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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行政法과 憲法, 2020

원본 파일: 박정훈, 行政法과 憲法, 2020.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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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발제】

行政法과 憲法*

― 憲 및 憲法의 개념과 行政法의 正體性 ―

1)

朴 正 勳**

  1. 행정법에서 헌법의 의의

행정법학의 연구대상인 행정법은 수많은 법령과 개별 행정영역의 특수성 내지

독자성으로 인해 ‘원심력’이 항상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견제하고 행정법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헌법이 필요합니다. 오토마이어가 헌법은

변하지만 행정법은 존속한다고 하여 헌법과의 구별을 강조했고, 그의 행정법 체

계를 통일적으로 구축하는 구심점이 헌법이 아니라 법치국가 이념이었으나, 오늘

날 법치국가 이념이 바로 헌법의 한 축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결국 오토마이어

에 있어서도 행정법은 헌법을 구심점으로 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1)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부터 ‘구체화된 헌법으로서 행정법’(Verwaltungsrecht

als konkretisiertes Verfassungsrecht)을 강조하는 독일 행정법학의 영향과 더불어,

특히 1980년대 후반 명예혁명에 의한 민주화와 헌법재판소의 설치를 통해 헌법

은 행정법에서 분리될 수 없는 구성부분이 되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서, 행정

법 체계의 구성요소인 비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 행정법의 일반원칙들도 더 이

상 민법에서 유래한 용어인 ‘조리’가 아니라 ‘헌법원리’로 파악되게 되었습니다.2)

  • 본고는 졸고, 한국 행정법학 방법론의 형성전개발전, 공법연구 제44집 제2호, 2015, 171-175면; 민주법치국가에서 법률의 의의: 공법이론적 관점을 중심으로, 재단법인 행복세상 2016년 국가발전 정책토론회 종합보고서 27-45면(未公刊)의 내용을 기조발제 형식으로 수정축 약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이러한 의미에서 오토마이어도 행정법의 헌법종속성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 다. 同旨, Otto Bachof, Die Dogmatik des Verwaltungsrechts vor den Gegenwartsaufgaben der Verwaltung, VVDStRL 30 (1972) S.20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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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학 제19호 2

  1. 문제의 소재

이와 같이 행정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법치국가와 민주체제 등 헌법이념과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데까지는 헌법과의 관련성이 문제가 없고 오히려 바람직하지

만, 이를 넘어 ‘구체화된 헌법으로서 행정법’이라는 테제가 헌법에 대한 행정법

의 종속성 내지 열등성, 심지어 행정법학에 대한 폄하로 연결될 때 심각한 문제

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의 활성화로 인한 헌법만능 내지 헌법과잉

현상으로 인해 증폭되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충돌, 특히 행정소송(항고소

송)과 헌법소원권한쟁의심판의 관계 문제를 둘러싸고 폭발하였습니다.

더욱이 최근 로스쿨 도입 이후 미국 법학교육과정의 영향으로 인해 부작용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행정법’은 행정절차

와 행정소송에만 한정된 ‘마이나’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개별 행정법영역들

은 모두 별도과목으로 분화되어 있고, 일반행정법에 해당하는 행정법 일반이론들

은 헌법 과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러한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퍼져, 헌법학에서뿐만 아니라 행정법학 자체에서도, 행정법 도그마

틱의 개념들과 체계가 거의 대부분 기본권 도그마틱, 특히 기본권 제한의 한계

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해석 문제로 해소되는 현상도 발견됩니다. 이른바

행정법의 ‘헌법화’(Konstitutionalisierung)3) 경향입니다. 예컨대, 허가의 특허의 구

별 문제, 자족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 문제에서 그러합니다.

  1. 憲과 憲法의 구별

이러한 문제를 풀고 행정법과 헌법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헌법’

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Verfassung’ (constitu-

2) 이에 관해 金南辰, 행정법의 기본문제, 1983, 45-46면 (제4판 1994, 61-62면); 졸고, 행 정법의 불문법원으로서의 법원칙,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9, 10-11면 참조.

