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법+제9권+제1호-3차-3.윤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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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51
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사회이론적 및 규범이론적 관점-47)
윤 재 왕**48)
목 차
Ⅰ. 서론
Ⅱ. 정보기술의 발전과 형사사법
Ⅲ. 정보기술에서 감시기술로? -
기술발전과 법질서
Ⅳ. 안전의 사회학
Ⅴ. 헌법학적 논의지평에서의 ‘안전과 자유’
Ⅵ. 맺음말
Ⅰ. 서론
- 자유 그리고 안전 - 법치국가이념과 형사사법
국가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은 근대적 의미의 헌법
국가 또는 법치국가의 대전제에 해당한다. 즉, 국가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 상호간에 발생하는 공격과 침해를 차단하여 국
가 내에 평화가 지배하는 상태를 창출하고 유지할 과제도 담당한다. 이러한 근대
국가의 이념은 원칙적으로 ‘국가를 통한 안전’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근대 헌법국가의 발전은 이러한 국가과제 또는 국가목적을 전제하면서도
무엇보다 그러한 과제와 목적의 실현과정이 국가에게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백지위임장이 아니라,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이 측면에
- 이 글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4년 연구과제 뺷법과학을 적용한 형사사법의 선진화 방안 4뺸로 발간된 연구보고서에 「형사사법의 선진화와 ‘자유와 안전’ - 사회이론적 및 규범이론적 관점」으로 실렸던 글이다. 문제 상황 자체는 그 사이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 문에 기존의 내용에 수정을 가하지 않았지만, 몇몇 중요한 새로운 문헌을 각주에 추가했 음을 밝힌다.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Dr. j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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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여러 가지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
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다시 말해 국가 자체가 역으로 시민의 안전을 침해
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법을 통해 차단하고, 이를 통해 ‘국가로부터의 안전’
을 도모할 수 있는 법치국가질서를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민주적 헌법국가와 법치국가는 ‘안전국가’를 당연히 전제하지만, 안전
이라는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안전에 우선하는 구체적
가치로 실현하려는 정치적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즉, 국가가 보장하는 안전
의 틀 속에서 시민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발현되는 상태를 실현하는 기획이 곧
근대국가의 이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국가가 보장하는 질서는 무덤 위의 평
화가 아니라, 자유와 자유 사이의 한계선을 설정하여 이 한계선 내에서는 시민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유 중심의 평화질서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자
유의 이익으로!(in dubio pro libertate!)’는 곧 근대 법치국가의 슬로건인 셈이
다.1)
이러한 법치국가이념을 배경으로 한다면 형사사법이 자유적 법질서 내에서 어
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분명해진다. 법치국가가 자유제한의 원칙을 핵심으로
삼는다면,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은 당연히 한 시민이 자유제한의 원칙을 위반하
여 다른 시민을 침해한 경우, 그러한 침해행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침해행위를 한 자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한다는 원칙에 구속된다(법치국가적 형법과 형사소송법). 따라서 타인의 자
유와 권리에 대한 구체적 침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침해발생과 관련된 구체적
혐의가 있는 경우에 비로소 국가가 개입하여 발생한 갈등을 처리하는 사후적 법
익보호질서가 형사사법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즉, 법치국가의 형사사법은
범죄에 대한 사후적 반작용 또는 (형벌부과의 단계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근간으로 한다.2) 이 점에서 자유제한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와 그 행위
1) 헌법국가와 법치국가에서 자유와 안전이 갖는 의미에 대한 근본적 통찰로는 무엇보다 베르너 마이호퍼, 「법치국가와 인간의 존엄」, 심재우 역, 1994, 70면 이하, 98면 이하 참고. 또한 ‘자유와 안전’을 둘러싼 사고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K. Waechetr, Sicherheit und Freiheit in der Rechtsphilosophie, 2016 참고. 이밖에도 이 주제가 21세기 법철학의 핵심주제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M. Auer, Cantus firmus der Moderne. Rechtstheorie in der Berliner Republik, in: Th. Duve/S. Ruppert(Hrsg.), Rechtswissenschaft in der Berliner Republik, 2018, S. 121 이하, 132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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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형벌위협 그리고 발생한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절차는 ‘국가를 통한 안
전’에 기초한 자유보장과 ‘국가로부터의 안전’에 기초한 자유보장이라는 역설적
이면서도 이중적인 자유보장의 원리를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후적
반작용 체계와 동시에 자유위협 또는 자유침해의 위험이라는 단계에서 국가가
개입을 하여 위험을 차단하는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는 형사사법의
다른 한 축에 해당하는 ‘경찰법’이다. 하지만 경찰법 역시 경찰활동을 위한 안전
조치와 관련하여 다시 자유보장원칙을 통해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즉, 경찰법은
어떤 막연한 차원에서 추상적인 의미의 안전을 보장하는 질서가 아니라, 형법 및
형사소송법과 마찬가지로 자유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그리고 자유
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익침해가 발생하리라
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러한 위험상황을 야기한 ‘경찰책임
자’에 대해서만 경찰의 조치가 부과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3) 이 점에서 법치국
가적 경찰법의 원칙은 위험의 차단이다. 그리고 경찰법적 의미의 위험은 어디까
지나 시민의 자유, 더 구체적으로는 시민의 법익에 대한 위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따라서 공공질서의 보호와 같은 추상적 개념 역시 시민의 자유와의 상관성
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뿐, 시민의 자유로 소급할 수 없는 ‘국가보호’나 ‘정권보
호’의 개념으로 해석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
이렇게 볼 때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은 이념적으로 이미 자유라는 가치를 우선
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형법에서 형사소송법을 거쳐 경찰법에 이르는 전 법체
계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질서에 해당하고, 더욱이 국가가 개인
(그 개인이 설령 범죄자나 형사피고인 또는 장애유발자일지라도)의 자유를 침해
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가로부터의 안전이라는 의미에서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맥락에서 형사사법과 관련된 모든 법률은 자유와 안전보장이
라는 외관상의 목적과는 별개로 국가 자체를 위험요인으로 상정하는 국가제한의
원리이기도 하다. 범죄자의 마그나카르타로서의 형법, 피고인의 마그나카르타로
2) 법치국가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근본적 의미에 관해서는 (법익개념을 중심으로 한) C. Roxin, Strafrecht. Allgemeiner Teil Bd. 1, 4. Aufl., 2006, S. 11 이하; ders./B. Schünemann, Strafverfahrensrecht, 27. Aufl., 2012, S. 9 이하 참고.
3) 헌법적 관점에서 경찰법이 갖는 이러한 의미에 관해서는 Ch. Gusy, Polizei- und Ordnungsrecht, 8. Aufl., 2011, S. 34 이하, 82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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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형사소송법, 경찰활동 제한법으로서의 경찰법이라는 표현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사법에 관련된 법률의 수범자는 국민일 뿐
만 아니라, 국가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가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
에 집중한다면, 심지어 법률의 1차적 수범자는 국가 자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의 이념은 당연히 상위의 헌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
다. 즉, 헌법 자체가 시민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구성하여, 국가를 기본권을 보
장하는 질서로 전제하면서, 무엇보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차
단하는 ‘방어권적 기본권’을 헌법질서의 핵심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안전은 그
자체 헌법을 구성하는 원칙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으로 당연히 전제되
어 있는 원칙일 뿐, 헌법 내재적 위상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비상사태’에 관련
된 헌법규정들은 국가의 안전을 전제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 및
헌법질서 자체의 존립이 위기에 봉착하게 만드는 헌법 외재적 위협의 방어에 해
당하는 외적 안전을 염두에 둔 것일 뿐, 헌법질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유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헌법적 보호장치가 아니다. 이 점에서 법치국가 및 민주적 헌법국
가는 비상사태라는 예외로부터 그 정당성을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자유질서 및
자유보장질서라는 원칙을 통해 정당화된다. 헌법국가에서는 “국민이 국가를 위
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국가의 존재의의는
적극적으로는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고, 소극적으로는 국민의 자유에 대
한 침해를 스스로 억제하는 자기제한의 원리에 충실하게 복종하는 것이다. 따라
서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은 이러한 헌법적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동시에 헌
법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헌법적 형법; 응용헌법으로서의 형법과 형사소송법).
- 국가과제의 변화와 사전배려
이러한 법치국가와 헌법국가의 전통에 따르면 국가의 과제는 1차적으로 현재
의 상태를 유지하는 활동에 집중된다. 즉, 자유의 최적화를 위해 자유의 경계선
을 확정하고, 확정된 자유의 경계선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폭력이 투입된다. 물론 국가권력이 반드시 ‘불법’이 발생한 이후에만 발동
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 예방적으로 발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맥락에서의
예방은 구체적으로 직면해 있는 위법한 행위를 억제하는 질서의미를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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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제와 관련된 이러한 전통적인 모델은 20세기 후반부터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기본적으로 산업사회를 경제적 기반으로 삼고 있던 자유적 법치국가
에서는 개인 및 개인들의 집단이 국가가 보장하는 질서의 틀 속에서 사회를 형성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국가는 기존상태의 유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사
회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원칙적으로 사회 내의 메커니즘에 의존
하도록 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한계에 도달하고, 사회의 자율적 과정이 생산한
문제를 사회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서 국가는 사회를 형성해야 할 과제를
떠맡게 된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국가와 사회로 하여
금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즉, 정보기술이나 유전자기술
의 활용, 새로운 화학물질의 투입은 산업화 단계에서 수반되던 구체적 위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Risiko)을 생산한다.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특정한 개인, 특
정한 시점, 특정한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 전체에
게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초국가적이고 초개인적인 위험이다. 이러한 상황에
서 국가의 과제는 기존상태의 유지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방향으로 급속도
로 전환한다.4) 이 맥락에서 예방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원천, 즉 위험의 원인
을 최대한 빨리 인식하고, 위험의 현실화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배려(Vorsorge)
라는 새로운 형태로 그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다수의 법영역에서 사전배려는 국
가과제의 충족과 관련된 주도적 원칙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리고 사전배려의 목
표는 곧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이다.5)
이와 같이 사전배려가 국가과제의 주도적 원칙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특히
시간의식의 변화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 사전배려는 그 형식에 비추어 볼 때 미
래에 대한 기대이다. 즉,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손해에 대비하여 현재에 일정
한 수단을 투입하여 손해발생 가능성의 토대를 없애거나 미래에 발생할 손해를
상쇄하기 위한 자원을 현재에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이 점에서 사전배려는 미래
에 대한 기대를 넘어, 미래를 예상하면서 현재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반응형태
4) 국가과제의 이러한 변화에 관해서는 D. Grimm, Die Zukunft der Verfassung, in: U. K. Preuß, Zum Begriff der Verfassung, 1994, S. 277 이하, 281 이하 참고.
5) ‘사전배려’가 국가과제, 국가성격 및 국가권력의 변화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에 관해서 는 F. Ewald, Der Vorsorgestaat, 1993 참고. 또한 사전배려 중심의 예방국가의 형성 과 관련해서는 E. Denninger, Der Präventions-Staat, in: Kritische Justiz, 1988, S. 1 이하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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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미래의 불안전에 대항하려는 일반적 의미의 사전배려는 종교나 도덕 또는
전통적 가족제도와 같은 보편적 제도가 사회적 의미를 상실하거나 해체되면서
개인의 시간적 행위지향이 과거로부터 미래로 옮겨가는 근대사회의 전형적 속성
에 속한다. 즉, 현재를 과거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미래를 출발점으로 여기는 근
대적 시간의식에서는 미래가 시간적 차원을 주도하고,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형성하고자 한다.6) 이에 반해 국가과제의 측면에서 사전배려는 새로운
형태에 속한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전통적인 의미의 국가는 법을 보장하는 국가
로서 현재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법을 생산하고 법의 효력을
보장함으로써 기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곧 국가의 과제이다. 그러나 국가
가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국가는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가해질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구체적 위험보다 훨씬 앞선 단계에서 이미 사전배려 활동을 하
게 된다.
이러한 사전배려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위험차단과 관련된 법이
다. 경찰법적으로 위험은 어떤 사건의 경과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찰법적 보호
법익(생명, 건강, 재산, 공공의 안전 등)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
이 있는 행동 또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때 충분한 개연성이란 생활경험에 비추
어 위험이 현실이 될 근거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점에서 고전적 이해에
따르면 과거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범위 내에서만 미래를 고려
한다. 즉, 장래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충분한 개연성의 척도가 되는 생활경험은
과거를 통해 축적된 지식이며, 따라서 생활경험은 언제나 과거에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미래에 다시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전통적 모델에서 미래는
과거의 재생산이고, 경찰활동은 이미 주어져 있는 질서의 집행으로 경험된다.7)
그러나 경찰활동이 사전배려라는 사전단계로 중심이 옮겨지게 되면, 과거에 축
적된 지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 미래는 더 이
상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고, 예측에 기초
해서 사전에 행동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양이 급속
도로 팽창한다.8) 왜냐하면 잠재적 위험요인의 숫자는 눈앞의 위험에 비해 비교
6) 근대 이후의 시간의식의 변화 및 그에 따른 현대의 위험사회 논의에 관해서는 N. Luhmann, Soziologie des Risikos, 1991, S. 56 이하 참고.
7) 이에 관해서는 Gusy, Polizei- und Ordnungsrecht, S. 50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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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57
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술은 국가의 활동에 결정
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정보와 관련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국가
는 한편으로는 기술발전이 생산하는 위험을 통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 스스
로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전배려를 위한 정보의 획득 및 처리 인프
라를 구축하게 된다.
그렇지만 사전배려라는 새로운 국가과제는 이 국가과제가 형성된 원인 자체에
비추어 볼 때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일단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인간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미래에 대한 사전배려 역시 불확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사전배려를 통
해 통제하고자 하는 위험의 질과 양에 비추어 국가의 사전배려는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환경이나 경제의 문제는 결코 한 국가단위에서
통제될 수 없다. 더욱이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같이 사회 내에 형성된 거대세력들
의 권력은 명령과 금지를 통한 고전적 법형식으로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정
도로 강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사전배려는 특히 범죄현상에 집착하
는 경향을 보인다. 범죄는 다른 거대한 위험요인들에 비해 훨씬 더 가시적인 위
험이고, 범죄에 대한 공포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배려 활동은 쉽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중범죄에 대한
정보는 국민의 정서를 강력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범죄예방을 위한 국가의 사전
배려는 그 어느 영역보다 확실하게 국가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가시화하기 좋은
영역이다. 그래서도 범죄투쟁은 국민의 ‘안전감’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
이다.
문제는 사전배려와 예방에 지향된 국가과제 자체가 그렇듯이 범죄로부터의 안
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배려는 자유와 자유의 한계에 대한 전통적인 기준을 상
당부분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사전배려가 미래의 불확실성과 관련을 맺는 한,
예방적 사전배려는 법률에 명확히 규정된 불법과의 관련성으로부터 탈피하여,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
게 된다. 이로써 민주적 헌법국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자유의 주체로서의
8) 경찰법의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서는 서정범/박병욱, 경찰법상의 위험개념의 변화에 관 한 법적 고찰 - 전통적 위험개념의 작별(?) -, 안암법학 36권, 2011, 91면 이하, 99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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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개인은 자신이 단지 합법적으로 행위한다는 이유로 국가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 어렵게 된다. 즉, 사전배려를 통한 ‘안전’의 확보를 위해서는 더 이상 국가로
부터의 안전이 아니라, 국가를 통한 안전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전통적 의미의 자유는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된다.9)
이와 같이 시간의식의 변화 및 생활세계 전반에 걸친 위험의 증대로 인해 예방
적 국가활동이 확대되고, 이를 위해 국가의 정보수요가 확장되고, 이러한 수요에
현대적 정보기술이 부응한다는 시퀀스는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
러난다.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그 침해의 강도와 폭력의 가시성에
비추어 가장 강력한 수단이 형사사법을 통해 실현된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전반
이 자유의 한계설정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도구가 될 때에는 형
사사법 자체뿐만 아니라, 법질서 전체의 변화와 그 문제점을 가장 뚜렷하게 인식
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도 형사사법의 변화는 곧 국가질서와 헌법질서 자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금석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서 아래의 논의는 ‘자유와 안전’이라는 전통적 주제를
형사사법의 변화에 비추어 검토해보고자 한다. 특히 최근의 정보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형사사법과 결합되는 양상과 그로 인해 ‘자유와 안전’의 관계에 비추어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정보기술의 발전
과 형사사법의 변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상황을 서술(2)하고, 정보기술의 위
상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형성가능성과 헌법적 단초
를 탐색한다(3). 그 다음에 변화의 기치에 해당하는 ‘안전’이 사회학적으로 어떠
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즉 ‘안전의 사회학(Soziologie der Sicherheit)’을 간략
히 서술한다(4). 이러한 전제 하에 ‘자유와 안전’이라는 주제의 진원지에 해당하
는 헌법이론의 관점에서 양자의 관계를 조망하여, 자유와 안전의 조화가능성을
탐색하면서, 안전이 법질서의 한 축을 구성할 경우, 법치국가의 전통과 어떤 식
으로 마찰을 겪게 되고, 어떠한 난점을 야기하는지를 간략히 살펴본다(5).
미리 밝혀두지만, 이 글은 형사사법이 발달된 정보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퇴행적 인식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정보기술은 다른 그 어느 기술보다 보
편주의를 강화했다. 즉,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를 엄청나게 확산시켰고, 다른 어떤
9) 이를 지적하고 있는 Grimm, Die Zukunft der Verfassung, S. 28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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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59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 점에서 정보기술은 사적 영역
에서도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했고, 국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과제까지 안
고 있다. 정보기술은 당연히 범죄에도 사용되고, 새로운 범죄형태를 생산하는 계
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그러한 기술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다만 홉스식의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됐든, 로크식의
통제된 리바이어던이 됐든 국가는 처음부터 개개의 시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
도로 강한 존재이다. 그래서도 국가는 언제나 통제의 대상이고, 통제의 근거는
시민의 자유보장이다. 이 점에서 국가과제의 변화에 따른 안전정책이 정보기술
을 활용할 경우, 그 가능성과 한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형사사
법의 발전’은 형사사법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의 자유보
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아래의 서술이 안전과 안전의
문제점에 집중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개개의 과학기
술이 형사사법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문제점 등은 각론의 몫이다. 따라서 서론은
각론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전체 주제에 담겨진 폭넓은 스펙트럼 가운
데 몇몇 부분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그 때문에 아래의 서술은 조금은 반복적이면
서, 동시에 만화경(kaleidoscope)과 같은 성격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Ⅱ. 정보기술의 발전과 형사사법
서막은 놀라움과 경탄이었을지 모른다. 한계를 모르는 정보의 흐름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정보기술의 발전 말이다. 하지만 근대의 과학발전에 따른
기술발전은 늘 그랬다. 놀라움과 경탄은 잠시일 뿐 어느 순간 모든 것은 일상화
된다. 정보사회 역시 그렇다. ‘미래 정보사회’라는 표현이 난무하기 시작한 게 언
제쯤이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보사회는 이미 익숙한 현재이다. 당연히 모
든 기술발전이 그렇듯이 정보기술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상태에 영향을 미
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에도 변화를 촉발한다. 현대사회의 규범적 구조의
핵심인 법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도 정보와 관련하여 과연 법이 어떤 식으
로 대응하고 어떠한 규범을 창출하며 그것이 기존의 법적 구조와 어떠한 상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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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계를 갖고 어떠한 마찰을 빚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정보사회의 ‘정신’에 해당
하는 특성들을 잠시 살펴보아야 한다.
