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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법원리로서의 공익,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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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법에 있어서의 공익〉

법원리로서의 공익


―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의 시각에서 ―

“오늘을 위하여 다리를 놓은 분들에게 그 다리를 건너

미래로 전진하는 이들은 손을 흔들어야 한다.”


1)

金 度 均****

Ⅰ. 법학적 공익관의 필요성과 가능성

  1. 공익과 관련된 문제들

과연 공익 개념1)은 그 내용을 붙잡을 수 있는 개념인가? 종종 공익 개념은 공

허하고, 다종다양한 내용들이 착종되어 있는 개념이므로 무용하다는 비판을 받는

다.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 개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국가에 없

어서는 안 될 필수개념이어서, 공익 개념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개

념을 고안해내어 국가작용을 설명하고 정당화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 이 논문은 2006년 8월 23일 법학연구소가 개최한 晴潭 崔松和 敎授 정년기념 학술회 의 “법에 있어서의 公益”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 법학연구소 기금의 2006학년도 학술연구비 의 보조를 받았음. *** 최송화, 공익론―공법적 탐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2, 머리말 vii에서 인용.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 1) 우리 법체계에서 사용되는 공익 개념은 독일 법체계에서의 öffentliches Interesse나 영 미법상의 public interest의 번역어이다. 최송화 교수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의 공익 개념은 대체로 영미법학계의 공익론보다는 독일 공법학에서 발전되어온 공익론의 흐 름에 있다. 최송화, 공익론, 24면, 176면 이하 참조. 2) G. Schubert, The Public Interest, Glencoe, 1960, 223면; F. Sorauf, “The Conceptual Muddle”, in: C. Friedrich (ed.), The Public Interest: NOMOS V, New York, 186면; A. Downs, “The Public Interest: Its Meaning in a Democracy”, Social Research 29 (196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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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주장되기도 한다.3)

공익 개념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익이란 존재하

는가? 이는 공익존재론의 문제이다. 둘째, 공익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무엇을 공익으로 파악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공익임을 판단하는가?

이는 공익 인식의 문제, 공익판단의 문제이다. 셋째, 공익의 실현은 어떻게 이루

어지는가? 특히 공익과 사익 사이의 대립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이는 공

익실현의 문제로서, 특히 이익형량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질문들에 답

하면서 공익 개념을 구체화하는 이론들을 이하에서는 공익관(a conception of

public interest)이라 부르고자 한다.

우리가 공익 개념을 탐구할 때 일단 서구에서 사용되는 용법에 대한 고찰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서구의 용법을 나침반으로 하여 공익 개념이 우리 법체계

에서 어떻게 원용되고 활용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공익 개념에 대

한 사실묘사적(記述的) 접근(descriptive approach)이다. 그러나 법학을 실천학문으

로 그리고 법적 판단을 실천적 판단으로 보는 한, 공익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사실묘사에 머무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동시에 규범적 접근(어떤

공익관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가? 우리는 어떤 공익관을 택하여야 하는가?)을 시

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최송화 교수님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하여 그 가

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한민국 법체계에서의 공익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공익 개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는 각 법영역

에서 공익 개념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공익을 나타내는 법적 개념들

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이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실정법체계에서의 공익

우선 현행 헌법에서 공익을 나타내는 법적 개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질서유지와 관련된 개념들이다.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

3) 가령 D. Bell/I. Kristol, “What is the Public Interest?”, The Public Interest 1(1965), 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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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57

전․국가의 계속성․헌법수호’(제66조),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제23조 2항,

제37조 2항), ‘공공의 안녕질서’(제76조 1항, 77조 1항), ‘국가의 안녕질서’(제109

조)와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공공복리’(제23조 2항, 제37조 2항)

를 들 수 있는데, 이 개념은 가장 대표적으로 공익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인정된

다. 또한 ‘공공필요’(제23조 3항)의 조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임무인 ‘주민의 복

리’(제117조)또한 역시 공공복리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보전’(제35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제122조), ‘국민경제상 緊切한

필요’(제126조), ‘국민경제의 발전’(제127조) 등도 공익을 담고 있는 조항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제21조 4항), ‘선량한 풍속’(제

109조)과 같은 조항들도 공익을 표현하는 개념들이라 할 수 있다.4)

헌법 이외의 실정법 분야에서도 공익 개념은 실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조항’ 또는 ‘불확정개념’으로서의 공익 개념은 입법목표로서, 규제정책목표

로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서, 인허가 거부의 근거로서, 인허가 및 그

취소의 근거로서, 사정변경의 근거로서, 그리고 하위법령에서 구체화되어야 할

목표 및 전제로서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5)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들이 점점 더 법에 의해 촘촘히 규율되어 가고, 사회문제

나 정책적 문제들이 법의 규제 아래 놓이게 되는 이른바 ‘법제화’(Verrechtlichung;

juridification) 현상6)이 확대․심화되어갈 수록 일반조항과 불확정개념으로서의 공

4) 최송화, 공익론, 210-215면 참조. 과연 공중도덕, 사회윤리, 선량한 풍속이 공익에 해 당되는가? 이들이 사회구성원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 동체주의(communitarianism)는 긍정적 전통가치나 사회윤리의 보호를 공익에 해당된다 고 본다.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가치의 공유가 자주적 개인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C. Berry, “Shared Understanding and the Democratic Way of Life”, in: J. Chapman/I. Shapiro (ed.), Democratic Community: NOMOS XXXV, New York, 1993, 67-87면 참조. 그리고 미국 법체계에서 공동체주의와 헌법의 관계에 대해서는 B. Breslin, The Communitarian Constitution, Baltimore/London, 2004 참조. 또한 개인의 도덕적 덕성의 계발과 완전성을 국가의 주요목표로 삼는 완전주의 (perfectionism)에서도 ‘도덕적 환경보호’(moral ecology)는 공익에 해당될 것이다. 완전 주의에 대해서는 Th. Hurka, Perfectionism, New York/London, 1993 참조. 법에서 완 전주의이론은 R. George, Making Men Moral: Civil Liberties and Public Morality, Oxford, 1993 참조. 법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는 ‘법을 통한 윤리의 강제’(법도덕주의: legal moralism)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후술할 것이다.

5) 최송화, 공익론, 231면 이하, 그리고 공법분야에서 공익의 개념이 사용되는 사례들은 277면 이하 참조.

6) 이 개념에 대해서는 이상돈, 법학입문, 2001, 박영사, 5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각 종 분쟁을 법에 의해 해결하고, 법을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관철하거나 이익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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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 개념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국가기관의 재량을 정당화하는 수단

으로 환영받게 된다.7) 따라서 공익 개념을 이른바 ‘법문제화’하여 정당화가능하고

이해가능한 개념으로 정돈해가는 이론적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8)

(2) 판례에서의 공익개념9)

우리 사법부는 공익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여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최송화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사법부는 공익 개념에 대한 분석 없이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정당화 없이 곧바로 해석도구로서 해석원리로서 원용하는 경향이

강하다.10) “공허한 수사로서 논리형식의 필요에 의해 공익 자체의 개념판단보다

는 개별상황에서의 일반적 합리성 판단으로 공익판단을 대체”하는 경향이 지배

적이라는 것이다.11) 이렇게 된다면 공익 개념은 “모호하며, 이해하기 어려우면서

도 모든 것을 지배하는”(vague, impalpable but all-controlling)12) 개념이라는 비난

을 받을 만하며 “도대체 공익 개념이 ‘내용을 갖춘 목표인가, 과정인가, 아니면

근거희박한 신화’(goal, process, or myth)인가?”라는 회의론이 등장할 만하다.13)

사정이 이러하기는 하지만 우리 판례의 흐름은 공익을 법원리(Rechtsprinzip)로

서 가공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가령 징계권의 행사에 있어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의 하나로서

‘공익의 원칙’을 원용하는 경우14)가 그러한 예이다. 또한 공익과 사익 간의, 공익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을 법제화(Verrechtlichung)라 부른다.” 이어서 이상돈 교수는 법제화를 ‘법의 확장’(Ausdehnung des Rechts)과 ‘법의 치밀화’(Verdichtung des Rechts)로 나누어서 파악한다. 전자는 “이제까지는 비공식적으로 규율되던 현실영역을 법으로 새롭게 규율하는 것”이고, 후자는 “대강의 법규에 의해 규율되던 것을 좀 더 개별적인 법규로 특수하게 규율하는 것”으로 지칭하고 있다. 법제화 개념과 현상은 R. Voigt (Hrsg.), Verrechtlichung, Frankfurt/M., 1980에서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각종의 사회생활영역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7) 이러한 위험성은 최송화, 공익론, 219면, 267면 참조. 8) 우리 법학계에서 공익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지는 최송화, 공익론, 23 면 이하 참조. 9) 이 부분은 최송화, 공익론, 237-275면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10) 최송화, 공익론, 242면 이하 참조.

11) 최송화, 공익론, 243면.

12) G. Colm, “The Public Interest: Essential Key to Public Policy”, in: C. Friedrich (ed.), The Public Interest, 115면.

13) F.J. Sorauf, “The Conceptual Muddle”, in: C. Friedrich (ed.), The Public Interest, 183 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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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59

과 공익간의 비교교량을 보다 납득가능하게 하려는 판결들도 그러한 시도라고

할 것이다.15) 그러나 우리 사법부는 대체로 공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

려고 하기보다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개인적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로서 공익보호

나 공익침해정도를 판정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16) 가령 헌법재판소는

정의실현의 공익이라든가 입헌민주주의 체제의 보호라는 공익이 법적 안정성보

다 우위에 서는 경우를 제시하면서 그러한 내용의 공익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임을 설시할 때 공익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17)

  1. 최송화 교수님의 공익론의 성과와 과제: 공익법학(a jurisprudence

of public interest)18)

한국 법체계에 적용될 수 있는 적절한 공익관을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해온 최

송화 교수님의 공익론은 ‘법적 개념으로서의 공익 개념’을 가공하려는 시도였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 적어도 법학의 영역에서는 황무지와 다름없던 공익론

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신 최송화 교수님의 이론적 성과를 필자의

14) 대법원 1992.6.26. 선고91누11308 판결.

15) 대표적으로 대법원 1998.4.24. 선고97누1501 판결 참조.

16) 최송화, 공익론, 245면.

17)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2조에서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정지를 규정한 것이 위헌인 가 여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공소시효제도에 근거한 개인의 신뢰와 공소시효의 연장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개인의 신뢰보호이익이 공익에 우선 하는 경우에는 소급효를 갖는 법률은 헌법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일반기준에서 출발 하여, “그런데 특별법의 경우에는 왜곡된 한국 반세기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과 아울러 집권과정에서의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 하여 정의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중대한 공익이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입헌민주 주의 질서와 정의회복이라는 공익 외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 호]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 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헌법재판소 2004.8.26 2002헌가1 -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이라고 국가존립과 국가안보 역시 공익에 속한다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18) 이 개념은 플래스먼(R. Flathman)의 ‘공익의 정치’(a politics of public interest)를 변용 한 것이다.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An Essay Concerning the Normative Discourse of Politics, New York/London/Sydney, 1966, 25면 각주 16참조: “By this expression [a politics of public interest - 필자 첨가] we intend a political practice in which the participants appreciate and attempt to behave in accordance with the logic of ‘public interest’.”

19) 공익 개념을 법적 개념으로 가공하려는 이론적 시도들에 대한 문헌소개로 최송화, 공 익론, 2-3면 각주 2와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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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서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로부터 우리 후학들은 어떤 과제를 물려받았는지

를 알아보고자 한다.

(1) 공익 개념과 공익판단

최송화 교수님은 공익을 “어떤 이익상황이 특정한 법적 주체의 개별적 이익에

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공공단체, 기타의 사회의 여러 공공영역이나 계

층 또는 집단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그 정당성이 판단되어져야 할 때의 공동체

이익”으로 정의한다.20) 이때 공공성은 여러 영역으로 분화되므로 공익 역시 그에

상응하여 다양한 차원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공익을 찾고 규정해가는 작업이 필

요한데, 최송화 교수님은 이를 “공익판단”이라 명명하고, “구체적 이익상황에서

충돌할 수 있는 다양한 차원과 범위를 가진 수많은 공공성을 가진 이익들 사이

에서 보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적 의미를 구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한다.21)

최송화 교수님은 독일의 행정법학자 볼프(H. Wolff)의 공익의 존재방식을 받아

들여 진정공익과 사실적 공익을 구분하고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진정공익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보인다. 사실적 공익만을 공익으로 본다면

공익판단은 ‘결정의 과정’이겠지만, 진정공익도 공익의 존재방식으로 본다면 공익

판단은 ‘인식의 과정’이기도 하다. 최송화 교수님은 “결단론적인 공익견해”에 비

판적이며, “객관적 공익의 존재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자고 제안한다. 적어도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되는 공익에 대해서 평가하고, 그러한 공익을 때로는 거부

할 수 있게 하는 기능(“부정적 기능”, “거부기능”)을 하는 객관적인 진정공익은

“실체로서 당당히 엄존”한다는 것이다.22) 이제 객관적인 진정공익을 어떻게 인식

할 수 있는가 또는 합리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아니면 객관적 공

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증하는― 과제가 남아 있으며, 우리 후학들은 공

익 개념에 대하여 보다 심층적인 개념분석을 해야 할 임무를 진다.

‘객관적 진정공익’이 다원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탐

구하려는 최송화 교수님의 기획을 계승하여 그 실마리를 한번 잡아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표이다.

20) 최송화, 공익론, 312면.

21) 최송화, 공익론, 312면.

22) 최송화, 공익론, 1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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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61

(2) 공익의 법문제화: 법학적 공익관의 필요성

설령 정치철학이나 경제학이나 행정학 분야에서 공익론을 제시하더라도 그것

이 우리 법체계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해명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법

학적 공익관일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송화 교수님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여 공익

개념을 법적인 개념으로 가공하려고 노력하였고, 공익 개념을 법적인 판단의 문

제영역으로 끌어들여 법원의 재판에서도 해석원리이자 해석도구로서 원용될 수

있게끔 구체화하려고 하였다.23) 또한 재판의 영역을 넘어서 동시에 입법의 차원

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공익 개념을 ‘법과정화’하는 작업도 하였다.24) 법학적

공익관은 한편으로는 입법과 행정의 지도원리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법적용의 기

준으로서 원용될 수 있는 공익원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최송화 교수님의 작업은 이른바 ‘법원리로서의 공익’(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Rechtsprinzip)을 향한 이론적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법원리로서의 공익은 사익과의 이익형량, 그리고 공익 간의 이익형량과정에

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제 공익의 구체적 내용들을 해명하고,

다양한 공익들 사이의 이익형량, 공익과 사익의 이익형량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

루어지도록 이익형량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후학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Ⅱ. 이익 개념의 구성요소와 구조

공익 개념을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익 개념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행위, 조치 또는 정책 X가 임의의 개인 Ii에게 이익이

된다.’는 진술은 X가 임의의 개인 Ii에게 유리한 결과나 긍정적인 사태를 가져다

주는 경우를 지칭한다.25) 이러한 풀이는 우리가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모

든 경우에 해당되는 공통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은 규범적인 개념(a

normative term)이다. 이는 이익 개념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사실묘사를 포함하기

는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가치평가의 요소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X가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진술은 ‘X는 나에게 가치 있다’거나 ‘나는 X가

23) 최송화, 공익론, 11, 237면 이하 참조.

24) 최송화, 공익론, 196면 이하.

25)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 New York/London, 197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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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는 것이 [적어도 현재의 나에게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가치판단진

술을 포함한다.

  1. 이익 개념의 두 구성요소

앞에서 설명한 점들로부터 이익 개념이나 이익 판단의 첫 번째 속성을 다음과

같이 추출해볼 수 있다. ① 이익 개념은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person

component: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와 ② 이익의 내용 또는 대상(substantive

component: 무엇이 이익이 되는가?)이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26) 이러한 기반 위에서 볼프(H. Wolff)는 이익을 “개인이 어떤 대상을 향

하여 가지는 관심”(eine Anteilnahme eines Subjekts an einem Gegenstand)27)이라

는 측면에서 해명하고자 한 바 있다. 볼프의 이익 개념을 필자가 이해한 바는 다

음과 같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나의 몫에 영향

을 미치기 때문에 나는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민감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관심

을 갖게 된다. 만일 내가 많은 돈을 투자하였다면 나는 그 회사가 잘 되기를 바

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다. 그 회사의 경영상태에 따라서 나의 재정형편 뿐

만 아니라 나의 직업 경력, 내 가족의 안녕, 내 나라의 번영이 영향을 받는다면

그 회사가 잘 되는 것은 나에게 크게 이익이 된다. 즉 이익은 개인이 자신의 이

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대상들에 대해서 가지는 주관적인 욕구(관심사)를 한 요소

로 한다는 것이다.

