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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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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법에 있어서의 이익형량〕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 **

金 度 均


구체적인 사안에서 상호충돌하는 가치들과 규범들(이익들, 목표들, 의무들) 사

이를 비교하여 그 중 어느 하나가 해당 사안에서 기타의 대안들보다 더 중요하

다고 판단하고 이를 선택하는 실천적 판단을 통상 ‘이익형량’ 또는 ‘가치형량’이

라고 부른다.1) 이익형량의 판단은 실천적 추론에서뿐만 아니라 법적 추론에서

  • 이 글은 2007. 6. 8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주최로 열렸던 「법에 있어서의 이익형량」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대폭 보완하고 수정한 것이다. 토론자로서 조홍식 교수님 은 필자의 이익형량론에 대하여 매우 생산적인 비판을 해주셨다. 특히 사법부의 이익 형량은 사법재량(judicial discretion)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 본 래적인 의미에서의 이익형량은 입법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적 영역에서의 가치선택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 가치 사이의 통약가능성이나 비교가능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이 테마들은 매우 방대한 것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를 못하였다. 다음 기회에 조홍식 교수의 비판에 대하여 필자 나 름대로의 견해를 제시할 계획이다. 양창수 교수님 또한 법학방법론상에서 이익형량의 지위와 생산적 역할에 대하여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다. 필자는 논문을 보완하면서 두 분의 비판과 지적에 대하여 곰곰이 되새겨볼 기회를 가졌고 나름대로 답을 내리고자 노력하였지만, 두 분은 필자의 답에 만족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김형석 교수님 은 ‘일반적 이익형량론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회의론을 펼치셨는데, 필자 또한 그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 이익형량이 펼쳐지는 개별적 영역들마다 충돌하는 법익들의 성격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이익형량의 판단기준(아마 여기서는 내용상의 또 는 법도그마틱 상의 판단기준일 것이다)이 달라진다면, 나아가 개별 법학분야마다 그 리고 개별 법학분야 내에서도 법익의 구체적인 성격에 따라서 이익형량의 구체적인 기준들이 정해진다면, 일반적 이익형량의 기준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시도인 것 처럼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필자의 글을 다시 보니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영역 은 대체로 헌법상의 이익형량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개별적인 법적 이익형량들에 공통된 일련의 형식적인 일반기준들과 내용상의 기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 하에 이익형량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자 한다.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 법학연구소 기금의 2007학년도 학술연구비 의 보조를 받았음.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

1) 이익형량 또는 가치형량은 독일어로 ‘Abwägung’, 영어로는 ‘balancing’이다. 일정한 측 정규준을 가지고 대립하는 가치들의 중요도나 비중을 측정(이러한 점에서는 영어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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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심지어 필수불가결하고 법적 판단과정 전체에 편재한

다고 하여도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니다.2)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다음

과 같다. 전통적인 법적 추론모델인 법적 삼단논법(포섭추론)과 비교했을 때 이

익형량은 합리적인 법적 추론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익형량은 입법자

나 법관이나 행정공무원의 자의적 판단 또는 주먹구구식의 결정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익형량이 합리적인 법적 추론의 과정이라면 포섭추론과는 어떤 관계

에 있을까? 그리고 이익형량의 합리성과 정당성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판단될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3)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익형량을 규범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

하여 법규범의 유형을 이른바 ‘확정적 법규범’(legal rules)과 ‘법원리 규범’으로

구분하는 입장을 소개한다(Ⅰ). 이어서 법규범의 유형에 대응하는 법적 추론의

두 유형인 법적 삼단논법과 이익형량의 구조와 특징을 설명한 후, 이 두 유형의

법적 추론이 상호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우리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살펴본다(Ⅱ). 다음으로는 이익형량의 정당화와 관련된

으로써 ‘weighing’ 또는 독일어로는 ‘Gewichtung’이 적절할 것이다)하여, 한 가치의 달 성을 위해서 상대가치를 희생시키거나 제한(이러한 점에서는 ‘trading-off’라는 표현이 걸맞을 것이다)하는 실천적 판단을 일컫는다. ‘가치형량’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으나 법 학의 영역에서 통상 ‘이익형량’ 또는 ‘法益衡量’이라고 통용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익형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이익형량판단 일반과 법적 이익형량판단 에 대한 상세한 개념설명은 W. Enderlein, Abwägung in Recht und Moral, Freiburg/ München, 1992, 18면 이하 참조. 또한 J.-R. Sieckmann, “Zur Begründung von Abwägungsurteilen”, Rechtstheorie 26 (1995), 45-69; J.-R. Sieckmann, “Abwägung von Rechten”, ARSP 81 (1995), 164-184면 참조.

2) G. Struck, “Interessenabwägung als Methode”, in: R. Dubischar u.a. (hg.), Dogmatik und Methode, Kronberg/Ts., 1975, 171면: “이익형량은 법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Interessenabwägung beherrscht das ganze Recht.”) 또한 H.-J. Koch, “Die normtheoretische Basis der Abwägung”, in: R. Alexy/H.-J. Koch/L. Kuhlen/H. Rüßmann (hg.), Elemente einer juristischen Begründungslehre, Baden-Baden, 2003, 236면 참조. 미국 연방대법원 의 헌법해석실무의 맥락에서 이익형량의 전개과정을 다루는 훌륭한 문헌으로는 T. Alexander Alleinkoff, “Constitutional Law in the Age of Balancing”, The Yale Law Journal 96 (1987), 943-1005면 참조.

3) 이익형량을 고찰하려면 먼저 ‘이익법학’(Interessenjurisprudenz)에 대한 설명을 해야만 하지만(‘이익형량의 系譜學’의 필요성),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하겠 다. 이익법학과 이익형량의 관련성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하는 W. Enderlein, Abwägung in Recht und Moral, 67면 이하 참조. 미국에서 법현실주의(legal realism) 및 이익법학 과 관련해서 T. Alexander Alleinkoff, “Constitutional Law in the Age of Balancing”, 958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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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쟁점들을 살펴보고, 합리적 이익형량의 기준들을 제시한 알렉시(R.

Alexy) 이론의 유용성을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관련하여 설명한 후(Ⅲ), 우

리 최고법원들의 판례에서 나타난 이익형량의 경향들과 기준들을 고찰할 것이다

(Ⅳ). 결론에서는 질적 이익형량방법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자 한다(Ⅴ).

Ⅰ. 범규범의 두 유형과 법적 추론의 두 유형

  1. 법규범의 유형 구분: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규범

이 글에서는 우선 법규범을 ① 구성요건과 법률효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확정

적인 내용을 갖는 법규범과 ②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추상적이고 이

상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법규범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 각각에 상응하는 법적

판단의 형식을 고찰하고자 한다. 전자를 ‘확정적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갖춘)

법규범’(legal rules), 후자를 ‘법원리’(legal principle)라고 부르기로 하자.4)

(1) 확정적 법규범의 특징

‘…을 하여야 한다’(명령), ‘…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금지), ‘…하여도 좋다’(허

용)는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 규범의 특수한 종류로서 법규범은 대체로 조

건적인 규범(‘…하면 …해야 한다’)의 형식을 갖는다. 조건규범으로서 법규범은

수범자의 범위에 따라서 일반적인 법규범과 개별적인 법규범으로 나누어진다. 구

체적(특정한) 개인을 규범수신자로 하면 개별 법규범이고, 일반을 대상으로 하면

일반법규범이다. 개별 법규범의 형식은 ‘특정한 개인 a가 특정한 행위 H를 하는

것이 요청/금지/허용되어 있다’로 나타나며, 일반법규범은 ‘…한 누구나 …해야

4)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Cambridge/Mass., 1977, 22, 39면 이하 참조;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Frankfurt/M., 1994, 71면 이하 참조. 확정적 법규범과 법 원리의 구분이 이미 고대 로마법에서도 나타난다는 견해로는 R. Dreier, Der Rechtsbegriff des Kirchenrechts, in: W. Krawietz/J. Wroblewski (hg.), Sprache, Performanz und Ontologie des Rechts, Festgabe für Kazimierz Opalek, Berlin, 1993, 261-277, 특히 269 면 참조. 그리고 독일법체계에서의 법원리와 실정법규의 구분은 J. Esser, Grundsatz und Norm in der richterlichen Fortbildung des Privatrechts, 3. Aufl., Tübingen, 1974, 1면 이하 참조; 칼 라렌츠/양창수 역, 正當한 法의 原理, 박영사, 1986, 1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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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하지 말아야 한다/해도 좋다’의 형식을 갖는다. 법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규

범은 대체로 ‘조건적 일반법규범’이며, 법해석과 법적용의 결과는 ‘개별법규범’이

다. 조건적 일반법규범은 “누구든지 …한 구성요건 T를 충족하면, R이라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여야 한다”는 형식으로 나타난다.5) 이를 기호화하면 다음과 같다.

(x) (Tx → ORx)6)

‘확정적 법규범’에서 ‘확정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조건적 일

반법규범의 구조 (x) (Tx → ORx)에서 사실부분인 구성요건의 내용과 구성요건

의 충족에서 발생할 법적 효과의 내용이 비교적 명확하게 확정되어 있다는 점

(Festsetzungsgehalt) 때문이다.7) 명확하게 정해진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다면, 반드

시 그에 대응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여야 하며,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법적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가령 헌법 제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규범은 ‘대한민국국민으로서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

거일 현재 40세에 달한 자라면 누구든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후보자격이 있다’는

내용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서 구성요건은 ‘누구든지 대한민국국민으로

서 국회의원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였다면’이고, 법률효과는

‘대통령 후보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이다. 따라서 헌법 제67조 4항은 구성요건

과 법률효과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확정적 법규범’의 유형에 속한다.

위에서 든 법규범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확정적 법규의 효력발생방식은

‘전부 아니면 무’(all-or-nothing)의 방식이라는 것이다.8) 즉 국회의원피선거권이

있고 40세에 달하였다면 대통령후보자격인정이라는 법률효과가 100% 발생하고,

이 두 가지 구성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통령후보자격인정이라는

5) 법규범의 구조에 대해서는 심헌섭, 분석과 비판의 법철학, 법문사, 2002, 60면 이하 참조.

6) 여기서 x는 임의의 개인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기호, T는 사실적 구성요건을 나타내는 기호, O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기호, ‘→’는 ‘…하면 …하다’는 ‘조건문’을 나타내는 기호, R은 법적 효과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이를 읽어보면: {“임의의 개인에게 적용된다: 구성요건 T를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지 법적 효과 R이 발생하여야 한다.”}

7)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8면.

8)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4면. ‘전부-아니면-무’의 기준으로 확정적 법규 범을 특징짓는 드워킨의 견해에 대한 비판으로는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Frankfurt/M., 1995, 1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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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효과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확정적 법규범의 법률효과발생의

방식은 ‘전부 아니면 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법규범들이 대체로 이와

같이 구성요건충족이 충족되면 법률효과가 발생하거나 충족되지 않으면 법률효

과가 발생하지 않는 확정적 법규범의 유형에 해당된다.

(2) 법원리 법규범의 특징

법원리는 구성요건이나 법률효과가 확정적이지 않고 법률효과발생이 ‘가능한

한 최대한 실현되는 형식’을 가지는 법규범이다.9) 가령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규

정들은 대체로 이러한 법원리로서의 법규범 성격을 갖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

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이라는 구성요건

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법률효

과가 결부되어 있는 듯하지만 그 구성요건과 법률효과의 내용은 명확하지도 않

고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어느 만큼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헌법 제19조의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는 법규범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양심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확정적 법규의 형식을 띠는 것

같지만, 양심의 자유보유라는 법률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 실현되고 발생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명확하지 않다.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타의 사유들(국

가안보, 현재 병역현실 등)과 견주어서 양심의 자유는 100% 인정될 수 있고,

70% 정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법원리는, 주어진 현실적 가능성

(변수들)과 법적인 가능성들에 따라서 다양한 ‘정도’로 실현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규범이다. 가령 ‘자유민주주의’라는 이상이나 정의이념은 그 요구되는 바가

100% 실현될 수도 있지만, 주어진 현실적 조건(가령 경제적 여건이나 정치적 여

건)에 따라서 그리고/또는 기타의 법적 가치들(가령 공공질서나 국가안보 등의

법적 가치들)과의 관련성 속에서 50%나 70% 실현될 수도 있다. 100%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상들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리규범은 가능한 한

최대로 실현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가치를 담고 있는 법규범이다.

법치주의 원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등이 그러하다. 세법

9)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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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공평성 가치 역시 그러한 속성을 가지는 법규범이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

로 하면 다음과 같은 법원리의 풀이가 나오게 된다.

“법원리란, 기타의 법적 가치(법원리)들과의 관련 속에서 그리고 현실적으로 주

어진 조건 내에서 자신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가능한 한 최대로 보장될 것’

을 요청하고 있는 이상적 당위의 성격을 가지는 법규범이다.”10)

확정적 법규는 구성요건이 충족되면 자신이 요구하는 내용이 100% 실현될 것

을 요청하는 규범의 종류라면, 법원리는 그 내용이 가능한 한 최적으로 실현될

것(optimization)을 요청하는 성격을 갖는 법규범이다. 이는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

리의 차이를 법률효과 실현방식의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11)

10)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7면 이하; H.-J. Koch/H. Rüßmann, Juristische Begründungslehre, München, 1982, 99면 참조.

11) 그렇다면 법원리규범은 재량이나 불확정개념 또는 일반조항을 포함하는 법규범과 어 떤 차이점이 있는가?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보자. 불확정개념을 포함하는 구 성요건을 가지는 법규범이나 법률효과의 선택이나 발생 시 재량을 인정하는 법규범도 확정적 법규범일 수 있을까? 구성요건과 법률효과가 모두 불명확한 경우 ―(보다) 정 확하게 말하자면 법률효과의 발생방식이 ‘전부-아니면-무’(all-or-nothing)의 방식으로 규 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도 확정적 법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가? 가령 우리 도로교통 법 제7조는 “경찰공무원은 보행자나 車馬의 통행이 밀려서 교통상의 혼잡이 뚜렷하게 염려되는 때에는 그 혼잡을 덜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 다. 이 법규범은 경찰공무원에게 일정한 재량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법규범을 재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보행자통행밀림∨차마통행 밀림)∧교통상의 혼잡 뚜렷하게 염려] → 경찰공무원은 교통상의 혼잡을 덜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 이 법규범은 명백하게 구성요건에서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즉 ‘교통상의 혼잡 이 뚜렷하게 염려되는’ 경우란 어떤 상황일까? 또한 교통혼잡이 뚜렷하게 염려되지 않 은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 아니면 도대체 ‘교통상의 혼잡’이란 어떤 상태를 지시하는 용어일까? 어느 정도 보행자나 차마가 밀려야 교통상의 혼잡에 해당되고, 그 밀리는 경향이 어느 정도 되어야 ‘교통상의 혼잡이 뚜렷하게 염려되는 경우’일까? 이 법규범 은 경찰공무원에게 이미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 재량[이른바 (구성)요건재량(要件裁量: Tatbestandsermessen)]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동법규정은 법률효과발생 차원에서도 불 확정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 교통상의 혼잡을 덜기 위하여 ㉡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법률효과를 구체화하여 보자. 교통상의 혼잡이 뚜렷하게 염려되는 상황을 확정했다 하더라도 그 혼잡을 덜기에 필요한 조치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 또는 어디 까지 조치를 취해야 교통상의 혼잡을 덜기에 ‘필요한’ 조치가 되는 것일까? 게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문구는 설령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경찰공무원이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취하지 않을 수도 있는 법률효과상의 재량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법률효과발생상의 재량(이른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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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는 또한 법규범충돌 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는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12) 만일 동일한 행위를 놓고 각각 반대되는 법률

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상호충돌하는 확정적 법규들이 있다면, 이들 중 하나만이

타당하다. 즉 그 행위에 대한 기타의 확정적 법규들은 법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한

다. 동일한 사안에서 반대되는 법적 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확정적 규율들 사이의

충돌에서 그 해결책은 특별법우선의 규칙, 신법우선의 원칙 등을 적용하여 어느

하나의 확정적 법규범이 무효라고 선언하거나 아니면 예외조항을 두는 데 있다.

그렇지만 법원리들 간의 충돌은 그렇지 않다. 확정적 법규 간의 충돌에서는 대

체로 충돌되는 법규범들 중 어느 하나는 법효력을 상실하고 영원히 법체계에서

사라지는 반면 법원리들 간의 충돌에서는 단지 구체적인 해당사안에서만 어느

법원리가 물러날 뿐이지(해당 사안에서 적용되지 않을 뿐이지) 법효력을 완전히

부인당하고 법체계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소급입법금지의 원리는 분명히 법

률)효과재량’(Rechtsfolgeermessen))이 경찰공무원에게 주어져 있다면 법률효과가 불확 정적인 법규범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달성하고자 하는 법률 효과의 실현방식이 ‘전부-아니면-무’의 방식이 아니라 ‘程度’(a matter of degree)의 방 식(그러니까 최적화-optimization-의 방식)이라면 이러한 법률효과규정을 담은 법규범 ―예로 든 도로교통법 제7조― 을 확정적 법규범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법원리로 보아야 할까? 이 물음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발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법치국 가원리 중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도 법원리의 성격을 갖는 규범임을 고려하여 문제에 접근해 보자는 발상이다. 명확성의 원칙이 “법규범의 내용은 가능하면 최대한 명확하 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담고 있다면, 확정적 법규범에서 법률효과의 규정 역 시 ‘전부-아니면-무’의 방식이 아니라 ‘최적실현’의 방식을 충족하기만 하면 되는 것 일까? 행정재량행위의 경우 재량권행사의 범위가 적정하게 규정되어 있고, 규범내용이 기본 적인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서 재량행위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청의 재량행위를 구분하고 그 적법성을 판단하는 발상과 기준을 법률효과발생방 식에서 불확정적인 ―그러니까 법률효과발생에서 결정재량과 선택재량을 인정하는― 법규범의 타당성(정당성; 법효력)을 판단하는 데 원용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중요한 이익과 부담의 배분과 관련된 효과를 낳는 확정적 법규 범의 경우 구성요건과 법률효과상의 불확정성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하며, ㉡ 그 기 본권제한과 법규적용결과 사이의 직접성 관련성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명확성의 원 칙 적용의 강도는 약해진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은 행정법학 에서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법철학에서도 규범이론적으로 해명해 야 할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원리와 확정적 법규범을 준별하는 법원 리주의 법체계이론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박정 훈, “不確定槪念과 判斷餘地”, 中凡 김동희교수 정년기념논문집 行政作用法, 박영사, 2005, 250-270면 참조.

12)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77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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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로서 입법과 법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의이념이나 공익을 실현하

기 위한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소급입법의 원리는 해당사안에서 물러난다. 이 경

우 소급입법금지의 법원리와 정의의 법원리는 충돌하지만, 이들 중 어느 한 법원

리가 효력을 상실하고 영원히 법체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적 안정성이나 소급입법금지의 원리보다 정의원리에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였을 뿐이다.13) 이처럼 법원리 사이의 충돌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느 법

원리가 더 큰 비중(weight)을 가지고 있는가를 판별함으로써 해결된다. 이처럼 법

원리 사이의 충돌은 어느 법원리가 해당사안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 하는

‘비중의 비교차원’(dimension of weight)에서 해결된다.14)

(3) 법원리주의(Prinzipientheorie des Rechts)

법원리주의란 법체계를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규범으로 구성된 체계로 파악

하는 법체계론을 말한다. 따라서 법원리주의는 법원리규범 역시 확정적 법규범처

럼 법으로서 구속력을 갖는다고 당연히 전제한다.15) 법원리의 주요형태와 근원은

개인의 권리를 정당화하는 가치들 및 이념, 정치적 공동체의 운영과 작동에 관련

된 가치들, 사회경제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가치들 및 이념 등이다.16) 이를 ㉠ 권

리에 관한 법원리(권리관련 법원리규범), ㉡ 기본적 사회구조의 구성에 관한 법

원리(통치조직, 사회조직, 경제조직 구성원리들), ㉢ 정책적 판단에 관한 법원리

(정책적 법원리규범들: 경제적 효율성, 합목적적성)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법원리들을 결정하고 상호충돌 시 비중을 매기는 과정은 복합적인 도덕적 논

증과정의 문제라는 점과 법률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도덕적 원리들이 아니

라 법원리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도덕적 원리들과 법원리들이 서로 중첩되기

는 하지만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법원리가 도덕원리에 단순하게 포섭

되는 규범이거나 하위규범도 아니라는 다소 복잡한 추측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

다면 어떤 정치도덕적 가치들이 법원리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

해서는 다음과 같은 답이 가능할 것이다.

13) 가령 헌재 1996. 2. 16. 96헌가2, 96헌바7⋅13(병합) 참조.

14)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6면.

15)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13면 이하 참조.

16)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06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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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39

다양한 도덕원리들 및 정치적 도덕원리들 중에서 ㉠ 현행 헌법, 실정법들, 선판

례 등과 관련성을 가지면서 이들의 체계를 가장 잘 설명하고 최선의 내용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며(제도적 정합성 기준: the institutional fit

criterion), 그리고 ㉡ 공공적인 논증과정에서 그 타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도

덕적 타당성 기준: the moral acceptability criterion) 규범들은 법원리이다.17)

우리 대법원 역시 법원리규범을 원용하여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실정법

체계에 내재해 있는 가치들을 반영하는 법규범으로서 기능하는 법원리에 의한

법해석을 하면서, 가령 대법원은 공해소송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 문제와

관련하여, ‘손해와 이익의 공평부담원리’라는 정의의 원리를 원용하여 ‘자연력과

가해자 측의 과실행위가 결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의 배상액을 감액

할 수 있는가?’라는 법률적 사안을 해결하기도 한다.18) 이처럼 법질서에 들어 있

는 법원리규범을 원용하여 해당사안에 확정적 법규범이 없는 경우 그 사안에 적

용할 법규범을 정립하는 ‘법원리에 의한 법보충’에서 보듯이 법원리규범은 우리

법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19)

법원리규범이 법해석상의 규범일 뿐만 아니라 법으로서 구속력을 갖는다는 견

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Soraya 판결’에서 명백하게 나타났다. 이 판결에서

17) L. Alexander, Legal Rules and Legal Reasoning, Aldershot, 2000, 284면 참조. 제도적 정합성(헌법, 법률, 선판례와의 정합성)이라는 기준과 도덕적 타당성 기준은 비교가능 한가? 즉 서로 충돌할 때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측정규준이 있을 까? 정합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도덕적 타당성이 우선인가? ‘통상의 경우 법적 안정성 이 우선하고, 법적 안정성이 정의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침해하는 경우에는 정의가 우선한다’는 라드브루흐의 不法公式은 양 기준 사이의 비교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어야 할 도덕적 가치(‘혼란보다는 질서가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 하는 데 더 낫다’는 가치)와 정의가 실현되어야 할 도덕적 가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라드브루흐 불법공식은 결국 도덕적 타당성 기준을 양 가치의 충돌 시 어느 것이 우 선하는지를 판별하는 측정규준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분명 하게 논증하는 문헌으로는 J. Finnis, “Commensuration and Public Reason”, in: R. Chang (ed.), Incommensurability, Incomparability, and Practical Reason, 230면 이하 참조.

18) 대법원 1991. 7. 23. 선고 89다카1275 판결 ;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 결 등.

19) 이때 ‘과도한 법원리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법원리주의란 제도 적으로 정착된 성문법규나 재판법규들을,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본문에서 언급하는 세 유형의 법원리들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 책적 판단과 관련된 법원리들이 권리에 관한 법원리들을 쉽게 대체하거나 추상적 법 원리나 일반조항을 들어 별다른 법적 논증 없이 확정된 법규범들을 손쉽게 물리치는 경우가 과도한 법원리주의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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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40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실정법과는 다른 유형의 법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

은 법개념론과 법원의 역할론을 피력한다.

