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2020
원본 파일:
김도균,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2020.pdf
변환 일시: 2026-04-09 22:43
1페이지
105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2020년 3월 개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유기훈 ․ 김도균 ․ 김옥주**
55)
- 논문접수: 2020. 9. 11. * 심사개시: 2020. 9. 14. * 게재확정: 2020. 9. 22.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석사과정,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bdpppa@gmail.com).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
Ⅰ. 서론
Ⅱ. 자유제한의 기본원리
- 해악의 원리(harm principle)
-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감염병 환자: 감염병에서의 자유제한 문제의 특수성
-
스스로에 대한 해악(harm to self)
Ⅲ. 리스크(risk) 원리: 타인에 대한 해악 논의의 확장 (1)
-
‘확률’로서의 해악
-
해악(harm)과 리스크(risk)
-
불확실성(uncertainty)
-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
원거리 해악(remote harm)
-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 제한의 4대 원칙
Ⅳ.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risk to population): 타인에 대한 해악 논의의 확장 (2)
-
감염병 팬데믹과 공공적 해악
-
인구집단 접근법과 인구집단 수준의 생명윤리
-
‘공익’의 세 가지 분류와 ‘공중보건’
-
[소결] ‘확장된 해악의 원리’: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의 도입
Ⅴ. 개정 「감염병예방법」의 검토: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관점에서
- 격리위반 처벌조항
-
치료거부 처벌조항
-
검사거부 처벌조항
- [보론] 2020고단1946 판결에 대하여
Ⅵ. 결론
대한의료법학회
의료법학제21권 제2호
https://doi.org/10.29291/kslm.2020.21.2.105
2페이지
10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I. 서론
감염병의 팬데믹 상황 속 국가의 방역 대책은 안보로서의 속성을 지니며, 공
중보건과 공익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정당화되어왔
다.1) 그러나 때로는 국가에 의해 과도한 개인의 자유제한이 이루어지는 상황
이 발생하며, 따라서 감염병 속 국가의 정책은 공익과 개인의 자유 보장 사이에
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했다. 2020년 상반기, 팬데믹 속 미국에
서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집회의 허용 여부를 둘러
싼 논쟁에서도, 국내 자가격리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 강제의 정당성을 둘러
싼 대립에서도 그 중심에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의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대립구도 속에서, 국가의 개인에 대한 자유제한의 한계를 설정
하는 것이 주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신종 감염병 유행 속 자유의 제한에 대한 한
국 정부의 태도와 국민 전체의 시각을 뒤바꾼 사건이었다. 초기에는 메르스 유행
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정부는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며 전국민적
비판이 일자,2)3) 보다 강력한 자유 제한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4)
1) 개인의 자유와 공중보건 간의 긴장에 대해서는 Gostin, L. O. (Ed.). Public Health Law and
Ethics: a Reader. 3rd edition, Univ of California Press, 2018. Ch.4 를 참조할 수 있다. 2) 초기 역학조사에서 ‘밀접접촉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 협소했다는 비판이 방역당국뿐만
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터져 나왔고, 보다 철저한 확진자 동선공개와 자가격리 강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 초기 역학조사의 ‘밀접접촉자’판단 기준은 ‘1) 확진/의심환자와 신체접촉을 한 경우’, ‘2)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경우’로 분류되었는데, 이후 첫 환자와 동일 병실에 입원하지 않았던 여섯 번째 환자가 메르스 확진을 받게 되며, 이러한 초기 판단 기준이 안이했다는 범국민적 비판이 발생하였다 (보건복지부, 2015 메르스 백서, 2016, 5-7면). 결국 상기 판정 기준에서 ‘1시간’이라는 노출 기준이 삭제되는 등, 보다 광범위한 접촉자 판정 기준이 도입되었다. 3) 한국에 첫 감염자가 입국한 것은 2015년 4월 24일이었다. 환자는 귀국 7일 후부터 발열
및 전신증상이 나타났으나, 여러 병의원을 전전한 이후 5월 20일에서야 메르스 첫 확진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6월 1일 총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6월 17일에는 162명이 확진 되는 등 1달 이내에 빠른 확산세를 보였다. 최종적으로 한국에서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하여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중 38명이 사망하였다. 4) 2015 메르스 사태 당시, 접촉자 격리 과정에서 불순응의 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2015년 12월 29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2조의 강제처분 조항이 개정되기에 이른다(Ibid., 12, 397-400).
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07
이러한 메르스 사태의 경험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SARS-
CoV-2, 이하 코로나19)에 대한 행정․ 입법부의 빠른 방역대응을 이끌었다.
2020년 1월, 정부는 코로나19를 제1급감염병으로 지정했으며,5) 2020년 2월
23일에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였고, 2020년 2월 중순 대구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국회는 이른바 ‘코로나 3법’이라 불리는 「감염
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중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의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세 가지 국가의 개입이 법의 이름으로 허용되게
된다.6)
첫째, 제1급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 확진자뿐만 아니라 ‘감염병의심
자7)’에 대해서도 격리거부 시에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격리거
부자 및 격리이탈자에 대한 벌칙을 상향하였다.8) 둘째, 감염병 확진자가 치료
5) 「감염병예방법」 제2조2항에 따르면 제1급감염병이란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
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하여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에 해당한다. 에볼라바이러스병,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17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코로나19는 2020년 1월 시점에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포함되어 관리되기 시작하였다(중앙방역대책본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지침 [지자체 용]제4판, 2020). 6) 본 논문에서 언급된 ‘코로나3법’ 개정안은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067호, 2020.3.4. 일부
개정]의 2020.6.5. 시행안을 말한다. 코로나19사태 속에서 이후로도 해당 법률은 수차례 추가적 개정을 거쳤으나, 본 논문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쟁점은 대부분 2020년 3월 4일의 개정에서 제기되었다. 2020년 3월 4일 개정법률과 추가적 개정 이후의 법률이 세부적 사항 이외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현 시행법률과의 호응을 위하여 이하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인용되는 조문은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구체적인 조문의 내용은 본문의 V장을 참조할 수 있다. 7)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5의2에 따르면 ‘감염병의심자’는 “(1)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
자 및 병원체보유자와 접촉하거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 (2) 검역법 제2조제7호 및 제8호 에 따른 검역관리지역 또는 중점검역관리지역에 체류하거나 그 지역을 경유한 사람으로서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3) 감염병병원체 등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으 로 정의된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분류는 사례를 세 가지로 나누어 (1) 확진환자, (1) 의사환자(확진확자 접촉 유증상자), (2) 조사대상 유증상자 (PUI, 의사 판단 유증상자 [PUI-1] / 해외국가 방문 후 유증상자[PUI-2] /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유증상자[PUI-3])로 나누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19 대응 지침[의료기관용] (2020.7.9. 배포), 2020: 19-20). 8)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067호, 2020.3.4. 일부개정] 제42조 제2항, 제79조의3 참조.
4페이지
10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를 거부할 경우에 대한 벌칙을 상향하였다.9) 셋째, 제1급감염병 환자로 의심
되는 사람이 감염병병원체 검사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
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10)
이러한 개정은 이른바 ‘3T 모델(Test-Trace-Treat)’이라 불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을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었다. 3T 모
델을 통해 ‘첫 증상 후 입원에 걸리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TFSH, Time
from First Symptom onset to Hospitalization)’을 단축함에 있어서, 검사거부
자에 대한 강제검사조치와 감염의심자 강제격리, 확진자 동선공개11)와 같은
광범위한 자유 제한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 「감염병예방법」을 통한 개인의 자유제한은 여러 사회적 논쟁을
빚기도 하였다.12) 자가격리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 강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대립부터, 격리장소 이탈자가 타인에 대한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처벌하
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치료를 거부하는 확진자에 대한 치료 강제
의 정당화 가능성 및 팬데믹 속 집회의 자유의 보장 문제 등 광범위한 자유권 제
한의 문제들이 모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자유 제한조치들이 도입되는 과정 중에도, ‘공
9)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067호, 2020.3.4. 일부개정] 제79조의3 제3항. 기존 300만원 이하
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칙이 상향되었다. 구체적인 조문의 내용은 본문의 V장을 참조할 수 있다. 10)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067호, 2020.3.4. 일부개정] 제13조, 제80조 참조. 11) 한편,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도록 하는 이른바 ‘확진자 동선공개’와 관련된 조항의 신설은 이미 2015년 7월 6일 개정안에서 이루어졌던 바 있다. 당시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확진자 동선공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며 신설된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는, 2020년 3월 4일에 일부개정 되어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되는’ 경우로 그 적용을 한정하고, 공개된 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의 조건을 명시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2020년 3월 개정에 집중하여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 조항과 관련된 구체적 논의는 다루지 않고, 본문에 언급된 격리위반· 치료거부· 검사거부에 대한 처벌조 항에 논의를 한정하고자 한다. 12) 코로나19 팬데믹 속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로는 다음으
문서를 참조할 수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Response to COVID-19 and States’ Human Rights Obligations: Preliminary Observations.” 12 March 2020;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코로나 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2016
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09
중보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의 정당성과 그 도덕적 한계
에 대한 법철학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13)
본 연구는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경험 앞에서 공중보건과 공
익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는 도덕적 한계를 이론적으
로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전통적 ‘해악의 원리(Harm Principle)’로부터 출발
하여 조엘 파인버그(Joel Feinberg)의 이론을 검토하고, 과학기술학 분야에서
의 ‘리스크(risk)’ 논의와 공중보건윤리 분야의 ‘인구집단(population)’ 논의
를 기존의 자유주의 법철학 전통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기존 ‘해악의 원리’에서의 ‘타인에
대한 해악(harm to others)’과 ‘스스로에 대한 해악(harm to self)’ 논의에 더
13) 공중보건 비상사태에서의 자유제한에 대한 논의는 공중보건윤리와 공중보건법 분야에서
활발히 제기되어 왔으며, 특히 1980년대 서구권에서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의 유행과 2000년대 신종감염병의 출현으로 논의의 지형이 크게 확대되었다(Holland, S. Public Health Ethics. 2nd edition. John Wiley & Sons. 2015). Childress et al(2002)에서 자유제한의 다섯 가지 ‘정당화 조건들(Justificatory conditions)’을 제기한 이래 이를 적용․ 확장한 여러 논의들이 이루어져 왔으며(Childress et al. “Public health ethics: mapping the terrain.” The Journal of Law, Medicine & Ethics, 30(2), 2002; Wynia, M. K. “Ethics and public health emergencies: restrictions on liberty.” The American Journal of Bioethics, 7(2), 2007; Cetron, M., & Landwirth, J. “Public health and ethical considerations in planning for quarantine.” The Yale Journal of Biology and Medicine, 78(5), 2005 등; 정당화 조건들에 대해서는 각주 98 참조), 이를 적용하여 국내 메르스 확산 당시의 경험에 대한 공중보건윤리에서의 검토를 시도한 국내에서의 연구 또한 존재한다(배종면, “2015년 메르스 유행에서 감염병 유행 통제를 위한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중보건 윤리 원칙 들 정립”, 대한보건연구(제41권 4호), 2015; 최은경, “공중보건 비상사태와 윤리적 대응: 2015 년 한국 메르스 유행을 중심으로”, 한국의료윤리학회지(제19권 3호), 2016 참조). 또한 공중보건법 분야에서도 감염병 유행상황에서의 개인의 자유제한에 대한 검토가 이루 어져 왔다(Gostin et al., “Ethical and legal challenges posed by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implications for the control of severe infectious disease threats.” JAMA, 290(24), 2003; Rothstein, M. A. “From SARS to Ebola: legal and ethical considerations for modern quarantine.” Ind. Health L. Rev., 12(1), 2015; Gostin, L. O., & Wiley, L. F. Public Health Law: Power, Duty, Restraint. Univ of California Press. 2016 Ch.10-11 참조). 그러나 공중보건윤리 분야의 선행연구는 국제적으로 논의되어온 가이드라인을 소개․ 적용 하는 것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공중보건법 분야에서의 연구 또한 실정법이나 국제규약 의 적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의 기저에 흐르는 자유제한의 정당화 근거와 그 철학적 논점에 대한 검토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자유제한의 특성에 대한 중요한 제언으로는 Studdert, D. M., & Hall, M. A. “Disease control, civil liberties, and mass testing—calibrating restriction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3, 2020을 참고할 수 있다.
