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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과법실증주의*
강영선․윤재왕*
1)*
【국문초록】
공리주의의대표자로알려진제레미벤담(Jeremy Bentham)은법학
분야에서도의미있는다양한주장을제기했다. 하트(H. L. A. Hart)는
법실증주의의특징인‘법과도덕의분리’와‘도덕적으로중립적인서술’
을벤담의이론에서찾을수있다고주장하며그를법실증주의창시자로
평가했다. 그러나그이후벤담의전집을출간하는벤담프로젝트의책임
자인스코필드(Philip Schofield)를중심으로벤담을법실증주의자로볼
수없다는주장이제기되고있다. 벤담은‘법과도덕의분리’를주장하는
실질적법실증주의자도아니고‘도덕적으로중립적인서술’을추구하는
방법론적법실증주의자도아니라는것이다.
이러한맥락에서이글은통상적으로‘법실증주의’를지칭하는실질적
법실증주의에집중하여, 벤담을법실증주의전통에있는학자로볼수있
을지를탐색한다. 실질적법실증주의는법과도덕이일치하지않을수있
다는분리테제를지지한다. 즉법의개념과효력을법의가치와분리하여
파악하는이론이다.
한편벤담의이론은그의모든이론의토대가되는경험주의, 그의법
- 이연구는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인성특별연구비의지원을받았다. ** 고려대학교대학원법학과박사과정(주저자) *** 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교신저자)
* 투고일자2022.10.29, 심사일자2022.11.09, 게재확정일자2022.11.11. ** http://dx.doi.org/10.22822/alr..65.202211.01
목 차
Ⅰ. 서론
Ⅱ. 벤담법이론의네가지토대
Ⅲ. 법실증주의에서벤담의위치
Ⅳ.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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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벤담과법실증주의
이론의출발점인코먼로비판, 그것에서파생되는자연권비판그리고그
가말년에천착했던민주주의이론으로정리할수있다. 그내용을살펴
보면법서술가와법비판자의분리를시작으로민주주의에따라절차적
제한을받는입법부의우위에이르기까지분리테제와일맥상통하는요소
들이포진하고있다. 따라서벤담은하트가주장한법실증주의의요소중
적어도실질적법실증주의자라고할수있는요소를갖고있으며, 특히
규범적법실증주의자이자민주적법실증주의자로해석할수있다.
《주제어》
법실증주의(legal positivism), 법과도덕의분리(separation of law and morals), 코먼로(Common Law), 자연권(natural rights), 공리주의 (utilitariansim), 민주주의(democracy), 벤담(Jeremy Bentham), 하트(H. L. A. Hart),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
Ⅰ. 서론
20세기를대표하는영국의법철학자하트(H. L. A. Hart)는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을법실증주의의창시자라고본다. 그는벤담이개
념을엄밀하게정의하고이론을섬세하게구성하여법을탈신비화하는
데이바지했다고평가하면서벤담을오스틴(J. Austin)과함께대표적인
공리주의자이자법실증주의자라고생각한다. 하트에따르면벤담과오스
틴의법실증주의이론은세가지테제로집약할수있다. 첫째, 법과도
덕은분리된다(분리테제). 둘째, 법적개념을설명하는법이론은도덕적
으로중립적인표현을사용해야한다(중립성테제). 셋째, 법은주권자의
명령이며주권자가아닌수범자들은그에게복종한다(명령설).1) 하트는
벤담이이세가지테제의결합을통해, 명령설을기초로법의제도적효
1) H. L. 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aw Review 71(1958), 59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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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3
력과법의도덕적규범성을분리해낸첫번째학자라고한다.2)
다른한편하트는이테제들이공리주의와필연적관련성은없지만, 각
테제는서로밀접한관련이있다고주장했다. 첫번째테제와두번째테
제는어떤규범이이규범의도덕성과무관할때만도덕적으로중립적인
법이론이가능해진다는점에서관련이있다. 첫번째테제와세번째테제
간의연관성은두가지측면에서찾을수있다. 1) 법을명령으로파악한
다면모든명령이반드시도덕적이지않기때문에법과도덕의분리를주
장할수있고, 2) 이와반대로법과도덕이분리된다고하면법을명령이
라는사실로서이해하는것이가능해진다. 두번째테제와세번째테제의
연관성의경우, 법을명령으로이해하면무엇이법인지를설명하기위해
도덕적-규범적인언어를동원할필요없이도덕적으로중립적인표현을사
용할수있다. 법을알기위해누군가에의해내려진명령이라는사회적
사실만확인하면되기때문이다. 세가지테제를모두연결하여설명하는
것도가능한데, 법을명령으로이해하면법은도덕과상관없는규범이되
고, 그러면법을도덕적으로중립적인방식으로서술할수있다.
하트는벤담이이세가지테제를모두주장했으나자신은명령설은
수용하지않는다고언급하며, 나머지두테제를법실증주의의핵심으로
파악했다. 하트는원래런던대학최초의법학교수였던오스틴을법실증
주의전통의선구자로보았으나, 나중에벤담이더섬세하게법실증주의
이론을전개했다고평가했다.3) 그가이렇게학자들에대한평가를새롭
게하면서벤담을본격적으로연구하게된계기는벤담의두저작「도
덕과입법의원리에대한서론(Introduction to the Principle of Morals
2) H. L. A. Hart, Essays on Bentham, 1982, 17.
3) Hart, 위의책(주2), Chapter 5. 다른한편하트가벤담의명령설이가장세밀하게
구성되었다고평가했음에도, 그가벤담의명령설을비판할때는이론을단순화시켜 그문제점을지적했다는견해도있다. 이에관해서는Philip Schofield, “Jeremy Bentham, The Principle of Utility, and Legal Positivism”, Current Legal Problems 56(2003); Philip Schofield, “Jeremy Bentham and the Origins of Legal Positivism”, The Cambridge Companion to Legal Positivism, Spaak, T. and Mindus, P. ed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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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벤담과법실증주의
and Legislation)」과「법일반에관하여(Of Laws in General)」의편집
을담당한것이었다. 「법일반에관하여」는벤담이「도덕과입법의원
리에대한서론」의마지막장으로계획했었다가분량이늘어나자이후
에독립된저서로출간할생각으로앞부분만「도덕과입법의원리에대
한서론」의마지막장에삽입하여출간했다. 그러나벤담이살아있는동
안「법일반에관하여」전체를출간하지는못했으며, 벤담사후에도이
책의초고는그가남긴원고더미에잠들어있다가1945년이되어서야
원고를발견한에버렛(Charles Warren Everett)에의해출간되었다. 그러
나이편집본은벤담의의도를제대로반영하지못한다는이의가제기되
면서하트가다시편집해출간했고4) 하트는이책이벤담의분석적법철
학의핵심저작이라고평가했다. 다만최근벤담전집을출간하는‘벤담
프로젝트’가진행되면서이책의편집을맡은스코필드(Philip Schofield)
는하트의편집본에도많은수정이필요하다고지적했고, 현재는「법학
의형법분야의한계에관하여(Of the Limits of the Penal Branch of
Jurisprudence)」라는제목으로발행되고있다.5)
그런데벤담의이론에서빼놓을수없는또다른측면은– 그의이
름과떼려야뗄수없는- 공리주의이다. 즉벤담은‘최대다수의최대
행복’이라는도덕적이상을추구한사상가이다. 따라서그의이론의도덕
적요소가법과도덕의분리를주장하는법실증주의와어떻게조화될수
있는지에관한설명이필요하다. 무엇보다법실증주의가반드시비인지주
의(non-cognitivism)와결합해야하는것은아니라는점을분명히지적할
필요가있다.6) 비인지주의는도덕적진술이사실에대한진술과달리참
4) 이과정에관해서는Jeremy Bentham, Of Laws in General, H. L. A. Hart ed.,
1970, ‘편집자서문’ 참고.
5) 하트의편집본에대한비판은Jeremy Bentham, Of the Limits of the Penal Branch
of Jurisprudence, Philip Schofield ed., 2010, 편집자서문참고.
6) 법실증주의가비인지주의에기반한다는오해에기초해법실증주의를비판한대표적
인글은Lon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aw Review 71(1958) 참고. 이것이오해에기초했다는논의는 Hart 위의글(주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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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5
또는거짓을판단할수없으며도덕적판단은인지적판단이아니라개
인적인감정이나선호같은비인지적요소일뿐이라고주장하는윤리학
적입장이다.7) 하트역시법실증주의자들중에비인지주의를지지한자
들이많지만,8) 법실증주의자체가반드시비인지주의를전제하지않는다
는점을강조한다.9) 그렇다고하더라도모든행위의옳고그름을행복의
극대화를기준으로판단하는효용원칙(principle of utility)이경험적-사실
적으로법을규정하고중립적인언어로법을설명하는것과어떻게공존
할수있는지는곧바로이해되지않는다. 즉법과도덕을분리하면최대
다수의최대행복이라는도덕적원칙에저해가되지않는지묻게되는
것이다.
그때문에최근에는하트의평가에반론을제기하며벤담을법실증주
의자로분류할수없다는주장도등장했다. 예컨대스테픈페리(Stephen
R. Perry)는명령설을제외한하트의두가지테제를실질적(subtantive)
실증주의와방법론적(methodological) 실증주의로구별하면서, 전자는법
과도덕의분리를주장한것이고, 후자는법학과도덕의분리를주장한
것이라고한다.10) 그러면서페리는이두가지실증주의가반드시서로를
7) ‘자연법론’ 또는‘비실증주의(non-positivism)’은어떠한형태로든보편타당한규범
의인식가능성에서출발한다. 이점에서‘최대다수의최대행복’이라는공리주의 원칙에보편타당성과인식가능성의의미를부여하면벤담의법학과윤리학은일 단비실증주의에속한다고보지않을수없다. 이와관련해서는규범정당화의맥 락에서인지주의와비인지주의사이의논쟁을간략히소개하는쿠르트젤만, 「법 철학(윤재왕역)」, (2010), 206면이하; Mark van Roojen, “Moral Cognitivism vs. Non-Cognitivism”,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Fall 2018 Edition), Edward N. Zalta (ed.),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fall 2018/entries/moral-cognitivism/ 참고.
8) 대표적으로는카알베르그봄(K. Bergbohm)을언급할수있다. 베르그봄에관해서
는윤재왕, “법실증주의와법률실증주의– Karl Bergbohm에대한오해와이해”, 「안암법학」, (2014), 23면이하참고.
9) Hart, 위의글(주1), 624 이하.
10) Stephen R. Perry, “Hart’s Methodological Positivism”, Legal Theory 4(1998),
427-268. 페리는이구분을하면서방법론적법실증주의가과학에는적합할수있 으나가치를다루는법학에는적합하지않다고주장했다. 이에대한반론은Julie Dickson, “Methodology In Jurisprudence”, Legal Theory 10(2004), 117-15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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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벤담과법실증주의
수반할필요는없고, 따라서실질적법실증주의를주장하면서도방법론적
법실증주의는채택하지않을수있으며, 거꾸로실질적법실증주의에반
대하는자연법론자가방법론적법실증주의를활용할수도있다고지적한
다.11) 페리는이러한구별에따라, 벤담은실질적법실증주의자이지만방
법론적법실증주의자는아니라고주장한다. 페리는벤담이법과도덕의
분리를주장하기는했지만, 벤담의법학이기본적으로공리주의에기초한
규범적방법론에따르고있음을밝힌다.12) 페리와유사한맥락에서스코
필드도벤담이법실증주의자가아니며적어도하트가말한의미에서의
법실증주의자는아니라고주장한다. 스코필드는먼저벤담이방법론적법
실증주의자가아니라고평가한다. 벤담의이론이법을탈신비화하면서자
연법이나추상적인이념으로부터법을구별해내려고했기때문에중립적
인법학을추구한것처럼보일수도있지만, 벤담은도덕적으로중립적인
언어로법을설명하려고한것이아니라경험에근거를둔언어로법을
설명하려고했으며그렇게하는것이도덕적으로옳다고생각했다는것
이다.13) 더나아가스코필드는벤담이실질적법실증주의자도아니라고
평가한다. 벤담은사실과가치를엄격하게구별하지않은채가치가물리
적세계의사실에기초하여결정된다고보았기때문에사실과가치를엄
격하게구분하는법실증주의와다르다는것이다.14) 강준호도이와유사한
주장을제기한다. 즉벤담이법서술가(법)와법비판자(도덕)의역할을구
분한것15)은궁극적으로공리주의적도덕의이상을위한것이었기때문
에법실증주의자로단정할수없다고주장한다.16)
11) Perry, 위의글(주10) 427. 또한Leslie Green, “Positivism and the Inseparability
of Law and Morals”, New York University Law Reveiw 83(2008), 1038-9도참고.
12) Perry, 위의글(주10), 427.
13) Schofield, 위의글(주3), 2003; Schofield, 위의글(주3), 2021.
14) Philip Schofield, “Jeremy Bentham and HLA Hart’s Utilitarian Tradition in
Jurisprudence”, Jurisprudence 1(2010), 147-168.
15) 이구분에관해서는뒤의15-17면참고.