“권력분립 및 법치국가의 핵심적 요소로서 ‘법관은 법률에 따라서 재판하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법률기속원리(法律羈束原理)는 독일 입헌민주주의 법체계에서

는 ‘법원의 판결은 법과 법률에 구속된다.’[독일 헌법 제20조 3항]는 원칙으로 변

형되었다. 이는 [독일 법체계가] 협소한 법률실증주의(ein enger Gesetzespositivismus)

적 입장을 거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법과 법률’이라는 표현은, 실정법(Gesetz)

과 법(Recht)이 실제에서는 대체로 서로 중첩되기는 하지만, 법이 실정법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보존하고 있다. 즉 법은 실정법규들 총

합 이상의 무엇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제정한 실정법 이상의,

(…) 의미전체로서 입헌적 법질서 내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법에 있어서

실정법을 넘어서는 무엇(ein Mehr an Recht)이 존재할 수 있고, 이것은 국가

권력에 의해서 제정된 실정법규에 대해서 교정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법에

있어서 ‘실정법 이상의 무엇’을 찾아내어 판결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법원

의 과제이다. (…) 다시 말하면 법원의 과제는 입헌적 법질서에 내재해 있지

만, 실정법의 문언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거나 불충분하게 표현된, 가치들

및 규범들을 (가치)평가적 활동을 통하여 (…) 분명하게 드러내어서 판결에

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법관은 이때 자신의 개인적인 자의적인 견해로부터 벗

어나서 합리적인 논증에 자신의 판결을 근거지어야 한다. (…) 법원의 결정은

실천이성의 규준과 사회에서 타당하다고 인정된 일반적 정의관념에 따라서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20)

법률(Gesetz)과 법(Recht)은 구분된다는 명제를 실정법과 자연법의 구분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만, 현대 입헌민주주의 법체계에서는 실정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규범의 구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법의 지

배란 “국가가 제정한 실정법 이상의 원리, 즉 (…) 입헌적 법질서의 배경가치를

이루는 원리들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법에 있어서 실정법을 넘어서는 무엇’(ein

Mehr an Recht)의 지배”를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21)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말하는 “실천이성의 규준과 사회에서 타당하다고 인정

20) BVerfGE 34, 269 (288) (밑줄과 강조는 첨가한 것임).

21) 독일에서의 법치주의에 관한 논의는 Ph. Kunnig, Das Rechtstaatsprinzip, Tübingen, 198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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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41

된 일반적 정의관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방향을 제시하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기로 하겠

다. 배우자가 법률로 정한 중대한 선거범죄22)를 범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공직선거및선

거부정방지법’ 제265조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

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 제3항을 위반하는 법규범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던 사안에서 권성 재판관과 김경일 재판관은 별개의

견에서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법원리론을 제시한다.

“헌법에 명문의 규정으로 선언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없이는 ‘헌법규

정의 보편적 가치’와 ‘헌법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도도한 의미의 흐름’을 제

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다수의 법적 원칙을, 우리는 투명한 이성적 통찰로

발견하여 이를 ‘헌법에 내재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치밀하고 신중한 사색이 거듭되어야 할 일

이지만 그 논리와 결론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의 폐단이 확인

되지 않는 이상 기왕에 발견된 헌법원리의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일을 반

드시 자제하여야 할 이치는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행

동할 권리가 있고 그 대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리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

여만, 자기가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의 원리는 충분히 자명하고 합당한 보편

적인 법적 원칙이어서 이를 (…) 헌법의 내재적 원리의 하나로 파악하는 것

이 옳고 이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헌법위반을 구성한다.”23)

즉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

게 반영한 원리로서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

의 기본이념으로서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

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헌법에 내재하는 헌법상 원칙”이라는 것이다.24) 우리 헌

22)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5조 본문에서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당해 선거에서 동법 제230조(매수 및 이해 유도죄) 내지 제234조(당선무효유도죄), 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등 위반죄) 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제1항 의 정치자금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써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3) 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판례집 17-2, 785, 799-800(밑줄과 강조는 첨가된 것임).

24) 이러한 사상은 헌재 2004. 6. 24. 2002헌가27, 판례집 16-1, 706, 714-715에서도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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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42

법재판소의 견해는 앞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법원리주의를 천명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25)

지금까지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 규범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는데, 이

제 법적 삼단논법의 특징과 이익형량판단의 특징을 비교함으로써 양자 사이의

차이점과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법적 삼단논법의 구조와 특징

어떤 법규범들은 매우 간단하고 명확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가령 ‘공공건물 내에서는 금연’이라는 법규정은 ‘누구든지 공공건물 내

에 있다면 흡연금지’라는 명확한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가지고 있는 법규범이

다. 이제 약간 더 복잡한 사안을 생각하여 보자. 갑은 어떤 지역의 상가아파트

지하상가를 분양받을 의사가 전혀 없는데도 을에게 함께 지하상가 건물을 분양

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은 천만 원을 준비할 터이니 을은 삼

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을로부터 삼천만 원을 받은 후 도망갔다고 하

자.26) 이 사실관계에 적용될 일반법규범은 형법 제34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

기죄이다. 이를 법률적 삼단논법으로 재구성하여 보자.

(1) 대전제(조건적 일반법규범): 사기행위를 한(=‘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

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이 명

령되어 있다.

(2) 소전제(구체적 범죄사실): 갑은 상가아파트 지하상가를 분양받을 의사가

없는데도 을과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갑 자신은

천만 원을 준비할 터이니 을은 삼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을로부터

삼천만 원을 받은 후 행방을 감추었다.

(3) 결론(법률효과): 갑은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이를 기호화하면 다음과 같다.

난다.

25)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분석하여 법원리주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 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26) 이 사안은 이상돈, 새로 쓴 법이론, 세창출판사, 2005, 42면 이하에서 빌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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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43

(1) (x) (Tx → ORx) - 조건적 일반법규범 [구성요건 T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R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여야 한다.]

(2) Ta - 개인 a는 구성요건 T에 해당하는 행위(기망행위)를 하였다.

(3) ∴ORa - 따라서 a에게는 R(10년 이하의 자유형)이라는 법률효과가 부여되

어야 한다.

언뜻 보면 위의 추론은 타당한 것 같지만 사실 위의 세 가지 명제들 사이에는

논리적 연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법규범에 포함된 중요한 구성요건 개념

인 ‘기망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갑의 행위가 사기죄를

규정한 일반법규범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법

해석자는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할 것이다. 사기

죄는 [기망행위 + 상대방의 착오 + 상대방의 재산처분행위 + 재산상의 손해발

생 + 행위자의 이익발생]이라는 구체적인 구성요건들로 이루어진다고 형법학에

서는 풀이한다. 다시 ‘기망행위’란 무엇인지를 해명하여야 할 것이다. 기망행위를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상호간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대법원의 풀이)이라고 해석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무엇인가는 물음에 다시 신의성실의 의무 위반이란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

래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갖게 하는 행위’라고 풀이하였다고

하자.27)

이러한 해석과정을 통하여 사기죄를 규정하는 일반적 법규범에 들어 있는 구

성요건의 의미(기망행위의 의미)가 확정되었고, 그 후에야 비로소 ‘상가아파트를

분양받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다른 이에게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일정금액을 교부받은 행위’라는 구체적 사

실관계가 기망행위라는 사기죄의 일반적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은 복합적 법적 삼단논법의 단계들로 구체화하

여 보자.

(1) 대전제(일반적 법규범): (x) (Tx → ORx) = (x) [기망행위x → 10년 이하

의 징역x]

(2) 소전제 1: (x) (S1x → Tx) =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상호간 지켜

27) 여기서 ‘기망행위’의 의미를 풀이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의미론 차원에서 이루어진 법해석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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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44

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 위반’x → 기망행위x} (=기망행위라는 구성요건의

구체화)

(3) 소전제 2: (x) (S2x → S1x) =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래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갖게 하는 행위’ →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 상호간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 위반함} (=‘신의성실의 의무위반’이

란 구성요건의 구체화)

(4) 소전제 3: (x) (S3x → S2x) = {‘상가아파트를 분양받을 의사나 능력이 전

혀 없으면서도 다른 이에게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일정금액을 교부받은 행위’ →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 상호간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 위반}

(5) 소전제 4: (x) (S4x → Tx) = {‘상가아파트를 분양받을 의사나 능력이 전

혀 없으면서도 다른 이에게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일정금액을 교부받은 행위’ → 기망행위} (=소전제 3에 해

당되는 구체적 사실은 기망행위에 해당된다는 추론. 다시 말하면 {S4→S3

→S2→S1→T}이라는 추론을 통해서)

(6) 소전제 5: (x) (S5x → S4x) {‘상가아파트 지하상가를 분양받을 의사가 없

는데도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은 천만 원을

준비할 터이니 삼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을로부터 삼천만 원을 받

은 후 도망갔다’ → 기망행위}

(7) 구체적 사실관계: S5a = {갑은 상가아파트 지하상가를 분양받을 의사가

없는데도 을과 함께 분양받아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갑 자신은

천만 원을 준비할 터이니 을은 3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을로부터

삼천만 원을 받은 후 행방을 감추었다.}28)

(8) 결론: ∴ ORa (1∼7의 전제들로부터). 따라서 a는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

하여야 한다. (여기서 O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규범 기호)

여기서 법해석활동은 대전제인 일반법규범에 포함된 중요한 개념의 의미를 풀

28) S5a의 행위는 사기죄의 일반적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행위로 판정되면 다음과 같은 법 적 삼단논법이 진행된다. (1) (x) (Tx → ORx) (2) S5x → Tx (3) S5a → Ta (4) S5a

(5) ∴ 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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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45

이하여 구체적인 소전제들을 획득하는 (2)∼(6)의 단계이며, 법적용은 (1)에서 (8)

까지의 전체과정이다. 그렇다면 법해석이란 법적용과정에서 일반적 법규범의 의

미를 구체화하여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확정된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해석된 일반법규범에 해당된다고

보는 추론이 이른바 ‘포섭’이다. 앞에서 설명한 확정적 법규범의 적용방식은 바

로 이 ‘포섭’작업(법적 삼단논법)이다.29)

  1. 이익형량 추론의 특성

법적용차원에서의 이익형량은 법원리규범을 적용할 때의 이익형량이다.30) 법원

리 규범의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이익형량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여 보자.

이익형량은 어떤 구체적인 사안에서 일단 고려의 대상이 되는, 서로 충돌하는

추상적인 법원리들로부터 나오는 상반되는 법률효과들 중 어떤 것이 바로 그

해당되는 사안에서 우위관계에 있으며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정하는 판단활동

이다.

법원리들이 이익형량의 대상이라면 이익형량의 대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형량의 대상은 ① 권리에 관한 법원리(권리관련 법원리규범), ② 기본적 사

회구조의 구성에 관한 법원리(통치조직, 사회조직, 경제조직 구성원리들), ③ 정

책적 판단에 관한 법원리(정책적 법원리규범들: 경제적 효율성, 합목적적성)들

이다.

29) 법적 삼단논법의 구조에 관해서는 심헌섭, 분석과 비판의 법철학, 207면 이하 참조.

30) 이러한 점에서 알렉시는 법원리와 이익형량 사이의 관계를 다음처럼 간명하게 표현한 다: “최적화명령으로서 법원리는, 자신이 지시하는 내용이 법적인 가능성과 현실적인 가능성의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 정도로 실현될 것을 요청하는 규범이다. 이 는 법원리의 내용은 상이한 정도로 충족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현의 범위는 사 실상의 가능성조건들뿐만 아니라 법적인 가능성조건들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때 한 법원리가 실현되는 범위를 결정하는 요인인 법적인 가능성조건들이란 실정법규 외에도 그 법원리와 충돌하는 상대 법원리들에 의해서도 정해진다. 이 말은 법원리들은 형량가능하고 형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익형량은 법 원리들에 특징적인 법적용의 형식이다(R. Alexy, Recht, Vernuft, Diskurs, 213, 216면. 강조는 첨가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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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46

충돌하는 법원리들 사이에서 각각의 비중을 측정하여 우선순위를 판별하는 이

익형량을 한 결과 획득된 법규범은 결국 해당사안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

체적인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갖춘 확정적 법규범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형량의 산물은 그 실현이 ‘전부 아니면 무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비교적

명확한 내용의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로 이루어진 확정적 법규범이다.

이렇게 획득된 확정적 법규범은 조건적 일반규범의 형식을 가지며, 그에 따라

서 법적 삼단논법이 행해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익형량의 산물이 확정적 법규

범이라면 법원리에 바탕을 둔 이익형량판단 이후에는 그 산물인 확정적 법규범

에 바탕을 둔 법적 삼단논법이 진행된다는 것이다.31) 따라서 이익형량의 정당성

문제는 상호충돌하는 법원리들 사이의 우위관계 또는 우위성 판단의 조건을 정

하는 작업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로 집약될 것이다.32)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해보

도록 하자.

이익형량의 정당성 판단단계는 상호 충돌하는 법원리들의 상대적 비중(상대적

우위관계)을 판별하는 기준들의 정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법원리들 사이의 또는 법익들 사이의 우위관계는 ① 절대적(무조건적) 우위관

계(즉 어느 한 쪽이 언제나 비중의 우위성을 가지는 경우)와 ② 상대적(조건적)

우위관계(즉 그때그때의 조건에 따라서 어느 한 쪽이 비중의 우위성을 가지는 경

우)로 대별할 수 있다.33) 상호충돌하는 법원리 P1(가령 인격권보호의 가치)과 P2

(표현의 자유보호 가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우위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P1 P P2 - P1은 어떤 경우에도 P2에 우선한다. [여기서 P는 ‘…보다 우위

에 있다’는 선호도(preference)를 나타내는 기호]

31) R. Alexy, Recht, Vernuft, Diskurs, 41면 이하 참조; H.-J. Koch, “Die normtheoretische Basis der Abwägung”, 앞의 책(각주 2), 245면: “Abwägung und Subsumption sind nicht ―wie gelegentlich angenommen wird― alternative Modi der Rechtsanwendung.”

32) M. Borowski, Grundrechte als Prinzipien, Baden-Baden, 1998, 97면 참조.

33)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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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47

㉡ P2 P P1 - P2는 어떤 경우에도 P1에 우선한다.

㉢ (P1 P P2) C1 - P1은 C1의 조건 아래에서는 P2에 우선한다.

㉣ (P2 P P1) C2 - P2는 C2의 조건 아래에서는 P1에 우선한다.

㉠과 ㉡은 절대적 우위관계를 나타내며, ㉢과 ㉣은 상대적 우위관계를 나타낸

다. 통상의 이익형량판단 구조는 {(P1 P P2) C}이다.34) 즉 ‘구체적 상황 C라는

조건 아래에서 P1은 P2에 우선한다’는 판단이 통상의 이익형량판단이다. 법원리

들은 보통은 상대적 우위관계(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어떤 경우에는 P1

이 P2보다 우위에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P2가 P1보다 우위에 있는 관계)에 있

다.35)

Ⅱ. 이익형량의 구조: 이익형량에서 법적 삼단논법으로

흔히 우리가 법해석이라고 부르는 법적 삼단논법이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로 나

타나는 법률개념들의 의미를 풀이하고 해당 사실관계가 그 의미에 포섭되는지를

따진다면, 이익형량은 해당사안과 관련하여 상호충돌하는 법원리들 각각의 상대

적 비중(relative weights)36)을 측정하여 이들 중에서 어떤 법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정한다. 그렇다면 이익형량판단과 법적 삼단논법은 어떤 관계에 있을

까? 일단 모든 법적 삼단논법에는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이익형량이 개재

되어 있다는 것, 즉 확정적 법규범은 이익형량의 산물이며 법적 삼단논법은 이익

형량의 산물 위에서 진행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37) 이익형량의 목표는 결국

법적 삼단논법을 가능하게 하는 확정적 법규범을 획득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34)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3면.

35) H.-J. Koch/H. Rüßmann, Juristische Begründungslehre, 99면.

36)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6면.

37) H.-J. Koch, “Die normtheoretische Basis der Abwägung”, 248면 참조. 가령 다음과 같 은 견해는 법학방법론 상 이익형량이 행하는 역할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기본권영역에 서 법규범발견은 일반적인 법규범발견방법의 운명을 공유한다. 법의 해석과 적용은 도 처에서 그 이전에 미리 존재하는 법익들의 형량과 마주하고 있다.”(E. G. Marenholz, “Freiheit der Kunst”, in: E. Benda/W. Maihofer/H.-J. Vogel (hg.), Handbuch des Verfassungsrechts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2. Aufl., Berlin/New York, 1994, 13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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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48

점을 염두에 두고 이하에서는 독일과 한국에서의 판결을 중심으로 해서 이익형

량의 구조를 살펴볼 것이다.

  1.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Lebach 판결(1973)에서38)

이 판결사안의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9∼1. 20 사이의 야간에 2명의 남자 A와 B가 독일 레바흐(Lebach)에

있는 독일연방군의 무기고를 경비하던 4명의 군인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해

를 입힌 후에 총기와 실탄을 탈취하여 도주하였다. 위 두 명 외에 비록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2명 중 1인에게 총기사용법을 가르쳐준 제3의 C가

있었다. 독일 전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이 일어난 후 몇 개월 후

1969년 여름 이 세 명은 체포되었고, A와 B는 무기징역형에 C는 방조범으로서

6년형을 선고받았다. 1972년 독일 제2국영방송(ZDF)은 “Der Soldatenmord von

Lebach”(“레바흐 지역의 군인살해사건”)라는 제목의 다큐멘트 필름을 제작하였

다. 이 프로그램에서 배우들이 위 3명의 역할을 맡았으며 각각의 실명과 사적

인 관계들(이 세 명은 동성애 관계에 있었다)이 계속해서 자막으로 제시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C는 1973년 가석방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의 방

영은 자신의 인격권, 성명권, 초상권을 침해하고 자신의 재사회화를 위협할 것

이라는 판단 하에 마인츠(Mainz)지방법원에 동 프로그램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하였으나 인정되지 않았고 코블렌츠(Koblenz)고등법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헌

법소원을 제출하였다. 헌법소원절차에서 청구인 C는 위의 프로그램방영은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과 제2조 제1항에서 보장되는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

였다. 독일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헌법소원이 이유 있다고 판시하였다.39)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에서 독일기본법 제1조와 제2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과 제5조 제2항 제2문에서 보장하는 방송보도의 자유와 충돌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을 전개한다.

38) 이하의 부분은 R. Alexy, “Die logische Analyse juristischer Entscheidungen”, in: 동저 자, Recht, Vernuft, Diskurs, Frankfurt/M., 1995, 13-51면에서 분석한 것을 필자가 축약 한 후 수정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39) BVerfGE 35, 202-246(1973.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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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49

(1) 법적 삼단논법의 차원에서

앞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확정적 법규범과 관련된 법적 추론(포섭추론)의 기

본형은 다음과 같았다.

  1. (x) (Tx → ORx)

  2. (x) (Sx → Tx)

  3. Sa

  4. ∴ ORa (1)∼(3) 전제들로부터. [여기서 O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규범 기호]

그렇다면 법원리 추론(이익형량추론)은 이러한 삼단논법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

는가? 그리고 대전제가 되는 확정적 법규범은 어떻게 획득되는가? 확정적 법규

범 차원에서 본다면 Lebach사안에서 적용된 확정적 법규범은 다음의 내용을 가

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① (재사회화위협∧반복방영∧¬현재의 절실한 보도필요 → TV방영금지)

[여기서 ∧는 ‘연접’을, ¬은 ‘否定’을 나타내는 기호]

재사회화위협을 RG로, 반복방영을 W로, 보도의 절실한 필요를 A로, TV방영

을 TV로 기호화하면 다음과 같은 기호로 표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①ʹ (x) (RGx∧Wx∧¬Ax → FTVx)

= (Tx → FTVx) (여기서 T는 구성요건을, F는 금지를 나타내는 기호)

②범행에 대한 방영이 원고 출소 후의 경우를 E라 하고, 출소 직전의 경우를

N이라 하면: (Ex∨Nx → RGx) [여기서 ∨는 선접기호이다.]

②ʹ 그리고 현재 다시 방영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S라고 하면:

{(Ex∨Nx)∧¬Sx→RGx}

이러한 확정적 법규범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법률적 삼단논법이 적용

될 것이다:

(1) (x) (RGx∧Wx∧¬Ax → O¬TVx)

(2) {(Ex∨Nx)∧¬Sx → R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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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50

(3) Na: 출소직전 방영. [특정 개인 a는 출소직전이고 a에 대한 사실이 방영될

예정이다]

(4) ¬Sa: 방영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음

(5) Wa: 반복방영

(6) ¬Aa: 현재의 시점에서 보도할 절실한 필요가 없음

(7) ∴ FTV (=O¬TV) (1)∼(6)로부터.

그런데 대전제가 되는 확정적 법규범 (1)은 어디서 등장하였는가? 확정적 법규

범 (1)은 독일 법체계에서는 명시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묵시적으

로 존재하는) 이 확정적 법규범은 충돌하는 법원리들 사이의 형량과정에서 획득

되었을 것인데, 어떠한 이익형량과정을 통해서 나타났을까? 이는 직관에서 획득

된 것인가? 아니면 논리적으로 타당한 추론과정을 거친 결과인가? 이 점을 살펴

본다면 다음과 같다.

(2) 법원리 차원에서의 법적 추론: 이익형량의 차원

위에서 든 확정적 법규범(RGx∧Wx∧¬Ax → O¬TVx: 즉, 재사회화를 위협

할 우려가 있는 프로그램이 반복방영되는 것이며 현재 그럴 만한 절실한 보도의

필요가 없다면, TV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은 추상적 법

원리들의 구체적 결과물로서 등장한 것이다. 우선 이익형량판단의 제1단계에서

보자면 상호충돌하는 법원리들이 식별되어야 한다. 독일 헌법 상 인정되는 인격

권보호 규정과 표현의 자유보호 규정이 이 사안에서 상호충돌하는 법원리들이었

는데, 각각의 법원리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여 보자. ‘인간존엄 및 인격권을 보호

하라!’는 법원리를 P1으로, ‘방송보도 및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라!’는 법원리를

P2라고 하면 법원리규범과 관련된 법적 추론(이익형량)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이익형량판단의 기본구조: (P1 P P2) C

(여기서 P는 우위관계 또는 선호관계를 나타내는 기호)

이 이익형량판단은 “C의 조건 아래에서는 P1(인격권보호의 법원리)이 P2(표현

의 자유 법원리)에 우선하는 비중을 가지면서 해당사안에 적용된다”는 점을 내용

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양 법원리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판단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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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51

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 법원리들 상호간의 우위성 판정 단계

확정적 법규범 (RGx∧Wx∧¬Ax → O¬TVx)은 이익형량규칙의 적용결과인

{(P1∧P2)∧(P1 P P2)C1 → O¬TV}라는 법규범에서 획득된 것이다. 즉 ‘이 사

안에서 법원리 P1와 P2가 충돌하고, C1의 조건 아래에서 P1이 P2보다 우위에

있다면, TV방영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법규범으로부터 (RGx∧Wx∧¬Ax → O

¬TVx)라는 확정적 법규범이 획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P1 P P2) C1를 논

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즉 왜 C1의 조건에서 P1이 P2에 우선하는 비중을

가지는가? 다시 말하면 인격권보호의 법원리가 표현의 자유 법원리보다 우선하

는 조건은 도대체 어떤 경우인가?

(나) (P1 P P2) C1의 정당화 단계

가. P2 규범이 우위에 서는 경우

Lebach판결에서 만일 P2 법원리(방송보도의 자유)가 우위에 있었다면 다음과

같은 확정적 법규범이 도출되었을 것이다.