6페이지
11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하여,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risk to population)’ 개념을 포함한 ‘확장된 해
악의 원리’가 필요함을 제기하였다. 글의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를 통해 개정 「감염병예방법」의 ‘격리위반’, ‘치료거부’, ‘검사거부’에 대
한 처벌조항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검토하였고, 국가의 자유 제한조치에 대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적용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II. 자유제한의 기본원리
- 해악의 원리(Harm Principle)
상기 개정 「감염병예방법」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공중보건을 수호하기 위
한 법제들은 상당 부분 개인의 자유제한을 동반하게 된다. 개인이 감염병 환자
로 의심되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검사를 받아야만 하고, 격리 상황에서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며, 감염된 경우에는 개인의
동의 없이도 치료가 강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를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정당화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수립할 것
이 요청되어왔고, 이에 대해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수립하였다.
나는 이 책에서 자유에 관한 아주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를 천명하고자 한
다. …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
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
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14)
14)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역, 자유론, 책세상, 2018: 27. 강조 필자.
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11
이처럼 밀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타인에 대한 해
악’을 막기 위한 경우라 주장하였고, 후대의 학자들은 이러한 밀의 이론을 ‘해
악의 원리’로 정교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유주의 형벌 이론의 토대를 형성하
였다.
-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감염병 환자(Patient as Victim and Vector)15)
: 감염병에서의 자유제한 문제의 특수성
그러나 감염병에 노출된 개인에 대한 강제치료․ 강제검사의 정당화는, 기존
에 논의되어온 ‘타인에 대한 해악’의 측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감염환자
에서의 자유제한 문제의 특수성은, 치료받지 않을 경우 타인을 감염시켜 ‘타인
에 대한 해악’을 초래함과 동시에, 감염된 스스로의 건강을 잠식하는 ‘스스로
에 대한 해악’의 측면을 함께 갖는다는 점에 있다.
즉, 감염인은 감염을 운반하는 ‘매개체(vector)16)’라는 공중보건의 위험요
소가 됨과 동시에, 스스로는 감염의 ‘피해자(victim)’가 되어 공중보건에서의
보호 대상이 되는 독특한 윤리적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17) 이번 코로나19 팬
데믹 상황에서의 자유제한 또한 두 요소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감염자
에 대한 강제적 격리 및 치료와 같은 조치들은 한편으로는 피해자 측면에서의
‘스스로에 대한 해악’을 예방하는 것으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매개체로서의
환자에 의한 ‘타인에 대한 해악’을 막는 것으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한다.
15) 감염병 환자에서의 피해와 가해의 이중적 속성을 개념화하며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감염병 환자(Patient as Victim and Vector)’라는 용어를 제기하였던 중요한 저작으로는 Battin, M. P., Francis, L. P., Jacobson, J. A., & Smith, C. B. “The patient as victim and vector.” in Blackwell Philosophy Guides to Medical Ethics, Blackwell Publishing. 2007: 269-288 를 참고할 수 있다. 16) 공중보건 분야에서 ‘매개체(vector)’란, 인간과 인간 사이, 혹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성
병원체를 전파할 수 있는 개체를 뜻하며, 모기, 파리, 이, 벼룩, 진드기가 대표적 예시이다. 일반적으로는 코로나19의 경우와 같이 인간 간에 감염 전파가 이루어지는 경우 인간 전파 자를 ‘매개체’라 부르지 않으나, 바틴(Battin) 등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감염을 매개한다는 측면에서 감염인 또한 넓은 의미의 ‘매개체’라 명명하였다. Ibid. 17) Ibid., 272.
8페이지
11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따라서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환자(Patient as Victim and Vector, 이하
PVV)’라는 감염병의 독특한 측면은, 질병을 지닌 개인이 치료를 거부하는 상
황에서 개인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가 하는 ‘치료거부권’의 문제임과 동시
에, 자․ 타해의 위험이 높은 개인에 대한 자유의 구속이 실제 해악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형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생명윤리와 형법
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감염병 환자에 대한 개입’ 문제는, 그 다면적 특성
상 생명윤리와 관련된 의료법의 판례에서도, 형법에서의 구금의 사안에서도
일관적 해답을 추출하기 어려운 양상을 보여왔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조건을 자유주
의적 입장에서 일관되게 구축한 파인버그의 형사법의 도덕적 한계(Moral
Limits of Criminal Law)연작은 치료거부와 사전적 자유제한의 문제를 논리
적 일관성을 가지고 다루고 있다.18)
밀이 자유론에서 제기한 원칙을 따라, 파인버그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두 경우로, 누군가에게 해악을 끼치는 경우와 타인에게 회피할 수
없는 형태로 불쾌한 마음상태를 유발하는 경우 두 가지만이 가능하다고 이야
기한다. ‘해악의 원리’, ‘혐오유발행위의 원리(offense principle)’로 명명된 두
원리 중 첫 번째 ‘해악의 원리’는, 그 대상에 따라 다시 ‘스스로에 대한 해악’과
‘타인에 대한 해악’으로 나뉜다.
파인버그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한다면, 코로나19 감염자/감염의심자에 대
한 개입은 ‘스스로에 대한 해악’에서 다루는 치료거부의 문제와 ‘타인에 대한
해악’에서 다루는 자유제한의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이처럼 자해와 타
해가 공존하는 감염과 공중보건의 특수성을 도식적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
다.19)
18)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1: Harm to Others. Oxford
University Press. 1987;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3: Harm to Self.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4: Harmless Wrongdoing, Oxford University Press. 1990. 19) Childress et al. “Public health ethics: mapping the terrain.” The Journal of Law, Medicine
9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13
Harm principle on Individual action ‘Victim’ Harm to Self
‘Vector’ Harm to Others
Voluntariness20)
of Individual’s
action
Voluntary ① Hard paternalism ②
Non-voluntary ③ Soft paternalism ④
- 스스로에 대한 해악
위 도식의 ①, ③은 ‘피해자’로서의 감염인/감염위험자가 치료나 검사를 거
부하는 경우, 즉 ‘스스로에 대한 해악’이 있음에도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 언제
국가는 개인에게 정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논하는 후견주의적 개입
(paternalistic intervention) 논의와 이어진다. 파인버그와 같은 자유주의에
기반한 법학자들은, 위의 ①에 해당하는 경성후견주의(hard paternalism)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드러내는데, 대표적 경성후견주의 사례가 바로 환자의
‘치료거부’의 문제이다.
치료거부와 관련한 민사 판례에서 국내 대법원은 원심판단을 인정하며21),
자살 목적으로 유기인제 살충제를 음독하고 응급실에 내원, 위세척과 같은 치
& Ethics, 30(2), 2002: 170-178의 Figure 2를 파인버그의 논의에 맞추어 수정하였다. 20) 치료거부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해악의 경우에 파인버그가 중요하게 제기한 관점은, 자유
주의와 충돌하지 않는 후견주의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국가의 개입’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문제로 다루어져온 후견주의의 구도에서, 그는 경성후견주의와 연성 후견주의를 구분하며 논의를 이끌어낸다. 개인의 충분한 자발성(voluntariness)이 존재함 에도 그에 반하는 개입이 정당화됨을 주장하는 ‘경성후견주의’와는 달리, 개인의 행위 자발 성이 저하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연성후견주의(soft paternalism)’는 자유주의 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감염자/감염의심자에 대한 자유 제한조 치의 경우에도, 미성년자 및 정신장애인이나 인지장애노인에서의 자유제한과 같은 연성후 견주의와 관련된 여러 추가적 이슈가 파생될 수 있다. 21)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3다14119 판결. 해당 판결은 살충제를 음독하여 내원한 환자에
게 의사가 위세척을 하려고 하였으나 환자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위세척에 실패하여 결국 환자가 큰 병원으로 전원된 이후 사망한 사안에서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다루었다. 대법원은 위세척 등 치료를 거부한 환자의 과실을 60%로 보고 과실상계를 한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3. 1. 30. 선고 2001나73741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10페이지
114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료를 거부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의사는 환자를 ‘결박하는 등’으로라도 위
세척 등의 치료를 강제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이
인용한 원심 판결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보다 의사의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시될 수 있는 ‘경성후견주의’의 조건으로 (1) ‘응급환자의 경우’와
(2) ‘의사의 의료행위 중지가 환자의 실명(失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경
우’라는 두 조건을 제시하며, 두 조건이 모두 만족될 때에만 자기결정권의 제한
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 제시하였다.22)
한편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의한 수혈거부와 관련한 형사 판례에서,23) 환
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혈 방법의 선택을 고려함이 원칙이라
고 하면서도,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
행위를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응급하게 의료행위를 해야만 환자의 생
명을 보존할 수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자기결정권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생
명과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
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렵거나 적어도 동등한 가치가 있을 때에는 의사가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했다면, 그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다.24) 나아가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가장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특정한 치료방법을 거
부하는 것이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제 3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
는다면 환자의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례들을 종합하여 보면, ‘치료거부’의 상황에서 의료인의 경성후견주의
적 개입은 여러 제한적 조건 하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사의
22) 서울고등법원 2003.1.30.선고, 2001나73741 판결. 관련된 연구로는 배현아, “환자 자기결정
권과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치료거부 (informed refusal): 판례 연구”, 의료법학(제18권 2호), 2017, 105-138면을 참조할 수 있다. 23) 대법원 2014.6.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해당 판결은 환자의 명시적인 수혈 거부 의사가
존재하여 의사가 수술과정에서 타가수혈을 하지 아니하고 수술을 시행, 환자가 심각한 출혈로 인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다루었다. 24) 대법원 2014.6.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11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15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된 첫째 판례에서는 1) 응급환자에 대하여, 2) 의사의 의
료행위 중지가 환자의 실명을 가져올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여 의사의 경성후
견주의적 개입의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두 번째 판례에서는 “환자의 생
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
를 지니는 경우”에는 후견주의에 어긋나는 행위(수혈하지 않는 행위)가 정당
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개정 「감염병예방법」 제41조 2항과 제79조의3은, ‘감염병 환자’는 물
론, 감염이 확실하지 않은 ‘감염병의심자’의 치료거부에 대한 처벌을 위와 같
은 단서조항 없이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25) 따라서 개정 「감염병예방법」의 치
료거부 처벌조항은 비감염성 질환에서의 ‘스스로에 대한 해악’의 차원만으로
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감염병예방법」에서 일반적 치료거부의 사례보다 더
광범위한 자유제한적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타인에 대한 해악’
에서 찾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즉, ‘피해자(victim)’로서의 감염자가 명시적으
로 치료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 ‘강제치료’는 비감염성 질환에서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허용될 수 있을 것이기에, 비감염성 질병에는 부재한 ‘매
개체(vector)’로서의 감염자/감염의심자의 속성이 개인에 대한 광범위한 후
견주의적 자유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어지는 Ⅲ, Ⅳ장에서는 기존의 ‘타인에 대한 해악’ 논의를 확장하여 공중보건
위기 속 감염자/감염의심자가 지니는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개념화하고, Ⅴ장
에서는 감염병 환자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자유 제한조치의 정당성을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거하여 검토해보고자 한다.
