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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_FI001919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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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법학연구원 고려법학제74호2014년9월

  • 525 -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1) 윤 재 왕*

▶목차◀ Ⅰ. 서론

Ⅱ. 켈젠해석이론의전개과정- 연대

기적고찰

  1. 순수법학에서해석이론이차지

하는위치

  1. ‘순수법학제1판’의해석이론

  2. 후기단계의해석이론

Ⅲ. 켈젠해석이론의배후- 자연법비

판, ‘순수한’ 법학그리고‘정치적

책임’의강화

Ⅳ. 맺음말

I. 서론

최근이른바‘이석기사건’으로불리는국가보안법관련사건을담당

한1심재판부의주심판사는피고인들에게유죄를선고하면서자신의판

결은“헌법과법률, 그리고양심에따라작성하면서상식만을보탰다”고

말했다고한다.1) 법관의독립및법관의법률구속의원리를명문으로규

정하고있는헌법(제103조) 및이를실현하기위한법원조직법에비추어

볼때, 주심판사의이언급은사실상자신의판결활동의법규범적전제를

다시한번확인하는데지나지않는다. 이는마치떡집주인이자신의

떡은떡을만드는과정을거쳐만들었다는사실을모든손님들에게일일

*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 법학박사(Dr. jur.). 1) 인터넷신문Ohmynews 2014년2 월14일자: http://www.ohmynews.com/nws_web/ view/ at_pg.aspx?CNTN_CD=A000195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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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이언급하는것과비슷한상황이다. 물론주심판사는이발언을통해정

치적으로매우민감한사건에서자신은특정한정치적판단으로부터엄격

히거리를유지하면서오로지헌법과법률에‘따라서만’ - ‘양심’은이를

커뮤니케이션과정속으로끌어들여그존재및실현여부를판단하기어

렵기때문에여기서는배제하기로한다- 판결을내렸고, 따라서자신의

판결은어떠한정치적측면도고려하지않은‘순수한’ 법적판단의소산이

며, 그에따라법관스스로는판결과관련하여어떠한정치적책임도부

담하지않는다는사실을명백히밝히고자했을것이다. 그리고그가보탠

‘상식’이라는단어역시자신의정치적관점이나주관적평가가개입하지

않았다는점을강조하기위한수단이었을것이다.

그러나법정에서이루어진한판사의발언을그맥락까지더듬거리듯

반추하며이해하는것과는달리법이론의차원에서법률에‘따라’ 재판을

한다는것이과연구체적으로무슨의미인지를정확히밝히는작업은사

뭇복잡하고어려운문제이다. 즉, 여기서말하는‘따라’가법률의문장속

에이미구체적판결이들어있어서, 이를다시끄집어내는작업을통해

판결을내리게되었다는뜻인지, 아니면법률자체내에는‘이석기’라는

이름이나그의구체적행위가들어있지않지만, 법률을출발점으로삼아

법률자체에는규정되어있지않은특정한과정을거쳐서판결에도달했

다는뜻인지를물어볼수있다. 조금더이론적언어로표현하자면, 판결

과법률이논리적측면에서이미내용적으로일치하고, 이점에서판결은

법률로부터논리적으로추론한결과일따름인지아니면그와같은논리적

추론과는별개로재판을담당하는법관의주관적평가나법률이외의다

른요소들(대표적으로는정치적, 도덕적요소)까지함께작용하여판결이

라는형식으로표출되는결과를낳는지를따져볼수있다. 만일전자를

선택한다면판결은법률이라는대상에대한타당한인식에해당할것이

고, 후자를선택한다면판결은인지적(kognitiv) 측면과함께의지적-평가

적(volitiv-bewertend) 측면도함께갖고있다고보게된다. 즉, 판결이란

법률로부터논리적으로도출되는인식활동에국한되는것인지아니면인

식활동과는별개로의지활동까지포함한다고볼것인지가쟁점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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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27

이와같은비교적단순한구별법에따른다면이사건의주심판사가말했

던‘따라’는아마도판결을인식에만국한된활동이라고파악하는입장에

따른것같다. 무엇보다법관의법률구속이라는당연한전제를강조하려

는것이아니라, 자신의판결에대한정치적해석이나혐의를미리부터

차단하고자했을것이라는점에서‘따라’는주관성을배제하고전적으로

법률및법적논리에충실하게법을‘인식’했을뿐이라는생각을강조하기

위한언어적장치라고볼수있다. 하지만문제는문제가그렇게간단하

지않다는사실이다. 왜냐하면‘법률에따라’라는표현은- 앞에서지적했

듯이- 과연법관의독립과법관의법률구속이전체법질서에서어떠한

의미를갖는지에대한헌법적차원의논의를전제할뿐만아니라, 법관의

법률적용의의미와한계그리고이에대한통제가능성을둘러싼법이론

적, 법학방법론적차원의논의까지고려할때에만비로소그의미를밝힐

수있기때문이다.2) 특히두번째측면은전통적으로법관이법률을해석

(Interpretaion; Auslegung)하는과정을거칠수밖에없다는필연성을전

제하고, 해석의방법이나한계에대해상당히오랜논쟁을겪어왔다. 물

론이문제를둘러싼헌법적차원과방법론적, 법이론적차원이별개로

진행되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법관의법률구속이라는민주적법치국가

의헌법적명령은곧바로이명령의실현방법에대한법이론적논의를유

발하고, 법이론적논의는일종의피드백관계에서이헌법적명령의의미

에대한구체화를생산하기때문이다.3) 바로이점에서도법관의판결이

전체법질서에서차지하는위상을- 일반론적이긴하지만- 헌법적및

2) 이에관한간략한서술로는박종희/윤재왕, 판례의법형성적기능과한계, 고려법학 제70호(2013), 210면이하참고. 문제사및문제자체에대해자세히는D. Simon, Die Unabhängigkeit des Richters, 1975 참고. 3) 이점에서뤼터스는“방법의문제는곧헌법의문제이다”라고단언한다[B. Rüthers, Methodenfrage als Verfassungsfrage?, Rechtstheorie 40(2009), S. 253ff., 281.]. 물론 뤼터스자신은방법론이헌법적측면에서매우중요한문제라는사실에주의를환기시 키고있을뿐, 방법론과헌법이론사이의연관성에대한체계적연구를행하고있는 것은아니다. 양자의피드백관계의존재및그양태그리고이에관한진단은문제영역 전체를관통하는메타이론을필요로한다. 이러한메타이론으로서체계이론을투입하 여사법현상및법적논증을서술하려는시도로는니클라스루만, 사회의법(윤재왕 옮김), 2014, 397면이하, 451면이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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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방법론적측면에서분명히확인할필요가있다.

우리나라와같은대륙법체계에서입법과사법의분리는법의제정

(Rechtsetzung)과법적용(Rechtsanwendung)의대비를기초로삼는다. 즉,

입법자는일반적이고추상적인규범을생산하는권한을갖는반면, 법관

은입법자가생산한규범을구체적인사례에적용하는과제를담당한다.

이러한분리원칙에따라법적용은곧추상적규범으로서의법률에대한

구속및구체적사례와의관련성을의미한다. 이와같이판결을법의적

용으로파악함으로써법관의활동의본질과한계역시규정된다. 즉, 법관

의판결활동은법적용으로서본질적으로입법자의법제정과동일한것으

로볼수없다. 왜냐하면법원은자유로운법창조를통해권한을행사하

는것이아니라, 법원이적용해야할규범에대한구속을전제한상태에

서만권한을행사할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판결은법적용의토대를

전제하고있고, 구체적사례의해결을목적으로하는사법권은이러한기

초에구속되어야한다.4)

그러나민주적헌법국가가전제하는이러한정치적프로그램은사법

활동이직면하는구체적현실에서완벽하게실현될수없다. 무엇보다법

률은언어를매개로이루어지기때문에, 언어자체가갖는불명확성이라

는숙명에노출되어있을뿐만아니라, 현대사회의복잡성을입법적차원

에서완벽하게감축하는것은처음부터불가능하다.5) 다시말해입법을

통한복잡성의감축이기계적인조건프로그램으로서기능할수는없고,

사법을통해다시복잡성이감축되고, 그에따라사법의복잡성은오히려

4) 박종희/윤재왕, 앞의논문, 219면이하; R. Dreier, Zur Proplematik und Situation der Verfassungsinterpretation, in: ders./F. Schwegmann(Hrsg.), Problem der Verfassungsinter- pretation, 1976, S. 23ff. 참고. 또한법제정과법적용의관계를둘러 싼지난한이론적논쟁의역사와그배경을사법이론의관점에서치밀하게분석하고 있는R. Ogorek, Richterkönig oder Subsumtionsautomat? Zur Justiztehorie im 19. Jahrhundert, 1986; J. Schröder, Recht als Wissenschaft, 2. Aufl. 2012 참고. 5) 체계이론적으로정확성을기하자면복잡성의감축은오히려복잡성을증대시킨다. 예를들어법제정은전형적인복잡성감축이지만, 이러한감축을통해법적용의복잡성 이자동적으로감축되는것이아니라, 오히려복잡성을증대시킨다. 다시말해복잡성 의감축은복잡성이상승하는조건이된다. 복잡성의감축과상승의상관관계에관해 서는N. Luhmann, 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 1998, S. 507f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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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29

상승하는과정을거쳐야한다. 이측면에서법학방법론은한편으로는해

석의목표를입법자의의사에초점을맞추는주관적해석론과법률자체

의의미에초점을맞추는객관적해석론으로나누고,6) 다른한편으로는

다양한해석의기준을제시하여해석에목표에도달하는섬세한방법을

구성하면서도이러한해석기준만으로는사안을해결할수없을때에는법

관의법창조를통해법률을보충하거나수정할수있는가능성을제한적

으로인정한다.7) 이러한주류방법론의입장은‘방법(methodos)’이라는단

어의어원에충실하게방법론이제시하는길을따라가면정당한법적결

정에도달할수있고, 따라서전체법적용과정은올바른법에대한인식

과정으로서방법적규칙은곧법인식을통제하는프로그램이라고생각한

다. 특히라렌츠(Karl Larenz)로대표되는독일의법학방법론은법관의법

창조마저도‘정당한법’에대한인식일뿐, 법관의주관적의지가개입할

여지를완벽하게차단하고자한다.8) 물론그전제는법률이법관의판결

을완벽하게규정할수없고, 따라서법관의법적용을단순한포섭

(Subsumtion)으로보는것을철저하게거부한다. 즉, ‘포섭기계’나‘포섭이

데올로기’9)라는도발적표현을통해기계적법적용은과거의개념법학이

6) 주관적해석과객관적해석의구별에관해서는칼엥기쉬, 법학방법론(안법영/윤재왕 옮김), 2011, 141면이하; K. 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6. Aufl., 1991, S. 316ff. 참고. 7) 이른바‘법관의법형성’과관련해서는박종희/윤재왕, 앞의논문, 219면이하; 칼엥기쉬, 앞의책, 292면이하; K. Larenz, ebd., S. 366ff.; (비판적인입장에있는) B. Rüthers/Ch. Fischer/A. Birk, Rechtstheorie, 7. Aufl. 2013, S. 548ff.; R. Wank, Auslegung und Rechtsfortbildung im Arbeitsrecht, 2013, S. 111ff. 참고. 8) 이와관련해서는앞의책이외에도K. Larenz, Richterliche Rechtsfortbildung als methodisches Problem, NJW 1965, S. 1ff.; ders., Richtiges Recht, 1979 참고. 라렌츠 의이러한방법론의토대를이루는핵심적도구가운데하나는이른바‘유형(Typus)’ 이다. 이문제에관해서는J. Kokert, Der Begriff des Typus bei Karl Larenz, 1995, S. 84ff. 및(특히신헤겔주의와나치이데올로기의결합가능성에관한) S. 115ff. 참고. 9) 이상돈, 기초법학, 2008, 385면이하; W. Hassemer, Juristische Hermeneutik, ARSP 72(1986), S. 206; ders., Rechtssystem und Kodifikation: Die Bindung des Richters an das Gesetz, in: Arth. Kaufmann/ders./U. Neumann(Hrsg.), Einführung in die Rechtsphilosophie und Rechtstheorie der Gegenwart, 7. Aufl. 2011, S. 252; Arth. Kaufmann, Das Verfahren der Rechtsgewinnung. Eine rationale Analyse ; Deduktion, Induktion, Abduktion, Analogie, Erkenntnis, Dezision, Macht, 1999,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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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나법실증주의의착각에불과하다고비판하면서, 법적용은결코그와같

은조잡한인식과정이아니라, 평가적이고해석학적(hermeneutisch)인과

정을거쳐구체적정당성을찾아내는활동이라고한다.10)

이러한주류법학방법론의타당성에대해서는여러가지반론이가능

하지만, 우리의맥락에서는일단이러한방법론이‘법률구속’이라는헌법

적명령으로부터상당한거리를두고있다는사실에주목할필요가있다.

