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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한국사회의 자유담론과 관련해서-, 2010

원본 파일: 김도균, 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한국사회의 자유담론과 관련해서-, 201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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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한국사회의 자유담론과 관련해서-

김 도 균***

Ⅰ. 머 리 말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유의 가치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왜’ 자유가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지, ‘어떤’ 자유이며 ‘어느 만큼의’ 자유를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층적

차원의 의견불일치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의견불일치는 단순히 계급적 이해관

계나 정파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생겨난다기보다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포괄적 신조

들 사이의 의견불일치의 성격을 갖는다. 한국 사회에서 자유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다원주의 사회의 운명이자 장점인 ‘합리적 신조들 사이의 의견불일

치’(reasonable disagreement)라는 것이다.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 법학연구소 기금의 2010학년도 학술연구비의 보조를 받았음.

** 필자의 논문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필자가 어렴풋하게만 자각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 던 부분을 지적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아 들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하였으며,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서는 해당 부분에서 간 략하게나마 답을 하려고 했으나 지면제약상 충분한 답은 되지 못하였다.

*** 金度均: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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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를 단순히 ‘계약 및 영업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옹호하고 소유권을 신성시

하여 이에 대한 국가 및 타인의 간섭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치철학’으로, 자유민주

주의를 ‘시장지상주의와 반공주의의 결합’쯤으로 도그마화하여, 이러한 핵심 원리에

반대하면 불온한 세력으로 비판하는 태도가 있다. 이는 자유의 개념이 그 속성상

열려 있어 언제나 논쟁의 대상인 개념(essentially contested concept)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태도라고 본다.1)

현대 자유론의 출발점2)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구분한 후 전자를 중시하

는 이사야 벌린(I. Berlin)의 견해이며, 한국사회에서는 이에 입각하여 소극적

자유의 보장을 중시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소극적 자유/적극적 자유라는

단순하고 일면적인 구분법을 넘어서려는 공화주의 자유론이 등장하였는데, 이

자유론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 자유 담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상 위에서 이 글은 우선 자유주의 자유론의 중핵을 이루는 벌린의 소극적

자유관을 간략하게 고찰한 후, 모든 자유담론의 공통 구성요소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 후 한국 사회에서 제시되고 있는 자유관들을 염두에 두면서 최근 영미 정치철학

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화주의 자유론을 소개하고 그 이론적 장점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특히 불간섭(규제완화: non-interference)으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자유관과 ‘비예속상태’(non-domination)3)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자유

관을 비교하면서 공화주의 자유론의 비교우위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시론적으로 적용해볼 것이다. 헌법학계에서 축적된

헌법학적 성과물의 매개 없이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들에 대한 정치한 분석

없이 곧바로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정치철학에서 논의되는 자유론을 적용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필자는 이 글에서 감히 하나의 조그마한 시도를

1) 필자는 강정인 외, 「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보수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급진주의」, 후마니 타스, 2009, 179면에서 개진하는 견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은 반공주의에 바탕을 둔 ‘반공규율사회’의 해체와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 자유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알아보기 위해 매우 유용한 문헌으로는 I. Carter/M. Kramer/H. Steiner (eds.), Freedom: A Philosophical Anthology, Oxford, 2007 참조.

3) 국내에서 많은 학자들이 ‘non-domination’을 ‘비지배’로 국역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느낌으 로는 비지배란 용어로는 ‘non-domination’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domination’의 반대말인 예속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라는 뜻에서 ‘비예속상태’로 번역해보았다. 그러나 ‘비예속상태’ 용어를 필자가 하나의 학문적 용어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 여, 독자들께서는 필자가 사용하는 ‘비예속상태’란 용어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비지배’란 용 어로 대체해서 이해하시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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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39

감행하고자 했다.

Ⅱ. 자유주의적 자유관을 둘러싼 논쟁

  1. 자유주의적 자유론을 둘러싼 전형적인 논쟁

이나미 교수는 논쟁적 저서『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에서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

의 자유론을 비판하는 견해들의 핵심(“한국에서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부르주아 계급의 이념이다.”)을 명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4) 이나미 교수는 개인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가치임을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유주의에

서 말하는 자유는 ‘누구의’ 자유(whose liberty?)이며 ‘어떤’ 자유(which liberty?)

를 대상으로 하는가, 자유주의가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자유는 과연 ‘진정한 자유’인

가?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현재의 한국 자유주의의 실체가 한국 근대성의

기원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으로부터 이나미 교수는 한국 자유주의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한다. 그 주장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한국의 근대화 역사에서 등장하여 형성된 자유주의의 모습은 자유주의

일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의 자유주의 내용과 현실을

고찰하면 자유주의 ‘위선적인’ 정체를 간파할 수 있다.5)

② 근대 한국의 지배적인 자유주의 이념의 근원(원천)인 <독립신문>의

사상은 자주독립· 문명개화를 골자로 하는 자유주의다.6)

4) 이나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책세상, 2001.

5) 동아시아에서 근대화 초기 자유개념을 번역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당시 ‘liberty’ 개념을 번역하던 일본 번역자의 해설을 보면 다음과 같 다: “西語에 ‘리버티’라는 말이 있으나 일본이나 중국에는 이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모리슨은 이를 自主之理, 롭세이드는 任意行之權 이라 번역했다. 생각건대 ‘리버티’란 인민이 자신의 취향 에 따라 행동할 권력이라는 것과 같다. 모든 大公의 이익, 공동의 득이 되는 율법에 따르는 것 이외에 타인의 압제와 구속을 받지 않는 인민의 권을 ‘시빌 리버티’라 하여 서국에서는 이를 開 化治平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릴리저스 리버티’라 하면 윗사람의 강제 없이 인민 자신 이 마음에 드는 法敎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야나부 아키라/서혜영 옮김, 「번역어 성립 사정」, 일빛, 2003, 175-6면에서 재인용) 6) 이나미 교수는 한국 근대화 초기 자유주의 이해에서 등장한 ‘자주독립’의 가치에 그다지 주목하 지 않는다.(위의 책, 41면 이하 참조). 필자는 오히려 자주독립의 정신이야말로 자유주의의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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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일반논단

③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유주의는 ‘강한 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시녀였다. 이에 비추어보면 자유주의는 ‘강한 자의 지배’를 보장해주

는 역할을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이러한

귀결은 자유주의 본질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다.7)

④ 자유주의란 고립된 개인의 쾌락의 자유를 본질로 한다. 자유는 좋은

가치이지만, 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강한 자’의 자유이다. 자유주의

적 자유는 실상 홀로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강한 자의 자유, 그것도

돈을 자기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할 뿐이다.

⑤ 따라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면 자유주의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필요

하다.

<독립신문>에서 민주주의 또는 민주사상이 본격적으로 다뤄진 일이 단 한

번도 없고, 민족과 백성을 위하는 내용과 외세 의존적이고 민중 불신적인 내용이

상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립신문>으로 대표되는 개화파의 ‘초기 자유주의’에

는 서양문명의 추종과 엘리트주의가 내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양문명을

신뢰하다 마침내 친일로 돌아서게 된 것도 ‘초기 자유주의’가 추구하던 목표에

비추어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이나미 교수는 주장한다.8) 이러한 성격을 갖는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도입된 한국의 자유주의는 해방 이후 한국 정치세력의 이념적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으니 자유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독재정은 자연스럽

게 결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결합이 곧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확립되었

다고 이나미 교수는 강조한다.9)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한국에서 자유주의가 수용되고 발전되어온 역사와 그

특수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10) 자유의 개념과 이념에 대한

이해도 매우 피상적이라는 비판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11)

이나미 교수의 견해와는 반대로 자유주의 자유론을 이해하는 경향은 자유주의(적

령이라고 보고, 후술하는 공화주의적 자유관에서 강조하는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liberty as non-domination)라는 관점에서 독립신문이 말하는 자주독립의 이념을 해석하고자 한다.

7) 이나미, 위의 책, 33면 이하 참조.

8) 이나미, 위의 책, 75면 이하 참조. 9) 이나미, 위의 책, 145면 이하 참조.

10) 문지영, “한국 자유주의의 역사,” 박세일/나성린/신도철 공편, 「공동체자유주의」, 나남, 2008, 65면.