25)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41조, 제79조의3 제3항. 구체적
인 조문의 내용은 본문의 V장을 참조할 수 있다.
12페이지
11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III. 리스크(risk) 원리: 타인에 대한 해악 논의의 확장 (1)
- ‘확률’로서의 해악
앞서 밀이 말하였던 해악의 원리에 따르면,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는 행위’
를 막는 과정에서의 자유 제한조치(위 도식의 ②, ④)는 모두 개입의 정당성을
갖는다. 따라서 팬데믹 상황에서 타인에게 감염병을 퍼뜨리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해악’으로 이어지기에, 감염자/감염의심자의 자유는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속단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는 공중보건에서의 자유제한이
지니는 독특한 특징에 대한 고려가 누락되어있다.
다른 사안에서의 신체 자유의 제한과는 다르게, 공중보건 영역에서의 자유
제한은 ‘예방적(preventive)’인 속성을 지닌다. 즉, 개인이 타인을 감염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 즉 ‘확률적 해악(statistical harm)’이
있다는 이유로 ‘선제적으로’ 구금시키는 등의 자유제한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는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온전히 포섭되지 않는 지점으로,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해악의 확률적 증가’일 수 있느냐는 법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26) 즉, 감염병과 같은 공중보건법제의 영역에서는 타인에 대
한 해악의 논의가 타인에 대한 확률적 해악 혹은 리스크(risk) 논의로 확장되
며, 단지 타인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개인에게 개입할 수 있는 정당
성이 확보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공중보건 영역에서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연관 사례로, 음주측정 거
부의 경우 형사처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논의를 살펴보자. 도로교
통법 제148조2 제1항에 따르면,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지게 되는데, 이는 음주운전에 의해 실제로 타인
에 대한 ‘해악’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적용되게 된다. 즉,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26) 관련된 논의로는 Dawson, A., Verweij, M.(Eds.). Ethics, Prevention, and Public Health.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Ch. 1, 6.
1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17
사고를 안 내는 경우가 있지만, 타인과 스스로에 대한 위해의 ‘확률적 가능성’
만으로 ‘사전적’인 처벌이 부여되는 것이다.
음주측정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27)에서
는, “음주운전 방지와 그 규제는 절실한 공익상의 요청이며 이를 위해서는 음
주측정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바 ... 입법목적의 중대성, 음주측정의 불가피
성, 국민에게 부과되는 부담의 정도, 처벌의 요건과 정도에 비추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즉, 특정 개인에 대한 음주측정이 지니는 공공의 이익은 확률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으며(음주운전을 했지만 사고가 안 날 수 있다), 그러한 ‘공공(the
public)’에의 확률적 해악 가능성은 ‘개인’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자유주의 형
법이론과는 다른 정당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 해악과 리스크
파인버그 역시 자신의 저서 타인에 대한 해악(Harm to Others)에서 타인
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가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다루며, 본인의 이론체계
내로 ‘확률적 해악’ 개념의 포섭을 시도한다. 그는 확률적 해악을 설명하기 위해
‘리스크(risk)’개념을 도입하며, ‘발생할 수 있는 해악의 중대성(gravity)’과 ‘해
악이 발생할 가능성(probability)’의 두 축을 설정한다.28) 그는 해악의 중대성
과 발생가능성 중의 한 변수만으로는 자유제한의 정당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다
고 주장하는데, 일어날 경우 해악의 크기가 중대하더라도 발생가능성이 극도로
낮거나, 발생가능성이 높더라도 해악의 정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는 정당한 개입
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29) 따라서 파인버그는 발생 가능한 해악의 크기
27) 96헌가11 1997.3.27. 선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는 “절실한 공익상의 요청”이라는 “입법
목적의 중대성”을 개인에 대한 개입근거로 제시하나, 이러한 판결의 논거는 ‘이미 벌어진 해악’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확률적 해악’ 혹은 ‘리스크’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28)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1: Harm to Others. Oxford
University Press. 1987: 190.
14페이지
11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와 해악의 발생 가능성의 ‘곱’으로써 리스크를 정의하며,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
아 1에 수렴하는 경우가 일반적 ‘해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30)
×
그러나 파인버그의 리스크 개념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적용의 한계에
직면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로운 공중보건의
리스크가 등장하는 경우 그 해악의 중대성은 물론, 해악의 발생가능성 모두 알
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31)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국지적으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는 과거와는 달리 국경을 넘나드는 유동
적 인구이동을 타고 새로운 지역으로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으며,32) 바이러스
의 전파경로와 예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초기상황에서는 해악의 정도와
가능성 모두 정확히 파악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의한 공
중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파인버그의 ‘리스크’ 정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 불확실성(uncertainty)
1990년대, 유전자변형식품, 광우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프리온,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위험 앞에서, 앞서 다루었던 리스크의 개념의 확장이 시도되어왔
29) Ibid., 191. 30) Ibid., 191-192. 31) 근대 통계지식의 발전으로 과거 ‘우연(chance)’으로 상정되었던 많은 지식들이 확률의 언어
로 구체화되고 리스크 분석(risk assessment)의 대상으로 포섭되어 왔지만, 오늘날 발생하 는 새로운 리스크들은 고도로 산업화되고 전지구화된 세계에서 여전히 불확실성 (uncertainty)을 내포하고 있다. 확률이 사회문제에 적용되어 우연적 현상을 통치의 영역으 로 포섭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대해서는, Hacking, I., & Hacking, T. The Taming of Cha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을 참고할 수 있다. 32) Sirkeci, I., & Yucesahin, M. M. “Coronavirus and Migration: Analysis of Human Mobility
and the Spread of COVID-19.” Migration Letters, 17(2), 2020: 379-398.
1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19
다. 과학기술학(STS) 분야에서는 (광의의) 리스크 개념을 세분화시켜 4가지
개념 – 무지(ignorance), 모호성(ignorance), 불확실성(uncertainty), (협의
의) 리스크(risk) - 으로 정의하는데, 이를 앞서 파인버그가 도식화한 해악의
중대성과 해악의 가능성의 두 축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33)
Gravity of harm Known Unknown
Probability
of harm
Known Risk (in the narrow sense) Ambiguity
Unknown Uncertainty Ignorance
위 분류에 따르면 리스크는 해악의 중대성이 알려져 있는지, 해악의 발생가
능성이 알려져 있는지에 따라 총 네 가지의 개념으로 나뉘며, 파인버그가 가정
했던 것은 중대성과 가능성 모두가 잘 알려진 ‘협의의 리스크(risk in the
narrow sense)’에 해당한다. 둘째로, 발생 가능성은 일정 정도 알려져 있지만
해악의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모호성(ambiguity)에 해당한다. 유전자
변형생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이 그 대표적 사례로, GMO
의 생산량과 섭취량의 통계에 따라 노출된 인구수나 피해 가능성의 범위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인체와 환경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칠지
는 정확히 합의되지 못하는 경우이다.34) 세 번째는 해악의 중대성은 알려져
있지만 발생의 가능성은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며, 마지막은
해악의 결과도, 그 가능성도 알지 못하는 ‘무지(ignorance)’의 영역이다. 광우
병이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혹은 신종 감염병의 전파 초기와 같이, 그 위해와
발생 가능성 모두가 베일에 싸여있는 경우가 ‘무지’에 해당한다.35)
33) Stirling, A. (2007: 310)의 도식을 저자가 파인버그(Feinberg, 1987: 191)의 개념에 맞추어
개념화시킴. Stirling, A. “Risk, precaution and science: towards a more constructive policy debate: talking point on the precautionary principle.” EMBO Reports, 8(4), 2007: 309-315. 34) Ibid., 310; Ekeli, K. S. “Environmental risks, uncertainty and intergenerational ethics.”
Environmental Values, 13(4), 2004: 426 이하.
16페이지
12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그리고 어떠한 위험에 대하여 경험적 지식과 연구가 축적되어 갈수록, 해당
위험이 개념화될 수 있는 범주 또한 4가지 개념 사이에서 점차 변화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사태의 초기에 위험은 그 해악의 크기와 가능성 모
두를 알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에 놓여있었으며, 이후 점차 치명도와 사망률, 감
염재생산지수(R0)36) 등이 알려지며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바뀌었고, 미래에
는 통계지식이 점차 축적되며 점차 협의의 리스크 범주로 그 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파인버그가 제안하였던 해악의 크기와 발생 가능성의 ‘곱’으로써
리스크를 정의했던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불확실성’과 ‘모호성’, ‘무지’
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정당한 자유제한의 외연을 확정할 수 있을까.