(1) 이익이 되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의 관계: 진정이익과 실제이익

‘누가 무엇에 대해서 이익을 갖는다’라거나 ‘어떤 정책 X는 임의의 개인 Ii에

26) 이익 개념이 주체요소와 내용(대상)이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를 함유한다는 지적에 대 해서는 G. Dürig, Die konstanten Voraussetzungen des Begriffs “Öffentlichen Interesse”, München, 1949, 11-20면 참조. 듀리히에 따르면 이익 개념은 “[이익의] 주 체인 인간이 이익의 대상에 대해서 가지는 관계”(die Relation von einem Subjekt, dem Menschen, zu einem Interessenobjekt)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리고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5-6면: “In most of its uses the noun “interest” denotes a two-termed relationship between someone (...) and a substantive in which person “has an interest in what?”. Ordinarily the relationship is such that the substantive, the thing in which one has an interest, affects the situation, desires, wants, or needs of the person who has an interest in it.”(밑줄은 첨가된 것임).

27) H. Wolff, Verwaltungsrecht I, 8. Aufl., München, 1971, 1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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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63

게 이익이 된다’라는 표현은 이익을 보유하는 주체와 이익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X가 임의의 개인 Ii에게 이익이 된다면, Ii은 X를 실제로 원하게 될까?

다시 말하면 ‘개인 Ii은 X를 원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에게 이득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의미있는 질문인가? 가령 어린아이가 불에 손을 집어넣기를 원하지만 그

것은 그 아이에게 이득이 되는가? A에게는 걷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과연 A는

그것을 원할까? 이와 같은 질문들에서 이익을 소망이나 소망하는 바가 만족된

상태로 파악하는 관점과, 이익을 주관적 소망이나 그 만족상태와 독립해서 존재

하는 요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구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주관주의적 관점과 객관주의적 관점의 구분이다.

이익주체와 이익대상의 구분은 당연하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중요한 이론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이익의 주체라는 구성요소와 이익의 내용이라는 구성요소

사이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이익관들이 파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주체와 이익내용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

지 입장을 논리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① 이익내용 요소가 이익주체 요소에 따라서 결정되며 후자가 전자보다 우위

에 선다는 입장: 주관주의

② 이익주체 요소가 이익내용 요소에 따라서 결정되며 후자가 전자보다 우위

에 선다는 입장: 객관주의

③ 이익주체 요소와 이익내용 요소는 어느 한편이 다른 한편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지도 않으며 일방적으로 종속되지도 않는 관계에 있지만 일정한 관

련성은 갖는다는 입장: 약한 객관주의

우선 이익주체의 주관적 작용을 이익 개념의 중심이라고 파악하는 주관주의에

서는 이익주체의 소망, 욕구, 선호가 이익 개념의 해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개인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이익의 내용(실제 이익)을 이루며 그 원하는 바

를 충족시키는 것이 이익론의 목표가 될 것이다. 이익의 구성과 판단에서 개인의

소망을 강조하며, 선호(preferences)가 곧 이익의 내용을 구성한다고 보는 입장을

‘선호위주의 이익관’(the want-regarding conception of interest)이라고 부를 수 있

을 것이다.28) 이 입장에 따르면 ‘X가 A의 이익이 된다’는 진술은 결국에는 ‘A가

28) 이 용어에 대해서는 B. Barry, Political Argument: A Reissue with a New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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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원한다’는 진술로 귀착한다. 이 입장에 대해서는 곧 이어서 비판하고자 한다.

객관주의는 개인이 원하는가와 상관없이 개인의 선호에 독립해서 존재하는 진

정한 이익이 있으며 이 이익을 이익주체는 자신의 이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익 판단에서 현실의 개인들이 가지는 주관적 소망보다는 인간이

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진정한 이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개인이 실

제 소망하는 바는 ‘실제 이익’(actual interest)으로, 개인이 추구해야 할 바는 ‘진

정한 이익’(genuine interest)으로 파악되며, 후자가 전자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이를 ‘이상위주의 이익관’(the ideal-regarding conception of interest)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29) 만일 객관주의 이익관이 진정한 이익범주의 원천을 개인의 선택

의 자유 및 자율성과 무관하게 존재하며, 그와 대립되는 가치들에서 찾는다면 적

어도 근대 이후의 가치체계와는 양립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적절한 이

익관이려면 적어도 개인의 소망, 욕구, 선호에 적절한 지위를 부여하는 이론이어

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분류한 입장들 중 세 번째 입장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서 결정되는 실

제 이익과, 개인의 선호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진정 이익은 각각 고유한 원천을

가진다고 보고, 이 두 이익 사이의 우위관계는 일반적으로 정해지기보다는 구체

적인 맥락에서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이 입장은 진정한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는 점에서 객관주의적이되, 개인의 현실적 소망이 이익의

구성과 평가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주관주의적이

다. 다만 진정한 이익이 개인의 실제이익을 결정하며 항상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견해(개인의 실제욕구를 억압하는 견해)는 거부하며, 동시에 현실적인 개인의 선

호가 이익 개념을 구성할 뿐이라는 견해도 거부한다.30) 따라서 이 입장은 위 두

이익의 고유한 원천이 무엇이며 상호 어떤 관계에 있는가(있어야 하는가)를 해명

하여야 할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이익주체의 요소, 즉 개인의 선호가 이익 개념

의 구성과 평가에 어떤 역할을 하며, 거꾸로 이익의 내용이 이익주체의 선호(욕

구)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이 개발되어

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조건(다원주의)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이익관

New York/London, 1990, xliv면 이하, 178면 이하 참조.

29) B. Barry, Political Argument, xliv면;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22면 이하 참 조.

30) 최송화, 공익론, 185면 이하 참조. 또한 J. Feinberg, Harm to Others, Oxford, 1984, 38 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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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대체로 모두 이 입장에서 출발하여 바로 앞에서 든 이론적 과제를 해결하

려는 시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익에 대한 최송화 교수님 역시 이러한 관점

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31)

(2) 이익 개념의 잠정적 정의와 분류

이익과 공익 개념과 관련하여 영미 정치철학계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브라

이언 배리(B. Barry)의 정의를 살펴보면, ‘X가 A에게 이익이 된다’는 진술을 파

악하는 세 번째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리에 따르면,

X가 실현됨으로써 ① A가 원하는 바들을 ② 성취할 기회들이 증대된다면, X는

A에게 이익이 된다.32)

필자가 보기에 여기서 ‘A가 원하는 바들’은 이익 개념의 주관적 요소를 나타

내며, ‘성취할 기회의 증대’는 이익 개념의 객관적 요소를 반영한다. 이익을 다음

과 같이 풀이한 배리의 견해는 이 두 요소를 종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와 권력은 (...) 각 개인들이 어떤 최고의 목적들을 지향하든지 그 목적들을

성취하는 데 필요하게 될 수단(potential means to any ultimate ends)이다. 바로

이러한 일반적인 수단들, 즉 지향하는 최고목적들(그 내용들이 무엇이든)을 성

취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수단들(generalized means to any ultimate ends)을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33)

이러한 이익 개념은 수단이나 기능의 관점에서 이익을 정의하고자 하는 견해

31)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8면 이하 참조.

32) 이는 B. Barry, Political Argument, 176면에서 제시된 바(“An action or policy is in a man's interest if it increases his opportunities to get what he wants.” - 밑줄은 첨가)를 약간 변용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익 개념 풀이는 최종판이 아니라 하나의 잠정적 인 정의일 뿐이며 여러 가능한 후보들 중 하나일 뿐임을 첨언해두고자 한다.

33) 이 풀이는 B. Barry, Political Argument, 176면의 정의를 약간 수정한 것이다. 존 로크 의 다음과 같은 언명도 이러한 입장에서 파악된 이익 개념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Civil interests I call life, liberty, health and indolence of body; and the possession of outward things such as money, lands, houses, furniture and the like.”(J. Locke, The Second Treaties of Civil Government and A Letter Concerning Toleration, J. Gough(ed.), Oxford, 1948, 1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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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전제하고 있다. 이렇게 파악된 이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인이 지향하

는 보다 상위의 가치들과 목표들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들, 신체의 안녕과

정상적인 기능유지, 심각한 고통과 불구의 위험으로부터 해방, 정서적 안정 확보,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방,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능력, 최소한의 소득과

재정적 안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간섭과 강제를 받지 않을 어느 정도의 자

유 등이 그러한 이익의 내용을 이룬다. 실제로 개인들은 이러한 조건들의 실현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다시 말하면 위와 같은 조건

들은 각 개인이 꾀하는 일련의 단기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일반

적으로 인정된 수단들이며, 또한 그 조건들의 종합적 실현은 개인이 기획하는 보

다 장기적인 목표들의 성취에 필수적인 수단이 되므로 개인이 원하는가와 상관

없이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익들을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the basic

requisites of a man's well-being)와 관련된 이익(welfare interest)이라는 표제어로

표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34) 여기에 속하는 이익들은 개인이 지향하는 상위의 가

치들을 내용으로 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이익들의 충족 없이는 개인은 인격성의

상실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가장 중요한 개인의 이익들이다. 이와 같은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와 관련된 이익들’은 볼프가 ‘인격의 자유로운 형성 및 발전’이나

‘인간의 본질에 상응하는 가능성의 실현’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비추어서 ’진정

이익‘(wahres Interesse)이라고 명명한 이익범주35)에 대응한다.

이렇게 파악한다면 우리는 ‘X가 A에게 이익이 된다’는 진술을 A의 소망, 욕

구, 선호에 근거하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다.36) 적어도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와

관련된 이익들은 어떤 개인이 원하는가와 무관하게, 어떤 경우에라도 그 이익내

용의 증진은 그 개인에게 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실제로 그러한 이익내용을 원할 것이다.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

즉 최소한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유지, 최소한의 물질적 자원과 경제적 자산의

확보, 사적 자치를 향한 소망/욕구가 각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러한 소망/욕구와 그 충족이 각 개인이 가지는 보다 심층적이고 장기적

인 목표와 가치들―이것들은 각 개인마다 상이하게 설정할 수 있다―을 실현하

고 보다 높은 복지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

34) J. Feinberg, Harm to Others, 37면 참조.

35) H. Wolff, Verwaltungsrecht I, 160면.

36) J. Feinberg, Harm to Others, 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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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67

이자 수단들이 되기 때문이다.37)

그렇다면 이익의 내용을 이루는 요소와 욕구는 어떤 상호관계를 이루는가?38)

앞에서 살펴본 이익 개념에서 이익주체요소가 암시하듯이 이익 개념은 욕구와

긴밀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익 개념은 개인의 삶과 관련

하여 어느 정도 지속되며 항상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을 향한 인간의 적극적 관

심사를 내용으로 한다는 점, 어느 정도 일상적 욕구들의 저변을 이루며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속성(ulteriority: 深層性과 長期性)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때그때의 욕구’(passing desires/wants)와는 다르다.39) 가령 매우 더운 여름날 시원

한 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데도 내가 아이스크림을 원한다면, 그 욕구가 아

무리 강렬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운동을 하려는 마음가짐,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려는 선택, 늦게까지 공부를

하려는 결정(소망/욕구)은 그 자체로는 이익이 될 수 없는 소망/욕구이지만, 보다

일반적이며 항구적인 가치나 목표들, 심층적이며 장기적인 목표들(이들 또한 일

종의 소망/욕구이다!)―건강, 경력, 경제적 안정 등과 같은 목표들―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 되는 한에서 이익으로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심층적이

며 장기적인 가치와 목표들을 실현하는 데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이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러한 종류의 소망/욕구들을, 파인버그의 용법을 빌어 ‘수단의 지위를

가지는 소망/욕구’(instrumental wants)라고 하자.40)

이러한 수단적 지위를 가지는 직접적인 소망/욕구와는 달리 이타적이거나, 보

다 상위의 가치실현을 내용으로 하거나, 심원하며 형이상학적인 욕구를 내용으로

하는 소망/욕구들이 있다. 그 실현이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하면서도 정신적으로

나 지적으로 고양된 가치들을 내용으로 하는 목표들 역시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

이러한 소망과 욕구들은 다른 가치들 및 목표들을 위한 수단이 아니면서도 그

자체로 목적인 이익이다. 동시에 이것들은 자신들보다 더 높은 가치들과 목표들

을 실현하는 데 수단이 되기도 한다.41)

이처럼 다양한 주관적 소망/욕구와 다양한 층위의 이익들을 모두 종합하여 파

인버그가 제안한 ‘이익망’(an interest network)이라는 개념42)으로 모아보고, 파인

37) J. Feinberg, Harm to Others, 57면 참조.

38) 이하의 부분은 J. Feinberg, Harm to Others, 55-61면을 참조하고 정리한 것이다.

39) J. Feinberg, Harm to Others, 55면.

40) 이 용어에 관해서는 J. Feinberg, Harm to Others, 57면 참조.

41) 이러한 성격의 이익들에 대해서는 J. Feinberg, Harm to Others, 45면, 59-6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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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도표화하여 보도록 하자.43)

욕구과 이익의 다양한 층위와 이익망의 복합구조

I: 그때그때의

욕구

II: 수단적 욕구들 III: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이익

IV: 심원한 목표들 및

가치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는 욕구

․컴퓨터게임을

하는 것

․영화를 보러 가

려는 욕구

․맛있는 후식을 포기

하는 선택

․운동하기로 결정하

는 것

․열심히 공부하는 것

․신체건강

․극도의 고통 제거

․지적 능력유지

․정서적 안정 유지

․적절한 사교관계(우정

이나 동료관계) 유지

․경제적 안정성

․적절한 환경

․최소한의 자유향유

․아름다운 집을 짓는 것

․책을 집필하는 것

․명예를 얻는 것

․대통령이 되는 것

․종교적 깨달음에 도달하

는 것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

․과학적 난제의 해결

개인의 소망/욕구,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선택은 세 가지 층위의 욕구(㉠ 그

때그때의 욕구 및 선택행위, ㉡ 수단적 욕구 및 선택행위, 마지막으로 ㉢ 심원한

욕구 및 선택행위)로 구분된다. 이를 우리 헌법재판소의 용법을 변용하여 ‘일반

적 행동 자유를 향한 욕구’라고 이름 붙여 보자. 그리고 이 욕구를 내용으로 하

는 이익을 ‘자유에 대한 이익’(interest in liberty)이라고 해보자. 그 구체적인 내

용들은 개인들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선택/결정하고 행동하고자 하

는 욕구,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삶의 방식대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

구는 인간 모두에게 공통되며, 그러한 자유에 대한 욕구는 모든 개인에게 공통된

이익으로 보편적 이익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를 가지는 개인의 인정

이야말로 근대 인간관의 핵심이다.44)

이렇게 보면 이익내용의 요소와 주관적 욕구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자가 후자에 종속되거나 후자로부터 도출되는 관계는 아니라

42) 이 개념은 J. Feinberg, Harm to Others, 55면 참조.

43) 이 도표는 J. Feinberg, Harm to Others, 60면을 참조하였음.

