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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2005

원본 파일: 김도균,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2005.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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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문〉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

1)

金 度 均 **

Ⅰ. 머리말

국내에서 북한법체계에 관한 연구는 상당한 정도의 업적을 낳고 있지만 법철

학적인 접근방식은 드문 형편이다.1) 각 실정법분야에서는 개별적으로 비교법적인

연구가 행해져왔고 사법제도와 관련해서도 비교적 상세한 분석이 이루어져 왔지

만,2) 법철학 또는 법이론의 영역에서는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 출발선상에 서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법체계에서의 실무법률가들 및 법학자

들이 자기의 법체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북한 법체계에 대한 북한 법이론가들의

자기이해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해서는 특히 실정법분야에서 많

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논문에서는 이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하여 북한 법이

론가들의 법개념론과 법치론(法治論)에 초점을 두어 고찰하고자 한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북한법연구의 방법론과 관련하여 간략하게

필자가 활용하고자 하는 기본원칙들을 제시하고자 한다(Ⅱ). 그 다음으로는 법실

  •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간접연구경비에서 지원되는 통일학연구사업비에 의해 수행되었음. 연구과제명 「남북한법의 비교와 통일법의 모색」(연구책임자 한인섭, 공동연구자 최종 고․김도균)의 일부를 구성함. ** 서울大學校 法科大學 助敎授

1) 최초의 본격적인 북한법 연구서로는 강구진, 북한법의 연구, 박영사, 1975. 북한의 법 사상과 법학에 관하여 상세한 연구를 하고 있는 최종고 교수를 북한법사상연구의 선 구자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병선, “북한법제상의 사회주의 정의관의 일고 찰”, 동아연구 제29집 제2호(1995), 61-83면도 참조.

2) 우선 북한법 전문연구지로는 북한법 연구회에서 발간하는 북한법연구가 있다. 그리고 법제도에 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로는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1996), 법제처, 북한법제개요(1992), 법무부, 북한법의 체계적 고찰(법무자료집 시리즈), 세종 연구소 편, 북한법의 체계와 특색(1994)을 들 수 있다. 기타 개개의 연구문헌들은 각 주에서 명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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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47

증주의와 자연법론의 맥락에서 북한의 법개념론에 관하여 분석할 것이다(Ⅲ). 이

부분에서는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가지고 있는 법개념론이 ‘포용적 법실증주의’

(inclusive legal positivism)의 틀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할 것이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치주의가 어떤 내용과 모습을 띠는지를

살펴보고, 사회주의적 합법성(合法性)의 기준에 비추어서 그 구체적 내용을 다룰

것이다(Ⅳ).

Ⅱ. 북한의 법이론에 대한 비교법학적 연구방법

북한의 법체계에 관한 연구가 비교법학의 분야에 속한다면, 비교법 연구의 방

법론을 둘러싼 논의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이 북한법의 연구에 도움이 되리

라고 본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법체계의 특수성은 대륙법계의 사회주의

법의 성격, ‘주체사상’의 실현에 봉사하는 기능을 가진 법의 성격, 동양적 법문화

(특히 유교적 법문화)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3) 자본주의 법체계와 대

한민국의 법체계에 익숙한 사람이 북한법체계를 보았을 때 낯설다는 인상은 북

한법에 대한 좀더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서 내용상의, 기능상의 유사성을 확인하

게 되면 완화될 것이라고 본다. 법철학의 분야에서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북한

의 법이론가들이 그들의 저서나 논문에서 시종일관 법철학 일반이론들의 ‘부르주

아적 성격’이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어서 마치 전혀 다른 법이론적 틀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수사적 표현이나 격렬한 정서적 용어들의 이면에 놓여있는

법이론적 발상들을 분석하면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부각될 것이다. 이 논문에서

는 양 법체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나 용어들의 ‘기능적 유사성’(functional

similarity)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4)

3) 최종고, “북한법의 구조와 사상 ― 주체법사상과 사회주의법무생활”, 저스티스 제25권 제1호(1992), 104면 이하; 최종고, 북한법, 증보신2판, 박영사, 2001, 1-6면; 윤대규, “북한사회에서의 법의 성격”, 북한법연구 제6호(2003), 21면 이하 참조. 각 법분야에 서의 특색에 관해서는 세종연구소 편, 북한법의 체계와 특색, 1994 참조.

4) 통일법제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북한법률용어의 분석 시 리즈(헌법 편, 형사법 편, 민사법 편, 경제사회법 편)를 보면 용어상의 차이에도 불구 하고 많은 유사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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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48

  1. 비교법연구의 공통원리: 개관

최근 비교법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비교법연구의 공통지침이 있

다면 후술하는 네 가지 기준을 들 수 있을 것이다.5) 이 기준들에 비추어서 북한

법을 연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연구방법의 실마리를 잡아보고자 한다.

(1) ‘유사성(類似性)의 추정’ 원칙

외국법과 북한법을 연구할 때 그 외관이나 체계, 용어 등은 다르지만 기능상의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접근하면 생산적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것이 비교법기능주의이다. 비교법 기능주의

에 있어서 법은 사회적 필요나 이익들에 대한 대응체계이다. 사회체계의 하부체

계로서의 법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기능체로서 인식된다. 비교법이 다루려는

것이 ‘구체적인 문제들’이라는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비록 법체계는 다르

지만 모든 인간사회에서 생겨나는 갈등들은 유사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능체 역

시 유사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6) 이렇게 보면 모

든 법체계에서 법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비교가능하다

고 말해진다. 이러한 생각은 이른바 ‘유사성의 추정’(praesumptio similitudinis) 원

칙으로 표현된다. 상이한 법체계들은 역사적 배경, 사상구조, 법제도운용의 양식

에서는 차이점을 노정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유사하며

해결책도 유사하다는 추정원칙이다.7)

(2) 적절한 유사성과 차이점 식별원칙

이 원칙은 비교되어야 할 법체계들, 법제도들, 법규들의 차이점과 유사성은 적

절한 준거점에 비추어서 판별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판별이 적절한 것인가? 차이성과 유사성판별의 적절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가? 보편주의, 기능주의, 비판적 비교법학 등등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

5) M. Lasser, “The Question of Understanding,” P. Legrand/R. Munday (ed.), Comparative Legal Studies: Traditions and Transitions, Cambridge, 2003, 197-239, 특 히 199면 이하 참조; J. Whitman, “The neo-Romantic Turn,” P. Legrand/R. Munday (ed.), Comparative Legal Studies, 329면 이하 참조.

6) K. Zweigert/H. Kötz, Einführung in die Rechtsvergleichung, 3. Aufl., Tübingen, 1996, 33면.

7) K. Zweigert/H. Kötz, Einführung in die Rechtsvergleichung,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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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49

의 시도이다.8) 자본주의법체계와 사회주의 법체계 사이의 비교, 대한민국의 법체

계와 북한의 법체계 사이의 비교는 적절한 비교준거점을 마련할 때 보다 학문적

인 성과물이 나올 것이다.

(3) 맥락고려의 원칙

법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i) 텍스트로서만 법(law as text)을 바라보는 관점

과 (ii) 컨텍스트(맥락)로서 법(law as context)을 바라보는 관점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를 ‘텍스트주의’(textualism), 후자를 ‘컨텍스트주의’(contextualism)이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로서만 법을 바라본다는 것은 문자화된 규율들

및 제도들의 목록으로만 법을 파악하는 태도이다. 이른바 ‘법전(法典) 속의 법’

(law in books)이 법으로 인식된다.9)

컨텍스트주의는 법생성 및 법작동의 배경을 이루는 보다 광범위한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이 관점에서는 ‘작동하는 법’(law in action)까지도 법으로 인식

되게 될 것이다. 무엇을 법이 놓이게 될 무대인 ‘맥락’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이

기는 하지만10) 이 관점이 텍스트주의보다는 북한법연구에 보다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컨텍스트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자칫 법을 ‘컨텍스트’

또는 ‘배경변수’의 산물로만 바라보고 그 내적인 논리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법을 낳는 변수 X(정치이든, 경제이든, 계급이든,

민족정신이든, 세계이성이든)가 정해지면 오로지 그것에 의해서만 법의 발생과

작동이 결정되고 설명될 수 있다는 ‘법 결정론’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적절한 맥락(relevant context)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그 맥락이 법에 미치는 영향

력의 정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에 따라서 컨텍스트주의적 관점

의 타당성이 인정되겠지만 적어도 ‘외국(북한)법을 연구할 때 맥락을 고려하라!’

는 ‘맥락고려의 원칙’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통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8) 이에 관해서는 P. Legrand/R. Munday (ed.), Comparative Legal Studies, Cambridge, 2003에 있는 논문들을 참조.

9) W. Ewald, Comparative Jurisprudence (I): What was it like to try a rat?, in: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Vol. 143(1995), 1894면 이하 참조.

10) 맥락을 정치, 경제, 계급지배, 문화 등등으로 규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법체 계에서는 사회주의 이념과 주체사상이라는 요인이 맥락의 핵심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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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50

(4) 내재적 접근의 원칙

설령 텍스트주의적 접근방식과 컨텍스트주의적 접근방식 중 어느 하나를 택한

다하더라도 또 하나의 기준이 남아 있다. ‘법이란 무엇인가?’ 또는 ‘연구하고자

하는 외국의 법체계에서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외부관찰자적 관

점(the perspective of an external observer)이나 외부적 접근(the externalist

approach)을 택한다면 법은 사실의 서술일 뿐이다.11) 그러나 법전 속의 법률들만

을 법으로 보는 태도나 법을 사회적/역사적/경제적 사실의 집적으로만 보는 태도

는 외국법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외국법을 이해한다는 것은 확

정적 법규들, 법제도들, 그 사회경제적 요인들에 대한 지식을 모으는 것 이외에

도 연구하고자 하는 외국의 법률가들이 활용하는 근거들, (법)원리들, 관념들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12)

반면 내재적 접근방법은 연구대상인 법현상(제도)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 방법은 법을 ‘당사자들의 사유 속에 있는 법’

(law in mind)으로서 우선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책 속의 법’이나 ‘작동

하는 법’에 접근하는 태도를 뜻한다. 외국법의 당사자들(법률가/입법자/국민 등등)

이 왜 문제의 법제도를 정당한 것으로 승인하고 자신의 행위의 준칙으로 행위의

근거로 삼는지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사상, 규범적 배경, 법원리들을 일단 그들의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13) 이렇게 되면 텍스트주의적 방법론보

다는 넓고, 사회학적 컨텍스트주의보다는 그 범위가 좁은 어딘가에서 비교법연구

의 방법론적 경계가 정해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1. 비교법연구의 일반방법론의 적용과 북한법연구

이 논문에서는 연구의 초점을 북한 법체계에서 보이는 법철학적 쟁점들에 국

한하기로 한다. 흔히 북한의 법들은 매우 거칠고 조야한 것으로, 법학은 ‘유사종

교’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평가를 유보하고 장엄한 수사나 구호

11) ‘외부관찰자적 관점’과 ‘내부참여자적 관점’(the perspective of an internal participant) 의 구분에 관하여는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Freiburg, 1992, 32면 이하.

12) K. Zweigert/H. Kötz, Einführung in die Rechtsvergleichung, 14면 참조.

13) W. Ewald, Comparative Jurisprudence (I): What was it like to try a rat?, 1948면 이 하 참조. 북한연구에서 내재적 접근법에 관해서는 이종석,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역사비평사, 2000, 24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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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51

이면에 놓여 있는 북한법철학을 추출해내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i) 관찰자적이되 (ii) 내재적 접근방식을 채택한다고 할 수 있다.

‘맥락고려의 원칙’은 최소한 법을 확정적 법규(legal ruels) 뿐만 아니라 법원리

(法原理: legal principles)로도 파악하게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실제로

한 법체제의 법은 확정적인 법규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리로도 이

루어진다.14) 확정적 법규는 구체적인 행동을 명령/금지/허용하며 그 적용이 ‘전부

아니면 무’의 형식을 취한다. 확정적 법규를 제정하게 하는 근거로서 법원리는

시민들이 복종하는 구체적인 행위근거로서의 확정적 법규와는 다른 성격의 규범

으로서, 한 법체계의 배후에 있는 일반도덕적 가치들이나 정치도덕적 이념들, 정

책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가치들로 이루어진 법규범의 유형이다.15) 법원

리가 확정적 법규로 구체화되고 실정화되면 각 개인은 매 행위마다 도덕원리들

이나 법원리를 고려하지 않고서도 오로지 확정적 법규에 따라서 자신의 판단과

행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확정적 법규의 ‘대체 기능’(the Peremptory

Function: 보다 근본적인 도덕원리나 법원리 대신 확정적 법규가 개인의 판단 및

행위근거로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기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16)

확정적 법규와 그 배경이 되는 법원리를 함께 고려하는 비교법연구는 확정적

법규만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비교법연구보다 북한법연구에 훨씬 적절해 보인다.

‘법 개념’에 대한 협소한 견해에서 출발하는 비교법적 연구보다는 법원리주의

(Prinzipientheorie des Rechts)에 바탕을 둔 비교법연구가 역사적으로나 사회학적

으로도 북한의 법체계와 법이론에 관하여 훨씬 풍부한 관점들을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정적 법규와 법원리의 논리적 구분은 외국법을 연구하는 두 가지 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확정적 법규만을 법으로 본다면 비교법연구의 대상은

문자화된 법규들 및 제도에 국한될 것이다. 이는 앞에서 본 텍스트주의적 접근방

식이다. 이는 법철학적으로 보자면 형식주의적-법실증주의적 입장이다. 법은 맥락

으로부터 고립되어 주어진 사실들이고, 비교법학은 순수하게 관찰자이고 초연한

14) 이 모델은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Frankfurt/M., 1995, 227면 이하에서 제 시된 이론틀을 적용한 것이다.

15) 법원리의 존재와 특징에 대해서는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Cambridge/ Mass., 1977, 46면 이하;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Frankfurt/M., 1994, 90면 이하.

16) J. Raz, Practical Reason and Norms, Oxford, 1990, 19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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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52

평가자일 뿐이다.17) 반면 법원리까지 법으로 보게 되면 확정적 법규를 배경이 되

는 법원리들의 맥락 속에서 고찰하게 될 것이다. 이는 컨텍스트주의적 접근방식

이다.

어떤 법체계에서의 법원리들을 고려하면서 비교법적 연구를 한다는 것은 보다

심층적인 사유(역사와 사회에 대한 지식, 그 사회구성원들의 소망, 믿음, 근원적

정치도덕적 원리들 등등)를 배경으로 해서 법규범 및 법제도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18) 법에 있어서 가치 또는 이상을 고려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연구하

고자 하는 법체계에 대하여 내재적 접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19)

법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내재적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해당 법체계의 법원리

들을 ‘규범적으로 가공’하는 노력(normative beautification)20)을 한다는 것을 포함

한다. 한 법체계의 법원리들을 개선하고 재인식하여 그 내용을 가공해내는 작업

은 (i) 이론화된 규범적 믿음들(철학적 가정들, 사상과 이념들 등)을 발굴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ii) 거칠고 조야한, 이론적으로 채 다듬어지지 않은 가정들(일반

인의 법의식, 정치적 동기들 등)까지도 드러내고 가공하는 것까지 포함하여야 한

다.21) 법원리의 규범적 가공작업이 (ii)의 차원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적어도 (i)의

차원은 반드시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은 북한의 법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비교법적 전제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맥락고려의 원칙과 내재적 접

근방법의 원칙을 활용하여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이론을 고찰하고자 한다.

Ⅲ.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

  1. 사회주의 법이론에서의 법개념: 개관

사회주의적 법개념의 공식적인 출발점은 소비에트 법이론가인 비신스키

(Vysinsky)의 법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17) G. Frankenberg, “Critical Comparison: Re-Thinking Comparative Law,” Harvard International Law Journal Vol. 26(1985), 424면.

18) R. Pound, “A Comparison of Ideals of Law,” in: Harvard Law Review Vol. 47 (1933), 3-4면 참조.

19) J. Whitman, “The neo-Romantic Turn,” P. Legrand/R. Munday (ed.), Comparative Legal Studies, 329면.

20) J. Whitman, “The neo-Romantic Turn,” 336면.

21) J. Whitman, “The neo-Romantic Turn,” 3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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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53

“법은 행위규칙(혹은 규범)의 총체로서, 제정법규범과 국가권력에 의하여 확

인되고 강제적으로 보호되는 관습규범 및 공동생활규범의 총체를 일컫는다.”22)

법이란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향하여 사용하는 강제수단이며 억

압의 도구라는 사회주의 법이론의 도구주의적 법률관에 따르면 법은 그 자체로

는 가치 있는 도덕적인 중요성을 가지지 않게 되고, 법체계 자체 역시 어떠한 고

유한 도덕적 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23) 이렇게 보면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

을 통치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도덕적으로 정당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법실증주의’를 사회주의 법이론은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우 추상적인 차원에서, 이른바 법개념론적

인 차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견해이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 법이론은, 사회주의 단계를 거쳐서 공산주의 단계에서의

법은 인류가 지향해온 이상이 실현된 경제관계 및 정치권력관계를 표현하는 ‘진

정으로 정의로운 법’(just law)이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자본주의 단계까지의 법

은 사적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생산관계를 보호하고 그에 바탕을 둔 지배관계를

공고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악법이며 허위의 법이라는 것이다.24) 이러한 점에

서 켈젠은 사회주의 법이론을 ‘자연법론’으로 파악하였다.25) 자본주의 사회와 법

에 대한 윤리적 비판으로서 사회주의 법이론은 ‘완전한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법이 가지는 기능을 강조한다.26)

  1. 법 일반이론의 차원에서 바라 본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법개념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법개념에서 출발하여, 법을 통치의

강제적 수단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

을 다스리기 위하여 사용하는 강제수단의 일종’으로 본다.27) 이는 다음과 같은

22) A.Y. Vysinsky, “Fundamental Tasks of Soviet Law,” H.W. Babb (ed.), Soviet Legal Philosophy, Cambridge/Mass., 1951, 337면(약간의 수정을 가하였음).

23) I. Szabo, “The Notion of Law,” in: C. Varga, Marxian Legal Theory, New York, 1993, 264-5면.

24)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새날, 1990, 269면 이하 참조.

25) 한스 켈젠(장경학 옮김), 공산주의 법이론, 명지사, 1983, 41면 이하 참조.

26)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293면 이하; 심형일, 주체의 법 리론, 평양, 1987, 31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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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54

법개념의 풀이들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을 추상화 단계별로 배열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i) 제1단계: “법이라는 것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표준을 규정하여 주

는 한 개의 자와 같다.”28)

(ii) 제2단계: “(…) 법의 본질적 요소는 강제이다. 법은 그 위반에 대하여 강제

를 가하는 기능과 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강제 없는 법이란 있을 수 없다.”29)

(iii) 제3단계: “법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규범

이며, 국가권력에 의하여 그 준수가 담보되는 사회적 규범이고 사람들의 법률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관계를 규제한다.”30); “법은 국가에 의해서 일반

의무적 성격이 부여되었고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 그 준수가 보장되는, 사회

성원들이 지켜야 할 행위준칙이다.”31)

(iv) 제4단계: “법은 지배계급의 리익을 옹호하고 지배계급에게 유리한 사회

경제관계를 유지․공고화하기 위하여 국가가 제정․공포하고 국가권력에 의하

여 그 준수가 담보되는 행동준칙의 총체이다.”32)

(v) 제5단계: “우리나라의 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이룩하신 영광

스러운 혁명전통을 계승하였으며 그이의 위대한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 당의

로선과 정책을 반영하고 있으며, 로동계급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이익과 의사를

옹호하며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와 사회주의제도를 보호하며 그것을

실현하는 데 복무하는 프로레타리아의 강력한 무기이다.”33)

(vi) 제6단계(전인민국가의 법체계): “법은 어떤 계급의 독재를 실현하기 위

한 도구가 아니며, 어떤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법이 체현하려는 것은 전인민의 의사이며, 그것은 각종의 이익의 모순과 대립

을 조화시키는 ‘조절기’이다. 법의 임무는 인민전체의 이익의 조화를 실현하여

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유지하는 데 있다.”34)

27) 오병선, “북한법제상의 사회주의 정의관의 일고찰”, 66면.

