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04
원본 파일:
박정훈,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04.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1페이지
195
〈특 집〉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
1)ㅇ
朴 正 勳 **
Ⅰ. 序說
- 問題의 提起
현재 우리나라에는 행정소송법과 행정절차법의 개혁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가 2002년 대법원에 설치되었고, 행정절차법 개정위
원회가 2000년 정부(행정자치부)에 설치되었다. 특히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는
현재 본격적으로 가동 중인데, 三週마다 회의를 개최하여 지금까지 여섯 차례 회
의를 가졌다(본고가 처음 발표된 2002. 10. 당시를 기준으로 함). 행정절차법과
행정소송법 양 법영역에 관하여 개혁에 관한 찬반 의견이 주장되고 있으나, 한
쪽 영역의 개혁이 다른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행정소송 또는 행정절차 어느 한 영역만을 중시하고 다른 영역
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한편으로 독일의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여부 또는 행정소송에서의 처분
사유의 추가․변경의 확대 허용 여부를 논의하면서 단지 시민의 권리구제의의
편의와 이를 위한 행정재판권의 확대라는 관점, 한 마디로 말해, 소송경제만이
중시되고 있다. 이것이 행정절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문
제삼고 있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행정절차에서 이유제시와 의견제출․청문의
강화가 오직 시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장되거나 단지 행정의 효율성을
- 이 논문은 2002년 10월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 백주년 기념관 소강당에서 개최되 었던 서울법대와 프라이부르크 법대 간의 공동심포지움(Symposium zwischen den juristischen Fakultäten der Uni Freiburg und Seoul)에서 발표된 것을 수정․가필 한 것이다. ** 서울大學校 法科大學 副敎授
2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196
근거로 반대되고 있을 뿐, 행정절차의 강화를 통해 행정청이 행정소송에서 어떠
한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것인가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행정소송과 행정절차는 서로 분리하여 고찰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자
는 기능적으로 관련된 상호관련적 절차로서, 입법자가 대부분 먼저 단지 추상적
으로 그리고 그 대강의 형태로만 행정법을 정립하면, 이를 구체화하고 내용적으
로 완성하는 것은 위 양 절차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행정소송법과 행
정절차법이 상호관련적 관계라는 점을 자각하고, 그렇다면 양자의 바람직한 기능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관해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본고
의 목적이다.
- 多元的 法比較의 必要性
未知의 한 점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미 알고 있는 두 개의 점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하학의 진리이다. 茫茫大海에 표류하며 단지 나침반만으로 자
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여야 하는 船員을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법학, 특히
행정법학은 서양법 계수라는 망망대해에서 지금까지 단 하나의 점만을 지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독일법, 아니면 영미법, 또는 프랑스법이 그것이다. 한
편으로, 특히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독일법의 요소들 ― 예컨대 의무이행소송―
을 대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로 행정절차와 관련
하여, 영미법의 요소들 ― 특히 절차적 하자는 행정소송 단계에서 치유될 수 없
으며 또한 원칙적으로 독립된 취소사유가 된다는 점―을 폭넓게 도입하자고 주
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들은 통상 양 법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밝혀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행정법은 그동안, 1948년 이후 반세기 동안, 행정소송법과
행정절차법을 포함하여 많은 주요 법률들이 제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판례와 실
무가 어느 정도 확립됨으로써 “한국 행정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
여 왔다. 따라서 이제 한 나라로부터의 일방적 법계수만을 주장하는 것으로 만족
할 수 없다. 우리의 주체적 입장에서 다원적 내지 다방면의 법비교가 이루어짐으
로써, 독일법․프랑스법․영미법 ― 필요하면 일본법, 중국법, 기타 국가의 법까
지도―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선택할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우리의 진정한 한국 행정법을 이룩할 수 있
다. 법, 특히 행정법은 근본적으로 지배적 이념들과 더불어 정치․문화적 역사,
3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197
Würtenberger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1) 時代精神(Zeitgeist)에 의해 생성된다. 독
일법, 영미법 및 프랑스법 또한 각각 자기들의 시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
비교를 위해 우리는 이들 나라의 행정법을 그 역사적․이념적 배경과 함께 더욱
세밀히 배워야 할 것이지만, 그 배경들은 모두 우리의 것과 같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이 세 개의 행정법의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나라의 것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와 현재의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되고
따라서 우리의 법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가
려내는 일이다.
이러한 다원적 법비교는 오늘날 유럽통합으로 인해 우리에게 예전에 비해 더
욱 필수불가결하고도 용이한 작업이 되었다. 즉, 유럽 행정법을 형성함에 있어
독일법, 프랑스법과 영국법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어느 한 쪽에 대
한 일방적 지향이 무의미하게 되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이러한 경쟁상황이 다
원적 법비교를 위한 좋은 소재들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적 법비
교가 가장 필요한 주제에 속하는 것이 바로 본고의 주제인 행정소송과 행정절차
의 관계이다. 이러한 법비교가 본고의 기본적 연구방법이다.
- 考察의 順序
먼저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제인 실체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다룬다(Ⅱ.). 다음으로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관계를 결정하는 네 가지 접점문제를 차례로 고찰한다(Ⅲ.). 즉, 절차적 하자의
치유(1.), 절차적 하자의 독립적 취소사유 여부(2.), 취소소송에 있어 違法判斷 基
準時(3.) 및 처분사유의 추가․변경(4.)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행정재판제
도의 개혁 논의에서 도입 여부가 주요쟁점이 되고 있는 의무이행소송의 문제를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Ⅳ.). 이 문제에 관해
위 네 가지 접점문제들이 종합적으로 다시 고찰된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는 대신에 거부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제한된다는 종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판단기준시와 처분사유(즉, 거부사유)의 추가․변경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
으면 아니 된다.
1) Thomas Würtenberger, Zeitgeist und Recht. 2.Aufl., Tübingen 1991.
4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198
각 쟁점마다 우선 독일법, 프랑스법 및 영미법의 비교를 개관한 다음 우리나라
법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개혁의 방향을 제안하기로 한다.2)
Ⅱ. 實體的 正當性과 節次的 正當性
- 法比較
(1) 槪觀
전체적인 법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을 분배
하는 선은 도식적으로 말해 독일의 그것이 행정소송에 가장 가깝게 그어져 있음
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순서로 점차 행정절차에 가깝게 그
어진다. 이러한 평가의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 개개의 접점문제를 고찰하면서 설
명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차이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써 설
명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로 한다. 즉, 독일은 법치국가(Rechtsstaat), 프랑스
는 법률국가(l’état de la loi), 영국은 법의 지배(rule of law), 미국은 법의 적정절
차(due process of law).
