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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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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연구 제24권 제2호: 7~42 한국법철학회 2021

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

김도균**

<국문초록>

롤즈가 공적 이성론을 제창한 이후 공적 이성에 관한 연구들과 논쟁들이 진

행되어 왔다. 롤즈의 공적 이성론은 법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시민의

기본적 지위와 관련된 공권력의 강제 작용이 정당하기 위한 규범적 조건을 제

시한다는 점에서 법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또한 롤즈는 공적 이성을 행사하

는 공적 제도들을 중요하게 보고 사법부를 공적 이성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은 공적 이성의 이상을 법적 논증에 적용하여 공적 이성의 하위 범주로서

‘법적인 공적 이성’ 이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공적 이성은 헌법의 제·

개정과 헌법재판소의 헌법논증, 보통의 법률 제정과 법원의 법적 논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법의 제정·해석·적용 논증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이 모두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을 이상들과 가치들에 의거하여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DOI: 10.22286/kjlp.2021.24.2.001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의 2021학년도 학술연구비 지원(서울대학 법학발 전재단 출연)을 받았음.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투고일자 2021년 7월 30일, 심사일자 2021년 8월 17일, 게재확정일자 2021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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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법이 단지 강제규범의 동원을 통한 사적 이해관계나 정치적·집단적 이해

관계의 실현 수단 이상이려면, 법적 문제들에 대한 답들의 옳고 그름을 식별하

거나 더 나은 답과 더 나쁜 답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을 정당화하는 논

거·이유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또는 상호주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이런

생각이 인류 역사에서 폐기되지 않고 지속되어 온 법치주의의 근본이상일 것

이다.1) 이 글에서는 공적 이성론에 입각하여 법치주의의 이 근본이상을 해명

하면서, 공적 이성이 법적 논증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

해보고자 한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논의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적 이

성론의 문제의식, 기획, 핵심 주장들에 관하여 개관한 후에 공적 이성론이 (헌)

법적 논증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를 해명해본다.

II. 공적 이성론의 구조와 내용

  1. 법과 공적 이성: 공적 이성으로서의 법적 논증

이 글에서 상론하려는 주제는 롤즈의 다음 주장이다.

① 공적 이성의 이상: “우리가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에 관하여 논의할

때는 포괄적인 종교 교리들과 철학적 교리들 개인으로서나 단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가 완전한 진리라고 여기는 것들—에 의거하지도 않아야 하고, 일반균형에 관한

경제학의 이론들이 논쟁 중이라면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에 관하여

1) 이하 논거·이유는 ‘a reason/reasons’의 번역이다. 행동과 관련될 때에는 이유, 주 장이나 논변과 관련될 때에는 논거로, 국가 공권력 행사 및 공적 결정과 관련해서는 ‘이유’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 ‘a public reason’/ ‘public reasons’는 문장의 맥락에 따라 ‘공적 논거’ 또는 ‘공적 이유’로 번역해도 좋지만, 편의상 ‘공적 논거·이 유’의 용어를 사용한다. 헌법논증에서의 이유에 관해서는 이민열·김도균, 헌법논 증이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 11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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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고 결정할 때] 경제학적 일반균형이론들을 상론하지도 않아야 할 것이다.”2)

② 공적 이성과 사법부: “공적 이성의 관념은 판사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

공적 이성의 이상은 사법부에 특별한 방식으로 적용되며, 이는 헌법재판제도를 가진

입헌민주주의 질서에서의 헌법재판소에 특히 적용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헌법과 관련된 법률들과 선례들에 관하여 자신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입각

하여 판결을 설명하고 정당화해야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특별한 역할 때문

에 헌법재판소는 공적 이성의 표본이 된다.”3)

③ 헌법재판소의 헌법논증과 공적 이성: 공적 이성은 헌법재판소가 행사하는 유일한

이성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 중에서 공적 이성만으로 이루어진 유일한 국가기관

이다. 헌법재판소의 과제야말로 바로 이것이며, 공적 이성 외의 다른 이성과 정치적인

가치 외의 다른 가치들은 가지지 않는다.4)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자기나 타인의 종

교적 견해 또는 철학적 견해를 원용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공적 정의관 및 공적 이성

관, 그리고 그 내용을 이루는 정치적 가치들에 관하여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재판

관들이 생각하는 정치적 가치들[=헌법적 가치들]만을 원용해야만 한다. 재판관들이

신의성실하게 생각건대, 합리적이고 합익적인 존재로서의 시민들 모두가 지지할 것

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을 가치들이 그런 정치적 가치들이다.5)

롤즈의 이런 견해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후 법원(특히 헌법재판소)의 법적 논

증에서 공적 이성이 가지는 함의에 관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는데6) 이 글은

2) J. Rawls, Political Liberalism, (expanded edition, New York, 2005), 224-25면.(이 하 PL로 표기함). 또한 다음과 같은 언급도 공적 이성의 이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령 완전한 진리[진실]가 손쉽게 얻어질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완전한 진리 [진실]라고 보는 것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친숙한 사례들이 있다.”(PL, 218면). 롤 즈는 그런 사례들로서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문제를 다루는 입증 규칙들을 든다. 3) PL, 216면. 4) PL, 235면. 5) PL, 236면. ‘합리적/합익적’의 용어에 관한 설명은 각주 9) 참조. 6) 대표적인 선구적 작업은 L. Solum, “Public Legal Reason”, (Virginia Law Review 92 (2006)), 1449-1501면. 또한 ‘헌법적 공적 이성’을 정교하게 발전시킨 연구로는 R. Den Otter, Judicial Review in an Age of Moral Pluralism, (Cambridge, 2009). 그리고 국제적·국내적 최고법원의 법적 논증 모델로서 공적 이성론을 다양한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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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법의 제정과 해석과 적용은 합리적 시민들이 모두 공통

되게 보유하고 지향할 수 있는 이상 및 가치들에 의거해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이다.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과 관련해서 공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며 국가 공권력의 강제력을

행사하는 차원에서의 공적 정당화 논증에 공적 이성의 이상을 적용해본다면,

국가 공권력 강제력 행사의 중요한 방식인 법의 공적 정당화 논증에 고유한 공

적 이성을 공적 이성의 하위범주라는 생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법에 대한 공

적 정당화 요청은 롤즈 기획 중의 일부라고 여겨지므로 ‘법적인 공적 이

성’(legal public reas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발상이다. 법의 영

역에서 구체화된 공적 이성으로서 ‘법적인 공적 이성’은 합리적 시민들이라면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법적 논증 유형 또는 법적 논

거·이유의 유형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겠다.7)

  1. 공적 이성론의 기획과 이념적 토대

(1) 합리적 다원주의와 심층적 견해불일치

한국 사회는 상당 정도 다원주의 사회이다.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

의 자유, 개성의 자유 등이 상당한 정도로 보장되는 입헌민주주의 사회의 특징

을 롤즈의 ‘합리적 다원주의(reasonable pluralism)’ 개념을 빌어 살펴보기로 하자.

상충하는 각각의 교리와 가치관의 참·거짓을 평가할 수 없다는 회의론 또

는 가치상대성을 핵심으로 하는 가치다원주의(value pluralism)와는 달리,8) 합

리적 다원주의는 모종의 합리성(reasonableness) 기준에 비추어서 합리적 교리

들(또는 선관들 conceptions of the good)과 비합리적인 교리들을 구분하고 합리

적 교리들의 다원성과 통약불가능성을 강조한다.9) 철학적 주제, 윤리적 주제,

면에서 고찰한 최신 문헌으로는 S. A. Langvatn, M. Kumm and W. Sadurski (eds.), Public Reason and Courts, (Cambridge, 2020) 참조. 7) 비슷한 견해로 L. Solum, “Public Legal Reason”, 1550면. 8) 종래 자유민주주의의 심층적 토대로서 가치다원주의가 제시되었었다. 대표적으로 벌린(I. Berlin), 포퍼(K. Popper)를 들 수 있다. 가치다원주의와 합리적 다원주의 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C. Larmore,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Princeton, 2020), 1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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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1

종교적 주제, 정의의 주제에 대한 합리적 교리들은 각각 나름대로 합리적이되

하나의 상위의 공통된 척도로 통약될 수 없을 정도로, 합리적 교리들 사이에 심

9) ‘reasonable’의 용어는 국내의 문헌들에서 ‘합당한’으로 번역된다. 존 롤즈 (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개정증보판, 동명사, 2016) (이하 정치적 자유주의). 경제 학에서 번역되고 사용되는 합리성(rationality) 개념이 득세하여 합리성이 경제학적 의미의 합리성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이와는 구별되는 ‘합당성’이란 표 현을 택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합당하다’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 으면, ‘어떤 기준, 조건, 용도, 도리 따위에 꼭 알맞다’로, ‘합리적’은 ‘이론이나 이치 에 합당한’으로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국어사전의 의미풀이는 별 소용이 없을 듯하 다. 필자에게 가장 불편했던 표현은 ‘합당한 인간’(reasonable person)이었다. 그리 하여 처음에는 ‘합당성 있는 인간, 합당성을 갖춘 인간’으로 사용해보고자 했으나 필자의 언어감각으로는 영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reasonable을 굳이 ‘합리적(合理的)’이라고 번역하고자 하는데, ‘그 사람 참 합리적이야’, ‘그 사람의 의견과 태도는 합리적이다’고 할 때의 뜻이 영어 의 reasonable 뜻과 거의 같다고 여겨서이다. 한자어사전을 보면, 리(理)의 첫 번째 의미는 ‘다스리다’, ‘바루다’이고, 두 번째는 ‘사람이 따라야 할 길’, ‘사람이 순행하는 도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라는 뜻이 있다. 라틴어의 ratio와 일치하는 개념이다. 이법(理法)은 사물의 이치와 법칙, 이학(理學)은 성리학을 뜻했으나 서양문물의 수 용 이후에는 ‘자연의 이치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자연과학’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과 (理科)란 용어도 후자의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해(理解)는 ‘깨달아 앎’, 이성(理

