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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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행정법연구 제67호 2022년 3월 Korea Administrative Law and Practice Association Administrative Law Journal Vol. 67, March 2022
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1)
강 지 은**
국문초록
율피아누스(Ulpianus)의 로마법대전 이래로, 공사법의 구별 이론은 면밀한 검증 없이 그 자
체로 신봉되었다. 전통적으로 공법학은 국가와 사회의 이원론을 명분이자 양분으로 삼아 발전
해왔다. 이 단순한 명제는 오늘날 서로의 영역이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무너진다. 공법과 사법
의 ‘구별 신화’는 진작에 사라졌고, 공익과 사익이 혼융되면서, 법영역, 법률관계, 법적 수단 등
을 명확하게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글로벌 자유경제주의와 유럽법의 영향력은 대륙법계의 공사법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다
양한 도전을 제시하였고, 기본권의 효력의 확대 경향과 다양한 행위형식을 채택하는 행정작용
들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진시키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공익을 수호
하는 국가의 능력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며, 사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더욱 증가하였다. 사
회 변화에 맞추어 공익 관념과 공동체 가치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견지해야 할 시점이다.
공법과 사법이 얽히는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도그마틱에 작은 균열을 만들면서 고착
화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협의’에 의한 행정과 같이, 하나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사회 현
상에 대한 고찰은 행정작용과 입법작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조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공사법의 구별 논의는 변화하는 행정에 대하여 예측가능성과 법치주의적 통제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균형 잡힌 시각의 가늠줄로 기능한다.
주제어: 공법과 사법, 공법과 사법의 구별, 공법과 사법의 교착, 국가와 사회의 관계, 협의에
의한 행정
- 본고는 2022. 3. 12.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66회 정기학술발표회 뺷변화와 혁신에 대한 행정법의 대응: 전통의 고찰과 변화의 수용뺸제2세션에서 필자가 발표한 ‘현대 행정의 특징으로서의 공사법 의 통섭에 관한 소고’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 경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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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42
목 차
. 서설
. 전통적인 공사법 이원론
. 공법과 사법의 교착 현상
. 국가와 사회의 관계 변화
. ‘협의’에 의한 행정
. 결어
Ⅰ. 서설
율피아누스(Ulpianus)의 로마법대전1) 이래로, 철학자2)와 법학자들3)은 공법과 사법의 관
념적 구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왔다. 선험적인 공사법의 구별 이론은 면밀한 검증 없이
그 자체로 신봉되었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 것이었다.4)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존재가 대
를 이어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니며 추앙받으려면, 아예 아주 먼 곳에 있어서 환상이 깨어
질 수가 없거나, 아니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지가 되며 구체적인 문제를 척척 해결해주
는 전능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환상도, 실체적 능력도 없는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신화’는 진작에 사라졌고, 오늘날 공익과 사익이 혼융되면서, 법영역, 법률관계, 법적 수단
등을 명확하게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1) Dig. 1.1.1.2 Ulpianus 1 inst. Huius studii duae sunt positiones, publicum et privatum. publicum
ius est quod ad statum rei romanae spectat, privatum quod ad singulorum utilitatem(법학의 공부에
는 공법과 사법의 두 분야가 있다. 공법이란 로마의 국가적 사안에 관한 법이고, 사법이란 개개인
의 이익에 관한 법이다).
2) 칸트에 의하면 사법(Privatrecht)은 자연 상태에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실천이성에 의해 선험적
으로 인정되는 법체계이고, 공법(öffentliches Recht)은 사회계약에 의해 형성된 시민적 공동체에서
입법자가 분배적 정의를 고려하여 제정하는 법을 의미한다(MdS VI, 311).
3) 프랑스의 공법학자 모리스 오류(Hauriou)는 공사법 구별을 주어진 것(donnée)으로 받아들이고, 그
것의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고 역설하였지만(Maurice Hauriou, Précis de droit administratif, 2e éd.,
Sirey, 1921, Préface
), 이에 반해 독일의 한스 켈젠(Hans Kelsen)은 당사자간 대등을 전제로 하
는 사법관계만이 진정한 것으로 공사법 구별은 학문을 정치에 종속시키려는 오래된 위협이라고
보았다(Hans Kelsen, Reine Rechtslehre, 1934, Vorwort
).
4) 2019년 제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에서 Alexander Somek 교수가 공법과 사법의 범주적 구별
(kategoriale Unterscheidung)을 ‘용’(Drache)에 비유한 것은, 애초부터 아무도 그 실체를 마주한 적
이 없는 가상의 존재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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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공법학은 국가와 사회의 이원론을 명분이자 양분으로 삼아 발전해왔다. 이
단순한 명제는 오늘날 서로의 영역이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무너진다. 글로벌 자유경제주의
와 유럽법의 영향력은 대륙법계의 공사법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다양한 도전을 제시하
였고, 기본권의 효력의 확대 경향과 다양한 행위형식을 채택하는 행정작용들은 국가와 사
회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구별’5)은 법학의 기본적 방법론이며, 법학적 사고는 규범적으로 개념과 영역을
끊임없이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면한 문제 상황들이 어찌할 수 없다고 하여 손을 놓
거나, 결과적으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는 점에 안도할 수는 없다. 공법과 사법의 구분
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지만, 구분 논의를 통하여 규율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법
제를 안정화하는 것 또한 절실한 요청이기 때문이다. 공사법의 구별 논의는 변화하는 행
정에 대하여 예측가능성과 법치주의적 통제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균형 잡
힌 시각의 가늠줄로 기능한다.
이하에서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여 공법과 사법의 구별에 관한 전통적 논의와
( ), 오늘날 공법과 사법의 교착 현상을 비교법적으로 살펴보고( ), 국가와 사회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고찰하여 시사점을 도출한 후( ), 최근 우리 법제상 공사법이
혼융되는 상황의 일면을 예시하여( ), 공법과 사법의 통섭 현상에 대한 분석과 법이론 정
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
Ⅱ. 전통적인 공・사법 이원론
- 공권력 중심의 독일 공법
국가의 행정작용을 규율하는 법체계를 일반 사법과는 다른 별도의 공법으로 구성하는 것
은 대륙법계 법질서의 역사적인 산물이다.6) 특히, 공법의 내용이 먼저 발전한 것이 아니라,
5) “bene cernit, qui bene distinguit”(잘 구별하는 자, 잘 판단한다); “Diviser chacune des difficultés
que j’examinerais, en autant de parcelles qu’il se pourrait, et qu’il serait requis pour les mieux
résoudre”(검토해야 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라).
René Descartes, Discours de la méthode, II, 8( 방법서설
제2부, ‘방법의 주요 규칙’에서 논하는
네 가지 규칙 중 두 번째인 “분해의 규칙”).
6) 영국법에 공사법 구별이 없다는 사실은 공사법 구별이 법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로
마법 국가들에 고유한 것으로 공사법 구별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임을 드러낸다.
Olivier Beaud, «La distinction entre droit public et droit privé: un dualisme qui résiste 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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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에 관한 관할을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하면서 공법과 사법의 이원적 체계가 형성된
셈이다. 사법은 개인 간에 적용되는 법이지만, 공법은 공동체와 개인 또는 공동체 사이에
적용되는 법이다. 다양한 규모와 다차원의 이해관계를 지닌 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는 이 시
대에, 사법과 구별되는 공법에 특유한 법리를 정립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과정이
며, 그 구별 자체도 간단한 것은 아니다. 공법의 경계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기에, 프랑스
에서 공법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 독일에서는 사법의 영역일 수 있다.