44) 자유에 대한 이익과 함께 ‘생존과 최소한의 복지’에 대한 이익은 모든 개인이 보유하 는 보편적 이익이다. 그리고 이 양대 이익은 ‘자주성에 대한 이익’(interest in autonomy)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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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69

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45) 이 결론이 함축하는 바는 개인의 소망과 욕

구에 원천을 두는 이익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익들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개인의 이익망은 다양한 욕구들과 다종다

기의 이익들로 구성된다고 본다면, 한 개인의 이익이 증진된다거나 침해된다거나

하는 표현은 이익망의 복합적 구조전체 속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X

는 A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표현을 이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X

가 A의 이익망을 이루는 이익요소들 전체가 조화롭게 실현되는 데 기여한다는 해

석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X가 A의 이익망을 이루는 이익요소들 중 어떤 이익들과

관련해서는 증가되면서 동시에 다른 이익요소들을 침해하지만, 증진된 이익들이

침해된 이익들보다 더 우위에 있어서 종합적으로 보면 순이익(net gain)이 발생한

경우이다.46) 현실을 보면 대체로 후자의 해석방식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만일 내가 독일의 한 대학에 방학동안 연구를 위해서 혼자 가게 된다면 나의

학문적 업적은 증진되겠지만, 방학동안 휴가를 같이 보내지 못한 배우자와 자녀

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가정 내에서의 불화가 생겨날 것이 명백하다고 하자. 이때

나의 이익형량은 다음과 같은 계산법으로 진행될 것이다. ㉠ 만일 독일의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조만간에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인가? ㉡ 그 방문기회가 나의

연구업적 증진에 필수적인 수단인가? ㉢ 이때 가족 내의 긴장관계와 불화는 나

중이라도 회복가능한가? ㉣ 아니면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만들이 터져서 회복

불가능하거나 회복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들 것인가? ㉠, ㉡, ㉢의 사항과 관련하

여 ‘그렇다’라는 결과를 예상한다면 내가 방학동안 독일로 혼자 가는 것이 나의

이익망 전체구조에서 보면 순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

관련하여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가족관계에 대한 나의 이익에 과도한 비용

이 지불될 것이고, 나의 독일방문은 나에게 순이익이 되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이익형량 방식이 공익판단에도 적용가능한 것일까?

결국 X가 어떤 개인 A의 이익망 전체에서 볼 때 Z에 대한 그 사람의 이익에

과도한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Y에 대한 이익을 증진시킬 수밖에 없다면, 종합적

으로 판단할 때 X는 A의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47) 그런데 이때 한

개인의 이익망은 불변의 고정된 욕구들(선호들)과 이익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45) J. Feinberg, Harm to Others, 42면.

46) J. Feinberg, Harm to Others, 39면 참조.

47) J. Feinberg, Harm to Others, 4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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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70

아니라는 점에 주목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익망의 저변에 놓여 있으며 개별적인

욕구들의 형성에 작용하는, 장기적인 가치 및 목표와 그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망

/욕구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심층적이고 장기적

인 욕구들에 비추어서 위의 도표에서 제시된 소망/욕구 및 선호, 수단적 욕구들,

그리고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도구적 이익들은 수정될 수 있고, 새로운 이익들

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점은 공익과 사익의 관계를 해명

할 때 방법론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3) 이익판단과정에서 정당화가능성 요소의 중요성

‘X가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진술은 곧바로 ‘내가 지향하는 목적 Z를 달성하

기 위하여, 나는 X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처럼

‘내가 X를 원한다’는 사실진술이 ‘나는 X가 실현될 것을 주장/요구한다’는 주장

의 요소를 포함한다면, 이 주장진술은 타인들을 향하여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하

며, ‘왜 너가 X를 원한다는 사실이 X가 너의 이익이며 그것이 실현되어야 한다

는 주장의 타당한 근거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즉, ‘내가 X를 원한다’는 것이 ‘X는 나의 이익이다’라는 판단의 타당

한 근거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X가

임의의 개인 Ii에게 이익이 된다’는 진술은 ‘X가 자신의 이익이 되므로 실현되어

야 한다고 개인 Ii가 주장할 때 그 주장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는

정당화가능성 진술로 귀착된다.48)

이익판별의 진술에서 정당화가능성(justifiability)의 요소는 정당화하는 원리들이

나 기준들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엇이 이익인지를 판단

하는 작업은 단순히 실제의 욕구나 선호의 목록을 열거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

을 알게 될 것이다. 이익판별과정에는 실제의 요구나 선호가 사회적으로 ―사실

적으로건 당위적으로건― 승인된 기준체계에 합당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익평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소망, 욕구, 선호는 이익주체의 요소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익 개념의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망의 충족에 대한 요구 그 자체가 이익으로 판별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점은,

이익 개념의 구성에 정당화의 기능을 수행하는 가치기준들의 체계가 전제되어야

48)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 3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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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71

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49) 이 점은 공익판단과정을 살펴볼 때 다시

설명될 것이다.

  1. 이익 판단의 구조

이익 개념 및 이익 판단의 두 번째 속성은 다음과 같다. ‘X가 임의의 개인 Ii

에게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 언제나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해당 판단

에서 이익의 내용을 이루는 X가 기타의 대안들과 비교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

법시험을 치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사법시험을 치지 않

고 다른 직업(들)을 찾는 행위가 가져다 줄 이익’이 항상 비교대상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 개념 및 이익 판단의 두 번째 속성은 다음과 같이 표

현할 수 있다.

언제나 이익 판단은 ‘X와 Y 중 (또는 X와 기타 대안들 중) 어느 것이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가’라는 삼가관계(三價關係: triadic relation)로 이루어진

판단(이익판단주체, 현재 문제가 되는 행위나 정책, 그리고 대안이 되는 행위들

이나 정책들, 이 세 가지 변수로 이루어진 판단이라는 의미에서)이다.50)

이익 판단은 언제나 세 가지 변수로 구성된 비교판단이라는 점은 앞으로 ‘공익

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나 ‘공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식별할 수 있

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매우 요긴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익판

단이 삼가관계의 구조를 가진다는 점은 이익 및 공익 개념이 단순히 주관적 선호

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1. 중간요약

지금까지 설명한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이익은 ‘임의의 개인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적들(어떤 내용들을 가지든지)을

49) S. Benn, “ ‘Interests’ in Politics”, Proceedings of the Aristotelian Society 60 (1960), 127-128면 참조; C. Fried, “Two Concepts of Interests: Some Reflections on the Supreme Court's Balancing Test”, Harvard Law Review 76 (1963), 755-778, 특히 756 면 이하 참조.

50) B. Barry, Political Argument, 19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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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수단이 되는 것들’로서, 일정정도의 지속성, 장

기성, 심층성을 갖춘 욕구들을 포함한다.

② 임의의 개인에게 무엇이 이익인지를 판별하는 과정은 정당화가능성 평가과

정을 담고 있으며, 이는 정당화평가의 기준들과 원리들을 전제로 한다.

③ 이는 개인의 주관적 선호나 소망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익의 요소가 있음을

나타낸다.

④ 이익판단은 ㉠ 이익주체, ㉡ 이익이라고 판단되는 해당 행위나 사태, ㉢ 이

와 비교되는 대안 행위들이나 사태들이라는 세 변수들 사이의 삼가관계구조를

이루고 있다.

⑤ 이익판단의 구조는 이익판단이 단순히 개인의 선호를 표현하는 과정이 아니

라 객관적인 비교를 가능하게 할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점들은 공익 개념과 공익 판단의 해명에 실마리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Ⅲ. “바람직한 공익판단모델”51)의 구성원리들

1970년 미국의 정치철학자 버지니아 헬드(Virginia Held)는 자신의 저서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에서 세 가지 공익관을 제시한 바 있었

다.52) 이 세 모델들은 각각 개인의 실제이익(욕구/소망으로 이해된 이익), 개인의

욕구로 이해된 사익을 넘어서는 공동체고려적 이익, 도덕적 정당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설명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 법체계에서 이루어지는

공익 논의에서도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헬드가 분류

한 공익관들을 중심으로 하여 헬드의 설명보다는 좀더 상세하게 각각의 모델에

담겨 있는, 수용할만한 핵심사상을 추출하고자 한다.

  1. 다수결 공익관(Preponderance Models)53)

51) 최송화, 공익론, 191면.

52)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New York/London, 1970. 이 저 서는 당시까지 법학, 정치학, 경제학, 철학에서 논의되었던 공익이론들의 핵심사상들을 분석․비교한 후 적절한 공익관의 가능성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익이론에 관한 획기적인 저작으로 인정되고 있다.

53)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49-93면 참조. 김유환 교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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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73

버지니아 헬드에 따르면, 이 모델은 공익을 개인들의 이익들(사익들)의 양적인

총합계(the aggregate sum of individual interests/preferences)에 따라서 설명하고자

하며, 결국은 최대 다수를 이루는 개인들의 이익들의 합(the preponderance of

individual interests; the greater sum of individual interests)이 공익이라고 파악한

다.54) 헬드는 다수결 공익관을 택한 사상가들을 꼽으면서 홉스(Th. Hobbes), 흄(D.

Hume), 벤담(J. Bentham)을 대표적으로 든다. 이들 사이에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기

는 하지만, 핵심적 공통점으로 제시하는 헬드의 견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추구하는 존재이다.

② 개인이 욕구하는(선호하는) 바가 그의 이익을 구성한다.

③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할 때 개인의 이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④ 정치적 공동체는 개인들의 집합이다.

⑤ 따라서 공익은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 중 다수가 원하는 것

들이다.55)

공익이 ‘공중의 구성원인 개인들이 공통되게 지향하는 목적들을 성취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수단들’을 내용으로 한다면, 이 모델은 공익의 내용을 양적으

로 측정하여 경험적으로 확인가능한 방식으로 구성하고자 한다.56)

우리는 n명의 개인들로 구성된 한 정치적 공동체에서 공익과 사익의 상호관계

와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 명제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 X는 공익에 속한다.

㉡ X는 공중을 구성하는 개인들 I1, I2, ..., In-1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

를 문자 그대로 ‘우세이론’이라 번역하고 있는데, 필자는 그 핵심은 다수결(많은 수의 집적)이라 파악하여 이렇게 번역해보았다.

54)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50, 68면 참조.

55) 벤담의 견해가 이러한 입장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J. Bentham,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 of Morals and Legislation, New York, 1948, 3면: “The interest of the community then, is, what?―the sum of the interests of the several members who compose it.”

56)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68면 이하 참조, 그리고 이 모델 에 대한 비판은 8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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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74

㉢ X는 나머지 개인 In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주관적 소망/욕구/선호가 이익을 구성한다는 선호중심적 이익관을 바탕

으로 하는 다수결 공익관은 이 세 가지 명제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에 대하여 ㉠

과 ㉡은 동시에 타당할 수 없지만(모순관계), ㉡과 ㉢이나 ㉠과 ㉢은 각각 동시

에 타당할 수 있다고 본다. X가 공익에 속한다는 명제는 공중의 다수를 구성하

는 개인들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이 모든 개인들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으므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은 언제나 가능하다.57)

다수결 공익관은 공공선택이론이 채택하고 있는 공익관의 핵심이라고 할 만하

다. 공공선택이론은, 그 제목이 풍겨주는 것과는 달리, 정치적 의사결정(공공적

의사결정)은 시장에서의 합리적 선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견해를 취한다.58) 그런

데 만일 공익 개념이 규범적 개념이라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다수의 이익

이라는 사실로부터 규범적 내용이 어떻게 도출될 수 있는지를 정당화할 수 있어

야 할 것이다. 이는 다수결이 갖는 규범적 가치로부터 ‘다수 개인들의 이익총합

이 공익’이라는 점을 정당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59)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다수결 공익관은 개인의 욕구나 선호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익

과 관련된 논의과정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식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60)

  1. 공통이익 모델(‘the Public Interest as Common Interest’-Model)

이 모델은 공익을 ‘한 정치적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통되게 가지는 이

익들’과 동일시한다. 공통이익 모델을 제시한 많은 사상가들이 있지만61) 여기서

는 현대 공익론에 큰 영향을 미친 브라이언 배리(B. Barry)의 공익론을 중심으로

공통이익 모델의 핵심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57)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42-43면 참조.

58) M. Feintuck, ‘The Public Interest’ in Regulation, Oxford, 2004, 8면 참조.

59)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서는 조홍식, “민주주의와 시장주의”, 서울대학교 법학 제45권 제4호(2004), 324-393쪽 참조.

60) 가장 대표적인 입장은 J. Buchanan/G. Tullock, The Calculus of Consent: Logical Foundations of Constitutional Democracy, Ann Arbor, 1962 참조.

61) 헬드에 따르면, 루소(J. Rousseau)의 공익이론이 공통이익 모델의 대표적 선구자이다.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9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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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75

(1) 브라이언 배리의 공통이익 모델

배리는 ‘X는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진술이 ‘나는 X를 선호한다’는 주관적 선

호의 표현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고, 공익관련 진술들이 명확한 의미를

갖는 이론틀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62) 배리에 따르면, 개인들 사이에 상당한 정

도의 공통이익들이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익판단의 구조 때문이다. 이익

판단주체들은 그저 하나의 정책이 이익이 되는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정책을 기타 대안정책들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정책이 각자에게 가

져다 줄 이익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안정책들과 비

교하였을 때 이익이 되는지 어느 정도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하기는 보다 쉬워진

다는 것이 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63)

배리에 따르면, 공익은 공공적 이익이라는 점에서 공중(公衆)의 구성원 모두에

게 또는 임의의 구성원 각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개인의 선호들의 총합 이

상의 요소가 공익에는 있다는 것이다. 배리의 공익 개념은 다음과 같다.

“공익이란 개인들이 공중(公衆)의 구성원으로서 공통되게 보유하는 이익들이

다.”64)

즉 공익은 공통이익(common interest)의 특수한 종류이지만 해당되는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이다. 공통이익이 개인들 사이에 공유되는 이익(an

interest shared between individuals)으로 풀이할 수 있다면, 공익은 정치적 공동체

의 구성원들로서 개인들이 공유하는 이익이다.65) 앞에서 언급하였던 이익 개념의

62) B. Barry, Political Argument, 207면.

63) B. Barry, Political Argument, 195면 이하 참조.

64) B. Barry, Political Argument, 190: “The definition of the meaning of ‘the public interest’ which I propose makes it equivalent to ‘those interests which people have in common qua members of the public.”(밑줄은 첨가) 벤담이 공공적 범죄(public offense)를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통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 아니면 셀 수 없 는 불특정 개인들에게 공통된 위험을 야기할 범죄”라고 한 점을 원용하면서, 배리는 공공적이란 ‘한 정치적 공동체의 불특정 구성원들(non-assignable individuals) 모두와 관련된’이라고 해석한다.

65) 정치적 공동체와 공익의 관련성은 J. Bell, “Public Interest: Policy or Principle?”, in: R. Brownsword (ed.), Law and the Public Interest (Proceedings of the 1992 ALSP Conference), Stuttgart, 1993, 30면: “[T]he public interest is simply the class of human interests of any group of human beings where the unity of the group is determ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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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76

구성요소 중 이익주체 요소와 관련해서 보자면, 배리의 공익 개념에서 공익의 주

체는 ㉠ 공중의 구성원인 개인(들)이며, ㉡ 이익내용 요소는 공익의 주체들이 공

유하는 이익들이다. 그리고 ㉢ ‘지향하는 목적들을 성취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

한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잠정적으로 풀이된 이익 개념을 적용하자면, 공익이란

‘공중의 구성원인 개인들이 공통되게 지향하는 목적들을 성취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수단들’을 내용으로 한다.

공통이익 모델에서 핵심 과제는 개인들이 공중의 구성원으로서 공유하는 이익

들을 어떤 기준에 비추어서 결정할 것인가이다.66) 공중(公衆)은 해당 공동체의

유형에 따라서 그때마다 다르게 파악된다. 정치적 공동체에서의 공중은 시민들로

이루어진 공중이다. 지역공동체, 종교공동체, 기타 공공단체나 법인, 인적 결사들

도 공중을 이룰 수 있는 것이고, 공통이익이라는 점에서 보면 공익의 근거가 될

수 있다.67) 그러나 여기서는 정치적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해가기로

한다.

배리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각각의 역할에 상응하

는 능력을 행사하는데, 정책은 개인의 다양한 역할과 그에 상응하는 능력에 상이

한 방식과 강도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자전거도로를 자동차도로에 만드는

정책은 자동차 운전자로서 나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 반면, 자전거사용자로서의

나에게는 이익이 된다. 외국의 원료를 수입하여 생산하는 자에게 관세의 상승은

이익이 되지 않지만, 외국의 원료업자와 경쟁하는 자에게는 이익이 된다. 이처럼

각 개인의 역할과 관련하여 특정한 정책이 야기하는 이익의 충돌들을 고려하여

배리는 ㉠ 어떤 정책 X와 관련하여 한 개인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로서

그 역할에 상응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하여 가지는 이익(a man's interest

as a Φ)과 ㉡ 그가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들(직장인, 부모, 민주시민, 특정 지역

주민, 납세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그 정책이 그에게 미치는 이득들과 손

해들을 형량하여 나오는 순이익(net interest)를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68)

by its organization under a common public authority.”

