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이동

권력분립과 언어

원본 파일: 권력분립과 언어.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1페이지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뺷강원법학뺸 제44권, (2015. 2) 427-476쪽. Kangwon Natl. Univ. Kangwon Law Review Vol.44, (Feb. 2015) pp.427-476.

권력분립과 언어

― 명확성원칙, 의미론 그리고 규범적 화용론 ―*

1)

윤 재 왕**

<국문초록>

이 글에서 우리는 법의 실현과정에 대한 방법론적ㆍ언어철학적 통찰과 법제정/

법적용 이분법에 기초한 고전적 권력분립이론 사이의 괴리에 착안하여 주로 언어

의 관점에서 권력분립의 의미를 밝히고, 오늘날의 국가현실에 비추어 권력분립원칙

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다만, 법학방법론과 법적 논증이론

이 사법부의 판결을 법‘적용’의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여 주로

입법과 사법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현대 민주적 헌법국가를 구성하는 권력분립의 원칙은 법률의 제정과 제정된 법

률의 기계적 적용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이해될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 법률의

텍스트적 성격, 즉 법률이 언어기호의 복합체라는 사정에 기인한다. 즉 권력과 권

력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폭력적 작용이나 주권적 통일성이 아니라, 언어를 매

개로 이루어지는 한, 법적용단계가 법을 구성하는 창조적 요소를 갖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입법자가 제정하는 법률이 갖는 명확성 역시

법률의 일반성과 언어의 맥락구성성에 비추어 볼 때 완벽하게 실현될 수 없다. 따

라서 규범체계가 마치 입법자의 창조행위에 의해 세계에 정립되고, 이를 통해 이념

적으로 효력을 갖는 완전무결한 체계로 형성되며 법관과 행정공무원은 - 설령 해

석이 필요할지라도 - 그저 이 완전한 규범체계를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

고는 타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이론적으로 고찰하기 위하여, 우리는 메르클(Adolf Merkl)과

투고일자: 2015.01.27, 심사일자: 2015.02.13, 게재확정일자: 2015.02.26. * 이 논문은 2012년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 었음(NRF-2012S1A5A8022945)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Dr. jur.)


2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28

켈젠(Hans Kelsen)의 법단계구조이론(Stufenbautheorie des Rechts)을 통해 법‘적용’

이 가진 창조적 측면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입법자의 법제정이란 사법과 행정의

‘법제정’에 일정한 범위(Rahmen)를 제공하는 것이고, 법률이 법의 구체화과정을

조종할 수 있는 역량은 이 범위의 명확성에 의존한다는 입장에서 명확성원칙의 의

미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명확성원칙 역시 언어 자체가 갖는 한계로 인해 완벽한

법률구속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론과 화용론의 관계에 비추어 밝히는 한

편, 의미론에 대한 화용론의 우위가 결코 사법과 행정의 자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는 점 역시 지적하였다. 사법/행정을 통한 법구성적 활동 역시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지도되는 까닭이다. 그 때문에 언어규칙과 방법규칙을 통한 구속의 의의와 한계를

톺아보고, 이를 로버트 브랜덤(Robert Brandom)에 의해 발전된 이른바 규범적 화

용론(normative Pragmatik)에 관한 언어철학이론에 연결시켜, 법과 언어규칙의 사

회적ㆍ실천적 성격을 재차 확인하고, 이를 통해 법적용의 구성적 및 창조적 성격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였다.

주제어: 권력분립, 명확성원칙, 의미론, 규범적 화용론, 법률해석, 로버트 브랜덤

목 차

Ⅰ. 머리말

Ⅱ. 법의 이중적 측면과 이중적 단계구조 - 아돌프

메르클의 법제정이론

Ⅲ. 명확성원칙의 의미

Ⅳ. 권력분립과 명확성원칙에 대한

언어철학적-방법론적 성찰

Ⅴ. 맺음말

Ⅰ. 머리말

근대 헌법국가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권력분립원칙은 비록 우리 헌법에

서 명시적 규정을 찾아볼 수 없지만, 헌법의 존재 자체 그리고 개별 국가


3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29

권력에 대한 헌법규정의 존재에 근거하여 의문의 여지없는 국가구성의 원

리로 인정된다.1) 그러나 이 원칙의 의미와 구체적인 실현방식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으며, 특히 개별 헌법질서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제도적 구성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권력분립

을 단순히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이해하는 고전적 권력분립이론

은 초기 입헌주의나 자유주의의 부상이라는 역사적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권력적 작용이 사회 전체의 형성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게 된 19세

기 후반의 개입국가(Interventionsstaat)의 발전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견지될

수 없고 또한 견지되지도 않았다.2) 그 때문에 국가권력은 권력 상호간의

엄격한 분리가 아니라, 일종의 분업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통상의 조직

과 마찬가지로 기능적 분화를 통해 권력의 효율성을 오히려 상승시킨다고

보는 것이 오늘날의 국가현실에 더욱 부합하는 설명이 된다.3) 이 측면에

서 현대의 권력분립이론은 한편으로는 국가권력의 제한이라는 고전적 이념

과 국가권력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 이념 사이에 가교를 놓아야 하는 상

당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 원칙의 지배

하에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의회의 입법권에 우선권

을 부여할 경우, 입법권이 다른 두 가지 국가권력, 즉 행정권과 사법권과

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권력분립원리의 현실에 부합하게 설명해야 한

다면 더욱 더 어려운 문제가 된다. 입법권의 행사를 의미하는 법제정과 제

1) 권력분립원칙의 헌법적 의미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은 한수웅, 뺷헌법학뺸, 2014, 231

쪽 이하 참고.

2) 이에 관해서는 권력분리원칙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정치문화적 특수성을 서술하고 있는 Ch. Möllers, Die drei Gewalten, 2008, S. 19ff. 참고. 또한 개입국가의 성립 과 그에 따른 국가질서의 변화에 관해서는 M. Stolleis, Die Entstehung des Interventionsstaates und das öffentliche Recht, in: ders., Konstitution und Intervention, 2001, S. 253ff. 참고.

3) 이에 관한 지적으로는 한수웅, 앞의 책, 232쪽 이하; Ch. Möllers, Gewaltengliederung. Legitimation und in Dogmatik im nationalen und internationalen Rechtsvergleich, 2005, S. 68; M. A. Niggli/M. Amstutz, Recht und Wittgenstein IV, in: P. Zen-Ruffinen(Hg.), Du Monde pénal, 2006, S. 161 참고.


4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30

정된 행정권과 사법권에 의한 법률의 구체적 실현을 의미하는 법적용 사

이의 관계가 고전적 권력분립이론에서 전제했던 방식대로 기계적으로 작동

하고, 이를 통해 행정의 법률유보와 사법의 법률구속이 완벽하게 실현되는

상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제정(Rechtsetzung)과 법적용(Rechtsanwendung)을 엄격히 분리하

는 대륙법적 전통은 기본적으로 의지와 행위의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다.

즉, 정립된(gesetzt) 의욕으로서의 법은 행정/사법에 의해 적용, 관철되고

이를 통해 현실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입법은 의욕하고, 행

정/사법은 행위한다는 도식이다.4) 이와 함께 일반적 규범의 구체화가 하나

의 사례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기능하고 법적용자가 기여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전제한다. 그리하여 실천적인 판단으로서의 판결은 일반적 규칙으

로부터 특수한 사례의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논리적 삼단논법으로서, 단지

참/거짓의 이원성에 지향된 작동일 뿐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고는

결코 법적용실무를 적절히 설명하는 것이 될 수 없다.5)

특히 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법제정/법적용 이분법의 배후에 자리 잡

고 있는 포섭모델(Subsumtionsmodell)은 오늘날 논리적 측면에서든6) 현실

적 측면에서든7)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법률은

그 자체 일반조항, 불확정 법개념과 같이 사전에 그 의미를 확정할 수 없

4) 이러한 도식이 근대적 법철학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예컨대 J.J. Rousseau, Vom Gesellschaftsvertrag oder Grundsätze des Staatsrechts, 2013(Reclam), S. 63f.(일반의지의 실현을 위한 행위로서의 정부); I. Kant, Metaphysik der Sitten, in: Kant Werke IV, 1983, S. 431ff.(의지로서의 입법과 행 위로서의 집행)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5) 법제정/법적용의 이분법이 갖는 이러한 문제점에 관해 자세히는 T. Lieber, Diskursive Vernunft und formelle Gleichheit, 2007, S. 206f. 참고.

6) 포섭모델의 논리적 문제점에 관해서는 울프리드 노이만, 뺷법과 논증이론뺸(윤재왕 옮김), 2009, 29쪽 이하; 이상돈, 뺷기초법학뺸, 2008, 379쪽 이하; U. Neumann, Subsumtion als regelorientierte Fallentscheidung, in: G. Gabriel/R. Gröschner(Hrsg.), Subsumtion 2012, S. 315 참고.

7) 왜냐하면 법적용에서 ‘포섭’은 결정의 지침이 아니라, 결정의 결과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기술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U. Neumann, Subsumtion, ebd., S. 317f. 참고.


5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31

는 수많은 요소를 담고 있고, 구체적 사례에 직면한 법적용자의 해석을 거

치지 않는 한, 의미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8) 이론사적으로도 이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법현실주의, 이익법학과 자유법론 그리고 20

세기 중반의 철학적 해석학의 법학적 수용 등을 거치면서 오늘날에는 어

느 누구도 진지하게 포섭을 통한 기계적 법적용을 통해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이 관철된다고 여기지 않는다.9)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무엇보다 법률

의 규범성이 언어를 매개로 비로소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통찰

을 반영한 것이다. 즉 입법자의 의사는 어떠한 경우에든 언어기호를 통해

표현되고, 이 언어기호는 다시 법적용자의 이해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그

구체적 의미가 드러난다. 따라서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은 하나의 형식이긴

하지만, 행정행위나 판결과 같이 또 다른 구체적 형식의 관점에서 보면 -

마치 하나의 대상의 윤곽을 파악하게 만들어주는 빛과 같이 - 그 자체 하

나의 매체(Medium)인 셈이다.10)

이와 같이 국가의 권력작용을 언어를 통해 매개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면 권력분립은 법제정/법적용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단절

적 과정이 아니라, 일종의 연속성(Kontinuum)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법

률을 ‘적용’하는 것 역시 사전에 완벽하게 확정되지 않은 의미의 공간 속

에서 새로운 의미를 확정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법적용’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전통적 의미의 법적용인 판결과 행정

8) 이에 관한 방법론적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칼 엥기쉬, 뺷법학방법론뺸(안법영/윤 재왕 옮김), 2011, 177쪽 이하 참고. 또한 K. 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6. Aufl. 1991, S. 288ff.도 참고.

9) 이론사에 관해서는 주로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방법론에 집중된 R. Ogorek,
Richterkönig oder Subsumtionsautomat? Zur Justiztheorie im 19. Jahrhundert, 2. Aufl. 2004; J. Schröder, Methodenlehre(historisch), Enzyklopädie Rechtsphilosophie, http://www.enzyklopaedie-rechtsphilosophie.net/inhaltsverzeichnis/19-beitraege/114-m ethodenlehre-historisch와 K. Röhl/H. Röhl, Allgemeine Rechtslehre, 3. Aufl. 200 8, S. 62ff. 참고.

10) 매체와 형식의 구별에 관해서는 니클라스 루만, 뺷체계이론입문뺸(윤재왕 옮김), 2014, 294쪽 이하 참고. 또한 이 구별을 법적 논증에 응용하고 있는 R. Christensen/H. Kudlich, Theorie richterlichen Begründens, 2001, S. 176f.도 참고.


6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32

행위 역시 법률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독자적인 과정으로서 창조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입법권만이 법제정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권과 사법권 역시 법제정 주체로 파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이러한 이해는 고전적 권력분립이론뿐만 아니라, 법률유보와 법률구

속이라는 민주적 법치국가 원칙에도 현저히 모순된다고 여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언어를 매개로 하는 법의 구체화과정에 대한 통찰이 과연 전통

적 권력분립을 위협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권력분립원칙이 그러한 통

찰을 무시 또는 배제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

다. 다시 말해 법제정/법적용의 엄격한 이분법에 기초한 권력분립이론 자

체가 권력의 제한이라는 정당성 이념에 몰두한 나머지 법‘적용’의 구체적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고유가치(Eigenwert)’를 자의적으로 형성한 것

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추상적 규칙으로서의 법률이 법률의 적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기

준도 담고 있지 않다거나, 규칙과 적용 사이에는 어떠한 구별도 없다는 식

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법률이라는 일반적 형식 자체가 불

필요하게 되거나, 법률 자체가 구체적 사례에 대한 적용이라는 목표점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법률텍스트 자체가 구체적 적용

이전에 이미 확고부동한 내재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나의

법텍스트에 귀속되는 의미는 해석적 실천11)을 통해 성립하며, 텍스트 자체

만으로 이 해석적 실천을 완벽히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

에서 볼 때, 한편으로는 법률텍스트의 구속력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

으로는 사법/행정의 해석적 실천을 통해 텍스트의 구속력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구체적 구속력이 생성된다는 사실까지 아우르는 이론구성은 상당히

11) 여기서 말하는 해석적 실천(interpretative Praxis)은 드워킨의 해석적 실천 개념과 거의 일치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다만 드워킨처럼 해석적 실천이 하나의 정당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형이상학적 전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드워킨의 법철학에서 해석 적 실천이 갖는 위상과 의미에 관해서는 C. Bittner, Recht als interpretative Praxis. Zu Ronald Dworkins allgemeiner Theorie des Rechts, 1988; (이 개념을 ‘실천’이 라는 측면에서만 중시하는) A. Somek, Von der Rechtserkenntnis zur interpretativen Praxis, in: Rechtstheorie 23(1992), S. 467ff. 참고.