16) 강준호, 「제러미벤담과현대: 공리주의설계자가꿈꾼자유와정의그리고행
복」, 2019, 239-26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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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필드와강준호등의지적은타당한측면이있다. 벤담의법이론은
공리주의적법질서를구축한다는실천적목적을표방하는것이분명하기
때문이다. 벤담을법실증주의자로평가한하트도벤담은그저“도시가불
타는동안언어의구별이나만지작거리는건조한분석가”가아니었으며
반대로“열정적으로분투하고더나은사회와더나은법을가져오는데
성공한움직임의선봉”에서있었던사람이라고언급했다.17) 그리고벤담
의공리주의는자연법론자인풀러(L. Fuller)가말한‘법의내적도덕’에
대응한다고도말했다.18) 그렇지만– 앞에서간략히언급한것처럼- 법
실증주의가얼마든지인지주의와양립할수있다는점을간과해서는안
된다. 즉벤담이공리주의라는도덕을전면에내세웠다고해도그가여전
히법실증주의자일가능성은남아있고, 만일그가법실증주의자라면‘규
범적법실증주의자’로평가할가능성을비판적으로음미할여지가충분히
있다. 다시말해벤담이규범적이유에서법과도덕을구별하고동시에
규범적이유에서도덕적으로중립적인표현으로법을설명할가능성을
처음부터배제할이유가없다.
이점에서본논문은윤리학적인지주의와법실증주의의결합이라는
의미에서벤담의법이론을규범적법실증주의자로규정할가능성을탐색
하고자한다. 이를위해먼저벤담의법이론을1. 경험주의, 2. 코먼로비
판, 3. 자연권비판, 4. 민주주의라는네가지토대에비추어살펴본다
(II). 이를바탕으로벤담의법이론이법실증주의에속하는지를검토할것
이다(III). 다만스테픈페리의분류중실질적법실증주의에집중하고방
법론적법실증주의에관한부분은다루지않을것이다. 페리가지적한것
처럼방법론적법실증주의는실질적법실증주의와무관하고자연법론자
도도덕을배제하는학문적방법론을채택할수있으므로19) 벤담이통상
말하는– 법과도덕의분리를주장하는– 법실증주의자인지판단하는
17) H. L. 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Clarendon Press, 1983, 52.
18) Hart, 위의책(주17), 357.
19) Stephen R. Perry, “The Varieties of Legal Positivism”, Canadian Journal of
Law and Jurispurdence 9(1996),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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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벤담과법실증주의
데에방법론적법실증주의의문제가결정적인측면이아니기때문이다.
끝으로벤담의이론에서법실증주의와공리주의그리고민주주의이론이
교차한다는점을간략히설명함으로써벤담의법이론이지닌다차원성을
드러내고자한다(IV).
Ⅱ. 벤담법이론의네가지토대
- 경험주의
법실증주의뿐만아니라공리주의에이르기까지벤담이이론을전개하
는출발점은경험주의이다. 벤담에따르면인간의사고의대상은엄밀하
게말해사물자체가아니라사물의이름(name), 곧언어이며20) 생각을
전달하는주요한수단이자유일한방식도언어이기21) 때문에명료한사
고를위해서는먼저언어를통해개념정의를명확하게해야하고, 그런
언어를체계화(methodize)하는논리학이필요하다.22) 그는이와같은명
료성과체계성을갖춘언어이론은추상적인이념이아니라현실에뿌리
를두고있어야가능하다고보았다. 벤담은이러한인식에기초하여경험
주의적언어이론과논리학을제시했고, 그토대위에서법이론, 정치이론,
윤리학등을구축했다.
벤담의언어이론은다시그의존재론과밀접하게결합한다. 벤담에따
르면인간이사용하는실명사(noun-substantive)는지칭하는대상을전제
한다.23) 그리고실명사가가리키는대상은크게두가지로구분할수있
다. 하나는 실재하는 대상(real entity)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의 대상
20) Philip Schofield, Utility and Democracy, 2009, 16 참고.
21)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viii, John Bowring ed.,
Essay on Language, (1843), 320 참고.
22)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viii, John Bowring ed.,
Essay on Logic(1843), 219, 262 참고.
23) Bentham, 위의글(주22), 262; Bentham, 위의글(주21), 32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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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9
(fictitious entity)이다. 실재대상은우리가사용하는언어에대응되는현
실세계의사물이물리적으로존재하여인간의오감으로인식할수있는
대상을의미하고, 가상의대상은존재하는것처럼가공한(feigned) 것이거
나가공할수있는것으로서인간이사고를전개하고논의를형성하는
데필요한개념을의미한다.24) 예컨대사과, 사람, 지구, 쾌락과고통
(pleasure and pain) 등은실재대상이지만, 의무, 권한, 공리주의원칙등
은 가상의대상이다. 가상의 대상은상상의 산물인 비사실적인대상
(fabulous entity)과는다르다. 비사실적대상이란유니콘처럼현실에존재
하지않으나우리의머릿속에서마치현실로존재하는것처럼그림을그
려볼수있는것을의미한다. 벤담은가상의대상은현실에기반한상상
속에서그림으로나타날수없다고언급하면서이는인간의사고와논의
안에서만존재한다는점을강조한다.25)
실재하는대상과가상의대상간의구별이중요한이유는인간의사
고가갖는경향성때문이다. 벤담은사물의이름이일단주어지면, 사람
의사고는정말로그사물이존재하는것처럼생각하는경향이있다고
지적한다. 실재대상은이름의대상이현실에존재하기때문에이런경향
이문제가되지않지만, 가상의대상은존재하지않기때문에이런경향
이오해를불러일으키고우리의사고에혼란을불러일으킨다.26)
벤담에따르면그러한혼란은가상의대상을위한독특한개념정의
방법을통해해소될수있다. 그는아리스토텔레스를필두로논리학자들
이전통적으로대상을개념정의하는방식은유(類)와종차(種差)(per
genus et differentiam)를사용하는것으로, 비슷한특성을공유하는대상
들의상위개념과그특성들사이의차이를활용하여정의를내리는것
이라고보았다.27) 예를들어‘고양이’를인식할때고양이와유사한속성
24) Bentham, 위의글(주22), 219; Bentham, 위의글(주21), 325.
25) Bentham, 위의글(주22), 262.
26) Bentham, 위의글(주22), 262.
27)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i, John Bowring ed., A
Fragment on Government, (1843),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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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벤담과법실증주의
을가진여러존재의집합인‘동물’이라는카테고리안에서, 그리고그
카테고리안에있는다른종과의차이를통해인식한다. 그러나가상의
대상은사실상존재하지않는것이기에특성을가질수없고, 여러대상
간의공통의상위개념도존재하지않는다.28) 따라서가상의대상은기존
의논리학에서사용하는방식과는다른방식으로설명되어야한다.
이를위한첫번째단계는보완(Phraseoplerosis)이다.29) 이단계에서
는실재대상과가상의대상을서로연결하는명제를만든다. 즉어떤대
상의특성을설명하는명제는주어(subject), 대상의속성을나타내는술
어(predicate) 그리고속성을대상에귀속시키는연결사(copula)로구성된
다. 이렇게세가지요소를모두갖춘명제가만들어지고나면그다음에
이명제를가상의대상이아닌실재대상을사용하는명제로치환하는
작업을해야한다. 벤담은이를부연(paraphrasis)이라고부른다. 마지막으
로전형화(archetypation)는이렇게실재하는대상으로구성된명제를통
해인간의정신이어떤이미지를떠올리게되는과정으로서, 그러한이미
지를전형(archetype)이라고부른다.
벤담이이러한방식을구체적으로설명하기위해사용하는예시는‘의
무(obligation)’라는개념이다.30) 의무는가상의대상이기때문에실재대
상과의연결속에서만이해할수있는개념인데, 의무라는이름이있으니
의무가마치그자체로존재하는것처럼생각하고, 그로인해의무와관
련된명제가불명확해지고그것을둘러싼논의가혼란스러워진다. 따라서
의무를명료하게이해하려면앞에서말한체계화방법에따라, 먼저의무
와관련된명제를완성해야한다. 이명제는“의무(주어)는사람에게부
28) Bentham, 위의글(주22), 246;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i, John Bowring ed.,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1843), 22.
29) 각단계에대한설명은Bentham, 위의글(주22), 246-8. 다만본논문에서각단
계를설명하는순서는벤담이사용하는순서와일치하지는않는다. 그러나논리적 으로는보완-부연-전형화순으로진행되기때문에이순서를사용했다. 이에관해 서는Hart, 위의책(주2), 130; Schofield, 위의책(주20), 23-24 참고.
30) 이에관해서는Bentham, 위의글(주22), 247-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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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되는것(술어)이다(연결사)” 정도로풀어낼수있을것이다. 이를인간
이느끼는가장근본적인감각에상응하는경험적개념인고통과쾌락을
이용해부연하면, “의무가부과된행위를수행하지못하면그사람은고
통에처하게된다”라고할수있다. 끝으로이과정을통해무거운짐을
지고있는사람의전형을머릿속에서그릴수있다.
이와같은경험주의적인의무개념은벤담의형벌이론으로이어진다.
그는“어떤사람에게의무가있다”라는명제를“어떤사람이의무에따
른행위를하지않으면그에게고통이가해질것이다”라는명제로치환
해의무를고통을유발하는원인인제재(sanction)와연결한다. 그가보기
에제재에는물리적제재, 정치적제재, 대중적또는도덕적제재그리고
종교적제재가있다. 종교적제재는죽음이후에부과되는것으로이세
상의제재가아니기에논외로하고나머지셋만보면, 정치적제재는주
권자의의지에따라법관또는법관에대응하는사람의이름으로부과되
는것으로서일반적으로법적제재라고생각하는것이여기에해당한
다.31) 그리고물리적제재는정치적및도덕적제재와무관하게가해질
수있는데반해, 정치적및도덕적제재는물리적제재없이는불가능하
기에물리적제재가정치적제제와도덕적제재의기초를이룬다. 도덕적
제재는대중의비난을의미하며최종적인입법권한을가진자들에게특
히중요한제재이다. 입법권한을가진자들에게도덕적제재는낙선하거
나탄핵당할것이라는예상을가능하게하거나정치적격변이찾아올지
도모른다는공포를불러일으키는등물리적결과에대한불안을불러일
으키기때문이다.32)
다른한편벤담은권리개념도고통이라는경험적개념으로설정된
의무개념을토대로정의한다. 그는권리도가상의대상이기에이를마치
실재하는대상인것처럼취급하거나추상적인개념으로정의하면, 이용
어를명료하게이해할수없고권리를둘러싼논의도불명확해진다고보
31) 제재에관해서는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II 참고.
32) Jeremy Bentham, Securities Against Misrule and Other Constitutional Writings
for Tripoli and Greece, Philip Schofield, ed., Clarendon Press, 1990,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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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벤담과법실증주의
았다. 따라서그는구체적인권리에는반드시그와상관관계가있는의무
가있다는점33)에기초해이미실재대상으로규정된의무를통해권리
를정의한다. 즉누군가가어떤행동을할권리를갖는다면상대방은권
리의행사를방해하지않을의무를부담한다. 그러므로누군가의권리는
그권리를방해하였을때상대방에게부과되는제재가있다는의미이다.
이처럼권리를경험적으로이해하려는벤담의법이론은뒤의3절에서서
술할자연권비판으로이어진다.
어쨌든이와같은경험주의적토대덕분에벤담은자신의법이론을
사회학적으로전개했다는평가를받는다. 무엇이법인지를파악할때도
덕이나이념을원용하는것이아니라일차적으로사회의현상으로파악
한다는것이다. 대표적으로올리베크로나(K. Olivecrona)는, 벤담법이론
의핵심은벤담이법을입법자의의지로파악했다는점이아니라“그렇
게표현된의지의적절성”에대한고려없이“있는그대로의(nakedly)”
의지로파악했다는점이라고주장한다.34) 벤담은국가라는가상의대상을
설명하기위해주권자라는개념을사용한다. 즉국가는주권자가있는정
치공동체이다. 그리고다시주권자는복종의경향이라는실재하는대상
을통해설명할수있다. 다시말해특정한집단의사람들이특정개인
또는일부의집단이표현한의지에대해복종하는행동방식을따르고
있다면, 이복종의대상이곧주권자이다.35) 올리베크로나는이와같은
일련의설명이격정적인감정을유발하기보다는건조하게“감각적인경
험에기초하여” 법현상을규명하는것이며, 이를오늘날의표현으로바꾼
다면“순수하게사회학적법이론”에해당한다고주장한다.36) 이러한사회
33) Jeremy Bentham, Rights, Representation and Reform, Philip Schofield, Catherine
Pease-Watkin, and Cyprian Blamires ed., 2012, 380. 이이론을발전시킨내용으 로는Wesley Newcomb Hohfeld, “Fundamental Legal Conceptions as Applied in Judicial Reasoning”, The Yale Law Journal 26 (1917): 710-770 참고.
34) Karl Olivercrona, “The Will of The Sovereign: Some Reflections on Bentham’s
Concept of ‘A Law’”, American Journal of Jurisprudence 95(1975): 96.
