 Ferejohn의 전게 논문, “A Positive Theory”에서 서술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우리 나라의 상황에 적용해본 것임. 개별적인 인용표시는 생략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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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정치권력과 법원의 기능 및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모델 설정(Modelling Congress and Courts)
법원이 특정 시점에 X라는 정책들의 집합의 부분집합인 A의 한 원소인 x를
선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현재 선택되어 집행되고 있는 정책은 Q인
데 이는 지금의 법률을 제정한 이전 의회의 결정 또는 그에 따른 법원의 해석결
과이다. 따라서 Q는 과거의 의회의 선호가 법률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 결과라
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들이 일차원의 스펙트럼
상의 공간에 위치하고 있고, 모든 의사결정 주체들은 유클리드 함수33)의 선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34)하며,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가장 중도적인 의견을 가진 의
원들의 선택점을 각각 H와 S라고 표시하기로 한다.35)
일단 여기서는 법원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의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
33) 유클리드 공간(Euclidean Space)에서의 함수 ※ 유클리드 공간: 유클리드의 평행선의 공리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하는 n차원 공간. 순서를 가지는 n개의 실수의 쌍(x1, x2,…,xn)을 점(點)이라 하며, 두 점 (x1, x2,…,xn), (y1, y2,…,yn) 간의 거리를
(x 1-y 1)²+(x 2-y 2)²+․․․+(x n-y n)² 으로 정의한 공간을 n차원 유클리드공간이라 한다. 직선은 1차원 유클리드공간, 평면 은 2차원 유클리드공간, 공간은 3차원 유클리드공간이다. ※ 피타고라스 정리 ‘직각삼각형의 직각을 포함하는 두 변 위의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은 빗변 위의 정사 각형의 넓이와 같다’라고 하는 정리.
34) 이렇게 가정함으로써 우리는 각 의사결정 주체들의 서로 다른 선호점들 사이의 선호 의 정도의 차이를 우리가 2차원 공간 혹은 3차원 공간에서 인지하고 있는 ‘거리’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다지 무리한 가정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35) 일단 여기서는 의회가 상원과 하원의 양원으로 이루어진 경우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 다. 이처럼 어떤 법률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의 동의를 거쳐 야 한다는 사실은 통과된 법률을 해석하는 법원에 대하여 법률해석에 있어서 선택 가 능한 영역의 공간(the set of politically viable interpretation)을 확보해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분석은 비단 상원과 하원의 구조뿐만 아니라, 법률안이 통과되기 위해 서는 서로 다른 선호를 갖는 두 개 이상의 기관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하나의 원으로 구성된 의회에서도 법률안이 위 원회의 심의와 본회의의 심의를 모두 거쳐야만 된다거나,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서의 입법과정 및 법률해석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로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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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61
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러한 상태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그림 1]과 같다.
_l__l_l__l_l__l___
K' H L Q K S
[그림 1]
The set of politically viable interpretation: [H, S]
이때 법원이 H와 S의 중간점인 K를 선택한다면 그 결론이 의회의 새로운 입
법에 의해 바뀔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하나의 의회에서 K보다 더 선호되는
어떤 점도 다른 의회에 의해서는 보다 덜 선호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양원
제는 법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이 의회에 의해 번복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
는 선택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에 법원이 H와 S 사이가 아닌 다른 점, 가령 K'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이
는 의회의 새로운 입법에 의해 번복되게 된다. 왜냐하면 상원과 하원 공히 K'보
다는 그와 다른 어떤 점 가령 L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H와 S 사이의 공간은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한(politically viable)
― 즉 의회에 의한 새로운 입법을 유발하지 않는― 법률해석점들의 집합이 된다.
여기까지는 판사들이 판결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타
당한 결론이다.
다음은 판사들이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정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고려한다
고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법학과 정치학의 학문분야에서 공히, 대체 판사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다. 여기서는 일단 판사들이 법률해석
에 있어서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입장을 상정해 보기로 한다.
