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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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연구 제17권 제3호: 41~66
한국법철학회 2014
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최봉철**
<국문초록>
이 논문은 효력론의 기초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그 이유는 혹시라도 효력
론에서 우리가 잘못 이해하는 바가 있었다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법적 효력의 요건과 효과에 대해 살폈다. 먼저 법개념론을 4분하였
다. 자연법론을 양분하여 강한 자연법론과 약한 자연법론으로 나누었고, 법실
증주의도 양분하여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배제적 법실증주의로 나누었다.
법적 효력이란 법으로서의 효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요건 구성에서 법이
론은 양분된다. 하나는 가치론적 효력론을 기본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체계적
효력론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따라 법적 효력이 있다는 판단의 의미 또한 양
분된다. 강한 자연법론은 도덕적인 심사를 법적 효력 여부의 판단과정에 포함
시키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은 법적인 의미에서나 도덕적인 의미에
서나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법이론들은 체계적 효력을
위주로 심사하기 때문에 어떤 법의 내용이 반도덕적이라고 할지라도 도덕성을
체계내적 기준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법적 효력은 인정되지만, 도덕적 효력
은 부정될 것이다.
이 4가지 법이론은 악법에 대해 도덕적 준수의무를 부정하는 데 일치하지
만, 강한 자연법론을 배제한 3가지 이론은 그 내용이 사악하다고 하더라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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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강한 자연법론은 강
한 효력개념을 나머지 이론은 약한 효력개념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
다.
1)
- 이 논문에 대한 익명의 심사자의 지적에 감사드린다. 지적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충분히 개진하여야 할 것이나, 최종본 제출일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일괄하여 필자의 생각을 간략히 개진하기로 한다. 우선 알렉시를 가치론적 효력개 념을 취하는 이론가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반박이 있었다. 필자가 그렇게 본 이유 는 헌법을 궁극적인 효력기준으로 삼지 아니하고, 헌법에 대해서도 극도로 부정의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체계적 효력론이 아니라 가치론적 효력론을 채택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효력에 관한 학설을 실효성, 합법성, 정당성으로 구분하는 입장이나 사회학적 효력설, 법률적 효력설, 철학적 효력설로 구분하는 입장과 이를 사실적 효력론, 체계적 효력론, 가치론적 효력론으로 구분하 는 입장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필자도 내 용상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후자의 분류용어들이 의미하는 바가 보다 명확하여 선호할 만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아퀴나스를 약한 자연법론자로 분류하는 것, 하트가 전후 독일의 밀고자 처벌에 대해 반대한 것, 니체의 관점주의 를 도입한 것, ‘악법도 법이고,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 대한 해석에 관해 논증이 부 족하거나 이해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증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수용할 수 있지만,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아퀴 나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를 약한 자연법론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 하고, 자연법론을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견해와 ‘악법도 법’이라는 견해로 나누 어 생각하는 것은 자연법론을 이해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트의 밀고자처벌에 대한 입장은 그의 효력론 구조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트의 내적 진술과 외적 진술 또는 내적 관점과 외적 관점에 대한 구분을 관점주의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마 지막으로 ‘악법도 법이고 지켜야 한다’는 명제를 ‘악법도 법이고, 법적 효력을 가진 다’로 이해하는 한 사악한 명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유지하고자 한다. 또한 두 분의 심사자는 필자가 선호하는 효력관을 밝히라고 요청하였다. 필자는 선택이 이론적 인 문제라기보다 정치·문화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가정해보았다. 강한 자연법론을 취하는 이론가가 대략 독일인이라고 점도 떠올려 보았고, 수강생들에게도 이와 관 련된 질문을 한 적도 있다. 다수의 수강생들은 ‘악법도 법’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 을 취하였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최종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웠고, 선택을 하지 못 한 채로 논문을 쓰게 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투고일자 2014년 11월 10일, 심사일자 2014년 11월 27일, 게재확정일자 2014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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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법의 효력이 법철학에서 핵심적인 분야라는 점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
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그리 활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판도를 살펴보자면, 국내학계에는 논문들이 상당수 존재하지만,1)
학자 상호간에 논의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고, 영미학계는 다른 분야에 비
해 논문의 수가 많지 않으며,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 활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에 반해 유럽학계가 비교적 앞서 나간다고 평할 수 있다. 필자
는 독일의 현황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영문으로 출간된 글을 보면 동유
럽,2) 북유럽,3) 이태리의 학자들의4) 저작들도 눈에 띈다.
월 17일. 1) 다음은 법의 효력에 관한 국내의 글들이다. 미처 필자가 발견하지 못한 것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혹여 빠트렸다면 사과드린다. 권경휘, “켈젠의 규범 일반 이론 —효력 이론을 중심으로—,” 법철학연구 14/3 (2011), 139-174면; 양천수, “입법절차 상의 흠결과 법률의 효력;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본 법규범의 효력근거—법철학의 관점에서—,” 법과 사회 38권 (2010), 39-65면; 장철준, “입법절차상의 흠결과 법률 의 효력; 민주적 절차와 권력 분립: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본 법규범의 효력근거’에 대한 토론문,” 법과 사회 38권 (2010), 66-68면; 라즈 저/권경휘 역, “법적 효력(번 역),” 법철학연구 13/2 (2010), 217-236면; 이계일, “포스트실증주의 법사고와 법효 력론,” 법철학연구 13/2 (2010), 7-58면; 켈젠 저/심헌섭 역, “법의 효력과 실효성,” 서울대학교 법학 44/4 (2003), 364-385면; 이재승, “법효력의 계속과 차단,” 법철학 연구 6/1 (2003), 27-50면; 이동희, “법의 효력,” 단국대학교 법학논총 24권 (2000), 407-441면; 심헌섭, “법의 효력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법학 21/1 (1980), 141-173면; 김욱곤, “관습법의 효력에 관한 소고,” 법조 25/3 (1976), 44-66면; 변종 필, “법의 효력과 근본규범,” 안암법학 5권 (1997), 1-26면; 문종욱, “법효력론과 ‘5·18’ 헌재결정,” 충남대학교 법학연구 12/1, (2001), 133-158면; 이삼현, “법의 효 력의 근거,” 국민대학교 법정논총 6 (1984), 53-83면; 홍기원, “법치주의의 요청으로 서의 입법절차의 공정성: 일반론의 정립을 위한 비교법적 고찰,” 공법학연구 12/2 (2011), 57-79면; 차진아, “공포는 법률의 효력발생요건인가?: 헌재 2001.4.26. 98헌 바79등 결정에 대한 평석,” 저스티스 99 (2007), 253-283면. 2) 필자는 다음의 세 학자, 즉 Jerzy Wróblewski, Ota Weinberger, Aleksander Peczenik을 염두에 두고 있다. Jerzy Wróblewski 저, Zenon Bankowski & Neil MacCormick 편, The Judical Application of Law (Dordrecht: Kluwer, 1992). Wróblewski(1926-1990)는 폴란드의 법철학자로 법학을 공부하였고, 또한 철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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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위헌
법률심사제도가 있고, 이에 의거하여 제도적으로 효력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
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철학의 사명은 기존의
제도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비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주제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심헌섭 교수는 효력개
념을 “법에 있어서 불가결의 개념”이라고 하며, “법효력의 문제야말로 우리들
로 하여금 언제나 깊고 그리고 고된 사유를 그칠 줄 모르게 촉구하고 있는
하나의 법철학적 문제에 틀림없는 것 같다”고 평하였다.5) 심교수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법효력론은 법개념론의 일부이자 필수적인 부분일 것이
다.