(2) 독일 ― 法治國家(Rechtsstaat)
법치국가라는 독일의 관념은 오늘 Würtenberger교수가 주제발표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시피,3) 법의 실체적 정당성 이념에 근거하고 있다. 이 이념은 18세
기 이후 독일의 정치적 발전의 한 산물로서,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자연법 내지 이성법 그리고 법관국가(Richterstaat)를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그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법 하에서 제19조 제4항이 규정하는 포괄
적 권리구제에 의거하여 행정소송에서의 강력한 심사강도로 연결되었는데, 나치
불법국가에 대한 반작용의 하나로도 이해할 수 있다.
2) 법비교에 있어 유럽의 법률가들은 미국 행정법을 제외시킬 수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법률가들은 오늘날 미국법이 한국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미국법에 대한 개관은 필수불가결하다. 1977/1981년 영국의 행정재판제도 개혁으로 인 해 이제 영국 행정법과 미국 행정법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3) Thomas Würtenberger, “Das Verhältnis zwischen Verwaltungsprozeßrecht und Verwal- tungsverfahrensrecht,” II.장 참조.
5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199
또한 이러한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에 대한 보완책의 하나로 독일에 특유한 행
정법의 주관화(권리화)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국가권력을 민주적으로 통
제하기보다는 法廷에서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의 주관적 공권이 주장되었다. 나아
가 행정절차가 무시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행정이 법치국가의 구성부분으로서
그 자체 법적인 것으로 파악되지 아니하고 단지 법치국가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사실적 권력으로 이해되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법의 관점
에서는 행정결정이라는 마지막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고, 그 결정이 어떠한 절차
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3) 프랑스 ― 法律國家(l’état de la loi)
법률국가라는 프랑스의 관념은 프랑스에서 일찍이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함으
로써 의회가 우월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다.
일반의지로서의 법률(la loi comme volonté générale)이 그것이다. 법관은 「법률을
말하는 입」(la bouche, qui prononce les paroles de la loi)4)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법의 실체적 정당성이 법관에 의해 확정되는, 독일식의 법치국가로 발전하는 것
은 프랑스에서는 원래부터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사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행
정재판권, 즉 꽁세유․데따는 비교적 높은 지위를 차지하였다. 같은 행정부에 속
하지만 행정활동을 하는 부서와 행정재판소 사이에 권력분립이 매우 강조되었는
데, 이로 인해 행정의 제1차적 판단권(décision préalable)이 존중되게 되었다. 또
한 행정재판의 기능은 일차적으로 행정에 대한 객관적 법적 통제로 이해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프랑스에서는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분배선은 독일
에서처럼 극단적으로 행정소송 방향으로 그어진 것이 아니라, 행정절차 방향으로
한 걸음 옮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그 本鄕인 합리주의로 말미
암아 법의 실체적 정당성이 영국에서와 같이 절차적 정당성으로 해소되지 않고
실체적 정당성에 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었다. 여기에서 프랑스에서, 개별법률
을 통해 행정절차, 특히 이유제시가 규율되고는 있지만, 아직 행정절차에 관한
일반법률이 제정되고 있지 아니하는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4) Montesquieu, De l'esprit des lois, livre XI. chap. 6.
6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00
(4) 영국 ― 法의 支配(rule of law)
법의 지배라는 영국의 관념은 법의 실현에 관한 一般法院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논리적 결과로서 행정사건에 대해서도 일반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다. 이로써 독일에서와 같은 법관국가로서 발전할 수도 있
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될 필요가 없었으며, 다른 한편으로 議會主權(parliamentary sovereignty), 그리고
경험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일체의 실체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經驗主義로 인해
그렇게 발전할 수도 없었다.
영국이 행정절차를 강하게 지향하게 된 결정적인 역사적 이유는 행정활동이
전통적으로 일종의 司法的 활동으로 이해되었고 따라서 행정청도 하급법원의 일
종으로 파악되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법원은 행정결정을 마치 상
고심이 하급법원의 판결을 검토하듯이 심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또한 법원
의 심사대상이 행정결정의 법적 하자(errors of law)에 한정되게 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취소사유(권한유월 ultra vires)는 1940년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좁게 단지 추상적 권한의 흠결의 경우에만 인정되었다. 1964년의 Ridge v.
Baldwin 판결 이후 비로소 절차적 하자, 특히 청문의 흠결이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에 대한 위반으로서 행정결정의 취소사유가 되었다. 1968년 Anisminic v.
Foreign Compensation Commission 판결 이후 실체적 위법성을 포함하여 모든 법
적인 하자가 권한유월로 인정되고 따라서 취소사유가 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영국이 절차를 강하게 지향하게 된 것은 취소사유를 확대하기 위한 노
력의 일환으로 절차적 하자가 가장 손쉽게 동원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약한 법원의 심사강도에 대한 하나의 보완
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1977/1981년 행정재판제도의 개혁 이후
법원의 심사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조금씩 변하고 있다.
(5) 미국 ― 法의 適正節次(due process of law)
법의 적정절차라는 미국의 관념은 행정법에 있어 특히 실체적 내용의 기본권
들이 행정활동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에 큰 중요한 의미
를 갖는다. 다시 말해, 헌법 차원에서 법의 적정절차 위반이 행정활동에 대한 유
일한 심사척도가 된다. 법의 “적정절차”와 법의 “지배”라는 용어의 차이에서 상
징적으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분배선은, 미국 행
7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1
정법이 영국의 전통에 의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법보다 한 걸음 더 행정
절차 쪽으로 나아가 그어져 있다.
미국의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APA)은 이미 1946년에 제정
되었는데, 실체적 위법성(재량권 남용 기타 법의 위반, 헌법상 권리의 침해, 실질
적 증거의 흠결 등)과 더불어 절차적 하자를 독자적인 취소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U.S.C. § 706(2)(D)]. 이와 같이 행정절차가 매우 중시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행정에 대한 특유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행정의 조직과 임무는 거의 대
부분 개별 법률에 의해 부여되는데, 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원래 법
원에 속하는 것으로서, 입법자에 의해 ― 역시 당해 법률에 의해 설치된― 행정
기관(agency)에게 위임된 것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권한을 부여받은
행정은 그 권한을 가능한 한 재판절차에서와 유사하게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러한 의미로 행정의 ‘準司法權’(quasi-judicial power)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
다.5)
그리하여 법원의 심사는 원칙적으로 당해 결정을 위해 행정청이 작성한 기록
의 검토에 한정된다(기록에 의거한 제한된 심사; restricted review on the record).
