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2021
원본 파일:
김도균,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2021.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1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통한 자연법론의 재구성 —* **
1)
김 도 균***
<目 次>
Ⅰ. 법철학의 근본 문제: 다시 보기 Ⅱ. 가치 다원주의 시대의 자연법론과 공적 이성 1.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 2. 법의 이중적 속성 3. 자연법론: 새로 보기 4. 심원한 견해불일치 상황에서 자연법론의 한계
Ⅲ.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통한 비실증주의의 재구성 1. 법 개념론에 접근하는 관점의 변화 2.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들의 예: 법의 합리성과 규범성 Ⅳ. 맺음말
Ⅰ. 법철학의 근본 문제: 다시 보기
우리가 서구의 철학 및 법철학 문헌들에서 배운다고 할 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일까. 현대
물리학자들이 갈릴레오나 뉴턴이 창시한 과학적 전통에 충실하되 그들의 테제들을 보존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종래 이론들의 적지 않은 부분을 부정하고 혁신하면서도 여전히 갈릴레
오와 뉴턴의 기본사상을 계승한다고 말할 수 있듯이, 계승되는 법철학 이론들의 문제의식과
핵심적 사유 방식, 포부와 목표 이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당대의 현
DOI: http://dx.doi.org/10.18018/HYLR.2021.38.3.027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의 2021학년도 학술연구비 지원(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을 받 았음. ** 이 논문의 초안을 읽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두현 교수께서 유익한 논평과 조언을 해주신 덕분 에 논문의 방향과 내용이 훨씬 좋아졌다. 공두현 교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이 논문의 취지를 발전시 킬 수 있게 매우 유익한 의견을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 세 분께도 감사드린다.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dkkim80@snu.ac.kr)
2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28
실을 염두에 두고 선구적 법철학자들이 논증한 것 중 많은 부분은 비판적으로 검토되고 수
정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현재에도 수용돼 재구성돼야 할 내용 또한 있다. 이런 생각을
근저에 깔고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을 다시, 그리고 새로 보면서 자연법론의 재구성에 대한
단상을 개진하고자 한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공적 이성론의 문제의식과 해법이 전통적인 자연법론의 견해
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다루면서 다원주의 사회에서 전통적 자연법론의 기획이 실
패했다는 점을 제시하고,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수용하여 자연법론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
음을 제안한다. 자연법론의 재구성을 위해 자연법론과 비실증주의를 구별하고, 비실증주의를
상위 개념으로 놓은 후 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와 비(非)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로
나누어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를 후자의 비실증주의에 위치 짓는다.1) 그리고 공적 이성 비실
증주의는 ‘법과 도덕의 필연적 연관성’ 테제를 견지하지만 법에 내재한다고 평가되는 도덕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비실증주의임을 해명한다. 이어서 법이란 무엇인가의 물음에 답할 때
법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속성에 주목하자는 발상과 법의 개념은 ‘두터운 개념’에 속한다는
발상을 결합한 후, 이인칭 관점과 이인칭 도덕성에 착안하여 법에 내재하는 도덕을 설명하고
정당화함으로써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Ⅱ. 가치 다원주의 시대의 자연법론과 공적 이성
-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
법이란 무엇인가, 라는 법 개념의 근본적 물음은 법철학의 영원한 고전적 주제이다. 법이
무엇인지를 판별할 때 오로지 사회적 사실들만이 참조되어야 한다는 법실증주의와 사회적
사실들 외에도 보편적으로 타당한 도덕원리들과 정의원리들도 함께 반드시 참조되어야 한다
는 자연법론의 대립과 논쟁은 쉽게 해소될 수 없기는 하지만, 국내외 법철학계의 주류가 법
실증주의임은 분명하다.2)
1) ‘비실증주의’는 법실증주의(legal positivism)의 기본테제를 반대하는 법철학적 견해들로서 ‘legal nonpositivism’의 번역어이다. ‘법적 비실증주의’ 또는 ‘비법실증주의’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편의상 비실증주의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로버트 알렉시(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고려대학교출판부, 2007, 13면 이하의 용법을 따른 것이다. 2) 이에 관한 전반적 개관과 논의는 송성국, 규범적 테제로서의 법실증주의, 서울대 법학박사 학위논문, 2018, 15면 이하 참조.
3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29
법이 무엇인지를 식별하고 정의할 때 ‘있는 법’과 ‘있어야 할 법’의 문제는 분리해서 처리
되어야 한다는 법과 도덕 분리(가능성) 테제와 ‘오로지 사회적 사실들만이 무엇이 법인지를
결정한다’는 사회적 사실 테제는 법실증주의의 기본 테제들이다. 이 두 가지 기본 테제는 다
음의 두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3) 하나는, 법 개념의 정의는 오로지 사태 기술적인 방식으
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기술 법실증주의’(descriptive positivism)이다. 이는 법이 무엇인지의 문
제는 사실의 문제여서 철저하게 도덕 중립적으로, 규범적 가치 평가의 개입 없이 답해질 수
있다는 견해이다.4) 다른 하나는, 오로지 사회적 사실들만을 참조하여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
해야만 법의 가치 있고 중요한 속성들, 심지어 도덕적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들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는 ‘규범적 법실증주의’(normative positivism)이다.5) 공공성과 명확성, 분
쟁 해결 기능, 행위조정 기능, 질서와 안정성 보장, 민주주의 구현,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 보
장, 공익, 정의, 효율성 등의 도덕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들은 ‘사회적 사실 테제’와 ‘법과
도덕 분리 테제’를 통해서만 제대로 실현될 수 있으므로 법실증주의가 규범적으로 요청된다
는 점을 강조하는 이 규범적 법실증주의는, 그런 규범적 요청을 전혀 전제하지 않고 법실증
주의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사실 기술 법실증주의와 결이 다르다고 하겠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은 각각 법의 사실성과 이상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법실증주의를 비판하되 그 합리적 핵심은 수용하는 자연법론이 가능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법의 권위와 사실성 측면과 법 토대로서의 관행이 갖는 위상을, 적
절한 변형을 가하여, 자연법론의 구성요소로 삼을 수 있을까. 법의 사실성 측면과 이상적 측
면을 적절하게 결합하여 체계화하는 자연법론의 기본 목표가 가치 다원주의 시대에 실현 가
능할지를 이하에서 탐색해보기로 한다.
- 법의 이중적 속성
법은 이중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성과 이상성은 법이 가지는 이중적 속성의 한 측면
이다. 그런데 또 다른 법의 이중적 속성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듯이, 법은
한 사회에서 권력을 쥔 집단(그게 누구이던)의 지배수단이(었으)며, 그러한 현실을 감추기 위해
법은 보편성이니 공평무사성이나 중립성이니 하는 외관으로 신비화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
을 한다. 이와 동시에, 법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권력관계로부터 나름대로 독립되어 부분
3) A. Marmor, Law in the Age of Pluralism, Oxford, 2008, 125면 이하. 4) A. Marmor, Law in the Age of Pluralism, 128면 이하. 5) J. Waldron, “Normative (or Ethical) Positivism”, in: J. Coleman (ed.), Harts’ Postscript: Essays on the Postscript to the Concept of Law, Oxford, 2001, 410-34면.
4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30
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공평무사한 기능을 발휘하여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드높이는 데 도
움이 되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또한 법은 사회의 정치적 권력관계에 상응하는 의사결정구조
에 따라 지배집단의 이해관계와 의지에 의해 그 내용이 정해지고 운용되면서도(편파성의 사
실), 동시에 법 앞의 평등이나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보장으로 집약되는 법 자체에 내재하는
법이념(공평무사성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 글에서 취하려는 잠정적 결론은, 법의 현실적 모습은 편파적인 지배수단으로 나타나지
만 동시에 공평무사성과 중립성을 주장하고 희구(希求)하는 이상적인 모습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편파적이고 억압적인 법일지라도 법이라면 반드시 공평무사성이나 중립성을 공적으
로 ‘주장’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라즈(J. Raz)가 법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보면서 제시했던
명제, “법은,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자신의 명령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권위를 갖는다고 주장
하기 마련이다.”는 법의 ‘정당한 권위 주장’ 명제(law’s claim to legitimate authority)를 변형시켜
본 것이다.6)
법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언제나 법의 이상적 모습을 암묵적으로 상정하고는 이에 비추어
서 현실의 법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법의 이상적 모습은 언제나 현실의 불순한 법에 이미 내
재해 있다고 여겨진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톰슨(E. P. Thompson)의 견해를 보자.
“법이 명백하게 편파적이고 부정의하다면 정당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법은 지
배계급의 헤게모니 확립과 유지에 전혀 봉사하지 못할 것이다. 법이 이데올로기적 기능
을 하려면 그래도 실제 효과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은 극심한
조작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논리적 일관성과 형평(정의)의 기준을 유지・관리함이 없이는 결코 그럴 수 없다.
그 형식과 전통에서 법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라도, 모든 신분의 사람들에게 확대되어
적용되어야만 할 형평(정의)과 보편성을 담아 왔다.”7)
법의 이중적 속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근저에 놓인 사회철학적 입장은 다르지만 드워킨
도 법의 이런 이중적 속성을 세 가지 명제로 제시한다.8)
6) 가령 J. Raz, Ethics in the Public Domain, Oxford, 1994, 215면. 7) E. P. Thompson, Whigs and Hunters: The Origins of Black Act, New York, 1976, 263-4면. 8) R. Dworkin, “Law’s Ambitions for Itself”, University of Virginia Law Review 71 (1985), 173면. 그리고 이를 수용하고 발전시켜 드워킨은 자신의 저서『법의 제국』에서 “법 안에 있는 법, 법의 너머에 존재하 는 법”(“law within and beyond law”)이라고 법의 사실성과 이상성의 이중 속성을 표현한 바 있다. 로널 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아카넷, 2004, 557면: “감성이 풍부한 법률가들은 해묵은 문구 하나 를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법은 자기 정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문구는 동일한 하나의 법 체계에 법의 두 형태 또는 두 단계가 있음을 상정하고 있다. 불순하고 덜 고상한 현재의 법속에 더 고상
5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31
① 법은 스스로 결함을 치유하면서 개선되어 간다. (“Law works itself pure.”)
② 실정법 내에 있으면서도 실정법을 넘어서는 상위의 법이 있으며, 실정법은 이 상
위법을 향하여 생장한다. (“There is a higher law, within and yet beyond positive
law, toward which positive law grows.”)
③ 법은 고유의 목표 이상을 가지고 있다. (“Law has its own ambitions.”)
법 자체 내에 담겨 있는 보편성 및 공평무사성 이상에 의해 편파성이라는 결함이 치유되
어가는 과정, 현재의 정치적 권력관계와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정해진 법의 미흡한 점과 결
함이 법에 담겨 있는 모종의 이상에 의해 치유되어가는 역동적 과정을 포착하고 설명함으로
써 법의 이상성과 사실성을 결합해보려는 것이 자연법론의 전통적 목표이자 기획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 사회는 상당한 정도 가치다원주의 사회이다. 바람직한 삶의 모습과 내
용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특정한 선관(conception of the good)과 특정한 철학적・윤리학적・종
교적 교리(doctrines)에 기반을 두고 정치사회(국가)는 설계되지도 않고 운용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이 가치다원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가치다원주의 사회인 한국 사회에
서 자연법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하에서는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와 공적 이
성론의 발상을 수용하여 자연법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연법론의 본래 기획과 목표를 품
으면서 가치다원주의 시대의 자연법론의 진로를 모색해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자연법론과 비실증주의를 구별하여 ㉠ 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와 ㉡
비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자.