-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타인에 대한 해악의 방식과 정도에 대한 지식이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 국가
의 개입을 결정하여야 하는 어려움은 환경 분야에서 제기된 바 있다. 환경오염
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제안된 중요한 개념인 ‘사전주의 원칙’
은, 위험이 초래할 잠재적 해악의 크기가 매우 높고 비가역적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위험의 속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선제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37)
35) Stirling, op. cit., 2007: 310-311. 사전주의 원칙에 따른 위험의 분류가 기존의 위험분석(risk
assessment)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사려 깊은 한국어 연구로는 하대청, “사전주의의 원칙은 비과학적인가?: 위험 분석과의 논쟁을 통해 본 사전주의 원칙의 ‘합리성’”, 과학기술 학연구(제10권 2호), 2020, 158-165면을 참고할 수 있다. 36) 감염재생산지수(R0)란 첫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 수로, 현재까
지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2에서 3.3으로 추정되며, 물리적 거리두기 및 방역조치 시행 시에는 재생산지수가 낮아질 수 있다. 관련된 연구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Li et al., “Early transmission dynamics in Wuhan, China, of novel coronavirus–infected pneumon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 2020 및 Liu et al., “The reproductive number of COVID-19 is higher compared to SARS coronavirus.” Journal of Travel Medicine. 27(2), 2020. 37) Sandin, P. “Dimensions of the precautionary principle. Human and Ecological Risk Assess-
ment.” Human and Ecological Risk Assess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5(5), 1999:
1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21
이러한 사전주의 원칙에 따르면, 앞서 살펴본 위험의 네 가지 분류 중, 해악
의 크기와 발생 가능성이 모두 알려진 (협의의) 리스크를 제외한 ‘불확실성’과
‘모호성’, ‘무지’의 영역에서 ‘선제적’인 개입을 고려할 수 있다.38) 따라서 공중
보건 영역, 특히 ‘무지’ 혹은 ‘불확실성’의 속성을 지니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또한 사전주의 원칙의 대상이 되며, 엄밀한 해악의 계량 없이 감염의심자
에 대한 강제격리 등의 자유 제한조치가 이루어지는 근거를 이룬다.39)
실제로, 이러한 사전주의 원칙이 직접적으로 천명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
19에 대한 광범위한 방역의 이면에는 사전주의 원칙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
쟁 구도가 재현되어왔다. 이 바이러스가 초래할 미래의 해악에 대해 충분한 정
보가 없던 팬데믹 초기, 감염의심자에 대한 강제격리, 강제검사, 강제치료를
‘충분한 근거 없이,’ ‘사전예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하는 논쟁
부터, 최근 공기전파 및 재감염을 둘러싼 논쟁까지, ‘무지’와 ‘모호성’, ‘불확실
성’의 상황 속에서 사전주의 접근법의 적용범위와 한계를 정하는 것은 이번 감
염병 사태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반복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주의 원칙을 강하게 적용하여 ‘정의되지 않는 위험’을 개
인의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삼게되는 경우, 국가 권한의 무분별한 확장을 ‘불확
실성’의 이름으로 허용할 우려가 생긴다.40) 발생할 수 있는 해악의 크기와 그
가능성이 불확실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
889-890; 김은성, “사전예방원칙의 정책 유형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찰: 유럽 및 미국 위험정책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학보(제45권 1호), 2011, 142면. 한편, 사전주의 원칙 은 1970년대 독일의 수질보호 규제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된 이래 환경과 바이오안전 영역에서 활발히 논의되어왔으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세대 간 형평(intergenerational equity)’ 개념과 맞물려 함께 발전하여왔다. Jackson, W., & Steingraber, S. Protecting Public Health and the Environment: Implementing the Precautionary Principle. Island Press., 1999: 4; 권한용, “국제법상 사전주의 원칙의 적용과 한계”, 동아법학(제46권), 2010, 424-427면. 38) Stirling, op. cit., 2007: 309-310. 39) 사전주의원칙과 공중보건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Bayer, R., & Fairchild, A. L.. “The genesis
of public health ethics.” Bioethics, 18(6), 2004: 490을 참고할 수 있다. 40) Husak, D. Overcriminalization: The Limits of the Criminal Law.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161.
18페이지
12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를 취할 경우 개인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으며, 반대로 그 불확실
성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면 적절한 위기개입의 부재로 공공의 복리가
비가역적으로 훼손되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41)
더욱이 기존 사전주의 원칙에 의거한 환경규제가 주로 기업이나 국가를 제
약하는 것과는 다르게, ‘환자가 피해자임과 동시에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지니
는(PVV)’ 감염병 위기의 특성상 환자는 ‘피해자’이기보다는 위험한 ‘매개체’
로 관리되며, 사전주의 원칙은 ‘공익’과 ‘안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과도
하게 제한하는 원칙으로 작동하기 쉽다.42) 즉,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해악의
원리’를 확장시킬 경우, 정당한 형사처벌의 한계를 넘어 ‘과잉범죄화
(overcriminalization)’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뒤의 Ⅲ-6에서 사전
주의 원칙의 과도한 적용을 제한하는 세부적 논의를 다루기 위해, 우선 다음에
서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의 ‘불확실성’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로써 ‘원거리
해악’의 개념을 살펴보아야 한다.
- 원거리 해악(remote harm)
감염병 위기에서의 개인의 자유제한 상황에서, ‘사전주의 원칙’과 더불어 전
통적 해악의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다른 한 가지는 ‘원거리 해악’의 문제이다.
전통적 해악의 원리에서 제기하는 ‘해악’의 개념은 타인에 대한 즉각적 해악 혹
41) Ashworth, A., & Zedner, L. Preventive Justice.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202-203.
저자인 Ashworth와 Zedner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적절한 유죄선고 과정 없이 구금 이 이루어지므로, 절차적 안전망이 더욱 중요하며, 예방적 목적의 자유의 제한은 최후의 수단(last resort)으로 사용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42) 2000년대 초반부터 영미 형법학계를 중심으로 ‘사전주의 원칙’이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안보 상황에 적용되는 경우, 국가는 개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벗어난 과도한 권리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이처럼 사전주의의 원칙과 안보 논리와의 결합 상황에서는 개인의 자유제한에 대한 더욱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Lomell, H. M. “Punishing the uncommitted crime: Prevention, pre-emption, precaution and the transfor- mation of criminal law.” In Justice and Security in the 21st Century. Routledge., 2012: 88. 저자는 2000년대 영미 형법의 예방적 전환(Preventive turn)의 네 가지 계보로 1) 전통적 범죄 예방 프레임워크, 2) 예방적 처벌의 전통, 3) 정의에서 안보로의 전환, 4) 사전주의 원칙을 제기한다.
19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23
은 가시적이고 정량가능한 해악의 리스크를 전제하나,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해악 개념으로는 실제 법률이 제한하는 다양한 상황을 포섭하지 못한다는 것이
지적되어 왔다.43) ‘과속운전’을 처벌하거나, ‘총기 소유’를 규제하는 것이 대표
적인 예시로, 이러한 처벌은 모두 특정한 종류의 ‘우발성(contingencies)’이 동
반될 때에만 리스크를 구성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44) 빈 도로에서의 과속운
전이 해악으로 이어지지 않고 총기 소유만으로 해악이 구성되지 않듯, 특정 행
위로 인하여 해악이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동반되는 상황이나 특정 행위
들이 추가될 때에만 리스크가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우
발성을 경유하여서 리스크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해악은 행위로부터 ‘원거리
에(remote)’ 있으며, 그 거리 사이가 멀수록 더욱 여러 불확실성들이 개입하고
책임소재가 모호하게 된다.45)
이러한 원거리 해악은 크게 세 가지 개념으로 나뉜다. 첫째는 ‘추상적 위험
(abstract endangerment)’이다. ‘추상적 위험’은 ‘구체적 위험(concrete
endangerment)’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우발적인 특정 상황이 존재할 때에만
리스크를 생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46) 대표적인 예가 앞서 살펴본 ‘빈 도로
에서의 음주운전’ 처벌 문제이다.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다
른 운전자’ 혹은 ‘도로 내 보행자’의 존재를 전제하며,47) 전제된 우발적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악이 구성된다. 그러나 우리의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많
은 국가의 법률은 타인을 해할 위험이 없는 빈 도로 등의 상황에서도 과속운전
이라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며,48) 이는 일률적 처벌 속에 ‘해악 없는 행위’와
43) Von Hirsch. “Extending the harm principle: ‘remote’ harms and fair imputation.” in Simester,
A. P., & Smith, A. T. H. ed. Harm and Culpability. Oxford University Press., 1996: 263. 44) Ibid., 263. 45) Ibid., 274. 46) Simester & Von Hirsch. “Remote harms and non-constitutive crimes.” Criminal Justice Ethics,
28(1), 2009: 94. 47)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근거로, ‘타인에 대한 해악’ 이외에도 음주운전 중 사고로 인한 운전자
‘스스로에 대한 해악’ 또한 정당화 근거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는 후견주의 논쟁의 맥락에서 의 별도의 검토가 별도로 필요하며, 본문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48)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페이지
124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무고한 개인’까지 처벌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중개적(mediating) 행위를 요하는 해악’은, 행위 자체로는 어떠한 해
악도 발생시키지 않으나, 그 행위 A로 인해 해악을 일으키는 행위 B의 예비조
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해당한다.49) 총기나 마약 소지의 경우, 해당 물건을 소
유하는 행위 A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악도 발생하지 않으나, 소지자 혹은 타인
의 추가적 행위 B (총기 발사 혹은 마약 사용 후의 범죄)의 중개로 인하여 궁극
적 해악(ultimate harm)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행위 B’로 인한 해악에 대
하여, 행위 B에 대한 예비조건을 충족시켰다는 이유로 ‘행위 A’를 처벌할 수 있
는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원거리 해악 분류의 마지막은 ‘누적적 해악(accumulative harms)’이다. 누적
적 해악이란 해당 행위 단독으로는 실제적 해악의 발생은 매우 미미하나, 집단에
의해 누적적으로 행해질 경우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한다.50) 강에의 오
물 방류가 대표적 사례로, 특정 개인이 행한 한 차례의 방류로 강이 오염되지 않
을 수 있으나, 집단에 의해 반복적, 누적적으로 행해지며 특정 임계점
(threshold)을 넘어가는 경우 큰 해악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누적적 해악의
경우, 개인의 행위 하나로는 유의한 해악을 끼치지 않을 수 있으나 집단적 수준
에서는 중대한 해악이 형성될 수 있으며, 집단적으로 형성된 해악 중 개인 행위
자의 책임은 어디까지 책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귀책의 어려움이 발생한다.51)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의 리스크 또한 다양한 원거리 해악 개념의 합으로 구
성된다. ‘감염병의심자’가 격리조치 위반 시 「감염병예방법」 79조의3에 따라 ‘1
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이 부과되는데,52) 실질
적 해악 발생과는 상관없이 ‘타인과의 접촉 없는’ 격리 위반까지도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이는 위 3가지 종류의 원거리 해악 중 ‘추상적 위험’에 기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지게 된다. 49) Von Hirsch, op. cit., 1996: 264; Simester & Von Hirsch, op. cit., 2009: 93-104. 50) Feinberg, op. cit., 1987: 193, 227-232; Von Hirsch, op. cit., 1996: 265. 51) Feinberg, Ibid., 228. 52)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42조, 제79조의3.
21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25
한 처벌의 속성을 갖는다. 또한 감염병 팬데믹 상황은 원거리 해악의 ‘누적적 해
악’의 속성 또한 공유하며, ‘팬데믹 임계점(pandemic threshold)’53)를 넘어가
는 경우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집단적으로 형성된 해악 중 개인 행
위자의 책임은 어디까지 책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귀책의 어려움을 공유한다.
