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은 사명을 다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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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행정법연구 제63호 2020년 11월 Korea Administrative Law and Practice Association Administrative Law Journal Vol. 63, November 2020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은 사명을 다하였는가*
1)
이 은 상**
국문초록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려면,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국민에게 있어
야 한다.”고 판시하여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유력한 학설은 원고에게 신청권이 있는지 여부는 원고적격 요소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대상적격과 원고적격을 혼동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명문의 규정에 없는 ‘신청권’을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 요구함으로써 국민의 권익구제를 축소제약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 국민의 ‘신청’이 전제되
지 않은 행정청의 거부행위는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행정사건전담법관이 다른 국가
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계로 행정법원에서 가능한 사건처리 능력을 고려한다면, ‘남소(濫
訴) 방지의 필요성’을 개별당사자의 주관적구체적 사정을 심리해야 하는 원고적격 단계보다
는 앞선 관계법령의 객관적 해석 차원인 대상적격 단계에서 미리 확보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수긍이 된다. 그러나 관계법령의 해석을 통해 신청권이 도출되기는 어렵지만 원고의 개별적 사
정을 고려하여 권익구제의 필요성이 있음을 이유로 ‘조리상 신청권’을 인정하여 거부처분의 대
상적격을 확대하는 대법원 판례는, 인정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조리’를 내세운다는 문제점과
함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의 구분을 혼동시키고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대법원 판례에서 조리상 신청권을 쉽게 내세우기보다는, 관계법령의 범
위 확대와 합리적 해석을 통한 신청권의 적극적 해석이 요청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정된
행정영역에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했던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개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진지하게 재검토를 할 것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입
법부에서도 개별법에서 국민에게 행정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 요건을 명확히 함으
로써 선제적실질적으로 권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태도가 변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주제어: 거부처분, 신청권, 신청, 조리, 조리상 신청권, 법규상 신청권, 대상적격, 원고적격
- 본고는 2020. 7. 11. (토)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6회 정기학술발표회 뺷거부처분의 법적 쟁점뺸제1 세션에서 필자가 발표한 동일 제목의 발표문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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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66
목 차
. 머리말
.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관한 논의의 전개
.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대한 분석과 이해
.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에 대한 평가와 전망
. 맺음말
Ⅰ. 머리말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도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
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려면,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1)라고 판시하여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
구하고 있다.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신청 거부결
정 취소사건에서 ‘신청권’ 개념을 도입2)한 이래로, 이후 ‘조리상 신청권’을 확대하여 인정
하면서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을 넓혀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거부처분에서 신청권을 대상적격
의 요건으로 보는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비판을 하는 학설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거분처분에서 신청권이 가지는 의미를 검토한다. 다만, 거부처분의 인정요건
으로서 신청권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여 이론적실무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Ⅱ.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관한 논의의 전개
- 대법원 판례의 전개
1) 예를 들어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 판결 등 참조. 2)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이 도입된 최초의 판례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신청 거부에 관한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누227 판결이다[김종보, “도시계획변경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 제11호(2004. 5.), 제259면;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 기), 법원도서관, 제172면;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 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제431면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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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 개념의 최초 도입
1) 최초 판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도입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신
청을 거부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누227 판결이다. 해당 판례에서는
도시계획 영역에서의 계획변경신청을 부정하는 논리로서 ‘신청권’을 도입했던 것인데, 그
후 도시계획 분야를 넘어서서 거부처분 일반에 대하여 그 판시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
다.
위 84누227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
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는 바, 도시계획법상 주민이 도시계획 및
그 변경에 대하여 어떤 신청을 할 수 있음에 관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과 같이 장기성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에 있어서는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에게 일일이 그 계획의 변경을 청구할 권리
를 인정해 줄 수도 없는 이치이므로 도시계획시설변경신청을 불허한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 밑줄과 굵은 글씨, 번호는 필자가 추가함
2) 신청권 도입 배경의 추론
위와 같이 행정청의 거부결정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해 신청권을 요건으로 판시
하게 된 배경이나 경위는 명확하지 않다.3) 다만, 위 84누227 판결의 판시사항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해설4)을 통해서 몇 가지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국민이 신청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이를 거부하는 결정을 하였더라도 그러
한 거부결정이 모두 행정처분인 ‘거부처분’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으
로 보인다.5) 거부처분은 ‘소극적 처분’이라는 특성상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거부
3)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법리는 1960년대부터 집적된 일본의 판례와 이를 정리한 일본 의 학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견해로는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 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제432면 참조. 실제로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 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72면에서는 신청권의 침해나 신 청인의 법적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우 등과 관련한 일본의 판례와 학설을 들고 있다. 4)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67-1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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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하더라도 형식상으로는 신청 전의 법률상태가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6) 신청인의
현재 법상태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다만 위 행정
청의 거부가 결과적으로 신청인의 신청권을 침해하거나 그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거부처분성을 인정하고자 하여,7) 애초부터 신청권이 없는 경우나, 신청에 관하여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이익이 없는 때에는 그 신청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거부처분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8)
둘째로, 위 84누227 판결이 선고될 당시는 행정소송법의 1984. 12. 15.자 전면개정이 있
기 전이어서 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거부처분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다.9)
위 판결 당시 시행되던 구 행정소송법(1963. 5. 2. 법률 제1339호로 개정되고 1984. 12.