66)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99면.

67)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최송화, 공익론, 177-178, 311-312면 참조.

68) B. Barry, Political Argument, 196면: “I shall distinguish between a man's interests as a Φ (that is, in some particular capacity) and his net interests in a policy (that is, how he is affected overall, striking a balance between the pluses and minuses incurred in his various capa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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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77

이 구분은 공익 개념의 파악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통이익 모델 중

에서 공익에 접근하는 두 가지 독해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69) 첫째 독해방식

은, 공익을 한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들 각각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들과 그에

상응하는 능력들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득과 손해를 형량하여 나온, 구

성원들 전체에 공통된 순이익들(common avowable net interests of people)로 파

악하는 것이다.70) 만일 공익을 이렇게 파악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난점에 빠지게

된다. 정책 X가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게 특정한 측면에서는 공익이 되지만, 공동

체 구성원 중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정책이 행해지지 않거나 다른 정책 Y가 행

해지는 편이 더 큰 이득을 가져올 경우가 있다. 가령 맑은 공기를 유지하기 위하

여 대기정화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일정정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대기오염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조

세부담의 증가 때문에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순이익이 적을 수 있다.71) 이

러한 경우 공통이익 모델은 어떤 기준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무엇이 공통된 이익인가를 결정하는 두 번째 방식은 공익을 ‘각 개인이 공중

의 구성원(시민)으로서의 능력에 대하여 가지는 이익들로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들과 공유하는 이익들’72)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배리는 말한다. 민주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의 지위에서 개인들이 공유하는 공통이익으로 공익을 파악하자는

제안은 첫 번째 독해(순이익으로서의 공통이익)가 처한 난점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령 깨끗한 거리와 맑은 공기를 유지하는 입법정책과 관련

하여 특정한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의 나에게는 그 입법이 없는 편이 순이익이

더 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의 지위에서

본다면 그러한 정책으로부터 얻는 일정한 이득들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환경정

책이나 입법이 어떤 집단의 사람들이 가지게 될 순이익에는 반할지 모르지만, 정

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으로서 모두에게는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공익이라

고 배리는 주장한다.73)

69) 이 부분은 Ph. Pettit, “The common good”, in: K. Dowding/R. Goodin/C. Pateman (ed.), Justice and Democracy, Cambridge, 2004, 150-169면 참조.

70) Ph. Pettit, “The common good”, 151면 이하 참조.

71) Ph. Pettit, “The common good”, 155면 이하 참조.

72) B. Barry, Political Argument, 223면. 배리가 사용하는 “those interests which people have in their capacity as members of the public”나 “someone's interests in his capacity as a member of the public as the interests which he shares with non-assignable groups” 와 같은 표현들은 이러한 독해방식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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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78

특정한 개인들의 순이익은 증진되지 않지만 정치적 공동체의 통합이나 발전이

보장되는 경우 통상 공익 개념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정치적 공동체의

통합이나 발전이 ‘구성원인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아 공통된 이익이라고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공동

체의 통합이나 발전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사회질서의 유지만큼이나 개인의 자주

성 발현조건 보장에도 달려 있는 만큼 개인의 자주성과 정치적 공동체의 근본가

치들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74)

민주적 시민의 지위 때문에 모든 개인들에게 공통된 이익들이라는 관점에서

공익을 파악하려는 견해는 현대 입헌민주주의 사회에서 커다란 중요성을 갖는다.

이른바 민주적 시민성(democratic citizenship)이라는 가치를 공익 개념의 구성에

끌어들이게 되면 개인의 자주성과 입헌민주주의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근본적 가

치들을 공익 개념의 요소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공익 개념은 개인

의 권리 못지않은 내용을 갖추게 될 것이다.75) 이러한 점은 독일의 공법학에서

발전되어온 공익관들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76) 이 점에 관해서는 뒤에서 좀더

상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2) 공통이익 모델에서 공익과 사익의 관계

어떤 정치적 공동체가 I1, I2, ..., In-1, In의 개인들 n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공익과 사익의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명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 X는 공익에 속한다.

㉡ X는 개인 I1, I2, ..., In-1, In 모두 각자에게 개인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 X는 임의의 개인 Ii에게 개인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

73) B. Barry, Political Argument, 224면. 또한 Ph. Pettit, “The Common Good”, 156면.

74) 이 점과 관련해서는 J. Capman/I. Shapiro (ed.), Democratic Community: NOMOS XXXV, New York, 1993 참조.

75) J. Bell, “Public Interest: Policy or Principle?”, 30면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공익 개념 을 구성해보려는 최근의 시도로는 M. Feintuck, ‘The Public Interest’ in Regulation, 179면 이하 참조.

76) 독일 공법학에서의 공익논의에 대해서는 R. Uerpmann, Das öffentliche Interesse, Tübingen, 199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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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79

공통이익 모델에 따르면 ㉠과 ㉡은 논리적으로 동치이다. 그러나 ㉠과 ㉢은 동

시에 타당하게 성립할 수 없는 양립불가능한 명제들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

에서 명확하다. 따라서 공통이익으로서의 공익은 동시에 사익이기도 하다. 그렇

지만 공통이익 모델에서도 공익과 사익의 충돌, 공익과 개인적 권리의 충돌, 공

익과 사적 자치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왜, 어떤 영역에서 그러한 충돌이 발

생하는 것일까? 이때 이른바 이익형량의 기준은 무엇일까? 공익이 항상 사익에

우선한다고 보는 것일까?

만일 공통이익을 구성원들의 순이익이라는 독해방식을 택한다면 공익은 얼마

든지 공리주의적 계산법을 통해서 판별되고 구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공익은 규범적 개념이 아니라 사실기술적 개념(descriptive concept)에 멈추고 만

다. 반면 민주적 시민성의 관점에서 공익을 파악하게 된다면 공익은 규범적 개념

의 요소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공통이익 모델에서 규범적 요소는 민주주의와

민주적 공중이라는 가치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77) 이 점은 이하의

공익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좀더 살펴보고자 한다.

  1. 객관적 진정공익으로서 공익관(unitary conceptions of public

interest): R. Flathman의 공익론

헬드에 따르면 이 공익관은 최고의 도덕적 근본원리 또는 근본가치체계들로부

터 공익을 도출하려는 견해들을 일컫는다. 이렇게 본다면 이 공익관은 공익을 공

공정책이나 입법을 지도하고 규제하며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규범적(가치평

가적) 속성을 가지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앞의 두 공익관의 가장 큰 약점이 공익

개념의 구성에서 가치요소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공

익관에 따르면, 공익 개념의 구성과 공익판단과정이 언제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도덕적 최고원리 및 최고가치의 체계에 비추어서 이루어져야 한다.78) 헬드는 플

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헤겔과 같은 철학자들이 이러한 모델을 추구해

왔다고 본다.79) 여기서는 헬드가 도덕적 공익관을 추구한다고 파악한 현대 정치

77) 루소의 공익관은 민주적 의지형성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면밀하게 탐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T. Brooks (ed.), Rousseau and Law, Aldershot, 2005에 다양한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독 자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78)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135면.

79) V. Held, The Public Interest and Individual Interests, 136-15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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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80

철학자 리처드 플래스먼(R. Flathman)의 공익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플래스먼의 공익론의 특징은 공익 개념의 구성과정과 공익판단과정을 실천적

논의의 과정으로 접근한다는 데 있다. 상대방과 공중을 향하여 입증하기 위하여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정당화과정 위에 공익관을 구축하려는 시도80)라는

점에서 법적 개념 또는 법원리로서 공익 개념을 발전시켜가는 데 플래스먼의 이

론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송화 교수님이 기획하시는

“객관적․합리적 공익판단”을 통한 “사실적 공익의 순화와 진정공익의 지향”이라

는 목표81)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공익과 사익의 관계

플래스먼은 각 개인이 나름대로 자신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을 추구하려는

행동방식이 근대사상의 핵심이며 근대 정치체계와 법체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

고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82) 비록 공익은 사익들의 총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익추구가 공익의 정당한 구성부분이자 공익 개념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익들의 총합이 공익이라는 견해에 대해서 플래스먼은 다수 개

인의 이익이라는 사실로부터 규범개념인 공익은 결코 도출될 수 없으며, 그 이상

의 다른 요소가 덧붙여져야만 된다고 비판한다.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 올바름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83) 개인들 사이의 상호관련성이 점차 증대되며 사익들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각 개인이 자기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공익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익은 규범적 개념이라거나 공익판단은 도덕적 판단이라는 말은 곧 공

익 개념의 구성이나 공익판단은 일종의 ‘원리에 바탕을 둔 판단’(principled

judgment)이라는 점을 함축한다.84) 그렇다면 플래스먼은 개인들의 사익총합 이상

의 요소로서 공익 구성에 어떤 규범적 원리들을 제시하는가?

80)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3면: “In most general and formal terms, a “politics of public interest” requires that political actors rest their assessment of the consequences of proposed policies on reasons.”

81) 최송화, 공익론, 267면.

82)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32, 37면.

83)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38면: “Number―that is, force―is not a criterion of right.”

84)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0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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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81

(2) 실천적 정당화 과정에서 구성되는 공익

플래스먼은 공익의 개념이 무엇인가를 해명하는 작업 역시 실천적인, 규범적인

요소85)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공익 개념의 구성(공익이란 …이다)과 공익판단

(이것은 공익에 속한다; 이 정책은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등)은 이익판단주체

(개인이든 국가이든)가 자신의 이익이나 행위를 상대방 및 공적 청중을 향하여

받아들여질 수 있게 정당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가치평가

와 정당화는 공적인 의미(타인을 향하여 이해될 수 있게, 납득될 수 있게 행해진

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어서 ‘내가 X라는 정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X는 옳다고

생각한다/정치적 강제력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진술은 실천적 논의과정에

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이처럼 실천적 논의과정을 특징짓는 가장 일반적인 개념요소가 ‘근거’(reasons)

라고 한다면, 공익 개념과 관련된 판단 및 결정, 행위를 설명(記述)하는 가장 일

반적인 방식 역시 ‘근거를 제시함’(giving reasons), ‘사리에 맞음(합당함)‘(being

reasonable) 또는 ’근거에 바탕을 둔 결론임‘(resting conclusions upon reasons)이

다. 이렇게 보면 실천적 정당화란, 논의당사자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나 선호가 서

로 다른데도 어느 정도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을 제시한다는 것

이고, 그 기반의 가장 최소한의 요소는 논리적 추론규칙들(rules of inference)과

사실증거의 존재이다.86)

공익과 관련된 실천적 논의는 도덕적 행위와 관련된 실천적 논의의 특수한 종

류이다. 플래스먼에 따르면 전자는 후자보다도 더 사실관계(맥락)와 결과들에 주

목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황관련적이며 더 정밀하여야 한다.87) 그리고 공익

판단과정에서 판단주체는 국가이거나 공중(시민)의 일원으로서의 개인들이지만,

특히 국가의 역할이 크므로 판단 및 결정의 주체인 국가의 권위가 공익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88)

85) 실천적(practical)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는가’라는 요소와 직접적으로 관 련되어 있다. 즉 실천적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그)는/우리는/그들은 어떻 게 행동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판단, 선택 및 결정, 행위를 포괄하는 표현이다. 규범 적(normative)이라는 개념은 ‘행위의 금지, 명령, 허용’과 관련되어 있다. 흔히 법학자 들이 사용하는 ‘당위적’이라는 표현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86)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3면 참조.

87)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6면 참조.

88)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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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스먼의 공익관은 다음과 같은 세 층위로 구축되어 있다.89) 제1층위는 실

천적 논의를 이끄는 도덕적 최고원리들로 이루어진다. 공익과 관련된 논의는 위

에서 든 논리적 추론규칙들과 도덕적 최고원리들을 가능한 한 충족하는 방식으

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리들은 형식적이어서 공익의 내

용을 결정하는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므로 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제공

하는 제2층위의 원리들이 필요하게 된다. 플래스먼의 공익관의 제2층위는 공익의

내용을 채워줄 실질적인 정치적 도덕원리들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주로 정치적

공동체에서 승인된 가치들과 그 내용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3층위에서는 공

익판단이 내려지는 상황의 고려(contextual consideration), 즉 (법)사회학적 논의가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 사실관계와 결과들의 정확한 고려로 뒷받침될 때 공익

논의는 비로소 정책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해석된 플래스먼의 발

상은 법적 개념으로서 그리고 법원리로서 공익 개념을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므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가) 제1층위: 실천적 논의의 최고도덕원리들

공익판단의 제1층위는 공익과 관련된 논의(‘공익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공익

에 해당되는가’, ‘사익과 공익 사이의 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가

반드시 충족하여야 할 최고의 도덕원리들로 이루어진다. 이 원리들은 부당결과회

피 원리(the principle of consequences)와 보편화가능성 원리(the universalizability

principle)이다.

A. 부당결과회피 원리(the Principle of Consequence)

통상 공익 개념은 정책과 입법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원용되며, 이때 공익판단

은 해당 정책과 입법이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평가한다. 이처럼 공익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실관계

와 결과를 고려하라’는 요청의 기저에는 ‘부당한 결과를 회피하라’는 근본원리가

놓여 있다. 이 원리는 “A가 X를 행함으로써 발생할 결과가 부당하다면, 특별한

정당화사유가 없는 한, A는 X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금지(부작위)요청을 내용

89) 이 세 가지 층위의 구분은 필자가 플래스먼의 견해를 재구성한 것이어서 정확하게 플 래스먼의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의 가능성은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83면 이하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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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83

으로 한다. 이 원리는 또한 “A가 X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결과가 부당하다

면, 특별한 정당화사유가 없는 한, A는 X를 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는 적극적인

표현방식을 갖는 작위의무의 요청으로도 나타난다.90) 이때 ‘부당한’(undesirable)

이라는 용어의 속성을 해명하는 것이 중요한 도덕철학적 과제이기는 하지만 일

단 ‘부당한 결과를 낳는 행위는, 특별히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회피되어야 한

다’는 원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플래스먼은 주장한다.91)

물론 이 부당결과회피원리는 형식적이어서 어떤 구체적인 행위나 정책의 결과

가 부당한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실질적 기준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결과의 부당

성을 판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92) 앞에서

간략하게 언급하였듯이 어떤 정책의 공익성 또는 부당함에 대한 판단은 그 정책

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고, 해당 정치공동체에서 받아들여

지고 있는 근본적인 실질적인 가치들(the generally accepted norms and basic

values of the community)을 판단기준으로 삼았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93)

B. 보편화가능성 원리(the Universalizability Principle)

플래스먼에 따르면 우선 공익의 내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원

용되는 실천이성의 원리는 보편화가능성(the universalizability principle)이다. ‘한

개인에게 타당한 것은 그와 유사한 조건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일반화원리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보편화가능성원리는 도덕판

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특히 공공적 판단(입법, 정책, 판결, 행정 등)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94) 국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국가가 개인들 ABC를 X의 방

식으로 대우했다면, 국가는 다른 개인들 EFG에 대해서도, 양 집단 사이에 차별

90)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06면 이하 참조.

91)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09면 이하 참조. 이 문제는 도덕철학상 매우 복잡 한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부당한’이라는 용어가 ‘도덕적으로 부당한’(morally undesirable)이라고 해석된다면 부당한 결과 회피원리는 분석적 속성(analyticity)을 보 유하게 되어 자명하게 정당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 법체계는 사악한 행위를 장려한 다’는 진술이 갖는 기이함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미 ‘사악함’이라는 표현 자체 에는, 적어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요소가 들어있으며 따라서 사악한 행위는 금지된다는 요청을 당연히(분석적으로) 함축 하는 것이다.

92)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08면.

93)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61면.

