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의 법이론과 행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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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행정법이론실무학회 Korea Administrative Law and Practice Association 행정법연구 제74호 2024년 8월 Administrative Law Journal Vol. 74, August 2024
DOI https://doi.org/10.35979/ALJ.2024.08.74.65
하버마스의 법이론과 행정법*
1)
김 대 인**
국문초록
하버마스는 ‘공론장’, ‘체계와 생활세계의 구별’, ‘대화’ 등의 개념을 통해 근대사회의 문제점
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법
이론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전개하였다. 하버마스는 공과 사의 구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
생하면서 공론장에도 구조변동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도구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체계’는 ‘화폐’와 ‘권력’이라는 두 가지 하위체계로 구성된다고 보면서, 이러한 체계
가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생활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러한 경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체계와 생활세계를 매개하는 ‘법’의 중요성을 강
조하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법’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마스의 법이론도 어디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법문화를 배경으로 탄생
하였기 때문에 이를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임에 있어서는 좀 더 주체적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몇 가지 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행정법의 영역에서
는 도구적 합리성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대립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고 양자의 균
형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절차주의적 법모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실체적 정당성
개념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보완된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행정법연구에 여러 가지의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첫째, 공법과 사법은 ‘공론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최대한 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등의 절차를 구
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비례원칙과 같은 행정법의 기본원리의 적용에서 경제적 분석의
유용성과 한계를 적절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절차적인 정당성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비교법연구가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복지국가의 폐해
를 극복하고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사회복지영역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율성을 기초
로 하면서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수단과 범위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제어: 하버마스, 법이론, 행정법, 공론장, 생활세계, 체계, 의사소통행위, 대화이론
- 이 글은 2023년 이화여자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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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Ⅰ. 서론
Ⅱ. 하버마스의 연구이력
Ⅲ. 하버마스의 법이론과 행정법
Ⅳ. 하버마스 법이론이 행정법연구에 주는 시사점
Ⅴ. 결론
Ⅰ. 서론
새로운 시대의 행정법학의 과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행정법
학의 대상과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가 자주 제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1) 이처럼
행정법학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주요한 방법 중의 하나로 철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타학문
분야의 관점을 반영하여 학제적으로(interdisciplinary) 행정법을 연구하는 방법을 들 수 있
다. 그런데 이러한 학제적 연구방법은 항상 학문적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학제적 연구방법의 장
점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비법학자로 분류되는 특정의 철학자 또는 사
회학자가 행정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러한 방법은 해당 학자가 속한 학문적 전통 속에서 행정법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는지를 보
는 기회가 된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독일의 사회학자이
자 철학자인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 )가 행정법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보
고 하버마스의 이론이 우리나라 행정법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수많은 학자 중에서 왜 하버마스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다. 그 이유를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버마스는 법이론에 대해서 중요한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1) 예를 들어 김용섭 교수는 행정법과 민사법 등 인접법 영역간의 상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며, 나아가 다른 영역과의 융합적 대화의 필요성이 높고, 사법부 영역의 법원조직과 사법행정, 의 회 행정의 문제 등에 대하여도 행정법학의 대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섭, “한 국행정법학회 10년의 회고와 과제 - 청담(晴潭) 최송화 초대 회장 3주기를 추념하며 -”, 행정법연구 제65호, 2021, 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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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였고 여기에서는 법치국가의 변동 등 행정법적 이슈에 대하여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하버마스는 법학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국내외
법학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하버마스에 대해서는 법학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2) 그
의 이론과 행정법의 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하버마스
의 ‘공론장’(Öffentlichkeit) 개념, ‘생활세계’(Lebenswelt)와 ‘체계’(System)의 구분, ‘대화이
론’(Diskurstheorie) 등은 행정법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의 필
요성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우선 하버마스의 연구이력을 살펴보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행정법의 관점
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하버마스의 교수취득자격논문
(Habilitation)의 지도교수가 저명한 공법학자였다는 점은 하버마스의 행정법에 대한 시각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II)
이어서 공론장의 구조변동, 의사소통행위이론, 사실성과 타당성 등에 나타난 하버
마스의 법이론 중 행정법과 연관성이 큰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하버마스의 수많은 저
작 중에서 이 세 가지의 저작을 검토하는 이유는 이들 저작에서 주로 하버마스의 행정법에
대한 시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III)3)
이어서 하버마스의 법이론이 우리나라 행정법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공법과 사법에 있어
서 공론장의 확대, 절차주의 법모델의 반영, 행정법에서의 형량, 비교법의 역할, 국가모델과
행정법 등으로 나누어서 살펴보도록 한다.(IV). 마지막으로 이상에서의 검토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제시한다.(V)
2) 국내선행연구만 들더라도 이상돈, “하버마스의 법사상”, 장춘익 외, 하버마스의 사상 (나남출판,
1996); 임미원, “도덕적 권리와 정치적 권리 - 칸트와 하버마스의 인권관념을 중심으로 -”, 법철학 연구 제7권 제2호, 2004; 김정오, “하버마스의 비판이론과 법”, 법학연구(연세대학교) 제16권 제3호, 2006; 양화식, “생활세계, 체계 그리고 법 -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중심으로 -”, 법철학연 구 제11권 제2호, 2008; 양천수, “법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하버마스와 투렌의 기획을 중심으로 하 여”, 법학연구(부산대학교) 제50권 제1호, 2009; 정채연, “하버마스의 세계주의 구상과 국제법의 헌 법화”, 중앙법학 제15집 제2호, 2013; 권경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하버마스의 관점에 대 한 비판적 고찰”, 법학연구(연세대학교) 제24권 제1호, 2014; 홍성수, “복지국가에서 법에 의한 자 유의 보장과 박탈: 하버마스의 비판과 대안”, 법철학연구 제18권 제1호, 2015; 정병화, “하버마스의 절차주의적 법 패러다임의 지향점과 한계점”, 법학연구 제27권 제1호, 2016 등 다수가 있다. 3) 주제별로 검토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글에서는 각 저작별로 검토하도록 한다. 각 저작의 맥락에서
행정법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하버마스의 행정법에 대한 시각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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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하버마스의 연구이력
- 1960년대 후반까지
하버마스는 2차 세계대전이후 1949년부터 1954년 사이에 괴팅엔, 취리히, 본 등의 대학
에서 공부하였고, 독일의 철학자인 쉘링(Friedrich Schelling)에 대한 연구로 1954년에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2년간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을 한 후에 프랑크푸르트 대
학의 사회조사연구소(Institute für Sozialforschung)4)에서 학문적인 경력을 시작하였다. 이
연구소에 참여한 학자들을 통상적으로 ‘프랑크푸르트 학파’로 부르는데, 이들은 마르크시즘
의 재해석을 통해 근대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려고 하였고, 가치중립적인 사회과학을 배
척하고 지식과 과학을, 해방과 민주주의를 연결시키고자 하였다.5)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교수자격취득논문을 작성하면서 지도교수였던 호르크
하이머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하버마스는 자신의 논문을 수정하는 대신에 다른 대학으
로 옮겨가서 교수자격취득논문을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마부르크 대학으로 옮겨서
아벤트로트(Wolfgang Abendroth)의 지도로 교수자격취득논문을 완성하게 된다.6) 이것이 책
으로 발간된 것이 바로 공론장의 구조변동(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1962년)이
4) 사회조사연구소는 부유한 기업가의 아들인 바일(Felix Weil)에 의해서 1923년에 설립되었는데, 기