7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33

복잡한 헌법이론적, 법학방법론적, 법이론적 및 법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

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의 복잡성을 의식하면서 법의 실현과정에 대한

방법론적, 언어철학적 통찰과 법제정/법적용 이분법에 기초한 고전적 권력

분립이론 사이의 괴리에 착안하여 주로 언어의 관점에서 권력분립의 의미

를 밝히고, 오늘날의 국가현실에 비추어 권력분립원칙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 이미 지적한 - 법적용의 창조적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아돌프 메르클(Adolf Merkl)의 이론을 중심으로 법

의 이중적 측면에 관한 이론을 서술한다(II). 이를 통해 입법자의 법제정은

사법과 행정의 ‘법제정’에 일정한 범위(Rahmen)를 제공하고, 법률이 법의

구체화과정을 조종할 수 있는 역량은 이 범위의 명확성에 의존한다는 측

면에서 명확성원칙의 의미를 고찰한다(III). 그러나 명확성원칙 역시 언어

자체가 갖는 한계로 인해 완벽한 법률구속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

미론과 화용론의 관계에 비추어 밝히고, 의미론에 대한 화용론의 우위가

결코 사법과 행정의 자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술하고자 한다

(IV). 다만 법학방법론과 법적 논증이론이 사법부의 판결을 법‘적용’의 중

심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여 주로 입법과 사법의 관계를 우

선적으로 염두에 두면서 아래의 논의가 전개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Ⅱ. 법의 이중적 측면과 이중적 단계구조 - 아돌프

메르클의 법제정이론

권력분립원칙이 전제하는 국가권력의 작용은 당연히 법적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 및 그 구체화 과정을 포괄하는 하나의 체

계, 즉 법체계(Rechtssystem)를 형성하고, 체계 내에서 무수한 작동들이 서

로 연결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12) 다시 분립은 결코 분리가 아니라,

일종의 연쇄작용을 뜻하는 연립(Gliederung)의 형태로 구조화된다. 물론 이


8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34

러한 구조는 결코 일회적, 고정적,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

하는 작동들의 연결가능성을 제한하고, 제한을 통해 또 다른 연결가능성을

생산하는 동태적 과정이다.13) 따라서 일반적, 추상적 법규범으로서의 법률

과 개별적, 구체적 법규범으로서의 판결은 별개의 단위가 아니라, 상호 융

합하는 관계에 있고, 그 때문에 양자의 관계설정을 통해 비로소 법체계에

대한 언명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법규범들 상호간의 관계로서의 법체계를 그 동적 구조의 측

면에서 서술한 최초의 학자는 아돌프 메르클(Adolf Merkl)이다. 메르클의

이론은 그의 스승 한스 켈젠(Hans Kelsen)의 법단계설(Stufenbautheorie

des Rechts)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고, 법체계를 단순히 분절적

인 규범단위의 연관성이 아니라, 연쇄적 구조로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

할을 했다.14) 메르클에 따르면 법규범들의 관계는 무엇보다 모든 법규범이

다른 수권규범(Ermächtigunsnorm)에 기초해야 하고, 그럴 때에만 법규범으

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여기서 법규범의 생성(Erzeugung)

을 규율하는 수권규범은 생성된 규범보다 논리적으로 상위에 있는 규범이

어야 한다.15) 하지만 모든 수권규범은 그 자체 다시 다른 수권규범에 기초

해야 하기 때문에, 다수의 차원에 걸쳐 있는 효력의 연관성이 존재하게 된

다.16) 이 (법)효력의 연관성이 곧 법질서의 단계구조이다.17) 물론 이러한

12) 이와 같은 체계이론적 관점에서 법체계의 작동과 구조를 설명하고, 특히 사법부를 법체계의 중심에 위치지우는 입장에 관해서는 니클라스 루만, 뺷사회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4, 397쪽 이하(권력분립과 관련해서는 386쪽, 629쪽) 참고.

13) 작동의 연쇄로서의 체계에 관해서는 니클라스 루만, 뺷사회의 법뺸, 61쪽 이하(작동상 의 폐쇄성) 참고.

14) 순수법학에 대한 메르클의 기여에 관해서는 G. Kucsko-Stadlmayer, Der Beitrag Adolf Merkls zur Reinen Rechtslehre, in: C. Jabloner/R. Walter(Hrsg.), Schwerpunkte der Reinen Rechtslehre, 1992, S. 107ff. 참고.

15) A. Merkl, Prolegomena einer Theorie des rechtlichen Stufenbaus(1931), in: H. Klecatsky/R. Marcic/H.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Ausgewählte Schriften von Hans Kelsen, Adolf Julius Merkl und Alfred Verdross, Bd. 2, 1968, S. 1339ff.

16) A. Merkl, Das doppelte Rechtsantlity(1918), in: H. Klecatsky/R. Marcic/H.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S. 1092ff.


9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35

연관성은 단계구조의 한 측면, 즉 법적인 조건관계(Bedingtheit)에 따른 단

계구조를 의미할 뿐이다.18) 그렇지만 이를 통해 법규범은 논리적으로 상위

에 있는 규범에 기초하고, 기초가 되는 법규범은 다시 이보다 논리적으로

더 상위에 있는 법규범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구조를 아래쪽에서 위쪽으로뿐만 아니라, 위쪽에서 아래쪽으

로 파악하게 되면 법규범은 ‘이중적 측면(doppeltes Rechtsantlitz)’을 드러

낸다.19) 이중적 측면이란 최상위의 헌법제정과 최하위의 단순한 집행행위

를 제외한 모든 법제정행위는 법의 수행(Rechtsvollzug)이자 동시에 법제정

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입법이라는 전통적, 통상적 의미의 법제

정뿐만 아니라, 판결과 행정행위 역시 상위의 수권규범을 수행하면서 동시

에 새로운 법규범을 제정하는 것이 된다.20)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입법은

  • 통상의 사고에는 익숙하지 않게 들리겠지만 - 입법은 헌법의 수행이 되

고, 판결 선고와 행정행위는 새로운 법규범의 제정을 뜻하게 된다.21) 그

17) 순수법학의 핵심에 해당하는 단계구조이론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A. Merkl, Die Lehre von der Rechtskraft, 1923, S. 211ff. 참고. 또한 이와 관련된 메르클의 이론 적 공헌에 관해서는 H. Kelsen, Hauptprobleme der Staatsrechtslehre, entwickelt aus der Lehre vom Rechtssatze, 2. Aufl. 1923, S. XV 참고. 이밖에도 M. Borowski, Die Lehre vom Stufenbau des Rechts nach Adolf Julius Merkl, in: S. Paulson/M. Stolleis(Hrsg.), Hans Kelsen. Staatsrechtslehrer und Rechtstheoretiker des 20. Jahrhunderts, 2005, S. 157f.; H. H. v. Arnim/S. Brink, Methodik der Rechtsbildung unter dem Grundgesetz. Grundlagen einer verassungsorientierten Rechtsmethodik, 2001, S. 149ff.; R. Lippold, Recht und Ordnung, 2000, S. 280ff.; 윤재왕, “한스 켈젠의 법해석이론”, 고려법학 제74권, 2014, 534쪽 이하 참 고. 법단계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는 P. Koller, Zur Theorie des rechtlichen Stufenbaus, in: S. Paulson/M. Stolleis(Hrsg.), Hans Kelsen, ebd., S. 110ff. 참고.

18) 조건관계로서의 법질서의 구조에 관해서는 R. Walter, Der Aufbau der Rechtsordnung. Eine rechtstheoretische Untersuchung auf Grundlage der Reinen Rechtslehre, 1964, S. 60ff. 참고.

19) 이 점에서 법규범은 다른 법규범의 조건이 되면서(bedingend) 동시에 또 다른 법규 범을 조건으로 삼는다(bedingt)고 말한다(A. Merkl, Prolegomena, ebd., S. 1339).

20) 특히 판결의 법제정으로서의 성격에 관해 자세히는 M. Jestaedt, Rechtsprechung und Rechtsetzung - eine deutsche Perspektive, in: W. Erbguth/J. Masing(Hrsg.), Die Bedeutung der Rechtsprechung im System der Rechtsquellen: Europarecht und nationales Recht, 2005, S. 25ff. 참고.


10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36

때문에 이런 식의 사고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22) 하지만 거부감은 많은

경우 법질서의 단계구조에 관한 이론을 오해한 데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법규범 상호간의 조건관계는 결코 수권규범이 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규

범을 제정하는 규범을 사전에 내용적으로 완벽하게 확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23) 다시 말해 메르클이 말

하는 ‘이중적 측면’은 모든 법제정행위가 한편으로는 구속과 다른 한편으

로는 독자적인 창조적 활동의 밸런스를 통해 수행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설령 상위규범의 하위차원에서 구속력이 증대한다고 할지라도 - 예

컨대 헌법의 수권을 받아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자의 헌법구속은 상대적으

로 약하고, 이보다 하위에 있는 법관 또는 행정공무원의 법률구속은 더 강

하다고 본다고 할지라도 - 개개의 법제정행위가 갖는 창조적 요소가 완전

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법질서의 상위의 차원에서 창조적 요소가

갖는 의미가 증대한다고 할지라도 이 차원의 법제정자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수행과 법제정은 서로 분리된 별

도의 세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규범 상호간의 조건관계에 따른 단계구조는 법제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서술한다. 하지만 법규범의 제정은 결과의 측면

도 갖고 있다. 즉 법질서를 이중적 측면에서 고찰한다면 단계구조 역시 이

중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24) 법질서를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고찰하면

21) A. Merkl, ebd., S. 1347.

22) 예컨대 Ph. Kunig, Verfassungsrecht und einfaches Recht - Verfassungsgerichtsbarkeit und Fachgerichtsbarkeit, in: VVDStRL 61(2002), S. 40; G. Robbers, Für ein neues Verhältnis zwischen Bundesverfassungsgericht und Fachgerichtsbarkeit. Möglichkeit und Inhalt von “Formeln” zur Bestimmung von verfassungsgerichtlicher Kompetenzweite, in: NJW 1998, S. 937ff.(양자 모두 단계구조이론이 지나치게 경 직되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단계’라는 표현이 여전히 법제정과 법적용을 상당 부분 분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참고.

23) 이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H. Kelsen, Was ist Juristischer Positivismus? (1965), in: H. Klecatsky/R. Marcic/H.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Bd. 1, ebd., S. 952; ders., Zur Theorie der Interpretation(1934), ebd., 1364; A. Merkl, Das doppelte Antlitz, ebd., S. 1110 참고.

24) 이에 관해 자세히는 M. Borowski, ebd., S. 151ff.; D. Heckmann, Geltungskraft


11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37

각 법규범은 그 존재를 위해 수권규범을 필요로 하고, 위쪽에서 아래쪽으

로 고찰하면 법규범의 제정과 함께 그 다음번 단계의 법규범을 위한 수권

규범의 존립 자체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지

방자치단체 조직법이 개정되면, 그 이전의 법률에 기초한 조례가 위법하게

되거나 이를 무효화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한 단계의 법규범은 그보다 하

위 단계에 있는 법규범의 파괴하는 힘(derogatorische Kraft)을 갖는다. 따

라서 단계구조는 법규범 상호간의 조건관계에 따른 단계구조 이외에도 파

괴력에 따른 단계구조까지 포함한다.25)

파괴력에 따른 단계구조 역시 위계적 구조에 비추어 기능한다. 물론 특

정한 단계의 법규범을 제정하라는 수권은 원칙적으로 이미 제정된 법규범

을 나중에 제정된 법규범을 통해 변경하거나(예컨대 신법 우선의 원칙이나

판례변경)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의 부여까지 포함한다.26) 그러나 어떠한 경

우에도 상위 단계의 법규범을 제정하거나 상위단계의 법제정을 변경 또는

폐기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법규명령의 제정을 통해 이와

는 대립되는 법률이 개정되거나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파괴력에 따른 단

계구조가 갖는 의미는 바로 이와 같은 측면에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법질서를 단계구조로 파악하고, 특히 단계구조의 내용을 법제정

행위에 대한 권한의 부여로 이해한다면 판결과 행정행위는 결코 상위에

있는 법규범인 법률을 구체적 사례에 단순히 적용하는 인식적 활동에 그

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용’기관의 창조적 제정이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의

und Geltungsverlust von Rechtsnormen: Elemente einer Theorie der autoritativen Normgeltungsbeendigung, 1997, S. 145ff. 참고.

25) 파괴력에 따른 단계구조에 관해 자세히는 R. Walter, Der Aufbau der Rechtsordnung, ebd., S. 54ff. 참고.

26) 물론 메르클 자신은 신법우선의 원칙이 명시적으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단순히 정치적 희망을 법논리적으로 포장하는 데 불과하다고 한다(A. Merkel, Die Lehre von der Rechtskraft, S. 237ff., 260ff.). 이에 대해서는 켈젠도 동의하고 있 다[H. Kelsen, Derogation(1962), in: H. Klecatsky/R. Marcic/H.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ebd., S. 1442]. 하지만 수권과 파괴를 통한 단계 구조 및 그에 따른 법질서의 동적 구조에 집중하는 우리의 맥락에서 이 문제는 중 요하지 않다.