즉, ‘법률에따른’ 판결은판결이결코법률문언에의해서만규정되는것

이아니라, 법률에앞선또는법률보다상위에있는정당한법에의해규

정된다고보기때문에법적용에서법률이차지하는비중은상당히약화된

다. 조금단순화하자면, 법률구속의원칙을완화하면서그대신구체적으

로정당한법에대한인식으로구속을강화한다고말할수있다. 특히법

률구속의완화를위해포섭이데올로기를거부하고, 이이데올로기는전적

으로개념법학적법실증주의의탓이라고몰아세운다.11) 하지만이론사의

관점에서이러한책임귀속은상당히문제가많다. 무엇보다최근의연구

가밝히고있듯이개념법학은결코법적용이단순한포섭과정일뿐이라고

주장하지않았다.12) 또한법관의법적용권한을둘러싼복잡한논의의배

후에자리잡고있던정치적요소들까지감안하면포섭을이데올로기화했

다는혐의는사후적귀속을넘어거의낙인에가까운오해라는사실도밝

55, 66. 삼단논법적포섭논리에관한일반적서술로는U. Neumann, Juristische Logik, in: Kaufmann/Hassemer/ders., ebd., S. 299ff.과이에대한해석학적비판을내용으로 하는U. Schroth, Hermeneutik, Norminterpreation und richterliche Normanwendung, in: Kaufmann/Hassemer/Neumann, ebd., S. 289f. 참고. 또한포섭이데올로기의문제 점에대한재비판으로는K. Röhl, Grundlagen der Methodenlehre I: Aufgaben und Kritik, in: Enzyklopädie der Rechtsphilosophie(http://www. enzyklopaedie19- beitraege/ 78-methodenlehre1), Rn. 40f. 참고. 10) 이에관해서는앞의각주9의문헌과F. Müller/R. Christensen, Jurisische Methodik Bd. 1: Grundlegung für die Arbeitsmethoden der Rechtspraxis, 11. Aufl. 2013, Rn. 75ff. 참고. 11) 대표적으로는이상돈, 앞의책, 같은곳; F. Müller/R. Christensen, ebd., Rd. 153f. 참고. 12) 이에관해서는예컨대U. Falk, Ein Gelehrter wie Windscheid: Erkundungen auf den Feldern der sogenannten Begriffsjurisprudenz, 1999; H.-P. Haferkamp, Georg Friedrich Puchta und die Begriffsjurisprudenz, 2004; R. Ogorek, ebd.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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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31

혀져있다. 이와는별개로법실증주의= 포섭이데올로기라는도식역시

전혀타당성이없다. 회르스터(Norbert Hoerster)가적절히밝히고있듯이,

20세기의대표적법실증주의자인켈젠(Hans Kelsen)과하트(H.L.A. Hart)

는결코포섭중심의법해석론을전개한적이없다.13) 특히켈젠은법관

의활동이단순히법률을적용하는인식행위에그치는것이아니라, 법관

의의지가함께작용하는법제정의요소도포함하고있다고보기때문에,

오히려포섭과는정반대되는법해석이론을전개했다.14) 그런데도여전히

기계적포섭은법실증주의해석이론의핵심이고, 따라서‘진정한’ 해석이

론또는법적용이론은법실증주의를극복해야한다는사고가일반화되어

있다.

이러한배경에서이글은켈젠의법해석론을소개하고, 이를통해과

연법관의판결이‘법률에따른’ 인식행위에그치는것인지에대한법이론

적논의의한자락을추적해보고자한다. 즉, ‘법률에따른’ 판결의가능성

과한계를켈젠의순수법학(Reine Rechtslehre)에서는어떤식으로이해했

는지를묘사하고자한다. 물론순수법학은하나의거대한법이론체계로

13) 노베르트회르스터, 법이란무엇인가?(윤재왕옮김), 2009, 80면이하. 이에관해서는 또한H. Dreier, Zerrbild Rechtspositivismus. Kritsche Bemerkungen zu zwei verbreiteten Legenden, in: C. Jabloner u.a.(Hrsg.), Vom praktischen Wert der Methode. Festschrift f. Heinz Mayer, 2011, S. 61f.도참고. 14) 켈젠의해석이론에관한주요문헌으로는H. Dreier, Rechtslehre, Staatssoziologie und Demokratietehorie bei Hans Kelsen, 2. Aufl. 1990, S. 145ff.; D. Grimm, Zum Verhältnis von Interpretationslehre, Verfassungsgerichtsbarkeit und Demokratieprinzip bei Kelsen, in: W. Krawietz(Hrsg.), Ideologiekritik und Demokratietheorie bei Hans Kelsen, 1982, S. 149ff.; H. Mayer, Die Interpretationstheorie der Reinen Rechtslehre, in: R. Walter(Hrsg.), Schwerpunkte der Reinen Rechtslehre, 1992, S. 61ff.; S. L. Paulson, Überlegungen zur Auslegung bei Hans Kelsen und deren Folgen für die Rechtserkenntnis, in: N. Achterberg(Hrsg.), Rechtsprechungslehre, 1992, S. 409ff.; G. Pavlakos, Über die Interpretation in der Reinen Rechtslehre, in: ARSP 87(2001), S. 554ff.; Ch. Schwaighofer, Kelsen zum Problem der Rechtsauslegung, in: S. L. Paulson(Hrsg.), Untersuchungen zur Reinen Rechtslehre. 1986, S. 232ff.; R. Walter, Das Auslegungsproblem im Lichte der Reinen Rechtslehre, in: Festschrift für Ulrich Klug, 1983, S. 187ff.; ders., Die Entwicklung der Reinen Rechtslehre und das Auslegungsproblem, in: M. W. Fischer/E. Mock/H. Schreiner, Hermeneutik und Strukturtheorie des Rechts, 1984, S. 129f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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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구성되어있기때문에법해석이론이이체계에서차지하는위상을설명하

기위해서는전체체계와의관련성을함께고려하지않을수없다. 더욱

이순수법학의중심에놓여있는법단계설(Stufenbautheorie des Rechts)

은켈젠의제자이자동료였던메르클(Adolf Merkl)에의해전개된이론이

었고, 메르클이켈젠에비해법해석론에대해더많은글을남겨놓았기

때문에메르클의이론까지함께고려하지않을수없다. 이러한사정을

감안하면서이글은먼저켈젠의해석이론이전개된과정을고찰하여그

의해석이론의종착지를확인함으로써켈젠에게는해석지침으로서의해석

이론이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밝히고(II), 이러한해석이론의부재배

후에자리잡고있는이론적계기와실천적의도를구명(III)하고자한다.

미리밝혀두지만, 켈젠의법해석론에대한아래의서술은당연히법해석,

법적용, 법학방법론등에관한글쓴이의이론적입장을그대로반영하지

않는다. 다시말해아래의서술은전적으로켈젠의순수법학과그의해석

이론을소개하려는의도를갖고있을뿐, 내가그의이론에동조한다거나

켈젠의이론을무기로삼아다른이론들을비판하려는의도를갖고있지

않다. 오히려켈젠과법실증주의에대한오해를불식시키면서, 동시에켈젠

의해석이론에도오늘날의법이론과법학방법론의고민과문제의식이그대

로반영되고있음을보여주려고하는것이이글의의도라할수있다.

Ⅱ. 켈젠해석이론의전개과정- 연대기적고찰

  1. 순수법학에서해석이론이차지하는위치

익히알려져있는대로켈젠은매우오랜기간에걸쳐학문적활동을

했고, 하나의이론체계를완성하기위해거의전생애를바쳤다고말할

수있다.15) 이점은한법학자의이론을특정한고유명사를통해- 물론

15) 이에관한개관으로는윤재왕, 법, 도덕그리고사실- 비얼링의승인설에대한켈젠의 비판, 고려법학54(2009), 3면이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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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33

그자신이명명한것이긴하지만- 지칭할정도로거대한건축물을완성

했다는사실에서도분명하게드러난다. 켈젠의학문적프로그램이추구하

는이상은이미그의교수자격논문인‘국가법론의주요문제(1911)’16)에서

뚜렷한형태로드러나있다. 즉, 켈젠은법학을인과적자연과학이나도덕

적자연법론으로부터독립시켜법학이독립된학문분과로성립할수있도

록만들고자했다. 특히법학을도덕적요소로부터해방시키려는기획은

학문의이름으로행해지는주관적가치평가와정치적의사표현을법학의

영역에서추방하려는것이었다.17) 따라서켈젠의법이론은처음부터이데

올로기비판이었고, 이데올로기가학문으로서의법학을오염시키는것에

저항하기위한투쟁이었다. 물론켈젠에게법이라는현상자체는결코순

수한것이아니었다. 즉, 그역시법이정치적투쟁의산물이자, 온갖도

덕적, 종교적, 가치평가적요소가뒤섞인경험적사실이라는점을분명하

게의식하고있었다. 다시말해순수법학은순수한법에대한열망의표

현이아니라, 말그대로순수한법학을지향하여법학의학문성을담보하

기위한노력이었다.18) 예를들어켈젠은자신의후기이론19)에근접할수

록법규범과법명제(Rechtssatz)의구별을더욱엄격하게강조한다. 전자

는당위의내용을갖는의지의표현인반면, 후자는이에대한학문적서

16) H. Kelsen, Hauptprobleme der Staatsrechtslehre. Entwickelt aus der Lehre von Rechtsatze 1911(인용은Hans Kelsen Werke, hrsg. v. M. Jestaedt, Bd. 2 I., II, 2008에 따른다). 17) 이러한이론적프로그램에대한간략한서술로는윤재왕, 법실증주의와법률실증주의 - Karl Bergbohm에대한오해와이해, 안암법학44(2014), 32면이하참고. 18) H. Kelsen, Hauptprobleme der Staatsrechtslehre. Bd. 2 II, S. 443ff. 또한Z.-W. Yoon, Rechtsgeltung und Anerkennung. Probleme der Anerkenungstheorie am Beispiel von Ernst Rudolf Bierling, 2009, S. 51f.도참고. 19) 물론켈젠의이론을전기/후기로나누고연속성과불연속성을검토하는것자체가 타당한것인지는별개로논의할가치가있는물음이다. 이에관해서는오세혁, 켈젠 법이론의시기구분- 연속성테제를중심으로, 법철학연구제4권1호(2001), 75면 이하; S. L. Paulson, Überlegungen zur Auslegung bei Hans Kelsen und deren Folgen für die Rechtserkenntnis, ebd., S. 410f.; ders., Four Phases in Hans Kelsen‘s Legal Theory? Reflections on a Periodization, in: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18(1998), S. 351ff.; G.N. Dias, Rechtspositivismus und Rechtstheorie, 2005, S. 130f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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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술을의미한다. 따라서법규범자체에는법을제정하는자의의지라는사

실적요소가결정적인의미를갖는반면, 이에대한서술을통해순수성

을견지해야할법학적명제에서는그와같은사실적요소뿐만아니라,

서술하는자의정치적, 도덕적선입견까지도완전히배제되어야한다는

것이다.20)

순수법학이추구하는이러한이론적기획을감안한다면, 일단법학의

입장에서법관에의해이루어지는판결의전제가되는법해석과정에대해

법이론이직접지침을제공하고, 그에대해규범적구속력을요구하는것

은처음부터불가능하게된다. 실제로켈젠은사비니이후정착된전통적

인해석이론의규준들에대해극히비판적인태도를취했고, 더욱이하나

의법규범에대해유일하게정당한해석이존재한다는식의사고에대해

매우회의적이었다. 다시말해법‘학’은법규범에대한해석자로서중립성

을견지해야하고, 정당한해석이나사회적으로바람직한해석과같은것

은법학의영역을벗어난문제일뿐이다.