본적으로 마르크스(Karl Marx)의 전통에 서 있는 사회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학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나치가 집권한 1933년에 게슈타포에 의해서 연구소가 철폐되자, 연 구소의 핵심멤버들은 미국 뉴욕시로 옮겨서 활동을 계속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51년에 이 연구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재설립되었다. 이 연구소는 비판이론의 거점지가 되었는데, 이에 참여 한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아도르노(Theodor Adorno), 프롬(Erich Fromm), 키르히하이머(Otto Kirchheimer), 마르쿠제(Herbert Marcuse), 벤야민(Walter Benjamin), 호 네트(Axel Honneth) 등을 들 수 있다. Deflem, Mathieu, “The Legal Theory of Jürgen Habermas: Between the Philosophy and the Sociology of Law”, in: Banakar, Reza and Travers, Max (ed.), Law and Social Theory (2nd ed.) (Hart Publishing, 2013), p. 75-76. 5) 하버마스는 사회이론이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비판적 사회이론은 사회현실을 기술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경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실천적 동기를 지닌 이론은 바로 이를 의미한다. Roderick, Rick, Habermas and the Foundations of Critical Theory (MacMillan, 1986), p. 7. 하버 마스는 특히 그의 이론과 실천(Theorie und Praxis)에서 이론과 실천(실제)의 관계를 깊이 있게 연구했는데,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론이 자신의 존재근거로서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생활세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실제와의 변증법적 관련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하버마스의 관점은 법에 있어 이론과 실제의 문제에 대해서도 타당하다 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박영사, 2005), 2면. 6) 하버마스의 스승이었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현대문명에 대해서 매우 비관적인 태도를 가졌
으나, 하버마스는 이러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 비판적이었다. 이것도 하버마스가 프랑크푸르 트를 떠나게 된 원인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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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7) 아벤트로트는 당시 저명한 공법학자였고, 이러한 영향으로 하버마스는 이 책에서 다
양한 공법이론을 다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호르크하이머나 아도르노와 같은 1세대 비판이론가
들의 이론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비판이론을
계승하고 있는 측면을 들면 1) 역사, 사회학, 문학, 철학 등으로부터 얻은 통찰을 학제적으
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 2) 근대사회의 진보적・합리적 측면을 퇴행적・비합리적인 측면으로
부터 구분하고 있다는 점, 3) 내재적인 비판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1세대 비판이론가들과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하버마스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의 계몽의 변증법(Dialektik der Aufklärung)에 나타난 근대사회의 합리화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일면적이고 비관적이며, 경험적・역사적 정당화와 개념적 일관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론장’ 개념을 중심으로 근대사회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8)
- 197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하버마스는 1960년 후반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면서 점차로 노동과 경제에 초점을 맞추
는 전통적인 마르크시즘으로부터 벗어나 상호작용, 언어, 민주주의로 강조점을 옮기게 된
다.9) 이러한 그의 작업이 총정리된 작품이 두 권으로 구성된 의사소통행위이론(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1981년)이다. 하버마스는 이 책에서 합리성을 도구적 합리
성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구분한다. 그는 기존의 비판이론이 사회진화를 도구적 합리성
으로만 보았고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두 가지 유형의 합리성을 체계(System)와 생활세계(Lebenswelt)의 구분과 연결한다. 즉, 체
계영역에서는 성과지향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도구적 합리성이 작동하며, 생활세계영역에서
는 상호이해지향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작동한다는 것이다.10)
7) Deflem, 위의 글, p. 76. 아벤트로트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학자이자 공법학자였다. 8) Finlayson, James Gordon, Habermas: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p.
8-9. 9) Deflem, 위의 글, p. 77. 이처럼 언어철학적 전환이 이루어지는 전후를 나누어 하버마스의 사상적
경로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시점은 1970년대 중반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 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삼열, “하버마스의 삶과 철학의 도정”, 하버마스: 그 인간과 사상, 철학과 현실 1996년 봄호, 51면.
10) 양화식, “생활세계, 체계 그리고 법 -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중심으로 -”, 법철학연구 제
11권 제2호, 2008, 3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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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는 위와 같은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법분야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체계와 생활세계의 분화과정에서, 체계에 속하는 화폐와 권력이 독자적으로 기능하
는 것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게 되는데 이것이 각각 사법(私法)과 공법(公法)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또한 하버마스는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법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하나
는 ‘제도’(Institution)로서의 법이고, 다른 하나는 ‘매체’(Medium)로서의 법이다. 제도로서의
법은 도덕과의 밀접한 관련하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법을 말하는데 형법이 대표적인 예이
다. 매체로서의 법은 특정절차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충분한 법을 말하는데
회사법과 행정법이 그 예에 속한다. 제도로서의 법은 생활세계에 속하는 반면에, 매체로서
의 법은 체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11)
그런데 이처럼 하버마스가 ‘제도’로서의 법과 ‘매체’로서의 법을 구분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이분론에 따르면 모든 법영역이 둘 중의 어느 하나에
속하는 것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설명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법, 학교법, 가족법 등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에 대해서 하버마스 자신
도 설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하버마스는 이후에 이 두 가지 유형의 구분
을 포기하기에 이른다.12)
- 1990년대 이후
하버마스는 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해왔는데, 이러한 그의 법이론이 망라
된 작품이 사실성과 타당성(Faktizität und Geltung, 1992년)이다. 하버마스는 1980년대
중반에 독일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유주제로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데, 하버
마스는 법이론에 대한 연구그룹을 조직했다.13) 이 연구그룹에서의 논의결과로 나온 작품이
사실성과 타당성이다.
하버마스는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법을 사실성과 타당성의 사회적 매개범주로서 이해한
다. 그러면서 그는 도덕규범과 법규범을 생활세계에서 사회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
호보완적인 관계로 이해한다. 화폐와 권력의 규율은 생활세계에 닻을 내리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회사법과 행정법은 경제시스템과 행정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규율하는 데에 그
11) Deflem, 위의 글, p. 80-82.
12) Deflem, 위의 글, p. 83.
13) 여기에는 마우스(Ingeborg Maus), 포르스트(Rainer Forst), 프랑켄베르크(Günter Frankenberg), 귄트허
(Klaus Günther), 페터스(Bernhard Peters), 빙어트(Lutz Wingert) 등이 참여했다.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14; 하버마스, 사실성과 타당성 (나남,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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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세계에서 통용되는) 정당화 규범에 입각하여 규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지화’ 문제를
언급했는데,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4)
1992년에 사실성과 타당성을 발표한 이후 하버마스의 연구는 크게 세 가지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첫째, 공적 정치영역에서 종교의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15) 이는 1995년에 롤즈(John Rawls)와의 논쟁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유럽에서 이민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문화주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셋째, 유럽연합의 탄생을 계기로 하여 초국가적인 민주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
는 점이다.16)
이 세 가지 주제들은 직・간접적으로 행정법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이슬람사원건물의 건축허가’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이 종
교적인 논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되기 때문
이다. 다음으로 이민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로 행정법의 중요한 영역으로 포섭되고 있다
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법도 WTO법 등 국제적인 규범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초
국가적인 민주주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Ⅲ. 하버마스의 법이론과 행정법
- 공론장의 구조변동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공’과 ‘사’의 구별에 대해서 어원적으로 다음과 같
이 분석하고 있다.
14) 그러나 하버마스는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경제시스템과 행정시스템에 의한 ‘법의 식민지화’ 현상
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한다. Deflem, 위의 글, p. 83.
15) 이러한 하버마스의 관심사는 2019년에 출간된 또 하나의 철학사(Auch eine Geschichte der
Philosophie)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소개로 장춘익, “실천이성의 계보학: 하버마 스 후기 철학의 방법론적 변화에 관하여”, 철학연구 제131집, 2020.