12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38

지적 활동까지 포함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측면에서 켈젠은

법적 권위를 가진 기관에 의한 법해석은 상위규범이 제시한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해석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심지어 그러한 범

위를 넘어서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의지적 활동으로 포착한다.27) 따라서

메르켈/켈젠의 법단계구조이론에 따른다면 법제정/법적용 이분법을 통해 권

력분립이론을 설명할 길은 사전에 차단된다. 즉 법관의 판결이나 행정공무

원의 행정행위는 그 자체 창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제정된 법

률을 기계적 적용이라는 방법론적 포섭모델뿐만 아니라, 입법과 사법/행정

의 관계를 법제정적(법창조적) 요소의 존재 유무에 비추어 설정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통찰은 사실상 자유법론(Freirechtslehre)의 법해석모델과도

일치할 뿐만 아니라, 예컨대 해석학(Hermeneutik)을 법학에 수용한 법이론

적 입장과도 합치한다.28)

물론 법해석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경우, 적용의 출발점 - 단계

구조이론에 따른다면 수권규범 - 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상이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설령 법해석의 창조적 성격을 인정할지라도, 상위

규범이 창조과정을 지도하는 가능성과 범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견해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략적으로 표현한다면, 법제정으로서의 법‘적

용’과정이 갖는 창조적 성격을 강조하면 할수록 법률텍스트가 갖는 구속력

이 퇴색하게 되고, 이에 반해 창조적 성격(=의지적 요소)과 인식적 성격을

어떤 식으로든 조화롭게 재구성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만큼 법률텍스트의

구속력은 상승하게 된다. 이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는 텍스트의 명확성의

차이로도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률텍스트의 명확성에 대한 규범적

27) 이에 관해 자세히는 윤재왕, 앞의 논문, 539쪽 이하 참고. 또한 ‘범위의 질서

(Rahmenordnung)’에 따른 법해석모델에 관해서는 Shu-Perng Hwang, Rechtsbindung durch Rechtsermächtigung. Ein topisches Verständnis der Reinen Rechtslehre zur Erläuterung des Verhältnisses von Richterbindung und Richterfreiheit, Rechtstheorie 40(2009), S. 43ff. 참고.

28) 법적용과 관련된 해석학적 모델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으로는 U. Schroth, Juristische und philosophische Hermeneutik, in: G. Gabriel/R. Gröschner(Hrsg.), Subsumtion, ebd., S. 129ff., 특히 S. 135f. 참고.


13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39

요구를 높게 잡을수록 법해석을 구속하는 기준으로서의 텍스트의 위상이

더 높아지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명확성원칙이라는 헌법상의 명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이 원칙이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 적어도

켈젠/메르켈의 이론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 명확성원칙의 실현은 곧 법

관과 행정공무원의 법제정활동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을 뜻하고,

그에 따라 법제정/법적용이라는 도식이 아니라, 법제정으로서의 법‘적용’을

조종하기 위한 수단의 최적화라는 측면에서 입법과 사법/행정의 기능적 역

할분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 미리 말하

지만 - 일반적 법규범이 이 원칙을 최대한으로 실현하여 명확한 텍스트를

정립한다고 해서 그 다음 단계의 개별적 법규범이 갖는 법창조적 성격을

완전히 박탈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텍스트가 갖는 언어적 성격

때문이다. 이 측면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일단은 명확성원칙이 법질서 내에

서 갖고 있는 의미를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Ⅲ. 명확성원칙의 의미

일반적인 의미의 명확성원칙 또는 명확성명령(Bestimmtheitsgebot)은 법

치국가적 규범형성의 최소한의 요건에 해당한다.29) 법을 통해 사회의 규범

적 질서를 형성 및 조종한다는 법치국가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규범 내

용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형성과 조종 자체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계몽기의 자연법론은 명확성원칙을 입법의 규칙으

로 파악하면서 군주의 지배권행사의 기초가 되는 법률은 신민이 그 내용

29) 명확성원칙의 헌법적 의미에 관해서는 정종섭, 뺷헌법학원론뺸, 2014, 166쪽 이하; 한 수웅, 앞의 책, 255쪽 이하; 이준일, “헌법재판소가 의미하는 명확성원칙의 재구성”, 헌법학연구 제7권 1호2001, 267쪽 이하; H.-J. Papier/J. Möller, Das Bestimmtheitsgebot und seine Durchsetzung, in: AöR 122(1997), S. 177ff.; G. Beaucamp, Verständlichkeit und Bestimmtheit - zwei Welten?, in: Rechtstheorie 42(2011), S. 21ff. 참고.


14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40

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형성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제기했다. 예컨대

18세기 말의 유명한 자연법론자인 칼 안톤 폰 마티니(Karl Anton v.

Martini)는 그의 국가법론에서 군주는 “입법권과 관련하여 자신이 제정한

법률이 너무 막연하거나 너무 불명확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다.30) 그 이

후 명확성원칙은 단순한 입법기술을 넘어 법제정과 관련하여 구속력을 갖

는 규칙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명확성원칙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 매우

단순한 차원에서 규범의 명확성은 법규범에 등장하는 개개의 개념, 문장,

조항들 상호간의 관계가 투명하고 규범의 구조를 개관할 수 있을 때에 확

보된다고 말할 수 있다.31) 이 점에서 규범의 명확성은 법률이 갖는 형식적

속성으로서 법률기술적 성질의 문제나 적절한 법률언어를 선택하는 문제라

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명확성은 규율의 밀도

(Regelungsdichte)와 관련된다. 규율의 밀도란 구체화와 추상화 사이의 관

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추상적인 규범으로부터 구체적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의 범위에 따라 규율의 밀도를 확인할 수 있다.32) 따라서

법률의 내용에 하자가 있고 면밀한 법률적 기준을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법규범은 불명확하게 된다. 이와 같이 명확성을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 측

면으로 구별한다면, 형식적 의미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규범으로부터 구

체적인 사례에 대한 해결을 구할 수 없는 경우는 언제나 동일한 형태로

등장한다.33)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규율 자체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30) Karl Anton Freiherr v. Martini, Allgemeines Recht der Staaten, 2. Aufl. 1788, S. 99(U. Gassner, Gesetzgebung und Bestimmtheitsgrundsatz, in: Zeitschrift für Gesetzgebung, 1996, S. 37에서 재인용).

31) U. Gassner, Kriterienlose Genehmigungsvorbehalte im Wirtschaftsverwaltungsrecht : eine verfassungsrechtliche Studie unter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von § 5 Abs. 1 EnWG, 1994, S. 118f.; R. Geitmann, Bundesverfassungsgericht und offene Normen. Zur Bindung des Gesetzgebers an Bestimmtheitserfordernisse, 1971, S. 17f.

32) 규율밀도 및 구체화의 정도에 관해 자세히는 H. Hill, Einführung in die Gesetzgebungslehre, 1982, S. 108f.; R. Geitmann, ebd., S. 163 참고.

33) 이에 관해서는 U. Gassner, ebd., S. 119f.; R. Geitmann, ebd., S. 48; G.


15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41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거나 계획에 반하여 규범

이 개방성을 갖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내용적인 불명

확성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해결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항상 다른 형

태로 등장하게 된다. 그 때문에 내용적으로 불명확한 법률은 시간의 경과

와 함께 법원 또는 법학을 통한 사례군형성(Kasuistik)과 같은 법도그마틱

의 체계화를 거쳐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내용적 불명확성은

입법자의 계획에 반하는 불명확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만으로 명확성원칙의 내용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일

이다. 구별의 기준 자체에서 드러나듯이 명확성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기보

다는, 불명확성을 통해 소극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

한 사정은 명확성이 명확한 분류개념이 아니라, 등급개념(Ordnungsbegriff)

이라는 점이다. 즉 명확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혀 명확하지 않다’에서

시작해서 ‘절대적으로 명확하다’에 이르는 전 범위를 포괄한다. 그 때문에

명확성개념을 사용할 때에는 언제나 묵시적으로 불명확성을 함께 포함하게

된다. 다시 말해 명확성원칙을 단순히 절대적으로 명확한 상태라는 전제하

에서만 논의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물론 명확성개념을 통해 규범이

그 대상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항상 뚜렷한 대답을 주어야 한

다는 절대적(따라서 도달 불가능한) 이상을 표현한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지나친 명확성으로 인해 문제를 야기하는 규범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

다. 예를 들어 어떤 규범이 명확성만을 감안하여 지나치게 상세하게 규범

을 서술할 경우 오히려 규범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

로는 명확성에 반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명확성원칙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명확성의 불

명확성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은 법적 안정성과 법적 평등을 보장하고, 국

가적 권한을 분명하게 분배하고 확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34) 이와 동시

Steimann, Unbestimmtheit verwaltungsrechtlicher Normen aus der Sicht von Vollzug und Rechtssetzung, 1982, S. 64 참고.

34) 명확성원칙의 헌법적 기능에 관해 자세히는 한수웅, 앞의 책, 2014, 255쪽 이하 참 고.


16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42

에 입법자에게 자신의 규율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법

률을 통한 사회형성이라는 입법자 고유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

는, 일종의 경계기능도 갖고 있다. 그리고 입법의 우위(Primat der

Gesetzgebung)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적 권력분립원칙과 법률유보원칙 역

시 법률의 명확성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그 실질적 기능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성원칙 자체의 불명확성을 확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법의 세계가 언어라는 매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정 때문이다. 법의 도구는 언어이고, 법률가와 언어의 관계는 마치 물고

기와 물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관계이다. 하지만 잘 알려

져 있듯이 언어는 결코 고정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 자체에 불

확실하고 불명확한 요소를 담고 있다. 즉 개념의 의미는 시간과 함께 변화

하고, 개념은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에 의존하며, 화자나 소재에 따라 다양

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더욱이 개념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법인식

에는 당연히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며, 모든 법적용은 언어를 수용하는 자

의 해석활동을 전제한다. 이 점에서 한 단어 또는 한 개념의 일의성 또는

다의성은 상당부분 주관적 사고나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에 종속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문에 규범텍스트의 구체화는 언제나 언어기술적 한계

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법규범을 언어의 측면에서 절대적

으로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명확성원칙에 내재하는 이러한 불명확성 및 그에 따른 불안정

성은 법률의 일반성과 언어성을 전제하는 한, 필연적으로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불명확성과 불안정성이 이에 대한 보충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종국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입법단계에서

드러나는 불명확성은 행정청 그리고 특히 법원의 법적용을 통해 제거하거

나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측면에서도 법제정/법적용을 엄격히

분리하여, 이를 권력분립의 고정적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즉 언어적 한계에 따른 법률의 불명확

성은 국가권력 상호간의 분업적 관계를 통해 언어적 불명확성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을 법‘적용’의 구체적


17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43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추상적 명확성이라는 사고는 법률의 적용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만들 수 있는 확정가능성(Bestimmbarkeit)이라는 사고

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35) 다시 말해 법률전문가가 법률텍스트를 적용하

는 구체적 상황에서 텍스트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명

확성원칙은 충족된다. 이렇게 이해할 때에만 입법자에 대한 명령으로서의

명확성원칙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단선적,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 자체를 일종의 최적화명령(Optimierungsgebot)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명확성을 확정가능성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입법자가 법률을 최대

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명령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

는 매체의 명확성 정도에 따라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형식의 명확성이 좌

우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명확성원칙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법

률의 불명확성을 제거 또는 완화해야 하는 법적용기관 역시 이 원칙의 수

범자가 된다.36) 즉, 법률텍스트의 의미를 확정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법관

의 법적용활동은 명확한 법률의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법률의 의미를 명

35) 명확성원칙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 즉 확정가능성으로 이해하는 입장으 로는 H.-J. Papier/J. Möller, ebd., S. 189f.; R. Christensen/H. Kudlich, Theorie richterlichen Begründens, 2001, S. 154 참고. 또한 분업적 법제정 과정에서의 명확 성을 권력분립의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는 J. Singer, Rechtsklarheit und Dritte Gewalt. Zur Vorsehbarkeit arbeitsteiliger Rechtserzeugung am Beispiel des Rechtsmittelrechts 2009, S. 219ff.도 참고.

36) H.-J. Papier/J. Möller, ebd., S. 191에서는 ‘남아 있는 불안정성의 축소’가 사법부 의 과제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명확성원칙을 입법과 사법 양자 모두를 구속하는 원 칙으로 파악한다면, 이 원칙이 가장 선명하게 부각되는 형법상의 명확성원칙 역시 그 수범자를 입법자에게만 한정할 이유가 없다. 즉 형법적 의미의 명확성원칙은 입 법자에게 최대한 명확하게 가벌성을 확정하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게는 최대한 법률을 명확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이중적 측면을 갖게 된다. 형법 적 명확성원칙에 대한 이러한 이해에 관해서는 L. Kuhlen, Zum Verhältnis vom Bestimmtheitsgrundsatz und Analogieverbot, in: Festschrift für H. Otto, 2007, S. 89ff, 93f.; Frank Saliger, Gesetzlichkeit als Gebot bestimmter Gesetzesauslegung durch die Strafgerichte, in: G. Duttge/Y. Ünver (Hrsg.), Das Gesetzlichkeitsprinzip als Grundlage für das deutsch-türkische Strafrecht, Sammelband zum Dritten deutsch-türkischen Strafrechtsseminar, 2014, S. 179f. 참 고. 이에 반대하는 견해로는 W. Hassemer/W. Kargl, Nomos-Kommentar zum StGB, § 1 Rn. 14a 참고.


18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44

확하게 만들고 법률의 의미를 더욱 섬세하게 구성해야 한다.

권력분립과 명확성원칙을 이와 같이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 이미 지적했듯이 - 법률 및 이를 둘러싼 모든 법

적 작동이 언어를 매체로 사용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언어(철)학적 논의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법의 세계에서 언어가 갖는 위상

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Ⅳ. 권력분립과 명확성원칙에 대한

언어철학적-방법론적 성찰

법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메르켈의 이론과 명확성원칙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 비추어 볼 때 법적용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해석활동은 결코 이미

주어져 있는 대상에 대한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법률텍스트의 의미를 구

성하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이미 하이데거의 철학

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킨 가다머(Gadamer)의 철학적 해석학을 통해서도 분

명하게 밝혀진 바 있다. 즉 철학적 해석학은 법규범의 의미가 법률텍스트

에 내재하고 동시에 법률텍스트를 통해 이미 선재(vorgegeben)한다는 사고

방식을 파괴했다.37) 다시 말해 구체적인 형태의 법규범을 확인하기 위해서

는 법적용활동을 필요로 하고, 이 점에서 법규범은 입법이라는 형식을 통

한 제정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해석의 과정이 추가될 때에만

비로소 확정된다. 따라서 법규범은 해석의 산물이기도 하다.