이러한 이유로 효력론의 복잡하고 세부적인 문제들을 이 글에서 모두 끝맺
으려 하지는 않겠다. 이 논문은 효력론의 서론에 해당하는 셈이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효력론의 지도를 만드는 데서 논문의 의의를 찾고자 한다. 다시 말
해 이 글은 법효력론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다시 말해 상이한 법이론들
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폴란드 Łódź대학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그에 대한 헌사 로는, Marek Zirk-Sadowski, “Jerzy Wróblewski in Memoriam,” Ratio Juris 4/1 (1991)이 있으며, 이는 아래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접근가능하다. (http://www.ktfp.eu/katedra/jerzy-wroblewski/prof-jerzy-wroblewski-english- version). Weinberger는 오스트리아의 Graz대학의 교수(1972-1989)를 지냈지만, 체코 태생으 로 Prague대학에서 박사학위와 교수자격논문을 마치고 Dozent를 지냈기 때문에 동구권의 학자로 분류할 수 있다. Peter Koller, “Ota Weinberger: In Memoriam,” Ratio Juris 22/3 (2009). Aleksander Peczenik, Scientia Juris: Legal Doctrine as Knowledge of Law and as Source of Law (Dordrecht: Springer, 2005); On Law and Reason (Springer, 2009). Peczenik (1937-2005)은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교수 (1969-2004)를 지냈지만 폴란드에서 박사학위와 교수자격논문을 마쳤기 때문에 동 구권의 학자로 분류할 수 있다. Robert Alexy, “Aleksander Peczenik: In Memoriam,” Ratio Juris 19/2. 3) Aulis Aarnio, Reason and Authority (Dartmouth: Ashgate, 1997); The Rational as Reasonable: A Treatise on Legal Justification (Dordrecht: Kluwer, 1986). 4) Giovanni Sartor, “Legal Validity: An Inferential Analysis,” Ratio Juris 21 (2008), 212-247면; “Legal validity as Doxastic Obligation: from Definition to Normativity,” Law and Philosophy 5 (2000), 585-625면. 5) 심헌섭, 법철학(한국방송통신대학교, 1993), 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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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법적 효력의 요건과 그 효과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를 살피고,
도덕적 효력 내지 도덕적 준수의무와의 관계를 살필 것이다.
Ⅱ. 법개념론과 효력
우리는 흔히 무엇이 법인가의 문제에 있어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로 대별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법개념론에서는 4가지 학
설이 대립된다고 말할 수 있다. 전자는 강한 자연법론과 약한 자연법론으로,
또한 후자는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배제적 법실증주의로 세분되기도 한다. 자
연법론을 강한 자연법론과 약한 자연법론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일의적인 것
은 아니지만,6) 필자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보는 자연법론을 강한 자연
법론으로, ‘악법도 (효력이 있는) 법’이라고 보는 자연법론을 약한 자연법론으
로 부르고자 한다.7)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전후의 라드브루흐나 알렉시는 강
6) 예를 들어, 특히 Raymond Wacks는 자연법론을 존재와 당위의 관계에서 일원론 을 취하는 입장을 경성 자연법론이라고 부르고, 이원론을 취하는 입장을 연성 자연 법론이라고 부른다. Raymond Wacks, Understanding Jurisprudence 3rd ed. (Oxford: OUP, 2012), 26-27면. 7) 라즈는 자연법론을 정의적인 접근방식(definitional approach)과 파생적인 접근방 식(derivative approach)으로 양분한다. 그러나 라즈는 강한 자연법론이나 약한 자 연법론이라는 용어를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용어의 사용에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다 고 볼 수 있다.(163면) 라즈가 말하는 정의적인 접근방식이란 법을 정의할 때 도덕 성을 요건으로 포함시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모든 법은 도덕적으로 효력을 가 진다,” “모든 법은 정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이다,” “모든 법은 도덕적으로 정당 한 권위에 의해 정해진다”고 말하게 된다.(164면) 이에 반해 파생적 접근방식은 법 은 사회적 제도의 일종으로 확인될 수 있고, 도덕적 객관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입장이다.(165면) 라즈는 이 2가지 접근방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 째, 전자는 평가적인 요소가 법에 대한 정의에 들어가지만, 후자는 비평가적인 특 징에만 의거하여 법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165면) 둘째, 전자는 법의 확인과 관련 하여 도덕적인 선과 악을 알 수 있다고 보는 일종의 도덕 객관주의에 입각해 있지 만, 후자는 도덕적 객관주의를 반드시 전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165면, 166 면) J. Raz, Practical Reason and Norms (Oxford: OUP, 1990), 162-170면. 페체닉 은 자연법론을 강한 자연법론과 약한 자연법론으로 구분한다. 그는 강한 자연법론 을 자연법의 제1원칙으로부터 실질적인 결론들을 도출하려는 입장이라고 본다.(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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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연법론자가 되고, 아퀴나스나 피니스는 약한 자연법론자가 된다.
또한 법실증주의의 분화에 대해서도 정리해보자. 법실증주의는 일반적으
로 하트를 대표로 하는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라즈를 대표로 하는 배제적 법
실증주의로 나뉜다. 하트는 각 법체계에 내재된 승인의 규칙에 따라서 효력
이 있는 법이 정해진다고 보지만,8) 라즈는 연원이라는 사회적 사실에 따라
효력 있는 법이 정해진다고 본다.9) 다시 말하자면, 하트는 승인의 규칙이 법
에 대한 도덕적인 심사기준을 내포할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라즈와 차이를
보인다.