16) Baxter, Hugh, Habermas: The Discourse Theory of Law and Democracy (Stanford Law Books,
2011), p.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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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privatus에서 차용한 독일어 ‘privat’라는 말은 16세기 중반 이후에야 발견
되는데 그 의미는 영어 ‘private’와 프랑스어 ‘privé’가 지녔던 의미였다. 이 말들은 ‘공
적 관직을 갖지 않음’을 의미했다. ‘사적’이라는 말은 국가기관의 영역으로부터의 배
제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공공적’이라는 말은 그동안 절대주의와 함께 완성된 국가,
즉 지배자의 인격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화된 국가와 관계되었기 때문이다. 공적인
것은 ‘사적 존재’에 대립된 ‘공권력’이다.”17)
이처럼 공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은 봉건권력, 교회, 제후, 귀족 등이었는데 하버마스는
이들이 ‘과시적 공공성’(repräsentative Öffentlichkeit)의 담지자였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
들은 18세기에 이르면서 양극화 과정에서 해체되면서, 한편으로는 사적 구성성분(부르주아)
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구성성분(관료제, 군대)으로 분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18세기 유럽의 살롱, 클럽, 커피하우스 등에서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공적 비판으로
전개되는 사교적 대화를 통해 공론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본다.18)
하버마스에 있어서 공공부문과 사적 부문의 구분은 국가와 사회의 구분과 일치하는 것으
로 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공공부문을 공권력에 제한하면서, 공론장은 오히려 ‘사적 부문’
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부르주아 공론장은 사적 성격과 기존의 군주 권위
에 대해서 맞서는 논쟁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부르
주아들은 군주 권위의 비밀관행에 대항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을 통한 합리성을 강
조하고, 이러한 법을 공표함으로 ‘공개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성에 기초한 지배를 관철하는
데 기여한다고 보았다.19)
이러한 과정은 부르주아 법치국가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르주아 사법(私法)체계로
성문화된 자유들과 더불어 법적 안정성을 통해, 즉 국가기능을 일반적 규범에 구속함으로
써 자유시장의 질서가 보호된다. 따라서 권한적합성(Kompetenzmäßigkeit)과 사법(司法)형식
성(Justizförmigkeit)은 부르주아 법치국가의 기준이 되며, 합리적 행정부와 독립적 사법부는
부르주아 법치국가의 전제조건이 된다.20) 이처럼 법치국가의 성립을 18세기 부르주아 공론
장으로부터 도출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부르주아 법치국가는 국가와 사회의 구분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19
세기에 국가의 새로운 기능들이 증가하면서 국가와 사회 사이의 구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7)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66; 공론장의 구조변동, 84-85면.
18)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66, 88-89; 공론장의 구조변동, 85면 및 111면.
19)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116-120; 공론장의 구조변동, 144-147면.
20)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148-150; 공론장의 구조변동, 184-18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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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본다. 즉, 국가는 전통적인 질서유지 기능 이외에도 조세정책을 통해 형성기능
(Gestaltungsfunktion)을 담당하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복지국가의 확대에 따라 국가
의 기능이 더욱 확대되는데 경제적인 약자집단(노동자, 소비자 등)의 보호가 바로 이에 해
당한다. 이러한 복지국가에서는 사법이나 공법 어느 하나에 완전히 속한다고 볼 수 없는
영역이 증대된다.21)
하버마스는 이처럼 사적 부문과 공공부문의 교착현상을 설명하면서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말한다. 사회학적으로도 법학적으로도 공과 사의 범주에 포섭할 수 없는 중간영역이 발생
하면서 이 영역에서의 권력행사는 사적 관리조직, 이익단체, 정당, 공공행정 사이에 직접
이루어진다. 공중 그 자체는 간헐적으로, 그리고 차후에 동의의 목적으로만 이 권력의 순환
과정에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판적 공개성’은 ‘조작적 공개성’에 의해 밀려나게 된
다. 하버마스는 복지국가하에서 공론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당이나 이익단체 등의 내부
에서 사적 개인들이 비판적 공개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22)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구조변동의 초판을 1962년에 발간하였는데, 1990년에 발간된 신
판의 서문을 통해 초판의 일부내용을 수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행정법의 관점에서 흥미로
운 부분은 포르스트호프(Ernst Forsthoff)23)와 아벤트로트(Wolfgang Abendroth) 간에 있었
던 헌법논쟁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포르스트호프는 사회국가원리는 헌법적인
지위를 갖는 개념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주장하였는데, 아벤트로트는 이를 비판하면서 민주
주의, 법치국가원리와 함께 사회국가원리를 헌법적 질서의 구조원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를 취했다.24) 하버마스는 초판 당시에 이러한 논쟁을 염두에 두고 글을 작성하였다고 하면
21)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255-256; 공론장의 구조변동, 277-278면.
22)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267-271, 356-359; 공론장의 구조변동, 324-327
면, 425-428면.
23) 생존배려(Daseinsvorsorge)의 개념으로 유명한 행정법학자이다.
24) 이들은 1954년에 개최된 독일 국법학자대회에서 독일 기본법(Grundgesetz)에 포함된 사회국가조항
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 논쟁을 펼쳤다. 우선 포르스트호프는 사회국가는 본질적으로 법(예를 들어 행정법, 경제법, 노동법 등)의 영역에서 실현되며, 법적인 소여(Gegebenheit)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문제는 사회국가가 ‘헌법’을 통해 보장될 수 있는지 또는 보장되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헌법조항의 해석을 통해서만 결정할 것은 아니며, 법치국가적인 헌법이 그 자신의 법 형식(권력분립, 법률개념 헌법과 법률의 집행 등)을 통해 어떠한 한계를 갖는지에 그 답변이 달려 있다고 본다. 법치국가는 기본법상 가장 우선되는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법치국가와 사회국가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법치국가의 핵심요소가 축소되는 것은 기본법에 의해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다. 포르스토프에 의하면 기본법에서 사회국가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행정의) 재량에 달려있고, 법 률해석에 구속되는 국가의 목적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즉, 사회국가는 행정의 법률적합성의 범위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르스트호프는 사회국가는 헌법적인 지위를 갖는 개념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주장하였다.(Forsthoff, Ernst, “Begriff und Wesen des sozialen Rechtsstaates”, VVDStRL 12 (1954), S.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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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제74호 74
서 초판과 신판 간에 생각이 달라진 부분을 말하고 있다.25) 즉,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구
조변동의 초판을 발간했던 당시(1992년)에는 지도교수였던 아벤트로트의 입장에서 사회국
가(복지국가)26)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에 의하면 사적 자율성의 보장은 복지국가의 신분보
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복지국가의 고객으로서의 시민이 민주적 국민으로서 스스로에게 부
여한 신분보장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통제를 경제과정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
다고 보았다. 그런데 공론장의 구조변동의 신판을 발간했던 시점(1990년)에서는 이러한
입장에 수정을 가하는데 그 부분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의 도그마를 고집하는 것이 변화된 사회상황에 맞지 않듯이,
아벤트로트의 매혹적 프로그램도 헤겔적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갖는 총체성 개념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내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가 전체
주의적 사회관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는 국가사회주의
의 파산은, 시장에 의해 조정되는 근대의 경제체제에서 화폐를 행정권력과 민주적 의
사결정으로 임의로 치환하는 경우 그 능률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있다. 그 밖에도 그 한계에 이른 복지국가의 경험이 관료화 현상과 법제
화 현상을 감지하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병리적 효과들은 국가가 법률・행정적 통제
양식을 거부하게끔 구조화된 행위영역에 간섭한 결과로 나타난다.”27)
위 내용을 보면 하버마스가 복지국가의 명목으로 경제분야에 행정권력 또는 민주적 의사
결정이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입장을
변경하게 된 배경으로 사회주의의 파산, 복지국가의 관료화 현상의 두 가지를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하버마스의 분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경
제분야에 ‘행정권력’이 개입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포르스트호프의 위 주장에 대해서 아벤트로트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20조에 서 “독일연방공화국이 민주주의적이고 사회적인 연방국가”라고 규정을 두고 있고, 제28조에서는 “각 주의 헌법질서는 기본법상의 공화적, 민주적, 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국가개념은 헌법적인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 장한다. 민주주의, 사회국가성, 법치국가성은 헌법적 질서의 구조원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 벤트로트는 사회국가성은 다른 두 가지 원리들에 의해서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다.(Abendroth, Wolfgang, Aussprache über “Begriff und Wesen des sozialen Rechtsstaates”, VVDStRL 12 (1954), S. 90-91)
25)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25-26; 공론장의 구조변동, 32-33면.