- 법률 제3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와는 달
리 ‘처분’의 개념 정의, 특히 ‘거부처분’(공권력의 거부)에 관한 근거가 될 만한 규정을 두
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위 84누227 판결은 거부처분의 개념을 선언하고, 그 개념에 따라
일정한 범위에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과 그렇지 않은 단순한 거부결정을 구분
하는 법리를 전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셋째로, 도시계획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지역주민의 계획변경 요구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를 일반적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에서 배제할 법리적 근거가 필요했고, 이에 신청권 개
념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위 84누227 판결요지에서 “도시계획과 같이 장기성 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에 있어서는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
5)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71면 참조. 6) 백윤기, “거부처분의 처분성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뺷행정법연구뺸제1호(1997. 6.), 제220면 참조. 7)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72면 참조. 8)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72면 참조. 이러한 신청권의 법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소송상의 신청에 대하여 ‘신청권에 의거한 신 청’과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서의 신청’을 구별하여 전자의 신청에 대하여는 법원이 거부하 는 재판을 한 경우에 항고하여 이를 다툴 수 있으나, 신청권이 없는 후자의 신청을 한 경우에는 법 원이 이에 대하여 응답할 필요가 없고 가사 명시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더라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신청권의 존부에 따라 응답할 의무 여부와 불복 가능성 여부가 좌우된 다는 법리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인 신청권에서도 일맥상통하게 적용된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는 견해로는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4호 (2005. 10.), 제432-433면. 9) 같은 취지에서 김중권,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인정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뺷행정판례 연구뺸 (2005), 행정판례연구회, 제51면에서도 “동 판결이 행정소송법 전면개정(1984. 12. 15.) 이 전에 내려졌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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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지역주민에게 일일이 그 계획의 변경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해 줄 수도 없는 이치이므
로”라고 판시한 부분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도시계획의 영역에서 도시계획의 변
경신청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신청권 요건을 통해 ‘남소
(濫訴)를 방지할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원고의 이익상황을 구체
적 직접적 현재적으로 고려하는 원고적격의 판단10)과는 결이 다르고, 처분의 개념요소로
서 다루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 ‘부작위’의 개념을 구성하는 ‘신청(권)’에 대응하여 거부처
분 취소소송에서의 대상적격을 인정하기 위해 위와 같은 신청권 이론이 마찬가지로 도입된
것은 아닌지 착안해 볼 수도 있겠으나, 그와 같이 보기는 어렵다. 위 84누227 판결이 선고
될 당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1984. 12. 15. 행정소송법 전면개정이 있기 이전이어서 행정
소송법에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이 명문으로 규정되기 전이었고, 당시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 ‘부작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11)
나. 신청권을 중심으로 한 거부처분 인정요건의 공고화
1) 거부처분 인정요건에 관한 판례 공식의 성립
위 84누227 판결을 통해 도입된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이론은 그 후 대법
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 판결12)을 통하여 아래와 같은 요건이 추가되면서 거부처
10) 박정훈, “취소소송의 성질과 처분개념”,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2006), 제177면에서는 행정소송의 원고적격과 권리보호필요성 단계에서는 원고의 이익상황이 구체적 직접적 현재적으로 고려되는 반면, 대상적격은 객관적 외형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11) 김형덕, “부작위위법확인소송”, 뺷순천대학교논문집(인문사회과학편)뺸제7집(1988), 제62면에서는 부 작위위법확인소송은 구 행정소송법(1984년 전면개정 전의 것) 하에서 법문상은 물론 판례상으로도 인정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부작위위법확인소송 제도는 종전의 소송법에 대한 현행 행정소송법 의 개선적 측면의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 부작위의 개념요소를 구 성하는 ‘신청권’이라는 개념은 판례의 해석을 통해 거부처분의 개념요소로 인정되었다고 보는 견해 로는 김종보, “도시계획변경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1호(2004. 5.), 제259면 참조.
12) 위 96누14036 판결은 종래 84누227 판결에 비하여 아래 판결요지의 , 의 요건이 추가되었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이와 같이 의 신청권의 존재에 덧붙여 , 의 요건을 추가한 것에 대하여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의 정의에 의거하는 듯한 요건을 추가했다는 취지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 의 요건은 신청행위가 처분성을 충족하면 그 거부행위는 당연히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을 가 져온다는 점에서 양 요건은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위 요건들을 추가하더라도 현 행법상의 처분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로는 김중권, “국토이 용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인정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뺷행정판례연구뺸 (2005), 행정판례연구 회, 제5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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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70
분성이 인정되기 위한 3개 요건에 관한 판례 이론이 하나의 ‘공식’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
게 된다.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
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
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
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만 한다.”