아무튼이러한개괄적인이론적프로그램에서과연법해석의문제가

어디에위치하는지를확인할수있으리라는기대를품고켈젠의저작을

살펴보게되면곧바로기대의좌절에봉착하게된다. 일단1911년의프로

그램적저작에서법해석은전혀언급이되지않고있다. 그이후부터법

이론과헌법학과관련하여무수히많은저술을양산하는시기에도‘법해

석’에대해서는아무런설명을찾아볼수없다. 다만1925년에출간된‘일

반국가학’21) 가운데판결과행정행위및권력분립의맥락에서사법부에

대해설명하는가운데나중에전개될순수법학적해석이론의단초가등장

하기시작한다. 이시기에켈젠은이미22) 메르클의‘법단계설’23)을자신의

20) 법규범과법명제의구별및그이론적함의에관해서는무엇보다H. Dreier, Rechtslehre, ebd., S. 196ff. 참고. 21) H. Kelsen, Allgemeine Staatslehre, 1925. 22) 켈젠은‘국가법론의주요문제’의제2판(1923)의서문에서자신이그사이법단계설을 수용했고그것이메르클의공적이라는점을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법질서를법규 범들의발생론적체계로인식하고서술하고, 헌법에서법률과법규명령및그중간단계 를거쳐상위규범이수행이라는개별적인법적행위에이르는단계적구체화로나아간 다는점을밝힌것은아돌프메르클의공헌이다(Hauptprobleme der Staatsrechtsleh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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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35

이론에수용하여근본규범- 헌법- 법률- 판결/행정행위- 순수한집

행에이르는법질서의동적구조(Dynamik)를파악하고있었다.24) 특히

동적구조에관한이론에따르면법질서는상위의규범이하위의규범에

게권한을부여하고, 하위의규범은이러한권한부여(Ermächtigung)에기

초하여상위의규범을구체화하는과제를담당한다고한다. 이에따라각

각의상위규범은그하위규범에비해더일반적인규범이고, 거꾸로각각

의하위규범은그상위규범에비해구체적이고개별적인규범일뿐, 모두

법규범으로서의성질을갖는다는점에서는아무런차이가없다고한다.25)

이 때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켈젠은 ‘법적용

(Rechtsanwendung)이라고부른다.26) 여기서말하는법적용은법원이나

행정청에의한법률의적용만을지칭하는것이아니라, 헌법의수권을받

아법률을제정하는입법자의활동역시법적용에해당한다. 왜냐하면통

상의의미의입법역시법률보다상위에있는일반적법규범인헌법을구

체화하는작업이기때문이다. 이맥락에서켈젠은다음과같이말한다.

“모든법적용, 일반규범에대한모든형태의구체화, 상위단계의법생성

(Rechtserzeugnug)으로부터하위단계의법생산으로의전환은단지상위

단계가정해놓은범위를채우는것, 즉상위단계의규범이정해놓은

한계에서이루어지는활동이라는사실을간단하게밝힐수있다. 상위단

  1. Aufl 1923, S. XV).” 23) 핵심적인저작으로는A. Merkl, Das Recht im Lichte seiner Anwendung(1917), wiederabgedruckt in: H. Klecatsky/R. Marcic/H.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Bd. I, 1968, S. 1167ff; ders., Die Rechtseinheit des österreichschen Staates(1918), ebd., S. 1115ff.; ders., Das doppelte Rechtsantlitz (1918), ebd., S. 1091ff. 참고. 24) 법단계설에대한간략한서술로는윤재왕, 법, 도덕그리고사실, 11면이하참고. 더 자세히는J. Behrend, Untersuchungen zur Stufenbaulehre Adolf Merkls und Hans Kelsens, 1977, 특히메르클의이론이켈젠의순수법학에서어떤식으로‘변환’되는지 를서술하고있는S. 49ff. 참고. 또한개략적인서술로는H. Dreier, Rechtslehre, ebd., S. 129ff. 참고. 25) H. Kelsen, Allgemeine Staatslehre, S. 233f. 이에관해서는또한J. Behrend, ebd., S. 52ff.도참고. 26) H. Kelsen, ebd., S. 23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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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계에의한하위단계의규정(Determination)은어떠한경우에도완벽할

수없으며, 언제나상위단계에는없는내용적요소가하위단계에추가되

어야만한다. 만일그렇지않다면법생성과정의진보는불가능할것이

고, 그다음단계는불필요하게되고말것이다.”27)

그렇기때문에켈젠은모든법적용단계에서하위규범은상위규범이

정해놓은범위(Rahmen) 내에서독자적으로법을생성하는기능을담당

한다는점에서입법과사법/행정은단지양적인측면에서차이가있을뿐,

질적으로는아무런차이가없다고한다. 다시말해입법은사법/행정에

비해상위규범으로부터더폭넓은범위의재량을부여받았을뿐, 모든법

적용과정에는법적용기관의‘자유재량(freies Ermessen)’이개입한다는

점에서는입법이나사법/행정모두마찬가지라는것이다.28) 특히법질서

를이러한동적과정으로파악함으로써, 켈젠은‘법은법이만든다’는법

체계의자율성을이론적으로더욱정밀하게구성할수있게되었다. 왜냐

하면법질서의동적구조내에서는실정법을초월하는자연법이나신의

권위또는물리적폭력따위는전혀고려의대상이되지않기때문이다.

하지만법질서의동적과정에대한이러한이론을이해하기위해서는

일반적용어사용에서벗어나는측면을부각시킬필요가있다. 그렇지않

을경우통상적인용어사용을기준으로켈젠의이론을오해할소지가있

기때문이다. 일단앞에서밝혔듯이, 켈젠에게법적용은입법자가제정한

법률을구체적사례에적용하는판결과행정행위에국한되지않고, 상위

의일반적규범을구체화하는과정모두에해당하는개념이다. 둘째, ‘법

생성’29)이라는개념역시입법행위에만국한되는것이아니라, 모든규범

27) Ebd., S. 243. 28) Ebd., S. 243f. 29) 순수법학의한국어판(변종필/최희수, 순수법학, 1999) 번역자들은Rechtserzeugung 을‘법창설’로번역하고있다(이는아마도심헌섭, 켈젠법이론선집, 1990을그대로 따른것으로보인다). 단어가곧개념을반영하지않는다는점을전제할때, 번역용어 의선택과관련해서는번역자의자유가많이개입하긴하지만, 내가‘창설’ 대신‘생성’ 이라는용어를선택한이유는이렇다. 즉, 켈젠의법단계설에서법생성은상위의규범 을구체화하는하위의법적행위로서, 상위규범은일종의원재료이고이를가공하여 하위규범이라는‘제품’이생산된다. 그런데나의어감으로는‘창설’은어쩐지원재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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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37

구체화에해당한다. 이러한개념적스펙트럼을감안하다면, 헌법의상위에

자리하는근본규범은법질서전체의선험적전제로서헌법에권한을부여

하는작용만을할뿐이기때문에법적용에해당하지않는다. 이에반해

판결이나행정행위를집행하는사실상의행위는단계구조의가장낮은자

리에위치하기때문에법생성에해당하지않는다. 그렇지만법생성이법

창조(Rechtsschöpfung)를의미하지는않는다. 즉, 하위규범에의한법생성

은상위규범이정해놓은범위와한계내에서이루어지기때문에, 오늘날

법학방법론에서말하는법률에반하는법형성(Rechtsfortbildung contra

legem)과같은법관의법창조행위를말하는것은아니다. 그리고바로이

측면에서예컨대문언의한계(Wortlautgrenze)를중심으로법적용과법창

조를구별하는오늘날의방법론적경향30)과도다른용어사용에기초하고

있음을알수있다.

그러나이와같이법단계설에기초하여법적용또는법생성에대해

서술하고‘일반국가학’에서는해석이론에대한언급은등장하지않는다.

켈젠이본격적으로해석이론을언급한것은그가순수법학의구상을총괄

적으로제시한첫번째저작인‘순수법학제1판(1934)’31)이었다. 이책에서

켈젠은법질서의단계구조에관한제5장의서술에뒤이어제6장에서‘해

석’이라는제목아래순수법학에비추어본해석이론을비교적자세히서

술하고있다.32) 물론여기에도다시기대의좌절이예견되어있다. 통상

없이도무언가를만들어내는근원적행위또는무에서유를창조하는행위처럼여겨 진다. 따라서나는‘창설’ 대신에‘생성’이라는단어를고집하기로한다. 물론단어를 둘러싼콘텍스트를이해한다면두단어사이에커다란차이가없다는점은당연하다. 30) 이에관해서는윤재왕, 판례의법형성적기능과한계, 213면이하; M. Klatt, Theorie der Worlautgrenze, 2004, S. 19ff. 참고. 31) H.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1934(아래의인용은Studienausgabe hrsg. von M. Jestaedt, 2008에따른다). 이제1판의형성배경및주요내용에관해서는 Studienausgabe의편집자Jestaedt의Hans Kelsens Reine Rechtslehre, S. XIff. 참고. 32) 이텍스트는순수법학제1판이출간된해와거의같은시점에Internationale Zeitschrift für Theorie des Rechts, 8, S. 9-17에실린논문‘Zur Theorie der Interpretation’과 - 잡지에기고하기위한몇가지표현들이외에는- 완전히일치한다. 이논문은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Bd. 2 S. 1363ff.에도실려있다(한국어번역 은심헌섭, ‘해석의이론에관하여’, 켈젠법이론선집, 1990, 97-1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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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해석이론이라고말할때에는법관이나행정공무원이법률을해석하는방

법적지침과관련된내용을기대하게되지만, 이제6장에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석방법에대한어떠한지침도제시하지않는다. 오히려기

존의해석방법의무용성을지적하면서, 해석자체가법질서의단계구조에

서어떠한기능을갖고, 어떠한한계에봉착하게되는지를서술할뿐이다.

‘순수법학제1판’에등장하는해석이론은그이후오랜기간에걸쳐켈젠

이다시이론적논의의대상으로삼지않았다. 즉, 이제1판이후에는해

석을본격적으로다루는글이출간되지않는다. 이문제를다시논의에

끌어들인것은1960년에출간된‘순수법학제2판’33)이었다. 이책에서켈

젠은제1판에서해석에관해서술한내용을조금더구체화하고, 새로운

구별을제시하며, 특히제1판에서해석의문제와함께다루었던법의흠

결의문제를해석과는별개의장으로나누어설명하고있다. 그렇지만커

다란줄기에서는제1판의내용을그대로반복하고있다. 다만매우섬세

한영역에서는제1판의해석이론과는모순되는것처럼읽히는구절도등

장한다. 물론켈젠이1934년과1960년사이에해석이론을전혀다루지않

은것은아니다. 예를들어1950년에미국에서출간된‘UN 법’34) 서문은

아예‘해석에관하여(On Interpretation)’라는제목으로약다섯페이지에

걸쳐해석의문제를논의하고있고, 1956년에스위스의헌법학자차카리

아쟈코메띠(Zaccaria Giacometti)의60세기념논문집에기고한논문‘순수

법학이란무엇인가?’35)에서도순수법학의해석이론에관해짧은설명이

등장한다. 이두문헌은시간적거리를감안해볼때, 순수법학제1판보다

는제2판의내용에가깝다고볼수있다. 따라서켈젠의해석이론은크게

볼때, 순수법학제1판에따른초기단계의이론과제2판에따른후기단계

의이론으로나누어볼수있다. 물론초기단계와후기단계의구별은편

33) H. 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1960(아래의인용은Nachdruck 1992에따른다). 34) H. Kelsen, The Law of the United Nations. A Critical Analysis of Its Fundamental Probelems - With Supplement, 1950(아래의인용은Nachdruck 4. Aufl. 2004에따른다). 35) H. Kelsen, Was ist Reine Rechtslehre?, in: Demokratie und Rechtsstaat. Festschrift für Zaccaria Giacometti, 1953, S. 143ff., wiederabgedruckt, in: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S. 611ff.(아래의인용은후자에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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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39

의상의구별일뿐, 마치전기비트겐슈타인과후기비트겐슈타인의구별

과같이어떤시대구획적(epochal) 의미를갖지는않는다. 단지시간상의

거리를고려하고, 섬세함의정도또는미시적인변화에비추어이루어진

구별일따름이다. 우리는일단이러한구별에따라순수법학의해석이론

에한걸음더가까이다가서보기로하자. 켈젠의순수법학의배후에있

는의도를밝히는것은그다음문제이다.