3) Michael Gerhardt, Verfassungsgerichtliche Kontrolle der Verwaltungsgerichtsbarkeit als Parameter der Konstitutionalisierung des Verwaltungsrechts, in: Trute/Groß/Röhl/ Möllers (Hg.),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 zur Tragfähigkeit eines Konzepts, 2008, S.735-74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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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政法과 憲法 3

tion; 憲, 국헌, 헌정체제)과 ‘Verfassungsrecht’(constitutional law; 헌법)를 구별해

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근본이 되는 것은 憲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법학자

법률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것은 憲입니다. 우리 국민은 憲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국민의 동질성의 근거를 Constitutional

Identity에서 찾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바로 憲의 동일성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정

확하게 말하면 ‘憲재판소’ Constitutional Court, Verfassungsgericht입니다.4)

반면에, ‘헌법’은 헌법학의 인식의 산물로서, 憲 규정의 추상성 때문에, 대부분

기본권 도그마틱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憲이 헌

(법)재판과 헌법학의 필터를 통과하면 ‘헌법’이 됩니다. 만일 행정법을 이러한 의

미의 ‘헌법’의 구체화법으로 본다면 행정법의 종속성 내지 행정법학의 열등성의

오류가 발생합니다. 행정법은 이미 헌법재판과 헌법학으로 내용이 완성된 ‘헌법’

이 구체화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959년 독일에서 Fritz Werner가 행정법이 구체화된 ‘헌법’(Verfassungsrecht)

이라고 말한 것5)은 기본법(연방헌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기본권

도그마틱과 헌법재판소 판례가 축적되기 이전이므로, 그가 구체화된 헌법이라고

말할 때의 ‘헌법’은 엄밀히 말해 憲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시 연방‘행정’재판

소장으로서, 행정법의 法源, 다시 말해, 행정소송에서의 심사척도로서의 ‘憲’을

강조한 것입니다. 흔히 그가 우리나라에 연방‘헌법’재판소장으로 잘못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말을 행정법의 헌법 종속성으로 오해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의 오

류일 것입니다.

요컨대, 행정법의 구심점이자 최고 法源이 되는 것은 헌법재판과 헌법학의 필

터를 통과하여 완성된 헌법이 아니라 ‘憲’ 자체이며, 바로 이 憲이 행정소송과,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재판도 포함하여, 행정법학을 통해 행정법의 구성부분이 되

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치의 규범인 憲은 헌법재판과 헌법학을 통해 헌법이

4) Verfasungsgericht를 ‘헌법’재판소로 번역하면서 독일 바이마르 시대의 Hüter der Verfas- sung 논쟁을 ‘헌법’수호자 논쟁으로 번역하게 되면, 그 ‘헌법’의 수호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가 되어야 하고, 제국(연방)대통령이 그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칼슈미트의 주장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견해라고 오해하게 될 것입니다. ‘헌’ 내지 ‘헌정체제’의 수호자 논쟁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번역일 것입니다.

5) Fritz Werner, Verwaltungsrecht als konkretisiertes Verfassungsrecht, DVBl. 1959, S.527-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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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학 제19호 4

되고, 행정의 규범인 憲법률명령 등은 행정소송과 헌법재판, 그리고 행정법학

을 통해 행정법이 됩니다.

정치 ⇒ [憲] ⇒ 헌법재판 ⇒ 헌법학 ⇒ [憲法]

행정 ⇒

[憲] 법률명령

조례규칙훈령 ⇒

행정소송

헌법재판 ⇒

행정법학 ⇒ 행정법

  1. 憲의 개념

(1) 우리의 논의는 결국 이와 같이 행정법의 구심점이자 헌법과의 연결점이

되는 ‘憲’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이르게 됩니다. 주지하다시피 독일 바이마르

시대, ‘憲’(Verfassung)의 개념 내지 본질에 관한 논쟁에서, 한스⋅켈젠은 憲을

순전히 규범으로만 파악하는 입장(규범주의)을 취하였는데, 이 때 ‘규범’이라 함

은 명확한 요건과 효과로 이루어진, 전통적 의미의 법규(Rechtssatz)이었습니다.

따라서 극히 추상적⋅불확정적인 기본권이나 원리는 憲에서 제외되고 단지 통치

구조와 입법절차에 관한 규정만이 憲으로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憲은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다른 모든 실정법 규범들의 효력 근거가 된다는 의미에

서 ‘근본규범’(Grundnorm)’이 됩니다. 憲이 실정법의 내용은 규율하지 못하므로

법률실증주의로 흐르게 되는 폐단이 있는 반면, 법률의 입법절차에 관한 憲규정

이 강조되어, 켈젠 자신이 헌법재판관으로서 실천하였듯이, 헌법재판에서 법률의

절차적 정당성이 강하게 심사되는 장점도 있습니다.6)

비유컨대, 조부모, 부모, 손주가 사는 집에서 조부모를 헌법에, 부모를 법률에,

손주를 국민으로 비유하면, 손주가 스마트폰을 바꾼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새