- 밑줄과 굵은 글씨, 번호는 필자가 추가함
2) 최근까지 판례 공식의 유지
이와 같은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에 관한 판례 공식은 비교적 최근의 대법원 판례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두2945 판결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신청한 행위가 공
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
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국민에게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
청권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 판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 조리상 신청권의 확대 경향
앞서 본 바와 같이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추가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대상
적격이 좁게 인정되어 국민의 권익구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
서 대법원은 점차 ‘조리상 신청권’의 인정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해왔다.13) 대표적인 사
안으로는 국립대학교 교원에 대한 재임용신청 사건에서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
료된 국 공립대학의 조교수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
13) 같은 취지에서 최근의 대법원 판례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조리상의 신청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견해로는 노경필, “불가쟁력 이 발생한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68호 (2007), 제421면 참조. 조리상의 신청권을 인정하여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을 넓히는 판례를 2005년 도분까지 정리한 것으로는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 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434-43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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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
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니, 임용권자가 임용기간이 만료된 조교수에 대하여 재임용을
거부하는 취지로 한 임용기간만료 통지는 위와 같은 대학교원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14) 국민의 권익
구제를 위하여 처분성을 넓히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판례의 변화에 대해서는
학설상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15)
라. 신청권 요소를 언급하지 않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등장
최근 대법원에서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 ‘거부처분’과 ‘부작
위’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선언함에 있어서, 종래의 위 84누227 판결 이래로 공고해져 온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에 관한 판례 공식에서 탈피하여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각호의 법문
(法文)에 충실하게 판시를 하고 있는 판결례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8. 9.
- 선고 2017두47465 판결에서는 “행정소송법상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대상인 ‘거부처분’
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
는 행정작용’, 즉 적극적 처분의 발급을 구하는 신청에 대하여 그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
겠다고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인 ‘부작위’란 ‘행정청이 당사
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라고 판시함으로써
거부처분과 부작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종래의 판례 공
식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다분히 의도적 의식적인 판시 태도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은 아직까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식으로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이론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는 없다.
- 학설의 비판
가. 신청권을 둘러싼 견해 대립
1) 신청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
14)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판결
15)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 (2006), 제87면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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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72
대법원 판례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학설의 비판16)
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대상적격과 원고적격의 혼동] 대법원 판례가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요건으로서 신청
권을 드는 것은 원고적격의 요건을 대상적격에 연계전이(轉移)시킨 것으로써, 취소소
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양자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소송법 명문에 없는 신청권 요건의 도입]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공
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로만 규정할 뿐 거부처분의 정의에서 신청권을 별도로 규
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현행법의 명문과 달리 대법원 판례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
로서 신청권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거부처분 개념의 축소에 따른 권익구제 제약]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대상적격의 요건
으로 ‘신청권’을 둠으로써 거부처분의 개념을 부당히 제한하거나 부정하여 국민의 권
익구제가 축소제약된다.
특히 의 견해는, 신청권의 존재는 원고적격의 문제나 본안에서의 권리침해의 문제에
해당함에도 대상적격 요소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이론 체계상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17)
16) 비판적 견해로는 김남진, 뺷행정법1뺸, 법문사(1998), 제787면;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2006), 제86-89면; 박정훈, “행정소송법 개정의 기본방향-행정소송의 구조 종류 대상을 중심으로-”, 뺷현대공법학의 과제: 청담최송화교수 화갑기념 논문집뺸, 박영사(2002), 제670면; 이상규, 뺷행정소송법뺸, 법문사(1997), 제316면; 이원우, “항고소송의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확대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방안”, 뺷행정법연구뺸제8호 (2002.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4면; 홍정선, 뺷행정법원론(상)뺸, 박영사(2003), 제714면; 홍준형, “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뺷행정판례연구뺸 (2003), 행정판례연구회, 제99면 등 참조.
17) 김중권,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인정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뺷행정판례연구뺸 (2005), 행정판례연구회, 제49면 이하;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 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2006), 제86면 이하; 홍준형, “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 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뺷행정판례연구뺸 (2003), 행정판례연구회, 제99-100면; 이원 우, “항고소송의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확대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방안”, 뺷행정법연구뺸 제8호(2002.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3면 등 참조. 특히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 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2006), 제81-86면에서는 독일에서 의 무이행소송이 도입되기 전에 인정되었던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관한 이론 및 판례와 의무이행소송 도입 이후 원고적격 요건으로서의 ‘계쟁 행정행위의 발급을 구하는 청구권(즉, 실체적 청구권)이 인 정될 가능성이 있거나 최소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살펴보면서, 이것이 우리나라의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의 요건으로 전이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 원우, “항고소송의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확대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방안”, 뺷행정법연구뺸 제8호(2002.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3-254면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신청권을 거부처분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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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적격 단계에서 획일적인 기준으로 처분성을 부정하거나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국민
의 권익구제를 과도하게 축소하거나 제한한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청권 요건을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요소에서 배제해야 된다는 학
설의 견해는 (1) 먼저,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판단 단계에서는 행정청이 원고가 신청한 적
극적 처분을 거부하면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 자체만으로도 바로 거부처분이 성립되
는 것으로 보고,18) (2)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의 존부는 객관적 외형적 판단에 해당되
는 대상적격의 단계에서보다는 사안의 개별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원고적격’이나
‘협의의 소의 이익’의 단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19) 다만, 이 견해는 신청권의 개념
을 단지 대상적격 요소에서 들어낸 후 원고적격이나 협의의 소익 단계로 이동하여 그대로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신청권으로서의 ‘(계쟁처분의 발급을 구하는) 실체적 청구권’ 내
지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라는 ‘권리’ 요건을 대상적격이나 원고적격 단계에서 모두 포
기하되, 그대신 원고적격 단계에서 원고가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개별적 직
접적 구체적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다.20) 따라서 위 견해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있어서 국민의 추상적 신청권은 처분성이든 원고적격이든 어느 곳에서도 특별
히 요구되는 요건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21)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있어서 남소의 우려는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단계의 판단에서 방지될 수 있
을 것이고,22) 최종적으로 원고에게 그와 같은 적극적 처분을 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본안판단에서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요건으로 요구함으로써 현행법상 아무런 근거도 없이 처분의 개념을 축소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판 례에서의 신청권이 ‘추상적 신청권’이라 하더라도 이 역시 행정소송법에서 규정하지도 않는 추상적 신청권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추상적 신청권은 결국 신청인의 추상적 ‘자격’의 문제로서 원고적격이나 본안판단 사항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례를 비판하고 있다.