이 네 가지의 법이론, 다시 말해 강한 자연법론, 약한 자연법론, 포용적 법
실증주의, 배제적 법실증주의 간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효력과 관련지어
말하자면, 강한 자연법론은 도덕적인 평가를 척도로 삼아, 일정한 기준에 미
달되는 법에 대해 법적 효력 자체를 부인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이론은 법적
효력의 판단에 약한 효력개념을 사용한다. 약한 효력개념이라고 부르는 이유
는 법적 효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이 그리 강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면) 이에 반해 약한 자연법론은 과거의 자연법론처럼 자연법의 상세한 내용(codes) 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였다고 한다.(85면) 이러한 입장으로 풀러(Lon Fuller), 피니스, 무어(Michael Moore), 페어드로스(Alfred Verdross)를 든다.(86 면). 그에 따르면 풀러는 법의 내재적 도덕성을 통해 법의 제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준수되어야 할 형식적 요건을 제시하려 하고, 피니스는 법이 근거해야 할 법의 이 상을 제시하려 하며, 무어는 진리 일관성론에 입각하고 있다.(86면) Aleksander Peczenik, Scientia Juris: Legal Doctrine as Knowledge of Law and as Source of Law (Dordrecht: Springer, 2005), 83-87면. 필자가 자연법론을 분류하는 방식은 라 즈의 방식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8) “규칙의 체계 속에서 어떤 규칙이 그 체계의 일부의 지위를 가지는가는 그것이 승인의 규칙이 제공하는 일정한 판단기준을 충족시키는가의 여부에 의존한 다.”(142면와 143면에서 반복됨) “어떤 규칙이 효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 규칙 이 승인의 규칙에 의하여 제공된 모든 심사를 통과하였고 그리하여 법체계의 규칙 으로서 인정된다는 뜻이다.”(135면) “나의 이론에 따르면, 법의 존재와 내용은 법이 자체적으로 법의 확인을 위하여 도덕적인 판단 기준을 수용하고 있는 경우 이외에 는 도덕성에 대한 준거 없이 법의 사회적 연원에 의하여 확인될 수 있다.”(349면) 하트 저/오병선 역, 법의 개념(아카넷, 2001). 9) 라즈 저/권경휘 역, “권위, 법 그리고 도덕,” 법철학연구 12/1 (2009). 라즈가 제시 한 배제적 법실증주의의 명제는 다음과 같다. “연원 명제는 법의 존재와 내용은 도 덕적 논의에 의존하지 않고 확립될 수 있는 사회적 사실의 문제이다.”(5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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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후자의 세 가지
이론이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그것에 복종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효력을 도덕적 효력보다 상위에 놓는 것도 아니
다.
이러한 차이를 예증하기 위해 라드브루흐와 하트를 언급하겠다. 라드브루
흐의 이론은 강한 자연법론의 예이고, 하트의 이론은 나머지 세 가지 이론의
집단에 포섭되는 이론의 예이다. 우선 라드브루흐는 “법률적 불법과 초법률
적 법”에서 “실정법을 제정하면서 정의의 핵심을 이루는 평등을 의식적으로
부정한 경우, 그 법은 … 법의 성질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면 나치의 법은 결코 효력을 갖는 법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10) 이에 반하여 하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 사상가들[존 오스틴, 그레이, 켈젠]이 주로 추진하려고 한 것은 도덕적으로
사악하지만 적당한 형태로 제정되고, 의미도 명백하며, 체계의 효력의 모든 인정된
판단기준(all acknowledged criteria of validity of a system)을 충족하고 있는 특정
한 법의 존재로 인하여 제기되는 이론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어떻게 명백하고 정
직하게 정립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와 같은 법을 생각할
때 이론가와 그 법을 적용하거나 또는 그 법에 복종해야 할 불행한 공무담당자나
사적 시민이 그 법들에 <법>이나 <유효한>이라는 명칭을 거부하도록 요청을 받음
으로써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는데, 모든 관
련된 지적이고 도덕적인 고려사항에 더 잘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더 단순하고 더 솔
직한 방법이 이용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즉 우리들은 <이것이 법이다. 그러나 그
것은 너무나 사악하기 때문에 적용하거나 복종해서는 안 된다(This is a law, but
it is too iniquitous to be applied or obeyed.)>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11)
인용문에서 보았듯이 하트는 법적 효력의 판단기준을 모두 충족하였더라
도 그 법을 적용하거나 그에 복종해서는 아니 될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용문
10) 라드브루흐, “법률적 불법과 초법률적 법,” 프랑크 잘리거 저/윤재왕 역, 라드브 루흐 공식과 법치국가(세창, 2011), 147면. 11) 하트 저/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270-2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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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는 사악한 법이 내포한 도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고, 결국 도덕적인 효력의 문제는 법적 효력의 유무와
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12) 그가 자신의 책에서 다룬 나치 패망 이후 독일
에서의 밀고자 처리문제를 예로 살피자면, 그는 밀고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
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이유는 그 법에 대해
법적 효력을 인정했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심의의 결과 그러
한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인 것이다. 즉 죄형법정주의라는 법의 대원칙이자
도덕적인 원칙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13)
라드브루흐와 하트에 있어서의 공통점은 효력이라는 용어를 동일하게 사
용한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효력에 대한 심사기준을 달리 설정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강한 자연법론의 효력요건은 무겁고, 기타의 법이론의 효력요건은 가
볍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효력요건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를 살피기로 하자.