6) 이상에 관해 Kelsen, Reine Rechtslehre. 2.Aufl., 1960 (Nachdruck 1983), S.228-230; ders, Allgemeine Staatslehre, 1925 (Nachdruck 1993), S.248-255; ders, Die Funktion der Verfas- sung, in: Die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Bd.2, 1968, S. 1971-1979; ders, Reine Rechtslehre, S.283-320; ders, Der soziologische und der juristische Staatsbegriff. 2.Aufl., 1928 (Nachdruck 1981), 특히 S.86-9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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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政法과 憲法 5

것으로 교체를 요구할 때, 위와 같은 켈젠의 관점에서는 조부모가 어떠한 결정

도 할 수 없고, 단지 결정권자(입법자)인 부모를 낳고 기른 정당성의 근거가 될

뿐입니다. 다만,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갑자기 부모로 둔갑하여 결정을 하는

것은 조부모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이와 정반대로 憲의 역할과 힘을 가장 크게 파악하는 견해는 소위 통합주

의적 헌(법)관입니다. 즉, 憲은 한 나라의 가치들을 통합한 것이므로 그 가치질

서에 의거하여 법적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가 있으며, 따라서 법률은 그 憲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루돌프⋅스멘트의 통합이

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스멘트는 국가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구성원이 하나의 정치적인 생활

공동체로 동화되고 통합되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憲은 그러한 통합과정을 규율하

는 법질서라고 하였습니다.7) 여기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가치이론’8)이 결합

되어, 憲은 한 나라의 가치들을 통합하는 가치체계로서, 법률 이하 모든 실정법

규범들의 내용을 통할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위에서 든 비유에서, 가족의 가

치를 대변하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조부모가 핸드폰 교체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알게 모르게 憲과 헌법, 그리고 헌법재판소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憲의 추상성과 개방

성을 도외시하는 ‘헌(법)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9) 특히 소위 ‘헌법가

7) Rudolf Smend, Verfassung und Verfassungsrecht, 1928, 특히 S.4-8, 현재 ders, Staats- rechtliche Abhandlungen. 3.Aufl., Berlin 1994, S.119-276 (123-127); Helge Wendenburg, Die Debatte um die Verfassungsgerichtsbarkeit und der Methodenstreit der Staatsrechtslehre in der Weimarer Republik, Göttingen 1984, S.157-165 참조.

8) Helmut Goerlich, Wertordnung und Grundgesetz: Kritik einer Argumentationsfigur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1973; Horst Dreier, Dimensionen der Grundrechte. Von der Wert- ordnungsjudikatur zu den objektiv-rechtlichen Grundrechtsgehalten, 1993; Ernst-Wolfgang Böckenförde, Grundrechte als Grundsatznormen, Der Staat 29 (1990), S.1-31 (3), jetzt ders, Staat, Verfassung, Demokratie. 2.Aufl., 1992, S.159-199 (162) 수록 참조.

9) ‘가치의 전제정’이라는 Carl Schmitt의 비판에 관하여 Carl Schmitt, Die Tyrannei der Werte, in: Säkularisation und Utopie, Festschrift für E. Forsthoff, Stuttgart u.a. 1967,S.37 f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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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학 제19호 6

치’라는 이름으로 의회와 행정의 활동을 질식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더욱이

상호 모순되는 헌(법)가치들을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형량’(Abwägung)함

으로써 법과 법학의 명확성을 파괴하고,10) 의회와 행정에 의한 구체적인 규칙

정립의 의욕과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위의 비유에서, 핸드폰 교체의 시

기⋅요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검소’라는 家訓

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3) 올바른 관점은 憲을 한 나라의 주요한 결단 ― 민주체제, 법치국가, 인간

의 존엄성 등 ― 으로 파악하고, 그 憲의 결단을 기본으로 법률이 법질서의 내

용을 형성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칼⋅슈미트에 의하면, 憲은 헌법제정권력의 주

체가 자신의 정치적 존재형태에 대하여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서, 憲의 최고규범

성은 이러한 ‘정치적 결단’에 의거한 것입니다.11) 그러한 정치적 근본결단 이외

의 영역은 憲이 작용하지 못하고 전적으로 법률과 하위법령에 의해 법질서를 형

성됩니다.12) 칼⋅슈미트의 수제자인 포르스토호프가 대표적인 행정법학자로서 행

정법의 적극적 법형성 기능을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에 의하면, 헌(법)

해석은 정치적 결단에 대한 것이므로 문언에 충실한 것이어야 하는 반면,13) 행

정법의 해석은 ‘목적’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14)

憲의 근본결단만 갖고서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관계 이익

들과 가치들을 조화할 수 있는 상세하고도 명확한 규칙들을 시행착오를 거치더

라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위의 비유에서, 아주 극단적인 사치의 경우에는 조

부모의 ‘검소’라는 家訓(근본결단)으로 해결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응과 혁신’도 고려하여 핸드폰 교체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규칙들을 자세하게

정한 다음, 이를 개별사안에서 정확하게 적용하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여기서

바로 행정법의 독자성과 正體性이 시작합니다.