35) Bentham, 위의책(주4), 18.
36) Olivercrona, 위의글(주34),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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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13
학적측면은벤담이다양한규율체계를법으로이해하는것을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맥락에서벤담은시간과공간이입법에미치는영향에관해
쓴「Place and Time」이라는글에서벵갈지역의법문화등유럽바깥
의이국적인규범체계를법으로인정했다.37) 물론벤담이공리주의자로
서그러한규범체계도효용원칙에따라재구성되어야한다고주장하기
는했지만, 이규범체계자체를법으로보는데는사회학적사실의근거
만으로충분했다.
- 코먼로(Common Law) 비판
벤담의이론전반에걸쳐출발점이되는존재론및언어이론과는별
개로벤담의법이론에서는블랙스톤(W. Blackstone)으로대표되는영국
코먼로전통에대한비판이가장중요한출발점이다.38) 물론벤담은여기
서도경험주의라는렌즈를통해그당시영국법체계에내재하는모순을
지적했다. 그는당시의법률가들이법률용어를명료하게정의하지않으
며, 심지어불명확성으로부터이득을취하고있다고비판하면서, 이러한
상태를탈신비화해야만법이행위의지침으로기능할수있다고주장했
다. 벤담은16세에옥스포드대학에서영국의코먼로에관한방대한주석
서인「Commentaris on the Laws of England」를집필한블랙스톤의
강의를직접들었다.39) 그리고20대후반이되었을때그는이주석서가
코먼로를정리하고설명하는것과이를정당화하는것을동시에수행하
고있다고비판하면서법이론에관한자신의첫번째저작을집필했다.
37) 이에관해자세히는Engelmann, Stephen G. & Pitts, Jennifer, “Bentham’s ‘Place
and Time’”, Tocqueville Review 43(2011): 43-66 참고.
38) 언어이론및존재론에관해서는, 1770년대초반조선공견습생이된동생사무엘
(Samuel)의공부를위해수학, 특히기하학에관한책을쓰면서실재의대상과가 상의대상이라는표현을이미사용했다. 이에관해서는Schofield, 위의책(주20), 7-8 참고.
39) Jeremy Bentham, A comment on the Commentaries and A fragment on govern-
ment, J. H. Burns and H. L. A. Hart ed., 2008,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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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벤담과법실증주의
「A Fragment on Government」라는제목을단이책에서벤담은설명
과정당화를뒤섞어버린서술방식이어떤문제를불러일으키는지설명
하고, 더나아가실체를명확하게알수없는관습법및판례법에기초한
사고자체에대해반론을개진했다.
벤담의이해에따르면블랙스톤은먼저정부의기원을설명한다. 블랙
스톤은정부가원시상태에서사회가형성되는과정에서사회의질서를
유지하기위해‘사회의원시계약(original contract of society)’을통해
탄생했으며, 이계약에따라정부는구성원을보호할책임을지고구성원
들은정부에복종할의무가있다고보았다. 그리고그는이점에비추어
보았을때, 영국의헌법질서는왕정, 귀족정, 민주정을만족스럽게결합해
“사회에최대한좋은방식으로수립되어있고”, 현재“마땅히그래야하
는대로실제로도규율되어있다”라며영국법을높이평가했다.40)
이에대해벤담은원시상태라고해서각개인이독립적으로살았던
것이아니라모여살았기때문에이미그상태에서도사회가형성되어
있었으며, 법이론에서중요한것은이런자연적인사회와구별되는정치
사회(political society)라고지적한다.41) 그리고야만인들의사회에도질서
를유지하기위한방식들이존재하기에정치사회가질서유지를위해
상호간의계약으로생겼다는것은허구이며정치사회를설명할수있
는다른장치가필요하다. 그때문에벤담은정치사회가특정한개인또
는집단에대한복종의습관으로형성된다42)는점을강조하며, 자연적사
회와정치사회를구분하는기준이복종을받는직위(office)를가진자가
존재하는지여부에있다고본다. 그리고벤담에게정치사회의근거는원
40) 인용은각각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II, III; 같은글, ‘서문’ 230에따름.
41)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1, X 이하.
42) Bentham, 위의책(주27), 263. 이부분은벤담이주권자를복종을받는자로정
의했다는논거로자주인용된다. 그러나이부분에서벤담은주권자개념을정의 하는것이아니라정치사회의모습을설명하는것이다. 이러한맥락에서이본문 을중심으로벤담의명령설을이해해서는안된다는주장에관해서는J. H. Burns, “Bentham on Sovereignty: An Exploration”, North Ireland Legal Quarterly 24(1973), 39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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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15
시계약과같은허구가아니라사회전체의행복이다.43) 어느순간사람
들이맺는계약때문이아니라, 자연적인사회에남아있는것보다는직위
를가진자가통치하는정치사회가사회전체의행복을증진하기때문
에전환이일어난다. 설령계약으로정부가성립했다고하더라도그계약
의내용이사회전체의행복에이바지하지못한다면그계약은지켜지지
않을것이며효력을잃을것이므로사회전체의행복이정치사회의궁
극적인근거이다..
그런데벤담의공리주의가드러나는부분보다이저작에서더중요한
것은영국법을찬양하는블랙스톤의서술이법서술가(expositor)와법비판
자(censor)를구별하지않았다고비판하는부분이다. 벤담은이둘이서로
다른역할을수행한다고주장했다.
“법서술가의영역에는그가생각하기에법이무엇인지를설명하는것
이속한다. 법비판자의영역에는그가생각하기에법이어떠해야하는
지우리에게알려주는것이속한다. 따라서전자는원칙적으로사실을
서술하거나탐구하는것이고, 후자는근거를논의하는것이다. 법서술
가는자신의영역내에서이해, 기억, 판단력이외의정신의능력과는
상관이없다. 반면에후자는자신이검토하고있는대상에부속되었다
고느끼는쾌락또는불쾌함이라는감각에따라감정을갖는다. 법이
무엇인지는국가마다매우다르다. 법이어떠해야하는지는모든국가
에서높은수준으로동일하다. 따라서법서술가는항상특정한국가의
시민이다. 법비판자는세계시민이거나세계시민이어야한다. 입법자
와... 법관이이미무엇을했는지보여주는것은법서술가에게속한
다. 입법자가미래에무엇을해야하는지제안하는것은법비판자에게
속한다.”44)
즉벤담에따르면있는법, 곧기존에이미만들어진법을있는그대
로전달하는법서술가와있어야할법, 곧미래에만들어야할법을제시
하는법비판자가구분된다. 물론법서술가와법비판자를구별하는이유는
43)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 XLII 이하.
44) Bentham, 위의책(주27),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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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벤담과법실증주의
있는법을제대로파악해야, 있어야할법으로발전해갈수있기때문이
다. 즉이둘은나뉘어있지만, 규범적인목적을위해최종적으로는결합
해야한다.45) 그런데블랙스톤은영국법을서술하면서그것이곧영국법
에대한정당화라는착각으로인해, 두역할을나누는단계를생략하고
처음부터둘을뒤섞어버렸다. 블랙스톤이보기에영국법은“있기를바라
는상태가이미실현되었다.”46) 그러나현재상태가곧있어야할상태라
고정당화하는것은그자체모순이다. 현재확립된상태는처음부터그
러했던것이아니라오랜기간에걸친혁신의결과이기때문이다.47) 결과
적으로블랙스톤식의서술은법에대한비판을무력화하고법이개혁되
거나발전할수없게만들것이다.48)
그런데블랙스톤이영국법을서술함으로써이를찬양하려고시도한
것은법서술가와법비판가를혼동할때발생하는두가지결과중하나
이다. 다른하나의가능성은기존의법을무효화하는것인데, 벤담은블
랙스톤에서 이런 문제도 발견된다고 보았다. 블랙스톤은 최고권력
(Supreme Power)이법을만들수있으며그법에복종해야한다고강조
한후에, 다만“어떤인법(人法)도이것[자연법및계시의법]과모순을
겪어서는안된다”라고언급한다. 그리고만일모순이발생했을경우“우
리는인법을위반해야하고그렇지않으면자연법과신법을모두위반하
게된다”49)라고주장했다. 다시말해자연법에반하는법에는복종하지
않아도되고나아가복종하지않을의무가있다는것이다. 벤담은블랙스
톤의이런태도가결국에는각개인이자기마음에들지않는모든법에
45) 이둘을다시결합하기위해구분했다는점에관해서는Schofield, 위의책(주20),
52-53; 강준호, 위의책(주16) 참고.
46) Bentham, 위의책(주27), 294.
47) Bentham, 위의책(주27), 230.
48) Bentham, 위의책(주27), 227. 이와달리블랙스톤의이론에담겨있는개혁적
요소에기초하여그를긍정적으로평가하면서, 그의문제는개혁자체에반대한다 는것이아니라개혁의실행에부합하지않는다는점이라는관점에대해서는 Richard A. Posner, “Blackstone and Bentham”, Journal of Law & Economics 19(1976), 569 이하참고.
49) 인용은Bentham, 위의책(주27),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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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17
대항할수있도록허용하는논리라고보았다.50) 다시말해자연법은실체
가모호하기때문에자연법을근거로삼는불복종을인정하기시작하면
결국에는무정부주의로흐를것이라고경고한다.51) 더나아가벤담은자
연법을근거로법의효력을부정하는것도경계한다. 그는법비판자가도
움이되기보다해악이될경우가있는데바로법의효력에이의를제기
할때라고명시하면서, 법에대한비판이필요하지만, 그것이법의효력
을좌우할수는없다고주장했다.52)
이지점에서벤담의유명한“정확하게복종하고자유롭게비판하라
(To obey punctually; to censure freely)”53)라는문구의의미가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문구는법의도덕적가치와무관하게법은효력을갖기때
문에법에대한도덕적평가와는관계없이법에복종해야만하고, 동시에
법은신성한도덕이아니기때문에법을자유롭게비판해야한다는의미
이다. 하지만벤담이“정확하게복종하라”라고말한것을효력있는법이
반드시복종할도덕적의무를수반한다는주장으로이해해서는안된다.
공리주의자인벤담은공리의원칙에따라법에복종했을때의쾌락과고
통을, 법에복종하지않았을때의쾌락과고통과비교해더효용이높은
쪽을선택하라고말하기때문이다.54) 따라서여기서벤담은일반적인차
원에서개인적으로불만족스러운법일지라도일단복종해야한다고말한
것으로해석해야옳다.55) 다시말해벤담은도덕을법의권위로치환하여
법이최종적인행위의기준이며법에따른행위는비판받을수없다는
태도를경계하면서도법의권위를각개인이품은법에대한이상으로
해체해법을마음대로무력화하려는시도도경계한다.56)
50) Bentham, 위의책(주27), 287.
51) 아래의3. 자연권비판참고.
52) Bentham, 위의책(주27), 231. 또한뒤의‘4. 민주주의’도참고.
53) Bentham, 위의책(주27), 230.
54)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V, XX 이하.
55) David Dyzenhaus, “The Genealogy of Legal Positivism”,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24(2004), 42 참고.
56) Hart, 위의책(주16),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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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벤담과법실증주의
이밖에도코먼로에대한블랙스톤의높은평가는코먼로의가장중
요한문제점을간과하게만든다고벤담은비판한다. 판례법으로구성된
코먼로가불확정적이라는점을간과하게만든다는것이다. 즉성문법으로
명확한규정이있는것이아니라그때그때법관의재량에따라판결이
내려지고, 그래서사람들은법이무엇을규율하는지알고행동하는것이
아니라일단행동을하고사후적으로법관에의해그행동의합법성여
부를판단받는다는것이다. 이점을벤담은법관애쉬허스트(William
Henry Ashhurst)가영국법의진실한상태를보지못하고그럴듯하게포
장할뿐이라고비판한「Truth versus Ashhurst」라는소책자에서상세하
게다룬다. 벤담은성문법을입법하는과정에서대다수사람이배제된다
는문제가있기는하지만, 코먼로는이보다훨씬더심각한근원적문제
를갖고있다고지적했다.57) 즉코먼로는마치‘개의법(dog law)’과같
은데, 개가잘못을저지르고나면그이후에야개를처벌해서개의행동
을교정하는것처럼개인이법을위반하고나면처벌하기때문에사전에
확정된법의내용에따라행동할수가없고사후적인처벌로법의내용
을확인할수있을뿐이라고한다.58)
이러한불확정성으로인해코먼로는수범자에게행위의동기를부여
하고기대를안정시키는데실패한다. 모든인간은자신의행복을극대화
하기위해노력하고이것은그들의생존을위해필요하다. 그러나이러한
이기심은강한힘을가진소수의행복을극대화할수는있으나약자를
포함한사회전체의행복은저해할수있다. 그러므로법은더많은사람
이행복한사회를만들기위해사람들이자신의이익을희생할수있도
록유도해야한다.59) 예를들어재산을보호하는법이없는상황에서, 누
군가가타인의소유를훔치는행위를할경우, 그행위는그의행복을증
진하는데는도움이되겠지만사회전체의행복의총량은감소할것이다.