28) 김일성저작집 제2권, 조선로동당출판사, 1972, 145면.

29) 김영철, “자주시대의 국제법의 본질에 대한 리해”, 사회과학 제3호(1984), 53면.

30) 김억락 외, 국가와 법의 리론, 평양, 1991, 41면 이하 참조.

31) 이는 북한에서 간행된 법학사전에서 제시된 풀이들을 엮어서 정리한 것이다. 조선민 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편, 법학사전, 평양, 1971, 276면 참조(이하 법학사전).

32) 법학사전, 276면.

3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편, 정치사전, 평양, 1973, 463면(이 하 정치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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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55

이 법개념 풀이들은 법규범일반론에서부터 북한사회라는 특정한 상황아래에서

의 법의 기능에 이르는 구체화단계에 맞추어 필자가 배열하여 본 것이다. ‘분쟁

해결의 표준’이나 ‘자’와 같은 용어를 들어 법을 바라보는 것(제1단계)은 동서고

금을 막론하고 법을 인식하는 인류공통의 관념이다. 그리고 법의 본질을 강제와

제재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명령, 강제력, 행위준칙’을 법규범의 특징으로

바라보는 것(제2/3단계)은 법규범론의 차원에서의 풀이이다. 제4단계의 풀이는 이

러한 일반적인 법의 특징이 공산주의 사회에 아직 이르지 못한 계급사회(사회주

의 사회까지 포함하여)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형태를 지적하는 법개념의 풀이이자

법 기능(법의 억압적/이데올로기적 기능)의 측면까지 반영한 것이다. 제5단계는

앞에서의 법개념 풀이들이 북한 사회에서 구체화되는 형태와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6단계는 계급구조가 철폐되어 법이 인민의 전체의지를 반

영하는 법체계를 상정하고 있다.35)

자본주의 법체계와 사회주의 법체계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법은 인간

의 행위를 지도하고 어떻게 행위를 하여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의무를 부과한다

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국가에 의해서 부과되는 일반의무적 성격과 국가의

강제력에 의하여 그 준수가 보장되는, 사회성원들이 지켜야 할 행위준칙’이라는

풀이는 이른바 법의 규범성과 관련된 풀이이다. 앞에서 든 (i)과 (ii)의 풀이는 규

범으로서의 법의 성격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법개

념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다.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법의 본질적 징표로서 ‘일반의

무적 성격, 강제력, 행위준칙’을 인정하고, 그 본질적 징표들이 계급사회에서 나

타나는 형태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강제규범’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

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이들이 제시하는 법개념들에서 규범으로서의 법의 본

질과 법의 기능과 구체적 내용은 구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34) 이 개념풀이는 법원행정처, 북한사법제도개관, 1996, 52면 (주) 70에서 인용하였다. 북 한 1998년 헌법 제18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은 근로인민의 의사와 리 익의 반영이며 국가관리의 기본무기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인민국가사 회’에서의 법의 성격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장명봉, “북한헌법의 회고와 전망”, 북한법률행정논총 제10집, 고려대학교법학연구소, 1995, 88 면 이하 참조.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1982년 헌법에서도 그 이전의 헌법에서 규정한 ‘프롤레타리아독재의 사회주의국가’ 조항(제1조)을 ‘인민민주독재의 사회주의국가’로 개정한 것과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다. 법의 계급성과 보편성을 조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35) 루소 식의 일반의지가 법에 반영되는 상태를 상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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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56

이렇듯 법의 본질을 강제와 의무부과로만 파악하는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공식

적 입장은 이른바 ‘명령주의적 법개념론’(the command theory of law)을 전제하

고 있는 듯이 보인다. 19세기 영국의 법이론가 오스틴(J. Austin)은 법을 ‘한 정

치적 공동체의 주권자가 그 구성원들에게 발하는 일반명령’이라고 정의한 바 있

는데,36) 이는 명령주의적 법개념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법이 되는

명령과 법이 아닌 명령 사이의 구분은, 명령된 바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제재나 강제의 제도성 여부에 달려 있다.37) 모든 법은 명령의 구성부분과 그에

대응하는 처벌의 구성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38) 법은 주권자의 명령으

로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며 그 이행을 강제하는 데에서 그리고 오

로지 거기에서만 법의 본질을 구하는 명령주의적 법이론의 특성은, 법이 국가주

권을 장악한 계급(지배계급)이 자신에게 유리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

립한 특수한 종류의 사회규범임을 강조하는 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39) 또한

북한법이 권리보다는 의무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현상에서도 역시 잘 드

러난다 할 것이다.40)

  1.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의 맥락에서

북한의 사회주의적 법질서는, 그 이전의/기타의 계급사회에서의 법질서와는 달

리, 우월한 도덕적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되고 있다.41) 그렇다면 도구주의적 법률

관과 북한식 사회주의적 법질서의 도덕성은 모순되는가? 다시 말하자면 북한에

서의 법개념론은 한편으로는 법실증주의를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법

론을 내세우는 모순에 빠져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법철학 일반

론을 도입하고 그를 북한법체계에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36) J. Austin, The Province of Jurisprudence Determined, London, 1954, 21면.

37) J. Austin, The Province of Jurisprudence Determined, 192면 이하.

38) J. Raz, The Authority of Law, Oxford, 1983, 24면.

39) 법학사전, 276면.

40) 가령 북한법의 체계적 고찰(I), 법무부, 1992, 11면. 의무규정이 권리규정보다 상대적 으로 더 많다는 점은 단지 명령주의적 법개념이 현실화되었다기보다는 권리관계가 발 달하지 못한 권위주의적 사회의 특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41) 정치사전, 461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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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57

(1) 법실증주의의 기본특징들

앞에서 서술한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법실증주의의 관점

에 서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법실증주의는 ‘있는 법’과 ‘있어야 할 법’의 문제

는 분리되어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까닭은 법실증주의는 다음과 같은

일반적 통념들에서 출발하고 그것들을 구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은 공적인 규율로서 누구나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어서 사회적 협동이 원활하게 되기 때문이다.42) 만일 내용

을 알 수 없는 원리나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원리를 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위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판사의 판결행위를 지도할

규율들도 역시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인식가능한 규범들

을 재판규범으로 삼아야 한다.43) 그리고 일단 제정된 법은 권위가 있어야 하는

데, 즉 그 내용의 타당성을 항상 입증하지 않더라도 복종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44)

이러한 법실증주의의 기본사상은 위에서 든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풀이한 법개

념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법이라는 것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표준을

규정하여 주는 한 개의 자와 같다”는 풀이는 법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실증주의의 요청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법실증주의는 ‘경험적으로 확인가능한 실정법’만이 법이라는 견해를 취한다.

따라서 ‘있어야 할 법’, 즉 정당한 도덕규범의 기준을 충족하느냐와 상관없이 실

제로 존재하는 실정법만이 법이라는 ‘법과 도덕의 분리’를 강조한다. 이를 ‘분리

테제’(the Separation Thesis: “법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문제는 법이 마땅히 갖추

어야 할 도덕적 내용과는 분리되어 답해져야 한다”는 주장)라고 부르기로 하

자.45) 즉, 어떤 사회규범이 그 내용의 정당성과 상관없이 실정법으로서의 형식적

기준만을 충족하기만 하면 법이라는 것이다. 실정법으로서의 형식적 기준은 다음

과 같이 세 가지 유형의 사실(요소)을 통해서 구체화할 수 있다46):

42) J. Raz, The Authority of Law, 51면.

43) J. Raz, The Authority of Law, 50면;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347면.

44) D. Lyons, “Moral Aspects of Legal Theory,” in: M. Cohen (ed.), Ronald Dworkin and Contemporary Jurisprudence, 65면.

45) 이에 관해서는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15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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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58

(ㄱ) 국가권력에 의해서 제정된 규범: 어떤 규범이 국가권력에 의해서 제정

되고 공포되었다는 사실 ― 제정성(制定性)

(ㄴ) 사회적으로 실효성을 가지는 규범: 어떤 규범이 시민들에 의해서 준수

되고 있거나 국가기관에 의해서 적용되고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 ― 사회적 실

효성(實效性)

(ㄷ) 법규범으로서 실제로 승인된 규범: 어떤 규범이 한편으로는 국가기관에

의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에 의해서 행위지침으로서 사실상 승인되고 있

다는 사실 ― 승인성(承認性)

법실증주의는 위에서 언급한 실정법의 세 가지 징표들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

에 따라서 다양한 흐름으로 나타난다. 가령 오스틴은 제정성과 실효성을 강조하

여 “법이란 주권자로부터 나왔으며 그리고 국민의 대다수가 준수하고 있는 명령

들의 총합을 일컫는다”는 명령주의적 법개념을 제안하였던 것이다.47)

법실증주의의 분리테제는 바로 이러한 관념들을 표현한다.48) 분리테제에 따르

면 법개념은 도덕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도 확정할 수 있다. 즉 법이 요구하는

바와 도덕 또는 정의가 요구하는 바 사이에는 반드시 연관성이 있을 필요가 없

으니, 법은 도덕적 요청이나 도덕적 권리를 내용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도덕적

으로 정당하지 않은 내용의 명령, 금지, 허락도 법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다.49) 따라서 무엇이 법이고, 법이 요구하는 바가 타당하냐의 문제는 내용적 정

당성과 상관없이 이미 법으로 제정되어 강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나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법으로서 현실력(강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50)

(2) 법실증주의 법개념 비판: 자연법론적 법개념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에 대하여는 많은 비판들이 행해져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우선 다음의 두 종류의 비판이 새겨둘 만하다. 하나는 ‘불법논변’(不法論辨: the

46) P. Koller, Theorie des Rechts, 2. Aufl., Wien, 1997, 25면.

47) J. Austin, The Province of Jurisprudence Determined, 21면.

48)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15면. 법실증주의의 기본특징들에 대해서 는 H.L.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xford, 1983, 57면, 각주 25 참조.

49) H. 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1960. Wien, 201면.

50) 가령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16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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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59

Unlawfulness Argument)이고, 다른 하나는 ‘원리논변’(原理論辨: the Principle

Argument)이다.51)

(가) 불법논변(不法論辨)

법실증주의에 대한 불법논변의 비판은 다음과 같다52):

(i) 법으로서의 성격이나 효력이 부인될 정도로 그 내용이 너무도 정당하지

못한, 극도로 부정의한 규범들이나 규범체계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ii) 법실증주의는 내용의 정당성 여부는 묻지 않고 형식적 기준을 통과한 법

규범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법을 파악한다.

(iii) 그렇다면 위 (i)의 역사적 사실과 관련하여, 형식적 기준(제정성/실효성/

승인성)을 통과한 실정법들을 바로 그 내용의 부정의함 때문에 법으로서의 자

격을 부인하는 국가권력(입법부나 법원)의 결정이나 국민들의 결정에 대해서

법실증주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가?

불법논변은 역사적으로 관찰하건대 대부분 사회의 사람들은 법을 무언가 가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법을 준수하는 것에 일정한 도덕적인 구속력을 부여해왔다

는 점을 강조한다. 불법논변에 따르면, ‘내용과는 무관하게 법으로서 존재하고 기

능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법실증주의는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내용의 부정의

함 때문에 법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역사적 사실)에 직면하여 다음의 두 가

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하나는 법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린

당시의 입법자 및 법원, 국민들이 잘못된 법개념을 채택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다. 그런데 이 입장을 취하게 되면,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라거나 국민이 승인한

사회규범이라거나 국민들이 복종하고 지키고 있는 실효성을 가진 사회규범이라거

나 하는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을 법실증주의 스스로가 부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용의 정당함이라는 기준이

법개념을 풀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어떤 경우에는 내용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실정법은 법이 아니라고

하는 견해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입장을 취하든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은 진퇴

양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불법논변의 핵심주장이다. 이러한 곤경에서 벗어나기

51) 이에 대해서는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70면 이하 참조.

52)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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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60

위해서는 “타당한 법개념이려면 반드시 일정한 도덕원리나 정의원리에 의거하여

야만 한다”는 법개념론을 택하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

다고 해도 정의의 원리를 사소한 정도로 위반하는 실정법이나 특정한 개별적인

도덕론의 관점에서 정당하지 못하다고 평가될 뿐인 실정법의 경우 그 법적 자격

을 박탈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원리에 비추어 보아 합당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도 이끌어진다. 그렇다면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에 대한 불법논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널리 인정되고 있는 근본적인 도덕원리들에 극도로 위반하는 실정법의 경

우에만 그 법적 자격을 박탈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의 개념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도덕원리 및 정의원리는 ‘객관적

이고 보편적으로 타당할 근본적인 가치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법으로서의 자격

을 심사하는 경우 이 근본적인 가치들을 단순하게 침해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

고 중대하게 침해하였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

은 “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니다.”(lex iniusta non est lex)는 법언(法諺)으로 표현

되고 있다.53)

이와 같은 불법논변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것이 이른바 ‘라드브루흐의 공식’(die

Radbruchsche Formel)이다. 양심적이고 진지한 법실증주의자였던 독일의 법철학

자 라드브루흐는 나찌시대의 불법체제를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난 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찌 시대의 법체계를 청산하면서 실정법의 외양을 띤 불법(不

法)과 실정법을 넘어서는 법(1946)이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한 바 있다: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그 해결방식은 다음과 같을 것이

다: 제정되고 그 집행이 권력에 의해서 보장되는 실정법은 설령 그 내용이 부정

의하고 비합리적이라고 하여도 (정의의 원칙보다는) 일단 우선성을 가진다; 그

러나 실정법이 너무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정의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정당하

지 못한 법’, 즉 악법이 되며 이 때에는 정의가 법적 안정성에 우선한다. (…) 그

런데 정의가 단 한번도 추구되지 않은 경우, 즉 실정법의 제정 때 정의의 근본

을 이루는 평등이 의도적으로 부인되고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실정법은 ‘정당하

지 못한 법’[악법]조차도 못되며 법으로서의 자격 그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다.54)

53) 이 법언(法諺의 연월에 관해서)는 N. Kretzmann, “LEX INIUSTA NON EST LEX: Laws on Trial in Aquinas' Court of Conscience,” in: J. Feinberg/H. Gross(ed.), Philosophy of Law, Belmont, 1995, 8면, 17면 각주 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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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61

“극도로 부정의한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라드브루흐의

공식은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이 낳을 치명적인 결과를 잘 지적하고 있다.

(나) 원리논변(原理論辨)55)

원리논변은, 법체계라면 실정법규와 명령으로만 구성될 수 없고 일반원리들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법실증주의적 법개념론을 비판하는

논리를 말한다.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에 대한 원리논변의 비판은 일반원리가 결코

포함되어 있지 않는 법체계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일반원리들은 주로 도덕규범에서 파생된 것들인데, 가령 신의성실의 원

칙이나 공평성의 원칙, 신뢰이익의 보호 원칙 등은 특정한 실정법규들로부터 도

출되지 않고 오히려 보편적으로 인정될 도덕적인 규범으로서 법적인 분쟁 시 법

으로서 원용되는 가치들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입법자나

법원이 그 타당성을 부정하거나, 법으로서 도입하자고 선언할 수 있는 성격이 아

니라, 어느 정도 발달한 법체계라면 법체계의 합리적 작동을 위해서 또는 합리적

인 법적 판단을 위해서 반드시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규범들이다. 이와 같이 법

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도덕적 일반원리 또는 정의원리들을 ‘법원리’(法原理:

legal principles)라고 부르기로 하자.56)

원리논변에 따르면, 법실증주의는 법체계에서 실정법규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

는 일반원리들이 법으로서 인정되고 기능한다는 점을 포착할 수 없다. 물론 법실

증주의는 이러한 일반원리들이 법으로서 기능하는 까닭은 입법자나 법원이 이

일반원리들을 법으로서 명문화하거나 재판규범으로 원용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이러한 반박에 대하여 원리논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도덕적

원리들이 법으로서 승인되는 이유는 바로 그 내용상의 정당함 때문이 아니겠느

냐고 반문한다. 결국 법원리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은 법

현실을 붙잡기에는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원리논변의 핵심 주장이다.57)

54) 이 내용은 필자가 라드브루흐의 사상을 정리한 것이어서 라드브루흐의 발언 원문번역 을 보려면 G. 라드브루흐, “법률적 불법과 초법률적 법”, G. 라드브루흐(최종고 옮김), 법철학 제2판, 삼영사, 2001, 289-90면 참조.

55)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117면 이하 참조.

56) 법원리에 대해서는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14면 이하;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2. Aufl., Frankfurt/M., 1994, 71면 이하.

57) P. Koller, Theorie des Rechts, 2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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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62

(다) 자연법론적 법개념론과 북한에서의 법개념론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자연법(natural law)이란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타당

한 도덕적 행위원리들로서 법으로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규범들의 총체를 지

칭하는 개념이다. 자연법론은 이 자연법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 자연법적 규범들

이 실정법에 우선하는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견해이다. 법실증주의가 ‘분리

테제’를 제창한다면, 자연법론은 반대로 ‘결합 테제’(the connection thesis)를 내세

운다. ‘결합 테제’란 실정법규범들 외에도, 실정법의 기초를 이루며 실정법의 한

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도덕원리들 및 정의원리들 역시 법이라는 주장

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즉, 법은 반드시 도덕과 관련하여 파악되어야 하며, 일정

한 도덕원리들에 위반하는 법규들은 법으로서 자격미달이거나 ‘품질불량의 법’으

로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원리논변’(법에는 실정법규와 법

원리가 포함된다)과 ‘불법논변’(극도로 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니다)이 합쳐져서

자연법론의 ‘결합 테제’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58)

자연법 또는 ‘실정법을 넘어서는 법’이 실정법의 기초로서 실정법의 효력을 판

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때 그 심사의 강도(强度)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에 따라서 두 가지 자연법론적 법개념이 생겨난다: (i)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과

(ii) 약한 자연법론적 법개념.59)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은 자연법은 실정법의 토

대를 이루며 실정법의 개개의 규범들은 모두 직접 자연법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

어야만 한다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이 견해에 다르면, 법이란 실천이성으로부터

곧바로 내용이 도출되고 그 효력이 긍정적으로 판정될 수 있는 규범들의 총체이

다. 이러한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이 타당하려면 실정법의 내용을 그때그때 확

정해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구체적인 도덕원리들을 발견하는 것이 언제나 가

능하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은 타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입장에

서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은 허용될 수가 없을 것이다.60)

58)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39면.

59) P. Koller, Theorie des Rechts, 32면.

60) P. Koller, Theorie des Rechts, 33면 참조. 근본주의적 견해를 취하는 종교에서 법이란 그 종교의 교리를 구현하는 규범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 교리들에 위반되는 법은 법이 아니게 된다. 종교의 수장이 정치의 수장이 되는 사회에서는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이 채택될 것이다. 특정 종교의 경전이 법의 토대를 이루며 법의 효력을 판정 하는 심사기준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의 윤리가 한 사회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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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63

약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에서 자연법은 실정법의 제정과 적용을 위한 일종의

틀 또는 지도원리로서의 역할을 한다. 개개의 실정법규가 매번 자연법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하며 그 효력도 자연법의 내용을 구현하지 않는 한 부정된다는 강한

자연법론적 입장을 비판하면서, 약한 자연법론은 실정법규는 자연법을 구성하는

도덕원리들을 너무도 심각하게 위반하지 않는 한 법으로서 인정되며 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는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라드브루흐의 공식’이 약한 자연법론

적 입장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현대의 대부분 자연법론자들이 취하는 법개념이

라고 보아도 무방하다.61) 약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은 법실증주의적 법개념에서 강

조되는 제정성, 사회적 실효성, 승인성의 요소들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법실증주

의적 법개념과 다른 점이라면 실정법의 효력을 판정할 때 일정한 자연법의 원리

들에 의거한다는 내용상의 기준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 내용상의 기준을 어

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따라서 다양한 자연법론이 생겨날 것이다.