- 자연법론: 새로 보기
(1) ‘자연법론 계열 비실증주의’와 ‘비자연법론 계열 비실증주의’
비실증주의(nonpositivism)는 현대 법철학의 주류라고 평가되는 법실증주의의 ‘법과 도덕의
분리(가능성) 테제’에 반대하여 ‘법과 도덕의 필연적/내재적 연관성 테제’를 받아들이는 법철
학 견해들을 총칭하는 용어이다.9) 비실증주의의 대표적인 입장이 자연법론이었기 때문에,
대체로 우리는 ‘비법실증의=자연법론’이라는 등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자연법론의 역
사를 살펴보면 자연법론은 특정한 포괄적 교리체계(철학적・윤리학적・종교적 교리체계)와 결부되
한 법이 잠재하고 있어서, 분명히 곡절과 부침이 있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순수함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시대가 흐름에 따라 앞의 시대보다는 뒤의 시대가 더 낫게, 법 그 자체의 더 순수한 여망에 맞게 점차적 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9) 로버트 알렉시(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15면.
6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32
어 발전되어 왔다는 점을 알게 되고, 전통적 의미의 자연법론이 과연 가치다원주의 시대의
법철학으로서 적합한가라는 물음에 직면한다.10)
가치다원주의 사회에서 법의 이중적 속성을 화해시킨다는 문제의식을 더욱 밀고나가다 보
면, 전통적인 자연법론은 비실증주의의 한 버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
이 이 글의 주장 중 하나이다. 이런 생각은 비실증주의를 상위 개념으로 놓고 그 아래 ㉠ 자
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와 ㉡ 비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로 나누어 보는 것이 필요하
다는 발상으로도 이어진다.
전자는 특정한 포괄적인 철학적・윤리학적 교리(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의 존재론과 윤
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삶의 측면에 보편성을 가진다고 파악된 도덕원리들 및 정의원
리들을 법으로 파악하는 비실증주의로서 카톨릭 자연법론을 그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다.11)
현대 자연법론에 큰 영향을 미친 존 피니스의 자연법론은 아퀴나스의 철학과 윤리학을 기반
으로 하고 있고12), 이 아리스토텔레스․아퀴나스의 철학・윤리학・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완
전주의 자연법론(perfectionist theories of natural law)이 현대 자연법론의 주류라고 여겨진다. 인간
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특정한 방식과 내용(선관 善觀, a particular
conception of the good [life])에 기반을 둔 기본적 선들(basic human goods)을 제시하면서 이를 각 개
인이 가능한 한 최고의 상태로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국가는 그런 삶의 방식과 견해를
공적으로 지지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완전주의(perfectionism)이다. 그리고 완전주의적 도
덕과 법의 내적 연관성을 탐구하고 정당화하는 자연법론을 ‘신자연법론’(new natural law theory)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13)
비자연법론 비실증주의는, 판례와 법률과 헌법 등의 실정법질서 자체에 이미 내재하고 작
동하는 도덕원리들과 정의원리들을, 즉 상이한 포괄적 교리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법률가들
이 각자 나름의 합리적 교리체계에 바탕을 둔 합리적 근거에서 그 내용에 대해 수긍할 수 있
10)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A. Marmor, Law in the Age of Pluralism, 37면.
11) 물론 ‘계몽주의’ 시대 이후의 합리적 자연법론은 종교적 교리체계로부터 탈피하여 세속적 자연법론을 발 전시키려고 해왔지만, 이 역시 특정 형이상학과 존재론, 윤리학의 교리 체계 내에 있다고 여겨진다. L. Daston and M. Stolleis (eds.), Natural Law and Laws of Nature in early Modern Europe: Jurisprudence, Theology, Moral and Natural Philosophy, Ashgate, 2008, 2면 이하 참조.
12) J. Finnis,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Oxford, 1980.
13) 완전주의가 신자연법론의 토대임을 잘 보여주는 자연법론자로 R. P. Geroge, Making Men Moral, Oxford, 1993, 19면 이하. 또한 R. P. George, In Defense of Natural Law, Oxford, 1999, 특히 17면 이하, 259면 이하, 300면 이하 참조. C. Wolfe, Natural Law Liberalism, Cambridge, 2006, 169면 이하 참조. 전 통적 자연법론과 신자연법론의 차이에 관해서는 D. J. Den Uyl and D. B. Rasmussen, “Ethical Individualism, Natural Law, and the Primacy of Natural Rights”, in: E. F. Paul, F. D. Miller, Jr., and J. Paul (eds.), Natural Law and Modern Moral Philosophy, Cambridge, 2001, 47-8면 참조.
7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33
을 도덕원리들과 정의원리들을, 법으로 파악한다. 생각건대, 라드브루흐의 법철학, 론 풀러의
법철학, 드워킨의 법원리/법원칙론과 ‘통합성으로서의 법’(law as integrity) 이론, 그리고 알렉
시의 법철학 등이 이 비자연법론 비실증주의에 해당한다. 비자연법론 비실증주의는, 드워킨
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정법 안에 있으면서 실정법을 넘어서는 법(“law within and beyond law”)
을 탐구하고 정당화하려는 비실증주의이다. 이렇게 자연법론과 비실증주의를 동일시하지 않
고 자연법론을 비실증주의의 한 계열로 파악하게 된 계기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특징인
가치다원주의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후술하고자 한다.
자연법론 계열과 비자연법론 계열을 하위 범주로 두는 비실증주의는 도덕이 법에서 수행
하는 기능과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편의상 일단 두 가지 버전으로 구별해볼 수 있다. 하나는
도덕적 필터(moral filter) 버전이며, 다른 하나는 도덕적 독해(moral reading) 버전이다.14)
(2) 도덕적 필터 버전
도덕이 법 개념과 법 내용에 수행하는 기능과 작동하는 방식에 관하여 도덕적 필터 버전
은 고전적인 자연법론의 “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니다”(”unjust law is no law at all.”)라는 명제와
“극도로 부정의한 법률은 법이 아니다”(“extreme unjust law is no law at all.”)라는 라드브루흐의
공식에서 잘 드러난다.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을 꼼꼼히 뜯어보면, 통상의 경우에는 사회적
사실에 의거해서 식별된 대부분의 법률들을 법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정법의 효력을 대
체로 인정하되, ‘극도로 부정의한 법률들은 법의 범주에서 걸러낸다’는 발상이 담겨 있다.15)
특정한 근본적 도덕․정의․인권의 원리가 법과 불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어떤 법률이 법인
지 아닌지와 법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불법인 법률들
을 범의 범주에서 걸러내는 일종의 필터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필터 버전이라고 부
를 수 있겠다.16)
알렉시의 견해를 빌려 말해 보자면, 비실증주의는 법 개념론과 법 효력론 차원의 도덕적
필터 버전에서는 ① 악법 배제적 비실증주의(exclusive non-positivism), ② 악법 과대포용적 비
실증주의(super-inclusive non-positivism), ③ 악법 포용적 비실증주의(inclusive non-positivism)로 구
14) 이 구분은 리엄 머피(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글항아리, 2021, 81-2면. 그리고 로버 트 알렉시 (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60면 이하 참조. 또한 P. Soper, “In Defense of Classical Natural Law in Legal Theory: Why Unjust Law Is No Law at All”, Canadian Journal of Law and Jurisprudence 20(1) (2007), 202면 이하 참조.
15) 리엄 머피(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83면.
16) 이 도덕적 필터 버전을 옹호하는 견해로 P. Soper, “In Defense of Classical Natural Law in Legal Theory”, 209면 이하 참조.
8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34
분된다.17)
첫 번째 입장은 “부정의한 법률은 법이 아니다.”로 단적으로 표현될 것이다. 법률이 부정
의하다고 판단되면 법 자격의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종래 ‘강한 자연법론’으로
명명되던 견해와 같다. 두 번째 입장은 법적 안정성과 법복종의 도덕적 가치에 매우 강한 비
중을 부여하여 인륜에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정의한 법률들을 법으로 포용한
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장은 이른바 정의와 법적 안정성과 사이의 형량에서 각각의 가치에
일응의 우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세 번째 입장은 “극도로 부정의한 법률은 법이
아니다”라는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에서 제시된 정의와 법적 안정성 사이의 형량을 인정하
여, 통상의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이 정의에 우선하되 극도로 부정의한 상황에서는 정의가 법
적 안정성에 우선한다는 조건적 우위관계를 인정한다. 어떤 법률의 도덕적 결함(정의의 결함)
이 일정한 임계점을 넘게 되면 그 법률의 법자격과 법효력이 박탈된다고 보므로, 법인지 아
닌지 법효력이 인정되는지 판단에 여전히 근본적 정의원리의 기준이 필연적으로 포함된
다.18) 여기서는 별 다른 논증이 없이 이 세 번째 입장이 나머지 두 입장과 비교할 때 설득력
이 있다는 점만 밝혀둔다.19)
(3) 도덕적 독해 버전
도덕적 필터 버전에서 파악된 도덕의 작동 방식과 대비해볼 때, 도덕적 독해 버전에서는
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때 도덕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한
법질서의 과거 결정들에 담겨 있고 또한 그 법질서가 지향하는 정치도덕과 헌법도덕에 비추
어 독해 대상인 법질서가 최선의 작품이 되게끔 법의 불확정성을 해결하고 기존 법에서의
오류들을 교정하며 법 해석을 안내하는 지침으로서 도덕은 작동한다는 것이다. 드워킨의 ‘해
석주의’(interpretivism) 입장이 도덕적 해석 버전에서의 이런 작동방식을 잘 그려낸다. 도덕적
독해 버전에 따르면, 법이란 과거의 법 실무들을 최선으로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도덕원리들
로부터 나온다.20) 달리 말해보자면, 비실증주의의 도덕적 독해 버전은 판결 이론 차원에서의
비실증주의이다.21)
17) R. Alexy, “The Dual Nature of Law”, Ratio Juris 23 (2010), 167-82면 참조.
18) R. Alexy, “The Dual Nature of Law”, 175면 이하.
19) 이에 관한 논증은 로버트 알렉시(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60면 이하 참조. 이는 마크 머피(Mark Murphy)의 약한 자연법론의 입장과도 유사하다. M. C. Murphy, “Natural law jurisprudence”, Legal Theory, 9(4) (2003), 241-268면, 특히 243면 이하 참조.
20)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255면 이하 참조.
21) 법 개념론 및 법 효력론 차원의 자연법론 또는 비실증주의와 법관의 법해석 및 판결 차원에서의 자연법
9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35
도덕적 독해 버전에서 과거의 법과 법실무를 최선의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도덕원리들은
어떤 것일까. 재판에서 법관에 의해 과거의 법과 판례의 그물망에 정합적 연관성을 갖는다고
논증된 모든 [정치]도덕적 원리들은 법으로 본다는 매우 포괄적인 견해도 가능하다. 즉, 어떤
도덕원리라도 과거 법적 결정의 근저에 있는 원리들의 정합성 체계 그물망 내로 편입될 수
만 있다면 법의 근거에 해당할 수 있으며 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22) 아니면 이와는 달
리, 법과 필연적 연관성을 가지는 도덕원리들과 정의원리들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하는 견해
도 가능하다.23) 롤즈의 공적 이성론을 취하는 비실증주의가 이에 해당한다.
(4) 도덕적 필터 버전과 도덕적 독해 버전의 결합
생각건대, 도덕적 필터 버전과 도덕적 독해 버전으로 구별하는 것은 비실증주의 양 버전
사이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양 버전이 적용되는 법 상황의 맥락
때문이다. 악법 체제 상황과 정상법 체제 상황의 두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양 버전의 작동
양상을 편의상 구분하는 것으로 파악한다면, 도덕적 필터를 통해 걸러진 법들을 대상으로 해
서 그 도덕적 필터를 법의 실질적 근본규범(“비실증주의적 근본규범”)24)으로 삼고 그 내용을 구
체화하고 구현하는 방식으로 도덕적 독해 버전이 작동한다고 보는 견해도 가능하겠다.
이런 발상 위에서 보면, 예컨대 인간 존엄성 규범과 동등한 존중과 고려의 규범,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시민(=인권・기본권 주체)의 지위 보장 등을 그런 실질적 근본규범으로 삼아 보자
는 견해도 가능하다. 어떤 법질서에서 도덕적으로 읽어낼 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면, 그러니
까 어떤 법질서가 “정당성 효력주장”조차 할 수 없는 “약탈적 사회질서”라면, 그 법질서를
최선의 작품이게끔 도덕적으로 읽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25) 재
론 또는 비실증주의 구별에 관해서는 D. Brink, “Legal Positivism and Natural Law Reconsidered”, The Monist 68 (1985), 364면 이하 참조. 또한 M. C. Murphy, “Natural law jurisprudence”, 264면 이하 참조.