94)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1면 이하, 111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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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84

대우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ABC와 마찬가지로 X의 방식으로 대우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정책을 보편화가능한 것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 정책의 정당성

은 그만큼 약화된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의 주장이 자신과 유사한 상

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주장하는 이익이 공익으로 전환되려면 보편화가능성 원리의 테스트

를 통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95)

문제는 보편화가능성 원리는 논리적 규칙에 지나지 않으므로 내용상의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플래스먼은 보편화가능성 원리 그 자체로부터는 어떠한

실질적인 규범판단을 이끌어낼 수 없으며, 또한 보편화가능성 원리 자체는 어떠

한 규범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영국의 도덕철학자 헤어(R. Hare)의 견해

를 따르고 있다.96) 그런데 논리적인 테스트 규칙으로서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속

성을 지니는 보편화가능성 원리를 위반한 경우 도덕적으로 비난가능한 행위

(moral wrongs)를 저지른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논리적 자기모순(logical

contradiction)을 범한 것에 지나지 않는가하는 난제가 발생한다.97)

헤어의 예를 보면 이 문제가 갖는 중요성이 이해될 것이다. 사회에서 모든 유

대인들을 제거하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 어떤 광적인 나치즘신봉자가 자기 자신

역시 유대인으로 판명이 되면 기꺼이 가스실로 갈 용의가 있다고 할 때, 이 사람

의 행위를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98) 국가보안법위반자들은 고문을 해서라도

끝까지 제거하여야 한다는 국가보안법신봉자가 자기 자신도 국가보안법을 위반

하면 기꺼이 고문을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면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

만일 보편화가능성 원리가 도덕적 규범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보편화가능성의 원

리를 견지하고 수미일관하게 준수한다는 점에서 그는 도덕적인 행위를 한 셈이

된다. 그렇지만 통상의 도덕적 판단은 광적인 나치신봉자나 국가보안법신봉자가

도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들의 논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5) 보편화가능성 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플래스먼은 공익판단을 보편화가능성원리에만 국한시키는 절차주의적 견해에는 반대한다.

96) R. Hare, Freedom and Reason, Oxford, 1963, 10-13면, 30-35면 참조;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12면 이하 참조.

97) 전자의 입장은 M. Singer, Generalization in Ethics, New York, 1960, 46면 이하 참조. 후자의 입장은 R. Hare, Freedom and Reason, 10면 이하 참조. 또한 R. Wimmer, Universalisierung in der Ethik, Frankfurt/M., 1980 참조; 심헌섭, 분석과 비판의 법철 학, 법문사, 2001, 90면 이하, 364면 이하 참조.

98) R. Hare, Freedom and Reason, 17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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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85

㉠ 모든 유대인은 제거되어야 한다.

㉡ A는 유태인이다.

㉢ 따라서 A는 제거되어야 한다.

당연히 대전제인 ㉠의 내용적 정당성이 문제가 되는데, 그것은 어떻게 판단되

는가? 플래스먼에 따르면 보편화가능성 원리가 관여하는 판단의 대전제는 부당

결과회피의 원리에 비추어서 그 정당성이 판별될 수밖에 없다. 대전제 ㉠이 지시

하는 행위 자체가 도덕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면 나머지 논증과

정은 타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99) 이런 점에서 플래스먼은 보편화가능성 원

리는 부당결과회피의 원리보다 하위에 있는 원리라고 파악한다.100) 실천적 추론

의 영역에서 보편화가능성의 원리가 위반된 경우 대체로 그 추론은 정당하지 않

게 되는데, 그 까닭은 보편화가능성 원리의 위반은 통상 부당결과회피의 원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101)

이처럼 보편화가능성 원리는 논리적 테스트의 지위를 가지기는 하지만, 특히

공익판단에서 각 개인이 자신을 고립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타인과 관

련되어 있고 비교되는 존재로서 인식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왜냐하면 보편

화가능성 원리는 내가 처한 상황과 타인이 처한 상황을 비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편화가능성 원리가 국가의 공익판단에 관련될 때

는 국가는 이해당사자들의 구체적 특성들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요청으로 나타난

다.102)

플래스먼에 따르면, 부당결과회피 원리와 보편화가능성 원리는 구체적인 공익

문제에 실질적인 대답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실질적인 대답들이라 할지라

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논리적 심사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익판단에 매

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103) 플래스먼의 입장은 공익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개인

들의 선호만을 집적하는 과정이거나 정치적 타협의 과정이 아닌, 원리에 바탕을

둔 합리적 논증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104)

99)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18면.

100)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17면.

101)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22면.

102)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121면.

103)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40면 이하 참조.

104) 공익논의가 합리적 논증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는 J. Bell, “Public Interest: Policy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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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86

(나) 제2층위: 정치적 공동체의 근본가치들 - 정치적 도덕원리들의 역할

공익 개념은 구체적인 정책들이나 입법을 평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개선

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공익 개념을 형식적인 관점에서 또는 절차주의적 관점에

서 해명하려는 시도를 넘어서야 함을 암시한다. 공익 개념의 평가기능을 고려한

다면 실질적인 정치도덕원리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플래스먼은 그 후보로서 정치

적 공동체 내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가치들(general community values)을 끌어들

인다. 이 공동체 가치들은 특히 법적 차원에서 공익을 논의할 때 커다란 역할을

한다.105) 법학자의 관점에서 공익을 논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공익은 두 가지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다. 첫째, 공익은 논리적 의미로―즉, 공

동체에서 통용되는 근본가치들의 의미를 풀이하는 작업―사용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정책적 목표가 근본적인 공동체 가치의 의미에 부합하는 경

우[위배되지 않는 경우-필자첨가] 그 정책의 추구는 공익이 될 것이다. 둘째, 공

익은 도구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어떤 정책의 결과들이 공

동체의 근본가치들을 실현하는 데 수단이 된다면 그 정책의 추구는 공익이 될

것이다.”106)

적어도 법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공익관을 구성하려 한다면, 공익 개념을 풀이하

기 위해서 공동체의 근본가치들이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

고 본다.107)

문제는 공동체 가치들은 단순히 해명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기도 한다는 점

이다. 어떤 공동체 가치들을 공익판단에 원용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상충하는 견

Principle?”, 32면 이하 참조.

105) J. Bell, “Public Interest: Policy or Principle?”, 34면.

106) J. Cohen, “A Lawman's View of the Public Interest”, in: C. Friedrich (ed.), The Public Interest, 155-6면 참조: “Public interest is used in a dual sense; first in a logical sense―i.e., to explicate the meaning of the established basic values of the community. Thus it would be in the public interest to pursue a certain goal because i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meaning of a basic community value. Second, it is used in an instrumental sense―i.e., that a policy would be in the public interest if its consequences would implement one or more of the established basic values of the community.”

107)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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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87

해들이 생겨난다. 어떤 가치가 공동체에서 승인되고 있다는 사실(community

acceptance)보다는 왜 그 가치가 타당한가하는 논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

나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 가치들 중 어떤 것들이 공익판단에 타당한

기준으로 될 것인지를 평가하게 해주는 상위원리들이 필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 가치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밝히는 것이 그 자체로 공익판단에서 기준

으로 원용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108) 공익이, 권리처럼, 정치적 공동체의 근

본가치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구성된다면, 공익의 내용에 대한 불일치는 단순히

주관적인 선호에 대한 불일치가 아니라 논의가능한 불일치(reasonable

disagreement)임을 뜻한다.109) 다시 말하면 공익에 대한 불일치는 합리적이고 객

관적인 논의가 가능한 불일치이기 때문에 앞에서 든 플래스먼의 추론규칙과 보

편화가능성 원리, 부당결과회피의 원리, 기타의 공공적 정당화 원리들을 활용해

서 공익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 가치들과 관련하여 생겨나는 또 다른 어려움은 가치다원주의이다. 가치

다원주의 하에서 과연 공익의 내용을 채워줄 수 있는 공통의 가치들을 확보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이론적 출구를 발견할 수 없어서, 많은 사람들

이 공익을 순수하게 절차주의적으로 아니면 공공선택이론에 비추어서 규정하려

는 시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110)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는데도 공익관의 구성에 공동체의 근본 가치들이 중요

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공동체 가치들을 원용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플래스먼은 그다지 깊게 논의하지 않고 있으므로 다른

사상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80년대 이후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 공화주의 논쟁,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논쟁에서 확인되는 바

는 공익이론과 관련하여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관계 문제, 민주적 공동체의 문제는

삭제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논점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111) 따라서 적

108) R. Flathman, The Public Interest, 62, 185면.

109) J. Bell, “Public Interest: Policy or Principle?”, 29면 이하 참조.

110) 이러헌 시도로 H. Smith, Democracy and the Public Interest, Athens Ga., 1970. 참조.

111)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에 대해서는 S. Mulhall/A. Swift, Liberals and Communitarians, Oxford, 1996 참조. 독일의 맥락에서 이 논쟁이 가지는 함의는 W. Brugger, “Zum Verhältnis von Neutralitätliberalismus und liberalem Kommunitarismus. Dargestellt am Streit über das Kreuz in der Schule”, W. Brugger/S. Huster (Hrsg.), Der Streit um das Kreuz in der Schule, Baden-Baden, 1998, 109-154 참조. 그리고 S. Huster, Die ethische Neutralität des Staates. Eine liberale Interpretation 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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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88

절한 공익관을 구성하려 한다면, 개인의 욕구/선호/이익에 적절한 위치를 부여하듯

이, 공동체의 가치들에도 그에 합당한 지위를 인정하여야만 할 것이다.

(다) 제3층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상황의 고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편화가능성 원리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면밀한 탐

구를 요구하고, 부당결과회피의 원리는 정책이 미칠 구체적인 결과들에 대하여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보면 공익의 논리(the logic of public interest)에서

작동되는 두 가지 최상의 도덕적 원리들은 구체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구성하는 사실들과 시행결과들을 면밀하게 탐구할 것을 요구한다. 즉 어떤 정책

이 적용될 상황들과 그 정책이 시행되어 개인들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야만 공익판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

겠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Ⅳ. 법학적 공익관: 자유공화주의적 공익관

법학적 공익관을 구성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버지니아 헬드가 분류한 공익관들

을 중심으로 하여 각 공익관에서 핵심적인 발상들을 고찰하여 보았다. 그 중간성

과물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익관의 구상에서 사적 자치로 대변

되는 개인의 욕구, 선호, 자유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다수결

모델로부터의 교훈). 둘째, 사적 자치의 요소 외에도 시민으로서 가지는 공적 자

치의 역할도 공익관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공통이익 모델로부터의 교

훈). 셋째, 실천적 정당화의 원리들, 즉 공공적 정당화(public justification)의 원리

들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구체적인 공익관련문제를 해결하

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기준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Verfassung, Tübingen, 2002 참조. 공화주의 논쟁에 관해서는 K. Ewing, “The Politics of the British Constitution”, Public Law (2000), 405-437면;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The Yale Law Journal 97 (1988), 1539-1590면; Kathryn Abrams, “Law's Republicanism”, The Yale Law Journal 97 (1988), 1591-1608면; M. Sellers, “Republicanism, Liberalism, and the Law”, Kentucky Law Journal 86(1997-98), 1-30면; B. Ackerman, We the People 1: Foundations, Cambridge/Mass./London, 1993, 29면 이 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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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89

타당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가치들(가령 사회정의의 원리들)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도덕원리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뜻한다.

이러한 요청들을 충족하는 공익관은 가능할까? 이하에서는 그러한 모델의 후

보로서 자유공화주의에 입각한 공익관의 기본적 특징을 살펴보고, 우리 사법부의

판결과 관련하여 그 실현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1.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자유공화주의(liberal republicanism)는 자유민주주의를 공화주의적 시각으로 재

구성하여 법학의 영역에서 등장한 정치철학이다.112) 이하에서는 자유공화주의의

기본특징들을 미국의 공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선스틴(C. Sunstein)의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113), 필요하다면 다른 사상가들의 견해들로 보충하면서 자유공

화주의에 대한 설명을 해보기로 한다.114) 선스틴은 자유주의의 가치들과 공화주

의의 핵심사상들은 서로 매우 친화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공화주의는 자유주의

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를 상호결합하여 전통적

인 자유주의의 약점은 공화주의로, 전통적인 공화주의의 약점은 자유주의로 상호

보완하려는 것이 선스틴의 자유공화주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115) 자유민

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개념이다. 자유공화주의는 이 두 가지 요소

를 좀더 깊고 넓게 파악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을 좀더 완전하게 실현하

려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116)

112) 이 용어는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1566면 참조.

113) 앞의 논문 외에도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Recovering the Regulatory State, Cambridge/Mass./London, 1990; 또한 동저자, Designing Democracy: What Constitutions Do, Oxford, 2001 참조.

114) 가령 로널드 드워킨 (염수균 옮김), 자유주의적 평등, 한길사, 2005, 337면 이하 참조 (원제목 R. Dworkin, Sovereign Virtue: The Theory and Practice of Equality, Cambridge/Mass./London, 2000). 그리고 심의(審議) 민주주의(또는 숙의(熟議)민주주의: deliberative democracy)이론을 펼치는 이론가들의 견해도 간략하게나마 참조할 것이다. 대표적인 문헌으로 J. Bohman/W. Rehg (ed.), Deliberative Democracy: Essays on Reason and Politics, Cambridge/Mass./London, 1999.

115) 이 점에 대해서는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1566-1571면 참조.

116) 가령 로널드 드워킨 (염수균 옮김), 자유주의적 평등, 367면 이하 참조. 드워킨은 ‘자 유주의적 시민공화주의자’(367면)(‘liberal civic republicans’-원문에서는 231면) 또는 ‘자유주의적 방식으로 파악된 시민공화주의’(372면)(civic republicanism in the liberal mode-234면)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 근본사상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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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90

(1)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

그렇다면 자유공화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자유주의는 자유를 우선

시 하는 정치철학이다. 따라서 우선 공화주의를 자유의 측면에서 정의한다면 다

음과 같다. 공화주의는 ‘타인에 의해서 지배당하지 않는 상태로서의 자

유’(freedom as non-domination)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는다. 전통적인 공화주의는

독립된 시민(liber)과 예속된 노예(servus)를 구분하고, 자유를 외국/타인의 자의적

지배에 예속되지 않는 국가/개인의 지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117) 이

렇게 보면 공화주의란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으로서의 개인들이 중요한 공공적 사안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

요하며 이를 위한 자치적 통치구조와 제도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

치철학적 견해들을 일컫는다.118) 비예속상태로서의 자유관은 자유를 단순히 ‘침

해받지 않는 상태’(non-interference)로 보는 사적 자치지상주의 자유관과는 다르

다.119) 후자의 자유관에서는 물리적 강제(제약) 또는 위협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태를 자유로 보아서, 개인의 자신의 욕구와 선호에 따라서 선택을 하였고 타인

에 대하여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법적인 규제는 없어야 한다. 법 또

한 자유를 제약하는 외부의 제약요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고 싶

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자유의 본질을 이루게 된다.120)

반면 공화주의 자유관에서는 공익을 실현하려는 법을 통해서 오히려 자유가

진작된다고 본다. 이른바 사회에서 각자가 자신의 욕구와 선호에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려고 행동하게 되는 경우 사회전체의 측면에서는 손해

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각자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이른바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의 문제점이 생겨난다.121) 교통규칙, 항공운행규칙, 환경오염규제규칙과 같

117) 예속상태의 대립개념으로서 자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Ph. Pettit, Republicanism, Oxford, 1997, 31면 이하 참조.

118) Ph. Pettit, Republicanism, 6면 이하; M. Virolli, Repubicanism, New York, 2002, 4면 이하 참조. 공화주의에 관한 비판은 W. Kymlicka, Contemporary Political Philosophy, 제2판, Oxford, 2002, 294면 이하 참조. 공화주의가 근대 유럽의 정치․법사상에 미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문헌으로는 M. van Gelderen/Q. Skinner (ed.), Republicanism Vol. I/II, Cambridge, 2002 참조.

119) M. Virolli, Republicanism, 10면 이하 참조.

120) Ph. Pettit, Republicanism, 41면.