따라서 이러한 심사에서 절차적 하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상
술한 바와 같이 이는 영국의 상황과 비슷한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사법권이 행정
청에게 위임되었다는 관념으로 인해 절차적 정당성이 최고도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6) 小結
세계화, 특히 유럽통합으로 인해 상술한 네 개 나라의 법질서의 차이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늘날 헌법재판권(Conseil constitutionell)의 강화와
더불어 오늘날 “법률국가” 대신에 “법의 국가”(l’état de droit)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6) 영국의 행정재판도 현재 유럽대륙의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는데, 특히 행
정재판(사법심사청구, application for judicial review, 2000년 10월부터는 claim
5) Breyer/Stewart, Administrative Law and Regulatory Policy. 3.ed., 1992, pp.41-66; Schwartz, Administrative Law. 3.ed., 1991, § 2.18 (pp.74-76); Black’s Law Dictionary. 7.ed., 1999, p.1258 (quasi-judicial), p.1190 (power, quasi-judicial power) 참조.
6) 예컨대, Jacques Chevalier, L'État de droit. 3 e éd., Paris 1999; André Barilari, L'État de droit. réflexion sur les limites du juridisme, Paris 2000; Luc Heuschling, État de droit. Rechtsstaat. Rule of Law, Paris 2002.
8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02
for judicial review로 개칭)에 대한 제1심 법원의 전문화와 그 관할 결정을 위한
공법과 사법의 구별이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이상의 법비교를 통해 우리에게 소중한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즉, 독
일법에서는 행정의 실체적 적법성을 심사하고자 하는 법원의 책임의식, 프랑스법
에서는 행정에 대한 객관적 통제로서의 행정소송의 기능, 영미법에서는 행정절차
를 재판절차와 대등한 법적 절차로 이해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 우리나라 법
(1)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소송법이 1951년, 그러니까 정부 수립 후 3년만에 제정되
어 시행되었음에 반해, 행정절차법은 1998년 비로소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미
1975년에 행정절차법을 위한 정부초안이 작성된 적이 있는데, 입법되지 않았다.
1987년 또 다시 정부초안이 이번에는 입법예고까지 되었으나 역시 입법되지 못
하였다. 그 대신에 1989년 행정절차에 관한 국무총리 훈령(행정규칙)이 발령되어
특히 이유제시와 청문(의견제출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 이하 같음)이 규율되게
되었다.7)
특히 강조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행정절차법의 제정 역사는 동법의 제정이 20
여년 동안, 역시 독재시절(1972-1987)에도, 국가의 민주화 개혁의 일환으로 요청
되어 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6월 명예혁명(1987년) 직후 상술한 바와 같이
행정절차에 관한 규율들이 비록 행정규칙의 형태로나마 실시되기 시작하였다. 그
입법은 10년 후에 이루어졌지만. 다시 말해, 행정절차법은 민주화 투쟁의 성과의
하나이다. 행정절차법을 고찰함에 있어 이를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행정절차법은 의도적으로 절차적 하자의 치유와 독립취소 가능성에 관한 명시
적 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판례와 학설에 맡기고 있다. 행정소송법에도 그에 관
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 위법판단 기준시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관해서도
물론 그러하다. 아래에서 상론하다시피, 판례에 의하면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시
되고 있는데, 절차적 하자가 기속행위․재량행위를 불문하고 행정소송에서 (심지
어 행정심판에서도) 치유 불가능하고, 사전통지, 청문 및 이유제시에 관한 절차적
하자들은 독립취소사유가 된다. 또한 처분시가 예외 없이 위법판단 기준시가 되
7) 우리나라 행정절차법의 연혁에 관하여, 오준근, 행정절차법, 1998, p.41 이하 참조.
9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3
고,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2) 평가
상술한 바에 의하면, 일견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유사하게, 아니 미국보
다 더욱 더,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분배선이 행정절차 쪽으로 기울어져 그
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절차적 하자를 엄격하게 취급하는 것은, 필
자의 사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행정절차의 기능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는, 실제적으로 행정결정을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취소하게 되면 법원이나 원고
에게 좋은 일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법원은
손쉽게 무거운 업무부담을 덜어서 좋고, 원고는 처분의 유예효과, 즉 형벌, 과태
료 또는 가산금 등 이행강제금을 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절차적 하자를 엄격하게 취급함으로써 절차적 요건을 무시한
공무원에 대한 징벌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경향과 그로 인한 법원의 부담경감, 권리구제적 효과 및 공무원
에 대한 징벌적 효과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다음
네 가지 점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절차적 하자의 문제 그리고 위법판단 기준시 및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의 문제는 법원의 부담경감 또는 원고의 이익, 또는 공무원에 징벌적 효과의 관
점에서만 고찰될 수 없고 이를 넘어 전체 국가기능의 구조 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자각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적 역량으로써 독재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하여 왔고 1987년 6월 명예혁명을 성공시켰으며 지금까지 착실히 민주화를
이룩하여 왔음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그리하여 행정절차는 참여적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발전되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구체적인 행정소송과 행정절차 사이의 접점문제들이 고찰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법원의 부담경감이 행정의 법률적합성과 적법성을 감독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아니 된다. 우리나라 법관의 數的 不足으로 말미
암아 법관의 부담경감 문제가 법정책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8) 그러나 우리
8)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약 4,500만명인데 전체 법관수는 약 2,000명이다. 제1심 전문 법원인 행정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행정사건(조세 및 사회보장사건을 포함)(그러나 국 가배상 및 공법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사건은 제외, 이는 민사사건에 속함)에 종사하는 법관수는 약 100명이며, 2001년 전체 행정사건수는 약 12,000건이다.
10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04
나라에서는 아직 행정의 실체적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독일이 나찌불법체제를 경험한
것 같이, 불과 15년 전까지 독재를 경험하였다. 이를 결코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독재 경험에 비추어 우리는 법의 실체적 정당성에 대한 일정한 정도의
신뢰를 포기할 수 없다. 이 점이 바로 너무 행정절차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기능
분배선을 약간 반대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는 근거이다.
셋째, 기속행위의 경우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하여 침익처분이 취소됨으로써
원고가 갖는 유예적 효과가 과연 보호가치 있는 것인지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Bürtenberger교수가 오늘 주제발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9) 독일에서는 단지 절차
적 하자만을 이유로 기속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 간주되고 있
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결과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
다면 위와 같은 유예적 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권리남용이 되느냐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유제시와 청문에 관한 주관적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권리남용이
긍정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당해 행정행위
를 준수할 의무를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 권리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만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남용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은 기속행위의 경우에도 청문이나 이유제시 없이 내려진 행정행위에 대
해서는 그 준수의무를 면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절차적 보
장의 관점에서 이러한 권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넷째, 행정절차의 중시는 반드시 행정책임의 제고로 연결되어야 한다. 행정절차
의 중시가 행정결정의 실체적 정당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로 남용되어서
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결과, 행정은 행정절차를 통해 여러 개의 중요한 처분사유를 발견하였음에도 가
장 확실한 것 하나만을 제시할 위험이 있다. 그 처분사유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또는 이유제시가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행정결정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된 연후에
비로소 다시 행정절차를 ― 완전히 형식으로― 거친 다음 이번에도 그 다음으로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 처분사유 하나만을 제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식으
로 행정절차가 수차 반복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9) Würtenberger, a.a.O., Fußnote 43.