법적용의 구성적 기능 또는 법제정으로서의 법적용에 관한 이러한 이해

는 오늘날의 법이론에서는 거의 아무런 반론이 없이 인정되고 있다. 법규

37) 법의 선재성에 대한 해석학적 비판으로는 무엇보다 Arth. Kaufmann, Durch Naturrecht und Rechtspositivismus zur juristischen Hermeneutik, in: JZ 1975, S. 337ff.; W. Hassemer, “Juristische Hermeneutik”, in: ARSP 72(1986), S. 195ff. 참 고. 또한 고전적 해석학과 철학적 해석학을 포함하여 사비니 이후의 법학적 해석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S. Meder, Mißverstehen und Verstehen, 2004, S. 193ff.도 참고.


19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45

범을 단순히 하나의 법률텍스트 자체에 담긴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은 모든 법이론의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만일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면, 이 전제는 다시 매우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즉 법률텍스트의 확정적

의미를 부정한다면 법이 이념적으로 존재한다는 사고 자체를 포기해야 한

다. 다시 말해 법은 결코 이념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사실이다.38) 존

설(John Searle)의 용어를 빌리자면 법은 하나의 ‘제도적 사실

(institutionelle Tatsache)’이다.39) 그렇기 때문에 법적 규칙은 법률텍스트의

‘의미’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이념적 존재가 아니라, 단지 사회적 존재일

뿐이다. 법적 규칙은 입법행위, 사회 내의 규칙준수, 법원과 행정청의 결정

실무와 같은 사회적 현실 속에 존재할 따름이다. 물론 법은 사회적 사실이

긴 하지만, 규범적 요구를 담고 있는 사회적 사실이다. 하지만 법의 규범

성은 어떤 관념적 실체나 정신적 존재로부터 연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

체 법이라는 사회적 사실의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다.

법의 이념적 존재성을 부정하고, 법을 사회적 사실로 파악한다면 법체계

의 작동은 어떤 고정된 상태에 대한 명확한 인식하는 작동이 아니라, 입

법, 사법, 행정 등 법체계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체계들의 실천이라는 의미

를 갖는다. 따라서 이미 주어져 있는 법률텍스트에서 시작해서 이에 대한

해석과 해석을 통한 결정을 관철, 집행하는 일련의 단계 전체가 곧 법이라

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은 켈젠과 메르켈의 법단계구조이론과도 합치한다.

이 이론에 따를 때에도 법의 동태적 실현과정은 수권규범에 근거한 법제

정의 연쇄를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의 측면에서도 법률텍스트의 의미

38) 이에 관해 자세히는 울프리드 노이만, 뺷구조와 논증으로서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3, 449쪽 이하; M. Morlok/R. Kölbel/A. Launhardt, Recht als soziale Praxis. Eine soziologische Perspektive in der Methodenlehre, in: Rechtstheorie 31(2000), S. 15ff.; U. Neumann, Rechtswissenschaft und Rechtspraxis - verschiedene Welten?. in: M. Anderheiden u.a. (Hrsg.), Verfassungsvoraussetzungen. Gedächtnisschrift für Winfried Brugger, 2013, S. 255f. 참고.

39) 설의 언어행위이론 및 제도의 구성적 현실에 관해서는 J. R. Searle, Sprechakte. Ein sprachphilosoiphischer Essay, 1977; ders., Die Konstruktion der gesellschaftlichen Wirklichkeit. Zur Ontologie sozialer Tatsachen, 1997 참고. 또한 울프리드 노이만, 앞의 책, 450쪽도 참고.


20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46

는 그 자체 사전에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이를 단순히 발견하고 재현

(Repräsentation)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해석자의 활동을

거쳐 비로소 의미를 확정해야 한다. 즉 언어기호를 통해 응축

(Kondensation)된 의미는 이 기호를 사용하는 해석적 활동을 통해 재확인

(Konfirmation)되거나 변용(Modifikation)되어야 한다.40) 그렇다면 법률구속

은 결코 포섭논리에 따른 기계적 법적용이나 실재하는 의미의 확인

(Feststellung)이라는 의미의 구속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의미를 구성하는 해

석자의 활동을 인정하는 한, 그와 같은 단선적인 법률구속은 애당초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계적 법적용으로서의 법률구속을 입법과 사

법을 분리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 해석이 의미를 구성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이와 같은 통찰

로부터 곧바로 법규범의 내용을 구성하는 활동으로서의 법적용은 해석자의

자의와 주관적 판단에 내맡겨 있다는 성급한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

법적용은 다시 언어규칙을 통해 법률텍스트에 구속될 뿐만 아니라, 법적

해석의 규칙에도 구속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의미의 구속은 결코 완

벽하고 기계적인 구속이라는 결정주의(Determinismus)를 뜻하지 않는다.41)

단지 법적용자에 대한 상대적 구속을 의미할 뿐이다.

이 맥락에서는 특히 법규범을 전적으로 법‘적용’자의 산물로만 파악하는

극단적 구성주의(radikaler Konstruktivismus)의 입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특히 프리드리히 뮐러(F. Müller)와 그의 제자들이 표방하는 구조화 법

이론(struktruierende Rechtslehre)42)은 법률텍스트의 언어기호가 갖는 의미

40) ‘응축’과 ‘재확인’에 관해서는 니클라스 루만, 뺷사회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4, 214

쪽 이하; 니클라스 루만, 뺷체계이론입문뺸(윤재왕 옮김), 2014, 445쪽 이하[루만은 이와 관련하여 스펜서-브라운의 형식법칙(laws of form)을 원용한다] 참고.

41) 결정주의 및 이 대척점으로서의 결단주의(Dezisionismus)의 구별과 이 구별이 법해 석과 논증에서 갖는 의미에 관해서는 울프리드 노이만, 뺷법과 논증이론뺸(윤재왕 옮 김), 2009, 3쪽 이하; T. Osterkmp, Juristische Gerechtigkeit, 2004, S. 75f. 참고.

42) 구조화 법이론에 관해 자세히는 이계일, “포스트실증주의 법사고와 법효력론”, 법철 학연구 제13권 2호, 2010, 11쪽 이하; F. Müller, Strukturierende Rechtslehre, 2. Aufl. 1994 참고. 구조화 법이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으로는 예컨대 F. Laudenklos, Rechtsarbeit ist Textarbeit. Einige Bemerkungen zur Arbeitsweise der


21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47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고, 법규범의 의미는 오로지 법해석과정의 산물일 뿐

이라고 주장한다. 이 입장은 적어도 언어규칙이 하나의 실체로서 고정불변

의 실재라고 생각하는 규칙플라톤주의(Regelplatonismus)43)를 반박한다는

점에서는 법적용의 창조적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탁월한 이론적 기

초를 제공한다. 즉 법률텍스트는 법관이 이를 구체화하기 이전에는 많은

경우 모호하고, 텍스트 스스로 이 텍스트가 적용되는 대상영역을 명확하게

규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분명 극단적 구성주의가 타당하다

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곧바로 법률텍스트

는 아무 것도 규율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규

칙플라톤주의를 반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규칙회의주의

(Regelskeptizismus)로 귀착되지는 않는다. 법률텍스트는 결코 자의적이거

나 우연적인 기회의 결합이 아니며, 해석활동을 통해 비로소 의미가 부여

되는 단순한 귀속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률텍스트는 각 시대에

따라 구속력을 갖는, 언어적 규칙에 의미론적으로 구속되어 있다. 이와 동

시에 법률텍스트는 특정한 정치적-제도적 콘텍스트에도 구속되며, 법적용자

가 해석 작업을 할 때에는 언제나 그와 같은 콘텍스트의 영향을 받고 또

한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뮐러가 주장하는 것처럼 법률텍스트는 그저 ‘잉크자국으

로 뒤덮인 종이’44)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물론 법적용자의 해석활동이 법

률텍스트의 의미를 구성한다는 통찰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Strukturierende Rechtslehre”, in: Kritische Justiz 30(1997), S. 142ff. 참고.

43) 규칙플라톤주의와 아래의 규칙회의주의에 관해서는 A. Kemmerling, Regel und Geltung im Lichte der Analyse Wittgensteins, in: Rechtstheorie 6(1975), S. 104ff.; D. Busse, Semantische Regeln und Rechtsnormen - Ein Grundproblem von Gesetzesbindung und Auslegungsmethodik in linguistischer Sicht, in: R. Mellinghof/H.-H. Trute, Die Leistungsfähigkeit des Rechts. Methodik, Gentechnologie, Internationales Verwaltungsrecht, 1988, S. 28ff. 참고.

44) F. Müller, Juristische Methodik, 7. Aufl. 1997, Rn. 531̂. 하지만 제자 크리스텐젠

(Christensen)과 공저로 출간되기 시작한 제9판부터는 이 표현이 빠지게 된다(F. Müller/R. Christensen, Juristische Methodik, Bd. 1, 9. Aufl. 2004, Rn. 531에서는 “법률은 처음부터 잉크로 덮인 종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22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48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이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는 지나친 과장이다. 무엇보다 법률해석에 대한 이중의 구속, 즉

언어규칙을 통한 구속과 정치적-제도적 콘텍스트를 통한 구속을 전혀 고려

하지 않는 과도한 단순화가 되고 만다. 더욱이 법률텍스트를 잉크자국으로

여기는 것은 법적용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관점까지도 전혀 반영

하지 못한다. 첫째, 구체적인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이 왜 하필이면

바로 그 ‘종이’와 그 종이에 퍼져 있는 바로 그 ‘잉크자국’을 다루는 작업

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둘째, 입법자는 법관으로 하여금 바로

그 종이에 대해 해석을 거쳐 의미를 부여하도록 자극하기 위해 법률을 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립하는 활동을 한 것이다. 물론 입법자가

정립한 규칙의 의미에는 거의 언제나 불명확성이 수반되지만, 그렇다고 해

서 해석 작업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이 규칙이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45)

이상의 논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텍스트를 해석하는 활동은 텍스

트의 언어기호가 지시하는 고정불변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식으로 의미실재

론적(bedeutungsrealistisch) 관점에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

고 해서 텍스트의 언어기호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고 전적으

로 해석자의 해설활동을 통해 구성된다는 식으로 의미회의주의적

(bedeutungsskeptizistisch)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텍스트의 성립 및 텍스트의 이해에 원용되는 언어규칙이 이상적으로 실재

하는 규칙플라톤주의와 언어규칙을 완전히 거부하는 규칙회의주의와 같은

극단적 입장으로 법적용을 설명할 수도 없다.46)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입

장을 피하면서 그 중간의 길을 찾아나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그 때

문에 한편으로는 언어철학적 관점을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적

헌법국가의 근본원칙이 갖고 있는 제도적 함의와 그 현실적 맥락까지 고

45) 뮐러의 구조화 법이론에 관한 이러한 비판에 관해서는 U. Neumann, Rezension zu “Juristische Methodik, 7. Aufl.”, in: Goltdammer's Archiv für Strafrecht, 2000, S. 41ff. 참고.

46) 이에 관해 자세히는 주로 의미실재론 또는 의미이념론(Bedeutungsidealismus)에 대 한 비판에 집중하는 A. Somek, Rechtssystem und Republik, 1992, S. 305ff. 참고.


23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49

려하는 작업은 이론적으로는 거의 시지프스의 노동과 같다. 이와 관련된

주제영역에서 통용되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비판적 인식을 천착하다보면 이

내 제도적 기초가 붕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 역시 이러한 사

정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법적용의 구성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입법의 수

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법적용의 창조적 성격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러

한 창조성이 자의성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이 창조성을 다시 제한하고

구속하는 원칙을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성의

단초 역시 현실 자체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이 측면에서 아래에서는 절

을 나누어 ‘의미론과 화용론’이라는 언어철학적 개념을 통해 언어규칙의

구속성을 서술하고, 그 이후에 해석방법론을 통한 구속이라는 법체계 내부

의 제도적 콘텍스트에 따른 구속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1. 언어를 통한 구속: 의미론과 화용론

소쉬르와 퍼스에서 시작된 기호학적 전통에서는 통상 의미론(Semantik)

과 화용론(Pragmatik)을 구별하면서, 전자는 기호와 기호의 지시대상의 관

계를 후자는 기호와 기호사용자와의 관계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47) 문

제는 의미론과 화용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언어기호

의 의미를 확정하는 방식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의미론의 차원에서 이미 언어기호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고, 고정되어 있는

의미가 - 화용론의 차원에서 - 기호를 사용하는 화자가 편입되어 있는 맥

락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뿐이라고 보게 되면 의미는 선재하는 실재로 파

악되어 규칙플라톤주의로 귀착한다. 이에 반해 기호와 지시대상 사이의 연

관성을 부정하고 기호의 의미는 전적으로 기호가 사용되는 맥락에만 구속

된다고 보게 되면 의미는 기호를 사용하는 순간에만 확정될 뿐, 기호 자체

로부터는 아무런 의미를 확인할 수 없다는 규칙회의주의로 흐르게 된다.

47) 이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은 B. L. Whorf, Sprache - Denken - Wirkilichkeit. Beiträge zur Metalinguistik und Sprachphilosophie, 25. Aufl. 2008, S. 143ff. 참 고.


