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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한국행정판례연구회 발족 40년을 기념하여-
1)김철용*
한국행정판례연구회가 1984년 10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한국사회과학도서관 강당에서 김도창 선생님께서 한국법률문화상
의 상금 중 희사하신 100만원을 연구회 기금으로 창립회원 21명의 발기
로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창립된 지 금년 10월 29일로 만 40년이 됩니다.
한국행정판례연구회 회칙은 제2조(목적)에서 “이 회는 행정판례의
연구를 통하여 법학계와 법조계 및 행정계의 교류를 꾀하고 행정법학과
행정실무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제4조(사업)에
서 “이 회는 제2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의 사업을 한다. 1.
연구발표회 및 학술강연회의 개최 2. 회지, 논문집 기타 도서의 간행 3.
국내외 연구단체와의 교류 4. 기타 필요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었
습니다. 2007년 4월 20일에 제정된 사단법인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정관
도 이 회칙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회지인 행정
판례연구 부록에 게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고하여 보면, 한국행정판례연구회는 지난 40년 동안 어려운 여
건에도 불구하고 행정판례의 연구를 통하여 행정법학과 행정실무의 발
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자긍할 수 있습니다. 1984년 21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연구회가 현재 약 500명으로 증가하고 있고, 연구발표회가 오늘
로 400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구회 참석하는 회원이 매월 45명 내지
- 한국행정판례연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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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으로 점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발전에는 역대 임원님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매우 컸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회의 초석을 놓으시고 지금은 작고하신 분들게 이 자리
를 빌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긍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의 과제입니다. 행정판례의 중요성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습니다. 우
리가 집중하여야 하는 것은 행정판례를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전진시
켜야 하는 일입니다. 아래에서는 우리 행정법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는 처분의 개념입니다. 처분의 개념에 관하여는 올해 7월 13일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80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김유환 교수의 “행정
법 이론체계상 처분 개념의 재조명-판례의 이론적 해명과 성문 개념
규정에 대한 비평-”이라는 근년에 보기 드문 묵직한 발표가 있었고,
정호경 교수의 이 발표에 관한 경청할만한 토론문이 있었습니다. 김유
환 교수의 발표의 요지는 대체로 ①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있는 처분등의 정의 중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
다)이라는 입법문언을 정리하여야 한다는 것(발표문 31쪽), ② 행정행위
개념과 처분 개념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발표문 9쪽), ③ 행정절차법과 행정기본법이 쟁송법상의 처분 개념을 그
대로 채용한 것이 입법상의 잘못이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중 ① ②에 관하여는 김유환 교수의 발표문 중 “1984년 행정쟁송법이
처분 개념을 광의로 규정한 취지는 소송요건 단계에서 처분 개념을 넓
게 해석하여 권리구제의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과 같은 불확정 개념을 새로운
처분 개념의 범위로 추가함으로써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밝힌 바와 같이 행정행위 개념과 처분 개념을 원칙적으로 동일시하면서
도 처분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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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5
정행위의 개념징표의 재해석을 통한 확장이며 다음으로는 예외적인 형
식적 행정행위의 인정을 통한 확장이라고 생각한다”(발표문 10쪽)에서
그 의도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③에 대하여는 행정행위의 실체를 가지
지 못하지만 국민권익의 필요에 의해 처분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에 대
해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 등의 이유이었습니다(발
표문 30쪽 이하). 이와 같은 발표에 대한 정호경 교수의 토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대법원의 판례 중 처분 개념을 넓
게 인정하는 판례 설시의 경우 판례 설시 내용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포함하는 설시로 볼 수 없는지에 대한 질문, ② 실체법 이
론들과 쟁송법 이론들의 일치를 주장하는 발표자의 견해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다만 이를 전통적인 행정행위 개념을 중심으로 관철하는
것이 가능하고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의문, ③ 행정소송법과 행
정절차법, 행정기본법의 처분의 정의에 관한 문언이 동일하다고 해서 3
법의 처분 개념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입법에 참여한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약간의 코멘트를 붙여 보겠
습니다. 먼저 ①에 대한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연방 행정절차법 제35조에 행정행위의 개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행정재판소법에는 행정행위의 개념 규정이 없습니다. 우리 법무부 법무
자문위원회 공법연구 특별분과위원회는 행정소송법 초안을 작성하면서
당시에는 행정절차법이 없었기 때문에 처분의 정의 규정을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초안작성소위원회와 행정심판법 초안작성소
위원회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만(김철용, 「행정심판초안 작성 당시의 기록」,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법제처, 행정심판 20년사, 2005년 12월 발간 177쪽 이하
참조), 처음부터 모두 처분 개념을 광의로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전체회
의에서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안이 제안되었지만, 어느 안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하고 구체적인
개념 요소는 판결에 맡기자는 결론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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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일부에서는 처분 개념을 협의로 정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
습니다. 위 김유환 교수의 소론이 이들 주장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
주장의 바탕은 비슷합니다.