11) 비슷한 견해로는 문지영, 위의 논문, 6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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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관)의 내용을 고전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채우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자유를 전적으로 소극적 개념으로 파악하여 국가와 타인의 ‘외적 강제’가 없는

상태(the absence of coercion)를 자유로 본다. 이 입장은 위에서 설명한 이나미

교수와 정반대의 견해를 주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을 시장지상주의(와 반공

주의의 결합)로 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차이점이라면 이나미 교수는 이러한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이 입장은 그렇게 이해된 자유민주주의를

적극 옹호한다는 점뿐이다. 한국에서 자유주의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을 하지

않았고 무반성적인 견해라는 점에서 양자는 공통적이다.12)

  1.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

최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

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자유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반공규

율주의+시장지상주의’의 결합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서 최대한으로

평등한 자유를 지향하고 시민의 복지를 배려하는 이념으로서 파악하려는 견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들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에 담겨

있는 근본가치들이 자유민주주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서, 한국 사회 대부분의

정치이념들을 자유민주주의 내용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시도들로 파악한다는 것이

다.13)

필자는 대한민국 현행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정’ 개념과 이념을

모든 정치철학 및 법철학적 논쟁의 공통 기반(plateau)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

다.14) 이때 관건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체’라는 개념 요소 중 ‘자유롭고 민주적인’

12) 문지영, 위의 논문, 60면 이하; 김일영, “미완의 프로젝트로서의 한국 자유주의,” 박세일/나성린/신도 철 공편, 위의 책, 90면 이하 참조. 13) 정태욱, 「자유주의 법철학」, 한울아카데미, 2007; 박동천,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 모티브북, 2010. 14) 가령 다음과 같은 주장이 한겨레21 기자의 글에서 나왔다는 것은 자유주의의 가치에 대한 진보 진영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자유주의는 근대사상의 효 시다. 보수주의·사회주의 등은 모두 자유주의의 후손이다.”(안수찬, “신자유주의, 구한말 개화파의 재 림,” 「한겨레 21」 (2010.03.05 제800호).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입헌적 자유주의(constitutional liberalism)와 민주주의의 결합으로 보는 견해도 주목할 만하다. 김일영, “미완의 프로젝트로서의 한국 자유주의,” 박세일/나성린/신도철 공편, 위의 책, 81-124면 참조. 또한 안병길, 「약자가 강자를 이기 는 법」, 동녁, 2010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공통의 상위이념으로 놓고 자유민주주의 우파, 자유 민주주의 중도파, 자유민주주의 좌파(사회민주주의)라는 스펙트럼을 설정하고 있다. 매우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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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일반논단

이라는 관형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이라는 관형사에

자유의 평등이라는 이념과 평등한 주권자로서의 시민이라는 이념이 포함되어 있다

고 보면, 자유민주정은 평등의 이념―어떤 식으로 해석되었든―을 상정하는 셈이다.

결국 극단적인 파시즘이나 극단적인 공산주의 또는 극단적 종교근본주의 등을

빼고는 현대의 모든 정치철학은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중심 가치로 받아들인

후, 각자의 중심이론에 맞게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를 해석하여 자신의

이론체계 내에서 적절한 비중과 위상을 부여하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정치철학

의 대부분은 자유민주정이라는 공통의 상위개념(concept)에 대한 상이한 해석들

(conceptions)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5) 현대 정치철학에서 자유와 민주주

의를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이론체계 내에 편입하여 설명하고 정당화하려 하지

않는다면 합당한 정치철학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정치철학

및 법철학 논의와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정의 개념과 이념이 그러한 공통개념으로서

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Ⅲ. 자유의 공통개념: 자유의 제약요인 측면에서 바라본 자유의 문제

  1. 자유의 두 개념: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벌린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negative liberty)와 ‘적극적 자유’(positive

liberty)로 구분하여, 전자는 타인의 방해(obstruction)나 간섭(interference)이

없는 상태로서 ‘…로부터의 자유’로, 후자는 ‘자기실현’ 또는 ‘자기지배’의 상태로서

‘…을 할 자유’로 파악하였다.16) 벌린의 소극적 자유는 자유의 대상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함에 있어서 외부 간섭이 없는 경우이다. 한 개인이

소극적인 의미에서 자유롭다 함은, 행위선택지들 사이에서 어느 행위를 택하고

로운 견해라고 생각한다.

15) 자유주의에 대한 정리는 이근식/황경식 편,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삼성경제연구소, 2001을 참 조하였다. 평등을 강조하더라도 반드시 자유와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평등 이념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한 생각은 안병길,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130면 이하를 읽고 수용한 것 이다.

16) 이사야 벌린(박동천 옮김), 「자유론」, 아카넷, 2006, 339-42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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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43

수행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특히 국가)의 강제력과 간섭행위에 의해서 제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자유는 외부 간섭이나 강제의 부재, 즉 ‘내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 행위선택지의 범위 내에서 타인의 의도적인 간섭’이 없는 상태이

다. 법 역시 자유를 제약하는 강제력에 해당되므로 자유의 제약요인이라고 벌린은

본다.

이와 대조적으로 적극적 자유는 ‘…의 행위를 할 자유’로서 실제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자유의 상태를 위해서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어떤 조건이 채워져야 자유가 실현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 자유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소극적 자유와는 다르게 적극적 자유는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의 능력으로서

의 자유’(freedom as effective power), ‘자기지배로서의 자유’(freedom as

self-mastery), ‘공동적 결정에의 참여로서의 자유’(freedom as collective

self-determination). 적극적 자유의 실현을 위해서는 각 개인은 자기의 감각적

욕구를 억제하고 도덕의 규칙 또는 실천이성의 원칙에 복속시켜야 한다는 점이

관건일 것이다. 칸트의 말을 쓰자면, ‘자유란, 도덕적 법칙을 준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서, 감각적인 욕망에 의한 선택과 행위결정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자유의 소극적인 존재방식(즉, ‘…로부터의 자유’ 형식이라는 의미에서)은

‘개개의 행동을 결정하는 의지와 판단기준을 보편화가능한 (도덕) 원칙에 복속’시킬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적극적 요소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17) 이러한 이성에 의한 자기통제라는 발상이 적극적 자유의 골자라고

벌린은 주장한다. 벌린에 따르면, 사회적이고 정치적 영역에서 적극적 자유론은

자유가 실현될 조건들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간다.

벌린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저 자유는 자유의 두 가지 유형일 뿐만 아니라, 자유를

바라보는, 근원적인 불일치를 보여주는 두 가지 경쟁 패러다임라고 주장한다. 적극적

자유의 개념―그러니까 적극적 자유 패러다임―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내가

판단하고 행동할 때 누가 그 판단과 선택의 진정한 주인인가?”(욕구와 선호 결정의

진정한 주체 문제)이다. 벌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17) I. Kant, Metaphysik der Sitten, in: Kant’s gesammelte Schriften, hg. v.d. Königlichen Preuß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Bd. VI (Berlin, 1907/14), 2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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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일반논단

“적극적 자유의 의미는 ‘나를 지배하는 이는 누구인가?’ 또는 ‘이런 사람이

되지 말고 저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 말고 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

내게 말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할 때 부각된다.”18)

반면 소극적 자유 패러다임에서는 누가 주인인지 불문하고 “내가 하고자 하거나

하지 않고자 할 때, 외부에 의해서 어느 범위만큼 간섭을 받지 않는가?”(간섭

부존재의 범위 문제)라는 물음이 핵심적이다. 따라서 소극적 자유관을 택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이 묻고 답한다.

“인민―한 사람 또는 일군의 사람집단―이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또는 스스로 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방임되어야 할 영역은 무엇인가? (…) 따라서 불간섭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내 자유의 영역 또한 넓어진다.”19)

즉, 누가 다스리건 나의 판단과 선택, 그리고 행동에 제약만 가하지 않으면

나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 점이 후술할 공화주의적 자유론(republican

conception of liberty)과 결정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벌린 식의 소극적 자유론의

특징이다.

이 두 가지 물음은 개념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전혀 상이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는 완전히 다른 자유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주체

문제로서의 자유 개념은 결국 진정한 자아와 허위의 자아를 구분하게 되고, 진정한

자아에 의한 훈육과 치료로 귀결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집단적인 차원에

서 잔혹한 압제와 전제의 위험성에 쉽사리 노출된다고 벌린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역사를 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20) 또한 다원주의의 여건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개인의 삶과 공동의 삶을 이끄는 가치와 기준은 다양할뿐더러

상호 서열을 매기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의 선택을 최고의 가치로 치지

않을 수 없다고 벌린은 말한다. 그리하여 벌린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 이사야 벌린, 「자유론」, 359면.

