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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홍, 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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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연구 제14권 제3호: 81~102
한국법철학회 2011

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안준홍 *1)

<국문초록>

법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울려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의 정합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요소들이 어떻게 어울려 있는 법의 정

합성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로 견해가 갈린다. 법의 정합성에

대한 관념을 이해하고 설계할 때는 특히 그 이념을 법의 개별 분야에 국한해서

추구할지 아니면 법질서 전체에 걸쳐서 추구할지, 하나의 원리나 가치를 구현하

는 문제로 볼지 아니면 다수의 원리나 가치 사이의 관계에서 구현할지 하는 문

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대표적인 정합성 법이론들을 검토하여 보면, 맥코믹은 국지적이고 단

순한 정합성이론을, 드워킨은 전체적이고 복합적인 정합성이론을, 페체닉은 전

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이 그보다도 더 강한 정합성이론을 전개하였다.

  • 경원대학교 법과대학 조교수. ** 이 글의 여러 문제점을 친절하게 지적하여 주신 심사위원분들과 초고를 정성껏 보아 주신 양희근, 서윤정 두 분 변호사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여전히 남아 있는 부족한 점들은 앞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 투고일자 2011년 11월 10일, 심사일자 2011년 11월 21일, 게재확정일자 2011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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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원리나 가치를 대상으로 삼는 복합적인 정합성 관념은 전체론적 경향

을 가진다. 법의 정합성을 법질서 전반을 아우르는, 여러 가지 원리나 가치의 관

계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면, 거기에 너무 많은 다양한 요청들을 담게 되고, 또

그 내용이 느슨하고 성기게 되어서 다른 개념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내용을 담기

가 어려워지고 막연하여지는 문제가 생긴다. 또, 법의 개별적인 분야에서 추구

되는 가치들이 서로 정합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법의 정합성은 우선 법의

구체적인 개별 영역에서 국지적으로, 그리고 하나의 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

으로 파악하는 것이 그 개념의 고유한 내용을 알기 쉽고 실천적으로도 보다 알

찬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바람직하여 보인다.

Ⅰ. 들어가며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ⁿ+yⁿ=zⁿ을 만족시키는 정수해 x, y, z는 없

다.”1) 그 유명한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의 마지막 정리’이다. 수많

은 수학도들을 좌절시킨 끝에 지난 세기 말 영국 출신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

(Andrew Wiles)가 마침내 그것이 참임을 증명함으로써 또 한 번 세상의 주목

을 크게 받기도 하였다.2) 그 증명과정을 검토하는 것이 여기서의 일일 수는

물론 없다. 또한, 그 종국적인 증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학자들의 기여가 있

었고, 그 과정에서 수학의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그저

신기하게 들어도 좋겠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인 일로 꼽고 싶은 것은,

종래 동떨어진 것으로 취급되던 수학의 영역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선

(善)할(또는,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가설(假說)을 세

우고 증명하려 노력한 여러 수학자들의 사유가 거기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

이다.3) 가설을 세우는 동기가 만약 그것이 참이라면 ‘선(善)하거나 아름다울

1)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x, y, z 중 하나가 0이거나 모두 0인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 서가 붙는다.

2) 이에 대한 대중적인 소개로는 사이먼 싱(박병철 역),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영림 카디널, 199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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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기 때문이라니! 수학자들의 일이 참 아름다와 보인다.

우리가 공부하는 법은 어떠한가? 법에 대한 탐구도 ‘만약 그렇다면 아름다

울 것’이기에, 또는 ‘여기서 그러하다면 저기서도 그러한 것이 선하거나 아름다

울 것이기에’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럴 수 있다면 어디까지 어떻게, 그럴 수 없다면 왜?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면, 지난 세기 중반 이후에 특히 드워킨(Dworkin, R.)

의 법이론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법철학계의 선풍적인 관심사가 된 법

의 ‘정합성’(整合性, coherence) 문제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고, 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단 그것을

법의 여러 분야와 요소들이 ‘서로 맞아 떨어져서 어울리는 것, 서로 지지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위에서 언급한 수학자들의 사유방식과 닮은 것이

자, 또한 ‘조화와 균형’의 이상(理想)으로서 실천적인 세계의 ‘아름다움’의 표지

라 할 만하겠기 때문이다. 세상의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법 또한 그 안

에서 서로 어긋나는 것들은 깎고 다듬어서 조화롭게 만들고, 그리하여 거기에

는 ‘좋은 것들이 서로 알맞게 어울려 있어서’, 빈 데나 새로 생기는 문제들은

이미 사이좋게 있는 것들에 비추어서 내용을 채우고 해결해 갈 수 있다면 얼마

나 좋을까? 더구나,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룰 것’, 유추해석(類推

解釋), 그리고 곳에 따라서는 선판례(先判例) 구속 등 크게 보아서 정합성의 요

청이라 할 만한 것들에 법률가들은 이미 익숙하지 않은가?

법을 파악하고 운용하는 데서 위와 같은 정합성의 이념에 많은 이들이 환호

하는 사정은 이처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른 많은 이념과 마찬가

지로, 어쩌면 특히나 법의 정합성에 대하여는 더더욱 회의(懷疑)하거나 그를

넘어 냉소하는 이들이 또한 적지 않다. 바뀌어가는 환경과 생각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들에 서로 반응해서 생산되는 법이 정합적일 것을 기대

하기란 어렵고, 더 나아가 그런 기대는 법에 대한 공연하여 해로운 환상을 낳

을 수 있다는 우려이겠다.

과연 법에서 정합성의 이상은 어떤 자리를 부여받아야 마땅할까? ‘조화와

균형’의 이상인 정합성 자체는 다시 다른 법이념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리잡아

3) 예컨대, 위의 책, 243-250면의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에 대한 설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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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조화롭고 균형이 맞을까? 여기서는 현대의 대표적인 정합성 법이론들을 개

관하고, 이를 기초로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소박하게나마 모색하여 보고자 한다.