57)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v, John Bowring ed.,
Truth versus Ashhurst (1843), 235.
58) Bentham, 위의책(주37), 235.
59) Bentham, 위의책(주33),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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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19
벤담에따르면어떤물건을소유하고있을때소유자는현재그물건이
주는쾌락을누릴뿐아니라그물건으로인해미래에얻을수있는쾌
락에대한기대도함께갖기에같은물건이라도획득했을때느끼는쾌
락보다잃었을때의고통이더크다.60) 그래서사회전체의행복을위해
법이개입하여절도죄를처벌하는것이필요하고또정당화된다. 이런법
이생기면, 절도행위의결과사회전체의행복만감소하는것이아니라
절도범개인도절도행위로인한쾌락보다더큰고통에처하게될것이
다. 엘리알레비(Élie Halévy)는이를‘이익의조정’이라는표현으로설명
한다. 즉개인의행위가사회전체의행복을저해할경우그행위가개인
에게도행복을증진하지못하는선택이되도록법이개입한다는것이
다.61) 이런법의개입이제대로작동하려면법은수범자들이쾌락과고통
을사전에계산해서행위할수있도록금지된행위를했을때발생할비
용을명시해야한다.62) 그러나코먼로는사전에정확한법의내용을알려
주지않기때문에행위를결정하는데영향을미칠수없다. 자신의행위
로인해처벌받을것인지, 어느정도로처벌받을것인지가확실하지않기
때문에어떤행위를하지않을충분한동기가형성될수없다. 더욱이피
해자의입장에서도미래에대한기대를유지할수있는지가불투명해진
다.
이와같은코먼로의불확정성은수범자의이익에이바지하는대신오
로지법률가들의사악한이익(sinister interest)에봉사할따름이다. 여기
서‘사악한이익’이란다른사람들의행복은전혀고려하지않고다른사
람들을희생시키면서추구하는개인적이익을말한다. 코먼로법률가들은
고정성이없는코먼로가역사와전통으로확립되었기때문에이를따른
다고주장하지만, 법규칙하나하나를따져보면그것을뒷받침할수있는
역사와전통은찾을수가없다.63) 이와반대로법률가집단이모호한법
60) Jereme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i, John Bowring ed.,
Principles of Civil Code (1843), Chapter X 참고.
61) 엘리알레비, 「철학적급진주의의형성1 – 벤담의젊은시절(1776~1789)」(박
동천역) (2021), 87-160 참고.
62)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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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벤담과법실증주의
을유지하는이유는일반인이법률의내용을몰라야법률가집단이법을
독점할수있으며일반인은계속해서재판을받으러오고, 그래야재판을
받으려면내야하는수수료를징수할수있기때문이다. 그래서벤담은
법률가집단을이윤을추구하는‘법관기업(Judge & Co.)’이라고비꼰
다.64) 앞에서언급한자연법을통해법률이무력화하는상황이큰문제인
이유는법률이무효가되었기때문에주어진사안에대한법규정이없는
상태가되고, 결국사악한이익만을추구하는법률가들의손에사안에관
한결정이맡겨진다는사실이다.65)
이맥락에서벤담이코먼로의법적성격을어떻게평가했는지에대한
논쟁을잠시살펴볼필요가있다. 포스테마(G. Postema)는벤담이코먼로
가법이아니라고보았다고주장한다. 그는벤담이“[관습법에관한] 이
책들중에는법이라는명칭을부여하기에적절한조항을단하나도찾을
수없다”라고하면서“만일이것이권위적이라면특수하며, 따라서법이
아니다. 반대로일반적이라면권위적이지않고따라서역시법이아니
다”66)라고언급한것을근거로제시한다. 즉코먼로가어떤권위에의해
특정한사건에대해선언된것이라고보면법으로서의권위는확보할수
있으나일반성을잃기때문에법이라고할수없고, 코먼로를특정한사
건에관한결정으로한정하지않고추상적인원칙으로변환하면일반성
은갖출수있으나권위를잃기때문에역시법이라고할수없다는것
이다.67) 다시말해코먼로를어떻게정의하든법으로서갖추어야할요소
가없기때문에비법(non law)이라고한다.68) 그러나벤담이코먼로에비
63) 이에관해서는강준호, “벤담의자연권비판과공리주의”, 「철학연구」, 제64집
(2021), 115-123 참고.
64) Bentham, 위의책(주37), 235.
65)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V, XXXI-XXXII.
66) Bentham, 위의책(주4), Chapter XIII, 3.
67) Gerald J. Postema, Bentham and Common Law Tradition, 2nd ed., 2019, 8.3.
68) 같은근거로코먼로는법이아니라고보는문헌으로는이상영, “법실증주의의선
구자J. Bentham은이상주의자인가혹은현실주의자인가?”, 「법사학연구」, 제18 호(2018), 320면; 이상영, “벤담의Common Law 체계에대한비판과입법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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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21
판적이기는했으나아예법이아니라고평가했다는것은과장이다. 벤담
은어떤규범이법이되기위해서일반성을갖추어야한다고주장하지는
않기때문이다. 오히려벤담은법이일반적일수도, 구체적일수도, 아니
면둘다일수도있다고명시적으로말한다.69) 하트는벤담이법에관한
폭넓은개념정의를제시했다고평가하면서다음의문장을인용한다.70)
“법은특정한사건에서주권자의권한하에놓여있거나놓여있어야하는
특정한개인이나집단이준수해야할행위와관련하여국가의주권자가
가지거나채택한의지의선언적표시의집합으로정의될수있다.”71) 여
기서벤담은일반성을법의요건으로파악하지않는다. 다시말해벤담은
대륙의전통과는달리입법과집행을보편적법규범과특수한사건에서
의적용으로구분하지않는다.72) 따라서벤담은관습법으로서코먼로가
법의출처인권위를알수없기때문에내용도불분명한악한법이라고
보았지만, 비법(non law)으로보았던것은아니다. 더욱이벤담은법비판
자가법을무효로만들수없다고생각했다는점까지상기하면, 바람직하
지않은법이비법(非法)이되지는않는다.73)
- 자연권비판
코먼로의불확정성을비판한벤담의법이론은자연권이라는개념도
허상이라고지적했다. 벤담은신의계시나천부인권같은비감각적개념
은실체를확인할수없기때문에이를법에편입시킬경우법은확실성
을상실하게되고결국야만이지배하는무정부상태에빠지게될것이
성에대한연구”, 「서울대학교법학」, 제49권제3호(2008), 16-18면참고.
69) Bentham, 위의책(주4), Chapter IX.
70) Hart, 위의책(주2), 110.
71) Bentham, 위의책(주4), 1.
72) Bentham, 위의책(주33), Appendix A Division of Power.
73) David Liebermann, The Province of Legislation Determined: Legal Theory in
Eighteenth-Century Britai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223-22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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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벤담과법실증주의
라고경고했다. 벤담법이론의이측면은프랑스인권선언을반박한그의
글「터무니없는소리(Nonsense Upon Stilts)」74)에서잘나타난다.
다만이글에나타나는벤담의자연권비판을근거로벤담이프랑스
혁명이추구했던민주주의를반대했다거나그가프랑스의정치적적대자
였다고오해해서는안된다. 즉벤담이버크(E. Burke)처럼정치적보수
주의의입장에서자연권을비판한것은아니었다. 그는프랑스혁명이일
어나자프랑스가자신의정치적이상을실현할수있는장이라고생각했
고계속해서프랑스에서신을보내자신이생각하는올바른정치체계에
대한구상을전달하려고노력했으며민주적인정부수립을지지했다. 그
의많은제안이프랑스정치인들의관심을사로잡지는못했으나프랑스
국민의회는그의공로를인정하여윌버포스(W. Wilberforce) 등과함께
벤담을명예시민으로임명했다.75)
또한벤담의자연권비판은공리주의적인회의주의에기초하여개인
의자유가무가치하다고주장한것도아니다. 즉‘최대다수의최대행
복’을위해개인의자유는희생되어도괜찮다는주장이아니다. 벤담은
오히려‘안전(security)’이라는개념을통해개개인의보호를강조했다. 벤
담은자유(liberty)를자연적자유와헌법적자유로구분한다. 자연적자유
는법과무관하게각개인이자신이원하는대로할수있다는의미인데,
이는불안정할수밖에없다. “어느범위까지모든사람이자연적자유를
누리는지”76) 알수없고, 그렇다보니야만인사회에처럼강자가약자의
자유를쉽게침해할수있으며이때약자는구제받기어렵다.77) 그래서
74) 비슷한맥락에서미국의독립선언서를비판하는Jeremy Bentham, A Short Revie
w of the Declaration, 1776(https://wisc.pb.unizin.org/ps601/chapter/jeremy-benth am-a-short-review-of-the-declaration/)도참고.
75) 이에대하여프랑스혁명당시벤담이버크같은보수주의자는아니었더라도정치
적으로보수적인면도있었다는주장은Philip Schofield, “Jeremy Bentham and the British intellectual response to the French Revolution”, Journal of Betham Studies 13(2011), 1-27 참고.
76) Bentham, 위의책(주27), 293.
77) Bentham, 위의책(주33), 32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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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23
벤담은자연적자유를법으로제한하여강자만이행복한것이아니라사
회의모든구성원이행복한사회로나아가야한다고주장한다. 이점에서
“법은자연적자유와상충”78)되지만법으로창설된자유는자연적자유
보다더많은사람의행복에이바지한다. 벤담은이와같은법적자유를
‘안전’이라고불렀다. 즉법을통해확보된개인의자유영역이곧안전
이다. 안전에대한강조는벤담의이론이결코소수자를희생시키지않는
다는것을보여준다.79) 그는오히려희생되기쉬운소수자의자유를제대
로보호하기위해법이필요하다고역설한다. “권리라는것이존재하기를
바라는근거가곧권리는아니다. 특정한권리가확립되기를바라는근거
가곧그권리는아니다. 결핍은수단이아니다. 배고픔은빵이아니다
.”80) 따라서안정적인권리의향유를위해서는수단으로서의법이존재해
야한다는것이다.81)
이 연장선에서 벤담은 자연권보다 ‘폭정으로부터의 안전(securities
against misrule)’이프랑스구체제의문제점을드러내는더적절한개념
이라고보았다.82) 뒤에서보듯이자연권은내용이없기때문에자연권을
침해했다는주장이과연무엇을문제삼는지도불분명하다. 이에반해안
전은법으로보장되는권리이기때문에폭정으로인해침해된것이무엇
인지를명확하게밝힐수있다. 그리고자연권주장은자연권을인정하는
사회내에서만받아들여질수있지만, 안전은어떤사회에서든통용될수
있는개념이다.
78)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iii, John Bowring ed.,
General View of a Complete Code of Laws(1843), 185.
79) 이에관해서는Frederick Rosen, Jeremy Bentham and Representative Democracy:
A Study of the Constitutional Code, 1983, 73.
80) Bentham, 위의책(주33), 330.
81) 이와관련하여벤담은프랑스인권선언이정부가법을사용하여자유를침해하는
것과개인간에발생하는자유의침해중무조건전자가더나쁘다고전제하고있 다고비판했다. Bentham, 위의책(주33), 356-7 참고. 또한Frederick Rosen, “Bentham, Jeremy(1748-1832)”,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 vol. 5, 2004, 223 참고.
82) Bentham, 위의책(주32), 23-6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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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벤담과법실증주의
프랑스인권선언에대한벤담의비판이근본적이고철저한비판이라
는점은분명하다. 단지“권리의선언문이이런형태로존재[?]해서는안
된다는것이아니라, 그러한이름으로는또는그러한기획으로는어떠한
것도시도하지않았어야한다”83)라고말하기때문이다. 즉더나은인권
선언문을작성해야했다는것이아니라, 법이전의권리라는개념자체에
반대한것이다. 벤담이그러한권리가터무니없는허구84)라고비판하는
이유는무엇보다그내용을알수없기때문이다.85) 벤담에따르면모든
권리는자유를제한함으로써만들어진다. 그의안전개념에서도알수있
듯이, “모든강제적법, 특히자유를창설하는모든법은그범위내에서
자유를폐기한다.”86) 누군가에게권리가있다면나머지사람들에게는그
권리를침해하지않을의무가있다. 따라서권리는그와상관관계에있는
(corelative) 의무의내용을포함하고있어야한다. 그런데프랑스인권선
언은의무와관련을맺지않은불가침, 불가양의권리를선언한다. 예를
들어자연권으로서의소유권은누구의권리를제한하여누구에게소유권
을보장한다는것인지알려주지않는다. 자연권은모든사람에게평등하
므로, 자연권으로서의소유권은모든사람이모든물건에대해소유권을
갖는다는의미가될것이고, 그렇다면누구도특정한물건에대한소유권
을갖지못하는것과같다.87) 자유권도마찬가지이다. 인권선언제4조는
자유를타인에게위해를끼치지않는행위를할수있는자유로정의한
다. 그런데이정의에따르면어떤행위가나의자유의범위에속하는지
알려면“법의용어가아니라그행위의결과에대한나의인식을참고해
야한다. 그결과가운데누군가가해악을입을결과가하나라도있으면
83) Bentham, 위의책(주33), 358.