性)은 ‘사물을 조리 있게 생각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리하여 원래는 경제학적 의미의 합리성을 ‘이익에 합치함’이란 의미로 ‘합이성’ (合利性)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매우 어색해서 합익성(合益性)이란 용어를 고안해 보았다. 한자어 사전에서 익(益)을 찾으면, 첫 번째 의미는 ‘더하다’, ‘늘어나다/증대 하다’이고 두 번째 의미는 ‘유익/이득’이다. 익자삼요(益者三樂)는 사람이 좋아하고 바라는 유익한 세 가지, 익자삼우(益者三友)는 사귀어 자기에게 유익한 세 가지 유형 의 벗(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익조(益鳥)는 해충을 잡아먹은 등 직·간접적으로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새를 말한 다. 따라서 물질적 이득이나 개인적 부귀영화 등을 뜻하는 이(利)보다는 훨씬 더 넓 은 의미(바라는 바가 증대하다, 늘어나다)를 지니는 ‘익’(공익(公益)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이 롤즈가 염두에 두었던 rational에 상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 다. 인간의 합익적(合益的) 측면과 합리적(合理的) 측면, 합익의 관점에서는/합익 적으로(rationally)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으로는 거부할 수 없을(reasonably unrejectable),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reasonably acceptable=합리 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익적이지만 비합리적인(rationally but unreasonable)’ 등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글에서 ‘합리성’과 ‘합리적’은 각각 reasonableness와 reasonable의 번역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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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법철학연구

원한 충돌이 존재한다. 합리적 교리들 사이의 충돌은 무지, 논리적 오류나 추

론의 오류, 사적 이해관계, 편협함과 편파성, 권력욕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

다. 이들 주제에 관하여 각자가 나름대로 신의성실하게 공평무사한 태도로 인

간의 이론 이성과 실천 이성을 제대로 행사했는데도 공통의 단일 척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근원적인 차원에서 충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의

성실하게 발휘된 인간의 이론·실천 이성에서 나온 판단들이 필연적으로 짊어

지는 숙명적 짐(the burdens of judgment)10) 때문이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철학, 윤리, 종교의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리

적 견해불일치의 원천인 이 ‘인간 판단의 숙명적 짐’은 교육의 차이와 총체적

인생경험 차이로 인해 동일한 고려사항과 증거들에 개인마다 각각 상이한 비

중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점, 정치적·도덕적 개념들을은 대부분 모호해서 상

이하게 해석된다는 점, (경험적·과학적) 사실 증거들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 쟁

점 해결에 관련성 있는 상반된 규범적인 고려사항들 또한 매우 복합적이어서

개인마다 상이한 중요성을 매긴다는 점 등을 내용으로 한다.11)

인간 판단의 숙명에서 비롯되는 합리적 견해불일치의 다원주의 배경하에서

공적 이성론이 답해야 할 긴요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나

헌법적 사안 또는 도덕적 사안을 둘러싸고 사회구성원들의 합리적 견해들이

첨예하게 심층적으로 대립할 때,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헌법 원리들이 모든 합

리적 시민들에 의해 지지받을 정치질서가 과연 가능할까? 이런 사회에서의 정

10) 국내에서는 ‘판단의 부담’으로 번역·사용되고 있다. 정치적 자유주의, 148면 이 하. 칸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판단(judgment; Urteil)의 기본 정의는 “특수한 것을 보편적인 것 아래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사고”하는 정신활동이다. 판단은 ‘주어진 보편적 규칙 아래에 특수한 것들을 포섭하는 규정적 판단’과 ‘특수한 것들만 이 주어져 있을 때 이로부터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는 반성적 판단’으로 나뉜다.(임 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판단력 비판, (아카넷, 2009), 162-63면).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개별적인 사례들과 관련해서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옳은지, 일반 원칙 들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때 어떤 결론이 옳은지 등을 따지는 인간의 판단활동이 짊어지는 숙명적 부담으로 ‘판단의 부담’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법 원의 판결은 판단의 전형적인 범주에 속한다. 11) 정치적 자유주의, 151-5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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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3

치적 안정과 통합은 과연 가능할까?12)

곧바로 떠오르는 방안은 이러한 심층적인 견해불일치의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정한 정치적 의사결정 절차(민주적 정치과정)에 사회구성원들이 합의

하면 된다는 것이다. 임신중절 사안을 민주적 정치과정에 의한 다수결로 결정

한다고 하자. 그런데 임신중절 사안에 대해 생명옹호론을 취하는 사람들은 민

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의해 임신중절을 인정하는 법정책이 채택되었다고 하

더라도, 인간 생명의 처분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버리는 법이므로 극도로 부정

의하다고 반대할 것이다. 반대로,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에 관해서는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박탈하므로 극도로 부정하다고 임신중

절 옹호론자들은 반대할 것이다. 양측은 임신중절의 사안이 근본적 정의의 사

안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이런 사안은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다고 여길 것이

다. 신념의 강도나 신념 지지자의 수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이런 난점을 해결하는 대안의 하나로 공적 이성론이 제시되었다. 임신중절

과 같은 중대한 정치적·헌법적·도덕적 사안들에 관하여 공적으로 논의하고

공적인 결정을 내려서 이를 국가 공권력으로 강제하고자 할 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특정 교리(종교·철학·윤리 교리)에 의거해서는 안 되며 자유롭고 평등한

합리적 시민들이 모두 수락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논거·이유들에 의거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이렇게 근본적인 정치적·헌법적

사안들을 공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때, 시민들이, 입법자들이, 재판관들

이 서로서로에게 제시해야 하거나 제시할 수 있을 합리적인 논거·이유들의

유형을 식별하고 제한하여 공적 정당화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방안13)을 ‘공적

12) 잘 알려져 있듯이, 롤즈의 이런 문제의식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이라는 역 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즉 비합리적인 정치세력들과 시 민들의 등장과 득세 앞에서 당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합리적 시민들에 의해 공 유 가능한 정치도덕적 가치들이 정당화되어 굳건하게 옹호되고 지켜졌더라면 그렇 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과 처방에서 합리적인 교리들, 합리적 시 민들, 합리적 정치세력들 사이에서만이라도 공유 가능할 정치도덕적 가치들이 정 당화되고 굳건히 지켜지는 것이 긴요하다고 롤즈는 생각했다. 정치적 자유주의, 78면. 13) PL, 411면. 합당함 또는 합리성에 관하여는 후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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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법철학연구

이성의 해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롤즈가 공적 이성의 해법을 제창한 이후 공적 이성에 관한 연구들과 논쟁들

이 진행되어왔다.14) 공적 이성의 개념에 대한 다종다양한 해석들이 제시되면

서 공적 이성 개념은 ‘그 본질적 핵심이 다투어지는 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한

다. 롤즈의 사상적 전통을 수용하는 공적 이성론자들에 공통된 규범적 관념과

이상은 존재한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구속

력을 가지는 법률, 정책, 결정(예컨대 판결)은 그 권위 아래 놓인 수범자들 모두

가 타당하다고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적 정당화의 이상이다.

이를 법적 논증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법의 공적 정당화 논증이 합익적이

고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시민들 모두가 타당하다고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

으려면, 그 논증에 고유한 공적 논거·이유들과 공적 추론(논증)의 형식을 사

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적인 공적 이성이다.

(2) 공적 이성론의 이념적 토대: 상호성 규범과 인간존엄성의 상호 존중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현대 규범철학의 분야에서는 ‘모두가

합의할·받아들일 수 있는 논거·이유’에 기반을 둔 것인지에 비추어서 규범

의 타당성을 판단하자는 견해가 유력하다. 사회구성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법·정책 결정을 제안하고 옹호하는 측이 해당 결정을 위해 제

시하는 논거·이유가 입장과 이해관계가 상이한 다른 사회구성원들도 수긍할

수 있을 원리들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지가 그런 견해들의 핵심을 이룬다.