11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5
Ⅲ. 네 개의 接點問題
- 節次的 瑕疵의 治癒(Heilung des Verfahrensfehlers)
(1) 法比較
독일법에서는 Bürtenberger교수가 오늘 주제발표에서 밝히고 있듯이, 청문과
이유제시의 흠결의 치유가 제한 없이, 특히 시간적 제한 없이, 즉 상고심의 구두
변론 종결시까지 허용된다. 이에 따라 행정청은 행정절차에서 청문이나 이유제시
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속행위이든 재량행위이든 불문하고 소송절차에서 이를
추완할 수 있게 됨으로써 행정절차의 독자적 의미는 말하자면 零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프랑스 판례에 따르면, 행정소송에서 절차적 하자의 치유(régularisation ou
couverture d’un vice de procédure)는 개별적인 예외 사안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이유제시의 흠결에 관해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부분 이러한 원칙의 근거로서,
행정행위의 법적 효과는 소급될 수 없다는 원칙(principe de non-rétroactivité de
l’acte administratif)이 제시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으면 행정절차의 의미가
상실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제시되기도 한다.10)
영국의 판례는 절차적 하자의 치유(curing procedural unfairness)를 단지 행정심
판절차(appeal to tribunals)에서만 허용하고 재판절차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11)
이는 행정심판절차의 보완적 성격, 달리 말해, 행정의 자기통제적 기능에 의거하
는 것이다.
미국의 판례나 문헌에서는 절차적 하자의 치유에 관한 판례나 설명을 찾기 어
렵다. 그 이유는 행정소송이 주로 행정절차법(APA)상 네 가지 종류의 절차 ―for-
mal/informal rulemaking, formal/informal adjudication ―에 관해 규정되어 있는 절차
적 요건의 준수 여부를 심사하는 기능을 갖는 것으로서, 소송에서의 절차적 하자
10) Auby/Drago, Traité des recours en matière administrative, Paris 1992, p.400 (n o 246); Chapus, Droit administratif général. Tome 1. 14 e éd., 2000, n o 1318; Clemens Laden- burger, Verfahrensfehlerfolgen im französischen und im deutschen Verwaltungsrecht, Berlin 1999, S.13 ff. 참조.
11) Michael Fordham, Judicial Review Handbook. 3.ed., Oxford 2001, no. 36.4 (pp.585- 588); Daniel Bergner, Grundrechtsschutz durch Verfahren. Eine rechtsvergleichende Untersuchung des deutschen und britischen Verwaltungsverfahrensrechts, München 1998, S.280-287 참조.
12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06
의 치유라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12)
(2) 우리나라 법
행정절차법이나 행정소송법에 절차적 하자의 치유에 관한 규정이 없다. 행정절
차법 시행 훨씬 이전의 판례에 의하면, 이유제시의 하자는 행정심판 제기 이전에
만 치유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13) 그리해야만 쟁송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판례14)와 통설은 동일한 입장
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법에 의하면 이유제시와 청문의 흠결은 행정소송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행정심판 단계에서부터 이미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는 행정심판이 행정의 자기통제를 위한 절차라기보
다는 권리구제 절차로서 이해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상술한 법비교에 비추어 이는 너무 극단적인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심판이 권리구제 기능과 더불어 행정절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
하여 절차적 하자의 치유의 가능성을 행정심판 단계에서는 인정할 것이 요청된
다. 반면에 행정소송 단계에서의 치유 불가능성은 전적으로 찬성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참여 민주주의의 광장으로서의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그러
하다.
- 節次的 瑕疵에 의거한 獨立取消 可能性(Beachtlichkeit des Verfahresfehlers)
(1) 法比較
독일법에 의하면, 절차, 형식 또는 지역관할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그
위반이 행정결정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명백한 때에는 그 위반만을
이유로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행정절차법 제46조). 이에 따르면 대체
불가능성,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위법성 사이에 인과관계
가 없다는 것이 절차적 하자의 독립취소 불가능성의 본질적 판단기준이 된다. 재
량행위, 판단여지 및 계획재량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다른 내용의 결정이 내려질
12) 이에 관하여 특히 Pierce/Shapiro/Verkuil, Administrative Law and Process. 2.ed., New York 1992, pp.204-330 참조.
13) 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누393 판결.
14) 특히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9390 판결.
13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7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행정행위가 취소될 수 있
으나, 그 반대의 경우, 즉 기속행위의 경우와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구체적 사안
에서 재량이 영으로 수축하는 경우에는,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행정행위는 취
소될 수 없다.
프랑스 판례에 의하면 절차적 하자(vice de forme ou de procédure)는 취소사
유의 네 가지 범주의 하나에 속한다.15) 그러나 독일에서와 같이, 절차적 하자가
항상 취소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해 두 가지 판단기준이 중요하다. 첫
째, ‘중요한’ 절차적 요건(formalité substanzielle)과 ‘중요하지 않은’ 절차적 요건
(formalité non-substanzielle ou accessoire)이 구별되는데, 전자에 대한 위반만이
취소사유가 된다. 원칙적으로 청문과 이유제시는 ‘중요한’ 절차적 요건에 해당하
지만, 예외적으로 그에 관한 부분적인 하자가 결정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경우에는 ‘중요하지 않은’ 요건으로 간주되기도 한다.16) 둘째, 기속행위의 경우
일정한 위반사유가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론(théorie des moyens inopé-
rants en cas de compétence liée)이 적용된다. 이에 의하면, 기속행위의 경우 절
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다른 나머지 세 가지 범주의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특히 행정결정이 실체적으로 적법한 때에는 행정결정이 취소되지 않는다.17) 이러
한 점에서 분명히 독일법과 동일하지만, 다음과 같은 간과할 수 없는 차이점들이
있다. 첫째, 프랑스에서는 기속행위가 독일에서보다 훨씬 어렵게 인정된다는 점
이다. 재량이 법률효과에 관해서만 한정되지 않고 불확정법개념에 대해서도 인정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둘째, 판례는 개별 사안에서 청문과 이유제시가 관
계인에 대한 절차적 보장으로 기능하는 때에는 시민의 방어권(droit de la
défence) 원칙에 의거하여 기속행위의 경우에도 절차적 하자로 인한 취소를 인정
한다.