(1) Naive textualist(NA): 이는 판사들이 현재 주어진 법률을 그 법률을 제정한
당시의 의회의 의사에 가장 충실하게 해석하려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naive’라
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 입장에서의 판사들은 자신들의 법률해석이 정치적
으로 생존가능한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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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62
(2) Politically sophisticated honest agents(SA): 이는 판사들이 현재 주어진 법
률을 해석함에 있어 그 결과가 현재의 정치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정치적으로 생
존가능하면서도 원래의 입법자들의 의사에 가장 근접한 점을 선택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3) Unconstrained policy advocate(UPA): 이는 판사들이 그들 나름의 잘 정리
된 선호를 가지고 있고, 법률해석을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현실화시키려는 의지
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도 판사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정치
적으로 생존가능한지 여부에 관해서 고려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제 법률해석에 관해 법원이 취하는 입장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기로 하자.
마찬가지로 H와 S 및 Q는 고정되어 있고, 먼저 판사가 법률해석에 관한 결정
을 하면 그에 대해서 정치가들이 반응한다. 정치가들의 반응은 당연히 법원이 어
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특히 판사들의 결정이 structure-
induced equilibrium(SIE)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에 의해 정치가들의 반응이 결
정된다.
SIE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상하원에서의 winset of x, W S(x), W H(x)를 각각 상원과 하원에서 x보다 더 선
호되는 정책점들의 집합이라고 표시하는 경우(이는 정책대상들의 집합을 1차원
스펙트럼이라고 가정했으므로 상원과 하원의 중위자들에 의해 x보다 더 선호되
는 점들의 집합과 동일하게 된다) W S(x)∩W H(x) = ∅이 되는 x들을 SIE라고 정
의한다.
[그림 1]에서 H와 S사이의 점들은 모두 SIE가 되는데, 그림에서 보듯이 그 중
의 어느 점을 x로 잡더라도 어느 하나의 원에서 x보다 더 선호되는 모든 점들은
다른 하나의 원의 중위자들에 의해 x보다 덜 선호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H, S]
밖의 어떤 점들도 SIE가 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그에 대해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결에 의해 그것과 다른 선택이 가능한 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상태가 SIE라면 어떤 새로운 입법도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현재의
상태가 SIE가 아니라면 양원 모두에서 다수결에 의해 더 나은 선택점이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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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치와 법 363
므로 어떤 식으로든 입법부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SIE인 정책대안은
대단히 매력적인(nice) 성격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다음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한 사법적인 판단의 집합(the set of politically viable judicial decisions)
은 정확하게 SIE의 집합과 동일하게 된다.
Ⅶ. 법률해석 과정에서의 현재의 의회와 입법
당시의 의회의 역학관계
[그림 2]와 같은 정치적 상황을 생각해보자. 과거의 어떤 회기의 의회의 선호
를 반영한 입법의 결과를 Q라고 하고, 그 당시에는 Q가 H와 S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상원과 하원 모두의 선호가 바뀌어서 H와
S가 모두 왼쪽으로 옮겨져서 [그림 2]와 같이 현재는 Q가 [H, S]의 바깥쪽에 위
치하고 있다. Q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 하에서는 SIE가 아니기 때문에 의회의 정
치가들에 의해 언제든지 [H, S]의 범위 내의 다른 점으로 옮겨가는 정치적 결정
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에서 먼저 그와 관련된 사건의 재판을
하게 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상황 및 사법부의 현실과 대단히 흡사
하다. 가령 국가보안법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1980. 12. 31. 종래의 반공법을 폐지
하고 새롭게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당시의 정치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냉전
의 세계적 분위기가 끝나지 않았었고, 북한과의 대립구도가 상존하는 정치현실에
서는 동법 제1조의 목적 즉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
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에 있어 꼭 필요한 법으로
인식되었고, 법원도 그 취지에 맞는 법률해석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고, 북한과의 접촉 및 교역의 범위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종래의 군
사정권 하에서처럼 엄격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으로 변해
갔고, 나아가서 결국 현재의 정치권력은 국가보안법의 존재의의까지도 인정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주어진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는 판사들이 법률해
석에 관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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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64
_l_l__l_l______
H L S Q
[그림 2]
Possible action of the court
[그림 2]에서 Q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당시의 입법자의 선호로서 그림을 기
준으로 상당히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당시에는 Q가 상원과
하원의 의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그 후 정치적 상황이 변화하여 H와 S
가 모두 왼쪽으로 옮겨간 상태에서 법원에서 국가보안법의 해석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먼저 NT의 경우에는 Q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그에 부합하는 법률해석 및
판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Q는 SIE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법원의 법률해
석은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입법(L)에 의해 법원의 그러한 판단
은 폐기되고 만다. 즉 현재의 법원이 국가보안법을 1980년대의 시절에서와 같은
취지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판결을 선고한다면, 의회에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
고 현재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전면개정하게 될 것이다.