필자는 행정소송법에서 처분의 개념을 확정한 이상 법원이 입법에
따라 광의의 처분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법 전문가들 조차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여부에 자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예를 들
어, 언어재활사시험시행계획공고처분취소의 소. 제1심 서울행정법원 2023.6.22.
선고 2022구합77163 판결, 제2심 서울고등법원[제3행정부] 2024.6.27. 선고 2023
누49815 판결). 불확정 개념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의 구성 요
소를 하나씩 하나씩 밝혀내어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자들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구태여 역시 불확정 개념인 형식적 행정행위론을
끌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행정소송법 시행 40년 동안 법원도 지나치
게 소극적이었고, 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행정판례연구
에서 이에 관한 논구를 한 글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행정행위와
처분의 개념이 다르다고 하는 경우, 차이에서 오는 틈(Abstand)의 문제
가 발생하게 됩니다(법률상 이익과 사실상 이익, 공식 행정활동과 비공식 행
정활동에 한정되지 아니 합니다). 이를 메우는 작업을 위해서도 법원과
학자들이 힘을 합하여야 합니다. ②를 보겠습니다. 용어의 문제입니
다. 우리는 그동안 행정행위와 처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학설에서
일원설을 실체법적 개념설, 이원설을 쟁송법적 개념설이라고 하여, 실
체법과 쟁송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대비하여 왔습니다. 이와 같은
대비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실체법과 쟁송법이라는 개념을 대
비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
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Johannes Buchheim 교수와 같이 현재의 행정
법 질서의 이메지(ein Bild)를 ‘여러 가지 실체법 규정과 절차법 규정이
복잡하게 섞여 엉클어져 있는 상태(ein Komplexes Ineinander)’로 본다
면(Aktionenrechtliches Denken im Verwaltungsrecht, Die Verwaltung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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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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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법, 행정소송법이 처분이라는 동일한 개념을 채택한 것이 입법상의
잘못이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3법이 같은 처분의 개념을 사
용하는 실익은 크다고 봅니다. 처분의 개념이 갖는 기능 때문입니다. 그
러나 처분의 정의에 관한 문언이 동일하다고 해서 처분의 개념이 동일
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
다. 행정법에 있어서 경직된 사고의 결과인 이원론의 극복을 위해서도
입법자의 의사를 과도하게 벗어나지 아니하는 법위 내에서의 유연한 법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행정소송 제도 개혁입니다. 이에 관하여는 올해 9월 6일
“행정소송법 개정의 시대적 사명과 과제”를 주제로 한국공법학회와 대
법원 헌법·행정법연구회가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김유환 교수, 서보
국 교수, 이희준 판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여러 행정소송법의 개정 쟁
점이 논의되었으나, 여기서는 행정소송의 종류 중 의무이행소송과 예방
적 부작위소송(이하 무명항고소송이라 한다)의 도입 문제, 행정입법을 항고
소송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만 간단히 논급하기로 하겠습
니다. 먼저 무명항고소송의 도입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학계와 실무계가 도입에 의견이 일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행정소송법 개정안, 법무부의 행정소송법 개정
안이 모두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희준 판사는 행정소송
이 정치·정책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위 공동학술대회 자료집 71쪽 이하). 김유환 교수는 “소송의 종류에 관한
한 그것이 헌법질서와 권력분립의 구도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면 법원
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고 굳이 입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견해,
“이러한 관점에서 항고소송의 종류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4조의 규정은
예시규정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 “소송유형과 관련된 소송제도의
개혁은 법개정 없이 지금도 가능하다”는 견해 등을 밝히고 있습니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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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18쪽 이하). 올해 3월 22일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이라는 주
제로 행한 대한변호사협회·한국행정법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최계영 교