26) 하버마스는 사회국가와 복지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27) Habermas,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S. 26-27; 공론장의 구조변동,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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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75
‘민주적 의사결정’이 개입하는 것까지 문제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하버마스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이 공론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론
장의 새로운 구조변동과 토의정치를 2022년에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독자들의 댓글과
팔로워의 “좋아요”를 통해 형성되는 구조화되지 않은 공론장은, 불일치하는 목소리는 거부
하고 동조하는 목소리만 동화적으로 포함함으로써 공론장의 포용적인 성격과는 구별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반쪽짜리 공론장”(Halböffentlichkeit)의 제한적 관점에서 볼 때, 민
주적 헌법국가의 정치적 공론장은 더 이상 진리의 타당성에 대해 경쟁하는 주장들을 가능
한 논의적으로 해명하고 일반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는 포용적인 공간으로 인식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28)
- 의사소통행위이론
하버마스는 1981년에 발간한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베버의 근대사회 합리화 이론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베버가 행위체계들의 합리화를 ‘도구적 합리성’의 측
면에서만 탐구하고 있고, 그러한 결과 자본주의적 근대화 유형을 사회합리화 일반과 동일
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합리
성’ 개념을 도입하고 이러한 합리성 개념에 입각한 ‘생활세계’를 도구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체계’와 구분한다. 이처럼 생활세계와 체계의 구분은 의사소통행위이론의 핵심을 이룬
다.29)
하버마스는 자본주의와 국가기관을 화폐와 권력이라는 매체를 통해, 생활세계의 구성요
소인 사회로부터 분화된 하부체계로 파악하였다. 이런 분화에 대해 생활세계는 특징적 방
식으로 반응하는데, 부르주아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통합된 행위영역들은 경제와 행정처럼
체계논리에 따라 통합된 행위영역들에 대하여 사적 영역과 공론장 형태로 형성된다. 그리
고 이 두 가지는 상보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30)
28) Habermas, Ein Strukturwandel der Öffentlichkeit und die deliberative Politik, S. 62-63;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변동, 68면.
29)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449-472; 의사소통행위이론2,
472-494면. 하버마스는 파슨스(Tacott Parsons)의 사회체계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으로부터 체계 와 생활세계의 구분을 도출한다. 파슨스는 행위(action)는 사회체계(social system), 문화체계(cultural system), 인성체계(personality system), 행동유기체(behavioral organism)의 네 가지 하위체계로 구성 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들 하위체계들은 각각 통합(integration), 유형유지(pattern-maintenance), 목적 달성(goal-attainment), 적응(adaptation)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탈콧트 파슨스, 현대사회들의 체계 (윤원근 역, 새물결, 1999), 15-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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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제74호 76
하버마스는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물화의 증상을 매체에 의해서 조절되는
하부체계인 경제와 국가가, 화폐적 수단과 관료제의 수단으로 생활세계의 상징적 재생산에
침입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를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로 부르고 있다. 그러면
서 이러한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를 검증할 수 있는 실제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의사소통적으로 구조화된 행위영역들의 법제화 경향이 그것이다. 하버마스는 ‘법제화’
(Verrechtlichung) 경향을 생활세계와 체계의 구분이라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31)
‘법제화’는 근대사회에서 목격되는 성문법의 증가경향, 즉 종래에 비형식적으로 규제되던
사회적 사태들이 새롭게 법적 규범 아래 놓이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하버마스는 법제화
의 과정을 크게 네 시기로 나누고 있다. 1) 서유럽에서 절대주의 시대에 유럽적 국가체계
의 형태로 형성된 ‘부르주아 국가’, 2) 19세기 독일의 군주제가 모범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법치국가’, 3) 프랑스 대혁명의 결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확산된 ‘민주적 법치국가’,
4) 20세기에 이르러 유럽의 노동운동에 의해 쟁취되었고 독일 기본법으로 성문화된 ‘민주
적 복지국가’가 그것이다.32)
우선 부르주아 국가 시기의 법 발달과정은 기본적으로 경제와 국가라는 하부체계들의 분
화를 가능하게 하는 두 매체의 제도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실정성, 일반성, 형
식성을 띠는 ‘사법’(私法)과 강제력을 독점하는 주권적 국가권력을 합법적 지배의 유일한
원천으로 규정하는 ‘공법’이다. 이러한 절대주의 국가에서는 자신을 오직 화폐와 권력을 통
해 분화된 하부체계들의 수호자로서만 이해하고, 사적인 것으로 밀려난 생활세계는 무정형
의 질료로 취급했었다.33)
다음으로 부르주아 법치국가는 19세기 독일의 입헌제에서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는데, 여
기에서는 종래에 지배권 행사의 합법적 형식과 관료제적 수단에 의해서만 제한되고 구속되
었던 국가기관들이 ‘헌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이제 시민들은 사인으로서, 아직 주
30)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471-473; 의사소통행위이론2,
495-496면.
31)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22-523; 의사소통행위이론2,
547-548면. ‘Verrechtlichung’은 ‘법화’로도 번역된다. 전통적으로 법으로 규율되지 않는 영역이 법 으로 규율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오늘날 행정법 영역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세대적 정의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문헌으로 김현준, “환경법에서의 세대 간 정의 - 세대 간 정의의 환경법 규범화 서설 -”, 환경법연구 제44권 제3호, 2022.
32)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24-525; 의사소통행위이론2,
548-549면.