12) 하트의 효력론은 오스틴의 효력론과 별반 다르지 아니하다. 우선 오스틴의 주장 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신법과 충돌하는 인정법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다거나 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확실히 난센스이다. 극악무도한 법, 따라서 신 의 의지에 정반대되는 법이라도 사법기관에 의해 법으로서 적용되어 왔고, 여전히 적용된다. 무해한 행위이든 이로운 행위이든 주권자에 의해 사형이라는 형벌로 금 지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내가 그러한 행위를 한다면, 나는 재판에 회부를 될 것 이며 저주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법 제정자에게 사악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해서 는 안 된다고 명령하는 신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법 원은 내가 효력을 부인하고자 하는 그 법에 따라 나를 사형에 처함으로써 나의 추 론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신법에 근거한 예외, 반 대, 주장은 태초부터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재판정에서 인정되지 못하였다. … 어떤 법이 준수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그 법이 제정된 동 기보다 설득력 있고 강제력 있는 동기에 의해 그 법을 준수하지 말도록 요구받는다 는 것이다. 만약 신법이 확실하다면, 신법이 요구하는 동기를 따르는 것이 다른 모 든 동기들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다.” John Austin, Lectures on Jurisprudence (Bristol: Thoemmes, 1996), 221면. 오스틴은 이처럼 신법과 인정법 의 충돌을 인정한다. 신법을 도덕이라는 표현으로 치환한다면, 오스틴은 인정법이 도덕에 확실히 반한다면 그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역시 법적 효력과 도덕적 준수의 문제를 법과 도덕 간의 충돌의 문제로 풀어가려 한다고 평할 수 있다. 13) 하트 저/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27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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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효력요건에 대한 분류
- 국내 학설
우선 국내의 학자들이 효력 요건을 어떻게 분류하며 효력이라는 용어를 어
떤 의미로 사용하는지를 살피기로 하자. 우선 문종욱 교수는 법의 효력을 실
효성(사회학적 효력), 합법성(법률학적 효력), 규범적 구속성(존재론적 효력)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구분은 어떤 법에 대해 효력이 있다고 말할 때 화자에 따라
그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X라는 사람이 어떤 법에 대해
효력이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은 실효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일 수 있고, Y라는
사람이 그러한 표현을 할 때 그 법은 합법적이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고, Z라
는 사람이 그러한 표현을 할 때 그 법은 규범적 구속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
는 것일 수 있다. 문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실효성이란 법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고, 합법성이란 상위법에 의한 수권 혹은 법체계의 구성원으
로서의 지위를 표현한다고 한다. 또한 규범적 구속성이란 법의 정당성 혹은
근원적인 도덕성을 의미한다고 한다.14)
법적 효력의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을 이처럼 3가지로 나누는 방식은 다른
국내의 법철학자들에 의해서도 채택되어 있다. 김영환 교수와 양천수 교수도
그 판단기준을 실효성, 합법성, 정당성의 세 가지로 나눈다.15) 양 교수는 실
효성을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합법성을 국가공동체가 마
련해놓은 법체계에 합치하고 있다는 의미로 새기며, 정당성을 법규범의 내용
이 정당하다는 의미로 본다.16) 변종필 교수도 위의 학자들과 별 다르지 않다.
변 교수는 법의 효력을 사회학적 효력, 법률적 효력, 철학적 효력으로 구분한
다.17) 그러면서 그는 사회학적 효력론의 약점을 효력의 문제가 정도의 문제
14) 문종욱, 위의 논문(주 1), 136-139면. 15) 김영환, 법철학의 근본문제제3판(홍문사, 2012), 131-32; 양천수, 위의 논문(주 1), 42면. 16) 양천수, 위의 논문(주 1), 42-43면. 17) 변종필, 위의 논문(주 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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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법철학연구
로 귀착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18) 즉 어느 정도에 달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할 것인지, 그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철학적 효력은 자연법이나 이성
법론의 효력개념으로, 법규범의 내용적 정당성을 기준으로 효력의 유무를 판
단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첨가한다.
이[철학적] 효력개념과 사회학적 효력개념은 순수한 효력개념에 속한다. 즉 이
두 가지 효력개념은 법률적 효력개념과는 달리 자신의 효력개념 외에 다른 효력개
념을 불가피한 것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사회학적 효력개념은 실효성의 측면만을,
철학적 효력개념은 타당성이나 정당성의 측면만을 효력근거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19)
반면에 법률적 효력개념은 사회학적 효력개념을 반드시 포함하며, 이 개념
은 “어떤 규범이 권한 있는 기관(입법기관)에 의해 정해진 방식에 따라 제정되
고 상위법(상위규범)에 반하지 않을 때 법적 효력이 있다”는 주장이라고 변 교
수는 주장한다.20)
국내 학자들의 입장을 종합하여 정리하자면, 어떤 법이 ‘법으로서 효력이
있다,’ 다시 말해 ‘법적 효력이 있다’는 표현은 다의적인 표현으로, 그 근거이
론을 사회학적 효력설, 법률적 효력설, 철학적 효력설로 분류할 수 있고, 각각
의 이론이 취하는 효력유무에 관한 판단기준은 실효성, 합법성, 정당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효력요건이나 그 근거이론을 이처럼 명명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물
어야 할 것이다. 즉 독일 학계에서 형성된 용어를 우리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리고 이 용어들이 과연 내포하는 내용들을 잘 드러내 주는
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우선 법효력론을 사회학적 효력설, 법률적 효력설,
철학적 효력설로 분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학의 모든 이론이 법
의 효력의 유무를 판단할 때 실효성을 그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또한 철학적 효력설이라는 명칭 역시 그러한 편향성의 문제를
18) Ibid., 3면. 19) Ibid., 4면. 20) Ibid.,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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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51
안고 있다. 철학적 효력설은 어떠한 자연법론에 근거한 이론을 지칭하는 것
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자연법론에 대해서만 철학적이라는 칭호를 준다면 법
실증주의는 철학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법률적 효력설이란 용어 역시 그 지칭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가 명
확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이제 효력의 판단기준으로서의 실효성, 합법성, 정당성이라는 명칭에 대해
살피자. 이러한 명칭은 왜곡의 정도가 전자에 비해 훨씬 덜하다. 실효성설이
나 정당성설이라는 명칭은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주장을 개략적으로 알아차
릴 수 있다. 그러나 합법성설이란 명칭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추론과
정을 요한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합법성이란 영어로는 legality를 뜻하고,
합법적인 법이란 일정한 형식적인 혹은 체계내적인 심사를 통과한 법을 지칭
한다고 짐작되며, 합법적이라는 말은 체계적이라는 표현으로 대치할 수 있다
고 생각된다.