P2 법원리가 구체화된 확정적 법규범: (Ax∧¬Gx → ¬FTVx)40)

(A: 현재의 절실한 보도 필요, G: 방영금지할 특별한 사유 존재, ¬FTV: TV방

영이 금지되지 않는다)

(P2 P P1) C2, 즉 C2의 조건에서는 방송보도의 자유가 인격권보호보다 더 우

위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원리 P2를 P1보다 우위에 있게 하는 조건 C2

는 (A∧¬G: 절실한 보도의 필요가 있고, 그 보도가 방영금지될 특별한 사유가

없음)이었다. 그렇다면 이익형량판단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P2 P P1) C2: {(P1∧P2)∧(P2 P P1)C2} → ¬FTV41)

40) 여기서 F는 금지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41) 이는 “법원리 P1과 법원리 P2가 해당 사안에서 서로 충돌하고, C2의 조건에서는 P2 가 P1보다 우위관계에 있다면, 원고의 범행에 대하여 다시 TV방영하는 것은 허용된 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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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52

해당사안에서 방송보도의 자유라는 법원리와 인격권보호의 법원리가 충돌하고

C2의 조건에서 방송보도의 자유가 인격권보호보다 더 우위에 있다면 TV방영은

금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C2를 구성하는 상황전체의 정당성이 문제가

된다.

나. P1이 우위에 서는 경우

실제로 Lebach판결에서는 법원리 P1(인격권)이 P2(방송보도의 자유) 법원리보

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P1

의 비중을 측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던 상황은 ‘범행사실이 반복해서

방영됨으로써 당사자의 인간존엄 및 인격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음’(IB)과

‘보도의 절박한 필요성이 없음’(¬A)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P1 법원리로부

터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갖춘 확정적 법규범은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볼 수 있다.

① P1에서 획득된 확정적 법규범 LR1: (IBx∧Wx∧¬Ax → O¬TVx)

(문장화: 범행사실이 반복방영되면 당사자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현

재의 시점에서 반복방영할 절실한 필요성이 없다면, TV방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독일 헌재는 범행과정이 재방영됨으로써 당사자의 재사회화에 위협이

초래되어 인격권침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를 구체화하면:

② (x) (RGx → IBx): (재사회화 위협→인격권 침해)

‘재사회화위협의 우려가 있다면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경험적 사실판단은 다음

과 같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③ (재사회화위협x∧재방영x∧¬절실한 보도 필요x → O¬TVx)

④(P1 P P2) C1: C1은 재사회화위협우려(RGʹ), 재방영(Wʹ), 현재 절실한 보도

의 필요 없음(¬A)이 결합된 사실관계를 나타내며, 이 조건 C1 아래에서는

인격권이 방송보도의 자유보호보다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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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53

여기서 다음과 같은 논점이 생겨난다. 왜 재사회화위협(RG)의 문제가 중요성

을 가지는가? 즉 법원리 P1에는 “재사회화를 위협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범

(O¬RGx)이 전제되어 있는데 그 비중(실현의 중요도)은 어떻게 측정되는가? 따

라서 이제 “재사회화를 위협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규범(O¬RGx)을 정당화하

여야 할 차례이다.

(다) 규범(O¬RGx: ‘재사회화를 위협하여서는 안 된다’는 하위 법원리)의 정당

화 단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재사회화위협금지의 법규범 정당화를 위해서 ㉠ 개인

의 자주성과 인간존엄성 가치를 중심에 두는 법질서 자체의 보호, ㉡ 인간다운

생활의 필수조건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사회국가원리, ㉢ 한번 처벌된 사안에

대하여 다시 처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형사적 正義의 원리’들을 논거로 제시하

였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 및 법원리들로부터 정당화되는 재사회화보호 규범은

내면심리의 안정도 위협(주관적 요소: DG)이라는 요소와 내면적 안정이 확립되

고 유지되는 우호적인 환경위협(객관적 조건: UG)의 요소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재사회화위협이라는 사실판단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게 된다.

① (내면심리안정도위협DG∧우호적인 환경위협UG → 재사회화위협RG)

TV방영이 당사자의 내면심리의 안정을 위협하고, 내면적 안정이 확립되고 유

지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들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임이 경험적으로 확인

된다면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구성요건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② (티비방영TV → DG∧UG)

그렇다면 TV방영은 재사회화위협이라는 추상적 구성요건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③ (티비방영TV → 재사회화위협RG)

이로부터 TV방영을 금지하여야 한다는 다음의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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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54

④ ∴ O¬TV (=FTV)

독일 헌재는 재사회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송보도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O¬TV (=FTV)]는 법규범이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고 보았는데 그 추론은 어떻

게 이루어졌을까? 여기에는 ‘목적-수단’의 추론이 가동되었다.

(라) O¬TV (=FTV)의 정당화 단계: 목적-수단의 추론구조

목적-수단의 실천적 추론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42)

① OZ (목적 Z가 달성되어야 한다.)

② ¬M → ¬Z (M이라는 수단이 없으면 목적 Z는 달성될 수 없다.)

③ ∴ OM: 따라서 M이라는 수단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이 목적론적 추론을 재사회화위협과 방송보도금지 사이의 관계에 적용하면 다

음과 같이 될 것이다.

①ʹ O¬RG: 재사회화가 위협되어서는 아니 된다.

②ʹ (x) (TVx → RGx): 방송보도된다면 재사회화위협이 된다.

③ʹ ∴ O¬TV: 그러므로 방송보도 되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방영금지조치는 원고의 재사회화라는 목적 달성에 적합하며 방송사의

보도의 자유를 최소한 침해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법원리판단이 이루어진다.

(P1 P P2) C1 ={(P1 P P2) [W, (DG∧UG), ¬A]}43)

이로부터 OP1 (‘법원리 P1이 적용되어야 한다’)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다음과

같은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내용으로 하는 확정적 법규범 LR1이 탄생하게 된다:

42) 목적론적 추론의 구조는 심헌섭, 분석과 비판의 법철학, 219면 참조.

43) 여기서 [W, (DG∧UG), ¬A: 재방영, (주관적 심리안정도를 위협하고 우호적 객관적 환경도 위협), 현재의 절실한 보도방영의 필요가 없음]이라는 상황은 P1이 P2에 우선 하는 조건 C1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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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55

  2. 법원리 P1에서 도출되는 확정적 법규범 LR1: (재사회화위협RGx∧반복보

도Wx∧현재 보도할 절실한 이익이 없음¬Ax → 방송보도금지FTVx)

이로부터 확정적 법규범 LR1을 대전제로 하는 법적 추론이 진행된다. 그리하

여 이익형량추론과 포섭추론이 상호결합되어 다음과 같은 개별적인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게 된다.

(1) OP1 = (P1 P P2) C1: C1의 조건 아래에서는 P1이 우위에 서야 한다.

(2) (x) (RGx∧Wx∧¬Ax → FTVx): 확정적 법규범 LR1

(3) (Ex∨Nx)∧¬Sx → RGx} (‘재사회화위협’이라는 구성요건의 구체화)

(4) Na: 개인 a는 출소직전이다.

(5) ¬Sa: 방영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 없음

(6) Wa: 반복보도

(7) ¬Aa: 보도해야 할 절실한 필요 없음

(8) ∴ FTVa (=O¬TVa) (1)∼(7)

법원리 P1과 법원리 P2 상호간의 형량판단을 통하여 이 사안에서 법원리 P1

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었고, 법원리 P1에서 구체적인 확정적 법규범 LR1이 획

득되었다. 그리고 그 확정적 법규범 LR1을 대전제로 하여 법률적 삼단논법이 진

행되어 개별적 판단이 정당화된다. 만일 법원리 P2가 우위에 선다는 이익형량판

단이 내려졌다면 확정적 법규범 LR2 [(A∧¬G → ¬FTV) : 여기서 A는 절실한

보도 필요, G는 방영금지할 특별한 사유 존재, ¬FTV는 TV방영이 금지되지 않

는다]가 도출되었을 것이고 이로부터 LR1과는 반대되는 법적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다.44)

44) 이 판결을 우리 사법부의 이익형량과 한번 비교해본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 대법 원은 범죄사실 보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행태 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따라서 대중매체의 범죄 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임을 인정한 후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 니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 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대판 1998. 7. 14, 96다17257)고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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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56

  1. 중간요약

레바흐 판결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특정한 사안에서 ㉠ 서로 충돌하는 법원리들 간의 비중의 우위성을 결정하여

어떤 법원리가 문제의 사안에 적용될 것인지 그리고 ㉡ 그 법원리로부터 어떠

한 구체적인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를 결정하는 추론이 바로 ‘이익형량’이다.

법해석에서 법원리의 적용방식은 이익형량의 방법으로 나타나고, 확정적 법규

의 적용방식은 ‘포섭추론’(subsumption: 개별적 사실관계가 일반적 법규범에 해

당된다는 판단), 즉 법적 삼단논법의 과정으로 나타난다.45) 그리고 이익형량의

산물은 확정적 법규범이며 이렇게 획득된 확정적 법규범은 해당 사안에서 법적

삼단논법의 대전제로 활용되어 구체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익형량의 산물은 단일한 확정적 법규범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두 개의 확

정적 법규범이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등장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제 이 문제를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예로 들어 다루어보도록 하자.

  1.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 대법원의 판결46)

특정 종교교파의 신자인 갑은 징집영장을 받고도 자신이 믿은 종교교리에 따

라 형성된 양심을 바탕으로 하여 소집불응을 하였고, 갑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의거하여 구속되었다. 이 사안의 해결은 명확해 보인다. 즉 동 조항에서 규정

하는 바의 행위를 갑이 했다면 구성요건을 충족하므로 동 조항이 규정하는 법률

45)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4면 이하 참조.

46) 대법원 2004. 7. 15, 2004도2965 판결. 이창희 교수님은 이 판결이 이익형량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는 지적을 하였는데 그 지적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 판결을 선택한 이유는 이익형량의 모범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선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또는 일반조항) 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각각 별개의 이익형량을 가 동하였고, 각각의 이익형량 결과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해당 사안에 적용하여 형사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 택하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매우 명백하게 법적 삼단논법과 이익형량과정이 혼합되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익형량과 법적 삼단논법 사이의 관련성을 잘 드러낸다고 판단하 여 이 판결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대법원의 판결에서 나타 난 이익형량판단은 한 달 후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헌재 2004. 8. 26. 2002헌가1-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에서 좀 더 정치한 방식 으로 진행되었다. 이 점에 관해서는 후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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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57

효과를 발생시키면 되는 것이다. 종래에는 간단한 사안(easy case)이었던 것이 이

제는 어려운 사안(hard case)으로 전환되면서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

가 없게 되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또는 그 적용의 정

당성을 제시하려면 먼저 이익형량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우리 사법부는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1) ‘명시적인 확정적 법규범’인 병역법 제88조 1항과 ‘숨겨진 확정적 법규범’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경우 3년 이하

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을 사

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구체화한다면 그 법률효과는 명

백하며 법률효과의 발생방식 또한 ‘전부 아니면 무’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확정적 법규범의 유형에 속한다. 이는 해당 사실관계가 동법 동

조항에 포섭이 되면 동법이 규정하는 법률효과가 100%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하 R1)을 재구성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R1): (x) [(¬정당한 사유∧소집불응) → O (3년 이하 징역)]

이를 반대해석하여 보면,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소집불응하였다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다음과 같은 법규범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1과는 상반되는 구성요

건과 법률효과를 갖는 법규범을 R2라고 하자.

㉡ R2: (x) [(정당한 사유∧소집불응) → O¬처벌(=병역거부 허용)]

이때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규정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데 우리 대법원은

㉠ 질병 등 병역의무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 또는 ㉡ 병역거부

의 근거로 제시한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고(기본권 해당여부) 그리고 ㉢ 그 헌법

상 권리가 병역법 제88조 1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

지고 있을 때,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구체화한다. 이 해석은 타당하다고 생

각한다.

이제 병역법 제88조 제1항과 그 반대해석의 결과 획득된 법규범(즉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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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58

를 허용하는 법규범)은 각각 다음과 같은 구성요건과 법률효과를 가지는 규범으

로 재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ʹ R1: {¬[질병 또는 병역의무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헌법

상 기본권해당∧우월한 헌법적 가치보유)]∧소집불응} → O (3년 이하 징역)

㉡ʹ R2: {[질병 또는 병역의무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헌법상

기본권해당∧우월한 헌법적 가치보유)]∧소집불응} → O¬ (병역거부처벌)

(=처벌금지 또는 병역거부허용)

양 법규범은 서로 반대되는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다. R1은 우리 법체계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확정적 법규범이며, R2는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확정적 법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 사안에서 R1과 R2 중 어느 법규범이 그

리고 어떤 법률효과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정하려면 법률적 삼단논법을 넘은

이익형량판단이 필요하게 된다. 이익형량이 법원리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

는 판단이라면, 동 사안에서는 R1과 R2를 낳은 배경 법원리들 사이의 형량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병역법 제88조 1항(R1)을 지지하는 법원리들은 ‘국가안

전보장’, ‘국방의 의무 이행’, ‘평등한 병역의무 이행’인데, 논의의 편의상 ‘국가안

전보장의 법원리’(P1: 헌법 제39조 제1항)라고 하자.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확정적 법규범(R2)을 지지하는 법원리들은 ‘인간존엄성’, ‘양심의 자유’,

‘평화의 원리’, ‘[부당한] 살인 금지의 원리’인데, 논의의 편의상 ‘양심의 자유 법

원리’(P2)라고 하자. 각각의 확정적 법규범과 법원리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확정적 법규범 R1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이익형량 판단: [(P1 P P2) C1

→ OR1]: 즉 {¬[질병∨(헌법상 기본권해당∧우월한 헌법적 가치보유)]∧소

집불응} → O (3년 이하 징역)

㉣확정적 법규범 R2를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이익형량판단: [(P2 P P1) C2

→ OR2]: 즉 [질병∨(헌법상 기본권해당∧우월한 헌법적 가치보유)]∧소집불

응 → O¬ (병역거부처벌)(=처벌금지 또는 병역거부허용)

(2) 대법원 다수의견의 이익형량: (P1 P p2) C1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안에서 국가안전보장의 법원리가 양심의 자유보장이

라는 법원리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양심적 병역거부사안에서 법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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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59

P1(국가안전보장)이 P2(양심의 자유)보다 더 큰 비중을 갖는다고 판단하게 될 우

선관계식별조건 C1은 무엇이며 이를 정당화하는 논거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에 해당되기 위한 ‘양심’의 의미를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알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

적인 양심”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양심의 자유가 내면에 머무르는 한 제약

받지 않는 절대적 자유권이지만, 외면적으로 표현되는 한 제약될 수 있는 상대적

권리로 전환된다고 보면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경우 국가

안보, 사회질서 유지 그리고 공공복리를 사유로 해서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47)

개인은 소집불응, 입영거부, 집총거부와 같은 ‘양심상 결정에 맞는 행위’를 할 자

유를 가지지만 국가는 이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조건인 정치공동체 존립 및 유지에 국

방의 의무는 필수적 가치라고 전제하고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인

국방의 의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목적론적 추론을 펼쳤다.

①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OZ

②기본권이 보장되려면 국가가 존립유지되어야 한다(국가안전보장이라는 수단

M1의 정당성): ¬M1 → ¬Z

③ 국방의 의무(M2)는 국가안전보장에 필수적이다: ¬M2 → ¬M1

④ 따라서 국방의 의무는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OM2

⑤따라서 기본권실현의 전제조건인 국방의 의무를 위해 기본권(양심의 자유

47) 양심개념을 보다 강하게(그러니까 좀 더 좁게) 해석하여 “보편타당성을 갖는 내심이라 야 헌법상 보호를 받는 양심”으로 보는 헌법재판소 권성 재판관의 견해(헌법재판소 2004. 8. 26 2002헌가1)도 있다: “보편타당성의 내용은 윤리의 핵심 명제인 인(仁)과 의(義), 두 가지로 집약되며 적어도 보편타당성의 획득가능성과 형성의 진지함을 가진 양심이라야 헌법상 보호를 받으며, 보편타당성이 없을 때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 라 제한될 수 있다. 불의한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하여 집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의심스러운 행위로서 보편타당성을 가진 양심의 소리 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은 헌법유보사항이며 이 사건 법률규 정은 청구인에게 외형적인 복종을 요구할 뿐이고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의 회의 재량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 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민간대체복무의 검 토 등 의회의 입법개선의 필요여부에 대한 의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다수의견의 권 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상 적절치 않고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는 바람직하 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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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60

행사)은 제한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은 기본권의 실현이라는 목적달성에 필수적인 수단이며, 국방의

의무는 다시 국가안전보장의 달성에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목적론적 추론을 통해

서 다수의견은 국방의 의무이행을 위해서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

른다. 이러한 규범적 판단과 더불어 남북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현실적인 안보상

황을 고려하면서 다수의견은 좀 더 구체적인 목적론적 추론을 한다.

①국방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무는 ‘국민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병역의무이행 → ¬국가안전보장달성)

② 병역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 중 핵심의무에 해당한다.

③(¬국방의 의무이행 → ¬국가안전보장달성): 국방의 의무 없이는 국가안전

보장 달성 못한다.

④∴ (¬병역의무이행 → ¬국가안전보장달성): 병역의 의무 이행 없이는 국방

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가안전보장 역시 달성할 수 없다.

기본권들의 보장을 위해서 국가안전보장이 필수적이며, 국가안전보장을 위해서

병역의 의무수행이 필수적이라면, 병역의무수행이라는 가치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들로부터 출발하여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을 전개한다.

⑤ 양심의 자유가 외면으로 표시되는 한 상대적 자유이므로 제한될 수 있다.

⑥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수행은 기본권실현의 전제조건인 국가안전보장에 필

수적이다.

⑦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는 ‘국민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

기 위한 것’이다.

⑧현재 남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는 특별한 안보상황이므로 병역의무

는 국가안전보장에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

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리에 위반되어 위헌이 아닌가라는 반론에 대하여 다수의

견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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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61

⑨{(¬국가의 헌법상 의무∧합목적적 정책) → 광범위한 입법형성권(광범위한

입법재량)}: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국가의 헌법상 의무가 아니며 합목

적적 정책차원의 문제라면 입법자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갖는다.

⑩{광범위한 입법재량 → (대체복무제 입법부작위≠위헌)}: 광범위한 입법재량

이 인정된다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여부 역시 입법재량에 속하며 따라서 대

체복무제의 입법부작위는 위헌이 아니다.48)

⑪{(대체복무제 입법부작위≠위헌) →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정당사유’에 관한

다수의견 해석 옳음}: 대체복무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 아니라면 양심에 따

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⑫{병역법 제88조 1항 ‘정당사유’에 관한 다수의견 해석 옳음 → OR1}: 정당

사유가 이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동법에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여야 한다.

이렇게 ①∼⑫가 국가안전보장의 법원리 P1이 양심의 자유보장이라는 법원리

P2보다 우위관계에 있는 조건 C1을 구성하며, 다시 C1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을 적용할 수 있는 구성요건을 이루게 된다. 즉

C1 → OR1: C1 조건 아래에서는 국가안전보장이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하며,

따라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라는 확정적 법규범 R1이 적용되어

야 한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이익형량이 정당한지를 판단하려면 아래에서 제시한 이강

국 대법관의 반대의견에서 전개된 이익형량과 비교하여야 할 것이다.

(3) 이강국 대법관의 반대의견에 나타난 이익형량: (P2 P P1) C2

반대의견에서 전개되는 이익형량의 핵심은 ‘현재의 사안에서 무엇이 양심의

자유보장이라는 법원리 P2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원리 P1보다 우선하는 C2를

48) 어쩌면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 중에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입법부의 판단사항이자 입법재량에 속하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비합목적적일 수는 있겠지만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논거가 가장 핵심적인 논거일지도 모르겠다. 입법자의 인식상의 재량(epistemic discretion)과 가치평가상의 재량(evaluative discretion) 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견해의 배후에는 민주주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리에 대한 다수의견의 강한 가치지향성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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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62

구성하는가?’이다. 이강국 대법관의 이익형량과정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볼 수

있다.

①제한가능성과 형량필요성: 양심의 자유는 상대적 자유이므로 제한가능하고

따라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원리들과의 형량이 필요하다.

②최적실현(optimization)의 요청을 충족하여야 한다: “성급한 법익교량이나 추

상적인 가치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 식으로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쉽게 선

택하고 나머지의 가치를 버리거나 희생시켜서는 안 되고, 충돌하는 가치나

법익이 모두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이나 경계를 찾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이러한 조화점이나 경계는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 비례적으로 모색

되어야 하는 것이다.“

③다수의견에서는 병역의 의무가 언제나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고 보고 있

다.49)

④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은 “헌법이 바로 법률의 효력근거이며 수권(授

權)의 근거이자 인식의 척도가 되고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면적인

해석”이다.50)

⑤헌법합치적 해석의 요청과 정합성의 요청: 병역법상의 형벌조항을 해석할

경우 상위규범인 헌법의 가치와 방향에 따라야 할 것이고, 특히 기본권의

국가권력에 대한 기속력을 주목하면서 그 대국가구속력이 가지는 헌법적 의

미와 내용이 최대한 실현되고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

써 상⋅하 규범 사이에서의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합치가 확보될 것이다.

⑥규범조화적 해석의 필요성: 그리고 상호충돌하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

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와 법익이 동시에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

49) 이는 국가안전보장이 개인의 양심에 언제나 우선한다는 국가중시적인 대법원의 정치 철학적 견해의 산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음과 같은 해석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설 령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적 법원리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확정 적 법규범의 성격을 갖는 병역법 규정 때문에 법적 안정성의 원리, 법률기속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 등에 비추어서 어쩔 수 없이 병역법에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즉 양심의 자유 보장이라는 법원리와 비교하였을 때 충돌하는 법원리들(법적 안정성 원리, 민주주의 원리, 법률구속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의 상대적 비중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논거들을 좀 더 정치하게 제시하는 논증과정을 개진하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50) 이 지적은 법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발언으로서, 하트(H. L. A. Hart)의 승인율(the Rule of Recognition)이나 켈젠(H. Kelsen)의 근본규범(Grundnorm)과 관련해서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분석은 지면제약상 생략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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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63

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⑦기본권의 파급효과: “비록 입법자들이 [병역법을 제정할 당시] 예상하고 있

지 않다 하더라도 그보다[병역법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에 의하여 보호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나 그에 의

한 형벌법규보다 더 한층 보호되어야 하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

⑧개별적 이익형량의 필요성과 기준: 추상적인 이익형량으로 언제나 국가안

보가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익형

량이 필요한데 그 기준들로는 다음과 같은 판단요소들이 있다: ㉠ 양심형성

의 과정과 내용, ㉡ 양심실현의 구체적 모습, ㉢ 양심상 갈등정도, ㉣ 양심관

철이 병역법의 근본목적을 훼손하게 될 정도, ㉤ 최소한의 피해를 낳을 대안

가능성(대체복부제도를 통한 국방의 의무이행가능성 여부), ㉥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형사처벌할 때 형벌의 본래 의미를 온전하게 충족하는지 여부

⑨피고인 행위가 미치는 해악의 정도 판정: 또한 피고인이 왜 그러한 결정

을 하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상황도 검토되어야 한다. 피고인은 집총병역의

형식과 내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분

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병역거부행위는 타인에

게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니면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⑩나아가 형벌부과(기본권 제한)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⑪그리고 형벌부과가 혹시 국가의 입법부작위로 나타난 부당한 결과인지 여부

를 판단한 후, 만일 그 부당한 결과가 국가의 입법부작위 때문이라면 이를

국가가 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하지 개인에게 그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는 원리도 고려되어야 한다.