  1. ‘순수법학제1판’의해석이론

켈젠이해석에대해본격적으로논의한첫번째저작인‘순수법학제

1판’에서켈젠은‘상위의단계에서하위의단계로진행되는법적용과정에

수반되는정신적절차’라고해석의개념을정의하고,36) 해석은하나의규

범의의미를확인하는데기여한다고한다. 이를통해켈젠은무엇보다-

이미‘일반국가학’에서상당히구체적으로표명된- 법단계설과해석을결

합시켜이해하기위한교두보를확보한다. “법질서의단계구조에대한통

찰로부터해석의문제와관련하여매우중요한결론이도출된다.”37)

켈젠의출발점은- 앞에서설명했듯이- 단계구조에서하위에있는

규범은상위에있는규범을통해완벽하게규정될수없다는것이다.38)

그런데도켈젠은상위단계와하위단계의관계를‘구속또는규정의관계’

라고지칭한다. “하지만이러한규정은결코완벽한규정이아니다. 상위

단계의규범이이규범을수행(vollziehen)하는행위를모든방향에서구

속할수는없다. 항상때로는더많게때로는더적게자유재량의여지가

남아있으며, 그리하여상위단계의규범은이를수행하는규범생성활동

이나집행(vollstrecken)과의관계에서언제나이활동을통해내용을채

워야할일정한범위(Rahmen)로서의성격을가질뿐이다.”39)

36)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ebd., S. 100. 동일한내용이Reine Rechtslehre, 2. Aufl. S. 346에서도반복된다. 37)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ebd., S. 100. 38) ‘규정’이라는단어는일반국가학에서는‘Determination’을사용(S. 243)했지만, ‘순수 법학’에서는‘Bestimmung(S. 101)’으로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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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따라서상위규범이하위규범을규정하는정도는언제나상대적이며,

이점은규정과관련된상대적명확성을뜻하고, 이를뒤집어표현하면

상대적불명확성이라고부를수있다. 이러한상대적불명확성은상하위

단계에있는모든규범들사이의관계가갖고있는‘숙명’이다. 물론켈젠

에따르면단순한숙명을넘어상대적불명확성을의도하는경우도있다.

예컨대형법상의양형규정이여기에해당한다. 즉, 형법에규정된형벌범

위는입법자가의도한불명확성으로서법적용기관이양형단계에서불명확

한상태로남아있는범위를충족해야한다.40)

그러나상대적불명확성이의도하지않은경우도있다. 예컨대“규범

이표현되는단어나단어의연쇄가다의성을갖고” 있거나규범수행자가

“규범의언어표현과규범을정립하는기관의의지사이에불일치가존재”

한다고믿는경우에는의도하지않은불명확성이나타나게된다. 규범충

돌의경우역시의도하지않은불명확성에해당한다.41)

이맥락에서켈젠은일반규범(대표적으로는헌법과법률)에대한해

석뿐만아니라, 개별규범(대표적으로는판결과행정행위)에대한해석42)

도존재한다는점을지적하고있다. 그렇지만해석이론에대한서술은전

반적으로법률해석을중심으로이루어지고있다. 이와관련하여가장중

요한측면은앞에서언급한불명확성의경우해석은항상하나의범위를

확인할수있고, 이범위내에서법적용기관은하나의해결방안을선택하

는결정을내려야한다는사실이다. “법관의판결이법률에근거한다는

것은판결이일반규범의범위내에서가능한여러개의개별규범들가운

39) Kelsen, ebd., S. 101. 다만‘일반국가학’에서처럼입법자와입법행위와법원/행정청의 판결/행정행위사이에는양적차이가있을뿐, 질적으로는아무런차이가없다는측면 을명시적으로언급하지는않는다. 아마도법단계설과관련된그이전의서술을통해 당연한사실로전제했던것같다. 이에반해제2판에서는다시‘일반국가학’에서전개 한내용을- 텍스트의반복이라고보아도무방할정도로- 그대로수용한다(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S. 351). 40)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ebd., S. 102. 41) Kelsen, Ebd., S. 103. 42) 다시한번강조하지만, 여기서‘일반’과‘특수’는상대적인개념이다. 즉, 예컨대판결의 관점에서보면, 법률은일반규범이지만, 법률의관점에서보면헌법이일반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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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41

에하나라는것을의미할뿐이다.”43)

이렇게되면해석이반드시명백한결과를제공하지는않으며, 더욱

이하나또는다수의해석방법을동원하여얻어진해결방안이다수존재

할때에는모든방식의해석이동일한가치를갖는다고전제하지않을수

없다. 그때문에켈젠도“지금까지전개된모든해석방법은늘 가능한

결과에도달했을뿐, 유일하게정당한결과에도달하지는못했다”44)고확

인하면서실정법에지향된관점에서볼때, 모든해석방법들은모두동일

한가치를갖고, 따라서개별해석방법들사이에어떤구속력을갖는우

선순위나위계질서를확정할수없다고한다. 이와같이다양한해석방법

론에동등한가치를부여함으로써켈젠은사실상해석방법론의무용성을

주장하게된다. 즉, 사실상방법다원주의로귀결되는설명만으로도자신의

해석이론에서개개의해석기준이나해석지침에대한서술을기대할필요

가없음을이미암시하고있다.45) 그때문에켈젠은“법률을구체적인사

안에적용할경우언제나단하나의정당한결정을제공할수있고, 이러

한결정이갖는실정법적정당성이법률자체에근거하고있다고주장하

는통상의해석이론”에대해명시적으로반대한다.46) 특히전통적인해석

방법에해당하는‘반대해석(argumentum a contrario)’과‘유추(Analogie)’

또한양자가서로반대되는결론에도달할경우과연어느쪽을적용해야

하는지에대한기준이없기때문에해석방법으로서는무용할뿐이라고한

다. 이익형량도그효용의관점에서의문의대상일뿐이다. 왜냐하면이익

형량은“문제를표현한것일뿐, 문제를해결하는것이아니다. 이원칙은

서로대립되는이익을조정하고그에따라이익갈등을결정할수있는객

관적기준을제공하지않는다. 그러한기준은이익형량이론이생각하는

것과는달리해석해야할규범이나이러한규범을포함하고있는법률이

43) Kelsen, Ebd., S. 105. 44) Kelsen, Ebd., S. 105. 45) 이점에서해석에대한켈젠의입장은방법적다원주의를표방하는해석학(Hermeneutik) 의입장과아무런차이가없다. 해석학적입장에관해서는U. Schroth, Hermeneutik, Norminterpreation und richterliche Normanwendung, ebd., S. 273f. 참고. 46) Kelsen, Ebd., S.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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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나전체법질서로부터도출해낼수없기” 때문이다.

해석방법에대한이러한회의적인태도는무엇보다‘유일하게가능한

결정’47)의존재를부정하는입장으로집약된다. 즉, 해석방법만으로는단

하나의정당한결론에도달하지못한다는것이다. 하지만이와관련해서

는한가지물음을제기할수있다. 즉, 과연켈젠이법을해석하는경우

에는필연적으로다수의결과에도달한다고생각하는지아니면어떤경우

에는단하나의결과에도달하고, 또어떤경우에는다수의결과에도달

하기도한다고생각하는지를물을수있다. 이문제에대해켈젠자신이

명확하게언급하고있지는않다. 다만해석활동이해석되어야할규범이

제시하는범위를확인할수있을뿐이라는설명과함께, 법률의해석이

‘반드시(notwendig)’ 유일하게정당한결정에도달하지않는다고말하고

있다는점에서, 경우에따라서는유일하게정당한결정에도달하는경우

도있음을전제하고있다고추정할수있다. 실제로법률문언에등장하는

숫자(예컨대기일, 기한, 제한속도)에대해서는다른해석가능성이없다는

점에서켈젠의입장을얼마든지이와같이‘해석’할수있다.48)

그러나‘유일하게정당한결정’에대한반론은해석방법론을둘러싼

논의보다는오히려다른맥락에서더강하게부각된다. 앞에서지적했듯

이, 켈젠은하위의규범이상위의규범을구체화할때, 상위규범은일정한

47) 오늘날의법철학에서‘유일하게정당한결정’을표방하는대표적인학자는드워킨(R. Dworkin)이다. 그의이른바‘One-right-answer-thesis’는현재가장강한의미의자 연법적해석이론에해당한다. 물론이론적배경은상당히다르지만, 드워킨처럼자연법 진영에있는학자는유일하게정당한결정을표방하고, 이에반해켈젠처럼법실증주의자 가이를부정하는것은커다란상징적의미가있다. 최소한‘포섭논리’와법실증주의를 어떤식으로든동일선상에서파악하려는입장에대해서는일종의이론적경고로읽힐 수있는부분이다. 드워킨의테제에관해서는R. Dworkin, Bürgerrechte ernstgenommen, 1984(영어원본“Taking Rights Seriously”, 1977), S. 144ff., 448ff., 529ff.; ders., A Matter of Principle, 1985, S. 119ff.; ders., Law's Empire, 1986, S. 211ff. 참고. 드워킨 의강력한테제에대한비판으로는U. Neumann, Wahrheit im Recht, 2004, S. 38f.; 울프리드노이만, 법, 진리, 권위(윤재왕옮김), 법철학연구제16권2호(2013), 327면 이하참고. 48) 이러한관점에서켈젠의해석이론을재구성하려는시도로는R. Walter, Das Auslegungsproblem im Lichte der Reinen Rechtslehre, ebd., S. 188.; ders., Die Entwicklung der Reinen Rechtslehre und das Auslegungsproblem, ebd., S. 21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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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43

범위를제시한다고전제하고해석은이범위를확인하는정신적절차라고

본다. 이때실제로법을적용하는기관이든아니면학문적으로법을다

루는법학이든규범이제시한범위를확인하고, 이를구체적으로밝히는

작업은양자모두에공통된과제가된다. 그리고이과제는어떤결단적

요소도개입하지않는순수한인식활동에해당한다. 왜냐하면가능한결

정의범위, 즉규범으로부터도출될수있는다수의결정가능성의확인은

그자체결정을준비하는단계일뿐, 그자체가결정은아니기때문이다.

이에반해법적용기관은인식활동을통한준비단계를넘어서서확인된범

위내에서특정한해결책을선택하는결정을내려야하고, 이러한결정은

인식활동을통해통제될수없는의지활동의소산이다. 다시말해법적용

기관에의한상위규범의해석은인지적요소와의지적요소의결합이

다.49) 물론이의지적요소에다시인지적요소가결합될수있는가능성

도있다. 예를들어법관의결정이도덕규범이나정의규범또는다른사

회적가치판단에대한인식을토대로의지활동이이루어질수도있다. 하

지만이러한인식은결코실정법에대한인식이아니고, 따라서실정법의

관점에서는이에대해어떠한의미도부여할수없다. 그렇기때문에법

적용기관이설령실정법이외의영역에대한인식을통해특정한해결방

법을선택하는결정을내리는경우라할지라도, 이결정자체는실정법의

관점에서는인식활동이아니라, 의지활동에해당하게된다. 이점에서법

적용기관의해석은결코‘유일하게정당한결정’에대한인식이아니라,

인식활동에의해확인된다수의결정가능성들가운데어느하나를선택하

는의지활동이추가되어야한다.50) 이에반해법학적해석은오로지범위

49) 이점을명확하게부각시키고있는D. Grimm, Zum Verhältnis von Interpretation- slehre, Verfassungsgerichtsbarkeit und Demokratieprinzip bei Kelsen, ebd., S. 151 (‘결단주의적요소’); S. L. Paulson, Überlegungen zur Auslegung bei Hans Kelsen und deren Folgen für die Rechtserkenntnis, ebd., S. 410, 419f. 참고. 50) 물론이지점에서과연켈젠이법적용기관에의한규범구체화를반드시‘해석’이라고 불러야했을까라는의문을제기할수있다. 즉, ‘해석’이라는개념을‘범위의확인’이라 는, 법학과법적용기관공통의과제에한정하고, 의지활동이라는요소가추가되는 경우에대해서는다른개념을사용하여용어상의엄밀성을확보할수도있었을것이 다. 그러나이와관련해서는켈젠자신이- 적어도글쓴이가아는한- 어떠한사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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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의확인에만머물러있어야하며, 만일법학이이단계를뛰어넘게되면

이는법원과행정기관이행사하는법창조적51) 기능에영향을미치려는

시도로서법학의순수성과중립성에반하는법정책적활동이되고만다.