- 효력요건에 대한 다른 분류
독일에서의 효력요건의 분류와 다른 명칭을 채택하고 있는 이론을 찾아보
고자 한다면, 폴란드의 브로블레프스키나 핀란드의 아아니오가 눈에 띌 것이
다. 브로블레프스키는 효력요건의 개념을 사실적 효력, 체계적 효력,21) 가치
론적 효력의 3가지로 분류하였고,22) 아아니오도 브로블레프스키와 마찬가지
로 분류하였다.23)
21) 권경휘 교수는 systemic validity를 체계상의 효력으로 번역한다. 조셉 라즈 저/권 경휘 역, “법적 효력,” 법철학연구 13/2 (2010); “켈젠의 규범 일반 이론―효력 이론 을 중심으로,” 법철학연구 14/3 (2011). 번역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법체계의 구성 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때 그 법은 systemic validity를 가진다는 것이다. 22) Jerzy Wróblewski 저, Zenon Bankowski & Neil MacCormick 편, The Judical Application of Law (Dordrecht: Kluwer, 1992), 76면. 23) 아아니오는 브로블레프스키를 따라서 효력개념을 체계적 효력, 사실적 효력, 가 치론적 효력으로 목차를 나누어 논의하지만,(168-174면)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체계적(형식적) 효력, 실효성, 법규범의 수락가능성을 든다.(167면) Aulis Aarnio, Reason and Authority (Dartmouth: Ashgate, 1997). 또한 서머스는 내용에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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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법철학연구
필자는 이와 같은 분류가 독일의 분류방식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 이
유는 그 명칭이 함의하는 바의 내용을 더 잘 암시하기 때문이다. 사실적 효력
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실효성을 암시하고 있고, 체계적 효력이라는 표현
도 체계에 비추어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는 뜻을
암시하며, 가치론적 효력도 그 법의 가치에 따라 효력유무를 판단하려고 한
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Ⅳ. 브로블레프스키의 분류론
- 브로블레프스키의 효력요건 분류론
브로블레프스키는 어떤 법에 대해 법적 효력이 있다는 표현은 사실적 효력
이 있다, 체계적 효력이 있다, 아니면 가치론적으로 효력이 있다는 표현 중
하나라고 한다. 이와 같이 효력의 요건을 세 가지로 구분한 다음, 가장 기본
은 체계적 효력이라고 한다.24) 이에 반해 사실적 효력이나 가치론적 효력은
체계적 효력을 시정하는 것으로서, 예외적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25) 이는
사실적 효력기준이나 가치론적 효력기준은 독자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주
로 체계적 효력기준을 기본으로 하고 부가적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이제 그의 이러한 세 가지의 효력요건에 대해 살피기로 하자. 우선 법의
체계적 효력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어떤 규칙(R)이
법체계(LS)에서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되는 한 그 규칙(R)은 체계적으로 유효
하다는 것이다.
(a) 어떤 규칙(R)이 법체계(LS) 내의 유효한 규칙에 따라 제정되어 시
가 없지만, 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효력개념을 구분하였다. 즉, 그는 형식적 효력, 사실적 효력, 내용적 효력으로 나누었다. Robert Summers, “Essays on the Nature of Law and Legal Reasoning,” Schriften zur Rechtstheorie 151 (1992), 40-41면. 24) Wróblewski, 위의 책(주 22), 76면. 25) Ibid., 7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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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53
행되거나; 또는
(b) 어떤 규칙(R)이 법체계(LS) 내의 유효한 규칙의 인정된 결과이며;
(c) 그 규칙(R)이 형식적으로 폐지되지 않았고;
(d) 그 규칙(R)은 법체계(LS) 내의 유효한 규칙과 모순되지 않으며;
(e) 만약 그 규칙(R)이 법체계(LS) 내의 유효한 규칙과 모순된다면,
(ea) 그 규칙(R)은 법규칙들 간의 충돌에 관한 규칙들에 따라 무효로 취
급되거나, 또는
(eb) 그 규칙(R)은 문제된 모순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26)
브로블레프스키는 ⒜만을 법체계에 포함시킨다면 법체계는 제정법의 체제
(LSLE)로 이해될 것이지만, 그는 법체계에 속하는 것을 제정법에 한정하지 않
는다. 그는 “이는 너무 협소하고, 실무와 법이론에서 수락되지 않았다”고 한
다.27) 이러한 이유로 그는 법체계를 제정법에 한정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확
장된 법의 체계’(LSFC)로 보아, 법체계에 제정법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된
모든 규칙들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28) 그는 실무나 이
론을 볼 때, 법체계를 대체적으로 LSFC로 이해한다고 평한다.29) 법체계를 더
욱 확장시키는 방법은 LSLE와 LSFC에서 유효하게 도출되는 모든 해석적 결
론까지도 포함한 법체계(LSIC)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이 입장 또한 실무나
이론에서 널리 인정된다고 한다. 브로블레프스키는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밝힌다.
그는 사실적 효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는 사실적 효력에 관
한 학설을 온건론과 강경론으로 구분한다. 그가 말하는 온건론은 사실적 효
력 즉 실효성을 효력의 독립적인 요건으로 설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따라서
온건론은 법체계의 구성요소를 논할 때 법체계상(LSLE, LSFC, LSIC)으로 유효
하며 실제로 적용되는 규칙들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온건론은 어떤
규칙의 체계적 효력을 판단할 때 새로운 요건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26) Ibid., 77면. 27) Ibid., 77면. 28) Ibid., 78면. 29) Ibid., 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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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추가되는 요건은 “(f): 그 법규칙(R)은 사용되지 않음(desuetudo)으로
서 폐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강경론은 실효성을 법의 효력 심사에서
독자적인 기준으로 설정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유효한 법규칙은 실제로
적용되는 규칙들, 다시 말해 작동 중인 규칙들만이 유효한 법이라고 주장한
다.30)
마지막으로 그가 가치론적 효력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하는지 살피기로 한
다. 그는 가치론적 효력론에 대해 사실적 효력론과 마찬가지로 온건론과 강
경론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강경론은 어떤 법규칙에 대해 수락된 초법률
적 규범들이나 평가(ELVN)와 일관되는 한 유효하다고 하여 법규칙의 가치가
어떤 법의 효력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기준이라고 보지만, 온건론은 초법률적
규범들이나 평가(ELVN)를 체계적 효력이나, 사실적 효력 또는 양자의 효력기
준에 대한 부가적인 기준으로 보는 입장이다.31) 더 나아가 브로블레프스키는
아아니오가 주장하듯이 가치론적 효력이 법규칙의 수락가능성을 의미하는 것
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고 한다.32)
- 브로블레프스키의 효력요건론에 대한 검토
우선 브로블레프스키의 체계적 효력 개념의 문제점 하나를 지적하기로 한
다. 그가 제시한 ⒜와 ⒝의 요건은 법체계의 구성원으로 될 수 있는 것들을
제정법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즉 법을 제정법의 체계(LSLE), 이를 확장하
여 제정법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는 법의 명제를 포섭한 법의 체
계(LSFC), 더 확장하여 LSLE와 LSFC에서 유효하게 도출되는 모든 해석적 결
론까지도 포함한 법체계(LSIC)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식이든 간에
기교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관습법을 법체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
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에 아아니오가 정리한 체계적 효력의 요건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33) 그는 공포라는 요건뿐만 아니라 수락이라
30) Ibid., 78-79면. 31) Ibid., 80면. 32) Ibid., 8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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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55
는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관습법이 법체계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
명히 하고 있다.