10) Fortsthoff는 이러한 관점에서 헌법은 “형법전에서부터 체온계 생산에 관한 법률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법적 요술상자”라고 비판하였습니다. Ernst Forsthoff, Der Staat der Industriegesellschaft. 2.Aufl., München 1971, S.144.

11) Carl Schmitt, Verfassungslehre. 10.Aufl., Berlin 1993, S.21, 23-24.

12) 대표적으로 Ernst Forsthoff, Rechtsstaat im Wandel, Stuttgart 1964, S.176-184 (Die Bindung an Gesetz und Recht), S.213-227 (Der introvertierte Rechtsstaat und seine Verortung).

13) 특히 Forsthoff, Zur Problematik der Verfassungsauslegung, 1961, S.22-34.

14) Forsthoff, Lehrbuch des Verwaltungsrechts. 10.Aufl., 1973, S.158-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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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政法과 憲法 7

(4) 이러한 관점은 헌(법)의 ‘효력우선’(Geltungsvorrang)과 법률의 ‘적용우선’(An-

wendungsvorrang)으로 연결됩니다. 즉, 효력에 있어서는 헌법이 우선하지만 적용

에 있어서는 법률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15) 효력에 관해서 헌법이 최고의 法源

(법원)이지만, 사안의 타당한 해결을 위해서는 그 사안과 더 가까운 법률이 먼저

적용되어야 합니다. 적용 가능한 법률이 없을 때 비로소 헌법이 보충적으로 적

용된다는 의미에서 헌법은 ‘최고이지만 최후의 보충적인’ 法源입니다. 다시 비유

컨대, 어떤 무술도장의 최고수는 사부님이지만, 침입자와의 대결에서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것은 사부님이 아니라 그 도장의 중견 무사들이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사부님이 출동한다면 분명히 형편없는 무술도장일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침입에

대응하는 것은 憲 내지 헌법이 아니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83개의 조문입니다.

  1. 결론: 행정법과 행정법학의 임무와 역할

법질서의 중견무사들인 법률의 거의 대부분은 행정법입니다. 다시 말해, 법률

의 적용을 직접 판사에게 맡기지 않고 ‘행정’이 이를 일차적으로 담당하게 하고

그에 불복이 있는 경우 비로소 사법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바로

‘제1법관으로서의 행정’입니다. 이 제1법관에게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 권한

을 통제하는 것이 행정법과 행정법학의 임무입니다.16)

뿐만 아니라, 법률의 대부분을 행정이 만들고 있습니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

서 가장 훌륭한 입법자는 ‘외국인’이라고 하였는데,17) 법률이 ‘일반의지’(la

volonté générale)라고 할 때, 이는 법률이 우리 모두의 의지의 표현이라는 의미

와 동시에 개별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규율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15) 이에 관한 독일의 대표적 문헌으로 Hartmut Maurer,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8.Aufl., 2011, §4 Rn.58; Erichsen/Ehlers (Hg.),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4.Aufl., 2010, §6 Rn.3-4; Wolff/ Bachof/Stober/Kluth, Verwaltungsrecht I. 12.Aufl., 2007, §26 Rn.16 등 참조.

16) 이에 관해 졸고, 한국 행정법학 방법론의 형성전개발전, 공법연구, 제44집 제2호, 2015, 178면; 졸저,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제3장 행정법과 법철학 (96면 이하) 참조.

17) Jean-Jacques Rousseau, Du Contrat social, Livre deuxième Chapitre VII. Legislat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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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학 제19호 8

의미입니다. 이는 오늘날 존⋅롤즈가 정의의 기준으로 주장하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이를 오늘날의 입법과정에 투영하여 보면,

법률의 입안이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행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제1입법자로서의 행정’입니다. 의회는 그 내용을 확

인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제1입법자의 권한의 범위와 한

계를 명확히 하는 것도 행정법과 행정법학의 임무입니다.

憲이 한 나라의 뼈대라면, 행정법은 혈관과 혈액입니다. 또 憲이 국가의 ‘생

명’의 근거이라면, 행정법은 국가의 ‘생활’입니다. 서양언어로는 life, das Leben,

la vie 등 하나의 단어이지만, 우리말에서 생명과 생활은 구별됩니다. 우리나라가

목숨만 붙어 있는 ‘산송장’이 아니라 활기차게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법과 행정법학의 역할입니다. 특히 코로나-19에 직면하여 이를 잊어서는 아

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