“정당화 논증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 중 한쪽만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타당하

다고 수긍할 수 있을 논거·이유들에 입각해서”(on the basis of mutually

acceptable reasons)라는 ‘정당화에서의 상호성’(reciprocity in justification;

reciprocal justification)이나 ‘논거·이유의 상호성’(reciprocity of reasons)15)이 공

적 정당화 이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16)

14) 롤즈는 자신의 공적 이성론은 몇 차례에 걸쳐 수정·보완해왔다. 롤즈 스스로 최 종 견해로 자신의 논문 “The Idea of Public Reason Revisited”(1997)를 꼽는다. 롤 즈의 견해가 어떻게 변화되고 수정되는지를 상세하게 고찰하는 유용한 문헌으로는 S. Freeman, “Public Reason and Political Justification”, (Fordham Law Review 68 (2004)), 101-48면 참조. 15) R. Forst, The Right to Justification, (New York, 2011), 2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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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5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는 합리적 다원주의를 배경으로 하여 논거·이유의

상호수긍 가능성이라는 공적 정당화의 이상을 더욱 발전시켜 공적 이성의 이상

으로 가다듬는다. 이에 따르면, 공중의 일부 구성원이 입법 또는 정책 결정의

정당한 이유로 특정 종교나 철학적 입장에서만 통용되는 교리나 원리를 논거·

이유로 제시한다면, 그 논거·이유는 ‘비상호적인 논거·이유’(nonreciprocal

reasons)로서 “모든 다른 시민들이 공유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없

을 논거·이유”(“cannot reasonably expect all other citizens to share”)이다. 법적

인 권위와 구속력을 가질 사회정의 원리들의 내용은 특정한 교리, 종교, 철학

등에 의거해서는 안 되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타당하다고 상

호 기꺼이 수긍할 수 있을—나에게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타당할 수 있으

리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을—이상들과 가치들에 의거해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적 이성의 이상은 인간관계에 기본적으로 내재하는 상호성 규범의

표현이며,17) 국가 공권력 작용의 정당성 판단 원리로 롤즈가 제시하는 자유주

의적(또는 입헌민주주의) 정치적 정당성 원리18)도 바로 이 상호성 규범이 구체

16) A. Gutmann and D. Thompson, Democracy and Disagreement, (London, 1996), 52면 이하 참조. 정당화 측면에서의 상호성 또는 논거·이유의 상호성은 호 혜성(협동하는 구성원 쌍방 모두에 이득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공동의 규범과 규 칙을 결정하면서 서로를 향해 논거·이유를 제시하는 정당화 논증을 할 때, 정당화 논증공동체 참여자들은 자신에게만 타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에게 마찬가 지로 타당한 논거·이유들과 논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청이 논거·이유의 상호성 이다. 17) 진화론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호성이 인간 심리와 성향에 근본적이며, 규범적 측 면에서 보아도 상호성이 인간 상호작용에 기본적이라는 연구는 L. Becker, Reciprocity, (London, 1986) 참조. 롤즈도 상호성의 규범이 국가 공권력 작용의 정 당성(=정치적 정당성)의 근본규범이자 공적 이성의 이상에 내재하는 근본규범이 라고 말한다: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관념은 상호성 규범에 뿌리를 두고 있다.”(PL, 446). 18) 롤즈는 자유주의 정치적 정당성 원리에 대하여 약간씩 표현을 달리하여 적어도 네 가지의 정식(PL, xliv, 137, 217, 446-47면)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137면과 217면 의 정식을 결합하여 소개한다: 국가 공권력 작용이 헌법에 합치하게 행사되며, 그 헌법의 핵심들이 합리적이고 합익적인 존재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모두가 타 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원리들 및 이상들에 비추어 볼 때 지지받을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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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법철학연구

화된 것이다. 우리가 국가 공권력 작용을 지지할 때 제시하는 논거·이유가 나/

우리와 견해와 입장이 같은 사람들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견해와 입장이 전

혀 다른 사람들 역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관점을 취할 때 타당하다고 수긍

할 수 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국가 공권력 작용의 정

당성(=정치적 정당성) 원리는 상호성 규범으로부터 발원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상호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이상, 동등한 관심과 존중(equal concern and

respect)의 이상에서 나왔고, 이를 구현한 것임도 분명하다.19)

  1. 공적 이성론의 구조와 내용

(1) 공적 이성이란 무엇인가

개인이나 자발적인 결사체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자신이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있어서 가치들의 우선순위에 입각하여 목적들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결정을 내리며, 이것이 모든 정치사회가 행사하는 이성(논거·이유를 근거로 삼

아 행동의 목적을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지적·도덕적인 능력)이다. ‘정치사회의

공통된 이성’(the common reason of a political society)이란 발상은 유럽 절대주

의 시대에 등장했던 ‘국가의 이성’론에도 담겨 있지만, 롤즈는 정치사회의 공통

된 이성을 정치적 논의와 공적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공유하는 능력으로

서 파악하였다. 공적 이성의 관념은 민주적 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의 자격을

가진 평등한 사람들의 이성’(따라서 공적 이성은 민주적 시민들의 이성 the reason

of democratic citizens, 시민 공중의 이성 the reason of the public이다)이라는 점에

서 국가 이성 개념과는 다르다.20)

공적 이성은 종교 교회들, 대학, 사회단체와 같은 시민사회의 결사체들이 행

사하는 비공적인 이성(nonpublic reason)과도 다르다. 추론·논증 규칙이나 증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을 때에만 그 국가 공권력 작용은 정당하다. 19) C. Larmore,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144면 이하 참조. 20) “공적 이성은 민주적 시민들의 이성, 평등한 시민적 지위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성이다.”(정치적 자유주의, 346면). 국가 이성과 공적 이성의 차이에 관해서는 W. Sadurski, “Reason of State and Public Reason”, (Ratio Juris 27 (2014)), 21-4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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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7

거 규칙 등과 같이 인간 이성작용에 공통된 핵심 특징들을 비공적인 이성작용

과 공유하면서도, 공적 이성은 인류 전체나 사회 전체에 타당하다고 널리 승인

되는 공통의 가치 관념들과 상식적 추론 형식 및 경험칙, 그리고 과학적 방법들

만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교회들의 비공적인 이성은 당해 종교에서만 받아들

여지는 신성한 경전의 권위와 특정인(교회수장 등)의 해석권위에 의거하는 추

론·논증 방식으로 특징지어진다.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공적 권

위와 강제적 구속력을 행사하는 공적 결정을 내릴 때, 상이한 견해를 가진 시민

들이 각자 타당하다고 수긍하여 상호 공유할 수 있을 공적 논증의 형식과 논거․

이유의 토대를 확보하려는 것이 공적 이성론의 기획과 목표이다.21)

이처럼 롤즈의 공적 이성론은 공적 정당화의 이상에서 출발하면서도 공적

정당화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는 논거·이유들의 유형과 내용에 일정한 제한

을 가하거나 특정한 유형과 내용의 논거·이유들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여타

의 공적 정당화 이론들(가령 하버마스의 공적 정당화론)과는 다르다.

(2) 공적 이성의 두 성분

공적 이성 개념은 ‘공적’ ‘이성’이라는 두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

(reason)이란 용어는 실천적 논증의 형식이나 실천적 판단의 형식을 지칭할 수

도 있고, 논거·이유를 지칭할 수도 있다. 공적 ‘이성’은 ① 실천적(=‘어떻게 선

택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논증의 한 형식(public reasoning: a form of

practical reasoning)으로도, ② 공적 결정에 적절한 논거·이유들의 집합(“판사

는 오로지 공적인 논거·이유들(public reasons)에 입각해서 판결해야 한다.”)으로

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즈가 정확하게 언급하듯이, 공적 이성에서의

공적 정당화는 단지 추론규칙에 맞는 추론(valid reasoning)에 머무르지 않고

“나/우리와는 견해를 달리하는 타인을 향해 제시되는 논증”이다. 즉, 내/우리

스스로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이고 동시에 내/우리 생각에 타인들 역시 수긍할

수 있으리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을 전제들로부터 출발해서 타인들이

타당하다고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결론으로 진행되는 논증이 공적 이성

에서의 공적 정당화라는 것이다.22)

21) PL, 220면 이하, 443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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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법철학연구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공적’의 개념 성분도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

진다. 공적 이성에서 공적은 장소나 영역, 논의 포럼, 주제, 대상자, 논증 수행

주체, 권한과 역할 등과 관련해서 이해되며 맥락에 따라 이들 중 어느 하나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목록을 예시로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23) ‘공적인 사안들

에 관한’, ‘공공선 또는 공익을 지향하는’, ‘공중 전체를 고려하거나 공중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적으로 공적인 영역이나 공적인 포럼에서 수행되는’, ‘주

권자로서의 시민 공중에 의해서 수행되거나 공중의 논의를 통해 발생하는’, ‘공

적 역할이나 공적 권한으로 행해지는 (공직자의 결정, 시민이라면 사인이 아닌 주

권자로서의 결정)’ 등이다.

이렇게 보면, 공적 이성은 공중 구성원 개개인에게 특별한 인식적 지위를 가

지는 논증 방식과 논거·이유들의 집합으로서 ‘공중이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22) PL, 465면. 1971년 <정의론>의 다음 문장들이 이 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정당화는 우리의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향해, 또는 내 의견이 분열되어 있을 때의 나 자신을 향해 제시하는 논증이다. 정당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충돌이나 한 사람 안에서의 의견충돌을 전제하면서 우리 주장과 판단의 기초가 되는 원리들 의 합리성에 대해 [우리와는 의견이 다른] 타인을 또는 [상충하는 입장 사이에서 갈 등하는] 우리 스스로를 설득하고자 한다. 정당화는 논쟁의 모든 참여자들이 공통으 로 삼는 것에서부터 진행한다. 이상적으로 보면, 누군가에게 정의관을 정당화한다 는 것은 나와 그 상대방 모두 타당하다고 수긍하는 전제로부터 그 정의원리들에 대 한 증명을 상대방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며, 이때 이 정의원리들은 또한 우리의 숙고 된 판단들에 부합하는 결과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증명하는 것만으 로는 정당화가 아니다. 증명은 명제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그저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증명이 정당화가 되려면 증명의 출발전제들을 논쟁 참여자들이 타당하다고 상호 인정하거나, 또는 증명의 전제들로 표현된 정의관의 [내용적] 타당성을 우리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의 결론들이 포괄적이고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야 한다. 그렇다면 정의원리들의 논증은 모종의 합의로부터 시작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맞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정당화의 속성이다.”(J. Rawls, A Theory of Justice, (Cambridge/Mass., 1971), 580-81면 – 강조는 첨가된 것임). 이런 견해는 PL, 465면에도 견지된다: “공적 정당화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추 론만은 아니며, 타인을 향해 제시되는 논증이다: 공적 정당화는 우리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이고 또한 우리 생각에 타인들도 그 타당성을 합리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 으리라고 생각되는 전제들로부터 출발해서, 타인들도 역시 타당하다고 합리적으 로 수긍할 수 있으리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결론들을 제시하는 논증이다.”(강조는 첨가된 것임). 23) S. Langvatn, “Taking Public Reason to Court”,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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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19

있을’(acceptable to the public) 논증․논변제시․논거·이유로서 정의될 수 있다.