22) 리엄 머피(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84면 참조.
23) 리엄 머피(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85면. 리엄 머피는 다이젠하우스(D. Dyzenhaus) 의 비실증주의 법철학을 제한적 도덕적 독해 버전을 잘 보여주는 예로 제시한다. D. Dyzenhaus, “The Rule of Law as the Rule of Liberal Principle”, in: A. Ripstein ed.), Ronald Dworkin, Cambridge, 2007, 56-81면. 또한 D. Dyzenhaus, Hard Cases in Wicked Legal Systems: Pathologies of Legality, second edition, Oxford, 2010.
24) 로버트 알렉시 (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07, 148면. 알렉시의 비실증주 의적 근본규범은 다음과 같다: “어떤 헌법이 사실상 제정되고 사회적으로 실효성을 갖는다면 이 헌법이 정당성의 효력주장에 일치하는 대로 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도록 법적으로 명령된다.”
25) 법질서의 정당성 효력주장에 관해서는 로버트 알렉시 (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54면 이하. 또한 약탈적 사회질서에 관해서는 앞의 책, 49면 이하. 그리고 이 발상을 발전시켜 헌법논증의 차원으로 구체 화한 시도로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264면 이하 참조.
10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36
판할 때 법관에 의해 고려되는 모든 도덕원리들이 법의 범위로 들어온다고 보는 대신, 모종
의 비실증주의적 실질적 근본규범을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헌법과 법률을 제정하라는
법적 요청을 기반으로 하고 그 실질적 근본규범의 제약 아래에서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투입될 수 있는 법원리들 및 법원칙들을 제한하는 쪽으로 이해해보자는 것이다.26)
이런 문제의식은 후술하는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 심원한 견해불일치 상황에서 자연법론의 한계
‘민주화 이후’의 법체계 하에서 전통적 자연법론은 심각한 이론적・현실적 한계에 봉착했
다. 롤즈가 뺷정치적 자유주의뺸에서 중요한 정치철학적 문제로 삼은 합리적 다원주의
(reasonable pluralism)와 심원한 견해불일치(profound moral disagreement) 현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27) 현재의 한국 사회는 상당한 정도 다원주의 사회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한
국 사회에서 자연법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을 한국의 자연법론자들은 진
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하에서는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와 공적 이성론의 발상을
수용하여 자연법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연법론의 본래 기획과 목표를 폐기하지 않고 다
원주의 시대의 자연법론의 진로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우선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의 문제
의식과 공적 이성의 이상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28)
(1) 합리적 다원주의와 심원한 견해불일치
합리적 다원주의 사회는 철학적 주제, 윤리적 주제, 종교적 주제, 그리고 심지어 정의의 주
제에 관하여 각각 나름대로 합리적이되 하나의 상위의 공통된 척도로 통약될 수 없을 정도
로, 합리적 교리들 사이에 심원한 충돌이 존재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때 합리적 교리들 사이
의 심원한 견해불일치는 무지, 논리적 오류나 추론의 오류, 사적 이해관계, 편협함과 편파성,
권력욕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각자가 나름대로 신의성실하게 공평무사한 태도로 인간
의 이론 이성과 실천 이성을 제대로 행사했는데도 공통의 단일 척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이렇게 근원적인 차원에서 합리적 교리들이, 그리고 합리적 개인들이 견해 불일치를
보인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롤즈의 진단에 따르면,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
26) 이러한 해석으로 리엄 머피(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93면 참조.
27)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증보판, 동명사, 2016.
28) 이하의 (1), (2), (3)의 내용은 졸고, “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법철학연구 제24권 제2호 (2021), 10-37면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보완한 것이다.
11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37
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의성실하게 발휘된 인간의 이론・실천 이성을 활
용하여 내린 판단들이 필연적으로 짊어지는 숙명적 짐(‘판단의 부담’: the burdens of judgment)29)
때문이다.
이 합리적 견해불일치 현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는 다르다. 근대
이전에는 합리적 교리들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일종의 병리현상으로서 특정 교리에서 옳고
바람직하다고 보는 존재론・세계관・가치관・인생관을 받아들이면 견해불일치가 해소될 것으
로 생각했다. 대표적인 입장이 자연법론, 삶의 궁극적 목적(바람직한 삶의 가치와 목적)을 단일
한 포괄적 교리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공동선(common good)론이다. 또는 합리적 이성을 행사
하면 누구나 동일한 진리를 인식하게 된다는 계몽적 합리주의도 그런 입장에 서 있다.30)
근대 자유주의 이후에는 ‘합리적’ 견해불일치는 위의 전통적 방식으로는 해소 불가능하다
는 점, 그리고 병리현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운 사회의 건강하고 정상적인 속성이라
는 인식이 세를 얻게 된다. 합리적 견해불일치를 해소하는 대안적 방안으로 고전적 자유주의
는 개인주의적 이성관・자아관・가치관에 입각하여 자율성(사적 자치)을 최상위 가치로 삼아 각
자가 자율적 삶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틀을 제공한다는 해법을 제시하였지만,
사적 자치의 관점으로 해석된 자율성 가치 자체가 일종의 분파적 교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이런 한계를 직시하여 롤즈는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파악된 자율성의 해법을 거부하고 전통・관습・공동체 소속・종교 등을 자기의 핵심 신조로 삼
는 시민들도 타당하다고 수락(공유)할 수 있을 공통의 가치들과 원리들을 찾아야 한다는 ‘정
치적 자유주의’ 해법을 제안한다.31)
인간 판단의 숙명에서 비롯되는 합리적 견해불일치의 다원주의 배경 하에서 공적 이성론
29)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148면 이하. 철학, 윤리, 종교의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리적이지만 심원한 견해불일치의 원천인 이 ‘인간 판단의 숙명적 짐’은 교육의 차이, 인생경험의 차이 로 인해 동일한 고려사항과 증거들에 개인마다 각각 상이한 비중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점, 정치적・도덕 적 개념들을 포함한 모든 개념들이 모호해서 상이하게 해석된다는 점, 사실(경험적・과학적) 증거들이 매 우 복잡하다는 점, 쟁점 해결에 관련성 있는 상반된 규범적인 고려사항들 또한 매우 복합적이어서 개인 마다 상이한 중요성을 매긴다는 점 등을 내용으로 한다.(정치적 자유주의, 151-2면 참조). 국내 학자들은 이 용어를 ‘판단의 부담’으로 국역하여 사용하고 있다.(가령 정치적 자유주의, 148면 이하). 칸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판단(judgement; Urteil)의 기본적 개념 정의는 “특수한 것을 보편적인 것 아래에 함유 되어 있는 것으로 사고하는 정신활동”이다. 판단은 ‘주어진 보편적 규칙 아래에 특수한 것들을 포섭하는 규정적 판단’과 ‘특수한 것들만이 주어져 있을 때 이로부터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는 반성적 판단’으로 나뉜다.(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판단력 비판, 아카넷, 2009, 162-3면).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개별 적인 사례들과 관련해서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옳은지, 일반 원칙들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때 어떤 결론이 옳은지 등을 따지는 인간의 판단활동이 짊어지는 숙명적 부담으로 ‘판단의 부담’이라는 번역어를 이해하고자 한다.
30) C. Larmore,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Princeton, 2020, 77면.
31) C. Larmore,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80면.
12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38
이 답해야 할 긴요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나 헌법적 사안 또는 도덕적
사안을 둘러싸고 사회구성원들의 합리적 견해들이 첨예하게 심층적으로 대립할 때,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헌법 원리들이 모든 합리적 시민들에 의해 지지되는 정치질서가 과연 가능할
까.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의 정치적 안정과 통합은 과연 가능할까.32)
(2) 공적 이성 해법과 내재적 구성주의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범위에서 공적 이성론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중대한
정치적・헌법적・도덕적 사안들에 관하여 공적으로 논의하고 공적인 결정을 내려서 이를 국가
공권력으로 강제(이는 공권력 행사의 공적 정당화 논증과정을 수반한다)하고자 할 때, 논란의 여지
가 있는 특정 교리(종교・철학・윤리 교리)에 의거해서는 안 되며 자유롭고 평등한 합리적 시민들
이 모두 수락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논거・이유들에 의거해야 한
다는 요청을 우리는 공적 정당화(public justification)의 요청이라고 부른다. 공적 정당화의 이상
을 계승하는 공적 이성 해법의 목표는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공적 권위와 강제
적 구속력을 행사하는 공적 결정을 내릴 때, 상이한 견해를 가진 시민들이 각자 타당하다고
수긍하여 상호 공유할 수 있을 공적 논증의 형식과 논거・이유의 토대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목표는 공적 논증의 유형과 공적 논거와 이유의 유형에 일정한 제약을 가
하는 상호성의 관문을 설치하는 것이다.33) 공적 정당화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는 논거・이유
들의 유형과 내용에 이런 방식으로 일정한 제한을 가한다는 점이 공적 이성론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공적 이성의 실질적 원리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획득되는가. 공적 정당화에 투입
되는 논거・이유들을 걸러내며 공적 논의와 결정을 향도하는 공적 이성의 내용은 무엇인가.
공적 논의와 결정에서 원용될 수 있고 고려되어야 하는 공적 논거・이유들 중 실질적인 정
치도덕적 가치들(“공적 이성의 정치적 가치들”)에는 평등한 기본권, 기회균등, 사회적 평등, 공익,
공공질서 안전과 같은 가치들, 상호성・합리성・공정한 태도 등과 같은 시민적 덕목가치들, 헌
법 전문과 헌법조항들에 담긴 가치들, 공중 보건과 안전, 경제성장, 경제적 효율성, 자연환경
보호, 과학지식의 증진, 인간 생명 존중, 양성 평등, 가정의 보호 등이 해당된다.34) 물론 이
목록은 얼마든지 새로이 채워질 수 있으며, 그 때의 판단기준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에
게 근본적으로 중요성을 가지며 가치 있을 것인가’라이다. 즉, 공적인 논거・이유들은 자유롭
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가질 근본적 필요와 근본적 이해관심사들(fundamental interests of persons
32)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78면.
33)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355면 이하, 631면 이하 참조.
34) 롤즈가 언급하는 정치적 가치들의 목록을 정리한 S. Freeman, Rawls, London, 2007, 388면 이하 참조.
13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39
as free and equal citizens)이 무엇일지에 비추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35)
이제 이 공적 이성 해법의 발상을 자연법론 또는 비실증주의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로 이어
질까. 롤즈의 생각을 따라서 일단 그 일차적 재료들은 우리의 공적인 정치・법문화에 담겨 있
는 관념들, 숙고된 판단과 확신들, 가치들과 원리들에서 구하려 하고, 이것들은 공적인 정치
문서, 법률들과 판례, 시민들의 공적인 선언들 등에서 발견될 것으로 기대해보자. 이러한 자
연법론 또는 비실증주의 발상을 ‘내재적 구성주의’라고 불러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핵심은,
법의 토대로서 사람들의 상호작용 및 공동의 논증과정, 법적 실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장하
는 관념들, 직관들, 행동들, 관행들 속에서 법의 이상적 자원을 발견하자는 데 있다.