⒜ 어떤 규범이 적절한 방식으로 수락되거나 공포되었을 것,
⒝ 그 규범이 폐지되지 않았을 것,
⒞ 그 규범이 동일한 법체계 내에서 실효성을 가진 다른 규범과 모순되
지 않을 것
그러나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수락이라는 것이 관습법의 성립과
관련하여 법적 승인설을 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법적 확신설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관행의 존재와 법적 확신이 충족
될 경우 관습법을 법체계의 일부로 수락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체계적 효력론은 약한 자연법론자나 법실증주의자가 취하는 입장
으로 수적으로 가장 우세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테네 학파로부터34) 아퀴나스
를 거쳐 켈젠이나 하트, 라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상가나 학자들이 채택하
거나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퀴나스는 법이 선하거나 악하거나를
불문하고, 복종을 한다면 사람들을 유순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러한 한에서는
미덕을 지닌 제도라고 보았고, 모든 법은 그러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도덕
적으로 선한, 따라서 무조건적 의미의(simpliciter) 법뿐만 아니라 폭군의 법과
같은 부차적인 의미의(secundum quid) 법도 법이라는 주장을 폈다.35) 그의 법
에 대한 정의를 보면, 2가지의 형식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
체를 돌보는 권위자에 의해 제정되어야 하고, 공포되어야 한다는 것이 효력
의 요건을 구성할 것이다.36) 이를 현대적 용어로 바꾸어 말한다면 일종의 연
원과 공포를 법적 효력에 대한 심사요건으로 삼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켈젠 역시 체계적 효력론을 채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본규범론과 법
33) Aarnio, 위의 책(주 23), 168면. 34) 최봉철, “악법과 법준수의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입장,” 법철학연구 16/3 (2013), 12-14, 24-30면. 35) Aquinas, ST 1a2ae Q. 92 A. 1. 36) Ibid., Q. 90 A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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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법철학연구
단계설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그의 효력론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그와
합치되는 한 하위규범들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트는 “체계의 효력의 모든
인정된 판단기준(all acknowledged criteria of validity of a system)을 충족하고
있는 특정한 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여러 맥락을 볼 때 그의 효력론이
체계적 효력론임을 알 수 있다.37)
라즈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어떤 규칙이 체계적 효력을 가지지 위해서는,
“승인의 규칙이라고 불릴 수 있는 체계의 어떤 다른 규칙들에 의해 정해진
효력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38) 그러나 그가 말하는 승인의 규
칙이란 하트가 사용하는 바의 승인의 규칙과는 관념이 다르다. 라즈는 다음
과 같이 말한다.
각각의 법의 효력은 어떤 사실의 존재에 의존한다: 즉, 의회의 입법, 부처의 입
법, 시의회의 입법, 법원의 결정, 관습의 존재에 해당하는 정도의 일반 국민의 일반
적 행동의 정형 등으로 이는 법을 창조하는 사실들이다. 각각의 법의 존재는 또한
법의 폐지라는 사실의 부존재에 의존한다. ‘법은 그 자체의 창조를 규율한다’고 켈젠
이 말하였다. 법은 어떤 사실이 법을 창조하고 폐지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한다.39)
즉 라즈가 주장하는 체계적 효력의 요건은 연원과 폐지되지 않았을 것이
다. 다시 말해 어떤 규칙이 정당한 연원에서 나온 것이고, 폐지되지 않았다
면 그 규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트의 이론과 비교하자면, 하트는
브로블레프스키가 제시한 효력 요건(제4장 제1절) 중의 ⒟ ‘유효한 규칙과 모
순되지 않을 것’을 그 요건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어떤 법이 헌법
37) 주(11)의 본문 참조. “우리는 특정규칙이 유효하다는 진술은 승인의 규칙이 구비 하는 모든 판단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단순히 말할 수 있다.” 하트 저/ 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135면. 또한 승인의 규칙을 어디에서 발견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권적인 법문, 입법부에 의한 제정법, 관습법 실행, 특정한 사 람들의 일반적 선언 또는 특정한 사건에 관한 법원의 과거의 판결 등”(132면), 또는 “법관, 공무담당자 기타 사람들의 관행 속”(143면)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38) Raz, “Legal Validity,” The Authority of Law (Oxford: Clarendon, 1979 & 2nd ed. 2009), 150-51면; 라즈 저/권경휘 역, 위의 글(주 21), 224면. 39) Raz, 위의 글(주 38), 151-152면; 권경휘 역, 위의 글(주 21), 2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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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57
과 모순되는 등 상위법과 모순된다면 그것의 효력은 부정된다. 반면에 라즈
는 ⒟를 효력의 요건으로 채택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법이 상위법에 반하더
라도 무효로 선언되기 이전에는 효력 있는 법으로 인정된다. 라즈도 켈젠이
나40) 하트와41) 마찬가지로 체계적 효력을 효력의 독립적인 효력 요건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도 효력의 요건으로 법체계의 실효성을 전제
한다.42)
반면에 라드브루흐나 알렉시는 앞에서 언급한 학자들과는 달리 가치론적
효력론을 취한다. 라드브루흐는 이미 언급하였으므로, 알렉시의 주장만을 언
급하기로 한다. 라드브루흐가 법의 효력이 부정되는 기준으로 ‘법 제정 시 정
의의 핵심인 평등에 대한 의식적인 부정(disavowal)’을 들었듯이(제2장), 그도
유사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것은 극도로 부정의할(extremely unjust) 것이라
는 기준이었다.