SA의 경우에는 판사들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원래의 입법자의
의사에 가장 충실한 법률해석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가장 이상적인 법률해석
은 Q이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Q는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하지 않다. 만약 법원이
Q와 S사이의 어떤 점을 선택한다면 이는 의회에 의해 [H, S]의 다른 한 점에 의
해 폐기될 것이므로 이 경우 판사의 최선의 선택은 S가 된다. 판사가 S를 선택
하면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즉 법원은 국가보안법위반 형사재판에 있어서 1980년 당시에는 5년 내지 10년
의 실형을 선고했을 사안에 대하여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선고하게 될 것이고,
국가보안법의 존폐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는 국가보안법 집행유예 판결을 이유로 여야가 국가보안법의 폐지 혹은
전면개정으로 곧바로 나아가지는 않게 될 것이다.
UPA의 경우를 보자. 이 경우 판사들은 가능하면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한 선택
점들 중에서 자기 자신들의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점을 선택하게 된다. 만약 자
신들의 선호가 H보다 왼쪽이라면 H를 선택하게 되고, 자신들의 선호가 [H, S]의
범위 내에 있다면 그대로 자신들의 선호를 법률해석에 반영할 것이고, 자신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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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치와 법 365
선호가 S보다 오른쪽에 있다면 S를 선택하게 된다. 즉 판사들은 국가보안법의
해석에 있어서 기준점을 원 입법자의 의도인 Q에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
호체계에 가장 부합하는 어떤 한 점에 두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3]과 같다.
H
S
H S Q
[그림 3]
The court's decision as a function of judicial preferences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의 점에 대한 일응의 결론을 얻을 수 있
었다.
첫째, 법원과 의회의 상호작용에 의해 최종적으로 도출되는 법률해석의 결과가
어떠한지, 둘째, 법원의 법률해석은 판사들이 당해 법률에 대한 입법자들의 의사
를 어느 정도로 존중하는지에 관한 성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 셋째, 법률해석
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의회의 선호라는 것, 즉 현재의 법률을 제정
한 과거의 의회의 의사는 그것이 현재의 의회에도 유지되고 있을 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거의 의회의 의사는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독립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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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66
Ⅷ. 법률해석과정에 대한 실증적 고찰
지금까지의 논의에 의하면 의회는 자신의 현재의 입법이 미래의 의회 구성원
의 변화에 의해 언제든지 폐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법률의 힘은
입법자의 의사의 표현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 법률문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
라는 점에 대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는 어떤 식으로든 현
재의 자신의 입법 의사가 미래에도 폐기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그 노력의 결과물 중의 하나가 의회에서의 위원회 제도이다. 즉 미래의 다른 의
회가 현재의 입법의 내용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회 전체의 다수의 선호가 바뀌어
야 할 뿐만 아니라, 각 의안들의 소관 위원회의 선호도 함께 변해야만 새로운 입
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의회가 정책의 입안 및 집행감독에 관한 권한을 위원회에 위임한 경우를 생각
해보기로 하자. 이 경우 의회의 선호와 위원회의 선호는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가능성이 더 크다. 위원회가 위임받은 권한에는 새로운 입법을 발의할 권한과 현
재의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감독하는 권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회와 위원회를 모두 거쳐야만 새로운 입법이 가능한 상황은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의 현재의 제17대 국회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선거법위반 사범에 대한 재판으로 인한 당선무효 및 2005. 4.
재・보궐 선거가 있기 전까지는 의회 의석수에 있어서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이
상을 점하고 있었음에도, 법제사법위원회의 구성 및 기능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 인하여 국가보안법 폐지여부 혹은 과거사법 처리
문제에 있어서 열린우리당이 원하는 새로운 입법 혹은 법률의 개정이 쉽게 이루
어지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림 4]에서 Q는 현재의 입법상태이고, 의회의 선호는 H이다.(여기서는 하나
의 의회만 존재하는 경우를 상정한다) 그리고 위원회의 선호는 C이다. 한편
C(H)는 위원회의 선호체계에서 H와 무차별한 점을 나타낸다.