서구와 한국의 근대 이후 정치문화와 법문화에서 발견되는 관념들과 실천들, 관행들에 내
재해 있는 법이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민들 각자가 스스로를, 서로에 대해서 자유롭
고 평등한 인격체로 승인하고 대하는 것이다. 해석대상으로 주어져 있는 실제의 사회적 실천
(가령 법실무)들에 주목하여 우리가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실천들과 현실의 제도들 속에
담겨 있고 불완전하나마 구현되어 있는 가치들과 원리들을 해석하고 재구성해내는 것, 이것
이 내재적 구성주의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36) 이는 알렉시가 말하는 ‘일정한
도덕적 내용을 가진 원칙들이 최소한도의 발전단계 이후의 모든 법질서에 체화되어 있다’는
‘체화 명제’와도 일맥상통한다.37)
(3) ‘포괄적 교리체계로서의 자연법론’과 ‘정치적 자연법론’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 판단이 필연적으로 짊어지는 숙명적 짐, 합리적 다원주
의, 심원한 견해불일치는 전통적 자연법론의 기획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렇다
면 자연법론의 기획과 목표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과 다른 경로로 추구되고 달성되어야 한다
는 점을 비실증주의는 진지하게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합리적 다원주의와 심원한 견해불일치 상황에서 전통적 자연법은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한
다. 첫째, ‘법이 시민들의 공공적 논의를 통해서 구성되고 형성되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속성’
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 자연법론은 ‘미리 선험적으로 결정된 규범들이 있고 소수의 사법엘
35) 롤즈는 이런 근본적 필요와 이해관심사에 비추어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내용과 목록을 정하고 정당화 한다.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464면 이하 참조.
36) 이런 견해는 D. L. Cornell, “Institutionalization of Meaning, Recollective Imagination and the Potential for Transformative Legal Interpreta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136 (1988), 1130-1230 면 참조.
37) 로버트 알렉시(이준일 옮김), 법의 개념과 효력, 106면 이하. 본문의 내용은 알렉시의 ‘체화 명제’, ‘도덕 성 명제’, ‘정당성 명제’를 결합한 것이다.
14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40
리트가 그 자연법규범을 인식하여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비민주적인 ‘수호자주의 자
연법론’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자연법의 내용을 특정 윤리학이나 종교 교리의 관
점에서 정해 놓고, 이 상위법의 가치를 실정법으로 강제하고 실현하려는 도덕주의적 자연법
론의 경로를 밟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연법론은 ‘법도덕주의’(legal moralism)
를 수단으로 택하게 되어, 그 견해에 속하지 않는 집단의 삶의 방식과 선관을 바람직하지 못
한 것으로 평가함으로써 기본적 자유들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38) 70-80년대 한국 사회
에서 자연법이 수행한 긍정적 역할과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두 가지 위험을 진지하게
수용하여 새로운 자연법론의 가능성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심원한 견해불일치의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하면 규범적 법실증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
다는 주장도 가능하다.39) 그러나 심원한 견해불일치 상황에서 전통적 자연법론 기획의 실패
를 인정하면서도 법과 도덕의 연관관계를 견지하려는 비실증주의라면 이제 비자연법론 계열
의 비실증주의의 경로를 택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해결책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롤즈의 뺷정치적 자유주의뺸의 렌즈로 자연법론을 재검토하
면, 일단 다음과 같은 발상으로 이어진다. 자연법론을 ‘포괄적 교리로서의 자연법론’(natural
law theories as comprehensive doctrines)과 ‘정치적 자연법론’(political conception of natural law)으로
구별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때 ‘정치적’이란 표현은 흔히 이해되는 당파성, 적과 동지의 구분과 격렬한 대립, 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등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주권자의 지위에서 서로에 대
해서 강제력으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40) 이런 점에서 ‘정치적’이란 첫 번째
의미는 ‘자유롭고 평등한 주권자인 시민(=기본권주체)으로서의 권한 행사와 기본권주체인 시
민의 지위 유지 및 증진과 관련된’으로 요약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인간 판단의 숙명
적 짐과 심층적 견해불일치의 사회적 사실, 상호성(reciprocity) 규범을 종합해보면, 상이한 포
괄적 교리와 선관을 보유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공적 구속력과 권위를
가지는 법으로서 요구할 수 있고 또한 상호간에 모두 수락할 수 있을 자연법의 내용은 선관
들이나 포괄적 교리들로부터 독립해서 구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41) 셋째,
38) 이에 관해서는 졸고, “한국 법체계에서 자연법론의 형성과 발전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하다”,
법철학연구 11(2) (2008), 219면 이하.
39) 이러한 견해로 송성국, 규범적 테제로서의 배제적 법실증주의, 58면 이하 참조.
40) 이렇게 ‘정치적’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롤즈의 견해를 따른 것이다.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 유주의, 92면 이하 참조. 롤즈의 의미에서 ‘정치적’의 수식어를 사용한 예로 J. Heath, “Political Egalitarianism”, Social Theory and Practice 34(4) (2008), 485면 이하 참조. 또한 J. Trasher, “Agreeing to Disagree: Diversity, Political Contractualism, and the Open Society”, The Journal of Politics 82 (3) (2020), 1142면 이하 참조.
15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41
‘정치적’이란 표현은 공적 논거・이유의 내용이 입헌민주주의의 공적인 정치・헌법 문화에 내
재하는 근본관념들, 즉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시민관과 공정한 협동체계로서의 사
회관 등과 같이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기본적 지위의 유지와 증진에 필요한 정치적・사
회적・경제적・문화적 조건들에 관한 근본관념들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충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근본관념들은 인간의 상생과 공존,
협동과 번영에 필수적인 정치적・헌법적 가치들이다.42)
이렇게 ‘정치적’이란 용어를 이해해본다면,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의 지위(기본권주체의 지위)
에 직결되는 영역(롤스는 이것이 ‘정치적’ 영역이라고 생각한다)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주
권자로서 공동으로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서로를 향해서 공적인 강제력을 부과할 수 있는
자연법을 구성원들의 포괄적 교리와는 독립해서 수립하려는 자연법론을 ‘정치적’ 자연법론
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의미로 ‘정치적 자연법론’을 말하는 취지는 법과 강한 연관성이 있는 도덕
의 토대를 전통적인 자연법론의 기획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자는 데 있다. 모든 합리적 교
리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되 이들 교리들로부터 독립한 독자적 가치 기
반을 가진 자연법 원리들의 발견과 구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정치적 자연법
론’을 수립하려는 시도의 성공 여부는 포괄적 교리들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도 자유롭고 평
등한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 실질적 자연법 원리들을 자체적으로 조달하여 구성해 낼 독
자적인 자립 기반과 원천이 있는지에 좌우된다.
롤즈는 포괄적 교리들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도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
공적 이성의 실질적 원리들을 입헌민주주의의 공적인 정치・법문화에 담겨 있는 관념들, 숙
고된 판단과 확신들, 가치들과 원리들에서 길어 올리려 한다. 그리고 현실의 입헌민주주의
질서에 내재해 있고 작동해 온 이상들과 원리들을 상호성의 기준, 공정한 협동의 체계로서의
사회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시민이라는 인간관에 비추어 거르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안
한다.43) 이런 방법은 위에서 말한 ‘내재적 구성주의’의 방법과 연결된다. ‘정치적 자연법’이
란 표현은 전통적인 자연법론의 표현을 계승하고자 사용한 것이지만, 자연법이란 용어 자체
가 이미 특정 포괄적 교리의 색채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합리적 다원주의와
심원한 합리적 견해불일치 상황에서 등장한 공적 이성의 해법을 염두에 둔다면, ‘정치적 자
연법론’ 대신에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볼 수도 있겠다.
41) 이는 국가 중립성 이상과 원리의 핵심 요청이기도 하다. 국가 중립성의 원리에 관해서는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398-427면 참조.
42)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647면 참조.
43) 존 롤즈(장동진 옮김), 정치적 자유주의, 98면 이하 참조.
16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42
(4) ‘통합성으로서의 법’과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
드워킨의 비실증주의는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를 채택하지 않는다. 즉, 공적 이성의 이상과
기획에 회의적이어서 공적 이성론이 강조하는 ‘공적 이성의 제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적
이성의 제약으로 걸러진 도덕원리들이 아니라 공적 이성의 제약을 넘어서는 도덕원리들도
법에 내재하는 법원리/원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드워킨이 말하는 ‘통합성으로서의
법(law as integrity)’은 이러한 점을 발전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드워킨
의 견해를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드워킨이 말하는 통합성 이상의 핵심요소들을 뽑아 보면 대체로 아래와 같다. 통합성으로
서의 법 관념에서는 공동체의 법적 과거와 현재가 원리정연한 통일성을 가질 것(principled
unity of the community's past and present)44)을 요구한다. 또한 공적인 법적 논증에서 법의 통합성
은 단순히 공직자(특히 법관) 개개인뿐만 아니라 전체로서의 법공동체를 향해서도 원리 정연
한 방식으로 논증하고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법의 통합성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하나
의 집합체로서, 정합적인 원리들의 체계로 구성된 공통된 정의관―해당 정치공동체의 과거결정들
및 행동들에서 추출되고 정련된 공통의 정의관45)―에 입각하여 행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46)
해당 법공동체의 법적 과거(법의 역사)를 존중하고 고려한다는 특성을 강조하는 통합성으로
서의 법 관념은 과거에 형성되어 작동하고 있는 법률들과 판례에 대한 단순한 충실에 머무
르기보다는, 우리들 스스로가 서로에 대하여 우리가 실현하고자 열망하는 정치공동체의 동
등한 공동멤버로서 인정하고 시민으로서 상호 동등한 존중과 배려의 신의를 지키고 구현할
것을 요구한다.47)
이를 적용하여 우리는 통합성으로서의 법 관념에 담긴 발상을 아래와 같이 재구성해볼 수
있다.48)
44)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아카넷, 2004, 145면. G. Postema,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in J. Burley (ed.), Dworkin and His Critics: With Replies by Dworkin. Oxford, 2004, 295면.
45) 이런 해석은 G. Postema,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295면: “Integrity requires officials and citizens to seek common, public principles of justice in their common past. The exercise of practical reasoning disciplined by integrity is a common, public activity—an activity of the community as a whole and of its members regarding themselves as members.”(밑줄 첨가). 이와 같은 생각에는 존 롤즈의『정치 적 자유주의』에서 제시하는 정치적 정의관의 발상과 흡사한 점이 있다.
46) G. Postema,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296면.
47) G. Postema,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308면.
48) G. Postema,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299-300면, 312면을 참조해서 필자가 재구성해 본 것이다.
17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43
① 구성원들이 단일한 정의관과 가치관을 갖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공통된 정
의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회일 것.
② 과거의 결정과 현재의 결정 사이에 완전한 불연속은 아니되 갈등이 있는 연속성
을 가질 것: 과거 결정들 중 잘못된 것이 있어서 당해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공통
의 정의관과 근본가치들에 비추어서 현재의 관점에서 시정해야할 필요를 느낄 것.
③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존중과 배려에 대한 충실성과 신의를 지키고 구현할 것.
사회구성원들이 정의를 원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그 정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시민들 및 법
률가들이 심원한 견해불일치에 직면할 때 의미를 갖고 역할을 하는 정치적・법적 덕목이자
가치가 ‘법의 통합성’이다.
드워킨이 제창한 ‘통합성으로서 법’이론을 공적 이성의 이상에 비추어 고찰하면 어떤 결론
이 나올까. 주지하듯이, 드워킨은 헌법에 대한 도덕적 독해(moral reading of the constitution)를 제안
한다. 헌법을 도덕적으로 읽어낸다는 것은 헌법에 담긴 도덕적 원리(헌법적 도덕원리)들에 대한
최선의 해석—예컨대 동등한 고려와 존중의 요청이나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도덕적 지위가 진정으로 요구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최선의 이해—을 가다듬어가려는 시도를 말한다. 이때 개인적 양심에서
발원한 주관적 확신이나 법관 자신이 속한 계급이나 정파의 신념과 신조들을 따라서는 안 되
며, 법관 개인의 도덕적 신조를 나머지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것도 금물이다.49)
그런데 드워킨은 법철학자로서의 롤즈에 대해 커다란 경의를 표하면서도 롤즈의 공적 이성
론이 법원의 법적 논증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평가한다.50)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드워킨은 선관들에 대한 국가 중립성을 지지한다는 점에서는 반(反)완전주의의 입장을 취하
고, 자주적 삶의 영위라는 포괄적 자유주의 가치가 국가와 법의 핵심 가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는 점에서 정치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포괄적 자유주의’(comprehensive liberalism)의 입장을 취한
다.51) 따라서 자주적 삶의 영위가 최선의 삶의 방식이라는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참’이
라고 승인될 법한 비(非)공적인 가치(포괄적 자유주의 입장에서 도출된 자유주의 가치)들을 배제하
려는 공적 이성의 이상은 옹호되기 어렵다고 드워킨은 주장한다. 상호성 심사 기준이 종교적
신조들은 배제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외의 철학적인 합리적 신조들까지도 배제할 것으로
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52)
49) 로널드 드워킨(이민열 옮김), 자유의 법, 미지북스, 2019, 16면 이하 참조.