법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다음의 세 가지 규범들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첫째,
사회적 실효성을 가진 헌법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극도로 부정의하지 않은 헌법규범
들, 둘째, 헌법에 따라 제정되고, 최소한의 사회적 실효성을 가지거나 사회적 실효성
의 가망성을 가지며 극도로 부정의하지 않은 규범들, 셋째, 정당성에 대한 법의 주
장을 충족시키기 위해 법적용절차가 근거하고 있고, 근거해야 할 원칙들과 그 외의
규범적 논거들.43)
40) 켈젠은 “최소한의 실효성은 법규범의 전제요건”이라고 하며(37면), “법질서의 실 효성은 효력의 조건일 따름이지, 효력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한다.(143면) 한스 켈젠 저/변종필·최희수 역, 순수법학(길안사, 1999). 41) 하트는 “효력에 대하여 내적 진술을 하는 자는 그 체계가 일반적으로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136면)고 하여 효력은 체계의 실효성을 전제로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하트 저/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42) Raz, 위의 글(주 38), 152면. 43) Robert Alexy, The Argument from Injustice (Oxford: OUP, 2002), 1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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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법철학연구
Ⅴ. 효력의 효과
어떤 규범이 효력을 가진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 학자들
은 동일한 입장을 취한다. 켈젠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와 관련된 어떤 규범이
효력이 있다는 말은 그 규범이 구속력(binding)이 있다는 것, 즉 인간이 그 규
범에 정해진 방식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한다.44) 또한 페
체닉도 “어떤 규범이 효력이 있다는 것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새긴
다.45) 이를 적용의 차원에서 말한다면, 법규칙이 효력이 있다는 표현은 그 법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46)
위와 같이 학자들은 법적인 효력을 가진다는 말을 ‘준수해야 한다’로 풀이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법적인 효력이란 법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도덕의 입장에서는 법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의 입장과 도덕의 입장이 충돌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사람들은 행동의 동기를 도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떤 법이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은 법의 입장에서 효력이 있다는 말이지, 도덕적인 효력까지 감안
하여 효력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강한 자연법론은 예외에 해당한다. 그
이유를 다시 말한다면 강한 자연법론은 효력의 요건 심사에서 이미 도덕적인
심사까지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보았듯이 하트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법일지라도 그 법이 너무나 사
악하다면 준수하거나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47) 그의 이러한
명제에 대해 좀 더 살피기로 한다. 하트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명제보다
44) 켈젠 저/변종필등 역, 순수법학, 301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어떤 행위를 명령하거나, 허용하거나, 어떤 행위에 대한 권한을 수여하는 규범이 효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 규범이 정한 바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Kelsen/ Stanley L. Paulson 역, “On the Basis of Legal Validity,” 26 Am. J. Juris 178 (1981), 180면. 45) Peczenik, (주 7), 82면; On Law and Reason (Springer, 2009), 175면. 46) Wróblewski, 위의 책(주 22), 76면. 47) 주(11)의 본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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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59
‘악법도 법’이라는 명제가 낫다고 한다. 그의 말로 협의의 법개념보다는 광의
의 법개념이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2가지이다.48) 첫째, 악법
도 법에 포함시킴으로써 법에 대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왜냐하면 법의 영역에서 악법을 배제한다고 하
더라도 법과 비법의 구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법철학에서 중요한 연구과제
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악법도 법에 포함시킨다는 것이 그 법을 준
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도덕적인 심의를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다. 즉 그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표현을 어떤 의미에서도 준수하거나 적용해
서는 안 된다는 표현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강한 자연법론의 방식에 반대한
다. 그 대신에 그는 “법의 무효와 법의 부도덕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허용하
는 개념이 이 별개의 문제들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결론
짓는다.49) 다시 말해 그는 효력과 준수의 문제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즉 아무
리 부도덕하다고 하더라도 체계적인 효력을 가지는 한, 효력을 가진 법으로
인정하고, 다음 단계에서 도덕적인 복종의 의무에 대해 검토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단서가 붙는다. 왜냐하면 승인의 규칙이 도덕적
인 심사기준을 포함한다면, 이에 반하는 법은 당연히 무효가 될 것이기 때문
이다. 이러한 논의는 체계적 효력을 인정받은 법이 도덕적으로 사악할 경우
에 생겨나게 될 것이다.
아퀴나스의 입장도 하트의 태도와 흡사하다. 아퀴나스도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일정한 요건만을 갖추면 법적 효력을 긍정한다.50) 그러나 그는 도덕적
준수의무의 문제를 법적 효력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지는 않는다. 그는 그 법
의 목적, 형식 또한 입법권자의 권한을 따져 인간적인 견지에서 공정성에 반
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종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그 법이 신의 권리를 침해하다면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다.51)
라즈의 입장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라즈도 하트나 아퀴나스처럼
48) 하트 저/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272-276면. 49) Ibid., 276면. 50) 주(35)의 본문 참조. 51) Aquinas, ST 1a2ae Q 95 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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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법철학연구
‘법이 효력이 있다’라든가 ‘규범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말에 대해 중대하
거나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법이라는 제도의 특성에 부합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효력이나 규범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52) 그러나 도덕
적인 준수의무에 관하여는 앞에서 언급한 약한 자연법론이나 포용적 법실증
주의와 같은 입장을 취한다. 즉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도덕적 준수의무
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왈루초의 평을 언급하자면, “배제
적 법실증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어떤 법에 대해 복종해서는 안 된다고
할지라도 그 법을 유효하다고 한다”는 것이다.53)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
은 제6장 제2절에서 하기로 한다.
Ⅵ. 라즈의 효력론
- 관점주의
관점주의(perspectivism)의 근대적인 기원은 니체에서 찾을 수 있다. 소위
옥스퍼드의 법철학자들은 하트 이래로 대략 이를 채택하고 있다. 우선 하트
를 살피자. 그는 법의 개념에서 규칙에는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내적 측면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법의 내적 측면을 바라보는 사람
들은 내적 관점을 취하는 사람들이고, 외적 측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외적
관점을 취하는 사람들이다. 규칙의 내적 측면이나 외적 측면이라는 표현은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각각 규칙의 행위규범성, 제재규범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50년간의 법에 대한 연구의 결과에 대해 계몽적이었지만,
너무 한 면만을, 다시 말해 외적 측면만을 조명하였다고 평가한다.54) 그러한
52) Raz, 위의 책(주 7), 168면. 53) Wil Waluchow, “Four Concepts of Validity: Reflections on Inclusive and Exclusive Positivism,” 25면. law.usc.edu/centers/clp/papers/documents/Waluchow.pdf 이 논 문은 추후에 Matthew D. Adler & Kenneth Einar Himma 편, The Rules of Constitution and the U. S. Constitution (Oxford: OUP, 2009)에 수록되었다. 54) 하트 저/오병선 역, 위의 책(주 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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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61
연유로 그는 자신의 연구의 의의를 다른 측면을 조명하는 것에서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평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그는 첫째,
법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내적 관점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취하는) 외적 관점
이 있음을 기억하라고 하였고, 둘째, 이 두 가지 관점 중 어느 하나를 존재하
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하였다.55) 이런 점을 볼 때, 하트는 니체의
관점주의에 충실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관점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
대신에, 규칙을 바라보는 데 상이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
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트의 관점주의적 입장은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피니스도 법에 대한 기술이 여러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긍정하며, 자
연법론자의 관점은 아래와 같은 사람들의 관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천적 관점에서 법을 실천적 합당성의 측면으로 취급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
영역에서 실천적 합당성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에 관한 견해가 세부적인 면에서 다
른 사람에 비해 보다 합당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심적 사례를 차지하는
관점은 실천적 합당성에 호소할 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 합당한 사람들의 관점이
다. 말하자면, 일관성을 유지하고, 인간의 기회와 번영의 모든 측면들에 주의를 기
울이며, 자신들의 제한된 통약가능성을 의식하며, 결함이 있거나 파손된 부분을 고
치는 데 관심을 가지며, 인간 사회의 문제점은 인간성의 다양한 측면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경제적 측면이나 다른 물질적 측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관점이다.56)
- 라즈의 관점과 효력
라즈는 법적 효력이라는 용어를 법률가가 고객에서 법적 자문을 할 때 또
는 법학교수가 학생들에게 법에 대해 가르칠 때 취하는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57) 그는 이러한 관점을 어떤 관점(a point of view)이라고 한다. 이 관점
55) Ibid., 120면. 56) John Finnis,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2nd ed. (Oxford: OUP, 2011), 1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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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법철학연구
에 따른 진술을 초연한 법적 진술(detached legal statement)이라고 하며, 이는
대상이 된 법의 도덕적인 효력을 믿든 혹은 믿지 않든 간에 직업인으로서 법
에 대해 하는 진술이라고 한다. 그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예는 다음과
같다.