17세기부터 독일의 제후국들은 신성로마제국의 재판권과 교회 재판권으로부터, 제후 군
주의 권한을 분리하면서 로마법상의 공법 개념을 도입하였다. 독일에서의 공법은 신성로마
제국의 봉건법에도 속하지 않고, 교회의 교회법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법 영역으로 발
전하였지만, 제후의 권력을 절대화하는 것에 불과하였다.7) 근대 독일에서의 공사법 구별
은 군주로 대표되는 ‘국가’와 시민계급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이분법에서 유래한다. 제후
국의 공법의 징표는 ‘권력성, 지배 복종 관계’이고, 국가의 활동 중 권력성이 없는 부분은
사법의 영역(Fiskus, 국고)으로 남게 된다. 1848년 3월 혁명이 실패하였다고 평가되는 것은
왕과 시민계급이 타협하였다는 점에 있는데, 왕권(국가)은 보장하되, 시민계급의 영역(사회)
도 보장하는 이원적 구조로 분리되면서 왕에게는 공법이 권력의 근거로, 시민에게는 사법
이 생활의 준거법으로 나뉘게 되었다.8)
상대적으로 독일의 행정법은 행정에 관한 일반법이 아니라 관습과 개별법률에 의하여 규
정되어 그 범위가 좁았다. 공법적 통제를 벗어나는 ‘私法으로의 도피’를 차단하기 위하여
볼프(Wolff)에 의하여 발전된 행정사법(Verwaltungsprivatrecht)은 급부행정 영역에서 행정
주체가 사법 형식으로 공공행정을 수행하는 경우로 일정한 공법적 규율을 가능하게 한다.
평등권을 비롯한 기본권이 적용되고, 비례의 원칙 등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적용되며, 가스
나 상하수도 등의 필수기반시설 영역에서는 사적 자치가 제한되며 사법 규정이 수정된다.9)
- 공역무 중심의 프랑스 공법
프랑스에서 공역무(service public)는 “국가에 의해 유도조종되는 공적 과제의 적극적 수
critiques», in: Mark Freedland/Jean-Bernard Auby,
The Public Law/Private Law Divide , Hart
Publishing, 2006, p.23.
7) 박정훈, 공사법 구별의 방법론적 의의와 한계: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발전 과정을 참고하여, 공법연
구, 37(3), 한국공법학회, 2009, 90면 참조.
8) 정호경, 公私法 구별의 역사와 의미에 관한 一 考察 (1), 법학논총, 23(1),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06 참조.
9) Dirk Ehlers, DVBL 1983,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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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45
행에 해당하는 공익을 위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10) 공법을 ‘이익설’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으며, 공역무는 행정법의 기초개념이자, 행정재판의 관할을 결정하는 중요한 논거이다.
사회 연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자 하는 의지와 사회통합을 위해 인지되는 목표에
의해 추구되는 다양한 방식의 활동이나 임무가 공역무에 해당한다.11)
프랑스의 공사법 구별은 국가 대 시장, 일반이익(intérêt général) 대 사익, 권력에 관한 법
(droit du pouvoir) 대 사회에 관한 법(droit de la société), 공역무 대 사인의 활동으로 이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법인의 급부 제공 활동에 대하여 사법을 적용하는 상공업적 공역무
(service public industriel et commercial)12)가 증가하고,13) 사인에 의한 공역무의 수행이 점
차 늘어나면서 공법과 사법의 영역 구별이 모호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유화조치를
통해 사기업에 영조물법인의 지위가 부여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시장의
개방과 자유공정 경쟁을 전제로 하는 유럽법의 내용은 공역무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되어,
공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의 私法的 활동 뿐만 아니라 국가에 속한 私法상 법인들의 활동도
공역무가 될 수 있고,14) 사인도 특허(concession) 또는 법규정을 통해 공역무에 참여할 수
있다.
- 행정법의 범주
공법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 의하여, 두 나라는 질서행정과 급부행정 두 가지
영역의 비중이 상이하다.15) 독일 행정법에서는 주로 침익적인 행위가, 프랑스 행정법에서
는 급부행정 전체가 문제된다. 공통점은 두 국가 모두 공법과 사법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겪어왔으며, 공법과 사법의 이원적 구분론을 지속하여 왔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10) Gilles J. Guglielmi/Geneviève Koubi, Droit du service public , Montchrestien, 2007, p.89.
11) 拙著, 프랑스 행정법상 공역무 개념의 변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 95면 이 하 참조.
12) T.C 22 janvier 1921, Société commericiale de l’Ouest africain.
13) 샤퓌(Chapus)는 행정적 공역무와 상공업적 공역무가 공적관리와 사적관리라는 방식에 의해 구분된 다고 보았다. Rene Chapus, Droit administratif général, t. ., 13e éd., Montchrestien, 1999, p.542.
14) 공역무 활동이 법적인 독점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행정적 공역무의 성질을 드러내는 것이 지만(T.C 24 juin 1968, Ursot), 독점과 상공업적 공역무가 전적으로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 문에(T.C 22 février 1960, Soc. Pétronaphte; C.E 9 janvier 1981, Bouvet), 상공업적 공역무의 성격 은 최종적으로 재판에 의해 판별된다.
15) “프랑스에서는 급부행정의 영역이 질서행정 영역보다 비중이 크며, 공역무의 범위는 Forsthoff의 생 존배려(Daseinsvorsorge) 개념보다도 훨씬 넓다”.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박영사, 2005, 4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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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권리’를 파악하는 관념은 공법의 영역, 특히 공법소송의 기능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대비된다. 독일의 경우 공법의 핵심을 권력성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국가(권력)로부터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개인의 주관적 권리의 구제를 중심으로 행정재판제도
가 발전해왔다. 이에 대하여 프랑스의 경우 행정재판이 개인의 권리나 이익의 침해만을 구
제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제도로서의 국가행정과 공권력을 견제하며 항
시적인 적법성을 확보하는 것에도 중점을 둔다.16)
Ⅲ. 공법과 사법의 교착 현상
- 혼합법 영역의 등장
(1) 공법의 사법화・사법의 공법화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법학자들이 ‘사법의 공법화’(publicisation) 움직임에 대한 우
려가 컸는데, 공법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것은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
문이다.17) 그러나 오늘날에는 공법학자들이 ‘공법의 퇴보’(recul du droit public) 움직임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공법인의 활동에 대해 사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공기업 민
영화나 규제 완화를 위한 개혁은 극단적으로는 ‘공법의 종말’(fin du droit public)로 여겨지
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논의들은 공사법이 구별됨을 확인하고, 공사법 구별이 더욱 필요
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18)
혼합법(droit mixte)이 다양한 영역에서 출현하면서 공법과 사법 사이의 대립은 점차로
약화되며, 공법은 그 기원을 사법에서 찾는 법적 메커니즘에 의해 점점 더 의지하게 된
다.19) 공사법 구별은 장차 허위의 법(faux droit)(‘공법’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법이라기보
16) 拙稿, 사피엔스(Sapiens)와 公法의 미래 유발 하라리 저서 뺷사피엔스뺸상 인류 역사를 토대로 고 찰해본 公法의 발전 과정 및 미래 전망, 행정법연구, 55, 행정법이론실무학회, 2018. 11, 216-217면 참조.
17) René Savatier, Du droit civil au droit public, Paris, 1945.
18) Jean-Bernard Auby, «Le rôle de la distinction du droit public et du droit privé dans le droit français», in: Mark Freedland/Jean-Bernard Auby, The Public Law/Private Law Divide , Hart Publishing, 2006, pp.12-13.
19) 오류(Hauriou)는 행정법을 공권력에 관한 법으로 보는 ‘툴루즈학파’의 창시자로서 행정권의 특권으 로서의 공권력 개념을 중시하였다. 행정법은 권력자들의 법이고, 보통법을 구성하는 민법은 일종의 형평법(droit égalitaire)으로, 행정법이 부득이하게 보통법과 접근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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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정치적 설득에 불과한 것)과 진정한 법(vrai droit)의 대비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
은 시민사회가 감독할 수 있고, 시민사회 고유의 방어 및 조직을 위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법인, 사법이야말로 진정한 법이라고 본다.20) 공사법 구별이 다시금 선호되는 움직
임의 원인을 이론적체계적 관점이 아니라, 국유화 등 급부 국가의 발전에 따른 지나친 국
가개입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21)
그러나 사법 또한 국가의 권위(공권력)를 기반으로 존재하고, 국가로부터 떨어져 독립적
인 지위를 갖지는 않는다. 민사소송의 집행관은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따른 청구를 집행하
는 일을 수행하고, 사적 자치에 따른 권리의 실현은 그 절차와 집행의 측면에서 공법 영역
에 해당한다.22) 공개 경쟁에의 요구는 사법 영역의 공법화 현상(특히, 독일의 조달 영역23))
을 가속시킨다.