⑫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헌법상의 의의: 대체복무제도라는 대안이

존재했다면 당사자는 양심의 자유도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고도 국가안전

보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도와

관련하여 외국의 현황은 어떠한지를 경험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적

절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해 국가안전보장과 공평한 병역의무부과라는

법원리와 함께 양심의 자유라는 법원리도 충족할 수 있다. 이로써 관용과

소수자보호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도 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다.

⑬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이 사안에서는 국가의 형벌권을 행

사할 이익(비중)이 양심의 자유가 갖는 이익(비중)에 비해 작으므로 형벌권

이 “한 발 양보”해야(즉 물러서야 함) 한다.51) 왜냐하면 “국가는 국민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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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64

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그에 대하여 관용을 베풀어

야 하며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형벌권의 행사를 삼가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의 의무는 민주적 입헌국가라면 당연

히 수행하여야 할 보편적 법원리일 것이다.

⑭ 이러한 상황들이 C2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①∼⑭까지의 전제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법원리들 상호간의 우선관

계를 정할 수 있다. 즉 이강국 대법관의 이익형량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⑮(P2 P P1) C2 = [C2 → OR2]: 즉 [{질병∨(병역거부가 헌법상 기본권 해

당∧병역거부가 우월한 헌법적 가치 보유)]∧소집불응} → 병역거부자 처벌

하여서는 안 됨]

이로부터 대법원 다수의견에서 획득된 법규범 R1과는 반대되는 법률효과를 갖

는 법규범 R2 [(정당한 사유∧소집불응) → 병역거부허용]이 정당화되며, 이러한

이익형량을 거쳐 획득된 확정적 법규범 R2를 대전제로 하여 갑의 병역거부행위

가 소집불응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는 법적 삼단논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익형량추론과정을 거쳐서 이강국 대법관은 “양심상의 결정으로 병역의무의 이

행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제88조 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한 다수의견에 반대하고 같은 취지의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고, 종

전 판례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병역법 제88조 1항을 해

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와의 관련성, 그리고 헌법상

의 가치와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해석방법을 오해하여 위 조문의 해

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은 파기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결론은 비록 개별사안에 해당하는 것이

기는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가― 물론 이익형량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소집불응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을 논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51) 여기서 이강국 대법관이 채택한 “한 발 양보하여야 한다”는 표현은 법원리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사안에서 충돌하는 상대 법원리보다 비중이 작은 법원리가 적용되지 않게 되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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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65

(4) 충돌하는 법적 삼단논법들52)과 이익형량

대법원 다수의견에서 제시된 이익형량의 결과는 확정적 법규범 병역법 제88조

제1항(R1)이며, 이강국 대법관의 반대의견에서 전개된 이익형량에서는 R1과는

반대되는 법률효과를 규정한 확정적 법규범(R2)이 획득되었다. 그리고 이 사안에

서는 R1과 R2를 각각 대전제로 하는 두 가지 법적 삼단논법이 충돌하게 된다.

문제가 되었던 사안에서 두 가지 법적 삼단논법 중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지는 대전제가 되는 확정적 법규범들 중 어느 법규범이 동 사안에서 적용될 것

인지를 결정해야만 대답될 수 있다. 즉 충돌하는 두 가지 이익형량 중 어느 편이

정당한가를 결정해야만 법적 삼단논법(법해석)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이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각각 제시하는

이익형량판단 중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 것일까? 이하에서는 이 물음을 염

두에 두면서 이익형량판단의 정당화 문제를 검토하기로 하겠다.

  1. 중간결론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규정하는 내용이 가능한 한 최대한 실현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그

러나 동시에 최대한 실현될 수는 없으면서 어느 쪽도 절대적 우위관계에

있지는 않는, 법원리들의 충돌을 해결하는 이익형량과정은 충돌하는 법원

리들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상황조건들 C를 획득⋅

확정하는 과정이다.

(2) 이익형량과정에서 구체화된 우위성판단조건인 C는 이익형량의 산물인 확

52) 이 표현은 Elijah Millgram, “Incommensurability and Practical Reasoning”, in: R. Chang, Incommensurability, Incomparability, and Practical Reason, Cambridge/Mass./London, 1997, 159면의 ‘competing practical syllogisms’를 번역한 것이다. 밀그램은 충돌하는 실천적 삼단논법들의 대전제들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애초에는 추상적으로만 인식했던 각각의 대전제가 가지는 의미, 결과,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과정 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해당사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무엇이 본질적 문제인지를)를 경험하고 통찰하게 되면서 해당사안에서 적합한 대전제를 선택하게 되는 판단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실천적 통찰력(실천적 지혜: ‘phronesis’)이며, 충돌하는 고려 사항들 중에서 정확하게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실천적 추론의 핵심이 라는 것이다. 애초에는 비교불가능했던 가치들이 비교가능해지는 것은 해당사안에서 무엇이 본질적 문제인지를 경험을 통해서 점차 알게 되며 점점 종합적이고 정합적인 인식을 하게 되면서부터라는 점을 밀그램은 강조한다(161면). 이러한 점은 법적 사유 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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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법규범(구체적 법규범)의 구성요건을 이루게 된다. 이익형량과정에서

획득된 우선순위규칙과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실관계를 통해서, 상충하는

법원리들은 법적 삼단논법의 대전제를 형성한다.

(3) 실정법상 주어진 확정적 법규범과 반대되는 법률효과를 갖는 (숨겨진) 확

정적 법규범이 있다. 이 숨겨진 규범은 법원리 사이의 비교⋅형량을 통해

서 드러난다.

(5) 이익형량과정, 그리고 드러난 확정적 법규범과 숨어 있는 확정적 법규범을

대조⋅비교하여 해당 사안에서 적용되어야 할 하나의 확정적 법규범을 선

택하는 과정에는 정치철학적, 도덕철학적, 사회과학적 판단과정이 개입한다.

Ⅲ. 이익형량의 정당성 판단 기준

개별적인 사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법원리들의 비중(중요도)을 측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하나의 사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법원리들 중에서 어느 법원리

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판단이 이익형량이라면, 문제의 핵심

은 각각의 법원리가 가지는 비중을 비교하고 형량하는 데 있다.53) 이러한 비중의

측정과정(Gewichtung)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합리적일까? 이익형량의 정당성 문제

는 해당 사안에서 충돌하는 법원리들의 상대적 비중(중요도)을 측정하여 적용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과연 그 측정기준이나 추론과정이 합리적이고 정당한가라는

문제이다.54) 이 글에서는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지도하는 원칙으

로서 형식적 기준과 실질적 기준을 구분하고자 한다. 형식적 기준은, 형량되는

논거들이나 가치들의 실질적 비중(중요성)에 관하여 내용상의 판별기준을 담고

있지 않고 오로지 이익형량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된 요청들을 담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실질적 기준은 형량되는 가치들(논거들)의 실질적 비중을 매기는

내용상의 기준들을 담고 있다.

53) R. Alexy, “Rechtsregeln und Rechtsprinzipien”, in: R. Alexy/H.-J. Koch/L. Kuhlen/H. Rüßmann (hg.), Elemente einer juristischen Begründungslehre, 230면 이하 참조.

54) 합리적 이익형량의 다양한 모델에 대한 설명을 보려면 N. Jansen, Die Struktur der Gerechtigkeit, Baden-Baden, 1998, 102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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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67

  2. 정당한 이익형량의 요청

우리 대법원은 이익형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반원칙을 제시한 바 있고,

이에 입각하여 이익형량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①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하고 그 비교⋅교량은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

는 것이므로, ② 만약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③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④ 이익형량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불완전한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55)

대법원의 이 판결에서 ①을 ‘정당한 이익형량의 요청’(das Gebot gerechter

Abwägung)56)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당한 이익형량의 요청 ①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포함한다.57)

①-1 이익형량을 할 것

①-2 해당 사안에서 고려하여야 할 모든 관련사항들을 이익형량에 포함시킬 것

①-3 관련된 고려사항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비중들을 적절하게 부여할 것

①-4 상호충돌하는 고려사항들이 적절한 비례⋅균형관계에 있도록 할 것

정당한 이익형량의 요청과 관련된 대법원의 지도판결과 위의 하위요청들로부

터 다음과 같은 ‘비합리적 이익형량’(잘못된 이익형량: Abwägungsfehler)의 요

건58)을 추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59)

55) 대법원 1997. 9. 26. 96누10096 선고(밑줄과 번호는 첨가된 것임).

56) 이 용어는 H-J. Koch, “Rechtsprinzipien im Bauplaungsrecht. Zur normtheoretischen Basis der planerischen Abwägung”, in: B. Schilcher/P. Koller (hg.), Regeln, Prinzipien und Elemente im System des Rechts, 256면에서 따온 것이다.

57) H-J. Koch, “Rechtsprinzipien im Bauplaungsrecht”, 256면.

58) 잘못된 이익형량의 요건들에 대해서는 H-J. Koch, “Rechtsprinzipien im Bauplaungsrecht”, 256면 참조. 그리고 R. Alexy, “Ermessensfehler”, in: R. Alexy/H.-J. Koch/L. Kuhlen/H. Rüßmann (hg.), Elemente einer juristischen Begründungslehre, 275면 참조.

59) 행정청의 행정계획행위와 형량에 대한 통제와 관련하여 1968년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지도판결(BVerwGE 34, 301(309))을 내린 바 있다: “사태에 합당한 이익 형량이 전혀 수행되지 않은 경우 정당한 이익형량의 요청은 침해된다. 해당사안과 관 련된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이익사항들이 누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 다. 또한 관련당사자들의 개인적 이익들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못 측정한 경우에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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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68

②ʹ 해당사안에서 이익형량이 요청되는데도 아예 이익형량자체를 하지 않은 경

우(Abwägungsausfall)

③ʹ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사실관계와 법익들 및 법원리들을 누락하고 이익형

량을 한 경우(Abwägungsdefizit): 법원리 또는 법익이 해당사안에서 어떤 비

중을 갖는지를 판별할 때 전제조건이 되므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실관계

인데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또는 해당사안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법원리들 또는 법익들인데도 누락시킨 채 이익형량을 하는 경우를 말한

다.60)

④ʹ 충돌하는 법익들의 비중을 잘못 측정하거나(Abwägungsfehleinschätzung)

충돌하는 법익들을 적절한 비례관계에 놓지 않은 이익형량을 한 경우

(Abwägungsdisproportionalität)

여기서 ②ʹ과 ③ʹ이 형식상의 기준이라면, ④ʹ는 정당한 이익형량 또는 비합리

적 이익형량을 판별할 수 있는 내용상의 기준이다.61) 각각의 법원리나 법익이 가

지는 비중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그리고 측정된 비중들의 적절한 균형관계가

언제 이루어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것이 내용상의 이익형

량 문제이다. 이하에서는 형식적 이익형량 기준들을 살펴보면서 내용상의 기준을

추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를 살펴볼 것이다.

행정계획과 관련된 공공의 관심사(공익)들 사이의 균형을 도모할 때 시민 개인들의 이 익들에 마땅히 부여되어야 하는 객관적 비중을 잘못되게 측정한 경우에도 정당한 이 익형량의 요청은 침해된 것이다.” (원문: “Das Gebot gerechter Abwägung ist verletzt, wenn eine (sachgerecte) Abwägung überhaupt nicht stattfindet. Es ist verletzt, wenn in die Abwägung an Belangen nicht eingestellt wird, was nach Lage der Dinge in sie eingestellt werden muß. Es ist ferner verletzt, wenn die Bedeutung der betroffenen privaten Belange verkannt oder wenn der Ausgleich zwischen den von der Planung berührten öffentlichen Belangen in einer Weise vorgenommen wird, der zur objektiven Gewichtigkeit einzelner Belange außer Verhältnis steht.” - R. Alexy, “Ermessensfehler”, 274면에서 재인용)

60) R. Alexy, “Ermessensfehler”, 276면.

61) 본문에서 언급한 정당한 이익형량의 기준들 및 비합리적 이익형량의 판단기준들을 고 려하여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판결’에서 개진된 다수의견을 살펴보면 이강국 대법 관의 반대의견과 비교하였을 때 ③ʹ의 형식적 기준 차원에서 이미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④ʹ 내용상의 기준에 비추어보았을 때도 그러한지는 좀 더 상 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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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69

  2. 이익형량의 기준

이하에서는 합리적 이익형량을 이끄는 기준들을 알렉시(R. Alexy)의 견해에 입

각하여 설명하고 보충해 가고자 한다.

(1) 이익형량의 형식적 일반기준들

이익형량판단은 다음의 세 차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62)

①충돌하는 법원리들 판별(이익형량대상의 식별단계): 가령 표현의 자유 및 방

송보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충돌

②일반적/유형적 이익형량(generelle Abwägung) 단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

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법원리에게 상대적 우위성을 부여하는 이익형량

의 차원. 가령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 법원리가 인

격권보호의 법원리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국가안전보장의 법원

리가 양심의 자유보장의 법원리보다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일단 우위관계

에 있다고 판단하는 이익형량63)

62) D. Buchwald, “Konflikte zwischen Prinzipien, Regeln und Elemente im Rechtssystem”, in: B. Schilcher/P. Koller (Hg.), Regeln, Prinzipien und Elemente im System des Rechts, Wien, 2000, 102면.

63) 본문에서 언급하였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레바흐 판결’에서 범행에 대한 방영이 일반적으로는 일단 인격권보호에 우선한다는 판단은 일반적 이익형량의 차원에서 내 리는 잠정적 결론일 것이다. 우리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이익형 량을 할 때 활용하는 이익형량 기준 역시 일반적 이익형량의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 을 것이다. 즉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 한 사항이며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공공성 요건의 충족), 진실한 사실 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진실성 요건의 충족) 표현의 자유 가 우선한다는 대법원의 판단기준은 일반적 이익형량의 기준을 담고 있다. 또한 인격 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 법원리를 인격권보호의 법원리와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 중요성 정도를 판별하는 기준으로서 “㉠ 사적인 인물에 관한 표현일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이 상대적으로 우선하고, ㉡ 공적인 인물이나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 미를 가지는 사안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는 이익형량의 기준 역시 일반적 이익형량 차원에 해당할 것이다(대판 1988. 10. 11. 85 다카29; 대판 2002. 1. 22. 2000다37524 참조). 일반적 이익형량단계에서는 특정한 정치철학이나 이데올로기, 윤리관이 작동되어 특정 한 가치, 법익, 법원리에 일단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가령 자유주의 법체계에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사적 자치의 보장 그리고 재산권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할 것이다. 그리 하여 앞의 가치들이나 법원리들을 제약하는 사유인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 유지, 공 공복리에 논증상의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즉 개인의 자유권을 제한하기 위하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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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70

③개별적/구체적 이익형량(Abwägung im konkreten Fall) 단계: 구체적인 사안

과 관련하여 개별적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사안에서 법원리

상호간의 우위성을 판단하는 이익형량 차원.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일반적

으로는 표현의 자유 법원리가 인격권 보호의 법원리보다 우위에 있지만, 구

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인격권을 보호할 특별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해당 사안에서는 인격권 보호의 법원리가 더 우위에 있다는 이익형량판단의

차원이다.

이익형량의 과정에서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을 만한 형식적 규칙들을 알렉시가

제시한 바 있는데, 알렉시의 견해를 종합하여 정리하면 법원리들이 상호충돌할

때의 충돌해결법칙(das Kollisionsgesetz)은 다음과 같다.

【이익형량법칙 Ⅰ】: “C의 조건 아래에서 법원리 P1가 법원리 P2에 우선한다면

[즉, (P1 P P2) C], 그리고 법원리 P1으로부터 R1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면, C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R1을 법률효과로 하는 확정적 법규범(C → OR1)이

획득된다.”64)

다시 말하면, 법원리 P1이 P2에 비하여 우위관계에 있게 되는 조건들(C)은 법

원리 P1에서 도출되는 확정적 법규범의 구성요건이 되며, 그 법률효과는 P2와

비교하여 우위성을 가지는 법원리 P1의 법률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65)

물론 이 법칙은 법원리 P1이 법원리 P2에 왜 C의 조건에서, 어떻게 우선하는지

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질적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식적이다.

이 충돌해결법칙과 함께,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의 법칙

(Abwägungsgesetz)이 이익형량의 일반적 기준으로 작동된다.

가안전보장의 사유를 논거로 드는 국가가 논증상의 부담을 지는 것이지 자유를 보호 해줄 것을 주장하는 개인이 왜 자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지를 논증할 필요는 없 다는 것이다. 일반적 이익형량단계에서 법원리의 상대적 우위관계를 논증상의 부담 (Argumentationslast)과 관련해서 파악하는 견해는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9면 이하 참조; 또한 R. Alexy, “Rechtsregeln und Rechtsprinzipien”, 230면 이하, 특 히 233면 참조; 그리고 H.-J. Koch, “Die normtheoretische Basis der Abwägung”, 245 면 참조.

64)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79면: “Wenn das Prinzip P1 dem P2 unter den Umständen C vorgeht: (P1 P p2)C, und wenn sich aus P1 die Rechtsfolge R ergibt, dann gilt eine Regel, die C als Tatbestand und R als Rechtsfolge enthält: C → R.”

65)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8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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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71

【이익형량법칙 Ⅱ】: “상호충돌하는 법원리 P1[가령 표현의 자유]과 P2[가령 인

격권 보호]가 있을 때, 법원리 P1이 실현되지 않는 정도 또는 침해되는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에 충돌하는 법원리 P2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는 그만큼

더 커야 한다.”66)

이익형량이 충돌하는 가치들의 최적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필연적으로 비례성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67)

【이익형량공식 Ⅲ】: 이익형량공식 Ⅱ는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이제 이러한 이익형량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형식적 기준들을 출발점으로 하여

좀 더 내용을 갖는 정당성 기준들을 고찰해 보도록 하자.

(2) 비례성원칙과 이익형량

비례성의 원칙(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가치)이 정당하

고 제한되어야 할 가치 역시 정당하다는 전제하에서(그러니까 타당한 가치들 사

이의 충돌이라는 전제하에서), ‘서로 대립하는 가치들 W1과 W2가 주어진 현실조

건하에서 그리고 주어진 법적인 조건하에서 가능한 한 동시에 최대한 실현/증진

되도록 하라!’는 최적실현화의 요청을 지향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부분요청으로 이루어져 있다.68)

1) 수단 적합성의 요청: 목적 W 2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라! 가

령 소비자보호(P2)를 위하여 직업선택의 자유(P1)를 제한하는 조치(M)를 택

하는 경우에 M은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하므로 금지되어야 한다. 이 경우

M의 금지가 소비자보호라는 가치와 관련하여 발생시킬 비용을 고려하지 않

66) “Je höher der Grad der Nichterfüllung oder Beeinträchtigung des einen Prinzips [P1] ist, um so größer muß die Wichtigkeit der Erfüllung des anderen [P2] sein.”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146면. 꺾음괄호 안의 기호는 첨가한 것임)

67) 법원리의 특징으로부터 이익형량과 비례성 원칙 사이의 내적 연관성을 추출하는 견해 는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100면 이하 참조.

68) 이에 관해서는 이준일, “기본권제한에 관한 결정에서 헌법재판소의 논증도구”, 헌법학 연구 제4집 제3호 (1998), 264면 이하, 특히 283면 이하 참조.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 례와 관련하여 비례성의 원칙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문헌으로는 이명웅, “비례의 원칙 과 판례의 논증방법”, 헌법논총 제9집 (1998), 71-12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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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72

아도 될 것이다.69)

2) 필수성의 요청(피해 최소성의 요청): 목적 W2를 실현/증진하는 데 적합한

수단들이 있다면 그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즉 W 2의 최대실현과정에서 발생

하는 W1의 제한을 최소화하는 수단을 선택하라!

3) ‘좁은 의미의 비례성’의 요청: 법익균형성의 요청: 실현하려는 이익과 침

해되는 이익을 비교⋅형량[즉, 이익과 해악의 비교]할 때 실현하려는 이익이

월등하게 더 커야 한다.70)

여기에 다음의 두 가지 대화이론적 요청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71)

4) 최대고려의 요청: 이익형량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 이해당사

자들의 욕구/관점/주장들을 가능한 한 최대한 산입하여 형량하라!

5) 민주주의의 요청: 이익형량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이 가능한 한 최대한 참여하

는 의사소통구조를 제도화하라!72)

수단적합성의 원칙은 주어진 현실조건(현실적 가능성) 아래에서 목표로 하는

법원리를 최대한 실현하라는 요청을 내용으로 한다. 법원리 P1의 실현에 적합한

수단들(동등하게 효과적인 수단들) 중에서 충돌하는 다른 법원리 P2에 보다 덜

69) 어떤 법원리 P1을 실현하기 위해서 채택한 조치(수단)가 과연 그 목적의 달성에 유용한 수단인지 여부를 따지는 ‘합목적성 심사’단계[목적-수단의 관계(the means/ends nexus) 에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합 목적성 심사단계’(the rational basis review)에 대응하는 비례성 원칙의 적용단계일 것이 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합목적성 심사단계’에 대해서는 G. Stone/L. M. Seidman/C. R. Sunstein/M. V. Tushnet, Constitutional Law, 4th Edition, New York, 2001, 474면 이하 참조.

70) 헌재 1990. 9. 3, 89헌가95; 대판 1994. 3. 8, 92누1728: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또 는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으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든지, 위와 같은 제한으로 인하여 국민이 입게 되는 불이 익이 그와 같은 제한에 의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클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한 은 비록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71) 이익형량과정에서 대화이론적 요청에 대해서는 J-R. Sieckmann, “Abwägung von Rechten”, 172면 이하 참조.

72) 민주주의 요청의 실현방법으로서 이익형량과정에서 시민 및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吳峻根, “利益衡量原則의 實際的 適用方案 ―우리 建設行政法 分野를 中心으로”, 公法硏究 제29집 제3호(2001), 80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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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73

피해를 주는 수단을 채택하라는 필수성 원칙 역시 사회과학적 탐구를 필요로 하

는 요청이다. 법익균형성의 원칙은 특정 수단(조치) M1이 ㉠ 법원리 P1의 실현

에 어느 정도 중요한가 하는 정도(이익/편익: degrees of importance)와 ㉡ 법원리

P2를 침해하는 강도(intensity of interference: 손해/비용)를 측정한 후, 다시 ㉢ 비

용과 편익의 비율을 측정하라는 요청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평가적인

판단단계이며, 매우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위에서 제시한 이익형량의 기

준들은 비교되는 법원리들의 비중과 중요도에 대해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원리들의 비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기준들이 필

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익형량이려면 가치의 중요도와

해악의 비중을 측정할 ‘실질적인 기준들’이 도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지

점에서부터 이익형량의 합리성 또는 논증가능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회의론이

제기된다: 법원의 ‘이익형량은 실상 해당사회에서 통용되는 관행상의 판단기준과

암묵적인 가치서열관계에 따라서 恣意的으로 이루어지거나 無反省的으로 이루어

지는 것으로 합리적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닐까?73)

  1. 정교화된 형식적 법익균형성 형량의 기준

알렉시는 자신의 저서 Theorie der Grundrechte의 영역본을 위한 <Postscript>

에서 앞에서 든 형식적 이익형량기준들을 좀 더 정치하게 가공하여 발전된 기준

들을 제시하고 있다.74) 합리적 이익형량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알렉시는

“법원리 P1이 충족되지 않을 정도 또는 침해될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그와 충돌하는 상대 법원리 P2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는 더 커야 한다”는 형량

법칙을 좀 더 구체화한다.