이처럼 ‘사전주의 원칙’의 관점이 형법에 적용되면서, 궁극적 해악과 인과적
으로 먼 행위 혹은 궁극적 해악의 크기와 발생가능성 모두 불확실한 행위까지
처벌의 영역으로 포섭된다. 따라서 궁극적․ 직접적 해악을 중심으로 ‘예방의
동심원(preventive circle)54)’을 그리며 점점 더 먼 거리의 ‘원거리 해악’에의
처벌을 정당화하는 과정은, ‘리스크에 대한 예방적 접근’이라는 정당성과 ‘과
잉범죄화’라는 우려 사이의 균형점을 필요로 한다. 리스크 개념에 기반한 ‘해
악의 원리’의 확장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원거리 해악에 대한 사전주의의 원칙의 과도한 적용을 제한하는 ‘과
잉범죄화’ 제한의 4대 원칙을 검토하여야 한다.
- 과잉범죄화 제한의 4대 원칙
더글라스 후삭(Douglas Husak)은 20세기 말부터 영미 형법 체계에서 개인
의 자유의 사전적 제한을 과도하게 용인하며 부당한 처벌과 범죄가 양산되는
현상을 ‘과잉범죄화’라는 개념을 통해 포착한다.55) 그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
53) 특정 감염 현상이 감염병 유행으로 이행하는 임계점 개념(Epidemic threshold)을 제시한
고전적 연구로는 Kermack, W. O., & McKendrick, A. G. “Contributions to the mathematical theory of epidemics — I.” Bulletin of Mathematical Biology, 53(1-2), 1991: 33-55을 참고할 수 있다. Feinberg(1987: 230) 또한 이러한 누적적 해악의 ‘임계점’ 개념을 제안하고, 이로부 터 환경 규제의 ‘최대상한(ceiling)’ 개념이 도출된다고 지적하였다. 54) 전통적 형사법 내의 해악 개념을 중심에 놓고, 그로부터 인과적으로 먼 원거리 해악까지도
처벌하는 2000년 이후의 형사법의 경향에 대하여 일군의 저자들은 형사법의 ‘예방적 전환 (Preventive turn)’이라 명명하고 ‘예방의 동심원(preventive circle)’의 외연이 점차 넓어져 감을 지적하였다. 관련된 연구로는 Lomell, H. M. op. cit. 85-87; Ashworth, Andrew and Lucia Zedner. “Just prevention: preventive rationales and the limits of the criminal law.” In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Criminal Law.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284-5를 참고 할 수 있다. 55) Husak, op. cit., 3-7.
22페이지
12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은 ‘리스크 예방(risk prevention)’으로, 리스크를 수반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처벌하는 경우, 형사법에 의거한 처벌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부
분이다. 후삭의 이러한 시도는, 앞서 논의한 사전주의 원칙과 원거리 해악이 적
용되는 상황에서 ‘해악의 원리’ 확장의 도덕적 한계를 재정의하는 시도로도 읽
을 수 있다.56)
후삭은 ‘해악’이 아닌, ‘해악의 리스크(the risk of harm)’에 대한 처벌이 정
당화될 수 있는 한계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57) 첫째, 처벌은 상당한 리스
크(substantial risk)의 경감과 연관되어야 한다. ‘사소한 해악(trivial harm)’
을 예방한다는 이름으로 자유제한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직관처럼, 전통
적 해악의 원리를 벗어난 ‘선제적’ 방식의 처벌은 ‘상당한’ 정도의 리스크의 경
감과 연관되어야 하며, 후삭은 이를 ‘상당한 리스크의 원칙(the substantial
risk requirement)’이라 명명한다.58)
둘째, 처벌을 통해서 궁극적 해악(ultimate harm)이 발생할 가능성을 실제
적으로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예방 요구의 원칙(the prevention require-
ment)’이다.59) 아무리 큰 리스크와 연관되어 있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행위
에 대한 처벌을 통해 실제적으로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이 경감되지 않는다면
처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
셋째로 저자는, 특정 ‘리스크’에 대한 처벌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그 리스크
가 초래할 ‘최종적 해악’ 자체가 전통적 해악의 원리에 따라 처벌을 허용할 정도
의 것이어야 한다는 ‘완성된 해악의 원칙(the consummate harm principle)’을
제기한다.60) 특정 해악에 대한 ‘리스크’를 처벌하는 것은 해당하는 ‘최종적 해
56) Ibid., 38, 175-176. 57) Ibid., 161. 58) Ibid., 161. 그러나 앞에서 리스크를 해악의 중대성과 해악의 가능성의 곱으로 표현하였던
것을 상기시켜 볼 때, 후삭의 ‘상당한 리스크의 원칙’은 두 번째 원칙인 ‘예방 요구의 원칙’과 세 번째의 ‘완성된 해악의 원칙’으로 환원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삭의 이론에 대한 비판은 본 논문이 다루고자 하는 범위를 초과하므로, 후속 연구에서 다루고자 한다. 59) Ibid., 162. 60) Ibid., 165-166.
2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27
악’에 대한 처벌의 경우보다 그 외연을 더 좁게 설정하여야 하며, 따라서 리스크
가 예비하는 최종적 해악이 그 자체로 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
니라면 그 리스크에 대한 처벌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 즉, 완료된 최종 해악이
처벌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그 해악을 초래할 위험성 있는 리스크 또한 처벌되
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예방적 동심원’ 도식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결과로서의 궁극적 해악에의 처벌이 정당화 불가한 상황에서 그 해악을 예
비하는 ‘원거리 해악’에 대한 ‘사전주의적 처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책임의 원칙(the culpability principle)에 따르면, 행위자의 위
험한 행위는 해당 행위가 최종적 해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라는 사실을
행위자가 의식하고 의도한 경우에만 처벌의 대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61)
즉, 장래의 해악의 발생에 본인의 위험한 행위가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행위자가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경우, 그 행위의 원거리 해악에 대한 책임을 형벌
로써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록 해악을 의도하여 행동하지는 않았
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해악 발생이 예견됨에도 개의치 않고 행동을 하는 ‘무모
성(reckless)’의 경우 혹은 적어도 반드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
여 결과가 발생한 ‘과실(negligence)’의 경우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부당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과잉범죄화’ 현상에 대한 네 가지 한계 원칙을
제시한 후삭의 논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함의를 갖는다. 감염 의심자가
실제로 타인을 감염시키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구금하는 것이 정당한가? 정
당하다고 한다면, 감염의 위험이 없는 인적 없는 장소로의 이동까지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팬데믹 상황에서는, 타인에 대한 잠재적 해악의 가
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강제로 진단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변은, 감염의 불확실성에 대해 사전주의 원칙
에 입각한 형법적 제한이 점차 확장되는 상황에서, 정당한 제한과 정당하지 않
은 과잉범죄화 사이의 경계를 앞서 살펴본 후삭의 4가지 원칙을 통해 명확히
61) Ibid., 168-174.
24페이지
12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확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감염병 팬데믹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검토하여야 할 또 한 가지
차원의 개념적 문제가 남아있다. 감염병의 독특한 특성은, 타인이 감염되어
‘타인에 대한 해악’이 성립되는 순간, 감염된 그 타인이 다시 해악의 매개체가
되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험으로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으로서의
타자를 전제하는 전통적인 해악의 원리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으며, 팬데믹 상
황과 같이 해악과 리스크가 ‘개인’을 넘어 ‘인구집단’에게 가해지는 경우를 어
떻게 개념화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IV.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타인에 대한 해악 논의의 확장 (2)
- 감염병 팬데믹과 공공적 해악
파인버그는 ‘형사법의 도덕적 한계’ 연작 중 타인에 대한 해악말미에서 본
인이 전개한 해악의 원리가 논리적으로 포섭하기 힘든 사례들을 다루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공공적 해악(public harm)’의 개념이다. 공익을 해하는 행
위는 형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어왔으나,62) 이는 해악이 영향을 미치는 ‘타인’
이 불특정 다수인 경우에 해당하여 전통적 해악의 원리에서는 명확히 설명되
지 않는 난점을 지닌다. 특히 공익이 ‘탄력적 개념(elasticity of the public
interest)’으로 적용되는 경우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하지 않은 자유제한을 허
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63) 공공적 해악에 의거한 자유제한에는 공익과 공공성
62)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민국 형법 제16장의 「음용수에 관한 죄」 조항으로, 그 피해자를 특정
할 수 없더라도 “공중”(형법 제16장 193조, 195조)의 건강에 대한 위해를 근거로 형사처벌 이 정당화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에서 또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제한될 수 있음을 말하며 자유제한 의 정당화근거로 ‘공공복리’를 명시하고 있다. 공공복리와 공익 개념의 차이에 관한 논의로 는 지성우, “법학적 의미에서의 ‘공익’개념에 대한 고찰-국가 이데올로기 관철의 도구에서 국가작용 제한의 근거로의 전환”, 성균관법학(제18권), 2006, 217면을 참조할 수 있다. 63) Feinberg, op. cit., 1987: 222.
2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29
개념의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적 해악’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감염병 팬데믹 상황이다. 팬
데믹 상황에서의 타인 A에 대한 감염은, 해악의 피해자로서의 A와 새로운 해
악의 주체인 매개체 A를 동시에 생성하며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을 전파/
재생산시킨다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전파경로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감염병은 특정 개개인이 아닌, ‘인구집단’에 대한 위험성
을 주요한 속성으로 지니게 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도 안전지대
에 있을 수 없다는 광범위한 공포와 영향력은 이처럼 누군가에게로 ‘특정될 수
없는(unassignable)’ 감염병 위험의 속성에 기인한다.64)
따라서 감염병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리스크’ 개념은 ‘인구집단에 대한 리
스크’ 개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개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인구
집단’을 기반으로 한 이익과 해악의 재개념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특정 개인
에 대한 감염의 위험이 아닌 ‘불특정 다수’ 혹은 ‘인구집단’에 대한 팬데믹의 위
험부과는 어떻게 개념화할 수 있을까?
- 인구집단 접근법과 인구집단 수준의 생명윤리
이처럼 ‘인구집단’을 해악 혹은 리스크의 대상으로 하는 팬데믹 상황은 대표
적인 ‘공중보건’ 위기에 해당한다. 공중보건은 ‘개인’이라는 단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집합적’ 차원에서의 건강과 불건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학’과 구분
된다. 특히, 건강증진을 위한 ‘인구집단’ 수준의 개입의 유효성이 역학적으로
64) 파인버그는 이러한 난점 앞에서 ‘공공적’이라는 의미의 두 가지 계보를 추적한다. 우선
그는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의 ‘불특정성(unassignable)’의 개념을 따라, ‘공익’은 공동체의 어떤 불특정 개인을 선정하여도 해당 사안에 대해 해당 개인의 이익을 지니는 것으로 개념화한다. 둘째로, ‘공익’은 ‘공통의 이익(common interest)’이며, 공동체 내의 대부분의 개인이 해당 사안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하나의 공유된(one and the same) 이익”을 갖는다고 지적한다(Ibid., 223). 이러한 공공성의 두 측면은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공익의 서로 다른 차원을 지칭하고 있다. 포스테마는 이러한 파인버그의 ‘공통의 이익’ 개념을 비판하며 파인버그가 지칭하는 개념은 “공통의(common)” 이익보다는 “수렴 적(convergent)” 이익으로 명명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한다. Postema, G. J. “Collective evils, harms, and the law.” Ethics. 97(2), 1987: 422 note 18.