공적 이성론은 공적 논증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을 논거·이유 및 논증 유형에

대한 제약을 핵심으로 한다.

(3) 공적 이성과 공적 논거·이유

합리적 견해불일치의 조건에서 국가 공권력의 강제력 행사를 공적으로 정

당화하려는 사람들은 사적․비공적인 정당화와 공적 정당화를 구분하지 않을

수 없다. 후자의 경우 공적 결정의 정당성을 타구성원들에게 설득하려고 신의

성실하게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구성원들이 거부할 것—특히 이들의 거

부가 비합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닐 때—이라고 이미 그 자신 스스로가 예상하

는 전제들은 원용하지 못할 것이다. 예컨대 임신중절이 부당하며 법적으로 금

지되어야 할 행위라는 점을 무신론자에게 공적인 차원에서 진지하게 설득하

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수태 시점부터 이미 영혼이 깃들었다거나 임신은

창조주의 신성한 명령이라거나 하는 특정 신학적 교리를 논거·이유로 삼기

보다는, 그 교리를 믿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비종교적인 사람들도 타당하다

고 수긍할 수 있으리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논거·이유들을 제시하려고 할

것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구속력을 가지는 공권력의 강제력 행사를 공적

으로 정당화하는 논증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이처럼 국가 공권력의 강제력 행

사의 규범적 토대이기에는 너무나 논쟁적이고 특정 종파에서만 접근가능하고

통용될 뿐인 논거·이유들을 배제하는 방식의 논거·이유 조정을 통해서 일

종의 자기제한(self-restraint)을 해야 할 의무를 서로서로에게 지게 된다. 이를

롤즈는 시민의 의무(the duty of civility)라고 부른다.24)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표현해보면, 국가 공권력 작용의 정당화 근거로서 자

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모두가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을 논거·이유들이 공

24) 롤즈가 강조하듯이, 물론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도덕적 의무다.(정치적 자유주 의, 635-36면). 또한 비공적인 영역에서의 논의나 토론에서 개인들의 발언이나 표 현에도 적용되지 않고, 공적인 포럼에서의 표현에도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모 든 사회구성원에게 공적 권위와 강제적 구속력을 행사하는 법적 결정이나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의 개인들—주권자로서의 시민 개인들, 공직자, 입법자, 판사 등—에 게 적용되는 의무이다. 그런 점에서 공적 이성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는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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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법철학연구

적인 논거·이유이다. 공적 정당화의 이상에 관한 정치적 자유주의 버전의 특

징은 공적 정당화에 원용될 논거·이유들을 ‘정치적’ 가치들과 원리들로 구성

된 공적 논거·이유들로 제한한다는 데 있다. 이때 ‘정치적’이란 표현은 흔히

이해되는 당파성, 적과 동지의 구분과 격렬한 대립, 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대

립 등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주권자의 지위에서 서로에 대해서

강제력으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이란

첫 번째 의미는 ‘자유롭고 평등한 주권자인 시민(=기본권주체)으로서의 권한 행

사와 기본권주체인 시민의 지위 유지 및 증진과 관련된’으로 요약해 볼 수도 있

을 것이다. 둘째, 인간 판단의 숙명적 짐, 심층적 견해불일치, 상호성을 종합해

보면, 공적 논거·이유의 유형과 내용은 합리적 시민들 중 일부 또는 다수가 지

지·보유하는 선관들이나 포괄적 교리들로부터 독립해서 구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는 ‘정치적’ 정의관으로 표현된다.25) 셋

째, ‘정치적’이란 표현은 공적 논거·이유의 내용이 입헌민주주의의 공적인 정

치․헌법 문화에 내재하는 근본 관념들, 즉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시민

관과 공정한 협동체계로서의 사회관 등과 같이 합익적·합리적이고 자유·평

등한 시민들의 기본적 지위의 유지와 증진, 그리고 이를 위한 정치적·사회

적·경제적·문화적 조건들과 관련된 근본 관념들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담

고 있다.26)

따라서 ‘정치적’ 정의관이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공동으

로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서로에 대해서 공적으로 강제력을 부과하여 자유롭

고 평등한 시민의 지위(기본권주체의 지위)에 직결되는 영역(롤스는 이것이 ‘정치

적’ 영역이라고 생각한다)에서의 정의(=정치적 정의)를 구성원들의 포괄적 교리

25) 이는 국가 중립성 이상과 원리의 핵심 요청이다. 국가 중립성의 요청은 공적 이성 론으로 발전되고 공적 이성론에서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국가 중립성의 원리에 관 해서는 김도균, “국가와 법의 중립성에 관한 고찰 – 동등한 존중으로서의 중립성 원 리”, 법철학연구 제18권 3호 (2015), 41-72면. 또한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398-427면 참조. 롤즈의 의미에서 ‘정치적’의 수식어를 사용한 예로 J. Heath, “Political Egalitarianism”, Social Theory and Practice 34(4) (2008), 485-516면. 또 한 J. Trasher, “Agreeing to Disagree: Diversity, Political Contractualism, and the Open Society”, The Journal of Politics 82 (3) (2020), 1142-155면 참조. 26) PL, 45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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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1

와는 독립해서 수립하려는 정의관을 말한다. 그렇다면 ‘정치적 정의관’을 수립

하는 것의 성공 여부는 포괄적 교리들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도 실질적 정의원

리들을 자체적으로 조달하여 구성해 낼 독자적인 자립(freestanding) 기반/원천

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III. 헌법적 공적 이성의 가능성

롤즈의 공적 이성론은 법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여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기본권과 관련된 공권력의 강제 작용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정당

성을 얻는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법(특히 강제적 법)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앞

에서 보았듯이, 롤즈는 공적 이성이 행사되는 공적 제도들을 중요하게 생각했

고, 특히 사법부(그중에서도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최고법원)를 공적 이성의 제도

적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이성은 헌법의 제·개정과 헌법재판소 헌법논

증, 보통의 법률 제정과 법원의 판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법의 제

정·해석·적용 논증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모두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을 이상들과 가치들에 의거하여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글에서는 공적 이성의 하위범주로서 ‘법적인 공적 이성’(legal public reason)

의 발상을 전개하고자 한다.27)

모든 법 분야의 법적 논증에서 공적 이성의 이상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적

인 공적 이성 일반론도 가능하겠지만,28) 이 글에서는 편의상 ‘헌법적 공적 이

성’(constitutional public reason)의 가능성에 국한한다.29) 일단 헌법적 공적 이

성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헌법적 공적 이성의 내용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이를 기

반으로 삼아 법적 논증 일반에 적용되는 법적 공적 이성의 개념을 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제로 우리 헌법재판소의 헌법논증뿐만 아니

라 법원의 법적 논증에서도 공적 정당화의 이상이 이미 담겨 있고, 완전하게는

27) 이 개념 정의는 L. Solum, “Public Legal Reason”, 1465면에서 빌려왔다. 28) 이런 견해는 L. Solum, “Public Legal Reason”, 1483면 이하 참조. 29) 헌법적 공적 이성의 개념에 관해서는 R. Den Otter, Judicial Review in an Age of Moral Pluralism, 139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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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법철학연구

아니지만 실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공적 이성과 헌법재판제도

앞에서 보았듯이, 공적 이성의 이상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논증이 오로지 공

적 논거·이유들에만 의거하여 수행될 것을 요구한다.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가 공적 이성의 이상에 따라 헌법논증을 해야 할 책무도 있지만, 충분한 공적

논거·이유들과 불충분한 공적 논거·이유들을 구별한다. 충분한 공적 이유

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지위와 관계를 존중하는 이유들이며, 그에 충돌

하는 이유들은 불충분한 공적 이유이다.30) 그리고 입법 논증에 이를 적용하여

공적 이성의 이상이 입법과정에서도 충실히 지켜지는지도 판단한다.