순수법학제1판에서켈젠은인식활동또는의지활동으로서의해석에

대한서술에연계해서법의흠결(Lücke)의문제도함께다룬다. 그는“법

률이어떤법적분쟁에적용할수있는규정을갖고있지않아서, 그법

적분쟁을법률에따라결정할수없는경우”52)에는법에흠결이있다고

보는통상적이해에대항하여, 그와같은경우에는결코법의흠결이라고

말할수없다고한다. 왜냐하면법질서는“무엇인가를행하거나행하지

전개하지않았다. 그때문에오늘날의방법론문헌에서문언의한계를중심으로‘해석’ 과‘유추’ 또는‘해석’과‘법형성’을구별한다고말할때의‘해석’을켈젠이말하는‘해석’ 과일치시킬수는없다. 독일어권에서보통Auslegung을해석이라고하는반면, 켈젠 은거의일관되게Interpretation이라고부르고있다는사실로부터켈젠자신이기존 의해석이론과자신의해석이론을구별하고자했다고추론하는것역시문제가있다. 왜냐하면이맥락에서켈젠에게중요한구별기준은법학과법적용기관인반면, 통상 의해석이론에게중요한구별기준은- 켈젠식으로표현하자면- ‘범위’를뛰어넘는 것인지여부이기때문이다. 아무튼켈젠이이와같은문제점을최소한이나마의식하 고있었는지를문헌상으로확인하기는어렵다. 51) 여기에서도용어상의명확성을기할필요가있다. 표준적인법학방법론에따르면 ‘법창조(Rechtsschöpfung)’는새로운법의형성을뜻하고, 원칙적으로입법자만이 법창조를담당한다. 이러한전제하에서과연법관이법창조적기능을담당할수있는 지여부및- 이를긍정할경우- 그범위를둘러싸고오래전부터법이론과법학방법 론에서격렬한논쟁을벌이고있다[논쟁의개요에관해서는민사법적맥락의A. Bruns, Zivilrichterliche Rechtsschöpfung und Gewaltenteilung, JZ 2014, S. 162ff.와 형사법적맥락의V. Krey, Gesetzestreue und Strafrecht. Schranken richterlicher Rechtsfortbildung, ZStW 101(1989), S. 838ff. 참고]. 다시말해법적용/법창조의이분 법을토대로법관의판결이(법적용이라는의미의) 해석을뛰어넘어법창조를할 수있는지가논쟁의핵심을구성한다. 이에반해켈젠은이러한논쟁의저편에서, 어쩌면지나치게간단할정도로법적용기관의법창조적기능을인정하고있다. 물론 켈젠이말하는법창조는- 적어도순수법학제1판에서는- 어디까지나다수의가능성 들가운데하나를선택하는의지활동의개입자체를뜻한다. 이렇게되면사실상 법생성(Rechtserzeugung)과법창조는같은의미가된다(번역과관련해서는앞의각 주29 참고). 그리하여상위규범이제시한범위내에머물러있는법생성도법창조에 해당한다. 이로써무엇인가있는것으로부터다른무엇을만들어낸다는의미의‘생성’ 과무로부터유를만들어낸다는의미의창조(creatio ex nihilo) 사이의경계는사실상 무의미해진다. 52)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ebd., S.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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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45

않아야할의무가없다”는내용의소극적규범을포함하고있어서만일

특정한법의무가명시적으로정립되어있지않다면이소극적규범을적

용하면되기때문이라고한다. 따라서이러한경우에법의흠결이존재한

다고가정하는것은소극적규범의적용(예컨대“명백히금지되지않은

것은허용된다”는원칙에따라가벌성을명시적으로확인할수없다면해

당하는형벌규범을적용하지않는것)이바람직하지않은결과에도달한

다는법정책적고려에기초한것일뿐, 법의흠결이라고말할수없다는

것이다.53) “이른바‘법의흠결’은실정법과더정당하고, 더정의롭고, 더

좋다고여기는질서사이의차이에불과하다.”54) 이점에서법의흠결은

법적용이법논리적으로불가능하다는뜻이아니라, 단지법적용이법정책

적관점에서합목적성이없다는뜻일뿐이라고한다. 이러한배경에서켈

젠은“이른바‘법률의흠결’은전형적인이데올로기적표현일따름이다”55)

고단정한다. 다시말해법률의흠결이실제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 마

치‘흠결’이존재하는것처럼위장하여흠결의보충이라는외관을만들어

특정한이데올로기적가치평가를관철하려는것에불과하다고한다.

켈젠은법의흠결을부정하는이러한입장을일관되게견지했다. 그

렇지만이흠결의문제가해석의문제에직결되는것은아니다. 즉, 흠결

의존재를부정하는태도가그의해석이론에직접적인영향을미치는것

도아니고, 거꾸로그의해석이론으로부터필연적으로흠결의존재를부

정하는결론이도출되어야하는것도아니다. 그렇기때문에순수법학제

2판에서는‘해석이론’과‘흠결의문제’를분리하여서술하고있다.56)

이상에서설명한켈젠의초기단계해석이론은다음과같이요약할수

있다. 즉, 법의해석은법적단계구조를전제하고또한단계구조를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출발점으로부터켈젠은두가지핵심적인측면을부각

시킨다. 하나는하위단계의규범이갖는불명확성, 즉하위규범이상위규

53) Kelsen, Ebd., S. 111f. 54) Kelsen, Ebd., S. 111. 55) Kelsen, Ebd., S. 116. 56) 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ebd., S. 251ff.(흠결), S. 346ff.(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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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범에의해완벽하게규정되지않는다는사실이고, 다른하나는상위단계

의규범에대한해석가능성의다양성이다. 그리하여켈젠은특정한해석

이‘올바른’ 해석이라거나유일하게정당한해석이라고주장하면서해석방

법을올바르게적용하면올바른해석에도달한다고보는전통적인견해를

반박한다. 이러한반박을토대로켈젠은학문적해석의과제는다양한해

석가능성을서술하는데국한되고, 법기관의과제는다양한해석가능성

가운데어느하나를선택하는의지활동을펼치는것이라고한다.

  1. 후기단계의해석이론

이와같은초기단계의해석이론은‘순수법학제2판’에서펼쳐지는후

기의해석이론에서도그기본적인틀에비추어볼때에는커다란변화를

겪지않는다. 즉, 제1판의텍스트를상당부분그대로반복하고있다. 다만

새로운용어를추가하여제1판에서제기한해석이론을더욱섬세하게설

명한다. 그렇지만매우결정적인의미를갖는한가지측면에서제1판과

는현격한차이를보이고있다. 즉, 제1판에서‘범위(Rahmen)’의확인과

확인된범위내에서이루어지는의지활동을‘해석’으로보는반면, 제2판

에서는범위를벗어나거나범위와무관한결정까지도‘해석’의개념에속

한다고봄으로써이제해석의외연이극단적으로확장된다. 이러한변화

에는일종의전주곡이있었다. 이제부터우리는이과정을자세히추적하

는작업을행하게된다.

켈젠은이미이론적활동의초창기부터국제법의영역에서도매우중

요한저작들을남겼다. 특히1920년에출간된‘주권의문제와국제법이

론’57)은세계법질서에관한이론의선구적저작으로평가된다. 물론켈젠

에게국제법은그의법이론적작업과는별개로특정한실정법에대한관

심때문에연구대상이되었던것은아니다. 오히려한국가의법질서의

상위에있는국제법의우위를전제하고, 이를통해법단계구조를국제법

57) H. Kelsen, Das Problem der Souveränität und die Theorie des Völkerrechts, 1. Aufl.(1920), 2. Aufl.(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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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47

의영역으로확장하려는시도에해당한다. 다른한편그가처했던시대상

황또한국제법에대한연구의확대에커다란몫을했다.58) 1940년에미

국으로망명하여하버드대학에서1년간체류한이후, 켈젠은1942년은

UCLA의정치학과교수가된다. 세계대전이라는암울한그림자가짙게

드리워진상태에서켈젠은‘국제관계에서의법과평화’59)와‘법을통한평

화’60)를연속해서출간한다. 국제법질서의필요성에대한그의확신은

1945년에유엔의결성과함께공포된유엔헌장과관련조약에대한주석

서의집필로까지이어진다. ‘UN법’이라는제목으로1950년에출간된이

책은무려1000페이지에달하는상세한주석서로오늘날까지도UN법에

대한표준적인주석서로여겨진다. 우리의맥락에서주목해야할점은이

주석서의서문이일반적인서문이아니라, 서문자체에‘해석에관하여’라

는제목을달고있다는사정이다.61)

이서문에서켈젠은해석의과제가상위규범의의미에대한이해가능

성들을밝히는것이라고함으로써순수법학제1판에서펼친해석이론을

반복한다.

“학문적주석서의과제는일단비판적분석을통해해석되는법규범에

대한이해가능성들을찾아내고, 각이해가능성에따른결과를보여주는

것이다. 이다양한가능성들로부터관할법기관이정치적이유에서선호

하는해석을선택하는것은전적으로이법기관에맡겨져있는일이며,

법기관만이그러한선택을할수있는권한을부여받았다.”62)

58) 켈젠의국제법이론에관해서는J. v. Bernstorff, Kelsen und das Völkerrecht, in: H. Brunkhorst/R. Voigt(Hrsg.), Rechts-Staat : Staat, internationale Gemeinschaft und Völkerrecht bei Hans Kelsen, 2008, S. 167ff. 참고. 59) H. Kelsen, Law and Peace in International Relations, 1942. 60) H. Kelsen, Peace Through Law, 1944. 61) 켈젠의해석이론에관한연구에서는이UN법의서문은크게주목받고있지않다. S. L. Paulson, Überlegungen zur Auslegung bei Hans Kelsen und deren Folgen für die Rechtserkenntnis, ebd., S. 414f.; Ch. Schwaighofer, Kelsen zum Problem der Rechtsauslegung, ebd., S. 235f.는예외에속한다. 62) H. Kelsen, The Law of the United Nations, ebd., S. x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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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이와함께켈젠은순수법학제1판에서비교적짧게언급했던, 학문적

해석의한계를훨씬더강한어조로강조하면서, 법학자의과제는하나의

규범의의미이해와관련된모든가능성들을서술하는데그쳐야한다는

것을상당히장황하게설명한다.

“학문적해석은구체적사례에서언제나규범에대한단하나의‘정당한’

해석만이적용될수있다는허구를반드시피하도록해야한다. 물론이

허구가정치적인장점이있을수는있다. 자신의청구가법기관에의해

기각된당사자가법기관의결정과는다른결정, 즉다른‘정당한’ 결정은

불가능했었다고확신한다면법기관의결정을받아들이기가훨씬용이해

진다… 그렇긴하지만비판적분석에기초하여법규범에대한모든해

석가능성들- 심지어정치적으로바람직하지않은해석가능성과입법자

가결코의도하지않았으리라고추측할수있는해석가능성까지도포함

하여- 을서술하는학문적방법은유일하게정당한해석이라는허구가

갖는장점을훨씬뛰어넘는실제적효과를갖고있다. 학문적해석이밝

혀주는모든해석가능성들을보면서자신의산물이얼마나입법기능의

목표, 즉개인과국가의관계에대한명확한규율이라는목표로부터얼

마나동떨어져있는가를알게되는입법자는자신의작업방식을개선해

야한다는자극을얻게될것이다.”63)

다시말해‘유일하게정당한해석’이라는허구가기대가좌절된당사

자로하여금법기관의결정에대한반박가능성을흡수하는정치적장점을

가질수도있지만, 그보다는법관또는행정공무원을통한법적용의상위

의차원에있는입법자로하여금다양한해석가능성에비추어법률을더

욱명확하게제정하도록자극하는것이현실적으로훨씬더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로써켈젠은법학적해석은인식활동에국한된다는순수법학

제1판의입장을강화하면서, 법학적해석이법규범에대한해석가능성, 즉

법문에대한해석가능성의범위를확인함으로써제기되는일반규범의불

명확성을입법자스스로제거하도록권고한다. 이맥락에서특기할점은

63) H. Kelsen, E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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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49

켈젠이순수법학제1판에서와는달리새로운용어를추가하고있다는사

실이다. 즉, 그는법학적해석을‘비진정해석(non-authentic interpretation)’

이라고부르면서, 법관이나행정공무원과같은법기관에의해이루어지는

‘진정해석(authentic interpretation)’64)과엄격히구별한다. 여기서말하는

‘진정(authentic)’은켈젠에게는구속력(binding force)65)을의미한다. 다시

말해법학자에의한해석은구속력을갖지않는반면, 법기관에의한해

석은구속력을갖고있기때문에사실상법생성행위에해당한다는것이

다.66) 이러한구별은순수법학제1판에서인식활동으로서의법학적해석

과인식활동과의지활동을결합한권위적기관의해석의차이를다른용

어로표현한것이다.