15) 취소사유는 이러한 절차적 하자 이외에 무권한(incompétence), 권한남용(détournement de pouvoir) 및 법률위반(violation der la loi)으로 구분된다. 이는 다시 두 개의 상위 범주로 분류되는데, 무권한과 절차적 하자는 형식적 위법성(외적 위법성)으로, 권한남 용과 법률위반은 실체적 위법성(내적 위법성)으로 분류된다. 형식적 위법성과 실체적 위법성은 동일한 행정행위에 관해서도 별개의 소송물을 구성하고, 따라서 제소기간, 상소 등과 관련하여 별개로 취급된다.
16) C.E. 4 juillet 1952, Decharme, Rec., p.362; C.E. Ass. 7 mars 1975, Assoc. des amis der labbaye de Fontevraud, Rec., p.179(양 사건 모두 청문에 관한 것임).
17) vgl. Chapus, Droit du contentieux administratif. 10 e éd., n o 928; Auby/Drago, préc., n o 326; Ladenburger, a.a.O., S.156 ff. 참조.
14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08
영국의 판례는 강행적 절차요건(mandatory procedural requirements)과 훈시적
절차요건(directory procedural requirements)을 구별한다. 전자에 대한 위반만이 취
소사유가 되는데, 프랑스의 판례와 유사하다. 최소한 청문과 이유제시는 분명히
自然的 正義(natural justice)의 요청으로서 강행적 절차요건에 속한다. 영국 판례
에서는 기속행위의 경우 절차적 하자가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없고
그 대신에 몇 개의 판례에서 불필요성이라는 논거가 행정청에 의해 주장되고 소
수의견이 이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이는 청문이 흠결되었더라도 원고가 청문을
통해 자신에게 이익되는 것은 전혀 주장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판례의 지배적 경향은 절차적 하자의 전제가 되는 행
정청의 절차의무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독립취소 가능성 문제를 비켜가고 있다.
이러한 회피기술을 통해 여하튼 영국에서는 자연적 정의의 위반에 해당하면 반
드시 취소사유가 된다는 원칙이 고수되고 있다.18)
미국에서는 상술한 바와 같이 행정절차법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위반하
여 내려진 행정결정은 위법한 것으로 선언되고 취소되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
정을 두고 있다. 이상의 법비교에서 흥미로운 것은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
분배선이 중간 부분, 즉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있는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절차적
하자로 인한 독립취소 가능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반면, 기능분배선이 양
극단으로 그어져 있는 독일과 미국에서는 그러한 명시적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폭넓게 독립취소 불가능성이 규정되어 있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절
대적 취소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 판례에서도 영국 판례에서와 같이 많은 사
안에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요건 자체가 있느냐가 문제되는데,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그러한 절차요건의 존재가 드물지 않게 부정된다.
(2) 우리나라 법
상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행정절차법에는 절차적 하자의 효과에 관한 명시
적 규정이 없다. 학설상 절차적 하자가 있는 처분은 ― 절차적― 위법성을 띠는
것이라는 점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만으로 처분을 취
소할 수 있느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방에서는 독일법에 따라 기
속행위의 경우에는 독립적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타방에서는 입법
자가 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18) Fordham, op. cit., p.821 ff.; Bergner, a.a.O., S.293 ff. 참조.
15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09
즉, 행정소송법 제4조 제1호에 따라 모든 위법한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 이에 더하여 법률유보원칙이 강조되는데, 시민의 재판청구권 및 이에 따른
취소청구권은 명시적인 법률 없이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판례는 후자의 견해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사전통지, 청문
및 이유제시에 관하여 법원이 절차적 요건의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취소가능성을
부정한 사건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드물지 않게 절차적 하자 자체가 부정된 사
례는 있는데, 절차적 하자가 소제기 이전에 (역시 행정심판 제기 이전에) 치유되
었다고 하거나 아니면 행정의 절차의무가 면제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사전통지와 청문에 관한 면제사유로서 행정절차법(제21조 제4항)은 당해 처분의
성질상 사전통지와 청문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최근 판례19)를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이에 의하면 당해 처분의 “성질”이라는 것이 그 처분의 성격을 의미하는 것일
뿐 사전통지가 원고에게 송달되지 않고 반송되었다는 등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
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사안에서는 침익적 재량처분이 문제되었
는데, 대법원은 침익적 처분이라는 점만을 지적하면서 위와 같은 불필요성의 사
유를 부정하였다.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절차적 하자로 인한 독립취소 가
능성에 관해서도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분배선이 미국에서와 같이, 또는 미
국보다 더, 행정절차 쪽으로 극단적으로 그어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청문
과 이유제시의 하자가, 영국과 미국에서처럼 절차적 하자 자체를 부정하는 회피
논리가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절대적으로 취소사유가 된다. 나아가 청문의 불필
요성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오직 당해 처분의 객관적 성격에 한정되는데, 그것
이 침익적 처분이라는 점만이 고려될 뿐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여부는 문
제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분명히 미국 판례보다 엄격한 것인데, 미국 판례
에서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취지의 명문
의 규정(연방행정절차법 제28조 제2항)을 갖고 있는 독일보다 엄격하다는 점은
물론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절차적 하자로 인한 취소가능성을 조금 완
화할 필요가 있다. 기속행위인 경우 상술한 예외규정을 통해 청문의 객관적인 필
요성 여부를 신중히 판단함으로써 행정의 청문 의무를 부정하는 방법이 가능하
19)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두3337 판결.
16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10
다. 또한 법원은 원고가 명백히 요구하는 경우에는 실체적 위법성을 먼저 판단할
것이 요청된다.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거나 아니면 예비적으로 주장한 절차적 하
자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여 사건을 행정청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입법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한을 제안할 수 있다. 즉, 우리 판례
는 프랑스에서와 같이 법률효과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불확정법개념에 관해서도
재량을 인정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량이 부정되어 기속행위로 인정되는 경
우에는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한 취소는 제1심 법원, 또는 최소한 제2심 법원
에서까지만 가능하도록 하고 상고심에서는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
우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한 취소판결에 대해서는 항소 또는 상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한 방책이다. 이는 소송경제와 행정절차의 기능 중시를 조화시키는 길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判斷 基準時(Maßgeblicher Zeitpunkt der Beurteilung)
(1) 法比較
독일 판례는 일찍이 취소소송에 관해 행정소송법상 행정청의 最終 決定時가
항상 위법판단 기준시가 된다는 원칙은 없다고 판시하였다.20) 이는 실체법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판례는 취소소송의 경우에도 행정소송에서의
口頭辯論 終結時(이하에서는 ‘判決時’라고 함)가 판단기준시가 되는 事例群을 적
지 않게 정립하였다. 이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도출하기 어려운 카쥬이스틱을 이
루고 있다. 의무이행소송의 경우에는 판례상 판단기준시가 원칙적으로 역시 판결
시가 된다. 그 근거는 의무이행소송의 경우에는 거부결정의 적법․위법이 문제되
는 것이 아니라 법원은 판결시에 원고에게 계쟁 행정행위 발급 청구권이 인정되
는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21)
프랑스 판례에 따르면 취소소송(월권소송; recours pour excès de pouvoir)의 경
우 판단기준시는 예외 없이 행정결정 시점이다.22) 이는 거부결정에 대한 취소소
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1995년 이행명령(injonction)이 도입되었는데, 이
20) BVerwGE 64, 218 (221).