18) 박정훈, “행정소송법 개정의 주요쟁점”, 뺷공법연구뺸제31집 제3호(2003), 한국공법학회, 제94면 참조.
19)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 (2006), 제86-87면;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 제14호(2005. 1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437면 등 참조.
20)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 (2006), 제87면 참조.
21) 이원우, “항고소송의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확대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방안”, 뺷행정법연구뺸 제8호(2002.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4면 참조.
22) 이원우, “항고소송의 원고적격과 협의의 소의 이익 확대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방안”, 뺷행정법연구뺸 제8호(2002. 8.),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54면에서는 당해 거부처분과 원고의 침해된 법률상 이익 사이에 구체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원고적격의 요건인 ‘법 률상 이익’에 관한 학설의 대립과 무관하게) 남소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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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청권 개념을 옹호하는 견해
반대로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도 있
다. 이 견해는, 대법원 판례는 행정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어떤 법규가 구체적인 사건
에서 그 행위 발동요건을 갖추었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그 법규 자체로 행정의무에 대응하
는 일반국민의 신청을 허용하는가를 살펴 이것이 긍정되는 경우에만 신청거부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23) 또한 원고적격은 개별적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
는 반면 처분성 문제는 개별 당사자와는 관계없이 관계법령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는 행정
청의 의무사항을 일반국민이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어서 원고적격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므로 거부처분의 신청권은 처분성의 문제라고 한다.24) 즉, 위와 같은 대상적
격 요소로서 신청권을 인정하는 판례에 비판적인 견해는 판례가 말하는 신청권의 의미를
오해한 것으로, 거부처분의 요건으로서의 신청권은 구체적 사건에서 신청인이 누구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관련 법규의 해석에 의해 ‘추상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신청한 처분의 인
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이
다(소위 ‘추상적 신청권’ 이론).25)
나. 조리상 신청권 확대를 통해 거부처분을 확장하는 판례에 대한 비판
조리상 신청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을 확장하는 대법원 판례에 대
해서도 여전히 비판하는 학설이 존재한다. 비판적 견해는 특히 조리상 신청권의 확대 과정
에서 앞서 본 ‘추상적 신청권’ 이론의 논리, 즉 신청권은 일반국민의 신청권을 말하는 것이
라는 논리가 무너지고 있고, 개별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에 의해 조리상 신청권의 인정 여
부가 좌우되며 이에 따라 처분성이 좌우되는 판례가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유력하다.26)
23) 백윤기, “거부처분의 처분성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뺷행정법연구뺸제1호(1997. 6.), 행정법이론실 무학회, 제230-231면.
24) 백윤기, “거부처분의 처분성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뺷행정법연구뺸제1호(1997. 6.), 행정법이론실 무학회, 제230-233면; 같은 취지로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 이론을 찬성하는 견해로는 김철용, 뺷행정법 1뺸, 박영사(2004), 제589면 등 참조.
25) 백윤기, “거부처분의 처분성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 뺷행정법연구뺸제1호(1997. 6.), 행정법이론실 무학회, 제231면; 윤영선, “행정소송의 대상”, 뺷행정소송행정법 연구과정 교재뺸, 서울대 법학연구 소(1998. 3.), 각주 68) 참조.
26)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437면. 여기서는 대표적인 판례로 교육공무원 임용신청에 관한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누4046 판결과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에 관한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 두10936 판결을 들면서, 위 판결들은 일반적으로는 그와 같은 신청에 대해서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예외적으로, 전자의 경우에는 설립자의 임용약정을 이유로, 후자의 경우에는 폐기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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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두1806 판결에 의해 도시계획입안의 제안을 통해 거의
모든 도시계획의 변경이 요구될 수 있고 그 요구가 거부되면 거부처분 취소소송이 허용된
다는 점에서, 최초로 신청권 이론을 도입한 위 84누227 판결에 의해 설정되었던 도시계획
에 관한 분쟁에 대한 취소소송의 봉쇄 장벽이 사실상 붕괴되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거부
처분의 요건으로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 자체를 포기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견해가
있다.27)
Ⅲ.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대한 분석과 이해
- 거부처분의 논리적 구성요소로서의 ‘신청’ 행위와 ‘신청권’
가. 거부처분의 근거 규정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처분’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에 의하면 ‘거
부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거부’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거부의 대상이 처분에 해당하기만 하면 곧바로 거부처분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28)
나. 부작위와 거부처분의 연결성・상대화
한편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는 ‘부작위’를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
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
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을 부작위 개념의 구성요소로 본다. 부작위
와 거부행위는 실무상 구별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정도로 상대적이고 또한 그 개념상 연
결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수익적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
리법의 사업계획 적정통보를 이유로 각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27) 박정훈, “취소소송의 4유형-취소소송의 대상적격과 원고적격-”, 뺷행정소송의 구조와 기능뺸, 박영사 (2006), 제88-89면.