수의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이라는 주제의 발표
가 있었습니다. 이 발표에서 최 교수의 절규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
은 점은 각각의 쟁점에 대해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지 않은 것보다는 도입되는 것이 낫다는 것’(자료집 51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입되기 전까지 손 놓고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필자는 오
래 전부터 필자의 교과서 행정법에서 “실효성 있고 빈틈없는 권리보호
의 요청은 입법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행정
소송법의 개정과 같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석론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13판
639쪽). 판결에 의한 점진적인 해석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학계의
뒤받침이 필요합니다. 행정판례연구에서는 이러한 뒷받침을 찾기 어렵
습니다. 다음엔 행정입법을 항고소송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보기
로 하겠습니다. 공동학술대회에서 행정소송 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행정
입법을 항고소송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논의되었습니다. 이 문제
는 1984년 행정소송법 개정 시안 작성 당시부터 논의가 있었습니다. 가
장 먼저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소송유형이었습니다. 독일의 행정
소송과 같이 소송의 대상에 따라 소송유형을 구별하자는 안이 제기되었
으나, 국민에게 익숙한 항고소송과 당사자소송으로 하자는 안이 우세하
여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처분의 개념 속에 행정입법을 포함하는
광의의 처분 개념으로 정의하는 의견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정의는 당
시의 행정법 도그마틱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일부
학자들의 반대로 초안의 처분 정의에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라
는 문구가 삽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행정입법을 항고소송에 포함시
키는 논의가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2002년 4월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정작업을 추진하여 마련한 행정소송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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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9
안 제2장 제6절에 명령등의 취소소송의 특례를 신설한 것, 2004년 10월
28일 이 개정안 공청회에서의 박정훈 교수의 주제 발표와 홍준형 교수
의 지정 토론 및 김남철 교수의 ‘법규명령에 대한 항고소송의 문제점-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중심으로-’(공법학연구 제6권 제1호, 214-243)라는
기고 논문 등이 있었습니다. 2019년 사회와 행정의 민주화와 함께 행정
입법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강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현대사회에 걸맞는 통제제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 의식 아래 행
정소송법의 개정으로 직접적 통제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선정원 교수
의 비교법적 고찰을 포함하는 방대한 논문이 출간되었습니다(행정법의
작용형식, 477-590). 2021년 12월 17일 “행정과 행정소송-행정소송법
전면개정을 기대하며-”라는 주제로 한국행정법학회 제50회 정기학술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박현정 교수는 ‘항고소송의 소송
유형과 대상적격 개선방안’이라는 제1주제 발제를 하였습니다. 주지하
는 바와 같이 행정의 행위형식의 주요한 일부를 이루는 행정입법에 대
하여 행정소송이 아니라 헌법소원이 일차적 직접적 구제 수단이 되어
있습니다. 사법 행정통제 내지 사법적 행정구제 수단을 개선하는 경우
문제는 그 방법입니다. 이에 대하여 박현정 교수는 “그 방법으로는 독
일의 행정소송과 같이 소송의 대상에 따라 소송유형을 구별하여 강학상
행정행위를 항고소송으로, 행정입법은 이른바 규범통제소송으로 다투
고, 사실행위에 대하여는 당사자소송을 활용하자는 견해도 있다”고 전
제한 다음, 사실행위와 행정입법 등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포함되도록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을 확대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
습니다. 이와 같은 긍정적 견해와는 달리 부정적 견해도 있습니다. 예컨
대, 위 대법원 행정소송법 개정안에 대하여 이 개정안이 프랑스법적 시
각에 기울어져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통해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독
일 행정법학적인 전통을 생소한 프랑스법적인 제도로 바꾸는 것이 진실
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습니다(석종현, 행정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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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行政判例硏究ⅩⅩⅨ-2(2024)
개정시안에 대한 의견, 법률신문, 토론광장, 2004.12.13.(http://Lawtimes.co.kr)).