북한 법이론가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와 주체사상을 법과 관련하여 다루

는 문헌들을 보면 북한의 법개념론은 ‘강한 자연법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자연법론이란 법 개념이 어떤 법체계에서이건 반드시

객관적인 도덕의 요소를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보편적 결합테제를 강조한

다면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계급사회에서 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란 도덕과

결부될 수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가령 다음의 주장들을 보도록 하자:

㈀ 노예소유자계급의 독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고조선의 8조 법금(法禁):

“법금8조는 당시 로예소유자적 생산관계를 반영한 법으로서 로예소유자계급의

지배와 그의 재산을 철저히 보호하였다. 법금8조는 로예소유자 계급의 생명과

재산을 철저히 보호하고 근로대중에 대한 무제한한 착취와 략탈을 보장[한] 로

예소유자법이었다.”62)

일한 도덕이 되는 정치체제는 일종의 ‘독재국가’의 형태이며 이미 근대 계몽주의가 극복하고자 했던 정치체제이자 법체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강한 자연법론적 법개념은 근대사회의 핵심이념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견해임에 틀림없다. 역사적 예로는 카톨릭 이 지배하던 중세 봉건체제, 이슬람, 크롬웰의 청교도 독재, 캘빈의 신정체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법체계도 강한 자연법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가능하겠지만 이 논문에서는 북한의 법체계를 법실증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하 고자 한다.

61) P. Koller, Theorie des Rechts, 33면 참조.

62) 법학사전, 269면. 이러한 전통법률사관에 대한 비판은 최종고, 북한법, 455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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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64

㈁ 봉건지배계급의 지배수단으로서의 고려의 형률(刑律): “고려 형률은 그것

을 어기는 모든 경우에 법에 걸려 가혹히 징벌할 수 있게끔 요약 서술함으로써

봉건통치의 학정과 특권적 량반계급을 반대하는 인민들의 온갖 투쟁을 아무 때

나 또 아무 데서나 징벌할 수 있게 한 악랄한 독재수단이었다.”63)

㈂ 경국대전(經國大典): “경국대전은 리왕조의 봉건지배계급이 저들의 정치

적 지배를 유지강화하기 위하여 리조시기에 확립된 통치기구와 법률제도의 기

본을 종합체계화한 리조봉건국가의 반동적 기본법전이었다.”64)

㈃ 대전회통(大典會通): “대전회통은 보다 효과적인 수법으로 인민들을 착취

하여 통치계급을 반대하는 피착취근로대중의 투쟁을 더욱 더 가혹하게 탄압하

기 위한 반인민적인 도구였다.”65)

㈄ 자본주의 법: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은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을 공개적으

로 선포하고 법제화한 로예사회나 봉건사회의 법과는 달리 신분적 특권을 폐지

하고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과 자유를 옹호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법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신성화함으로써 지주, 자본가계급이 로동계

급을 비롯한 근로대중을 무제한하게 착취하고 억압하는 데 복무한다. (…) 그럼

에도 불구하고 부르조아학자들은 법이 사회경제제도의 반영이라는 것을 거부하

고 그 어떤 ‘신’의 의사나 ‘인간의 자연적 본성의 발현’으로서 묘사한다. 또한

그들은 부르조아법의 계급적 성격을 부인하고 그것이 마치 모든 사람에게 ‘평

등’과 ‘자유’, ‘권리’를 보장해주는 듯이 묘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반동적

인 부르조아계급의 계급적 본질을 숨기고 그것을 영구화하고 신성화하려는 기

만술책에 지나지 않는다.”66)

위와 같이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사회주의 법체계 또는 북한 법

체계에서는 법이 도덕과 진정으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67) 이

는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법개념이 도덕과 필연적인 연관성을 가진다는 ‘결합테

제’보다는, 법개념은 역사적으로 특정한 사회에서만 우연적으로 연관된다는 ‘분리

테제’, 좀더 정확하게는 ‘필연적 결합테제의 부정론’(분리가능성 테제: the

Separability Thesis)을 취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후술하는 포

용적 법실증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63) 법학사전, 27-8면 참조.

64) 법학사전, 17-8면 참조.

65) 법학사전, 165면 참조.

66) 정치사전, 461면 이하 참조.

67) 정치사전, 4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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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65

(3)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법원리주의에서 바라본 북한의 법개념론

북한에서 번역․출판된 「법학기본지식강화」(1981)에서는 자본주의 법체계에서

등장한 법철학 사조들을 고찰하면서 오스틴의 법실증주의는 “법률은 지배자의

명령이며 ≪나쁜 법도 법≫이라고 찬양하면서 근로대중에게 자산계급의 법률에

절대복종할 것을 요구하였다”라고 비판한다.68) 이러한 비판의 근저에는 ‘자본주

의 법은 악법’이라는 가치판단이 놓여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법은 법

이 아니라는 입장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법은 자본제적 생산관계의 유지를 위한

법이며 계급지배의 도구라고 지적하는 태도는 ‘법이냐 아니냐의 문제와 좋은 법

이냐 악법이냐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는 법실증주의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법은 ‘주체사상’의 원리들의 실현을 위한 한 수단이며, 특히 주체사상의

실현을 전반적으로 수행할 수령과 노동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할 과

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법의 사명은 “수령을 정치적으로 보위하고

혁명의 전취물을 수호하며 당정책을 관철하는”데 있으며,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

이 자기의 력사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담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69) 그리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독창적인 사회주의 법리론

을 지침으로 하여 법건설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선언할 때 북한 법체계의 최고

구성원리의 맥락에서 입법 및 사법, 행정이 이루어져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70)

주체사상이 법제정, 법해석과 법적용의 분야에 확고하게 안착하여 북한 법체계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론적으로 가공하는 것이 ‘주체의 법리론’의 핵심과

제인 것이다.71)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으로서의

주체사상’을 법제정, 적용, 집행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는 것을 1992년의 헌

법 제3조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북한의 법체계는 사회주의 이념의 하위

이념이 아닌, 독자적인 이념으로서 제창된 ‘주체사상’의 실현이라는 기능을 수행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즉 북한의 공공적 도덕(pubic morality)으로서 주체

68) 자세한 내용은 최종고, 북한법, 632면 참조.

69) 사회과학원법학연구소, 사회주의 법에 관한 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리론, 평양, 1971, 227면.

70) 사회과학원법학연구소, 사회주의 법에 관한 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리론, 4면.

71)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0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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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은 북한법에 내재하는 원리이자 북한법이 지향하는 법이념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72) 이러한 북한법체계의 특징에 대한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자기이

해를 영미법철학에서 제기되고 있는 포용적 법실증주의(inclusive legal positivism)

의 한 변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좀더 살펴보도록 하자.

(가)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원(法源)

사회주의 법이론가들이 그러하듯이, 북한의 법이론가들 역시 법의 원천이자 존

재형식으로서의 법원(法源)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는 성문법규범만을 인정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중앙집권제원리에 따라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헌

법과 법령(法令), 주석의 명령, 행정부에 해당하는 각종 최고 국가기관들 및 위원

회들의 정령(政令) 및 결정, 하위 국가기관들의 지시가 그러한 성문법규범을 이

룬다.73) 판례나 관습법은 법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그 논거는 다음과 같이 추

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역사적인 논거로서, 관습법이나 판례는 북한법이

형성되고 정립되어 가는 무렵에 ‘로동계급’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지배

계급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74)

또 다른 논거는 민주주의 논거(the democracy argument)일 것이다. 즉,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입법부와 국가기관에서 제정하고 발표하는 법규범에 민주적 원

리에 의해서 구성되지 않은 사법부의 결정이 동렬의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이다. 사법부는 법을 적용하는 기관일 뿐 법을 제정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 북

한 법체계를 구성하는 기본입장이다.75)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북한에서 이른바 ‘조리(條理)’에 해당하는

정치적 도덕이념들이나 법의식이 법원(法源)으로서의 기능을 실질적으로는 인정

72)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02면 참조.

73) 법제처, 북한법제개요, 북한법제자료 제1호, 1991, 9면 이하.

74) 전통법에 대한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비판적 태도에 관하여는 최종고, “북한의 전통법 률사관”, 서울대학교 법학 제31권 제1․2호, 1990, 112면 이하 참조.

75) 가령 조일호, 조선가족법, 평양, 1958, 46면. 이러한 발상은 북한의 법체계에만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사법부의 권한에 대한 제한론은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이른바 ‘커 먼 로’(common law)체제에 대한 비판적 운동과도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 19세기 영 국에서 벤담이나 오스틴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적 법실증주의자들은 관습법과 판례법 이 가지는 수구성을 비판하면서 영국 법체계 개혁의 핵심으로서 최대다수의 행복과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법이 커먼 로를 대체하여야 한 다고 주장하였다. 이 점에 관해서는 G. Postema, Bentham and Common Law Tradition, Oxford, 1986, 14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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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67

받아 왔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 법체계 수립의 초창기에는 재판을 할 때 성문법

이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인민의 이익’과 ‘민주주의 법의식’이라는 기준에 의하

여 판단한다는 법률들이 제정되거나 제안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76) 1945년 11

월 16일에 발해진 북조선 사법국 포고 제2호 「북조선에 시행될 법령에 관한 건」

을 보면 “1945년 8월 15일 조선에서 그 효력을 상실할 법령중 조선 신국가건설

및 조선고유의 민정(民情)과 조리(條理)에 부합치 않는 법령 및 조항을 제외하고

그 밖의 법령은 신법령을 발포할 때까지 각각 그 효력을 존속함”이라고 규정하면

서 ‘민정(民情)과 조리(條理)’의 법적 중요성을 선언하고 있다.77) 1946년 3월 6일

에 공포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결정 제3호의2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사법국․

재판소․검찰소의 구성과 직무에 관한 기본원칙」 제20조를 보면 “판사는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재판하되 법률에 규정이 없을 때에는 그 민주주의적 의식과 조

선인민의 리익에 립각하여 재판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주의적 법

의식이 직접적인 법원이 될 수 있음을 명백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와 같은 규정들

은 법의식이 성문법의 흠결만을 보충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북한 법체계를 형

성해가는 추동력이 된다는 자각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러한 경향은 소비에트 러시아의 법체계가 형성되어가던 무렵의 1920년대의

법실무 및 법이론에서 ‘혁명적 법의식’을 강조하던 진행과정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이다.78) 제정 러시아의 구법체계 중 어떤 법률들을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를 둘

러싸고 1917년 11월 23일 발해진 포고 제1호는 ‘법원의 조직과 활동에 관한 것’

이었는데, 여기서 “각 지방재판소는 구 제정러시아의 법률들은 공식적으로 폐지

되지 않았고 혁명적 양심과 혁명적 법의식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 판결의 지침

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법실무의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당

시 소비에트 법이론가였던 레이스너(M. Reisner)는 ‘혁명적 양심’과 ‘혁명적 법의

식’(revolutionary legal consciousness of the proletariat)이, 사회주의적 실정법이

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혁명적 정의관’(revolutionary justice)의 기초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고,79) 이를 논증하기 위하여 동시대의 법이론가

76) 대륙연구소 편, 북한법령집 제1권, 1990, 181면 참조.

77) 이 점에 관해서는 홍극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제정사, 평양, 1986, 16면 참조 (강조와 밑줄은 첨가).

78) 이에 대해서는 한스 켈젠(장경학 역), 공산주의 법이론, 122면 이하 참조.

79) M. Reisner, “Law, Our Law, Foreign Law, General Law,” in: H. Babb (ed.), Soviet Legal Philosophy, 8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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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뻬뜨라찌츠키(Petrazhitskii)가 제창한 심리주의적 법이론에 기대어서 인민의

혁명적 법의식을 ‘계급적 직관법’(class intuitive law)으로 파악하였다.80)

이와 유사하게 당시 북한의 법이론가들도 ‘민주주의적 법의식’81)이 ‘법의 원

천’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가령 60년대 북한의 민법학

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해방된 조선인민은 자기들의 민주주의적 의식에 의하여 일제의 모든 법률

들을 철폐하고 그것을 무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는 바, 이것은 법률적 측면을 고

찰할 때 해방 첫 시기에 벌써 우리나라에서는 인민들의 민주주의적 의식이 사

실상에 있어서 법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민주주의적 의식형태의 법 원천은 다른 모든 법부문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민법에 대해서도 원칙적 의의를 가지는 기본규범이었다.”82)

이때 법의식이란 ‘법적 제문제에 관계되는 일정한 사회정치적 이념․원칙 또

는 요구의 총체’를 의미하는데, 해당하는 문제에 대한 당의 정책에서 집약적으로

정확하게 표현되며 변화하는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들에 대하

여 성문법규가 없을 경우에 원용하여 법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척도로서 파악되었다.83) 또한 민주주의적 법의식이란 ‘단순한 어떤 심

80) M. Reisner, “Law, Our Law, Foreign Law, General Law,” 89면. ‘혁명적 법의식’을 강조한 레이스너의 심리주의적 법이론은 스뚜치까(P. Stuchka)에 의해서 비판을 받게 된다. 법이 단순히 심리적 현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발상 위에서 스뚜치까 는 법의 존재양식을 ‘토대로서의 법’, ‘규범의 형식으로 표현된 추상적 형태로서의 법’, ‘이데올로기적 형태로서의 법(정의이념, 법의식 등)’으로 유형화하고 ‘계급적 직관 법’은 토대(생산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실정법규범의 형식으로 객관적으로 표 현되어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P. Stuchka, “The Revolutionary Part Played by Law and the State ― A General Doctrine of Law,” H. Babb (ed.), Soviet Legal Philosophy, 28면 이하 참조. 소비에트 법이론의 형성과 전개과정에 관해서는 한스 켈 젠(장경학 역), 공산주의 법이론, 명지사, 1983; 藤田 勇, ソビエト法理論史硏究, 東京, 1976; N. Reich/H. Reichel, Einführung ind das sozialistische Recht, München, 1975; 조국, “소비에트 사회주의 법 형법이론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법학 석사학위논문, 1989 참조.

81) 당시 북한의 각종 법령이나 법률문헌들에서는 ‘민주주의적 법의식’ 대신 ‘법의식’, ‘민 주적 의식’, ‘민주주의적 의식’, ‘민주적 법의식’ 등의 용어들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법 무부, 북한법의 체계적 고찰(I): 민사관계법, 법무자료 제166집, 1992, 24면 이하 참조.

82) 서창섭, “공화국 민법의 발전”, 우리나라 법의 발전, 평양, 1960, 11면.

83) 조일호, 조선가족법, 4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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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69

리적 범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 인민의 이익과 의사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 법적 이념의 총체’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기도 하였다.84) 초

기의 북한 정권수립 시에 민주주의적 법의식은 중요한 법적 문제들에 직접적으

로 적용됨으로써 1920년대의 소비에트 러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 법체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된다.85)

북한 법체계가 안정되어 가던 무렵인 50-60년대에는 맑스-레닌주의가, 70년대

이후에는 주체사상이 법학연구의 지도적 지침이자 법해석 및 집행의 지도원리임

을 강조하는 데서도 ‘조리’의 법원성을 확인할 수 있다.86) 이들은 법의 ‘흠결’시

또는 이른바 ‘하드 케이스’(hard cases)의 경우 원용할 수 있는 이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법학자들이 취하는 이러한 태도들을 지나치게 이데올로

기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한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다음과 같

은 견해와 비교하여 보자.

“권력분립 및 법치국가의 핵심적 요소로서 ‘법관은 법률에 따라서 재판하여

야 한다’는 전통적인 法律羈束原則은 독일 입헌민주주의 법체계에서는 ‘법원의

판결은 법과 법률에 구속된다’[독일 헌법 제20조 제3항]는 원칙으로 변형되었

다. 이는 [독일 법체계가] 협소한 법률실증주의(ein enger Gesetzespositivismus)

적 입장을 거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법과 법률’이라는 표현은, 실정법률

(Gesetz)과 법(Recht)이 대체로 실제에서는 서로 중첩되기는 하지만, 법이 실

정법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보존하고 있다. 즉 법은 실정법

규들 총합 이상의 무엇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제정한 실정법에 대

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의미전체로서 입헌적 법질서 내에 그 근원을 두고 있

는, 실정법 이상의 [법에 있어서] 무엇(ein Mehr an Recht)이 존재할 수 있

고, 이것은 국가권력에 의해서 제정된 실정법규에 대해서 교정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법에 있어서 ‘실정법 이상의 무엇’을 찾아내어 판결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법원의 과제이다. (…) 다시 말하면 법원의 과제는 입헌적 법질서에 내재

해 있지만, 실정법의 문언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거나 불충분하게 표현된, 가치

들 및 규범들을 (가치)평가적 활동을 통하여 (…) 분명하게 드러내어서 판결에

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법관은 이때 자신의 개인적인 자의적인 견해로부터 벗

84) 서창섭, “공화국 민법의 발전”, 11면.

85) 최달곤, “한국․북한 가족법의 이질성과 동질성”, 가족법연구 제3호(1989), 190면.

86) 가령 김일성종합대학출판부 편, 민법(I), 1973, 5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창 시하신 주체사상은 (…) 우리 시대의 가장 정확한 맑스-레닌주의적 지도사상이며 공화 국민법학 연구의 지도적 지침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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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서 합리적인 논증에 자신의 판결을 근거지어야 한다. (…) 법원의 결정은

실천이성의 규준과 사회에서 타당하다고 인정된 일반적 정의관념에 따라서 법

률의 흠결을 보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87)

일단 성문법이 우선이지만 성문법을 적용하는 경우 너무도 부당한 결과를 초

래한다면 사법부는 개개의 성문법을 넘어서는, 그러나 법체계에 내재하는 이념들

에 따라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한다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견해와 북한법이론

가의 견해를 비교하면, 그 이념의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양 법체계 법이론가들의 기본적인 발상은 유사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반

응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협소한 법실증주의의 관점’에 서

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다른 하

나는 모든 법체계가 실은 성문법에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해당의 법질서에 내재

해 있는, 또는 그 법질서가 지향하는 가치들이나 이념들을 필요한 경우 법해석의

지침으로 원용하고 있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다. 즉, 이른바 ‘법원리들’

이 어떠한 법체계에도 이미 편입되어 있다는 ‘편입(編入)의 사실’(the fact of

incorporation)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이 ‘편입의 사실’에서 출발하여 성문법규

외에도 법원리를 법으로서 인정하자는 후자의 입장을 우리는 ‘법원리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88)

북한의 법체계를 법원리주의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면 북한의 법체계의 실체

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헌법 외에도 각 기본법

들의 경우에 사회주의 정치도덕과 주체사상이 편입되어 지도적 원리로 자리 잡

고 있다는 점89)은 대한민국의 법체계에 자유민주적 정치도덕과 사회국가의 이념

이 배경도덕이 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 내용상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리들을 법원리로 보는 법원리주의의 유용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고 생각한다.

(나)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과 도덕의 다층적 관계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명령주의적 법개념 또는 법실

87) BVerfGE 34, 269(288)(밑줄과 강조는 필자가 첨가한 것임).

88)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13면 이하 참조.

89) 이 점에 관해서는 법무부에서 출간한 법무자료집 북한법의 체계적 고찰 I, II, III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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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71

증주의적 법개념론을 택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주체의 법이론’에서

제시되는 바는 주체사상이 북한법체계의 최고 법원리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

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한편으로는 도덕에 대해서 중립적인 법률관

(a morally neutral notion of law)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법률관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피상적으로 고찰한다면 명령주의와 법원리주의가 혼재해

있는 법률관을 제창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다.90)

사회주의 법이론 및 북한의 법이론에서 법과 도덕의 관계에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91) 하나는 기존의 계급사

회에 대한 비판의 차원(가치평가적 차원: ethical-critical dimension)이고, 다른 하

나는 일종의 메타윤리적/법이론적 차원(metaethical/metalegal dimension)이다. 전자

의 차원에서 보면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발언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의 법이 가지는 속성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함유하고 있다. 착취하

는 지배계급이 피착취계급을 억압하는 강제수단의 일종이라는 발언은 이러한 부

정적인 윤리적 평가에서 나온 것이다. 이 차원에서의 법에 관한 진술들은 정서적

으로 농도가 짙은, 격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92) 그러므로 명령주의적 법개념

에 의존하여 자본주의적 법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후자의 차원에서 나오는 법이론적 진술들은 가치평가적 차원에서 제시된 발언

들과는 구분된다. 여기서는 법질서 그 자체의 존재와 존속에 관하여 다룬다. 법

체계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가지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계급사회이건

사회주의 사회이건 법으로 편입되고 법에 의해서 시행되는 몇몇 근본적인 가치

들은 사회구성원들 전체(또는 대다수가)가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93) 이 메타윤리적/법이론적 차원에서는 사회주의 법이론가들 및 북한의 법

90) 이를테면 맑스주의 법이론을 ‘자연법의 재현’으로 특징지은 켈젠의 견해(한스 켈젠 (장경학 역), 공산주의 법이론, 45면)를 인용하면서 최종고, 북한법, 560면에서는 이러 한 북한법체계와 북한법학의 비일관성을 지적하고 있다.