24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50

다시 말해 의미론의 화용론에 대한 우위를 전제하게 되면 의미실재론으로,

화용론의 의미론에 대한 우위를 전제하면 의미회의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즉 언어

규칙은 법과 마찬가지로 결코 이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48) 언어 역시 하나의 사회적 사실로서

존재할 뿐이며, 따라서 언어기호의 의미가 지시하는 확고 불변의 대상영역

이 존재하고 언어적 의미는 그저 이러한 대상영역을 그대로 모사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언어의 의미를 확정하는 언어규

칙은 오로지 사회현실이라는 공간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즉, 언어는 ‘사회

적 제도’이다. 이는 곧 언어기호의 의미를 확정하는 언어규칙은 사회의 집

단적 언어사용을 통해 구성된다는 뜻이다.49) 그러므로 한 단어의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지는 이와 같은 언어사용의 동질

성 또는 이질성의 정도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불

확실성이 반드시 인식상의 결함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규칙(적용)상의 결함에 근거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점은 인식상의 결함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관찰자’를 모델로 삼아 분명하게 밝힐 수 있다. 하지

만 규칙상의 결함의 경우에는 이상적인 관찰자일지라도 단어의 정확한 의

미를 제시할 능력이 없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단어의 ‘의미’에 관한 한,

결코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언어규칙이 갖는 이러한 사

회적 존재성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의미론은 화용론에 기초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의 언어사용(화용론)의 변경 - 법적인 전문언어

를 사용하는 방식의 변경 역시 당연히 여기에 해당한다 - 은 언어규칙을

통해 매개되는 법률구속의 범위와 위상까지 변경시킨다.50)

48) R. Hegenbarth, Juristische Hermeneutik und linguistische Pragmatik dargestellt am Beispiel der Lehre vom Wortlaut als Grenze der Auslegung, 1982, S. 51.

49) 이 점을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경우와 관련하여 다음 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즉 한 단어의 의미란 언어에서 이 단어의 사용이다(L. Wittgenstein,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3. Aufl. 1982, Ziffer 43).”


25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51

따라서 -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이 밝히고 있듯이 - 한 단어의 의미는

곧 그 단어가 언어에서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확정될 뿐이다. 물론 이 때

언어사용은 개인적 언어사용이 아니라, 집단적 언어사용을 말한다. 이러한

집단적 언어사용 자체가 규칙을 형성하며 동시에 언어사용 자체도 규칙에

의해 지도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화용론의 의미론에 대한 우위51)를 인정

한다고 해서 언어기호와 관련된 의미론적 규칙이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이

탈만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커뮤니케이

션에서 어떠한 의미론적 오류도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어기호를

자의적이고 임의적으로 사용할지라도 언제나 정당한 언어사용이라는 결론

에까지 도달할 것이다. 따라서 언어적 실천이 의미론적 규칙을 구성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언어공동체의 집단적 실천(kollektive Praxis)과 관련시켜 이

해해야 한다.

당연히 언어적 실천은 안정적이고 영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또는 기술적 변화 등을 이유로 언어적 실천에 변경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

반적 언어사용의 변경이 법적 전문언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

다. 예컨대 ‘무기’라는 개념에 대한 언어사용의 변화로 인해 생화학적으로

작용하는 물질까지 이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면, 법률상

의 무기개념은 그러한 변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는 달리 법률상

의 개념에 대한 해석의 변경이 법적 전문언어에 국한하여 의미의 변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예컨대 산모의 이미 진통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는 ‘태

아’를 살해한 행위를 살인죄로 처벌한다면 형법상 ‘사람’의 개념이 변화하

게 되며, 활주로도 항공기의 ‘항로’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법적 전문언

어로서의 항로의 개념에 변화가 발생한다.

이처럼 법률상의 개념에 대한 전문언어적 해석을 통한 화용론의 입장에

주목하면 법률 및 법률상의 언어기호가 법관의 법‘적용’활동을 조종할 수

50) 이에 관해 자세히는 U. Neumann, Sprache und juristische Argumentation. Thesen, in: C. Bäcker/M. Klatt/S. Zucca-Soest(Hrsg.), Sprache - Recht - Gesellschaft, S. 129 참고.

51) 화용론의 의미론에 대한 우위를 법이론적으로 일관되게 관철하는 입장으로는 R. Christensen/H. Kudlich, Theorie richterlichen Begründens, ebd., S. 180ff. 참고.


26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52

있는 역량은 상당부분 감소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법적용자가 법률언어를

해석을 통해 전문어적으로 달리 해석할 수 있고 또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면, 이러한 해석권한을 쥐고 있는 자 스스로 법률구속의 범위를 결정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개념의 해석을 둘러싼 법도그마틱의 개념들은 - 니

클라스 루만이 적절히 지적하듯이 - 사회가 일정한 구속을 기대하는 지점

에서 오히려 법적용자가 갖는 해석의 자유를 더욱 강화한다. 즉 도그마틱

은 텍스트를 처리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해석자의 자유를 상승시키고, 이

점에서 사회적 언어규칙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도 한다.52)

언어규칙이 갖는 이러한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권력분립을 법률의 명확

성 및 이에 기초한 법적용의 구속을 통해 실현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이상이 현실이라면 - 극단적으

로 들릴지 모르지만 - 법률에 대한 해석이 전혀 필요하지 않고, 그에 따라

법학과 법실무의 존재의미에 대해서도 회의를 가질 수 있다. 어떠한 경우

든 법률해석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의미의 발견이라거나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궤도를 답습하는 활동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 이러한 언어

학적 통찰은 결과적으로 법해석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넓게 파악한다는 비

판을 받을 수 있다. 즉 법률해석이 아무런 통제나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해석자의 주관에 의해 지배되는 이데올로기적 과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 법현실주의(Legal Realism)나 비판법학운동(Critical Legal Studies)

에서는 법이 단순히 법적용자의 실무에 대한 예측 또는 법적용자의 주관

적 신념의 반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극단적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특정한 규칙의 유동성과 해석적 실천으로서의 성격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곧바로 규칙의 부재와 실천의 무제한성이 도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법해석의 과정이 일정한 방법적 통제 하에 놓이고 또

한 해석을 둘러싼 도그마틱의 형성이 하나의 제도적 사실로 자리 잡고 있

다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법률해석이 규범적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결론은 지나친 과정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제부터 방법을 통해 법적용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및 일정한 시퀀스를 거쳐 법적 작

52) N. Luhmann, Rechtssystem und Rechtsdogmatik, 1974, S. 16.


27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53

동의 연결가능성을 제한하고 동시에 확장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기로 한

다.

  1. 방법을 통한 구속

언어규칙과 마찬가지로 해석과 관련된 다양한 규칙들(법학방법론)도 법

을 해석, 적용하는 법관의 자유범위를 제한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방법적

규칙들이 법관의 결정을 완벽하게 규정한다는 결정론적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정확한 해석을 통해 확인해야 할 법률의 의

미가 사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다는 사고는 견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

서 해석규칙(또는 해석방법)이 해석을 규정한다는 식의 사고 역시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학방법론이 ‘방법(μέθοδος; méthodos)’의 어원대로

‘일정한 지침을 준수한다면 필연적으로 정당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기준들을 제시하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기존의 이론들은 법

률의 진정한 의미나 올바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한 규칙 또는 기술을 제공

하는 것을 방법론의 과제로 여긴다.53) 하지만 법률의 의미의 선재성

(Vorgegebenheit)이 단순한 허구에 불과하다면 해석의 방법과 해석의 결과

사이의 관계는 기존의 사고와는 거꾸로 포착해야 한다. 즉 해석규칙은 법

률의 올바른 의미를 확인한다는 의미에 의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

로 해석규칙이 법률의 올바른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정한다. 다시 말해 법

률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어떠한 해석규칙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

대 입법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삼는 주관적 해석은 법률의 객관적 의미를

중시하는 객관적 해석과는 다르게 법률의 의미를 확정할 수 있고, 법률의

문언에 따른 해석은 법률의 의미와 목적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해석과는

다르게 법률의 의미를 확정할 수 있다.54) 따라서 법률의 의미에 따라 해석

53) 대표적으로는 K. 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6. Aufl. 1991; E. Kramer, Juristische Methodenlehre, 4. Aufl. 2013 참고.

54) 해석방법론(주관적 해석, 객관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등)에 관해 자세히는 칼 엥기 쉬, 뺷법학방법론뺸(안법영/윤재왕 옮김), 141면 이하 참고. 또한 해석규칙들 사이의 위계질서를 설정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R. Alexy, Theorie der juristischen


28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54

방법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방법 자체가 법률의 의미를 구성한다.

조금은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양한 해석방법이 존재한다면 법률의 의미도

그만큼 다양해진다. 물론 다양한 해석방법들이 실제로 상이한 법률해석을

낳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해석방법의 선택은 법률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라는 목표에 의

해 조종될 수 없고, 따라서 해석방법의 선택 자체가 방법론에 의해 통제될

수도 없다. 해석방법의 선택은 오로지 방법론과 비교해볼 때 더 높은 단계

에 있는 법이론에 의해 지도될 수 있다. 이러한 법이론은 권력분립이나 민

주주의원칙과 같은 국가이론적 및 헌법이론적 기준뿐만 아니라 정의와 같

은 실천적 정당성의 관점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방법

의 선택은 올바른 법률해석이라는 내재적 목적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해석을 벗어난 외재적 기준에 지향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외재적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

다. 그렇지만 국가이론적 및 헌법이론적 전제가 해석과 관련하여 규범적

구속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다. 민주주

의원칙 및 이로부터 도출되는 법률구속원칙의 중요성이 고려되는 것 역시

바로 이 지점이다.55) 어느 누구도 법관이 ‘원칙적으로’ 법률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원칙적’이라는 개념

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원칙적인 법률구속은 법관이 특정

한 경우에는 법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

이다. 과연 법률에 반하는 판결이 가능한지 그리고 만일 가능하다면 어떠

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지는 다양한 이론적 스펙트럼에 따라 서로 다르게

대답되는 문제이다. 예컨대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 가운데 어느 입장을 선

택하는지에 따라 이 물음에 대해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하게 된다. 즉 자

연법론은 법률구속의 범위를 완화하여 ‘정당한’ 결정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Argumentation. Die Theorie des rationalen Diskurses als Theorie der juristischen Begründung, 3. Aufl. 1996, S. 19f., 288ff.; B. Rüthers/Ch. Hischer/A. Birk, Rechtstheorie, 7. Aufl. 2013, S. 472f. 참고.

55) 특히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 B. Rüthers/Ch. Hischer/A. Birk, Rechtstheorie, 7. Aufl. 2013,Rechtstheorie, ebd., S. 384ff. 참고.


29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55

지 법률에 반하는 판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고, 이에 반해

법실증주의는 일반적으로 법률구속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켈젠/메르클과 같은 법실증주의자일

지라도 얼마든지 법적용의 창조적 성격을 인정하면서 법률구속의 범위를

완화하는 쪽으로 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 더욱이 법률구속이 선재하는 의

미에 대한 구속이나 방법적 규칙에 대한 구속을 뜻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어규칙과 방법규칙을 통한 완벽한 구속은 불가능하며, 그 때문에 법률구

속의 원칙 및 그 토대로서의 민주주의원칙과 권력분립원칙은 언어와 방법

과는 별개의 제도적 통제의 원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근원적 물음에 대한 대답과는 별도로, 명확하지 않은 법률, 즉 애매

하고 모호하다고 여겨지는 법률에 대한 구속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

한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가능성

은 법률구속을 결정이론적으로 파악하여 법률이 법관의 판결을 사전에 완

벽하게 프로그램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논증이론적으로 논거들의

위계질서를 통해 이해하는 방법이다.56) 즉 판결의 법률구속을 표현하고 있

는 논거에게 다른 논거들에 비해 더 우선하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법률

구속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법률의 문

언(Wortlaut)과 입법자의 의사라는 논거는 다른 논거들(예컨대 법률의 객관

적 목적과 의미)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게 된다.57)

이러한 주장은 국가이론적 및 헌법이론적 관점에서는 당연한 결론에 해

당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논거들 사이의 우선관계를 설정하여 법률구속의

원칙을 관철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중대한 반론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판결의 법률구속을 표현하는 논거는 개별사례마다 서로 다른 비중을 갖게

된다. 예컨대 문언논거의 경우 특정한 해석이 문언에 더 이상 합치하지 않

거나 또는 아직은 합치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경쟁하는 다른 해석에 비

56) U. Neumann, Rechtsanwendung, Methodik und Rechtstheorie, in: M. Senn/B. Fritschi (Hrsg.), Rechtswissenschaft und Hermeneutik, ARSP-Beiheft 117 (2009) S. 93.

57) 이에 관해서는 R. Alexy, ebd., S. 305f.; H.-J. Koch/H. Rüßmann, Juristische Begründungslehre, 1982, S. 182 참고.


30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56

해 이 해석이 문언에 더 잘 합치한다거나 썩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언논거가 갖는 비중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상

대적일 수밖에 없다. 입법자의 의사라는 논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왜

냐하면 입법자의 의사는 당연히 발견이 가능한 심리적 사실이 아니라 법

률제정시의 입법자료나 시대상황에 비추어 재구성해야 하고, 재구성을 할

지라도 입법자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거나 모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58) 더욱이 입법자의 의사는 입법절차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의 합

의일 수도 있고,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단지 의회의 다

수가 관철한 의사의 표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사라는 논거 역

시 개별사례의 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비중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법률구속을 보장한다고 여겨지는 논거들을 원칙적으로 더 우

선시키는 경우에는 법질서의 과제와 모순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법질서는

단순히 법률에 합치할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결정을 보장할 과제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결정근거는 문헌적 근거

가 아니라, 합리적 근거이다. 물론 합리적 근거도 또한 방법론적으로 다시

법률에 구속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헌법합치적 해석59)을 원용하거나

법률의 합리성을 전제하는 방식으로 합리적 근거와 법률 사이의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합리적 근거는 법률문언과 입법자의 의사

와 같은 ‘권위적 논거’가 아니라, ‘실질적 논거’이어야 하고, 구체적 사례

에 따라서는 두 논거 사이에 극단적 대립이 존재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실질적 논거마저도 개별 사례마다 완전히 다른 비중을 가질 수 있다. 그렇

기 때문에 권위적 논거와 실질적 논거 사이의 우선관계를 사전에 확정할

수는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 논거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지 않

58) 주관적 해석이 안고 있는 이러한 난점에 관해서는 - 전반적으로는 주관적 해석을 지지하면서도,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해석을 해석규칙이 아니라, 해석목표로 파악 하는 -, 칼 엥기쉬, 뺷법학방법론뺸(안법영/윤재왕 옮김), 2012, 147쪽 이하 참고.