19) 이사야 벌린, 「자유론」, 343면과 346면.

20) 이사야 벌린, 「자유론」, 36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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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45

① ‘나에 대한 타인의 간섭이 어느 정도인가’를 중심에 두는 소극적 자유와

‘나를 지배하는 이는 누구인가’를 중심에 두는 적극적 자유는 상호 구분되

는 두 가지 독자적인 자유 개념이다.

② 역사적으로 볼 때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보다는 적극적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더 큰 해악(압제와 독재)을 끼쳤다.

③ 가치 사이의 서열을 매길 수 없는 다원주의 여건을 진지하게 고려하면,

개인의 선택과 관련하여 불간섭을 중심에 놓는 소극적 자유의 보장이

더 가치가 있다.

④ 따라서 소극적 자유의 보장이 적극적 자유의 보장보다 더 우선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의 문제와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실제능력(effective power)의

문제는 엄연히 구분되어야지 이를 혼동하면 오히려 자유를 더 크게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벌린은 강조한다. 벌린이 말하려는 바는 아래와 같다고 본다.

① 무엇을 선택하여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선호선택 및 형성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② 자유의 보장은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침해를 막아주는 방벽이 얼마나

견고한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양한 행위선택지가 존재하는가(존

재, 숫자, 질)에 달려 있다.

③ 보호방벽의 견고성을 정당화하는 이론들이 곧 천부인권설이니 자연권이

며, 이 이론들은 국가권력이나 타인이 개인의 행동영역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불가침영역을 설정한다.

소극적 자유 담론에서는 자유로운 행위를 제약하는 외부적 간섭 및 강제라는

요인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소극적 자유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내가 내 행동의,

그리고 우리가 우리 행동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발상을 매우 낯설어 하고 위험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벌린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게 된다. ①

소극적 자유를 보호하는 방벽의 견고함을 위해서는 정치적 자유들(민주주의적

자유들: democratic liberties)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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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일반논단

행사하는 주체는 최소한도의 품위를 유지(사회경제적 재화의 구비: 사회적 기본권

의 문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② 선호형성 과정에 은밀하고도 집요하게, 그리고

항상적으로 개입해오는 자본과 규율권력의 작동을 통제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자본과 규율권력의 작동은 선택지의 다양성과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

로 마땅히 통제되어야 하고, 이는 ‘누가’ 나의 선택과 행동을 지배하고 결정하는가라

는 적극적 자유의 문제가 아닐까? ③ 그렇다면 소극적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는

적극적 자유의 문제들 중 일부가 함께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 아래에서는 소극적 자유 담론에서 핵심으로

파악하는 자유제약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해가고자 한다.

  1. 자유담론의 공통 구조21)

필자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는 자유에 대한 논쟁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논쟁들의 이면에 놓여 있는―그러나 각 논자가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거나 불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는―자유의 공통개념(the concept of liberty)을

추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자유담론에 공통적인 공통개념틀은 자유의 주체,

자유의 내용, 자유를 속박하는 제약요인의 세 항으로 구성되는데, 자유의 공통개념을

배경으로 할 때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개진되는 다양한 자유관들(conceptions of

liberty)의 내용을 제대로 조망하고 장단점을 평가할 수 있고 공적 논의의 공통된

근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 자유의 제약요인(이

를테면 자유로운 행위를 위협하고 억압하는 ‘주적(主敵)’22))에 주목하면 현대

한국 사회의 자유 논쟁을 적절하게 분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삼항관계로서의 자유(liberty as a triadic relation) 개념

벌린의 자유론에 대해 다룬 문헌들은 많지만,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21) 이하의 부분은 필자가 발표했던 논문(“John Rawls 자유론에 있어서 분석적 차원과 규범적 차 원,” 「법철학연구」 제5권 1호(2002), 5-34면)의 일부분(7-19면)을 축약하고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

22) 이 개념은 강정인 외, 「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176면에서 따왔다. 자유행사의 ‘주적’이라는 용어는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종래 자유방임적 자 유주의관에서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을 지나치게 편협하게 파악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자 유의 제약요인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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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47

1967년에 발표된 맥컬럼(G. MacCallum)의 논문이다.23) 맥컬럼은 이 논문에서

모든 자유언술은 바로 이 삼항관계의 구조를 갖는다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한 개인의 자유가 논의될 때 그것은 언제나 무엇을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않거나, 무엇이 되거나 되지 않는 데 대한 제약, 간섭,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즉, 자유란 언제나 행위자의 자유이며,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이며,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 또는 무엇이 되거나 되지 않을

자유인 것이다. (따라서) 자유는 삼항관계에 있다. 이를 ‘x는 y로부터

자유롭게 z를 할 수(하지 않을 수/z가 될 수/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형식으로

표현한다면, x는 ‘행위자의 범위’를, y는 ‘제약하는 조건들’을, z는 ‘행위/(…

이 되고자 하는)목표의 내용’을 나타낸다.“24)

맥컬럼에 따르면, 벌린이 두 가지 자유 개념이라고 말하는 것이 실은 단일한

자유개념을 이루는 삼항관계 중 자유의 대상과 자유의 제약요인이라는 두 변수를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두 가지 종류의 자유관을 반영하는 것이다.25)

이하에서는 자유로운 행위를 제약하는 요인에 집중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2) 자유를 속박하는 요소(제약요인의 요소): 유형화

자유의 두 번째 요소인 행위수행의 제약요인, 즉 자유를 속박하는 요인은 개인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하거나 또는 하지 않으려고 할 때 이를 방해하는 여건들을

일컫는다. 제약요인은 적극적인 제약요인(positive constraints)과 소극적인 제약

요인(negative constraints), 외부적인 제약요인(external constraints)과 내부

적인 제약요인(internal constraints)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26)

23) G. MacCallum, Jr., “Negative and positive Freedom,” in: D. Miller (ed.), Liberty, (Oxford, 1991), 100-122면. (원 논문은 Philosophical Review 76(1967), 312-334면에 게재되었다.) 벌린의 “자유의 두 개념” 이후 10년이 지나 발표된 맥컬럼의 이 논문은 벌린의 자유론에 버금가는 것으로, 양 이론은 자유론 분야의 양대 획기적 사건(landmark)으로 평가된 다. 맥컬럼 논문의 가치에 대해서는 T. Gray, Freedom, London, 1990, 11면 참조.

24) G. MacCallum, 위의 논문, 102면.

25) G. MacCallum, 위의 논문, 108면 이하.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맥컬럼의 명제를 따르고 있는 데, 가령 J. Rawls, A Theory of Justice, 1972, 202면; J. Feinberg, Social Philosophy, New York, 1973, 6면 이하; S.I. Benn, A Theory of Freedom, Cambridge, 1988, 122면 이하; 심헌섭, “법과 자유,” 「서울대학교 법학」 제42권 4호 (2001), 1-26면, 특히 6-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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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일반논단

소극적 (결여) 적극적 (현존)

외부적

돈, 도구, 물질적 수단의 결여

(외부적/소극적 제약요인)

행위를 제약하는 물리적 장애물 및 기타 외부적인

방해여건의 현존 (감옥, 법률 등)

(외부적/적극적 제약요인)

내부적

지식, 기술, 의지, 합리성, 절제,

기본능력의 결여

(내부적/소극적 제약요인)

탐욕, 도벽, 도박벽, 낭비벽, 컴퓨터게임 중독,

알콜중독, 비합리적 성향 등의 현존

(내부적/적극적 제약요인)

적극적 제약요인이란, 그것이 “있음으로써 개인의 작위나 부작위를 제약하는

여건들”을 말한다. 소극적 제약요인이란, 개인이 행위를 하고자 할 때 필요한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어서 행위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의 상태”를 말한다. 가령 돈이

없거나, 기술이 없거나, 신체적 힘이 부족하거나, 지식이 없는 경우 한 개인이

바로 그 때문에 그가 원하는 바를 하려고 하거나, 가지려고 하거나, 원하는 상태로

되려고 할 때 실제로 제약을 받는다면, 이때 돈, 기술, 힘, 지식 등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성격을 가지며, 무언가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므로

제약요인이다. 외부적 제약요인이냐 내부적 제약요인이냐의 여부는 문제가 되는

제약여건이 외부세계에 속하는가 아니면 인간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인가에 따라서 결정된다.27)

이러한 제약요인의 분류로부터 네 가지 유형의 제약요인을 조합할 수 있을

것이다: ① 내부적이고 소극적인 제약요인(internal/negative constraints), ②

내부적이고 적극적인 제약요인(internal/positive constraints), ③ 외부적이고

소극적인 제약요인(external/negative constraints), ④ 외부적이고 적극적인

제약요인(external/positive constraints).28) 이 네 가지 종류의 제약요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 자유의 성격과 내용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표 1]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의 존재방식

내부적이고 소극적인 제약요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인

특성 또는 능력에서 생겨나는 제약여건(들)이다. 가령 무지, 의지의 박약, 재능

26) J. Feinberg, Rights, Justice, and the Bounds of Liberty, Princeton, 1980, 5면 이하.