_l_l__l_l_
Q C(H) C H
[그림 4]
Preferences in a simple model with cou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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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치와 법 367
Q는 현재의 의회의 입법에 의해 폐기되거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폐기되지 않
는 한 그 효력을 유지한다. 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Q의 유지 여부에 관한 첫 번
째 결정을 하는데, Q를 유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선택점인 K를 선택하게 된
다. 다음으로 위원회는 새로운 입법의 발의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위원회에
서 발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단 위원
회에서 새로운 입법을 하기로 발의한 경우에는 의회는 자신들의 선호를 반영한
새로운 입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보기 위해 입법의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
라가 보기로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의회는 입법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단계의
선택이 무엇이었던가에 관계없이 언제나 H를 선택하는 새로운 입법을 하게 된
다.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서, 위원회는 새로운 입법의 발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 단계의 의회의 선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점에 비해 H를 선호하는 경우에만 새로운 입법을 발의하게 된다. 즉
[그림 4]에서 위원회는 그 전단계의 결정이 [C(H), H]의 범위 밖에 있는 경우에
만 새로운 입법을 발의하게 된다. C(H)의 개념정의 자체에 의해 위원회는 새로
운 정책이 [C(H), H]의 범위 안에 있는 경우에만 이를 H보다 선호하기 때문이
다. 다시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서 이제 법원이 선택을 해야 한다. 일단 법원
의 선택이 결정되면 다음 단계의 결정은 위의 각 단계별 의사결정에 의해 정해
진 대로 진행된다.
먼저 NA인 경우를 보자. 이 경우 법원은 Q를 그대로 두는 판결을 할 것이고
Q는 [C(H), H]의 밖에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H를 Q보다 더 선호하므로 새로운
입법의 발의를 할 것이고 결국 의회에서 H를 선택하는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
게 된다.
SA의 경우 법원은 Q가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으
로 생존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정치적으로 생존가능
한 선택점들 중에서 가장 Q에 가까운 점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C(H)가
된다. C(H)에서는 위원회 단계와 의회단계의 아무런 정치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
게 된다. 결국 C(H)가 유지된다.
UPA의 경우는 조금 복잡해지는데, J를 UPA의 가장 이상적인 선택점이라고
가정하면 다음의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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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68
(1) J < C(H)
(2) C(H)≤ J ≤ H
(3) H < J
(1)의 경우에 J는 정치적으로 생존불가능이다. 따라서 법원으로서 최선의 선택
은 C(H)이고 그것이 새로운 법률해석으로 효력을 가지게 된다(위원회가 새로운
입법의 발의를 하지 않으므로).
(2)의 경우 J는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
상적인 선호에 따라 법률해석을 할 수 있고, 그것은 입법에 의한 공격을 받지 않
는다. 왜냐하면 J는 위원회에서 H보다 더 선호되므로 새로운 입법의 발의가 이
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3)의 경우 J는 정치적으로 생존불가능이다. 따라서 법원으로서 최선의 선택은
H이다. 이 경우에도 새로운 입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J의 변화에 따른 법률해석의 결과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림 5]와 같다.