28) 예를 들어 해당 행정처분에 대해 형식적 신청권조차 없음에도 행정에 대해 남용적인 행태로 행정 처분의 발급을 요구 신청하는 경우(즉, 행정에 대한 처분 신청의 남용)에도 단지 행정청으로부터 ‘처분에 대한 거부취지의 응답’이 있었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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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그 실제 진행경과 상 당사자의 ‘신청’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청’은 부작위뿐만 아니라 거부처분에 있어서도 논리적 구성요소가 된다.
다. 신청과 신청권의 관계
물론 거부처분이 있기까지의 순차적인 행위과정의 일환이자 거부처분의 논리적 구성요소
로서 사인의 공법행위인 ‘신청’이 있어야 된다는 것과 당사자에게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별개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작위의 경우 위 조항에 따라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응답의무)가 규정되어 있음을 이유로 부작위의 성립요건으
로서 ‘신청인에게 신청권의 존재’가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학설과 판례이므로, 이
와 개념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거부처분에 대해서도 신청권이 성립요건이 되는 것으로 봄
이 체계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소송법상의 신청에 있어서 신청권의 존부(신청권에 의한
신청과 신청권은 없지만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서의 신청)에 따라 응답할 의무가 있
는지와 불복 가능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29) 특정
처분을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아니라 응답의무에 대응하는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에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30)
라. 행정소송법 명문에 없는 신청권 요건의 도입이라는 비판에 대한 검토
앞서 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공권력 행사의
거부’로만 규정을 두었을 뿐 ‘신청’이나 ‘신청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거부처분의 순차적 행위과정이나 논리적 구성상의 ‘신청’과 응답의무로 설명되는 ‘신청의
무’는 거부처분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국민이 어떠한
행정처분을 ‘신청’했더라도 그 국민에게 앞서 본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응답의무’에 상
응하는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청의 거부결정에 대하여 대상적격을 인정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거부행위의 ‘처분성’ 요건을 유권해석을 통해 선언했다고 볼 수 있
29)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제432-433면 참조.
30) 거부처분을 ‘(직권에 의한 행정행위의 반대 개념으로서) 신청에 의한 행정행위 중 행정상대방이 주 도권을 가지고 신청을 했는데, 행정청은 그 신청에 따르는 행정행위를 할 것을 거부하는 경우 그 거부행위가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띤 것’으로 정의하면서, 거부처분의 구성요소로서 ‘신청’을 분명히 하면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신청권도 함께 인정하고 있는 견해로는 김현준, “행정처분절차에 있어서 직권과 신청”, 뺷토지공법연구뺸(2014. 8.), 제329-331면 참조. 같은 글 제330면에서는 직권발 동을 촉구하는 의미에서의 ‘사실상의 신청’과 사인의 공법행위로서의 ‘신청’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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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거나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학설상 비판은 이러한 의미에서 쉽사리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
다.
또한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처음 도입한 위 84누227 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거부처분을 구성하는 요건으로 ‘신청권’의 요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31)을
들면서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이 된 ‘신청권’은 어디까지나 재판실무
에서의 필요에 의하여 등장하게 된 ‘도구개념’으로 이해될 뿐, 거부처분의 본질적필연적
개념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거부처분에서 신
청권이 대상적격의 인정 범위를 일정 부분 조정하는 ‘기능적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것이 단순히 도구개념이라기보다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거부처분이라는 개념 자체에서 ‘신
청’이나 ‘(응답의무에 상응하는) 신청권’이라는 구성요소를 인정하거나 도출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 대상적격 단계에서의 남소 방지 등의 필요성을 고려한 ‘기능적 개념’으로서의 신청권
가. 원고적격과 대상적격 심리의 차이
대상적격은 개별 당사자가 처한 세부적 사정과는 관계없이 관계법령의 해석에 의한 객관
적 외형적인 판단에 해당된다. 반면 원고적격은 개별적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 더욱 밀도 있는 심리가 요구된다.
따라서 통상 대상적격의 판단에서보다는 원고적격의 판단을 위해서 법원의 사건 심리 부
담이 더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나. 우리나라 행정법원 현실을 고려한 재판실무상의 필요성
실무상 법규상의 신청권의 존재가 분명하지 않은 사안에서도 적지 않은 행정사건이 거부
처분 취소소송 형태로 접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사건
을 전담하는 법관의 수가 100여 명 남짓인 상황32)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원고의 개별
31) 최계영,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4호(2005. 10.),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431면 참조.
32) 서울지역은 물론 중앙행정기관 등의 주요기관 사건의 관할권까지 가지면서 중요 행정사건이 집중되 는 서울행정법원이 2020년 현재 11개의 합의 재판부와 12개의 단독 재판부로 구성되어 법원장을 포함하더라도 46명의 법관이 현원이어서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관한 정보로는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https://sladmin.scourt.go.kr/sladmin/court_intro/intro_02/intro_02_01/group_01.html;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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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구체적 사정에 관한 심리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대상적격 판단의 단계에서 거부처
분 취소소송에 관한 불필요한 본안판단 단계로의 진입을 걸러내고 남소를 방지할 수 있는
신청권이라는 ‘기능적 개념’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특히 개별법률에서 규정하는 해당 행
정작용의 특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구체적인 사정에 의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없는 경우
라면, 원고적격 단계까지 심리하기보다는 관계법령의 판단에 의한 대상적격 단계에서 신청
권 존부로 결론을 내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사건의 난이도와 처리의 적체, 행정사건
전담법관 수의 부족 등 행정재판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고, 특히 실무상 행정사건의 검토
와 기일 지정 및 재판진행에 있어서 사안 유형별로 사건을 미리 분류하고 각 사건의 심리
에 있어서 적절한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 조리상 신청권의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
가. 조리상 신청권의 개념모순적 전개의 문제
당초 대법원 판례에서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요구한 신청권은 신청인의 개별적 구
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관계법령의 해석에 의해 일반적 추상적으로 결정된다는 점
에서 그것이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핵심적인 근거이다.