64) ‘진정해석(authentische Interpretation)’은용어는켈젠이메르클로부터수용한용어 이다. 메르클은1916년에발표한논문‘해석의문제에관하여(Zum Interpretation- sproblem, in: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S. 1059ff.)’에서이미인식활동 으로서법학적해석과인식활동과의지활동을결합한법실무의해석을구별했고, 1917년에서 발표한 '법적용에 비추어 본 법[Das Recht im Lichte seiner Anwendung(Deutsche Richterzeitung, 9, Heft 7/8에발표했을당시의제목은‘Das Recht im Spiegel seiner Auslegung’이었다); 이논문은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S. 1167ff.에도실려있다]부터는전자를도그마틱적(doktrinär) 해석으로, 후 자를진정해석으로지칭한다. 켈젠은이가운데진정해석이라는단어를그대로수용 하는반면, 도그마틱적해석은비진정해석으로바꾸어사용한다. 이밖에도다시번역 과관련하여다음과같은점을지적할필요가있다. 즉, ‘순수법학한국어판’에는진정 해석을‘유권해석’이라고번역(521면이하)하고있지만, 이는약간문제가있다. 물론 법기관에의한해석이라는점에서‘유권’해석이라는표현이완전히틀렸다고할수는 없다. 하지만원래유권해석(authentische Auslegung)은입법자가해석의여지를남 기지않기위해법률자체에해석을고정시키는경우를지칭하는독자적인의미를 갖고있다. 즉, 엄격하게보면유권‘해석’은해석이아니라법률자체이다. 다른한편 법사학적으로볼때, 법적용자의해석을금지했던시기에법적용기관이법률의해석 과관련하여의문이있을때에는입법자에게해석을문의(이른바‘réferé lègislatif’)할 의무를부과하고, 이에대해입법자가제시한해석을‘유권해석’이라고말한다(이에 관해서는J. Schröder, Recht als Wissenschaft, ebd., S. 166, 245; S. Meder, Mißverstehn und Verstehen. Savignys Grundlegung der modernen Hermeneutik, 2004, S. 20f. 참고). 따라서사법/행정을통한해석역시‘authentische Interpreation’이 기때문에‘유권해석’이라는표현을유지하는것은곤란하다. 65) H. Kelsen, Ebd., xv. 66) 이점에서진정해석과비진정해석의구별은법규범과법명제의구별과정확히일치한 다. 이점을적절하게지적하고있는, J. Behrend, Untersuchungen zur Stufenbaulehre Adolf Merkls und Hans Kelsens, ebd., S. 8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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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법적기능으로서의해석은오로지진정한해석으로서만가능하다. 법규

범에대한다른모든해석은지적활동으로서입법기능과법률적용기능

에커다란영향을미칠수는있지만그자체아무런법적의미도갖지

않는다. 법적기능으로서의해석은법질서가법률을해석하라고권한을

부여한자에의해서만이루어질수있다. 이에반해법에대한비진정해

석, 즉권한을부여받지않은자에의한해석은법적으로보면어떤피

고인의유무죄에대한사인의판단과마찬가지로아무런중요성도갖지

않는다.”67)

따라서진정/비진정해석이라는새로운용어는상위규범에서제시된

범위를충족하는의지활동의차원과이범위를확인하는인식활동의차원

을구별하면서, 법생성기관의해석을양자의결합으로파악하는1934년의

입장을더욱섬세하게구성하는것처럼보인다. 그러나이러한외관은곧

바로허위로드러난다. 왜냐하면문제의서문에서켈젠은“진정해석은비

진정해석이결코감행할수없는의미이해를법규범에귀속시킬수도있

다”68)고말하기때문이다. 심지어진정해석을통해하나의법규범이전혀

다른내용을가진다른규범으로대체될가능성도있다고한다.69) 다시

말해초기단계에서처럼단순히상위규범의차원(예컨대법률)에있는인

지적요소를확인하고, 이를기초로하위규범의차원(예컨대판결)에서의

지적요소를투입하는것에그치지않고, 인지적요소와는전혀관계없이

또는심지어인지적요소를무시한채이루어진의지활동또한진정해석

에해당한다고보게된다.70) 이렇게되면법적용기관이의지활동의전제

67) H. Kelsen, Ebd., xv-xvi. 68) H. Kelsen, Ebd., xv. 69) 이점을특별히부각시키고있는S. L. Paulson, ebd., S. 420; Ch. Schwaighofer, ebd., S. 239f. 참고. 70) 이와같은점을고려해볼때, 켈젠이초기해석이론에서상위규범에제시된범위를 해석의전제조건으로삼았다는사실에착안하여법률을범위질서(Rahmenordnung) 로파악하여이를사법부의법률구속원칙의내용으로재구성하려는최근의시도 [Shu-Perng Hwang, Rechtsbindung durch Rechtsermächtigung. Ein topisches Verständnis der Reinen Rechtslehre zur Erläuterung des Verhältnisses von Richterbindung und Richterfreiheit, Rechtstheorie 40(2009), S. 43ff.]는켈젠의해석 이론의전개과정에완전히부합하지는않는다. 이와마찬가지로‘범위’와‘의미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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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51

로삼는인식활동은그의미를상당부분상실한다. 인식활동을통해밝혀

진범위를넘어서거나처음부터범위를고려하지않은‘해석’까지도법기

관에의해이루어진것인한여전히진정해석이기때문이다.

이러한미묘하면서도결정적인변화는1956년에발표한논문‘순수법

학이란무엇인가?’에서다시반복된다. 즉, 실정법규범에대한해석역시

법인식의방법에관한문제로보면서, 진정해석과비진정해석을구별하여

법적용기관의해석과법학의해석의차이를강조한다.71) 그리고여기에서

도법적권위(즉법기관)를통한해석이진정해석이라는의미는법적권

위가상위의규범을적용하면서정립한규범은그자체구속력을갖는다

고설명함으로써, ‘해석에관하여’에서와마찬가지로진정해석은인식활동

을통한해석가능성들의범위에의해제한되지않는다는사실을시사한

다. 한걸음더나아가켈젠은법학과법실무의연관성을완전히차단하

기라도하는듯이다음과같이말한다.

“법적용기관의유효한행위가적용해야할법규범에대해법학의관점에

서이해할수있는가능성들가운데하나가아닌경우에는법학자는단

지법적용기관의행위를통해새로운법- 물론이법이구체적인사례

에서만효력을갖는다할지라도- 이생성되었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

을뿐이다. 따라서흔히법적권위를통한해석’이라고부르는것은법학

자들이어떤규범의내용을인식적으로해석하는것이나신학자들이성

경구절을해석하는것과는다른것이다. 법적권위를통한해석에의해

서는법이생산된다.”72)

이로써켈젠이말하는‘진정해석’은법적용기관이상위규범이제시한

해석범위(semantischer Interpreationsspielraum)’을동일시하려는H.-J. Koch, Die Auslegungslehre der Reinen Rechtslehre im Lichte der jüngeren sprachanalytischen Forschung, in: Zeitschrift für Verwaltung 1992, S. 1ff., wiederabgedruckt in: R.Alexy/H.-J. Koch/L. Kuhlen/H. Rüßmann, Elemente einer juristischen Begründungslehre, Baden-Baden 2003, S. 155ff. 역시후기의해석이론을충분히고려하지않고있다. 71) H. Kelsen, Was ist Reine Rechtslehre?, ebd., S. 618f. 72) H. Kelsen, Ebd., S. 61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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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범위를준수했는지여부와는전혀관계없이법적권위를통해성립하는

개별규범은전체를포괄하는매우넓은개념으로변화한다. 예컨대법률

문언및이에대한해석가능성들을전혀고려하지않은상태에서이루어

지는‘법률에반하는법형성’ 역시켈젠에게는‘진정해석’이라는개념에해

당한다고보게된다. 당연히이러한경우에도법‘적용’기관또는진정‘해

석’이라는용어를유지해야할필요가있을까라는의문을제기할수있고,

위인용문의마지막구절에서보듯이‘해석에의해법이생성된다’는- 표

준적인방법론의관점에서는- 역설또는모순에봉착하게된다. 그러나

켈젠자신은이에대해별다른문제의식을갖고있지않았던것같다.

1960년에출간된‘순수법학제2판’에서전개된해석이론은전적으로

이러한‘전주곡’의영향권아래있다. 물론제1판의텍스트를상당부분반

복하면서여기에전주곡을추가한형태를취하고있다. 즉, 결과적으로는

1950년이후의변화를반영하고있다. 여기에서도켈젠은상위규범을적

용해야하는법기관을통한규범해석을거쳐이규범에대한인식적해석

에의해밝혀진가능성들이실현될뿐만아니라, “적용해야할규범들이

서술하는범위를완전히벗어난규범이새롭게생성될수도있다”고말한

다.73) 따라서이제켈젠은법적용기관이인식활동을통해밝혀진다수의

해석가능성들가운데어느하나를선택하는의지활동과인식활동의결과

를다른식으로‘변형’하거나이를‘무시’하는의지활동을더이상구별할

이유가없게된다.

이러한사정을감안하면순수법학제1판에서전개된초기의해석이론

과후기의해석이론사이에는여러가지공통점에도불구하고상당히중

요한차이가있게된다. 즉, 전기에는법적용기관의해석이해석해야할

규범에내재하는인지적요소에구속되는반면, 후기에는이러한구속자

체가실현되는가능성자체는부정하지않지만, 그와같은구속으로부터

벗어난해석역시그것이법적용기관에의해이루어지는한여전히‘진정

해석’의범위에포함된다고보는차이가있다. 이지점에서우리는이러한

73) H. 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ebd., S.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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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53

변화가법단계설, 특히법질서의동적구조에관한이론을극단화한것인

지아니면법단계설에비추어보더라도이러한변화를설명할수없는것

인지를물을수있다. 하지만이물음에대해직접적이고종국적으로대

답하는것은상당히어려운일이다. 특히법단계설은명백히메르클에서

시작된이론이고, 켈젠은이를자신의순수법학에수용했을따름이고, 더

욱이해석이론과관련해서도메르켈이1910년대에해석의문제에관해발

간한다수의논문들에서제기한이론과용어들을그대로수용하고있지

만, 상위규범이제시한범위에대한범위의구속성및이러한구속성을

실현하기위한‘논리적-문법적해석’의우위를주장하는메르클74)과는정

반대로상위규범에제시된범위를넘어선해석의효력을적극적으로인정

할뿐만아니라, 논리적-문법적해석을포함한모든해석방법의무용성까

지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켈젠의 해석이론은 때로는 ‘허무주의

Nihilismus)’75) 또는‘불가지주의(Agnotizismus)’76)라는격렬한비판을받

기도한다. 실제로켈젠의순수법학에서해석이론이차지하는비중이나

이문제에투입한노력에비추어볼때, 이러한비판은어느정도설득력

이있다. 더욱이해석방법론의거부는법학방법론또는해석이론자체의

존재근거에대한부정으로여겨질수도있다. 하지만시야를해석이론에

만고정시키지않고, 순수법학의전체프로그램또는이이론의배후에

자리잡고있는의도를고려하게되면켈젠의해석이론을다른측면에서

이해할수있는가능성도있다. 그렇기때문에우리는아래에서장을나

누어켈젠해석이론을체계외재적(systemextern) 관점에서간략히살펴보

74) 이에관해서는A. Merkl, Das Recht im Lichte seiner Anwendung, ebd. 참고. 메르클 의해석이론이원칙적으로논리적-문법적해석방법의우위에서출발한다는점에대 한설명으로는R. Walter, Die Interprteationslehre im Rahmen der Wiener Schule der Rechtstheorie, in: Festschrift für Norbert Leser, 1993, S. 196f. 참고. 75) K. Adomeit, Rechtstheorie für Studenten, Normlogik - Methodenlehre - Rechtspolitologie, 1. Aufl. 1979, S. 77(‘방법론적 허무주의’); J. Braun, Rechtsphilosophie im 20. Jahrhundert, 2002, S. 62. 76) 이는켈젠의해석이론뿐만아니라, 켈젠의순수법학전반에대한헤르만헬러의비판 에서키워드가되는단어이다. 특히H. Heller, Bemerkungen zur staats- und rechtstheoretischen Probleme der Gegenwart, in: ders., Gesammelte Schriften, hrsg. von Ch. Müller et. al., 1992, S.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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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기로한다. 그럴때에만비로소켈젠의해석이론이왜허무주의적이고불

가지주의적으로보일수밖에없는지를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

Ⅲ. 켈젠해석이론의배후- 자연법비판, ‘순수한’ 법학그리고

‘정치적책임’의강화

켈젠의법실증주의는이미개념정의상자연법론과는엄격하게분리된

다. 여기서말하는자연법론이란그것이어떠한형태이든초경험적근거

를갖는규범효력의영역을인정하고, 이러한영역은인간의법제정에앞

서있고또한이를자의적으로처분할수없다고전제하는이론이다. 이

와같은초실정적규범으로서의자연법은일반적으로실정법과의대립속

에서실정법을폐기하거나실정법을보충하는기능을갖는다고여겨진다.