합리적 견해불일치를 민주적 정치과정에 의해 해결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임무가 아니라 시민들을 민주적으로 대변하는 입법부(또는 선출된 행정부수반)

의 몫이다.31)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이들 국가기관의 결정의 합목적성, 즉 목적

달성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택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

적 이성에 비추어서 정당화될 수 있는 입법인지, 공적 이성의 제약 내에서 수행

된 입법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임무와 권한이다. 이렇게 보면 공

적 이성의 이상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

로 예상된다.32)

30) R. Den Otter, Judicial Review in an Age of Moral Pluralism, 11면. 31) 최고법원이 공적 이성의 표본 사례라는 롤즈의 견해에 담긴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공적 이성의 사법화로 인해 쟁점에 관한 깊고 다양한 생각과 논거·이유가 제약 없 이 광범위하게 교환되고 다투어져야 할 민주적 공적 논의와 결정 과정이 피상적인 논거·이유들만이 고려되는 법률 전문가들의 논증 방식과 결정 방식으로 왜소화 할 수 있다는 우려, 이는 결국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견해를 듣고 결정하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시민 개인의 능력에 대한 저평가와도 관련된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J. Waldron, “Public Reason and ‘Justification’ in the Courtroom”, (Journal of Law, Philosophy and Culture 1 (1)(2007)), 107-34면 참조. 32)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논증에서 공적 이성의 이상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의 한 예로 이민열, 기본권 제한 심사의 법익형량, 경인문화사, 2016. 공적 이성에 비추어서 법률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입법동기와 의도 역시 공적 이유들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가의 쟁점도 생겨난다. 헌법재판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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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3

시민들 사이의 공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축적된 정치도덕적 가치들과 헌법

적 가치들이 최고법원의 공적 이성 논증에 중요한 자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보면, 최고법원들의 (헌)법적 논증이 공적 이성의 원천일 수도

있다는 발상도 가능할 듯싶다.33)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가 시민들

이 공적 논의를 할 때 원용될 수 있는 공적인 정치적 가치들로 자리 잡는 현상

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중요한 사안들의 해결과 관련해서 지적되

는 공적 이성의 불충분성이 때로는 최고법원들의 판례를 통해서 그 내용이 채

워지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법적 논증이 공적 이성의 내용에 의

거하여 수행되기도 하지만 (최고)법원의 법적 논증을 통해서 공적 이성의 내

용이 채워지고 완비되어 가는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공적 이성과 법에서의 인간상

어떤 정당화 논거·이유들이 공적 이성에서의 공적인 논거·이유로 인정될

수 있을까? 상이한 견해들이 제시되지만,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한다. 첫째, 어떤

정당화 논거·이유가 실제로 공중 구성원 개개인에 의해서 공유될 때, 그 논

거·이유는 공적인 논거·이유라는 견해 진영이 있다. 이 견해는 ‘있는 그대로

의 현실 시민들’(그래서 비합리적인 시민들도 포함된다)에게도 정당화 가능한, 이

들 시민도 수락할 수 있을 논거·이유들로까지 공적 논거·이유를 확장하고

자 한다. 둘째, 적절하게 이상적으로 구성된 공중의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논

거·이유를 타당하다고 수긍할 것으로 여겨질 때, 그래서 모두가 공유할만한

논거·이유로 여겨질 때, 그 논거·이유는 공적인 논거·이유라는 견해 진영

이 있다. 이 견해는 이상적으로 상정된 시민들(합리적인 시민들 – 자유롭고 평등

법률이 공적 이유들에 의해 정당화되는지만 판단하면 될 뿐, 공적 이유들이 입법동 기인지 여부는 무관하다는 견해가 있다.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그 이유로 판 단될 뿐이고 동기와 의도는 행위의 정당화 가능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그 근거이 다. 이에 관한 상세한 분석은 M. Schwartzman, “Must Laws be Motivated by Public Reason?”, in: S. Langvatn, M. Kumm and W. Sadurski (eds.), Public Reason and Courts, 45-65면 참조. 33) 이런 발상은 B. Kogelmann, “The Supreme Court as the Fountain of Public Reason”, (Legal Theory 24 (2018)), 345-36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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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법철학연구

한 시민들)에게 정당화 가능한, 이들 시민이 서로서로의 자유롭고 평등한 지위

를 존중하면서 정당하게 제공할 논거·이유들, 그래서 타당하다고 상호 수긍

할 논거·이유들을 공적 논거·이유로 본다. 공적인 논의와 결정에서 어떤 유

형의 논거·이유들을 공적 논거·이유로 산입할 것인가에서 이 양 견해는 중

대한 차이를 보여준다.34)

필자는 이 두 진영 중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구성된] 이상적 공중의 견해를

취하고자 한다. 위헌판단이 내려진 동성동본금혼 제도는 그 이전의 한국 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실제로 공유하는 가치를 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의 관점에서 보면 동성동본금혼 제도는 극히 일부 구성원—그런 사람이 현재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을 제외하고는 그 규범적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헌판단이 내려질 당시의 한국 사회 구성원의 여론은 어땠을까? 당시 헌법재

판소 재판관들이 당시 여론을 참조했겠지만, 그보다는 헌법질서에 담겨 있는

근본이상들과 가치들, 법원리들에 비추어 위헌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즉,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질서가 지향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근

본 이상과 가치들, 헌법 원리들을 수용하는 시민들이라면 동성동본금혼제도

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까?’라는 [어느 정도의] 이상적 기준에 비추어서 헌법적

논증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헌법재판

소)35)은 이상적으로 구성된 합리적 시민 공중의 한 예라고 하겠다.

요지는 법적 논증에서 인간에 대한 모종의 규범적 관념(이른바 ‘법에서의 인간

상’,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36) 법적 논증의 전통에는

34) J. Quong, Liberalism without Perfection, (Oxford, 2011), 256면 이하. 35) 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견지하는 표현은 다음과 같다: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ㆍ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인바, 이는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 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 손당하지 아니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이 다.(가령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헌재 2009. 11. 26. 2008헌바 58 등 – 강 조와 밑줄은 첨가된 것임). 36) S. Freeman, “Political Liberalism and the Possibility of a Just Democratic Constitution”, 666면. 또한 S. Freeman, “Ideal Theory and the Justice of Institutions vs Comprehensive Outcome”, (Rutgers Law Journal 43 (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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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5

‘이상적 공중’(민사법에서의 합리적 인간, 헌법적 인간상 등)이라는 발상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과제는 이 이상화된 공중을 현실의 법적 논증에서 활용할 수

있게 구체화하는 작업이다.37) 법적 논증에서 필수적인 인간상에 관해서는 다

양한 견해가 있고, 롤즈의 인간관은 그중의 하나로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견해

라고 생각한다.38) 아래에서는 롤즈의 인간관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법적 논증

에서 어떤 의의가 있을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1.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의 시민이 가질 근본적 법익

(1)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인간관

롤즈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바라보든 지금까지 철학과 법의 전통

에서 공통된 인간관은 인간을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동 작업에 참여하여 일정

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고, 또 이를 존중할 수 있는 존

재”로 여겨왔다.39) 이런 인간관에서 보면, 사람은 일생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

용과 협동에 참여하는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동과정을 규제

하는 공정한 규칙 수립에 관여할 능력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각자가 원하는 대로만 행동할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이해관계에 의해 행동반경이 제한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상호 제

한이 반영된 공동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도 일정 정도 가지

고 있다. 인간이 소유한 이런 능력은 ‘정의감과 관련된 능력’(the capacity for a

sense of justice), 즉 합리성 능력이다. 이와 더불어, 보통의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지,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관

념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기 인생 목표를 설정하여 추구하고, 필요하

다면 자신의 관념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롤즈는 이 능력을 ‘합

169-210면, 특히 179면. 37) 가령 G. Yaffe, “Reasonableness in the Law and Second-Personal Address”, (Loyola of Los Angeles Law Review 40 (2007)), 939-976면 참조. 38) S. Freeman, “Political Liberalism and the Possibility of a Just Democratic Constitution”, 667면. 39) 상세한 설명으로 S. Freeman, Rawls, (London, 2007), 333-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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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법철학연구

익적인 인생 계획과 관련된 능력’(the capacity for a rational plan of life)이, 즉 합

익성 능력이라고 명명한다.40)

롤즈의 견해에 의하면, 이렇게 두 가지 측면의 능력을 갖춘 존재로 파악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은 이 능력들을 적절하게 계발하고 실질적으로 충분

하게 행사하는 데 근본적인 이해관심사를 가지며, 이 두 가지 능력의 계발과 행

사에 필수적인 사회적 조건들의 확보에 대한 근본적 이해관심사를 가진다. 이

이해관심사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근본적 이해관

심사로서, 충족되면 모든 합리적 시민들에게 근본적인 이익이 된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은 이 두 가지 기본 능력을 충분히 계발하고 행사하는 데 필수적

인 정치적·경제적· 사회적 여건의 확보에 근본적 이해관심을 가진다고 보

면, 공적인 논거·이유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가질 근본적 필요와

근본적 이해관심사들(fundamental interests of persons as free and equal citizens)

이 무엇일지에 비추어 정해질 수 있다.41) 이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

적 법익들’이라고 표현해보자.