33)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25-527; 의사소통행위이론2,
549-55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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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77
권자의 의지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국가기관의 결정이 자신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였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을 보장받는다. 이러한 부르
주아 법치국가의 법질서는 부르주아 층의 근대적 생활세계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음을 인정
하는 요소를 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부르주아 법치국가를, 근대국가가
생활세계를 기초로 한 정당성을 획득하는 첫걸음으로 본다.34)
다음으로 민주적 법치국가는 처음에 프랑스대혁명에서 모습을 보였고, 루소와 칸트 이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가이론이 다루는 대상인데, 하버마스는 자연법이론에서 구상된 법
개념에 이미 들어 있는 자유의 이념이 헌법을 통해 효력을 부여받는 법제화 진전단계를 나
타내기 위해서 사용한다. 헌법의 통제하에 놓인 국가권력은 민주화된다. 시민들은 국민으로
서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갖는다. 법률은 그것이 일반이익을 표현한다는, 다시 말해 모든
당사자들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민주적으로 확보된 추정을 받을 때에만 효력
을 갖는다. 이러한 민주화의 진전을 통해 권력매체를 합리화된 생활세계 안에 정박시키는
과정이 종결에 이른다.35)
마지막으로 민주적 복지국가에서는 계급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적 권력관계의 법
적 규제가 이루어진다. 고전적 예는 노동시간의 제한,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임금협약자율
권, 부당해고 방지, 사회보장 등이 그것이다. 계급갈등을 제한하고 복지국가를 형성하는 수
급권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보장의 성격을 가지지만 복지국가의 모든 조치가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즉, 국가의 복지정책은 ‘자유보장’과 ‘자유박탈’의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질병이나 노년과 같은 사회보장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수급
권자가 수급청구권을 갖는 것은 빈민구제의 전통에 비하면 분명 역사적 진보를 의미하지
만, 이러한 법적 보장은 수급권자의 생활세계에 구조변화를 가져오는 개입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가는 정책이 관료제 방식으로 실행되고 수급청구권이 금전적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36)
이처럼 하버마스가 법제화의 4단계를 언급하면서 ‘국가’의 성격변화를 언급하고 있는 것
은 행정법의 역할변화와 연결될 수 있다. 하버마스가 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를
언급하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법제화를 들고 있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행정법이 생활세계
34)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27-528; 의사소통행위이론2,
552-553면.
35)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28-530; 의사소통행위이론2,
553-555면.
36)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S. 530-534; 의사소통행위이론2,
555-5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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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제74호 78
의 식민지화의 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사실성과 타당성
하버마스는 1992년에 발간한 사실성과 타당성에서의 그의 법이론을 보다 정치하게 전
개한다. 하버마스는 법의 타당성(Geltung) 양식 속에는 국가에 의한 법집행의 ‘사실
성’(Faktizität)이라는 계기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제정
절차의 ‘정당성’(Legitimität)이라는 계기가 서로 얽혀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법이 타당하
기 위해서는 사실성(강제)과 정당성(자유)이 둘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37)
하버마스는 법을 강제법(Zwangsgesetz)인 동시에 자유법(Freiheitsgesetz)으로 이해한다.
이처럼 강제법과 자유법이 결합되어 법이 사회통합의 기능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하
나의 입법과정을 요구하게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성공지향적
인 법주체의 역할 속에서만 참여해서는 안 되며, 상호주관적 이해를 획득하는 과정에 참여
하는 상호이해지향적인 행위자 태도 속에서 행동해야 한다. 즉, 강제법은 자유법으로서의
자신의 정당성을 입법과정 속에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38)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와 체계의 구분을 법이론으로 다음과 같이 연결한다.
“근대사회는 가치와 규범과 상호이해 과정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통합될 뿐만 아니
라 시장과 행정권력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통합되기도 한다. 두 가지 매체(화폐와 행
정권력)는 법적 제도화라는 경로를 통하여 의사소통행위를 통해 사회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생활세계의 질서 속에 정박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근대법은 사회통합의 3가지
자원들 모두와 연결된다. 시민들에게 그들의 의사소통적 자유를 공동으로 행사할 것
을 요청하는 자기결정의 실천을 통하여 법은 자신의 사회적 통합력을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연대성이라는 원천에서 길어온다. 다른 한편 사법과 공법의 제도들은 시장의
질서와 국가권력의 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생활세계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경제체계와
행정체계의 작동은 법의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39)
위의 내용을 보면 하버마스가 법을 생활세계와 체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생활세계는 문화, 사회, 인성구조의 3가지로 구성되는데, 화
37)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45-47; 사실성과 타당성, 54-57면.
38)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47-50; 사실성과 타당성, 58-60면.
39)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8-59; 사실성과 타당성, 67-6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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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79
폐를 통해 조정되는 경제와 권력을 통해 조정되는 행정체계와 같은 하위체계들은 생활세계
의 구성요소 중에서 ‘사회’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하에 법
은 체계와 생활세계를 이어주는 경첩 또는 변압기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생활세계속의 일
상언어가 화폐와 행정권력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코드들 속으로 번역되려면 화폐와 행정권
력이라는 조종매체와 소통할 수 있는 법에 의존해야 한다고 본다.40)
하버마스는 정당한 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나오고 의사소통적 권력은 다시 정당
하게 제정된 법을 통해 행정권력으로 번역된다는 원리를 토대로 법치국가의 이념을 전개하
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대화이론의 관점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해석하면 독립적
사법부가 보장하는 개인적 권리의 포괄적 보호가 도출되며, 행정부가 법에 종속되어야 하
고, 사법부와 의회에 의한 규범통제를 받아야 하며, 국가와 사회의 분리라는 원리가 도출된
다고 본다. 이 원리는 사회적 권력이 걸러지지 않은 채, 즉 의사소통적 권력형성의 수문을
통과하지 않은 채 행정권력으로 번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41)
하버마스는 법의 패러다임이 1) 형식법이 강조되는 자유주의적 패러다임과 2) 실질법을
중시하는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을 거쳐 3)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있
다.42) 그는 자유주의적 패러다임과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자
유주의 패러다임은 정의를 권리의 평등한 분배로 환원시킨 데에 찾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
국가 패러다임은 정의를 분배정의로 축소시킴으로써 정당한 권리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하버마스는 자유주의 패러다임과 사회복지국가 패
러다임 모두는 동일한 결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양 패러다임은 모두 자유의
법적 구성을 ‘분배’로 잘못 이해하고 그것을 획득한 재화 혹은 할당된 재화의 평등한 배분
이라는 모델로 통합시켰다는 것이다.43)
이러한 기존의 두 가지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크게 세 가지 전제
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1) 신자유주의가 시민사회와 그 법의 귀환으로 선전하고 있는 후퇴
로는 막혔다. 2) 개인의 재발견이라는 요구는 사회복지국가적 유형의 법제화가 사적 자율
성의 회복이라는 그 명시적 목표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위험 때문에 제기되었다. 3)
사회복지국가 프로젝트가 과거와 동일한 노선에서 그대로 연장되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
40)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77-78; 사실성과 타당성, 87-88면.
41)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208-209; 사실성과 타당성, 215-216면.
42) 칸트와 하버마스의 차이는 칸트의 당위적, 규제적 차원을 하버마스는 절차적, 동의적 차원으로 전
환시키는 데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석수, “칸트와 하버마스에 있어서 도덕과 법”, 철학연구 제89 집, 2004, 80면.
43)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04-505; 사실성과 타당성, 500-5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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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제74호 80
고 중단되어서도 안 되며, 한 차원 높은 성찰에서 계승되어야 한다고 본다.44)45)
하버마스는 이처럼 법의 패러다임에 대해서 논의를 전개하면서 곳곳에서 행정법과 관련
된 언급을 하고 있다. 우선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하에서 법의 실체화가 기능적 권력분립
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한다. 이 패러다임하에서는 조종적 행정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이 결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국가의 사회정책, 특히 (원자력이나 유전공학과
관련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활동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가 결
여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사회는 전문가들의 분석력과 예측력만이 아니
라 위험관리 행정의 문제처리 능력, 행동태세, 반응의 신속성을 강하게 요구하게 된다. 따
라서 입법자는 역동적인 행정활동을 부분적으로만 규범적으로 규제할 수 있고, 또 부분적
으로만 그것을 민주적 과정에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늘어난 행정체계가 가진 재량권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46)
조종과제의 증대가 입법체계를 주변화시키고 행정권력의 자립화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
며, 그것은 국가를 사회적 기능체계들, 거대조직, 단체 등과의 협상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보고 있다. 막강한 사회적 힘을 갖고 있는 조직 및 단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리고 국
가기관이 통상적으로 지는 공적 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공적 권력의 행사에 관여한다면
국가주권이 손상된다고 본다. 하버마스는 정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정당이 정치적-공적 영향력을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역할을 했지만 이제 정
당은 정치체계의 핵심영역을 장악하면서 권력분리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47)
하버마스는 국가과제의 복잡성 증대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시대구분을 하고 있다. 국가는
처음에는 질서유지라는 고전적 과제에, 그 다음에는 사회적 보상의 정의로운 분배에, 마지
막으로는 집합적 위험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절대주의 국가를 제어하는 것, 자
본주의적으로 산출된 빈곤을 극복하는 것, 과학과 기술이 산출한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시
44)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493-494; 사실성과 타당성, 489-490면.