전통적으로 사익으로 분류되었던 이익이 공익화되는 영역은 노동법과 경제법 분야이다.
노동법에 의하여 본래 민법이 규율하던 노동계약 관계는 다수의 근로자와 관련을 맺는 공
적인 문제로 변모하게 되었다. 경제법은 시장을 규율 대상으로 하여, 사익과 사적인 법률관
계를 전제로 하지만, 시장의 실패로 인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도 일종의 공적인 이익
으로 인정되었다. 공법과 사법 모두를 차용하는 영역들에 대하여 유럽화는 공익적 목적과
사적인 법률관계의 교착 상태를 더욱 옭아매고,24) 기존의 이원적 재판관할의 경계를 완화
시킨다.
(2) 공법과 사법의 경계의 완화
지난 2019년 Marburg에서 개최된 독일 국법학자대회의 주제는 ‘공법과 사법’(Öffentliches
경향을 본질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Maurice Hauriou, Précis de droit administratif, 2e éd., Sirey, 1921, p.21.
20) Jacques Caillosse, Droit public-droit privé: sens et portée d'un partage académique, AJDA, 1996, p.964.
21) André-Jean Arnaud, Dictionnaire encyclopédique de théorie et de sociologie du droit, 2e éd., LGDJ, 1993, p.205.
22) Ulrich Jan Schröder, Das Verhältnis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DVBL 23, 2019, 1097.
23) 조달계약을 私法상 계약으로 보아 전반적으로 사법상 법규가 적용되고, 민사법원이 그 분쟁을 관할 하는 독일의 조달법제는 유럽공동체지침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이에 관하여는 拙稿, 독일 공법상 1차권리구제와 2차권리구제 전통적 도그마틱의 변화와 그 시사점을 중심으로, 행정법연 구, 6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2020. 2, 67-68면 참조.
24) Andrea Edenharter(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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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48
Recht und Privatrecht)이었다. 오늘날의 공사법의 구별은 오토 마이어(Otto Mayer)의 종속
이론(Subordinationstheorie)25)이나 보조금법률에 관한 한스 페터 입센(Hans Peter Ipsen)의
2단계이론(Zweistufentheorie)26)27)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공사법의 구별이 객관적이고 체계
적이라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공공복리(Gemeinwohl)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적 권력
(private Macht)이 담당하는 의무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28)
현실적으로는 공법과 사법의 교착(Verschränkung, 交錯)이 증가하고 있고, 과도기 단계
(Übergang)나 회색 지대(Grauzone)가 존재한다.29) 교착(Verschränkung)은 법 개념은 아니지
만, 소송의 이송, 요건의 개시, 법의 유추적용 등 공법과 사법 체제의 규범적 연결을 의미
하는 일반 용어로 이해된다.30) 공법과 사법의 교착은 특별한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변칙적
인 현상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집행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31) 규범이나 가치
의 모순으로 이어질 때는 역기능이 존재한다.32)
학문적 동향도 공법과 사법을 구분짓기보다는 방법론적으로 개방되는 것을 선호하여, 학
제간 연구도 긍정적이다. 행정법과 민법 분야의 최근 연구는 공사법 체제의 분리가 아니
라 얽힘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의 변화를 시사한다. 공사법 구별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
과는 별개로,33) 이를 범주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25) Otto Mayer, Deutsches Verwaltungsrecht, Bd. 1, 3. Aufl. 1924, S. 15.
26) ‘2단계 이론’(Zweistufentheorie)은 행정의 私法으로의 도피를 막기 위해, 한스 페터 입센(Hans Peter Ipsen)이 1950년대 급부행정 영역에서 급부거부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인정하고자 제안한 이론이 다. 행정의 보조금의 교부를 2단계로 나누어, 신청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은 행정 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보조금 지급 결정의 이행은 행정과 신청인 사이에 계약을 통해 그 내용 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 Hans Peter Ipsen, Öffentliche Subventionierung Privater, 1956, 62 ff; ders., Verwaltung durch Subventionen, VVDStRL 25 (1967), 298 f.
27) Michel Fromont은 프랑스의 ‘분리가능행위 이론’을 독일어로는 ‘2단계이론’이라 번역하면서 양자를 행정처분의 특성을 가진 행위를 분리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내용상 같은 것이라고 본다. Michel Fromont, La répartition des compétences entre les tribunaux civils et administratifs en droit allemend, LGDJ, 1960, pp.252-255 참조.
28) Julian Krüper, Kategoriale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VVDStRL 79, 61.
29) Bernhard Stüer, Öffentliches Recht und Privatrecht, DVBL 23, 2019, 1527.
30) Klaus-Dieter Drüen, Verschränkungen öffentlich-rechtlicher und privatrechtlicher Regime im Verwaltungsrecht, VVDStRL 79 (2020), 164.
31) Klaus-Dieter Drüen, a.a.O., 132.
32) Sabine Schlacke, Verschränkungen öffentlich-rechtlicher und privatrechtlicher Regime im Verwaltungsrecht, VVDStRL 79 (2020), 214.
33) 법 체제의 이분법적 구도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명령과 법치주의, 법률유보, 기본권에의 구속은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 Dirk Ehlers(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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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49
- 유럽법의 영향
(1) 절차적 보장의 강화 요구
유럽공동체법은 공법과 사법 간의 구별을 기초로 성립된 것은 아니고, 유럽법상 규범들
은 대부분 공사법 구별에 관하여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유럽법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도출된 규범들이 회원국의 국내법 체계에서 공법 쪽에 속하고, 공법의 특질을
지니는 경향이 다소 강하다.34) 유럽공동체법과 회원국 행정의 조화문제가 대두되면서, 행
정에 대한 시민의 방어권 보장은 유럽공동체 차원에서 필수적인 것이 되었고, 유럽연합재
판소는 회원국 내 법원이 행정의 조치에 대해 확대된 재판상 통제를 행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전통적인 보호규범이론(Schutznormtheorie)을 바탕으로 하는 법체계는
다차원적이고 객관적인 법체계와 조화되기가 어려웠고,35) 유럽법적 차원에서 보호되는 이
익들을 포섭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36) 인권 및 기본적 자
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 제6조37)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이 강제됨에 따라 행정절차단계에서 이해관계인의 참여 기회의 보장 및 행정소송 심리에
서 심사척도의 다변화가 촉진되었다.38)
(2) 평등의 실체적 보장의 요구
유럽공동체는 2000년 6월 29일 반인종차별지침(Richtlinie 2000/43/EG)을 시작으로 모든
회원국에게 반차별지침에 대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관련법이 있는 경우 그 수준을 지
침에 맞춰 개정할 것을 요구하였다.39) 이와 관련하여 독일이 반인종차별지침을 기간 내 전
34) Mark Freedland/Jean-Bernard Auby, Introduction Générale, The Public Law/Private Law Divide , Hart Publishing, 2006, pp.7-8.
35) 이에 관한 상세는 홍준형, 유럽통합의 공법적 영향에 관한 연구 유럽통합이 독일행정법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제10권 제4호,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2001, 115면 이하 참조.
36) Oliver Dörr, Der europäsierte Rechtsschutzauftrag deutscher Gerichte: Artikel 19 Abs. 4 GG unter dem Einfluß des europäischen Unionsrecht, Mohr Siebeck, 2003, 50 ff.
37)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 제6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모든 사람은 민 사상의 권리 및 의무, 또는 형사상의 죄의 결정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독립적이고, 공정 한 법원에 의하여 합리적인 기한 내에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에 관한 상세는 임성훈, 유럽인권협약 제6조의 공정한 심판(fair trial)을 받을 권리와 행정제재, 행정법연구, 63, 행 정법이론실무학회, 2020. 11, 173면 이하 참조.