91) 이 점은 W. Lang, “Law and morality from a marxist point of view,” C. Varga (ed.), Marxian Legal Theory, New York, 1992, 143면 이하 참조.

92) 전형적으로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에서 볼 수 있는 법에 관한 진술들이다. M. Cain/ A. Hunt (ed.), Marx and Engels on Law, London, 1979 참조.

93) W. Lang, “Law and morality from a marxist point of view,” 144면. 이 가치들이 객 관적인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논증하려는 이론이 이른바 ‘자연법론’이고, 사회적 관행 (social convention)의 산물이라고 논증하려는 이론은 ‘법실증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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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72

이론가들은 법에 내재하는 가치들, 즉 법 그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긍정적인 도

덕적 가치들(moral values intrinsic to law)을 기꺼이 인정한다. 북한 법체계에서

법의 도덕적 내용에 관한 북한의 법이론가들의 진술들을 고려하고 일반 사회주

의 법이론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구분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94):

(1) 보편적 가치들: 어떤 사회이건 존속하고 작동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도덕적 가치들 중 최소한의 내용으로서 법체계에 의해서 강제되고 보호되어

야 한다: 생명보호, 일정정도의 신체안전과 자유 보호, 일정정도의 평등 등

(2) 법적 강제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요청: 형식적 평등(같은 것은 같게, 다

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라는 요청, 공평무사의 가치)

(3) 역사적으로 축적된 공통적으로 승인되는 가치들: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현 단계에서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들 ― 기본적인 인권, 이등국

민제금지의 원리(Anti-Caste Principle), 인종차별금지의 원리 등

(4) 역사적으로 상대적인 가치들: 특정 법체계에 특유한 가치들로서 자본주

의적 가치들, 사회주의적 가치들을 들 수 있다.

이 중 (1)의 도덕적 가치들이 바로 하트가 말한, 어느 정도 발달한 법체계라면

그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할 ‘자연법의 최소한의 내용’(the

minimum content of natural law)을 이룬다.95) 맑스주의의 가장 근본이 되는 최고

의 도덕적 가치는 개인이 가지는 개성과 잠재력의 자유로운 발현이며,96) 주체사

상의 경우에도 ‘인간의 자주성’의 발현이다. 이로부터 쌓아올려진 정치도덕이 전

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흘러간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그 주장하는 바는

‘인간의 자주성과 행복’이다. 물론 그 실현하는 방법론상의 차이는 나지만, 이 가

치는 공리주의 윤리학에서도, 칸트의 윤리학에서도 강조되는 바이다.97)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자본주의 법체계를 비판하는 것은 여기에서는 보편적인 가치인 ‘개

인의 자주성과 행복’이 실현될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98) 가령 김일성의 다

94) 이 구분은 W. Lang, “Law and morality from a marxist point of view,” 145-146면 참조.

95) H.L.A. Hart, The Concept of Law, 2nd edition, Oxford, 1994, 191면.

96) 맑스의 윤리학에 관해서는 E. Angehern/ G. Lohman (ed.), Marx und Ethik, Königstein, 1986 참조.

97) 가령 A. Gewirth, Reason and Morality, Chicago, 1978.

98) “이러한 보편적인 가치들을 의도적으로 완전하게 부정하는 법체계나 법이 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가?”라는 라드브루흐식의 물음에 대하여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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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73

음과 같은 발언을 보자:

“사회주의 사회에서 근로대중이 사회의 주인으로 되고 그들의 인격과 권리

가 최대한으로 존중되는 것은 바로 그들이 국가주권과 생산수단의 주인으로 되

고 있기 때문입니다.”99)

북한의 정치도덕과 법이 인격의 발현이나 권리의 실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명목상으로라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법이론가들은, 북한에서와

는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법은 외양만 그럴 뿐 전혀 이 보편적 가치를 실현

할 정치사회적 관계가 갖추어지지 않았음을 비판한다. 즉 부르조아법이 모든 공

인을 ‘평등’하게 대하며 누구에게나 동일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듯이 가

장하는 것은 근로대중을 가혹하게 억압․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옹호

하며 근로대중에게 헐벗고 굶어죽을 자유밖에 주지 않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100)

이렇듯 사회주의 법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법체계에서의 법은 착취계급의 의

사만을 반영할 뿐이지만, 발전도상의 사회주의 법체계에서 법은 인민의지의 다양

한 표현형식들을 반영함으로써 도덕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 사회주의

법체계에서는 도덕적 요소들이 사회적 삶에서, 특히 법에서 점점 커다란 중요성

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법의 강제적 성격과 더불어 도덕적 성격 또한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101) 즉 사회주의 법은 사회주의적 도덕 및 정의관을 반

영하고 실현하는 도덕적 가치를 가지게 되면서 법과 도덕의 관련성이 밀접해진

다는 것이다.102)

특히 1992년 헌법에서 1972년 헌법 제10조의 ‘프롤레타리아독재 실시’규정을

‘인민민주주의독재강화’ 조항(제12조)으로 변경한 것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나마,

법이 전체인민의 일반의사를 구현하는 규범으로서 도덕적 가치와의 관련성이 긴

대답을 할까? 법을 명령과 강제로만 보고 법으로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1)의 가 치와 (2)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완전하게 부정하는 규칙은 법이 아니라는 견해를 취할 것인가? 그러한 경우에도 강제성과 법의 형식(legal form)을 취한다면 법이되, ‘악법’ 이라는 견해를 주장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99) 김일성저작집 제27권, 조선로동당출판사, 1985, 597면.

100) 법학사전, 301면.

101)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296면 참조.

102)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221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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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74

밀해져간다는 점을 암시한다. 게다가 92년 헌법 제3조에서 ‘사람중심의 세계관’

을 규정하여 주체사상이 헌법원리와 법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

주고 있다.103)

(4) 북한 법체계에서의 승인율

(가) 하트의 승인율 이론: 개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시피 20세기 법철학 및 법이론의 위대한 업적들 중 가

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모든 법체계의 근저에는 이차적 규범으로서 승인율

(the rule of recognition)이 놓여있다”는 점을 논증한 하트(H.L.A. Hart)의 승인율

이론이다.104)

하트에 따르면, 법은 일차적 규범군과 이차적 규범군의 통일체이다. 일차적 규

범은 사회구성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부여하는 규범이고, 이차적 규범

은 이 일차적 규범들을 누가 도입하고, 개정하고, 폐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절차에 걸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상관하는 규범이다. 법은 바로 일차적 규범

군과 이차적 규범군이 통일된 규범체계(‘law as a union of primary rules of

obligation and secondary rules’)로 파악해야 하며, 이 점이 ‘법이론의 핵심열

쇠’105)라는 것이 하트의 근본생각이다. 하트는 존 오스틴에 의해서 대표되는 명령

주의적 법실증주의의 가장 큰 결점으로 법을 일면적으로만, 즉 제재를 수반하는

요구규범 또는 금지규범으로만 파악했다고 비판한다.106)

하트는 이차적 규범을 세 가지 종류로 나눈다. 낡은 일차적 규범들을 폐지하고,

새로운 일차규범들을 도입하여 법체계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변경률(rules of

change), 일차적 규범들의 내용이나 그 목적이 불분명하여 도대체 한 법규를 위반

했는지를 알 수가 없어 사회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분쟁해결에 지장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재판절차와 기관을 정하여 법체계의 효과력을 높이는 재판률

(rules of adjudication), 도대체 한 규범이 법에 속하는 지 아닌지 효력이 있는 법

규인지 아닌지 자체가 불확실할 때 이를 판별해 주는 승인율107)이 그것들이다.

103) 북한 헌법의 변화에 관해서는 장명봉, “북한헌법 50년”, 이장희 외, 북한법 50년, 그 동향과 전망,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1999, 43-76면.

104) J. Raz, Practical Reason and Norms, 146면;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19면 이하.

105) H.L.A. Hart, The Concept of Law, 81면.

106) H.L.A. Hart, The Concept of Law, 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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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75

승인율은 한 규범이 공동체의 법규범으로서 인정되기 위해서 반드시 충족해야

만 하는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다른 규범들의 법규성과 효력을 판정하는 기준이

므로, 한 법체계의 최고의 규율을 이룬다. 왜냐하면 자신의 효력은 해당 법체계

내의 다른 법규범들로부터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108) 따라서 승인율은 의무부

과적 규범들을 “法以前의 세계에서 법의 세계로”(“from the pre-legal into the

legal world”)109) 변환하는 기능을 가진다. 우리는 하트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

식화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체계 존재의 최소조건 ― 임의의 법체계가 존재하려면, 적어도 의무를 부

과하는 일차적 규범과 이 일차적 규범이 법규범으로 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

는 조건을 명시하는 승인율이 있어야 한다.110)

이를 ‘승인율의 필연성 테제’라고 이름 붙이기로 하자. 하트의 생각에 따르면,

승인율의 내용은 각각의 법체계마다 다르다. 영국의 예를 들자면, “의회에서 (여)

왕이 제정하는 것이 법이다”111)라는 규율이 영국의 궁극적인 승인율이다. 이 승

인율에 따라 영국시민들,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는 무엇이 법인지를 인식할 수

있고,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는 지를 판별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i) 무엇이 법

인지를 확인하는 승인율의 법 인식기능(identification function)과 (ii) 어떤 규범이

법으로서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법효력 판별기능(validation function)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112)

(나)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북한의 법이론

법원리주의는 통상 비법실증주의 또는 자연법론의 이론적 기초로 파악되고 있

107) H.L.A. Hart, The Concept of Law, 95면에 따르면 승인율은 무엇이 일차적 의무규범 들인가를 확정하는 규범(a rule for conclusive identification of the primary rules of obligation)으로 정의할 수 있다.

108) H.L.A. Hart, The Concept of Law, pp.105-7.

109) H.L.A. Hart, The Concept of Law, p.94.

110) 하트의 승인율 이론에 대한 짤막하지만 명쾌한 분석으로 J. Raz, Practical Reason and Norms, 146-148면 참조.

111) H.L.A. Hart, The Concept of Law, 107면.

112) J. L. Coleman, “Authority and Reasons,” in: R. P. George (ed.), The Autonomy of Law. Essays on Legal Positivism, Oxford, 1996, 287-319면, 특히 여기서는 291면 이 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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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76

지만, 실은 법실증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 현대 법철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

용적 법실증주의’(inclusive legal positivism)는 법원리주의와 양립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고전적 저서 법의 개념에서 하트는 법과 도덕의 필연적 관련성을 부

인하면서도, 법과 도덕사이에 역사적으로는 사실상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는 점을 지적하였다:

“어떤 법체계들의 경우에는, 가령 미국의 법체계의 경우, 법효력을 판단하는

최종기준은 정의의 원리라든가 실질적인 도덕규범들을 통합하고 있다.113)

게다가 하트는 많은 법실증주의자들을 당황하게 한, 법체계라면 ‘최소한의 자

연법적 원리들’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명제를 제시하였고,114) 여기에 덧붙

여서 “법의 개념” 제2판 후기에서 법을 인식하게 하고 판별하는 기능을 하는 승

인율은 도덕적인 기준을 포함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여,115) 법실증주의 진영내부

의 논쟁을 가속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116) 통합테제 또는 편입테제(the

Incorporation Thesis)라고 부를 수 있는 하트의 이 주장이 이른바 법실증주의 내

부의 두 가지 갈래, 즉 배제적 법실증주의(exclusive legal positivism)와 포용적

법실증주의 사이의 본격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117)

배제적 법실증주의는 법을 인식하고 법에 효력을 부여하는 승인율은 도덕적

기준을 배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포용적 법실증주의는 승인율에 도덕적

기준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합의된 도덕적 근거로서 정의원리는 판사가

113) H.L.A. Hart, The Concept of Law, 204면.

114) H.L.A. Hart, The Concept of Law, 191면;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xford, 1983, 112면.

115) H.L.A. Hart, The Concept of Law, 250면: “(T)he rule of recognition may incorporate as criteria of legal validity conformity with moral principles or substantive values.” 그 리고 풀러에 대한 논평 중에서 하트는 “승인율의 내용에 도덕기준을 배제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no logical restriction on the content of the rule of recognition’)는 점도 인정한다. H.L.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361면.

116) 이 논쟁에 대해서는 Legal Theory Vol. 4(1998), 249-547면을 참고.

117) 이 구분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W. Waluchow, Inclusive Legal Positivism, Oxford, 1994. 이에 관한 참고문헌으로는 R. P. George (ed.), The Autonomy of Law. Essays on Legal Positivism, Oxford, 1996; B. Bix (ed.), Analyzing Law: New Essays in Legal Theory, Oxford, 1998; J. Coleman/S. Shapiro (ed.), The Oxford Handbook of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f Law, Oxford, 2002, 104-16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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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77

자신의 법적 추론에서 법규범으로서 원용하여 기존의 판례나 제정법규를 비판하

는 근거로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정의원리의 법적 권위는, 정의이념을

법원리로 인정하는 승인율에 의해서 부여된다.118) 배제적 법실증주의는 전통적인

법실증주의적 법개념 확정기준인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정되었는가’와 ‘사회적

현실력을 가지고 있는가’로 법을 파악하고자 한다.119) 포용적 법실증주의는 이러

한 ‘법적 혈통’ 외에도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동과정에서 생겨나 관행으로 발전된,

사회적 사실로서의 규범적 기대들 ― 가령 공평함(fairness), 호혜성(reciprocity),

정의(justice) 등―을 법을 판단하는 승인율의 중요한 기준으로 인정한다.

포용적 법실증주의에서 말하는 ‘도덕원리’란 반드시 정당한 도덕일 필요는 없

다. 해당 법체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관행윤리나 정치적 이념도 그러한 도덕

원리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법체계에서 주체사상은 “무엇이 법

인지를 판단하거나 법효력을 부여하는 최종기준”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주체사상이 북한법의 주요한 법이념적․법이론적

토대를 이루며 심지어 북한의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조직하는 최고의 이념

이라는 점은 북한의 법률가들과 법담당자들이 승인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북한의

법체계의 최고원리로 편입되어 들어와 있다(편입의 사실).120) 가령 1992년 헌법

제3조에서는 북한의 법체계는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

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고

함으로써 주체사상이 북한의 법체계로 편입되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다) 북한 법체계에서의 승인율

하트의 승인율 이론을 북한의 법체계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트의 승인율

필연성 테제에 따르면 북한 법체계에서도 승인율이 존재한다. 북한에서는 제정성

과 강제성, 실효성과 더불어 주체철학의 원리들이 중요한 법판별 및 법효력부여

기준으로서 승인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법체계에서의 승인율은

법이란 입법부에서 제정되고 그리고 주체철학의 원리들에 위배되지 않는, 실

효력(實效力)을 가진 강제규범이다.

118) W. J. Waluchow, Inclusive Legal Positivism, 139면.

119) R. Alexy, Begriff und Geltung des Rechts, 16면.

120)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4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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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주체철학과의 일치’라는 내용적 기준이

첨가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이론가들에 따르면 이 주체철학의 원리들은 북한 사회뿐만 아니라 계

급사회의 전 단계에도 보편적으로 타당하며 적용된다. 즉, 이 원리들은 북한 사

회의 공공적 도덕(public morality)의 초석을 이룬다. 그리고 이 공공적 도덕은 북

한법으로서 인식되고 효력을 가지기 위하여 충족되어야 할 내용상의 기준인 것

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법이론가들의 공식적 입장은 ‘포용적 법실증주의’의 실질

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후술하는 ‘합법성(合法性:

legality)’ 항목과 관련해서 좀더 상세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5) 과도한 법원리주의의 위험성

북한법체계가 법원리주의의 특징을 보인다는 것은 혁명적 법의식, 맑스-레닌주

의, 주체사상이 구현된 헌법상의 원리들(사회주의, 주체사상, 집단주의, 계급노선,

군중노선, 민주주의 중앙집권제 등)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법원리주의를 이

론적으로 확립한 알렉시(R. Alexy)는 구체적인 전범(典範)으로서 독일 법체계를

드는데, 실천이성의 원리,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사회국가원리, 연방주의 등의

근대 이성법사상의 정치도덕들이 독일 법체계로 편입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

다.121) 성문법, 판례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정치도덕들(political morality)의 맥락에

서 법체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법원리주의의 기본 발상은 북한법체계를 고찰하는

데에도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내세우는 ‘주체의 법이론’은 법원리주의의 과도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원리의 주요형태와 근원은 개인의 권리를

정당화하는 가치들 및 이념, 정치적 공동체의 운영과 작동에 관련된 가치들, 사

회경제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가치들 및 이념 등이다.122) 이를 (i) 권리에 관한 법

원리(기본권), (ii) 기본적 사회구조의 구성에 관한 법원리(통치조직, 사회조직, 경

제조직), (iii) 정책적 판단에 관한 법원리(경제적 효율성, 합목적성)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도한 법원리주의란 제도적으로 정착된 성문법규나 재판

법규(entrenchment of legal rules)123)를,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위의 세 유형의 법

121)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22면 이하 참조.

122) 이 구분은 알렉시의 발상을 빌어 왔지만 알렉시의 용법에 따르지는 않았다.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06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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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79

원리들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124) 특히 정책

적 판단(policy judgments)과 관련된 법원리들이 권리에 관한 법원리들을 쉽게 대

체하고, 확정된 법규들을 손쉽게 물리치는 경우가 과도한 법원리주의의 전형이라

할 것인데, 가령 다음과 같은 북한 법학자의 견해에서 그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의 법은 당정책을 표현한 것이며 그를 실현하기 위한 위력한 무기이

다.”125)

이러한 견해는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

라의 법은 우리 국가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무기입니다. 우리 국가의

정책은 우리 당의 정책입니다”라는 김정일의 교시나 “우리는 법조문을 따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떨어져서 법의 기본정신을 왜곡하지 말라는 것입니

다”라는 김일성의 교시를 전거로 삼아 북한의 사법부가 당의 정책을 관철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126)은 과도한 법원리주의(정책적 판단

에 법이 복속하는 태도)의 모습이다. 이처럼 모든 법규들과 재판의 배경규범으로

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와 말씀을 열거하는 ‘전거(典據)주의적’ 방법은 과도한

법원리주의의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127)

본래 법원리는 법적 결정의 구체적 내용까지 지시하지는 못하며 대략적인 방

향이나 법규범의 비중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법원리만으로 이루어진 법체계란 극

도로 불안정한 체계가 될 것이므로, 법원리들을 제도화된 성문법규범들로서 안착

시켜 이것들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들을 규제하고 지도하며 분쟁해결의 표준으

로서 삼고자 하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알렉시가 지적하듯이, 적절한 법

체계란 법원리/확정적 법규/절차(Prinzipien/Regel/Prozedur)로 구성된 법체계이다.

일단 정당한 다른 사유들이 없는 한 성문법의 권위가 인정되어야만 법치 또는

123) 법규율의 정착(entrenchment)이란 개념은 F. Schauer, Playing by the Rules: A Philosophical Evaluation of Rule-Based Decision-Making in Law and in Life, Oxford, 1991, 47면 이하 참조.

124) 법원리주의의 위험성에 관하여는 I. Maus, Zur Aufklärung der Demokratie theorie, Frankfurt/M., 1994, 308면 이하 참조

125) 정연수,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국가사회재산보호관리를 잘 하기 위한 필수적 요 구”, 사회과학 제1호(1983), 60면.