- 정보와 데이터의 구별
정보사회의 특성들을 살펴보기 전에 미리 개념적 차원에서 정보가 무엇인지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보와 데이터를 딱히 구별하지 않는 일반
적인 언어사용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일단 데이터는 기호(숫자, 문자 또
는 상징)이다. 다시 말해 정보를 담고 있는 형식에 저장 또는 고정되어 있는 기호
이다. 이에 반해 정보는 해석활동을 거쳐 데이터의 내용으로 확인된 결과를 뜻한
다.10) 따라서 데이터는 정보의 ‘재료’ 또는 ‘잠재적 정보’로서, 이 재료로부터 생
산되는 비물질적 가치가 정보이다. 이 점에서 정보는 현실 또는 현실 속의 사건
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상태에 대한 지식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송신자가 다수
의 수신자에게 전달한 똑같은 데이터일지라도 수신자가 이 데이터로부터 도출하
는 정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물론 일상언어에서는 정보와 데이터를 이렇게
엄격하게 구별하지는 않는다.
- 멀티미디어의 시대
21세기 정보사회에 대한 연구에서 ‘멀티미디어(Multimedia)’라는 단어만큼
적절한 표제어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총괄개념은 원래는 개별적 독자성
을 갖는 기기들인 TV, 전화, 컴퓨터 등을 하나의 통일적 전체로 융합시키는 기
술발전의 산물이다. 멀티미디어를 통해 언어, 텍스트, 그래픽, 소리, 통신, 오락
기계, 컴퓨터 등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하는 상태에 도달했다. 전통적인 매스커뮤
니케이션과는 달리 멀티미디어의 영역에서는 미디어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상
호작용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즉, 멀티미디어 사용자는 단순히 정보의 수용에 그
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서비스 제공자 또는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사용자와 적극적인 상호작용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 정보
10) ‘정보’와 ‘데이터’의 구별에 관한 전반적 논의로는 M. Albers,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2005, S. 87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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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61
기술과 데이터응축기술의 발전은 시청각기술을 급속하게 발전시켰고, 사용자 친
화적인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기술전문가가 일반인의 정보기술 접근성을 엄청나
게 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WINDOWS와 같이 사실상 기술과 관련된 전문성을
일반성으로 대체할 정도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즉, 누구나 정보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정보기술의 총아로 여겨지는 인터넷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통신미디어로 떠올랐고, 이와 관련된 기술 및 그 접근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 양상과는
별개로 기술발전을 통해 정보의 생성, 조사, 교환 등 정보를 둘러싼 활동이 엄청
나게 확대될 뿐만 아니라, 생활영역의 중심부를 구성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정보기술의 특성은 정보기기가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어떠한 컴퓨터를 경
로로 삼아 개별 IP-Adress로 고정된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를 사전에 구체적으
로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목표경로를 탐색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보전달매체의 전면적 상용화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
퓨팅(Ubiquitous-Computing)이라는 새로운 생활형식을 창조했다.11) 스마트폰
으로 집약되는 이 기술발전은 데이터의 축적과 정보의 전달에 커다란 변화를 야
기했고, 이러한 변화가 다시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및 정치적 변화를 야기할 것
인지는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보기술을 통해 형성된 사이버공간에서는 몇 번의 마우스클릭으로 공간적 거
리를 극복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장애요인으로서의 공간은 그 의미를 상실
했다. 이제 공간은 주거 또는 체류지라는 개념과 관련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수신자와 발신자가 같은 시점에서 서로 결합된다는 사실일 뿐이다.12) 따
라서 전체의 질서를 규정하는 요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다. 현대의 정보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상호조합체계에 격변을 불러일으켰다. 사
회의 기억장치로서 작동하는 법규범은 일정한 공간적 확정성을 전제로 과거의
11) 유비쿼터스 환경 및 그에 따른 생활형식의 변화와 법적 문제점에 관해서는 정보통신연 구원, 개인의 사생활, 국가적 감시, 그리고 규범, 2006, 246면 이하; 조화순, 정보시대 의 인간안보: 감시사회인가? 복지사회인가?, 2012, 53면 이하 참고.
12) 이에 관한 자세한 서술은 B. Guggenberger, Das digitale Nirwana, 2001, S. 82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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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규범적 결정을 미래로 투사하는 방식으로 ‘시간구속(Zeitbindung)’을 행한다.13)
형법을 예로 든다면 지금 여기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구성요건이 미래에 실현되
면, 지금 여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재가 부과됨으로써 현재가 미래를 구속하는
시간구조를 구축한다. 그러나 정보기술을 통한 공간적 제약의 극복과 시간의 미
래화는 현재로부터 미래를 재단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미래는 현
재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의 발생이 아니라, 무지와 미지의 영역이고, 그래
서 미래는 ‘위험’한 그 무엇일 뿐, 현재를 통해 통제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거 또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규정하는 법적 통제메커니즘은 그 의미
를 상당부분 상실한다.
아무튼 인터넷은 사용자들에게 공간적 경계를 초월하는 자유와 독립성을 가져
다주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으로 칭송된다. 인터넷에 대한
열광은 물론 사기업과 대중매체 등에서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더욱더 확산
되고 있다. 초창기의 인터넷이 좁은 의미의 정보전달의 역할을 담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히려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E-Commerce, 인터넷 마케팅 등)
이 현재의 인터넷을 규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현대적 정보기술들에 대한 찬탄과 열광은 정
보공급의 강화 및 이러한 공급을 이용할 수 있는 수용의 강화가 결코 정보와 관
련된 질적 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디지털시대의 정보는 그 내
용과는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데이터와 사실들을 포함한다. 거의 모든 미디어를
통해 날마다 소비자들에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를 감안할 때, 결정적 요인은 정
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선별력이다. 선별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보는 유용하
기 보다는 오히려 해악이다. 정보가 과잉된 상태에서는 정보의 선택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무엇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로 수용하여 보존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지식이라고 부른다. 지식의
도움을 빌려 비로소 개인적 사용자에게 무용한 정보와 유용한 정보를 분리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지식은 사회화과정에서 형성된 교양
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국민의 교양수준은 양적 측면에서 정보의 증대
가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정보의 선별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
13) 이에 관해서는 특히 N. Luhmann, Das Recht der Gesellschaft, 1993, S. 126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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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63
지는 정보기술이 사용자들의 일반적 또는 전문적 교양의 수준을 상승시켰다는
경험적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 새로운 정보기술과 감시전략
정보화시대가 유발한 극히 부정적인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현대적 기술의 투
입에 관한 공적 논의가 거의 전적으로 정보기술이 가져다주는 성공과 축복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14)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시민의 사적 영역에 대한
위협을 지적하거나 이를 비판하는 입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기술발전 자체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거
나 시대착오적 또는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역비판을 받는다. 이에 반해 전자 데이
터처리기술의 발달이 특히 인격권의 관점에서 야기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을 할지라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
만 조금만 중립적으로 관찰해보면 정보기술의 발전은 이용자의 자유를 확대하면
서도 동시에 시민을 감시하고 조작하기 위한 침해지점이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맥락에서 CCTV를 통해 공공장소를 감시하는 것은 비교적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현재의 기술수준만으로도 이미 인터넷 검색기
능을 통해 불과 몇 초 안에 특정인의 소재지와 이메일주소, 학력 등과 같은 추가
개인정보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보위성을 이용하면 지구 어느 곳이
든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고,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GPS 기술을
이용하여 중범죄를 수사하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 제한되는 조치가 아니다. 이동
통신단말기는 간단한 조작과정을 거치면 도청기능을 갖게 된다. 이동통신단말기
의 위치정보 역시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말해, 명시적으로 감시를
목표로 삼는 한, 현재의 기술만으로 사실상 모든 형태의 감시가 가능하다.15) 당
14)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P. Voss-de Haan, Eine Frage der Balance, in: S. Gaycken(Hg.), Jenseits von 1984. Datenschutz und Überwachung in der fortgeschrittenen Informationsgesellschaft, 2013, S. 27 이하 참고.
15) 정보기술이 감시목적으로 투입될 때 어떠한 극단적 상황에 도달하는지에 관해서는 A.-C. Simon/Th. Simon, Ausgespäht und abgespeichert, 2008; L. Hempel/S. Krasmann/U. Bröckling, Sichtbarkeitsregime: Eine Einführung, in: dies.(Hr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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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연히 개인의 내밀한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어둠이 비밀
을 보호하는 시대도 종말을 고한지 오래다. 야간에도 대상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기기는 이미 값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와 있다. 이제 더 이상 할리우드 영화
와 현실을 구별할 필요가 없는 시대이다. 감시기술과 관련된 이러한 기술적 가능
성에 직면하여 감청이나 여타의 비밀수사조치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일마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될 정도로 기술발전은 상품의 속도구조
가 그렇듯이 신속하게 변한다. 은밀한 대화를 감청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도청기
를 설치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레이저를 발사하여 역
으로 전달된 진동은 다시 특수한 기계장치를 통해 소음을 제거하여 대화내용으
로 번역될 수 있다.16) 이른바 Tempest 기술을 이용하면 컴퓨터들 사이에서 이
루어지는 통신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원거리에서도 컴퓨터에서 발산되
는 전자장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 ‘트로이목마’라고
불리는 첩보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진입하여 저장된
모든 정보를 빼내올 수 있다.
따라서 기술진보는 동시에 감시기술의 진보를 뜻한다. 이 양 측면을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주 간과되곤 하거나 정보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새로운 가능
성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무시되곤 한다. 실제로 기술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유
용성 때문에 개인의 사적영역의 비밀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적영역에
대한 보호를 주장하거나 기술발전에 따른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적 차원에
서도 좋은 선거결과를 얻어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물론 개개의 시민들 스스
로 자신들의 사적 영역의 상당부분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
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들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결정에 따르는 위
험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예컨대
CCTV 설치를 통해 도로나 공공장소에서 범죄적 공격을 당할 위험이 감소될 수
있고, 공적인 안전이 보장된다는 데에 만족감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은
범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무고한’ 시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되고 안면인식장치
Sichtbarkeitsregime. Überwachung, Sicherheit und Privatheit im 21. Jahrhundert, 2010, S. 7 이하, 11 이하 참고.
16) 정보기술의 이 측면 및 이와 유사한 상황에 관해서는 렉 휘태커, 개인의 죽음(이명현/ 노명균 옮김), 201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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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65
를 통해 구체적인 개인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장치를 통해서만 도달가능
하다. 인터넷 서핑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다수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Cookies를
통해 방문자의 컴퓨터에 일종의 스파이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신속한 영업적 처
리를 가능하게 만든다. 인터넷 사용자의 이용내역을 통한 소비행태, 취미 등을
밝혀내는 일 또한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기술일 뿐이다. 문제는 특히 개별적인 데
이터 자체는 한 사람의 인격 전체에 대한 정보가 되지 않지만, 기술사용에 따른
모든 데이터들을 취합할 때에는 한 사람에 대한 프로파일링(Profiling)이 가능하
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정보기술의 뒷면, 즉 감시기술이라는 측면을 인지
하고 있을 때에만 자신의 목적에 비추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까지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이 가능하다.17)
- 데이터뱅크의 시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술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양의 정보를 취합, 저장, 사용 및 처리가 가능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취합하여 인간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고 인간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
성이 대폭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위해 데이터뱅크 시스템이 다각도에서 구축되어 있다.18) 데이터뱅크는 국가, 기
업 또는 여타의 조직이나 사인이 조직적으로 수집된 정보들을 저장하여, 이 정보
들을 관리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정보의 집합체이다. 더욱이 정
보시스템의 표준화를 통해 여러 데이터뱅크들 사이의 연결을 통해 정보교환과
상호검색까지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시스템 내에는 주소,
학력, 운전면허증, 승용차, 여권, 사회보험, 전과기록, 납세, 가족관계 등 개인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이와 함께 특정한 표지를 가진 인적 집
단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뱅크도 설치되어 있다. 경찰의 DNA 분석 데
17)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감시사회의 등장을 이론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감시연구 (Surveillance Studies)’라는, 사회학의 독자적 연구영역이 형성되었다. 이에 관해서 는 D. Lyon, Surveillance Studies. An Overview, 2007; N. Zurawski(Hrsg.), Surveillance Studies. Perspektiven eines Forschungsfeldes, 2007 참고.
18) J. Borking, “2008 - Ende der Privatheit?”, in: H. Bäumler(Hrsg.), Der neue Datenschutz, 2008, S. 283 이하,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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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이터뱅크와 같이 중범죄에 관한 장래의 형사소송에 증거로 이용하기 위해 사전
에 특정한 표지의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도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사적 영역에서도 수많은 종류의 데이터뱅크가 있다. 은행, 보험, 사업장, 여행,
질병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전 영역에 걸쳐 한 개인과 관련된 데이터는 다른 개
인들의 그것과 함께 언제든지 정보로 해석될 수 있는 재료로 확보되어 있다. 당
연히 사인에 의한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은 이미 현재에도 시민의 사적 영역에
대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통제와 감시의 목적으로 정보기술을 투입
할 위험은 이 영역에서도 상존한다. 물론 사인들은 국가와는 달리 강제를 동원하
여 데이터를 수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적 영역에서도 당사자가 전혀 모르는
상태이거나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저장할 가능성
이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의 사용이나 백화점 고객카드의 사용은 현금을 사용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가는 소비행태와 관련하여 한 개인의 프로필
이 작성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다. 개인프로필의 작성은 다량의 데이터
들 속에서 다시 데이터들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개별적 정보를 훨씬 뛰어넘어 소
비자로서의 개인에 관해 극히 상세하고 포괄적이며 현실에 근접한 정보집합체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즉, 카드사용의 시간, 장소, 목적에 대한 정보는 해당하는 고
객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마케팅이 필요하
지 않은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적 영역에서 만들어진 데이
터뱅크들이 사인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감시목적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국가는 별도의 정보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사적 영역에서 수집, 저장된 데이터들을 행정관리나 범죄수사 및 예방
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은 거의 전면적인 감시와 통제에 노출되게
된다.
물론 현재의 전개양상을 두고 ‘Big Brother’에 의한 사회의 전면적 감시와 같
은 음울한 상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19) 무엇보다 데이터의 흐름과 데이터로
부터 정보를 해석하는 기술이 국가의 손에만 장악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리고 사적 영역이든 공적 영역이든 그와 같은 전면적 감시를 추구하고 있는 증거
19) 그러한 과장과 극단화를 피하고 감시기술과 관련된 실질적 논의를 주장하는 입장으로는 S. Gaycken, Die digitale Welt zwischen Freiheit und Sicherheit, in: dies(Hrsg.), Jenseits von 1984, 2013, S. 7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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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67
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수없이 많은 데이터시스템들이 - 당사자들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 구축되고, 다양한 정보들을 결합하여 개인들을 감시하는
‘Little Sister’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의식해야 한다.20) 데이터뱅크시스템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은 단지 이 시스템에 저장 정보들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단 수집된 정보들을 얼마든지 전달하
고 무제한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의 정보에만 국한시키면 별
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일지라도 다수의 정보들을 결합시키면 한 개인의 인격 자
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위험하다. 이에 덧붙여 개인은 그와
같은 데이터처리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자신의 정보에 대한 처리과정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터뱅크 운영자가 자신에 관해 어떠한 정보를 보
유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하면 사인 또는 국가에
의한 정보침해의 확산과 인격권의 지속적 축소에 대한 우려는 결코 암울한 전망
이 아니다.
이 맥락에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인격권에 대한 국가의 침해가 반드시 데이터
처리에 관한 기술자체의 존재 또는 그 문제점에만 기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국가기관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제를 담당하는
인간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광범위하게 정보자원을 활용하여 과제수행의
효율성만을 고려할 때에 시민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인격
권과 같은 개인적 이익은 예컨대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같은 집단적 이익에 희생
되고 만다. 이와 관련된 행태상의 특성은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다. 즉, 일
단 획득된 정보는 그 종류나 방식 또는 이 정보가 획득된 원래의 목적과는 별개
로 장래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광범위하게 저장된다.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현 시점에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사전에
예측을 하거나 장래에 활용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구체적 상황
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정보를 취합하려는 경향은 어느 지점에선가는
관련된 시민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정보보호는
데이터뱅크 운영자의 이익(특히 국가의 이익)과 사적 영역에 대한 보호를 모두
감안하여 법적 및 사실적으로 일정한 균형상태를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20) H.-J. Garstka, Großer Bruder - kleine Schwestern, in: Datenschutz und Datensicherheit, 1999, S.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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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측면에서도 집단적 안전이라는 목적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실천적 조화를 달성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조화를 추구하는 한, 다수의 복리를 위해 개인의
권리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그러한 제한을 감수
할 것인가이다. 이 물음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해주는 일반적 기준
이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한 경계설정은 각각의 부분영역에 따라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헌법국가와 법치국가의 이념을 전제하는 한, 경계설정을
위한 최초의 주소지는 헌법적 고려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 정보기술과 범죄투쟁
컴퓨터시스템은 이윤창출을 위한 경제적 기업이나 여가활동을 위한 사적 영역
의 형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범죄투쟁의 도구로도 투입될 수 있다. 경찰활동
은 정보기술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가정보기관이나 검찰 역
시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활동과정의 자동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
회 전반과 마찬가지로 형사소추나 위험차단의 형태와 활동 역시 변화된 기술적
가능성과 변화된 범죄구조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오늘날 범죄자는 더 이상 지역적
경계에 구속당하지 않으며, 범죄행태 자체가 초지역적이고 국제적이며, 과거에
비해 경제적 관련성도 훨씬 높고 조직화의 정도도 강해졌다. 당연히 범죄 자체가
기술발전을 활용하는 정도도 높아졌고, 기술발전 자체가 새로운 범죄영역을 창
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날의 범죄투쟁은 다음과 같은
2중의 전략을 구사한다.21)
첫 번째 전략은 정보기술 자체의 투입이다. 즉, 디지털기술을 통한 데이터시스
템을 이용하여 대량의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는 특정인 또는 특정가능한 사람의 개인적 및 물질적 상태에 대한
개개의 내용을 말한다. 그러한 데이터들이 데이터뱅크에 더 많이 저장될수록 데
이터뱅크 사용자가 특정인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때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진
다. 예를 들어 성범죄와 관련하여 범인이 범행장소에 남긴 신체적 흔적이 남아
21) 이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은 M. Möstl, Verfassungsrechtliche Vorgaben für die strategische Fernmeldeüberwachung und die informationlee Vorfeldarbeit im allgeminen, in: Deutsches Verwaltungsblatt, 1999, S. 1394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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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69
있고, 그의 DNA 정보가 경찰의 데이터뱅크에 이미 저장되어 있다면, 범인을 추
적하기 위해 더 이상 포괄적 수사를 할 필요 없이 단지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비
교로 충분하다. 순찰이나 검문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찰활동을 통해 조사한 정보
를 현장에서 곧 바로 데이터뱅크에 연결하여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은 이미
극히 일상적인 경찰활동에 속한다. 이와 같이 범죄투쟁이 직접 정보기술을 활용
하는 것은 시간과 인적 자원을 절감하고 경찰활동의 효율성을 현저하게 상승시
키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전략은 국가의 활동이 위험이나 혐의(Anfangsverdacht)보다 훨씬
더 앞선 단계로 옮겨가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22)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법치국가원칙의 구체화단계에 해당하는 형사소송법 및 위
험차단법으로서의 경찰법에서는 구체적 혐의 또는 구체적 위험을 기준으로 개인
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허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가 국
민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범죄의 양상 자체도 시대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기술화, 국제화, 조직화 양상을 보이면서 혐의나 구체적 위험과 같은
침해의 한계선에 구속될 경우에는 법익에 대한 위협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즉, 형사사법 전체가 원인보다는 증상만을 치료한다든가 지속
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정보기술을 범죄투쟁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간다.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사사법의 과제영역을 범
죄 또는 위험의 사전영역(Vorfeld) 또는 주변영역(Umfeld)으로 확장하려는 노
력이 강화되고 있다. ‘예방적 범죄투쟁’, ‘위험의 사전배려’ 또는 ‘무작위적 신원
확인조치(Schleierfahndung)’ 등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인 침해한
계선이 현저히 약화되고, 형사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 한계선이 대폭 낮아지고 있
다는 사실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전영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많은 경우 개인정보의 수집 및 저장과 결부되
기 때문에, 형사사법의 사전영역 활동은 정보의 수집 및 처리를 위한 새로운 기
술의 투입이라는 맥락에서 고찰할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정보활동 자체가 새로
운 정보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투쟁을 위한 두 가지 전
22) M. Möstl, ebd., S.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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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략은 별개의 전략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결합한다. 물론 이러한 결
합은 다시 여러 가지 결과를 낳는다. 즉, 특히 위험차단의 측면에서 사전영역에
서의 경찰활동은 그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로 인해 경찰과 검
찰, 경찰과 정보기관 사이의 관할의 한계가 불투명해지고 서로 중복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형사사법의 이러한 사전단계화가 자유와 안전의 관점에 비추어 전체
법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 문제점 및 문제의 처리를 위한 도그마틱이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는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로 한다.