38) 拙稿, 독일 공법상 1차권리구제와 2차권리구제 전통적 도그마틱의 변화와 그 시사점을 중심으 로, 행정법연구, 6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2020. 2, 65면 이하 참조.
39) 그 외 관련지침으로는 종교등 동등처우지침(2000/78/EG), 남녀동등처우지침(2002/73/EG), 직업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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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50
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소되었고, 유럽연합재판소는 독일이 반인종차별지침의 완전한
이행에 필요한 법률이나 규정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정한 기간 내에 국내법으로 제정해
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하였다.40)
우여곡절 끝에 2006년 제정된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Allgemeines Gleichbehandlungs-
gesetz, AGG)은 인종, 민족 성별, 종교 또는 신념, 장애, 연령 또는 성적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예방하고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본법 제3조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구체
화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며, 차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를 구제함
으로써 차별금지와 관련된 준거법으로 기능한다.41)
공사법 구별의 근저에 있는 국가와 사회의 이원론은 민법에서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적 자치(Privatautonomie)를 전제로 하는 私法에, 일반
평등대우법이 제정된 사건은 독일의 사법학자들 사이에서 격정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지
만,42)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사적 자치 관념이 사법학의
주요 사상(idée directrice)43)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대 사법학은 사법의 규제적 기능도 연구
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44)
- 행정법과 사법의 상호 침투이자 상호 보완
기존의 공사법 구별의 경계에 대한 논쟁들은 “공사법 구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행정법의 세분화(Ausdifferenzierung)와 주체화(Versubjektivierung)
는 사법에의 의존성을 촉진하고, 기본권의 효력의 확대와 행정사법 이론은 피할 수 없는
외에서의 동등지위지침(2004/113/EG)이 있다.
40) EuGH, Urteil vom 28. 4. 2005 C-329/04.
41) “법률의 제정시기만을 놓고 보면, 독일의 차별금지법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평등의 실현 방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러한 결과가 발생한 것일 뿐, 독일에서는 과거 사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여, 보편적 인권의 보장, 특히 평등의 실현이 매우 강조되어 왔다”. 차진 아, 독일의 차별금지법 체계와 일반적 평등대우법의 역할, 공법연구, 40, 한국공법학회, 2011, 327 면 이하 참조.
42) Thomas Wölfl, Vernunft statt Freiheit!, ZRP 2003, 297 ff; Johann Braun, Deutschland wird wieder totalitär, JuS 2002, 424 ff.; 반대 입장으로는 Susanne Baer, Ende der Privatautonomie oder grund-rechtlich fundierte Rechtsetzung?, ZRP 2002, 290 ff.
43) Maurice Hauriou, Die Theorie der Institution und zwei andere Aufsätze, Duncker & Humblot, 1965, 38 ff.
44) Julian Krüper, Kategoriale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VVDStRL 79,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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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51
공법과 사법의 상호의존성을 표현한다.45) 물론 행정법과 민법이 혼합된 영역에서, 행정행
위의 효력이나 신뢰 보호의 문제가 쉽게 제쳐질 수 있는지,46) 공적인 영역에 시민이 참여
할 것을 강요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을 피할 수는 없다.47)
이에 더하여 국가와 사회의 관계도 기존의 범주적 구분에 기반하지 않으며, ‘공공 민간
혼합’ 움직임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48) 행정의 성격과 양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고,49) 공법과 사법의 상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50) 그러나 국가가 사법적인 형식의 활동을 한다고 하여, 공법적 규제
에 관한 전망을 흐려서는 안 된다.51) 공법과 사법의 범주적 구분은 과거 봉건제를 대신하
는 현대 사회를 특징 지우고,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분리하여 권력을 통제하는 기능적 의
의를 여전히 지닌다.52) 전체 사회의 각 영역에서 공익과 사익이 서로 교착되거나 혼융되는
현상은 공익 개념을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해석할 필요를 만든다.53)
Ⅳ. 국가와 사회의 관계 변화
- 사법과 헌법
사법(私法)은 국가적 문제해결에 직접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회시스템을 전
제로 하여, 사인 간의 법적 관계에 대한 규율을 목적으로 한다. 사인은 사적 자치에 입각
하여 자기 책임하에 법률관계를 형성한다. 각 개인의 형성의 자유의 결과는 국가와 사회
45) Bernhard Stüer, Öffentliches Recht und Privatrecht, DVBL 23, 2019, 1527.
46) Friedhelm Hufen(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236.
47) Joachim Lege(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237.
48) Julian Krüper, Kategoriale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VVDStRL 79, 93.
49) “21세기에 들어서 세계화, 지식정보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권력의 분산, 정부와 시장 사이의 기능 배분의 변화, 변화 속도의 가속화, 위기의 일상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환경생태계 등 모든 영역으로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원우, 21세기 행정환경의 변화와 행정법학방법론의 과제, 행정법연구, 4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2017, 80-96면 참조.
50) 김현준, 행정법과 사법(私法), 저스티스, 181, 한국법학원, 86면.
51) Christoph Schönberger(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104.
52) Joachim Lege(79회 독일 국법학자대회 토론), VVDStRL 79, 106.
53) 양천수, 공익과 사익의 혼융 현상을 통해 본 공익 개념: 공익 개념에 대한 법사회학적 분석, 공익과 인권, 제5권 제1호,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2008, 3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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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52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국가와 사회 간의 추상적인 관계의 표명으로부터 어떠한 헌
법 원칙을 선험적으로 도출할 수는 없다.
국가(Staat)와 사회(Gesellschaft)의 이원론은 현대 입헌국가의 등장과 함께, 오랫동안 논
의되어 왔지만, 그에 대한 고찰은 제한적이었다. 개인의 자유의 전제조건으로서 국가와 사
회의 구별 논의가 시작되었지만,54) 현재의 국가와 사회는 서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전체사회(Gesamtgesellschaft)를 형성하며, 경제적사회적 영역에서 서로 긴밀한 영
향력을 주고 받는다.55) 개념을 정립해 보면, ‘국가’란 기본권보장의 담당자이자 기본권보호
의무를 수행하는 국가 공권력이고, ‘사회’란 기본권적으로 정당화된 사적 및 공적 생활 발
현의 총체이다.56)
국가와 사회의 관계는 소위 메타 프로세스(Metaprozesse)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변화되었다. 메타 프로세스란 인류의 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수반하고, 개인의 삶에 광범위
하게 개입하여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변화를 말한다. 그 예로서 세계화(Globalisierung),
개인화(Individualisierung), 단편화(Fragmentierung), 상업화(Kommerzialisierung), 매체화
(Mediatisierung)57), 디지털화(Digitalisierung)를 들 수 있으며, 세계화의 기조는 상업적 이해
관계를 규율하며 특히 개인화에 추진력을 부여한다.58)
자유주의 사상은 국가와 사회의 이분법적 관계를 오랫동안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해하였
지만,59)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60) ‘국가로부터의 자유’라는 전통적인
기본권 보호의 관점에서 나아가, 기본권은 사회적 조건의 끊임없는 변화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자유에 대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든, 사회든 위협을 가하는 대상
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며, 광범위한 맥락에서 공법과 사법의 혼합 상태에 대
한 새로운 시각이 강조된다.61)
54) Ernst-Wolfgang Böckenförde, Die verfassungstheoretische Unterscheidung von Staat und Gesellschaft als Bedingung der individuellen Freiheit, 1973, S. 28.
55) Ulrich Scheuner, Die staatliche Intervention im Bereich der Wirtschaft, VVDStRL 11 (1954), 4 f.
56) 이부하, 헌법이론의 논제로서 국가에 대한 헌법적 고찰 독일 헌법이론을 중심으로, 법학연구, 28(3),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2018, 55면.
57) 매체화라는 용어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증가를 나타낸다. Friedrich Krotz/Cathrin Despotović/Merle-Marie Kruse, Mediatisierung als Metaprozess, Springer, 2017, Fn. 3 참조.
58) Stefan Muckel,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46 f.
59) Ulrich Karpen, Die Unterscheidung von Staat und Gesellschaft als Bedingung der rechtsstaatlichen Freiheit, JA, 1986, 302.