50) 로널드 드워킨(이민열 옮김), 법복 입은 정의, 길, 2019, 408면 이하 참조.
51) J. Quong, Liberalism without Perfection, Oxford, 2011, 19면 이하 참조.
52) “만일 내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특정한 도덕적 입장이 명백히 옳다고 믿는다면—예를 들어 개인은 자신 의 삶을 스스로 돌봐야 하며, 자신들 스스로가 내린 그 어떤 실수에 대해서도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한다 는 입장이 옳다고 믿는다면—내가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견해를 합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어
18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44
게다가 정치적・공적 가치들과 비정치적・비공적(포괄적 교리에 바탕을 둔) 심층적 가치들을 분
리하고 구별하려는 롤즈의 공적 이성론 기획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드워킨은 비판한다. 롤
즈 스스로도 차등원칙을 정당화할 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도덕적 입장이나 견해에 의존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임신중절에 관한 헌법적 권리를 여성이 가지는지의 쟁점에서 그 권리
를 옹호하는 법적 논증의 근저에는 태아가 자신의 이해관심과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포괄적
견해가 놓여 있다고 주장하면서, 드워킨은 헌법적 논증 과정에서 법관은 자신의 개인적 윤리
적 신조나 종교적 견해나 당파적 정치적 견해 등을 원용해서는 안 되지만, 타당한 포괄적 교
리(진리론, 윤리학, 정치철학 등)와 선관(자주적 삶의 영위가 최고의 선관 가치라는 자유주의적 선관의 옹
호)은 원용할 수 있고 원용해야 한다고 설파한다.53) 다원주의 사회에서일지라도 판사들은 포
괄적이고 심층적인 도덕적 견해들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법적 논증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다.54) 판사들이 타당하다고 확신하는 도덕적 견해들에 의거하여 법적 논증을 펼칠 때 오히려
법의 통합성이 증진되고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워킨에 따르면, 법관들이 자신들이 최선
의 도덕적 이론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에 비추어 법을 최선의 작품으로 가꾸어 가고자
노력한다면,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게 될 것이고 그때 법의 통합성이 실현된다.55)
드워킨은 합리적 견해불일치의 사실이 가지는 함의를 과소평가하였기에 위와 같은 낙관론
을 피력한 것은 아닐까. 롤즈의 생각에는 법관들이 아무리 신의성실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
도 포괄적 교리나 선관 차원에서는 합리적 견해불일치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드워킨의
통합성으로서의 법이론이 각 해석자가 자신의 정치도덕의 관점에서 최선의 작품을 만들어내
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롤즈의 공적 이성론은 개별 해석자들이 각자 자신의 철학 및 정치도
덕적 입장에서 진지한 노력을 하더라도 공적 이성의 제약 아래 있는 공통의 근거들을 기반
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점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롤즈와 드워킨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결합해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또 이들이 지지하는 합리적 포괄적 교리들이 나름대로
각자의 관점에서 모두 타당하다고 수긍할 자연법 또는 비실증주의의 공통 토대는 드워킨의
통합성 법이론을 공적 이성의 제약 내에서 수정 보완하는 데서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다음 절에서는 입헌민주주의에 보편적으로 내재하며 우리 법질서에도 (불충분하지만)마찬가
지로 체화되어 있어서 법의 수립․해석․적용을 향도하는 공적 이성의 법원리(비실증주의 법원리)
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내재적 구성주의의 방법을 활용하여 대강이나마 소묘해보고자 한
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드워킨, 법복 입은 정의, 416면).
53) 로널드 드워킨(이민열 옮김), 법복 입은 정의, 417면. 로널드 드워킨(박경신 옮김), 정의론, 민음사, 47면 이하, 122면, 421면 이하 참조.
54) 로널드 드워킨(이민열 옮김), 법복 입은 정의, 417면.
55)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240면 이하 참조.
19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45
다. 그 기본발상은 다음과 같다.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또는 비실증주의)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일종의 합리적 견해불일치이다. 법의 본질과 속성 등에 관한 이런 견해불일치를 완전히 해소
할 전망은 없지만, 적어도 양 입장 모두에서 공통되게 받아들일 법의 이상과 속성은 있다.
바로 이 점들에 주목하여 법을 바라본다면, 양 입장을 옹호하는 다양한 견해가 각각 나름대
로의 입장에서 수긍할 공적 이성의 법원리들을 구성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법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 모두가 이를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법 개념론과 법 효력론을 발
전시켜 간다면, 한편으로는 종전의 합리적 견해불일치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여전히 존
속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공통된 공적 이성의 법원리들에 관한 중첩적 합의가 형성되어 견해
불일치의 범위는 조금씩 줄어들어가면서 새로운 합리적 견해불일치 사안이 또 등장하는, 긴
장과 공존의 변증법적 과정이 진행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
이하에서는 이런 전망을 배경으로 하여, 법 개념론과 법 효력론을 다룰 때 반드시 진지하
게 고려해야 할 법의 가치 있고 중요한 속성들을 제시하고 비실증주의는 이 속성들을 어떻
게 수용하고 정당화하는지 상상해볼 것이다.
Ⅲ.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통한 비실증주의의 재구성
- 법 개념론에 접근하는 관점의 변화
(1)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에 주목하기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문제와 법 효력 판별의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에 답할 때 단순
히 사회적 사실을 참조하면 되는지 아니면 도덕적 평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대체로 종래의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은 법의 필요조건 또는 법의 필요조건적 속성(“필연적으
로 법은 ...이다/한다”: necessarily, law ...) 또는 법의 본질적 속성을 탐구하는 데 주력해왔다.56) 그
런데 어떤 규범(질서)을 법이게 하는 필요조건 속성에 주목하는 접근법보다는 법의 중요한
속성에 주목하는 접근법을 택하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견해가 최근 제시되었다. 법의
필요충분조건에만 전적으로 주목하는 접근법은 법의 속성을 틀리게 파악하거나 법에 대한
빈약한 상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다는 프레더릭 샤우어(F. Schauer)의 주장이 대표적이다.57)
56) F. Schauer,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J. F. Beltran et al. (eds.), Neutrality and Theory of Law, Dordrecht, 2013, 17면 이하 참조.
57) F. Schauer,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18면.
20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46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법에 관심을 가지고서 법에 관해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이
우리의 삶에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크며, 법이 가치 있는―심지어는 도덕적으로 가치 있
는―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모두가 공유하는 단일한 법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법에
공통된 필연적 속성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법이 왜, 어떤 점에서 인간에게 중요한지를 묻
고 그 중요한 속성에 주목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샤우어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비록 모든 법에 공통된 필연적 속성은 아닐지라도 현실의 법 제도들 대부분
에 존재하며 여타의 사회제도보다는 유독 법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중요한 특성들에 관
심을 기울이면, 법이라는 사회제도 또는 사회적 실천의 성격에 관하여 제대로 이해할 수 있
게 된다는 제안은 법 개념론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58)
법이라면 개념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연적 속성(법의 필요조건 속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에
서 발견되고 법에 집중적으로 존재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중요한 속성들은 무엇일까. 샤우어
의 예를 들어보자. 새라고 지칭되려면 날개와 척추의 존재가 필요조건(속성)이지만, ‘나는 것’
은 새의 필요속성이 아니다. 가령 펭귄은 날지는 못하지만 새라고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렇
더라도 ‘나는 것’은 거의 모든 새의 중요한 속성이므로, 새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나는
능력’에 의거하는 것이 유용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다.59) 이런 발상은 새와 같은 자연종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나 기능종(functional kinds)인 법에도 통용될 것이다.60) 현재의 우
리 인류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들은 모든 법질서에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속성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
이다.
필요속성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법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강제력 또는 제재이다. 그렇
기에 강제력의 정당화 또는 제재의 공적 제도화가 모든 법이론에서 중요한 주제가 된다.61)
이런 점에서 개별 시민들 또는 집단들을 향한 공권력 행사가 어떤 점에서 정당화되는지 그
이유를 법이 제공한다는 점에 합의가 이루어져 있고, 바로 이 합의 기반 위에서 법적 논증이
행해진다는 드워킨의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62) 법이 단지 강제규범의 동원을 통한 사적 이
해관계나 정치적・집단적 이해관계의 실현 수단 이상의 것이려면,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
58) F. Schauer,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23면 이하. 또한 I. B. Flores, “The Problem about the Nature of Law vis-a-vis Legal Rationality Revisited: Towards an Integrative Jurisprudence”, in: W. Waluchow and S. Sciaraffa (eds.),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the Nature of Law, Oxford, 2013, 101면 이하.
59) F. Schauer,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25면.
60) F. Schauer,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25면.
61) 이에 관한 유용한 문헌으로 K. E. Himma, Coercion and the Nature of Law, Oxford, 2020 참조.
62)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240면 참조.
21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47
들의 옳고 그름을 식별하거나 더 나은 답과 더 나쁜 답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63) 법을 정
당화하는 논거・이유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또는 상호주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이런 생각
이 인류 역사에서 폐기되지 않고 지속되어 온 법치주의의 근본이상일 것이다. 법의 지배 또
는 법치의 의의가 공권력(공적 강제력) 작용의 정당한 방식과 형식, 절차, 내용, 한계를 제도화
하는 데 있다는 인류의 관념 및 염원을 염두에 두면 공적 강제력 행사의 정당성 조건 문제가
법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법의 속성임을 알게 된다.
필요충분조건들의 기준을 담은 개념 정의가 정삼각형이나 이등변삼각형의 개념을 정의할
때 활용되는 것과는 달리, 법은 그런 기준 속성을 가진 개념(criterial concept)이 아니라 해석이
필요한 개념(interpretive concept)이다.64) 즉, 그 본질적 속성이 또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속성이
무엇인지 자체가 다투어지는 개념(essentially contested concept)이라는 것이다.65) 그래서 법 개념
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충돌하고 경쟁하게 되면서 심원한 합리적 견해불일치를 낳는다. 그
렇기에 우리가 법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사회적 실천형식들의 의의와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는, 즉 법이라는 대상이 가지는 중요성과 가치와 의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는,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는 없다.
(2) ‘두터운 개념’으로서 법
법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모종의 평가와 해석이 법 개념의 정의에 필요하다는 점, 법 개
념은 해석이 필요한 개념이라는 점은 법의 개념이 이른바 ‘두터운 개념’(thick concept)에 속한
63) 법적 논증에서의 이유에 관해서는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114면 이하 참조.
64) 로널드 드워킨(박경신 옮김), 정의론, 민음사, 2015, 261면 이하 참조.
65) ‘본질적으로 다투어지는 개념’이란 ‘개념의 사용자들이 그 개념의 적절한 의미와 사용을 둘러싸고 끝없 는 논쟁을 벌이는 것이 불가피한 개념’을 말한다. 가령 민주주의나 사회정의처럼, 개념 사용자들이 서로 서로 각자가 제시하는 특정한 의미를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상대방의 용법을 비판하는 경우이다. 본질적 으로 다투어지는 개념의 특징으로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견해불일치와 끝없는 논쟁’이라는 일반적 요소에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부가된다: ① 해당 개념으로 이루어낸 성취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서 누구나 그 개념을 최고의 원리로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한 다; ② 해당 개념은 매우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된다. ③ 해당 개념의 복합적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게 기술될 수 있고 요소들의 가치와 중요도는 매우 상이하게 매겨져서, 입장에 따라 특정한 요소들을 중심 요소로 내세운다; ④ 해당 개념의 의미는 고정되지 않고 열려 있어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당한 의미 변경이 이루어지는 종류의 개념이며 그 의미 변경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⑤ 해당 개념의 사용자들 은 이 본질적으로 다투어지는 개념의 속성을 서로 인정하면서, 논쟁 상대방의 용법보다 자신의 용법이 더 설득력이 있음을 논증하려 한다; ⑥ 해당 개념에는 반드시 개념 사용자들이 그 개념의 기원(원형)으 로 삼는 전범(典範)사례들이 있다; ⑦ 해당 개념의 의미와 용법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 개념 해석들 중 어 떤 것들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해당 개념의 의미로 통합되고, 그리하여 그 개념은 점점 더 정합적인 개념으로 발전해 간다. 이에 관해서는 W. B. Gallie,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s”, Proceedings of the Aristotelian Society 56 (1956), 167-198면, 특히 171면 이하.