- 기술의 일상화와 안전
사회의 전반적 분위는 현대적 기술을 동원하여 범죄적 구조나 행동을 효율적
으로 퇴치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디어는 다양한 감시기술을 이
용한 범죄수사의 성공을 찬양할 뿐,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전
파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경향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활한 형사사법과 위험차단은 사회적 공동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정보시스템이나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형
사사법기관은 바로 그러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
지만 정보기술의 축복은 결코 중대한 기본권침해를 전면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
가 될 수는 없다. 국가의 과제와 권한을 확대하고, 이 맥락에서 감시기술을 전면
적으로 투입하면서 아무것도 감출 게 없는 ‘선량한’ 시민은 국가의 통제나 감시조
치를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공적 안전을 위한 법률
을 제정할 때, 입법자든 새로운 입법을 필요로 하는 안전기관이든 아니면 미디어
이든 모두 그러한 안전법률이 오로지 범죄자를 지향할 뿐, 선량한 시민은 이로인
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선량한 시민의 안전이 더욱 강화되
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공공의 복리와 안전을
위해 제정된다는 그러한 법률에 따라 상당히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노출될지라도
여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23) 더욱이 일반 국민들은
특정한 흉악범죄를 사회 전체로 투사하여 이를 일반화하고, 동시에 자신들의 안
23) 이러한 경향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드러내는 R. Hamm, Bürger im Fangnetz der Zentraldateien, NJW 1998, S. 240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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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71
전감정을 침해하는 위협상황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24) 그
러나 데이터뱅크시스템이든 이를 이용한 저인망식수사든 아니면 공공장소의
CCTV든 현대적 기술을 동원한 수사기법은 모두 범죄자와 비범죄자, 혐의가 있
는 자와 혐의가 없는 자를 구별하지 않고 투입되며, 사실상 모든 사람이 혐의자
인 상태에서 혐의가 없는 자들을 확인하여 이들을 필터링하는 방식으로 구체적
인 혐의자 및 범죄자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즉, 우리 모두가 혐의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실을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던 시민도 어떤 계기에
서 형사사법의 활동을 자신에 관한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거나, 어떤 의미에서
든 정보의 그물에 걸려든 사실을 안 이후에 비로소 자신들의 자유나 기본권에
관한 침해를 의식하게 된다. 이럴 때에야 비로소 지금까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하던 공공의 안전이라는 가치에 대한 회의가 발생한다. 이 점에서 감출 게 없다
는 선량한 시민들의 의식 배후에는 일종의 이중모럴이 감추어져 있다. 즉, 실제
로는 누구나 공적 영역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을 위해 그러한 비밀이 드러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이중성
이 존재한다.
현대의 정보기술은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안전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지도 모른다. 즉,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향유
하게 되는 이익의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전면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형사사법과 정보기술의 발전의 상관성에 대해 그런 식의 결론은
결코 최후의 결론이 될 수 없다. 극단적인 결론이 최상의 설득력을 갖는 경우는
없다. 물론 감시기술이나 데이터뱅크 등이 야기하는 개인영역에 대한 침해 가능
성을 아예 기술 자체를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는 없
다. 그러한 반기술주의는 기술맹목성만큼이나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다. 거의 대
부분의 산업사회는 이제 정보기술의 사용이 없이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
이다. 문학적 상상력까지 동원하자면 ‘병 바깥으로 빠져나온 유령을 다시 병 속
에 억지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25) 따라서 결정적인 측면은 정보
24) 범죄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전개양상을 진단하고 비판하는 K.-L. Kunz, Innere Sicherehit und Kriminalitätssorge im liberalen Rechtsstaat, in: ders., Bürgerfreiheit und Sicherheit, 2000, S. 60 이하 참고.
25) D. Brin, The Transparent Society, 1998, 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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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화시대의 인간이 과연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전 이전부터 이미 폭력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가 정보기술까
지 장착한 경우 있을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의식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국가와 기술발전 사이의 상관성은 법학의 영역에서는 자유와 안전을 둘러싼 전
통적인 논의의 지평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Ⅲ. 정보기술에서 감시기술로? - 기술발전과 법질서
시민의 자유를 출발점이자 목적론적 종착점으로 삼고 있는 현대의 민주적 헌
법국가가 과연 얼마만큼 국가의 통제를 필요로 하고 또한 어느 정도의 통제를
견뎌낼 수 있는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과학 전반뿐만 아니라, 법학의 논의에
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이다.26) 법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행위
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무엇보다 범죄학과 형법학의 연구대상이다. 이와 동시에
이 문제는 시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규정, 즉 기본권의 토대와 효력
을 둘러싼 헌법적 연구의 핵심대상이기도 하다.
국가가 감시를 목적으로 기술적 수단을 투입하는 문제는 이러한 문제영역의
한 부분이다. 이 문제영역은 특히 투입되는 기술적 수단의 지속적인 발전과 확장
을 특징으로 삼고 있고, 더욱이 - 앞에서 지적한 대로 - 최근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이고 급속한 발전은 국가가 사용하는 기술적 수
단의 양과 질이 엄청나게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발전경향에 대한 법적
평가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투입되는 기술들의 기술적 특
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투입되는 기술들이 야기하는 상황 전반에 대한 검
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국가의 통제기술의 변화를 법적 관점
26) 이에 관해서는 특히 C. Callies, Gewährleistung von Freiheit und Sicherheit im Lichte unterschiedlicher Staats- und Verfassungsverständnisse, Deutsches Verwaltungsblatt 2003, S. 1096 이하; H. Dux, Globale Sicherheitsgesetze und weltweite Erosion der Grundrechte. Statt “Feindstrafrecht” globaler Aufbau demokratischer Rechte, ZRP 2003, S. 189 이하; W. Hoffmann-Riem, Freiheit und Sicherheit im Angesicht terroristischer Anschläge, ZRP 2002, S. 497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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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73
에서 평가하고자 할 때에는 결과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와
형사소추와 범죄예방과 관련하여 기술사용을 통해 의도하는 결과 사이에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형량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본적으로 사법과 법학에 대한 분석은 사후적이고 과거지향적으로 이루어진
다.27) 다시 말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거나 기능을 확대한 이후에 비로소 그것
이 사법과 법학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와 관련된 기술적 장치와 관련된 논의의 형식은 안전과 자유(예컨대 프라이
버시)의 양극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불균형을 전제하게
된다. 물론 이상적인 상황을 전제한다면 ‘법을 통한 기술의 조종’이라는 의미에
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이전의 사전단계에서 법적 평가가 기술도입의 형성
과 조종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28)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기
술조종의 여지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새로운 감시기술
이미 도입되었거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감시기술의 범위는 지속적
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미 법학적 고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위해서는 - 일단 국가에 의한
감시에 집중하고, 예컨대 기업이나 다른 사적 제도들에 의한 사회통제는 여기에
서는 배제한다는 전제하에 - 각각의 기술들은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의 기술들은 명시적으로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개발되고
투입된 기술들이다(좁은 의미의 감시기술). 두 번째 그룹은 원래의 사용목적은
감시와 통제와는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사용방식이 개인관련 정보를 조사, 처리
및 이용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감시와 통제에 투입될 수 있는 기술들이다(넓은 의
미의 감시기술). 물론 두 그룹을 항상 뚜렷하게 구별할 수는 없으며, 어떤 경우에
27) 물론 ‘환경영향평가’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전적 평가를 시도하지만, 이 경우에 는 늘 ‘불확실성’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 또는 기술과 관련된 평가의 사후적 속성에 관해서는 A. Roßnagel, Rechtswissenschaftliche Technikfolgenforschung. Umrisse einer Forschungsdisziplin, 1993, S. 14 이하 참고.
28) 이에 관해서는 P. Scholz, Datenschutz beim Internet-Einkauf. Gefährdungen - Anforderungen - Gestaltungen, 2003, S. 346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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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는 하나의 기술이 두 그룹 모두에 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이 두 가지 그룹
을 분리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기술들이 좁은 의미의 감시기술에 속한다.
-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
-
신분증에 바이오메트리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
-
자동 승용차 인식장치
-
DNA 정보 저장
-
통신내용에 대한 감시기술 사용의 확대. 통신감시는 전통적으로 형사
소추의 영역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투
입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다.
-
GPS를 통한 위치추적시스템
-
형사사법기관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지원하는 기술들. 이 기술들은 새
로운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지만, 수집된 기존의 정보들을 사실상 통
제를 목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보처리시스템이다.
국가에 의한 통제와는 관계없이 주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구축된 정보처리시
스템이 국가기관의 통제목적에 적합한 경우에 해당하는 넓은 의미의 감시기술에
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통신데이터의 수집과 저장: 통신회사는 원래 이동통신 가입자의 통신
서비스 이용료의 산정을 위해 가입자의 통신내역을 수집 및 저장한
다. 저장된 데이터는 형사소추의 목적으로 이용된다.
- 은행 및 금융기관의 계좌정보: 형사사법기관은 은행과 고객 사이의
사적인 계약관계의 범위 내에서 성립한 데이터들을 증거목적으로 탐
문할 수 있다.
- 건강보험시스템에 구축되어 있는 환자에 관한 정보 또는 기타 의료관
련 정보를 형사소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 RFID 칩을 감시기술에 통합시키는 경우: 이 새로운 기술이 어느 정
도까지 국가의 감시 및 통제시스템 내부로 편입될 수 있을지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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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75
까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개개의 RFID 칩에 저장된 고유정보의 일회
성으로 인해 사후추적이 완벽하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
와 관련하여 커다란 남용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도로통행료 자동 산정 시스템(이른바 Hi-pass): 이 시스템을 통해
수집되는 위치정보는 승용차 및 운전자의 이동정보와 체류지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데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사법기관은 어느 그룹에 속하는 감시기술인지를 따지지 않고
각 기술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처리능력을 형사소추와 범죄예방에 최대한 활용
하고자 한다. 즉, 특정한 기술이 처음부터 명시적으로 감시목적에서 도입된 경우
라면, 이 기술을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거나 그 기능을 확대하고자 하며
동시에 다른 기술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지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더 이상 수동시스템이 아니라, 자동시스템을 통해 비교 확인되
고 있고, 다수의 CCTV의 연결망을 통해 감시대상자들의 이동방향을 지속적으
로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바이오메트리를 통한 안면인식장치를 CCTV
에 통합시키면 곧바로 수사목적의 데이터뱅크를 통해 피의자의 신상확인이 가능
할 것이다. 형사소추기관이 다양한 감청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통신
감시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 속한다.29)
하나의 기술이 다른 목적을 위해 도입된 경우라 할지라도, 감시를 위해 이 기
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일단 인식되기만 하면 형사사법기관은 곧
바로 그러한 기술을 통해 집적된 정보나 새로 수집된 데이터들을 형사사법의 목
적을 위해 활용하고자 시도한다. 도로통행료 자동 산정 시스템에서 수집된 정보
는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보기에 속한다. 영국 런던의 경우 통행료 산정 시스템
을 처음에는 도심으로 유입되는 차량들의 표지판을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전용되
다가, 그 이후에는 운전자를 식별하여 식별정보를 경찰 데이터뱅크에 연결시켜
데이터를 비교하는 데까지 사용되고 있다.30) 속도제한 목적으로 설치된 고속도
29) 이에 관해서는 독일 형법과 형사소송법과 관련된 C. Krüpe-Gescher, Die Überwachung der Telekommunikation nach den §§ 100a, 100b StPO in der Rechtspraxis, 2005; D. Kohlmann, Online-Durchsuchungen und andere Maßnahmen mit Technikeinsatz: Bedeutung und Legitimation ihres Einsatzes im Ermittlungsverfahren, 201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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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로의 CCTV를 안전벨트 미착용시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삼는 조
치도 이러한 전용과 확대에 해당한다.
- 감시기술과 기본권
(1) 감시와 정보적 자기결정권
감시기술의 목적은 특정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시점에서 모
든 감시시스템 사용자에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가 알려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시기술의 투입은 최소한 특정한 사건 - 예컨대
통신참여자에 대한 수사절차 - 과 관련하여 이 사건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확
인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사용되는 감시기술 시스템은
이미 그 존재 자체가 개인정보의 수집 및 처리와 관련을 맺는다. 이 측면에서 기
술시스템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기본권이 직접적으
로 적용되는 영역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헌법재판소가 발전시킨 기본권으로서의 정보적 자기
결정권(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도그마틱을 원용할 수 있다.31) 독
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83년의 판결을 통해 국민이 자신의 개인적 데이터를 타
인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정보적 자기결정권으로 규
정했다. 그 이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이론은 정보적 자기결정권이라
는 독자적 기본권을 발전시켜왔다.32) 이 기본권은 당사자의 동의 또는 이 기본
권에 우선하는 공적인 이익을 충족하기 위한 법률이 있을 때에만 제한될 수 있
30) 이에 관해서는 M. Townsend/P. Harris, Security role for traffic cameras. London's new chargeing zone helps to form ‘ring of steel’ guarding capital aginst al-Queda bombers, The Observer 2003. 2. 9. 참고.
31) 정보적 자기결정권에 관해서는 정태호, 개인정보자결권의 헌법적 근거 및 구조에 대한 고찰, 헌법논총 제14집, 2003, 401면 이하; M. Albers,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2005 참고.
32) 자세히는 S. Simitis, Kommentar zum Bundesdatenschutzgesetz, 5. Aufl., 2005, S. 30 이하; E. Denninger, Das 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und Innere Sicherheit. Folgerungen aus dem Volkszählungsurteil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in: Kritische Justiz 1985, S. 215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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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77
다. 또한 개인정보를 활용할 필요성이 명확한 경우이어야 한다. 정보처리의 목적
은 정확히 규율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한 목적규정의 범위 내에서만 정보사용 및
처리가 허용된다. 이와 함께 정보의 권력분립에 따라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한 개
개의 정보처리영역은 기술적 및 조직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
인정보를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처분하여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
하고자 한다. 또한 정보처리시스템은 개인정보를 가급적 수집 및 활용하지 않거
나, 최소한으로 수집 및 활용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한다(최소침해의 원칙).
그리고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적이고 동시에 당사자로부터 직접 수집해야 한다
(투명성원칙). 당사자는 자신에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탐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동의를 하기 전에 자세한 설명을 받아야 한다. 끝으로 당사
자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프로필을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법적 형량과정 - 그 필요성과 문제점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본권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제
한이 가능하다. 사회와 국가에서의 공동생활은 어쩔 수 없이 정확하게 규정된 개
별사례에 비추어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각 기본권의 종류와 비중에
따라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 제3자의 기본권 또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는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런 이유에서 정보적 자기결정권 역시 완벽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원칙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일 뿐이다. 이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독일 연방헌
법재판소 역시 더 상위에 있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적 자기결정권
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한다. 데이터사용의 필요성과 데이터의 회피 및 데
이터절약의 원칙은 언제나 각각의 침해가 의도하는 목적에 비추어 볼 때에만 그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 대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수집 또는 사용되었는지를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그러한 공개
가 공공기관의 과제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거나 공공의 안전
과 질서를 위협하는 경우 또는 데이터를 비밀에 부쳐야 할 법적 근거가 있는 경
우에는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규칙들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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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형량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은 서로 갈등관계에 있는 권리 또는
헌법적 가치들의 ‘실천적 조화(praktische Konkordanz)’를 통해 각각의 권리와
가치들이 모두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도한다. 그렇지만 구체적 사례에서 그와
같은 조화가 불가능하다면, 결국은 형량(Abwägung)을 통해 어떠한 기본권이
후퇴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로 민사법 도그마틱에서 발전된 이익형량이라는 개념은 그 사이 헌법적 차
원에서도 갈수록 더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비례성원칙은 헌법적 형량과
정의 기준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헌법학문헌에서는 지금까지 절대적 가
치로 여겨진 기본권들 역시 형량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더 높은
비중을 갖는 다른 가치나 기본권을 근거로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33) 인간존엄과 같은 몇몇 절대적 가치들은 형량결정에서 배제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과는 별개로, 형량에 따른 결정 자체는 분화된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
이다. 하지만 정보적 자기결정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왜냐하면 이 기본권을 형량과정에 끌
어들이게 되는 한, 이미 중범죄와 관련된 안전, 위험예방 및 형사소추라는 이익
보다 정보적 자기결정권이 우선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이패스 데이터나 고속도로 CCTV에 포착된 데이터와 관련하여, 살인사
건이나 중상해죄의 형사소추라는 이익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이익
을 행위시점에 고속도로를 이용한 사람들(잠재적 행위자)의 정보적 자기결정권
과 형량하게 되면 후자가 더 높은 비중을 갖는다고 보기는 몹시 어렵다. 이는 단
순히 정보적 자기결정권의 운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라는 이익이
다른 이익과 형량의 저울 위에 올라서게 되는 상황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의 5 참고).
이러한 결과에 대항하여 시야를 너무 개별사례인 범죄행위에만 고정시키는 것
은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있다. 이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정보적 자기결정권
을 최초로 확인한 1983년의 판결에서 정보적 자기결정이 개인의 권리일 뿐만
33) 이에 관해 자세히는 P. Lerche, Übermaß und Verfassungsrecht. Zur Bindung des Gesetzgebers an die Grundsätze der Verhältnismäßigkeit und der Erforderlichkeit, 1999; W. Leisner, Der Abwägungsstaat. Verhältnismäßigkeit als Gerechtigkeit, 199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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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79
아니라, 모든 민주주주의 사회의 구조적 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민이 자신들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떠한 계기로 알고 있는지를 스
스로 모르는 사회질서와 법질서는 정보적 자기결정권과 합치할 수 없다. 일탈
적 행동방식이 언제든지 알려지고 하나의 정보로서 지속적으로 저장, 사용 및
교부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러한 행동을 가급적 피하려고
하게 된다. 그런 상태는 개인의 발현기회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동선마저도
침해한다. 왜냐하면 자기결정은 시민의 활동과 참여에 기포한 자유민주주의 공
동체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34)
이와 같이 정보적 자기결정을 민주주의사회의 커뮤니케이션적 측면과 결합시
키면 이 기본권에는 특별한 비중을 부여하게 되고, 형량과정에서 이 기본권이 갖
는 의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사실상 법적 논의에서 그
러한 효과를 감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정치적으로도 범죄 또는 전반적인 안전
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민주주의와 같이 공동체의 전제가 되는 상위의 가치를 직
접적으로 원용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35) 따라서 형량은 정보적 자기결정
권의 초개인적, 미래지향적, 객관적 관점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 해결의 실마리들?