Ⅱ. 법의 정합성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들

철학에서 정합성은 진리의 표지 또는 올바른 인식의 기초로서 유력한 후보

군에 든 지 오래고, 그 내용으로는 명제들 사이의 무모순성(consistency), 함축

관계(entailment), 설명적 지지관계(explanatory relation) 등이 꼽힌다.4) 그런데

법이라고 하는 특수한 대상 또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지,

법의 정합성으로 제시되는 내용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법

의 정합성을 다루는 이론가들 대부분이 그 내용으로 논리적 일관성 또는 무모

순성을 최소요건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어떤 속성이 어떤

범위나 맥락에서 더 필요한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갈리고 있다. 여

기서는 법의 정합성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들을 오늘날 대표적인 정합성 법이

론가들로 손꼽히는 맥코믹(N. MacCormick), 드워킨(R. Dworkin), 그리고 페체

닉(A. Peczenik)의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5)6) 다투어지는 관념에 대

4) 마티아스 슈토이프/한상기 역, 󰡔현대인식론 입문󰡕, 서광사, 2008, 244면 이하; James O. Young, “The Coherence Theory of Truth,”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 ophy (September 2009 Edition), Edward N. Zalta(ed.), URL=http://plato.stanford.e du/entries/truth-coherence/ 참조. 5) 여기서 정합성 법이론이란 법에 대한 설명이 참인지 여부가 정합성과 상관있다고 보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Joseph Raz, “The Relevance of Coherence,” in his Ethics in the Public Domain-Essays in the Morality of Law and Politics-, Claendon Press・Oxford, 1994, 261-309면(원래는 Boston University Law Review, 72/2, 1992, 273-321면) 중 275면 참조. 6) Jaap Hage, “Law and Coherence,” in Ratio Juris. Vol. 17 No. 1, 2004, 87-105면 중 1면; Julie Dickson, “Incorporation and Coherence in Legal Reasoning,”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ebruary 2010 Edition), Edward N. Zalta(ed.), URL=http://plato.stanford.edu/entries/legal-reas-interpret/; Amalia Amaya, “Legal Justification by Optical Coherence,” in Ratio Juris. Vol. 24 No. 3, 2011, 304-329면 중 307면 등 참조. 한편 이상돈, “법체계의 정합성과 법적 논증의 정합성원칙,” 󰡔법철학과 사회철학󰡕 4, 교육과학사, 1994, 29-53면에서는 알렉시(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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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는 그러한 다툼의 공통분모를 ‘개념’(concept)으로 삼고, 서로 다른 생각들

을 ‘관념’(conception)으로 정리하여 해명하는 것이 오늘날 유행처럼 되었다. 법

의 정합성에 대하여도, 일정한 명제들이 ‘서로 지지하는’ 관계라고 하는 정도의

생각을 서로 다른 관념들이 공유하는 개념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를

여기서 따로 더 다루지는 않기로 한다. 다만, 법의 정합성에 대한 논란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검토할 이론들이 제시하는 정합성의 내용을 ①

무엇들 사이의 관계인지(대상), ② 그것들 사이의 어떤 관계인지(관계), ③ 그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며(가치), ④ 어떻게 구현되는지(실현방법) 등으로 나누

어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7) 그리고 법의 정합성과 법

적 판단— 재판— 의 정합성을 나누어서 따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고 유익할

수 있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그 두 영역을 따로 보지 않기도 하므로 여기서는

일단 그런 구별 없이 ‘법의 정합성’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8)

  1. 맥코믹의 경우—법실증주의적, 국지적, 단순한 정합성 관념—

법의 정합성에 대한 오늘날의 논의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는 맥코믹은 이 문제를 주로 법적 판단(legal reasoning)과 관련하여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재판과정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

은데, 그 합당한 해법 중 하나가 정합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합성은 이렇게

사실관계와 법리 모두에서 문제가 되지만, 여기서는 법리의 문제에 집중하기

로 한다.9) 그는 기존의 법규칙들로부터 의심이나 다툼이 없이 법적 판단이 내

Alexy)와 귄터(K. Günther)의 이론을, 강일신, “사법판단에서 정합성의 역할-영미법 이론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에서는 맥코믹과 드워킨에 더하 여 귄터의 법이론을 정합성 법이론으로 다루고 있다. 7) Bob Brouwer et al.(eds.), Coherence and Conflict in Law, Kluwer Law and Taxation Publishers, 1992의 서문 참조. 8) 그 두 가지 문제영역을 나누어서 검토한 예로 J. Raz, 앞(주 5)의 글 참조.

9) 맥코믹은 규범질서인 법체계 안에서 법적 판단이나 규범명제들을 정당화하는 것과 상관되는 ‘규범적 정합성(normative coherence)’과 사실발견 및 증거로부터의 합리적 추론을 정당화하는 것과 관련되는 ‘서사적 정합성’(narrative coherence)을 구별하고 있다. Neil MacCormick, “Coherence in Legal Justification,” in A. Peczenik, L. Lindahl, B. V. Roermund(eds.), Theory of Legal Science, Reidel, 1984, 235-2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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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질 수가 없고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할 때, 그러니까 흔히 ‘어려운 사안’(hard

case)이라고 부르는 경우에는, 판결의 결과를 고려하고(consequentialist

argument), 법규칙들 사이의 무모순성(consistency)과 정합성(coherence)을 고려

하여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10) 여기서 정합성이란 다수의 법규칙들이 한

데 어울려서 ‘조리가 서는 것’(make sense)으로서, 보다 일반적인 규범인 ‘원

리’(principle)에 부합하여 그것의 ‘구체화’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이처럼 맥코믹의 이론에서는 어떤 법규칙들(legal rules)이 보다 일반적인 규

범인 ‘원리’(principle)에 부합하여 그것의 ‘구체화’로 여겨질 수 있을 때 정합적

이라고 하며,11) 이 때 원리는 구체적인 법적 결정이나 규칙을 설명하고 정당화

한다.12) 따라서 정합성은 법원리를 매개로 한 ‘법규칙들 사이의 관계’를 대상으

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무모순성과 아울러 정합성은 사안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비슷한 사안들을 비슷하게 다루는, (형식적) 정의의 한 측면으로서 중요한

법적 가치이다.13) 이는 사법부에 의한 입법작용의 한계로 작용한다.14) 또한,

법규범들이 정합적일수록 사람들이 법을 이해하고 예측하기가 더 쉬워진다.15)