H
C(H)
C(H)
H
Outcome
Judicial Preferences: J
C
C
[그림 5]
Outcome as a function of the court's ideal preference, J
2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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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69
마지막으로 법원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Q는 [C(H), H]의 밖에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새로운 입법의 발의를 할 것이고 그 결과는 H가 된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다음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1) 법원이 법률해석에 있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법률해석의 최
종적인 결과는 아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Type of court Outcome
NT H
SA C(H)
UPA K∈[C(H), H]
No court H
[표 1]
Outcomes given different types of courts
2) 그러한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과거의 의회와 현재
의 의회의 의사에 대해 주어지는 상대적인 가중치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판사들
이 NT의 입장에 서 있는 경우가 현재의 법률을 입법한 원래의 의회의 의사를
법률해석의 과정에 반영하는데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 된다. NT에 의한 법률해석
은 SA의 경우에 비해 사법부의 단계에서는 원래의 입법자의 의도에 더 가까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정치과정의 반응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는 더 멀어
지게 된다(더 가까워질 수는 절대 없다). 재미있는 것은, UPA의 경우 현재의 의
회의 의사에 대해 (NT 혹은 SA에 비해) 상당한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입법발의권의 존재로 인하여, 판사들의 선호가 H보다 왼쪽에
있는 경우라면 그 선호대로 H보다 더 왼쪽인 (보다 더 Q에 가까운) 법률해석결
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의회의 의사와 현재의 의회의 의사에 관한 지금까지의 실증적인 분석
의 결론은 그 논의가 전제하고 있는 몇 가지 가정만 충족되면 일반적으로 타당
한 결론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법부가 법률해석에 관해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입장들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에 관한 규범적인 정답은 제시
해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논의는 앞의 규범적인 정답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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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70
르는 과정에 있어 두 가지 중요한 논의의 단초를 제시해 줄 수 있는데, 첫째는
법률해석에 임하는 사법부의 입장에 따라 법률해석의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 둘째 그러한 법률해석의 과정에서 과거의 의회와
현재의 의회의 의사의 적절한 반영이 두 가지 국면에서 문제가 되는데 하나는
그러한 의희의 의사가 법률해석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input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각각의 input에 따른 output으로서의
법률해석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Ⅸ. 행정법규해석에 관한 실증적 고찰
현대국가에서 법률해석의 많은 부분은 법원이 아닌 행정부 공무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장에서 우리는 논의의 범위를 넓혀서 이러한 행정부에 의한 법률
해석과 그에 대한 사법심사의 과정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해 보기로 한다.
[그림 6]에서 현재 유효한 법률해석은 Q인데 그에 대해서 행정부는 A라는 정
책이 실현되도록 하려는 선호를 가지고 있으며, H, C, C(H)는 앞에서 정의한 바
와 같다.
___ll_l_l____l____
A C(H) Q C H
[그림 6]
Preferences in a simple model with courts and agencies
정책결정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한다.
첫 번째 단계로 먼저 행정부가 x라는 정책을 선택한다. 그 결정은 의회와 법
원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경우에만 유효한 정책으로서 집행된다. 두 번째로 법원
에 의해 Q와의 관계에서 x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심
사가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의회의 위원회에 의해 새로운 입법의 발의여부가 결
정되는 단계인데, 새로운 발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전단계의 결정은 그대
로 유효한 것으로 확정된다. 만약 위원회에 의해 새로운 입법의 발의가 이루어진
다면 그에 대해 의회는 자유롭게 자신의 선호에 따른 새로운 입법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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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71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지막 단계에서 의회는 새로운 입법의 기회가 주
어지는 경우에는 언제든 자신의 선호에 따른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이므로 H를 선
택하게 된다. 한 단계 거슬러 올라가서 위원회는 (의회의 이러한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새로운 입법의 발의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전단계의 결정에 비해 H를 더
선호하는 경우에만 새로운 입법을 발의하게 된다. 즉 [그림 6]에서 위원회는 그
전단계의 결정이 [C(H), H]의 밖에 있는 경우에만 새로운 입법의 발의를 하게
된다. 다시 한 단계 앞으로 와서 법원의 결정을 보면 먼저 NT의 경우에 법원은
x=Q인 경우에만 x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x≠Q 인 경우에는 x를 취소하고 Q
에 따른 결정을 명령하게 된다. SA의 경우에는 그 결정의 정치적 생존가능성을
고려하되 역시 x=Q인 경우에만 x를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Q∈
[C(H), H]이므로, 두 법원의 결정은 모두 정치적으로 생존하게 되고 의회로부터
아무런 정치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UPA의 경우에는 법원이 x보다 Q를 더 선호하는 경우에만 x를 취소하는 결정
을 하게 되는데, 그 경우 Q는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하므로 그대로 유지된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와서 행정부 공무원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다음 단계의
각 주체들의 행동양식을 아는 상태에서의 정책결정을 살펴보자. 먼저 법원이 NT
혹은 SA라면 행정부가 어떠한 결정을 하건 결과는 Q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UPA의 경우를 보면 행정부의 결정은 법원의 선호 J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달라
지게 되는데, 다음의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J < {C(H) + Q}/2
(2) {C(H) + Q}/2 < J < Q
(3) Q < J
(1)의 경우 행정부는 x=C(H)를 선택하게 되고 그 결정은 법원에 의해 유지된
다. 행정부가 C(H)보다 왼쪽의 어느 점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에 의해 새
로운 입법의 발의가 이루어 질 것이고, 결국은 H로 가기 때문이다. (2)의 경우에
는 행정부는 x < J < Q인 x들 중에서 법원의 입장에서 Q와 무차별한 점에 있는
x(=2J-Q)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그 x는 법원에 의해서도 그대로 유지
되고, 위원회의 입장에서도 법안을 발의해서 H로 가는 것보다는 그 x를 유지하
는 것이 낫기 때문에 결국 x가 최종정책으로 결정된다. (3)의 경우에는 행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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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Q가 되도록 선택한다.