40) 정치적 자유주의, 140면 이하, 452면 이하. 그리고 존 롤즈(김주휘 옮김), 공정으로 서의 정의: 재서술, (이학사, 2016), 49면 이하. 합익적인 것(the rational)과 합리적 인 것(the reasonable)을 구별하고 그 차이점을 상론한 대표적인 문헌들로는 W. M. Sibley, “The Rational Versus the Reasonable”, (The Philosophical Review 62 (4) (1953)), 554-560면. C. Perelman, “The Rational and the Reasonable”, in: C. Perelman, The New Rhetoric and the Humanities: Essays on Rhetoric and its Applications (with an introduction by Harold Zyskind), (Dordrecht/Boston/ London, 1979), 117-23면. Don J. Kraemer, “Reasonable and Rational: Renewed Loci for Rhetorical Justice”, (Philosophy & Rhetoric 49 (2) (2016)), 173-195면. 이 문헌들에 따르면, 합익성/합익적인 것의 핵심이 개별적인 일인칭 단수/복수의 관 점에서 나/우리의 이익이나 나/우리에게 좋고 가치 있는 것 또는 나/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실현하고 증진하려는 데 있다면, 합리성/합리적인 것의 핵심 은 나/우리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를 고려하는 것, 나/우리의 입 장과는 다른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에 있다. 롤즈는 이런 생각을 받아들여 ‘합 익적인 것’/‘합익적 행위자’와 ‘합리적인 것’/‘합리적 행위자’의 속성을 설명한다.(정 치적 자유주의, 143-48면, 452-57면). 41) 롤즈는 합익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두 가지 기본적 능 력과 이 능력에 대한 개인들의 근본적 이해관심사에 비추어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내용과 목록을 정하고 정당화한다. 정치적 자유주의, 46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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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7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적 법익을 조금 더 구체화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지위 또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상호

존중 관계에 필수적인 기본적 내적·외적 자원들의 공정한 분배 구조, 근본적

이지 않은 법익들 간의 갈등을 규제하고 조정하는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의 확

립 등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적 법익으로 편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42)

(2) 혼인제도, 시민의 근본적 법익, 공적 이성 논증

국가 중립성 원리를 따르면, 법으로 승인하는 혼인제도는 혼인의 목적과 본

질에 관한 특정한 포괄적 교리로부터 중립적으로 수립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부일처제만을 법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공적 이성의 이상을 위배

하는 것일까? 공적 이성의 가치들에 입각해 볼 때 어떤 혼인제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혼인제도에 대한 공적 이성 논증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적 법익에 비추어서 찾아보도록 하자. 분명히

혼인제도의 법적 승인 문제는 근본적인 정치적·헌법적 사안이다. 결혼한 배

우자들 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지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시민의 근본

적 법익에 해당된다. 롤즈 식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성인 간의 애정과 상호 보

살핌 관계의 사회적 기반은 ‘사회적 기본재’(social primary goods)이다. 자유롭

고 평등한 시민의 지위와 관계에 중요한 이 근본적 법익의 실현을 보증하려면

‘일부일처제’—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가 가장 우월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

지 않을까 싶다.

혼인제도에 관련된 논의에서 공적 정당화 논거·이유가 될 헌법적 가치들

은 모든 시민의 평등한 자유, 공정한 기회균등, (만약 자녀를 가진다면) 미래 시

민인 자녀가 가지는 근본적 법익(정의감 능력과 선관 능력의 충분한 계발과 행사에

필수적인 사회적·경제적 조건 제공), 사회의 생산과 재생산, 세대로 이어지는 문

화의 전승, 종교의 자유 등이다.43) 공적 이성의 이런 헌법적 가치들의 결합과

42) 이런 견해는 P. de Marneffe, “Liberalism, Liberty and Neutrality”, (Philosophy & Public Affairs 19 (3) (1990)), 258-260면 참조. 43) 롤즈도 기본구조의 일부로서 가족의 문제를 다루면서 정치적 정의관에서 가족제도 에 관련된 여러 정치적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자유주의, 665면 이하(PL, 466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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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법철학연구

형량에 비추어보면, 전통적인 일부다처제는 모든 시민의 평등한 자유와 공정

한 기회균등을 침해하고 배우자 간의 상호성 관계도 침해하므로 공적 이성론

의 관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44) 이런 결론은 너무

도 당연해서 사소해 보이지만, 일부일처제를 여타의 혼인 및 파트너결합 제도

와 비교할 때 과연 어떤 방안이 공적 이성에 비추어 위의 정치적·헌법적 가치

들의 실현에 더 적합할지를 논의하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공적 이성의 가치들

(공적 이성의 내용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들)의 적절한 형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3) 동성혼, 시민의 근본적 법익, 공적 이성 논증

동성혼에 관한 법원의 법적 논증에서 공적 이성의 이상을 적용해보자. 동성

커플이 자신들의 성정체성과 삶의 방식의 바람직함에 대한 다수의 도덕적 평

가에 노출되지 않고도 법적 불이익 없이 살 수 있고, 동등한 존중과 고려로써

평등하게 대우받게 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법적 쟁점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

구나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방식과 내용(선관 conception of the

good [life])을 국가가 제시하면, 각 개인이 이를 가능한 한 최고의 상태로 완성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그럴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견해(완전주의

perfectionism)는 특정한 그 삶의 방식과 내용이 여타의 삶의 방식과 내용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기본적 자유의 존중과 우선성이라는 공적 이성

의 정치적·헌법적 가치에 비추어보면 이런 식의 국가 개입은 정당성이 없다.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지 않는 개인적 선호와 선택은 국가 공권력 강제력의 근

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도덕적 불승인을 법적 강제력 외

의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동성혼 찬반의 논거와 이유가 법적

결정에 유관하며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으려면, 그 논거와 이유에 관해 논증

참여자들이 그 내용을 서로가 지적으로 이해할 수(mutually intelligible) 있어야

44) 이런 논변은 S. Macedo, Just Married: Same-sex Couples, Monogamy and the Future of Marriage, (Princeton, 2015), 161-178면 참조. 다른 견해로 E. Brake, “Minimal Marriage: What Political Liberalism Implies for Marriage Law”, (Ethics 120 (2010)), 302-337면 참조. 또한 R. H. Thaler and C. R. Sunstein,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rev. ed. (New York, 2009), 21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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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29

하고, 합리적이고 합익적인 존재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모두가 타당

하다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람직하고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같은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타인들, 또한 장차 공유할 것으로 기대도 할

수 없는 타인들과 더불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핵심 의미이며, 개인을 인간

으로서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이다.

공적 이성의 관점에서 보면, ‘도덕적으로 나쁘다’라거나 ‘교리에 비추어 볼

때 죄악이다’는 논거만으로는 충분한 공적인 논거·이유가 되지 못할 것이므

로 특정한 종교 교리에서만 통용되는 비공적인 논거가 주된 논거인 동성혼 반

대론은 공적 이성의 심사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1. 공적 이성이 적용되는 사안 문제: 헌법적 사안에 국한되는지 아니 면 모든 법적 사안에 확장·적용되는지 여부

공적 이성의 적용 사안에 관한 쟁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적 이성의

이상은 어떤 영역에 적용되는가? 첫째, 어떤 주제이건 사적인 사유와 성찰, 또

는 사적인 삶의 문제(인생관, 성생활, 종교생활, 취미활동 등)에 관한 사적 사유나

사인 간의 토론에도 공적 이성의 이상이 적용되는가? 둘째, 어떻게 살아야 하

는가의 윤리 문제나 어떤 문화적 삶이 가치 있는가의 문제에 관한 공적 논의에

도 공적 이성의 이상이 적용되는가? 셋째, 모든 국가 공권력 작용에 관한 공적

논의와 결정에 공적 이성의 이상이 적용되는가, 아니면 헌법핵심사항들과 분

배정의의 기본사안에 관한 공적 논의와 결정에만 공적 이성의 이상이 적용되

는가? 넷째, 공적 이성의 이상은 헌법핵심사항들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에 관

한 공직자들(가령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의 공적 논의와 결정, 그 중에서도

특히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법적 논증과 판결에 국한되는가 아니면 공적 논

의와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되는가?45)

첫째와 둘째의 물음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런데 나머지 두 물음에 대한

공적 이성론자들 사이에서 논쟁 중이다. 세 번째 물음에 관해서는 공적 이성의

적용대상 범위를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에 국한하자는 견해

45) L. Solum, “Constructing the Ideal of Public Reason”, 737-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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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법철학연구

(국한설)46)와 모든 강제적 법률과 공적 결정(즉, 국가 공권력 작용과 법적 강제력

행사)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견해(확장설)47)가 대립한다. 일견 롤즈는 전자의

국한설을 주장하는 듯이 읽히고 그렇게 이해되기도 하지만, 롤즈의 입장은 모

호하다.

롤즈는 근본적인 정치적 사안들에 관하여 공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때는

반드시 공적 이상의 이상이 지켜져야 강조한다.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constitutional essentials and matters of basic justice)이 그런 근본적

인 정치적 사안에 해당한다. 헌법핵심사항에는 통치의 기본구조와 민주적 정

치과정을 규율하는 근본원리들과 관련된 사안들과 기본권 사안들이 해당된

다.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의 교정, 공정한 기회균등

보장, 인간다운 삶의 보장 등과 관련된 분배정의의 근본적 문제들이다.48) 이런

근본적인 정치적·헌법적 사안들과 관련되지 않는 사안들과 시민사회의 배경 문

화(교회, 결사체, 학교 등)에서의 논의와 결정에는 공적 이성의 제약이 부과되지 않

는다.49)

롤즈는 현실적 실행가능성을 근거로 해서 국한설을 제시한다. 가장 근본적

인 정치적 쟁점인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에 관해서는 공적

이성의 내용이 충분한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상당히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실용적 이유(실행가능성)에서 국한설을 취한다는 것

이다. 그러면서도,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근본적인 정치적 사안 외의 사안들에

도 공적 이성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제시한다. 길지만 롤즈의 언

급을 인용해보자.