21) Würtenberger, Verwaltungsprozeßrecht, München 1998, Rn.608 ff.; Eyermann, Verwal- tungsgerichtsordnung. 11.Aufl., München 2000, § 113 Rn.45 ff. 참조.
22) Vedel/Delvolvé, Droit administratif. Tome 1. 12 e éd., Paris 1992, p.317; Auby/ Drago, préc. n o 205 참조.
17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11
는 예전과 같이 처분시의 사실 및 법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거부결정이 위법
한 것으로 인정되어 취소되는 경우에 그로 인한 행정청의 의무를 명시하기 위해
선고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행명령의 판단기준시는 판결시가 된다.23) 이러한 시
스템은 사견에 의하면 한편으로 소송경제 및 효율적 권리구제와 다른 한편으로
행정의 제1차적 판단권 및 행정절차의 기능을 조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
으로 생각한다. 이에 관해 의무이행소송 문제와 관련하여 후술한다.
영국법과 미국법에 관해서는 판례와 문헌에서 판단 기준시에 관한 것을 거의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행정소송은 행정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기록을 토대로 행
정결정을 심사하는 것으로서, 본질상 당연히 그 행정결정 시점이 판단기준시가
된다는 점에 의문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judicial review’는 독일어로 직
역하면 ‘gerichtlicher Rückblick’(법원의 回顧)이다. 단지 영국의 mandamus(현재는
mandatory order로 개칭)와 미국의 mandatory injunction은 본질적으로 독일에서
의 부작위에 대한 再決定命令判決(Bescheidungsurteil)과 유사한 것인데, 본질상
판결시가 판단 기준시가 된다.
판단기준시를 판결시로 후퇴시키게 되면, 결과적으로 행정절차가 행정소송 안
으로 끌려들어오게 된다. 독일에서 취소소송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事例群에서
판결시가 판단 기준시가 된다는 사실은 바로 행정절차가 중시되고 있지 않다는
하나의 표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취소소송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나지만,
의무이행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거부결정이 그 결정시점에 위법했었던 경우,
다시 말해, 원고의 청구권이 존재했었던 경우에는 행정에게 의무이행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청구권, 따라서 행정의 의무가 현재에도 존속하는지 여부를 확
인하기 위해 판결시를 기준으로 한 번 더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에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된다. 즉, 거부결정이
그 결정시점에서는 적법하였었는데, 다시 말해, 원고의 청구권이 없었는데 그 후
사실 및 법상태의 변경을 통해 비로소 판결시에 원고의 청구권이 발생된 경우에
는 만일 판결시를 판단기준시로 하게 된다면 법원은 행정에게 의무이행을 선고
하게 된다.24) 이는 행정의 제1차적 판단권의 박탈과 그로 인한 행정절차의 의미
23) C.E. 18 octobre 1995, Ep. Réghis, Rec. Lebon p.989; C.E. 4 juillet 1997, Ep. Boure- zak, Rec. Lebon p.278; C.E. 4 juillet 1997, Leveau, Rec. Lebon p.282. 이에 관하여 Chapus, préc. (Contentieux), n o 1096 참조.
24) 이에 관하여 특히 Ferdinand Kopp, “Der für die Beurteilung der Sach- und Rechtslage maßgebliche Zeitpunkt bei verwaltungsgerichtlichen Anfechtungs- und
18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12
상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원고는 행정청에게 새
로운 사실 및 법상태에 의거하여 다시 행정행위 발급을 신청함으로써 행정청으
로 하여금 그 새로운 상태에 관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여야 한다. 이번에도
다시 거부결정이 내려지면 그때에 비로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의
무이행소송 문제와 관련하여 후술한다.
(2) 우리나라 법
우리나라 판례는 취소소송의 판단기준시를 예외 없이 處分時로 고수하고 있다.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원칙
적으로 찬성할 수 있다. 행정절차의 기능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의무이행소송이 법률상 또는 법원의 法形成 내지 判例形成을 통해서도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독일에서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부처분 취
소소송에 관해서는 판단기준시의 문제가 거부처분 취소판결의 기속력의 시적 기
준의 문제로 직결된다. 즉, 행정청은 기속행위의 경우 거부처분이 기존의 모든
거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취소된 이후에도 處分時부터 判決時까지
사이에 발생한 새로운 사실 및 법상태를 이유로 또 다시 처분의 발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나 시민의 판결에 대한 신뢰의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 이에 관해 의무이행소송 문제와 관련하여 후술한다.
- 處分事由의 追加․變更(Nachschieben von Gründen)
(1) 法比較
독일 판례는 일찍부터 학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즉
실체적으로 하자 있는 이유제시를 내용적으로 치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
여 왔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로 인해 행정행위의 본질이 변경되거나 원고의 권리
방어가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행정행
위의 본질은 단지 행정행위의 主文에만 관련되고, 원고의 권리방어는 원고가 추
가․변경된 처분사유에 관해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소송절차 중에 부여되면 침
해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사실상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제한 없
이, 기속행위이든 재량행위이든, 허용된다.
Verpflichtungsklagen,” in: FS für C.-F. Menger, 1985, S.693 ff. (705) 참조.
19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13
학설과 몇 몇 판례에서 최소한 재량행위의 경우에는 재량사유의 추가․변경을
통해 행정행위의 본질이 변경된다는 비판과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재량사유의
추가․변경의 허용성을 법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1997년 행정법원법 제114조
제2문으로 “행정청은 행정소송 절차 중에도 행정행위에 관한 재량고려사유를 보
완(ergänzen)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Bürtenberger교수가 오늘 주제발
표에서 지적하였듯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 규정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즉 위 규정에서 “보완”(ergänzen)이라 함은 새로운 재량사유를 추가하
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재량사유를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아니라고 해석하
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판례는 이러한 노력을 무력화시켰다.25) 이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추방결정에 있어 원래 결정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재량사
유로서 강제송환 가능성에 관한 사유를 추가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따라서 독일
법에 따르면 기속행위이든 재량행위이든 원칙적으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고, 다만 재량행위의 경우에 처음에는 기속행위로 파악하였기 때문에 전혀
재량고려를 하지 않았다가 소송단계에 와서 비로소 재량고려사유를 제시하는 것
만이 금지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판례에 의하면 독일에서의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상응하는 처분이
유의 대체(substitution des motifs)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예외로서 허용
된 사례들은 기속행위인 수익적 행정결정의 거부사유, 다시 말해, 그 사유들 중
하나만 있으면 당해 행정결정을 발급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26)
영국의 판례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불허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몇 몇 사례에서는 행정청이 선서진술서(affidavit)를 통해 내용적으로 잘못 제시된
이유를 수정하는 것을 허용된 적이 있다. 또한 추가․변경된 이유는 기존의 이유
를 해명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과 모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판례가 정립되어
있다.27)
미국법에 따르면 행정입법절차(rule-making)와 공식적 처분절차(formal adjudica-
tion)의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라는 관념을 거의 상정하기 어렵다. 왜
25) BVerwG, Urteil vom 5.5.1998 - BVerwGE 106, 351.