27) J. Feinberg, 위의 책, 6면. 28) J. Feinberg, 위의 책, 6면. 자유의 제약요인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해서는 I. Carter, A Measure of Freedom, Oxford, 1999, 21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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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49

및 소질의 부족이나 결여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 내부적이고 적극적인

제약요인은, 개인이 무엇인가를 수행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할 때 그 현존 때문에

속박을 받는 종류의 주관적인 여건들이다. 가령 편집광적인 생각이나 병적인 충동욕

구, 탐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개인이 무언가를 하고자 함에 있어서 그에

필요한 자원들이 없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을 때, 우리는 그러한 제약요인을

외부적이고 소극적인 제약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령 돈, 자동차, 컴퓨터 또는

지식이나 정보 등의 결여가 이에 속한다. 끝으로, 외부적이고 적극적인 제약요인은,

감옥의 문, 폭력을 이용한 위협 또는 법적 강제와 같이 개인에게 외부로부터 부과된

제약여건들이다.

(3)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재구성

맥컬럼이 파악하듯 자유를 제약하는 제약요인의 종류를 구분한다면, “…로부터의

자유‘(소극적 자유)는 우선 소극적인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와 적극적인 제약요

인으로부터의 자유로 세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소극적 제약요인

으로부터의 자유는 ‘소극적 제약요인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며 ‘결여의 부존재

상태’(the absence of an absence: 즉, 필요한 조건이 구비된 상태), 즉 어떤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이 현존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외부적인 소극적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행위를 함에 있어서 필요한

외부적 여건들(재화나 기회 등)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내부적이고 소극적인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행위를 함에 있어서 필요한 주관적인 여건이

주어져 있다는 것으로서 곧 능력(ability)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벌린이 말하는

적극적 자유로서 ‘자아실현으로서의 자유’는 이 두 번째 범주에 속한다.

적극적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의 행위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제약하는

적극적인 장애조건들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다시 외부적인 적극적인 제약요

인으로 부터의 자유와 내부적인 적극적인 제약요인으로 부터의 자유로 구분될

것이다. 벌린이 말하는 ‘소극적 자유’는 첫 번째 범주의 제약요인과 관련이 있으며,

‘내면적 자유’(inner freedom29))는 두 번째의 범주의 제약요인과 관련이 있다.

벌린의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을 자유제약요인의 유형과 관련해서

세분화하면 다음의 표와 같이 될 것이다.

29) F. Hayek, The Constitution of Liberty, London, 196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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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일반논단

제약요인 벌린의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외부강제(외부의 적극적 제약요인)로부터의 자유 자유 = 국가 및 타인의 강제 없는 상태

(non-interference) (소극적 자유)

‘돈/경제적 재화가 없는 상태’(외부적/소극적 제약

요인)로부터의 자유 자유 = 재화가 제공되는 상태 (적극적 자유)

지식/합리성의 결여 상태(내부적/소극적 제약요인)

로부터의 자유

자유 = 지식이 제공된 상태, 실천적 합리성을 갖춘

상태 (적극적 자유)

‘심리적 결함’이 있는 상태(내부적/적극적 제약요

인)로부터의 자유 자유 = 심리적 결함이 제거된 상태 (적극적 자유)

[표 2] 제약요인과 자유 유형의 상관성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 맥컬럼의 명제를 적용해 본다면, 모든 종류의

적극적 자유는 ‘…한 제약요인의 부존재’(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 ―이 때 제약

요인은 ‘소극적인 성격(즉 자유를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가 아닌 상태)을 가지는 외부적/내부적 제약여건들’이다―라는 형식으로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 자유의 한 형태이다. 벌린이 자유를 전적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30) 소극적 자유는 ‘사회

적·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외부적/내부적인’ 적극적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이며,

적극적 자유란 ‘사회적·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외부적/내부적인’ 소극적 제약요인으

로부터의 자유라고 풀이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표로 나타내면 [표 3]과 같다.

자유주의 자유론은 자유를 개인의 자유로서, 오로지 타인(또는 국가)에 의한

제약 또는 간섭의 부재(the absence of interference)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려

한다. 따라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 타인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외부적이며

적극적인 정치적 제약요인으로부터의 자유가 최대한일 때 개인과 사회가 자유로운

상태에 있게 된다.31) 하이에크와 같은 소극적 자유지상론자들은 ‘부자유’한 상태를

④의 경우에 한정하며 자유는 ⑧의 경우에 한정한다.32) 밀이나 벌린과 같은 자유주

의자들은 소극적 자유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도 ②의 제약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여

30) 이사야 벌린, 「자유론」, 339면 이하 참조.

31) 가령 Hobbes의 자유관이 대표적이다: “Liberty is the absence of all impediments to action that are not contained in the nature and intrinsical quality of the agent.” 그리고 F. A. Hayek, 위의 책, 11면, 21-31면 참조. 32) 하이에크는 자유란 ‘개인의 선택과 관련해서 이를 방해하는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the absence of external obstacles to individual choice)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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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51

I

제약요인 (constraints)

자 유 제약요인 존재의

소극적 방식

제약요인 존재의

적극적 방식

능력의 부존재: 제약요

인의 소극적 형식 ①

제약요인의 현존: 제약

요인의 적극적 형식 ③

①에 해당되는 제약요

인의 부존재

③에 해당되는 제약요

인이 제거된 상태

지식, 기술, 의지, 합리

성, 민주적 시민으로서

의 덕성 부존재

심리적 특성, 탐욕, 비도

덕적 습관 등의 현존

벌린의 적극적 자유 내

용 ⑤: 자유능력에 필요

한 지식, 기술, 합리성,

덕성의 구비

벌린의 적극적 자유 내

용 ⑦: 내부적이고 적극

적인 제약요인의 제거

외부재화 부존재 ② 제약요인의 현존 ④

②에 해당되는 제약요

인들의 부존재

④에 해당되는 제약요

인들의 제거(=외부적

이고 적극적인 제약요

인의 제거) 경제적 재화, 도구, 물질

적 수단, 정보 등의 부존

행위를 제약하는 물리

적 제약요인 및 기타 외

부적인 방해여건

벌린의 적극적 자유 내

용 ⑥: 자유행사에 필요

한 외부적 자원의 구비

(돈, 도구 등의 구비)

벌린의 소극적 자유 ⑧:

외부적 강제의 부재

[표 3] 제약요인의 유형과 자유의 유형

서 ⑥의 상태에서 달성되는 자유도 받아들인다. 이상주의적 자유론을 택하는 사람들

은 ⑦의 상태가 자유의 상태로 보며 국가의 강제와 법을 통해서 ①과 ③의 제약요인을

제거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본다.33) 소극적 자유론자들이 비판하는 ‘자유에로의

강제’(Zwang zur Freiheit) 위험34)은 바로 여기서 발견된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제약요인을 자유의 구성요소로서

여타의 제약요인들보다 더 중요시할 것인지, 자유의 대상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자유론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유의 주적(主敵)’인

제약요인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가 자유론의 핵심과제가 된다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아래에서는 ‘비예속상태’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공화주의 자유론과 불간섭으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자유론이 자유의 제약요인과 관련해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며,

그 차이점이 자유론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33) 가령 R.P. George, Making Men Moral. Civil Liberties and Public Morality, Oxford, 1993, 129면 이하.

34) Ch. Taylor, “What’s Wrong with Negative Liberty?,” in: D. Miller (ed.), Liberty, Oxford, 1991, 141-162면, 특히 143면(‘forced-to-be-free’의 독일어 번역). (원래 이 논 문은 A. Ryan (ed.), The Idea of Freedom. Essays in Honour of Sir Isaiah Berlin, Oxford, 1979, 175-193면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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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일반논단

살펴보고자 한다.

Ⅳ. 자유: 불간섭인가 아니면 비예속상태인가?