45) 이처럼 하버마스는 절차법을 강조하고 있으나, 법의 형식성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권력의 지배를 법의 지배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버마스의 한계를 넘어서 형식법과 의회주의의 특권적 지위를 강조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하버마스가 주장한 민주주의와 법의 결합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순영, “법의 형식성과 민주주의의 결합모색 - 프란츠 노이만과 위 르겐 하버마스의 법사상을 중심으로 -”, 민주법학 제29호, 2005, 15면.
46)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22-523; 사실성과 타당성, 517-518면. 법을 통해 조직되어
야 하는 행정권력이 오히려 법을 구성하게 되면서 정당성의 요구를 벗어나게 되는 점을 지적하면 서, 우리나라에서 행정입법의 과밀화가 국민주권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견 해로 위민호, “행정입법의 과밀화와 행정권력의 자립화 비판 - 하버마스의 담론적 법 이론을 중심 으로 -”, 철학논총 제83집, 2016, 183면.
47)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23; 사실성과 타당성, 5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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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81
대적 과제로 제시된다. 이러한 목표에 조응하는 국가의 이념형이 각각 법치국가(Rechtsstaat),
사회국가(Sozialstaat), 안전국가(Sicherheitsstaat)이다. 법치국가에서 침익행정(Eingriffs-
verwaltung)은 법을 통해 작동했지만, 사회국가와 안전국가의 간접적 조정은 화폐, 경제적
가치있는 하부구조적 활동, 정보, 기술적 전문지식 등등 점차 다른 자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고 본다. 이에 따라 법이라는 규범적 도구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고 본다. 사회국가와 안
전국가에서는 행정이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조직되어야 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계획하고
조종하는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새로운 갈등상황을 만들어내었다고 본다.48)
이러한 상황에서는 입법자가 제정한 규제적 법률의 구속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무엇보다 조절과제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영역에서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효율성
을 지향하는 행정적 결정과정 속에 절차법의 도움으로 정당성의 필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의 참여, 옴부즈맨 제도의 활성화, 준사법적인 절차, 청문회 등이 그
러한 필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인 통제절차로 충분하지는 않으며
행정소송과 같은 사후적인 통제절차가 개인적인 법적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본다.49)
Ⅳ. 하버마스 법이론이 행정법연구에 주는 시사점
- 하버마스 법이론의 보완
하버마스는 ‘공론장’, ‘체계와 생활세계의 구별’, ‘대화’ 등의 개념을 통해 근대사회의 문
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노력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사회학이론을 국가의 성격변화 및 법패러다임의 변화와 연결하여 법이
론을 구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뒤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행정법을 분석함에 있어도 유용한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으나,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지점
들이 존재한다.
우선 하버마스가 ‘도구적 합리성’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구분하고 도구적 합리성을 기
본적으로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하버마스가 체계에서 도구적 합
리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입장에 서있는 것은 아니나,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도구적 합리
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여러 가지 병리현상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여 의사소통적 합
48)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24-525; 사실성과 타당성, 520-521면.
49)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528-530; 사실성과 타당성, 524-5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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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성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하버마스의 이
론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행정법에서 도구적 합리성은 ‘합목적
성’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나라 행정법에서 합목적성 자체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지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행정법 영역에서는 도구적 합리성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할 필요가 있다.50)
다음으로 하버마스가 절차주의 법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보완을 요한다.
하버마스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자유주의적 패러다임(형식법 모델) → 사회복지국가 페러
다임(실질법 모델) →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절차주의 법모델)으로 법이 발전하는 것을 제시
하고 있는데,51) 하버마스가 말하는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이 기존의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이
나 사회복지국가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범주의 패러다임인지, 아니면 기존의 패러다
임을 비판하는 준거점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52)
이러한 절차주의적 법모델이 기존의 법모델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고, 이를
역사발전단계에서 최종적인 모델로 이해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 경우 사회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실질법 모델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법
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절차주의 법모델이 제시된 것이나, 절차적인 정당성 이외
에 실체적인 정당성도 함께 볼 수 있는 법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이와 같이 보완된 하버마스 법이론을 토대로 하여 우리나라 행정법연구에 주
는 시사점을 찾아보도록 한다.
- 행정법연구에 주는 시사점
(1) 공법과 사법에 있어서 공론장의 확대
하버마스는 공과 사의 어느 한 쪽으로 구분하기 힘든 다양한 영역들이 등장하면서 공론
장의 구조변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법이론에서는 ‘상호보완적 질
서’(wechselseitige Auffangordnung)로서의 공법과 사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53)
50) 김대인, “하버마스의 법이론과 인공지능”, 공법연구 제52집 제3호, 2024, 216면.
51) Teubner, Günther, “Reflexives Recht – Entwicklungsmodelle des Rechts in vergleichender
Perspektive”, Archiv für Rechts- und Sozialphilosophie Vol. 68, No. 1 (1982), S. 14.
52) 이행봉, “하버마스의 법철학: 절차주의적 파라다임을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제22집 제1호, 2006,
31면.
53) 이를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문헌으로 Hoffmann-Riem, Wolfgang/Schmidt-Aßmann, Eberhard (Hrsg.),
Öffentliches Recht und Privatrecht als wechselseitige Auffangordnungen (Nomo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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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83
하버마스 이론의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즉, 공법과 사법은 ‘공론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법의 주요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행정법의 경우 공공부문(대표적으로 행
정)과 민간부문(대표적으로 각종 공익단체 및 협회)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가운데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간부
문 자체내에서 공론장이 형성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민간부문에서의 공론장 확보를 위해 행정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간부
문은 전형적인 행정법의 규율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공익단체와 협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다양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다양한 공공사업의 파트너로서 등
장한다. 이러한 보조금 지원대상이나 공공사업 파트너로의 선정과정에서 해당 민간부문의
거버넌스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54) 또한 자율규제(self-regulation)에
대한 행정의 간접적 개입을 통해 자율규제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민간부문 자체내에
서 공론장이 형성되도록 하는 방법이 된다.55)
다음으로 공공부문에서의 공론장 확대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또한 정부내 부처간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무회의, 차관회
의 등 각 부처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제도들은 존재하나, 이러한 제도들이 정부내 부처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 부처들은 정책적인 지향
점에 차이가 있고, 각 부처와 관련된 민간분야의 의사를 정부내에서 전달하는 매개체로 역
할을 한다. 의사소통적 합리성과 도구적 합리성을 상호보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도 정부
내에서 공론장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56)
또한 민간부문 및 공공부문에서 공론장 확보에 있어서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언론의 역
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의 공론장 확보를 막고 있는 원인 중에는 1인
미디어의 증가 및 가짜뉴스의 확산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
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언론법은 전통적으로 헌법의 연구영역으로 인식되
어 온 측면이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직 및 규제권한은 행
정법의 관점에서 충분히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고 공론장의 확보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54) 단체법연구가 행정법사회학의 주요 연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견해로 이계수,
“행정법과 법사회학”, 행정법연구 제29호, 2011, 146면.