이와 같이 구체적으로 해당하는 법익(개인의 정보적 자기결정권)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위험과 ‘조우’하게 되면 구체성은 추상성 앞에
서 무력해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보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침해와 같이 형량 자체를 거부하는 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추상적
34) BVerfGE 65, 1; 이에 관해 자세히는 E. Denninger, Das 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und Innere Sicherheit, ebd., S. 220 이하 참고.
35)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A. Roßnagel/A. Pfitzmann/H. Garstka, Modernisierung des Datenschutzrechts. Gutachten im Auftrag des Bundesministerium des Innen, 2001, S. 38 이하, 5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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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이익과의 형량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은 중요
한 기본권이고 자유주의국가의 구성요소이지만, 국가가 감시기술을 사용하여 이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와 법질
서에 미칠 영향을 형량과정에서 적절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적절한 여지를 사전에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투입할 때에는 더욱더 그렇다.
왜냐하면 기술을 개발하거나 투입하는 단계에서 전체적 관점을 고려한 변경이
가능하지만, 일단 도입이 되고나면 나중에는 더 이상 철회할 수 없는 기술적 표
준으로 정착하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는 정보기술의 도입에 관한 입법자의 ‘현
명한 판단’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충족되기 어려운 기대이
긴 하지만, 특정한 기술을 도입할 경우, 시민의 구체적 권리에 대한 제한을 넘어,
전체 사회의 측면에서 어떠한 결과를 빚을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
주적 입법자의 몫이다.
(1) 구체적 차원과 전체적 차원의 충돌
개인이 정보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통해 겪게 되는 불이익은 그러한 침
해가 유발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침해와는 다른 차원에 속하는 문제이다. 따라
서 개개의 침해 또는 새로운 감시기술들의 도입이 아니라, 감시기술과 관련하여
국가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감시가 자유주
의 국가에서 넘어서서는 안 될 ‘절대적’인 헌법적 한계를 규정하기 위해 법적 방
법을 동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버리는
판옵티콘(Panoptikon)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는 현실에 가까운 해결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술적 통제
도구의 변화 및 감시의 확대는 점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미 도입되었거
나 현재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모든 감시도구들 전체를 법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법적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법원의 판결은 개별사례를 출발
점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재판에 연루된 당사자는 다수의 감시기술
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감시기술들이 적용된 경우라 할지라도 사
회 전체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는 불가능하다. 추상적 규범통제와 같이 상당히
객관법적 성격에 초점을 맞춘 절차도 절차의 대상은 구체적인 법률일 뿐이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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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81
시와 관련된 모든 조치들을 총괄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한다.
이론 역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물론 입법자는 모든 정보
를 등록하거나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정보의 상당부분을 프로파일링하는
것 자체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한다(개
인정보보호법). 그렇지만 사법부는 어느 경우에 금지되는 부분 프로파일링에 해
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고, 상당부분 개별사례에 대한 경
정에 국한될 뿐이다.36) 이론 역시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즉, 한 개인
의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감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확정할지라도, 구체적인 사
례에 비추어 그러한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결정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다. 이
러한 딜레마는 사회 전체의 안전과 같은 추상적 차원의 ‘법익’을 고려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이 점에서도 구체적 개인의 권리와 구체적인 처분이 이
구체성의 차원을 넘어 추상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는 과
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는 전적으로 입법자의 몫이지만, 일단 안전을 위한 정
보기술의 활용이 물꼬를 트게 되면, 그와 같은 전체적 분석의 길을 걷는 일은 사
실상 불가능하다.
(2) 개별적 침해에 관한 형량의 절대적 한계
이에 대한 대안은 개별적 침해 자체를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선언하여 형량에
서 아예 배제하는 방법이다. 이는 개벌 법률의 차원이나 헌법적 차원에서 얼마든
지 가능하다. 전자의 경우 입법자가 데이터의 사용목적을 고정하고, 이로부터 벗
어나는 경찰법적 또는 형사소송법적 권한부여에 기초한 데이터수집 등을 처음부
터 배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하이패스 데이터를 형사사법기관이 사용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법률의 차
원에서 명시적으로 전면적 금지를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법률규정 자
체는 사법과 행정을 구속할 수 있지만, 입법자에 의해 언제든지 개정될 수 있다
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특정한 범위 내에서 형량 자체를 헌법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입법자
36) 이러한 비판에 관해서는 E. Denninger, Das 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 und Innere Sicherheit, ebd., S. 22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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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의 차원에서
인격의 핵심영역(Kernbereich)이라는 기준을 통해 기본권의 본질에 대한 침해
를 부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37) 이를 통해 법률 또는 법률에 따른 조
치가 극히 개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영역을 침해하여 사적인 생활형성의 핵심
영역을 침해할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경로 역시 -
핵심영역 또는 기본권의 본질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은 접어두더라도 - 통
상의 법률해석과는 달리 사회공동체의 투쟁영역이자 기본적으로 사법적 형식에
구속되는 헌법재판제도를 경유하기 때문에,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개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헤쳐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3) 법을 통한 기술조종
앞에서 서술한 법적 평가의 근본적 문제점은 개별사례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
인 형량에서는 각각의 침해가 갖는 전반적인 결과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법은 문제를 각 감시기술의 기술적 형성의 차
원으로 옮겨 논의하면서, 기술 자체를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적에 엄격히 구속되
도록 적절한 수단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로든 하이패스 데이터의 목적
(통행료징수)구속성을 법률에 명시하는 경우가 이러한 방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의회의 입법자가 얼마든지 법률을 변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만 기술
자체의 형성을 통행료징수와 같은 특정한 목적에 국한시킬 때에는, 다른 목적으
로 그러한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에, 간접적으로는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와 같은 기술적 차원의
보장책은 사인 또는 공공기관이 남용목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으로 그러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맥락에서는 특히 데이터의 목적을 변경하는 것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
어를 포괄적으로 변경시키는 작업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그러한 기술적 보호장
치를 통해 법적 메커니즘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목적구속성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현대의 모든 기술발전이 그렇듯이 특정
37) 기본권의 핵심영역 또는 본질적 내용에 관해서는 김대환, 기본건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 지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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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83
한 시점에서 기술은 아주 짧은 시간에 다른 기술로 대체되고, 기존의 기술이 갖
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는 곧바로 다른 기술에 의해 실현되거나 보충된다. 이 점
에서 법질서는 기술발전의 뒤를 쫓아다니는 역할을 맡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기
술에 의해 야기된 문제는 다시 기술에 의해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
지로, 목적구속의 실현을 위한 기술 역시 다른 기술에 의해 더 이상 목적구속성
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 투명한 정치적 형량과정의 수단으로서의 기술형성
정보적 자기결정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정보보호기술의 투입이 곧 형량과정
을 피하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감시기술에 관한 기
술적 형성에 대한 결정은 그 허용의 한계를 규정하기 위한 헌법적 형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한계 내에서 정치적 논의과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기술적 형성을 사후적으로 변경할 수도 있고, 그러한 변경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감시를 감당할 수
있고 또한 감당하고자 하는지는 헌법적 경계 내에서는 사회적 및 정치적 문제이
지, 결코 법학이나 과학만으로는 대답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도 입법의
차원으로 문제를 옮겨 헌법국가와 법치국가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적 성찰을 거치
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술적 체계형성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은
감시기술을 통한 기본권침해의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입법
자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헌법에 부합하는 기술
의 투입과 관련하여 기술 자체를 일정한 방향으로 형성하는 작업은 중요한 장점
이 있다. 높은 비용을 투입하여 도입된 감시기술은 결코 단기적으로 변경하거나
커다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된 행위자들(정치가, 형
사사법기관, 기업, 소비자단체, 정보보호위위원회)은 기술시스템의 도입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도를 투명하게 표출해야 한다. 이
러한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투명한 정치적 결정과정은 새로
운 기술의 수용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안전욕구와 자유욕구 사이의 긴장을 완화
시키는 데에도 기여한다. 이 점에서 법을 새로운 기술이 헌법에 합치하는 방향으
로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입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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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하지만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상승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술을 다시
복잡성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형성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기술
자체가 그 원인인 것은 아니다. 사회의 복잡성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일
뿐, 기술은 사회의 환경일 뿐이다. 앞에서 서술한 기술형성의 문제, 형량과 관련
된 문제, 정보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는 모두 사회적 문제이다. 이 사회적 문제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자유보장이라는 전통적인 구조를 견지하지 않고 또한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자유와 대립
하거나 최소한 자유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다고 인식되는 ‘안전’에 관한 커뮤니케
이션이 사회체계의 작동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타
차원에서 전개되는 안전의 사회학을 통해 이 모든 난관의 진원지를 잠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Ⅳ. 안전의 사회학
안전은 서양의 정신사에서는 원래 개인적인 차원과 관련을 맺었다. 즉, 소극적
인 의미에서 걱정과 불안이 없는 행복한 상태를 의미했다.39) 안전이 개인적 차
원을 넘어 국가적 또는 집단적 차원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근대의 현상이다. 전통
적인 질서가 해체되면서 투쟁이 난무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통해 전체질서
의 안전과 이를 통한 개인적 생활조건의 확보는 근대의 서막을 알리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즉, 안전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거이자 동시에 권
리의 박탈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정착하게 된다. 이러한 근대적 안전논리는 토마
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절정에 도달한다. 홉스의 국가철학에서 리바이어던으
로서의 주권자는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다시 말해 시민은 권리포기의 대가로 안전
38) 이는 형사사법뿐만 아니라, 정보보호와 관련된 법제도 전체에 관련된 문제이다. 이 문 제에 대한 인시가 사실적 및 규범적 해결방안에 관한 조망으로는 정보통신연구원, 개 인의 사생활, 국가적 감시, 그리고 규범, 2006, 특히 124면 이하 참고.
39) 안전개념의 역사에 관해서는 M. Makropoulos, Art. Sicherheit, in: Joachim Ritter/ Karlfried Gründer (Hg.):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Bd. 9, Basel 1995, S. 745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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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85
을 획득하고, 주권자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법에도 구속되지 않는
다.40) 홉스 이후 안전의 의미론은 법적, 정치적 정치질서를 정당화하고 또한 이
를 초월하는 선험적 가치가 되었다.
물론 안전 일변도의 국가논리를 극복하고, 시민의 자유보장을 위해 국가활동
을 제한하는 자유주의적 사고 역시 안전과 관련된 계산을 한다. 자유주의의 관점
에서 보장해야 할 안전은 국가의 자기보존이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원칙으로서
의 개인적 자유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41)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거부하는 정
서에서 출발한 존 로크의 자유주의는 안전을 이유로 시민의 자유 자체를 박탈하
려는 시도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자유와의 관련성을 상실할 때에는 그 자체 자유
에 대적하는 자유말살의 상태를 낳는다고 본다. 따라서 자유적 공동체의 안전은
안전을 내세워 자유를 억압하려는 폭군에 대항하여 보장되어야 할 가치가 된다.
즉, 안전은 자유의 안전을 의미할 뿐, 그 자체 독자적인 가치를 갖지 못한다.
‘자유와 안전’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논의는 사실상 홉스와 로크의 국가철학의
지평 위에서 전개되어 왔다. 서론에서 지적한 ‘국가를 통한 안전’과 ‘국가로부터
의 안전’이라는 표제어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
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 자체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
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주도한 것은 사회학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안전은 1차
적으로 사회적 구성의 산물이다. 안전은 이 개념이 지시하는 구체적 대상이나 상
태가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에 따라 안전을 추
구하거나 또는 불안전을 호소하는 역동적 관계에 있다. 특히 모든 사회적 커뮤니
케이션이 중단된 상태, 즉 사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한, 완벽한
안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안전을 부르짖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수록 안전보다는 불안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증폭된
다. 위험사회에 관한 모든 현대적 논의는 이와 같은 ‘안전과 불안전’의 변증법
속에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안전논의가 생산되고, 안전논의가 어떻게
40) 홉스의 국가철학에 관해서는 윤재왕, 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법철학과 국 가철학에 관하여, 원광법학, 2012, 7면 이하 참고. 또한 홉스의 철학을 안전국가의 관 점에서 고찰하는 베르너 마이호퍼, 법치국가와 인간의 존엄, 138면 이하도 참고.
41)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바라 본 안전의 문제에 관해서는 E. Rothschild, “What is Security?”, in: Daedalus 124, 1995, S. 53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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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다시 불안전논의를 재생산하는지를 주제로 삼는다. 이와 같은 사회학적 관점에
서는 안전이라는 실체적 개념보다는 ‘안전화(Securitization)’라는 절차적이고
구성적인 개념을 선호하게 된다.
아래의 서술은 안전의 사회학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안전화’의 개념을 정착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지적 자극을 제공한 코펜
하겐학파(Copenhagen School)의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
이 법체계의 커뮤니케이션과 어떠한 역학관계에 있는지를 미셀 세르(Michel
Serres)의 기생학(Parasitologie)과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체계
이론(Systemtheorie)에 비추어 살펴보기로 한다. 서술의 목적은 국가성격의 변
화나 정보기술의 투입과 관련된 법적, 기술적 문제점들이 사회학적 차원에서도
명백히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 안전화 – 코펜하겐학파의 안전사회학
‘안전화’라는 개념은 1980년대 후반부터 덴마크의 정치학자 올레 웨버(Ole
Waever)를 중심으로 이른바 코펜하겐학파의 연구패러다임의 핵심개념으로 정
착했다. 이 개념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안전개념의 확대를 둘러싼 논쟁에서 매
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42) 논쟁의 요체는 안전개념을 기존의 정치학에서 그랬던
것처럼 군사적 및 국가중심적으로 규정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개념을 환경
재난, 조직범죄 또는 전염병과 같은 현상에도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코펜하겐학파는 이러한 대안에서 벗어나 특정 분과 대신 대상 자체에 따라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했다, 이 점에서 코펜하겐학파는 사회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안전화 활동에 주목하여, 순수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다.43) 이러한 시도를
위해 코펜하겐학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첫째, 코펜하겐학파는 학문적 관점에서 사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안전이고 어
42) 코펜하겐학파의 핵심 텍스트는 B. Buzan/O. Waever/J. de Wilde, Security. A New Framework for Analysis, 1998이다. 코펜하겐 학파에 관한 전반적인 서술로는 B. McSweeney, Identity and Security: Buzan and the Copenhagen School, in: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22, 1996, S. 81 이하 참고.
43) O. Waever, Securitization and Desecuritization, in: R. Lipschutz(Hrsg.), On Security, 1995, S. 46 이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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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87
떠한 문제가 실제로 안전 어젠다에 속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다. 안전 또는
안전에 대한 위협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특수한 사회적 담론(Discourse)의
결과이고, 따라서 안전은 특수한 취급을 통해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다시 말해
안전은 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일 뿐, 그 자체 어떤 실질이나 구체적 대상영역이 아
니다.44) 이와 같이 안전의 문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적 구성의 측면을 표현하기
위해 안전이 아니라, 안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이 개념은 안전이 구성이
라는 우연성과 절차적 속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코펜하겐 학파는 오스틴(John Austin)의 언어행위이론을 채용하여 안전화가 수
행적(performative) 행위라고 본다. 다시 말해 안전화는 어떤 상황에 대한 서술
로서 참과 거짓의 판단대상이 아니라, 서술의 결과가 특정한 활동의 성공 또는
실패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한다.45)
인식론적으로 볼 때, 코펜하겐 학파는 구성주의적 입장에 있다. 즉, 이 학파는
안전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주체들이 안전을 관찰하는 1차적 차원을 다시 2차
적 차원에서 관찰하는, 관찰에 대한 관찰(Beobachtung der Beobachtung)46)
을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코펜하겐학파는 안전이 국가와의 필연적 결합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이미 오래전에 벗어났다는 관찰을 제시한다.47) 즉, 원칙적으로
모든 것이 안전이라는 양태로 커뮤니케이션될 수 있다고 한다. 식품의 잔류농약
이나 은행, 남미의 원시림, 문화적 전통, 이민자, 극우파, 원자력, 기후변화 등등
모든 것들이 안전담론에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둘째, 웨버는 안전문제의 커뮤니케이션적 구성을 조금 더 정확히 규정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단순히 안전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 안전화담론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한 커뮤니케이션과정에
비추어 특수한 구조를 갖는 경우로 안전화 개념을 한정하고자 한다. 이 구조는
44) B. Buzan/O. Waever, Slippery? Contradictory? Sociologically Untenabel? The Copenhagen School Replies, in: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23, 1997, S. 241 이하, 246.
45) O. Waever, Security, the Speech Act: Analyzing the Politics of a Word, Working Paper 19, 1989, S. 23 이하.
46) 이 개념에 관해서는 N. Luhmann, Soziale Systeme, 1984, S. 406 이하 참고.
47) B. Buzan/O. Waever/J. de Wilde, Security. A New Framework for Analysis, 1998, S.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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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세 가지 요소를 갖는다고 한다. 첫 번째 요소는 실존적 위협이다. 즉, 안전
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이 지시하는 대상(예컨대 국가, 환경, 자유로운 생활방식
등)의 존속을 위해 극단적 조치가 정당화될 정도로 중대한 위협이 있다고 상정한
다. 이를 통해 코펜하겐 학파는 안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전의 문법, 즉 특
수한 수사학과 의미론적 구조 및 특수한 패턴을 동원하여 각각의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안전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고정된 틀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둘째,
안전화라는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황에 대한 드라마틱한
서술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이 요소는 안전커뮤니케이션의 지시대상에 대한 실
존적 위협과 이 위협에 대한 극단적 대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
기 위한 전략이다. 셋째, 안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되돌아 올 수 없을
정도로 위협이 한계를 넘었다(‘point of no return’)고 선언하고, 극단적으로 절
박한 상황을 진단하면서 위협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임을 선전해야 한
다. 극한적인 언어행위만이 극도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48)
안전화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이 과연 법체계와 어떤 식으로 연결가능성을 확
보할 수 있는지는 여기서 자세히 다룰 수 없다. 다만 코페하겐학파가 분석한 안
전화 메커니즘이 법과 관련하여 사회이론적 측면에서 어떠한 위상을 갖는지를
밝혀볼 수는 있다. 물론 코펜하겐학파 스스로는 법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즉, 분석대상으로서 군사,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섯 개의 영역에 집중할
뿐, 법은 안전화와 관련된 분석의 대상영역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는 물론 법
자체가 위협의 지시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일반적 인식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법
이 안전화 이후에 위협을 처리하는 ‘매체’, 즉 수단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안전화는 1차적으로 경제, 환경, 정치, 인간에 대한 위험을 문제
로 삼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칭하고, 법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를
프로그램으로 삼아 작동하는 사회적 체계이다. 그리고 안전화를 통해 확정된 위
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원되는 조치(대표적으로는 법)의 극단적 성격은 당연히 정
치 자체가 갖고 있는 기존의 기준을 변경시키는 것으로 지각될 뿐, 법 자체의 변
화에는 주목하지 않게 된다. “안전은 정치로 하여금 확립된 게임규칙을 초월하
도록 만드는 동인이다.”49) 그러므로 안전화는 정치 내부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48) B. Buzan/O. Waever/J. de Wilde, Security. A New Framework for Analysis, 1998, S. 25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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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89
적 실천에 해당한다. 이렇게 해서 코펜하겐 학파의 안전화이론에서 법은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이와 같이 ‘안전화’이론은 기존의 국가중심의 정치학에서 벗어나서 위협의 사
회적 구성과정과 그에 따른 사회내재적 조치들을 탐구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정
치가 안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재정립되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이런 식의 결론은 법과 안전의 상관성을 밝히는 데에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못한
다. 단지 안전이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부상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분석만을
제공할 뿐, 안전과 법의 연결가능성 또는 안전이 법체계의 구조에서 어떠한 기능
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른 이론적 틀을 원
용하여 안전의 사회학에서 법의 위치를 밝혀보도록 하자.