26) C.E. 8 juin 1934, Augier, p.660, D.1934; C.E. 26 mai 1950, Soc. laitière provençale, p.314, 1re esp.; C.E. 16 novembre 1962, Soc. industrielle de tôlerie, p.608; C.E. 7 janvier 1983, Soc. Sogeba, p.1 et 796 etc. 이에 관하여 Chapus, préc. (Contentieux), n o 1125 참조.
27) Wade, Administrative Law, 8.ed., London 2000, p.521 f.; Fordham, op. cit., p.897 참조.
20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14
냐하면 이 경우에는 행정청에 의해 완성된 이유를 심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비공식적 처분절차(informal adjudication)에 관해서는 판례가 추가적 해명
(additional explanation)을 허용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행정청에 대해 이를 요구하
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28)
(2) 우리나라 법
판례에 의하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단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의 한
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관하여 동일한 사유만이 추가․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사례들을 구체적으
로 살펴보면, 사안의 변경 없이 단지 법률상 근거만을 변경하거나 추상적 또는
불명확한 사유를 구체화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경우만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
하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기속행위인가 재량행위인가가 문제되지 않는다. 이러
한 의미에서 우리나라 판례는 독일은 물론, 프랑스의 판례보다 엄격하고, 영미
판례와 유사하다.
독일법에서와 같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행정결정의 이
유제시의 요건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유제시 제도가 갖는 기능들,
즉 관련자의 권리구제, 행정의 자기통제, 법원의 부담경감, 시민에 대한 설득 내
지 수용가능성 제공 등 모든 기능들이 상실되고 말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
라 판례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거부처분에 관해서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허용 범위가 거부처분
취소판결의 기속력(정확하게 말해, 반복금지효)의 객관적 범위로 연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즉, 행정청이 행정소송 과정에서 다른 처분사유를 제시할 수
있었던 한도 내에서만 행정청이 취소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러한 처분사유를 들
어 원고의 신청을 다시 거부하는 것이 금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정
소송에서 주장될 수 있었던 거부사유만이 봉쇄될 수 있다.
행정행위의 구성부분은 主文만이 아니라 이유도 포함한다. 따라서 처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은 동시에 행정행위 자체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는 의미이다. 이는 바로 소송물의 범위를 이루는 것인데, 소송물을 기준으로 취
소판결의 기속력의 범위가 결정된다. 따라서 결국 우리나라 판례에 의하면 처분
28) 특히 PBGC v. LTV Corp., 496 U.S. 633 (1990). 이에 관하여 Davis/Pierce, Adminis- trative Treatise. 3.ed., 1994 (und 2000 Cumulative Supplement), § 8.5. 참조.
21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15
사유의 추가․변경의 허용 범위와 취소판결의 기속력의 범위가 동일한 것이 된
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三重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1) 처분사유의 추가․변
경의 허용 범위가 확대되면 될 수록 (2) 절차적 보장으로서의 이유제시의 기능은
감퇴되지만 (3) 기속력, 따라서 법적 안정성 내지 효율적 권리구제는 강화된다.
통상의 침익처분의 경우에 위 (1)의 방향은 (2)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바람직
하지 않다. 또한 (1)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3)의 효과는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처분의 취소를 통해 침익처분의 유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거부처분의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거부처분을 유예하는 것
만으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권리구제의 최종목표는 계쟁 수익처분을 발급받
은 것이다. 따라서 (3)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1)의 방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데, 그러면서도 (2)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행정은 행정절차에서 가
능한 한 많은 거부사유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행정절차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상의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관한 법비교 및 우
리나라 판례의 분석․검토는 拙稿, 處分事由의 追加․變更과 行政行爲의 轉換 ―
制裁撤回와 公益上 撤回, 「행정판례연구」 Ⅶ, 한국행정판례연구회 편, 2002. 12.
196-274면으로 발전되었음).
Ⅳ. 義務履行訴訟의 問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
이 제기되었다. 그것의 장점은 자명하기 때문에 상론이 필요 없다. 요컨대, 소송
경제, 효율적 권리구제, 법원의 책임의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통상의 경우 그것의
단점들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 상술한 분석을 토대로 그 단점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근본적인 문제로서, 의무이행소송은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기능분배선
이 극단적으로 행정소송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나라, 즉 독일의 제도라는 점이
다. 우리나라는 이에 반해 그 기능분배선이 역시 극단적으로 반대쪽으로 기울어
져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행정법 체계 전체를 바꾸지 않고 의무이행소송만을 도
입한다면 법체계적 갈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또한 만일 한편으로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의무이행소송의 도입을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면 이
는 체계적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다.
22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16
둘째, 의무이행소송은 실제로 상술한 행정소송과 행정절차의 접점문제에 관해
극단적인 해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기속행위인 수익적 행정행위의 경우에는
절차적 하자가 제한 없이 치유될 수 있고, 모든 경우에 절차적 하자만으로 판단
할 수 없으며, 판단기준시가 판결시이고, 또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제한 없
이 허용된다. 이로써 행정절차가 소송절차 안으로 끌려들어오게 되고 그럼으로써
행정절차의 독자적 의미가 상실될 뿐만 아니라, 법원의 부담이 가중되어 법원은
행정에 대한 감독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상실하고 말하자면 일종의 행정관청의
민원창구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행정절차가 완벽하게 발전
하지 못하였고 또한 행정절차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높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민이 행정절차 단계에서는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고 그 대신 소송단계에 가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결정적인 주장과 증거들을 제시하게 될 상황이 벌어
질지도 모른다.