하지만켈젠이자연법론과관련하여주목하는측면은이와는정반대로자

연법이실정법을정당화하는이데올로기로사용될위험성이었다.77) 즉, 자

연법론은권력질서이자강제질서로서의실정법을비판하기보다는, 실정법

을정당화하는데기여할수있다고한다.78) 특히자연법론이실정법의

존재자체를부정하는것이아니라, 실정법과는별개로존재하는또다른

법질서를전제하는이원주의를취할경우에는실정법의궁극적효력근거

는실정법체계자체내에있는것이아니라, 실정법의상위에있는자연

법질서속에있다고봄으로써마치실정법은자연법으로부터위임을받은

(delegiert) 법질서인것처럼파악하게된다.79)

77) 이에관해서는무엇보다H. Kelsen, Die philosophischen Grundlagen des Naturrechts und des Rechtspositivismus(1928), wiederabgedruckt in: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S. 281ff. 참고. 켈젠법이론의반자연법적태도및자연법이기존질서를 정당화한다는비판에관해서는H. Dreier, Rechtslehre, ebd., S. 39f., S. 166f.; R. Chr. v. Ooyen, Hans Kelsen und offene Gesellschaft, 2010, S. 17ff. 참고. 78) H. Kelsen, ebd., S. 313f. 79) H. Kelsen, Naturrecht und positives Recht(1927/28), wiederabgedruckt in: Wiener Rechtstehjoretische Schule, ebd.,S.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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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55

켈젠의관점에서는물론자연법과실정법을이렇게위임관계로파악

하는것은논리적모순이지만, 그런데도양자의관계를이와같이설정하

는경우에는실정법의의미가현격한변화를겪게된다고한다. 즉, 자연

법적질서의효력을전제하고이와동시에이질서로부터위임을받은실

정법의구속력을인정한다면, 결과적으로실정법은인간이자의적으로만

들어낸인위적질서라는성격을갖지않게된다. 그리하여실정법의생성

은 인간의 근원적이고 자유로운 창조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재생산

(Reproduktion)이된다. 다시말해실정법은그저자연법이표방하는이상

에최대한다가서기위한노력에불과하다고치부된다고한다. 그리하여실

정법은자연법을실현하는단계에불과하고, 실정법이효력을갖게됨으로

써실정법자체는전혀갖고있지않은가치를획득하게된다. 이와같이

실정법이단순히자연법의재생산에불과한것으로강등(Herabsetzung)됨

으로써동시에실정법의가치가상승(Erhöhung)되기도하지만역설적으

로인간은실정법의창조주가아니라, 이미존재하고있는자연법을모사

하는저열한존재로전락한다고한다.80)

우리의맥락에서특히주목해야할측면은실정법에의한법생성이

단순히자연법을재생산한다는식으로사고하게되면입법과정뿐만아니

라, 판결또는법적용의성격도커다란변화를겪게된다는사실이다. 즉,

자연법적이중화논리에따르면입법자는법의창조자가아니라, 이미그

자체로정당한자연법을단지선언하는작용에불과하고, 법관의활동역

시창조적요소를완전히박탈당하게된다. 다시말해실정법이이미자

연적질서속에들어있는것을표현한것에불과하듯이법관의판결역

시법률에이미내재하고있는것을단순한논리적작동을거쳐끄집어내

는것에불과하게된다. 앞에서서술한해석이론에서자주등장하는용어

로표현하자면, 입법과판결은단순히인식활동에국한될뿐, 결코의지활

동이개입하지않는다는것이된다.81) 바로이점에서켈젠은흔히법실

증주의의해석방법론의전형인것처럼비판하는‘포섭논리’82)를오히려자

80) H. Kelsen, Ebd., S. 233. 81) H. Kelsen, E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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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연법적사고의연장선으로파악하여, 법실증주의에게향해진비판의칼날

을거꾸로되돌려자연법을비판하는무기로역이용하고있다. 즉, ‘포섭’

은법실증주의가표방하는이론이아니라, 자연법론이표방할수밖에없

는이론이라는것이다. 특히법질서를인간의의지의산물로보고, 그에

따라법규범은의지의객관적의미로파악하는켈젠으로서는법으로부터

인간적, 의지적요소를제거한상태에서근원적이념으로서의자연법으로

부터단순한인식적추론을통해하위의실정법및판결을논리적으로도

출하려는자연법이야말로- 이러한인식론자체의문제점과는별개로-

포섭논리에사로잡혀있다는것이다. 이를다시법단계설의관점에서바

라보면, 켈젠에게자연법론은상위규범과하위규범사이에존재하는수권

관계를통해하나의동적구조가형성되어있고, 따라서하위규범에서는

법기관의의지활동의요소가필연적으로개입한다는사실을무시한채,

마치상위규범과하위규범사이에내용적일치가존재하는허구에사로잡

혀있는이론일뿐이다.83)

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켈젠은자연법론의이러한인식모델에는

정치적동기가개입하고있다고본다. 즉, 모든법적과정(입법에서구체

적결정에이르는과정)을인식으로설명함으로써오히려법적과정에개

입되어있는정치적, 권력적요소를‘객관적인식’으로포장하는이데올로

기로포장한다는것이다.84) 이를통해자연법론은기존상태를고착화하고

정당화하는이데올로기로전락한다고한다. 따라서법을구체화하는권위

를가진법기관의해석이단순히인식활동에국한된다고보는해석이론은

자연법론의해석이론일뿐이고, 여기에는정치적, 이데올로기적동기가개

입되어있다는것이다. 켈젠이앞에서설명한진정해석을단순한인식활동

으로보지않고, 의지활동의요소가함께하는법생성으로파악한데에는

이와같은자연법비판과이데올로기비판이라는의도가개입되어있다.85)

82) 앞의각주11 참고. 83) 자연법이정태적규범구조에기초한다고지적하는H Kelsen, Naturrecht und positives Recht, ebd., S. 215f. 참고. 84) H. Kelsen, Ebd., S. 235f. 85) 해석이론과이데올로기비판의관계에관해서는H. Mayer, Die Interpreations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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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57

이와동시에학문적해석, 즉비진정해석을인식활동에국한시킨것

역시그배후에는이데올로기비판이자리잡고있다. 왜냐하면객관적진

리에대한인식을추구하는학문으로서의법학이법기관의의지활동에따

른결단을대체하려고하는순간, 이미학문은인식의영역을뛰어넘어

의지와결단의영역에발을들여놓게되고, 바로이순간부터법학은순

수성을상실한채, 그스스로가하나의이데올로기로전락하게되기때문

이다. 바로이측면이켈젠순수법‘학’의프로그램이고, 이또한법학을자

연법과여타의모든이데올로기로부터해방시키려는의도의표현이다. 다

시말해켈젠은가치평가에대한객관적정당화를거부하는실증주의적

전통에근거하여자연법은그객관적타당성을입증할수없기때문에자

연법또는정의는언제나주관적가치평가를객관적질서로표방하여주

관적이해관계를관찰하는이데올로기에불과하다고본다. 물론켈젠의

실증주의는사회학적사실이나심리적요소에기초한실증주의가아니라,

존재/당위의엄격한분리라는방법이원주의에기초하여당위영역의독자

성을고수하는규범주의라는관점에서는이념적자연법론과같은선상에

있다. 하지만켈젠의순수법학은반이데올로기적성향을끝까지고수하고,

이를위해실정법을자연법과엄격하게분리한다.

“순수법학은실정법을모든형태의자연법적정의이데올로기로부터분리

한상태에서서술하고자한다. 순수법학으로서는실정법을넘어선질서

가효력을가질가능성은아예논의에서배제된다. 순수법학은실정법에

국한되고, 이를통해실정법이마치상위의질서인것처럼선전하거나

상위의질서로부터실정법을정당화하는것을애당초차단한다. 또한어

떤식으로든정의이념을전제한상태에서이이념과실정법의불일치를

실정법의효력에반하는법학적논거로남용하는것을차단한다.”86)

der Reinen Rechtslehre, ebd., S. 65f. 참고. 또한켈젠의전저작에걸친이데올로기비 판적충동(Impetus)에관해서는C. Jabloner, Ideologiekritik bei Kelsen, in: R. Walter(Hrsg.), Schwerpunkte der Reinen Rechtslehre, 1992, S. 97f.; P. Römer, Die Reine Rechtslehre Hans Kelsens als Ideologie und Ideologiekritik, in: Politische Vierteljahresschrift 1971, S. 579ff. 참고. 86) H. Kelsen, Reine Rechtslehre, 1. Aufl., ebd., S.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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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이와같이진정해석은결코이론적으로모두합리화할수없는의지

활동의요소를갖고있고, 이에반해순수성을견지하는법학은해석가능

성들의인식에국한된다고함으로써법학적해석이론은사실상법실무에

별다른의미가없다는결론에도달하지않을수없다.87) 즉, 적어도법실

무에관한한, 법학은무장해제를당한셈이고, 사실상법학은얼마든지

포기해도무방한분과로축소된다. 진정해석에관한켈젠의입장을일관

되게유지한다면- 그이데올로기비판적의도와는관계없이- 구체적인

사례에서무엇이법인지를알고싶으면결국법관에게물어보라고말하는

것이법학이할수있는마지막말이기때문이다. 그리하여법과관련된

모든단계에서는원칙적으로비합리적인(즉, 의지적인) 요소에의해규정

되는비논리적결단이라는측면이존재하고, 결단이갖는합리성의결핍

을법학을통해제거할수없게된다.

이러한결론은상당히곤혹스럽고또한역설적이다. 왜냐하면법학을

진정한과학의반열에올려놓고자했던켈젠은정작가장결정적인지점,

즉법의해석과적용이라는지점에서아무런뚜렷한대답도제시하지않

기때문이다. 법학은그저진정해석을하는법기관들이자신의제안을받

아들이리라는막연한희망을품고작업할뿐이다. 만일하나의법학적해

석이론이실무에서얼마만큼비중을갖고있는지를법제정기관의절차와

결과에이이론이영향을미치는정도에비추어판단한다면, 순수법학은

의심의여지없이실무로부터극단적으로거리를두는이론이라고말해야

한다.