60) Stefan Muckel,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48.
61) Jan Philipp Schaefer, Neues vom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Gewährleistungsverantwor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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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53
-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의 확대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Drittwirkung)은 기본권이 사인 서로 간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영
향력으로, 사법 혹은 사법 질서에 대한 기본권의 효력이나 영향을 말한다.62) 국가와 사회
가 중첩되는 영역에서는 기본권 주체를 어떻게 확정 지을 것인지가 중요해진다.63) 하나의
규범이 동일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면서도 의무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기본권에 직접 구속한다’는 아이디어는 시스템 파괴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본
권은 민사 법률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계약의 일방당사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강한 지위에 있는 계약당사자를 과도한 법적 규제로부터 보호하기도 한
다. 그러나 사법적 법률관계가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는 것은 민주적인 타협
(demokratischer Kompromiss)을 사법적 판단(richterliche Entscheidung)으로 대신한다는 것
을 의미하고,64) 사법부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되게 된다. 연방헌법재판소가 기본법 제3조의
평등권이나 제5조65)의 표현의 자유로부터 직접적으로 민간 기업에 대하여 의무를 창설하
는 경우 입법자의 손은 묶이게 된다.66)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며, 과도한 규제로 인하여 자유의 불균
형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기본권의 제3자효는 궁극적으로는 입법과 판례 사이의 관할 배
분의 문제가 된다. 입법자는 서로 다른 이해 관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임무 가운데
광범위한 입법 형성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입법이 중점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
에 대하여,67) 사회 내의 변화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기본권의 제3자효 이외
의 메커니즘이 필요하며, 기본권이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데에 발전적으로 기여할 수 있
다는 입장이 대비된다.68)
nach dem Fraport-Urteil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Der Staat 51, 2012, 251 ff.
62) 김대환, 사법질서에서의 기본권의 효력, 헌법학연구, 제16권 제4호, 한국헌법학회, 2010, 154면.
63) Stefan Muckel,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73 f.
64) Fabian Michl, Situativ staatsgleiche Grundrechtsbindung privater Akteure, JZ 2018, 918.
65) 독일기본법 제5조 누구든지 자기의 의사를 말, 글, 그림으로 자유로이 표현하고 전파할 권리 및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 출판의 자 유와 방송 및 영상을 통한 보도의 자유는 보장된다. 검열은 금지된다.
66) Alexander Hellgardt, Wer hat Angst vor der unmittelbaren Drittwirkung?, JZ 2018, 908.
67) Stefan Muckel,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83 f.
68) Sophie Schönberger,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311 f. 참조. 이에 대한 토론에서 Markus Winkler는 새로운 기본권 개념에 회의적이었으며(VVDStRL 79, 337), Franz Reimer는 기본권에 사회공동체 구성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VVDStRL 79,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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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54
이하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을 통하여, 국가와 사회가 전통적인 관념에 따라,
‘공법 대 사법’, ‘권력 대 자유’로 쉽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며, 사인에게도 점점 더 많은 기
본권 존중의 의무가 부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권의 주체와 기본권의 수범자
관념을 면밀히 고찰해야 하는 시점이다.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례
(1) 2011년 ‘Fraport’(프랑크푸르트 공항) 결정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 제8조69)의 집회(Versammlung)를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적 의
견을 형성하기 위하여 토론하고 선언하기 위하여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라고 본다.70)
집회의 자유는 기본권 주체에게 집회의 장소를 자유로이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어떠
한 장소에든 접근할 권리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71) 집회의 자유는 통상적으로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서도 행사할 수 있다. 공중이 통행하는 도로와 같은 공적 공간들의 의사소통
을 촉진하는 기능이 점차로 쇼핑센터, 기차역, 공항과 같은 공간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면, 그러한 시설들이 민영화되었다고 하여 집회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제외할 수만은 없
을 것이다.72)
연방헌법재판소는 Fraport 결정73)에서, 민영화된 프랑크푸르트 공항(Fraport) 터미널 안에
69) 독일기본법 제8조 모든 독일인은 신고나 허가 없이 평온하게 그리고 무기를 휴대하지 않고 집 회할 권리를 가진다.
옥외 집회의 경우 법률로써 또는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될 수 있다.
70) BVerfG, 12.07.2001 - 1 BvQ 28/01, 1 BvQ 30/01.
71) BVerfG, 14.05.1985 - 1 BvR 233/81, 1 BvR 341/81.
72) Sophie Schönberger,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97.
73) BVerfG, 22.02.2011 - 1 BvR 699/06(BVerfGE 128, 226 ff.).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03년 3월
11일 시민단체 소속의 청구인은 다른 활동가 5명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공항 제1터미널 체크인 카
운터에서 루프트한자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민간항공사에 의한 외국인들의 국외이송을 반대하는 내
용의 전단지를 배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운영회사인 Fraport AG는 2003년 3
월 12일 “전단지 및 기타 인쇄물의 수집, 광고 및 배포에는 공항 운영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공
항운영규정(Benutzungsvorschriften)을 근거로 청구인을 퇴거시키면서 공항출입금지(Flughafenverbot)
를 발하였고, 차후에 청구인이 허가 없이 공항에서 발견되는 즉시 무단침입을 이유로 한 형사고소
가 제기될 것임을 고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집회의 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항출입금지의 취소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관할법원은 Fraport AG는 공항 부지의 소유자로서 민법상 방해배
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또한 Fraport AG가 직접적으로 기본권에
기속된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며, 공항 내에서의 의사 표현이나 집회를 관용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
다. 항소와 상고도 기각되자, 2006년 3월 15일 청구인은 법원의 판결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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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55
서의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공항운영회사(Fraport AG)의 공항출입금지
(Flughafenverbot)는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교통의
장소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접근할 수 있고, 공적 공간(öffentliches Forum)에 해당하여 다양
한 활동과 관심사 및 의사 소통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Fraport AG와 같이,
사법적 형식(주식회사)을 활용하고 민간 투자자의 지분도 포함되는 혼합회사의 경우라 하
더라도,74) 기본법 제1조 제3항75)에 의하여 기본권에 기속된다.76)
(2) 2015년 ‘Bierdosen-Flashmob’(맥주캔 플래시몹) 결정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을 통해 사인은 개별 사례에서 국가와 동등한 기본권에 대한 의
무를 지니게 된다.77) 사인이 소유하는 공개된 상업적인 공간에서도 집회의 자유가 허용되
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던 ‘Bierdosen-Flashmob für die Freiheit’(자유를 위한 맥주캔 플
래시몹) 결정78)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상업지구 내의 광장과 같이 대중에게 공개된 사유
지에 대해서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플래시몹 행사의 주최를 허용하
74)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민간 운영회사인 Fraport AG가 부지를 소유하고 운영하며, 2003년 당시,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시, 연방 정부가 Fraport AG 지분의 70%를 보유하고 있었다.
75) 독일기본법 제1조 이하의 기본권은 직접 효력을 가지는 법으로서, 입법과 집행 및 사법을 구속 한다.
76) Fraport 결정은 기본권을 방어권으로서만이 아니라 법질서 전체에 파급효를 미치는 객관적 원리로 이해하며 기본법 제2조 제1항(“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질서나 도덕률 에 반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할 권리를 가진다”)을 확대해석함으로써 객관법적 원리들 및 법치국가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권한을 확장한 1957년 Elfes 결정(BVerfGE 6, 32)이나 기본권은 국가에 대한 시민의 방어권이자, 객관적 가치질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이 가치체계는 모든 법영역에서 효력을 가져야 하며, 사법 규정도 이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1958년 Lüth 결정(BVerfGE 7, 198)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77) Conrad Neumann, Flashmobs, Smartmobs, Massenpartys. die rechtliche Beurteilung moderner Kommunikations- und Interaktionsformen, NVwZ 2011, 1771; Henning Wendt, Recht zur Versammlung auf fremdem Eigentum?, NVwZ 2012, 609; Robert Frau, Versammlungsfreiheit und Privateigentum, RechtsWissenschaft 2016, 625.