73) 이는 하버마스의 표현이다. J. Habermas, Between Facts and Norms, trans. W. Rehg, Cambridge/Mass., 1996, 259면 참조(이 영역본은 하버마스의 원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번역이라고 생각하여 영역본을 인용하였다. 독어본은 J. Habermas, Faktizität und Geltung, 4. Aufl., Frankfurt/M., 1994, 315-316면 참조).

74)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trans.J. Rivers, Oxford, 2002, 388-425면. 이 Postscript의 내용 중 ‘중요도 측정공식’(Weight Formula)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논 증은 R. Alexy, “Die Gewichtsformel”, in: Gedächtnisschrift für Jürgen Sonnenschein, Berlin, 2003, 771면 이하 참조. 이 논문은 로버트 알렉시(정종섭/박진완 옮김), “重要 度 公式”, 서울대학교 법학 제44권 제3호(2003), 327-352면에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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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74

(1) 구체적 사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담뱃값 표지에 흡연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경고문을 인쇄하여 부착하여야 할 의무를 담배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독일

기본법 제12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인지 여부를 다

룬 바 있다.75) 만일 흡연자 및 간접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담

배생산자체를 금지한다면 이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것이지만,

경고문구부착의무의 부과는 ‘경미한’ 제한에 해당할 것이다. 흡연이 심장병이나

혈관질환, 폐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의학의 수준에서는 확

실한 지식’이므로 흡연자나 흡연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여야 한다

는 가치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그렇다면 직업의 자유를 제한(침해)하는 정도는

경미하고,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가치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는 중

대하다면 담뱃갑 표지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하는 조치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한사유가 되는 법원리(건강보호)의 중요도가 중대하다는

점이 직업의 자유를 경미하게 제한하는 조치의 정당성을 보증해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예는 병역의무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후 하반신마비의 장애를 겪고 있

는 상이예비역장교를 애초에는 ‘생래적 살인자’(geborener Mörder)로 묘사했다가

나중에는 ‘병신(Krüppel)’으로 묘사했던 풍자잡지 「TITANIC」사와 관련된 것이다.

그 상이예비역장교는 인격권침해를 이유로 잡지사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뒤셀도르프 지방고등법원은 「TITANIC」사는 12000DM의 위

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TITANIC」사는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

게 침해당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는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다

음과 같은 이익형량판단을 하였다.76) ‘생래적 살인자’라는 표현은 풍자적 표현으

로서 이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당하였다면 경미한 정도의 침해이거나 잘해봐야

중간단계의 침해라고 보고, 연방헌법재판소는 위자료지급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등급을 매겼다. 만일 위자료지급이라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정당화하려면 충돌하는 법원리인 인격권의 보호가 해당사안

에서 적어도 마찬가지로 중대해야 하는데 ‘생래적 살인자’라는 표현을 통해서 인

격권이 침해된 강도는 중대하지 않다는 것이 동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따라

서 ‘생래적 살인자’라는 표현과 관련하여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에 대한 헌법

75) BVerfGE 95, 173면 이하.

76) BVerfGE 86, 1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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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75

소원은 기각되었다. 반면 잡지사가 그 상이예비역장교를 ‘병신’으로 묘사한 행위

는 신체장애인을 비하하고 멸시하는 표현행위77)로서 ‘매우 중대한’ 인격권 침해

에 해당된다고 보고 동 헌법재판소는 ‘병신’이라는 표현에 대한 위자료지급판결

에 대한 헌법소원은 인용하였다.78)

(2) 三等級 모델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이익형량이

이루어져야 할까? 알렉시는 ㉠ 침해(제한)의 强度, ㉡ 실현의 중요도, 그리고 ㉢

양 변수의 관계(비율)를 판별할 수 있는 공식을 제시하려는 목표 하에서 침해의

강도와 실현의 중요도를 三等級으로 구분하자는 제안을 한다.79) 한 법원리 Pi가

침해(제한)되는 정도의 양상을 ‘경미한 침해(제한)’(light/minor/weak interference),

‘중간의 침해(제한)’(moderate interference), ‘중대한 침해(제한)’(serious/high/strong

interference)라는 세 등급으로 구분하고, 이 각각의 침해정도에 대응하여 그 침해

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요도 역시, 즉 침해되는 법원리 Pi와 충돌관계에 있는

상대 법원리 Pj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 역시 ‘경미한’(l), ‘중간의’(m), ‘중대

한’(s)의 세 등급으로 구분해 보자는 것이다.80)

이익형량판단과정에서는 한편으로는 실현하고자 하는 법원리(가령 인격권보호)

의 중요도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충돌하는 상대방 법원리(가령 표현의

자유)가 침해됨으로써 발생할 해악의 정도가 측정되어야 한다. 알렉시에 따르면,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강도와 실현되어야 할 법원리의 중요도

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며, 침해의 강도와 실현의 중요도 양자의 관

계(비율)에 대한 합리적 판단 역시 가능하다.81) 알렉시는 합리적 이익형량의 가

77) 일반적으로 오늘날 독일 사회에서 심각한 신체장애인을 향하여 ‘병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신체장애인을 비하하고 멸시하는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 표현행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중요한 논거였다. BVerfGE 86, 1 (13).

78) BVerfGE 86, 1 (14).

79) 이러한 발상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입법이 소급입법의 효과를 낳을 때 당사자 들의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이익형량의 한쪽 저울 에는 ㉠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 침해의 중한 정도(‘강도’), ㉢ 신뢰의 손상 정 도, ㉣ 신뢰침해의 방법을 놓고, 다른 쪽 저울에는 새로운 입법이 가져올 공익을 놓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할 것을 주문(대표적으로 헌재 2001. 2. 29. 98헌바19 참조)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관철되고 있다고 보인다.

80)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5면.

81)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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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76

능성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이하에서는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에서 이익형량의 단계를 ㉠ 침해(제한)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계, ㉡ 실현의

중요도를 측정하는 단계, 그리고 ㉢ 양 변수의 관계(비율)를 판별하는 삼 단계로

구분하였다. 각각의 단계에서 진행되는 이익형량을 좀 더 세분화하여 고찰하도록

하자.

(가) 침해되는 법원리의 차원에서82)

이익형량되는 사안에서 침해(제한)되는 임의의 법원리를 Pi (가령 표현의 자유)

라고 하자. 그리고 Pi가 침해되는 강도를 IPi라고 기호화하여 보자.83) 표현의 자

유라는 법원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중요

성을 갖는다. 이를 다른 법원리들과의 충돌과 상관없이 갖는 중요성이라는 점에

서 ‘추상적 중요성’(abstract weight)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런데 표현의 자유라

는 법원리가 침해(제한)되는 것은 국가나 제3자가 어떤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

해함으로써 발생하므로 언제나 구체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법

원리 Pi가 침해되는 강도는 언제나 구체적인 크기(양)로 나타낼 수 있다. 즉 해

결되어야 할 이익형량사안을 이루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 C를 고려하면 법

원리 Pi가 침해되는 강도 IPi는 IPiC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실현되어야 할 법원리의 중요도 차원에서84)

이익형량에서는 침해되는 법원리 Pi (가령 표현의 자유)와 경쟁관계에 있는, 실

현되어야 할 법원리 Pj (가령 인격권 보호)의 중요도도 고려되어야 한다. 인격권

역시 다른 법원리들과 비교되지 않고서도 독자적으로 가지는 중요성인 추상적

중요성을 보유하지만 이익형량에서 문제가 될 때에는 언제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의 중요성(구체적 중요성: concrete importance)이 큰 역할을 한다.85) 따라서 실현

82)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5-406면 참조.

83) IPi라는 기호에서 I 는 ‘Interference’의 약자이다.

84)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6면.

85) 예를 들어 알렉시는 인간의 생명보호라는 가치(생명권)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추상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보다 훨씬 중요한 비중을 갖 는다고 본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생명보호라는 가치의 중요성은 인간 의 생명이 보유하는 추상적 중요성과 해당상황에서 인간의 생명에 미칠 위험(risks), 이 양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알렉시는 지적한다. 이처럼 다른 법원리들이나 가치들과 비교하지 않고서도 독자적으로 가지는 추상적 중요성이 매우 큰 가치나 법원리(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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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77

되어야 할 법원리 Pj의 중요도를 SPj라고 표기한다면86), 해결되어야 할 사안의

구체적이고 개별적 사실관계 C가 SPj를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가령 인격권이라

는 법원리 Pj의 실현중요도는 구체적 상황이라는 변수가 덧붙여져서 SPjC로 나

타날 것이다.

「TITANIC」 판결을 예로 들면, 상이예비역장교의 인격권의 구체적인 중요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잡지사가 갖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을 경우(즉 잡지사

의 표현의 자유가 전폭적으로 인정될 경우) 당 예비역장교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강도를 측정하여야만 한다. 인격권이 보유하는 추상적 중요성만으로는 위 구체적

인 사례에서 상이예비역장교의 인격권이 갖는 구체적 중요도를 결정할 수는 없

다는 것이다.87) 환언하면, 잡지사의 표현의 자유가 인정됨으로써 당사자 예비역

장교의 인격권에 발생할 비용(손해)에 비추어서 인격권의 구체적 중요도가 측정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일반화해서 알렉시는 “해당 이익형량사안에서 인격권 Pj의

구체적 중요도는, 상대 법원리인 표현의 자유 Pi가 제한되지 않았을 때 인격권

Pj가 침해되는 강도와 동일한 크기(양)이다”라고 표현한다.88) 즉 (SPjC=IPjC)로

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 법원리 Pi 침해강도와 법원리 Pj의 실현중요도 사이의 비율측정

이 차원이야말로 본격적인 이익형량 또는 좁은 의미의 비례성 원칙(법익균형

성 원칙)이 작동되는 법익균형성판단계이며 이익형량의 합리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이다. 앞에서 침해의 강도와 실현의 중요도를 각각 ‘경미한’,

‘중간의’, ‘중대한’으로 등급을 나누었는데, 이를 기호로 각각 l, m, s라고 하자.89)

법원리 Pi를 침해하는 강도 IPiC와 법원리 Pj를 실현하여야 할 중요도 SPjC에

대해서 각각 l, m, s의 등급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침해의 강도와 실현의 중요

권, 고문당하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인격권 등)가 있지만, 대체로 법적 이익형량 에서는 동등한 비중을 갖는다고 추정되는 법익들 및 법원리들 사이의 충돌이 문제가 되므로 결정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개별적인 상황(C)이 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서는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6면 참조.

86) 여기서 S는 ‘satisfying’을 나타내는 약자이다.

87)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7면.

88)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7면 참조: “[T]he concrete importance of Pj is the same as the intensity with which the non-interference with Pi interferes with Pj.”

89)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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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78

도 사이의 비율은 다음과 같이 일단 9가지 경우로 나타날 것이다.90)

가. 법원리 Pi (표현의 자유)가 법원리 Pj (인격권)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

① IPiC는 중대한 정도(s)인 반면 SPjC는 경미한(l) 정도인 경우

② IPiC는 중대한 정도(s)인 반면 SPjC는 중간정도(m)인 경우

③ IPiC는 중간정도(m)인 반면 SPjC는 경미한(l) 정도인 경우

이 세 가지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충돌해결법칙에 따라서 (Pi P Pj) C이 적

용되며, 확정적 법규범은 구체적 상황 C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Ri (잡지사의 표현

의 자유 전폭 인정)를 법률효과로 하는 [C → Ri]가 획득된다.

나. 법원리 Pj (인격권)가 법원리 Pi (표현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

④ IPiC는 경미한 정도(l)인 반면 SPjC는 중대한 정도(s)인 경우

⑤ IPiC는 중간정도(m)인 반면 SPjC는 중대한 정도(s)인 경우

⑥ IPiC는 경미한 정도(l)인 반면 SPjC는 중간정도(m)인 경우

이 세 가지 경우에는 충돌해결법칙에 따라서 (Pj P Pi) C이 적용되고, 확정적

법규범은 구체적 상황 C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Rj (인격권 보호가 우선하여 잡지

사에게 손해배상의무부과)를 법률효과로 하는 [C → Rj]가 획득된다.

다. 법원리 Pi (표현의 자유)와 법원리 Pj (인격권)가 동급인 경우

⑦ IPiC가 경미한 정도(l)이고 SPjC 역시 경미한 정도(l)인 경우

⑧ IPiC가 중간정도(m)이고 SPjC 역시 중간정도(m)인 경우

⑨ IPiC가 중대한 정도(s)이고 SPjC 역시 중대한 정도(s)인 경우

알렉시는 이 세 가지 경우를 ‘이익형량의 교착상태’(balancing stalemate)91)로

90) 이하의 구분은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7-408면의 내용을 정리

⋅요약한 것이다.

91) 기본권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R. Alexy, “Kollision 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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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79

보고, 이 경우에는 사법부가 입법부의 입법형성의 재량(자유)을 인정하여야 한다

는 견해를 제시하는데 입법부의 입법재량과 관련하여 되새겨볼 만한 견해라고

생각한다.92) 입법부의 입법재량과 관련해서는 후술하기로 한다.

  1. 중요도 측정 공식과 합리적 이익형량

위에서 분류한 세 가지 그룹의 결과는 합리적 이익형량판단을 위해서 어떤 의

의를 가지는 것일까? 이렇게 세 그룹으로 분화된 비율측정의 결과를 고려하여

알렉시는 보다 세밀한 비율측정공식을 제시한다.93)

(1) 중요도 측정 공식

법원리 Pi 제한의 강도와 법원리 Pj의 실현중요도 사이의 비율측정은 결국 각

각의 법원리가 갖는 상대적 중요성(relative weight) 또는 구체적 중요성을 나타내

게 되는데 알렉시의 기본공식은 다음과 같다.

 

 <중요도 측정 공식 1>

이 공식을 알렉시는 ‘중요도 측정공식’(the ‘Weight Formula’)이라고 명명하고

는, 앞에서 든 충동해결법칙과 이익형량법칙을 결합하여 확대한 것이라고 말한

다.94) 이 공식에서 W는 Pi의 구체적 중요도를 나타내는 기호이고, C는 해결되어

야 할 이익형량사안에서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나타내며, Pi,j는 Pj와 Pi

를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알렉시의 <중요도 측정공식 1>은 법

원리 Pi 제한의 강도를 법원리 Pj의 실현중요도로 나눈 몫이 Pi의 구체적 중요도

(즉 해결되어야 할 구체적 이익형량사안에서 Pi가 Pj에 대해서 가지는 상대적 비

Abwägung als Grundprobleme der Grundrechtsdogmatik”, 세계헌법연구 제6호(2001), 205-206면 참조(여기서는 ‘Abwägungspat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92)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8면. 위에서 고찰했던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에서 다수의견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여부는 입법부의 입법재량에 해당 되고 헌법상의 의무가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하였는데, 이 입법재량논거의 타당성을 검 토하는 데 알렉시의 견해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93)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8면 이하 참조.

94)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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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80

중의 크기)임을 보여준다. 이때 그 결과인 몫이 1보다 크면 해당 이익형량사안에

서 Pi (표현의 자유)가 Pj (인격권)에 우선하는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인격권이 표

현의 자유에 우선하는 것이다.95)

(2) 흡연권과 혐연권 충돌 사례

위에서 설명한 중요도 공식과 관련해서 금연구역의 지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제7조가 흡연자의 흡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이 아닌지 여부를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흡연권과 혐연권 충돌 사례’96)를 예

로 들어 설명하여 보자.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 흡연의 자유에 포함되어 있는

사익과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공익 사이의 충돌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혐연권과 흡연권 사이의 충돌에서 혐연권이 생명권이라는 상위의 기본가

치를 담고 있으므로 흡연권이 표현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사생활의 자유)에 우

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흡연권과 공익의 충돌과 관련해서는 흡연은 국

민의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켜 환경을 해친다는 점에서 국민 공동의 공공

복리와도 관계되므로, 공공복리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

록 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흡연행위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

였다.

이 판결에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우선 기본권들 사이에 그리고 자유

들 사이에 일정한 위계질서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권이기도 하면서 생명권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단순

한 사생활의 자유권인 흡연권보다는 ‘일반적으로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일단 우

위’(prima-facie Vorrang)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혐연권에 포함되어 있는 생명의

보호라는 법원리의 추상적 중요성이 흡연권에 포함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는

법원리의 추상적 중요성을 능가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97)

95)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0면 참조.

96) 2004. 8. 26. 2003헌마457.

97)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자 한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는 개념으로 분류되는 자유들 중에서 어떤 자유들이 상위의 헌법적 가치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가지거나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자유 들보다 더 큰 비중을 갖는다.” 이러한 해석을 취하게 되면 “더 중요한 자유들, 즉 충 돌할 때 더 큰 비중을 갖는 자유들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자유들 사이의 질적 구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실질적 기준은 무 엇일까?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관점에서 자유의 위계질서를 구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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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81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금연구역의 지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증

진법시행규칙’ 제7조가 과도하게 흡연자의 흡연권을 제한하고 침해하는 것은 아

닌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 헌법재판소는 동 시행규칙 제7조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써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일정한 내용의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방법의 적정성도 인정할 수 있으며,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

한되는 사익보다 더 커서 법익균형성도 인정되고, 금연구역 지정의 대상과 요건

을 고려할 때 최소침해성도 인정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동 시행규칙 제7조가 “일부 시설에 대하여는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였지만, 이러한 시설은 세포와 신체조직이 아직 성숙

하는 단계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경우 담배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

을 고려하여 규정한 보육시설과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학교의 교사 및 치료

를 위하여 절대적인 안정과 건강한 환경이 요구되는 의료기관, 보건소⋅보건의료

원⋅보건지소에 한하고 있다는 점, 시설의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야 하는

시설도 모두 여러 공중이 회합하는 장소로서 금연구역을 지정할 필요성이 큰 시

이는 정치철학적 문제이다. 그렇다면 자유의 제한과 관련된 이익형량판단에서 자유에 관한 정치철학적 고찰 없이는 합리적인 이익형량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상위가치의 실현에 중요한 행위선택지(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가 차단될 경우 그렇지 않은 종 류의 행위선택지(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차단보다 훨씬 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므로, 상위가치들의 실현에 보다 필수적이고 중요한 성격을 띠는 행위선택지들 ―이들은 자유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 만큼 더 해악이 커진다. 이러한 발상은 자유의 추상적 중요도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개인의 자주성 또는 인간존엄성과의 관련성 속에서 자유의 추상적 중요도를 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J. Ralws, Political Liberalism, New York, 1993, 335, 340면 이하 참조. 또한 J. Raz, The Morality of Freedom, Oxford, 1986, 407면 이하 참조. 그 리고 R. 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262면; R. Dworkin, A Matter of Principle, Cambridge/Mass., 1985, 189면 참조. 그런데 이렇게 자유의 추상적 중요도가 질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정치철학은 ‘정치적 자유주의’(또는 공화주의적 방향의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만일 이러한 추상적 중요도 기준을 고려하여 자유제한의 형량법칙을 구상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동등한 인간존엄성이라는 상위가치 의 실현에 보다 더 기여하는 행위에 대한 자유권 유형이면 일수록 그 제한사유의 정 당성(긴박성) 중요도는 그만큼 커져야 한다(J. Feinberg, Harm to Others, Oxford, 1984, 208면 참조).” 따라서 공익과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자유의 추상적 중요도가 크면 클 수록 그 자유를 제한하는 공익의 중요도나 긴박성은 그만큼 더 커야 할 것이다(J. Feinberg, Harm to Others, 213면 참조). 개인들의 자유권들이 충돌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각각 상대방의 자유와 비교하여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비추어 서 각각의 자유의 구체적 중요도가 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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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82

설이라는 점, 이 사건 조문은 ‘청소년⋅환자 또는 어린이에게 흡연으로 인한 피

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시설’ 또는 ‘이용자에게 흡연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구역’을 금연구역지정의 요건으로 함으로써, 형식적

으로 이 사건 조문의 각 호에 규정된 시설에 해당하더라도 실제로 피해를 주지

않는 곳에서는 금연구역지정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최소한도로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앞에서 언급한 제한강도의 세 등급을 헌법재판소의 이익형량판단에 적용해 보

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제7조에서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조치

는 흡연자의 흡연권(일반적 행동의 자유)을 침해(제한)하기는 하지만 경미한(l) 정

도이거나 중간정도(m)의 제한인 반면, 금연구역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비흡연자

의 생명권이 침해되는 강도는 중대하다(s)는 것이다. 즉 IPiC(흡연권의 침해강도)

는 경미한 정도(l)인 반면 SPjC(생명권 실현의 중요도)는 중대한 정도(s)인 경우,

즉 l/s에 해당되므로 금연구역지정이라는 조치는 좁은 의미의 비례성의 원칙(법

익균형성의 원칙)에 합당하다는 이익형량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3) 복합적 이익형량기준: 상이한 추상적 중요도, 상이한 제한강도, 상이한 실

현중요도, 상이한 확실성의 정도

(가) 중요도 측정 공식 2

만일 충돌하는 법원리들 또는 가치들이 보유하는 각각의 추상적 중요성이 서

로 다르다면98) 어떻게 이익형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이 경우에는 충돌하는

법원리들 각각의 추상적 중요도가 위의 <중요도 측정공식 1>에 산입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다음과 같은 변형된 공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알렉시는 지적한다.

 ×

× <중요도 측정 공식 2>99)

98) 가령 다른 법원리들과 충돌되지 않는 상태에서 생명권 그 자체가 갖는 중요성(앞에서 이를 ‘추상적 중요성’이라고 하였다)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그 자체로 갖는 추상적 중요성은 다르다.

99)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8면 각주 64)참조. 이 공식에서 A는 각 법원리가 갖는 추상적 중요성(abstract weight)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설명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TITANIC’사안을 구성하는 구체적 상황(C)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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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83

알렉시가 제시한 <중요도 공식 2>에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Pi (여기서는 표

현의 자유)의 추상적 중요도 WPiA와 Pj (여기서는 인격권보호)의 추상적 중요도

WPjA가 동등한 경우와 다른 경우를 구분한 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강도와

인격권이 제한되는 강도가 동등한 등급인 경우와 다른 등급인 경우가 나누어질

때 어떻게 이익형량을 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좀 더 문제를 세분화하자면,

㉠ 추상적인 중요도는 다르지만 충돌하는 각각의 법원리가 제한되는 강도는 동

등한 등급인 경우, ㉡ 추상적인 중요도는 동등하지만 제한되는 강도의 등급이 각

각 다른 경우, ㉢ 추상적인 중요도도 다르고 제한되는 강도의 등급 역시 다른 경

우에 어떻게 이익형량판단을 하여야 할까?100)

우선 알렉시의 견해를 출발점으로 삼아보도록 하자. 가령 표현의 자유 법원리

Pi를 제한하는 사유인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원리 Pj의 중요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도보다 작은 경우, 즉 제한강도(IPiC)와 실현중요도(SPjC)의 비율이

각각 s/l, s/m, m /l인 경우에는, 알렉시에 따르면, 법익간의 불균형이 현저한 경

우(disproportionality)에 해당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법률)는 비례성

원칙의 위반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해서 알렉시의 견

해를 취하자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원리 실현의 중요도(SPjC)가 표현의 자유

를 제한하는 강도(IPiC)를 능가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법률)는

당연히 합헌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비율이 l/l로 나타날 경우

하는 强度를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갖는 추상적 중요성과 곱한 양을 분 자로 하고, 동 사안에서 인격권이 실현되어야 할 구체적인 중요성을 인격권이 갖는 추상적 중요성과 곱한 양을 분모로 하여 약분하면 그 몫이 ‘TITANIC’사안에서 표현 의 자유를 인격권과 상대적으로 비교한 결과이다. 그러나 알렉시는 법적 이익형량에 서 충돌하는 법원리들은 대체로 동등한 추상적 중요도를 갖는다고 간주되므로 중요 도 측정공식에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동등한 중요도를 갖는다고 인정되면 각각의 법원리들이 갖는 추상적 중요도는 나누어서 그 몫이 1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산권의 보장이라는 법원리와 공공복리라는 법원리가 충돌하여 재산권을 제한하고자 할 때 각각의 법원리는 동등한 추상적 중요도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법체계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보기 때문에 재산권이 공익보다 더 큰 추상적 중요도를 갖는 것인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또는 양 심의 자유와 국가안전보장 역시 동등한 추상적 중요성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사적 자치를 핵심원리로 삼는 한국의 법체계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국가안전보장보다 더 큰 추상적 중요성을 갖는지 아니면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 역인지도 중요한 법적 문 제가 된다.