2 법질서와 안전의 관계 - 숙주와 기생
코펜하겐 학파의 안전화 이론이 외면하고 있는 법과 안전의 관련성은 이 학파
가 안전화를 ‘자기준거적 실행(self-referential practice)’으로 파악한 점을 출
발점으로 삼아 밝혀볼 수 있다. 특히 안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언어행위는 안
전 또는 불안전이라는 어떤 상태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안전화 문법
에 따르고, 이 점에서 안전화 커뮤니케이션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내부적 준거를 생산한다. 즉, 실질적 차원에서는 안전이 실존적으로 위협받고 있
다는 상태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확인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위협의 원인과
위협을 받는 대상(예컨대 특정인, 시민, 일정한 상태 등)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시간적 차원에서는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일정한 행위가 이
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50)
안전과 관련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는 니클라스 루만의 위험사회학
(Risikosoziologie)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다. 루만은 위험을 다시 위험
49) B. Buzan/O. Waever/J. de Wilde, Security. A New Framework for Analysis, 1998, S. 23.
50) 실질적, 사회적, 시간적 차원의 구별에 관해서는 N. Luhmann, Rechtssoziologie, Bd. 1, 1972, S. 40 이하 참고. 안전의 구성적 성격 및 체계이론적 해석에 관해서는 W. Schirmer, Bedrohungskommunikation. Eine gesellschaftstheoretische Studie zu Sicherheit und Unsicherheit, 2008, S. 69 이하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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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Risiko)과 위협(Gefahr)의 구별의 통일성으로 규정한다.51) 전자는 한 사람의
관점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즉 불안전이 자신의 결정에 귀속되는
경우를 말하고, 이에 반해 후자는 자신의 결정에 귀속될 수 없는 경우를 말한
다.52) 이 점에서 위험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결정이 가능하지만, 위협은 어떤 결
정과 관계없이 그저 노출되어 있는 상태의 위험이다. 이러한 구별의 맥락에서 주
목할 점은 루만이 일단 안전의 개념을 위협의 반대개념이 아니라, 위험의 반대개
념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루만은 구별의 적절성
과 명확성의 관점에서 위험과 안전을 반대개념으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안전은 ‘공허한 개념’으로서 도달할 수 없고, ‘상상 속의 반
대개념’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53) 그러나 바로 그 상상적 속성 때문에 안전
은 충분히 성찰할 가치가 있다. 현실적으로 위험 또는 위협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에서는 언제든지 안전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으로 전제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위험 또는 위협을 축소하려는 모든 시도에는 안전이라는 요소가 개입
되기 때문이다.
안전화는 바로 안전이라는 공허한 개념에 대한 성찰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물
론 안전화는 위험과 위협의 구별이 실존적 문제가 될 정도로 응축될 만큼의 강도
를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적 조치가 있음에
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고, 범
죄를 결정하는 빈도와 양태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존적인 문제
로 파악하여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으로 응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유와 대비
되는 안전 또는 자유와 안전의 균형관계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안전화 커뮤니케
이션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응축은 위험과 위협의 일상적인 구별이 더
이상 일상적인 위험기술을 통해 처리될 수 없고, 위험과 위협 양쪽을 오가는 일
51) N. Luhmann, Risiko und Gefahr, in: ders., Soziologische Aufklärung 5, 2005, S. 129 이하.
52) 루만 스스로 들고 있는 예에 따르면 흡연자에게 암은 위험이고, 비흡연자에게는 위협이 다(N. Luhmann, ebd., S. 140). 범죄학적 맥락에서는 범죄 자체는 원칙적으로 위협이 지만,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은 위험이다. 다시 말해 이 구별은 확정적, 배타적 구별이 아니라, 각각의 커뮤니케이 션 형식에 따라 유동적이다.
53) N. Luhmann, ebd., S.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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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91
반적 메커니즘이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다시 범죄를 보기로 들자
면, 한 사람의 결정으로서의 범죄적 자유의 행사는 자유가 감수하는 위험이고,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는 다른 사람의 위협상태 역시 일상적인 위험으로 감지되
는 범위 내에서 일상적 처리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면, 안전화 커뮤니케이션
으로 응축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위협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든다. 즉, 자신
의 위험뿐만 아니라, 타인의 위험과 결부되어 있는 위협도 통상의 경우에는 보험
이나 형법을 통한 사후적 반작용, 경찰의 위험차단 등과 같은 위험기술을 거쳐
처리된다. 그러나 실존적 문제로 응축된 안전화는 그와 같은 통상적인 처리를 불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한 실존적 문제를 다시 일상적인 위험과 위협으로 분리하
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청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화
는 위험커뮤니케이션이 위험과 위협의 통상적 구별과 그에 대한 처리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구획기준을 의미한다. 당연히 안전에 대한
모든 성찰이 곧바로 실존적 드라마로 상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전화에서
는 안전을 문제로 삼는 성찰이 첨예화와 극단화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범죄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형사정책도 그러한 안전
화 커뮤니케이션 속에 있는 작동 가운데 하나이다. 이 점에서 안전화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이와는 정반대되는 형식으로 극단화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즉, 안전화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다시 불안전을 증폭시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사회의 특정한 체계에 국한된 커뮤니케이
션이 아니다. 안전을 문제 삼는 커뮤니케이션은 법, 정치, 경제, 가족 등 모든 사
회적 체계들을 떠도는 커뮤니케이션이다.54) 즉, 안전커뮤니케이션은 독자적인
사회적 체계로 분화하는 대신 각 사회적 체계에 정착하여 나름의 구별을 갖고
있는 각 사회적 체계의 작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법과 불법이
라는 구별(코드)에 따라 작동하는 법체계에게 안전은 그 자체 아무런 역할을 하
지 못하지만, 만일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이 법체계에 정착하게 되면 ‘안전’은 법
과 불법의 구별보다 더 상위에 있는 슈퍼코드(Super-Code)55)가 된다. 따라서
54) 루만은 무엇보다 ‘도덕(Moral)’과 관련하여 이러한 사고를 펼친다. 이에 관해서는 N. Luhmann, Ethik als Reflexionstheorie der Moral, in: ders., Gesellschaftsstruktur und Semantik, Bd. 3, 1993, S. 358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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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안전화는 체계의 경계 자체를 문제 삼는 작동에 해당한다. 이 점에서 안전은 -
미셀 세르(Michel Serres)의 개념을 채용하면 - 사회적 체계라는 숙주에 침투
한 기생충(Parasite)56)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생충’은 정보이론적 개념으로서 숙주체계에 장애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독
자적인 복잡성을 구축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화 커뮤니케이션
은 법체계가 법과 불법에 대한 기존의 구별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장애를
유발한다. 안전화가 숙주인 법체계에 위험과 위협에 대한 극단적 구별을 강요함
으로써, 안전화는 법체계의 작동을 마비시킨다. 범죄에 대한 사후적 반작용을 통
한 예방을 작동원리로 삼는 전통적 형법이나 위험차단을 작동원리로 삼는 전통
적 경찰법은 안전화라는 기생충으로 인해 장애를 겪게 된다.57) 물론 이러한 장
애는 법체계로 하여금 무질서에 빠지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질서
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된다. 형법이 위험차단을 과제로 삼는 사전단계화를 거치
거나 경찰법이 위험차단에서 위험의 사전배려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안전화에
의한 장애를 거쳐 다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화
는 숙주체계 스스로 안전을 문제 삼도록 만들어 안전화라는 ‘기생충’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하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의 특수한 준거들을
수용하도록 강요한다. 세르는 이 과정을 기생충이 2차적인 지위에서 1차적인 지
위로 전환되는, 관계의 전도로 설명한다.58) 특히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은 안전이
결코 완벽하게 도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안전의 문제를 극단
화할 잠재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고려가 극단화하고 과
잉상태에 빠질 때에는 안전을 위한 보호조치 자체가 가장 커다란 위험 가운데
하나가 됨으로써 체계가 함정에 빠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체
계에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이 정착할 때, 왜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대항 커뮤니케
55) 이는 ‘포섭과 배제(Inklusion/Exklusion)’를 각 사회적 체계들의 코드의 상위에 있는 슈퍼코드로 이해하는 루만의 입장을 안전의 사회학에 동원해본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윤재왕, “포섭/배제” - 새로운 법개념?, 고려법학 제56호, 2010, 261면 이하 참고.
56) M. Serres, Der Parasit, 1987, S. 29, 283.
57) M. Serres, Der Parasit, 1987, S. 121. 이 측면을 다시 숙주의 면역체계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R. Esposito, Immunitas. Schutz und Negation des Lebens, 2004, S. 25도 참고.
58) M. Serres, Der Parasit, 1987, S.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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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93
이션이 형성되는지를 인식할 수 있다. 즉, 안전이라는 ‘기생충’은 숙주인 체계에
게 혼란을 유발하여 체계의 작동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지만, 동
시에 체계 자체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안전
에 대한 관심이 체계 전체를 압도하게 되면, 기생충으로서의 안전이 숙주인 법체
계로 하여금 지속적인 흥분상태에서 과도한 활동을 하게 만들고, 결국 숙주 스스
로가 소진 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안전화가 갖는 기생적 역동성은 여러 가지 숙주체계에서 관찰할 수 있다. 무엇
보다 안전화는 정치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정치체계에서 이루어진 메커니즘
의 결과는 다시 법의 상태에 변화를 가져온다. 물론 모든 안전문제에 대한 국가
의 성찰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박물
관이 소장된 예술품의 안전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곧바로 예술체계 자체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지만 위협을 극단화하는 커뮤니케이
션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정치체계이다. 왜냐하면 안전은 근대적 의미의 국
가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원용하는 집단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현대적 상
황에서는 자연재해가 됐든 경제위기나 테러리즘이 됐든,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
제는 다른 그 어떤 체계에서보다 정치체계에서 핵심적인 자기서술 형식으로 자
리 잡았다.59) 즉,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정치체계 자체의 역량
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더 나아가 국가 스스로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의 준거
대상 가운데 가장 특권적 위치에 있다고 선언한다. 자유적 법치국가로부터 예방
국가나 안전국가로의 전환에 관한 서론의 서술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증거이다.
더 나아가 국가는 물리적 폭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체계는 다른 어떠한
체계보다 안전화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욕구의 충족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물리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고, 안전에
대한 위협 또는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의 성립 자체가 상당부분 국가의 물리적 폭
력의 독점에 대한 도전(예컨대 조직범죄)을 뜻하기 때문이다.
안전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국가 및 정치체계에 특권적 지위가 부여된다
면, 법은 1차적으로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의 결과에 의해 영향을 받는 소극적 지
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일단 안전화 활동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가 반드시
59) 정치체계 자체를 이와 같은 예외적 상황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대표적인 보기로는 샹탈 무페, 정치적인 것의 귀환, 이보경 역, 200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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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 프로세스에 대한 안전화는 자본시장에서 신용거래를 제한하고, 이를 통
해 화폐의 희소성을 유발하며, 경제체계의 작동방식인 화폐의 지불/화폐의 비지
불이라는 코드에 변화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법체계로서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
는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법은 실정화를
거쳐 규범상태를 가시화하는 체계로서 제재를 수반하는 규범을 제정하고, 이로
써 고정된 기대를 창출하기 때문에 사회의 규범생산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점에서 안전화에 따른 모든 특수한 조치는 현행법의 변화를 불러일
으킬 개연성이 높다. 본 연구의 중심에 있는 정보기술의 형사사법에의 도입 역시
일단은 안전화 커뮤니케이션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과학기술체계와 경제체
계의 변화 이후에 전체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안전화가 정치체계라는 숙
주에 기생하고, 그 역학관계의 산물이 다시 법체계의 변화를 유발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안전조치가 정치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 그러한 개연성은
더욱 높아진다. 왜냐하면 정치체계는 다른 어떤 사회적 체계보다 더 강하게 법형
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법치국가로 서술하는 정치는 법률에 근거하고,
법률은 정치가 헌법에 기초하여 생산하고, 따라서 정치 자체도 헌법에 구속된다.
이와 같이 헌법을 매개로 법과 정치가 구조적으로 연결60)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
은 안전화의 압박 하에 작동하는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법과 정치의 구조적 연결은 안전화가 법체계 내에 기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이 필연적으로 법체계에 기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
다. 법체계는 체계 바깥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관련된 소음(noise)을 그저
소음으로 여기면서, 갈등상황의 처리를 얼마든지 기존의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평온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범죄로부터의 위협이나 이를 둘러싼
안전화 담론에 대해 법체계는 형법과 경찰법의 기존의 작동방식을 유지하여 정
보기술의 활용을 거부하거나, 설령 정보기술을 활용할지라도 기존의 작동방식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할 수도 있다. 즉, 정치가 실존적 위협을 아무리 과
장할지라도, 법은 얼마든지 사후적으로 그러한 과장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60) 구조적 연결의 형식으로서의 법치국가와 헌법에 관해서는 N. Luhmann, Das Recht der Gesellschaft, 1993, S. 422 이하, 468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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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95
고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화가 숙주로서의 법체체계에 정착하면 사정이
다르다. 물론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이 법의 환경에서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소음
으로 작용하여 어느 시점에서 법이 이 커뮤니케이션에 ‘감염’되는 것인지를 확정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경험적 문제이고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범죄정책의 관점에서는 법체
계 외부에서 발생한 소음의 가장 중요한 진원지는 매스미디어 체계와 안전화 커
뮤니케이션을 자발적으로 수용한 정치체계이다. 더욱이 법과 정치의 구조적 연
결로서의 헌법의 지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체계가 정치체계로부터 독
자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화가 정치를 거쳐 법에 기생하는 단계는 사실상
어떠한 통제메커니즘도 거치지 않고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단계에 해당한다. 따라
서 안전의 ‘기생충학(Parasitologie)’이 언제부터 어떠한 계기에 의해 법체계에
서도 의미를 갖는지를 굳이 섬세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안전논리가 법
체계에 정착했다는 경험적 전제하에 헌법을 비롯한 법체계의 변화를 법의 차원
에서 분석하는 작업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 그 숙주인 법체계
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이 이 숙주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양태에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전화는 고전적인 법적 판단의 형식으로는 통
제하기 어려운 갈등을 야기한다. 즉, 명확성이나 예측가능성, 법집행자의 통제가
능성, 투명성과 같은 정상적인 법적 절차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갈등을 유발한다.
그 이유는 실질적 차원, 시간적 차원, 사회적 차원에 걸쳐 있다.