126)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22면 이하.

127) 최종고, 북한법, 19면, 53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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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라는 이념이 제대로 작동하는 법체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128) 협

소한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오로지 성문법규만이 법이며 법원리와 조리의 법원

성을 무시하는 법체계 모델이나 극단적 법원리주의의 관점에서 성문법을 언제라

도 법원리와 조리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법체계 모델 양자 모두 적절한 법체계

의 모델이 아님은 명백하다.

(6) 성문법의 권위에 대한 북한법이론가들의 견해

한 개인 또는 한 기관이 어떤 지시를 내렸을 경우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 과연

해당지시의 내용이 따를 만한 것인가를 따지지 않고, 지시대로 복종할 행위근거

일 때, 우리는 그 사람/기관이 규범적 권위 또는 실천적 권위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의 개념은 ‘개인적 판단의 포기(양도)’(“surrender of private

judgment”)129)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바로 여기에 권위가 충고 또는 조언과

다른 점이 놓여 있다.130) 즉 어떤 행위에 대해서 개인적 판단들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이 개인적 판단들을 자신이 제시하는 행동이유로 대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권위개념의 출발점이다.131)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하트는 어떤 행위를 하라는 명령적 언술은, 명령을

받은 사람이 그 행위를 해야 할 근거가 그 행위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오로지 그 명령이 행해졌다는 사실로 족할 때 권위적 명령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하트는 명령의 내용이 정당한가와 상관없이 권위자가 발한 명령의 행

위근거에 따라서 행위할 것을 요구하는 속성(행위내용으로부터의 독립성:

‘content-independent reason’)에서 권위의 중요한 특징을 찾았다.132) 라즈는 하트

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 법을 단순하게 명령으로만 바라보는 명령주의적 입장

을 비판하고, 법의 특징을 ‘특수한 성격을 가진 행위근거’(‘law as reasons for

action of a special kind’)로 파악함으로써 법적 권위와 행위근거의 상호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제공한다.133)

128)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27면 이하 참조.

129) R. Friedman, “On the Concept of Authority in Political Philosophy,” in: J. Raz (ed.), Authority, Oxford, 1990, 56-91면, 여기서는 64면.

130) H.L.A. Hart, Essays on Bentham, Oxford, 1982, 253면 이하.

131) L. Green, The Authority of the State, Oxford, 1990, 37면.

132) H.L.A. Hart, Essays on Bentham, 243면.

133) J. Raz, Ethics in the Public Domain, Oxford, 1994, 194-221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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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81

라즈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를 댈 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일차적 질서의 행위근거(a first-order reason)이고 또 하나는

이차적 질서의 행위근거(a second-order reason)이다. 전자는 행동을 해야 하거나

하지 않을 통상의 이유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소망, 이익, 신체적 욕구, 또는 이

념 등이 그것이다. 이차적 질서의 행위근거란, 왜 사람들이 특정한 일차적 질서

의 행위근거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는가 또는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받쳐주

는 근거를 이른다. 이차적 질서의 행위근거는 긍정적 성격을 가진 것과 금지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134)

라즈는 두 가지 행위근거의 종류에 덧붙여서 ‘배제적 근거’(exclusionary

reason)의 개념을 도입한다. 배제적 근거란, 어떤 행위를 특정한 근거 r에 기반을

두고서 수행하는 것을 막는 근거 R을 이른다. 즉 근거 R은 근거 r이 행위의 근

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배제적이다.135) 이 ‘이차적 질

서로서의 배제적 근거’의 개념이 라즈의 법적 권위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다. 라즈는 한 명령자의 명령 또는 결정은 배제적 근거로서 작동하여, 명령을 받

은 사람들이 해당되는 행위에 대해서 애초에 가졌던 행위근거들을 대체하게 된

다고 말한다. 이러한 행위근거가 ‘우선적 근거’(preemptive reason)이다.136) 법은

배제적 성격을 가진 이차질서의 행위근거, 즉 ‘배제적 근거들의 체계’(a legal

system as a system of exclusionary reasons)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라즈의 견해

이다.

하트와 라즈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법이 규범적 권위 또는 간단하게 규범력을

가진다함은,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그 법이 없

을 경우 개인들이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행위근거들과는 ― 예를 들어 도덕적

고려나 이기주의적 고려 등― 다른 독자적인 행위근거를 법이 제시하고, 전적으

로 이 행위근거에만 따를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37)

134) R.A. Shine, Norm and Nature, Oxford, 1992, 47면.

135) J. Raz, Practical Reason and Norms, 39: “An exclusionary reason is a second-order reason to refrain from acting for some reason.”

136) J. Raz, “Authority and Justification,” in: J. Raz. (ed.), Authority, 121면: “I shall call a reason which displaces others a preemptive reason.”(밑줄은 첨가); 그리고 124면: “The fact that an authority requires performance of an action is a reason for its performance which is not to be added to all other relevant reasons when assessing what to do, but should exclude and take the place of some of them.”(밑줄은 첨가)

137) J. L. Coleman, “Authority and Reason,” in: R. P. George (ed.), The Autonomy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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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82

이러한 입장은 북한의 법체계에서도 나타난다. 가령 김일성이

“법은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의무성이 없

는 법은 법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법의 집행은 의무적이며 또 국가권력에

의하여 담보된다는 데 그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138)

라고 교시하였다면, 반드시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이를 전거로 삼아 법의 본질에

대하여 체계화된 해석들을 가꾸어갈 것이며, 북한 법체계에 대한 북한 법률가들

의 공식적 자기이해로 자리 잡을 것이다.139) 따라서 위의 김일성의 발언은 법의

권위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 입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일성

이 “법은 정치의 표현이기 때문에 정치에 복종하여야 하며 그것과 떨어질 수 없

습니다. 법은 전적으로 당의 정책을 실현하며 당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하여 만들

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의 령도를 받지 않고서는 법을 옳게 집행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한 교시를 금과옥조로 삼는 법이론의 경우140) 과연 행위의 배제적 근거로

서의 법의 규범성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문

법의 권위가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교시보다는 하위에 놓인다는 점을 염두에 둔

다면 과연 북한의 법체계에서 법의 권위란 어느 정도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일

까? 이것이 바로 북한의 ‘사회주의적법무생활론’에서 해명하여야 할 점이라고 생

각한다. 이 점은 이른바 ‘인치(人治)’, 정치(政治)‘, ‘법치(法治)’ 사이의 긴장관계

의 문제이기도 하고, 좀더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이의

긴장관계이기도 하다.

Ⅳ. 북한법체계에서의 법치주의와 ‘사회주의적 법무생활론’의

관계

북한의 법체계에서 법의 단순한 도구적 기능만을 인정하는 데서 법이 가지는

고유한 도덕적 가치를 어느 정도나마 인정하게 되는 쪽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이

Law, 297면.

138) 김일성저작집 제12권, 조선로동당출판사, 1980, 219면.

139) 가령 김영철, “자주시대의 국제법의 본질에 대한 리해”, 사회과학 1984년 제3호, 53면.

140) 김일성저작집 제12권, 221-2면;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3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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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83

른바 ‘사회주의적 법무생활론(法務生活論)’이 등장하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 이는

법에 대한 단순한 도구주의적 관점에서 사회기능주의적 관점을 거쳐서 합법성(合

法性: legality) 또는 법치(法治: the rule of law)가 가지는 적극적인 도덕적 가치

를 인정하는 관점으로 선회하기 시작하였음을 뜻한다. 이하에서는 법치주의의 일

반원리를 간략하게 살펴본 후에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개념과 북한에서의 합법성

원리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1.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

사회주의적 합법성(socialist legality)141) 원리는 통상 사회주의적 정치경제질서

가 안정되는 무렵에 강조되기 시작한다.142) 사회주의 공식적 법이론에 의하면 사

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는 다음과 같이 파악된다. 사회주의 합법성 원리란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기초로서 국가기관, 사회단체, 기업, 시민의 활동을 법

적으로 규정하며 법질서가 정한 바를 국가기관들, 사회기관들, 시민이 엄격히 준

수하여야 한다는 요청이다. 이 요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입법이 정

비되어 각종 사회관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성되는 한편 국가기관, 사회단체,

근로집단 및 시민이 법규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143)

사회주의적 합법성이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사회주

의국가가 스스로를 프롤레타리아독재체제에서 인민민주주의독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이해하면서부터이다. 이에 따라서 헌법에서 공산당의 지도적인 지

141) 합법성(legality) 개념을 법규적합성이라는 의미에서 ‘적법성(適法性)’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지만, 법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합법성이라는 표현을 채택하였다. 합법성 개념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에 관해서는 최봉철, “풀러의 합법성론”, 법철학 연구 제7권 제2호(2004), 7-38면, 특히 17면 이하 참조.

142) 가령 소비에트 러시아의 법사에서 보면 레닌은 신경제정책이 확립되어가던 시기에 ‘혁명적 합법성’(revolutionary legality: 사회주의적 법의 지배 원리)을 제창하였고, 그 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면 소비에트 법학자들은 강력한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원리를 옹호하기에 이른다. 혁명 초기 합법성의 원리에 대한 회의주의가 지배적이었으나 스 탈린 체제에 이르러서 이러한 이론가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법이론상의 논쟁이 이데올로기적 투쟁 및 정치적 투쟁과 결부되면서 초기 사회주의 법이론가들은 숙청당 하게 된다. 이 점에 관해서는 W. Butler(이윤영 역), 소비에트 법, 대륙연구소, 1990, 60면 이하 참조.

143) 大內憲 , 朝鮮社會主義法の硏究, 八千代出版, 1994, 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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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84

위를 명문으로 규정하면서도 국가기구 및 당의 활동이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

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144)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사

회구성원들의 법준수의무를 강조하면서 넓게 해석하여 “국가에 의하여 공포된

법률 전부를 모든 공민과 단체가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는 법준수의무의 일반

적 요청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좁게 해석하여 국가기관의 법준수

의무를 강조하면서 “모든 사회주의 국가기관은 법률이 엄격하게 정한 범위 안에

서 권력을 행사하며 공민과 사회단체의 권리를 반드시 보호하여야 한다”는 ‘국가

기관의 활동원리’로 파악하는 방식이다.145) 요약하면 국가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통제하며 시민의 법준수를 강조하는 ‘법의 지배’원리가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핵

심이다. 이렇게 ‘일반적 법준수의 의무’와 ‘법률기속의 원칙’이 사회주의 합법성

의 핵심이라면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는 일반적인 ‘법의 지배’ 또는 ‘합법성’

원리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는가? 일반적인 답은 자본주의 법체계에서의 법치주

의 원리는 국가권력의 발동근거가 법이며 법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면, 사회주의적

합법성은 법에 우선하는 권력을 상정해 두고 법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수단으

로 설정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독재를 합리화하는 법의 합목적적성을 중

시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146)

  1. ‘법의 지배’ 원리

(1) 법치주의의 이념과 원리: 법복종의 측면과 법제정 및 집행의 측면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법치주의의 기본 이념은 (i) 시민은 자의(恣意)가 아닌

법에 의해서 규제되어야 하고 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요청과 (ii) 시민이 법에

의해서 지도될 수 있도록 법은 제정되어야 한다는 요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다

추상적으로 보자면 “법은 수범자의 행위를 규율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법치주의에 깔려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144) 가령 중국 헌법 제5조에서 “모든 국가기관과 무장세력, 정당, 사회단체 및 기업과 사업체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는 반드 시 이를 추궁하여야 한다.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는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원리가 반영된 것임이 분명하다. 최달곤/정경모 편, 중국법령집 상권, 대륙연구소, 1994, 72면.

145)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 52면.

146)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 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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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85

이 법에 복종하고 법을 준수하려면 개인이 그 법의 존재와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하므로, 법은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또한 가능한 한 안정된 일반규칙(open and

relatively stable general rules)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요청은 법치주의의

제도적 요청이라고 할 것이다.147)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이 국가권력의 작용에 적

용이 되면 ‘국가는 법에 의해서 지배되고 법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법률기속(法

律羈束)의 원칙 또는 ‘법에 의한 국가의 자기구속이론’(Selbstbindungstheorie)으로

집약된다.148)

(2)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들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법치주의의 기초원리는 다음과 같다149):

① 모든 법률은 장래의 행위를 규율하여야 하며, 공개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

② 모든 법률은 가능한 한 안정적이어야 한다.

③ 법제정은 공개적이고, 안정적이며, 명확하며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서 이

루어져야 한다.

④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⑤ “법은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자연적 정의의 원리들이 지켜져

야 한다.

⑥ 사법부는 입법부의 입법작용과 행정부의 행정작용에 대하여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여야 한다.

⑦ 시민들이 법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⑧ 범죄예방 및 처벌기관의 재량은 법을 왜곡할 정도로 까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147) J. Raz, The Authority of Law, 213면 이하.

148) Ph. Kunnig, Das Rechtsstaatsprinzip, Tübingen, 1986, 421면 이하.

149) J. Raz, The Authority of Law, 214면 이하; M. Moore, “A Natural Law Theory of Interpretation,” in: Southern California Law Review 58(1985), 313-318면. 다이시(A. Dicey)는 ‘법의 지배 원리를 세 가지 의미에서 또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 다. 첫째, 자의적 권력에 대립되는 의미로서 ‘일반법의 절대적 우위와 최고성’이라는 요청이다. 둘째, ‘법 앞의 평등’으로서 통치자나 국가기관의 담당자도 법의 규제를 받 아야 한다는 요청이다. 셋째,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 다는 의미에서이다. A. Dicey,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Law and of the Constitution, 제8판, 1915. 국역으로는 알버트 다이시(안경환/김종철 공역), 헌법학입문, 경세사, 1993, 121면 이하. 이에 대해서는 김종철, “다이시의 법사상과 정치사상”, 법 철학연구 제7권 제2호(2004), 39-6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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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86

이렇게 이해된 법치주의는 ‘법의 내재적 도덕성’(the inner morality of law)150)

을 구성한다. 이처럼 ‘법의 내재적 도덕성’으로서 파악된 법치주의는 ‘자의적 지

배’와 대립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종종 자의적 지배의 많은 경우들이 법치주의와

결합되기도 한다. 인종차별적인 법률들은 자의적 지배의 전형적인 예이지만, 법

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공개적이고, 명확하며, 안정적인 일반규칙의 형

식을 가지면서도 자의적인 권력작용의 도구로서 활용되는 법률들도 가능하다는

것이다.151)

(3)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법치주의와 자의적 지배의 양립가능성 때문에 법치주의를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로 구분하려는 발상이 생겨났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

항은 법률로써 규제하여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률주의’와 연관성을 가

진다.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념에 부합될 것을 강조하

는 실질적 법치주의는 ‘입헌주의’와 연결된다.152)

역사적으로 보자면 형식적 법치주의는 ‘권위적 법실증주의’와 결합되어서, 실

질적 법치주의는 민주적 법실증주의 및 민주적 자연법론과 연결되어 나타난다.

또한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행정권력을 의회에서 제정한 법

률로써 통제하려는 이념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근대 법치주의는 이른바 대륙형

과 영미형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20세기 중반까지 대륙형 법

치주의 모델은 의회에서 제정된 일반법률의 형식을 통해서만 법규범을 형성할

수 있다는 ‘법률의 법규창조력’, 행정작용에 대한 법률의 우위(행정의 합법성),

법률유보의 원칙을 이념형적으로는 강조하면서도 통치의 현실필요상 그 예외영

역들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써 행정권력의 재량권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현

150) 자세한 내용은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New Haven, 1969, 33면.

151) J. Raz, The Authority of Law, 219; 예를 들어서 R. Kinsey, “Despotism and Legality,” in: B. Fine/R. Kinsey/J. Lea/J. Young (ed.), Capitalism and the Rule of Law, 46-64면 참조.

152) 가령 헌재 1992. 2. 25, 90헌가69 등. 헌법학상으로는 경성헌법, 기본권과 실질적 적 법절차의 보장, 권력분립, 사법적 권리보장,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 신뢰보호의 원 칙, 소급입법금지, 행정의 합법률성 등이 법치주의의 원리를 구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김철수, 헌법학개론, 박영사, 2003, 188; 권영성, 헌법학원론, 법문사, 2003, 149; 계희열, 헌법학(상), 박영사, 2000, 311; 성낙인, 헌법학, 2004, 법 문사, 173면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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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87

상을 보였다. 반면 영미 법치주의 모델은 인권보장의 절차를 강조하고 그 실질적

보장을 법원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대륙형보다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모델에 근접하였다.153)

만일 입법 및 행정작용의 이상적 조건아래에서라면 형식적 법치주의는 곧바로

실질적 법치주의로 이어질 것이지만, 현실의 입법조건을 염두에 둔다면 형식적/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분은 유용할 것이다. 의회에서 민주주의의 조건들을 충족한

법률들에 의해서 국가권력의 근거가 부여될 것을 강조하는 형식적 법치주의와

법률의 내용이 ‘공정함’이라든가 ‘기본권의 보장’이라든가 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지 여부에 따라서 합법성을 판단하는 실질적 법치주의는 실천적 유용성을 가지

는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절차-내용’의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요건을 충족

하는가에 따라서 법치주의의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법체계에서

합법성 논의는 형식적 법치주의관과 가까울 것처럼 보인다. 이 점에 관해서는 사

회주의 합법성에 관한 논의에서 좀더 자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4) 두 가지 법치주의관: 법률주의와 입헌주의

법치주의를 파악하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154) 그 첫 번째는 법치주의를 다음

과 같이 파악한다:

법치주의란 국가권력의 모든 행사가 미리 확정되고 선포된 규칙들에 의해서

구속된다는 원리이다. 즉, 국가가 일정한 상황에서 강제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

인지를 각 개인이 확실성을 가지고서 예측하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

의 일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규칙들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155)

법치주의 또는 법의 지배란 사실적인 구성요건들과 그 구성요건이 충족되면

발생할 법률효과가 명확하게 실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법규범종류들, 즉 ‘확정

적 법규들에 의한 지배’(‘the rule of law as rules’)인 것이다.156) 법의 지배란 ‘좋

153) 김동희, 행정법 I, 제6판, 박영사, 29면 이하 참조; 마틴 크릴레(국순옥 옮김), 헌법학 입문, 종로서적, 1989, 121면 이하 참조.

154) G. Fletcher, Basic Concepts of Legal Thought, New York/Oxford, 1996, 13면.

155) F. Hayek, The Road to Serfdom, London, 1944, 54면 참조.

156) A. Scalia, “The Rule of Law as a Law of Rules,”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56(1989), 11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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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법의 지배’가 아니라, 그 연원을 사회적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정법률

의 지배’일 뿐이다. 이러한 입장은 이른바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본 법치주의

이다.

두 번째 견해는 법의 지배를 ‘상위의 법’(higher law)에 의한 지배로 본다.157)

이 입장에서는 ‘법의 지배’란 ‘일정한 도덕적 요청들과 정의의 요청을 충족하는

법’의 지배(the rule of Law as higher laws)를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실정법률로

표현되지 않은 법 가치나 원리가 국가권력작용을 지도하고 규제한다는 ‘입헌주

의’, 즉 ‘헌법과 법률에 의한 지배’가 법의 지배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 견해

에 따르면, 법의 지배란 ‘국가가 제정한 실정법 이상의, (…) 의미전체로서 입헌

적 법질서의 배경가치를 이루는 원리들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실정법률 이상의

헌법원리에 의한 지배’인 것이다.158) 이처럼 ‘실정법률 이상의 법’에 의한 지배를

강조한다면 ‘비법실증주의(非法實證主義)’의 관점에서 본 법치주의이다.

법치주의에 대한 위 두 견해를 각각 ‘법률주의’(legalism)와 ‘입헌주의’

(constitutionalism)로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159) 이를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과

결합하여 다음과 같이 세분화하여 보자:

(ㄱ) 권위적 법실증주의: 국가지상주의+법실증주의

(ㄴ) 민주적 법실증주의: 공화주의+법실증주의; 국민주권원리를 중심으로 하

여 의회에서의 심의와 결정을 그 대표적 시스템으로 봄160)

(ㄷ) 비합리적 자연법론: 인종주의/성차별주의/인습주의 등의 원리로 채색된

자연법을 상위의 법으로 봄161)

(ㄹ) 민주적 자연법론: 민주주의적 가치와 도덕적 기본권들(basic moral

rights)에 의해 걸러진 자연법원리들을 상위의 법으로 봄. 의회에서 심

157) G. Fletcher, Basic Concepts of Legal Thought, 13면.