최근 공화주의 자유론이 등장하여 자유의 문제를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35) 공화주의 자유론은 자유의 문제를 ‘불간섭’의

문제로 바라보는 견해를 비판하면서, 자유는 지배의 부존재(非支配: non­

domination) 또는 非예속상태(independence)로 파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

한 견해가 한국 사회의 자유담론을 이해하는 데 어떤 의의를 갖는지 자유를 불간섭으

로 보는 견해와 비교해 보기로 한다.

  1. 불간섭으로서 자유(liberty as non-interference)를 바라보는 견해

벌린이 말하는 소극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론은 불간섭으로서 자유―또는

규제 부존재로서 자유― 를 바라보는 견해만이 타당한 자유관이라고 주장한다.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에서 자유란 개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자 할 때 방해받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는 ‘외부적 장애의 부존재’로서, ㉠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게 하는 것의

반대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홉스의 견해가 이 자유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36) 자유가 간섭과 방해의 부존재(liberty as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를 의미한다면, 법 역시 인간의 행동을 간섭하고 제약한

다는 점에서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렇게 보면 개인의 자유문제는 정치체제가

왕정이든 민주정이든 상관없이 ‘간섭이 없는 상태의 범위’로 측정된다. 그렇다면

계몽군주정 아래에서의 개인들이 민주정보다도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전체적으로

35) 공화주의 자유론에 대한 소개는 퀀틴 스키너,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2007, 푸른숲, 87면 이 하 참조; 조승래, 「공화국을 위하여」, 길, 2010. 그리고 P. Pettit, Republicanism: A Theory of Freedom and Government, Oxford, 1997; C. Laborde/J. Maynor (eds.), Republicanism and Political Theory, Oxford, 2008 참조.

36) 토마스 홉스(진석용 옮김), 「리바이어던」, 나남, 2008, 176면, 27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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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53

보아 시민의 자유 보장은 여타 형태의 정치체보다는 민주정에서 더 잘 보장될

가능성은 높겠지만, 개인적 자유와 민주적 지배가 필연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37)

“소극적 자유의 주관심사는 어떤 힘에 의하여 통제가 이루어지느냐가 아니라

통제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느냐에 있다. 민주주의가 아닌 곳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 가운데 많은 부분이 민주주의에 의해서 침해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재에 있어서도 독재자가 자유주의적 심성을 가졌다면

백성들에게 많은 양의 개인적 자유가 허용되는 경우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극적 의미의 자유와 민주주의 또는 자치 사이에

논리적인 연관성은 없다.”38)

벌린보다 더 철저하게 소극적 자유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하이에크는 적극적

자유란 말뿐인 허위에 불과하고 소극적 자유만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데, 그 견해를 간략하게 추리면 다음과 같다.39)

① 자유를 제약하는 유일한 요인은 강제(coercion)로서, 이는 타인에 의한

의도적인 간섭(intentional interference by other people)을 의미한다.

② 자유의 제한으로서 고려대상이 되는 강제란 선택과 행위 시 행위자에게

일정한 방향으로 강요할 의도를 가지고 해악의 위협(threat)을 가하는

행동들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③ 행위자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야기한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한다.

④ 자유의 제한이 의도적인 강제행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면, 의도적인

인간행위로부터 야기된 결과와 사회적 상황과 사건들로부터 야기된

결과는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⑤ 사회경제적 결과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우발적인 결과(‘unintended

37) 이사야 벌린, 「자유론」, 357면.

38) 이사야 벌린, 「자유론」, 357면(강조는 첨가).

39) F.A. Hayek, The Constitution of Liberty, 11-21면, 54-70면 참조. 조승래 교수는 벌린의 자유론과 하이에크의 자유론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이는 양자 사이의 차이 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이사야 벌린의『자유론』서문(113-157면)을 보면 하이에크의 자유론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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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일반논단

outcomes’)이며, 시장의 결과 또한 그러하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결과는 인간의 책임범위 밖에 있으므로 정의롭다 부정의하다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시장의 결과는 자유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이에크는 자유로운 행위를 제약하는 외부적이고 적극적인 제약요인들 중에서

도 오로지 의도적 간섭과 강제(external coercion)만을 자유론에 관련성을 갖는

제약요인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실제로 행해진 외부적 간섭과 강제만이 아니라,

제재(해악)를 가하겠다는 위협도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에 해당된다고 본다. 하이에

크에 따르면, 자유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파악하는 것은

자유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능력(effective power)을 혼동하는 것으로서 이

혼동이야말로 자유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40) 하이에크의 견해가 한국 사회 자유주

의 우파의 자유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이 현대 한국 사회의 주된 자유론의 핵심을 이룬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1. 자유 측정 기준: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

이렇게 불간섭의 측면에서만 자유를 바라보는 견해의 약점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을 비교하면 각 개인에게 배당된

1인당 자유의 양은 어느 사회가 더 많을까? 사회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자유의

총량은 어느 사회가 더 클까? 자유의 질적 비교와 양적 비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사회가 더 나을까? 중요한 자유와 덜 중요한 자유를 구분한다면 어떤 사회가

더 나을까? 자유론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까?

소극적 자유관(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은 법을 포함한 국가권력의 간섭(강제

력)과 타인의 간섭(강제력)의 양이 작으면 작을수록 자유의 보장정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자유의 보장 정도를 양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이 다음과

같은 자유보장을 측정하는 정량적 계산법이다.

자유의 보장정도 = {허용된 행위선택지의 수/(금지된 행위선택지의 수+

허용된 행위선택지의 수)}41)

40) F.A. Hayek, 위의 책, 16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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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55

과연 이러한 양적 판단기준은 타당한 것일까? 벌린에 따르면, 개인의 행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측정하려면 ㉠ 얼마나 많은 가능성(행동선택지)이 개인에게

열려 있는지, ㉡ 이들 각각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어려운지,

㉢ 개인의 성향 및 처한 여건에 비추어 볼 때, 개인의 인생 전반과 관련해서 그

행동선택지와 실현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여타의 선택지들과 비교하여

개인이 선택한 행동이 갖는 상대적 중요성은 어떠한지, ㉣ 그 행동선택지들이

타인의 의도적인 방해에 의해 얼마나 차단되는지, ㉤ 행위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개인 속한 사회가 행동선택지들에 얼마나 큰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42)

벌린의 자유 측정 기준은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을 포함하는데, 바로 이 점이

벌린의 자유론이 하이에크의 자유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벌린 식의 자유

측정 기준은 단지 불간섭의 측면, 즉 타인의 의도적인 강제와 위협의 부재라는

측면에서만 자유를 바라보는 하이에크의 자유관 보다는 좀 더 풍부한 자유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자유를 불간섭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자유관

보다 더 나은 견해는 어떤 것일까?

  1. 자유의 문제를 바라볼 때 질적 가치평가의 중요성

찰스 테일러(Ch. Taylor)는 자신의 논문 「What’s Wrong with Negative

Liberty?」 (1979)에서 자유의 보장을 판단할 때 양적인 접근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유에 대한 질적인 접근 방법을

강조하였다.43) 가령 종교적, 윤리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보다 인간의 삶에 더 큰 비중을 가지며, 또한 이 양 자유를

41) 이는 영국의 정치철학자인 H. Steiner, “How Free: Computing Personal Liberty,” in: A. Griffis (ed.), On Liberty, Cambridge, 1983, 74면 참조: Fr∕Fr+Ur (Fr: total number of one’s free actions, Ur: total number of one’s unfree actions). 42) 이사야 벌린, 「자유론」, 358면 각주 (25).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extent of my freedom seems to depend on (a) how many possibilities[options] are open to me, (b) how easy or difficult each of these possibilities are, (c) how important in my plan of life these possibilities are, (d) how far they are closed and opened by deliberate human acts, and (e) what value the general sentiment of the society puts on the various possibilities.”(I. Berlin, Four Essays on Liberty, Oxford, 1969, 130면)

43) Ch. Taylor, “What’s Wrong with Negative Liberty?,” 141-1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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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일반논단

제약하려는 국가의 강제력은 교통법규라는 법의 간섭보다는 개인의 자유에 더

큰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다.44) 테일러는 자유들 사이에서의 질적인 구분45)을

가능하게 하는 상위의 가치기준이 중요하며, 이 기준에 근거한 강한 가치판단이야말

로 자유판단에서 피할 수 없는 사실(‘the fact of strong evaluation’)이라고

주장한다. 상위의 가치판단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각 자유론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종류의 자유들 중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게 되고, 특정한