100) 이 문제는 로버트 알렉시(정종섭/박진완 옮김), “重要度 公式”, 347면에서도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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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즉 동등한 정도의 등급으로 판정될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

는 적어도 합헌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101)

(나) 세분화된 등급기준

가령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자. 이때 각각의 법원

리가 보유하는 추상적 중요도, 표현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강도, 인격권보호가 실

현되어야 할 중요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작업이 관건일 터인데, <중요도 측

정공식 2>에서 (IPiC × WPiA)/(SPjC × WPjA) 각각의 크기를 基數的(cardinal)으

로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국 핵심문제가 될 것이다. 현실의 대부분 사례에

서 그렇듯이, 가치간의 충돌 시 기수적 측정은 불가능하고 序數的 비교(ordinal

commensuration)만 가능하다면 상쇄효과 때문에 과연 합리적 이익형량을 할 수

있을까? 가령 높은 추상적 중요성을 가진 법원리를 경미하게 제한하는 것과 낮

은 등급의 추상적 중요성을 갖는 법원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 사이에 이익형

량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알렉시의 제안은 ‘경미한’(l), ‘중간의’(m), ‘중대한’(s)의 정도를

좀 더 세분화하여 정교한 비교등급으로 가공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음

과 같은 9가지 경우의 세분화된 등급이 산출될 것이다: ① 매우 경미한(ll), ②

‘경미한 중간정도’(lm), ③ ‘경미하기는 하지만 중대한 단계’(ls), ④ ‘중간정도로

경미한’(ml), ⑤ ‘중간정도로 중간의’(mm), ⑥ ‘중간정도로 중대한’(ms), ⑦ ‘중대

한 정도에서 경미한 단계의’(sl), ⑧ ‘중대한 정도에서 중간단계의’(sm), ⑨ ‘매우

중대한’(ss).102) 알렉시는 이 세분화된 9등급을 「TITANIC사례」에 적용해서 그 유

용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상이예비역장교를 ‘병신’이라고 묘사한 잡지사의 표현행

위는 그 예비역장교의 인격권을 매우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므로 동 예비역장교

의 인격권보호의 중요도는 그만큼 ‘매우 중대’해지는 반면, 위자료지급판결이라는

조치는, 최대한으로 계산하여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간단계의 중대한 침해’(a

moderately serious interference with press freedom)라고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다.103)

101)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1면 참조. 또한 알렉시는 표현의 자유 를 제한할 것을 지지하는 근거들이 제한에 반대하는 근거들과 동등한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 닐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102)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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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85

알렉시의 이와 같은 제안은 합리적 이익형량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이

나 실무자들에게 유용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알렉시가 적절하게 지적하듯

이, ‘중대한 침해이기는 하지만 경미한 중간단계의’(seriously slightly moderate)

침해라는 판별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104) 이러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많은 사례들에서는 위의 세분화된 9등급 정도를 적용해

서 보다 합리적인 이익형량판단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위험발생의 정도와 확실성

이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하여 보자.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법규정이 개

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잉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라고 하자.105) 입법자는 입법당시 대마초흡연이 마약중독의 가능성이 높아

서 시민의 건강에 미칠 위험성도 크고 대마초 흡연이 강력 범죄를 야기할 가능

성도 크다는 경험적 전제에 바탕을 두고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형사법규를 제

정하였다. 현재에 와서는 국민건강에 미칠 높은 위험가능성에 대한 입법자의 사

실판단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래도 명백하게 위험하지 않다는 확실성

또한 입증되지 않았다는 근거에서 헌법재판소는 대마초의 위험성과 처벌의 강도

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인식재량(epistemic discretion)에 속한다고 보고 처벌법

규가 과잉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하자. 이때 이익형량의 정당성은 전

제가 되는 경험적 사실판단의 확실성에 달려 있게 된다. 그렇다면 “상호충돌하는

법원리 Pi와 Pj가 있을 때, 법원리 Pi가 실현되지 않는 정도 또는 제한되는 정도

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에 충돌하는 법원리 Pj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는 그만큼

더 커야 한다”는 첫 번째 이익형량법칙을 변형하여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이익형

량법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권침해(제한)의 강도가 점점 더 커져 가면 갈수록, 기본권제한의 근거가

되는 경험적 전제들의 확실성은 그만큼 더 높아야 한다.”106)

103)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2면.

104)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3면.

105) 이 사안은 독일에서는 BVerfGE 90, 145면 이하 참조(이른바 ‘Cannabis’ 판결); 한국 에서는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 참조.

106)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9면: “The more intensive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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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익형량법칙은 경험적 사실들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형량을 지도하는 기

준이다. 따라서 알렉시는 첫 번째 이익형량법칙을 ‘내용차원에서의 이익형량법칙’

(the ‘substantive Law of Balancing’)으로, 두 번째 형량법칙을 ‘인식차원에서의

이익형량법칙’(the ‘epistemic Law of Balancing’)으로 특징짓는다.107) 이 두 번째

이익형량법칙을 대마초사례108)에 적용한다면,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법률109)을

통해서 침해되는 대마초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보호되어야 할 중요도는

대마초흡연이 국민건강에 미칠 위험성에 대한 의학적 지식의 확실성 정도에 따

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대마의 해악에 대한 지식이 불확실하다면 그 불확실

한 정도에 비례해서 대마초를 흡연할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장 정도는 더 커지

게 될 것이고, 대마의 해악에 대한 지식이 확실하면 할수록 대마초흡연의 자유권

을 제한할 수 있는 강도는 더 커질 것이다. 대마초흡연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에

대한 지식이 불확실하다면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법규의 중요도(그리고 국민건

강보호라는 법익의 중요도)보다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중요도가 더 크다는 것

이다.

대마초흡연을 통해 발생할 위험(risk) 또는 해악(harm)110)은 대마초흡연에 대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금지하고 그 흡연행위를 처벌할 만큼의 중요도를 가지는

것일까? 실제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대마의 사용자가 흡연행위를 한 후 그에 그

치지 않고 환각상태에서 다른 강력한 범죄로 나아갈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 없

고, 실제로 대마초 흡연행위 후에 “개인 또는 집단으로 강력 범죄행위로 나아간

사례들”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나아가 “대마 사용자가 대마 흡연에 그치지 않고

필로폰 등 더 강력한 마약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위험성도 고려하여 대

interference in a constitutional right is, the greater must be the certainty of its underlying premisses.”

107)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8면.

108)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1조 제1항 제7호 등 위헌 소원).

109)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3조 제11호 및 제61조 제8호에 따르면 대마의 흡연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110)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과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대마에 포함된 환각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은 1만분의 1그램만으로도 환각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강한 약효를 가지고 있는 바, 우리나라에서 대마사범의 재범률은 필로폰사범의 재범 률에 거의 육박하는 등 대마초에도 의존성, 중독성이 있고 대마의 흡연으로 인한 인 체유효성 또한 담배의 유해성에 못지않으므로 이와 같은 유해, 환각물질이 포함된 대 마의 흡연 및 수수 등을 규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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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87

마초의 흡연이 낳을 위험성을 중대하게 평가하고 있다.111) 그런데 어떤 행위가

위험 또는 해악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해서 그 행위를 금지하거나 처벌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세분화된 판단기준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

다. 어떤 행위를 통해서 발생할 [타인이나 사회전체에 미치는] 위험이나 해악이

중대한 성격을 가졌다면 그 발생가능성이 낮더라도 법으로 그 행위를 처벌할 정

당성이 인정될 것이다. 또한 행위가 야기할 위험발생의 가능성이 높으면, 그 발

생할 해악의 중대성은 그다지 크지 않더라도 그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정당성

이 인정될 것이다. 이를 다음과 같은 공식의 형태로 표현해 볼 수 있다.

“①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높을수록 발생할 해악의 내용이 더 경미하더라도 법

적 강제력은 정당화된다.

② 발생할 해악의 내용이 중대할수록 해악발생의 가능성이 다소 낮더라도 법적

강제력은 정당화된다.”112)

111)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 판례집 17-2, 451, 462면 이하 참조.

112) J. Feinberg, Harm to Others, 191면. 그러나 표현의 자유처럼 그 자체로 보아서는 사 회적으로 유용하다고 인정되는 기본권의 경우에는 해악발생의 가능성이나 발생할 해 악의 중대성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표현행위로 인해 발생할 해악의 중대성과 높은 해악발생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좀 더 강력하게 정당한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개인의 권리에 대한 고려 는 전혀 없이 국가안전보장이나 사회질서에 어느 정도 해악을 끼칠지 모른다는 단순 한 가능성만을 들어 표현의 자유라는 법원리를 희생한다면 정당하지 못한 이익형량 이라는 사상이 자유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 이 명백하고 그것도 즉각적으로 발생할 것임이 확실할수록 국가안전보장의 법원리가 표현의 자유 법원리보다 더 큰 중요도를 보유하게 되어 형량저울의 눈금은 국가안전 보장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환언하자면,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의 지점에 이르면 표현의 자유의 비중보다는 국가안전보장의 비중이 무거워져서 저울은 후자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행위(가령 발언행위)를 금지하려고 할 때 그 금지로 인해 제약되게 될 법원리(표현의 자유 가치)의 사회적 효용성(즉 추상적 중요도)이 크면 클수록, 그 행 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정당화되려면 그 행위로 인해 발생할 해악의 위험도(이는 해악 의 중대성과 해악발생가능성의 결합으로 측정된다)가 더 커야 한다(이는 J. Feinberg, Harm to Others, 191-192면 참조하여 재구성해 본 것이다).” 이러한 이익형량은 표현 의 자유에 대한 매우 높은 가치평가, 즉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실현할 때 그리고 개인 의 자주성을 실현할 때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는 규범적 평가를 전제로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경우도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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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대마초 흡연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한다면 대마초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

유권이 제한되는데, 대마초흡연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의학적 및 범죄심리학적 판

단을 근거로 해서 처벌법규가 대마초흡연이 낳을 해악을 방지한다고 입법자가

판단하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법률이 위헌

인가여부를 판단하는 이익형량 사안에서 처벌법규를 통해서 대마초흡연이 야기

할 사회적 해악이 방지(“사회적 위험발생의 예방”)되고 국민건강의 보호라는 법

원리가 실현될 것(“국민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

이라는 확실성 요인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113) 이 확실성 요인을 R이라고 하

면, 인식차원에서의 이익형량법칙과 결합되어 앞에서 든 <중요도 측정 공식 2>

는 이제 다음과 같이 좀 더 정교한 공식으로 가다듬어질 것이다.

 ××

×× <중요도 측정 공식 3>114)

이 <중요도 측정 공식 3>에 따르면, 대마초흡연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중대하게 제약된다면 대마초의 흡연행위가 낳을 위험성에 대한 지

식의 확실성과 처벌법규를 통해서 그 위험성이 예방될 것이라는 경험적 확실성

이 그만큼 더 높아야 한다. 그렇다면 해악의 위험성과 방지가능성에 대한 경험적

지식(예측)의 확실성이 낮아질수록 대마초흡연이라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약

하는 강도도 낮아져야 한다. 위 공식을 적용하자면 대마초흡연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의 확실성이 중간단계(m)이고 대마초흡연행위를 처벌하는 법규를 통해

서 국민건강보호라는 공익이 실현되는 정도가 중간단계(m)라면, 그만큼 대마초흡

연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도 중대한 단계(s)에서 적어도 중간단계(m)로 낮아져

야 할 것이다.115)

      1. 89헌가104)라고 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갖는 추상적 중요도를 매우 높게 측정하고 있다.

113)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 판례집 17-2, 451, 463.

114)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9면. 여기서 RPiC는 가령 대마초흡연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에 의해서 대마초흡연으로 야기될 해악이 방지될 확실성과 법 원리 Pi가 제한되는 정도의 확실성을 의미하며, RPjC는 그럼으로써 국민건강보호 및 건전한 풍속(법원리 Pj)이 실현될 정도의 확실성을 나타낸다.

115) 이때 중간단계(m) 역시 세분화되어 앞에서 설명한 중요도나 제한강도의 단계를 더욱 세분화한 등급 중 lm, mm, sm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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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89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때 전제가 되는 경험적

판단영역에서 입법자는 어느 정도의 재량(입법형성의 자유)을 갖게 되는가 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이익형량과정에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이다.116) 가령 ‘대마초 사안’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대마초의 흡연

이 낳을 위험성을 술과 담배 역시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해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

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

려하여 결정해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이므로 대마의 흡연 및 수수

에 대한 처벌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

고 판시한다.117) 그렇다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는 헌법재판소의 이익형량과

정에서 어느 정도로 고려되어야 하는가?

(4)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118): 이익형량에 있어서 입법자의 (사

실)인식재량과 가치평가재량의 문제

경험적 사실에 대한 지식, 예측과 판단이 법적 이익형량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04. 8. 26에 내려졌던 우리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판결’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에서 위헌

심사의 대상이 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

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올바르게 이익형량의

문제를 정립하였다. 그리고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국가의 전투력, 병력수요, 징집대상인 인적 자원

의 양과 질, 대체복무제의 도입 시 예상되는 전투력의 변화, 한국의 안보상황에

서 병역의무가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 병역의무이행의 평등한 분담에 관한 국민

116) 현대사회에서 환경생태적, 기술공학적, 금융경제적 ‘리스크’(risk)를 어떻게 예측하고 리스크를 적절하게 규제⋅관리할 법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과학적 판단은 입법 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방대한 주제에 대하여 문제의식이 뚜렷하고 논거 가 정밀하면서도 지적으로도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으로 조홍식, “리스크 法”, 서울대학교 법학 제43권 제4호 (2002), 27-128면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117) 헌재 2005. 11. 24. 2005헌바46, 판례집 17-2, 451, 464면.

118) 헌법재판소 2004. 08. 26, 2002헌가1(병역법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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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90

적⋅사회적 요구, 군복무의 현실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

서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관하여는 (…) [매우] 상이한 평가와 판

단이 가능하다”고 분석하였다.119) 이로써 대체복무제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경

험적 평가와 판단이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사이의 이익형량에서 중요한 기준

이 되었는데, 우리 헌법재판소의 사회과학적 예측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간의 군비경쟁을 통

하여 축적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북이 아직도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

다. (…) 국방의 개념, 현대전의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국방력에

있어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금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의 자연감소도 감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역복무의 힘든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를 통하여 부담의 등가성을 확보하

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부담의 등가성을 실현하려는 나머지 대체복무가 양

심실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①). 또한 비록 현 단계에

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

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②). 병역비리와 병역

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

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

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

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③).”120)

119) 당연하게도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이 예측하는 사회적 결과와 반대의견이 전제로 삼 은 사실판단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낳을 사회적 결 과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면 과연 어떤 경험적 사실판단과 예측판단이 타당한 것이었 을까? 상이한 평가와 판단 중에서 입법자는 어느 하나를 선택할 재량을 발휘할 여지 가 매우 크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견지하는 입장이었다. 즉 입법자의 인 식재량은 광범위하다는 것이다(밑줄과 강조는 첨가).

120) 번호는 필자가 첨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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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91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 여부[즉 이익형량

의 정당성 여부 - 필자 첨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

법재판소가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

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헌법재판소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설시한다. 이러한 근거 위에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은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데도 이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인

가?”라는 헌법상의 물음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으로 야기될

사회적 결과들을 예측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심의 자유와 충돌하는 법원리들의

비중을 측정하여 대답하여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요소들에 대한 입법자가 내리는

판단을 일단 존중하므로 ‘입법자의 사실판단과 가치평가’가 “현저하게 잘못”되었

는지 여부만을 따지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121)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에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과 권성 재판관 및 이상경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여부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권에 속한다고 파악하고 있고122),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121) 위 판결, 위 판례집, 141, 159. 이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제세하는 입법자의 재량 에 대한 세 단계 심사기준을 우리 헌법재판소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122) 이 점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다수의견이 취하는 입장과 같다. 특히 헌법재판소 이상경 재판관에 따르면, 헌법적 가치 사이의 상충을 해결하는 기준을 정 립하는 것은 입법자의 몫이므로 “입법의 기초가 되는 인식적 사실의 파악에 있어서 는 일정한 진단의 여지(Prognosespielraum)”와, “입법의 방식⋅내용⋅형식의 결정에 있 어서는 일정한 형성의 자유(Gestaltungsfreiheit)”를 입법자는 갖는다. 즉 헌법적 가치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 입법자에게 “넓은 의미에서의 입법재량 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4. 0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85). 여기서 이상경 재판관의 이익형량관은 다소 경직된 견해에 입각해 있는 듯하다. 가령 이상경 재판관은 “헌법 제39조 제1항은 기본권 제한을 명시함으로써 기 본권보다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위에 놓았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에 서서 “입법자는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매우 광범위한 입 법재량”을 갖는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환언하면, 국방력의 유지라는 법원리는 기본권 들에 대해서 언제나 우위에 선다는 결단을 우리 법질서는 헌법 제39조 제1항을 통해 서 확고하게 내렸다는 것이다(同 판결, 同 판례집, 187 참조). 따라서 국방력의 유지 와 기본권의 충돌 시 과잉금지원칙은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합리성 심사’(자의금지 의 원칙을 적용하는 심사)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同 판결, 同 판 례집, 186 참조). 이는 적어도 국방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이익형량이 아니라 재량행 위의 일탈⋅남용을 심사하는 활동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국한시키겠다는 견해로 독 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경 재판관의 견해는 기타의 판결에서도 읽어낼 수 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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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92

형사법규 외에 대안적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하여 입법자는 다수의견이 상

정하는 정도의 “본질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갖지는 않는다는 의견

을 피력한다. 적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전보장 및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조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는지는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123)

양심적 병역거부판결에서처럼 ‘대마초 판결’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광

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야간에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

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를 중하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하 ‘폭처법’) 제3조 제2항

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므로 위헌이 아닌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되었던 사안124)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동 법률규정은 “실질적 법치국가 내지는 사회적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어긋나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

서 지켜야 할 헌법적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는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된

다”는 결정을 내렸다.125) 이 사안에서 앞의 판결들과는 달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

법형성권이 무제한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 “필요한 정도를 현저하게 일탈”한다면 “입법재

량권은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헌

법에 반한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26)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과 ‘대마초 판결’에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인식재량을 인정하는 반면, ‘폭

처법 판결’에서는 “헌법질서에 기초한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일치”할 것을 강조

하면서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한계를 지으려고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입

장을 어떻게 해석해야만 일관성과 체계적 통일성(integrity)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그러한 점에서 일관되어 있다.

123) 위 판결, 위 판례집, 164-165. 그리고 반대의견에서 나타난 이익형량을 발전시킨 견해 들은 한인섭,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적⋅형사법적 검토”, 안경환/장복희 (편), 양심적 병역거부, 사람생각, 2002, 11-48면 참조. 이 논문 외에도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양 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이익형량판단에서 고려되어야 할 경험적 사실들과 가치평가 적 쟁점들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법적인 이익형량이 얼마나 사회과학적 판단 및 철학적 평가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124) 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위헌제청)

125) 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판례집 16-2(하), 446, 458.

126) 위 판결, 위 판례집, 446, 457 참조(강조는 필자가 첨가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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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93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할 포괄적 의무를 지지만, 인간존엄성 보호를 효

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입법정책이 유용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우선적

으로 그리고 원칙적으로 입법부에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즉 입법자는 인간존엄성을 보호할 의무를 지는 한편, 방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재량(입법형성의 자유)을 보유한다는 것이다.127) 헌법이 부여한 입

법재량(헌법이 입법자에게 인간존엄성의 보호를 위하여 어떤 특정한 조치를 취하

라고 명령하고 있지도 않고, 또한 어떤 특정한 조치는 택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규정도 없는 경우)은 아래의 두 가지 영역에서 나타난다. 첫째, 입법자는 입법을

할 때 특정한 목적을 실현한다는 가치평가 차원에서의 재량(evaluative discretion)

을 발휘한다. 사법부의 이익형량차원에서는 가치평가재량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판별하는 단계에서 검토된다. 둘째, 입법자는 입법을 할 때 사실판단과 예측판단

의 차원에서도 재량(epistemic discretion)을 행사한다.128)

우리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예측판단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때 이 두 번

째 차원의 인식차원에서의 재량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

소에 따르면(물론 별개 의견이기는 하지만),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할 때 입

법자는 “입법의 기초가 되는 인식적 사실의 파악에 있어서는 일정한 진단의

여지(Prognosespielraum)”와 “입법의 방식⋅내용⋅형식의 결정에 있어서는 일정

한 형성의 자유(Gestaltungsfreiheit)”를 갖는다.129) 가령 입법자가 대마초의 흡연

이 미칠 위험성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대마초흡연을 처벌하는 법률의 제정이 그

위험성을 예방하는 데 어떤 효과를 미칠지에 대해서도 예측할 때 ‘예측판단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입법자의 ‘예측판단권’과 입법형성의 자유에는 어떤 한계가 있

을까?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일반적 기준은 구체적인 사

안에서는 그다지 소용이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헌법이 입법자에게 어느 정도의

‘예측판단권’과 입법형성의 자유를 부여하였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이미 논란

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가치평가재량 및 인식재량 통제와 관련하여

세 단계 심사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가장 엄격한 심사는 ‘입법재량의 내용에 대

한 강화된 심사’(intensivierte inhaltliche Kontrolle)이며, 가장 완화된 심사는 가치

127)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421면 참조.

128)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14면.

129) 헌법재판소 2004. 0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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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과 사실판단이 명백하게 틀리지만 않았다면 합헌으로 추정하는 ‘명백성 심

사’(Evidenzkontrolle)이며, 중간단계의 심사로서는 가치판단과 사실판단이 납득할

만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납득가능성 심사’(Vertretbarkeitskontrolle)이다.130) ‘납

득가능성 심사단계’에서는 입법자가 입수가능한 자료들에 대해서 사태에 정확하

게 맞고 납득가능한 평가를 내렸는지를 평가하는데, 입법자는 심사대상인 법률이

미칠 효과를 가능한 한 최대로 신뢰할 수 있게 평가하였는지 그리고 주어진 사실

판단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하였는지를 심사받게 된다.131) 따라서 납득가능성심사단

계에서는 입법자가 가치평가와 사실인식을 위해서 필요한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

면 일단 내용상으로 납득가능한 재량을 행사하였다고 추정될 것이다. 즉 내용상

의 납득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전제조건(Voraussetzung inhaltlicher

Vertretbarkeit)인 절차적 요건들을 입법자가 충족하였다면 헌법재판소는 이익형량

과정에서 입법자의 예측판단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13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도와 제한의 강도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세분화된 입법재량심사기준을 적용하는데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행동의 자유가 나타나는 기본형태들을 법률이 제한하는 강도와 범위가 클수

록,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원용된 사유들과 자유권을 보장

130) BVerfGE 50, 290 (333). 독일에서 이 주제에 대한 고전적 문헌으로는 F. Ossenbühl, “Die Kontrolle von Tatsachenfeststellungen und Prognoseentscheidungen durch das Bundesverfassungsgericht”, in: Ch. Starck (hg), Bundesverfassungsgericht und Grundgesetz, Festgabe aus Anlaß des 25jährigen Bestehens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Bd. 1, Tübingen, 1976, 458-518면 참조.