84) 주의할것은벤담이자연권이허구라고비판했을때와가상의대상이허구라고했
을때의함의가다르다는것이다. 후자에는부정적함의가없다. 이에관해서는 Ross Harrison, “H. L. A. Hart, Review: Bentham”, Mind, New Series 94(1985), 373 참고.
85) 하트는이점을‘불확정성(indeterminacy)’ 및‘기준없음(criterionless)’으로설명
한다. 이에관해서는Hart, 위의책(주2), Chapter IV, 82.
86) Bentham, 위의책(주33), 334.
87) Bentham, 위의책(주33),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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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25
법이나에게뭐라고하건나는그것을할자유가없다.”88) 즉자연권으로
서의자유권은각개인의자유의한계를알려주는대신각자의판단에
따라서행동하도록내버려둔다.
자연권주장이터무니없는소리인두번째이유는현실성이없기때
문이다. 자연권의절대적성격을현실에서그대로관철하려면정부의모
든활동을폐지해야한다. 예컨대소유권의절대성은모든세금과벌금을
무효로만든다.89) 평등의절대성으로인해“광인도다른사람이그를감
금할수있는만큼다른사람을감금할권리를갖는다.”90) 일반적인의미
의안전도불가침의권리로선언되기때문에“사형이나기타신체적형
벌을명령하는법, 외국적에대하여군대에복무하도록” 하는법도모두
철폐되어야한다.91) 자유권의한영역인표현의자유는매우중요하지
만,92) 이것을불가침의권리로인정하면“거짓된주장, 개인의명예에해
를끼치는거짓된주장, 쉽게말해모든비방”93)을허용해야한다. 그래
서벤담은프랑스인권선언이무정부적이며심지어테러리즘활동을조
장한다고보았다. 인권의자연적, 보편적효력을근거로현재의법률에
대항하는자는“인간의이해를혼란스럽게만들고그들의격정에불을
붙여”94) 정부를전복시키도록부추긴다.
바로이지점에서다시법서술가와법비판자의구별이등장한다. 벤담
이보기에자연권을근거로법의효력을부인하는것은법비판자의입장
에서기존의법에대해법서술가의역할까지하려는것으로서블랙스톤
이자연법을근거로있는법을무효로만들려고했던것과같은맥락에
88) Bentham, 위의책(주33), 330.
89) Bentham, 위의책(주33), 335.
90) Bentham, 위의책(주33), 325.
91) Bentham, 위의책(주33), 336.
92) 벤담은권력을가진자를견제하는수단으로표현의자유의중요성을강조했다.
Bentham, 위의책(주32), 23-64 참고.
93) Bentham, 위의책(주33), 363.
94) Bentham, 위의책(주39), 54.
26페이지
26 벤담과법실증주의
있다. 이점에서벤담은인권선언이이러이러하게‘해서는안된다’ 또는
‘해야한다’ 대신에‘할수없다’ 또는‘할수있다’라는표현을사용한다
는것에대해이의를제기한다. 이는기존의법률을비판하는법비판자의
관점에서있어야할법을선언하면서‘법이어떠해야한다’라고하지않
고‘법이어떠하다’라고서술하는것이기때문이다. 예를들어프랑스인
권선언제1조에서사회적차별은공동의효용이있을때만정당화‘될수
있다’라고규정한다. 벤담은이조항이말하는바가공동의효용이없는
사회적차별은정당화될수없어무효라는의미라면있어야할법을근
거로있는법을규정하는오류라고보았다.95)
만일터무니없는소리라는비판을피하기위해자연권에대한제한
을인정하면인권선언은공허해진다. 벤담은먼저자연권의절대성을양
보하는것은불가침, 불가양의권리를공표하려는인권선언의정신에부
합하지않는다고지적한다.96) 예를들어프랑스인권선언은제15조에공
직자에대해그의행정업무에관해보고하라고요구할권리를규정한다.
이권리를불가침, 불가양의권리로이해하면모든사람은자신이원할
때마다공직자에게보고를요구할수있다. 이는현실성이없으므로공직
자들의책임을강조할뿐이라고해석한다면, 이조항은“처음부터끝까지
권리를선언한다는배타적인목적만갖는이문서”97)와아무런관련이
없는조항이되어버린다.
더나아가벤담은만일인권선언이절대성을양보하게되면본래의
의미를잃어버리고어느체제에서나수용될수있는규정이되어버릴것
이라고경고했다. 예컨대프랑스인권선언제7조처럼‘법에근거한’ 기소,
체포, 구금은자연권위반이아니라고하거나제10조처럼공공질서를저
해하는경우에권리를제한할수있다고한다면, 절대왕권을추구하는군
주들도자신의법률에그러한조항을편입시키는것을주저하지않을것
95) Bentham, 위의책(주33), 327. 이에관해서는Philip Schofield, “Jeremy
Bentham’s ‘Nonsense upon Stilts’”, Utilitas 15(2003), 24 참고.
96) Bentham, 위의책(주33), 333, 338 참고.
97) Bentham, 위의책(주33),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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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27
이다.98) 그리하여권리는다시그들의자의에맡겨지고폭정에의해침해
될가능성이열릴것이다.
물론오늘날인권논의가갖는의미를생각하면벤담의비판은설득
력이없다. 오늘날인권은원칙적으로도덕적권리로이해되며, 인권의
목록을헌법에규정하는것이보편적인현상이되면서법적지위를갖는
기본권이라는개념이등장했기때문이다.99) 그러나인권을도덕적권리로
이해하고기본권이라는법적권리가인정되더라도여전히문제는남는다.
권리를현실에서보장하려면결국에는강제력이필요하고, 권리와강제력
의투입을어떻게조화시킬것인지해결해야하기때문이다. 더욱이헌법
을통해추상적인권리를선언했더라도현실에서그권리는여러가지
방식으로제한될수밖에없기때문에헌법상의권리를공허하게만들지
않기위해서는처음부터권리개념에경험적인제한을부과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한다.100) 따라서벤담의자연권비판은오늘날에도충분히음
미할가치가있다.
- 민주주의
벤담의법이론은다른이론과현실에대한비판이든아니면자신의
이론의정당화이든궁극적으로는공리주의를지향한다. 앞에서보았듯이
98) Bentham, 위의책(주33), 350, 358.
99) 대표적으로포스테마는벤담의자연권비판을불확정성및기준없음의문제로이
해한하트를인용하며, 자연권에대한비판이헌법상기본권개념에는적용될수 없다고주장한다. Gerald J. Postema, “In Defence of ‘French Nonsense’ - Fundamental Rights in Constitutional Jurisprudence”, Enlightenment, Rights and Revolution: Essays in Legal and Social Philosophy, Neil MacCormick, Zenon Bankowsk ed.(1994), 221-246 참고. 이와유사한주장은William Twining, “The Contemporary Significance of Bentham’s Anarchical Fallacies”, ARSP 61(1975), 338-341 참고. 이에 대한 반론은Melvin T. Dalgarno, “The Contemporary Significance of Bentham’s Anarchical Fallacies: A Reply to William Twining”, ARSP 61(1975), 360-364 참고.
100) Tim Scanlon, “Rights, Goals, and Fairness”, The Difficulty of Tolerance, 2003,
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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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벤담과법실증주의
그는법에복종할의무가효용원칙(principle of utility)에의해결정된다
고주장했다. 불복종과저항의효용과준수와복종의효용을비교하여전
자가더크다면불복종이허용해야하지만후자가더크다면복종해야
한다.101) 또한각사회에서법의내용을결정하는것도효용원칙이다. 그
는추상적인규범으로부터구체적인규범을도출하는것은불가능하며,
그런방식은사회전체의행복이아닌다른가치를비밀스럽게추구할
빌미를제공할것이라고주장했다.102) 이와는달리- 벤담에따르면- 그
때그때특정한문제상황에직면했을때그상황을해결하기위한입법
을하는것이일반적인입법방식이다. 그리고이렇게구체적인문제를
해결하기위한입법을하면서나온구체적인규범들로부터공통의원리
를도출할수있는데, 이공통의원리가곧효용원칙이다.103)
그러나이문제에관한결정을개인에게맡길수는없다. 즉법에복
종할지에대한한사람의결정이곧장보편적인행위지침이될수는없
고, 각개인이자신의효용계산에맞는법을가질수도없다. 그때문에
벤담이자신의공리주의적이상을법실증주의적으로실현하는방식으로
선택한것은입법(law giving)이었다. 그의초기저작목록만보더라도
벤담이입법을얼마나중요하게생각했는지가드러난다. 그의대표작으로
꼽히는「도덕과입법의원칙에대한서론」은아예입법을전면에내세
우고있다. 이책에서벤담은“정부의조치는효용원칙에부합한다거나
효용원칙의지배를받는다고말할수있다”104)라고언급하면서자신의
101) Bentham, 위의책(주27), 286.
102) Jeremy Waldron, “Nonsense upon Stilts”: Bentham, Burke, and Marx on the
rights of man, Metheun, 2015, 43-44.
103) Bentham, 위의책(주33), Observations on The Draughts of Declaration of
Rights, 185. 벤담은상속문제와관련해서도똑같이지적한다. 즉법으로정해진 상속과유언을통한상속간의균형을이루어야한다고언급하면서자연권으로 는이문제를해결할수없다고주장한다. 자연권이라는일반규칙은두가지상 속형태를모두인정할수있을뿐이지두가지상속간의구체적인비율은확 정할수없다는것이다. 이에관해서는Bentham, 위의책(주33), Supply-New Species Proposed, 213-214 참고.
104) Bentham, 위의책(주27), Chapter I, VII.
29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29
효용원칙이겨냥하고있는것은정부의조치라고말한다. 또다른글에서
는자연적인자유가아니라법적자유가필요하다고주장하면서자유의
“경계선을긋는것은다른누구도아닌입법자이어야한다. 즉주권을갖
고있다고생각되는바로그사람또는그사람들이어야한다”105)라고
말한다. 다시말해대중의복종습관이향하고있는개인또는집단이사
회전체의행복에가장좋은것이무엇인지를결정할권한을갖는다는
것이다. 이점에서벤담은복종습관의대상이됨으로써권위를갖는자
의입법을통해수범자의기대를안정시키고, 이로써형이상학적법리로
사악한이익을추구하는법률가집단이시민을착취하는현상을극복할
수있다고생각했다.
입법에대한강조는벤담의법전화(codification) 기획으로이어졌다.
그는코먼로의대안으로, 법의모든분야에걸친‘완전한법’(Pannomio
n)106)을어떻게입법해야하는지를고민했으며그연장선에서유럽과아
메리카대륙의여러나라에서법률초안을작성해달라는요청에응하기
도했다. 코먼로의불확실성과대비되는‘완전한법’의특징은“효용, 널
리알려짐, 완전함, 명백히드러나는합리성”107)이다. 다시말해효용원칙
105) Bentham, 위의책(주33), 340.
106) 이용어의어원과번역에관해서는이상영, “사법(司法) 대입법(立法) - 벤담의
“Pannomion(완전한법체계)”에대한연구”, 「일감법학」, 제21호(2012), 562, 주4 참고. 벤담에서이‘완전한법’의이상은‘법전화’를통해구현된다. 이때 ‘법전화’는단순히성문법(lex scripta)으로실정화한다는의미가아니라다수의법 률을하나의통일된법전으로체계화하는경우(예컨대실체형법과부수형법을하 나의통일된법전으로체계화하는경우)처럼법적규율대상또는다수의법영역 을완벽하게포괄하는계획적입법작업을의미한다. ‘법전화’ 개념에관해자세 히는Lucas Hartmann, “Kodifikation und Demokratie. Zugleich: Ein Vorschlag zur Weiterentwicklung des Denkens über Kodifikation”, Rechtswissenschaft 2(2022), 237 이하, 특히240 이하참고. 또한19세기초반독일민법의법전화 를둘러싼논쟁에서헤겔의법전화사고와벤담의이론사이의연관성을밝히고 있는Michael W. Müller, Zeit in Gesetzen erfasst – G. W. F. Hegels Theorie der Kodifikation, Berlin 2022도참고.
107) Jeremy Bentham, Legislator of the World: Writings on Codification, Law, and
Education, Philip Scholfield and Jonathan Harris eds., 1998, “Papers relative to Codification and Public Instruction”, 122.