158) 독일에서의 법치주의에 관한 상세한 논의에 관해서는 Ph. Kunig, Das Rechtstaatsprinzip, Tübingen, 1986 참조.

159) 법률주의와 입헌주의의 구분은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13면 이하 참조.

160) 이에 대해서는 T. Campbell, “Legal Positivism and Deliberative Democracy,” in: Current Legal Problems 51(1998), 65-92면 참조; J. Waldron, “Kant's Legal Positivism,” in: Harvard Law Review 109(1996), 1535-1566면; I. Maus, Zur Aufklärung der Demokratietheorie, 148면 이하 참조.

161) 관행적 자연법론(conventional theory of natural law)이나 법도덕주의(legal moralism), 비판적으로 해석된 전통이 아닌 실증적 인습(因習)(positivistic tradition)에 바탕을 둔 ‘인습적 공동체주의’(vulgar communitarianism) 등이 비합리적 자연법론에 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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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89

의되고 결정된 것을 법원이 다시 한번 위의 내용상의 기준에 비추어서

심사할 수 있는 헌법재판제도를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판단함.162)

독일 헌법학계의 용어를 빌어 본다면, 법률주의는 민주적 법실증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적 법치국가’(demokratischer Rechtsstaat)의 개념으로, 입헌주의는 민주적

자연법론에 기반을 둔 ‘민주적 입헌국가’(demokratischer Verfassungsstaat)의 개념

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163) “민주주의의 이상에서 법치주의를 어떻게 파

악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향후 대한민국의 법체계에서뿐만 아니라 북한의 법체

계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그 지향점이 ‘사회주의적

법률주의’(socialist legalism)인지 ‘사회주의적 입헌주의’(socialist constitutionalism)

인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향후 북한 법체계의 변화를 측정하는 한 기준이 될 것

이다. 가령

“사회주의헌법은 국가주권실현과 관련되는 기본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규제한

다. 사회주의헌법은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성과들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사회

에서의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제원칙들과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를 규정하

고 있으며 국가기관들의 구성과 임무, 활동원칙을 규제하고 있다. 사회주의헌법

은 부문법제정의 립법적기초로 되며 사회주의법체계에서 최고의 법적효력을 가

진다.”164)

라는 견해와 함께

“사회주의국가의 기능을 높이고 사회주의사회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

기 위하여는 사회주의헌법에 기초하여 그것을 부문별로 전개하고 구체화한 법

들이 있어야 합니다.”

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서 법제정사업을 전개하였던 북한에서는 특히 ‘재판소구

성법전’(1976. 1. 10)과 ‘민사소송법전’(1976. 1. 10)을 정비하였고, 개인들 사이의

162)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177면 이하 참조; J. Finnis,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Oxford, 1980.

163)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15면 참조.

164) 량창일, 사회주의헌법학, 평양, 1982,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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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90

법률관계를 규율할 민법전을 채택(1990. 9. 5)하고, 상업법(1992. 4. 9) 채택, 헌

법개정(1992. 4. 29)을 통하여 법치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한다.165)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을 ‘모든 공민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법

규와 행동준칙’이라고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각 법부문의 법들을 정비하여야 한

다고 주장할 때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적 입헌국가’를 지향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5) 법의 ‘어떤 지배’인가?

법의 지배를 일차적 질서의 법규범의 지배와 이차적 질서의 법규범의 지배로

구분하였을 때 좀더 복잡한 문제들이 나타난다. 법의 지배란 이차적 질서의 규범

으로서 승인율의 지배이기도 한데, 이 승인율은 논리적으로 정치적 권위를 가진

자 즉 주권자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치, 인치(人治), 정치 사이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파악하여야 하는가하는 문제166)가 생겨나는 것이다.

(가) 홉스의 ‘법치의 논리적 불가능성’ 테제

리바이어던에서 홉스는 모든 정치적 공동체가 국가로서 인식되려면 인간의

의지(human will)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치자와 통치자 사이에

헌법계약과 같은 형식으로 확정된 규칙(법)에 바탕을 두는 통치구조란 논리적으

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전통적인 정치철학의 논리를 계승하여, 홉스는

통치구조(권력구조)를 왕정, 민주정, 귀족정으로 구분하고, 각각 일인의 의지, 모

두의 의지, 소수의 의지와 결부시켜 파악하였다.167) 홉스 논리의 핵심은 민주주

의적 통치는 모든 구성원들의 의지에 기반을 둔 지배양식이라는 데 있다. 홉스는

인간의 의지가 아닌 단순히 규칙에 기반을 둔 통치(법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증하려고 한다. 정치권력을 제한하려면 보다 강력한 권력에 의해서만 가

능하며 이 권력 역시 자신보다 더욱 더 강력한 권력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는 것이다.168) 홉스의 이 ‘무한소급 논변’(regress argument)169)이 겨냥하는 바는

165) 제정사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북한의 문헌으로는 홍극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제정사, 평양, 1986 참조. 그리고 국내에서는 세종연구소 편, 북한법 체계와 특색, 1994 참조. 이장희 외, 북한법 50년 ― 그 동향과 전망,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1999.

166) 이 문제에 대한 분석으로는 정태욱, 정치와 법치, 책세상, 2002 참조.

167) Th. Hobbes, Leviathan, R. Tuck(ed.), Cambridge, 1997, ch. 19, para. 1.

168) Th. Hobbes, Leviathan, ch. 20, para. 18: “[W]hosoever thinking Sovereign Power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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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91

주권 또는 최고통치권력은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인간의 의지(일인의 의지이든

모든 이의 의지이든)에서 연원하며 그것에 기반을 두어야만 현실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홉스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그 자체로는 무력한 것이어서 인간이 해석하고 적용하며 시행할 때 비

로소 생명을 가진다. 인간이 법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이지 그 역은 맞지 않

다. 국가의 존재이유가 갈등해결을 통한 평화와 안정의 보장에 있다면 법만으

로는 결코 어떠한 분쟁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의 의미와 권능

은 법이 인간에 의해서 해석되고 적용되어 시행되는 것의 산물일 뿐이기 때문

이다. 최종 결정자가 인간일 때(일인이건 다수이건) 비로소 법은 분쟁을 해결하

고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것이다.170)

리바이어던 제2편에서 홉스는 법이 국가의 궁극적 기초로서 쓸모가 없다는

논지를 전개하는 데, 그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누어서 요약을 할 수

있다.171)

(i) 의미 불확정성: 법은 그 규정하는 바가 모든 인간에게 명백하게끔 결코

완벽하게 명확할 수 없다. 따라서 법을 해석할 권위를 가진 인간이 없으면 오

히려 법은 분쟁의 씨앗이 될 뿐이다. 따라서 최종적 권위의 보유자는 법을 해

석하는 권위를 가진 자이지, 그가 해석하는 법일 수가 없는 것이다.

(ii) 적용상황 불확정성: 결코 법은, 적용될 상황이 모든 이에게 명백하게 규

정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법이

적용될 상황을 정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원천이 되므로 그 적용상황을 결정하

는 인간이 최종적 권위자이다.

(iii) 인간의 이기성: 설령 법을 완벽한 방식으로 명확성을 가지도록 규정하

고 그 적용상황이 모든 사람들에게 명백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자기이익

을 극대화하려는 존재이므로 법을 적용하여 자신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하

면 언제라도 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인

간의 본성 때문에 법은 갈등의 원천이 될 뿐이지 결코 해결자가 되지 못한다.

great, will seek to make it lesse, must subject himselfe, to the Power, that can limit it; that is to say, to a greater.”

169) J. Hampton,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in: I. Shapiro (ed.), The Rule of Law: NOMOS XXXVI, New York/London, 1994, 15면.

170) Th. Hobbes, Leviathan, ch. 26, para. 21, ch. 29, para. 9, para. 16 참조.

171) 이 점에 대해서는 J. Hampton,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1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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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92

홉스에 따르면, 법이 가지는 바로 이러한 속성들 때문에, 자신의 궁극적 권위

를 일련의 규칙에(도덕규범이든, 권력분립을 규정하는 규범이든, 권력을 제한하는

규범이든) 바탕을 두고자 하는 정치적 공동체는 결코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

고, 따라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 결국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이유인 평

화와 안정을 이루려면 주권이 인간의 의지에 기반을 두어야만 가능하며, 따라서

법치가 아닌, 권력이 인간의 의지에 부여되어 있는 인치가 정치적 공동체의 궁극

적인 기반이라는 것이 홉스의 결론이다.172)

최종적 결정자가 비인격적인 규칙일 수는 없다는 홉스의 논리에 정면으로 반

대되는 것이 바로 하트의 ‘승인율’ 이론이다. 하트는, 홉스와는 달리, 한 개인이

건 집단이건 법을 제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은 권력자의 명

령의지가 아닌 규칙이라고 논증하였다.173) 바로 이 안정적으로 확인가능한 이차

적 규범에 기반을 둘 때 조직폭력배집단이 아닌 정치적 공동체일 수 있다는 것

이다.

북한의 법체계와 법이론을 살펴보면 홉스의 이와 같은 논변이 통용되는 것처

럼 보인다. 북한헌법 제11조는 당의 영도 하에 모든 국가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함

으로써 당에 대한 법적 규제가 어떠한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또한 당은 김일성

의 교시와 김정일의 카리스마적 지배아래에 놓여 있다. 이는 위에서 서술하였던

법적 권위에 대하여 이른바 지도자의 ‘카리스마적 권위’(charismatic authority)가

우위에 선다는 점을 나타낸다. 베버의 용법을 빈다면, 카리스마적 권위란 지도자

개인의 비범한 영웅적 능력과 그 지도자의 교시 및 명령의 내용적 탁월성에 감

동된 추종자들의 신뢰에 의해서 지배가 유지되는 경우를 말한다.174) 이에 비해서

법의 권위에 의한 지배는 정해진 명확한 절차에 따라서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구

와 논리적 추론과정에 의해서 운용되는 법적용기구를 통한 지배이다.175)

북한사회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해서 지배되는 사회로 본

다면176) 북한의 법체계에서 법의 권위는 그 형식적 합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172) Th. Hobbes, Leviathan, ch. 18, para. 94.

173) H.L.A. Hart, The Concept of Law, 79면 이하 참조.

174) M. Weber, Economy and Society: Vol. 1, G. Roth/C. Wittich(ed.), New York, 1968, 215면 이하 참조.

175) M. Weber, Economy and Society: Vol. 1, 215면. 그리고 베버의 ‘법적-합리적 권위’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는 A, Kronmann, Max Weber, Stanford, 1983, 50면 이하 참조; 이상돈/홍성수, 법사회학, 박영사, 2000, 49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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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93

아니라 지도자의 사상과 교시에서 생겨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사회에서

의 법은 형식적 합리성보다는 실질적 합리성을 띠는 법이라고 보아도 좋은 것일

까? 법의 실질적 합리성이란 법 내적인 원리가 아니라 법 외적인 원리인 윤리적

명령, 공리적․합목적적 규칙, 정치적 공준에 의해서 법적 추론이 행해지는 경우

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법적 추론이 특정한 정치적, 종교적 이념의 달성을 직접

적인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이며, 체계를 갖추고 통일성을 이룬 이념

과 원리들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177) 북한의 법은 실질적

합리성을 보유하지만 법 외적인 주체사상의 원리들이 법적 결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법적 결정의 가변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

다. 후술하겠지만, 사회주의법무생활론은 한편으로는 법적 권위의 확립을 요구하

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법적 권위가 지도자의 교시와 주체사상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카리스마적 권위와 형식적․합리적 법의 권위 사이에서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령정치란, ‘수령은 이민위천

의 정신으로 인민을 대하고 인민은 수령에 대하여 충성과 효성을 맹세하는 인덕

정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북한 사회에서의 법은 바로 이 수령정치에 바탕을 두

고 있기 때문이다.178)

(나) 카리스마적 권위와 승인율의 결합

카리스마적 권위와 법치주의 사이의 긴장관계를 적절하게 분석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서 하트의 승인율과 홉스의 통치론을 결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

이다:

일군의 개인들이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간주되기 위해서는 일인

의 의지로부터이건 다수 또는 전체의 의지로부터이건 인간 의지의 일정한 종류

로부터 나온 요청을 법으로서 판단하는 승인율이 있어야만 한다. 의지의 표현

을 법으로서 판단하는 승인율 이외의 승인율들은 법체계를 창조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진정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법을 창출해낼 수 없을 것이다.

176) 카리스마적 권위의 개념을 빌어서 북한의 법체계를 분석하는 발상은 윤대규, “북한 의 현실과 법생활”, 북한의 법과 현실(서울대 통일포럼 2004년 10월 통일논단 발표 문), 2004. 10. 22, 41면 참조. 김일성의 카리스마적 지배에 관해서는 이종석,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462면 이하 참조.

177) 이상돈/홍성수, 법사회학, 61면 이하 참조.

178) 이종석,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46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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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94

이러한 유형의 승인율을 ‘홉스적 승인율’(a hobbesian rule of recognition)이라

고 부르기로 하자.179) 이 승인율은 인간의지 중에서 특정한 종류의 의지로부터

나온 산물을 법으로서 인식하고 효력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

다. 홉스적 승인율을 북한의 법체계에 적용해본다면 김일성의 의지 또는 카리스

마적 권위가 반영된 승인율로 나타날 것이다.

  1. 법치주의와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의 관계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에 대한 분석은 다음의 질문을 고찰할 때 보다 분명하

게 이루어질 것이다. 즉, 자본주의적 합법성 원리와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를

설명하는 데 공통되게 사용될 수 있는 합법성의 일반개념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구체화된 내용들은 무엇이며 그 차이점들은 어디에 있는가?

자본주의적 합법성과 사회주의적 합법성을 비교할 때 양자 사이의 적대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주류일 것이다. 양 법체계의 배경가치들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통제시스템과 국가기관의 법적 책임시스템과 같은 합법성의 보장체

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180) 그렇지만 합법성 일반개념을 활용하여 보다

구체적인 합법성 원리들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181)

(1) 합법성의 일반 개념 분석

자본주의적 해석이건 사회주의적 해석이건 모든 종류의 합법성(合法性:

legality) 개념에 공통적인 핵심은 ‘법규범에 따라서 행위한다’는 것이다. 합법성

179) J. Hampton,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24면.

180) 가령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 51, 53면. 이 책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즉 자본주 의 법체계에서 법의 지배에는 사회와 개인의 대립, 법의 자율성, 법의 우위성을 전제 로 하여 국가권력의 제한이라는 이념이 놓여 있다면, 사회주의적 합법성에는 사회와 개인의 결합, 국가권력의 절대성 및 우위성, 법의 수단성을 전제로 하여 국가권력의 관철이라는 이념이 가로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양 개념 사이의 차이점을 강조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좀더 법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강진철, “북한법연구의 현황과 과제”, 법과 사회 창간호(1989), 창작과비평사, 209면 참조.

181) 이 항목과 관련하여 필자는 폴란드의 저명한 법철학자 로블렙스키(J. Wróblewski)의 논문인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in: C. Varga(ed.), Marxian Legal Theory, 293-343면(원 논문은 Archiv für Rechts- und Sozialphilosophie Bd. LXII/4 (1976), 497-515면에 실렸음) 중에서 이 논문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들을 요약․정리하 였다. 다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약간의 내용들을 첨가하였지만, 중요한 개념 및 용어, 논지, 주장 등은 모두 로블렙스키의 것임을 밝혀둔다. 해당 면수는 그때그때 주 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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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95

의 근본정식(the elementary formula of legality)은 “행위 X는 효력 있는 법규범

N에 합치한다.”(“X is consistent with valid legal norm N”)는 형식을 가진, 변수

X와 N 사이의 합치관계를 나타내는 진술(relational statement)로 표현할 수 있

다.182) 따라서 “한 행위 X가 적법하다”는 진술은 “그 행위가 효력 있는 법규범

N에 합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본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합법성의

개념은 두 가지 상위 문제군을 낳고, 각각의 상위 문제군에는 다시 두 가지 하위

문제군이 등장한다. 합법성 원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A. 방법론상의 문제들

(a) 합법성 개념은 서술적인 개념인가, 가치평가적인 개념인가?(합법성 개념

의 방법론적 속성 문제)

(b) 합법성 개념은 임의의 법체계(이를테면 고대의 법체계, 중세의 법체계,

자본주의 법체계, 사회주의 법체계)에 속하는 어떠한 법규범에도 적용되는가

아니면 특별히 자격이 갖추어진 법체계(이를테면 자본주의 법체계)에 속하는

법규범들에만 적용되는가?(법체계의 합법성 자격 문제)

B. 합법성 기본정식의 내용확정과 관련된 문제들

(c) 행위 X를 하는 행위주체들의 집합은 국가기관에만 해당되는가 아니면

모든 법체계구성원들까지 포괄하는가?(합법성의 적용범위의 문제)

(d) 한 행위 X가 적법하다거나 적법하지 않다고 판별할 때 기준이 되는 해

당법규범 N의 내용이 과연 합법성 심사에 적절한 상관성을 가지는가?(합법성

심사에서의 법규범 내용의 상관성 문제)183)

사회주의적 합법성론은, 우선 (d)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주의적 내용을 가진

법규범에 합치하는 행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규범내용상의 차이가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고유성을 낳는가?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 특징이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에 대하여 무조건적으

182)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294면. 합법성의 원리에 관한 법철학적 연구는 미국의 법철학자 풀러(L. Fuller)의 저서 법의 도덕성(The Morality of Law)에서부터 출발한다. 국내에서는 강구진 교수의 국역본 법의 도덕성 (법문사, 1971)이 있다.

183) 이 부분은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294-5면의 내용 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후 첨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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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96

로 찬양하거나 폄훼하는 태도는 지양되고 보다 학문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

라고 생각한다. 물론 합법성의 공통개념의 요소가 ‘행위의 법규적합성’(法規適合

性: a behavior consistent with valid legal norm)임을 인정하더라도 그 개념 자체

가 워낙 막연하고 애매해서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상이한 가치들이 개

입될 것이고, 이 때문에 상이한 합법성의 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차이점이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를 보다 일반적인 ‘법의 지배’ 원리와 양립불가

능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합법성 개념에 대한 다음의

분석에서 드러날 것이다.

(2) 광의의 합법성과 협의의 합법성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협의의 합법성관(合法性觀: a narrow conception of

legality)은 법규범에 의해서 규제되는 행위주체의 집합이 국가기관에만 적용된다

고 보고 합법성 원리를 구성해가는 견해이며, 광의의 합법성관(a wide conception

of legality)은 국가의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의 행위들 모두가 법에 의해서 규제

되어야 한다는 관점(법준수와 법복종의 의무 강조)에서 합법성 원리를 구성해가

는 견해이다. 통상 사회주의적 합법성 개념에서는 ‘행위의 합법성’을 국가기관의

활동에만 국한하여 적용하자는 협의의 합법성관보다는 광의의 합법성관이 더 큰

중요성을 가진다. 이는 후술할 북한의 ‘사회주의적 법무생활론’ 및 ‘사회주의적

준법성’ 개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광의의 합법성관을 지지하는 논리는 다음

과 같다.