26페이지
13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증명되며, 개입의 단위가 개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고위험군 접근법
(high-risk strategy)’과 구분되는 ‘인구집단 접근법(population approach)’
이라는 공중보건 고유의 분야가 대두되기도 하였다. 개인의 가장 사적인 부분
처럼 보이는 ‘건강’의 증진을 위해서는, 혈압이 높은 환자들에 대한 약물 처방
과 같은 ‘고위험군 접근법’보다도 국가 수준에서의 저염분 식이 정책과 같은
‘인구집단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65)
공중보건 역학연구의 발전에 따라, 생명윤리 분야에서도 ‘개인’ 수준의 생명
윤리와는 구분되는 ‘인구집단 수준의 생명윤리(population level bioethics)’
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66) 개인과 구분되는 집합적 이익의 개념을 공중보건
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재정립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져 왔다. 이번 코로나19
65) 학자인 제프리 로즈(Geoffrey Rose) 연구팀의 기념비적인 인터솔트 연구(Intersalt Co-
operative Research)에 따르면, 가장 ‘개인적’이라고 생각했던 ‘혈압’조차 각 인구집단마다 유사한 분포를 지니며, 하나의 집단 속 다수의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그 내부의 ‘개개인’에 대한 접근이 아닌, 인구집단 전체의 분포곡선을 수평 이동시키는 ‘인구집단 접근(Population approach)’이 필요함이 제기되었다. Stamler et al., “INTERSALT study findings. Public health and medical care implications.” Hypertension, 14(5), 1989; Rose et al., Rose’s Strategy of Preventive Medicine: the complete original text.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참조. 일찍이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개인적인 것’과 구분되는 ‘사회적인 것(the Social)’ 을 개념화하며 지적한 것처럼, 전체로서의 사회적 속성인 ‘사회적 실재(social reality)’가 존재하며, 이는 사회의 개개인들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예측할 수가 없다. Durkheim, E. The Rules of Sociological Method. Simon and Schuster. 2014. 66) ‘인구집단 수준의 생명윤리’의 필요성을 제기한 선구적인 저작으로는 Wikler, D., & Brock,
D. W. “Population-level bioethics: mapping a new agenda.” In Ethics, Prevention, and Public Health. 78-94.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을 참조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부 터 테러와 신종감염병, 환경오염 문제가 도래하며 전통적인 ‘생명윤리(bioethics)’로는 설 명되지 않는 ‘공중보건의 윤리(public health ethics)’ 분야가 새롭게 정립되었던 학문적 맥락이 존재한다. 공중보건의 윤리의 도래에 대한 글로는 Bayer, R., & Fairchild, A. L. “The genesis of public health ethics.” Bioethics, 18(6), 2004: 473-492를, 생명윤리 분야에 서 감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윤리학적 접근을 어떠한 이유로 간과하였는지에 대해서는 Selgelid, M. J. “Ethics and infectious disease.” Bioethics, 19(3), 2005 를 참조할 수 있다. Selgelid는 ‘감염병의 윤리’가 생명윤리 분야에서 뒤늦게 주목을 받게 된 이유로 (1) 20세기 말 ‘생명윤리’의 시작 자체가 전통적 전염병 시대가 끝나고 의료기술이 발전했 던 때와 시기를 같이했던 측면이 있고, (2) 그렇기에 전염성 질환은 ‘타자’의 문제이자 생명윤리가 개입하기에는 너무 경험적인 분야로 취급되었으며, (3) 또한 신학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발전해온 생명윤리 분야에서 전염성 질환 문제는 깊은 철학적 고찰이 필요한 분야로 인식되지 않았던 점을 제기한다.
2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31
팬데믹 상황에서의 강제격리․ 치료, 강제검사 및 확진자 동선공개 또한 ‘인구
집단’ 수준의 건강 리스크(population level health risk)를 근거로 개인의 자유
제한이 정당화되어진 상황으로 개념화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해악의 원리’의
인구집단 규모의 확장을 위해서는 해악과 리스크가 적용되는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적절히 분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 ‘공익’의 세 가지 분류와 ‘공중보건’
이러한 공중보건 문제가 마주치는 ‘개인’과 ‘인구집단’ 간의 이해상충을 다
루기 위하여 도손(Dawson, 2011)은, 해악의 원리를 집단적 개념으로 확장 시
키고자 했던 포스테마(Postema, 1987)의 작업을 공중보건 분야에 적용하여
하단의 도식과 같이 개인-인구집단의 이익이 지닐 수 있는 네 가지 모형을 개
념화하였다.67)
[그림 4-1] 개인적 이익
(private interest)
[그림 4-2] 약한 공공적 이익68)
(weak public interest)
67) 본 챕터의 모형은 Dawson et al. Public Health Ethics: Key Concepts and Issues in Policy
and Prac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h.1, 2011: 15-17면에서 수정하여 재인용하였 다. 도손은 ‘공통의 이익(common interest)’ 개념을 전개함에 있어서 공익의 ‘규범적 개념’이 배제된, 측량/비교 가능한 ‘사실기술적 개념’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포스테마의 작업을 변형하여 공중보건 영역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Postema, op. cit. 1987: 424-9 참조). 본 논문에서도 ‘공익’ 개념을 사실기술적 개념에 기초하여 파악하고, 규범성은 확장된 해악 의 원리의 (사실기술적) 공익에의 적용 과정에서 확보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공익의 사실 기술적 개념과 규범적 개념에 대해서는 하기의 73번 각주를 참조할 수 있다. 68) Dawson et al., op. cit., 2011: 15. 저자는 Postema(1987)의 구분을 따라 이를 ‘congruent
interest’로 표기하고 있으나, 본 글에서는 공중보건 상황에서의 적용 시에 뒤에서 다루어질 수렴적 이익, 내재화된 이익과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에 ‘약한 공공적 이익’이라는 명명이 보다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여 수정 인용하였다.
28페이지
13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그림 4-3] 수렴적 이익
(convergent interest)
[그림 4-4] 내재화된 이익69)
(embedded interest)
우선, ‘개인적 이익(private interest)’은 공공영역의 제도나 시설을 요구하
지 않는, 순전히 개인 내부에 국한된 이익에 해당한다.70) 그러나 가장 개인적
이라고 여겨지는 취미 생활과 같은 부분에서도 공공의 시설이나 사회적 제도
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사실상 ‘개인적 이익’의 영역은 매우 제한
되며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행위의 동기(화살표의 시작)와 행위가 지향하는 목표(화살표의 끝)
는 개별 구성원마다 다를지라도 그 행위의 성립을 위해서 공공의 제도적 뒷받
침(타원)이 전제되어야 하는 첫 번째 공익 개념으로 ‘약한 공공적 이익(weak
public interest)’이 제기된다.71) ‘약한 공공적 이익’에서 ‘개인의 이익(각각의
화살표)’은 타인의 이익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다만 해당 이익을 추구하기 위
해서는 공공영역의 제도나 시설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약한 수준의’ 공공성만
을 지닌다. 전염의 우려가 없는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에
69) ‘내재화된 이익(embedded interest)’은 도손(Dawson, op. cit., 2011)에서는 ‘공통의 이익
(common interest)’으로 표기되어 있던 것을 수정한 것이다. 도손은 ‘공통의 이익’이라 명명 한 네 번째 이익 유형을 통해 공중보건의 ‘인구집단 접근’을 계기로 발견된, 집단의 문화적 이고 관습적/제도적인 영향이 개인의 행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포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17). 그러나 이는 법철학 계보에서 ‘공통의 이익’이라 명명되어왔던 개념과 다른 대상을 명명하고 있으며, ‘공통의 이익’ 개념은 단순히 사실기술적 공익 개념이 아닌, 규범적 의미가 포함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각주 73번 참조). 따라서 해당 개념은 기존 법철학에서 다루어진 ‘공통의 이익’과 구분된다는 점, 인구집단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 으로 내재화(embedded)되어있다는 점에서 본 글에서는 도손의 네 번째 이익 분류를 ‘내재 화된 이익’으로 바꾸어 번역하였다. 70) Ibid., 16. 71) Ibid., 15.
29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33
대한 병의원에서의 치료행위 대부분이 ‘약한 공공적 이익’에 해당한다. 이 경우,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의료의 접근성과 같은 공적 제도와 자원이 요청되나, 개
개인의 질병 간의 상호작용은 없는 상태에 해당하여 일반적으로 개개인의 건강
사이의 직접적 이해상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두 번째 공익 개념인 ‘수렴적 이익(convergent interest)’은 개인
의 동기와 행위로부터 시작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갖는다는 점에서 약한 공
공적 이익과는 다른 속성을 나타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백신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herd immunity)’의 경우이다.72) 백신접종은 각 개인의 참여로부터 이루
어지지만, 그 궁극적 목적인 ‘질병예방’은 오직 일정 수준 이상의 구성원들이
백신접종을 맞았을 때에만 이루어진다.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충
분하지 않아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고 기저질환으로 백신접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의 건강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구집단 내의 일
정 분율 이상의 개인이 백신접종을 시행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에만 그 목
적을 이룰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감염의심자의 자가격리
또한 수렴적 이익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개인 A는, ‘자가격
리’라는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감내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다른 감염의심자들(개인 B, C, D, …) 또한 ‘인구
집단의 건강’이라는 집단적 목표를 위해 스스로의 자유제한을 감내할 때에만
개인 A의 건강 또한 보장되는 상황 속에서, 개인 A 또한 그 집단적 목표에 협력
함으로써 궁극적인 ‘수렴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공익 개념인 ‘내재화된 이익(embedded interest)’73)은
72) Ibid., 15. 집단면역(herd immunity)의 개괄에 대해서는 Fine, P., Eames, K., & Heymann,
D. L. “Herd immunity: a rough guide.”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52(7), 2011: 911-916.를, 그 구체적 수리모형과 관련하여서는 Fine, P. E. “Herd immunity: history, theory, practice.” Epidemiologic Reviews. 15(2), 1993: 265-302를 참조할 수 있다. 73) ‘내재화된 이익(embedded interest)’의 번역과 관련하여서는 위의 각주 69 참조.