55) 자율규제론을 행정법적으로 재구성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연구문헌으로 김태호, “행정법에서
자율규제론의 자리매김”, 행정법연구 제71호, 2023.
56) 이에 관해 상세한 논의로 김대인, “행정권한의 분배와 조정을 위한 행정조직법적 과제”, 행정법학
제13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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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제74호 84
고 하겠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공론장의 왜곡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중
요하다.
(2) 절차주의 법모델의 반영
다음으로 절차주의 법모델도 행정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주
의 법모델에서의 핵심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최대한 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구
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절차주의 법모델이 적용되기에 적절한 행정법의 전통적인 분
야로는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입법 또는 규제절차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행정절차법에 따른 입법예고와 행정예고 과정에서 그 취지가 보다 분명하게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미국의 규칙제정절차(rule-making procedure)에서의 notice-and-comment
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입법예고
와 행정예고제도를 실질화하는 것은 ‘과시적 공개성’ 또는 ‘조작적 공개성’이 아니라 ‘비판
적 공개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절차법의 공청회 제도도 개선이
필요한데, ‘처분’에 한정되어 있는 공청회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찬반양론을 가진 전문가
들의 논쟁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행정소송에서 판사는 당사자, 전문감정인과의 의사소통에 입각하여 판결을 할
필요가 있는데,57) 행정소송법 제26조의 해석을 둘러싼 변론주의와 직권탐지주의의 관계에
대한 논의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58) 행정소송법 개정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자료제출요구권의 도입여부도 당사자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59) 또한 행정소송의 판결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판사에 의한
다양한 형량요소가 투명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으며,60) 판결의 기초가 된 연구자료를 공개
57) 이상돈 교수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을 수용하면서 두 가지 점에서 변형과 확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소통적 합리성은 개인의 감정들 사이의 소통 및 체계들간의 소통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돈, “소통적 합리성과 법관상의 변화 - 법해석의 합리성을 중 심으로 -”, 법철학연구 제19권 제1호, 2016, 88-95면.
58) 이에 관한 논의로 최선웅, “행정소송법 제26조의 해석”, 재량과 행정쟁송 (박영사, 2021), 356-
412면.
59) 자료제출요구제도는 법원이 행정청에 대하여 사건의 심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
록 하는 제도이다. 이에 관한 논의로 최계영,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행정소송 심리절차의 강화 - 자료제출요구 제도의 도입 논의 및 독일의 자료제출의무 제도를 중심으로 ‐ ”, 서울대 법학 제54권 제4호, 2013.
60)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의 ‘지하주차장 건설 및 운영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한 후 관리운영권을 부여받아 지하주차장 등을 운영하던 사업시행자가 파산한 경우 사 업시행자의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에 따른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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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보다 정확한 판례평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고 판결을 둘러싼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관계속에서 행정소송의 기능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61)
넓은 의미의 행정법 분야로 볼 수 있는 ‘입법학’도 절차주의 법모델을 적용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62) 예를 들어 규제를 위한 입법과정에서 ‘공익단체’의 적절한 참여를 통해 ‘기업
(또는 기업들로 구성된 협회)’에 의한 ‘행정’의 포획(capture)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63)64) 이는 의사소통권력이 행정권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된다. 이
를 위해서는 풍부한 양질의 정책정보가 민간부문에 흘러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정보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
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개청구와 심사를 통해서 비로소 정보공개가 이
루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공개청구가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
의 범위를 넓히는 법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3) 행정법에서의 형량
행정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량에도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
어 비례원칙의 적용과정에서도 형량이 발생하며, 행정계획에도 정당한 형량의 원칙이 적용
된다. 이러한 형량이 최적화될 것을 요구하는 ‘최적화명령’(Optimierungsgebot)에 대한 하버
사안에서 대법원 보충의견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행정주체로 하여금 기투입 민간투자금의 상각잔액인 해지 시 지급금을 일시에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민간투자사업의 본질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사회기반시설 운영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시행자가 손실누적을 회피할 목적으로 파산을 선택하여 일시금을 회수해 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된다”라고 판시하여 사업시행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을 법령해석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 5. 6. 선고 2017다273441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보충의견이 제시한 근거가 타당한지 여부는 별론 으로 하더라도 이처럼 법령해석의 이유를 투명하게 밝혀주는 것은 판결의 결론에 대한 이해를 높 여주고 학문적 논의를 활발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1) “법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공행정을 정당화하는 행정판례”에 대해서 비판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김용섭, 행정법이론과 판례평석 (박영사, 2020), 3-37면.
62) 입법설계에 있어서 행정법학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견해로 김종보, “행정법학의 개념과
그 외연 – 제도중심의 공법학방법론을 위한 시론 -”, 행정법연구 제21호, 2008, 8-9면.
63) 새로운 거버넌스에서 민간단체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문헌으로 김유환, “21세기 New
Governance에서의 NGO/NPO의 역할과 과제”, 행정법연구 제15호, 2006이 있다. 그리고 입법과정 에서의 변론의 중요성에 대한 문헌으로 배병호, “입법변론과 그 실천방법에 관한 소고”, 입법학연 구 제14권 제2호, 2017이 있다.
64) 응답적 규제(responsive regulation)이론에서는 이를 삼자주의(tripartism)라고 부르면서 이것이 공화
주의에 부합하는 규제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Ayres, Ian & Braithwaite, John, Responsive Regul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2), p. 5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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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된다. 하버마스는 비례원칙의 적용과정
에서 권리를 다른 권리와의 관계에서 서열이 매겨질 수 있는 일종의 재화나 가치로 여겨버
리는 것, 즉 비례원칙의 적용을 비용편익분석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치는 단편적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이 없을 경우 가치들간의 비교형량
은 자의적이기 쉽기 때문이다.65)
이처럼 하버마스가 최적화명령의 적용을 비용편익분석과 구분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취
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최적화명령의 준수여부를 판
사가 비용편익분석과 무관하게 판단하게 될 경우 오히려 자의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
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특히 행정계획의 재량하자를 판단하는 과정
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경제적인 분석을 절대적으로 배제할 것
이 아니라 최적화명령에 따른 심사가 이루어지는 대상에 따라 개별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행정에서 도구적 합리성을 반드시 비판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다음으로 행정법에서의 형량을 절차주의 법모델과 연결해볼 필요가 있다. ‘원리이
론’(Prinzipientheorie)에 입각하여 이러한 형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견해가 제시된다.
“행정법에서의 정의는 공익과 사익, 공익 상호간, 사익상호간의 정당한 형량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러한 형량과정은 각 이익이 기반하고 있는 원리들간의 형량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절차는 결코 객관적인 인식에 대한 요청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기준이 없
는 결단에 맡겨서는 안 되며 합리적인 형량을 통해 정의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66) 이러한 견해는 형량이 이루어지는 절차를 잘 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
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정계획의 형량하자가 문제되는 소송에서 전문가의 감정, 당사자
들의 논증 등의 절차를 통해 판사의 형량이 적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비교법의 역할
비교법은 하버마스의 법이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앞서 보았듯이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으로 충분하지 않고 실체적 정당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실체적
정당성(공공선)의 내용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는데, 비교법을 통해 발견되
65)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S. 316-317; 사실성과 타당성, 318-319면. 최적화명령에 대한
하버마스의 견해에 대한 소개로 이상돈, “하버마스의 법사상”, 김재현 외, 하버마스의 사상 (나남 출판, 1996), 242면.