22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48
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개념을 정의할 때 오로지 사실・사태만을 기술하면 되는 것이 아니
라 가치 평가까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개념들, 즉 ‘사태 기술적 성분 요소’와 ‘가치 평가적
성분 요소’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들의 종류를 ‘두터운 개념’이라고 한다.66) ‘용감하다’는 개
념에는 ‘자신에게 미칠 중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맞서는’이라는 사태 기술적 성분 요
소와 더불어 ‘그런 행위가 훌륭하다, 대단하다, 존경스럽다’와 같은 가치 평가적 성분 요소가
함유되어 있다. 이런 가치 평가적 성분 요소들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용감하다’는 개념을 정
의할 수 없을 것이다.67)
법은 또는 법적 명제들은 권리, 의무, 자유, 공익, 정의, 범죄, 법익, 침해, 손해, 부당한, 신
의성실 등의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두터운 개념’으로서의 법 개념에서 사태 기술적 성분
은 사회적 사실들만을 참조로 해서 정의될 수도 있지만, 가치 평가적 성분은 그럴 수 없
다.68) 하트(H. L. A. Hart)가 말하는 내적 관점 또는 참여자 관점(internal perspective)69), 드워킨이
말하는 법의 ‘존재 의의’(the point of the law) 또는 ‘법의 정당화 목적’(justifying purpose of the
law: 개인을 향한 공권력 작용이 왜, 어떤 점에서 정당화되는지를 제시하려는 법의 목적)70) 등은 모두 이
런 가치 평가적 성분을 담고자 고안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 바대로 법의 개념에 접근해보자는 발상은 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숙달하
려면 그 가치 평가적 성분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드워킨의 말
대로, 법이라는 사회적 실천형식과 관행들, 제도들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존재 의
의’나 ‘정당화 목적’, 또는 ‘그것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이유’를 우리가 이해하려는 그 대상들
(법이라고 우리가 해석하고 구성해내려는 사회적 실천형식과 관행들과 제도들)에 부여하지 않을 수 없
다.71)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법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가치 있다고 보는 속성들을 바
탕으로 삼아 우리는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들은 복합적인데, 반드시 그 중 어느 하나의 속성을 본질적인
것으로 또는 필요조건으로 선택하여 그것에만 의존해서 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할까. 법
의 필요속성 또는 본질적 속성에 주목하는 대신에, 여타의 사회적 실천형식이나 제도들보다
법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고 법에서 유달리 뚜렷하게 발견되는 속성들에, 또 우리가 법이
66) 상세한 논의는 D. Enoch and K. Toh, “Legal as a Thick Concept”, in: W. Waluchow and S. Sciaraffa (eds.),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the Nature of Law, 257-78면 참조.
67) D. Enoch and K. Toh, “Legal as a Thick Concept”, 259면 이하.
68) D. Enoch and K. Toh, “Legal as a Thick Concept”, 264면 이하.
69) H. L. A. Hart, The Concept of Law, second edition, Oxford, 1994, 56-7면.
70)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243면.
71) 로널드 드워킨(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175면.
23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49
라고 부르고자 하는 대상들에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가치 부여하는 속성들에 주목하자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다음 문제는 무엇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의 속성들이냐는 것이다. 이
런 속성들을 식별해내고 이로부터 법의 필요속성을 해명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접근법을
고려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 속성들의 예: 법의 합리성과 규범성
위에서 개진된 생각을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에 적용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법의 가
치 있는 속성이나 중요한 속성에 주목하자는 점, 법 개념이 ‘두터운 개념’에 속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자연법론 또는 비실증주의의 옹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1) 법의 내적 도덕과 법적 합리성
법이 권총 강도의 명령 이상의 것, 강제규범의 동원을 통해 사적 이해관계나 정치적・집단
적 이해관계를 실현하려는 수단 이상의 것이고자 한다72)는 인류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온 법치주의의 근본 이상은 어떤 법질서에서든 또는 법적 논증의 실무에서든 모종이 법적
합리성(legal rationality)의 이상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법적 합리성을 심각하게, 현저하
게 위반하는 법률이나 판결을 향해 우리는 ‘도대체 이게 법이냐’, ‘법도 아니다’라는 비난을
한다. 수사적 표현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비난에는 분명 법의 합리성에 대해 인류가
오랫동안 숙고해 오면서 온축된 지혜가 담겨 있다. 법에 내재하는 이 합리성은 앞에서 언급
한 법의 중요한, 가치 있는 속성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법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높이 평가해왔으며 심지어 법의 필요속성
으로도 볼 수 있을 법적 합리성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차원・영역들로 이루어진다.73) 첫째,
주요한 법률 용어들과 판결 용어들은 애매모호 하지 않게 가능한 한 명료하고 엄밀해야 한
다는 언어 표현 차원의 합리성이다.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 원칙으로 정식화되는 이 차원의
법 합리성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의 속성이다. 둘째, 법률과 판결은 논리 일관성, 안
정성, 정합성, 무모순성, 불소급, 공지성(公知性 publicity)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체계 합리성은
풀러(L. Fuller)가 말하는 ‘법의 내적 도덕[성]’(inner morality of law)으로 높게 평가되는 중요한
법 속성이다.74) 셋째, 사회의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 즉 목적 실현을 위
72) H. L. A. Hart, The Concept of Law, 55면.
73) I. B. Flores, “The Problem about the Nature of Law vis-a-vis Legal Rationality Revisited: Towards an Integrative Jurisprudence”, 115면 이하 참조.
24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50
한 수단 차원의 합리성 또한 그러하다. 넷째, 법률과 판결은 사회적 실효성이 있어야 하며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실용적 차원의 합리성도 역시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의 속성
이다. 다섯째, 법률과 판결은 기능적 합리성 외에도 공정성이라든가 정의와 같이 도덕적으로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원리들이나 권리들을 중대하게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차원
의 합리성 또한 우리가 법에 대해 부여하고 기대하는 중요한 속성이다.
법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고 또 부여하는 이런 속성들은 입법․사법․행정을 향도하는 법적
합리성이기는 하지만, 모든 법에 공통된 보편적 필요조건 속성(법의 본질적 속성, 법의 필요조건
속성)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법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고, 법을 향해 우리가 진심으로 기
대하고 염원하는 가치들이자 중요하게 여기는 법의 속성임에는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강제
력으로 뒷받침되는 법이 우리의 삶과 죽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법의 이
런 합리적 속성에 대해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75) 그렇지 않다면, 법에 대해 우리가 고민하
고 법을 비판하고 법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이유가 도대체 있기나 할까.
법의 합리성은 일정 정도는 법에 내재하기도 하고, 일정 정도는 법이 지향해야 할 법 외재
적 목표이기도 하다. 풀러의 말을 빌자면, 법의 합리성은 ‘법 내재적 도덕’인 부분과 ‘법 외
재적 도덕’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76). 전통적인 자연법론자는 전자를 법이라면 반
드시 갖춰야 할 보편적인 도덕적 요소(=필요조건)로 강조할 것이다. 법의 역사에서 오랜 세월
관찰된 법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속성들이 축적되면서, 그리고 우리 인류가 그런 법의 속성
이 실현되기를 소망하면서, 응집된 관념이 자연법론으로, 법과 도덕의 필연적 연관성 테제로
정식화된 것이리라.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 중 어느 하나가 더 설득력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법과 도덕의 필연
적 연관성(또는 분리 가능성) 테제를 인정하는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법의 이 중요하고 가치 있
는 속성들이 상당한 정도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다면 법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
는 속성들에 주목하여 법과 도덕의 관계를 새롭게 살펴보는 작업이 긴요할 것이다.
(2) 법의 행위이유 제시 기능과 규범성: 이인칭 관점과 이인칭적 이유
법의 합리적 속성 외에도 또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의 속성이 규범성이다.77) 법의 규범성
74) 이에 관해서는 론 풀러(박은정 옮김), 법의 도덕성,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61면 이하.
75) I. B. Flores, “The Problem about the Nature of Law vis-a-vis Legal Rationality Revisited: Towards an Integrative Jurisprudence”, 104면 이하.
76) 론 풀러(박은정 옮김), 법의 도덕성, 217면 이하.
77) 법 규범성의 해명이 법철학 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관해서는 A. Marmor, Philosophy of Law, Princeton, 2011, 60면 이하 참조. 국내 최근 논의에 관해서는 권경휘, “법의 규범적 성격에 관한 연구”,
25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51
은 법철학의 또 다른 난제로서 이에 대한 오래고 복잡한 논의가 있지만, ‘행위이유를 제시하
는 힘’(reason-giving force)의 측면에서 법의 규범성을 파악하는 견해에 주목해보자.78) 친한 동
료 교수가 나에게 자신의 논문 초고를 읽고 의견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그렇게 해야
할 행위이유가 나에게 생겨난다. 내가 내 자신이나 타인과 약속을 하면 약속 내용대로 행동
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우리의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상대방의 부탁・요청・요구・명령・약속
등의 발화행위를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이유가 발생하는 ‘규범적 마법’의 정체
는 무엇일까. 왜, 어떤 점에서 저런 발화행위들을 통해 행위이유가 발생하는가. 이에 관한 철
학적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법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행위이유의
측면에 국한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법은 수범자에게 법의 지시대로 행동할 이유를 제공하며, 이는 수범자의 행위의무의 근거
도 되지만 권리의 근거도 된다. 또한 법이 제시하는 행위이유는, 수범자들이 본래 가지고 있
던 행위이유가 법이 제시하는 그 행위이유와 충돌할 경우, 수범자들이 본래 가졌던 행위이유
를 배제하기도 한다. 법이 제시하는 행위이유에 따를 의무를 부과한다는 속성 이외에도, 수
범자가 가지고 있거나 가질 원래의 행위이유들을 법이 배제한다는 속성은 수범자 각자가 어
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숙고하는 실천적 추론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라즈(J. Raz)는 ‘배제적 행위이유’(exclusionary reason)라는 속성으로 법의 특성에 접근
하여 법의 권위를 해명했다.79) 법이 권위를 가진다 함은 법이 지시하는 대로 수범자가 행동
하게끔 향도(일차적 행위이유 제시)하는 것이자, 동시에 법의 지시와 충돌하는 다른 행위이유들
에 따라 행동하지 말라고(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수범자들이 숙고할 때 법 지시 이외의 여타의 행위이유
들을 배제하라고) 지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법은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
할 것을 요구하며 여타의 행위이유들을 배제할 정당한 권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는 ‘권위
주장 테제’가 나오게 되었다. 이 권위주장이 법의 필요조건 속성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
권위주장 테제에 바탕을 두고 강한 법실증주의(또는 도덕배제적 법실증주의)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개인들의 소망과 선호가 상이하여 행위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각 개인이 원래 가졌
던 행위이유대로 행동하는 편보다는 법에 따라 개인들이 행동하는 편이, 즉 법의 지시내용을
자신의 행위 이유로 삼음으로써 법이 지시하는 행위 이유와 충돌하는 행위이유들은 배제하
법학논문집 36(1), 2012, 5-30면. 송성국, 규범적 테제로서의 법실증주의, 15면 이하 참조.