하지만 나찌체제에서 ‘혈통의 순수성’이 하나의 가치로 추구된 데서 보듯이, 순

전히 법의 내적인 가치로서 정합성이 정의(正義)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합성은 실질적 정의(實質的 正義) 등 법의 다른 이념들과 각축할 수 있는 하

나의 법이념일 뿐이다.16)

이러한 정합성은 법원리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는 규칙들을 발견하거나, 여

러 법규칙들이 도출된다고 볼 수 있는 법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추구된다. 또,

, Rhetoric and the Rule of Law-A Theory of Legal Reasoning-,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189면 이하 참조. 10) N. MacCormick, Legal Reasoning and Legal Theory, Clarendon Press・Oxford, 1995(초판은 1978년), 100면 이하 참조. 11) N. MacCormick, 앞(주 9)의 책(Rhetoric and the Rule of Law), 192면. 12) N. MacCormick, 앞(주 10)의 책, 152면 이하; , 위의 책, 190면 이하 참조.

13) N. MacCormick, 앞(주 10)의 책, 179면. 그래서 정합성은 유추해석과 비슷한 근거 와 구조를 가지고 작동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14) N. MacCormick, 앞(주 9)의 책, 202-203면. 15) N. MacCormick, 위의 책, 201-202면. 16) N. MacCormick, 위의 책, 2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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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법적 판단들 중 결과적으로 가장 나은 것을 찾는 ‘결과고려’가 가치평

가적인 데 비하여, 어떤 법원리를 구체화하는 정합적인 규칙을 발견하거나, 여

러 규칙들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원리를 발견하는 일은 ‘인지적’인 것으로 설

명된다.17)

한편, 정합성 법이론은 개별 법영역의 정합성에 주목하는지, 아니면 법질서

전체의 정합성을 추구하는지에 따라서 국지적인(local) 것과 전체적인(global)

것으로, 또, 하나의 원리나 이념의 실현을 문제삼는지 아니면 복수의 원리나

이념들 사이의 정합성을 추구하는지에 따라서 단순한(simple) 것과 복합적인

(complex) 것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유익하다.18)

이렇게 볼 때, 맥코믹의 정합성론은 법실증주의적이고, 국지적이며, 단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법을 관행적인 신념에 기초한 것으로 이해하는 점에서

법실증주의적이고, 법체계 전체에서가 아니라 특정한 법영역에서 국지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어느 하나의 법원리와 그것의 구체화인 법규칙들 사이에서 정

합성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이 아니라 국지적이며, 또한 단순한 정

합성 관념이다. 이런 점들에서 다음에 살펴 볼 드워킨이나 페체닉의 이론과 대

비된다.

  1. 드워킨의 경우-법해석주의적, 전체적, 복합적인 정합성 관념-

하트(H.L.A.Hart)로 대표되는 현대 법실증주의를 맹렬히 비판하고 ‘구성적

해석’에 기초한 대안적인 법이론을 제시한 당대 법철학계의 풍운아 드워킨(R.

Dworkin)의 법이론은 흔히 일종의 정합성 법이론으로 이해되고 있다.19) 그의

17) N. MacCormick, 앞(주 9)의 책, 185면 이하 참조. 18) 국지적인 정합성론과 전체적 정합성론을 구별하여 논하는 예로 Barbara Baum Levenbook, “The Role of Coherence in Legal Reasoning,” in Law and Philosophy, Vol. 3, No. 3, 1984, 355-374면; J. Raz, 앞(주 5)의 글 등 참조. 그와 달리, 하나의 원리나 이념의 구현에 대한 단순한 정합성과 다수 원리 사이의 복합적인 정합성에 대한 구별을 특별히 강조하는 경우를 잘 보지는 못 하였지만, 특히 복합적 정합성 모델은 전체적인 모델로 나아갈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도 이런 구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 Ken Kress, “Coherence”, in D. Patterson(ed.), A Companion to Philosophy of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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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법철학연구

법이론에서 정합성의 역할이 시기를 두고 변화를 보인 데 주목하는 이들도 있

고,20) 「법의 제국(Law's Empire)」에서 그가 역설한 통합성 법이론(law as

integrity)이 과연 정합성 법이론인지 다투어지기도 한다.21)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그런 문제들은 제쳐두고, 그의 법이론에서 정합성의 의의를 「법의 제국

(Law's Empire)」을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하자.

드워킨에 따르면, 현실의 국가는 완벽하게 정의롭고 공정할 수 없기 때문에

따로 통합성(integrity)의 이념이 요구된다. 즉, 정의로운 상태에 대하여 사람들

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럴 때 각축하는 이념들을 각각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례하여 한 번은 이쪽으로 다른 한 번은 저쪽으로 하는 식으로 법과 제

도를 운영하는 것은 자의적(恣意的)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그 공동체가 이제까지 추구하여 온 ‘정의와 공정의 정합적인 질서’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하나의 목소리로’ 말할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할 때 그 공동체

는 개인들의 우연한 집합에 그치거나 그때그때의 타협에 만족하지 않고, 정합

적인 원리들을 추구하는 참된 공동체로서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일을 저마다

자신의 일로 여기고 준법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22) 그리하여, 법명제

and Legal Theory, Blackwell, 1996, 521-38면 중 533면 이하; Aldo Schiavello, “On “Coherence” and “Law”: An Analysis of Different Models”, in Ratio Juris. Vol. 14 No. 2 June 2001(233-43), 240면; J. Dickson, 앞(주 6)의 글 등 참조. 20) K. Kress, 위의 글, 533면; A. Schiavello, 위의 글, 239면 이하 참조.

21) 라즈는 다음과 같이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드워킨이 제시하는 통합성(integrity)이 (i) 법의 모든 부분을 통일하거나 지배하는 ‘하나의’ 목적을 찾는 강한 일원론적 정합 성일 리는 없고(그런 이론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ii) 정의, 공정성, 적법절차 등 여러 원리들의 정합적인 순서지움을 의미한다면, 그런 질서는 정합성 자체를 추 구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정합성이 최선의 법이론의 부산물에 불과할 수 있다. 또, 드워킨은 그것으로 이해가능성(intelligibility), 전체론적 성격(holisticity), 한 목소리 로 말하기(speaking with one voice: 라즈는 이것이 그저 자의적(恣意的)이거나 변덕 스럽지 않을 것을 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인 기록에 부합하기(fitting the historical record) 등 상이한 관념들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그가 정합성을 얼 마나 그리고 왜 지지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J. Raz, 앞(주 5)의 글, 303-309면 참조. 이 문제는 다른 기회에 따로 다루어 볼 만할 것으로 생각된다.