법에 기생하는 안전화는 실질적 차원에서 법체계의 정상적 메커니즘으로는 도
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위협을 뜻한다. 즉, 법이 법적 구속 자체를 벗어던지지 않
는 한, 목전에 다가온 재난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이는 ‘자유와 안전’의 맥락
에서는 자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법질서가 자유에 대한 구속으로
탈피할 것을 강요하는 상황을 뜻한다. 즉, 안전은 안전에 대한 위협을 전체 질서
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구성하고, 위협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여기
게 만들기 때문에 각각의 사회적 체계가 갖고 있던 고유의 논리를 파괴하는 속성
을 갖고 있다. 또한 갈등이 첨예화된 이후에 비로소 작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린 시간구성에 기초하고 있는 고전적인 법형식에 비해 안전화는 전체 사회에
서 가장 우선하는 급박한 과제를 표방하여 시간적 속도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측면에서 형사사법 전체가 사후적 억압 또는 구체적 위험의 차단으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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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터 전면적인 예방으로 전환하는 오늘날의 경향은 안전화가 사법질서 전체의 속
도구조에 미친 커다란 변화의 원인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속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법체계와 시간의 관계 자체에도 근원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법체계
는 - 앞에서 말한 대로 - 완결된 사실에 대해 법체계의 코드인 법과 불법을 적용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반면, 안전화는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기 때
문이다. 이 점에서 안전화의 논리는 위협이 아직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 곧 현
실이 될 것이기에, 기다리면 너무 늦다고 ‘위협’한다. 특히 안전화 커뮤니케이션
이 위협의 원인을 개인에게 귀속시킬 때에는 사회적 관계 내부에 경계를 긋는
형식을 취한다. 즉, 위협을 유발한 타자는 ‘우리의’ 안전을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자로서, 규율된 방식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일반화된 타자가 아니라, 안전에 대
한 ‘적’으로 규정된다. 이 적으로서의 타자는 법의 언어를 인정하지 않고 그 스스
로 법의 경계를 완전히 벗어낫기 때문에 법의 보호메커니즘으로부터 배제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사회적 차원에서 안전화는 한 인격을 극단적 위협의
원인으로 귀속시킴으로써 인격을 비인격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관계로부터 배제
하는 성향을 보인다.61)
이렇게 볼 때 안전화는 전통적 의미의 법치국가와 헌법국가가 법체계를 환경
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동상의 원칙들을 무력화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특
히 안전이 법체계에 기생하게 되면, 두 가지 측면에서 법체계의 기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첫째, 법의 언어와 적용대상의 확정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위험과 위험예방에 지향된 형사사법이 다수의 불확정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상은 그 자체 불확정개념인 안전이 법체계에 기생하면서 발생하는 현상
이다. 즉, 법체계에 안전이 상주하게 되면, 법의 유동성과 변화가능성이 대폭 상
승한다. 심지어 법과 불법의 코드를 적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서의 법률은 거의
침묵상태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불확정 법개념이나 일반조항(Generalklausel)
의비중이 커질수록, 법률은 사전에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확
61) 여기서 배제는 사회로부터의 추방과 같은 완전한 배제가 아니라, 사회 안에 있으면서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역설적 구조를 취한다. ‘배제하는 포섭’ 또는 ‘포섭하는 배제’, ‘배 제되어 포섭된 자’ 또는 ‘포섭되어 배제된 자’라는 아감벤의 논리는 이와 같은 맥락에 서 이해할 수 있다. 포섭과 배제의 논리에 관해서는 윤재왕, “포섭/배제” - 새로운 법 개념?, 고려법학 제56호, 2010, 270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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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97
보한다는 대전제일 뿐,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이로써 법은 안전화를 대가로 법 자체의 안정성을 상실한다. 둘째,
안전이 법체계에 정착하여 안전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생산하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의 준수와 법파괴 사이의 경계를 허물게 된다. 이는 안전을 통해 더
욱 불명확성을 갖게 된 법체계가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종착점이다. 안전의
논리가 법을 압도할 경우, 때로는 안전의 보장을 위해 초법적인 행위(고문, 불법
적 감시)도 법적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례가 누적될수록 법과 불법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예를 들어 중대한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수사절차와 수
사기법에 대해 법질서가 설정한 한계를 무시하고 이루어진 경찰과 검찰의 활동
은 불법이 아니라, 법의 편에 있다고 보게 된다. 그 자체 시민만이 원용할 수 있
는 긴급피난의 논리가 국가의 활동에도 적용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심지어 법과
불법에 대한 법치국가적 경계설정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와
같이 안전화 커뮤니케이션은 극단적인 경우 하나의 동일한 법체계 내에서 합법
적으로 불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뿐만 아니라, 합법적 행위가 오
히려 불법이 될 수 있는 역설적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이상의 사회학적 논의는 안전 또는 안전화가 전체 사회체계에서
부상하는 과정 그리고 안전커뮤니케이션이 법체계와 결합할 때 법체계의 변화양
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사회학적 서술을 규범적으로 오
해하여 안전논리를 경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
학적 서술은 1차적으로 가치중립성에 기초하여, 안전논리의 발생과 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추상적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사회학적 논의 자체가 법질서의 내
재적 논의를 사전에 규정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법적인 논의는 이러한
사회학적 관찰을 의식하면서, 법체계 자체의 내재적 논리를 변경시킬 것인지 여
부와 정도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일종의 ‘참고사항’으로 수용할 수는 있다. 조금
은 단순화시키자면, 법사회학이 구사하는 추상도는 법체계가 활용하는 추상도와
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사회학이 전체 사회에 대한 분석의 틀을 유지한다면, 법
체계는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체계 내부의 도그마틱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
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전, 더 정확히는 ‘자유와 안전’의 문제는 헌법질서를 중
심으로 하는 법체계의 내재적 논리에 따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즉, 일단 헌법
을 진지하게 고려(Taking Constitution Seriously)한다는 전제하에, 자유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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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전을 헌법질서에 투영시켜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설령 사회학적 분석을 안
전논리에 대한 비판으로 읽고자 할지라도, 그러한 비판은 다시 법질서 내재적 관
점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Ⅴ. 헌법학적 논의지평에서의 ‘안전과 자유’
‘안전화’라는 사회학적 분석이 옳다면, 현대사회에 상존하는 다른 거대위험과
는 달리 범죄와 관련된 위험은 미디어가 안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모든 미디어들이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 거대한 사태(예컨대 9/11 테
러,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한 순간에 안전이라는 목표에 대한 환상은 붕괴되고,
자유는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적으로 여겨진다. 설령 자유가 안전의 적으로까
지 여겨지지는 않더라도, 안전은 자유가 숨쉬기 위한 공기라고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오면 자유에 대한 구체적 위협으로서의 범죄는 그것이 발생한 이
후에 반작용의 대상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차단해야 할 투쟁과 퇴치의 대
상이 된다. 그래서도 위험의식이나 위험대비 논의가 가장 직접적이고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범죄이다. 범죄와 관련된 안전화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형사사
법으로 하여금 사후적 억제(Repression)가 아니라, 사전적 예방(Prävention)의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도록 집중적인 외적 자극에 노출되게 만든다. 이에 부응하
기 위해 정치는 다른 위험영역에서와는 달리 매우 신속하게 대응하고, 대응책은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권력
의 비대화와 경찰국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협에 무관심
과 관용으로 대꾸했던 사람들조차도 한 순간에 태도를 바꾸게 된다. 이로써 안전
이라는 국가과제는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고, 법질서 내에서의 위상 또한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범죄실행의 사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행태들에까지 가벌성을 확
장하는 사전영역의 범죄화(Vorfeldkriminalisierung)62)로부터 시작해서 피해
자와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사소송법 그리고
위험의 차단이 아니라, 위험 이전의 위험, 즉 추상적 위험단계에서 개입을 하고,
62) 이 개념 및 이 개념이 형법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에 관해서는 G. Jakobs, Kriminalisierung im Vorfeld einer Rechtsgutsverletzung, in: ZStW 97(1985), S. 751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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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99
더 나아가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가올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경찰법
에 이르기까지 ‘범죄로부터의 안전’과 ‘가능한 모든 형태의 위험으로부터의 안
전’은 형사사법 내부에 깊숙이 침투한다. 이를 통해 자유는 안전이 확보되면 자
연적으로 뒤따르는 현상으로 파악되거나, 적어도 안전과 동렬에 있는 ‘하나의’
가치로 바뀌게 된다.63) 결국 자유주의 법치국가 이념에서 상정하는 형법은 갈수
록 경찰법으로 변화하고, 경찰법은 위험차단이 아니라, 위험할 수 있는 위험까지
사전에 봉쇄하는 예방법으로 변화한다. 이 점에서 안전 중심의 형사사법에서 최
대의 화두는 ‘예방’이 되고, 국가과제의 전반적인 변화에 쉽게 편승할 수 있게
된다.
예방에 집중된 모든 법적 조치들은 국가를 의심하거나 국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개입과 부조를 요구하는 것을 준칙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국가를 활성화하는 조치이다. 그리
하여 법치국가와 민주적 헌법국가가 전제했던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보호가 아니
라, 국가권력을 통한 안전이 중시된다. 당연히 고전적인 의미의 법치국가가 갖고
있던 근본적 속성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에 대한 최대
의 위험요인이 국가라는 이념적 또는 고전적 사고방식은 오히려 사회 내에서 그
러한 위험요인을 찾으려고 하는 사고방식에 의해 의문의 대상이 된다. “현대사
회에서 자유에 대한 위협은 자유주의가 생각했던 것처럼 국가로부터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로부터 시작된다”는 한나 아렌트의 예언64)은 안전과
관련된 형사사법의 변화에도 가감 없이 해당된다. 즉, 현대사회의 안전은 국가로
부터의 안전이 아니라, 국가를 통한 보호와 안전을 요구한다.
당연히 자유적 법치국가의 이념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요구가 악마와 손을 잡
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과 의심을 불러일으킨다.65) 위험차단은 곧 국가차단이
라는 자유주의 독트린과 갈등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 독트린에 따르면 사회의
영역은 시민의 자유의 공간으로서 국가의 작용과는 대척점에 놓여 있다고 본다.
63) J. Isen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S. 2.
64) H. Arendt, Vita activa, 1960, S. 331.
65) 이러한 입장으로는 E. Denninger, Freiheit durch Sicherheit?, in: Strafverteidiger, 2002, S. 96 이하; W. Hoffmann-Riem, Freiheit und Sicherheit im Angesicht terroristischer Anschläge, ZRP 2002, S. 497 이하; Ch. Gusy, Rechtsgüterschutz als Staatsaufgabe, Die öffentliche Verwaltung 1996, S. 573 이하, 578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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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개인의 소극적 지위(status negativus)에 대한 기본권보호에서 표출되는 내용은
이미 그 시발점부터 기본권을 제한하고 자유를 축소하는 국가활동의 정당성과
대립관계에 있다. 설령 국가활동이 자유로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하거나
비국가적 폭력으로부터 개방적인 사회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라 할지라
도 원칙적으로 이러한 대립관계는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이라는 국가과
제와 시민의 적극적 지위(status positivus)는 이러한 법치국가 개념에 배치되
거나, 개념의 바깥에 위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최대한 고수하려는 입장에서는 자유와 안전은 단순히 긴장관계에 있고,
따라서 양자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법치국가와
안전국가 또는 법치국가와 예방국가 사이의 근원적 대립을 전제하면서, 결국 자
유와 안전 사이의 대립을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방한다.
이와는 반대로 각종 범죄의 전개양상이나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에 주목하면서
안전의 헌법국가적 위상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입장은 자유와 안전의 관계를 새
롭게 정립하려고 한다. 즉, 상승된 안전욕구에 비추어 자유와 안전 사이의 새로
운 균형관계를 찾아내서 자유적 기본권의 실질과 효율적인 범죄투쟁을 동시에
보장하는 길을 모색한다. 즉, 법치국가가 자유적 법치국가일 뿐만 아니라, 투쟁
적이고 방어적인 법치국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그리하여 법치국가가
경찰국가 또는 감시국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면서도 동시에 평화와 자유를
실현하는 공동체생활이 파괴되지 않도록 만드는 길을 찾으려고 한다.66) 이와 같
이 자유와 안전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입장은 안전의 일방통행로를 보장하
거나 법치국가와 헌법국가의 이념적 전통에 회의를 품는 것이 아니라, 이 이념을
시대에 적합하게 새롭게 이해하려는 노력에 해당한다. 문제는 어디에서 그러한
조화와 균형의 척도를 구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찾아낼 수 있는가이다. 우리는 일
단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이론적 지평의 논리를 조금 더 섬세하
게 추적해보기로 하자. 그 이후에 비로소 이 논리의 흠결과 문제점을 밝힐 수 있
기 때문이다.
66) 대표적으로는 J. Ise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참고. 이젠제가 처음 으로 제기한 ‘안전기본권’의 논리 및 그 위험성에 관해서는 이재일, 형법을 통한 ‘더 많 은 안전’의 기능과 한계, 외법논집 제35권, 2011, 184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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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01
- 안전보장국가로서의 법치국가
앞에서 언급한 홉스나 로크의 국가철학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듯이, 근대적 국
가의 탄생을 촉발했던 핵심적 원인은 모든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열망이
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국가는 합리주의의 산물로서 아직 사회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전쟁상태에 있는 세력들을 객관화된 정치질서를 통해 압도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리하여 국가는 주권(potestas)을 표방하면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vis)을 독점하는 주체로 등장한다.67) 규범적 및 사실적 측면에서 통일적
권력을 통해 표출되는 국가와 시민의 연대성68)은 국가를 형성한 이유, 즉 국가
형성의 정당성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고, 그 이론적 기반은 사회계약론이
제공했다. 사회계약론의 관점에서 국가의 형성과 존립은 어느 누구도 타인의 자
의와 폭력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될 수 없는 불안전이 지배하는, 국가 이전의 자
연상태(status naturalis)를 제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약속에 기초한다. 따라서
자연상태로부터 국가상태로의 전환은 안전과 평화를 갈구하는 개인들의 근원적
합의에 기인하고, 이를 위해 설정된 초개인적 국가권력의 주권과 권능에 대한 승
인은 이미 처음부터 안전과 평화라는 목적에 구속되어 있는 승인이었다. 개인의
실존이 궁극적으로는 타인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의존하듯이, 국가 역시 폭력의
독점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평화와 공공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궁극적 목적
을 통해 그 정당성을 획득한다.69)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인간 상호간의 수평적 차원에서 인격의 통합성에
대한 보호를 의미할 뿐, 사회적, 경제적 차원의 안전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70)
다시 말해 근대국가의 탄생목적으로서의 안전은 육체와 생명, 자기결정권과 인
격적 자유 그리고 소유권을 비국가적 세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고, 그
점에서 살인, 상해, 강요, 자유박탈, 절도 등의 침해 또는 위협이 없는 상태의 보
67) 이에 관한 고전적 서술로는 G. Jellinek, Allgemeine Staatslehre, 3. Aufl. 1913, S. 454 이하 참고.
68) H. Heller, Staatslehre, 6. Aufl. 1983, S. 269 이하.
69) C. Callies, Sicherheit im freiheitlichen Rechtsstaat, ZRP 2002, S. 2 이하;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5 이하.
70) J. Isen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S. 22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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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장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전이라는 국가목적은 물리적 폭력의 독점과 함께 정
당한 국가를 구성하는 원리이다. 다만 이러한 보장은 헌법국가의 국가목적론과
정당성기준의 전부가 아니라, 헌법국가가 충족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다.
헌법국가에서는 주권의 절대적 속성과 안전이라는 절대적 목적이 반드시 법의
형식을 충족해야 한다. 불안전의 부재로서의 안전이 자유의 기본조건이 되고, 안
전은 다시 법의 지배 하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근대 이성법이론의 통찰에 따
른다면 헌법국가는 칸트가 말한 것처럼 “다수의 인간이 법률 아래 결집한 상
태”71)이고, 법적으로 작용하는 권력과 결정의 통일체이다.72) 따라서 헌법국가
에서 법은 국가를 구성하고 동시에 국가를 지탱하는 결합된 국민의 의지의 표현
이며, 국민의 의지는 일반적인 안전보장을 지향한다. 이 점에서 법이 지배하는
상태는 인간 상호간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치국가 상태를 뜻한다. 이와 같이 ‘법
을 통해 국가가 보장하는 평화질서’로서의 헌법국가는 단순히 사실적인 권력작
용이 아니라, 전적으로 법적 질서를 통한 공적 안전을 목표로 삼는다.73) 따라서
법치국가적 공동체의 역량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법을 통해서 일상생활
의 안전을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법질서가 존재해야 할 뿐
만 아니라, 법질서가 실효성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법치국가원칙은 법의
효율적인 관철이라는 과제도 부과한다.74) 바로 이 지점에서 법과 권력이 상호적
으로 결합하고, 국가의 권위와 권력독점의 의미가 표출된다. 그리하여 법치 또는
법의 지배라는 원칙은 주권적 국가권력의 행사를 일정한 궤도와 제한의 틀 속에
가두면서도, 동시에 법의 보호작용과 법의 효율성을 위해 국가권력을 투입하도
록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치국가는 법의 구속과 함께 법의 관철이라는 이
중의 과제를 담당한다. 법의 구속력과 법질서의 완결성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법
치국가적 보호이익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측면인 셈이다. 국가의 사법보장의
무, 범죄에 대한 수사, 효율적인 투쟁 및 억제라는 헌법적 과제는 이러한 본질의
71) I. Kant, Metaphysik der Sitten, 1797, 1. Teil § 45.
72) 이에 관한 상세한 서술은 해서는 H.-D. Horn, Kantischer Republikanismus und empirische Verfassung, in: Zeitschrift für öffentliches Recht 57, 2002, S. 203 이하, 211 이하 참고.
73) E. Schmidt-Aßmann, Der Rechtsstaat, in: Handbuch des Staatsrechts Bd. I, 2. Aufl. 1995, § 24 Rd. 1.
74) H.-P. Bull, Die Staatsaufgaben nach dem Grundgesetz, 1973, S. 347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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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03
표현이다.
그렇지만 공공질서와 안전의 보장이 단순히 국가목적의 차원에서 헌법이 구체
적으로 규정하거나 허용하는 개별적인 조치의 총합에만 국한되는지75) 아니면
이러한 차원을 넘어 국가 내의 평화와 공적 안전 자체가 하나의 헌법가치로서
헌법이 규정한 개별적 안전조치와는 별개로 그 자체 객관적 구속력을 갖고 적극
적 의무의 근거가 되는지는 안전이 헌법질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관련하여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만일 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국가가 안전을 위해 개인
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에 그 명시적 근거가 있을 때에만 허용되고, 이 점
에서 자유가 여전히 안전에 우선하는 가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후자의
입장을 취할 때에는 개개의 시민뿐만 아니라, 시민 전체에 대해서도 국가는 법익
을 보호해야 할 적극적 의무를 부담하고 그 상관관계 속에서 개인은 ‘안전에 대
한 기본권’을 보유한다고 보게 된다.76) 그리하여 안전은 구체적 시민의 안전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가치로 상승된다. 다시 말해 후자의 입장처럼 국가와 헌법의
존립 및 안전의 보호를 표방하게 되면 안전이라는 가치는 구체적 개인인 시민의
안전을 뛰어 넘어, 탈개인화된 추상적, 보편적 가치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안
전은 단순히 근대국가 형성의 전제로서의 정당화요소가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
활동을 위한 정당성근거로서 자유침해의 가능성을 훨씬 확대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로써 자유질서와 안전질서의 균형의 추는 상당부분 안전질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와 같이 헌법국가에서 안전이 차지하는 위상을 격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
끼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이지만, 여기서는 일단 안
전과 관련된 극단적 시나리오에 해당하고 동시에 일순간에 안전지향적 법률을
양산하는 데 절대적 기여를 한 국제테러리즘의 맥락에서 안전의 의미를 잠시 살
펴보자.
국제테러리즘의 폭력이나 그 위험은 법치국가에게는 실존적 문제이다. 테러리
75) 이 점 자체에 관해서는 헌법적으로 어떠한 의문도 제기할 수 없다. 즉, 안전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법치국가와 헌법국가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관해서는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47 참고.
76) J. Isen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S.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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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스트들은 특정한 국가만을 대상으로 투쟁하지 않으며, 전쟁과 평화에 관한 전통
적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며, 게릴라나 빨치산이라는 개념도 들어맞
지 않는다. 테러리즘의 공격목표는 국가 자체와 국가의 문화 및 가치질서 자체이
다. 따라서 법질서와 평화질서 그리고 국가의 폭력독점을 일시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질서의 토대와 과제 자체를 부정한다.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
의 정치적 의도를 국가가 성취한 문명보다 더 앞세움으로써 그들은 국가 내의
평화와 안전에 관한 기본적 합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하
여 국가의 조직화된 평화질서와 질서권력은 자기 자신 및 그 보호 하에 있는 시
민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취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테러와의
전쟁은 국가의 존립이 갖는 정당성 자체를 관철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치국가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테러리스트들과 똑같은 수단을 사
용할 수는 없다.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
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정당성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도 테러의 위
협에 직면한 국가가 자신의 법치국가적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은 테러리즘의 의
도에 오히려 부응하는 것이 되고 만다. 테러리즘은 국가의 국가성 자체를 부정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국가는 폭력을 보유한 국가적 평화권력으로서 법의
궤도를 준수해야 한다.77) 즉, 헌법국가는 법이 국가에게 마련해준 수단만을 이
용하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뿐이다. 법과 헌법을 통한 구속은 국가이성
(Staatsräson)의 시대에서처럼 필요에 따라 멋대로 벗어던질 수 있는 외투가
아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파괴를 천명하고 계획적으로 인명
을 살상하는 테러리즘의 위협에 직면하여 필요한 법치국가적 수단을 동원하여
이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국가에게 금지하는 일은 헌법국가의 의미를 전도시
키는 일이다. 여기서 테러리즘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란 효율적인 투쟁, 형사소
추, 사전예방, 사전차단, 위협 등 ‘예방’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는 모든 조
치를 의미한다. 안전이라는 국가과제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적 행위과제는 곧
예방이다.
77) 이 점에서 극단적 위기상황에서는 헌법 이전의 불문의 긴급권이 존재한다는, 칼 슈미트 (Carl Schmitt) 식의 예외상태논리는 헌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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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05
- 자유보장국가로서의 법치국가
법치국가의 근원적이고 필수불가결한 합리적 정당화는 폭력을 독점한 법질서
를 통해 평화와 안전의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하지만 시민의 평화만
이 절대적 가치가 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 또한 법치국가의 근원적이고 필수불
가결한 정당화 조건이다. 법치국가에서 안전이라는 국가과제는 결코 어떠한 대
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절대적 과제가 아니다. 법치국가는 모든 사
람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권력을 가진 자가 동시에 모든 사람을 억압할 권력도
갖고 있으며, 주권적 국가권력에 의해 보장되는 평온과 평화가 ‘무덤 위의 평
화’78)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치국가는 오로지
안전만을 국가의 유일한 정당성근거로 삼는 무제한적 권력을 억제하고 제한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헌법국가의 실질적 정당화프로그램은
무정부상태와 절대적인 리바이어던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홉스의 국가이론을
벗어나 자유의 철학을 국가 자체에 내재화하는 길을 걸어 왔다. 즉, 국가는 안전
의 보장자라는 인식에 뒤이어 곧바로 국가가 시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
식이 뒤따르게 되었다. 생명, 건강, 재산, 자유에 대한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침해
로부터 보호를 받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는 자유주의의 기획을 통한 보충을 겪게
된다. 이로써 그러한 기본적 욕구가 국가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표출되고, 국가로
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표가 정착된다.79)
국가로부터의 안전은 궁극적으로 절대주의적 전통의 규율권력에 대항하는 자
유주의의 투쟁 속에서 자유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대의제, 권력분립, 법률
구속 등과 같이 시민의 자유발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국가의
침해로부터 시민을 방어하고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1차적 과제로 삼았다.80)
이러한 전개과정은 근대적 의미의 헌법에 그대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제반 장치를 통해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보호는 법치국가라는 규범적
78) I. Kant, Zum ewigen Frieden. Ein philosophischer Entwurf, 1795, 2. Absschnitt (Definitivartikel).