66) Park, Jeong-Hoon, Rechtsfindung im Verwaltungsrecht – Grudlegung einer Prinzipientheorie des
Verwaltungsrechts als Methode der Verwaltungsrechtsdogmaik (Duncker & Humblot, 1999), S.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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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87
는 보편적인 내용들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권법의 영역 등에서 국제적
인 규범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행정법의 정당성을 근거지우는 데에 중요한 역할
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권경영이나 환경・사회・거버넌스(ESG)에 대한 다양한 국제규범
들(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67)
비교법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내용을 발견하는 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각국의 행
정법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행정법 모델을 찾는 데에
도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행정절차법과 행정기본법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가를 살펴봄에 있어서 각국의 행정절차법 또는 행정기본법의 규율범위가 어떤 차
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행정절차법과 행정기본법의 관계에 관한 실체적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비교법은 절차주의 법모델이 활성화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상적인 대화상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화참여자들이 양질의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학계에서
비교법연구를 충실하게 하고 이러한 정보가 규범창설대화나 규범적용대화 과정에 적절하게
투입될 때 이상적인 대화상황에 좀 더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외국
법제에서 공통적인 법제가 발견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타당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외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논증을 토대로 우리나
라에 적합한 비교법을 찾는 과정은 그 자체가 절차주의적 법모델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국가모델과 행정법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보장국가(Gewährleistungsstatt) 개념을 중심으로 행정법의 과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68) 이러한 논의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나, 복지국가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행정법 분야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버마스는 복지국가가 관료제의 확대를
오히려 가져오고 이로 인해 생활세계를 침해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적이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타당한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국가 발전이 독일
의 그것에 비해서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고, 전체예산에서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67) 비교행정법의 연구동향에 대한 소개로 김대인, “비교행정법의 연구동향 및 과제 - 박정훈 교수의
연구를 기초로 하여 -”, 법학(서울대학교) 제64권 제3호, 2023.
68) 김현준, “행정개혁의 공법적 과제 - 「동반」과 「보증」의 행정개혁 -”, 공법연구 제41집 제2호, 2012;
박재윤, “보장국가론의 비판적 수용과 규제법의 문제”, 행정법연구 제41호, 201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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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음
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복지국가의 폐해를 극복하고 건전한 복지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행정법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자율성을 기초로 하면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
체의 개입수단과 범위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함에
있어서는 ‘보충성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를 염두에 두면서, 동시에 사회권과 관련
된 국제인권법의 논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69) 이를 위해서는 ‘절차주의 법모델’ 뿐
만 아니라 ‘실질법 모델’이 함께 강조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수급권의 절차적
보장 못지않게 이 권리의 실체적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복지국가를 행정법적으로 재구성함에 있어서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집단들의 목소
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하버마스식으로 말하자면 생활세계의 의사소통적 합리
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유보통합(유치원을 통한 교육과 어
린이집을 통한 보육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보면 ‘양육권자’의 관점이 주로 등장하고, 정작
‘영유아(아동)’의 관점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들의 관점이
보다 중요시될 필요가 있고 이들의 권리의 관점에서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가 향후 전개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개혁논의에서 나타나듯 미래세대의 목소리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70)
Ⅴ. 결론
하버마스는 ‘공론장’, ‘체계와 생활세계의 구별’, ‘대화’ 등의 개념을 통해 근대사회의 문
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 과
정에서 법이론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전개하였다. 하버마스는 공과 사의 구별이 어려워
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공론장에도 구조변동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도구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체계’는 ‘화폐’와 ‘권력’이라는 두 가지 하위체계로 구성된다
69) 같은 취지에서 커뮤니티를 다루고 있는 선행연구로 위민호・류도향, “커뮤니티를 통한 체계와 생활
세계의 선순환 구조 구축 - 하버마스의 절차주의적 법이론의 현재성”, 가족과 커뮤니티 제7집, 2023가 있다.
70) 미래세대와의 의사소통은 사회계약론으로 포섭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논의로 김대
인, “사회계약론의 기원에 대한 법사학적 고찰 – 계약법역사와 언약신학을 중심으로 -”, 법사학연 구 제67호, 2023, 73-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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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89
고 보면서, 이것이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생활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경향을 나
타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러한 경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체계와 생활세계를 매개
하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법’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마스의 법이론도 어디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법문화를 배경으로 탄
생하였기 때문에 이를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임에 있어서는 좀 더 주체적일 필요가 있다. 이
러한 맥락에서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몇 가지 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행정법의
영역에서는 도구적 합리성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대립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
고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절차주의적 법모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실체적 정당성 개념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보완된 하버마스의 법이론은 행정법연구에 여러 가지의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
다. 첫째, 공법과 사법은 ‘공론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
다. 둘째,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최대한 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등
의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비례원칙과 같은 행정법의 기본원리의 적용에서
경제적 분석의 유용성과 한계를 적절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절차적인 정당성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비교법연구가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
째, 복지국가의 폐해를 극복하고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사회복지영역에서 회복되기 위해서
는 민간의 자율성을 기초로 하면서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수단과 범위를 적절하
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투고일: 2024. 8. 11. 심사완료일: 2024. 8. 19. 게재확정일: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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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의법이론과행정법 93
Habermas’ Legal Theory and Administrative Law
Dae-in Kim*
71)
Jürgen Habermas critically analyzed the problems of modern society through concepts
such as the ‘public sphere’, ‘distinction between system and lifeworld’, and ‘discourse’,
striving to find alternatives to overcome these problems. In this process, he extensively
discussed legal theory. Habermas pointed out the structural changes in the public sphere
due to the increasing difficulty in distinguishing between public and private spheres. He
also warned of the tendency of the dominant ‘system’, characterized by ‘instrumental
rationality’, composed of two subsystems: ‘money’ and ‘power’, to colonize the
‘lifeworld’ governed by ‘communicative rationality’. To control this tendency, he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law’ mediating between the system and lifeworld,
mentioning ‘administrative law’ in this context.
However, since Habermas's legal theory originated against the backdrop of Western
legal culture, particularly in Germany, there is a need for a more critical understanding
when applying it in Korea. In this context, there are a few points in Habermas's legal
theory that require modification. First, in the field of administrative law, it is necessary to
seek a balance between instrumental rationality and communicative rationality, not
understanding them as opposing concepts. Additionally, an emphasis on procedural justice
in the legal model needs to be complemented through the concept of substantive
legitimacy.
This modified Habermas’ legal theory can provide various insights into administrative
law research. First, public and private law should mutually develop in the direction of
expanding the ‘public sphere’. Second, the procedures of administrative law, such as
administrative procedural law and administrative litigation law, should be structured to
incorporate ‘communicative rationality’ as much as possible. Third, in the application of
basic principles of administrative law, such as the principle of proportionality, there is a
- Ewha Womans University
3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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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 to appropriately balance the usefulness and limitations of economic analysis. Fourth,
for securing not only procedural legitimacy but also substantive legitimacy, comparative
legal research needs to be diligently conducted. Lastly, to overcome the detriments of the
welfare state and restore communicative rationality in the social welfare domain, it is
crucial to base autonomy on civil society while appropriately coordinating the intervention
means and scope of the state (or local governments).
Key Words: Habermas, Legal Theory, Administrative Law, Public Sphere (Öffentlichkeit),
Lifeworld(Lebenswelt), System, Communicative Action(kommunikatives
Handeln), Discourse Theory(Diskurstheo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