한 정치적 공동체가 유지되고 원활하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법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합법성 개념을 국가와 시민

의 법 준수행위로부터 생겨난 사회정치적 질서로 넓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게다가 입헌화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시민들이 국가의 행정에 참여하는

경향이 증대하게 되는데, 공민으로서의 시민의 행위가 국가의 활동과 마찬가지

로 법으로서 규제되어야 한다는 광의의 합법성 요청은 역사적 진보를 반영하는

것이다. 협의의 합법성관은 시민의 정치/행정에의 참여라는 경향과도 동떨어질

뿐더러 헌법규범에도 반하는 적절치 않은 이해이다.184)

184)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29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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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97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국가와 시민의 관계가 자본주의 정치체제에서와는 달리

구성되고 통치의 모든 수준에서 시민의 참여가 광범하게 이루어진다는 점185)을

고려하면 합법성의 일반개념을 넓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설득력

이 있기는 하지만 협의의 합법성관을 폐기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큼 결정적인 것

은 아니다. 왜냐하면 합법성의 요청이 국가권력(의 담당자)과 시민개인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국가권력의 법위반이 낳는

결과와 사인(私人)이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낳는 결과 사이에는 주목해야 할 차이

가 있으며 또한 그 차이를 생기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측면들이 있고 그에 걸맞

는 대응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국가활동의 합법성과 시민행위의 합법성을 제도

적으로 통제하려는 경우 마땅히 그 영향력과 생기는 결과에 따라서 합법성의 구

성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시민이 정치와 행정에 참여하는 경우 시민은 사인(私人)

으로서가 아니라 공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서 그렇게 하므로 그 경우 위법행위

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도 국가활동에 적용되는 합법성 원리를 준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협소한 합법성관을 채택한다고 해서 시민의 법준수가 국가

기구의 작동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것도 아니며 거꾸로 국가기구의 합법성이

일반시민의 태도에 미치는 교육적 효과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186)

이러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 ‘사회주의 개

혁과 개방’시기에 제시된 사회주의적 법치국가론에서이다. 이러한 변화는 협소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적 합법성 개념을 사회주의적 준법성 개념으로부터 분리하

여 국가권력의 통제와 시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두 요소를 준법성의 의미에서

합법성 개념으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자각한 결과라고 생각

한다.187) 이렇게 보면 국가권력의 행사가 법률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협의의 합법

성 원리와 시민의 법준수의무를 강조하는 광의의 합법성 원리는 분명히 구분되

어야 하며, 그 적용대상과 적용의 차원, 각 원리의 중요도 등을 혼동하여 한 원

리를 다른 원리로 환원하는 것은 각 원리가 탄생한 배경이나 지향하는 목적을

놓침으로써 합법성 개념이 실현하고자 하는 근본이념 자체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185) 이는 이론상의 논리일 뿐 실제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참여가 광범위하게 이 루어지는 것은 별개의 쟁점일 것이다.

186)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299면.

187)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30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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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498

(3) 형식적 합법성 모델과 실질적 합법성 모델: 약간의 유형화

합법성을 형식적으로 파악하는 형식적 합법성(formal legality) 모델에서는 위에

서 든 합법성의 근본정식(“행위 X는 법규범 N에 합치한다”)은 법규범 N의 내용

과는 상관없이 정해진다. 이 모델에서는 “행위 X는 형식적으로 적법하다”는 진술

은 참이거나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는 것으로 가정된다. 왜냐하면 법규범 N이

있고, 행위 X가 그것에 일치하느냐의 여부(X와 N의 형식적 일치관계의 존재여부)

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188) 형식적 합법성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정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행위 X는 법규범 N에 일치하고 그리고 법규범 N에 일치하는 모든 Y는 형

식적 가치 f를 보유한다.”189)

그렇다면 형식적 합법성 모델은 문제의 법규범이 정당하다는 관점(법규범내적

관점: the internal point of view of the law)에 한정되어 있으며, 행위가 법규범

에 일치하는 것(법규에의 적합성) 자체의 가치만을 긍정적으로 인정할 뿐이다.

모든 법은 자기 자신에 일치하는 행위만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형식

적 합법성의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한 모든 형식적 합법성은 도덕에 무관한

것이 아니라 규범합치적 행위의 도덕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가치평가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190)

실질적 합법성(material legality) 모델은 법규범 자체의 정당성 또는 그 법규범

이 속해 있는 법체계의 속성, 즉 그 내용의 정당성을 법규범외부에 놓여 있는 가

치들로부터 판단하는 관점(법규범외적 관점: the external point of view of law)

위에 서 있다.191) 즉 어떤 행위 X가 적법하다는 것은 (i) 법외부에 놓여 있는 가

치기준들(m)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된 조건들을 법규범 N이 충족하고(즉 m과 N

의 내용적 합치관계에 있음) 그리고 (ii) 그 법규범에 행위 X가 일치하는 경우(X

와 N의 형식적 일치관계에 있음)에만 적법하다.192) 이러한 합법성의 관계가 실질

188)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0면.

189)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0: “X is consistent with N and every Y consistent with N is f-valuable.”

190)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2면.

191)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2면.

192)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2면 참조. 이 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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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499

적 합법성 관계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합법성 관계를 표현하는 정식은 다음과 같

이 될 것이다:

“행위 X는 법규범 N에 일치하고 그리고 법규범 N은 실질적 가치 m을 보

유한다.”193)

이때 실질적 가치 m은 해당 법체계의 배경가치들(또는 이데올로기적 관념들)

에 의해서 정해지는데, 대개 그 가치는 법 앞의 평등, 민주주의, 권력분립, 기본

권보장, 사회적 약자의 보호 등과 같은 가치들로 이루어진다.194)

그렇다면 형식적 합법성과 실질적 합법성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우선 각각

의 개념을 두 가지 유형의 관점(외부관찰자 관점과 참여자 관점)과 결합함으로써

그 속성을 해명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형식적 합법성과 매우 약한 가치평가의 관점의 결합195): 이때 적법한 행위

여부는 적용되는 법규범에 일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확인가능하다. 매우 약한

가치평가의 관점이란 ‘주어진 법규범에 일치하는 행위는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가치평가를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이렇게 매우 약한 가치평가의 관점에서 형식적

합법성을 판단하는 자는 실제로는 법규범 또는 법체계에 대한 어떠한 가치평가

의 태도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술적으로 법규범을 진술한다. 즉 외부관찰

자 관점에서 형식적 합법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국가 S에서는 인종간의 혼

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가치평가를 하고 있다”라는 S국가의 배경가치에 대한 사

실진술을 하고, “S 국가에서는 인종간의 혼인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는 마찬가

지의 진술을 하는 경우이다. 배경가치와 법규범에 대한 옳다, 그르다의 평가 없

이 ‘그러하다’는 진술만을 할 뿐이되, ‘임의의 법규범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는 가치평가의 관점은 유지하고 있다면 형식적 합법성을 매우 약한 가치평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는 필자가 나름대로의 용어를 첨가하였다.

193)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1면: “X is consistent with N and N has an m-value.”(이탤릭체는 필자가 첨가하였음)

194)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1면.

195)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5면. 구체적인 내용은 필자가 첨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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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00

② 형식적 합법성과 강한 가치평가의 관점의 결합:196) 이는 법규범 N에 일치

하는 어떤 행위 X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는 경우이다. (ㄱ) 무질서보다는

법에 의해 유지되는 질서가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가치평가하는 것과 (ㄴ) 법규

범을 준수함으로써 법질서(의 일부)가 유지된다면 그러한 법준수행위는 바람직하

다는 가치평가가 결합되어 형식적 합법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이다. 즉

내부참여자의 관점에서 형식적 합법성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때 법체계 그 자체

에 대하여 일반적 승인(general approval)을 하는 경우와 문제의 법규범 자체에

대하여 개별적 승인(particular approval)을 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실질적 합법성과 매우 약한 가치평가의 관점의 결합197): 이는 행위 X와 법

규범 N의 관계를 배경가치기준 M에 비추어서 파악하는 실질적 합법성을 외부관

찰자 관점에서 구성하는 것이다. 즉 외부관찰자는 배경가치 기준 M을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문제의 법규범 N이 그 가치기준에 합치한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경우

에 임의의 행위 X가 법규범 N에 일치하면 적법하다고 평가하는 경우이다.

④ 실질적 합법성과 강한 가치평가 관점의 결합198): 이는 행위 X와 법규범 N

의 관계를 배경가치기준 M에 비추어서 파악하는 실질적 합법성을 내부참여자 관

점에서 구성하는 것이다. 즉 법외적인 배경가치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후에

해당 법질서를 승인(일반적 승인)하던가 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배경가치들에

따라서 문제의 개별 법규범을 승인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법이론가들은 합법성 원리를 이해할 때, 일단 합법성의

일반 개념은 인정한 후 형식적 합법성을 강한 가치평가의 관점에서 구성하여 사

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를 정립하는 듯이 보인다. 동시에 법체계의 외부에 놓여 있

는 사회주의적 가치들에 대한 강한 헌신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합법성

원리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자본주의 법체계의 배후가치 자

체에 대한 부정적인 강한 가치평가의 관점을 택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합법성과

관련해서는 강한 가치평가의 관점과 결합된 실질적 합법성의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자본주의 법이론가들은 사회주의 합법성에 대하여 마찬가

지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법학자들이 북한의 법체계에서의 합

196)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6면.

197)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7면.

198) J. Wróblewski, “Problems of Legality in Marxist Theory,” 3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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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01

법성을 평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물론 발달된 자본주의 법체계의 경우 헌법재

판소제도의 도입과 함께 실질적 합법성의 원리가 실현되어 있고, 적어도 이론상

으로는 이른바 소비에트 러시아연방 시절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시기에

서 나온 사회주의적 다원주의에 기반을 준 사회주의적 법치국가론은 실질적 합

법성 개념을 적극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을 첨가하기로 한다.199)

(4) 법원리모델과 합법성 원리

위에서 법과 도덕의 관계와 관련하여 적절한 법질서임을 주장하는 법체계라면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네 단계의 도덕적 가치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i) 어떤 사회이건 존속하고 작동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보편적 도덕적 가치들(생명보호, 일정정도의 신체안전과 자유 보호, 일정정

도의 평등 등), (ii) 법 형식 그 자체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요청(형식적 평등, 공

평무사의 가치), (iii)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오면서 현 단계에서 전 인류가 보편적

으로 인정하는 가치들(이등국민제도금지의 원리,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 등), (iv)

역사적으로 특정한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상대적인 가치들(특정 법체계에 특유한

가치들로서 자본주의적 가치들, 사회주의적 가치들)

이 가치들 중에서 (ii)와 (iii)의 가치들은 법치 또는 합법성(legality)의 근본요소

를 이룬다. 이 가치들은 법이 가지는 안정기능과 분쟁해결기능에 비추어서 보면

법이 가지는 고유한 도덕적 가치라 할 만하다. 합법성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 요

청들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일반규범성의 요청: 법은 자신이 규율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

람들 모두를 적용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 공개성의 요청: 법률은 반드시 공표되어야 한다. 비밀지령은 법이 아니다.

◦ 무모순성의 요청: 상호모순 되는 내용을 담은 법규범들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 명확성의 요청: 법규범의 내용은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여야

한다.

◦ 시간적 지속성의 요청: 법규범은 조변석개(朝變夕改)의 방식으로 쉽게 바

199) 이에 관해서는 M. Gorbachev(김정래 옮김), “사회주의사상과 혁명적 페레스트로이 카”, 중소연구 제13권 제4호, 1989, 239면 참조. 또한 V. 치르킨 외(송주명 옮김), 맑 스주의 국가와 법이론, 30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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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02

뀌어서는 안 되며, 시민들이 이미 알고 있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 법규

범의 내용에 대하여 일정한 기대 및 신뢰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

◦ 소급적용의 금지 요청: 가능한 한 소급적용은 금지되어야 한다.

◦ 이행가능성의 요청: 법규범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행할 수 있는 바를 명령

하거나 금지하거나 허용하여야 한다.

◦ 제정내용과 적용내용 사이의 일치의 요청: 제정되어 공포된 법의 내용과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되는 법의 내용은 서로 일치하여야 한다.

이 여덟 가지 요청들은 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실천적 정당성 조건을

이룬다. 이를 우리는 법의 개념 그 자체에 애초부터 들어있는 도덕적 가치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 내재적 정당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규범은 법이라고 인

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법의 내재적 도덕성’(법을 법답게 하는 도덕적 가치들;

법에 애초부터 담겨 있는 도덕적 가치 그 자체)이라고 부를 수 있다.200) (i), (ii),

(iii)의 가치들을 법이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실천적 정당성’ 조건으

로 본다면 이들 가치들을 극도로 침해하는 규칙들은 법이라고 볼 수 없을 필수

적인 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의의 행위 X가 법규범 N에 합치한다”는 합법성의 근본정식에서 ‘법규범 N

에 합치한다’는 부분을 좀더 살펴본다면 법원리모델과 합법성 원리 사이의 관련

성을 붙잡는데 유용한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법원리주의에 따르면, 어떤 법

체계이든 확정적 법규범 외에도 법원리라 일컬어지는 종류의 규범들이 법으로서

인정되는 이원적 법규범체제를 가지고 있다. 법원리모델에서는 법을 확정적 법규

(legal rules)와 법원리(legal principles)의 두 유형의 법규범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을 강조한다.201) 전자는 구체적 구성요건과 그에 대응하는 구체적 법률효과를 지

정하는 형식의 법규범이며, 후자는 그러한 형식을 가지지 않는 ‘최적실현의 요청’

을 담고 있는 가치들 중에서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보이는 것들이다.202) 전자의

경우에 합법성의 개념은 강한 가치평가의 관점과 결합된 형식적 합법성관이 중

요한 지위를 가진다. 반면 후자의 법원리 법규범 유형에서는 확정적 법규범의 연

원과 타당성을 식별하게 하는 근거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형식적 합법성관

200) 자세한 내용은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33-94면 참조. 풀러의 합법성 원리에 대하여는 최봉철, “풀러의 합법성론”, 법철학연구 제7권 제2호(2004), 7-38면 참조.

201) R. Alexy, Recht, Vernuft, Diskurs, 177면 이하 참조.

202) R. Alexy, Recht, Vernuft, Diskurs, 18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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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03

을 넘어서 실질적 합법성관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계기를 제공한다. 법원리들

자체가 이미 한 법체계를 정당화하는 또는 한 법체계가 지향하는 가치 및 이념

들 중의 부분들을 담고 있는 것이어서 “범규범 N에 합치한다”는 정식이 법원리

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확정적 법규에의 일치’와는 다른 합법성의 논리가 필요하

기 때문이다. ‘법원리규범과의 합치’(consistence of a behavior with a legal

principle)라는 의미에서의 합법성은 기계적 일치가 아니라 가치판단적 활동을 전

제로 하며 그런 한에서 이미 실질적 합법성의 개념을 암묵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행위 X는 법규범 N에 일치하고 그리고 법규범 N은 실질적 가치 m을 보유한

다”는 실질적 합법성의 정식과 연결해서 보자면, 북한법체계에서의 합법성에 관

한 이해는 실질적 합법성관에 서 있음은 분명하다. 법규범이 사회주의 정치도덕

및 주체사상으로 집약되는 원리들에 합치하는 경우에 법규범이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북한에서의 합법성 개념은 국가기관 및 당조직, 인민 각 개인의 행위

가 그러한 법규범에 합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203)

미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북한 법체계는 (i), (ii), (iii)의 가치들을 적어도 명

목상으로는 인정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기본적 인권과 관련해서는 과연 북한 법

체계가 어느 정도 보장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기본적 인권의 보장수준이 현

재의 경제적 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은 것인지 원래 북한의 주체사상이 기

본적 인권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침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구분하여

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정치적 권리들이 제약당하는

북한의 현실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혁명적 지

도원리와 정책적 판단과 관련된 원리들이 구현된 주체사상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어서 실질적 합법성의 원리가 북한 법체계에서는 정치적 합목적성을

실현하는 도구적 지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위에서 든

도덕적 가치들 중 (iv)의 단계에서의 자본주의적 법원리들을 격렬하게 비판하지

만 (i), (ii), (iii) 단계의 도덕적 가치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이 여겨진다.

  1.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의 지배’ 원리

북한의 법체계에서 ‘법의 지배’ 원리(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는 그 이전의 헌

203)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5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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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04

법에서도 규정되고 있었으며 특히 1972년 헌법 제17조 및 제67조와 1992년 헌

법 제18조, 제81조에서 좀더 분명하게 헌법적으로 확립되었다.204)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사회주의적 합법성의 원리는 국가기구 및 노동당의 활동에 대한 법적

통제(협의의 합법성)와 시민의 법준수(광의의 합법성)라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북한의 경우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치중함으로써 개인의 기본권보장이나 절

차적 정의의 실현보다는 ‘북한사회주의체제의 보위’가 그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205) 즉 합법성을 광의의 합법성으로 이해하고 국가와 개인의 법준수가 동일

한 비중과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법의 통제측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 사회주의적 준법성: ‘사회주의법무생활론’

‘법의 지배’ 원리는 북한의 법체계에서는 ‘사회주의적 준법성’으로 통용되며

그 내용은 ‘모든 국가기관, 단체, 기업소, 사회협동단체 및 공민이 수령의 혁명사

상과 그 구현인 당정책을 반영한 국가법령을 존중하는 태도와 관점에 입각하여

이를 성실히 준수집행하고 모든 위법현상을 근절하려는 국가적 요구’로 집약된

다.206) 북한 법체계에서의 사회주의적 준법성의 목적은 ‘수령의 혁명사상과 당정

책을 옹호하고 그것을 전국적인 범위에서 통일적으로 관철하는 것’이며 ‘사회주

의제도를 전복하려는 계급적 원수들의 반혁명적 책동을 철저히 진압’하는 것에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주의법을 예외 없이

지킬 것(전반의무성), 법을 전국적인 범위에서 통일적으로 집행할 것(통일적 집행

성), 사회주의법을 무조건 철저하게 지킬 것(엄격준수)을 강조한다.207)

사회주의적 준법성의 요청이 북한에서 ‘사회주의적 법무생활론(法務生活論)’이

라는 용어로 나타나게 된 것은 1977년 12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6기 제1차 회의

204) 1992년 북한의 헌법 제18조 제2항은 “법에 대한 존중과 엄격한 준수집행은 모든 기 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있어서 의무적이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에 ‘사회주의법 무생활강화’의 조항(“국가는 사회주의법률제도를 완비하고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한 다.”)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제82조에서는 “공민은 국가의 법과 사회주의 생활규범을 지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된 영예와 존엄을 고수하여야 한다”는 ‘사회주 의적 준법성’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205)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 55면.

206)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46면 이하; 김억락/한걸, 국가와 법의 리론, 평양, 1985, 240면.

207) 김억락/한걸, 국가와 법의 리론, 240면 이하 참조;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05-31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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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05

에서 북한사회주의헌법 공포 5주년을 맞이하여 김일성이 “인민정권을 더욱 강화

하자”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서이다.208) 이 연설에서는 관료화에 대한 투쟁의 일환

으로서 국가기관 및 경제기관의 지도적 간부들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조한 것으

로, 애초에는 사회주의적 법무생활의 목적은 권력행사의 남용과 관료들에 대한 통

제에 있었음을 암시한다.209) 이후 <사회주의 법무생활 지도위원회>라는 비상설기

관이 조직되어 활동하다가 본격적인 논의와 제도화가 되기 시작하는 것은 김정일

이 1982년 12월 15일 북한사회주의 헌법공포 10주년기념을 맞이하여 “사회주의법

무생활을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기념연설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210) 이를 계기로

국가기구 담당자들과 인민들 사이에서 그 이론을 생활하도록 하는 학습이 전국적

으로 진행되었고, 드디어 1992년 헌법 제18조에서 사회주의법무생활에 관한 조항

을 신설하면서 사회주의법무생활 개념은 헌법상의 개념으로 정착된다.

북한의 법이론가들에 의하여 ‘사회주의 법무생활의 본질에 관한 독창적인 사

상과 리론’으로 평가211)되고 있는 김정일의 견해에 의하면

“사회주의법무생활이란 모든 사회성원들이 사회주의 국가가 제정한 법규범

과 규정의 요구대로 일하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법무생활은 국가의

법질서에 따르는 근로인민대중의 자각적인 규율생활이며 법규범과 규정에 기초

하여 사람들을 통일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공동생활을 실현해가도록 하는 국가

적인 조직생활입니다.”212)

다음의 다소 긴 인용문을 보면 사회주의법무생활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08) 김일성, “인민정권을 더욱 강화하자.”(최고인민회의 제6기 제1차 회의 연설, 1977. 12. 15)

209) 좀더 자세한 부분은 大內憲 , “朝鮮社會主義法”, 社會主義法硏究所 編, アジアの 社 會主義法, 法律文化社, 1989, 61면 참조; 金圭昇, 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の法と司法制 度, 日本評論社, 1985, 230면 이하 참조.