그런데 거부처분에 대한 국민의 권익구제 확대의 취지에서 이후 대법원 판례는 법규상의
신청권이 인정되기가 모호하거나 어려운 사안에서도 신청인에 대한 권익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계법령의 객관적 해석에 따른 결론이 아니라 사안에 나타난 개별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성을 인정해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 추상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신청권에 있어서 사안의 개별적 구체적 사
정을 고려하는 ‘조리상 신청권’을 모순적으로 끌어들여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의 구별과 심리에 혼란을 초래하였다.
나. 조리상 신청권의 불확실성 문제
대법원은 위와 같은 조리상 신청권에 근거하여 거부처분성을 확장해 왔으나, ‘조리’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사안에서 ‘조리상 신청권’이 법원에 의해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33)한 것이어서 국민의 권익구제에 실질적으로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
사법연감 https://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pageIndex=1&searchWord=&sea rchOption=&seqnum=6&gubun=719 참조).
33) 박정훈, “행정법의 법원”, 뺷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뺸, 박영사(2005), 제131-133면도 같은 취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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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이다. 특히 위와 같이 조리상 신청권의 인정 여부가 개별 사
안에서 신청인의 구체적인 사정 여하에 따라 좌우된다면, 조리상 신청권의 인정 여부에 관
한 예측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다. 조리상 신청권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
대법원 판례는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 사안에서도 관행적으로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실제로 조리상 신청권을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또한
관계법령의 해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4)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볼 때 대법원이
조리상 신청권을 손쉽게 내세워 신청권의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신청권의 인정근거로
서 신청한 당해 처분의 직접 근거 법령뿐만 아니라 관계법령까지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법규상 신청권’의 인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당해 처분의 성질이나 그 처분이 속한 행정
영역의 특성 등을 종합할 때 국민의 권익구제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법령상’의 근거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법규상 신청권’을 보다 넓게 인정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생각
된다.
Ⅳ.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에 대한 평가와 전망
-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대한 평가
거부처분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에 관한 학설의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청권 이
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고,
도입 이후 나름의 사명을 충실히 해온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조리(條理)’라는 개념이 실정법과는 무관하게 직접 법이념, 정의, 사물의 본성 등과 같은 법철학 적 법윤리적 관념에 의거하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실증성’(實證性, Positivität)이 결여되어 있는 관 계로, 조리를 규범으로 인식하는 것에 확실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조리는 공법적 사법 적 법률규정들의 유추해석 또는 관습법, 판례법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유력하다고 한다.
34) 노경필, “불가쟁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뺷대법원판례해 설뺸 제68호(2007), 제421면에서는 조리상 신청권의 인정기준으로는 일반적으로 거부에 대하여 항고소송으로 다투는 이외에 다른 권리구제방법이 없는 경우, 관계법령의 해석상 행정청이 그 행정처분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이 명백한 경우, 행정청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함으 로써 국민이 입는 불이익이 부득이한 것으로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큰 경우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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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80
가.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 신청권 개념 도입이 불가피했던 측면
먼저 거부처분이라는 소극적 처분에 있어서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였더라도 외
형적으로는 신청 전의 법률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해 신청인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적극적 처분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거부처분의 ‘처분성’을 구성하는 것
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구 행정소송법(1963. 5. 2. 법률 제1339호로 개정되고 1984. 12.
- 법률 제3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쟁송 가능성에 관한 일반규정 외에 ‘처분’
의 개념 정의, 특히 ‘거부처분’의 근거가 될 만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
원이 고심을 거쳐 신청권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거부처분의 개념을 정립했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그 법리의 유효범위를, 최초 판결
인 도시계획시설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 관한 위 84누227 판결 사안과 도시계획영역
에 한정하여 본다면, 당시 신청권 이론의 등장은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 남소 방지와 행정법원의 심리부담 경감의 현실적 사명 수행
거부처분의 대상적격에 대한 일반요건으로서 ‘신청권 이론’이 확장되어 적용되는 과정에
있어서, 관계법령의 체계와 내용, 해당 행정영역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더라도
국민의 권익구제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법원은 비교적 간명한 이유와 근거를 통해
대상적격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시켜 왔다. 이러한 점에서 신청권 개념은, 행정사건 전담법
관 수의 한계를 고려할 때, 나름대로 ‘남소 방지’와 ‘행정법원의 심리부담 경감’이라는 현
실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신청권 법리의 일반화와 조리상 신청권 확대로 잘못 간 문제점
행정재판실무에서 거부처분의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의 권익구제가 제
한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점은 당초 신청권 개념을 처음 도입한 위 84누227 판결의 취
지나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84누227 판결에 대한 대법원 판례해설의 내용에
의할 때 “신청권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매 처분마다 관계법령과 처분의 성질을 검토하여 개
별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으나, 민주행정의 원리에 비추어 가급적 널리 국민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35)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시계획 영역에
있어서 도시계획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던 신청권 이론이 도시계획 영역 이외에 다른 행정영역에서의 거부처분
35) 손지열, “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뺷대법원판례해설뺸제3호(1984년 하반기), 법원도서관, 제1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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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은 사명을 다하였는가 81
일반의 요건으로 지나치게 확대되어 버린 것은 분명 문제이다.