자유들을 지배적인 지위에 두는 전통을 형성해 간다고 테일러는 강조한다.46)

찰스 테일러가 드는 예를 보면서 생각해보자. 70년대 공산당 치하 구 알바니아와

영국을 비교했을 때 어느 나라가 더 자유로운 국가일까? 구 알바니아에서는 종교가

폐지되어 종교의 자유는 없고, 영국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인정된다. 반면, 영국에

설치된 1인당 교통신호등의 숫자와 알바니아의 것을 비교하면 영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상생활에서 영국인의 행위를 규제하는 간섭(법률들)은 알바니아에서의

것보다 훨씬 많으므로 영국인의 자유가 훨씬 더 많이 제한된다는 주장을 알바니아

법무부장관이 펼친다고 하자. 종교를 가진 영국인이 종교의 자유를 행사하는 날은

일요일에 한정되지만 교통법규나 기타 생활규제법률들은 거의 매일 작동되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영국인의 행동이 훨씬 더 많이 제한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양적 자유 계산법에 따르면, 구 알바니아가 영국보다 자유로운 사회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 테일러의 주장이다. 단순히 더 많은 자유(more

freedom)의 최대화)의 보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중요한 자유(more

important freedom)를 더 많이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양적 계산법으로는

이러한 점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47)

테일러에 따르면, 직관에 반하는 기이한 자유측정의 결과가 나타난 것은 바로

자유보장의 정도를 판단할 때 양적 측정기준(quantitative measurements)을

적용했기 때문이다.48) 규제되는 행위의 중요도라든가 문제가 되는 행위선택지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고 행위 간섭(강제력)의 숫자(양)만을 고려하게 되면 이와

44) Ch. Taylor, 위의 논문, 150면.

45) Ch. Taylor, 위의 논문, 149면

46) Ch. Taylor, 위의 논문, 152면 이하. 47) 자유보장을 양적으로 접근하는 견해와 질적으로 접근하는 견해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W. Kymlicka, Contemporary Political Philosophy, second edition, Oxford, 2002, 138면 이하 참조.

48) Ch. Taylor, 위의 논문, 15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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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57

같은 기이한 판단으로 귀결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적인 측면에서 자유를

바라보고자 하면, 자유가 봉사하는 상위의 가치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liberty as non-domination)

위에서 설명한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이 <자유=규제부존재>로 본다면, 공화주

의적 자유론은 <자유=非예속상태>로 본다.49) 자유의 반대말은 불간섭이 아니라

종속(예속) 또는 자의적 지배(arbitrary domination)라는 공화주의적 자유론의

목표는, 개인의 판단과 행동이 타인의 자의적 의지나 아량 또는 시혜(선의)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서 독립해서 살아가는 개인의 지위 또는

상태(자주독립의 상태)이다.50) 하이에크나 벌린이 고수하는 불간섭으로서의 자유

관에서는 간섭받지 않고 통제받지 않을 소극적 자유가 핵심이었다. 공화주의적

자유론도 ‘…로부터의 자유’를 핵심으로 보기는 하지만,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가

보장되고 실현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들을 중요시 한다.

공화주의를 자유의 측면에서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공화주의는

독립된 시민(liber)과 예속된 노예(servus)를 구분하고, 자유를 외국/타인의 자의

적 지배에 예속되지 않는 국가/개인의 지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51)

이렇게 보면 공화주의란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으로서의 개인들이 중요한 공공적 사안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

며 이를 위한 자치적 통치구조와 제도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철학적

견해들을 일컫는다.52)

49) 이는 P. Pettit의 자유관이다. 공화주의적 자유론에 대한 개관과 계보에 대해서는 조승래, 「공 화국을 위하여」, 97-138면 참조. 공화주의적 자유론을 공화주의 정치철학의 일반론 및 페팃의 공화주의 맥락에서 소개하는 곽준혁,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헌정체제의 두 가지 원칙,” 「한국 정치학회보」 제39집 3호(2005), 34-66면; 동저자, “왜 그리고 어떤 공화주의인가,” 「아세아연 구」 제51권 1호(2008), 133-163면 참조. 공화주의 자유론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김형렬, “필 립 페팃의 자유론 연구: 비지배 자유(freedom as non-domination) 개념을 중심으로,” 서울대 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 박사학위논문, 2009, 25면 이하 참조. 또한 최준화, “자유의 개념에 대 한 비판적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 박사학위논문, 2010, 84면 이하 참조.

50) 조승래, 위의 책, 109면. 페티트는 18세기 사상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유와 예속을 대비시 킨다: “Liberty is, to live upon one’s own Terms; Slavery is, to live at the mere Mercy of another.” (J. Trenchard/T. Gordon, Cato’s Letter, New York, 1755, 249-50 면 - P. Pettit, Republicanism, 33면에서 재인용). 51) 예속상태의 대립개념으로서 자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Ph. Pettit, Republicanism, 31면 이하 참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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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일반논단

현대적인 공화주의 자유론을 제창하여 서구 정치철학 및 법철학계에서 큰 주목을

끌고 있는 페팃은, 자유가 소극적 자유관이 주장하듯 타인의 불간섭 부재도 아니며,

적극적 자유관이 주장하듯 자기통제나 자율(self-mastery)에 있지도 않다고

주장한다.53) 대신 행위자들이 타인의 자의적 간섭에 예속되지 않을 때, 즉 지배

(domination)의 가능성에 예속되지 않을 때 자유롭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외부의 간섭이나 강제가 없는 상태가 자유가 아니라, 지배의 부존재(non-

domination)가 자유라는 것이다. 공화주의적 자유론의 특징은 벌린이 말하는

적극적 자유의 위험에 빠지지 않으면서 소극적 자유의 가치(자의적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보존하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을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바라본다는 데 있다. 따라서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에서 경계해마지

않는 적극적 자유의 독재에 빠질 위험도 없다고 페팃은 주장한다.54)

자유를 단순히 ‘침해받지 않는 상태’로 보는 자유관은 물리적 강제(제약) 또는

위협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태를 자유로 보아서, 개인의 자신의 욕구와 선호에

따라서 선택을 하였고 타인에 대하여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법적인

규제는 없어야 한다. 법 또한 자유를 제약하는 외부의 제약요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55) 이와 반대로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은 공익을 실현하려는 법을

통해서 오히려 자유가 진작된다고 본다. 사회에서 각자가 자신의 욕구와 선호에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행동하게 되는 경우 오히려 각자의 이익을 축소하

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이른바 ‘집합행동’의 문제점이 생겨난다. 교통규칙, 항공운

행규칙, 환경오염규제규칙과 같이 개인들의 행동을 조정해줌으로써 법은 개인들이

원하는 바를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예측가능성을 가지고 달성할 수 있다. 법의

행위조정기능에 주목한다면,56) 법은 개인들의 행위선택지들 중 특정한 선택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자유를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법의

52) Ph. Pettit, 위의 책, 6면 이하. 공화주의에 관한 비판은 W. Kymlicka, Contemporary Political Philosophy, 제2판, Oxford, 2002, 294면 이하 참조. 공화주의가 근대 유럽의 정치· 법사상에 미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문헌으로는 M. van Gelderen/Q. Skinner (ed.), Republicanism Vol. I/II, Cambridge, 2002 참조.

53) 페팃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는 곽준혁,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우리시대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 한길사, 2010, 25-75면 참조.

54) P. Pettit, A Theory of Freedom, Cambridge, 2001, 125면 이하 참조.

55) Ph. Pettit, Republicanism, 41면. 56) 법의 행위조정기능에 대해서는 J. Finnis, “Law as Co-ordination,” Ratio Juris 2 (1989), 97-10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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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59

‘자유촉진기능’(facilitative function)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57)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를 중시하는 공화주의에서 법의 임무는 각 개인이 단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고 그 선호를 만족함으로써 얻는 자유를 보장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법은 각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는 선택지들과

기회들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자주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임무로 한다―그

리고 오히려 이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바로 법을 통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의 자주성이 종합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자유론이 지향하려는 목표라는

점을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론은 특별하게 강조한다.58) 따라서 공익을 실현하려는

법은 개인이 예속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예속상태에 있는 개인들은 구제해

준다. 결국 反-이등국민화 원리(the Anti-Caste Principle)와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이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론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

다.59)

결국 비예속상태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보면,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국가와 타인의 자의적 간섭을 방어할 수 있을 때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간섭을 받는 사람들이 간섭을 하는 사람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를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한

‘공화주의적 조건’(republican conditions)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렇게 보면

소극적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 참여와 민주적 통치는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60)

이러한 공화주의적 자유론에서는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가 자유와 관련해서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61)

57)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Recovering the Regulatory State, Cambridge/ Mass., 1990, 44면.