유대교를 믿는 어떤 사람이 유대교를 믿지 않지만 유대 율법에 정통한 가톨릭교
를 신봉하는 친구에게 유대 율법에 따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가톨
릭을 믿는 그 친구는 비록 자신의 신념과는 다르지만, 유대 율법에 따라 어떻게 행
동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게 될 것이다.58)
위의 인용문에서 법은 유대교에, 도덕은 가톨릭교에, 법에 대해 잘 알지만
도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유대교에 정통한 가톨릭을 신
봉하는 사람에 비유된다. 그 사람은 친구가 유대교 즉 법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그에 대해 진술을 하겠지만, 다시 말해 초연한 법적
진술을 하겠지만, 자신이 진술한 바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라
즈가 법적 효력과 도덕적 효력, 다시 말해 법적 효력과 도덕적 준수의무를
분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법체계란 그 제도적 특성에 의하여 확
인되며, 그 규칙들은 여하한의 내용일지라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말이 그리 중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다.
57) Raz, 위의 글(주 38), 153-157면; 라즈 저/권경휘 역, 위의 글(21), 227-233면. Peczenik도 위의 인용된 사례의 의미에 대해 필자와 똑같이 해석한다. “이러한 종 류의 법실증주의는 단지 법이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하지만, 심층적인 의미에서 까지 법이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 초연한 법적 진술은 어떤 관점 즉 법률가의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진술이 아니라 (허구적인) 법적인 사람 (legal man)의 관점에서의 진술이다. … 다른 말로, 법은 진정한 규범적인 동기를 창설하지 않는다. 라즈는 초연한 법적 진술이 화자로 하여금 자신의 진술이 표명하 는 규범관에 투신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은 법을 준수해야 할 일반적 의무를 부정하는 입장을 수반한다.” Peczenik, 위의 책(주 7), 88-89면. 58) Ibid., 156-157면; 라즈 저/권경희 역, 위의 글(21), 231-2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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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63
Ⅶ. 결 론
다양한 법이론들이 법적 또는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기 위한 요건으로 어떤
것들을 제시하며, 효력이 있다는 결론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
해 살폈다. 약한 자연법론, 포용적 법실증주의, 배제적 법실증주의는 궤를 같
이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필자는 이들 이론들이 취하는 입장을 효력과 준
수의무를 분리하는 입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법적 효력이 있다는
표현을 도덕적 준수의무의 여부판단에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이
다.
이들 이론에 따를 때, 법적인 효력을 가진다는 것은 일정한 심사결과를 보
고하는 것으로 어떤 법이 그 법체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법이 법체계의 구성원이라는 뜻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혹여 권
위주의 시대에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표현이 반대자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이해되었다면 그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악법도 법이고,
따라서 그 법도 지켜야 한다”는 표현은 종종 법실증주의의 입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 표현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첨언을 한다
면 아퀴나스와 같은 일부 자연법론자들도 공유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게 보이는 이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
요하다는 데 있다. 이 표현에서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 것은 체계적 효력이라
고 하는 기준을 통과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법의 입장에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
지만 도덕의 요구는 다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유보한 문제는 한편으로는 위의 세 가지의 이론과 다른 한편
으로는 강한 자연법론 간의 선택문제이다. 강한 자연법론은 ‘악법은 법이 아
니다’라는 명제로 대변된다. 이 이론은 법적 효력과 도덕적 준수의무를 결합
시키는 이론으로,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면 도덕적으로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법적 효력이 없다면 그것은 법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게 된다. 과연 이와 같은 이론이 위의 세 가지 이론
보다 더 낫다고 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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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이 문제는 이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문화적 적합성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위의 세 가지 이론 중에서도 어떠한 이론이 선호할 만한 것인가
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포용적 법실증주의와 배제적 법실
증주의 간의 논쟁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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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효력: 요건과 효과를 중심으로 65
Abstract
Legal Validity with an Emphasis on Its Requirements and Effects
Bong-Chul Choi
This paper explores the basics of legal validity. One of the important
reasons of my research is to make the conceptual misunderstandings in
the field of legal validity correct if there are any. It concentrates the
analysis of the requirements and effects of legal validity. Assuming that
different legal theories would adopt different conceptions of legal validity,
this paper classifies the theories of the concept of law into four categories;
strong natural law theories, weak natural law theories, inclusive legal
positivism and exclusive legal positivism.
While the former theory takes the axiological validity when judging
whether a law satisfies the requirements of legal validity, the latter three
theories adopt the systemic validity. Strong natural law theories include
some morality requirements in testing the satisfaction of the legal validity.
When the last three theories test whether a law satisfies systemic validity,
even extremely unjust law can be judged to be valid law, though its moral
validity might be denied.
In conclusion, though all four theories agree to deny the moral
obligation to obey evil laws altogether, the three theories of law excluding
strong natural law theories allow us to judge those to be legally valid. In
this sense, it can be said that the strong natural law theories adopt strong
conception of legal validity while the three do weak con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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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효력(legal validity), 도덕적 법준수의무(moral obligation to
obey the law), 브로블레프스키(J. Wróblewski), 라즈(J. Raz), 하트
(H. L. A. Hart)
색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