22)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역, 󰡔법의 제국󰡕, 아카넷, 2004, 제6장 “통합성” 및 제7장 “법 에서의 통합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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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9

는 그 공동체의 법실무에 대한 최선의 구성적 해석을 제공하는 정의, 공정성,

적정절차의 원리들에 나타나거나 그로부터 나올 때 참[眞]이다.23)

드워킨의 법이론에서 이렇게 핵심적인 관념인 ‘통합성’을 일종의 ‘정합성’으

로 본다면, 그것이 대상으로 삼는 관계는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법적 실행을 향

도하는 ‘원리들’ 또는 이념들이다. 그리고 그런 원리들이 정합적이라고 하는 것

의 의미는 그것들이 모순되지 않고 서로 어울려 일정한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는 것이며, 그런 질서가 입법과 재판 등 개개의 정치적 결정에서 일관되게 관

철될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통합성은 개별적인 정치적 결정이 기존의 법질

서에 부합하기 위하여 요구될 뿐더러, 그것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도 필요하다. 그것을 통하여 정치공동체는 구성원에게 정치적 결정을 따를 것

을 요구할 온전한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런 이상(理想)은 정치공동체의 구성

원들이 통합성의 이념에 따라서 그 법질서를 가능한 최대한 도덕적으로 정당

한 것으로 해석하는 구성적 해석(constructive interpretation)을 통하여 실현되

며, 이로써 법을 ‘발견할 것인가, 발명할 것인가’ 하는 오래된 이분법적인 생각

을 지양할 수 있게 된다.24)

간추려서 보면, 앞에서 본 맥코믹의 이론에서는 일단 법이 있고, 그것을 모

순되지 않고 정합적으로 정의롭게 발전시켜가는 것이 법이론의 주된 과제였다

면, 드워킨은 정합성 자체를 법과 동치시킨다고 할 수 있다. 즉, 그에게 법은

저기 떨어져 있는 것으로 관찰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당국자들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해석의 과정이자 산물이며, 그래서 해석주의적이다. 또,

그러한 해석과정의 핵심적인 지표로 제시된 ‘통합성’(integrity)은 이제까지 쌓

인 법적 자료들을 한 사람이 인격적인 일관성을 가지고서 만들어 낸 것처럼

여기고, ‘정의’(正義)와 ‘공정성’(公正性), 그리고 ‘절차적 적정’(適正) 등 법이 추

구하여야 하는 여러 가지 이념들을 조화롭게 추구한 결과로 생각하고서, 그 연

장에서 법을 만들고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의 이론에서 정합성은 법

의 개별적인 단위 영역을 뛰어넘어 법 전체로 확대되고, 하나의 원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리 또는 이념들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의

23) 로널드 드워킨, 위의 책, 322면. 24) 로널드 드워킨, 위의 책, 79-85, 324-32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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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법철학연구

정합성론은 전체적(global)이며, 복합적(complex)이다.

  1. 페체닉의 경우-종합적, 전체적, 복합적인 정합성 관념-

폴란드에서 태어나 스웨덴을 중심으로 활동한 법철학자 알렉산더 페체닉

(Aleksander Peczenik, 1937-2005)은 현대의 대표적인 정합성 법이론가 중 한 사

람으로 꼽히지만, 그의 법이론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

다.25) 필자 역시 그의 법이론의 전모를 알지는 못 하지만, 법의 정합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법적 판단의 정당화와 관련된 것과 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989년에 출간된 On Law and Reason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페체닉은 법

적 판단을 다음과 같이 정당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법적 판단은 무모순성과 정합성, 그리고 절차적 합리성이 구현될 때 정당화될

수 있다.26) 여기서, 무모순성은 그러한 정당화의 필요조건에 불과하고, ‘체계연

관성’으로 이해될 수 있는 정합성이 거기에 더하여 요구된다.

그는 정합성을 “명제들 사이의 지지관계”로 이해하고, 명제들이 속한 이론

이 완벽한 지지구조(supportive structure)에 가까울수록 더 정합적이라고 하는,

정합성에 대한 하나의 ‘관념’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론의 정합성은 다

음과 같은 여러 가지 속성들이 결합되어서 평가된다.27) 먼저, 이론이 구성하는

지지구조의 속성과 관련하여 다른 조건이 같다면, ① 지지되는 명제들이 많을

수록, ② 근거의 연쇄가 길수록, ③ 강하게 지지되는 명제가 많을수록,28) ④ 동

25) Ratio Juris. Vol. 19. No. 2, 2006, 245-8면에 알렉시가 그를 기려 쓴 글 (“Aleksander Peczenik: In Memoriam”)이 실려 있다. 26) 여기에 더하여, 실용적인 성공(pragmatic success)을 따로 거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어떤 이론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사회 구성원들의 평 화로운 공존과 효율적인 협동을 촉진하는 것을 가리킨다. Aleksander Peczenik, “Law, Morality, Coherence and Truth”, in Ratio Juris. Vol. 7 No. 2, 1994, 146-176 면 중 171-174면 참조. 27) Aleksander Peczenik, On Law and Reason(제2판), Springer, 2009(초판은 1989년), 132-45면;Robert Alexy and Aleksander Peczenik, “The Concept of Coherence and Its Significance for Discursive Rationality,” in Ratio Juris. Vol. 3 No. 1, 1990, 130-147면 중 132-14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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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11

일한 전제에 의하여 지지되는 결론이 많을수록, ⑤ 원리들 사이의 선호관계 숫

자가 많을수록, ⑥ 명제들 사이의 상호적인 경험적, 분석적, 규범적 관계가 많

을수록29) 정합적이다. 다음으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론의 지지구조들이 전

제하는 개념들이 ⑦ 일반적일수록, 그러니까 그 이론이 고유명사가 없는 명제

들을 많이 사용할수록, 일반적인 개념을 많이 포함하고 그 일반성의 정도가 높

을수록, 그리고, 사용되는 개념들의 (가족적) 유사성이 높을수록 더 정합적이

며, ⑧ 복수의 이론들 사이에 서로 공유하는 개념이 많을수록, 그리고 유사한

개념들을 많이 사용할수록 그 이론들은 서로 더 정합적이다. 끝으로, 이론이

포괄하는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⑨ 이론이 포괄하는 개별

사례의 수가 많을수록, ⑩ 더 많은 삶의 영역을 포괄할수록 더 정합적이다. 그

리고 최종적으로 이론의 정합성 정도는 이와 같은 기준들을 서로 비교형량하

여 판단한다.