210) 김정일,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할 데 대하여.”(사회주의헌법 공포 10주년 기념연 설, 1982. 12. 15)

211) 홍극표,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하는 것은 혁명발전과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의 합법칙적 요구”, 사회과학 1983년 제6호, 48면; 리명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께서 밝히신 사회주의법무생활에 대한 리론은 주체의 법리론을 더욱 완성시킨 독창적 인 리론”, 김일성종합대학학보: 력사․법학, 제43권 제1호(1997), 김일성종합대학출판 사, 38면 이하 참조.

212) 김정일,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할 데 대하여, 조선로동당출판사, 198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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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법무생활의 특징은 우선 국가의 법질서에 따르는 자각적인 규율

생활이라는 데 있다. 사회주의사회에서 국가와 사회의 주인은 근로인민대중이

며 사회주의사회의 법규범과 규정은 근로인민대중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고

그들의 이익에 복무한다. 사회주의 하에서는 법을 만드는 것도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만들며 법을 집행하는 것도 근로인민대중의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생활

을 보장하기 위하여 집행한다. 그러므로 사회주의 하에서 법은 존중시되고 자

각적으로 집행된다. (…) 사회주의법무생활의 특징은 또한 사회주의국가가 제정

한 법규범과 규정에 기초하여 사람들을 통일적으로 움직이고 공동생활을 실현

해 나가는 국가적인 조직생활이라는데 있다. 법규범과 규정에 의거하여 사람들

을 통일적으로 움직이고 그들의 공동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주의사회의 본

성적 요구이다. (…) 사회주의는 개인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자본주의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달리 집단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이다. 사람들의 행동의 통일성

과 높은 조직성은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사회의 본질적 특성이다. 사회주

의사회는 조직적인 사회이며 사회의 조직화는 국가적으로는 중요하게 법에 의

하여 담보된다. 사회주의법은 모든 사람들의 사회생활, 사회적 활동을 통일적으

로 규제하는 공동규범이며 준칙이다. 사회주의법에 의하여 사람들의 집단적이

고 조직적인 행동이 보장되며 사회의 질서가 정연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착취

사회의 법은 지배계급의 의사를 반영하고 그 이익에 복무하는 강권정치의 도구

이며 그것은 사회에 강압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주의에 기초하

고 있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사람들을 통일적으로 움직이고 공동생활을 실현해

나가는 조직생활이란 있을 수 없다.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온

사회에 혁명적 준법기풍을 철저히 세우며 사회주의법무생활에 대한 당조직들과

인민정권기관들의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준법교양을 강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213)

사회주의법무생활이란 ‘사회주의사회에 사는 모든 사회성원들이 법규범과 규정

을 철저히 지키고 그 요구대로 활동하는 사회생활’214)이라는 공식적 견해에서 출

발하여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사회주의법무생활을 강화하여야 할 논거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북한국가제도와 사회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계급의 적에

대한 독재를 강화해야 하는데, 인간을 교육하고 개조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경제

213) 북한 사회과학원철학연구소, 철학사전, 도서출판 힘, 1988, 344-5면; 비슷한 견해를 표현하고 있는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46면 이하 참조.

214) 김영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밝혀주신 사회주의법무생활에 관한 이론, 평 양, 198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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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07

문화를 건설하는 데도 중요한 수단인 사회주의법은 이를 위한 강력한 무기이다.

따라서 전사회의 혁명화와 노동자계급화를 촉진하려면 사회주의법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215)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회주의

법무생활의 실현은 다음의 세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말한다216): (i) 사회주의적 법제사업의 강화(체계적/통일적 입법화), (ii) 자발적 법

준수의 의식강화(법준수의 문화함양: 혁명적 준법기풍의 확립), (iii) 법무생활지도

체계의 수립과 가동(법준수지도체계 및 수행기관의 수립)

(2) 사회주의법무생활의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조건: 법후견주의와 법완

전주의

사회주의법무생활론은 우선 80년대에 이르러서 북한의 법률들 중 주체사상에

맞지 않는 법률들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주체

사상이 법이론과 법체계 전반을 완전하게 지배하게끔 새로운 주체주의적 법규범

들을 각 법분야에서 확립해야 한다는 실천적 요구가 생겨났다는 것을 반영한다.

북한의 법규범은 ‘수령이 제시한 당의 노선과 정책을 법적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는 자각217)을 법정책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법무생활의

객관적 환경에 관한 논의이다.218)

사회주의법무생활의 주관적 조건은 ‘혁명적 준법기풍’이라는 용어로 나타나며,

준법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준법교양, 사상투쟁,

법적 제재의 강화를 꼽고 있다.219) 주관적 조건이란 사회구성원들이 주체사상의

원리를 습득하고,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법규범들을 정확하게 인식하며, 구체적

인 생활에서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준수해가는 법의식을 함양해가는 것(이른바

‘준법교양’)이다.220) 좀더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북한의 법이론가들은 ‘모든 일군

215) 법제처, 북한법제개요, 52면 참조.

216) 서창섭, 법건설경험, 평양, 1984, 119면 참조.

217) 가령 김영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밝혀주신 사회주의법무생활에 관한 이론, 21면 이하 참조;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256면 이하 또한 274면 이하 참조.

218) 최근의 북한에서 사회주의법제강화 및 완비를 향한 움직임에 관해서는 장명봉, 김정 일체제 출범 이후 북한법제 정비동향, 통일부, 2001 참조.

219) 리영애, “사회주의법무생활과 혁명적 준법기풍”, 법학론문집 제7집, 평양, 1990, 2면 이하 참조.

220) 김영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밝혀주신 사회주의법무생활에 관한 이론, 38 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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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08

들과 근로자들이 국가의 법규범과 규정들을 존엄있게 대할 데 대한 요구’와 ‘모

든 공민들이 국가의 법규범과 규정들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며 국가기관들의 모

든 활동이 법규를 정확하게 무조건적으로 집행하는 기초위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요구’를 들고 있다.221)

사회주의법무생활의 이러한 요구사항은 법을 준수하는 동기가 제재에 대한 공

포나 이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동기’(올바른 법을 지키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는 태도)에서 비롯되도록 의식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강하게 해석해

도 될 듯하다.222) 아니면 좀더 약하게 해석하여,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법규범들

을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는 것(‘being obliged to’)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준수의 의무를 받아들이는 태도’(‘having an obligation to’)223)를 ‘심

리적으로 내면화’(psychological internalization)224)하거나 ‘승인’하게끔 사회화과정

을 강화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이 가능한 것은 ‘북한의 법체계는 정의롭고 각 개인에게 유익한

것이다’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해타산적 동기에 의한 법준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오로지 도덕적 동기에서만 법을 준수하게끔 강제하려는 견해는

‘법에 의한 후견주의’(legal paternalism)나 ‘법에 의한 완전주의’(legal

perfectionism)의 입장에 설 때 가능하다. 법후견주의란 “행위자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언제나 도

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입장을 일컫는다.225) 법완전주의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

거나 특정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시민들의 품성(character)을 개량 또는 완전하

게 할 수 있다면 자유제한이나 금지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잠재력 및

개성을 온전하게 발현하게끔, 또는 윤리적 완전함을 실현하게끔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개인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강한 완전주의’(strong perfectionism)에 따르면, 덜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을 택하

221)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02면 이하 참조.

222) 규범을 준수하는 동기는 ‘이해타산적 근거’(prudential reasons to obey the law)와 ‘도 덕적 근거’(moral reasons)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개념들에 관해서는 J. Raz, The Authority of Law, Oxford, 1979, 237면 이하 참조.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 지만 비슷한 발상으로는 A. Goldman, Practical Rules, Cambridge, 2002, 22면 이하 참조.

223) 양자의 구분은 H.L.A. Hart, The Concept of Law, 86-9면 참조.

224) 이 점에 관해서는 F. Schauer, Playing by the Rules, 121면 이하 참조.

225) 이에 관해서는 J. Feinberg, Harm to Self, Oxford, 1986, 8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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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09

는 개인들은 처벌되거나 자유를 제한당하여야 마땅하다.226) 법후견주의와 법완전

주의를 합쳐서 ‘온정적 간섭주의’라고 부르기로 하자. 개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다는 이유에서 개인의 자유영역에 간섭해 들어오며, 개인의 인격적 완전성(human

excellence)이나 시민적 덕성(civic virtues)을 법적 강제를 통해서 조장하려는 이

러한 ‘온정적 간섭주의’는 다원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227)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진다. 북한의 사회주의 법무생활론에서 발견

되는 온정적 간섭주의는 후자유형이다. 온정적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와 결합이 된

법체계는 이른바 ‘스승과 어버이로서의 법’(law as teacher and parents) 체계를

구성하게 된다.228)

북한의 경우 주체사상의 실현도구로서의 법기능관과 사회주의 법무생활론은 법

완전주의의 전형이다. 북한의 인민들을 모두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교

양개조하는 수단으로서 사회주의법무생활이 활용된다는 점229)을 감안할 때 북한

의 사회주의 법무생활론은 심지어 ‘법완전주의’의 극단적 형태라고 보아도 성급한

추론은 아닐 것이다. 이는 헌법의 ‘교양적 및 조직동원적 작용’을 강조하면서 이

는 사회주의법체계에만 고유한 것이라고 설파하는 데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230)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법체계에서는 후견주의나 완전주의는 특별히 정당

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반해서, 북한의 법체계에서는 오히려 사회

주의법무생활의 주된 철학적 기초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점 때문

에 북한의 법체계를 ‘유교적 법문화’에 의해서 침윤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학자들도 있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스승과 어버이로서의 법체계’로서의 북한법

체계를 ‘유사종교적 법’(pseudo-religious law)체계의 성격을 가진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231)

226) 상세한 내용을 보려면 J. Feinberg, Harmless Wrong-Doing, Oxford, 1988, 277면 이 하 참조.

227) 이러한 유형의 완전주의를 ‘약한 완전주의’(soft perfectionism) 또는 ‘자유주의적 완 전주의’(liberal perfectionism)라고 부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J. Raz, The Morality of Freedom, Oxford, 1986 참조.

228) 최종고, 북한법, 677면. 완전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에 관해서는 S. Lukes(황경식/강 대진 옮김), 마르크스주의와 도덕, 서광사, 1994, 115면 이하 참조.

229)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39면 이하 참조.

230) 심형일, 주체의 사회주의헌법리론, 평양, 1977, 41면 이하 참조.

231) 최종고, 북한법, 677면 이하; 윤대규, “북한사회에서의 법의 성격 10년”, 25면 이하. 최종고 교수는 이러한 북한법의 특징 때문에 ‘법외법치주의’(法外法治主義)라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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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10

(3) 법적 통제기구의 확대: 법의 권위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완비

사회주의적 법무생활은 또한 법을 준수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예외와 특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 국가법규에 대한 사소한 위반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성을 가질

것, 북한 사회 전체에서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법규범들과 규정들만이

유일하게 적용되고 집행될 것을 요구한다.232) 이를 위하여 ‘국가수반의 유일한

영도 및 이에 해당 관할지역 내의 법무생활에 대하여 주권적 기능을 수행하는

비상설적인 국가기구’라는 다소 어마어마한 명칭을 가진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

원회233)가 설치되었는데, 이 기구는 ‘모든 군중들이 혁명적인 제도와 질서 속에

서 일하며 생활하도록 강하게 통제하며 그들로 하여금 법규범과 규정의 요구대

로 움직이도록 일상적으로 지도하고 감독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234) 이에는

전문적 사법 조직 외에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또 하나의 법강제기구를 설치함으

로써 북한 사회를 강력하게 통제해가겠다는 목적이 놓여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

한 경향은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이후에 생겨난 북한의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북한의 정권담당자들이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법준수를 감시

하고 강제하는 미시적 사회통제기구를 확대하겠다는 법정책적 의지로 이해하여

도 될 것이다.235)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기구의 가동을 ‘법후견주의/법완전주의’의

이념이 개인의 정신과 신체에 대한 사회통제전략과 맞물려서 나타난 법적 통제

시스템의 제도적 표현이라고도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북한 법체계에서 ‘법의 지배’ 원리의 실현 정도

위에서 든 법의 지배원리의 일반적 요청과 80년대 이후 사회주의 국가에서 제

창되어온 사회주의적 합법성 원리에 비추어보았을 때 북한 법체계에서 법의 지

을 도입하여 북한법에서의 합법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최종고, 북한법, 678면.

232) 심형일, 주체의 법리론, 305면 이하 참조.

233)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체계, 특히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에 관해서는 법원행정 처, 북한사법제도개관, 643면 이하 참조; 좀더 구체적인 연구로는 大內憲 , 朝鮮社會 主義法の硏究, 141면 이하 참조.

234) 김영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밝혀주신 사회주의법무생활에 관한 이론, 70 면.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의 조직과 권한에 관해서는 법제처, 북한법제개요, 54 면 이하;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觀, 644면 이하 참조.

235) 金圭昇, 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の法と司法制度, 230면 이하 참조; 한인섭, “북한형 법반세기”, 이장희 외, 북한법 50년 ― 그 동향과 전망, 100면 이하 참조; 법원행정 처, 北韓司法制度槪觀, 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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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11

배는 과연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앞에서 법의 내재적 도덕성

의 요청과 ‘법의 지배’ 원리의 기본적 요청은 다음과 같았다: (i) 모든 법률은 장

래의 행위를 규율하여야 하며, 공개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 (ii) 모든 법률은 가

능한 한 안정적이어야 한다; (iii) 법제정은 공개적이고, 안정적이며, 명확하며 일

반적인 규칙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iv)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v) “법은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자연적 정의의 원리들이 지켜져야

한다; (vi) 사법부는 입법부의 입법작용과 행정부의 행정작용에 대하여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여야 한다; (vii) 시민들이 법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

다; (viii) 범죄예방 및 처벌기관의 재량은 법을 왜곡할 정도로까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법체계에서는 입법과 사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개인이 알 수 있는

경로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사회주의 법무생활론이 제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행위규범성 및 행위지도성은 박약하며 법령제정절차는 형식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받고 있다. 또한 최고 인민회의에서 입법이 행해지

는 절차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요법령들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고인민회

의 상임위원회결정을 통해서 채택되고 채택된 법률들도 전 규정이 공개되는 것

은 아니라고 한다.236) 이는 위의 법치주의 요청 중에서 (iii)의 요청에 반하는 것

이다. 물론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의 법체계에서도 위의 8가지 요청이 완전하게

충족될 수는 없겠지만, 이들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이라도 그 위반의 정도가 심하

다면 그리고 여러 가지의 요건들을 현저하게 위반하고 있다면 법치의 원리가 실

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1998년 이후 ‘선군정치’(先軍

政治)가 강조되면서 국방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즉 국방위원회가 최고인민

위원회 다음 순위에 놓임으로써 국방위원회가 법적 지위와 구성, 임무와 권한에

있어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지방주권기관들, 사법검찰 기관보다 우위

에 놓이게 된 것이다.237) 그렇다면 ‘전시입법’(demonstrative legislation)이라고 보

일 수 있는 경향238)도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하

236) 윤대규, “북한사회에서의 법의 성격 10년”, 25면 참조; 법원행정처, 北韓司法制度槪 觀, 45면 이하; 최달곤, “북한법의 체계와 특색의 구명을 위하여”, 세종연구소(편), 북 한법의 체계와 특색, 1994, 7면.

237) 이에 대해서는 정영철,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 선인, 2004년, 85면 이하 참조.

238) 최종고, “북한법의 변화와 전망”, 이장희 외, 북한법 50년, 그 동향과 전망, 3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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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6권 제1호 : 446~513 512

면, 특정부문에서는 법제사업이 진행되지만 인권관련 부분에서는 법치의 원리가

더디게 이루어져갈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Ⅴ. 맺음말

북한법체계에서의 법이론은 그 배경이 되는 가치체계와 법의 본질(계급지배의

수단)을 파악하는 관점의 차원에서는 자본주의 법이론과는 다르지만, 법철학 일

반이론에 비추어보면 적어도 메타법이론적 차원에서는 유사한 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법이론가들이 법개념을 파악하는 견해는 포용적 법실증주의의

입장에 가까웠다. 법치주의에 관해서도 ‘사회주의적’ 특성을 수사학적으로 강조하

고는 있지만, 합법성(legality) 일반 개념, 형식적 합법성과 실질적 합법성(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개념, 법률주의와 입헌주의와 같은 개념들을 활용

하여 분석한 결과도 유사성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른바 ‘유사성의 추

정’ 원칙이 통용된다는 점이 이로써 밝혀졌다고 본다. 만일 구체적인 판결들을

입수하여 분석할 수 있었다면 법적 추론의 방법론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북한의 법체계에서 개혁/개방

을 강조하는 90년대 이후 법제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을 보면 적어도 사회주의법

치국가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발전, 사회통제, 체

제수호라는 차원에서만 법제사업이 진행될 뿐, 국가권력행사를 법으로서 제한하

고 인권을 보장한다는 법치주의의 근본목적에 비추어 보면 미흡하기 때문에 법

률주의(legalism)에 여전히 머물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을 향한 노력들은 어렵지만 조금씩 진행되어 가고 있다. 법분야

에서 통일된 법제도를 모색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특히 법의식과 법문화의 차원에서 남북한의 구성원들이 서로 접근해

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정법분야에서의 통일법보다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

다. 그러나 차이점보다 유사성을 찾으려는 연구를 하게 되면 법이론의 차원에서

상호이해를 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통일법의 이념적 기초가 다져질 것

이라고 소망하면서 이 논문을 맺기로 한다.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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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북한 법체계에서의 법개념론과 법치(法治)론에 관한 고찰 513

〈Zusammenfassung〉

Über die Rechtsbegriffs- und Rechtsstaatlichkeitslehre in Nordkorea

239)

Dokyun Kim *

Es handelt sich bei dem vorliegenden Aufsatz darum, wie man die

Rechtsbegriffs- und Rechtsstaatlichkeitslehre in Nordkorea auffassen soll. Es findet

sich zwar viele juristischen Untersuchungen über das Rechtssystem von

Nordkorea, aber weinge Versuche, es vom rechtsphilosophischen Standpunkt aus

zu analysieren. Nordkoreanische Rechtswissenschaftler gehen davon aus, dass das

Rechtssystem von Nordkorea zu einer sozialistischen Rechtsfamilie gehört. Ihre

Rechtsbegriffslehre scheint deshalb im ersten Augenblick, sich auf einem starken

Rechtspositivismus oder einer Imperativentheorie zu beruhen. Bei näheren

Betrachtungen läßt sich jedoch feststellen, dass die Rechtsbegriffslehre in

Nordkorea eine Prinzipientheorie des Rechts impliziert und also eine inklusive

Rechtspositivismus ist. Aber da nordkoreanische Rechtswissenschaftler das Recht

den policy judgments von Il-Sung Kim und Jong-Il Kim unterordnen, setzt sich

ihre Rechtslehre der Gefahr aus, den Bereich des Rechts zu verengen und damit

die Unabhängigkeit der Judikatur zu diminuieren. In Hinsicht auf die

Rechtsstaatlichkeit in Norkorea kann man feststellen, dass sich die sogenannte

sozialistische Rechtsstaatlichkeit in Nordkorea seit 1987 entwickelt hat. Diese

Tendenz läßt sich sowohl in vielen rechtwissenschaftlichen Literaturen als auch in

nordkoreanischen Rechtsinstitutionen konstatieren. Aber die Rechtsstaat-

lichkeitslehre in Nordkorea orientiert sich weniger nach der Kontrolle des Staats

als nach der Disziplinierung der nordkoreanischen Bürger. Die Aufgabe der

Rechtswissenschaft in Nordkorea liegt darum darin, eine Rechtslehre zu

entwickeln, die Menschenrechte und Demokratie ernstnimmt. Dies ist eine

notwendige Bedingung für das harmonische Zusammenleben vom süd- und

nordkoreanischen Rechtssystem.

  • Assistant Professor, College of Law, Seoul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