30페이지
30 벤담과법실증주의
에충실하고‘인식가능성(cognoscibility)’을갖추고있는법이다.108) 입
법자는효용원칙에따라법을제정하고, 법을통해수범자가행위를하기
전에법이무엇을요구하며, 그요구를충족하지않았을때어떠한결과
가발생하는지를알려준다.109)
이처럼입법이공리주의를실현하는수단이기때문에벤담의법이론
에서는다른국가제도보다도입법이우위에있다. 초기저작에서그는
입법이전권(omnipotence)을갖는다고표현하다가후기에는이용어가
군주의왕권처럼절대권력처럼읽힐수있어전면적권한(omnicom-
petence)을갖는다고표현을바꾸기는했으나, 입법자가법률로제정한
것을다른국가권력이무력화할수없다는점에서는여전히입법의절
대적우위를주장했다.110) 그때문에법원이위헌법률심사를통해제정된
법률을무효로선언하는것에반대하고,111) 프랑스혁명당시입법의한
계에관한논쟁에뛰어들어대법원이국민의회의권한을제한하는것에
도반대한다.112) 그리고프랑스인권선언에대해당시프랑스의입법자가
미래의그리고모든곳에있는입법자를구속하려는것은독재이며자만
심이라고지적한다. 즉18세기를살아가는프랑스의입법자는18세기라
는시대와프랑스의사회경제적맥락안에서사회전체의행복을위해
가장좋은것을선택하여입법하는사람이다. 그가제정한법률이프랑스
가아닌곳에서또는미래에도행복의총량을증가시키는데이바지할지
는알수없는노릇이고, 이점에서보편적인권리의선언은“모든민족,
모든미래세대는우리노예”113)라는선언과다름없다고한다.
108) Bentham, 위의책(주107), 7-8.
109) 이점에서벤담의법전화와안전을연결하여설명하고있는Dean Alfange Jr.,
“Jeremy Bentham and the Codification of Law”, Cornell Law Review 55(1969-1970), 58-77 참고.
110) Rosen, 위의책(주79), 45.
111) Jeremy Bentham, Constitutional Code, F. Rosen and J. H. Burns ed., 1983,
Chapter 4, Section 2, article 2.
112) Bentham, 위의책(주33), Necessity of Omnipotent Legislation.
113) Bentham, 위의책(주33),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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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31
그러나벤담이입법자의권한이무제한의권한이라고한것은아니다.
즉이권한이국가질서상가장우위에있는권한이기는하지만, 어떠한
제약도부과될수없다고생각한것은아니다. 무엇보다벤담은입법자가
복종의습관또는복종의경향의대상이라고보았기때문에복종의습관
및경향이끝나는지점이곧입법자가가진권한의한계이다.114) 따라서
어떤행위영역에서는입법자에게복종하지만다른행위영역에서는복
종하지않는다면, 복종하는영역에서만입법권이행사될수있다. 그리고
명시적인협약으로입법자의권한을제한할수도있다.115) 예컨대미국처
럼어떤문제에대해서는주의회가권한을갖고어떤문제에대해서는
연방의회가권한을행사한다는식으로협약을체결할수있으며, 이로써
최고입법자인연방의회의권한이제한된다. 더나아가벤담은‘군주에
관한법(law in principem)’과‘대중에관한법(laws in populum)’을구분
하여, (군주) 입법자의권한을제한하는군주에관한법이군주의권한을
법적으로 제한할수 없지만, 도덕적으로제한할 수는 있다고주장한
다.116) 왜냐하면– 논리적관점에서볼때– 군주에관한법을강제할
힘을가진자가입법자인군주자신밖에없으므로이법에따른제한을
지키지않았다고해서그것을강제할법적인방법이없기때문이다.
벤담은‘전권’에서‘전면적권한’으로용어를대체하면서민주주의가
효용원칙을실현할수있는유일한대안이라고주장하기시작하고, 이와
함께그의입법이론에서입법권을제한하는다른장치들이등장한다. 물
론초기에는특정한정치체제를전제하지않던벤담이대략1800년이후
부터는민주주의를적극적으로지지하며급진주의철학자라는별명을얻
게된계기에대해서는여러가지해석이존재한다. 알레비는제임스밀
(James Mill)과의만남을중요하게평가하고,117) 하트는민주적인정부로
114) Bentham, 위의책(주27), 290.
115) Bentham, 위의책(주27), 290.
116) Bentham, 위의책(주4), Chapter VI, 15 이하. 또한Schofield, 위의책(주20),
228 이하도참고.
117) 엘리알레비, 「철학적급진주의의형성2 – 공리주의신조의진화(1789~181
5)」(박동천역) (2021), 182- 18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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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벤담과법실증주의
국가를운영하는미국의모습에벤담이큰감명을받았다고본다.118) 하
지만벤담의이론이전개된과정에초점을맞추면‘사악한이익’이라는
개념의등장이분수령에해당한다. 그가처음으로이표현을사용한것은
1797년이었으나그의글에서중요한개념으로자리잡은것은1804년부
터였는데119) 이때부터법률가집단이코먼로의불확실성을이용하여사
악한이익을추구하는것처럼정치인들도사악한이익을따라움직인다
는비판이본격적으로전개된다.
이‘사악한이익’을강조하게되면서벤담의법이론은민주주의정치
이론과맞닿게된다. ‘완전한법’에대한그의기획에서도정치인의타락
을예방하기위한민주적장치로채워진헌법이중심에놓이게되었
다.120) 벤담에따르면민주주의정부에서만사악한이익의추구가효과적
으로제한되며, 사회전체를위한법이제정될수있다고한다. 다만벤
담은민주주의를통해입법자가만들수있는법률의내용을제한하는
것이아니라오로지절차적측면에서만제한을가한다. 즉구체적인법률
의내용은시대와장소에따라효용원칙에의해결정되어야하기에법률
의내용을제한할수는없다고본다. 따라서정치인이개인적이익을추
구하지못하게막는절차적장치만마련하면유권자의이해에관심을기
울일수밖에없는정치인은자연히효용원칙을적용해법을제정할것이
라고한다. 그때문에벤담은영국의회에서귀족으로구성된상원을폐
지하고121) 최대한많은사람의참정권이인정되는선거를통해의원을
선출해야한다고주장한다.122) 그리고오랫동안같은세력이집권할경우
118) Hart, 위의책(주2), 70-71.
119) Schofield, 위의책(주20), 111.
120) David Liebermann, “Bentham on Codification”, Selected Writings, Stephen G.
Engelmann ed., 2011, 470-473.
121) Schofield, 위의책(주20), 236 참고.
122) 특히여성의참정권에관한벤담의입장에관해서는Nicola Lacey, “Bentham as
Proto-Feminsit? or An Ahistorical Fantasy on ‘Anarchical Fallacies’”, Current Legal Problems 51 (1998): 441-466; 강준호, “벤담의민주주의이론과공리주 의”, 「범한철학」, 제84집(2017), 169-19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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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33
부패하기가쉽기에최대한자주선거를하고, 같은사람이반복해서입법
권을행사하게되는현상을방지하기위해의원직을경험했던사람의숫
자가충분할정도로많아지기전까지는재출마를금지해야한다고강조
한다. 이밖에도언론의자유와집회결사의자유를최대한보장해야한다
고주장하며, 이맥락에서“군사직무에종사하는자가총에맞는대가로
돈을받는다면, 시민사회의직무에종사하는자는말과글로비판받는
대가로돈을받는것이다”123)라는유명한말을남겼다. 벤담은이러한견
제장치들만있다면시민들의의식수준과상관없이민주주의가가능하
다고보았다. 이는벤담의제자인존스튜어트밀(John Stuart Mill)이시
민들의수준이민주주의의요건중하나이며, 그때문에교육이필요하다
고주장했던것과는사뭇대조적이다.124) 벤담은– 로센(F. Rosen)이언
급했듯이125) – 참여의가치자체를중시했기때문에그러한후견주의적
입장에동의하지않는다.
Ⅲ. 법실증주의에서벤담의위치
벤담의법이론이법실증주의에서어떠한위치에있는지논의하기위
해서는먼저한가지점을분명히밝혀야한다. 즉법실증주의는하나의
학파가아니라는점이다. 법철학의역사는흔히자연법론과법실증주의
사이의대립으로설명된다. 그러다보니법철학내에서자연법론이라는
거대한‘학파’와법실증주의라는거대한‘학파’가갈등을빚고있는것처
럼오해될수있다. 그러나법실증주의이든자연법론이든결코완결성과
폐쇄성을지닌하나의학파를뜻하지않는다. ‘학파’는하나의통일적연
구대상을똑같은방법론을토대로탐구해유사한해답에이르는이론적
집단이다. 그러나법실증주의와자연법론은추상적인차원에서유사한관
123) Bentham, 위의책(주111), Chapter V, section 6, art. 2.
124) Rosen, 위의책(주79), Chapter X, 183-199 참고.
125) Rosen, 위의책(주79),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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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벤담과법실증주의
점을지닌다수이론의집합일뿐이며, 각이론의내부에는매우다양한
스펙트럼이존재한다.126) 그때문에최근에는법이론을법실증주의와자
연법론으로구별하는것이무의미하다는주장도제기된다. 예컨대피니스
(J. Finnis)는자연법론자이지만법실증주의의특징인분리가능성테제를
수용한다.127) 이점에서라즈(J. Raz)는현대의법이론들이자연법론의
특징과법실증주의의특징모두를갖는다고지적하면서, ‘법실증주의’라
는표현보다는‘법실증주의적전통에있는이론’이라는표현을선호한
다.128) 그렇다면어떤고전사상가의이론이‘법실증주의’에속하는지묻
기보다는‘법실증주의의전통에서있는지’ 묻는것이더적절할것이다.
즉“벤담은하트가말하는의미에서법실증주의자인가?”보다“벤담은법
실증주의적전통에서있는가?”가더정확한질문이다.
이점을염두에두면서먼저벤담이과연법실증주의적전통에서있
는지를검토해보자. 앞서언급했듯이벤담이법실증주의자라는하트의평
가에대한반론은실질적법실증주의와방법론적법실증주의의구분을
전제로이루어지고있다. 즉스테픈페리가법실증주의를구분하여, 실질
적법실증주의는법과도덕의구별을주장하며방법론적법실증주의는
법학과도덕의구별을주장한다고보고, 양자는개념적연관성이없다고
126) Giorgio Pino, “Positivism, Legal Validity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Ratio Juris 27 (2014): 192-193. 다양한법실증주의이론에관해서는Walter Ott, Der Rechtspositivismus; kritische Würdigung auf der Grundlage eines juristischen Pragmatismus, 2. Aufl., 1992, 특히(벤담의계승자인J. Austin의 분석법학에관한) 33 이하, (하트에관한) 87 이하, (분리가능성테제에관한) 175-186 참고. 이밖에도김영환, “법실증주의의개별유형과그개념에대해서”, 「법학논총」, 제17집(2000), 81-113도참고. 법실증주의를평생연구한오트역 시단하나의법실증주의가아니라다수의법실증주의가존재할따름이고, 각각 의이론적경향에따라공통점과차이점을확인할수있다는최종결론에도달한 다. 이에관해서는Walter Ott, Die Vielfalt des Rechtspositivismus, 2016, 특히 21 참고.
127) John Finnis,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2011 참고.
128) Joseph Raz, “The Argument from Justice, or How not to Reply to Legal Positi-
vism”, Law, Rights and Discourse: The Legal Philosophy Of Robert Alexy, George Pavlakos, ed., 2007, 17-36; 오병선, “현대의자연법론과법실증주의의 수렴경향”, 「법철학연구」제1권(1998), 31-5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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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35
지적한것에서출발한다. 그리고학자들은벤담이이두가지실증주의
중어느하나에만해당한다거나두가지모두에해당하지않는다는주장
을전개함으로써벤담을법실증주의자로평가한하트를반박한다. 이이
론적논쟁은법실증주의를둘러싸고전개될수있는포괄적인철학적논
쟁을배경으로삼고있어서이논쟁전체를개관하기어려울정도로극
히섬세하게진행되고있다.129) 이점을고려하면서- 서론에서언급했듯
이- 이글에서는일단벤담의이론이일반적으로법실증주의적전통을
지칭할때의미하는실질적법실증주의에해당하는지를검토할것이다.
벤담은철두철미하게공리주의라는도덕을고수했고효용원칙에따른
법률을만들어야한다고주장했기때문에실질적법실증주의자가아니라
고주장하는것은상당부분실질적법실증주의에대한잘못된이해에서
비롯된다. 즉실질적법실증주의는법과도덕의연관성을부정하기때문
에도덕적인내용의법을추구하는것이법실증주의와양립할수없다고
생각하거나, 법실증주의가법이론의모든영역에걸쳐일정한입장을갖
고있는거대한이론이라고생각하는것이다. 그러나실질적법실증주의
의핵심이라고할수있는‘법과도덕의구별’이무엇을의미하는지살펴
보면법실증주의가‘있는법’의법의개념과효력에관한문제에대해이
야기할뿐이고‘있어야할법’이도덕적인내용을담고있어야한다는주
장과얼마든지결합할수있다는것을알수있다.
하트는실질적법실증주의가주장하는법과도덕의구별을‘법과도덕
의분리테제’로정리했다. 이테제는법과도덕을분리해야한다는당위
를주장하는것이아니고, 법과도덕이항상분리된채로존재한다는사
실을설명하는것도아니다. 즉이테제는단지법이도덕적으로정당하
지않을수있다는것, 다시말해법과도덕사이의불일치가능성만을
표현할따름이다.130) 그러므로레슬리그린이지적한것처럼‘법과도덕
129) 여기에– 예컨대드워킨(Dworkin)처럼– 비실증주의적이론까지추가하면논
쟁상황은더욱더복잡하게다가온다. 이논쟁에대한개관으로는Felix Koch/ Amir Mohseni, “Analytische Rechtsphilosophie: Grundzüge einer Debatte”, Analytische Rechtsphilosophie. Grundlagentexte(ed. Koch/Mohseni/ Schweikard), Berlin 2019, 9-5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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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벤담과법실증주의
의분리가능성(separability) 테제’가더적절한표현이라고도볼수있
다.131) 이분리가능성으로부터‘있는법’이무엇인지파악하기위해서도
덕을원용할수없다는원리가도출된다. 도덕규범이라고해서자동적으
로‘있는법’이되지않고, ‘있는법’이라고해서모두도덕적이지않기
때문에도덕을근거로‘있는법’을확인할수는없는것이다.