하지만 정합적인 것들끼리 경쟁할 수 있고, 그 중 어느 것이 타당한지를 객

관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합의를 목표로 하는 절차적 합리

성이 추가로 요구된다. 이렇게 무모순성, 정합성, 절차적 합리성이 합쳐져서 실

천적 문제의 진리기준인 타당성(correctness)을 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8) 페체닉은 명제들 사이의 지지를 약한 것과 강한 것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강한 지지 란 다음과 같은 전제들의 집합 S에 속하는 명제 p1이 p2를 지지하는 관계이다. S의 전제들은 어떤 것도 무의미하거나 거짓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적어도 S의 부분집합 중 하나에서 p2가 논리적으로 도출되며, 그 부분집합으로부터 p2를 추론하는 데 그 부분집합의 모든 명제들이 필수적이고, S의 각 요소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그런 부분집합에 속하며, p1이 속하지 않는 S의 부분집합으로부터 p2가 도출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p1이 일군의 전제들로 이루어진 집합 S에 속하고, p2가 S로부터 논리적 으로 도출될 때에 p1은 p2를 약하게 지지한다. R. Alexy and A. Peczenik, 위의 논문, 132, 134면 참조. 29) 페체닉은 명제들 사이의 상호지지를 분석적인 것, 경험적인 것, 그리고 규범적인 것 으로 나누어서 보고 있다. 그가 드는 예를 보자면, 기본권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있 는 것과 민주적인 입법과정 사이에는 (분석적으로는 아니지만) 경험적이며 규범적인 상호지지 관계가 있고, 기본권과 법치국가 사이에는 상호 분석적인(개념필수적인) 지지관계가 있다. 그리고, 보다 일반적인 명제와 보다 특수한 명제들이 서로 지지하 는 경우에 상호 규범적인 지지관계가 인정된다고 한다. A. Peczenik, 앞(주 27)의 책, 136-13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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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법철학연구

한편, 그의 저술 중에 이러한 법적 판단의 정합성이라고 하는 문제의 범위를

넘어서서 법의 존재 자체를 다룬 것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30) 그 내용을 간단

히 보면, 우선 법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법이 그런 신념

과 동일한 것은 아니며, 법은 인간의 신념, 선호, 행위, 경향, 인공적인 구조물

등에 ‘수반’(supervene)한다고 한다. 그리고 법은 사람들의 공통된 신념에 기초

하는 관행적인 규칙들 및 다른 규칙들에 기초해서 존재하는 제도적인 규칙들

의 혼합체이다.31) 그런데, 이런 “관행적․제도적 법이론”은 법이 정합적이어야

한다는 이념을 수용하도록 수정되어야 하며, 이 임무를 “법해석학”이 수행한

다. 여기서 법해석학은 개별 사례를 분석하고 가능한 해석을 열거하며, “상당

인과관계이론”과 같은 일반이론이 제공하는 추상적인 원리들 아래 법을 체계

화하고, 법에 대한 일반이론, 도덕철학적인 이론을 계발하고, 법학과 도덕철학

배후의 기본적인 철학적 입장들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이는 결국 어떤 “정합적

인 전체성”(a coherent totality)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하여, 법에

관한 최선의 이론은 “모든 것에 대한 가장 정합적인 이론” 중에서 법의 내용과

속성을 다루는 부분이 된다.32) 그리고, 여기서는 담론절차가 그런 정합적인 법

이론의 당연한 구성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33)

이처럼 페체닉의 이론에서 법의 정합성은 법이론 또는 그것을 포함하는 “모

든 것에 대한 이론”을 대상으로 하며, 앞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속성들을 구체

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그는 이러한 정합성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그것은 법적 정당화가 자의적(恣意的)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정의(正義)

의 요청이자, 여러 세대에 걸쳐서 법률가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수집, 평가, 발

전시킬 수 있도록 법해석학적 체계를 만들 수 있게 하여 안정과 진보에 기여함

으로써 실천적 합리성을 높인다. 또, 이런 정합적인 사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게서 경험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안정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사람들이 안

30) Aleksander Peczenik and Jaap Hage, “Legal Knowledge about What?,” in Ratio Juris. Vol. 13 No. 3, 2000, 326-345면. 31) 이를 위의 논문의 저자들은 관행적・제도적 법이론(the conventional cum institutional theory of law)이라 부른다. A. Peczenik and J. Hage, 위의 글, 332면. 32) A. Peczenik and J. Hage, 위의 글, 335면. 33) A. Peczenik and J. Hage, 위의 글, 3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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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13

정적으로 공존하는 데 기여한다.34)

이렇게 보면, 페체닉의 정합성 법이론은 앞에서 살펴 본 이론들과 다음과 같

은 차이를 보인다. 맥코믹의 이론에서는 일단 법이 먼저 있고 그 정합성이 문

제되고, 드워킨은 정합적인 것이 법이라고 하는데, 페체닉에 따르면 정합적인

이론이 먼저 있고 법이 거기에 수반한다.35) 또한, 위에서 보듯 페체닉의 정합

성 법이론은 관행적・제도적인 법실증주의 이론과 드워킨 식의 해석주의 법이

론, 거기에 알렉시 류의 담론이론까지 아울러서 아주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다.

그리고 그 이론에 따른 정합성은 ‘모든 것에 대한 이론의 정합성’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드워킨의 이론에서보다도 더 전체적이고 복합적이다.