78) BVerfG, 18.07.2015 - 1 BvQ 25/15.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자유를 위한 맥주캔 플래시몹’ 주최 측은 2015년 7월 20일 파사우(Passau)의 니벨룽겐 광장(Nibelungenplatz)에서 오후 6시 15분에서 6 시 30분 사이의 15분간의 집회를 계획하였는데, 약 140명이 카페, 상점, 슈퍼마켓, 영화관이 있는 광장에서 만나 그 중 몇몇이 무력 사용에 대한 국가의 독점을 비판하고 시민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발언을 한 후, 플래시몹 참가자 모두가 함께 맥주캔을 열고 마시는 행사를 예정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니벨룽겐 광장의 소유자인 회사(GmbH & Co. KG)가 집 회참가자들의 출입금지(Hausverbot)를 발하자, 집회주최자는 회사의 출입금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 분을 신청하였다. 7월 13일 파사우 지방법원은 몰려든 술꾼들이 광장에 쓰레기를 버릴 위험이 있고, 사인(회사법인)의 재산권이 집회의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고, 항고도 기각되자 집회주최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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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56
였다.79) 사안에서 니벨룽겐 광장은 공적 공간에 해당하는 산책, 여가, 만남의 공간으로, 다
양한 활동과 관심사가 그 안에서 추구될 수 있으며, 광장 부지의 소유자인 회사(GmbH &
Co. KG)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분명하지 않다고 보았다. 사유 재산을 소유하는 자
는 국가권력에 직접적으로 구속되지는 않지만, 기본권은 객관적 원칙으로서 법적 효력을
갖고, 집회의 자유는 기본권의 간접적인 제3자 효력을 통해 인정될 수 있다.
(3) 2018년 ‘Stadionverbot’(경기장 출입금지) 결정
경기장 출입금지(Stadionverbot)는 스포츠클럽이나 협회가 개인에 대하여 경기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로, 다중이 모이는 행사에서 안전을 보장하고 폭력 범죄를 예
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축구 클럽에서 자주 활용된다. 축구 클럽이 축구팬에 대하여 부과한
경기장 출입금지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 Stadionverbot 결정80)에서, 연방헌법재판소
는 원칙적으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하
며 모든 사람이 누리는 자유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사인 관계에서도 기본법 제3조 제1
항81)에서 비롯되는 평등의 요구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헌법소원을 기각하였지만, 결정 이유에서 사적 행위자가 개
개인을 구별하지 않고 입장이 허가된다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조직한 행사에서 특정인을 제
외하는 것이 그들의 사회 생활에의 참여 조건을 크게 결정짓는 경우, 평등의 관점에서 자
의적인 출입금지가 행해져서는 안 되고, 주최자는 자신의 의사 결정권을 객관적인 이유 없
이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없으며, 출입금지의 대상이 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 사례는 정치적인 의사의 형성이나 의견 교
79) 대신 플래시몹 참가자들에 대하여 총15분의 집회시간을 준수할 것과 함께 참가자당 1개의 맥주캔 을 마실 수 있다는 제한을 부과하였다.
80) BVerfG, 11.04.2018 - 1 BvR 3080/09(BVerfGE 148, 267).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06년 3월 25일 뒤스부르크에서 개최된 MSV 뒤스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 경기에 바이에른 뮌헨의 팬으로 참석했던 당시 16세의 청구인은 경기가 끝난 후 뒤스부르크 팬들과 몸싸움에 휘말렸고, 경 찰이 출동하여 형사절차가 개시되었다. 이에 MSV 뒤스부르크 클럽은 청구인에 대하여 2006년 4월 부터 2년 기간의 경기장 출입금지를 발하였고, 해당 조치는 독일 내의 모든 축구 이벤트와 경기장 출입에 영향을 미쳤다. 2006년 10월 청구인이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MSV 뒤스부르 크 클럽은 경기장 출입금지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하였으며, 바이에른 뮌헨 클럽은 청구인을 제명하 고 이미 구입한 연간 회원권도 취소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경기장 출입금지가 위법이라며 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지만 기각되었다. 2년간의 출입금지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기 장 접근에 제한을 받던 청구인은 일반 대중과 사회가 축구에 부여한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자신 에게 부과되었던 경기장 출입금지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 법소원을 청구하였다.
81) 독일기본법 제3조 모든 사람은 법률 앞에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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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57
류를 위한 집회가 아닌, 일반행사의 개최자와 참가자 사이의 사회적인 관계를 다룬다. 기본
권과 연방헌법재판소는 모든 개인에게 개방되어야 하는 상업화된 공적 공간의 범위와 행사
의 개최자가 특정 상황에서 일부참가자의 참여를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82)
(4) 2016년 ‘Atomausstieg’(탈원전) 결정
공법상의 법인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한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기본
권은 공권력과 시민의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국가는 기본권의 수범자일 뿐, 국가 자신이 기
본권의 관여자나 수익자가 될 수는 없으며, 기본권의 주체(Grundrechtsträger)도 될 수 없다
(Konfusionsargument, 혼동 논거).83) 이 원칙은 국가 내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모든 독립된
법적 단체에 적용되어, 공법상의 법인은 국가이든, 지방자치단체이든, 행정청이든 그 종류
를 불문하고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고,84) 전적으로 국가에 의하여 지배되는 사법인
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Atomausstiegs(탈원전) 결정85)에서 공법상의 법인 및 사법상의 법인이
라 할지라도 국가가 그 지분을 전부 또는 거의 다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주체
가 될 수 없다는 법리는 외국인이 지분을 소유한 국내 법인에게는 제한 없이 적용되지 않
는다고 판시하였다.86) 기본법 제19조 제3항87)은 개방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이른바 혼동
82) Sophie Schönberger, Wandel des Verhältnisses von Staat und Gesellschaft, VVDStRL 79, 299 f.
83) BVerfGE 21, 362, 369 f.
84) BVerfG 08.07.1982 2 BvR 1187/80. Ute Mager는 공법상 법인을 기본권 주체로 인정하는 것과 는 별개로, 기본권 주체를 공법상 법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공법상 법 인의 경우 기본권의 전형적인 위험 상황이 있다고 가정하기 전에, 독립된 실질적인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VVDStRL 79, 335.
85) BVerfG, 06.12.2016 - 1 BvR 2821/11.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은 다시 금 탈원전을 선언하고 제13차 원자력법 개정을 통하여 원전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였다. 그러자 독 일 원전사업자들은 원전 폐쇄로 인하여 재산권을 침해당하였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연방헌법 재판소는 원전의 조기 폐쇄는 공익 실현을 위한 입법재량의 행사로서 합헌적이지만, 원전 사용가능 성 제한과 투자비용의 회수 불가능 측면에서 원전사업자의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다.
86) 헌법소원 청구인 중 Krümmel은 외국 지분이 50%, Vattenfall은 외국(스웨덴)이 100% 소유하고 있 다. 외국이 소유하고 사법의 지배를 받는 법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간섭이나 법률에 의한 통제에 대하여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위험 상황에 직면한다. 법 원에 의한 행정법적 구제로는 일반적으로 법률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구할 수 없고, 이러한 법인 은 국내에서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 BVerfGE 143, 246, 196 ff.
87) 독일기본법 제19조 기본권은 그 본질상 내국법인들에 적용될 수 있는 한에서, 이들 법인에게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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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58
논거는 외국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사법상의 법인이 기본권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반대하
는 데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소유하고 있고 사법의 적용을 받는
법인은 기본법의 유럽법 친화성88)으로 인하여 재산권(Eigentumsfreiheit) 침해를 이유로 헌
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외국 자본이 관련되는 국내 공기업의 기본권 주체성의 문제는 더
욱 복잡해지고 있다.
Ⅴ. ‘협의’에 의한 행정
- ‘협의’의 정의와 법적 성질
상기한 비교법적인 고찰을 통하여 살펴보면, 오늘날은 행정법 영역의 경계를 확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공법과 사법이 혼합되는 영역은 적용법규의 확정은 물론이고, 조직, 활
동, 구제절차(재판)에 있어서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이분법적 법관념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공익과 사익이 혼융되는 상황이나 다양한 행정의 행위형식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법제와 관련하여 공법과 사법의 구별을 복잡하게 만드는 현상 중의
하나는 ‘협의’라는 행정의 수행방식이다.