그런데분리가능성테제는종종“법과도덕사이에는필연적또는개
념적연관성이없다(no necessary connection)”라는테제로오해되고그
래서법과도덕사이의모든관련성을부정하는것처럼읽히기도한
다.132) 가드너(J. Gardner)의분석에따르면이러한오해가발생한이유가
하트본인의글에‘필연적연관성없음테제’를지지하는것처럼보이는
구절이등장하기때문이다.133) 가드너는그렇더라도하트가이테제를지
지한것은아니라고보아야한다고주장하며, 그런오해를불러일으킬수
있는구절이사용된바로그문헌에서하트가같은사건을같게취급하
는일반적인규범으로서의법이갖는도덕적가치에대해언급한다는것
을근거로제시한다.134) 그리고법과도덕은규범으로구성된다는필연적
인속성때문에양자사이에는어떤식으로든관련성이있을수밖에없
고, 법실증주의자가운데법과도덕의여하한관련성을완전히부정하는
사람은없다고강조한다.135) 가드너가하트의입장을분석하며제시한근
거들과는별개로하트스스로「The Concept of Law」에서법실증주의
자가인정할수있는법과도덕의필연적연결에대해언급한것을간과
130) Leslie Green, “Positivism and the Inseparability of Law and Morals”, New
York University Law Review 83 (2008),, 1035-1036.
131) Green, 위의글(주130), 1036.
132) 그렇게이해하는문헌으로는Green, 위의글(주130), 1036; Jules L. Coleman,
“Negative and Positive Positivism”, Journal of Legal Studies 11(1982), 140.
133) John Gardner, “Legal Positivism: 5 1/2 Myths”, American Journal of Jurisprud-
ence 46(2001), 222-223. Hart, 위의글(주1), 601 참고.
134) Gardner, 위의글(주133), 223 참고.
135) Gardner, 위의글(주133) 222-225. 가드너의해석을지지하는글로는David
Dyzenhaus, “The Genealogy of Legal Positivism”,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24(2004),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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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ㆍ윤재왕37
하지않아야한다. 하트는예컨대법과도덕의필연적연결이, 법이도덕
에영향을받는다는의미이거나, 법은누구나이해할수있어야하고소
급효는원칙적으로금지된다는죄형법정주의라는도덕이필요하다는의
미라면법실증주의자도필연적연결을인정할수있다고말한다.136)
이처럼법의개념과관련하여‘있는법’을정의할때법바깥에있는
도덕에의존하지않을것을요구하는분리가능성테제는법의효력에관
한테제이기도하다. 영국의법실증주의전통에서는법의개념이법의효
력과구별되지않고사용된다.137) 예컨대하트는법의개념과법의효력
을모두인식/승인규칙(rule of recognition)을기준으로정의한다. 즉인
식/승인규칙을충족하는규범은곧법적효력을갖고, 법적효력을갖는
규범이곧법이다.138) 따라서하트의이론에서는‘법이아니지만, 효력을
갖는규범’ 또는‘법이지만, 효력이없는규범’ 같은문제는등장하지않
는다. 이점에서분리가능성테제는효력에관한테제로다시설명할수
있다. 즉도덕적인규범이라고해서곧바로법적효력을갖는규범이되
지않고, 도덕에반하는규범이라고해서법적인효력이부정되지않는
다. 하트는법규범의효력을이처럼도덕과분리하는것이유리한이유가
좋은법으로나아가기위한논의의명료성을확보할수있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139) 일정한절차에따라일정한형식을갖춘규칙을일단법으
136) H. L. A. Hart, The Concept of Law, 3rd ed., 2012, 202-207.
137) 이와관련하여법개념의연장에서법효력을논의할수있다는문헌으로심헌섭,
“法의效力에관한硏究”, 「서울대학교법학」, 제21권제1호(1980), 141-172 참고. 그리고법실증주의에서법의효력은법체계에속했다는의미라는것에관 해서는최봉철, “법의효력: 요건과효과를중심으로”, 「법철학연구」, 제17권 제3호(2014), 41-66 참고.
138) Hart, 위의책(주136), Chapter 6. 더나아가하트는두가지용어를혼용하기도
했다. 예를들어법의도덕성을고려하지않아상대적으로넓은법실증주의적법 개념과부도덕한법은법개념에서제외하는좁은법개념을대비시키면서후자가 가져오는이익이없다고주장하는문단에서, ‘좁은법개념’과‘좁은법의효력개 념’을뒤섞어서사용한다. 이에관해서는같은책, 201 참고. 하트가설명하는법 적규칙의효력의성립기준과법체계의동일성기준의관련성에대한설명으로는 권경휘, 「현대법실증주의연구」(2022), 145-148 참고.
139) 하트의주장을‘명료성’으로설명하면서동시에그에대한반론을제기하는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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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벤담과법실증주의
로인정해야현재유효한법이무엇인지를명확하게파악할수있고이
는도덕적으로바람직한법체계로나아가는첫단계에해당한다는것이
다.140) 이점에서하트는나치체제의법률에따른행위를사후적으로처
벌하는독일의판례들에대하여, 나치의법률이부도덕하기때문에무효
라고선언하는것은사실상의소급처벌을은폐하는것이며, 따라서나치
의법률이유효하게성립한법률이었다고인정하면서새로운법에근거
하여소급하여처벌하는것이더솔직하고바람직한해결책이라고주장
한다.141)
이처럼법의개념과효력과관련하여법과도덕의분리를주장하는
실질적법실증주의에서는법에복종해야할도덕적의무가법의개념및
효력과뚜렷이구별된다. 법실증주의는‘악법도법’이라고인정하기때문
에악법에대한복종을강요하는이론으로오해된다.142) 그러나법실증주
의가도덕적으로악한법의법적효력을인정하기는하지만, 법의효력을
도덕과무관하게규정하기때문에악법은물론어떤법에대해서든복종
할도덕적의무를강제하지는않는다.143) 더정확하게는법실증주의는효
력이있는법이무엇인지에대해서만이야기할뿐, 그런법에대해수범
자및법관이어떻게반응해야하는지에대해서는침묵한다. 그래서법에
대한복종의무가법의개념및효력과무관하다는것외에이주제에대
해법실증주의자들이공통적으로제시하는이론은없다. 예컨대하트는
법에복종할의무가어떤규범이법이라는것자체에서비롯되는것은
알렉시, 「법의개념과효력(이준일역)」, (2005), 64-68 참고.
140) Hart, 위의글(주1), 620-621.
141) Hart, 위의글(주1), 615-620.
142) 이러한오해의예시로는권창은·강정인, 「소크라테스는악법도법이라고말하지
않았다」(2005) 참고(최봉철, 악법과법준수의무에대한소크라테스의입장, 「법철학연구」제16권제3호, 2013, 17면에서재인용).
143) 법실증주의가법에대한무조건적복종의무를부과하지않는다는점에관해서는
윤재왕, 위의글(주8) 33면; Gardner, 위의글(주133) 207-211 참고. 한편법실 증주의에서말하는복종의무와자연법론에서말하는복종의무간의화해방안 을제시한글로는Roscoe E. Hill, “Legal Validity and Legal Obligation”, Yale Law Review 80(1970), 4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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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설명한다. 그대신한사회내에서서로협력하기위해서법에
복종하는개인들이자신의복종에대응하여상대방에게도복종을요구할
도덕적권리를갖는다고본다.144) 그리고라즈는법에복종할의무는개
인이그러한의무를자발적으로수용할때만발생한다고주장한다.145) 이
처럼법실증주의자들은이주제에관해서로다른주장을제시하며그
주장의내용은그사람이법실증주의자인지여부를판단하는기준과아
무런관련이없다.
다른한편실질적법실증주의는‘있어야할법’을어떻게파악해야하
는지에대해서도침묵한다. 이것은법실증주의자들이‘있어야할법’에
관심이없다는의미가아니다. ‘있는법’과‘있어야할법’을엄격히구별
해‘있는법’을파악하기위해법바깥에있는가치를동원하지않는다는
것뿐이다. 따라서‘있어야할법’에관하여법실증주의자들이공통적으
로추구하는지향점은없다. 예를들어하트는인간의한계에기초하여
‘있어야할법’의내용으로‘최소한의자연법’을제안한다.146) 그러나모
든법실증주의자들이여기에동의하는것은아니다. 예를들어라즈(J.
Raz)는법규범으로인정되려면사회적원천이있어야만한다는자신의
원천테제(Sources Thesis)에근거하여법이포함하고있어야하는최소
한의자연법을부정한다.147) 다시말해‘있어야할법’에대한어떤학자
의설명은법실증주의와는무관한별개의주장이다.
이렇게실질적법실증주의에대한오해를걷어내고그핵심을이해하
고나면벤담의법이론역시실질적법실증주의에해당함을확인할수
있다. 무엇보다벤담은법서술가와법비판자를구별함으로써법과도덕을
분리한다148). 그리하여법과도덕을분리하지않은채법비판자로서법을
144) H. L. A. Hart, “Are There Any Natural Rights?”, The Philosophy Review 64
(1995), 175-191.
145) Joseph Raz, “The Obligation to Obey: Revision and Tradition”, Notre Dame
Journal of Law, Ethics & Public Policy 1(1984), 139.
146) Hart, 위의책(주136), Chapter 9, Section 2 참고.
147) Raz, Joseph, Authority, Law and Morality, The Monist 68 no.3 (July 1985).
148) 이구분에관해서는앞의9-10면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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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벤담과법실증주의
서술할경우법의효력을부정하는무정부주의로흐르거나법을무조건
정당화하여반동주의로흐른다는점을강조한다.149) 그때문에법이부도
덕하다고해서법의효력을박탈할수는없지만, 이와동시에법은절대
적인도덕이아니기에자유로운비판의대상이된다. 벤담의자연권비판
도법과도덕의구별과같은연장선에있다. 즉어떤권리가‘있어야할’
도덕적근거가있다고해서그권리가곧장법적인권리로인정되는것
은아니며, 도덕적권리와충돌하는법규범이곧장무효가되지도않는
다. 벤담이설령명확한법에관한서술을기초로삼아효용원칙을기준
으로법을비판하기위해, 즉궁극적으로는법서술가와법비판자를결합
하기위해, 이두가지태도를구별했다고할지라도150) 벤담의이론에서
이구별자체가무의미하게되는것은아니다. 벤담은경험주의를토대로
다양한사회의규범을법으로인정했고코먼로를비판하면서도이를비
법이라고까지보지는않았다. 법실증주의에서법과도덕을분리하는이유
중하나가도덕성과관련없이일정한기준을충족하기만하면법이라고
인정해야논의의명확성을확보할수있고, 그래야만법에대한도덕적
비판도더욱명료해질수있기때문이라는점에초점을맞춘다면법을
비판하기위해법서술가는가치와무관하게법을서술해야한다는벤담
의주장은법실증주의적전통과일치한다.
또한벤담의입법에대한강조에서그가법실증주의에서더나아가
법률실증주의적인측면까지갖고있다는사실이드러난다. 법률실증주의
는법실증주의의극단적인형태로151) 법관의법률구속을엄격하게주장
하는이론이다.152) 그리고벤담은입법자가전면적권한을갖는다는것을
강조하며입법자가제정한법률을사법부조차도무효화할수없으며헌
법에반하는지도심판할수없다고주장했다. 일단제정된법률의효력을
149) Hart, 위의책(주17), 53 참고.
150) 강준호, 위의책(주16), 264-267.
151) 법실증주의와법률실증주의의구별에관해서는윤재왕, 위의글(주8), 12 각주
23 참고.
152) 이에관해서는울프리드노이만, 실증주의이후시대의법률과판결(윤재왕역),
「법철학연구」제19권제1호, 2016, 209 참고.
41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41
최대한으로인정하고법관이그것에구속되도록한것이다.153) 벤담은여
기에민주주의를결합함으로써, 강력한권한을갖는입법자를통해폭정
을견제하고자했다.
벤담을법실증주의자로평가한하트의가장강력한반대자인스코필
드가자신의주장을뒷받침하는논거를자세히살펴보면법실증주의가
‘있어야하는법’에대한이론과는무관하다는점을간과했다는것을알
수있다. 스코필드는법실증주의가‘있는법’과‘있어야할법’을구별하
면서 사실과가치를 엄격하게 구별하는데 반해, 벤담이자연주의자
(naturalist)로서‘있어야할법’, 즉가치에해당하는부분을쾌락과고통
이라는사실로설명한다는점을근거로제시하면서벤담의이론에서는
사실과가치가엄격하게구별되지않는다고주장한다.154) 그러나어떤학
자가법실증주의적전통에있는지를판단할때그가‘있어야할법’을어
떻게설명하는지는중요한요소가아니다. ‘있는법’의개념과효력이‘있
는법’의가치와무관하다는것이법실증주의의핵심이다. 바로이측면
에관한벤담의이론을조금더구체적으로살펴보면, 오히려하트와벤
담의이론구성이유사하다는사실이드러난다.