III. 법적 정합성의 적절한 관념과 자리

이제까지 살펴 본 여러 가지 이론들에 대한 평가를 겸하여서, 관련된 문제들

을 짚어 보면서 법적 정합성의 적절한 관념과 자리를 모색하여 보자. 이 문제

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실로 법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들이 많아서, 자칫 여기서 우리의 과제가 곧장 법 전반에 대한 적절한 관점

을 모색하는 문제로—예컨대 법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 사이의 대립으로— 환

원되어 버릴 위험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법의 정합성을 넘어서 문제를

너무 확장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때로는 이론의 현실 설명력이나 유용성과 같

은 메타적인 기준도 동원할 필요가 있겠다.

  1. 정합적인 관계의 가능한 꼴들

법의 여러 요소들이 그야말로 “서로 잘 어울려 있는 것”이 가장 넓은 의미의

법적 정합성이라 할 것이므로, 별의별 것들의 별의별 관계가 다 정합적이라 할

34) A. Peczenik, 앞(주 27)의 책, 145, 168-172면; A. Peczenik, 앞(주 26)의 글, 173-174 면 참조.

35) J. Hage가 페체닉의 On Law and Reason 제2판 서문(vi-vii면)에서 이런 점을 지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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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법철학연구

수 있겠지만, 페체닉이 분석적, 규범적, 경험적인 것의 세 가지로 명제들의 지

지관계를 구별한 것이 법적 정합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36) 그리고 그

것들을 다시 필요관계, 함축관계, 경험적 지지관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떤 명제들 또는 가치들 사이에 서로 개념필수적인 지지관계가 있다면 그

사이에는 필요관계가 있으며, 일반적인 명제나 가치와 특수한 명제나 가치 사

이에 지지관계가 있다면 함축관계가 인정되고, 또한 여러 명제나 가치 사이에

는 경험적인 지지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법원리와 법규칙의 구별에 기초해서 어떤 법원리를 구현하는 법규칙들의 관

계를 정합적이라고 보는 맥코믹의 이론은 그 중에서 ‘함축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고, 드워킨과 페체닉의 정합성론은 위의 여러 가지 관계를 모

두 반영할 수 있다.

  1. 형식적이고 배경적인 가치

맥코믹과 페체닉이 지적하고 있듯이, 정합성은 그 자체로 실질적인 내용을

갖는 성질이나 가치는 아니며, 다른 가치 또는 규범들 사이의 일정한 관계에

대한 형식적인 이념이다. 그래서 나쁜 것들끼리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하는

하트의 주장에 대하여 풀러(L. Fuller)가 좋은 것들 사이가 정합적이기 쉽다고

반박하였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지만,37) 어떤 것들이 정합적이라고 해서 그것

들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겠다.

또, 정합성은 어떤 것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념이므로, 그 자체로 추구되

는 독자적인 가치이기보다는 가치들의 배경에서 작동하는, 그러니까 메타적인

가치이다. 이 문제를 더 자세히 보자면, 결국 정합적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 또

는 규범들 사이의 구체화/일반화 관계(원리와 규칙의 구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함축관계)나 여러 가치들 사이의 균형상태(분석적, 경험적 지지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6) 앞에서 본, 그가 정합성의 요청들로 제시한 것들 중 여섯 번째 항목(vi)과 그에 대한 각주(주 29) 참조.

37) Lon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A Reply to Professor Hart-,” in Harvard Law Review, Vol. 71, No. 4.(1958), 630-672면 중 635-36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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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15

우선 앞의 경우에, 하나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문제에 주목하는 단

순한 정합성 관념을 취한다면, 이 때 정합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

게 다루라’고 하는 정의(正義)의 이념을 추구하는 데 따라서 부수적으로 실현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경우에 여러 가지 가치나 규범들 사이의 정

합적인 질서를 구체적인 사태에 일관되게 실현하는 문제로 정합성을 생각하더

라도, 여기서도 역시 보다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치틀을 일관되게 구현하

는 ‘형식적 정의’(正義) 실현만이 문제될 뿐이지 정합성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그리고 여러 이념들 사이의 균형상태 자체를 가리키는 후자의 경우라면, 게

다가 현실의 법을 넘어서 도덕적인 이념들 일반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면, 정합

성은 결국에는 ‘모든 것이 보기에 좋았더라’고 하는 참으로 메타적인 가치가

된다. 따라서 그것 자체를 추구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아무 때도 완성할 수

가 없는, 새로운 발견과 요청에 따라서 계속 새롭게 그려가야 할 그림이 있다

고 하는 것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것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정합성과 합리성이 서로 짝을 이루어 실천적인 영역의 궁극적

인 두 기준(twin super criteria)이 된다고 하는 알렉시의 설명과 “자유, 평등, 민

주주의, 공동체, 정의(正義)가 서로 충돌한다고 개념을 규정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철학적으로 우리가 왜 그런 개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입

증하는 일도 그만큼 어렵다… 어쩌면 결국에는, 자유주의의 주된 가치들에 대

한 가장 매력적인 관념들은 서로 알맞게 어울려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포기해야 할 이유를 아직 알지 못 한다”고 하는 드워킨의 웅변으로도

이런 의문을 넘어서기는 충분하여 보이지 않는다.38)

  1. 구성적인 이념인가, 규제적인 이념인가

법의 이념을 구성적인 것과 규제적인 것으로, 그러니까 법이 있다면 일단 실

38) Robert Alexy, “Coherence and Argumentation or the Genuine Twin Criterialess Super Criterion,” in Aulius Aarnio et al.(eds.), On Coherence Theory of Law, Juristförlaget i Lund, 1998, 39-49면 중 48-9면; Ronald Dworkin, Justice in Robes,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2006, 11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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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법철학연구

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과 현실의 법을 향도(嚮導)하고 비판할 준거

가 되는 것으로 나누어 볼 때, 법적 안정성과 정의(正義)는 각각 법의 구성적인

이념과 규제적인 이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구별 자체가 있는 법과 있어

야 할 법을 구별하는 법실증주의적인 태도와 친근한 것이겠지만, 어떻든 맥코

믹 식으로 법실증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정의의 주된 내용 중 하나인 형식

적 평등의 구현으로서 법의 정합성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규제적인 것일 수 있

지만 구성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즈가 지적하듯이, 정치의 산물이

자 경험적인 자료로서 확인되는 법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정합적일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39)

정의, 공정, 통합성 등 이념에 따른 해석의 결과를 법으로 보는 드워킨은 법

이념을 구성적인 것과 규제적인 것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테지

만, 그래도 정합성과 관련하여 한 번 생각하여 보자면, 구성적 해석이 가능한

보통의 법질서에서라면, 정합적인 것이 법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입장에서 정합

성은 곧 법의 구성적 이념이 되겠다.