법도그마틱은 입법에 영향을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법도그마틱이 입법
의 개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입법의 개혁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입법
에 맞추어 새로운 법도그마틱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셋째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이유제시의 내용과 정도입니
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겠습니다. 행정절차법 제정 이전의 판결
에는 처분요건을 되풀이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추상적인 것만으로는 불
충분하고 상대방에게 처분근거· 이유가 이해될 수 있고 권리구제를 강
구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 상세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시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 1984.7.10. 선고 82누551 판결은 “허
가의 취소처분에는 그 근거가 되는 법령과 처분을 받은 자가 어떠한 위
반사실에 대하여 당해 처분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위 법령에
해당하는 사실의 적시를 요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사실의 적시를 흠
결한 하자는 그 처분 후 적시되어도 이에 의하여 치유될 수 없다”고 판
시하였고, 대법원 1990.9.11. 선고 90누1786 판결은 “면허의 취소처분
에는 그 근거가 되는 법령이나 취소권 유보의 부관 등을 명시하여야 함
은 물론 처분을 받은 자가 어떠한 위반사실에 대하여 당해 처분이 있었
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하며, 이와 같은 취소
처분의 근거와 위반사실의 적시를 빠뜨린 하자는 피처분자가 처분 당시
그 취지를 알고 있었다거나 그 후 알게 되었다 하여도 치유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행정절차법 제정 이후의 판결을 보
면, 대법원 2002.5.17. 선고 2000두8912 판결은 “거부처분에 관하여 일
반적으로 당사자가 근거규정 등을 명시하여 신청하는 인허가 등을 거부
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당해 처분의 근거 및 이유를 구체적 조항 및
내용까지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7두2036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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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11
은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
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
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2007두20362 판결에 이어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이 흡사 철칙의 법리인양 주조물(鑄造物)처럼 글자 하
나 틀리지 않게 위 2007두20362 판결의 판시를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대법 2009.12.10. 선고 2007두20348 판결, 대법 2009.12.10. 선고 2007두20362
판결, 대법 2009.12.10. 선고 2007두21945 판결, 대법 2009.12.24. 선고 2007두
20089 판결, 대법 2012.6.28. 선고 2012두3019 판결, 대법 2013,11.14. 선고 2011
두18571 판결, 대법 2015.7.23. 선고 2015두912 판결, 대법 2015.9.10. 선고 2015
두2024 판결, 대법 2016.11.9. 선고 2016두45578 판결, 대법 2019.1.31. 선고
2016두64975 판결, 대법 2019.1.31. 선고 2016두65718 판결, 대법 2019.1.31. 선
고 2016두65725 판결, 대법 2019.12.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대법 2020.6.11.
선고 2019두49359 판결, 대법 2021.7.8. 선고 2017두74818 판결 등). 대법원이
헌법상 적법절차의 중요 요소의 하나이고, 이를 명문화한 행정절차법
제23조 및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의2를 형해화(形骸化)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이들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평석이 2007두
20362 판결에 대한 평석 1건(노경필, 최근 행정판례의 주요 동향, 법제도 선
진화를 위한 공법적 과제(2010.6.25. 개최된 한국공법학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
학술대회) 자료집, 533쪽)을 제외하고 거의 전무(全無)하다는 점입니다. 한
국행정판례연구회의 기관지인 행정판례연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과 독일의 경우를 간단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이유제시의 정도
에 관한 판례에 관하여 김성배 교수는 연방행정절차법 제정 이후의 판
례들(Overton Park 사건, State Farm 보험사 사건, Fox 방송국 사건)이 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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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은 충분한 이유제시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법원은 충분한 이유제시
가 있었는지를 구체적 사례에서 사례별로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Overton Park 사건에서는 하급심이 교통부의 자금지원결정
이 적법하다고 판시한 판단을 연방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더 상세한 기록들을 보충하도록 판시하였다는 점, State Farm 보험사
사건에서는 연방고속도로안전국이 차량제조회사가 자동 안전벨트 또는
에어백을 차량에 선택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기존의 행정규제를 폐기
한 결정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연방고속도로안전국이 가
능한 대안들을 검토하지 못했으며, 규제비용과 효과를 부적절하게 비교
형량했으며 행정규제변경에 참고한 적절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도
못하였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작동하는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과 같은
안전장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규제를 폐지해야 하는 것에 근거를 제
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교통안전국의 결정은 자의적이고 변덕적인 것
이 되어 위법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는 점, Fox방송국 사건에서는 연방