59) 이 점에서 헌법합치적 해석은 주관적 해석이나 문언논거의 비중을 상대화한다. 물 론 헌법합치적 해석이 갖는 유동성과 불확실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헌법합치적 해 석에 관해서는 특히 A. Voßkuhle, Theorie und Praxis der verfassungskonformen Auslegung von Gesetzen durch Fachgerichte, in: AöR 125(2000), S. 177ff. 참고.


31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57

을 수 없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60)

언어규칙과 방법을 통한 구속에 관한 이상의 논의는 무엇보다 법이 하

나의 거대한 해석의 세계(interpretaive Welt)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게 한다. 즉 해석적 실천이 없이는 법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측면을 배제하고 법을 고정된 실체나 이념적 존재로 파악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언어규칙과 해석

규칙은 그 자체 규칙으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절대적인 규칙으로 확정되어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법은 순간적 작동 자체이지만, 이 작동이 법적

작동이 되고 다른 법적 작동과 연결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일정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데 언어규칙과 해석규칙은 바로 이러한 구조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적 작동의 연결가능성을 보장하는 구조 자체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작동에 의해 변화를 겪게 된다. 구조와 작동 사이의 이러

한 순환관계는 언어철학적으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즉 - 앞에서

말했던 - 화용론의 의미론에 대한 우위는 결코 법률상의 언어기호의 의미

가 단순히 아무런 구조형성이 없는 상태에서 그때그때의 기호사용에만 의

존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의 사용 자체가 이미 일정한 규범적 구조에 지

향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화용론은 단순히

사실상의 언어사용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범에

의해 지도되는 화용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 절에서는 - 의미론과 화

용론에 관한 앞의 서술과의 중복을 최대한 피하면서 - 최근 로버트 브랜덤

(Robert Brandom)에 의해 발전된 이른바 ‘규범적 화용론(normative

Pragmatik)’에 관한 언어철학이론을 소개하여 법과 언어규칙의 사회적, 실

천적 성격을 재차 확인하고, 이를 통해 법적용의 구성적 및 창조적 성격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겠다.

  1. 로버트 브랜덤의 규범적 화용론

60) 권위적 논거와 실질적 논거 사이의 이러한 관계에 대해서는 울프리드 노이만, 뺷구 조와 논증으로서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3, 86쪽 이하 참고.


32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58

실천철학에서 롤즈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이 갖는 획기적 의

미에 버금갈 정도로 이론철학의 획기적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61) 브랜덤

의 ‘명시적으로 만들기(Making It Explicit)’62)는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프래그머티즘의 이론구성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

으켰다. 프래그머티즘은 명칭 자체가 말해주듯이 명확히 ‘행위(pragma)’에

지향된 철학적 경향이다.63) 그러나 전통적 프래그머티즘은 행위의 규범지

향을 철학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이에 반해 브랜덤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 전체가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에 기초하고 있고, 그 행위는 일

정한 규범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함으로써 규범적 프래그머티즘의 창시자

가 된다.64) 특히 언어적 표현의 중심에 해당하는 개념은 전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행하는 ‘사회적 게임’의 산물이라고 보고, 이러

한 사회적 게임은 근거를 제시하고 근거를 요구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개념과 개념의 의미를 사용하고 이를 이해하는 행위는 근거

들의 연관성과 추론적 연관성을 통해 일정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사회

적 실천으로서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지도된다고 한다.65)

브랜덤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신활동을 근거를 주고받는 과정,

61) J. Habermas, Von Kant zu Hegel. Zu Robert Brandoms Sprachpragmatik, in: ders., Wahrheit und Rechtfertigung, 1999, S. 138. 브랜덤의 언어철학에 관해서는 이유선, “의미론에서 화용론으로 - 브랜덤의 추론주의에 나타난 표상개념 -”, 철학 제65권, 2000, 183쪽 이하; 법학적 맥락에서는 김기영, “법률해석과 규범적 화용 론”, 안암법학 제43권, 2014, 687쪽 이하 참고.

62) R. Brandom, Making It Explicit, 1994(아래의 인용은 독일어판 Expressive Vernunft, 2000에 따름).

63) 고전적 프래그머티즘의 전통에 관해서는 특히 화용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R. Brandom, Pragmatik und Pragmatismus, in: M. Sandbothe(Hrsg.), Die Renaissance des Pragmatismus. Aktuelle Verflechungen zwischen analytischer und kontinentaler Philosophie, 2000, S. 29ff., 42f. 참고.

64) 규범적 화용론으로의 전환에 관해서는 S. Knell, Die normativistische Wende der analytischen Philosophie. Zu Robert Brandoms Theorie begrifflichen Gehalts und diskursiver Praxis, in: Allgemeine Zeitschrift für Philosophie, 2000, S. 225ff. 참 고.

65) 이 측면에서 브랜덤은 셀러스(W. Sellars)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다(R. Brandom, Expressive Vernunft, 2000, S. 173f.).


33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59

즉 개념적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브

랜덤은 매우 포괄적인 철학적 인간학, 즉 인간의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

자와의 관계, 세계와의 관계 모두를 하나의 이론적 틀 속에서 설명하고자

시도하며, 그 때문에 하나의 철학적 구상 속에 의미이론, 인식론, 지향성

(Intentionalität)이론, 진리이론, 행위이론 및 인간의 실천에 관한 이론 등을

포괄하는 극히 복잡한 이론을 구성하고 있다.66)

브랜덤의 이론적 출발점은 크게 두 가지 테제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브랜덤은 개념을 사용하는 활동에 대한 언어학적 견해를 표방하며, 따라서

인간정신이 표출되는 기본적 형식은 어떤 정신적 상태에 대한 지향이나

행위의 합목적성이 아니라, 언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둘째, 브랜덤은

인간의 실천이 우선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그에 따라 인간의 개념적

활동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실천에 대한 개념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고 본다. 이 측면에서 브랜덤 저작의 핵심은 언어적 의미에 대한 프래그머

티즘 이론을 기획하려는 시도이다.67)

언어적 의미를 실천을 통해 설명하려는 이러한 기획은 언어적 표현의

개념적 내용을 의미론적으로는 내용의 추론적 표출(inferentielle

Artikulation)과 관련시켜 파악하고, 화용론적으로는 규칙이 수반된 사회적

실천으로 정당화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개념적 내용은 궁극적으로 특정한

형태의 사회적 실천에 근거한다고 본다. 추론적 의미론은 하나의 언어표현

의 의미는 표현 자체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표현에서 드러나는

추론적 행태 또는 추론적 역할에 의존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언어

적 표현은 다른 언어적 표현과 맺고 있는 (넓은 의미의) 논리적 관계를 통

해 의미를 확정할 수 있다. 여기서 언어적 표현은 하나의 단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하나의 명제를 뜻하며, 이 점에서 브랜덤은 홀리

즘(Holismus)에서 출발한다.68) 예를 들어 ‘서울은 부산의 북쪽에 있다’는

66) 이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만들기’의 축약본이라 할 수 있는 R. Brandom, Articulating Reasons. An Introduction to Inferentialism(독일어판 Begründen und Begreifen, 2001), S. 9ff.를 참고.

67) S. Knell, Propositionaler Gehalt und diskursive Kontoführung, 2004, S. 30f.

68) 홀리즘에 관해서는 R. Brandom, Expressive Vernunft, 2000, S. 665f. 참고.


34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60

문장으로부터 ‘부산은 서울의 남쪽에 있다’는 문장을 추론하는 것을 올바

른 추론으로 여긴다는 사실과 이 두 문장이 갖는 의미 사이에는 명백히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추론의 타당성은 표현이

갖는 의미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표현의 의미를

추론관계의 성립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자의 해석은 의미가

이미 주어져 있고, 추론의 타당성은 이미 확정되어 있는 의미들의 적절한

관계라고 보게 된다. 이에 반해 브랜덤에 따르면 언어표현의 의미는 언어

표현과 사유적 또는 실재하는 대상과의 관계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하

나의 언어에 속하는 명제들의 체계에서 이 표현이 차지하는 위치의 총체

에 해당한다.69) 그리고 각 표현의 위치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회적 실천에

따라 결정된다. 이 점에서 브랜덤은 의미의 일치설(Korrespondenztheorie)

이 아니라, 정합설(Kohärenztheorie)의 관점을 취한다.70)

그렇기 때문에 브랜덤은 의미를 언어사용을 통해 파악하려는 비트겐슈

타인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시킨다. 이러한 의미이론의 결과는 -

이 점은 우리가 앞에서 표방한 입장의 타당성을 재차 확인시켜주기도 한

다 - 의미론과 화용론 사이의 통상의 관계를 전복시킨다는 것이다. 전통적

인 언어학과 언어철학은 일단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추상적으로 규정하려

고 시도하고,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언어를 적용하는 상황적 특수성의 탓

이라고 보는 반면, 브랜덤의 정합설적 의미론은 언어의 의미를 처음부터

오로지 개념사용에 비추어 설명하고, 칸트와 프레게를 거쳐 비트겐슈타인

으로 이어지는 전통 속에서 명제 및 판단을 의미의 최소단위로 삼는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추가된다. 즉, 브랜덤에 따르면 언어표

현의 사용이 실천 속에서 ‘옳다/그르다’로 판단될 수 있을 때에만 그 언어

표현은 정합설적 의미에서 개념적 내용을 갖는다고 한다. 브랜덤의 이론이

규범적 측면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요소 탓이다. 그래서도 브랜덤은

69) R. Brandom, ebd., S. 144f.

70) 이 맥락에 관해서는 M. Winkler, Die normative Kraft des Praktischen, in: JZ 2009, S. 822 참고. 일치설과 정합설에 관해서는 울프리드 노이만, 뺷법과 진리뺸(김 학태/윤재왕 옮김), 2014, 43쪽 이하 참고.


35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61

자신의 정합설적 의미론을 추론주의라고 부른다.71) 여기서 추론은 다른 판

단들로부터 추론절차를 거쳐 하나의 판단을 도출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

나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개념을 추론과정에서 정확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한 개념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이 개념이 등장하는

추론을 실천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판단

에서 이 개념의 사용이 타당한 추론에 도달하도록 하는 상황을 알고 있다

는 의미이다. 예컨대 행정행위의 ‘무효’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

정행위가 무효가 되었을 때는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알고 있을 때

에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실천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표현된

법적 주장이 실재에 부합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일치설적인 입

장이 되고 만다. 브랜덤이 말하는 실천적 타당성이란 한 개념을 법적 명제

들의 체계에 정확히 끼워 넣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적 표현을 통해 특정한 주장을 제기하면 주장에 따

른 추론관계가 형성되고, 주장을 제기한 자 자신은 이 주장에 구속

(festgelegt)된다. 브랜덤은 언어적 실천의 추론적 구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추론연관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사고를 더욱 구체화한다. 1. 주장에 따른

자기구속을 유지하는 추론. 예컨대 연역적 연관성은 이 추론연관에 해당한

다. 즉 A라는 주장으로부터 B라는 주장을 연역할 수 있다면 B라는 주장

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2. 권한을 유지하는 추론. 예컨대 귀납적 연관성

이 여기에 해당하며, 자기구속을 유지하는 추론도 권한을 유지하는 추론이

된다. 즉 A라는 주장의 경험적 전제나 A와 동가치를 갖는 주장은 계속해

서 유지할 수 있다. 3. 불합치. 예컨대 A라는 주장을 제기하여 여기에 구

속되면 이와 모순되는 다른 주장은 배제된다.72) 이러한 세분화를 통해 브

랜덤은 무엇보다 언어적 의미나 개념적 내용이 단순히 언어기호와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 사이의 관계나 화자의 주관적 관념이나 지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차원 자체에 이미 사회적 차원이 내재하고 있음을 밝

히고자 한다. 그리하여 브랜덤은 추론적 의미론에 화용론적 토대를 제공하

71) R. Brandom, ebd., S. 152; ders., Begründen und Begreifen, S. 113.

72) 자세히는 R. Brandom, Begründen und Begreifen, S. 65, 252f. 참고.


36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62

고자 한다.

따라서 의미론적 추론관계에 상응하는 사회적 실천을 찾고자 할 때 가

장 우선하는 실천은 근거를 제시하고 무엇인가를 정당화하는 실천이다. 즉

명제들 사이의 추론관계는 각 명제에 상응하는 내용을 가진 주장들 사이

의 정당화관계 또는 근거제시관계에서 반영된다. 예를 들어 q로부터 p가

도출된다면 p라는 주장은 q라는 주장을 제시함으로써 정당화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덤은 모든 개념적 내용을 구성하는 실천을 근거제시 실천 또

는 정당화 실천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실천이 바로 ‘근거를 제시하고 근

거를 묻는 게임’이다.73) 이 게임은 주장을 생산하고 소비(수용 또는 반박)

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장은 근원적 언어행위가 된다. 오로

지 주장이라는 언어행위만이 한편으로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거를 제공하는 행위로 기능할 수 있다. 그리고 근거를 제시

하고 근거를 요구하는 게임은 순수한 사회적 실천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개념적 판단에 스스로 구속(즉 주장)될 수 있는 권한은 다른 주장을 근거

로 지시함으로써 정당화될 뿐만 아니라, 다른 화자가 동일한 주장을 제기

했다는 사실을 지시함으로써도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주장은 다

른 주장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화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권위를 승계

하게 만든다. 또한 언어적 실천이 이와 같이 정당화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언어의 사용은 정당화라는 규범적 궤도 내에서 이루어지고, 이러한 규범적

화용론의 전개에 의해 주장의 의미가 밝혀진다.

정당화 실천에 관한 브랜덤의 이러한 사고는 철저히 반정초주의적

(antifundamentalistisch) 입장에 기초한다.74) 즉 어떠한 주장도 정당화하는

실천이 없이 그 자체만으로 권위를 가질 수는 없으며, 어떠한 정당화도 필

73) R. Brandom, Expressive Vernunft, S. 338f.; ders., Begründen und Begreifen, S. 244ff.