행정관계 법령에는 ‘협의’라는 표현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에 관한 통일적인 정의나 해석
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협의는 ( ) 특정한 사항이 둘 이상의 행정 기관에 관
련되어 있는 경우, 이들 행정기관 사이에 당해 사항의 처리를 위하여 의논하는 것,89) ( )
어떤 자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타자와 의견을 교환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기 위해서 합의
하는 것,90) ( ) 행정기관 간 의견교환 및 협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정 내부적인 업무
절차 등으로 정의된다. 협의는 관계 행정기관의 자문 또는 의견을 구하는 협의, 관계 행정
기관의 합의 또는 동의를 구하는 협의, 인허가의제 규정에서의 협의, 면허나 허가 등에 상
당하는 협의로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91)
88) 독일기본법은 유럽법에 우호적(Europarechtsfreundlichkeit)이라는 원칙에 따라 독일 기관은 유럽법을 준수해야 하고, 국내법의 해석 및 적용의 틀 내에서 가능한 한 유럽법 위반을 피해야 한다.
89) “협의는 특정한 사항이 둘 이상의 관청에 관련되어 있는 경우, 이들 관청 사이의 당해 사항의 처리 를 위한 의논을 말하며, 이 때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하는 점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 둘 이 상의 관청이 대등하게 공동 주관관청으로 협의하는 경우로서 공동명의로 외부에 표시되는 경우에 는 합의는 유효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법제연구원, 법령용어정보 ‘협의’).
90) “민법에서 ‘협의’는 그 사전적 의미대로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의논함’이라는 뜻 대신 오히려 ‘합의 의 사실’ 또는 ‘합의된 바’라는 의미로 쓰인다”. 양창수, 합의와 협의, 법률신문(2019.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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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59
복잡한 행정현실 가운데 발생 가능한 협의의 상황을 분류하여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절차와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보완해야 한다.92) 행정이 협의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최
선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법과 사법이 상호침투하면서 긍정적으로 보완하는 과
정이 아니라, 행정법에 대하여는 민법에의 의존도를 넓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권력의 사
법으로의 도피’를 확장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를 기
울여야 한다.
- 공권력의 사법적 수단의 활용: 사립대학교 민자기숙사의 생활치료시설 지정과 협의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12호의293)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할 수
있다. COVID-19 사태와 관련하여 대학교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가 된 최초의 사례는 대
구시와의 협의에 따른 대구광역시의 국립 K대의 경우였고,94) 경기도 수원시의 사립 K대는
긴급동원에 따라 생활치료센터가 된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경기도는 해당 대학에 ‘생활치
료센터 지정 알림 및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언론보도가 먼저 이뤄지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숙사 입주생들이 반발하면서, 사실상 생활치료시설 지정 후 협의가 이루
어졌다. 수원시 사립 K대의 대학기숙사는 임대형민자사업(BTL)으로, 총장, 기숙사관리회사,
기숙사 입주생 중 과연 누가 협의의 당사자인가의 문제도 제기되었다.
팬데믹 시대에 위기 상황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과정에서 국가만이 아니라 사회(민간)에
도 많은 부담을 지웠다. 비상시에 긴급성을 띤 침익적 행정조치에 대하여 행정과 시민 사
이에 상호 대등한 ‘협의’라는 것이 과연 용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가능할지는 의문이다.95)
91) 류철호, 법령상 협의 규정에 관한 검토, 법제, 제569호, 법제처, 2005. 5, 45면.
92) 부관에 관한 협의의 법적 문제에 관하여는 이승민, ‘불확정 부관(개방형 부관)’에 대한 법적 검토
협의, 협약(계약) 체결, 사후 승인신청 등을 요하는 부관의 법적 문제점, 행정법연구, 48, 행정법 이론실무학회, 2017. 2, 153면 이하 참조.
9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2호, 제2호의2부 터 제2호의4까지, 제12호 및 제12호의2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2의2.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하는 것
94) 당시 국립 K대는 “대구시로부터 생활관의 생활치료센터 사용 요청이 있었고, 국가와 지역민의 사 랑을 받아 온 거점국립대학으로 대구경북의 어려움도 함께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 같은 결정 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95) 협의의 내용을 행정행위의 부관으로 편입시키는 경우는 수익적 행정행위를 전제로 한다. 박재윤, 행정행위의 부관에 관한 분쟁유형별 고찰, 행정법연구, 3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2014. 2,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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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60
정부 시책에 협조하라는 사인에 대한 지시가 협의의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해당 조치에
대한 공법적인 통제는 쉽지 않다. 협의에 관한 확립된 절차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후의 법적인 구제가능성이 불확실하고, 협의의 한계 사항이 불분명하여, 양 당사
자가 협의 내용에 관하여 서로 ‘동상이몽’에 빠질 수도 있다.
- 공무원의 이중적 지위: 경찰 직장협의회의 협의 사항
공무원은 헌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기본권을 향
유하는 기본권 주체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공무원도 근로조건
이나 근무환경에 대해 대표자를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
회적 요구와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어,96) 공법상 집단적 근로관계에 대하여 사법적 규율의
내용이 편입된 제도이다. 1998년 2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
무원직협법)이 제정되어 일반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2020년 6월부
터는 경찰 직군도 직장협의회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97) 이에 더하여 경찰은 2021년 7월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안팎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자치경찰제의 핵심
인 자치경찰사무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98)과 자치경찰사무
96)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 정부에 대하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하여, 어떠한 차별도 없 이 그리고 국내법상의 특수한 지위와 관계없이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스스 로 선택하는 단체를 설립하고 이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을 환기시키고, 법규정을 개정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김정한/문무기/이승협/채준 호, 공무원노조 시대의 공무원직장협의회 활성화방안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정책연구보고서, 2010, 29-31면 참조). 앞서 살펴본 비교법적 고찰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공동체의 요청에 따라 자국 의 법제의 변화를 수용하는 상황들과 일견 유사한 측면이 있다.
97) 1998년 공무원직협법 제정 당시,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의 경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치 안 등의 사회의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역무의 특수성으로, 공무원 조직의 이해관계가 국민들의 편 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직장협의회 구성 대상에서 제외되었었다.
98)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경찰의 사무) 경찰의 사무는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2. 자치경찰사무: 제3조에서 정한 경찰의 임무 범위에서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 등 에 관한 다음 각 목의 사무 가. 지역 내 주민의 생활안전 활동에 관한 사무 나. 지역 내 교통활동에 관한 사무 다.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 라.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사사무
제1항제2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 및 범위 등은 대통령령으 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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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61
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도 조
례로써 확정된다.
경찰 직장협의회는 공무원직협법에 의하여 기관장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근무환경 개선
에 관한 사항이나 고충을 논의할 수 있다.99) 그런데 최근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조례의 제
정과 관련하여 직장협의회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에 나서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관찰된
다.100) 인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를 경찰이 떠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는 우려로 인하여 조례안과 관련한 직접적인 의견 충돌 상황이 발생하였다. 지하철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 단속 업무를 경찰에게 맡기는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 제6조 3
항의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 시 임산부 외의 승객에게 임산부 전용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하여 인천시의회와 인천경찰 직장협의회가 대립한 것이다.101)
자치경찰제와 공무원직장협의회는 별도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의 가입
대상에 경찰 조직을 포함시킨 것은 경찰 또한 근로조건에 있어서 기관장에 대하여 협의 주
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려는 것이다.102) 경찰공무원의 권리에 대한 보장과 조례에 의한
자치입법권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치경찰 일원화 모델 하에서, 조례를
통하여 자치경찰사무가 신설되거나 확정되고, 의견수렴 절차에 경찰 직장협의회가 직접적
으로 나서며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103) 이와 같은 자치경찰사무의 범위와 경찰 직장협의
99)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협의회의 기능) 협의회는 기관장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협의한다. 1. 해당 기관 고유의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 2. 업무능률 향상에 관한 사항 3. 소속 공무원의 공무와 관련된 일반적 고충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기관의 발전에 관한 사항
100) 헤럴드경제 2021. 3. 31. “자치경찰제 놓고 경찰-시도의회 갈등”(https://news.nate.com/view/2021033 1n13181?mid=n0801)(2022. 3. 10. 최종검색); 서울신문 2021. 3. 31. ““일만 떠넘기고 복지는 없다” 지자체에 뿔난 경찰 거리로”(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01010012)(2022. 3. 10. 최종검색); 매일경제 2021. 4. 2. “지자체가 할 일을 왜 경찰에 떠넘기나”(https://www.mk.co. kr/news/society/view/2021/04/317390)(2022. 3. 10. 최종검색) 기사 참조.