그러나법학의가치평가활동에대해의연할정도로무관심하고동시

에해석방법이갖는합리성과구속력을주장하는모든이론을거부하는

켈젠을단순히법학의본령에어긋나는결핍이나법학의과제에서완전히

벗어난것으로만치부하는것은켈젠에대한치명적오해에해당한다.88)

왜냐하면켈젠에게중요한것은결코전통적인법적해석이론을능가하는

87) 켈젠의해석이론이갖고있는이러한측면을비판하는K. 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ebd., S. 79f. 참고. 88) H. Dreier, Rechtslehre, ebd., S.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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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59

더좋은해석론을펼치는것이아니었다.89) 그가의도한것은단지법적

언명과관련하여학문적으로정당화할수있고객관적으로고정할수있

는범위를설정하고했을뿐이다. 그리고이러한시도로인해그의해석

이론은다른경합하는해석이론에비해최소주의적이고(minimalistisch),

상당히겸손하며어떤측면에서는법적용실무에대한학문적언명의비중

이전무에가깝다고보일정도가되는결과를낳는다. 순수법학이취하는

매우좁은학문개념은법학의통제를위한것이지, 정치를통제하기위한

것이아니다.90) 순수법학이갖고있는비판적잠재력은법학이론이제기

하는과도한타당성주장을거부한다는데에서발휘되고, 이를통해법학

으로하여금학문적으로정당화할수있는인식영역에국한시키도록만든

다. 따라서순수법학이갖고있는이러한‘결함’은거꾸로마치방법적으

로확실하다는잘못된외관을폭로하도록만드는계기가된다.91)

법학의한계및이에따른법학의기능의한계는곧바로법적용기관

의활동에대한이해에도영향을미친다. 즉, 법학과같이단순한인식활

동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 의지활동을통해법을제정하는법적용기관

은자신의활동이중립적이라거나오로지주어져있는규범만을지침으로

삼는기계적인작동이아니라, 그스스로가치를정립하고가치를실현하

는것이며, 이점에서정치적인활동이라는사실을일깨운다. 따라서진정

해석을행하는법적용기관은자신의활동이정치적활동이라는것을깨닫

고그에대해책임을부담해야한다. 그렇기때문에순수법학이요구하는

탈정치화는법에관한학문에관련된것일뿐, 순수법학의대상인법에

관련된것이아니다.92) 법, 더정확히는법생성의과정자체는결코정치

89) R. Walter, Das Auslegungsproblem im Lichte der Reinen Rechtslehre, ebd., S. 190f. 90) 켈젠의순수법학전체의의도와관련하여이점을특히강조하는P. Römer, Hnas Kelsen und das Problem der Verfassungsinterpretation, in: D. Deiseroth/F. Hase/K.-H. Ladeur(Hrsg.), Ordnungsmacht? Über das Verhältnis von Legalität, Konsens und Herrschaft, 1981, S. 193ff. 참고. 91) 이측면에서베렌트는다음과같이말한다: “켈젠은법률가들로부터실정법질서의 무릎에편안히쉬면서도그마틱적법학의지침에따라아무런성찰이없이그저법을 적용하고생산하기만하면된다는환상을박탈한다(J. Behrend, ebd., S. 92).” 92) 이에관해서는법학의탈정치화가결코정치의탈정치화또는정치적허무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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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와분리할수없다. 왜냐하면법은정치의도구이기때문이다. 이점에서

켈젠스스로강조하듯이, 순수법학은법에대한순수한이론일뿐, 순수한

법에대한이론이아니다.93) 그렇기때문에법기관으로서의법관의판결

은결코‘순수한’ 것일수없으며, 그런데도자신의판결이순수한인식의

소산이라고강조한다면이는정치적책임의회피이고, 동시에이데올로기

적이라는혐의에노출되지않을수없다.

Ⅳ. 맺음말

이상의서술은켈젠의‘순수법학’이라는거대한건축물의어느한구

석에자리한해석이론을대상으로삼았다. 이를통해우리는켈젠의해석

이론이순수법학의법단계설과밀접한관련을맺고있고, 그로인해학문

적해석이론의한계를뚜렷하게의식하면서이론의실무의엄격한단절을

근간으로삼고있다는사실을확인했다. 특히법학의‘순수성’을견지하기

위해법실무의해석에대해서는거의‘금욕’에가까울정도로거리를유지

하고, 이로써구체적해석방법의제시를목적으로하는해석이론은사실

상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도알수있었다. 그렇지만이러한해석이론의

부재를곧바로허무주의나불가지주의로속단하는것은 금물이다. 해석

이론에대한켈젠의회의적태도는오히려- 라드브루흐식으로표현하자

면- ‘실천적이고활동적인’ 불가지주의에해당한다고볼수있다.94) 즉,

이론적인식의한계를명확히인식함으로써어쩌면실천의영역에게더

많은자유를부여함과동시에더많은책임을부과했다고말할수있다.

다시말해이론이성의한계를실천이성에대한적극적호소를통해극복

뜻하지않는다는점을강조하는H. Kelsen, Was ist Reine Rechtslehre?, ebd., S. 620과 인식의 남용을 경고하는 ders., Die philosophische Grundlagen der Naturrechtslehre und des Rechtspositivismus, ebd., S. 343f. 참고. 93) H. Kelsen, Was ist Reine Rechtslehre?, ebd., S. 620. 94) 이에관해서는G. Radbruch, Der Realtivismus in der Rechtsphilosophie(1934), in: Gustav Radbruch Gesamtausgabe, Bd. 3 bearb. v. W. Hassemer, 1990, S. 17f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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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61

하고자시도하려는것이었다.

그렇지만이론적인식의한계를뛰어넘는실천적활동에게무제한적

으로정당성을부여하는것이과연적절한이론적선택이었는지에대해서

는여전히의문을제기할수있다. 즉, 인식적범위를뛰어넘는진정해석

에대해서도어쨌든해석이라는식의결론은- 용어상의문제는별도로

치더라도- 법적용자가자신의결정에대해근거를제시할의무를부담한

다는정당화의논리가전제되지않는한, 언제나‘자의’와‘폭력’이라는의

문에봉착하지않을수없다.95) 다시말해켈젠의이데올로기비판또한

이데올로기적혐의를받을수있다. 이밖에도법기관의실천마저도그것

이언어적실천(sprachliche Praxis)인이상언어에내재하는논리에따른

한계에마주치고, 그로인해언어를사용한다는측면에서이미일정한규

범적구속의대상이아닌지를물을수도있다.96) 그리고이맥락에서법이

론과법실무의공통적기반을확보하지않은상태에서양자의엄격한분리

를통해각영역의독자성을강화하려는켈젠의이론은- 체계이론적으로

표현하자면- ‘폐쇄성을통한개방성(Offenheit durch Geschlossenheit)’97)

이아니라, 오히려‘자폐성(Autismus)’으로치닫는것은아닌가라는근원

적인의문도제기하게된다.

그러나켈젠의이론구성이갖는문제점과는별개로우리의논의의출

발점을장식했던표현인‘법률에따라’는적어도켈젠의해석에따르는

한, 단순한허구에불과할뿐만아니라, 그자체이데올로기라는혐의에서

벗어나기어렵다. 더욱이켈젠과는정반대의입장에서실천적법적용에

대한통제이론을표방하는오늘날의주류법학방법론에따르더라도‘법률

에따라’서만판결을한다는주장은결코설득력을가질수없다. ‘법률에

따라’라는표현이연상시키는‘포섭논리’는판결을정당화하는맥락에서는

어느정도의가치를가질지모르지만, 결정그자체가포섭논리에의해

95) 이러한의문에관해서는울프리드노이만, 앞의논문, 322면참고. 96) 이에관해서는언어사용자체가일정한규범성을전제하고있다는규범적화용론 (normative Pragmatik)을발전시킨브랜덤(R. Brandom)의이론을법률해석의차원 에서분석하고있는M. Klatt, Theorie der Worlautgrenze, 특히S. 115ff. 참고. 97) 이개념에관해서는니클라스루만, 사회의법(윤재왕옮김), 2014, 61면이하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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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성립한다고생각하는것은사실에반할뿐만아니라, 역사상단한번도

실현된적이없는유토피아일뿐이다. 이점에서‘비합리적합리성의근원

적현상으로서의법(Recht als Urphänomen irrationaler Rationalität)’이라

는아도르노의말98)에더이상다른말을추가할필요는없으리라.

98) Th. W. Adorno, Negative Dialektik, 1966, S. 302.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 윤재왕 수령날짜심사개시일게재결정일

2014.08.07. 2014.09.01.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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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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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67

【국문초록】

“법관은헌법과법률에의하여그양심에따라독립하여심판한다”

(헌법제103조). 이원리가갖는함의는무엇인가. 나아가어느판사가판

결을선고하기에앞서이규범을유독강조했다는사실은무엇을의미하

는것일까. 이러한물음은법이론(사)적맥락을전제한다음에야비로소

규명될수있다. 그논쟁적맥락의한지류(支流)로서켈젠(Hans Kelsen)

의법해석이론은중요한시사점을던진다. 그는‘순수법학’의법단계설과

해석을밀접하게관련시킨다. 즉, 해석이란“상위의단계에서하위의단계

로진행되는법적용과정에수반되는정신적절차”다. 이때하위규범이

상위규범에의해완벽히규정되지않는다는불명확성과상위규범에대한

다양한해석가능성이들추어진다. 이러한그의입장은논리적-문법적해

석을포함한모든해석지침의무용성을고발함은물론, ‘해석방법없는해

석이론’이라는다소뜻밖의종점에가닿는다. 즉, 켈젠이보기에학문적

해석의과제는인식활동으로서다양한해석가능성을서술하는데국한되

고, 법적용기관의과제는그가능한해석들가운데어느하나를선택하는

의지활동을펼치는것이다. 그가후기에새로정립한용어를빌어덧붙이

자면, 진정해석(법적용기관의해석)과비진정해석(법학자의해석)을엄격

히구별하자는것이다. 나아가“진정해석은비진정해석이결코감행할수

없는의미이해를법규범에귀속시킬수도있다.” 하지만그배후에이데

올로기비판이라는실천적의도가자리잡고있다는점을간과해선안된

다. 즉, 객관적진리에대한인식을추구하는학문으로서의법학이법적용

기관의의지활동에따른결단을대체하려든다면, 이미학문은인식의영

역을벗어나의지와결단으로오염되어순수성을잃은채그저하나의이

데올로기로전락한다는것이다. 법학의기능에대한이와같은한계설정

은곧바로법적용기관의활동에대한규정으로파급된다. 즉, 법적용기관

의활동이란법학과같이단순한인식활동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의지

활동을통해법을생성하는것이므로중립적으로오로지주어져있는규

범만을지침삼는기계적활동이아니며, 외려스스로가치를정립·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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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하는‘정치적’ 활동이라는점이부각된다. 따라서진정해석을행하는법적

용기관은자신의활동이정치적이라는사실을인정하고, 그에상응하는

정치적책임을부담하여야한다. 결국, 법적용기관으로서의법관이내리는

판결은결코‘순수한’ 것일수없으며, 그런데도자신의판결이순수한인

식의소산이라강변하는자가있다면, 정치적책임의회피이자이데올로

기의발로라는혐의에서벗어나기어려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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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왕 569

【Abstract 】

Theory of Legal Interpretation by Hans Kelsen

Prof. Dr. Zai-Wang Yoon

(Professor, School of Law, Korea University)

“Judges rule independently according to their conscience and in

conformity with the Constitution and the law.”(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rticle 103) What does this principle mean? What

does it indicate when a judge, up against his assignment of judging,

emphasizes on this particular norm? Some answers can be found when

one considers legal-theoretical context of these questions. Within

such context, Hans Kelsen’s legal interpretation theory has some

implications. In ‘Pure Theory of Law’, Kelsen relates interpretation

closely to the ‘Legal Order’ theory. To him, an interpretation is to be

understood as a procedure that is accompanied when a legal

proposition is applied from a relatively ‘higher’ norm to a ‘lower’ norm.

The very fact that a lower norm is not completely defined by a higher

norm allows certain indistinctness, and it leads to rich possibilities of

interpretation. Not only does Kelsen disclose the futility of all

interpretive guidelines including logical-grammatical interpretation, but

he also unfolds ‘an interpretation theory without interpretative

methodology’. According to him, the goal of scientific interpretation is

strictly limited to description of different possibilities of an

interpretation (which is only an act of cognition), and the goal of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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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한스켈젠의법해석이론

enforcement is to realize one of such possibilities (which is an act

of voluntary will). In his late years, Kelsen defines them in terms

of ‘authentic interpretation(interpretation by law enforcement)’ and

‘non-authentic interpretation(interpretation of jurists, legal scholars)’

and stresses on distinction between them. Furthermore, he puts that

“an authentic interpretation can refer certain meaning to a legal norm,

of which a non-authentic interpretation cannot”. However,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Kelsen’s intention - the purpose of ideology

critique underlies. Kelsen warns that if jurisprudence, the science that

aspires to recognize objective truth, tries to replace law enforcement in

its decision-making process, which is an voluntary act, then it would

deviate from domain of cognition, get contaminated by will and

decision, and turn itself into a mere ideology, losing its purity. His

limitation to the role of jurisprudence leads directly to the definition of

law enforcement’s role – the law enforcement’s interpretation is no

longer a simple cognitive act as in jurisprudence, but a voluntary act

that produces law vigorously. Such interpretation more than a

mechanical act that only takes up given norms neutrally, but it is

rather a ‘political’ act that establishes and realizes its own value.

Therefore, it is necessary for law enforcement to acknowledge its

interpretation as a political act and bear the burden of political

responsibilities. Finally, no judgement given by a judge, a law

enforcement, is ‘pure’, none can escape from one’s own political

responsibilities.

주제어(Keyword) : 한스켈젠(Hans Kelsen), 순수법학(Reine Rechtslehre), 법해석(juristische Interpretation), 법단계설(Stufenbautheorie des Rechts), 법실증주의(Rechtspositivis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