만약 Q가 [C(H), H]의 범위 밖에, 예를 들면 [A, C(H)]구간, 있다면 약간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데, NT의 경우 x가 Q와 다른 경우에는 언제나 x를 취소하고 Q
에 따른 명령을 내리는데, Q는 C(H)보다 왼쪽에 있기 때문에 위원회에 의한 새
로운 입법의 발의가 이루어지고, 결국 최종적인 결과는 H가 된다. SA의 경우는
x > H 인 경우에만 그 결정을 취소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x < C(H)라면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하건 상관없이 결과는 H가 되고, C(H)≤x<H라면 법원은 그 결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왜냐하면 그렇지 않고 Q를 선언하는 경우에는
결국 H가 되기 때문이다). UPA의 경우에는 다시 J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Ⅹ. 논의의 정리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앞에서 살펴본 실증적 정치분석이론 모델은 동적 모델이다. 즉 어느 한 시
점의 법률해석과정을 살펴본 것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라는 변수를 고려하여 그
속에서 의회, 법원, 행정부의 각 주체들이 각각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살펴
보았다. 이 점에서 지금까지의 다른 연구들이 정적 모델을 기초로 법원이 법률해
석에 관한 최종의 선언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2) 현재의 법률을 제정한 과거의 의회와 현재의 의회는 시간의 변화에 따른
구성원의 변화 및 그에 따른 선호의 변화에 따라 서로 긴장관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양자의 의사를 조화롭게 반영하여 법률해석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법원의 법률해석작용은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
게 된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의회와 법원의 상호관계에 관해 단순히 국민에 의
해 선거로 선출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의 도식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의미에
서 한계가 있다.
(3) 종래의 실증적 정치분석이론 연구들에 있어서 법원은 단순하게 자신들의
고유의 선호와 이념을 사법작용을 통해 현실화시키려는 동기를 가지려는 주체만
으로 본 것에 비해 우리가 살펴본 모델에서는 법원이 법률해석의 측면에서 취할
수 있는 입장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4) 법원이 법률해석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건 간에 법원의 결정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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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73
국 의회의 입법활동에 중요한 환류작용(feedback)을 가져온다. 미래의 의회는 현
재의 의회와는 다른 선호를 가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아니 그럴 것이 거의 확
실하기 때문에), 현재의 의회는 법률을 통과시킴에 있어서 그 법률의 내용이 미
래의 의회에 의해 변질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려는 노력
을 필연적으로 기울이기 마련이다. 특히 현재의 의회는 법원이 가능하면 미래의
시점에도 Eastbrook교수의 표현처럼 “현재의 법률을 현재의 의회의 의사에 충분
히 부합하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기관(an honest agent of the enacting Congress)”
이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
현재의 의회의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것으로 우리는 위원회제도를 살펴보았
다. 그 논의를 위해 위원회의 구성원의 선호는 의회 전체의 구성원의 선호가 순
간순간의 다수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는 달리 어느 정도는 지속성을 가지
는 것(gatekeeping and nonrepresentative committees)을 전제로 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의회는 자신의 선호를 입법을 통해 나타내는데 방해가 되는 이러한 위원
회제도를 왜 그대로 유지하는가의 문제제기가 가능한데, 현재의 의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미래의 시점에서는 과거의 의회의 지위를 가지게 되고 현재의 의
회의 선호가 미래의 법률해석과 집행과정에서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
가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해답의 제시가 되었다고 본다.