46) 대표적으로 T. Scanlon, “Rawls on Justification”, in: S. Freeman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Rawls, (Cambridge, 2003), 163면. 47) 대표적으로 J. Quong, Liberalism without Perfection, 274면. D. Thompson, “Public Reason and Precluded Reasons”, (Fordham Law Review 72 (2004)), 2073-88면. 48) 정치적 자유주의, 365면 이하. 법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이 글에서는 근본적인 정치적 사안을 헌법 사안으로, 헌법 사안은 기본권 사안, 통치구조 사안, 헌법적 사 회정의 사안으로 이루어진다고 좁혀서 보고자 한다. 49) 정치적 자유주의, 35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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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31

“민주적 사회에서 공적 이성은 평등한 시민들의 이성이다. 이 시민들은 집단체로서

법을 제정하고 헌법을 수정함에 있어서 서로에 대하여 최종적인 정치적 강제력을 행사한

다. 이 첫 번째 요점은 공적 이성의 제약은 모든 정치적 사안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헌

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들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누가 투표할 권

리를 가지는지, 어떤 종교들이 용인되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공정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

해주어야 하는지, 누가 소유권을 가져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런 물음들,

그리고 이와 유사한 물음들이 공적 이성의 특별한 주제이다. 조세 입법과 소유물 규제

와 관련된 법률들, 환경보존과 공해방지의 법률들, 국립공원 설치와 황무지 지역과

동식물의 보존, 박물관과 예술 활동을 위한 공적 재정지원과 같은 문제들은 위의 근

본적인 정치적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인 정치적

사안과 관련성이 있다. 공적 이성에 관한 완전한 견해가 다듬어진다면 [근본적인 정치적 사

안들과는 다른] 이런 사안들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 일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질문

할 것이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최종적인 강제적 공권력을 서로에게 행사하는 모든

사안이 공적 이성의 지배를 받는다고 왜 말하지 않는가? (…) 이에 대한 나의 답은 다

음과 같다. 나의 목적은 가장 근본적인 정치적인 문제들에 관련된 가장 강력한 사례들을 먼

저 고찰하는 데 있다. 만약 이런 문제들에서 공적 이성의 제약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공적

이성의 제약이 그 어디에서도 준수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질 것이다. 만일 이 강력한 사례

들에서 공적 이성의 제약을 지킨다면, 이로부터 출발해서 공적 이성의 제약을 다른 사안들

로 적용할 수 있다. 나는 공적 이성의 가치들에 의거하여 정치적 사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보통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인정은 한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을 수도 있

다.”50)

롤즈의 견해 중에서 국한설을 따르는 입장들은 그 근거를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적 사안의 특별한 중요성과 우선성에서 찾는다. 헌법핵심사

항은 사회의 기본구조를 직접 규율할뿐더러 시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

친다는 것이다.(‘기본구조 논변’(the basic structure argument)).51) 또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법익들을 논거·이유로 하여 헌법핵심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사안에 공적 이성이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근본법익 논변’(the basic

50) 정치적 자유주의, 347-49면(번역은 일부 수정하였음 – PL, 214-15면). 51) T. Scanlon, “Rawls on Justification”, 1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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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법철학연구

interests argument))하는 국한설도 가능하다. 시민의 근본법익과 관련된 정치

적 사안들은 공적 이성으로, 그렇지 않은 사안들은 다수가 지지하는 가치와 선

호에 따라서 입법부에서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근본적 법익들

의 충돌을 해결하는 적절한 의사결정절차를 마련하고 운용하는 것은 자유롭

고 평등한 시민의 근본적 법익에 해당하며, 민주적 과정을 통한 입법부 내의 다

수결이 그런 적절한 의사결정절차라는 근거(민주주의 논변)에서이다.52)

위에서 든 기본구조 논변, 근본법익 논변, 민주주의 논변을 결합하여 보면,

국한설이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헌법핵심사항 및 분배정의의 기

본사안과 그 외의 사안을 명백하게 구별하게 해주는 원리정연한 판단 기준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53) 공적 이성에 속하는 정치적 가치인지 아닌지를 사전

에 정해주는 대략의 경험칙은 있겠지만 기계적 판별식은 없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인간다운 삶의 보장 등의 사안은 명백하게 공

적 이성의 대상 사안이겠지만, 교통신호대 정책이나 자동차 운행속도 제한 등

은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대체로 공적 이성의 대상이 아니다.54) 그러나 경계

선에 있는 사안들도 있고, 이전에는 공적 이성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새롭게 공

적 이성의 대상으로 편입되는 사안들도 있다. 공적 이성에 의해 규율될 사안인

지를 정하는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55) “조세 입법과 소유물 규제

52) T. Scanlon, “Rawls on Justification”, 163면. 또한 P. de Marneffe, “Liberalism, Liberty and Neutrality”, 258-260면. 롤즈 역시 이런 취지의 견해를 제시한다: “어떤 형태로도 [어떤 경우에도] 완전주의적 가치들에 의거해서 공적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요점은 헌법의 핵심사항들과 분배정의의 기본사 안들을 해결할 때에는 완전주의적 가치들에 의거하지 않겠다는 신의성실한 다짐이 있어 한다는 것이다. [완전주의적 가치들에 의거하지 않고] 근본적인 정의가 먼저 성취되고 나면, 그 후에는 원한다면 민주주의 유권자들은 예술과 과학의 거대 프로 젝트에 많은 공적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 269면 – 번 역은 일부 수정하였고, 강조는 첨가된 것임). 53) K. Greenawalt, Private Consciences and Public Reasons, (Oxford, 1995), 118-20 면 참조. 54) “자연의 도덕적 지위와 자연과 인간이 맺어야 하는 적절한 관계는 헌법핵심사항이 나 분배정의의 기본사안은 아니다. 이 사안에 관해서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비정치 적 가치들에 따라 표결할 수 있으며, 자신의 비정치적 가치들을 다른 시민들에게 설 득하려고 시도한다. 여기에는 공적 이성의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정치적 자유 주의, 388면 참조; PL, 246면 – 해당 부분의 번역은 수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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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33

공적 이성의 엄격한 적용 공적 이성의 완화된 적용

  • 헌법핵심 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문제들 (=평등한 기본권 주체의 지위 유지/증진과 직결 되는 사안)에 해당되는 경우: 자유롭고 평 등한 시민의 지위와 관계에 핵심적인 근본 적 법익들 사안들
  • 민주적 다수결에 일정한 제한

  • 헌법핵심 사항과 분배정의의 기본 사안(= 평등한 기본권 주체의 지위 유지/증진과 직결되 는 사안)과 직결되지 않는 사안들

  • 광범위한 입법재량 인정: 민주적 다 수결의 권한 범위 내에 있음

와 관련된 법률들, 환경보존과 공해방지의 법률들, 국립공원 설치와 황무지 지

역과 동식물의 보존, 박물관과 예술 활동을 위한 공적 재정지원과 같은 문제

들”은 맥락에 따라서 헌법핵심사항 및 분배정의의 기본사안과 직·간접적 연

관성을 가질 수도 있다.56)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방안은 어떨까?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성/

합헌성 여부를 심사할 때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할 때도 있고 완화된 심사기

준을 적용할 때도 있다. 이런 헌법재판 실무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지위와

관계에 직결되는 법률들에 대해서는 강화된 심사기준을, 그렇지 않은 법률들

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인정하는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

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계선에 있는 법률들의 경우 일단 심사의 대

상으로는 삼은 후, 구체적인 맥락과 효과를 고려하여 시민으로서의 근본적 법

익들과 관련되는지와 관련되는 정도는 어떤지를 따져 엄격·완화 심사 방식

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본다면, 공적 이성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를

정하는 작업은 시민의 근본적 법익과 관련되는 정도를 검토한 후, 공적 이성의

이상을 엄격한 방식으로 적용할지 아니면 완화된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정하

는 판단으로 보는 편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5) 국한설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비판은 J. Quong, Liberalism without Perfection, 274면 이하 참조. 56) D. Thompson, “Public Reason and Precluded Reasons”, 2083면. L. Solum, “Constructing an Ideal of Public Reason”, 7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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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법철학연구

  1. 공적 이성의 제약과 포괄적 교리의 원용 문제

(1) 공적 이성의 내용과 제약

모든 공적 이성론의 기획은 중요한 정치적 사안들에 관하여 공동으로 논의

하고 결정을 내릴 때, 유관한 논거·이유와 무관한 논거·이유, 좋은 논거·이

유와 나쁜 논거·이유, 문제의 사안에 가장 맞는 논거·이유 등을 판별할 수 있

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사적 이해관계, 개인적 종교관이나 인생관, 특정

정파나 종파의 교리에서 나온 논거·이유 등은 법적 논증과는 무관한 논거·

이유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진리여서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관한 논거·이유들을 제시하고 고려할 때 각각의 논거·이

유가 가지는 설득력과 비중에 따라 유관한 논거·이유들의 순위를 매겨야 한

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실제 사안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을 헌법논증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논거·이유들이 헌

법논증에서 유관하고 적절한 논거·이유인지, 좋은 해석과 최선의 해석을 판

별해낼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다양한 헌법논증(헌법해석) 이론

들이 있지만, 모두 공통된 규범적 요청에서 출발한다. 입법자들이 입법과정에

서 도입하고 원용할 입법 논거·이유들에, 신의성실하게 해석하고 논증하는

판사들이 판결 과정에서 도입하고 원용할 수 있는 논거·이유들에 일정한 제한

이 있어야 한다는 요청인데, 이것이 ‘공적 이성의 제약’(limits/constraints of

public reason)이다.57)

공적 정당화에 투입되는 논거·이유들을 걸러내며 공적 논의와 결정을 향

도하는 공적 이성의 내용은 무엇일까? 롤즈에 의하면, 모든 합리적 시민들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실질적인 정치도덕적 가치/원리들의 집합과 어

떤 공적 정당화 논증에서도 지켜져야 할 탐구방법들 및 논증의 규칙들 집합으

로 이루어진다.58) 공적 이성의 첫 번째 성분인 실질적인 가치/원리들은 공정

한 협동체계로서의 사회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관, 자유주의 기본원리들을

구체화한 것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가

57) PL, 247면.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한국방송통신 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 참조. 58) 정치적 자유주의, 36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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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35

치들과 원리들로서 공적 논의 및 결정 과정에서 정당하게 원용될 수 있는 고려

사항들과 가치들을 이룬다. 이 가치들과 원리들은 정치적 정의관으로 체계화

되어 제시되고, 공적 이성의 이 실질적인 규범적 가치들은 끊임없이 역동적으

로 새롭게 충원된다.