‘공통의 이익’을 개념화한 브라이언 배리(Barry, B. Political Argument. Routledge. 1965:
190-225)는 벤담의 논의를 인용(190)하며 본인의 공익 개념을 전개한다. 배리는 ‘공공적 (public)’ 속성을 “공공의 구성원으로서(qua member of the public)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사적인(private)’ 혹은 ‘특수한(special)’ 것과 구분하는데(224-5,
30페이지
134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앞서 언급한 제프리 로즈의 ‘인구집단 접근’에 대응하는 것으로써, 개인의 행
위동기 자체가 집단의 문화나 가치관 내에 포함되어있는 경우를 의미한다.74)
그 대표적 예는 건강 행동(health behavior)이나 사회적 관습의 경우로, 개인
의 식습관이나 운동, 감염병 상황에서의 행동양식과 같은 문화적 요소는 그 작
동의 목적은 물론, 개개인의 동기 또한 집합적인 성질을 지닌다.75) 많은 집단
구성원들은 심지어 이러한 내재화된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를 수행하고 있으면
서도 인구집단과 스스로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
는 경우가 많은데,76) 이는 문화나 가치체계, 관습이 개인의 행위 깊숙이 ‘묻어
들어가(embedded)’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방역에서 각 구성원이
국가에 대해 지니는 신뢰도와 협력적 행동패턴, 팬데믹 상황에서의 개인위생
행동과 위험 상황에 반응하는 문화적 양상 등77)이 이러한 내재화된 이익의 발
현 양상을 결정하게 된다.
개정 「감염병예방법」에서 다루고 있는 ‘감염의심자’의 격리와 검사와 같은
행위는, 행위자 개개인의 서로 분리될 수 있는 동기와 행위로부터 시작하지만
결국 하나의 ‘집단적 목표(팬데믹으로부터의 인구집단의 보호)’를 추구한다
강조 필자), 김도균(2006)은 이러한 배리의 논의를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의 지위”로부터 도출되는 “공통된 이익들”로서의 공익개념이라 재개념화한다(김도균, “법원 리로서의 공익-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의 시각에서”, 서울대학교법학(제47권 3호), 2006,
177-178면). 나아가 저자는 공익의 ‘사실기술적 개념(descriptive concept)’과 ‘규범적 개 념(normative concept)’을 구분하며 사실기술적 개념에서의 공리주의적 정량화로 포착되지 않는 공익의 규범성을 지적한다(김도균, 2006: 179). 본 논문에서 전제되는 ‘공익’ 개념은 사실기술적 개념에 기초하며,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적용을 통해 일정한 규범적 속성을 획득한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상기의 Barry(1965)와 김도균(2006)을 참조할 수 있다. 74) Dawson et al., op.cit., 2011: 17. 75) Ibid. 76) Ibid. 77) 각 국가 구성원들의 리스크 인식(risk perception)과 관련하여서는 Dryhurst et al. “Risk
perceptions of COVID-19 around the world.” Journal of Risk Research, 2020을 참고할 수 있다. 저자들은 리스크는 구성원의 마음과 심리상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국가에 대한 신뢰를 포함한 문화적 요인이 실제로 리스크 인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힌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행동과학적 요소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개괄로는 Van Bavel et al. “Using social and behavioural science to support COVID-19 pandemic response.” Nature Human Behaviour, 4, 2020을 참고할 수 있다.
31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35
는 점에서 위의 네 가지 이익의 분류 중 ‘수렴적 이익’에 속한다.
이러한 ‘수렴적 이익’의 집단적(collective) 특성은, 배제불가성(non-
excludability), 협력의존성(dependence upon cooperation), 불가분성(in-
divisible) 이라는 전통적 공익의 성격을 공유한다.78) 앞서 언급한 백신접종의
예는 이러한 속성을 잘 보여준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집단 내 다수의 협
력이 필요하고, 일단 집단 내 개인들의 참여로 집단면역이 형성된 경우 그 혜택
은 단지 참여한 사람뿐만 아니라 집단 내 모든 개인들에게 돌아가게 되며, 그
혜택은 나눌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처럼, 여러 공중보건 문제는 공공선의 성격에
의거한 수렴적 이익의 형태를 지니는 것이다.79)
다음으로는 이제까지 살펴본 인구집단 접근법과 인구집단 수준의 생명윤리
논의, 공익으로서의 ‘수렴적 이익’ 개념이 Ⅲ장에서 살펴본 ‘리스크’ 개념과 어
떻게 연결되어 ‘해악의 원리’를 확장하고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 [소결] ‘확장된 해악의 원리’ :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의 도입
감염병은 타인에게 전염되어 피해자를 생성하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매개
체가 되어 연쇄적 해악을 발생시키며, 이러한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감염
병 환자(PVV)라는 특성은 다시 팬데믹에서의 ‘임계점’ 개념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감염의심자의 자가격리 위반 행위가 소수의 개인들에게서 일어나는 경
우에는 결과적인 해악이 없거나 미미할 수 있지만, 위반 분율이 특정 임계치 이
78) Klosko, G. “Presumptive benefit, fairness, and political obligation.” Philosophy & Public
Affairs, 1987: 241-259. 클로스코(Klosko)는 하트(Hart)와 롤즈(Rawls)의 논의를 통해 배 제불가성, 협력에의 의존성을 도출한다. 79) 따라서 이러한 수렴적 이익의 특성으로부터 곧바로 도출되는 우려가 바로 ‘무임승차
(Free-riding)’의 문제이다(Postema, 1987: 423). 백신접종과 자가격리의 예에서 볼 수 있 듯이, 수렴적 이익을 위한 개인의 행위에는 개인의 비용과 시간, 자유제한과 같은 적지 않은 노력과 불편이 동반되기에, 집단 내의 개인은 타인을 통한 ‘집단면역’의 형성 혹은 타인들의 높은 격리 준수율을 기대하며 스스로는 수렴적 이익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공선 영역에서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무임승차자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다.
32페이지
13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감염 전파의 폭발적 증가가 일어나 인구집단에 대
한 큰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80) 따라서 팬데믹 상황에서 특정 임계점 이하로
인구집단의 감염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익으로서의) ‘수렴적 이익’ 추
구를 위한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호혜적 행위81)82)가 필요하며, 이를 어겼
을 때에는 특정 개인에 대한 해악을 넘어 ‘인구집단’에 대한 해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전통적 해악의 원리에서 상정하고 있는 ‘개인’으로서의 타인에 대
한 단선적 해악발생은, 연쇄적이고 지수함수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의 해악 개념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며, (‘타인’에 대한 해악이 아닌)
‘인구집단’에 대한 해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감염병 전파는 한편으로는 ‘인구집단에
대한 해악’의 속성을 지님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해악이 확률적으로 발생
한다는 측면에서 ‘리스크’ 개념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처럼 감염병
의심자가 실제 확진자일지, 얼마나 많은 구성원을 감염시킬지 알 수 없는 불확
실한 상황 속에서, 전통적 해악의 원리에서의 ‘해악’ 개념은 ‘리스크’ 개념으로
새롭게 파악되어야 했다. 즉, 고정된 ‘해악’ 개념에 기반을 둔 전통적 ‘타인에
80) 감염병에서의 임계점 개념에 대해서는 각주 53을 참조할 수 있다. 감염의심자 격리와 접촉
자 추적의 수행률에 따른 코로나19 유행 통제 가능성 양상의 수리모형 기반 예측으로는 Hellewell et al. “Feasibility of controlling COVID-19 outbreaks by isolation of cases and contacts.” The Lancet Global Health. 8(4), 2020을 참고할 수 있다. 81) 이에 대해 H.L.A. Hart는 특수한 권리(special rights)가 성립하는 한 경우로 제한의 상호성
(mutuality of restriction)을 제시하였고, 개인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공동의 목적에 따라 특정 규칙에 다수가 복종하는 경우 타인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할 도덕적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Hart, H. L. A. “Are there any natural rights?.” The Philosophical Review, 64(2), 1955: 175-191. 82)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주목되고 있는 ‘호혜성(reciprocity)’ 개념은 확장된 해악
의 원리의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과 연관된다. 개인에게는 작은 이익이 되지만 인구집단에게는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따라서 호혜성의 원리가 필요한 예방적 건강 행동 은 제프리 로즈(Geoffrey Rose)에 의해 ‘예방의 패러독스(prevention paradox)’라 개념화되 었던 바 있다(Rose G. “Sick individuals and sick popula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14, 1985).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예방의 패러독스 적용과 호혜성에 대한 비평으로는 Cheng, K. K., Lam, T. H., & Leung, C. C. “Wearing face masks in the community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ltruism and solidarity.” The Lancet. 2020을 참고할 수 있다.
3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37
대한 해악’ 개념은 이러한 확률적 해악 발생을 설명하지 못하기에, ‘타인에 대
한 리스크’로 그 외연을 확대해야 했던 것이다.
또한, 해악이 확률적으로 존재하기에, 실제 해악이 발생하기 이전에 ‘리스
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염자/감염의심자에 대해 강제적인 자유 제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이어지는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초래되는 해악
이 중대하고 비가역적인 경우, 팬데믹 상황의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 ‘사전
주의 원칙’에 따른 선제적 개입이 정당화되고는 하지만, 사전주의 원칙의 과
도한 적용에 따른 자유제한 조치는 충분한 근거 없이 개인의 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과잉범죄화’의 우려를 동반한다. 따라서 과잉범죄화를 제한
하는 4가지 원칙을 검토하여,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의 ‘리스크’에 대한 사전
적 처벌이 부당한 자유제한 조치가 되는 것이 아닌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
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통해 기존의 해악의 원리는 ‘타인’에서 ‘인구집단’으로,
‘해악’에서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었으며, 이 두 차원의 확장을 결합하여 공
중보건 위기 속 ‘불특정한 인구집단 구성원에 대한 확률적 해악’이라는 특성
을 포착하는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risk to population)’ 개념을 제안할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오늘날의 팬데믹 상황에서 해악의 원리가 기존의 ‘타인에 대
한 해악’과 ‘스스로에 대한 해악’ 개념에 더하여,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
념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타인에 대한 해
악’과 ‘스스로에 대한 해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해악의 원리’에 더하여, ‘인
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과 그 적용을 둘러싼 사전주의 원칙· 과잉범죄화
제한의 원칙 사이의 균형을 포괄하는 새로운 해악의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 여기서는 이러한 포괄적이고 새로운 해악의 원리를 ‘확장된 해악의 원리’
로 명명하고, 법률에의 실제적 적용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장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개정 「감염병예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기존의 논의에서 포착
34페이지
13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을 통한 개념화를 시도
할 것이다.
V. 개정 「감염병예방법」의 검토83):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관점에서
- 격리위반 처벌조항84)
개정 「감염병예방법」에서의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격리 위반 시 처벌조항
은, 팬데믹 상황에서의 ‘불확실성’과 ‘원거리 해악’의 난점을 잘 드러낸다. 우선
격리위반 처벌조치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
가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감염병 의심자’가 격리를 위반하는 행위가 타인
에 대한 해악을 미치기 위해 거쳐야 할 여러 단계의 불확실성을 검토해보자.