101) 한국일보 2021. 9. 8. “경찰이 지하철 임산부석 ‘단속’을? 인천시의회경찰 충돌”(https://www.hank ookilbo.com/News/Read/A2021090721110003706?did=NA)(2022. 3. 10. 최종검색) 기사 참조.
102) 공무원직협법상 공무원직장협의회의 기관장과의 협의 사항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한계 에 관한 세부적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공무원과는 다른 경찰공무원 조직과 직무의 특 수성에 입각하여 별도의 조항이 규정된 바도 없다.
103) 조례에 의하여 자치경찰사무가 구체화될수록 경찰 직장협의회의 반발이 적극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근무환경이나 근무조건의 악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업무가 조례로 도입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사무가 부당하게 확장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고, 반대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경찰에 의하여 자치입법권을 침해받는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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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62
회의 역할의 한계에 대한 법리적 해석과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 공・사법 구별의 기능적 의의
공적인 조직만이 공익의 수호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비상시에는 사인 또한 그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행정도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사법적 형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공무원
조직도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사인과 같은 노동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 협의와 관
련된 영역들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가 ‘권력 대 자유’라는 식의 일도양단적인 사고에 의하
여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제 사회 변화에 맞추어 공익 관념과 공동체 가치
에 대하여도 새로운 시각을 견지해야 할 시점이다.
협의라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권한 있는 행정기관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행
정작용이 협의에 의하여 이루어질 경우, 행정에 대하여 전적으로 사인처럼 자유를 부여할
수는 없다. 협의는 그 용어 자체로는 협력적이고, 평화로운 해결방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오히려 무정형의 형식 가운데, 혼란을 야기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위험이 있다. 긴급
한 필요를 내세운 협의는 상대방 시민의 반발을 쉽게 무마하고, 그에 대한 재판이 개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법실무에서는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된다.
공사법 구별의 가장 실질적인 기능은 재판관할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쟁이 재판 절차에 이르러 종국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앞서 법도그마틱
의 설명 기능이 중요하다.104) 공사법 구별이라는 전통적인 도그마틱을 위협하는 상황들은
법학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는 공사법 구별이 현실에서 맞부딪힌 일정한 한계 지점
들을 개념화하여 인식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법체계에 대한 이론적 구분이 현대 행정에서는 퇴색된다고 하여, 사법의 형식을 가장한
공권력의 남용가능성 또는 공적 주체가 한계를 벗어나 자신의 이해관계를 실력으로 해결하
려는 움직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법적 공백 상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도그마틱으로 이를 정립하고 규율하는 노력은 공법학의 상시의 과제이다. 문제인식과 문제
접근의 방법론으로서 공사법의 구별은 여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04) 박정훈, 공사법 구별의 방법론적 의의와 한계: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발전과정을 참고하여, 공법연 구, 37(3), 한국공법학회, 2009. 2, 83면 이하에서는 공사법 구별의 방법론적 의의를 문제해결 방법 론, 문제발견 방법론, 문제접근 방법론의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실정법적 연구에서 는 가장 강한 방법론적 의의를 갖는 재판관할의 문제부터 출발해야 하겠지만, 학문적 연구에서는 방 법론적 한계가 가장 작은 근본적 문제접근 방법, 공법의 법철학적 기초부터 출발할 것을 역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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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63
Ⅵ. 결어
팬데믹 이후, 공익을 수호하는 국가의 능력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며, 사인에게 부과되
는 부담은 더욱 증가하였다. 인류 역사상 매우 특수한 시대, 예외적인 비상 상황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화된 COVID-19 시국은 ‘非常의 常侍化’가 되었고, 법제의 균열과 공
백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법학의 능력치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행정의 범주가 다양하고, 수많은 법제가 얽힌 만큼, 행정법이야말로, 다양한 주체와 다차
원의 이익 간에 ‘신호’와 ‘소음’105)이 뒤섞이는 영역이다. 그러나 ‘소음’에 불과하더라도,
혹은 ‘조용한 상태’에 대하여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제가 없어서 고요한 것이 아
니라,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법과 사법이 얽히는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도그마틱에 작은 균열을 만들면서
고착화될 수 있다. 하나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사회 현상에 대한 고찰은 행정작용과 입법작
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조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임기응변식의 협의’가 당
장에 효과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법의 사각 지대에서 자유로이 날개를 다는 ‘협
잡’의 도구로 활용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감당할 몫이 된다.
험난한 현실 앞에 무력하게 매몰되지 않고 미래로 전진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데에, 공
사법 구별 논의가 효과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해도, 이러한 시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 법이
론의 정립은 예측가능성의 최소한을 담보하고, 사후적인 점검(통제)의 기회를 확보함으로
써, 법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함께, 사회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사인의 적극적인 협
력과 지지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고일: 2022. 3. 12. 심사완료일: 2022. 3. 22. 게재확정일: 2022. 3. 30.)
105) Nate Silver의 저서 뺷신호와 소음(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뺸(2014)은 통계학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스포츠, 기후, 전쟁, 테러, 전염병, 도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음으로써,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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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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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과 사법의 교착(交錯)에 관한 시론적 고찰 67
Verschränk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KANG, Jieun*
106)
Die Theorie der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und Privatrecht galt lange Zeit als
unüberprüfbare Prämisse des Rechtswissenschaft. Das öffentliche Recht wurde traditionell
auf der Prämisse des Dualismus von Staat und Gesellschaft entwickelt. Diese einfache
These bricht zusammen, da sich die Domänen der anderen kreuzen und überschneiden.
Der „Unterscheidungsmythos“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ist längst
verschwunden, und die Mischung aus öffentlicher Interessen und privater Interessen macht
es schwierig, Rechtsgebiet, Rechtsverhältnis und Rechtsmittel eindeutig einzuordnen und zu
erklären.
Der globale Liberalismus und der Einfluss des EU-Rechts haben die traditionelle
Theorie der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und gerichtlichem Recht grundlegend
beeinflusst. Zudem verändert sich mit der Ausweitung der Wirkungen von Grundrechten
und verschiedenen Handlungsformen das Verhältnis von Staat und Gesellschaft in eine
andere Dimension. Insbesondere nach der Pandemie war die Fähigkeit des Staates, das
öffentliche Interesse zu schützen, oft eingeschränkt, und die Belastung der Bürger hat
zugenommen. Es ist an der Zeit, eine neue Perspektive auf das sich ändernde öffentliche
Interesse und die Werte der Gemeinschaft zu haben.
Die Verschränkungen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rtrecht können durch kleine
Risse in der Dogmatik fest werden. Wie die Verwaltung durch Konsultation muss ein
soziales Phänomen, das einen Wendepunkt darstellt, von einer Anpassung durch
kontinuierliche Überwachung der Verwaltungs- und Gesetzgebungsmaßnahmen begleitet
werden. Die Diskussion um die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kann als Maßstab für eine ausgewogene Sicht auf Problemen für rechtliche Stabilität und
Kontrolle der Verwaltung dienen.
- Assistant Professor, Kyonggi University Department of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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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7호 68
Schlüsselwörter: Öffentliches Recht und Privatrecht, Unterscheid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Verschränkung von öffentlichem Recht und
Privatrecht, Verhältnis von Staat und Gesellschaft, Konsul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