또한 조리상 신청권이라는 불확실성을 내포한 근거를 제시한 점이나, 원고적격으로 판단
되어야 할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권익구제의 필요성을 실질적인 이유로 하면서도 여
전히 대상적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다. 애초에 조리상 신청권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 대법원은 기존의 신청
권을 중심으로 한 거부처분의 인정 기준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재
검토했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법원은 1984. 12. 15. 행정소송법 전부개정을 통해
‘거부처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과정과 논의에 다시금 귀를 기울여 판례 변경 필요성
여부를 숙고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개별 사건에서의 권익구제의 근거논리가 법규상 신청권
개념과 관계법령의 해석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리상 신청권을 잘못 내세움으로
써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의 구분을 혼동시키고 무너뜨린 점에서,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지 않다.
라. 신청권 불인정으로 널리 각하판결을 하여 본안판단을 회피하는 문제점
위와 같이 무분별하게 확장된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법리에 따라, 실제로 행정재판 하
급심에서 신청권 요건의 불비를 앞세워, 본안판단과 결단이 어려워 보이는 거부처분 취소
소송 사건에서 본안판단을 회피하는 도구로 잘못 이용되어버린 현실은 심각한 문제이다.
더구나 개별법령에서 신청권의 존부와 신청절차 방법에 관하여 제대로 규정이 되어 있지
않은 입법현실에 기대어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나
치게 많은 사건이 무분별하게 부적법 각하로 처리된 것은 아닌지 법원 스스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재판실무의 효과적인 운용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기능적 개
념’이었던 신청권이 악용된 ‘도구개념’으로 전락 변질된 것은 아닐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
한 시점이다.
-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대한 향후 전망
가. 대법원 판례의 변경 가능성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의 신청권에 관한 논란을 해소하고 신청권 이론의 폐기로 나
아가는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관점에서 볼 때 결국 대상적격 판단에 신청권 개념을
처음 도입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계에서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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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82
대법원 판례 변경을 요구해왔던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쉽사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대
법원의 태도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현실적 사정을 생각한다면, 결정적인 동기나 요인
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장 거부처분의 구성요소인 ‘신청권’ 개념이 포기되기는 어렵지 않
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36)
만일 대법원 판례 변경을 통해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 이론이 폐기된다면,
거부처분의 인정요건으로서 신청권을 최초로 도입한 84누227 판결 이전의 판례 상황으로
법원 실무는 회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신청권 요건이 요구되지 않게 됨에
따라 행정청의 거부조치의 처분성은 결국 신청의 대상이 되는 행위 자체가 행정처분인가의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신청권 개념을 포기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변경이 있기 전에
도 여전히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될 사안에 대해서는,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협의의 소익’이 없음을 이유로 소 각하가 이루어질 것
으로 예상한다.37)
나. 행정소송법의 개정을 통한 해결 가능성
위와 같이 대법원 판례가 쉽사리 변경되기는 어렵다는 상황을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견지
에서, 행정소송법의 적극적 개정을 통해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가 변경되도록 하자는 견해도 제기된다.38) 그러나 두 차례의 행정
소송법 전면개정 시도가 무산되었던 우리나라의 입법 상황과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령 행정소송법 개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
- 15.자 행정소송법 전부개정이 있었지만 위 84누227 판결의 태도는 변화가 없이
36)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권 요소를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 판례공식과는 이질적인 판시를 하 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등장한 것을 보더라도, 이와 같이 기존 신청권 판례법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적극적으로 신청권의 판례법리가 변경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37) 김종보, “도시계획변경거부의 처분성”, 뺷행정법연구뺸제11호(2004. 5.), 행정법이론실무학회, 제260 면 각주 39)에서는 신청권을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구비요소로 보던 위 84누227 판결 이전의 대법 원 판결에서는 처분성의 문제로서보다는 협의의 소익이 없음을 이유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 를 각하해 왔다고 하면서 대법원 1984. 9. 23. 선고 83구650 판결(서울고등법원 1984. 4. 27. 선고 83구650 판결을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을 예시로 들고 있다.