121) 이러한 집합행동의 문제는 유전자선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생겨난다. 가령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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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91

이 개인들의 행동을 조정해줌으로써 법은 개인들이 원하는 바를 좀더 쉽고 안전

하게, 예측가능성을 가지고 달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의 행위조정기능

(coordination function)에 주목한다면122), 법은 개인들의 행위선택지들 중 특정한

선호들과 행위선택의 경로들을 차단함으로써 자유를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

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강제를 통한 법의 ‘자유촉진기능’(facilitative

function)이라고 선스틴은 이름 붙인다.123)

자유공화주의에서 법의 임무는 각 개인이 단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고

그 선호를 만족함으로써 얻는 자주성을 보장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와 동시

에 법은 각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는 선택지들(options)과 기회들에 관하

여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결정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자주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임무로 한다―그리고 오

히려 이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바로 법을 통해 이 양 차원에서의 자주성을

종합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핵심이라는 점을 자유공화주의는

특별하게 강조한다.124) 따라서 자유공화주의에 따르면, 공익을 실현하려는 법은

개인이 예속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예속상태에 있는 개인들은 구제해준

다. 자유공화주의 관점에서 보면, 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예속상태로서의 자

유를 강제력을 사용하여 보호해주는 활동이므로 공화주의에서는 反-이등국민화

원리(the Anticaste Principle)와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anti-discrimination

legislation)이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125)

(2) 심의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주성: 사적 자치와 공적 자치

‘시민으로서 동등하고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상태로서의 자유’가 첫 번째 특징

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보다 우량의 유전자를 가지기를 원하여 ‘나쁜’ 유전자를 버리고 ‘좋은’ 유전자로 바꾸게 되면, 유전적으로 볼 때 개인은 월등해지지만 집단은 완전히 열등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우월한 신체와 용모와 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게 되는 지극히 취약한 집 단이 된다는 사회적 딜레마가 발생하고 만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도정일/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256면 참조.

122) 법의 행위조정기능에 대해서는 J. Finnis, “Law as Co-ordination”, Ratio Juris 2(1989), 97-104면 참조.

123)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4면.

124)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1면 참조. 그리고 Ph. Pettit, Republicanism, 80 면 이하 참조.

125)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157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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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92

이라면, 자유공화주의의 두 번째 특징은 그 심의민주주의(또는 숙의민주주의)관에

있다. 자유공화주의가 개인의 자주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는 점은 전통적인

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바이지만, 자주성과 자유에 대한 자유주의의 빈약한 이

해를 극복하고자 한다. 전통적 자유주의(사적 자치지상주의)는 자주성과 자유를

파악할 때 개인의 욕구와 선호가 주어져 있다고 전제한다. 즉 개인의 욕구와 선

호가 어떤 경로를 통하여 형성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려 한다. 이는 고립된 인간상

을 취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126)

이에 반해서 자유공화주의는 개인의 욕구와 선호가 사회적 산물이라고 본다.

개인의 선호가 그 개인이 활용가능했던 정보들, 기존의 소비패턴들, 사회적 압력,

그리고 특히 법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면, 자주성과 자유

를 오로지 개인의 선호에 따른 선택(즉 선호의 만족)으로 보는 입장은 적어도 인

간관의 차원에서 보자면 매우 빈약한 견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127) 사적 자치성

의 이념은 각 개인이 자신의 욕구와 선호를 가지게 되는 과정, 각 개인이 욕구와

선호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를 성찰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128) 이것이 근대 독일 민법학에서 민법의 근본이념으로 활용했던 칸트(I.

Kant)의 자주성(Autonomie) 이념이다.129)

자유공화주의에 따르면, 오히려 법은 개인의 선호에 간섭함으로써 자유와 자주

성을 증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폭력적이고 음란하고 저속한 방송프로그

램들에 대해서 내가 강도 높은 선호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프로그램들

이 특정한 사회구성원들에 대해서 차별함으로써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지위에 위

협이 된다면, 그러한 내용에 대한 법적 규제들은, 비례성 원칙의 내에서라면, 공

화주의 관점에서 보면 정당하다.130)

126)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0면 참조.

127)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0면.

128) 가령 성희롱을 규제하는 법률은 고용주, 사업장에서 상관, 학교에서의 교육자가 피고 용인이나 하위직원, 학생들에 대해서 성희롱하려는 욕구를 감소시키며, 사회 전반적으 로 성희롱에 대하여 반대하는 선호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안전벨트착용을 강 제하는 법률도 그러한 기능을 한다. 이렇게 법률이 개인적 선호와 집단적 선호를 감 소시키거나 창출하는 과정에 관하여는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4, 60면 참조.

129)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hrsg. W. Weischedel, Frankfurt/M., 1995, 33면 이하, 164면 이하 참조. 칸트의 자주성 이념 에 대해서는 J.B. Schneewind, The Invention of Autonomy: A History of Modern Moral Philosophy, Cambridge, 1998, 508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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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93

바로 이 지점에서 자유공화주의의 두 번째 특징이 나타난다. 자유공화주의는

정치를 고립된 개인들의 순전히 사적인 이익들의 집적(an aggregation of purely

private interests)으로 보지 않고,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과 선호들을 공공적인 논

의과정을 통해서 다시금 성찰하게 하여 공익을 증진하려는 공동숙고(co-

deliberation)의 활동으로 파악한다. 이는 자유공화주의가 심의민주주의를 핵심적

구성요소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한다.131) 심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다수결

자체를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심의민주주의는 개인이 자기개

인의 삶의 영역에서도 그리고 공공적인 영역에서도 스스로 규범을 정립하는 입

법자라는 자주성(자치성) 이념을 민주주의의 근본이상으로 삼는다.132) 따라서 자

유공화주의는, 개인의 선호와 그에 기반을 둔 사익만으로는 공공적 논의의 토대

를 삼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보고, 개인의 선호와 이익이 끊임없이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보편화가능한 공익이라는 보다 넓은 가치로 번역되고 전환되는 과정에

주목한다.133) 이처럼 자유공화주의는 공동의 논의와 숙고를 통하여 사태를 함께

인식하고 공동의 선호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사적 자치와 공적 자치

(public autonomy)를 동시에 갖추게 된다고 가정한다.134)

130) I. Honohan, Civic Republicanism, London/New York, 2002, 194면 이하 참조. 물론 여 러 가지 제한조건들이 덧붙여질 것이다. 가령 가치 있는 전통 무형문화재나 예술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하여 공공재정에서 지원하기로 입법부에서 결정하는 경우 이러 한 예술지원정책은 시민이 자신의 소득을 원하는 곳에 사용할 자유를 제한하고 침해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결정은 정당하다고 자유공화주의는 본다. A. Gutmann, “The Disharmony of Democracy”, in: J. Chapman/I. Shapiro (ed.), Democratic Community, 152면 참조.

131) C. Sunstein, Designing Democracy, 6면 이하 참조.

132) J. Cohen, “Deliberation and Democratic Legitimacy”, in: J. Bohman/W. Rehg (ed.), Deliberative Democracy, 75면 이하 참조. 그러므로 심의민주주의에서는 사적으로 그리 고 정치적으로 자주적인 시민에 대하여 입법자나 정책결정자 및 집행자, 법원이 지는 정치적 책임(political accountability)을 중요시한다. 심의민주주의론에 따르면 민주주의 이상은 모든 구성원들의 항상적인 직접참여를 요구하기보다는, 공공적 사안에 대한 관심, 이성적 논의, 법률 및 정책결정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규명과 같은 공동심 의 및 평가를 통하여 정책결정자 및 집행자를 통제하고 심판하는 것을 그 핵심내용으 로 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A. Gutmann/D. Thompson, Democracy and Disagreement, Cambridge, 1996 참조.

133)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12면; J. Cohen, “Deliberation and Democratic Legitimacy”, 72-73면 참조; J. Cohen, “Procedure and Substance”, in: J. Bohman/W. Rehg (ed.), Deliberative Democracy, 416면 이하 참조.

134) A. Gutmann, “The Disharmony of Democracy”, 14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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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94

자유공화주의에서 자주성의 이념은 두 차원에서 실현된다. 첫 번째 차원은 사

적 자치의 차원이다. 사적 자치는 개인이 자신의 선호에 바탕을 두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동

시에 사적 자치는 각 개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호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선호와 행위가 타인에게 끼칠 영향과 결과를 고려할 수 있는 능

력도 포함한다.135) 이는 앞에서 든 보편화가능성의 원리와 부당결과회피 원리에

비추어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성의 두 번째 차원은 공적 자치의 차원이다. 공적 자치의 차원에서 자주성

은 개인들이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의 지위와 관점에서 공동의 선호를

형성하고, 그에 대해서 함께 성찰하고 수정해갈 수 있는 능력으로 나타난다. 따

라서 공적 자치는 각 개인이 공공적 논의와 결정과정에 타인과 마찬가지로 동등

하게 참여하고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공동논의 및 숙고가 자유공화주의에서 매우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

게 되는 것이다.136)

하버마스가 정확하게 지적하였듯이, 사적 자치와 공적 자치는 ‘같은 근원에서

동시에 형성되는’(equi-primordial) 속성137)을 갖는다. 양자 사이에는 이미 개념적

으로나 발생기원적으로나 필연적인 내적 관련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138) 다시

말하자면 내가 보유하게 된 선호가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떤 배경 하에

서 형성되었으며 과연 그 선호는 납득할만한 종류인가라는 물음, 한국 사회의 구

성원으로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그러

한 집단적 선호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형성되었으며 그런 집단적 선호는 정당화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한 개인의 차원에서도 생겨나고, 동시에 사회적인 차원에서

도 제기되기 때문에 공공적 논의과정을 통해서만 답해질 수 있다.

(3) 민주적 시민들의 공통이익으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가 채택하는 심의민주주의는 공공적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개인은

기존의 자신의 선호를 수정할 가능성을 갖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민주적

135) C. Sunstein, After Rights Revolution, 40-41면 참조.

136) C. Sunstein, “Beyond the Republican Revival”, 1548면 이하 참조; I. Honohan, Civic Republicanism, 187면 이하 참조.

137) 위르겐 하버마스, 사실성과 타당성, 나남출판, 2000, 140면.

138) 위르겐 하버마스, 사실성과 타당성, 13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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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95

시민으로서 가지는 이익(공익)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가정한다. 그

렇다면 자유공화주의는 공익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우선 자유공화주의에서 공익론은 배리가 제시한 ‘시민으로서의 모든 개인들에

게 공통적인 이익’이라는 공통이익 모델을 전제로 하여 공공의 협동을 통하여 공

익이 달성된다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자주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자유공화

주의 공익관은 ‘각 개인이 자신의 사익들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조건들의

총체’(‘the ensembles of conditions of individual goods’)를 공익으로 파악한다.139)

각자의 사적 자치와 공적 자치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들은 시민으로서 개

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공화주의는 개인적 선호

와 사회적 선호가 공동의 논의와 숙고과정에서 수정되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므로,

선호들이 형성될 수 있는 공정한 조건의 보장도 공익에 포함한다. 이는 합리적인

공공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조건들을 확보하는 것이 공익에 해당된다는 것을 의

미한다. 이처럼 자유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주성, 즉 사적 자치성과 공적 자치성의

실현에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고 인정되는 가치들을 공익으로 파악하게 된다.140)

그렇다면 자유공화주의의 공익은 다음과 같이 세 유형의 공익으로 구성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141) 제1유형의 공익은 사회구성원 각자의 자주성 행사에 가

장 필수적인 수단들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가령 ‘타인에 의해서 지배되지

않는 상태로서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특정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불리하게

취급하여 이등국민으로 고착시키는 행위들은 금지되어야 한다. 이 요청을 선스틴

은 ‘反-이등국민화 원리’로 명명한다. 동등한 시민의 지위와 기본능력과 관련하

여,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아 전혀 합당하지 않은 특징(인종, 성별, 지역, 신분 등)

에 근거해서, 중요한 여러 사회영역들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집단의 개인들에게

사회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 원리는 헌법상의 원리이

기도 하다.142) 이 유형의 공익은 평등정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

139) I. Honohan, Civic Republicanism, 151면 이하 참조.

140) I. Harden/N. Lewis, The Noble Lie, 44면 참조.

141) 아래에서 언급하는 세 가지 유형의 공익은 D. Miller, “Justice, democracy and public goods”, in: K. Dowding (ed.), Justice and Democracy, 136면 이하 참조. 이러한 구분 은 최송화 교수님이 제시한 ‘다원적 공익’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42) 이 원리에 대해서는 C. Sunstein, “The Anticaste Principle”, Michigan Law Review 92(1994), 2410-2455면, 특히 2429면: “[W]ithout good reason, social and legal structures should not turn differences that are both highly visible and irrelevant from the moral point of view into systematic social disadvantages.” 우리 헌법의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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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96

들로 구성될 것이다. 또는 평등한 기본적 인권의 가치 실현에 필수적인 수단들이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공복리 중 최소한의 생존과 복지(앞에서 언급한 ‘복지

이익’) 역시 그러한 공익에 해당된다.143)

제2유형의 공익은 정치적 공동체의 존속과 통합에 필수적인 가치들과 수단들,

사회구성원들을 연대하게 하는 가치들을 내용으로 한다.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

자연환경, 효율적인 국토개발, 전통문화재, 언어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144)

이 가치들이 공익에 해당되는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 공익인지 어느 범위

까지 보호되어야 하는 공익인지는 해당 정치공동체내의 공동논의를 통해서 해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공동적 선호 역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유형의 공익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결국 민주적 정치공동체

(democratic community)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제3유형의 공익은 개인들이 자신의 처지와 관련하여 종합적으로 이익형량한

후에 산출되는 순이익의 공통분모, 즉 구성원들 전체에 공통된 순이익들(common

avowable net interests of people)이다. 가령 ‘새만금 간척공사’나 ‘천성산 터널공

사’는 공익인가 아닌가? 천성산에 서식하는 희귀한 도롱뇽의 보호는 공익인가 아

닌가? 이러한 유형의 공익들은 앞의 두 공익유형과는 달리 합의가 불가능한 이

익들이다.145) 이러한 유형의 공익들에 대해서는 다수결 공익관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익판단의 이러한 영역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

이 공익판단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구조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편일 것이

다. 자신의 이익과 선호를 타인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고 협상할

수 있는 공정한 논의 및 결정과정을 보장하는 것이 제3유형의 공익을 실현하는

방안이라 하겠다. 물론 이때에도 플래스먼이 제안한 공익판단원리들에 따라서 논

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1. 공익과 자유: 이익형량

이제 최송화 교수님이 제안하는 합리적 이익형량의 기준과 관련하여 살펴볼

차례이다. 이하에서는 체계적인 이론제시가 아니라 자유공화주의적인 이익형량

사회적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조항(헌법 제11조 제1항)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143) D. Miller, “Justice, democracy and public goods”, 137면.

144) D. Miller, “Justice, democracy and public goods”, 138면 이하 참조.

145) D. Miller, “Justice, democracy and public goods”, 14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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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97

모델의 윤곽과 방향을 그려보는 것에 그치고자 한다. 자유공화주의는 과연 우리

법체계와 법실무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자유공화주의

에서는 공익과 사익(사적 자치 또는 자유), 공익과 공익은 어떤 기준을 매개로

하여 비교형량되는 것일까?

(1) 공익, 해악의 원리, 자유

우리 헌법은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제10조를 비롯하여 제11-제23조에서

알 수 있듯이 각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평등하게 기본적 자유들을 보장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고 그에 기하여 자율적인 생활을 형성할 수 있는

자유권은 최대한 평등하게 보장되지만, 타인에게 해악을 초래하는 경우 자유권의

행사는 제한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자유주의의 전통적인 원

리로서 ‘해악의 원리’(the Harm [to Others] Principle)의 내용은, 존 스튜어트 밀

의 견해를 원용한다면, 다음과 같다.