74) 브랜덤에 대한 이러한 해석에 관해서는 R. Christensen/M. Sokolowski, Neo-Pragmatismus: Brandom, in: S. Buckel/R. Christensen/A. Fischer-Lescano, Neue Theorien des Recht, 2. Aufl. 2009, S. 285ff.; R. Christenen/H. Kudlich, Wortlautgrenze: Spekulativ oder pragmatisch?, in: ARSP 93(2007), S. 128ff. 참 고.


37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63

요로 하지 않는 본질적 또는 실체적 정당성을 가진 주장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정당화 실천은 하나의 주장이 정당화되어 있는 상태에 도달

하기 위해 언제나 명시적으로 정당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 만일 그래야만 한다면 하나의 주장이 정당화되는 상태에 영원히 도

달할 수 없는 무한회귀에 빠질 것이다. 그 때문에 브랜덤은 특정한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과 관련하여 ‘우선과 반박의 구조(default and

challenge structure)’를 전제한다.75) 즉 주장을 일단 정당한 것으로 취급하

고, 이 주장이 정당한 방식으로 반박되지 않는 한 정당한 주장이라는 지위

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 측면에서 브랜덤은 우리의 언어사용을 둘러싼 정당화 실천에 이러한

구조가 묵시적으로 담겨 있다고 보면서, 자신의 철학은 방법론적으로 볼

때 우리의 언어행위에 언제나 묵시적으로 담겨 있는 구조들을 명시적으로

밝히려는 시도라고 한다.76) 이러한 이론적 전략은 우리의 언어적 실천을

구성하는 규범들은 명시적 규칙에 관한 모델에 따라 이해할 수 없다는 진

단과 맞물려 있다. 만일 그와 같은 명시적 규칙이 존재한다면 이를 준수하

기 위해서는 다시 이 규칙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어야 하고, 이 언어는 다

시 또 다른 규칙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는 무한회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브랜덤은 명시적 규칙의 규범성에 기초한 규칙주의(Regulismus)

를 거부한다. 다른 한편 언어적 규범을 단순히 경험적으로 일정하게 반복

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규칙성주의(Regularismus)도 거부한다.77) 만일 일

정한 반복성을 갖는 규칙을 곧바로 규범으로 이해하게 되면 그와 같은 규

칙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정 말고도 구속력을 갖는 규범이 아니라, 단

지 외부의 관찰자가 일정한 규칙성을 서술한다는 의미로 축소되기 때문이

다. 그 때문에 브랜덤은 언어적 실천 속에 묵시적으로 담겨 있는 규범을

명시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언어적 실천의 규범성에 대한 브랜덤의

75) R. Brandom, Expressive Vernunft, S. 265f.

76) R. Brandom, ebd., S. 56f. 이에 관해서는 또한 S. Knell, Die normativistische Wende der analytischen Philosophie, ebd., S. 226도 참고.

77) 규칙성주의와 규칙주의에 관해서는 R. Brandom, ebd., S. 56f., 66f.; 김기영, “법률 해석과 규범적 화용론”, 안암법학 제43권, 2014, 707쪽 참고.


38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64

이와 같은 입장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즉 개념적 표현을 사용하

는 화자는 개념의 의미를 위한 구체적 사용과 결부되는 추론과 전제조건

에 구속되며, 개념사용과 관련하여 그 개념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하

는데, 화자는 자신의 개념사용과 결부된 결과와 조건들을 - 요구가 있을

경우 -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브랜덤의 철학은 그의 주저이자 대작인 ‘명시적으로 만들기’가 보여주듯

이 극도로 복잡하고, 각 논점들에 대한 설명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어 이해

하기 매우 어려운 이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의 설명만으로는 그의 철

학의 윤곽조차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

다. 하지만 우리의 맥락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다. 즉 매우

폭넓고 극도로 세분화된 이론을 전개하면서 의미론과 화용론을 결합시키려

는 브랜덤의 시도는 명백히 화용론의 영역이 의미론의 규칙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언어기호와 대상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

성이 없으며, 또한 언어기호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작용하는 사용규칙으

로부터 독자성을 갖는 ‘본래적’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78)

이와 같이 언어의 의미가 언어의 사용에 의존한다고 보게 되면 법적 개

념의 의미가 명확하게 실재한다는 개념실재론이나 언어기호의 지시대상이

확정되어 있다는 존재론적 의미론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오로지 개념을 이

해하고 해석하는 실천적 과정 속에서 비로소 개념의 의미가 확정된다. 그

렇다고 해서 법률을 해석하는 언어적 실천이 아무런 규범성도 없이 순간

적인 합의나 해석자의 주관적 결단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브랜덤

의 규범적 화용론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즉 법률의 해석을 둘

러싼 주장은 일정한 추론적 연관성 속에서 정당화를 하는 묵시적 규칙의

78) 브랜덤의 이론을 이와 같이 의미실재론에 반대하는 이론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는

U. Neumann, Sprache und juristische Argumentation. Thesen, ebd., S. 136f.; R. Christensen/H. Kudlich, Theorie rictterlichen Begründens, S. 257f. 참고; 이와는 달리 브랜덤의 이론으로부터 의미의 객관성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입장으로는 M. Klatt, Theorie der Wortlautgrenze. Semantische Normativität in der juristischen Argumentation, 2003, S. 195ff.(클라트의 브랜덤 해석에 대한 비판으로는 R. Christenen/H. Kudlich, Wortlautgrenze: Spekulativ oder pragmatisch?, ebd.) 참고.


39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65

지배하에 있으며, 묵시적 규칙에 대해 의문이 있을 때는 특정한 주장을 명

시적으로 정당화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브랜덤의 규범

적 화용론은 규칙플라톤주의와 규칙회의주의를 넘어서서 법의 세계에서 이

루어지는 해석적 실천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줄 수 있다. 즉 법적용

은 법률에 이미 내재적으로 존재하는 의미를 그대로 답습하는 활동이 아

니라, 법률의 의미를 구성하는 활동이다. 물론 이 구성적 활동은 어떠한

규칙의 통제도 받지 않는 자의적이고 결단적 과정이 아니라, 실천적 또는

화용론적 규범에 의해 지도되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언어규칙과 방법적 규

칙 그리고 선결례와 도그마틱 등 다양한 묵시적 규칙을 명시적으로 밝히

고, 때로는 기존의 규칙을 수용하고 때로는 이를 반박하는 논증과정이다.

따라서 법적용은 법을 제정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Ⅴ. 맺음말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현대 민주적 헌법국가를 구성하는 권력분립

의 원칙이 법률의 제정과 제정된 법률의 기계적 적용이라는 단순한 도식

으로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법률의 텍스트

적 성격, 즉 언어기호의 복합체라는 사정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권력과

권력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폭력적 작용이나 주권적 통일성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한, 법적용단계가 법을 구성하는 창조적 요소를

갖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동일한 맥락에서 입법자가 제정하는 법률이

갖는 명확성의 정도 역시 법률의 일반성과 언어의 맥락구성성에 비추어

볼 때 완벽하게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규범체계가 마치 입법자의 창조행

위에 의해 세계에 정립되고, 이를 통해 이념적으로 효력을 갖는 완전무결

한 체계로 형성되며 법관과 행정공무원은 - 설령 해석이 필요할지라도 -

그저 이 완전한 규범체계를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타당성

을 상실한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메르클과 켈젠의 법단계구조이론을 통해


40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66

법‘적용’의 창조적 측면을 확인하고, 명확성원칙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았

다. 물론 법‘적용’의 창조적, 구성적 성격이 곧바로 법적용기관의 자의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법/행정을 통한 법구성적

활동 역시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지도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언어규칙과

방법규칙을 통한 구속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고 이를 다시 브랜덤의 언

어철학적 논의에 연결시켜 고찰해보았다.

법적용의 창조적 성격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권력분립원칙에 대한 이해

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상의 서술은 특히 때로는 거의 ‘무제한적 해

석’79)이라고 불러도 좋을 판결80)을 선고하거나 결정에 대한 명확한 논거

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 예외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에

비추어 볼 때, 법률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는 사법부를 정당화하거나 현

재의 실무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이

론적 통찰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이유에서 법실무를 엄격히 구속할 수 있

는 이론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실무 탓에 ‘좋은’ 이론을 수정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수정의 대상은 실무

이지 이론이 아니다. 이 점에서 켈젠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 더 이상 다른

말을 추가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법규범의 명확성이라는 허구가 어떤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커다란 장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적 장 점도 실정법에 대한 학문적 서술에서 이러한 허구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정당 화할 수는 없다 ... 만일 그러한 정당화가 가능하다면 정치적 가치판단에 불과 한 것을 학문적 진리로 내세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81)

79) 이 유명한 표현은 B. Rüthers, Die unbegrenzte Auslegung. Zum Wandel der Privatrechtsordnung im Nationalsozialismus, 1968에 연원한다.

80) 정당해산에 관한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2013헌다1)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이 판결은 과연 법해석의 창조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일까? 앞의 본문에서 지적했듯이 해석의 창조성은 결코 무로부터 창조(creatio ex nihili)가 아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신의 창 조행위와 같은 격이고, 더욱이 정당해산의 ‘본질’ 운운하는 것은 법의 실천적 성격 을 무시하고 인식의 문제로 대체하는 논증거부일 뿐이다.

81) H. Kelsen, Reine Rechtslehre, 2. Aufl. 1960, S. 353.


41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67

참고문헌

<국내문헌>

울프리드 노이만, 뺷법과 논증이론뺸(윤재왕 옮김), 2009.

울프리드 노이만, 뺷구조와 논증으로서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3.

울프리드 노이만, 뺷법과 진리뺸(김학태/윤재왕 옮김), 2014.

니클라스 루만, 뺷사회의 법뺸(윤재왕 옮김), 2014.

니클라스 루만, 뺷체계이론입문뺸(윤재왕 옮김), 2014.

칼 엥기쉬, 뺷법학방법론뺸(안법영/윤재왕 옮김), 2011.

이상돈, 뺷기초법학뺸, 2008.

정종섭, 뺷헌법학원론(제9판)뺸, 2014.

한수웅, 뺷헌법학(제4판)뺸, 2014.

김기영, “법률해석과 규범적 화용론”, 안암법학 제43권, 2014.

윤재왕, “한스 켈젠의 법해석이론”, 고려법학 제74권, 2014.

이계일, “포스트실증주의 법사고와 법효력론”, 법철학연구 제13권 2호,

2010.

이유선, “의미론에서 화용론으로 - 브랜덤의 추론주의에 나타난 표상개념

-”, 철학 제65권, 2000.

이준일, 헌법재판소가 의미하는 명확성원칙의 재구성, 헌법학연구 제7권 1

호(2001), 267-306.

<외국문헌>

Robert Alexy, Theorie der juristischen Argumentation. Die Theorie des

rationalen Diskurses als Theorie der juristischen Begründung, 3.

Aufl., Frankfurt/M 1996.

Hans Herbert von Arnim/Stefan Brink, Methodik der Rechtsbildung unter

dem Grundgesetz. Grundlagen einer verassungsorientierten

Rechtsmethodik, Speyer 2001.

Guy Beaucamp, Verständlichkeit und Bestimmtheit - zwei Welten?, in:


42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68

Rechtstheorie 42(2011), S. 21-62.

Claudia Bittner, Recht als interpretative Praxis. Zu Ronald Dworkins

allgemeiner Theorie des Rechts, Berlin 1988.

Martin Borowski, Die Lehre vom Stufenbau des Rechts nach Adolf

Julius Merkl, in: S. Paulson/M. Stolleis(Hrsg.), Hans Kelsen.

Staatsrechtslehrer und Rechtstheoretiker des 20. Jahrhunderts,

2005, S. 122-159f.

Robert Brandom, Expressive Vernunft, Frankfurt/M 2000.

ders., Pragmatik und Pragmatismus, in: Mike Sandbothe(Hrsg.), Die

Renaissance des Pragmatismus. Aktuelle Verflechungen zwischen

analytischer und kontinentaler Philosophie, Velbrück 2000, S.

29-58.

ders., Begründen und Begreifen, Frankfurt/M 2001.

Dietrich Busse, Semantische Regeln und Rechtsnormen - Ein

Grundproblem von Gesetzesbindung und Auslegungsmethodik in

linguistischer Sicht, in: Rudolf Mellinghof/Hans-Heinrich Trute,

Die Leistungsfähigkeit des Rechts. Methodik, Gentechnologie,

Internationales Verwaltungsrecht, Heidelberg 1988, S. 23ß38.

Ralph Christensen/Hans Kudlich, Theorie richterlichen Begründens, Berlin

2001.

dies., Wortlautgrenze: Spekulativ oder pragmatisch?, in: ARSP 93(2007),

S. 128-142.

Ralph Christensen/Michael Sokolowski, Neo-Pragmatismus: Brandom, in:

S. Buckel/R. Christensen/A. Fischer-Lescano, Neue Theorien des

Recht, 2. Aufl., Stuttgart 2009, S. 285-306.

Ulrich Gassner, Kriterienlose Genehmigungsvorbehalte im

Wirtschaftsverwaltungsrecht : eine verfassungsrechtliche Studie

unter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von § 5 Abs. 1 EnWG,

Berlin 1994.


43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69

Roland Geitmann, Bundesverfassungsgericht und offene Normen. Zur

Bindung des Gesetzgebers an Bestimmtheitserfordernisse, Berlin

1971.

Jürgen Habermas, Von Kant zu Hegel. Zu Robert Brandoms

Sprachpragmatik, in: ders., Wahrheit und Rechtfertigung,

Frankfurt/M 1999, S. 138-185.

Winfried Hassemer, “Juristische Hermeneutik”, in: ARSP 72(1986), S.

195-212.

ders./Walter Kargl, § 1, Nomos-Kommentar zum StGB, 2. Auflage,

Baden-Baden 2010.