셋째, 상술하였듯이 의무이행소송에서는 판단기준시가 判決時가 되므로, 처분
의 발급 요건이 처분시에는 충족되지 않았다가 소송 중에 비로소 사실 및 법상
태가 변경됨으로써 충족된 경우에는 행정청의 ― 그 새로운 사실 및 법상태에 대
한― 제1차적 판단권이 완전히 박탈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원고로서는 다시 행
정청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 및 법상태에 의거하여 처분의 발급을 신청하여야 한
다. 행정청이 원래 적법하게 거부처분을 내렸음에도 법원이 판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처분의 발급을 명하는 것은 행정 권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mandamus 또는 mandatory injunction은 근본적으로 행정청
이 자신의 결정권한 또는 조치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된다. 거부
결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취소판결이 내려지면, 이를 통해 행정청에게 처분의
발급 또는 재결정 의무가 부과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의무이행소송의 도입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
다. 그 대신 입법론으로나 아니면 해석론으로써도 기존의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그 취소판결의 기속력(반복금지효)에 관해 개선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
해 상술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허용 범위와 기속력의 범위의 관계가 중요
한 역할을 한다. 즉,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허용 범위를 법률상 규정된 거부
사유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거부처분 취소판결의 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 결
과 행정청은 행정소송에서 거부사유에 관한 주장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리하여
23페이지
- 3.] 상호관련적 법구체화 절차로서 행정절차와 행정소송 217
행정절차를 통해 모든 거부사유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 행정절차
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정청의 주장책임은 행정절차법상 이유제
시의무가 거부처분의 경우에는, 최소한 행정소송 단계에서라도, 법률상 규정되어
있는 거부사유 중에 해당되는 것은 모두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함으
로써 입론이 가능하다. 취소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러한 거부사유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강화된 거부처분 취소판결의 기속력을 명시하는 수단으로 프랑스가
새로 채택한 이행명령(injonction)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29) 이
29) 프랑스에서는 행정행위의 발급을 구하는 소송으로 독일과 같은 의무이행소송은 없고 그 거부결정(décision de rejet)의 취소를 구하는 월권소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기할 것은, 첫째 행정청의 부작위(silence), 무응답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부작위위법확인소송과 같은 별도의 소송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일정기간 부작위가 있 으면 이를 거부결정으로 간주하여 거부처분 취소소송으로 다투게 한다는 점이다. 간 주기간은 종래 1900. 7. 17.자 법률에 의해 신청 이후 4개월이었는데 2000년의 법률 에 의해 그 기간이 2개월로 단축되었다. 둘째는 1995년 법률에 의해 거부결정을 취소 하는 때에 원고의 신청에 기하여 판결주문에서 계쟁 행정행위의 발급 또는 재결정을 명하는 이행명령(injonction)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었다는 점이다. 이 이행명령은 거 부결정의 취소의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종류의 행정행위가 취소되는 경우에 가 능하다(예컨대 공무원 파면처분을 취소하는 때에 ―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2문 소정의 결과제거명령과 유사하게― 원고의 복직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행명령의 실제적 의의가 가장 큰 것은 거부결정에 대한 월권소송 의 경우인데, 여기서 이행명령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취소 판결의 기판력을 확보하기 위한 부수적 수단으로 이해된다. 이것이 독일 의무이행소 송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권력분립원칙상 월권소송에서는 단지 행 정행위의 취소만이 가능하고 행정에게 어떤 행위를 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오랜 기간 확립되어 왔는 바, 이행명령이 취소판결의 집행을 위한 수단에 불 과하다는 점에서 위 원칙이 전면 포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지만, 이 행명령의 도입이 프랑스 행정소송 체계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행명령을 선고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로 규정되어 있는데, 특정한 집행조치가 행해지거나 아니면 새로운 절차를 거쳐 다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취소판 결이 필연적으로 전제하고 있을 때이다. 이에 따라 거부행위 취소판결에서는 계쟁 행 정행위가 기속행위인 경우에는 그 발급을 명하는 이행명령이,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재결정을 명하는 이행명령이 선고되는 것이다. 이는 독일 의무이행소송에서 기속행위 에 대해 특정행위명령판결(Vornahmeurteil)이, 재량행위에 대해 재결정명령판결 (Bescheidungsurteil)이 선고되는 것과 대응된다(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5항). 이상 에 관해 Chapus, Droit du contentieux administratif. 10 e éd., 2002, n o 1092-1107; Debbasch/ Ricci, Contentieux administratif. 8 e éd., 2001, n o 696; Pacteau, Contentieux administratif. 6 e éd., 2002, n o 323; Chabanol, Code de justice administrative, 2001, Art.L.911-1, 911-2 (pp.789-798) 참조.
24페이지
朴 正 勳 [서울대학교 法學 제45권 제1호 : ?∼? 218
는 거부처분이 취소되는 경우에만 선고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처분의 취
소에 관해서는 처분시가 판단 기준시가 되고 이행명령에 관해서는 판결시가 판
단 기준시가 됨으로써 양자를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30)31)
30) 판결시가 이행명령의 판단기준시가 된다는 대표적 판례는 C.E. 18 octobre 1995, Ep. Réghis, Rec. Lebon p.989; C.E. 4 juillet 1997, Ep. Bourezak, Rec. Lebon p.278 A.J. 1997, p.584; C.E. 4 juillet 1997, Leveau, Rec. Lebon p.282 A.J. 1997, p.584 등이다. 이행명령의 기능은 일차적으로 취소판결의 기판력에 의해 발생하는 행정청의 의무를 明示(explicitation)하는 데 있지만, 이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확정하는 동시에 기 판력의 시간적 범위를 ― 독일의 의무이행소송에서와 같이― 判決時까지 확대하는 결 과를 낳게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Chapus, op. cit., n o 1094, 1096; Debbasch/Ricci, op. cit., n o 666 참조.
31) 본고를 발표한 2002년 10월 당시 필자는 대법원 행정소송법개정위원회에서 이상과 같은 이유로 ― 행정청의 부작위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제1차적 판단권 및 행정절차의 비중을 존중할 필요가 없으므로 독일식의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만―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의무이행소송 대신에 프랑스의 이행명령과 같이 거부처분 취소판결에 부수하여 선고하는 ‘의무확정명령’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논 의 결과 오랫동안 학계와 실무계의 염원이었던 의무이행소송을 정면으로 도입하는 것 이 금번 행정소송법 개정의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기 때문에 거부처분에 대해서도 의 무이행소송을 인정하되 필자가 지적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 가 대세를 이루어 필자의 위 주장을 철회하고, 그 대신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의무이 행소송을 반드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병합하여 제기하도록 하고, 거부처분이 취소판결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무이행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제한을 가함으로써 「행정청의 제1차적 판단권 박탈」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 에 의하면, 거부처분의 위법판단 기준시는 처분시가 됨으로써 행정청의 제1차적 판단 을 존중하게 되고, 처분시를 기준으로 거부처분이 위법한 경우에 한하여 다시 판결시 를 기준으로 의무이행판결의 선고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상세한 내용은 拙稿, “행정소송법 개정의 주요쟁점”, 공법연구 제31집 제3호, 2003. 3. 95면 이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