“The only purpose for which power can rightfully be exercised over any member

of a civilized community against his will is to prevent harm to others. His own

good, either physical or moral, is not a sufficient warrant. He cannot rightfully

be compelled to do or forbear because it will be better for him to do so,

because it will make him happier, because, in the opinions of others, to do so

would be wise, or even right.”146)

헌법 제37조에서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적 제한사유의 세

기둥인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역시 해악의 원리에 비추어 보면 “국

가안보/사회질서/공공복리에 해악을 끼치는 자유권의 행사는 제한될 수 있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위 세 가지 제한사유들은 기본권보장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공익을 표현하는 법원리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

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행위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해악을 야기할 행위를

한 경우에, 그러한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편이 행위당사자 자신에게 이익을 가

146) J.S. Mill, “On Liberty”, in: S. Collini (ed.), On Liberty and other Writings, Cambridge, 1997, 13면(밑줄은 필자가 첨가한 것임). 해악의 원리에 대한 상세한 고찰 은 J. Feinberg, Harm to Others, Oxford, 198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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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198

져다줄 것이라는 근거 또는 행위자의 도덕적 품성이 타락되는 것을 막거나 개선

시킨다는 근거를 들어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언제나 정당하며 개인의

자유에 우선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를 ‘法 後見主義’(legal paternalism)라고

부르고 이 입장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공익(사회구성원의 도덕적 덕

성이나 시민적 덕목을 계발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환경의 보호)을 ‘법후견주의적

공익’이라고 부르기로 하자.147)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비윤리적 행위나, 국가안전보장/사회질서/공공복

리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경우 공공도덕이나 사회윤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견해, 즉 사회윤리보호라

는 공익이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된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를

‘法을 통한 道德保護主義’(이하 ‘법도덕주의’: legal moralism)라고 부를 수 있

다.148) 법도덕주의에서는 성도덕, 공공도덕, 그리고 미풍양속의 보호는 공익에 해

당된다. 이를 ‘법도덕주의적 공익’이라고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

법도덕주의적 공익관은 법률가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입장이다. 고전적으로 보

자면 1960년대 영국에서 ‘법을 통한 도덕의 강제화’를 둘러싼 데블린(P. Devlin)-

하트(H.L.A. Hart)의 논쟁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1957년 9월 영국에서

월펜든(John Wolfenden)을 의장으로 하는 ‘동성애 및 매춘 위원회’(the Committee

on Homosexual Offences and Prostitution)는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이에

는 “성인 간의 합의를 통해서 사적으로 행한 동성애 행위는 더 이상 범죄로 취급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담고 있었다. 동보고서는 “부도덕성 그 자체에 관여

하는 것이 법의 의무는 아니다”는 자유주의적 전제에서 출발하여 “도덕적 의무들

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부도덕한 행위들’과 ‘단순히 사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부도덕한 행위들’을 구분

하고는 “법의 규율업무에 해당되지 않는 사적인 도덕과 부도덕의 영역은 존재해

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1959년 영국의 저명한 판사 데블린이 영국 아카데

미 법학 강연(Maccabean Lecture)에서 동 보고서의 입장을 비판하였고, 이에 대해

서 영국의 저명한 법철학자 하트가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데블린의 입장을 ‘법도덕

주의’(‘legal moralism’)라 다시 비판하면서 일대논쟁이 벌어졌고, 이는 60년대, 70

147) G. Dworkin, “Legal paternalism”, in: J. Feinberg (ed.), Philosophy of Law, New York, 1995, 209면 이하; 그리고 J. Feinberg, Harm to Self, Oxford, 1986, 3면 이하.

148) J. Feinberg, Harmless Wrongdoing, Oxford, 1988, 3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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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199

년대 전반에 걸쳐서 법학 및 도덕철학계의 핵심주제가 되었다.

데블린의 법도덕주의 논리는 “어떤 행위가 한 사회의 지배도덕에 위협이 된다

면, 사회는 자기방어라는 정당한 행위의 일환으로서 형법을 사용하여 그러한 위

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149) 이때 지배도덕이 정당하냐의 여

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지배도덕을 통해서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데블린은 본다. 데블린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회는 이상, 신념, 관념의 공동체이다; 정치, 도덕, 윤리에 대한 공유된 사상

이 없이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각자는 무엇이 정당하고 바람직하며

(what is good) 무엇이 악한 것인지(what is evil)에 대해서 생각들을 가지고 있

다; 그런데 이 생각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동떨어져서 가질 수 있는 것

은 아니다. 만일 일군의 남녀들이, 선과 악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점이 없는 사

회를 설립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가치들에 대

한 공통된 합의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그 공통합의가 허물어져 가면, 그 사회

는 해체(disintegrate)되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란 물리적으로 유지될 수 있

는 어떤 것이 아니라 공통된 사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대로 유지되기 때문이

다. 이 유대의 끈(bonds)이 너무 느슨해지면 사회구성원들 역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공통도덕은 이러한 연결끈의 한 부분이다. 이 끈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격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인간이 사회를 필요로 한다면 마땅히 그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150)

이러한 사회관에 비추어서 데블린은 각 사회는 성도덕과 관련해서 서로 다른

규범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어떤 사회는 일부일처제를, 어떤 사회는 일처다

부제, 또 다른 사회는 일부다처제를, 어떤 사회는 동성애를 중대한 반도덕적 행

위로, 어떤 사회는 가벼운 잘못으로, 어떤 사회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데블린에 따르면, 이러한 상이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회든지 사회

구성원들을 묶어주는 지배도덕을 통하여 사회가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가

치를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사회의 지배도덕이(건전한 영국 시

민들의 도덕이, 또는 영국 시민들을 묶어주는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이) 동성애를

149) “Society may use the criminal law to preserve morality in the same way that it uses it to safeguard anything else that is essential to its existence.” (P. Devlin, The Enforcement of Morals, Oxford, 1965, 13면).

150) P. Devlin, The Enforcement of Morals,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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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00

비난한다면 법으로 동성애를 금지해야만 영국 사회가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 데

블린의 논지이다.151)

법후견주의와 법도덕주의적 공익관은 타당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양 입장에서 나타난 공익들(개인의 건강보호, 선량한 풍속 보호, 사회윤리 보호

등)과 자유권보장이 충돌할 때 전자의 법원리들이 우위성을 가지는 조건들이 있

는가? 가령 표현물의 음란성 판단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사

유로서 음란성 기준은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 시키고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기술함으로써, 보

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서 전체적으로 보아 예술적 가치가 결여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견해이다.152)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자유주의 이상에서 나오는 해악의

원리에는 맞지 않는 ‘법적 규제를 통한 성도덕의 보호’라는 법도덕주의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와 비교형량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헌법재판소는

‘음란과 저속’이 자유제한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음란은 인간

의 존엄성을 왜곡하는 해악을 가져오는 적나라한 성표현물이어서 표현의 자유영

역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저속은 그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성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헌법적인 보호영역 안에 있다고 설시한다. 이러한 입장은 대법원의 입

장과 비교하면 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153)

151) 이러한 데블린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하여 하트는 “사회의 유지는 사회구성원들이 하 나의 지배도덕을 공유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각각 서로 다른 도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과 다른 도덕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용으로부 터 생겨난다”는 자유주의적 사회관에서 출발한다. 하트는 데블린의 입장이 ‘비판적 도 덕’(critical morality)과 ‘지배도덕’(positive morality)을 구분하지 않은 채 공공도덕의 핵심이 법에 의해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주장한다고 비판한다. 하트는 만일 데블린이 뜻하는 도덕이 광범위하게 공유된 분개심, 편협성, 혐오감이라면 이러한 편 견에 법의 보호를 부여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H.L.A. Hart, Law, Liberty, and Morality, Oxford, 1963, 20, 50면 이하, 70면 이하 참조. 이러한 자유주의적 관점 은 드워킨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핵심적으로 나타난다: “공동체의 도덕이 중요하다는 데블린의 생각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공동체의 도덕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데 블린의 생각이 문제이다!”(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Cambridge/Mass. 1977, 252면 참조). 적어도 도덕이란 감정이 아니라 이성(reason)에 기초해야 하며 증 거와 논변(argumentation)의 기준을 통과하는 비판적 도덕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 다는 것이다.

152) 대법원 2000. 10.13. 2000도3346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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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01

미풍양속의 보호,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보호,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의 보호라

는 법도덕주의적 공익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일 수 있을까? 또는 전기

통신의 분야에서 미풍양속의 보호는 어떤 조건에서 통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서 단속하는 ‘불온통신’에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

이 공익침해에 해당되면, 대통령령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 역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관련성을 갖는

다.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은 법도덕주의적 공익이나 법후견주의적 공익을 인정하

여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자유와 공익을 질적으로 구분하는 입장을 살펴

보면서 내려야만 할 것이다.

(2) 흡연권 사례154)

이하에서는 자유와 공익을 비교형량할 때 자유의 중요도를 구분하고, 그에 대

응하는 공익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고찰할 수 있는 기준을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

례를 바탕으로 하여 추출해보고자 한다.

(가) 자유의 위계질서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 흡연의 자유에 포함되어 있는 사익과 국민의 건강증

진이라는 공익사이의 충돌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혐연권과 흡연권 사이의 충돌에서 혐연권이 생명권이라는 상위의 기본가치

를 담고 있으므로 흡연권이 표현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사생활의 자유)에 우선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흡연권과 공익의 충돌과 관련해서는 흡연은 국민

의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켜 환경을 해친다는 점에서 국민 공동의 공공복리에

관계되므로, 공공복리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

37조 제2항에 따라 흡연행위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에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기본권들 사이에 그리고 자유들 사

이에 일정한 위계질서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견

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자 한다:

153) 헌재 1998. 4.30. 95헌가16 등.

154) 2004. 8. 26. 2003헌마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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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02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는 개념으로 분류되는 자유들 중에서 어떤 자유들

은 상위의 헌법적 가치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가지거나 그 가치를 실현

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자유들보다 더 큰 비중을

갖는다.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권이기도 하면서 생명권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단순한 사생활의 자유권인 흡연권보다는 ‘일반적으로 별다른 사

유가 없는 한 일단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취하게 되면 “더 중요

한 자유들, 즉 충돌할 때 더 큰 비중을 갖는 자유들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자유들 사이의 질적 구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실질적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관점에서 자유의

위계질서를 구분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정치철학적 문제이다. 자유의 제한과 관

련된 이익형량판단에서 자유에 관한 정치철학적 고찰 없이는 합리적인 이익형량

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유의 중요도 판정 기준

정치적 자유주의 또는 평등지향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유 그 자체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전체(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들에 대한

권리 자체)가 다른 가치들에 우선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자유가 봉사하는 상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헌법학자이자 법철학자인 드워킨(R. Dworkin)이

제시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바로서의 자유’(liberty as license)와

‘독립성으로서의 자유’(liberty as independence)155)의 구분법에서 보이는 발상을

활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번째 관점은 사적 자치지상주의자의 견해로서 자유를 외부강제의 부존재로

서 파악한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법적, 정치적 강제는 개인의 자

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자유는 제약되어서는 안 되지만 자유를 제한하

는 근거가 타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면 정당화된다. 드

워킨은, 약간 과장되게 표현하여, 이 관점을 일관되게 따르면 좋은 법규, 가령 살

인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법규가 악법, 가령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

155)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62면. 드워킨이 말하는 ‘독립성으로서의 자유’ 는 ‘자율성으로서의 자유’(freedom as autonomy)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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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03

는 법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도달한

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사적 자치지상주의의 입장에 놓여 있는 자유관

은 중요한 자유들을 질적으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갖는다.156)

드워킨이 타당한 자유관으로 평가하는 ‘독립성으로서의 자유’는 정치적 공동체

에서 자율적이고 평등한 성원으로서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근본목표로 본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배리의 공통이익 모델의 발상과 유사하다. 민주적 시민

으로서의 지위와 능력을 강조하는 이 관점을 활용하면 정치적으로 평등하고 자

율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행위들과 그렇지 않은 행위들,

이들을 제약하는 장애요인들의 비중들을 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

린다.157) 근본적인 도덕적 권리, 즉 ‘동등한 배려와 존중’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

고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자유들은 그렇지 못한 자유들보다 더 큰 비중이 부여

된다는 것이다.158)

자유가 봉사하고자 하는 상위의 가치는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가치이다.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가치는 구체적으로 보면 ‘반(反)-이등국민화 원리’로 구현된다. 이

렇게 본다면 자유는 그것이 동등한 인간존엄성, 반-이등국민화의 원리, 자주성의

실현에 얼마나 중요하며 어느 정도 기여하는가라는 기준에 비추어서 그 보호의

중요도가 판정된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한 이해방식이 아닐까?159) 상위가치의

실현에 중요한 행위선택지(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가 차단될 경우 그렇지 않

은 종류의 행위선택지(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차단보다

훨씬 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므로, 상위가치들의 실현에 보다 필수적이고 중

요한 성격을 띠는 행위선택지들―이들은 자유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을 침해하

는 경우에는 그만큼 더 해악이 커진다고 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면 자유제한

의 형량법칙은 이러한 중요도 기준을 편입하여 다음과 같이 구상해볼 수 있다.

156) 만일 한 법학자가 첫 번째의 관점 위에 서서 언론의 자유를 정당화한다면, 그는 독점 을 형성할 경제활동의 자유와 가게의 진열장 창문을 깨뜨릴 자유도 언론의 자유와 동 일한 비중을 가지는 자유로 분류하는 셈이다. 비슷하게 R. Dworkin, A Matter of Principle, Cambridge/Mass. 1985, 189면.

157)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63면 참조.

158) 평등지향적 자유주의에서 자유의 지위에 관해서는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210면 이하 참조.

159) 이러한 중요도 기준은 J. Feinberg, Harm to Others, 208면 참조. 그리고 Ph. Pettit, Republicanism, 51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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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04

동등한 인간존엄성이라는 상위가치의 실현에 보다 더 기여하는 행위에 대

한 자유권 유형이면 일수록 그 제한사유의 정당성(긴박성) 중요도는 그만

큼 커져야 한다.160)

따라서 공익과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자유의 중요도가 크면 클수록 그 자유를

제한하는 공익의 중요도나 긴박성은 그만큼 더 커야 할 것이다.161) 그렇다면 자

유의 중요도를 질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자유관을 암묵적으로 전제해서는 자유제

한의 형량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공공적 해악과 자유

(가) 법후견주의적 논증과 공공적 해악 논증

자동차좌석안전띠착용 의무규정 사례162)를 예로 하여 공공적 해악(공공에 대한

해악)과 자유제한 사이의 이익형량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동차운전자에게 좌석안

전띠를 매도록 강제하고 위반 시 범칙금을 부과하는 법률은 개인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의 핵심논증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라는 법원리와 운전자 본인의 이익(사고 시 피해의 최소화)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법원리가 충돌하는 차원에서의 이익형량이다. 이러한 논증방식은 자기 자신이 자

발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그 행위가 행위자 자신에게 불이익을

야기하므로 행위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

후견주의적 논증방식이다. 헌법재판소는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때 생겨나는 이익

(피해의 감소)을 통계상 추적한 후 좌석안전띠강제라는 자유제한을 통해서 행위

자 본인이 얻을 이익을 계산하고는 곧바로 자유제한의 피해와 자유제한의 이익

을 비교형량한다. 이러한 논증방식은 자유주의적 ‘해악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정

합성이 떨어지는 논증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때 야기되는 해악을 운전자

160) J. Feinberg, Harm to Others, 208면.

161) 개인들의 자유권들이 충돌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각각 상대방의 자유와 비교하여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비추어서 각각의 자유의 중요도가 정해질 것 이다. J. Feinberg, Harm to Others, 213면.