79) C. Callies, Sicherheit im freiheitlichen Rechtsstaat, ZRP 2002, S. 4.
80)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9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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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개념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의 핵심내용으로 정착한다. 이 관점에서 (실질적) 법
치국가의 공적 질서는 국가권력을 법을 통해 제한하고, 국가권력의 행사를 정당
화할 의무를 부과하며 권력의 과잉을 금지함으로써 인간의 개인적 및 사회적 자
유가 최대한 발현되도록 한다.81) 따라서 국가의 법제정과 법관철은 최대한의 자
유보호라는 명령에 구속되고, 이 명령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굳이 칸트를 원용
하자면, 자유적 법치국가와 헌법국가는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자
유의 일반법칙에 따라 서로 양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 안전과 자유의 종합?
(1) 법치국가적 균형
자유보장이라는 목표는 안전보장이라는 목표와 원칙적으로 대립되지 않는다.
사상사적으로 표현하면 로크의 철학은 홉스의 철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82)
헌법국가의 실존적 정당화요소와 본질적 정당화요소는 상호 보충적인 관계에 있
다. 법치국가질서의 과제는 자유와 안전 양자 모두를 보장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83) 법치국가가 인간의 실질적인 법익을 보호하고 또한 그 기본적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유와 안전은 모두 법치국가의 구성요소에 해당한다.
다만 그 보호의 방향은 다르다. 즉, 법익보호는 사회적이고 사적인 침해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하고, 기본조건의 유지는 국가권력에 의한 제한으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 따라서 각 영역에 따른 국가의 활동방향에서 차이가 있다. 즉, 안전보
장의 경우 국가는 다른 시민의 침해를 차단하는 활동을 해야 하고, 자유보장의
경우에는 국가 스스로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령에 구속된다. 이
렇게 하여 법치국가는 한편으로는 국가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국가활동을 소극적으로 억제해야 할 이중의 과제를 부담한다. 자유에 구
81) E. Schmidt-Aßmann, Der Rechtsstaat, in: Handbuch des Staatsrechts Bd. I, 2. Aufl. 1995, § 24 Rd. 2 이하.
82) J. Isen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S. 7; C. Callies, Sicherheit im freiheitlichen Rechtsstaat, ZRP 2002, S. 4.
83) 이에 관해서는 베르너 마이호퍼, 법치국가와 인간의 존엄, 70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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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되고 동시에 권력의 제한을 받는 국가가 안전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는 사실
은 로크가 근대의 헌법국가에게 물려준 유산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안전이라는 두 헌법가치를 절대적 대립관계로 설정할
수는 없다.84) 이 점에서 “안전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라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자유를 희생시키면서 안전을 추구하는 자는 결국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된다”라
고 말하는 것은 자유와 안전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절대시하는 것으로서 법치국
가의 통일적 프로그램을 그르치는 것이 되고 만다. 그와 같은 양자택일적 전략은
마치 평화와 자유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홉스의 국가철학처
럼 공포의 이데올로기일 따름이다.
이성법적 전통에 기초한 헌법국가의 이념에서는 그와 같은 양극화를 생각할
수 없다. 경험적 헌법국가에서는 과정이 곧 목표가 된다. 다시 말해 자유와 안전
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이념에 접근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법치
국가가 담당하는 이중적 과제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상태를 수용하여 이를 처리
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 자체가 곧 헌법국가의 목표이다. 공적 안전의 보장과 시
민의 자유권의 보장, 법치국가적 보호와 법치국가적 자유는 극단적인 대립관계
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흐를 잠재성을 안고 있다. 이
잠재적인 긴장을 각각의 시공간 속에서 역동적인 종합이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
는 것이 곧 법치국가적 헌법국가의 과제이다.85) 따라서 각각의 상황에 비추어
세분화와 형량을 거치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하여
정치적 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면서 최대한의 안전과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2) 침해의 정당화로부터 전면적인 형량으로
국가의 침해로부터 자유를 방어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질서에서 자
유와 안전의 균형은 침해의 정당화라는 양태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안전은
84)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 Dennis-Kenji Kipker, Informationelle Freiheit und staatliche Sicherheit, 2016, 특히 S. 22 이하 참고.
85)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W. Glaeser, Ethik und Wirklichkeitsbezug des freiheitlichen Verfassungsstaates, 1999, S. 53 이하, 60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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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만 가능하고, 공공의 안전 역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그와 같이 국가가 시민 및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활동을 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에는 그러한 활
동을 정당화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법치국가적 제한이 뒤따른다. 이 점에서 국가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시민
의 자유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치국가적 행위의무는 법
치국가적 행위한계를 준수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는 국가정당화의 맥락에서 안전보장이 이론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86) 즉, 안전보장을 이유로 이에 대립되는 자
유에 대한 제한을 적절하고 필요한 정도에 국한시켜야 할 뿐, 안전보장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국가과제에 관한 자유적 법치국
가적 전통은 이미 출발점부터 안전에 대해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자유적대적 속
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87) 법질서는 국가로부터 벗어난 자유영역의 방어선이고,
이에 반해 안전이라는 목적은 이미 부정적 성격을 갖는다. 그리하여 다른 시민으
로부터의 안전과 국가로부터의 자유 모두가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유와 안전 사이의 적극적 상관성을 주장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전통에서는 이미 혐의의 대상이다. 다시 말해 안전은 이미 구조
적 의혹의 대상이다. 따라서 안전이 자유의 제한뿐만 아니라, 자유의 실현을 의
미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침해로부터의 방어와 과잉금지라는 헌법도그마틱을 통
해 구체적인 경우마다 개별적인 정당화를 필요로 한다.88)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결코 자유적 법치국가에 대한 비판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되며, 단지 방법론적 측면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즉,
자유국가가 아니라 안전국가라는 완전히 상반된 대안을 선택하기 위해 헌법도그
마틱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또는 이를 완전히 해체하는 결과에 도달해서는 안 된
86) 이에 관한 고전적 서술로는 G. Jellinek, Die Entstehung der modernen Staatsidee, in: ders., Ausgewählte Schriften und Reden, Bd. 2, 1911, S. 45 이하 참고.
87) 이에 관해서는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15 이하 참고. 또한 ‘자유의 적’으로서의 안전에 관해서는 J. Limbach, Ist die kollektive Sicherheit der Feind der Freiheit?, 2002 참고.
88)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37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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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특히 방어권적 차원에서 기본권은 자유국가와 개방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라
는 사실에는 어떠한 의문도 있을 수 없으며, 안전국가를 극복하고 자유국가를 정
착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오랜 역사를 결코 부정해서는 안 된다.
법치국가의 안전정책은 바로 이와 같은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국가는
결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안전을 제공할 수 없다.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치국가의 안전정책은 국가에 대항하는 시
민의 자유권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문도
있을 수 없다. 안전정책의 이와 같은 한계를 확인하고 확정하는 한, 범죄나 자유
에 대한 여타의 위협에 대해 자유보장은 이미 구조적으로 더 열악한 지위에 있
고, 자유 자체는 항상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자유를 감행하고
자유를 우선시하는 데 따르는 필연적 결과이다. 이 점에서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
한다는 것은 곧 불안전을 법적으로 감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안전정책 활동의 범위를 이와 충돌하는 방어권에 의해 제한
을 할 때에는 국가가 시민의 자유영역에서는 어떠한 개입권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부작위의무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공적 영역에서 자
유의 행사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한 적극적
의무는 헌법이 감수해야 할 자유의 불안정성(위험)을 방어권적 기본권으로 정당
화하는 범위 내에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89) 이에 반해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Schutzpflicht)를 전제할 때에는, 안전에 대한 기본권을 인정하고 헌법적
자유질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려고 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의 범위 내에
서는 방어권적 기본권 중심의 자유질서가 갖고 있는 한계에 주목하여 이를 극복
하려고 하게 된다. 즉, 안전기본권에 관한 이론은 국가로부터의 소극적 보호와
함께 국가를 통한 적극적 보호를 자유주의 공동체의 구성요소로 확립시키려는
시도이다. 안전이라는 국가과제는 한편에서는 법치국가의 방어기능이라는 고전
적 자유주의 이념과 긴장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법치국가가 갖
는 안전과 보호의 차원에서는 안전과 자유적 법치국가가 서로 겹치는 교집합의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90)
89) 구체적으로는 E. Denninger, Der Präventions-Staat, in: Kritische Justiz 1988, S. 11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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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러한 교집합을 벗어나는 영역에서는 자유와 안전이
여전히 긴장관계에 놓인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양자의 균형관계 자체는 전통적
인 자유주의의 구상에 따를 때와는 다른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왜냐하면 교집합
의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자유와 안전의 적극적 연관성에 기초하여 자유와 안전
의 균형이 커다란 형성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자의 교집합
은 ‘안전의 자유적합성’을 위한 중요한 척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91) 이를 위
한 헌법도그마틱적 척도가 위치하는 곳은 비례성심사이다. 비례성원칙은 자유침
해의 과잉과 안전보장의 과소를 모두 금지하는 다차원적 구조를 갖게 되고, 자유
보장과 안전보장이 최상한선과 최하한선을 전제한 형량과정을 거치게 된다.92)
이와 같이 허용되는 최대한의 한계와 필요한 최소한의 한계 사이의 범위 내에서
사회적 위협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민주적 입법자
의 과제가 된다.
- 경찰법적 안전정책의 변화
(1) 위험차단
이와 같은 헌법적 논의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무엇보다 경찰법이
다. 경찰법은 안전보장이라는 국가과제에 상응하는 예방조치를 담당하는 행정기
관의 과제와 권한을 규정한 법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경찰법은 안전을 위험의 부
재상태로 파악한다. 즉, 위험이 경찰법의 핵심개념이다. 위험은 일반적으로 특정
한 사건의 과정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전형적인 측면에서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추상적 위험) 또는 개별사례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또
는 주관적 판단에 비추어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구체적 위험)을 뜻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손해란 제3자에 의해 야기되는 보호이익의 침해 또는 규범
위반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험개념은 국가의 안전과제를 구체화할 뿐만 아니라,
90) J. Isensee, Das Grundrecht auf Sicherheit, 1983.
91) C. Callies, Sicherheit im freiheitlichen Rechtsstaat, ZRP 2002, S. S. 6.
92)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99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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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11
동시에 이를 제한하고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왜냐하면 보호이익에 대한 위험이
존재할 때에만 경찰의 예방활동이 시작될 수 있고, 이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에만 경찰의 위험차단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93)
이러한 전통적 경찰법은 역사적으로 보면 자유주의의 산물이다.94) 즉, 그 연
원은 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국가의 행정이 깊숙이 침투했던 절대주의 시대의
경찰개념과 결별하면서 경찰활동을 위험차단에만 고정시키려는 의도였다. 법도
그마틱의 관점에서도 전통적인 경찰법은 자유주의 법치국가헌법의 지평 위에 있
다. 전통적 경찰법의 핵심개념인 위험은 경찰의 활동이 개인의 자유의 측면에서
반드시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표현한다. 즉, 위험은 무엇보다 국가의 안전
과제 자체가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경찰과 안전기관은 오로지 위험
이 존재할 때에만 비로소 활동을 개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위험의 종류는 과제
와 권한을 나누는 경계선이 된다. 추상적 위험의 존재는 일반적인 의미의 경찰과
제가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이다. 예컨대 위험확인이나 위험탐색 또는 경찰활동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과 같은 위험예방과 사전배려는 일반적인 경찰과제에 해당한
다. 그렇지만 이 단계에서의 경찰과제는 시민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경찰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러한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이미 이
단계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허용하는 특별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법률유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위험상황이 전제되어야 한
다. 즉, 보호법익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이 있을 때에만 경찰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 위험은 경찰법이 안전과 자유 사이의 균형을 수립하는
핵심 지점이다. 법치국가적 보호의무와 법치국가적 자유보장 사이의 조화를 꾀
하려는 전통적인 헌법국가사상 역시 이 지점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법적 안정
성과 법의 명확성이라는 헌법적 명령 역시 구체적 위험이라는 핵심 지점을 감지한
결과이다. 물론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예측적인 판단에 의존하
93) 위험의 경찰법적 의미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로는 이기춘, 경찰질서법상 위험개념 및 표현위험과 위험의 의심 - 독일경찰법학의 위험개념 검토를 중심으로 -, 공법연구 제 31권 4호, 2003, 363면 이하 참고.
94) 이에 관한 역사적 개관으로는 V. Götz, Allgemeines Polizei- und Ordnungsrecht, 13. Aufl. 2001, Rn. 10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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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고, 위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황에 따른 가변적인 요소(예를 들어 가능한 손해
발생의 근접성이나 손해의 정도에 따른 개연성, 지속적 위험, 위험의 혐의)를 내
포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확실한 개념이다. 그렇긴 하지만 구체적 위험은 한 사건
의 인과과정에 대한 일상적 경험에 구속되고, 경찰실무와 판결을 통해 일상적인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경찰활동이 허용되는지는 이
구체적인 위험을 기준으로 얼마든지 사전에 예측이 가능하고 사후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95)
이와 함께 구체적 위험이 존재할 경우 경찰의 자유침해 조치는 원칙적으로 그
러한 위험의 귀속자, 즉 위험을 야기한 ‘경찰책임자(Störer)’에 국한되어야 한다
는 또 다른 제한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경찰의 긴급피난이라는 예외상황이 아닌
한, 위험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자유의 제한을 당하는
시민과 위험상황 사이에 책임귀속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 점에서 경찰책임자
라는 개념은 법치국가적 합리성의 표현이다. 물론 구체적 위험의 개념과 마찬가
지로 경찰책임자의 확인과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 경험
적 개연성을 통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고전적 경찰법은 구체적 위험과 경찰책임자라는 개념을 통한 이중
적 제한장치를 거쳐 자유적 법치국가의 자유개념에 부응한다. 즉, 불안전(위험)
이라는 개념은 자유개념의 구조와 직접적 상관관계에 있다. 왜냐하면 자유가 구
체적 개인의 자유로 확인되듯이 자유에 대한 위험 역시 구체적 위험으로 개별화
를 거쳐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대한 경찰책임자라는 개
념도 개별적 귀속가능성 판단을 거쳐 개별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불안전상태의
존재 및 그에 대한 차단의 필요성은 오로지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개별사례에서
만 존재할 수 있는 경찰책임자의 차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체계에서 공적 안전보장이라는 과제는 개인적 자유라는 개념이 개인적
책임을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수행된다. 즉,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은 기본
권을 중심으로 개인적 자유와 개인적 책임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
하는 문제에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외적 자유행사가 인간의 공동생활
속에서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되는 불안전은 이 불안전이 곧장 개인의 책임으로
95) 경찰법의 이러한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는 E. Denninger, Polizeiaufgaben, in: ders./ H. Lisken, Handbuch des Polizeirechts, 4. Aufl. 2007, S. 312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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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13
번역되지 않는 한, 그 자체 자유의 문제이지 안전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위험을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불안전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경찰책임자를 확인할 수 없다면,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고,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개입할 권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자유적 법치국가에 기초한 경찰법의 기본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적인
법치국가원칙에 따른다면 경찰은 위험이라는 한계선 이하의 영역, 즉 개인적 책
임귀속이 가능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는 장래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침해조
치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2) 범죄예방을 통한 사전영역의 방어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정보기술이나 기타의 수단을 동원하여 경찰법의 영역을
훨씬 더 확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은 법치국가적 우려의 대상이 된다. 물론 새로
운 시도들은 고전적 경찰법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를 단지 보충하고자 할
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운 경찰법은 예방조치의 대상영역(Objektbereich)
을 훨씬 더 확장하고자 한다.96) 이는 결국 안전이라는 과제가 구체적 위험보다
훨씬 더 앞선 단계에서 강조되는 결과를 낳고, 그리하여 위험차단과 형사소추라
는 고전적인 안전조치와는 별개로 예방적 범죄투쟁이라는 제3의 안전조치를 추
가하는 추세로 나가게 된다. 이제 형법과 형사소송법이 구사하는 수단과 방법과
는 별개로 경찰예방적 과제영역과 활동범위가 장래의 범죄행위에 대한 예방(위
험의 사전배려)과 장래의 형사소추를 위한 사전배려(형사소추 사전배려)에까지
확장됨으로써 범죄투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97) 이러한 과정에서 정보기
술은 매우 강력한 경찰수단으로 등장한다. 특히 정보기술을 통한 감시나 저인망
식수사(Rasterfahndung) 또는 공공장소의 감시카메라와 같은 새로운 정보획득
방법은 그와 같은 효율성제고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밖에도 포괄적인 정
보수집, 상업적 기술정보의 활용 등과 같이 정보사회의 모든 성과는 곧 예방적
96) 경찰법의 새로운 형성에 관해서는 R. Pitscha, Polizeirecht im kooperativen Staat, in: Die öffentliche Verwaltung 2002, S. 221 이하 참고.
97) K. Waechter, Die aktuelle Situation des Polizeirechts, in: Juristenzeitung 2002, S. 854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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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경찰활동의 도구가 된다.
이와 같이 경찰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안전정책은 사회상황의 변화에 기인한
다. 특히 공적 안전과 질서에 대한 현대적 위협상황은 “예방을 통한 안전”이라는
전략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98) 적어도 안전기관의 분석에 따른다면 위협
의 폭과 깊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넓고 깊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
련해서는 특히 정보기술의 발전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범죄나 국제적 차원에서
의 범죄를 유발하게 되었다는 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범죄의 전개양상
과는 별개로 정보기술의 발전 자체가 범죄에 대한 지각 자체를 강화함으로써 범
죄공포를 확산시키고, 그에 따라 안전욕구가 과거에 비해 증대되었다는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어쨌든 현대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안전정책의 논리
는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위험차단 구상이 갖는 약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아주 작은 위협현상일지라도 이를 그대로 묵인할 경우 나중에는 더 이상 제거할
수 없는 거대한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그 때문에 범죄
적 성향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는 경우에는 거기에 해당하는 장소, 집단, 개인을
막론하고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안전정책적 예방과제를 최대한 실현하려고 하
게 된다.99) 이제는 이미 존재하는 위험이 현실이 되는 인과적 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차단하는 데 국한되는 대신, 그러한 위험의 성립 자체를 예방하고 이를 위
해 사전에 일정한 배려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중심이 이동한다.