“모든 것의 가장 정합적인 이론” 중에서 법에 관한 부분이 법이라고 하는 페

체닉의 입장에서라면 법이념을 구성적인 것과 규제적인 것으로 나누기는 더욱

곤란한 일일 테니, 이런 측면에서 정합성의 자리를 따로 더 찾지는 않기로 하

자.

  1. 필요조건인가 충분조건인가

법적 판단의 정당성 요건으로 정합성을 고려할 경우, 그것이 정당한 법적 판

단의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법적 판단의 여러 가지 속

성 중 하나로서 다른 고려요소들에 의하여 기각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살펴 본 이론들 중 맥코믹의 이론에서는 세 번째 입장을 취하여, 법적 판

단의 바람직한 속성 중 하나이지만 늘 고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정합

성을 파악한다. 그에 비하여, 드워킨의 법이론에서 총체적 정합성으로 이해되

39) J. Raz, 앞(주 5)의 글, 277, 280, 284-285면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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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17

는 통합성은 올바른 법적 판단의 필요충분조건이고, 페체닉의 이론에서 정합

성은 논리적 일관성, 담론적 합리성, 그리고 때로는 실제 성공이라는 요소들과

함께 정당한 법적 판단의 필요조건으로 자리한다.

맥코믹 식의 소박한 이해가 정합성이라는 요소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지 않

아서 일단 적절한 출발점으로 생각된다.40) 한편 이런 입장에 대하여는 맥코믹

과 마찬가지로 국지적인 정합성론을 지지하면서도 “법에 따른 재판”을 강조해

서 법에 대한 ‘부합’으로서의 정합성을 정당한 법적 판단의 필요조건으로 여기

는 비판적 견해도 있고,41) 이는 입법자의 역할과 구별되는 법관의 정당한 역할

이 무엇인지에 대한 또 다른 어려운 문제를 새로 제기한다. 여기서는 다만, 앞

에서 살펴 본 맥코믹의 이론이 “어려운 사안들”에 대한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는 법문에 반하는 재판도 허용된다면 기존의 법에 대한 부합보다 결과고려를

앞세운 재판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 지적하여 두기로 한다.

  1. 국지적 정합성 vs. 전체적 정합성

법의 정합성은 맥코믹처럼 개별 법영역에서 국지적으로 추구할 수도 있겠고

(local 또는 area-specific coherence), 드워킨처럼 법질서 전체에 대하여 추구할

수도 있겠다(global coherence). 더 나아가서 페체닉처럼 “모든 것의 정합성”을

40) 또한, 이런 입장이 우리 실무에 더 잘 부합할 가능성도 보인다. 예컨대, 공무원이 자신의 승용차로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만, 일반 근로자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대법원 2007.9.28 선 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판결)을 이해하기에는, 판결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정합성 뿐 아니라 결과까지 고려하는 맥코믹의 법이론이 여기서 살펴 본 다른 이론들보다 더 적절해 보인다. 드워킨 식의 전체적 정합성론을 지지하는 견지에서 이 판결을 검 토한 논문으로 김도균, “우리 대법원 법해석론의 전환: 로널드 드워킨의 눈으로 읽기 -법의 통일성(Law's Integrity)을 향하여-”, 󰡔법철학연구󰡕 제13권 제1호, 2010, 95-137면 참조.

41) 레벤북은 국지적 정합성론을 지지하지만, 맥코믹이 법적 결정을 정당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결과고려’를 꼽고 그 때문에 ‘정합성’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는 데에는 비 판적이다. 그로써 맥코믹의 모델은 “있는 법에 대한 충실”을 소홀히 여긴 “너무 약한 정합성론”이 되었고, 이런 문제는 특히 선판례구속을 원칙으로 삼는 법체계에서 두 드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B. Levenbook, 앞(주 18)의 글, 357-35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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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법철학연구

추구하는 중에 법의 정합성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합성을 추구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막연하여져서 그 고유한 내용을 찾

고 다른 가치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워지고, 페체닉의 경우처럼 적용 범위를 극

단적으로 확장하면 정합성은 “실천적 합리성” 일반과 다르지 않게 되기까지

한다.42) 개념을 이렇게 확장시킬수록, 거기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게 되어서

개념의 과다 포함성(over-comprehensiveness)이 문제된다.43) 물론 드워킨도

“분야의 우위”를 인정하여 국지적 정합성을 그만큼 전체적 정합성보다 앞세우

지만, 그의 이론에서 그런 “분야의 우위”는 결국 전체적 정합성 판단에 따라서

기각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법의 개별 분야들에서 서로 다른 이념이 추구될

수 있고, 그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44) 그래서 법의 정합성을 보다 내실

있게 의논하고 추구하는 데는 맥코믹 식의 국지적인 정합성 관념이 일단 좋은

42) 알렉시한테도 이런 경향이 보인다. 즉, 가치들이 통약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체적 정 합성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하는 라즈의 주장에 대하여, 가치평가가 얹어진, 그리고 법 규범들의 역사적 맥락까지 더하여진 ‘포괄적인 이론’으로 법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것 이 필요하고 가능하므로 전체적인 정합성론만이 의미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의미에 서 정합성론은 헤겔주의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전체적 정합성이 구체적인 문제들에 확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한다고 하는 문제점에 대하여서도, ‘실 재에 대한 상응’이나 ‘합리적 담론’처럼 확실한 답을 직접 제공하거나 그런 답을 찾을 방법을 제시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합리성 기준들-기준 없는 기준(criterialess criterion)-이 있으며, 정합성도 그런 것이라고 옹호하였다. R. Alexy, 앞(주 38)의 글, 41-2, 46-49면 참조.