78) 이에 관한 유용한 문헌은 D. Enoch, “Reason-Giving and the Law”, Oxford Studies in the Philosophy of Law 1 (2011), 1-38면 참조. 권경휘, “법을 행위의 근거로 삼는 이유에 관한 고찰 –법실증주의의 관점에 서”, 법철학연구 15(3), 2012, 143-76면 참조.
79) J. Raz, “The Problem of Authority: Revisiting the Service Conception”, Minnesota Law Review 90 (2006), 1003-44면, 특히 1022면.
26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52
는 편이, 각자의 이익 실현에 훨씬 더 낫다는 논변 위에서 법의 권위가 정당화된다.80)
행위이유 제시의 속성과 법의 권위 속성에 대한 라즈의 견해는 법의 규범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다음의 한계도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라
즈의 법의 권위 도식에서는, 법의 유권적 지시에 담긴 행위이유가 수범자들에게 발령될 때
수범자들은 모두 일인칭 관점(the first-person standpoint)에서 숙고(‘...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
해야 하는가?’ 등의 관점)한다고 간주된다. 그리고 법의 권위가 정당하다는 점은 수범자 각자가
자신이 원래 가졌던 행위이유보다는 법이 제시하는 행위이유대로 행동하는 편이 각자의 이
익 실현에 유익하므로 더 바람직하다는 삼인칭적 논거로 뒷받침된다. 그런데 법의 권위주장
은 수범자의 복종(준수) 의무를 요구할 권리를 함축한다. 하지만 권리와 의무 주장의 규범적
토대는 결과의 바람직함(좋음)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하여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권리주장
자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가지는 이인칭적인 정당한 도덕적 권위와 적격(standing)(예컨대 정
당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부당한 행위로 고통을 당했다는 점)에 있다. 라즈의 법의 권위 이론에서는
이런 이인칭 관점, 이인칭 관계에 기반들 둔 이인칭 이유와 권위가 결여되어 있다.81)
법의 세계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권리와 의무의 주장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
고 권리와 의무 주장의 속성은 상대방을 향하여 발령된다는 데 있다. 권리와 의무 주장뿐만
아니라, 명령・요구・약속・항변 등의 친숙한 법률행위는 모두 상대방을 향하여 발령된다는 이
인칭 관계(second-personal relation)를 전제로 해서 행해진다는 것이다.82)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80) 권위의 ‘통상적 정당화 테제’(the normal justification thesis)와 ‘서비스 권위관’(the service conception of authority)가 이 논변의 핵심이다. J. Raz, Ethics in Public Domain, Oxford, 1994, 210-237면. 법의 권위 에 관한 연구로는 박준석, “조셉 라즈의 권위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법철학연구 10(1) (2007), 315-340 면. 또한 박준석, “권위의 두 개념”, 법철학연구 10(2) (2007), 115-130면 참조. 배제적 법실증주의를 옹 호하는 국내 문헌으로는 송성국, 규범적 테제로서의 배제적 법실증주의, 98면 이하 참조.
81) 이런 견해는 S. Darwall, Morality, Authority, and Law, Oxford, 2013, 135면 이하. 또한 R. B. Kar,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Georgetown Law Journal 95 (2) (2007), 393-461면, 특 히 424면 이하 참조. 삼인칭 관점(the third-person standpoint)은 객관적 세계에 대한 사태 서술을 할 때 취하는 관점이다. ‘나/우리’의 관점도 아니고, ‘나/우리-너/너희들’의 관계에서 취하는 관점도 아니다. 이 에 관해서는 R. B. Kar,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426면. 가령 길을 가던 제3자 가 이런 사태를 보고 발을 밟고 있는 자에게 발을 떼라고 요구를 하면서 ‘당신이 발을 떼면 발을 밟힌 이 사람의 고통 하나가 줄어들 것이므로 이 세상이 더 나은 상태가 될 것이다’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이 는 삼인칭 관점에서 제기된 요구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적격 없이(오지랖을 발휘해서)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거나 요구를 하면 ‘이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 당신 일이나 신경 쓰시오’라는 대답을 듣 게 된다. 공리주의적 관점이 대체로 삼인칭 관점을 택하며, 법경제학은 일인칭 관점과 삼인칭 관점을 택 하지만 결코 이인칭 관점을 택하지는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법경제학이 법이론으로서 가지는 한계를 해 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82) 이인칭 관점에 관한 선구적인 문헌으로는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Cambridge/Mass., 2006. 이인칭 관점과 법의 관계에 관해서는 S. Darwall, “Law and the Second-Person Standpoint”, Loyola of Los Angeles Law Review 40(3) (2007), 891-910면. 또한 R. B. Kar, “The Second-Person Standpoint
27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53
법은 이인칭 관계(발령자인 ‘나’-수령자인 ‘너’ / 발령자인 ‘너’-수령자인 ‘나’)에서 수범자들 또는 법
률행위 주체들이 이인칭 관점(second-person standpoint)을 가지고서 상대방에게 명령・요구・약
속・비난・항변・사과하는 행위들의 연쇄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83)
이인칭 관점이란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우리가 서로서로에게 요구(명령/약속/비난)를 하고
그 요구(명령/약속/비난)를 받아들일 때 수령자 상대방인 ‘너’와 발령자 ‘나’가 취하는 관점”을
말한다.84) 우리의 일상생활과 법 생활에는 이인칭 관점에서 행해지는 행동들로 가득하다.
‘나-너’의 이인칭 관계는 발령자인 ‘나’와 수령자인 ‘너’ 사이에 모종의 특별한 상호 도덕적
권위와 책무(답책 mutual responsibility/accountability) 관계가 있음을 전제한다.85) 그 권위관계란
발령자인 ‘나’가 수령자 상대방인 ‘너’를 향해 모종의 요구를 할 권한 적격이 있고, 그 요구
를 받은 상대방 ‘너’는 그 요구대로 행동할 책무를 가지게 되는 관계이다.
누군가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나의 발을 밟고 있다면, 고통을 느낀 나는 나의 사회적 신분이
나 지위와 무관하게 그 상대방에게 발을 떼라고 요구할 정당한 권위 적격이 있고 그 요구를
수령한 상대방을 발을 뗄 이유와 책무가 있다. 이인칭 관계와 이인칭 관점에서 제기된 나의
정당한 요구는 상대방에게 이인칭 행위이유(second-personal reasons)를 제공한다. 상대방이 발을
떼지 않으면 그에 대해 ‘나에게’ 설명할 책무가 있으며, 그 설명에 합당성이 없으면 나는 상
대방을 향하여 비난을 하고 발을 떼지 않은 행위의 결과에 대해 모종의 책임을 물을 권리자
격이 있다.86) 이런 현상은 이인칭 관계, 이인칭 관점, 이인칭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인칭 이유
등이 인간의 상호작용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87)
지금까지 말한 내용의 요체는 법은 기본적으로 이인칭 관계와 이인칭 관점을 기본구조로
하며, 법의 행위이유 제시 기능도 이인칭 관계에서 발생하는 행위이유의 측면에서 이해하여
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그리고 도덕)은 ‘일반화된 이인칭 관점’의 화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88) 그렇다면, 일인칭 관점(그리고 삼인칭 관점)에서 수행되는 실천적 숙고를
전제로 해서 구축된 법의 권위 이론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배제적 법실증주의는 법의 중
요한 이 이인칭적 속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하트
and the Law”, Illinois Public Law and Legal Theory Research Papers Series No. 10-19 (2011), 1-37면.
83) S. Darwall, “Law and the Second-Person Standpoint”, 898면 이하. R. B. Kar,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435면 이하.
84)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3면.
85)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4면.
86)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65면 이하.
87)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5면, 65면 이하.
88) S. Darwall, “Law and the Second-Person Standpoint”, 898면 이하. R. B. Kar,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435면 이하.
28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54
의 ‘내적 관점’도 이 이인칭 관계에 담겨 있는 이인칭 관점과 이인칭 이유의 측면에서 바라
보면 그 취지를 더욱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89)
이인칭 관계, 이인칭 관점, 이인칭 행위이유의 구조에서 핵심은, 상대방 ‘너’와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요구를 할 정당한 자격과 도덕적 권위가 있고 ‘너’를 향해 발령된 나의 요구대로
상대방이 따를 행위책무와 행위이유가 있는 권위 및 책무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상대방인
‘너’는 나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능력이 있다는 점이
다.90) 의사능력, 법률행위능력, 책임능력 등 법률가가 익숙한 개념들을 보면 이인칭 관점에
의해 법의 세계가 짜여 있고 작동한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91) 특정한 사회적 지
위・신분에 따라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의사능력, 법률행위
능력, 권리주체능력, 책임능력을 갖는다고 상호 인정한다.92) 도덕과 법의 심층 구조에서 핵
심인 이인칭 관점과 이인칭 행위이유에는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상호승인이라는 근본적 도덕
이상이 내재해 있음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93)
(3) 실질적 근본규범으로서 인간 존엄성
인간 존엄성 규범의 핵심은 모든 인간 개개인이 사회적 차이나 개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지위를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데 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동등한 기본적
지위를 표현하는 인간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로서 법규범의 제정과 해석을 향도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모든 법규범의 효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이는 우리 대
법원의 판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89) R. B. Kar,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447면 이하.
90)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91면 이하.
91) S. Darwall, “Law and the Second-Person Standpoint”, 905면 이하. 또한 R. B. Kar, “The Second-Person Standpoint and the Law”, 12면 이하.
92) 사비니(Savigny)는 ‘人(Person)’과 ‘사람’의 관련성을 규명하면서 이런 사상을 수용하여 다음과 같은 논 지를 전개하였다: “모든 법률관계는 한 人(Person)이 다른 人(Person)과 맺는 관계이다. 좀 더 상세할 고 찰을 필요로 하는 이 관계의 첫 번째 구성부분은 서로를 향해서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 있는 人(Person)의 속성이다. 여기서 다음의 물음에 대해 답할 수 있다: 누가 법률관계의 수행자 또는 주체일 수 있는가? 이 물음은 ‘권리들을 가질 수 있음’ 또는 ‘권리능력’과 관련된 물음이다. (...) 개개의 사람에 게 본래부터 내장되어 있는 도덕적 자유를 위해서 권리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人(Person) 또는 ‘법적 주 체’[권리주체: Rechtsperson]라는 종래의 개념은 이로써 ‘사람’의 개념과 일치되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양 개념의 동일성은 다음의 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각각의 사람 하나하나는, 그리고 오로지 개별 사람[개인]만이, 권리능력이 있다.”(Friedrich Carl von Savigny, System des heutigen Römischen Rechts, Bd. II, Berlin, 1840, § 60, 1-3면).
93) S. Darwall. The Second-Person Standpoint, 119면 이하, 243면 이하 참조.
29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55
“우리 법질서는 최고규범인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통일적인 법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공동체의 모든 법규범은 헌법의 가치와 내용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헌법은 모든 법
규범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그 기초인 동시에 한계가 되고, 법의 흠결이 있는 경우 이를
보충하는 원리가 된다.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성 규정은 헌법규범 가운데에서도 근본
규범으로서 모든 국가작용의 목적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고, 모든 법규범 효력과
내용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며, 법의 흠결을 보충하는 제1차 원리가 된다.”94)
이는 인간 존엄성 규범이 법질서의 정당성 기초이자 개개의 법규범의 효력을 판별하는 기
준인 ‘실질적 근본규범’이라는 것을 보여준다.95)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엄성 규정은 헌법규
범 가운데에서도 근본규범”이라는 대법원의 설시와 헌법재판소의 여러 결정례는 인간존엄성
규범이 실질적 근본규범의 위상을 가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례라고 하겠다.