58)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1면 참조. 그리고 Ph. Pettit, Republicanism, 80면 이하 참조. 59) 이에 대해서는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The Yale Law Journal 97 (1988), 1539-1590면. Kathryn Abrams, “Law’s Republicanism,” The Yale Law Journal 97 (1988), 1591-1608면. M. Sellers, “Republicanism, Liberalism, and the Law,” Kentucky Law Journal 86 (1997-98), 1-30면 참조.

60) 페팃은 “자유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변덕스럽고, 불분명 하고, 알 수 없는 자의적 의지에 예속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로크의 발언을 예로 들면서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이 실은 자유주의 원조 사상가들(가령 몽테스키외나 로크)의 자유관이 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P. Pettit, Republicanism, 31면 이하 참조.

61) P. Pettit, 위의 책, 36-39면, 9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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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일반논단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론에서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은 ‘지배’라는 광범위한 개념

으로 집약되는데, 과연 ‘지배’ 개념으로 페팃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배 개념에 천착해 온 페팃에 따르면, 지배는 타인의 선택과 삶에 자의적으로

간섭할 능력과 권능을 일컫는다. 지배가 자유의 제약요인이라면, 자유는 타인의

자의적 간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안전하게 벗어나서 살아가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페팃은 자의적 간섭으로서의 지배개념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제시한다.62)

① X가 Y를 지배한다는 것은 X가 자의적인 근거에서 Y의 선택에 간섭할

권능(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X dominates Y if and only

if X has a power of interference on an arbitrary basis.)

② 그렇다면 지배-예속’(domination-dependence) 관계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 Y가 내릴 수 있는 선택과 관련해서(in certain choices that Y

is in a position to make)

ⓑ 자의적인 근거에서(on an arbitrary basis)

ⓒ X가 간섭할 권능을 가지고 있다(X has the capacity to interfere)

③ 여기서 지배(domination)란 곧 자의적 간섭의 권능(a power of

arbitrary interference)을 말한다.

④ 따라서 자유란 지배의 부재상태(the absence of domination)이다.

소극적 자유관에서 자유는 외부적 간섭의 부재였다면, 공화주의 자유론에서는

자유는 외부적 지배의 부재이다. 부자유는 타인의 변덕에 따라서 내 선택과 삶이

좌지우지되는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다.63) 특히 간섭을 받는 사람들의 이익이나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간섭하는 사람의 자의에 따라 결정이 이루어지고, 그 결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간섭하는 자의 재량에 내맡겨져 있다면, 그러한 상태가

부자유라고 파악된다.64) 따라서 불간섭으로서의 자유 하에 있더라도 부자유한

62) P. Pettit, 위의 책, 52면 참조.

63) P. Pettit, 위의 책, 5: “Being unfree consists in being subject to arbitrary sway: being subject to the potentially capricious will or the potentially idiosyncratic judgement of another.”(강조는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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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61

상태에 있을 수가 있다. 가령 자비로운 노예소유주나 가부장의 지배 아래 있는

노예나 여성은, 설령 노예소유자나 가부장이 실제로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간섭으로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그들의 기분이나 변덕에

좌우되므로 지배에 예속되어 있으므로, 결국은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보면 개인이 독재정이든 민주정이든 국가의 간섭과 법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중요하다는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은 비민주적인 정체에서 권력

자(정치권력/경제권력/사회권력)의 자의적 지배(자의와 변덕)에 의해 개인들의

선택과 행동이 좌우되는 현실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65)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자유의 제약요인을 지나치게 일면적으로만 파악하게 되는 결함을 갖게 된다. 가령

노동자의 처지가 고용주의 기분에 좌우되는 경우,66)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주나

관리자의 자의에 예속되는 경우, 기초소득수령자의 처지가 관련 공무원의 변덕에

좌우되는 경우, 환자의 처지가 담당의사의 기분에 좌우된 경우, 신진연구자의 운명이

교수의 변덕과 횡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시민의 운명이 경찰과 검찰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등은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지배-예속

의 상황들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67)

반면 비지배로서 자유를 바라보는 자유관은 국가권력의 자의적 간섭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같은 사적 권력의 자의적 간섭(즉, 지배)까지도 자유의 제약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다.68) 또한 국제관계 영역에서 법적 규제가 허술한

틈을 노려 지배를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태를 자유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이론적 시각을 제공한다.69)

64) P. Pettit, 위의 책, 55면

65) 페팃은 비예속(non-domination)을 강조하는 공화주의 자유관과 페미니즘 정치철학의 목표 (“Throughout its plurality, feminism has one obvious, simple and overarching goal - to end men’s systematic domination of women.” - S. Okin, “Feminism,” in: R. Goodin (ed.), A Companion to Political Philosophy, Oxford, 1993, 269면)는 양립가능하다고 본 다. 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으로는 Marilyn Friedman, “Pettit’s Civic Republicanism and Male Domination,” C. Laborde and J. Maynor (eds.), Republicanism and Political Theory, 246-268면 참조.

66) 모 회사 사장이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매를 맞은 값으로 돈을 준 최근 사건은 이러 한 지배-예속의 극단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67) 예속상태의 예는 M. Viroli(김경희 옮김), 「공화주의」, 인간사랑, 2006, 35-36면 참조. 68) 지배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서는 R. Dagger, Civic Virtues: Rights, Citizenship, and Republican Liberalism, Oxford, 1997; F. Lovett, A General Theory of Domination and Justice, Oxford, 2010 참조.

69) J. Bohman, “Nondomination and Transnational Democracy,” in: C. Laborde and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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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일반논단

간섭의 부재로만 바라보는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과는 달리 불간섭이 자유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고 보는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은 간섭과 규제가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증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70)

공화주의 자유론에 따르면, 자의적 규제는 철폐하되 공익을 위한 규제는 유지하면서

법을 통한 자유의 실현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당하게 제정된 법의 판단기준

인 공익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이 공화주의 자유론의 타당성

을 판단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71)

  1.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나타난 자유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실마리로 하여 한국 사회 자유문제에 접근해보도록 하자.

우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

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 (…)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되며,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 일반조항적인

성격을 가진다. 즉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하지 않을

자유로 가치 있는 행동만 그 보호영역으로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그

Maynor (eds.), 위의 책, 190-216면 참조. 70) 소극적 자유관도 페팃의 공화주의 자유관의 이론적 목표와 정치적 이상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 고 심지어 더 잘 실현할 수 있다는 견해로는 I. Carter, “How are power and unfreedom related?,” in: C. Laborde and J. Maynor (eds.), 위의 책, 58-82면 참조. 또한 M. Kramer, “Liberty and domination,” 앞의 책, 31-57면 참조.

71) 페팃은 정당한 법적 간섭의 기준으로 ‘시민들이 공유하는 이익과 생각들’, 시민들이 ‘공통되게 인식하고 승인할 수 있는 이익들(common recognizable interests)’, 시민들이 ‘공통되게 천명 (闡明)하는 이익들(common avowable interests)’을 제시하고 있다. 페팃의 개념 사용의 변천 에 대해서는 각주 49)에서 언급한 김형렬, 「필립 페팃의 자유론 연구」, 34-5면 참조. 공익 개 념에 대한 고찰로는 김도균,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의 관점에서,” 「서울대학 교 법학」 제47권 3호 (2006), 155-21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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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63

보호영역에는 개인의 생활방식과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며, 여기에는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권리와 같은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포함한다.”72)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라든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자유라든가 하는 표현은 벌린의 견해 이래로 자유에 대한 담론에서 전형적으

로 나타나는 것이다. 위의 판결만을 보자면, 자유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자유)를 뜻하고 이를 막는 외부적 간섭이 있으면 자유가 제약된다

고 보는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을 우리 헌법재판소는 취하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자유관을 어떻게 이해해야 정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를

자유론의 측면에서 좀 더 분석해보기로 하자.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담겨

있는 자유관을 불간섭보다는 비지배를 자유의 핵심으로 보는 공화주의 자유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좀 더 정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73) 우선 아래의 판례를 보자.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사회관

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다. 이는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

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하

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성 속에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라 할 것이다.