43) 알렉시는 전체적 정합성과 같은 기준이 구체적인 문제에 확정적인 답을 주지는 않 지만, 논거의 형식, 질문의 종류, 탐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불포화(unsaturated) 기준 의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R. Alexy, 위의 글, 46-7면 참조. 하지만, 개념의 이러 한 불포화성과 본문에서 지적한 ‘과다 포함성’은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그렇게 ‘가득 채워지지 않아 느슨하고 막연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할지 문제이다.

44)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예로, 졸고, “비실증주의 법원리론 비판,” 서울대학교 법학박 사학위논문, 2008, 160-161면(각주 426); B. Levenbook, 앞(주 18)의 글, 367-368면 등 참조. 여기서 레벤북은 이 때문에도 법적 정당화와 과학에서의 정당화가 같은 꼴 일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녀는 또한 전체적 정합성보다 국지적 정합성을 달성하 기가 훨씬 수월하며, 전체적 정합성은 우선적으로가 아니라 예비적으로 활용할 필요 가 있고(a default strategy), 상이한 개별 법영역이 서로 정합적이지 않다면 그 각각 의 법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에 대하여 전체적 정합성은 상관이 없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녀의 위의 글, 371-37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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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19

출발점으로 보인다.

한편, 법의 정합성을 어떤 하나의 원리나 이념을 구체화시키는 문제로 보는

단순한(simple) 모델과 복수의 이념이나 원리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복합적인(complex) 모델로 나누어 볼 때, 후자는 결국 위에서 본 전체적인

(global) 정합성관념으로 이어질 경향성이 크다. 그리고 복합적인 정합성 관념

에서는 다시 여러 가지 원리나 이념을 어떻게 정합적으로 질서지울지가 문제

된다. 드워킨이 여러 가지 원리들이 “서로 어울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 것은

다시 해명을 기다리는 이상적인 그림일 뿐이고, 알렉시가 강조하는 원리들 사

이의 형량은 여러 원리들을 질서지울 방법으로 모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후보

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45)

  1. 정합성의 가치

정합성을 추구할 이유로 흔히 대상에 대한 이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을 꼽는다. 이로써 법적 안정성이 제고(提高)될 수 있겠다. 또, 맥코믹과 드워킨

의 법이론에서 나타나듯이, 정합성은 형식적인 평등의 요청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것의 추구는 정의(正義)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그 때 정합적

인 것은 ‘좋은 것들’ 사이여야 하겠다. 그 밖에도 페체닉과 알렉시가 지적하듯,

정합성 추구는 넓게 법의 실천적 합리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의 정합성을 드워킨이나 페체닉처럼 도덕적 이념에 대한 것까지

포함하여 전체론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존의 법적인 자료들—법규와 판례

등— 을 ‘토대’로 삼아서 법의 정합성을 추구한다면, 기존의 법들을 더 정합적

으로 해석하는 판결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더 정당한 판결을 해야 할 것이 아닌

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46) 그래서 기존의 법에 대한 정합성 추구는 필요하다

면 포기해야 할 보수적인 이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45) 여러 원리나 이념들 사이를 질서지우는 데는 그 밖에도 반성적 평형, 일반적 평형, 축차적 서열화, 구획 지우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K. Kress, 앞(주 19)의 글, 529면 참조. 46) J. Raz, 앞(주 5)의 글, 28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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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법철학연구

IV. 마치면서

이제까지 오늘날의 대표적인 여러 가지 정합성 법이론을 개관하고, “조화와

균형”의 이상이라 할 정합성을 법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위치지우는 것이 마땅

할지를 소략하게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법의 정합성이 때로는 좁고 단순하

게, 때로는 참으로 넓고 복잡하게 추구되고 있는 사정도 확인하였다.

정합적인 질서를 꿈꾸고 찾아 나서서 귀한 결실을 거둔 수학자들을 부러워

하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고정(苦情)

을 다루는 법은 불행히도, 그리고 아마 또 다행히도, 숫자의 세계가 아니다. 여

러 가치와 이념들이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있는 그림은 우리의 영원한 꿈일

테지만, 아직 우리는 그런 것을 보지 못 하였고, 언제 그것을 볼 수 있을지 기

약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성기어서 막연한 꿈을 좇기보다는 일단 가까운 데

서 좁고 단순하게, 그래서 소박하게 정합성을 추구하는 편에 내실이 있겠다.

무리수를 발견한 동료를 바다에 빠뜨려 죽였다고 하는, 그래서 우리에게 아름

다운 이상에 눈이 멀어 서로 다른 것들을 억지로 한데 붙이는 만용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고 있기도 한, 피타고라스 학파의 비극적인 전설을 떠올리면서, 짧

은 글에 담기에는 너무 큰 주제여서도 서설(序說)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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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합성에 대한 서설(序說) 21

Abstract

On the Coherence of Law*47)

Ahn Junhong

The coherence of law, an idea which emphasizes the harmonious unity of

elements of law, is popular in these days. However its content is highly

contested. In building a sound model of the coherence of law, we should pay

attention to the distinction between the simple and the complex conception

of it as well as between the local and the global one. The simple conception

deals with each principle or idea of law respectively, whereas the complex

ones seek the coherent realization of various principles or ideals.

Among the prominent models of coherence legal theories, MacCormick's

is a local and simple one. On the other hand, Dworkin and Peczenik

advocate the global and complex conceptions of coherence of law.

The complex conception easily results in the global conception of the

global coherence of law. However the global conception of coherence is too

loose and over-comprehensive to be clearly grasped and fruitful. And the

ideas of specific areas of law may be incoherent. So it would be better to

give priority to the local conception of coherence of law over the global

ones.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Kyungwon University Research Fund of 2011(KWU-2011-R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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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법철학연구

정합성(coherence), 국지적 정합성(local coherence), 전체적 정합성

(global coherence), 단순한 정합성(simple coherence), 복합적 정합성

(complex coherence), 맥코믹(MacCormick), 드워킨(Dworkin), 페체닉

(Peczenik)

색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