먼저하트는무엇이법인지를판단하는기준이되는인식/승인규칙에
대해다음과같이언급했다. 즉“인식/승인규칙은진술되는것이아니며,
인식/승인규칙의존재는법원이나기타공무집행자또는사인(私人)이나
그들의법률고문을통해구체적인규칙이식별되는방식을통해드러난
다”155)는것이다. 다시말해인식/승인규칙은법을집행하는자또는일
반수범자들이무엇이사안에적용되는법인지또는무엇이행위의기준
이되는법인지파악하기위해사용하는규칙으로, 그규칙의‘사용’이라
는사람들의실천을통해존재하는규칙이다. 그리고이러한실천은단순
히외적인행위로나타나서는안되고내적으로도그규칙을행위의지
153) 벤담의이론에서법관의법률구속에관해서는J. R. Dinwiddy, “Adjudication
under Bentham’s Pannomion”, Utilitas 1(2), 283-289 참고.
154) Schofield, 위의글(주14), 156-159.
155) Hart, 위의책(주136),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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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벤담과법실증주의
침으로수용하는것이필요하다. 그규칙에따라자신의행위를결정하
고, 이를위반하는타인의행위를비난하며그러한비난이이규칙의존
재로인해정당화된다고보는관점이동반되어야한다.156) 외적인행위만
으로인식/승인규칙의존재를파악한다면법은궁극적으로법관들의행위
에관한예측에불과할것이기때문이다.157) 이처럼하트는‘있는법’이
무엇인지설명하기위해규칙의실천이라는외적측면과규칙을수용한
다는내적측면을모두포함하는인식/승인규칙을사용한다.
다른한편포스테마는벤담이말하는‘복종의습관’이외적으로드러
난복종행위이면에인간상호간의내적상호작용이자리잡고있다고
해석한다. 포스테마는벤담이재판에서무엇이법(계약도여기에해당한
다)인지를증명하는문제를다루면서형식성(formalities)을언급한것에
주목한다.158) 벤담은무엇이진정한(authentic) 법, 즉효력있는법인지
알려면법이성립하기위해필요한형식을갖추었는지보면된다고말한
다. 이로부터포스테마는벤담이말한주권자에대한복종의습관에는법
이성립하는데필요한형식에관한사회적합의가전제된다고해석한
다.159) 각사회의법체계에는법제정의형식에관한합의된조건이존재
하고, 이조건을충족했을때만구성원들에게법으로인정받을수있으
며, 이를통해규범을표현한자에대한복종의습관이형성된다는것이
다. 더나아가포스테마는벤담이“개별법률에대한복종은일반적인복
종의습관에의존한다”160)라고언급한것을인용한다. 포스테마에따르면
이는곧공동체구성원들의전반적인복종경향이개별규범에대한복
156) Hart, 위의책(주136), Chapter 6 참고. 하트가중요한요소로생각한심리적관
점을나타내는‘내적관점’의의미에관해서는권경휘, “현대법실증주의와규범성 의문제: 하트의‘내적관점’을중심으로”, 「법철학연구」, 제18권제1호(2015), 97-130 참고.
157) Hart, 위의책(주136), 136-138.
158) Jeremy Bentham, The Works of Jeremy Bentham, vol. vi, John Bowring ed.,
Rational of Judicial Evidence(1843), 512.
159) Postema, 위의책(주67), 232-236 참고.
160) Postema, 위의책(주67), 234-5에서인용.
43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43
종을토대가된다는의미라고한다. 따라서개별수범자의관점에서보
면, 개인이개별법률에복종할것인지를결정할때는다른사회구성원
들의일반적인복종의습관을참고하게된다. 이점에서도형식성이중요
하다. 전반적인복종의경향은이미합의된조건으로구성된형식성을갖
춘법을향하기때문이다. 이모든것을종합해포스테마는, 벤담의이론
에서법은주권자의의지를표현한것이고, 복종의습관은사회에서합의
된형식성을중심으로서로의복종을참고하는과정을통해형성된다는
점에서 벤담의 이론이 기계적(mechanical)이지 않고 상호작용적(inter-
actional)이라고평가한다.161) 이처럼벤담은‘있는법’을파악하기위해
형식성에대한사회적합의와그것에근거를둔복종의습관이라는개념
을사용한다. 이를하트식으로말한다면, 형식성에대한사회적합의는
법이갖추어야할형식성에관한규칙에대한내적인수용이라고할수
있고, 복종의습관은그규칙이복종으로서실천된다는외적측면이라고
할수있다. 다시말해벤담은외적으로드러나는개인의행위와개인의
내적인심리를결합한사실을통해‘있는법’을설명하며이는법실증주
의적전통과일치한다.
끝으로복종할의무에관한벤담의설명역시법실증주의의전통에
부합한다. 법실증주의자들이법에복종할의무를법의개념및효력과분
리하는것처럼162) 벤담도법규범에대한복종의무를법개념및효력과
분리한다. 앞에서보았듯이, 벤담은법에복종할의무가효용원칙을기준
으로결정된다고주장한다. 다시말해어떤규범이법이라는사실, 또는
법적인효력이있다는사실로부터복종의무를도출하기를거부하고. 법
바깥에있는다른요소로부터복종의무의근거를정당화한다.
다양한스펙트럼에걸친여러형태의법실증주의에서벤담의법실증
주의가갖는고유한특성이있다면, 그의법실증주의가법의가변성이나
우연성보다는법의안정성에더초점을맞추고있다는점일것이다. 그는
자신의공리주의적이상에따라사회전체의행복에이바지할수있는
161) Postema, 위의책(주67), 236-7.
162) 앞에서본Hart, 위의글(주144), Raz, 위의글(주145) 참고.
44페이지
44 벤담과법실증주의
법을추구했고, 이를위해법의내용이효용원칙을따를것을요구했을
뿐만아니라형식적으로수범자의기대를안정시키는것을중요하게생
각했다. 그래서입법자에게절대적인권한을부여해제정된법률을통해
수범자의기대를안정화하고예측가능성을보장해야한다고요구했다.
입법권은다른어떤국가제도보다도우위에있으며, 따라서법률을법관
이무효로선언할수없다.163) 이지점에서벤담의민주주의이론이그의
법이론과결합한다. 벤담은민주주의는사악한이익에봉사하기쉬운정
치인집단이공고한세력으로성장하지않도록견제하는절차적수단을
제공할수있는유일한정치체제라고보았다. 그래서입법자가사회전체
의행복을목적으로하는법을제정하도록담보할수있는제도적장치
로민주주의를제시한셈이다.
Ⅳ. 나가며
하트가벤담을법실증주의창시자로지목한이후벤담의법이론을과
연법실증주의로평가할수있는지에대한다양한논의가전개되었다. 실
질적법실증주의와방법론적법실증주의의구별을처음제시한페리는
벤담이방법론적법실증주의자는아니지만, 실질적법실증주의자에는해
당한다고주장하고164), 스코필드와강준호등은벤담이실질적법실증주
의자도방법론적법실증주의자도아니라고주장한다165).
그러나벤담의법이론의토대를구성하는요소들을살펴보면그가적
어도실질적법실증주의자라는것이드러난다. 벤담은경험주의철학에
기초하여법이론에서사용되는추상적인개념들을가상의대상이라고부
163) 벤담은사회의안정성과효력을연결했기때문에효력자체의가치를인정했다고
해석할수있다. 즉법의효력은안전을확보하기위한가치있는수단이다. Gardner, 위의글(주133), 204-205 참고. 그러나이는법자체의효력가치에관 한주장으로, 법규범의가치에관한비-실증주의적주장과는다른내용이다.
164) Perry, 위의글(주10), 427.
165) Schofield, 위의글(주14) 및강준호, 위의책(주16), 239-269면.
45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45
르며물리적세계에존재하는실재의대상과연결시켜설명하려고노력
했다. 그가이러한설명방식을선택한것은경험에근거한서술이규범
적으로옳다고보았기때문이었으나, 어쩌면이러한서술덕분에벤담은
도덕의렌즈없이‘있는법’을있는그대로포착할수있었다. 적어도‘있
는법’이무엇인지파악하기위해서는사회적사실이외의것을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바로이경험주의에기초해벤담은코먼로의불확정성을
지적했다. 즉수범자가사후적으로법의내용을확인하는것이아니라행
위를하기전에법의내용이확정되어있어야한다는것을강조했다. 더
나아가벤담은행위의지침으로기능하지못하는코먼로를찬양한블랙
스톤을비판하면서법과도덕의분리를주장했다. 그는‘있는법’을설명
하며‘있어야할법’을원용한다면, 있는법을무조건지지하거나있는
법의효력을부인하게되는오류에빠질것이라고경고한다. 이와똑같은
맥락에서벤담은자연권개념에대해서도의문을제기했다. 즉추상적이
고절대적인자연권은내용을알수없어터무니없을뿐만아니라불가
침및불가양의권리라서모든정부의활동이철폐되어야한다고주장하
는무정부주의를조장한다고한다. 따라서법이전의권리인자연권보다
는구체적인내용을갖고법에규정된권리가개인에게더실제적인보
호를보장할수있다고한다. 끝으로벤담은판례법과관습법대신입법
권으로제정된법률을통해코먼로와자연권의문제를해결할수있다고
생각했다. 입법권의우위하에제정된법률은기대를안정화하고예측가
능성을담보할수있다. 다만입법권을가진자가공리주의의이상에부
합하는법률을제정하도록하려면민주주의가필요하다. 민주주의는입법
자가사악한이익을추구하는것을견제할수있는절차적수단들을제
공할수있다.
이처럼벤담의법이론은법실증주의적전통에서있는이론들이갖는
요소들을갖추고있다. 그의이론은법과도덕을분리했으며도덕을기준
으로법률을무력화하는것을거부했다. 법에복종할의무도법규범자체
에서비롯된다고보지않았고, 효용원칙에의해결정된다고보았다. 그가
사실과가치를엄격하게구별하지않았으나, 있는법을설명할때에는이
46페이지
46 벤담과법실증주의
둘을엄격하게구분했기때문에그를법실증주의자로보는데아무런장
애가되지않는다. 그리고경험주의에근거한사회학적법이론을통해그
의이상적도덕기준에부합하지않는법도법으로인정했다.
이모든점을종합해볼때, 벤담은하트의평가대로법실증주의전통
에서있는학자로보는것이타당하다. 그는공리주의라는도덕적이상
을위해법실증주의를사용한규범적법실증주의자이며여기에민주주의
를결합한민주적법실증주의자166)이다.
166) 벤담의민주주의이론과그의법실증주의사이의연관성– 이를여기서자세히
다룰 수는 없다 –을 밝히는 이론적 실마리로는Peter Niesen, “Benthams Rechtspositivismus”, Rainer Schmidt(ed.), Rechtspositivismus: Ursprung und Kritik, 2014, 37-62 참고.
47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47
【영문초록】
Bentham and Legal Positivism
Youngsun KANG, Zai-Wang YOON*
167)
Jeremy Bentham, a well-known utilitarian philosopher was also a
distinguished scholar in the field of legal theory. H. L. A. Hart, one of
the most prominent defender of legal positivism proclaimed that Bentham
was the first philosopher to support legal positivism. He found that
Bentham’s theory called for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along with
morally neutral description of law. Yet, there are objections to Hart’s
understandings of Bentham’s theory. One of them is Philip Schofield who
asserts that Bentham is not a substantive positivist, seeking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nor a methodological positivist, pursuing morally
neutral description of law.
In this context, this article focuses on the substantive positivism to
investigate into Bentham’s theory discovering proves that it is still possible
to view Bentham as a substantive legal positivist. This type of positivism
approves the separation thesis which states that law does not always
accompany moral merits. In other words, it identifies the concept of law
and the validity of law independently with its morality.
Bentham’s theory can be considered under four pillars : empiricism, the
foundation of his theories in different academic fields, criticism against the
Common Law, which was the starting point of his legal theory, criticism
against natural rights, keenly connected to his arguments against the
- Main Author: Graduate Student, Korea University ** Corresponding Author: Professor, School of Law, Korea University
48페이지
48 벤담과법실증주의
Common Law, and democracy, which took his attention during his later
years. Within these pillars, there are elements that accords with the
separation thesis, such as distinction between expositor and censor, or
superiority of the legislature. Thus, Bentham can at least be understood as
a substantive positivist, and among them, a normative positivist as well as
a democratic positivist.
《Key Word》
Legal Positivism, separation of law and moral, Common Law, natural rights, utilitarianism, democracy, Jeremy Bentham, H. L. A. Hart, William Blackstone
49페이지
강영선ㆍ윤재왕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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