(3) 법치국가 이념에 대한 도전
이러한 조치들이 헌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상
당히 어려운 일이다. 경찰법의 고전적 구조로부터 이탈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 측
면에서 반론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체적 위험이 경찰의
개입 여부의 한계선이 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금지와
98) 이러한 상황변화에 관해서는 M. Albers, Die Determination polizeilicher Tätigkeit in den Bereichen der Straftatenverhütung und der Verfolgungsvorsorge, 2001, S. 100 이하; M. Kniesel, Vorbeugende Bekämpfung von Straftaten im juristischen Meinungsstreit – eine unendliche Geschichte, ZRP 1992, S. 164 이하 참고.
99) K. Waechter, Die aktuelle Situation des Polizeirechts, in: Juristenzeitung 2002, S.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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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15
과소금지 사이의 범위 내에서 민주적 입법자는 자유롭게 경찰의 예방적 활동을
범죄투쟁에까지 확장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와 결부된 자유침해를 위험
의 사전배려 영역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장애유발자의 관점에 고정되어 있는 경
찰법을 피해자관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경하여 자유와 안전의 관계를 다시 설
정하는 것은 잠재적 피해자들의 보호청구권100)의 관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원칙모델로부터의 이탈은 분명 법칙국가에 대한 도전을 뜻
한다. 형사사법의 전통적인 기능이 해체되고 국가권력이 더욱 상승하는 방향으
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과 그에 대한 우려만 보더라도 얼마나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101) 바로 이 점에서 형사사법의 전반적 사전단계
화와 정보기술의 전면적 투입은 법치국가적 형사사법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라
는 번거로운 외투를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 새로운 안전과제
를 법치국가적으로 형성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특히 경찰의 사전단계 활동이 과거와 같이
범죄자 또는 경찰책임자의 행태를 중심으로 일정한 조치를 조율할 수 있는 시간
적 근접성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막연한 위협상황을 상
정하고 이루어지는 형사사법 활동은 구체적인 행위자의 개별적 책임을 확인하는
단계를 전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컨대 경찰법의 영역에서는 경찰책임자와 그
렇지 않은 일반인 사이의 구별이 의미를 상실한다. 그리하여 구체적 사건이나 혐
의와는 무관한 조치가 중심에 서게 된다. 물론 그러한 조치가 기본권침해로 인식
되지 않는 한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권보장의
내용을 정보적 자기결정권으로까지 확대하게 되면 형사사법의 사전단계 활동은
갈수록 기본권과 마찰을 빚는 상태에 있게 된다. 오늘날 다양한 정보기술을 동원
한 경찰의 정보획득은 경찰의 활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무고한’ 시민에게 부
담이 되는 정보적 침해를 수반한다.102)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허용되는 침해의 한계를 설정하기 위한 법치국가적
100) 피해자의 관점을 강조하는 K. Waechter, ebd., S. 854 참고.
101) 이러한 우려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W. Hoffmann-Riem, Freiheit und Sicherheit im Angesicht terroristischer Anschläge, ZRP 2002, S. 497 이하 참고.
102) 이 점에 관해서는 특히 E. Denninger, Freiheit durch Sicherheit?, in: Kritische Justiz 2002, S. 47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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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성심사도 위험차단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된
다.103) 왜냐하면 사전단계에서의 예방적 수사활동의 대상영역은 개별적 상황에
서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 불안전상태가 아니라, 전반적인 상태의 집단
적 불안전이기 때문이다. 예방조치가 위험 자체가 아니라, 위험의 성립에 주목하
는 한, 그러한 조치는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막연한 위협상
황에 대한 대응이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험과 관련된 특정한 행위나 행
위자를 막연하게나마 지목하는 것마저도 불가능하다. 물론 이로 인해 형사사법
의 활동에 대한 법치국가적 구속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규범적 척도가 완전히 상
실되는 상태에 빠질 것인지는 형사사법에 대한 통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여
부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문화나 법문화와 같은 법체계 바깥에 존재
하는 요인들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유의식의 발달정도나 자유에 관한
집단적 성찰의 수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긴 하지만 법체계 내부의 관
점에서 볼 때에 새로운 경찰활동이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전혀 다른 성격의 위협
상황은 뚜렷한 윤곽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쟁에 투입되는 수단들의 적합성,
필요성 및 기대가능성을 보통의 비례성심사의 방법으로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
만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경찰법은 일반적인 위험행정법의 성격과 유사해지고,
‘범죄투쟁을 내용으로 하는 특수한 위험차단을 위한 법영역’이 된다.104)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안전논리의 강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의
영역에서도 여전히 비례성원칙이 관련된 자유이익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범죄예
방을 위한 정보의 사전배려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척도를 제공해줄 수 있다
고 주장한다. 비례성심사를 동원하는 한, 국가의 목적추구를 위해 어떠한 수단이
나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법적인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
이 비례성원칙의 역량을 신뢰할 때에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사실상의 준거점’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침해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은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따라서
단순한 추측이나 두려움만으로는 경찰활동을 개시할 전제가 되지 못한다. 이 점
103) 이에 관해서는 D. Neumann, Vorsorge und Verhältnismäßigkeit, 1994, S. 115 이 하, 133; M. Möstl, Die staatliche Garantie für die ö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2002, S. 229 이하 참고.
104) K. Waechter, Die aktuelle Situation des Polizeirechts, in: Juristenzeitung 2002, S.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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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17
에서 경찰이 사전단계에서 수사활동을 할 권한은 혐의가 어느 정도 응축된 구체
적인 정황이 있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105)
더 나아가 자유와 안전, 개인의 의무와 공공의 책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은 (1)
범죄예방이라는 과제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비중, (2) 위협의 정도 또
는 위험생산에 대한 혐의의 정도, (3) 사전단계에서의 경찰개입의 정도와 해당하
는 자유침해의 강도 등에 비추어 설정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양자 사이
의 적절한 균형을 밝혀낼 수는 없지만, 형사사법 전체의 사전단계화가 그에 따른
당사자들의 용인의무와 위협상황의 성격 사이의 적절한 관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요청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106) 예를 들어 위협상황과 관련된 사
실상의 준거점이 더욱 익명적이고 추상적일수록 사전단계에서의 조치로 인해 영
향을 받는 수범자들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도 더욱 익명적이고 추상적으로 형성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뚜렷한 윤곽을 갖지 않는 막연한 위협상황에 대한 조치
는 구체적 개인의 기본권 침해강도가 훨씬 더 낮게 조정되어야 한다.
(4) 예방작용과 적절성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사전단계 활동의 적절성에 대해 전혀 다툴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사전단계의 예방활동이 정보활동에만 국한되는 것
도 아니다. 정보활동은 추후의 위험차단이나 형사소추에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범죄예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고 그러한 조치의
적절성과 필요성에 대한 감응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형사사법의 사전배
려 활동이 실제로 예방작용을 하는지 여부는 범죄학적 연구의 대상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경찰의
사전활동의 강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에 해당한다. 국민 전체에 만연해
있는 범죄에 대한 공포를 감안할 때 - 불안감이 객관적 안전상태에 상응하는 것
105) M. Albers, Die Determination polizeilicher Tätigkeit in den Bereichen der Straftatenverhütung und der Verfolgungsvorsorge, 2001, S. 241 이하.
106) M. Möstl, Verfassungsrechtliche Vorgaben für die strategische Fernmeldeüberwachung und die informationelle Vorfeldarbeit im allgemeinen, in: Deutsches Verwaltungsblatt 1999, S. 1401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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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에 관계없이 - 공적인 공간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공동생활에서 사회적
및 법적 규범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킨다면 그 자체로서 예방
작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또한 위하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위하
는 전통적으로 형법의 몫이었다. 하지만 형법의 위하작용은 금지규범을 통한 제
재위협, 즉 통제를 통한 위협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조
치들은 적극적 일반예방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예방효과는
투입되는 기술이나 기술이 투입되는 영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역시
경험적 토대에 기초한 범죄학의 연구과제에 해당한다.107)
그러나 생각할 수 있는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전단계화는 커다
란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전통적인 법치국가의 관점에서 형사사법의 사전단계화
에 의한 예방권한과 통제권한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감시분위
기를 조성하고, 이로 인해 개방사회의 역동성과 활력을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더욱이 형사사법이 안전을 중시하고, 이를 형사사법질서의 우선적 목표로 수용
할 때에 과연 비례성원칙이 형사사법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원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즉, 비례성원칙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지라도, 이 원칙이 자유와 안전의 관계 속에서 실
효성을 발휘하기에는 안전을 수용하는 법도그마틱 자체에 이미 비례성을 파괴할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 안전도그마틱의 위험성
이러한 위험을 의식하면서 특히 자유의 관점에서 법질서에 안전이라는 요소가
정착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법도그마틱의 차원에서 더 자세히 분
석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말했듯이 범죄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위협에 대해 국가
가 ‘안전’을 기치로 내세우는 한, 자유침해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헌법적 차원에
서 안전의 논리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안전 논리에 따른 자
107) 이 점은 특히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의 예방작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이 기술적 장치가 과연 예방작용을 실제로 하는지는 범죄학을 통한 경험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물론 CCTV가 범죄수사 또는 형사소추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 대해 서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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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19
유침해가 단순히 양적 팽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안전의 관계와 관련하
여 자유의 성질 자체까지도 변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헌법국가와
법치국가가 전제하는 자유의 의미 자체가 안전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그
리고 이 측면은 안전논리의 법제화든 정보기술의 도입이든 법질서의 변화에 직
면하여 자유의 축소를 우려하는 비판적 성찰의 핵심에 해당하기도 한다. 여기서
는 공법학자 올리버 렙시우스(Oliver Lepsius)의 비판적 성찰108)을 받아들여
안전에 의한 자유의 질적 변화를 자유의 ‘탈개인화’와 ‘탈관계화’로 집약하여 서
술한다.
(1) 자유의 탈개인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안전을 위한 형사사법적 조치의 사전단계화는 인간을 구
체적인 개인이라는 특정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위험한 환경을 구성하는 추상적
인 요소로 파악한다. 즉, 개인은 더 이상 법에 충실한 시민이 아니라, 언제든지
안전을 위협할 잠재성을 지닌 위험요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극단
적인 경우 안전을 위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가 침해를 정당화할 입증책
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해를 당하는 시민이 자신이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전도현상이 발생한다.
이 점은 특히 정보기술을 이용한 경찰의 위험사전배려 활동에서 뚜렷하게 드
러난다. 일반적인 경찰법의 원칙에 따르면 경찰처분과 관련이 없는 제3자는 예
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경찰활동을 통한 침해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예컨대
데이터뱅크를 이용한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조사, 수집 및 확인하는 조치는
이러한 예외가 오히려 원칙이 된다. 특정한 행위를 통해 경찰이 개입할 어떠한
계기도 부여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경찰조치의 수범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행동은 안전조치와 관련하여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이로써 시민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가 한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라
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침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정보기술을 통한 감시기
술의 작동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인이 아니라, 뚜
108) O. Lepsius, Freiheit, Sicherheit und Terror: Die Rechtslage in Deutschland, in: Leviathan, 2004, S. 64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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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렷한 경계설정이 불가능한 사회적 환경이 중요할 뿐이다. 이와 같은 ‘탈개인화’
현상은 극단적으로는 국가가 시민을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인의 자유
가 안전이라는 일반적 유보 아래에서만 허용되는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다.109)
이러한 위험성은 무엇보다 자유이익은 얼마든지 개인의 가치로 수렴할 수 있는
반면, 안전은 집단적 가치로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점은 정보적 자기결정권이
안전과 형량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거의 필연적으로 안전에 뒤쳐지는 가치가 된
다는 관점의 측면에서 이미 앞에서 서술한 바 있다.
(2) 자유의 탈관계화
자유와 안전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감안하는 한, 위험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비례성원칙을 통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기본권침해라는
수단과 안전이라는 목적 사이에 비례성이 있어야 한다. 비례성이 충족되기 위해
서는 첫째, 수단이 목적추구를 위해 적절할 것, 둘째, 수단이 목적추구를 위해
필요할 것, 셋째, 수단이 목적추구와 균형관계에 있을 것을 전제한다. 기본권의
침해 전반과 관련된 이러한 비례성심사과정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 사
이를 매개하는 장치로서, 입법자의 활동영역에서 시작해서 국가의 개입 또는 침
해가 이루어지는 전 영역에서 걸쳐 높은 실효성을 갖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례성원칙도 안전을 지향하는 법률의 경우에는 실효성을 상실하기 쉽다. 무엇
보다 안전지향적 법률에서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대한 심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목적과 수단이라는 관계 자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
는 상황이 전개된다.
특히 입법자가 일반조항을 사용하게 되면 목적-수단의 관계에 대한 통제가 불
가능하다. 왜냐하면 안전법률은 목적추구를 위한 수단을 명시하지 않거나 목적
자체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예방을 지향하는 법률의 숙명에
해당한다. 예방은 현재의 특정한 사실에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방적인 구
성요건 구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또는 온라
인수사가 정확히 특정한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를 목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위험
109) O. Lepsius, ebd., S. 78 이하, 82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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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21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기본권침해와 보호법익 사이의 비례성을 판단을
할 때 고려할 내용이 달라진다. 더욱이 예방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구체적 법
익의 비중에 따라 침해의 범위 역시 달라진다(자동차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위치
추적정보를 사용하는 것과 살인범죄를 예방을 위해 이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비례성심사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안전과 예방을 위한 법률이 기본권침해의 관
점에서 비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반조항을 피하고, 침해되는 법익과 침해
를 통해 보호되는 법익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동시에 예방의 대상이 되는 법익
의 경중에 따라 침해의 강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만 안전조치의
‘목적구속성’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110)
다른 한편 위험차단과 예방을 지향하는 법률은 아직 구체화된 사실로 고정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태의 회피를 의도하기 때문에 예측 위주
의 구성요건을 설정하기 때문에 목적-수단 관계에 대한 법적 통제를 어렵게 만
든다. 형사소추와 같은 과거지향의 목적설정의 경우에는 법적 통제에 원용할 수
있는 사실이 명시된다. 그러나 위험차단과 같은 미래지향의 목적설정의 경우에
는 인식 가능한 확정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험예방 조치 자체가
그러한 사실이 존재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실
은 예컨대 위험예측의 토대와 같이 극히 부분적으로만 법적 통제의 대상이 될
뿐, 나머지 부분은 가설에 기초한 사변적 요소로 채워진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
해 위험의 억제와 차단을 법률의 목적으로 삼을 경우 입법자가 법률구성요건에
목적을 섬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도 예방의 목적에 관한 일
반조항적 서술이 불가피하다.111) 이 점에서 법익침해가 이미 확정되어 있는 사
후적 억압에서는 목적-수단의 관계가 명확한 반면, 예방적 조치의 경우에는 법
익침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목적 그 자체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예방을 표명하는 구성요건의 논리는 비례
성원칙의 심사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안전이 집단적 이익이라는 점에서 비례성심사를 위한 법익형량 과정
에서 자유라는 개인적 이익은 거의 언제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문제가
110) O. Lepsius, ebd., S. 85 이하.
111) 이 측면은 이미 ‘안전의 사회학’에 관한 서술에서 안전이 법체계에 ‘기생’할 경우에 법체계가 겪게 되는 구조변화와 직결되는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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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발생한다. 즉, 한 사람의 기본권주체의 자유와 다수의 기본권주체들의 총합의 이
익이자 동시에 모든 사람의 자유행사를 위한 기본조건으로서의 안전 사이의 형
량은 이미 형량 이전의 단계에서 개인의 자유가 열세에 놓이지 않을 수 없다. 따
라서 자유와 안전 사이의 형량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안전을 기본권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안전 그 자체를 법익
으로 포착하는 한, 자유는 비교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고, 자유는 형량이라는
‘함정’에 빠져 더 이상 헤어나지 못할 위험이 높다.112) 이러한 결과는 안전을 실
체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안전을 객관적인 국가목적
으로 파악할지라도, 이를 주관적 법익의 총합으로까지 해석할 경우에는 예방과
안전을 위한 형사사법적 조치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
을 의식해야 한다. 그러한 위험이 현실이 되면 자유와 안전은 결코 균형이나 조
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Ⅵ. 맺음말
기술발전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는 일반적으로 법체계가 직접적으
로 성찰하거나 성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기술 그 자체는 인류의 진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했고, 그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전적으로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이 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집단적
관음증(collective voyeurism)과 집단적 노출증(collective expressionism)이
전면화했다는 식의 비판도 기술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측면에서 기술은
‘순진무구’하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이와 같은 형태로 관찰하면, 정보기술의 발전이 법질서
전체 그리고 특히 형사사법과 관련하여 어떠한 사회적 및 규범적 의미를 갖는지
도 분명해진다. 즉, 정보기술의 발전이라는 법체계 바깥의 변화를 일정한 여과장
치를 거쳐 수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체계 자체의 문제이다. 물론 기술의 보편
112) O. Lepsius, ebd., S.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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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23
성과 정보기술이 갖는 속도구조에 비추어 기술발전을 법체계가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법체계가 과연 이를 체계 내부에서 어떠한 커뮤니케이
션 과정을 거쳐 각 기술의 위치를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
면, 민주적 헌법국가를 전제하는 현재의 법질서가 ‘자유와 안전’이라는 법질서의
목적에 비추어 개개의 기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기
술을 통한 형사사법의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결정적인 물음은 기술 자체가 아니
라, ‘자유와 안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관한 법공동체의 이해이다. 이 점에서 과
연 우리가 얼마만큼의 자유와 얼마만큼의 안전을 원하는지, 우리는 어떠한 질서
속에서 살고자 하는지, 자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자유를 희생하는 대가로 얻는 안전의 질과 양을 충분하다고 여길 것인지 등등
수많은 ‘사회적’ 물음들이 결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안전
을 강화하고 안전감을 상승시키기 위해 형사사법이 정보기술을 활용할 때에도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법체계 및 법체계에 대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감안하는
것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치들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쳐야 할
1차적 관문이다. 이 측면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에 시도할 때에는 그 ‘위험성’을
먼저 지적하게 되는 규범이론과 사회이론은 ‘자유와 안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서도 그러한 ‘관문’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제어 ∥ 정보기술, 경찰법, 자유와 안전, 안전화, 기생학, 체계이론, 위험사회학, 안전의 사회학, 예방, 형량
접수일(2018. 6. 5), 심사일(2018. 6. 22), 게재확정일(2018.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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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1호(2018. 6)
The Development of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Freedom and Security -A sociological and normative approach-
Yoon, Zai Wang*113)
This article reviews the traditional theme of ‘freedom and security’ in
terms of the criminal justice system undergoing a great transformation.
It attempts to focus on how the dramatic development of information
technology (IT) and the criminal justice system has interrelated so far,
and reflect on what the combination, in turn, has caused on the
connection between freedom and security. To accomplish this, this
paper starts by identifying the overall problems involved in the
developing IT and the changing criminal justice. And we move on to
analyzing the implications of IT and its capacity for protecting individual
freedoms. We bring a constitutional perspective here as well.
Subsequently, we describe the sociological meaning of ‘security’, or the
Soziologie der Sicherheit, for such transformations has been carried out
under the banner of security. Based on this, we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between freedom and security in the light of constitutional
theory, from which our topic has originally come. This article finally
explores the possible balance and imbalance between freedom and
security, which is also considered as part of a legal order.
- School of Law, Korea-University, Prof. Dr
81페이지
정보기술의 발전과 ‘자유와 안전’ 131
Key Words ∥ information technology, Polizeirecht, freedom and security, securitization, Parasitologie, Systemtheorie, Risikosoziologie, Soziologie der Sicherheit, Prävention, Abwäg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