131) 가령 배우자의 중대한 선거범죄를 이유로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65조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한 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에서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선거사무장, 후보자의 배우자 등 이 일체가 되어 후보자의 당선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하여 조직적⋅체계적으로 선거운 동을 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이들이 중대한 선거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후보자 를 위한 선거운동전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판단 하에, 입법자 는 “배우자의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후보자가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 즉 후 보자 자신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제도를 배우자의 선거범죄에까지 확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보고 이러한 법률조항을 제정하였다고 보고는 “이러한 입법자의 사 실적⋅정책적 판단은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다할 것이므로 이를 존중하여야 할 것”(강조는 첨가)이라고 설시하였다. 여기서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표현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납득가능성’ 심사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32) BVerfGE 50, 290 (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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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95

해달라는 시민들의 주장을 좀 더 심도 깊게 상호 비교⋅형량하여야 한다.”133)

독일 형법 제21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무기징역형(Lebenslange Freiheitsstrafe)

이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의 인간존엄성원리를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던

이른바 ‘종신자유형 판결’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엄격한 기준

을 제시하였다. 입법에서 입법자의 가치판단과 사실판단을 존중해야 하므로 그

판단들이 명백하게 반박될 수 있는 경우에만 입법자의 가치재량과 인식재량을

물리칠 수 있지만, 사실인식과 판단 상의 불확실성이 기본권 주체에게 불이익으

로 귀결된다면 그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

는 헌법적 최고원리인 인간존엄성, 평등원칙, 법치국가 및 사회국가원리에 의해

서 제한되어야만 하며, 종신자유형과 같이 행동자유의 가장 기본형태를 매우 중

대하게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에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이들 원리들을 제한하는

지 여부를 내용상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134) 환언하자면, 이익형량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기본권의 추상적 중요도(가치)나 보호되어야 할 강도를 고려하여 입

법자가 가지는 입법형성권의 범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35)

지금까지 서술한 바를 정리하면, 우선 사실판단 및 예측판단 차원과 정책적 판

단 차원에서의 입법자의 인식재량은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근거 때문에 존중되지

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도가 강할수록 그리고 기본권 제한의 범위가 클수록 사

실판단의 확실성은 그만큼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는 기본권들에 대한 제한의 강도가 높을수록 입법자의 입법

형성권에 대한 심사의 단계는, 명백성 심사에서 납득가능성 심사로 그리고 강화

된 내용심사로 이동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표현하여 우리 헌법재판소

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판정하는 일반적 기준을 제시한다.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예측판단권은 법률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

133) BVerfGE 17, 306 (314).

134) 우리 헌법재판소가 ‘폭처법 판결’에서 “헌법질서에 기초한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헌 법 상의 실질적 법치국가원리들에 일치할 것을 강조하면서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한 계를 지으려고 한 것(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종신 자유형 판결’에서 제시된 발상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135) 이러한 발상에 대해서는 F. Ossenbühl, “Die Kontrolle von Tatsachenfeststellungen und Prognoseentscheidungen durch das Bundesverfassungsgericht”, 506면 이하 참조;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42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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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및 제한되는 법익의 의미, 규율영역의 특성,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이 클수

록, 개인이 기본권행사를 통하여 타인과 국가공동체에 영향을 [더 크게] 미

칠수록 즉,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클수록, 입법자에게는 보다 광범

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

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

러한 한계까지는 공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가의 판단은 입법자

의 형성권에 맡겨야 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

432-433 참조).”136)

기본권행사가 타인과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수록, 즉 ‘기본권행사

의 사회적 연관성이 강도가 클수록’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범위는 그만큼 넓어진

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재산권의 제한과 관련해서도 적용되어 재산권영역에 특

수한 기준으로 구체화된다.

(5) 중층적이고 다원적인 이익형량

앞에서 든 <중요도측정 공식 3> WPi,jC = (IPiC × WPiA × RPiC)/(SPjC ×

WPjA × RPjC)은 실제 이익형량에서 나타나는 다원적 법원리들의 상충관계를 반

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의 법적 이익형량에서는 두 가지의 법원리들만이 충돌

할 때도 있고, 하나의 법원리에 두 개 이상의 법원리들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충돌하는 법원리들이 양쪽 모두 다원적일 때도 있다. 가령 헌법재판소

의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이행(국가안전보장)이

라는 법원리들 상호간의 충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

여야 한다는 견해는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과 함께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이라는 법원리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다수의견의 이익형량에서는 양심의 자유보장이라는 법원

리의 중요성을 한쪽 저울에, 다른 쪽 저울에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인 국가안보

136)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58(꺾음괄호 안은 필자가 첨가 한 것임).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체복무제도가 가져올 사회적 결과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 는 법원리들의 비중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입법자의 형성권범위가 결정된다는 것, 즉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강도가 결정된다는 헌법재판소의 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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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97

와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 사회적 통합의 달성이라는 법원리들이 놓이게 된

다.137)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알렉시는 ‘확대된 중요도 측정 공식’을 이끌어내었

는데, 이를 수정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138) 여기서 WPi,j~nC는 현 사안에서 법원

리들 Pj, Pk, Pl, Pm, Pn 모두 함께 더해서 법원리 Pi 하나와 비교⋅형량한 결과

로 나온 상대적 중요도를 나타낸다.

~××⋯××

××

139)

137)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고유한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 및 병역부담의 평등원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56)고 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에 맞서 는 법원리들을 첨가하고, 이렇게 합산된 법원리들의 비중을 매우 높게 측정한다: “한 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 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 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 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이로써 기본권행사의 강한 사 회적 연관성이 인정된다.” 여기서 ‘강한’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자. 사회적 연관성의 정 도를 ‘약한’(l), ‘중간단계의’(m), ‘강한’(s)으로 나누고 이 세 가지 등급을 앞 본문에서 언급한 9가지 등급으로 다시 세분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매우 경미한’(ll), ② ‘경미한 중간정도’(lm), ③ ‘경미하기는 하지만 중대한 단계’(ls), ④ ‘중간정도로 경미 한’(ml), ⑤ ‘중간정도로 중간의’(mm), ⑥ ‘중간정도로 중대한’(ms), ⑦ ‘중대한 정도에 서 경미한 단계의’(sl), ⑧ ‘중대한 정도에서 중간단계의’(sm), ⑨ ‘매우 중대한’(ss). 이 9가지 등급의 기준을 기본권의 사회적 연관성 정도를 측정하는 데 적용해 본다면, 보 다 합리적인 비례성 심사의 척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38) 로버트 알렉시(정종섭/박진완 옮김), “重要度 公式”, 352면 참조. 이 “중요도 공식”에 서 제시되었던 원래의 알렉시의 공식은 그의〈Postscript〉에서 記號가 좀 더 보완되 어 수정된다. 이 “중요도 공식” 논문에서는 Gi,j~n = Ii × Gi × Si/(Ij × Gj × Sj +… In × Gn × Sn)으로 표기되었는데, 기호들은 차이가 나지만 그 근본발상은 동일하다. 여기서는 알렉시의 <Postscript>에서 설명한 표기법에 따라서 공식을 수정하였다.

139) 이 공식에서 IPiC × WPiA × RPiC는 가령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에 적용해 보면 (이 사안에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는 강도× 일반적으로 양심의 자유가 보유하는 추상 적 중요도× 병역법을 통해 양심의 자유가 제한될 확실성)을 나타내며, (SPjC × WPjA × RPjC +… +SPnC × WPnA × RPnC)는 (이 사안에서 국가안보가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 국가안보의 추상적 가치× 병역법시행을 통해 국가안보가 달성될 확실성+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이 실현되어야 할 중요도×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이 갖는 추 상적 중요도× 병역법의 시행을 통해 형평성이 달성될 확실성+사회통합실현의 중 요도× 사회적 통합의 추상적 중요도× 병역법의 시행을 통해 사회적 통합이 달성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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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분자에 해당되는 법원리 역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으므로 앞의 확대된 중요도 공식을 일반화하여 알렉시는 완전하게 일반화

된 중요도 측정공식을 제시한다.140)

~~××⋯××

××⋯××

양심적 병역거부판결을 예로 들어본다면, 전효숙 재판관과 김경일 재판관은 반

대의견에서 분모에 오는 법원리들의 비중을 여러 사회적 결과들에 대한 예측판

단과 가치평가들을 통해서 다수의견보다는 낮게 측정하였고, 양심의 자유가 가지

는 추상적 비중을 다수의견보다 높게 측정한 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겪는 고

통을 생생하게 고려하여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는 강도를 매우 높게 평가하였다.

그리고 소수자를 관용하는 법제도와 의식이 “우리 사회를 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라는 가치판단을 통해서 위 중요도 측정공식에서

분자에 해당되는 법원리에 좀 더 많은 비중을 첨가하였고 그 법원리들이 누적된

효과(‘cumulative effects’141))의 구체적 중요도를 무겁게 측정하였다.142)

이 일반화된 중요도 측정공식의 적용을 위하여 다음의 사례를 검토하여 보자.

살균하여 부패되지 않도록 밀봉포장한 장기보존용 탁주를 제외한 탁주의 공급구

역을 제한하는 주세법 제5조 제3항(즉 탁주 공급구역제한조치)이 위헌인지 여부

를 판단하는 사안143)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인은 위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4인의 재판관은 합헌이라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양측의 이익형량과정이

<중요도 측정공식>의 이해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므로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4인의 합헌의견은 이 사안에서 형량되어야 할 법원리들을 다음과 같이 식별하

였다. 이익형량의 한쪽 저울에는 제한되는 법원리들로서 자유경쟁시장질서의 핵

확실성)을 의미한다.

140) 로버트 알렉시(정종섭/박진완 옮김), “重要度 公式”, 351면 각주 39) 참조. 이 공식은 앞의 각주에서 설명한 바대로 변형되었는데, “중요도 공식” 논문에서 제시되었던 원 래의 공식은 Gi~m,j~n = (Ii × Gi × Si +… Im × Gm × Sm)/(Ij × Gj × Sj +… In × Gn × Sn)이다.

141) 이 표현은 R. Alexy, A Theory of Constitutional Rights, 409면의 각주 64)에서 사용 되었다.

142)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72.

143) 헌재 1999. 7. 22. 98헌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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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99

심인 기업의 자유 및 경쟁의 자유, 탁주제조업자의 직업행사의 자유,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들을 놓고, 이익형량

의 다른 쪽 저울에는 탁주부패예방을 통한 국민보건위생의 보호, 과당경쟁의 방

지를 통한 영세중소기업보호⋅지역경제성이라는 헌법상의 경제목표 실현, 유통질

서확립에 의한 부정행위방지(독과점규제)를 놓고 비교⋅형량하였다. 4인 재판관의

중요도 측정방식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볼 수 있다.144)

~~

기업의 자유+직업행사의 자유+소비자의 선택의 자유

국민보건위생보호+영세사업자보호+지역경제육성+독과점규제+주세보전

이렇게 상대적 중요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이익형량의 저울 위에 충돌하는 법

원리들을 올려놓고 4인 재판관들은 각 법원리의 비중을 계측한다. 특히 탁주제조

업자의 기업의 자유 및 직업행사의 자유가 “국민보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

므로” 폭넓은 국가적 규제가 가능하므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도 광범위

하게 인정”된다고 보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정의와 경제정의 그리고 경

제민주화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독과점규제⋅지역경제육성⋅중소기업보호정책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가치평가 위에서 4인의 합헌

의견은 “이러한 경제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입법자는 경제현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목적달성에 소요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 당해 경제문제에 관한 국

민 내지 이해관계인의 인식 등 제반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그것이 독과점규제⋅지역경제육성⋅중소기업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을 구체

화시키고 실현시키는 것인 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다.

입법자의 인식재량에 대하여 명백성 심사 또는 납득가능성 심사를 행한 것이다.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판별되면 비례성 원칙의

적용 시 피해최소성(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대안의 모색) 심사는 적용되지 않고,

수단의 적정성만을 입증하면 된다. 위의 중요도 측정 공식에서 분자에 놓인 제한

144) 이 재구성은 정확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공식의 분모와 분자에 놓일 각각의 법 원리가 갖는 추상적 중요도, 이 사안의 구체적 상황에서 각각의 법원리의 제한의 강 도나 보호되어야 할 중요도, 탁주공급지역제한이라는 조치가 각각의 법원리를 제한하 고 실현할 가능성 등의 요인들이 덧붙여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상의 번거 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간략하게 재구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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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00

될 법원리들이 “다소” 제한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하지는 않다면, 분모에 놓인

실현되어야 할 법원리들의 중요도가 매우 크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되

지는 않는다는 것이다.145)

이에 비해서 5인 재판관의 이익형량에서 분모에 놓일 법원리는 오로지 ‘국민

보건위생보호’라는 법원리였다. 5인 의견에서 중요도 측정공식은 다음과 같다.

~

기업의 자유+직업행사의 자유+소비자의 선택의 자유

국민보건위생보호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사유로서 국민보건위생이라는

법원리의 중요도는 그에 대항하는 세 가지 법원리들의 중요도보다는 현저하게

적기에 5인 재판관은 단순한 수단적정성 심사를 넘어서 피해최소성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국민보건위생이라는 법원리의 실현을 위해서 탁주공

급지역을 제한하는 수단은 분자에 놓인 법원리들의 중요도에 비추어 볼 때 현저

하게 불균형적이라고 보고, 5인의 재판관은 수단의 적정성 심사를 넘어서 피해최

소성 심사단계에서 이익형량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146)

중요도 측정공식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법원리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측정할 때 이미 특정한 가치판단들이 배후에서 작

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탁주 판결’에서 간취할 수 있듯이 영업의 자유가 갖는

추상적 중요도를 더 크게 볼 것인가 아니면 영세사업자보호와 지역경제보호라는

가치가 갖는 추상적 중요도를 더 크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가치평가가 이미 작

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익형량은 ‘직관에 바탕을 둔 비합리

적 결단’(ein irrationaler dezisionistischer Intuitionionismus)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가해진다.147) 법원의 법해석과 이익형량은 판단주체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법적인

145) 제한되는 법원리들의 강도를 m (또는 최대한 sm: 중간단계의 강도에서 최대한인 정 도)이라고 본다면, 실현되어야 할 법원리들의 중요도는 s (4인 재판관들의 평가에 따 르면 적어도 ms: moderate strong)이다. 따라서 m /s, 또는 sm /ms라면 결과인 몫은 1 보다 적으므로 비례성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4인 재판관의 이익형량판단이다.

146) 위헌의견을 개진한 5인 재판관은 제한되는 법원리들의 강도를 s (또는 적어도 sm 아 니면 ss), 실현되어야 할 법원리의 중요도는 l 또는 m (최대한 mm)이라고 보는 듯하 다. 따라서 s/m (또는 l), 또는 sm(ss)/mm라면 결과인 몫은 1보다 훨씬 크므로 비례성 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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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01

논리의 배후에서 항상 작동되고 있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지적148)은 이익형

량 일반, 보다 구체적으로는 사법부의 이익형량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기도 하

다. 이하에서는 우리 최고법원의 판례에서 이익형량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Ⅳ. 우리 최고법원의 판결에서 나타난 비례성 원칙의 적용과

이익형량

우리 최고법원들(특히 헌법재판소)의 법적 논증에서 이익형량(권리형량)이 차지

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우리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라는 규정은 일반적으로 과잉금지의 원칙 또

는 비례성의 원칙으로 이해되고 있다.149)

147) 형량회의론에 대한 견해들을 잘 정리하고 있는 B. Schlink, Abwägung im Verfassungsrecht, Berlin, 1976, 134면 이하 참조; S. Smid, “Recht und Staat als ‘Maschine’”, in: Der Staat 27 (1988), 325면 이하, 특히 345면; F. Müller, Juristische Methodik, 4. Aufl., Belrin, 1989, 59면 이하 참조; E.-W. Böckenförde, “Grundrechtstheorie und Grundrechtsinterpretation”, in NJW (1974), 1529-1538, 특히 1534면 이하 참조.

148) 이러한 문제의식을 헌법재판소의 법적 추론에 적용하는 문헌으로는 국순옥, “헌법재 판의 본질과 기능”,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엮음, 헌법해석과 헌법실천, 관악사, 1997, 168면 참조.

149) 주지하듯이 비례성 원칙에 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지도판결은 다음과 같다: “과잉금 지의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 하여야 할 기본원칙 내지 입법활동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 한하려는 입법의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하며(방법의 적 절성), 입법권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의 조치가 입법목적달성을 위하여 설사 적절하 다 할지라도 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 한도에 그치도록 하여야 하며(피해의 최소성),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법익의 균형성)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될 때 국가의 입법작용에 비로소 정당성 이 인정되고 그에 따라 국민의 수인(受忍) 의무가 생겨나는 것으로써, 이러한 요구는 오늘날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당연히 추출되는 확고한 원칙으로서 부동의 위치를 점 하고 있으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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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02

  1. 헌법재판소의 이익형량의 경향

앞에서 든 비례성의 원칙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적 제한사유의 세

기둥인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적용하면 어떤 답이 나오는가? 일단,

이 세 가지 요청들 중에서 수단적절성의 요청과 피해최소성의 요청 차원에서는

경험적 판단(법사회학적 판단)이, 법익균형성요청 차원과 ‘목적의 정당성’(또는

충돌하는 가치들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실질적 가치판단이 주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도록 하자.150) 앞에서 제시했던 정당한 이익형량 기준에서 ‘최대고려

의 요청’은 재판관 개인들에 의해서 최대한 실현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요청과는

달리 최대고려의 요청은 한 개인에 의해서도 달성될 수 있는 정당한 이익형량의

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요청은 재판관 개인의 숙고된 판단을 넘어서서

(i) 헌법재판과정 속에서, (ii) 재판과정 외부(가령 입법과정)에서, (iii) 공공적 논

의의 과정에서 실현될 것이다. (i)과 (ii)의 차원을 제도적 이익형량, (iii)의 차원

을 비제도적 이익형량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민주주의 요청’의 차원에서는

참여자들의 합의를 산출하는 구조의 질과 산출된 합의의 질이 중요한 판단기준

이 된다.151)

민주주의 요청을 제외한 위의 이익형량의 요청들 각각은 형식적인 기준들이어

서 이들 요청들로 이루어진 비례성의 원칙으로부터는 대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

고 생각한다. 위에서 든 형량법칙과 비례성의 원칙은 일반적인 차원에서나 구체

적인 차원에서 가치들의 비중에 대해서 중요도에 대해서, 발생할 해악의 비중에

대해서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형식적 기준들을 정밀하게

가공하고 수학화하면 보다 합리적인 이익형량을 할 수 있고, 이로부터 정당한 이

익형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152)은 정당한 이익형량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

150) 이상돈, 헌법재판과 형법정책, 고려대학교출판부, 2005, 99면.

151)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498면 이하 참조; J. Rawls, Political Liberalism, 233면 이하 참조. 롤즈는 최고법원은 이성적 시민들의 관점을 반영하고 표현하는 이성 적 논의의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O. Gerstenberg, Bürgerechte und deliberative Demokratie. Elemente einer pluralistischen Verfassungstheorie, Frankfurt/ M., 1997, 80면 이하 참조.

152) 이는 알렉시의 이익형량론을 이끄는 근본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알렉시(정종섭/ 박진완 옮김), “重要度 公式”, 327면 이하 참조. 이러한 발상이 결국에는 헌법적 논의 과정을 헌법재판소(또는 대법원)의 법적 추론으로 협애화시킨다는 비판으로는 Robert N. Nagel, “The Formulaic Constitution”, Michigan Law Review 84 (1985), 165-212면 참조. 그리고 T. Alexander Alleinkoff, “Constitutional Law in the Age of Bala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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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03

어도 그리고 일정 정도까지는 의미가 있겠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형식적

이익형량의 기준들만을 적용하여 형량을 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관들의 개인적

가치관에 따른 자의적인 이익형량으로 흐르는 현상을 방지하기에 역부족이기 때

문이다.153)

우리 헌법재판소의 이익형량은 경험적 사실탐구가 이루어져야 할 수단적합성

논증이나 필수성(최소침해성) 논증보다는 가치판단이 주가 되는 법익균형성 논증

에 편향되어 있으며, 이러한 편향의 결과 대체로 입법자의 형성권을 광범위하게

존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154)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대체

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모종의 실질적 이익형량을 한 후 곧바로, 경험적 사실탐구

가 필요한, 그러면서도 실제로 면밀하게는 조사하지 않는, 적합성/필요성 논증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155) 즉 비합리적인 실질적 이익형량(가치판단에 입각

한 이익형량)이 사실탐구적 이익형량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

이 타당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우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이익형

량에서 나타나는 다원적 이익형량의 잠재력을 적절하게 평가는 하지 못하고 있

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우리 최고법원의 이익형량에서 보이는 장단점을 素描

해 보고자 한다.

  1. 비례성 원칙의 2단계 적용

우리 헌법재판소는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도와 기본권제한의 강도와 방식에

따라서 앞에서 든 비례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하고 완화된 방식으로 적

용하기도 한다.156)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목적정당성과 수단적합성만을 검토

하면 완화된 비례성 심사이며, 피해의 최소성(피해를 덜 주는 대안이 있는지 여부

를 따지는 심사)과 법익의 균형성까지 고려하면 엄격심사라는 것이다. 전자의 심

972면 이하 참조.

153) 이러한 우려는 독일의 경우 J. Habermas, Fakzitität und Geltung, Frankfurt/M., 4. Aufl., 1994, 310면; I. Maus, Zur Aufklärung der Demokratietheorie, Frankfurt/M., 1994, 315면 이하 참조.

154) 이상돈, 헌법재판과 형법정책, 101면. 이상돈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비례성원칙 을 적용한 사안들의 경우 적합성 논증은 25.7%, 필요성 논증은 23.6%, 법익 균형성 논증은 50.6%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55) 이 점은 이상돈, 헌법재판과 형법정책, 102면 이하에서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156)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명웅, “비례성 원칙의 2단계 심사론”, 헌법논총 제15집(2004), 50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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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04

사에 따르면 입법형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는 반면, 후자의 심사에서는 입법

자의 입법형성의 자유는 보다 더욱 제한된다.157) 우리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엄격

심사를 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를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은 해당 사안과 제한

되는 기본권의 성격,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되는 법원리들(또는 공익)의 성격

에 따라 정해진다. 이는 심사단계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가치평가의 과정이자

모종의 가치평가적 활동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 기본권과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인격권 관련 판례에서

법적 이익형량에서 중요한 경우는 개인들 사이의 권리와 자유가 서로 충돌하

는 때이다. 가령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사이의 충돌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 최고법원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선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대판 1988. 10. 11. 85다카29를 출발점으로 하여 대판 2002. 1. 22. 2000

다37524에서 총괄적으로 정리되고 있는데,158) 대법원의 견해는 정당한 이익형량

을 위한 실질적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이론적 쟁점들을 담고

있어서 명예훼손의 법리뿐만 아니라 이익형량 일반론의 차원에서도 매우 큰 시

사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법리들을 제시하는 대법원의 입장을 간략

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이익형량 일반 기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법원리(법익)와

표현의 자유보장이라는 법원리(법익)가 충돌할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

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

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

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159)

157) “공무담임권의 제한의 경우는 그 직무가 가지는 공익실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그 직무의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기본권의 침해를 야기하지 아니 하는 한 상대적으로 강한 합헌성이 추정될 것이므로, 주로 평등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합리적인 연관성여부가 심사대상이 될 것이며 법익형량에 있어서도 상대적으 로 다소 완화된 심사를 하게 될 것이다(헌재 2002. 10. 31. 2001헌마557).”