38) 박정훈, “행정소송법 개정의 주요쟁점”, 뺷공법연구뺸제31집 제3호(2003), 한국공법학회, 제94면 참 조. 이 견해에서는 행정소송법 개정입법에서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가 처분에 해당하면 그것의 거부 는 자동적으로 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처분을 ‘행정청이 행하는 공 권력의 행사’로 정의한 다음, ‘신청에 대해 행정청이 공권력의 행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 다’라는 규정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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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은 사명을 다하였는가 83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한 대법원 판
례 변경을 촉구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 개별법상 처분 신청권을 명문화 하는 방향으로의 입법태도 변화 촉구
결국 이와 같이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대상적격 인정 범위를 좌우하는 것은 현행법령 상
처분의 발급을 요구할 ‘신청권’의 근거와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어떻게 입법이 되어 있는
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입법부에서도 개별법에서 국민에게 행정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 요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법원을 통해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
여부가 판단되기에 앞서서 선제적 실질적으로 권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태도가 변화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률을 심사하는 입법부와 정부법률안을 제출하는 행정부의 입법태도 변화를 유
도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거부처분 취소소송이 제기된 사안을 심리하고 처리함에 있어 ‘신
청권’의 존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행정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판결이유에서
신청권의 존부를 구체적으로 논증하면서 해당 행정법 분야에서 국민의 권익보호 수준을 적
정하게 평가하고 필요한 입법을 촉구하는 판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행정
판결의 주문과 이유에 기재된 사유를 통해 관련된 입법이 정비되고 행정현실이 개선될 수
있는 소위 ‘행정판결의 실무 선도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Ⅴ. 맺음말
출생이라는 시작점으로부터 사망이라는 종결점에 이르기까지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법개
념도 ‘ 생성 발전 쇠퇴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해당 법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법개념은 계속적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법현실을
담아내어 해결하려고 도입되었던 법개념이 다른 개념으로 대체되거나, 이론과 실무의 발전
에 따라 그 사명을 다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이론은 사명을 다하였고 이제 소멸되어야만 하는 상황일까.
신청권 이론이 거부처분의 대상적격 인정에 있어서 최초 도입되었던 당초 취지, 즉 도시
계획 영역에 한정하여 각 지역주민이 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를 주장하며 남소를 제기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그 이후의 대법원 판례이론이 전개되어 왔다. 신청권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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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84
은 거부처분 일반에 대한 처분성 요건으로 요구되고 고착됨으로 인해, 결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상적격이 협소하게 인정됨으로써 국민의 권익구제에 소홀해졌다는 비판이 제기
되었다. 이러한 비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다만, 그 개선방향은 조리상 신청권의 확대가 아니라, 신청권의 근거를 관계법령까지 확대하
고 적극적인 법해석을 통해 법규상 신청권을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 할 것이다.
남소 억제와 행정법원의 심리부담 경감이라는 신청권의 임무는 어느 정도 충실히 수행되
었고, 따라서 신청권 개념은 지금까지 사명을 완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개념을 원고적격의 요소로 보는 학설의 견해가 법이론적으로 일견
더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30년이 넘어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앞서 지적된 비판점들로 인해 일거에 폐지되어야 한
다고 단정할 논리 필연적인 근거나 상황은 신청권 이론 유지론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 이론은, 국민의 권익구제를 확대하는 바람직한 방향
으로 대법원 판례의 발전적인 변경이나 행정소송법 개정에 의한 입법적 해결을 통해 정돈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부처분에서의 신청권의 위상과 의미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행정법학이 소송요건 판단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소송요건법학’이라는 부정적 평가에서
벗어나, 실체법과 개별 행정법 영역으로의 더 큰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투고일: 2020. 11. 9. 심사완료일: 2020. 11. 20. 게재확정일: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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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 the right to apply in refusal disposition fulfilled its mission?
RHEE, Eun-sang*
39)
The Korean Supreme Court's precedent ruled that “in order for a refusal disposition by
an administrative agency in response to an application filed by a party to be a subject
matter of appeals suit, the party must have the right to apply for the exercise of the
administrative agency in accordance with the laws and regulations or sound reasoning.”
As a requirement for refusal disposition, a subject matter of appeals suit, the right to
apply is required. In this regard, the influential theory is that whether or not the plaintiff
has the right to apply is close to the element of the standing to sue, and the Supreme
Court confuses the standing to be a subject matter in a suit with the standing to sue. It
is criticized for reducing or restricting the protection of rights and interests by demanding
the right to apply as a requirement for refusal disposition, which is not prescribed in the
Administrative Litigation Act.
However, if we logically analyze the refusal disposition, a subject matter of a
revocation suit, it is difficult to assume the refusal to exercise by the administrative
agency that does not presuppose the application of the citizens.
And, in terms of the necessity of preventing excessive litigations, it is necessary to
request the right to apply at the stage of standing to be a subject matter in a suit that
precedes the standing to sue. Because the former is derived from objective interpretation
of related laws, while the latter can be judged by examining the subjective and specific
circumstances of individual parties. Considering the above circumstances, the attitude of
the Supreme Court’s precedent can be reasonable.
On the other hand, it is not reasonable in the following respects that precedents have
recognized the right to apply under sound reasoning, thereby expanding the eligibility for
refusal disposition. As for sound reasoning, it is unclear whether the right to apply under
sound reasoning will be granted. According to the attitude of precedent, the distinction
- Assistant Professor, Ajou University Law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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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연구 제63호 88
between standing to be a subject matter in a suit and standing to sue can be confused
and broken.
Therefore, in the first place, rather than granting the right to apply under sound
reasoning easily in the Supreme Court case, an active interpretation of the right to apply
through the expansion of the scope of related laws and their rational interpretation is
required. More fundamentally, the Supreme Court is required to seriously review whether
it is reasonable to continue to maintain the concept of the right to apply in the refusal
disposition that appeared to prevent excessive administrative litigations. It is expected that
the legislative attitude will change in the direction of expanding the rights and interests
preemptively and practically by clarifying the grounds, procedures, and requirements for
applying for administrative disposition.
Key Words: refusal disposition, right to apply, right to apply under sound reasoning,
right to apply under laws and regulations, standing to be a subject matter
in a suit, standing to 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