Dirk Heckmann, Geltungskraft und Geltungsverlust von Rechtsnormen:

Elemente einer Theorie der autoritativen Normgeltungsbeendigung,

Tübingen 1997.

Rainer Hegenbarth, Juristische Hermeneutik und linguistische Pragmatik

dargestellt am Beispiel der Lehre vom Wortlaut als Grenze der

Auslegung, Königstein/Ts. 1982.

Hermann Hill, Einführung in die Gesetzgebungslehre, Heidelberg 1982.

Shu-Perng Hwang, Rechtsbindung durch Rechtsermächtigung. Ein

topisches Verständnis der Reinen Rechtslehre zur Erläuterung des

Verhältnisses von Richterbindung und Richterfreiheit,

Rechtstheorie 40(2009), S. 43-70.

Matthias Jestaedt, Rechtsprechung und Rechtsetzung - eine deutsche

Perspektive, in: Wilfried Erbguth/Johannes Masing(Hrsg.), Die

Bedeutung der Rechtsprechung im System der Rechtsquellen:

Europarecht und nationales Recht, Stuttgart 2005, S. 25-79.

Immanuel Kant, Metaphysik der Sitten, in: Kant Werke IV, Sarmstadt

1983.

Arthur Kaufmann, Durch Naturrecht und Rechtspositivismus zur

juristischen Hermeneutik, in: JZ 1975, S. 337-341.


44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70

Hans Kelsen, Hauptprobleme der Staatsrechtslehre, entwickelt aus der

Lehre vom Rechtssatze, 2. Aufl., Tübingen 1923.

ders., Kelsen, Zur Theorie der Interpretation(1934), in: Hans

Klecatsky/Rene Marcic/Herbert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Ausgewählte Schriften von Hans

Kelsen, Adolf Julius Merkl und Alfred Verdross, Wien 1968,

Bd. 2, 1363-1373.

ders., Reine Rechtslehre, 2. Aufl., Wien 1960.

ders., Derogation(1962), in: Hans Klecatsky/Rene Marcic/Herbert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Ausgewählte

Schriften von Hans Kelsen, Adolf Julius Merkl und Alfred

Verdross, Wien 1968, Bd. 2, S. 1429-1443.

ders., Was ist Juristischer Positivismus?(1965), in: Hans Klecatsky/Rene

Marcic/Herbert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Ausgewählte Schriften von Hans Kelsen, Adolf Julius

Merkl und Alfred Verdross, Wien 1968, Bd. 1, S. 941-953.

Andreas Kemmerling, Regel und Geltung im Lichte der Analyse

Wittgensteins, in: Rechtstheorie 6(1975), S. 104-131.

Matthias Klatt, Theorie der Wortlautgrenze. Semantische Normativität in

der juristischen Argumentation, Baden-Baden 2003.

Sebastian Knell, Die normativistische Wende der analytischen

Philosophie. Zu Robert Brandoms Theorie begrifflichen Gehalts

und diskursiver Praxis, in: Allgemeine Zeitschrift für

Philosophie, 2000, S. 225-245.

ders., Propositionaler Gehalt und diskursive Kontoführung, Göttingen

2004.

Hans-Joachim Koch/Helmut Rüßmann, Juristische Begründungslehre,

München 1982.

Peter Koller, Zur Theorie des rechtlichen Stufenbaus, in: Stanley


45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71

Paulson/Michael Stolleis(Hrsg.), Hans Kelsen, Tübingen 2005, S.

106-121.

Ernst Kramer, Juristische Methodenlehre, 4. Aufl., Bern 2013.

Gabriele Kucsko-Stadlmayer, Der Beitrag Adolf Merkls zur Reinen

Rechtslehre, in: ClausJabloner/Robert Walter(Hrsg.), Schwerpunkte

der Reinen Rechtslehre, Wien 1992, S. 107-122.

Lothar Kuhlen, Zum Verhältnis vom Bestimmtheitsgrundsatz und

Analogieverbot, in: Festschrift für Harro Otto, Köln 2007, S.

89-106.

Philip Kunig, Verfassungsrecht und einfaches Recht - Verfassungsgerichtsbarkeit

und Fachgerichtsbarkeit, in: VVDStRL 61(2002), S. 34-79.

Karl 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6. Aufl., München

1991.

Frank Laudenklos, Rechtsarbeit ist Textarbeit. Einige Bemerkungen zur

Arbeitsweise der “Strukturierende Rechtslehre”, in: Kritische

Justiz 30(1997), S. 142-158.

Tomas Lieber, Diskursive Vernunft und formelle Gleichheit, Tübingen

2007.

Rainer Lippold, Recht und Ordnung, Wien 2000.

Niklas Luhmann, Rechtssystem und Rechtsdogmatik, Stuttgart 1974.

Stefan Meder, Mißverstehen und Verstehen, Tübingen 2004.

Adolf Julius Merkl, Das doppelte Rechtsantlity(1918), in: Hans Klecatsky/

Rene Marcic/Herbert Schambeck(Hrsg.), Wiener rechtstheoretische

Schule. Ausgewählte Schriften von Hans Kelsen, Adolf Julius

Merkl und Alfred Verdross, Wien 1968, Bd. 1, S, 1091-1113.

ders., Die Lehre von der Rechtskraft, entwickelt aus dem Rechtsbegriff,

Leipzig 1923.

A. Merkl, Prolegomena einer Theorie des rechtlichen Stufenbaus(1931),

Die Lehre von der Rechtskraft, Wien 1968, Bd. 2, S.


46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72

1311-1361.

Christoph Möllers, Gewaltengliederung. Legitimation und in Dogmatik

im nationalen und internationalen Rechtsvergleich, Tübingen

2005.

ders., Die drei Gewalten, Velbrück 2008.

Martin Morlok/Ralf Kölbel/Agnes Launhardt, Recht als soziale Praxis.

Eine soziologische Perspektive in der Methodenlehre, in:

Rechtstheorie 31(2000), S. 15-46.

Friedrich Müller, Strukturierende Rechtslehre, 2. Aufl., Berlin 1994.

ders., Juristische Methodik, 7. Aufl., Berlin 1997̂.

ders./Ralph Christensen, Juristische Methodik Bd. 1, 9. Aufl., Berlin

2004.

Ulfrid Neumann, Rezension zu “Juristische Methodik, 7. Aufl.”, in:

Goltdammer's Archiv für Strafrecht, 2000, S. 41-44.

ders., Rechtsanwendung, Methodik und Rechtstheorie, in: Marcel

Senn/Barbara Fritschi (Hrsg.), Rechtswissenschaft und

Hermeneutik, ARSP-Beiheft 117(2009) S. 87-96.

ders., Sprache und juristische Argumentation. Thesen, in: Carsten

Bäcker/Mathhias Klatt/Sabrina Zucca-Soest(Hrsg.), Sprache -

Recht - Gesellschaft, Tübingen 2012, S. 129-140

ders., Subsumtion als regelorientierte Fallentscheidung, in: Gottfried

Gabriel/Rolf Gröschner(Hrsg.), Subsumtion, Tübingen 2012, S.

311-336.

ders., Rechtswissenschaft und Rechtspraxis - verschiedene Welten?. in:

Michael Anderheiden u.a. (Hrsg.), Verfassungsvoraussetzungen.

Gedächtnisschrift für Winfried Brugger, Berlin 2013, S. 249-263.

Marcel Alexander Niggli/Marc Amstutz, Recht und Wittgenstein IV, in:

Piermarco Zen-Ruffinen(Hg.), Du Monde pénal, Bãle 2006, S.

157-171.


47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73

Regina Ogorek, Richterkönig oder Subsumtionsautomat? Zur Justiztheorie

im 19. Jahrhundert, 2. Aufl., Frankfurt/M. 2004.

Tthomas Osterkmp, Juristische Gerechtigkeit, Tübingen 2004.

Hans-Jürgen Papier/Johannes Möller, Das Bestimmtheitsgebot und seine

Durchsetzung, in: AöR 122(1997), S. 177-211.

Gerhard Robbers, Für ein neues Verhältnis zwischen Bundesver-

fassungsgericht und Fachgerichtsbarkeit. Möglichkeit und Inhalt

von “Formeln” zur Bestimmung von verfassungsgerichtlicher

Kompetenzweite, in: NJW 1998, S. 935-941.

Jean Jacque Rousseau, Vom Gesellschaftsvertrag oder Grundsätze des

Staatsrechts, Stuttgart 2013(Reclam).

Klaus F. Röhl/Hans Christian Röhl, Allgemeine Rechtslehre, 3. Aufl.,

Köln 2008.

Bernd Rüthers, Die unbegrenzte Auslegung. Zum Wandel der Privat-

rechtsordnung im Nationalsozialismus, Tübingen 1968.

Bernd Rüthers/Christian Hischer/Axel Birk, Rechtstheorie, 7. Aufl.,

München 2013.

Frank Saliger, Gesetzlichkeit als Gebot bestimmter Gesetzesauslegung

durch die Strafgerichte, in: Gunnar Duttge/Yener Ünver (Hrsg.),

Das Gesetzlichkeitsprinzip als Grundlage für das deutsch-

türkische Strafrecht, Sammelband zum Dritten deutsch-türkischen

Strafrechtsseminar, Istanbul 2013, S. 179-188.

Jan Schröder, Methodenlehre(historisch), in: Enzyklopädie Rechtsphilosophie

(http://www.enzyklopaedie-rechtsphilosophie.net/inhaltsverzeichnis/1

9-beitraege/114- methodenlehre-historisch

Ulrich Schroth, Juristische und philosophische Hermeneutik, Gottfried

Gabriel/Rolf Gröschner(Hrsg.), Subsumtion, Tübingen 2012, S.

129-148.

John R. Searle, Sprechakte. Ein sprachphilosoiphischer Essay,


48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74

Frankfurt/M. 1977.

ders., Die Konstruktion der gesellschaftlichen Wirklichkeit. Zur Ontologie

sozialer Tatsachen, Hamburg 1997.

Jörg Singer, Rechtsklarheit und Dritte Gewalt. Zur Vorsehbarkeit

arbeitsteiliger Rechtserzeugung am Beispiel des Rechtsmittel-

rechts, Baden-Baden 2009.

Alexander Somek, Rechtssystem und Republik, Wien 1992.

ders., Von der Rechtserkenntnis zur interpretativen Praxis, in: Rechts-

theorie 23(1992), S. 467-490.

Gerold Steimann, Unbestimmtheit verwaltungsrechtlicher Normen aus der

Sicht von Vollzug und Rechtssetzung, Bern 1982.

Michael Stolleis, Die Entstehung des Interventionsstaates und das

öffentliche Recht, in: ders., Konstitution und Intervention,

Frankfurt/M. 2001, S. 253-282.

Adreas Voßkuhle, Theorie und Praxis der verfassungskonformen

Auslegung von Gesetzen durch Fachgerichte, in: AöR 125(2000),

S. 177-201.

Robert Walter, Der Aufbau der Rechtsordnung. Eine rechtstheoretische

Untersuchung auf Grundlage der Reinen Rechtslehre, Graz 1964.

Benjamin Lee Whorf, Sprache - Denken - Wirkilichkeit. Beiträge zur

Metalinguistik und Sprachphilosophie, 25. Aufl., Hamburg 2008.

Markus Winkler, Die normative Kraft des Praktischen, in: JZ 2009, S.

821-829

Ludwig Wittgenstein,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3. Aufl., Frankfurt/

M. 1982.


49페이지

권력분립과 언어 475

Separation of powers and Language

  • clarity principle, semantics and normative pragmatics -

82)

Zai-Wang Yoon*

Hinted by the inconsistency which lies between methodological,

language-philosophical insight and classical separation of powers theory

(which is based on the dichotomic division of enactment and

application), this paper reveals the meaning of separation of powers

mainly from language perspective and seeks to reformulate the principle

considering today’s reality.

However, since legal methodology and legal argumentation theory put

the court’s ruling at the center of its scope, thus the relationship

between legislature and jurisdiction is preferentially considered.

The separation of powers principle, which constitutes modern

democratic constitutional state, should not be understood as a simple

formula of statute enactment and its mechanical application. The

principle is rather complicated, its complexity derives from statute’s

textual feature, that is, from the fact that statute is also a complex of

language signs. Since the communication between a power and the other

is not accomplished by violence nor by sovereign unity, but is mediated

by language, certain creative feature in application process is inevitable.

Likewise, the clarity and precision of statutes enacted by lawmakers

cannot be complete due to the law’s generality and language’s

contextual constitutiveness. Therefore, such idea that the norm system

  • Prof. Dr., School of Law, Korea university.

50페이지

강원법학 제44권(2015. 2) 476

brought to our world by lawmakers’ creative action is (ideologically)

valid, impeccable and the judiciary’s, administration’s job is limited to

applying such perfect norm system – even when certain interpretation

is in need – is not appropriate.

In order to consider this point theoretically, the creative aspect of

legal ‘application’ is studied in reference to Adolf Merkl’s and Hans

Kelsen’s “Stufenbautheorie des Rechts”. According to the theory,

legislator’s enactment provides certain range (Rahmen) to judiciary’s and

administration’s ‘enactment’, the statute’s ability to control the

actualization process of law is dependant upon the clarity of such range.

From this perspective, the meaning of clarity principle is examined in

this paper. However, the paper also points out that even the clarity

principle cannot realize legal restriction to full extent, due to language’s

own limitation. Moreover, it notes that the superiority of pragmatics

over semantics does not rationalize arbitrariness of judiciary and

administration, since their constitutional activities are also guided by

certain rules. In examining the meaning of legal restriction and its

limitation through language rules and methodological principles, and by

linking it to Robert Brandom’s normative pragmatics and by reassuring

law and language rules’ social practical character, this paper tries to

offer a way to philosophically rationalize legal application’s constitutive

and creative feature.

Key Words: separation of powers, clarity principle, semantics,

normative pragmatics, legal interpretation, Robert

Bra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