방송위원회가 행한 정책변경과 행정조치변경결정을 하면서 제시된 이
유제시의 정도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의 의견이 나뉘어졌는데, 다수의견
은 연방행정절차법의 어떤 규정도 선례도 모든 행정기관의 정책변경이
면밀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방송위원회가 제시한 이유들이 행정기관이 제공해야 할 이유의 모델이
될 정도로 자세하고 상세하거나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것이라는
별개의견을 포함해서 강화된 이유제시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음에 반하
여, 소수의견을 제시한 4명의 대법관은 행정기관이 기존정책과 집행을
변경할 때는 강화된 이유제시와 설명의무(a higher burden of explanation)
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김철용 편,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342-368쪽). 독일의 이유제시의 정도에 관한 판례에 관하여 계
인국 교수는 연방행정절차법 제39조 제1항의 제1문과 제2문에 대해서
는 법문의 내용과 기준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제3문에 대해서 “기속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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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13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량행위에서도 결정에 중요한 사실관계가 설명
되어야 하며 규범적 결정근거, 즉 어떤 사실관계에 기인하여 어떤 법적
판단기준을 적용하였는지 논증되어야 한다. 재량에 특수한 이유제시요
소는 모두 나타나야 하는 것이지, 사안과의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는 형
식적인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행정청은 결정을 내림에 있
어 그에게 재량의 여지가 주어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표명해야
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유제시에서는 행정청이 재량의 한계를 인지
했으며, 그의 재량이 법 제40조의 기준에 따라 수권의 목적에 상응하게
행사되고 법률상 재량의 한계를 준수하였다는 것을 밝혀야만 한다. 재
량의 여지가 넓어질수록 이유제시는 더 상세해져야만 한다. 또한 행정
청이 재량행사에 있어 당사자의 이익을 고려하고 형량을 했는지도 이유
제시에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또한 이유제시는 행정청이 재량을 행
사함에 목적이 된 관점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들이 평
가되고 특히 우선시된 관점을 조사함으로써 평가기준이 설명되고 또 정
당화되어야 한다.” 등 판결의 판시사항을 출처를 밝혀 소개하고, 정리에
서 “독일의 판례에서 나타나는 이유제시의 내용과 정도는 이유제시의
최대화가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
다고 행정청의 이유제시의무를 행정청의 책임한정을 위한 기준 정도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법상 이유제시의
무는 그의 중요한 목표와 기능을 분명 권리구제에 두고 있으나, 권리구
제의 성패만이 아니라 행정절차의 정당하고 적정한 진행 자체도 염두
에 두고 있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이상 김철용 편, 행정절차와 행
정소송, 369-391쪽 요약). 여기서 최근 Eberhard Schmidt-Aßmann과
Ann-Katrin Kaufhold가 공동 집필한 글을 보면 독일의 일관성 없었던
절차 철학(keine einheitliche Verfahrensphilosophie)과 하자론이 유럽 공통
의 절차 철학과 하자론으로 접근해가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
치되어 이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Konvergenzen zunehmen) 보입니다(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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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行政判例硏究ⅩⅩⅨ-2(2024)
Verfahrensgedanke im deutschen und europäischen Verwaltungsrecht, in:
Voßkuhle·Eifert·Möllers, Grundlagen des Verwaltungsrechts, Band Ⅱ, 3.
Auflage, S.15 참조). 여기에는 이유제시의 흠도 포함됩니다. 앞에서 본 미
국의 이유제시의 정도와 독일의 이유제시의 정도도 접근할 것으로 보입
니다. 어떻든 간에, 앞에서 본 현재의 행정법 질서의 모습을 여러 가지
실체법과 절차법 규정이 복잡하게 섞여 엉클어져 있는 상태(ein
Komplexes Ineinander)로 보는 시각에 선다고 한다면, 어떤 규정을 실체
법적인 것으로 보느냐 절차법적인 것으로 보느냐, 나아가 실체법적 하
자로 보느냐 절차법적 하자로 보느냐를 구별함에 있어 주목해야 할 점
은 규율 대상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선택된 규범화의 기법(die
gewählte Normierungstechnik)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정절차법
상의 행정청의 이유제시 의무 규정은 실체법과 절차법의 교차점에 있습
니다. 행정청의 올바른 실체적 판단 즉 행정청의 올바른 법해석·사실인
정·법적용을 확보하려는 이유제시의 본래의 기능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이유제시의 정도는 개별 사례에 따른 구체적인 설시(說示)이어야지 주조
물처럼 판에 박힌 설시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행정판례연구에서 판결
논지에 찬성이든 반대이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행정판례연구가 행하는 활발한 행정 판례의 분석이 행정
법학이 아직 체계화하지 하지 못한 부분이나 기존 이론체계에서 제자리
를 차지 못해 해명되지 않은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부상시켜 새
로운 사고의 틀을 정립시키는 전제가 되며, 나아가 새로운 법규범 창조
의 가능성에 길을 터놓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한국행정판례연구회가 매월 행하는 월례발표회의 주제는
두 판례입니다. 그런데 필자의 월례발표회 참석 경험에 의하면 첫째
선정된 판례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경과하여
둘째 판례 주제의 발표와 토론이 시간에 쫓겨 소흘하게 끝내는 경우
가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참석 회원들이 모두 기탄없이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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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회고와 과제 15
쟁점에 과하여 의견을 나누는 토론 문화가 한국행정판례연구회만이라
도 정착될 수 있도록 월례발표회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