162) 헌재 2003.10.30. 2002헌마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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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05

자신에 대한 해악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공동체의 불이익과 비용부담’이

라는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가 ‘공공

적 해악’(public harm)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반적 행동자유권

은 헌법 제37조 제6항에서 나타나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보호’라는 공익

을 담고 있는 법원리와 충돌한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의 원칙에 비추어

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기준을 적용

한 후 좌석안전띠강제규정 및 범칙금 부과규정이 헌법상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해악의 원리에 합치하는 타당한 논증방식이라고 본다. 또한 공공적

해악이라는 관점 역시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좀더 상세한 고찰

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공동체관련적 인간상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는 운전자 자신의 이익에만 관련될 뿐이므로 자

발적으로 자신에게만 닥칠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할 수 없다는 자

유주의 대원칙에 비추어보면 위 도로교통법규정은 위헌이다”라는 반론에 대응이

라도 하듯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질서가 상정하는 인간상에 기대어 논증을 계

속하여 간다. 즉, 우리 헌법에서의 인간상은 ‘사회와 고립된/사회에 우선해서 존

재하는 개인’(‘the antecedently individuated person’)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

자’도 아닌, 공동체관련적이고 공동체구속적인 존재이면서도 자율성을 보유하는

인격체로서의 개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유 및 권리의 실현과 제한은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성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로서의 개인을 염

두에 둘 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고유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입법자는 사회적 공동생활의 보존과 육성을 위하여 개

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인간상(das Menschenbild)이라는 인간학적 요소가

이익형량판단에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라는 관념, 공동체적 존재(공

동체관련적이며 공동체구속적인 존재)라는 관념,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아래에서 주도

적으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자유롭고 평등한 자율적 개인)이라

는 관념163)을 내용으로 하는 인간상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지향하는 이익형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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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06

실질적 기준을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근본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가령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인간상과 관련하여 초기부터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는데 그 기본견해는 다음과 같다:

“독일 헌법의 인간상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 헌법은 개인과 공

동체 사이의 긴장관계를 개인의 공동체적 관련성과 공동체에의 귀속성

(Gemeinschaftsbezogenheit und Gemeinschaftsgebundenheit der Person)의 의미에서

풀려고 한다. 물론 그 경우에도 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를 훼손하여서는 아

니 된다.”164)

이처럼 공동체적 존재로서 개인을 바라보는 입장은 공익을 중요시하는 자유공

화주의를 독일 헌법 가치질서를 파악하는 이론으로 채택한다면 더 잘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165) 이 입장에서 보면, 전통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선택 자체

를 우선시하므로 개인이 선택하는 인생목표의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렇

게 파악된 자유주의에서 법과 국가는 무엇이 바람직한 삶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고, 다만 개인적 선호도를 표현하는 수단들과 공정한 논의와 협동의 틀만을 제

공하면 국가와 법의 과제는 다한다. 반면 공화주의에서는 개인은 ‘공동체관련적

존재’로서 개인의 선호 자체를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와 배경가치들을 중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법과 국가는 개인의 공동체관련성과 공동체구속성에 핵심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와 공동의 가치들을 보호하고 실현하여야 할 과제를 진다.166)

우리 헌법재판소가 현대 한국사회에 내재해 있는 정치적 도덕원리들에 대하여

좀더 명확하게 성찰을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공익에 대한 이해는 높아지고, 이익

형량은 일관되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공익으로서의 성도덕(사회윤리)보호?: 법도덕주의적 공익과 자유주의적 공익

혼인을 빙자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340조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법재

163) 헌재 2002. 10.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참조.

164) BVerfGE 4, 7 (15 f.).

165) W. Brugger, “Das Menschenbild der Menschenrechte”, in: Jahrbuch für Recht und Ethik 3 (1995), 121면 이하 참조. 미국에서 헌법논쟁을 이러한 관점에서 고찰하는 문 헌으로는 B. Breslin, The Communitarian Constitution, Baltimore and London, 2004 참 조. 독일에서 최근 문헌은 S. Huster, Die ethische Neutralität des Staates. Eine liberale Interpretation der Verfassung, Tübingen, 2002참조.

166) M. Sandel,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London, 198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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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07

판소의 판결167)은 여러 가지 점에서 시사적이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혼인빙자간음죄 규정은 사적인 영역에서 비도덕적인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자유주의의 근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혼인의 순결과 미혼

여성의 정절보호라는 법익은 전통적인 윤리가치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혼인빙자

간음죄가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법의식이 여전히 유효한

한” 해악의 원리에 합치한다는 입장을 채택하고 있다. 법을 통해서 성도덕―즉

공익―을 보호(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자의 성적 자기결정권보호)하려는 형법

제340조에 대하여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자에게 존치여부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주선회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다수의견은 이익형량의 대상을 잘못 선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유주의적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 타인에게, 국가안보, 사회질서, 공공복리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사적 영

역에서의 비윤리적인 행위(harmless wrongdoing)는 법에 의해서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형벌권은 국가적 제재수단 중 최종적 수단에 해당되므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단지 도덕이나 풍속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아니하고, 일

정한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위험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가

가 일정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건전한 도덕에 반할 뿐

만 아니라 사회질서를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한다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있어

야 한다.168) 국가는 형벌로써 국민에게 도덕을 강요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

다.169) 도덕이란 국가에 의해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관

의 충돌과 경합을 통하여 스스로 형성되는 것이다.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

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국가는 가능하면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으로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국가 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서 필요한 최소

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 불순한 동기에 의한 성행위는 도덕과 윤리의 문

제에 불과할 뿐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167) 헌재 2002. 10.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168) 해악의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69) 법후견주의와 법도덕주의를 거부하는 견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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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08

그리고 나아가서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거로서 주선회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우리 헌

법의 인간상이다.”

이러한 인간상에 비추어보면 형법 제340조는 ‘여성을 유아시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법후견주의의 발로라

는 것이 주선회 재판관의 논지이다. 그리고 “국민의 여론이나 법의식이 헌법의

인간상 및 근본결정에 배치되는 한,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여야 하고 기본

권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전제위에서 “민주주의의 다수결, 즉 국민다수의 의사에

대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사적 영역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이

로부터 ‘전통 대 이성’의 대립, ‘지배윤리 대 헌법의 기본가치의 대립’이라는 문

제와 더불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또는 ‘민주주의라는 법원리와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법원리가 충돌할 때 어떻게 이익형량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

하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자유공화주의의 심의민주주의 이상에 내재해 있는

민주적 결정과 사적 자치 사이의 긴장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5) 사익 간의 이익형량시 공익의 역할: ‘자유와 민주주의’ 다시 성찰하기 - 공

화주의적 시각에서

언론 및 기타 대중매체에 의한 보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법원리와 인격권의 보호라는 법원리가 충돌한다. 양 법원리의 이익형량

은 어떻게 이루어져 하는가?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되 ㉠ 타인의 명

예나 권리 또는 ㉡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

다.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당한 사유

가 되지만 ㉡의 가치가 그러한 사유가 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표현의 자

유를 제한하는 사유로서 ㉡의 가치를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법도덕주

의의 표현인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는 공익 개념에

해당되는 것이며 자유제한의 타당한 근거가 되는가? 심의민주주의 이상에서 공

익을 이루는 공중도덕은 어떤 내용을 가지게 될까? 이하에서는 간략하게 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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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09

강의 방향을 그려보고자 한다.

(가) 우리 최고재판소들의 입장

우선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대판 1988.10.11. 85다카29를 출발점으로 하여 대

판 2002. 1.22. 2000다37524에서 총괄적으로 정리되고 있다.170) 대법원의 견해는

정당한 이익형량을 위한 실질적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이론적

쟁점들을 담고 있어서 명예훼손의 법리뿐만 아니라 이익형량 일반론의 차원에서

도 매우 큰 시사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법리들을 제시하는 대법원의

입장을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이익형량 일반 기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법원리(법

익)와 표현의 자유보장이라는 법원리(법익)가 충돌할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

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

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② 이익형량시 표현의 자유가 우위성을 가지게 되는 요건: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며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공공성 요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

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진실성 요건).

③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정도 판정기준 I: ㉠ 사적

인 인물에 관한 표현일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이 상대적으로

우선하고, ㉡ 공적인 인물이나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안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④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정도 판정기준 II: 만일 ㉢

공적인 존재가 가지는 국가적,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인격권에 비해서 그만큼 더 큰 비중을 갖게

되어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불법행위의

170) 아래에서 서술되는 내용은 양창수, 민법연구 제7권, 박영사, 2003, 406면 이하에서 제 시된 견해를 토대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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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10

책임을 물어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171)

헌법재판소(헌재 99. 6. 24. 97헌마265)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고 명예보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

복을 추구하는 데 기초가 되는 권리이므로, 이 두 권리를 비교형량하여 어느 쪽

이 우위에 서는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적인 헌법적 문제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

은 일반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 결정은 앞에서 든 대법원의 판결에서 수용된 것

으로서 꼼꼼하게 살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언론매체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실정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와

명예보호라는 상반되는 헌법상의 두 권리의 조정과정에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

려하여야 한다.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

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

안인지,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

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실(알 권리)로서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 내용과 방

식에 따라서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공적인 인물과 사인, 공적 관심사안

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공적 인물이 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하는 등 개별사례에서의 이익형량에 따라서 그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공적 영향력이 큰 공적 인물에 관해서나 국가

의 운명과 국민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공공적인 사안에 관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인정받게 된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사실관계의

맥락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적 공공성(민주적 의지)의 형성이라는 공익에 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그만큼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유형적 이익형

171) 이는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1964) 판결 이후 발전된 법리들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관해서는 박영선, 언론정보법연구 I, 법문사, 2002, 155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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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11

량의 기준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사안이 공공적일수록(공익관련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일수록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에 대하여 갖는 비

중은 그만큼 더 커진다.

(나) 자유공화주의의 관점에서 본 공익과 자유

이러한 입장을 자유론과 민주주의이론과 결부시켜 보면 ㉠ 민주주의의 가치실

현에 기여하는 권리들 및 자유들, ㉡ 개인의 사적 영역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는

권리들 및 자유들 사이의 이익형량과 관련하여 좀더 입체적인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선스틴의 견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172)

선스틴은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모델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바탕을 둔 ‘시장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공화주의에서 핵심적

지위를 가지는 ‘심의민주주의 모델’이다. 시장모델은 그저 각 개인들이 사적 이

해관계나 선호도를 표출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단순하게

집적되어 조정되는 과정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바라본다. 이러한 시장모델은 시

민을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는 고립된 개인으로 보고, 그 고립된 개인들이 가지

게 된 선호를 표출하여 사상의 시장에 제출하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하는

과정으로 표현의 자유영역을 파악한다. 따라서 시장모델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

한 것은 표현의 자유가 각 개인의 이익실현 및 그로 인한 자아실현(사적 자치성

의 실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173)

반면 ‘공적 논의와 숙고’라는 가치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의민주주의 모델

172)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1993, New York.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관 사이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또한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537면 이하 참조. 드워킨은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통치로 보는 ‘다수지배 민주주의 관’(majoritarian conception)과 공공적인 영역에서 집단적으로 수행되는 자기통치 (self-government)의 활동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모든 시민에 의한 통치 (government by all the people)를 민주주의로 보는 ‘파트너쉽 민주주의관’(partnership conception)으로 구분한다. 파트너쉽 민주주의관에서는 민주주의는 국민주권(popular sovereignty) 이상, 동등한 시민(citizen equality)의 이상, 민주적 논의(democratic discourse)라는 세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드워킨은 파트너쉽 민주주의관에 서서 이 세 가지 민주주의 구성이념에 비추어 언론의 자유의 중요도와 비중을 논하고, 정치적 선 거운동의 규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고찰한다.

173)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23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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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12

에서 표현의 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와는 다른 고려에서 측정된다. 표현의 자

유가 중요한 이유는 공적 논의와 숙고를 통하여 시민들이 공적 관심사와 공공선

과 공익에 대한 광범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공공적 쟁점들에 대한 넓고도 깊은

관심사를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174) 공공토론을 통한 심의 또는 숙고를 통해서

만 민주주의 가치는 실현된다고 보는 이 모델에서는 표현의 자유행위들은 공적

토론과 숙고라는 기준에 비추어서 그 중요도가 결정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

안에 대한 공공의 논의와 숙고에 기여할 의도를 가지며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언

론의 경우는 공익실현에 중요한 수단이 되는 ‘정치적 언론’으로 분류된다. 그러

한 언론기관의 표현에 대한 제한은, 그 표현이 ‘즉각적이고도 중대한 해악을 야

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는 한’, 가장 강한 위헌성의 추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차

원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공적 자치성의 가치, 즉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지위와 능

력에 대한 이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175) 반면 비정치적 언론의 경우에

는 정치적 언론이 받는 정도의 보호는 받지 않는다는 견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

다.176) 이는 표현의 자유들이 가지는 중요도를 판단할 때, 문제가 되는 자유가

공공적 토의와 이성적 논의라는 가치에 얼마나 필수적인가에 따라서 그 비중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Ⅴ. 맺음말

최송화 교수님은 “공익판단에 있어서 사실적 공익이 진정공익(眞正公益)에 근

사해지면 해질수록 건전한 공익판단을 하”177)게 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건전한

공익판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최송화 교수님의 정의를 인용

해보도록 하자.

“건전한 공익판단은 ① 공익판단의 근거되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② 진

정공익의 발견을 위한 절차 준수 등을 포함하는 의미에서의 논리적이고 건전한

174)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19면 이하.

175)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130면 이하 참조.

176)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154면 이하 참조.

177) 최송화, 공익론, 191면. 사실적 공익이란 앞에서 설명할 다수결 모델에 따라 파악된 공익으로서 다수의 개인들에 의해서 정해진 공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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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13

판단과정, ③ 편견이나 왜곡의 배제 등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①의 경우 판단

에서 고려되는 합리성의 범위가 적절하여야 하며 사실판단을 위한 자료인식의

균형성 등이 요구된다.”178)

최송화 교수님의 공익이론은 진정이익의 존재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179), 그 진

정이익을 국가가 결정하거나 또는 어느 개인이 선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으

로 파악하지 않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민주적 시민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공

공적인 합리적 논의과정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파악한다.180) 진정공익의 내용구성,

‘다원적 공익’의 구조181), 공익판단의 ‘절차법구조화’182), 공익개념에 대한 법원의

합리적 해석기준제공, 이익형량 기준의 체계화183)와 같이 최송화 교수님이 설정

한 이론적 과제들을 해결하려는 공익이론을 발전시켜가는 것이 후학들에게 주어

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공익을 지향하는 자유주의’(public interest liberal-

ism)184)에 바탕을 둔 최송화 교수님의 법학적 공익관이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으로

보충된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좀 더 나은 사상적 토대를 얻을 수 있지 않

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맺기로 한다.

주제어: 공익, 다수결공익관, 공통이익공익관, 진정공익관, 부당결과회피의 원리,

보편화가능성원리, 자유공화주의, 反-이등국민화원리, 심의민주주의, 이익

형량

178) 최송화, 공익론, 191면.

179) 최송화, 공익론, 179면.

180) 최송화, 공익론, 199면 이하 참조.

181) 최송화, 공익론, 258면.

182) 최송화, 공익론, 199면, 257면.

183) 최송화, 공익론, 261면.

184) 공익지향자유주의에 대해서는 M McCann, “Public Interest Liberalism and the Modern Regulatory State”, Polity 21(1988), 373-40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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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7권 제3호 : 155~215 214

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Rechtsprinzip: Eine

liberal-republikanische Konzeption des öffentlcihen

Interesses

1)

Dokyun Kim *

In dem vorliegenden Aufsatz handelt es sich darum, den Begriff des

öffentlichen Interesses zu analysieren, seinen Inhalt zu artikulieren, und eine

adäquate juristischen Konzeption darzustellen, d.h., es handelt sich um 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Rechtsprinzip.

Es lassen sich drei Konzeptionen des öffentlichen Interesses unterscheiden. Die

erste Koneption ist eine mehrheitliche, in der 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die

Aggregation von individuellen Präferenzen betrachtet wird. Die Public Choice

Theory nimmt diese Konzeption in Anspruch. Die zweite Konzeption fasst 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eine Menge von gemeinsamen Interessen zwischen den

demokratischen Bürgen auf. Hier spielt die Idee der democratic citizenship eine

groß Rolle. Die dritte Konzeption betrachtet das öffentliche Interesse als ein

objektiv existierende wahres Interesse, das jedoch keine metaphysische, sondern

eine intersubjektive Natur hat. Aus diesen drei Konzeptionen kann man drei

Komponente des öffentlichen Interesses gewinnen.

Der Verfasser verbindet die drei Komponente miteinder und versucht, eine

liberal-republikanische Konzeption herauszuarbeiten. Dabei spielen die Auffassung

der Freiheit als einer Non-domination und die Idee der deliberativen Demokratie

eine konstitutive Rolle. Eine adäquate Konzeption des öffentlichen Interesses soll

ein Model der Abwägung zwischen öffentlichen Interessen und privaten Interessen

enthalten. Bei der normativen Bewertung von Abwägungsgesichtspunkten ist es

  • Professor of Law, College of Law,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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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 215

wichtig, den Begriff der Freiheit und ihren Grad der Wichtigkeit anhand der Idee

der Autonomie qualitativ zu unterscheiden und zu bemessen. Aus den

koreanischen gerichtlichen Rechtsprechungen kann man eine solche Struktuierung

der Abwägung herausarbeiten, die zur Konstruktion einer liberal-republikanischen

Konzeption des öffentlichen Interesses notwendig ist.

Schlagwörter: das öffentliche Interesse, Universalisierbarkeit, deliberative

Demokratie, Anti-Kaste-Prinzip, Freiheit, Autonomie, Abwägung,

liberal-republikanische Konze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