공적 논의와 결정에서 원용될 수 있고 또 고려되어야 하는 공적 논거·이유

들 중 실질적인 정치도덕적 가치들(“공적 이성의 정치적 가치들”)에는 평등한 기

본권, 기회균등, 사회적 평등, 공익, 공공질서 안전과 같은 가치들, 상호성·합

리성·공정한 태도 등과 같은 시민적 덕목가치들, 헌법 전문과 헌법조항들에

담긴 가치들, 공중 보건과 안전, 경제성장, 경제적 효율성, 자연환경 보호, 과학

지식의 증진, 인간 생명 존중, 양성평등, 가정 보호 등이 해당한다.59) 물론 이

목록은 얼마든지 새로이 채워질 수 있으며, 그때의 판단기준은 자유롭고 평등

한 시민들에게 근본적으로 중요성이 있으며 가치 있을 것인지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도덕적 존재로서 시민을 바라보는 민주적 시민관이 공적 이성의 정치

적 가치들을 구성하는 데 핵심 기준이다.60)

(2) 포괄적 교리 원용 배제론과 포용론

공적 이성의 내용 및 적용 사안과 관련해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쟁점이 또 있

다.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기준이 되고 지침이 되는 공적 이성의 내용을

포괄적 교리들 및 선관들을 전혀 참조하지 않고 구성해낼 수 있을까? 롤즈와

같이 공적 논거·이유들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공적 논증과정에서 참여자들

이 강제나 압박 없이 모든 논거·이유를 자유롭게 도입하고 원용할 수 있게 하

59) 롤즈가 언급하는 정치적 가치들의 목록을 정리한 S. Freeman, Rawls, 388면 이하 참조. 공정으로서의 정의관, 그 실질적 정의원리들, 이 정의원리들을 이끌어내는 논증방법 등은 롤즈가 제시하는 공적 이성의 한 예일 뿐이며, 당연하게도 다종다양 한 정치적 정의관—물론 위에서 든 정의의 토대가치들의 범위 내에서—이 가능하 다. 따라서 각각의 정치적 정의관에 의해 그 내용이 구체화된 다양한 공적 이성의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공적 이성의 형태들 가운데 어떤 것이 적절한 지는, 스스로를 합익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파악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들의 관계에 적용된 상호성 규범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걸러질 것이다.(PL, 450면 참조). 60) S. Freeman, Rawls, 39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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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법철학연구

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공적 논의 및 결정 과정의 참여자들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포괄적 교리들에 기반을 둔 비공적인 논거·이유들을 원용해도 좋

지 않을까?61)

이 물음에 대해 세 가지 견해가 가능하다. 자유방임주의(laissez faire)론, 배

제(exclusion)론, 포용(inclusion)론이다.62) 자유방임주의론은 바로 위에서 설

명하였으므로 나머지 두 견해에 관하여 간략하게 소개한다. 배제론은 공적 논

의 및 결정 과정에 비공적인 논거·이유의 도입과 원용은 원칙적으로 배제되

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포용론은 비록 비공적인 논거·이유이기는 하지만 합

리적인, 예컨대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의 규범적 근거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특정 종교 교리의 논거·이유를 공적 정당화 논증과정에 도입하고 원용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견해이다. 공적 이성을 이루는 가치들과 이상들을 풍부하게

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공적 결정의 논거·이유로서 합리적인

비공적인 논거·이유를 원용하는 것이 언제라도 허용되지만, 그와 함께 또는

나중에라도 적절할 때 공적 결정을 지지하는 공적 논거·이유가 적절하게 제

시되어야 한다는 단서(proviso)의 입장도 포용론에 속한다. 노예제 폐지를 주

장하면서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공적 가치를 독립된 공적 논거·이유

로 제시하고, 이 동등한 인간존엄성 이상을 ‘창조주 신의 형상대로 모든 인간은

창조되었으므로 모두 동등하다’는 비공적인 논거·이유로 해석하고 뒷받침하

는 사례의 경우에는 비공적인 논거·이유의 원용이 허용된다는 것이다.63)

61) 공적 정당화 논증 과정에는 어떤 논거·이유에도 열려 있어야 하고 모든 논거·이 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에 입각해서, 법원의 법적 논증에도 포괄적 교리의 원용 이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 하며, 그럴 때 오히려 기존의 잘못된 법리들과 결정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로는 J. Waldron, “Public Reason and ‘Justification’ in the Courtroom”, 107-134면. 62) 상세한 논의는 L Solum, “Constructing the Ideal of Public Reason”, 741면 이하. 또한 L. Solum, “Pluralism and Public Legal Reason”, (William and Mary Bill of Rights Journal 15 (2006)), 7면 이하 참조. 63) 롤즈의 초기 입장이 배제론이었다면, 추후 수정된 롤즈의 입장은 포용론을 취한 다. (PL, 247면 이하, 462면 이하 참조). 배제론보다 포용론이 공적 결정의 민주적 심의와 공론 모델로 더 적합하다는 논거·이유들에 관해서는 L. Solum, “Constructing the Ideal of Public Reason”, 747면 이하 참조. 그리고 미국 남북전쟁 이전의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주장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종차별 반대의 주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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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37

배제론-포용론 사이의 논쟁은 기본적으로 공적 논의 및 결정 과정에 참여하

는 시민들을 염두에 두고 벌어지는 것이지만, 헌법재판소 및 법원의 법적 논증

과도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법적 논증과 판결

에서는 포괄적 교리의 원용이 허용되어야 할까 배제되어야 할까? 법적 논증의

핵심을 이루는 논거·이유 및 논변에서는 공적 이성의 제약이 엄격하게 준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법원의 법적 논증에는 오로지 공적 논거·이유들만

이 고려되고 원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합의가 이루어져 있고, 또한 그런 합의에

는 공정성과 중립성이라는 합리적 취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64)

IV. 맺음말

지금까지 법적 논증의 영역에 공적 이성의 관념과 이상을 적용해보면서, 공

적 이성으로서의 법적 논증의 가능성을 탐색해보았다. 공적 권위와 강제적 구

속력을 통해서 사회구성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원의 법적 논증 과

정에 공적 이성의 이상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점

에서 공적 이성의 하위범주 또는 특수경우로서 법적인 공적 이성의 이론을 발

전시키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 이성의 내용을 이

루는 헌법적 가치들, 헌법원리들, 법원리들, 법리들 등이 충분한 완결성을 가

지게 하는 작업이 긴요하며, 법적인 공적 이성의 내용을 이루는 법원리들 및 법

적 가치들의 형량을 통해서 구체적인 법적 사안에 대한 답들이 제시될 수 있음

을 보여주는 작업도 또한 수행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법철학적 시도

들이 축적될 때 공적 이성으로서 법적 논증에 대한 이론이 발전될 수 있을 것

이다.

특정한 포괄적 교리에 입각해서 개진되기는 했지만, 공적 이성의 강화에 기여했고 미국 헌법에 담긴 공적 이성의 이상에 대한 적절한 해석이라는 견해는 David A. J. Richards, “Public Reason and Abolitionist Dissent”, (Chicago-Kent Law Review 69(3) (1994)), 787-842면 참조. 64) L. Solum, “Constructing the Ideal of Public Reason”, 753면.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 에는 동조하면서도 배제론에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으로는 로널드 드워킨 (이 민열 옮김), 법복을 입은 정의, (도서출판길, 2019), 41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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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법철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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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41

Abstract

Public Reason and Legal Argumentation

Dokyun Kim

Public reason plays a central role in Rawls’s political philosophy and

theory of justice as the test for legitimate political argument and decisions in

matters of constitutional essentials and basic justice. The idea of public

reason as a criterion of political and legal legitimacy is often formulated as

the requirement that state actions must be publicly justifiable with reasons

and reasoning that are accessible and acceptable to all subjects of the state

actions. Starting from the ideal of public justification, this article aims to

identify and specify features and contents of public reason, to explicate its

significances for law and legal argumentation, and to develop a theory of

constitutional/ legal argumentation as a special kind of public reason, i.e.,

a conception of legal public reason.

However, there are several conceptions of legal public reason, and this

phenomenon is a serious problem for legal theorists who would like to

elaborate a theory of legal public reason. I hope that this article can

contribute to reach a consensus between different conceptions of legal

public r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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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법철학연구

공적 이성(public reason), 공적 정당화(public justification), 롤즈

(Rawls), 법적 공적 이상(legal public reason), 상호성(reciprocity), 정

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 합리성(reasonableness)

색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