법과 인간 존엄성 간의 이런 내적 연관성은 이인칭 관계 구조, 이인칭 관점, 이인칭 이유
의 요소들이 법과 심층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 존엄성의 존중은
이인칭적 구조인 법률관계에 전제되어 있는 서로의 의사능력, 행위능력, 권리능력, 책임능력
을 상호 승인한다는 것이며, 또한 모든 상대방을 향하여 그런 존재로 승인하라고 요구할 권
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요구할 근원적인 도덕적 권위와 기본적 지위
가 인간 존엄성 규범의 핵심이라면, 헌법 제10조로 표현된 인간 존엄성 규범을 실질적 근본
규범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96) 이런 점에서 인간 존엄성을 향한 존중이 법질서
전체에 스며들어 관통하고 있으며, 법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속성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존
중과 보호로 집약된다고 보아도 좋겠다.97)
94)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강조는 첨가한 것임).
95) 이런 발상은 M. Neal, “Respect for Human Dignity as Substantive Basic Norm”, International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2014), 26-46면.
96) 이는 독일의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에 담겨 있는 사상이기도 하다. 라드브루흐는 “극도로 부정의한 법률은 애초부터 법으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불법공식을 제시하면서 그 구체 적인 기준으로 ‘정의의 핵심인 평등의 의도적 부정’을 든다. 이때 정의의 핵심으로서 평등은 법의 이인 칭적 관계 구조에 내재하는 동등한 인간 존엄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비슷한 견해로 M. Jovanović, “Legal Validity and Human Dignity: On Radbruch’s Formula”, in: W. Brugger and S. Kirste (eds.), Human Dignity as a Foundation of Law, Stuttgart, 2009, 145-167면 참조.
97) 예컨대 고문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근대법의 태도는 법과 인간 존엄성의 내적 관련성을 보여준다. 이에 관한 논의는 J. Waldron, “How Law Protect Dignity”, Cambridge Law Journal 71(1) (2012), 200-222면.
30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56
Ⅳ. 맺음말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경험을 통해 법에 부여해왔고 염원해왔던 중요하고 가치 있는
법의 속성들이 상당한 정도로 실현되기를 우리는 진정으로 바란다. 그래서 사회적 사실로서
의 법이 가지는 측면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연법론과 비실증주의를 향한 소망이 사라지지 않
고 여전히 우리 인류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법의 합리성 및 규범성과
이인칭적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법의 구조에 깊숙하게 삼투(滲透)되어 있는 도덕이
법과 심층적 연관관계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된 법과 도덕의 연관관
계는,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때 사회적 사실 요소와 함께 도덕적 요소도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는 ‘법과 도덕의 필연적 연관성 테제’를 우리로 하여금 새롭게 해석하게 하고 비실증주
의로 다가가게 한다. 공적 이성론의 문제의식을 수용하여 합리적 다원주의와 합리적 견해불
일치 상황에서의 비실증주의 토대를 내재적 구성주의 방법에 의거하여 찾을 수 있지는 않을
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논문투고일자: 2021. 8. 31 / 심사 및 수정일자: 2021. 9. 13 / 게재확정일자: 2021. 9. 24)
주제어 :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 법의 합리성, 이인칭 관점, 자연법
31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57
<참고문헌>
- 국내문헌
권경휘, “법의 규범적 성격에 관한 연구”, 법학논문집 36(1), 2012,
권경휘, “법을 행위의 근거로 삼는 이유에 관한 고찰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법철학연구 15 (3), 2012.
김도균, “한국 법체계에서 자연법론의 형성과 발전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하다”, 법철학연구 제11
권 제2호 (2008).
김도균, “공적 이성과 법적 논증”, 법철학연구 제24권 제2호 (2021).
드워킨, 로널드(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아카넷, 2004.
드워킨, 로널드(박경신 옮김), 정의론, 민음사, 2015.
드워킨, 로널드(이민열 옮김), 자유의 법, 미지북스, 2019.
머피, 리엄(이종철・김대근 옮김),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 글항아리, 2021.
박준석, “조셉 라즈의 권위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법철학연구 10(1) (2007).
박준석, “권위의 두 개념”, 법철학연구 10(2) (2007).
송성국, 규범적 테제로서의 법실증주의,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18.
이민열・김도균, 헌법논증이론, 한국방송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칸트, 임마누엘(백종현 옮김), 판단력 비판, 아카넷, 2009.
풀러, 론(박은정 옮김), 법의 도덕성,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 국외문헌
Alexy, R., The Argument From Injustice: A Reply to Legal Positivism, Oxford, 2002.
Alexy, R., “The Dual Nature of Law”, Ratio Juris 23 (2010).
Brink, D., “Legal Positivism and Natural Law Reconsidered”, The Monist 68 (1985).
Cornell, D. L., “Institutionalization of Meaning, Recollective Imagination and the Potential for
Transformative Legal Interpreta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136 (1988).
Darwall. S., The Second-Person Standpoint, Cambridge/Mass., 2006.
Darwall, S., “Law and the Second-Person Standpoint”, Loyola of Los Angeles Law Review 40 (3) (2007).
Daston, L. and Stolleis, M. (eds.), Natural Law and Laws of Nature in early Modern Europe:
Jurisprudence, Theology, Moral and Natural Philosophy, Ashgate, 2008.
Den Uyl, D. J. and Rasmussen, D. B., “Ethical Individualism, Natural Law, and the Primacy of Natural
Rights”, in: E. F. Paul, F. D. Miller, Jr., and J. Paul (eds.), Natural Law and Modern Moral
Philosophy, Cambridge, 2001.
Dworkin, R., “Law’s Ambitions for Itself”, University of Virginia Law Review 71 (1985).
Enoch, D., “Reason-Giving and the Law”, Oxford Studies in the Philosophy of Law 1 (2011).
Enoch, D. and Toh, K., “Legal as a Thick Concept”, in: W. Waluchow and S. Sciaraffa (eds.),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the Nature of Law, Oxford, 2013.
Flores, I. B., “The Problem about the Nature of Law vis-a-vis Legal Rationality Revisited: Towards an
32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58
Integrative Jurisprudence”, in: W. Waluchow and S. Sciaraffa (eds.),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the Nature of Law, Oxford, 2013.
Freeman, S., Rawls, London, 2007.
Gallie, W. B.,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s”, Proceedings of the Aristotelian Society 56 (1956).
Geroge, R. P., Making Men Moral, Oxford, 1993.
George, R. P., In Defense of Natural Law, Oxford, 1999.
Hart, H. L. A., The Concept of Law, second edition, Oxford, 1994.
Heath, J., “Political Egalitarianism”, Social Theory and Practice 34(4) (2008).
Himma, K. E., Coercion and the Nature of Law, Oxford, 2020.
Jovanović, M., “Legal Validity and Human Dignity: On Radbruch’s Formula”, in: W. Brugger and S. Kirste
(eds.), Human Dignity as a Foundation of Law, Stuttgart, 2009.
Kar, R. B., “Hart’s Response to Exclusive Legal Positivism”, Georgetown Law Journal 95 (2) (2007).
Kar, R. B., “The Second-Person Standpoint and the Law”, Illinois Public Law and Legal Theory Research
Papers Series No. 10-19 (2011).
Larmore, C.,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Princeton, 2020.
Marmor, A., Law in the Age of Pluralism, Oxford, 2007.
Marmor, A., Philosophy of Law, Princeton, 2011.
Murphy, L., What Makes Law, Cambridge, 2014.
Murphy, M. C.. “Natural law jurisprudence”, Legal Theory, 9(4) (2003).
Neal, M., “Respect for Human Dignity as Substantive Basic Norm”, International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2014.
Postema, G., “Integrity: Justice in Workclothes”, in J. Burley (ed.), Dworkin and His Critics: With Replies
by Dworkin. Blackwell, 2004.
Quong, ., Liberalism without Perfection, Oxford, 2011.
Raz, J., Ethics in the Public Domain, Oxford, 1994.
Raz, J., “The Problem of Authority: Revisiting the Service Conception”, Minnesota Law Review 90 (2006).
Schauer, F., “Necessity, Importance, and the Nature of Law”, J. F. Beltran et al. (eds.), Neutrality and
Theory of Law, Dordrecht, 2013.
Soper, P., “In Defense of Classical Natural Law in Legal Theory: Why Unjust Law Is No Law at All”,
Canadian Journal of Law and Jurisprudence 20(1) (2007).
Thompson, E. P., Whigs and Hunters: The Origins of Black Act, New York, 1976.
Trasher, J., “Agreeing to Disagree: Diversity, Political Contractualism, and the Open Society”, The Journal
of Politics 82 (3) (2020).
Waldron, J., “Normative (or Ethical) Positivism”, in: J. Coleman (ed.), Harts’ Postscript: Essays on the
Postscript to the Concept of Law, Oxford, 2001.
Waldron, J., “How Law Protect Dignity”, Cambridge Law Journal 71(1), 2012.
Wolfe, C., Natural Law Liberalism, Cambridge, 2006.
33페이지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59
<국문초록>
공적 이성과 자연법론
—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통한 자연법론의 재구성: 시론(試論) —
김 도 균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의 논쟁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의 논쟁이다. 법이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보편적 속성인 필요조건 속성에 종래의 논쟁이 주목해왔다면, 이제는 인류가 역
사적으로 법에 부여해왔고 소중하게 생각해 온 법 속성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글은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의 논쟁 지형을 새롭게 파악하고자 한다.
공적 이성론의 문제의식과 해법이 전통적인 자연법론의 견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를 다루면서 다원주의 사회에서 전통적 자연법론의 기획이 실패했다는 점을 제시하고, 공적
이성의 문제의식을 수용하여 자연법론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자연법론의 재
구성을 위해 자연법론과 비실증주의를 구별하고, 비실증주의를 상위 개념으로 놓은 후 자연
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와 비(非)자연법론 계열의 비실증주의로 나누어 공적 이성 비실증주
의를 후자의 비실증주의에 위치 짓는다. 그리고 공적 이성 비실증주의는 ‘법과 도덕의 필연
적 연관성’ 테제를 견지하지만 법에 내재한다고 평가되는 도덕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비
실증주의임을 해명하고 그 방법론으로 내재적 구성주의를 제안한다. 내재적 구성주의 방법
을 활용하여, 법이란 무엇인가의 물음에 답할 때 법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속성에 주목하자
는 발상과 법의 개념은 ‘두터운 개념’에 속한다는 발상을 결합한 후에, 이인칭 관점과 이인
칭 도덕성에 착안하여 법에 내재하는 도덕을 설명하고 정당화함으로써 공적 이성 비실증주
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법의 합리성 및 규범성과 이인칭적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
면 도덕과 법의 구조적 연관관계를 인정하게 된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법이 무엇인지를 정의
할 때 사회적 사실 요소와 함께 도덕적 요소도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는 ‘법과 도덕의 필연적
연관성 테제’는 이런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공적 이성 비
실증주의는 그런 해석 시도 중의 하나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34페이지
法學論叢 第38 輯 第3 號 60
Public Reason and Natural Law
Toward a ‘public reason’ non-positivism
Dokyun Kim*
98)
Contemporary debates about the nature of law often have focused and are still focusing on
the necessary and essential property of law. Can the characteristics that define or explain the
nature of law be merely descriptive, morally evaluative, or some combination of these? This
question is the main theme of legal positivism and natural law theory. Following F. Schauer,
this article tries to explore these important questions by arguing that an exclusive focus on
necessary features or properties of law leads to an impoverished picture of law, and instead
that our attention ought to be paid to important or valuable aspects of law. That is, we
should evaluate, justify, and ascribe moral importance and values to what we identify as law.
Then, it might be thought that such ideas and approach lead us directly to natural law
theory. However, it is obvious that the fact of reasonable pluralism and profound
disagreement regarding philosophy, ethics, religion and justice make the project of traditional
natural law theory impossible. Therefore, we should looking for an alternative non-positivism
which is compatible with the fact of reasonable pluralism. This article aims to combine
Rawls’s idea of public reason and the central tenets of non-positivism, and to develop a
‘public reason’ version of non-positivism. In elaborating normative foundations that build up
such a version, this article draws heavily on S. Darwall’s theory of second-person standpoint
and tries to interpret and construct immanent ideals and principles that are embodied, even if
imperfectly, in our legal practices and institutions.
Key Words: natural law, non-positivism, public reason, rationality of law, second-person
standpoint
- Professor, Seoul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