Ⅺ. 결론
정치적 사안36)에 대한 법원의 법률해석은 어김없이 정치과정으로부터의 반작
용을 불러온다. 그것은 때로는 판결내용에 대한 완곡한 비판의 형태로 부드럽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법관에 대한 탄핵시도나, 법관임명절차의 개
선을 통한 사법부 구성원의 변화의 시도처럼 과격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
36) ‘정치적 사안’의 개념 정의도 쉽지 않다. 종국에는 우리가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살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정치적 사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정치 적 사안들은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은 ‘자원의 희소성’의 문제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을 막기 위해 구성원들 이 합의한 내용을 규범으로 정리한 것을 ‘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 면 정치, 경제, 법의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서 어느 하나를 떼어놓고서 그에 대해서만 분석하는 것은 실제적인 문제해결에 있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학제간의 교류와 통합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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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74
치과정과 사법부의 이러한 긴장관계는 실증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혹은 이를 애써 외면한 상태에서, 법원에 의한 법률해석 작용을 정치과정의 결과
물에 대한 최종적인 선언작용이라고 판단하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대책 없이
법원의 사법판단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거나, 법원의 법률해석작용에 대한 정치
권의 반응에 대해 이를 권력분립원칙에 대한 도전으로만 보고 적대시하는 것은
현실에 있어서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그와 같은 견해
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국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의사
결정의 주체로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법률해석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정
확한 이해는 법률적 지식뿐만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등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갖추기 어려운 덕목임에 틀림없는데, 우리의 학계, 실무
계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다양한 학문 간의 종합적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제한되어 있음은 아쉬운 점이다. 이 글이 비단 법률해석의 영역뿐
만 아니라 법학을 비롯한 다른 사회과학과의 균형 잡힌 학문적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마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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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 375
Politics and the Law ― A Positive Analysis of Statutory Interpretation ―
37)
Seong Wook Heo *
The prima-facie understanding of statutory interpretation is that the court has
the final word about the interpretation of law on political matters, in that the
court has the sole and the final right of interpreting the statutes which are
enacted as a result of battles and compromises among various political agencies.
However, when we review this understanding in the aspect of positive political
theory, we soon realize that this understanding of the process of statutory
interpretation is false. Each and every statutory interpretation provided by the
court in political cases gives rise to certain political reactions. The political
actors of the nation (i.e.,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President) may exert
their will and the power to change any disadvantageous statutory interpretation of
the court to their advantage.
Sometimes they try to change the view of the court by changing the
composition of the court (so called ‘the Court-packing’), and sometimes they try
to influence the view of the court by changing the rules on the budgets and the
formation of the courts for which the court itself can not make the rules.
This trend of political reaction on the statutory interpretation has become more
distinct as the court became more involved in deciding on political matters and
influencing the politics after World War II. We may refer to this trend as “the
Politicizing of the Law” and “the Judicializing of the Politics”.
In this paper, I have attempted to show and analyze the real process of the
statutory interpretation by introducing the positive political theory of John
Ferejohn. I believe that such analysis will provide a useful guidance in
- Judge, Seoul Central District 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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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 盛 旭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2호 : 344∼376 376
understanding the political situation of South Korea under the current President
Noh moo-hyun administration.
Part I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the positive understanding of politics and
statutory interpretation by presenting several examples of political matters in both
the U. S. and South Korea.
Part II explains the meaning of positive political theory and its usefulness on
the study of statutory interpretation.
Part III explores the new aspect of the theory of the separation of powers,
pointing out that nowadays the power of legislation is not confined to the hall of
the National Assembly. Today, legislation right does not entirely belong to the
National Assembly but it is shared with the government and the court. In particular,
the court engages in the law-making process by declaring that some statutes made
by the National Assembly are in violation of the Constitution and thereby nullifying
these statutes, or by supplementing the current statutes and making new rules
governing political matters. In this regard, it is necessary to change our traditional
understanding of the principle of the separation of the powers.
Part IV shows how the major change in the constituents of the political arena
affects the statutory interpretation of the court by presenting some examples of
the U.S. and South Korea.
Parts V to X analyze the process of the statutory interpretation by creating a
simple model on the way the political agencies act under certain restrictions. The
purpose of such analysis is to show that the statutory interpretation of the court
will inevitably obtain political meaning and will receive feedback from the
political arena.
In conclusion, my opinion is that it is false and dangerous to believe that the
court has the final word in statutory interpretation and can resolve every political
dispute through court trial. The court's decision on political cases almost certainly
causes some reactions from the political arena, and judges are well aware of
such consequences. Without this positive understanding of the process of
statutory interpretation, any proposition and description of statutory interpretation
is most likely to be false and misl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