헌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이러한 인간상에 비추어볼 때, ① 인간으로서의

고유가치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입법자는 ② 사회적 공동생활의 보존과

육성을 위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③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72)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강조와 밑줄은 첨가한 것임). 73)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려면 ‘헌법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먼저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와 관련해서는 이국운 교수의 통찰력 있는 견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 제 그리고 왜, 어떤 맥락에서 헌법의 본질을 묻게 되는가? (…) 헌법의 본질에 관한 질문에서 우리가 묻고자 하는 것은 과연 헌법 그 자체인가 아니면 그 헌법을 통해 문제 삼으려는 권력인 가? (…) 우리가 헌법의 본질을 묻는 것은 언제나 권력을 문제 삼을 때, 그것도 권력의 정당성 을 ‘깊이’ 문제 삼을 때가 아니었는가?”(이국운, 「헌법」, 책세상, 2010, 16-7면). 이국운 교수 의 견해를 적용하자면,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를 상상하는 것은 바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자유가 겨냥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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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일반논단

개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74)

우선 인간상의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헌법재판소는 원자론적 개인인 ‘무연고적

자아’(the unencumbered self)가 아니라 관계적 존재로서의 개인을 상정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라는 관념, 공동체적 존재(‘공동체관련적이며 공동체구속적인

존재’)라는 관념,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아래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자유롭고 평등한 자율적 개인)이라는 관념75)을 내용으로 하는 인간상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지향하는 자유론을 구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근본가치

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상 때문에 필자는 헌법재판소가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론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76) 또한

자유의 제한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는 합당한 사유에 근거한 간섭(interference

on a non-arbitrary basis)은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는 견해는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을 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야간옥외집회의 경우 관할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가 문제된 것은 동 법조항이 단순히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간섭하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행정청의 자의적 간섭에

국민들을 예속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77)

집회의 자유가 갖는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도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

74) 헌재 2003.10.30. 2002헌마518(번호와 강조는 첨가).

75) 헌재 2002.10.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참조. 76) 앞으로 인간상과 자유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 법체계에서 인 간상과 관련해서는 R. Nickel, “Gleichheit in der Differenz? Kommunitarismus und die Legitimation des Grundgesetzes,” in: W. Brugger (Hrsg.), Legitimation des Grundgesetzes aus Sicht von Rechtsphilosophie und Gesellschaftstheorie, Baden-Baden, 1996, 395-4 18면 참조. 그리고 W. Brugger, “Das Menschenbild der Menschenrechte,” Jahrbuch für Recht und Ethik 3 (1995), 121면 이하 참조.

77) 헌재 2009.9.24. 2008헌가25(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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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65

이다. 뿐만 아니라,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

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

에 속한다.”78)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고 명예보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기초가

되는 권리”로 보고 특별히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한다.79) 위와 같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국가권력의 지배로부터 국민이

예속되지 않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80)

간섭을 받는 국민이 간섭하는 국가의 자의적 지배를 견제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국가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81) 그리고 이와 같은

국가와 기타 사회 권력집단들에 대한 의사소통적 견제와 통제가 가능할 때 공공선

또는 공익의 형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82)

78) 헌재 2000.10.30. 2000헌바67(강조 첨가).

79) 헌재 1999.6.24. 97헌마265 등.

80) 익명의 심사위원께서 이 부분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피력된 자유이해를 공화주의 적 자유관이 한국의 (헌)법현실을 더욱 잘 설명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불충분 해 보인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에서 자유에 대한 두 가지 이해 또는 (반공규율주의의 자유 이해까지 포함하면) 세 가지 자유이해가 충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 예컨대 최근 헌법재판소가 내린 ‘미디어법 결정’이나 ‘군인사법 결정’에서도 필자의 현 재와 같은 주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라고 정확하게 지적하셨다. 그리고 “헌법 재판소의 결론(주문)이 한국사회의 (헌)법현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에 대한 다각적인 분 석이 결여된 채로 ‘이유’에 적시된 몇 가지 설시를 들어 한국사회의 (헌)법현실이 공화주의적 자유에 의해 더 정합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은 성급한 단정이거나 필자 의 정치적 견해가 투영된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며 날카롭게 비판하셨다. 매우 적절한 비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헌법재판소 판례 저변에는 소극적 자 유관이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유론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판례에 담 겨 있는 인간상과 사회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자유론이 무엇일지를 한번 구상해보자는 것이었 다. 필자가 너무 성급하게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을 헌법재판소의 자유론과 결합한 것은 인정 하지만, 우리 헌법의 자유론을 새롭게 가공해보자는 의도였다는 점은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헌 법재판소의 자유론이 마치 공화주의 자유론을 상정하고 있는 듯이 또는 공화주의 자유론을 반 영하고 있는 듯이 해석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81) 최근 헌법재판소의 ‘군인사법 제47조의2 위헌여부 결정’(헌재 2010.10.28. 2008헌마638)에서 개진된 다수의견을 보면 오히려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에 정면으로 대립되는 견해를 채택하 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대의견은 군장병의 비예속상태를 지향하는 자유관을 보여주고 있 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재판소의 자유론이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에 비추어서 해석될 수 있다는 필자의 가설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확인되는 자유론의 씨앗이 살아 있는 한,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자유론은 형성 중이고 공론의 과정을 통해서 변화될 여지가 있다고 생 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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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일반논단

Ⅴ. 맺 음 말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은 보이지 않게 모세관과 같이 망을 타고 흐르며 간섭하고

지배한다. 따라서 공권력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이와

같은 미시적 권력의 지배를 방어해낼 수 없다. 불간섭으로서의 자유관에서는 사생활

의 자유, 홀로 있을 자유, 반신욕할 자유는 매우 귀중하게 평가되지만, 이러한

평온의 자유들을 피곤하게 하는 정치적 자유들은 낮은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의 정치학’과 ‘자유의 법학’은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을

지나치게 좁게 파악하므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적절한 메커니즘을 구상하기에

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본다. 따라서 필자는 비예속이나 자의적 지배의 언어로

자유를 설명하려는 공화주의적 자유론이 한국의 법현실을 제대로 설명하는 자유관

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공화주의 자유론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실적 제약요

인들의 복합성을 더 잘 설명하며, 개인관과 사회관의 차원에서 자주적인 개인의

지위와 비예속상태를 보장해주는 사회적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 풍부한

자유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자유와 법치 사이의 내적

연관성, 기본권 보장의 목적을 설명하는 데에도 모자람이 없다. 이처럼 정치철학의

측면에서, 헌법학적인 측면에서,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공화주의적 자유론은 불간섭

을 강조하는 자유관보다 훨씬 낫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공화주의

자유론을 가능한 한 명료하게 붙잡아 보고 한국 사회의 정치적· 법적 논의에서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공통된 근거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이론적으로 가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색 인 어: 불간섭으로서의 자유, 비예속상태(비지배)로서의 자유,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벌린, 맥컬럼, 페팃

논문접수일: 2010년 10월 29일 심사일: 2010년 11월 7일

게재확정일: 2010년 12월 1일

82) P. Pettit, A Theory of Freedom, 65면 이하, 15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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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간섭으로서의 자유’와 ‘비예속 상태로서의 자유’ 267

Abstract Abstract

Freedom as Non-interference and Freedom as Non-domination in Korean Public Discourse

Dokyun Kim*

This paper aims to compare two conceptions of freedom, i.e. freedom as

non-interference and freedom as non-domination, which represent respectively

liberalism and republicanism, and to show relative advantages of the latter.

Especially, I take up P. Pettit’s theory of freedom and try to combine it with

G. MacCallum’s formulation, according to which freedom is to be understood

as a triadic relation. Pettit proposes a conception of freedom as non-domination,

which accommodates Berlin’s insightful distinction between negative and positive

liberty, but overcomes shortcomings of Berlin’s theory. By focusing attention

on freedom-impediments, I develop two arguments. First, critically examining

conceptions of freedom as non-interference in light of qualitative features of

freedom, I claim that the non-interference conception of freedom pays little

attention to negative external constraints of freedom which are of great significance

for the sociopolitical dimension of freedom. Second, analyzing some decisions

of the Korean Constitutional Court, I argue that freedom as non-domination

can help the Court form a reasonable conception of freedom which shows a principled

consistency and integrity.

Keywords: freedom as non-interference, freedom as non-domination, negative

liberty, positive liberty, Berlin, MacCallum, Pettit

  • Associate Professor, Seoul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