158) 아래에서 서술되는 내용은 양창수, 민법연구 제7권, 박영사, 2003, 406면 이하에서 제 시된 견해를 토대로 하였다. 그리고 김재형, “인격권에 관한 판례의 동향”, 민사법학 제27호(2005), 349면 이하 참조.

159) 이는 본문 앞에서 제시하였던 이익형량의 일반기준과 중요도 측정공식들이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 충돌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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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05

②이익형량 시 표현의 자유가 우위성을 가지게 되는 요건: 어떤 표현이 타인

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며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공공성 요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진실성 요건).

③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정도 판정기준 Ⅰ: ㉠ 사적인 인

물에 관한 표현일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이 상대적으로 우선하

고, ㉡ 공적인 인물이나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안의 경우에

는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④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정도 판정기준 Ⅱ: 만일 ㉢ 공적

인 존재가 가지는 국가적,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의 정치적 이념

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인격권에 비해서 그만큼 더 큰 비중을 갖게 되어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 된다.160)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이 구체적 사안에서 갖는 상대적 중요도를 판정하는 기

준으로서, 대법원의 위 입장은 설득력이 있는 지침으로서 이후의 판례와 학설에

의해 승인되어 왔다.161)

또한 헌법재판소(헌재 99. 6. 24. 97헌마265)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

유는 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고 명예보호는 인간의 존엄과 가

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기초가 되는 권리이므로, 이 두 권리를 비교⋅형량하여

어느 쪽이 우위에 서는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적인 헌법적 문제라고 하면서 다

음과 같은 일반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 기준은 앞에서 든 대법원의 판결에서 수

용되기도 하였다.

“언론매체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실정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와

명예보호라는 상반되는 헌법상의 두 권리의 조정과정에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

려하여야 한다.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

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

160) 이는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1964) 판결 이후 발전된 법리들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관해서는 박영선, 언론정보법연구 I, 법문사, 2002, 155면 이하 참조.

161) 판례의 경향과 이론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양창수, 민법연구 제7권, 413면 이하; 양창 수, 민법연구 제8권, 57면 이하(사생활의 보호 또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서 다 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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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06

안인지,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

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실(알 권리)로서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 내용과 방

식에 따라서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공적인 인물과 사인, 공적 관심사안

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공적 인물이 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하는 등 개별사례에서의 이익형량에 따라서 그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공적 영향력이 큰 공적 인물에 관해서나 국가

의 운명과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공공적인 사안에 관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인정받게 된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사실관계의

맥락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적 공공성(민주적 의지)의 형성이라는 공익에 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그만큼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유형적 이익형

량의 기준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사안이 공공적일수록(공익관련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

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일수록 표현의 자유가 인격권에 대하여 갖는 비중은 그

만큼 더 커진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표현내용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서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

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되는 반면, 표현내

용과 무관하게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폭넓은

제한이 가능하다는 일반적 이익형량 기준을 제시한 후,162) 상업광고의 표현의 자

유에 대해서는 ‘완화된 비례성 원칙 심사’를 적용한다.

“상업광고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지만 사상이나 지식에 관한 정치

적, 시민적 표현행위와는 차이가 있고, 한편 직업수행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

하지만 인격발현과 개성신장에 미치는 효과가 중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162) 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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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07

상업광고 규제에 관한 비례의 원칙 심사에 있어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은 같

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달리 덜 제약적인 수단이 없을 것인지 혹은 입법목

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인지를 심사하기 보다는 ‘입법목적

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인지’를 심사하는 정도로 완화되는 것

이 상당하다.”163)

이러한 입장을 자유론과 민주주의이론과 결부시켜 보면, ㉠ 민주주의의 가치실

현에 기여하는 권리들 및 자유들과 ㉡ 개인의 자주성 영역과 관련된 권리들을

보장하는 데 해당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따라서 문제가 되는 표현

행위의 중요도를 판정하는 이익형량이 이루어진다는 좀 더 입체적인 시각을 얻

게 될 것이다.164)

  1. 기본권과 공익의 충돌: 헌법재판소의 재산권 관련 판례에서

법적 이익형량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개인의 권리와 공익이 상호충

돌할 때의 문제이다.165) 우선 ‘공익’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과연 법

적 개념으로서의 유용성이 있는지가 논쟁의 대상이다.166) 나아가서는 설령 공익

개념을 구체화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익을 내세워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손쉽게

제한하는 국가주의적 또는 공익중심적 입장 또한 커다란 문제들을 낳는다.167) 이

러한 점들이 세밀하게 논구되어야 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옆으로 제쳐두고 재산

163) 헌재 2005. 10. 27. 2003헌가3.

164) 가령 미국의 공법학자인 선스틴은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모델을 두 가지로 구분하 면서 양 모델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이익형량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 시하고 있다. 하나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바탕을 둔 ‘시장모델’이며, 다른 하나 는 공화주의에서 핵심적 지위를 가지는 ‘심의민주주의 모델’이다. 선스틴의 견해는 표 현의 자유들이 가지는 중요도를 판단할 때, 문제가 되는 표현의 자유가 공공적 토의 와 이성적 논의라는 가치에 얼마나 필수적인가에 따라서 그 비중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즉 정치철학과 법적 이익형량 사이의 긴밀한 관련성 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C. Sunstein, Democracy and the Problem of Free Speech, New York, 1993, 19면 이하, 130면 이하 참조.

165) 개인의 권리와 공익의 충돌과 관련된 이익형량은 R. Alexy, Recht, Vernunft, Diskurs, 232-261면 참조.

166) 이에 대해서는 김도균,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의 관점에서”, 서울 대학교 법학 제47권 제3호(2006), 155면 이하 참조.

167) 이러한 문제점에 관해서는 제철웅, “사적 자치와 공익의 상호관계”, 서울대학교 법학 제47권 제3호(2006), 121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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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08

권을 제한하는 정당화사유로서 공익을 제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내놓고

있다. 재산권의 제한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3조 제1항과 제2항에 비

추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비례성의 원칙을 재산권의 속성(또는

기능)별로 나누어서 적용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제2항에서 재산권의 공공복리적

합성(사회적 구속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산권과 공익의 비교가

능성이 헌법상 주어졌고 이로부터 양 법원리 사이의 이익형량도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168) 재산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재판소의 선도적 판

결은 다음과 같다.

“재산권에 대한 제한의 허용정도는 재산권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 개개인에 대하여 가지는 의미와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사회전반

에 대하여 가지는 의미가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즉,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지닌 사회적인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정당화된다. 다시 말하면, 특정 재산권의 이용이

나 처분이 그 소유자 개인의 생활영역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일반국민 다수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입법자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

의 재산권을 규제하는 권한을 더욱 폭넓게 가진다.”169)

“기본권의 사회적 연관성이 크면 클수록 기본권을 제한하는 공익의 정당화 정

도도 그만큼 커진다”는 기본권일반적 이익형량기준의 연장선상에서, 선도판결이

후 나온 판결들을 종합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재산권관련 이익형량의

일반원칙>을 제시한다.

①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하지만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는 법

률로 정한다.’고 하여(제23조 제1항) 입법자에게 재산권에 관한 규율권한을 유

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산권을 형성하거나 제한하는 입법에 대한 위헌심사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재량이 고려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산권의 제한에 대하

168) 우리 헌법상 재산권조항의 구조를 독일에서의 논의와 관련하여 깊이 있게 분석한 이 명웅, “헌법 제23조의 구조”, 헌법논총 제11집(2000), 303-348면 참조.

169) 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밑줄과 강조는 첨가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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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09

여는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지닌 사회적인 연관성과 사회적 기

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된다.(헌재 1999.

    1. 94헌바37등) ② 한편 “개별 재산권이 갖는 자유보장적 기능이 강할수

록, 즉 국민 개개인의 자유실현의 물질적 바탕이 되는 정도가 강할수록 그

러한 제한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헌재 1998. 12. 24. 89

헌마214등, 판례집 10-2, 927, 945 참조).”170)

즉 재산권의 보호강도와 중요도 또는 재산권의 제한정도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자주성 보호기능(자유보장적 기

능)의 함수라는 것이다.171) 특히 토지재산권의 경우에는 사회적 연관성과 파급력

이 크므로 토지재산권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가 넓어

진다.172)

170) 헌재 2005. 5. 26. 2004헌가10(밑줄과 강조는 첨가한 것임).

171)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나타난 재산권이론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동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입법자는 재산권관련 입법을 함에 있어서 독일 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1문(사유재산권보장규정)과 제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구속력 규정)을 비례성의 원 칙에 합당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즉 위 두 규정 중 어느 하나를 지나치게 우대 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기속된 사유재산권이라는 헌법이념에 부합하지 않 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특히 1979년 6월 12일에 내려진 이른바 ‘소형정원 판 결’(‘Kleingartenbeschluß’: BVerfGE 52, 1)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소형정원의 임 대차계약 시 임대인의 해지권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소형정원법개정법률’이 위헌인지 여부를 심판하였는데 이 판결에서 동 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재 산권을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사용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은 재산권대상의 사용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의무를 포함하고 있다. 헌법상 재산권보 유자가 감수해야 하고 입법자가 실현해야 할 재산권제한의 정도와 범위는, 무엇보다 도 재산권의 대상이 사회적인 관계와 사회적인 기능 속에 놓여 있는지 여부와 어느 정도로 사회적인 연관성 속에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서 정해져야 한다. 국민들이 타인 의 재산권행사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가 크면 클수록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여지는 그 만큼 넓어진다. 이에 비해서 타인의 재산권행사에 의존하지 않거나 아주 제한된 정도 로만 의존하고 있다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는 그만큼 좁아진다.”

172) 독일의 경우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BVerfGE 21, 73 (82면 이하)에서, 토지의 속성상 “개별소유자들의 자의에 토지사용을 완전히 맡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청을 이 끌어내면서 “공평한 사회질서와 법적 질서를 위해서는 토지에 있어서 공익을 다른 재산적 재화의 경우에서보다는 더욱 강력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설시한다. 토지재산 권에 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대하여 다소 비판적인 입장으로는 정연주, “재 산권보장과 이익형량―헌법재판소의 토지재산권 관련 판례들을 중심으로, 公法硏究 제29집 제3호(2001), 29-6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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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10

재산권이 개인의 자주성의 핵심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면 할수록 엄격한

비례성 심사가, 재산권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완화된 비례성 심사가 이

루어져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깊이 있게 분석되어야 할 연구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즉 재산권제한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재산권에 대한 철학적

견해들을 검토하고 법학적 재산권이론들을 분석한 후에야 비로소 재산권과 공공

복리 사이의, 재산권의 자유보장적 기능과 사회적 연관성(공공복리적합성) 사이의

이익형량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173) 이러한

평가가 이루어질 때 위에서 들었던 중요도 측정공식들을 재산권영역에 적용하여

재산권영역에 특수한 이익형량기준들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관해

서는 별도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 일면적인 양적 비례성주의의 극복과 질적 이익형량방법론의 모색

좁은 의미의 비례성 원칙, 즉 법익균형성의 원칙은 다음과 같은 요청을 내용으

로 하고 있다.

“선택지로서 제시된 여러 행위/규칙들 각자가 내세우는 이익과 해악을 비교한

후에, 그 어떤 대안들보다도 발생할 해악에 대하여 보다 우월한 이익의 비율을

낳을 것이라고 평가된 행위/규칙을 선택하라!”174)

이때 이익과 해악 사이의 ‘보다 우월한 비율’(better proportion)을 양적인 관점

에서 판단하면 ‘(定)量的 비례성주의’(quantitative proportionalism)가 될 것이다.

‘양적 비례성주의’를 요약한다면 ‘순이익을 최대화하라’ 또는 ‘순해악을 최소화하

라’는 요청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나은 결과

를 낳을 행위/규범을 선택하라!’는 序數的 최대화(ordinal maximization)의 요청으

로 정식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발생할 이익과 해악의 수치를 각각 정확하게 양적

173) 철학적 분석과 권리이론적 분석을 결합한 문헌들로 L. Becker, Property Rights: Philosophic Foundations, London, 1977; S. Munzer, A Theory of Property, Cambridge, 1990; J. Waldron, The Right to Private Property, Oxford, 1988 등 참조.

174) 이 요청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J. Finnis, Fundamentals of Ethics, 86-87면 참조: “Compare the benefits and harms promised by alternative possible choices (whether the choice be of commitment to rules or ways of life, or of a one-off action), and make that choice which promises to yield a better proportion of benefit to harm than any available alternative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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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11

으로 매겨서 계산하는 것(cardinal computation)은 불가능하겠지만175), 적어도 여러

선택지들을 비교하여 어떤 한 선택지의 결과가 다른 선택지들의 결과들보다 ‘더

낫다’거나 ‘더 못하다’거나 ‘동등하다’거나 하는 비교판단(ordinal computation)은

가능하다는 것이 양적 비례성주의의 근본전제이다.

‘좁은 의미의 비례성 원칙’(법익균형성) 원칙에 바탕을 둔 비례성주의 자체는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실현되어야 할 가치와 보호되어야 할 가치의 중요도, 그

리고 발생한 해악의 비중을 측정하기 위한 실질적 평가기준을 도입하지 않은

채 마치 각각의 법원리들이 낳는 비용과 편익이 자동적으로 계량될 수 있는 것

처럼 가정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논증방식 상으로는 형식적인 이익형량

을 하면서 암묵적으로는 이미 그리고 배후에서 실질적 기준을 가동시켜 이익형량

을 한다면, “이익형량은 ‘주관적 윤리관을 끌어들인 비합리적 직관적 판단’에 불

과하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익형량을 둘러싼 투쟁(der Kampf um

die Abwägung)에서는 각자의 실질적 논거들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공공적 논증과

정 속에서 충돌하는 가치들 또는 법원리의 상대적 비중을 보다 설득력 있는 실

질적 논거들로써 측정하는 이익형량이 승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형량의 기준들을 도입하되 형량회의론을 극복할 방안이 있

는 것일까? 필자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도덕철학적 또는 정치철학적 견해에서

출발하여 입헌민주적 사회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속성에 대한 규범적 견해, 개

인의 행복과 권리와 자유의 본질 등에 대한 이론, 사회정의론 및 민주주의론에

비추어서 비교되어야 할 가치들의 비중과 해악들의 중대성들을 평가한 후, 경험

적 탐구를 통하여 그 비교⋅형량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이익형량의 방법을 ‘질적

이익형량 방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176) 즉 ‘질적 이익형량’이란 규범적 가치형

량과 경험적 탐구가 결합된 이익형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질적 이익형량 방법’(eine qualitative Abwägungsmethode)은 가능할까?177) 차후의

175) 이준일, 법학입문, 박영사, 2004, 194면 참조. 그리고 B. Schlink, Abwägung im Verfassungsrecht, 136면 이하 참조. 또한 이명웅, “비례의 원칙의 2단계심사론”, 515 면 참조.

176) 질적 이익형량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J. Waldron, Liberal Rights, Oxford, 1993, 215- 224면 참조; A. Marmor, “On the Limits of Rights”, Law and Philosophy 16 (1997), 9면 이하 참조.

177) 질적 이익형량의 방법을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극복하여야 할 반론은 가치들의 질적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비교불가능성 논변’이다. 비교불가능성 논변은 이익형량 자체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가치형량 또는 이익형량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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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12

과제는 앞에서 설명했던 형식적 이익형량의 법칙들과 중요도 측정공식들과 함께

실질적인 정치철학적 견해들을 이익형량과정에 도입시켜 실질적이면서도 합리적

인 이익형량모델을 정교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Ⅴ. 결 론

  1. 다양한 이익형량 모델들의 검토와 비교

지금까지 설명한 바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첫째, 법해석은 이익형량과 포

섭추론의 이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이익형량추론은 일정정도의 실질

적 가치평가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 Lebach판

결, 우리 최고법원들의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인격권관련 판결, 재산권관련 판결

에서 보면 정치철학적 가치들과 판단들(개인의 자주성 보장과 사회국가원리 등)

이 법원리들간의 비중을 측정하는 실질적 논거들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제 우리 최고법원들의 이익형량추론을 좀 더 개별적인 판결을 대상으로 하여 논

리적으로 분석한 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정치철학적 가치판단들을 추출하여 그

의 계보의 뿌리는 깊다. 이익형량회의론이 생겨나는 이유는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 비교불가능성(incomparability) 또는 通約不可能性(incommensurability)이 존재한다는 문 제 때문이다. 가치판단 또는 실천적 판단에서 충돌하는 가치들 또는 행위선택지들이 비교가능하다(comparable) 함은 해당 가치들 사이에서 “…보다 못하다”(worse than), “…보다 낫다(좋다)”(better than), “…와 같다”(equally good)는 판단 중 어느 하나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를 이른다. 이에 반해서 가치들 또는 행위선택지들이 비교불가능 하다(incomparable) 함은 위 세 가지 비교판단을 전혀 적용할 수 없는 경우이다. 즉 가치들을 비교하거나 행위선택지들을 비교하여 ‘…보다 낫다’라거나 ‘…보다 못하다’ 또는 ‘동등한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尺度 또는 공통의 측정규준이 없는 상태’(the absence of a scale or common metric)를 두고 우리는 비교불가능성 또는 통약불가능성을 말한다. 비교불가능성 또는 통약불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고찰로는 R. Chang, “Introduction”, in: R. Chang (ed.), Incommensurability, Incomparability, and Practical Reason, 1면 이하 참조. 그리고 비교불가능성 또는 통약불가능성이 법적 추 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1998년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Vol. 146에 실린 Symposium Law and Incommensurability를 참조. 통약불가 능성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설명하면서 비교불가능성 개념과의 연관성을 해명하는 유용 한 문헌으로는 M. Adler, “Law and Incommensurability: Introduc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Vol. 146 (1998), 1169면 이하 참조. 가치간의 비교불가능 성 문제와 이익형량의 합리성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차후의 연구과제로 남겨두 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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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13

논거로 제시된 규범들이 정당한지 여부를 고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상 이익형량을 할 때 상충하는 이익들의 비중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이익실현 최대화 기준’(Maximierungsmaßstab)이다.178) 이러한 점 때문에 공리주

의적 이익형량 모델이나 법경제학적 이익형량 모델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

로 와 닿는다. 그러나 ‘양적’ 비례성주의에 입각한 이익형량 모델들과는 다른 이

익형량 모델도 가능할 것이다.179) 이를테면 평등지향적 이익형량 모델180)도 가능

하다는 것이다.

  1. 가치다원주의와 이익형량의 난제

알렉시는 이익형량판단이 곤경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

명하고 있다.181) 첫째, 앞에서 다루었던 ‘이익형량의 교착상태’(Abwägungspatt)이

다.182) 둘째, 한 법원리를 침해(제한)하는 사유(즉 충돌하는 다른 법원리)의 중

요도나 침해강도에 대하여 근본적인 불일치(ein fundamentaler Streit über die

Eingriffsintensität oder das Gewicht der Eingriffsgründe)가 있는 경우이다.183) 좋

은 의미의 안정성을 달성하려 한다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정한 협동체계로

178) W. Enderlein, Abwägung in Recht und Moral, 77면.

179) 최근 후생경제학적 관점에서 질적 이익형량 모델을 가공하려는 시도들이 보이는데 가령 L. Kaplow/S. Shavell, Fairness versus Welfare, Cambridge/Mass./London, 2002 참조.

180) A. Somek, “Eine egalitäre Alternative zur Güterabwägung”, in: B. Schilcher/P. Koller (hg.), Regeln, Prinzipien und Elemente im System des Rechts, 193-220면 참조. 드워킨 의 저술들은 이러한 평등지향적인 질적 이익형량방법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 각한다. 드워킨의 실질적 이익형량론(‘강한 법원리주의’)에 대한 회의적 입장은 R. Alexy, “Rechtsregeln und Rechtsprinzipien”, 227면 이하 참조.

181) R. Alexy, “Kollision und Abwägung als Grundprobleme der Grundrechtsdogmatik”, 205면 이하 참조.

182) 알렉시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익형량의 교착상태는 한 법원리에 대한 침해의 강 도가 경미하면서 동시에 침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비중(중요도) 역시 경미한 경우에, 또는 중간단계의 법원리 침해에 대하여 역시 중간단계의 비중을 갖는 정당화사유가 존재할 뿐인 경우에 발생한다. 가장 어려운 이익형량의 교착상태는 법원리침해가 매 우 중대하면서 동시에 그 침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요도도 역시 매우 큰 경우이 다(위의 논문, 205면).”

183) 이는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도덕/정치)철학적 견해들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가령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 태아를 낙태하는 행위가 인간생명의 보호를 얼마나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인지는 태아의 지위를 평가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도덕철학적 견해 들에 따라서 달라진다. R. Alexy, “Kollision und Abwägung als Grundprobleme der Grundrechtsdogmatik”, 20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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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度 均 [서울대학교 法學 제48권 제2호 : 31~115 114

서 한 정치적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 반드시 일정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중요한 공공적 사안들(이른바 ‘헌법상의 핵심사안들과 기본적 정의의 사안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치다원주의 사회로 전환되어 갈수록 세계관, 종교관, 철학적 견

해들 사이의 심원한 불일치(profound disagreement)는 더 깊어갈 것인데, 과연 법

적 이익형량의 차원에서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할 만한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이는 가치다원주의 사회에서 과연 공공적 정당화가 가능한가라는 관점에서 법적

이익형량을 다룰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합리적 이익형량론의 미래는 이 문제

에 대한 답에 달려 있는 것 같다.184)

주제어: 이익형량, 법적 삼단논법, 법원리, 확정적 법규범, 비례성 원칙, 중요도측

정 공식, 질적 이익형량

184) 이러한 점에서 롤즈가 그의 저서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개진한 ‘정치적 구성주의’ (political constructivism)를 법적 이익형량의 모델로 가공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생 각한다. 롤즈의 이론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다양한 정의원리들 사이의 형량모델로 가공 해본 문헌으로는 N. Jansen, Die Struktur der Gerechtigkeit, Baden-Baden, 199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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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문제 115

Die Struktur und Begründung der Abwägung im Recht

185)Dokyun Kim *

Der vorliegende Aufsatz behandelt das Thema der Abwägung im Recht,

insbesondere die Struktur und Begründung der Abwägung in rechtlichen

Entscheidungssituationen. Die Abwägung als Methode der Rechtsgewinnung ist

ubiquitär in allen Rechtsgebieten. In neuerer Zeit werden die Versuche unternommen,

die insbesondere von Robert Alexy gegebene Fundierung der grundrechtlichen

Abwägungslehre mit Hilfe der Unterscheidung zwischen Rechtsregeln und

Rechtsprinzipien für alle Rechtsgebieten fruchtbar zu machen.

Im ersten Teil des vorliegenden Aufsatzes geht es darum, die Diskussion über

die Unterscheidung zwischen Regeln und Prinzipien aufzugreifen. Ferner soll es

der Frage nach dem Verhältnis zwischen dem juristischen Syllogismus und der

Abwägung nachgegangen werden. Der zweite Teil befaßt sich mit der Struktur

der Abwägung und setzt sich mit der Frage nach der Begründung der Abwägung

auseinander. Im dritten Teil es handelt sich hauptsächlich darum, die von Robert

Alexy ausgearbeiteten Gewichtungformeln auf die Entscheidungen vom koreanischen

Vergassungsgericht anzuwenden. Im vierten Teil geht es schließlich darum, die

Notwendigkeit und Möglichkeit einer qualitativen Abwägungsmethode zu diskutieren.

Schlüsselwörter: Abwägung, juristischer Syllogismus, Rechtprinzpien, Rechtsregeln,

der Verhältnismäßigkeitsgrundsatz, die Gewichtungsformel, eine

qualitative Abwägung

  • Associate Professor, College of Law, Seoul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