‘감염의심자가 격리를 거부한 경우 처벌한다’는 위 벌칙조항은 격리 위반이
직접적인 해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원거리 해악’의 속성을 지닌다.
그 원거리 해악을 구성하는 각 단계별 불확실성을 세분화해보면, 확장된 해악
83) 본 논문 초반부에서 언급된 이른바 ‘코로나3법’ 개정안은 2020년 3월 4일 개정된 「감염병예
방법」[법률 제17067호, 2020.3.4. 일부개정]에 해당하며, 이후 코로나19사태 속에서 해당 법률은 수차례 추가적 개정을 거쳤다. 본 논문이 다루는 논의에 대해서는 2020년 3월 4일 개정법률과 추가적 개정 이후의 법률이 세부적 사항 이외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에, 현 시행법률과의 호응을 위하여 이하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인용되는 조문은 「감염병예 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84)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42조, 제79조의3.
제 42조 (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② 질병관리청장, 시․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 은 제1급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의심자에게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1. 자가 또는 시설에 격리 제 79조의3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제42조 제1항․ 제2항제1호․ 제3항 또는 제7항에 따른 입원 또는 격리조치를 거부한 자
3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39
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단계
가 도출된다. 우선 (1) ‘감염 의심자’가 실제로 감염된 상황인지 확실치 않으
며, (2) 격리 위반 시에도 타인과 접촉하지 않을 수 있고, (3) 접촉하더라도 감
염시킬지 확실치 않으며, (4) 감염을 시키더라도 상대방이 ‘무증상 감염’으로
해악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각 단계에 대해 확장된 해악의 원리를 적
용하여 자유제한이 부당한 것인지를 판단해보자.
첫 번째로, ‘(1) “감염의심자”가 실제로 감염된 상황이 아닐 가능성’과 ‘(3) 접
촉하더라도 감염시킬지 확실치 않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사전주의의 원칙이 적
용되는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감염의심자’는 확진자의 바이러스 전파기에 동선
을 접촉했던 일반인구군을 대상으로 설정되는데, 동선을 공유하며 잠시 접촉한
것만으로는 비말 전파의 여부를 포함한 감염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감염의심자에 대한 ‘특정 분율’ 이상의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
국 인구집단 전체로의 큰 해악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에서 논
의된 바 있으며,85) 따라서 그 ‘불확실성’이 지니는 잠재적 해악의 크기와 비가역
성을 고려할 때 단계 (1), (3)은 사전주의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 단계 (1), (3)에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의 ‘정당성’을 살펴
보기 위해서는, 리스크에 대한 ‘과잉범죄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추가로 검토
하여야 한다. 우선 과잉범죄화 제한의 4대 원칙 중 ‘상당한 리스크의 원칙’과
‘완성된 해악의 원칙’은, 감염의심자를 격리하고 추가적 접촉을 줄이는 것이
‘인구집단 구성원에 대한 크고 구체적 해악’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될
수 있다. 또한, 감염의 합리적인 의심단계에서부터 격리하고 접촉 자체를 통제
85) Hellewell et al., op. cit. 이 제기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수리모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감염재생산률(R0)을 1.5로 가정할 경우, 자가격리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50% 이하의 접촉자 추적 및 격리를 통해, R0를 2.5로 가정할 경우 70% 이상의 추적 및 격리가, 3.5인 경우에는 90% 이상의 추적․ 격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의심자에 대한 격리조치 가 특정 분율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 인구집단에 대한 범유행으로 이어지는 큰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관련한 한국 서울특별시의 코로나19 격리와 감염재 생산률 통제 경험에 대해서는 Na et al., “Seventy-two hours, targeting time from first COVID-19 symptom onset to hospitalizatio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35(20), 2020을 참조할 수 있다.
36페이지
14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함으로써 일말의 감염 가능성 또한 낮출 수 있으므로 ‘예방 요구의 원칙’ 또한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감염의심자 격리 및 접촉 통제를 위반할 경우
초래될 위험이 알려진 상황에서, 해당 행위가 최종적 해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라는 사실을 인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기에 ‘책임의 원칙’ 또한 만족
될 수 있다.86) 따라서 감염의심자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객관
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위의 두 불확실성의 단계에 대한 자유제한은 사
전주의 원칙이 적용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
는다.87)
두 번째로, ‘(2) 격리 위반 시에도 타인과 접촉할지 확실치 않은 점’은 강제
격리 조항에의 대표적인 반론으로, 이를테면 격리를 이탈하여 ‘아무도 없는 공
원을 산책하는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앞서
언급하였던 ‘추상적 위험’을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법철학적 문제의 일부로,
도로교통법상으로 속도규제가 있는 도로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이후’ 특
정 시속 이상으로 운전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정당성을 밝히는 과정과 유사한
86) 그러나 현재 확진자와 접촉하여 자가격리 통보를 받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격리의 이유와
그 구체적 근거, 필요한 경우의 권리고지 등은 충분한 설명에 근거하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격리와 같은 강제적 행정조치에 대해서는 “격리의 내용과 불가피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있어야 하며, “결정에 대한 이유 설명, 이의제기권을 포함한 적법절차”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해 충분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op. cit. 2020: 35).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자유주의 법철학에서의 근거를, 과잉범죄화 제한의 네 번째 원칙인 ‘책임의 원칙’에서 발견할 수 있다. 87) 여기서 주의할 점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당 자유제한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적 인 예시로, 시민사회에서는 격리조항의 ‘감염병의심자’의 정의와 외연이 모호하여 정당하 지 않은 자유제한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음을 지적해온 바 있으며(Ibid., 33-36; 감염병의심 자의 정의에 대해서는 각주 7 참조), 이는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자유제한조치의 정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논의 또한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당화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는 것이며, 적어도 확장된 해악의 원리라는 지평 내에서 는 정당화될 수 있는(pro tanto)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의의는, 공중보건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포착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개념화하고, (뒤의 ‘치료거 부 처벌조항’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그 정당화의 ‘출발점’에 설 수 없는 부당한 자유 제한조 치들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있다.
3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41
논의 구도를 갖는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재반론으로, Simester와 Hirsh(2009)는 비어있는 도
로에서의 과속을 처벌하는 근거로 ‘구체적 위험88)’에 근거한 규제가 현실적으
로 불가능할 때가 많으며, 때로는 오히려 더 큰 자유제한을 수반할 수 있음을 지
적한다. 도로에서의 과속을 적발하였을 때에, 당시 도로 상황 속에서 과속으로
유발되는 ‘실제적 위험수준’을 측정할 수 있으려면 그 도로에서 주행하는 모든
차량과 보행자 등의 정보가 필요하며, 정보가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의 차량통행까지를 ‘안전하다’고 확정할지에 대한 재논의가 매번 필요하게 된
다. 우선 저자들은 이러한 구체적 위험 접근은 재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가
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89) 나아가 더 근본적인 반대 근거로, 구체적 위험의 정
량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행위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수집이 불가피하며, 그 과
정에서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90)
상기 논의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격리이탈의 상황에 적용해보면, 개인이
외출하는 것이 ‘안전한’ 것이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외출의 동
선 모두를 CCTV, 위치추적 등을 통해 확보하여 조사하여야 하며, 그 동선에서
누군가가 등장한 경우 이에 대해 충분한 거리와 예방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일일이 조사하여야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적 실현이 사실상 불가
능할 뿐만 아니라, 자유의 확보를 위해 오히려 개인정보의 추가적 열람이라는
자유제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제한점을 갖는다. 따라서 단계 (2)에서 ‘격리
88) 한편, ‘구체적 위험’은 우연한 특정 상황의 존재 없이도 위험이 구성되는 행위를 말하며,
추상적 위험과 대비되는 용어로 정의된다(Simester, A. P. & Von Hirsch, A., op. cit. 95). ‘추상적 위험’ 개념에 대해서는 본 글의 Ⅲ-5 및 Von Hirsch, A., op. cit. 263을 참조할 수 있다. 89) Simester, A. P. & Von Hirsch, A., op. cit. 94-95. 90) Ibid. 주의하여야 할 부분은, 이러한 논의에는 ‘더 낮은 수준의 규제를 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해악을 실제적으로 저지할 수 없으며’, ‘낮은 수준의 규제가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라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공기 혹은 비말 전파의 우려가 없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환자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환자에게 감염을 이유로 자가격리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38페이지
14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위반 시에 타인과 접촉할 가능성이 없을 수 있다’는 주장은 증명하기 어렵거나
추가적 자유제한을 동반하므로 실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낮은 가
능성이라도 접촉의 가능성을 전제할 경우, 앞서 불확실성 단계 (1), (3)에 대
해 검토한 것과 유사한 논리를 거치면 (2)에 대한 자유제한 또한 리스크에 대한
처벌의 한계를 설정한 ‘과잉범죄화’의 네 가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음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격리이탈 시에도 타인과 접촉하지 않을 일말의 가능성을 내포하
고 있음에도, 이러한 ‘추상적 위험’ (2)에 대한 자유제한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
에 의해서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4) 감염을 시키더라도 상대방이 ‘무증상 감염’으로 해악이 발
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점은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감염병 환자(PVV)
및 본 논문을 통해 개념화한 인구집단에의 리스크 접근을 통해 검토할 수 있다.
개인 A가 타인 B를 감염시켰더라도 타인 B에서 무증상 감염으로 증상발현이
없는 경우, B에게 가해지는 해악은 크지 않을 수 있다.91) 그러나 ‘무증상 감염’
의 경우에도 감염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코로나19의 특성상,92) 타인 B는 ‘피해
자’ 이자 다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즉, ‘개인 B’에 대한 해악
발생이 없더라도, 무증상 감염자 B에 의한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증가를 고
려할 경우 결국 무증상 감염으로도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로서 원거리 해악
발생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93) 따라서 (4)에 대한 자유제한 또한 확장된
91) 그러나 호흡기적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저에서의 바이러스 증식에 의해 염증반응이
촉진되고 혈관성 질환, 신경계 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이루어진 바 있다 (Liu et al., “The science underlying COVID-19: implications for the cardiovascular system.” Circulation. 142, 2020; Varatharaj et al., “Neurological and neuropsychiatric complications of COVID-19 in 153 patients: a UK-wide surveillance study.” The Lancet Psychiatry. 2020). 이와 같은 추가적 발견은 ‘타인에 대한 해악’의 직접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으나, 본문 에서는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코로나19에 의한 해악으로 호흡기 증상만을 고려하여 서술 하였다. 92) Gandhi, M., Yokoe, D. S., & Havlir, D. V. “Asymptomatic transmission, the Achilles’ heel
of current strategies to control COVID-19.”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 2020:
2158-2160. 93) 한편, 개인 B가 타인 C를 감염시키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해악에 대해, B를 감염시킨
개인 A의 책임이 동반되는가 하는 문제는 ‘원거리 해악’을 둘러싼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본 논문의 범위를 벗어나며, 관련 논의로는 Simester, A. P. & Von Hirsch,
39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43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다.
이처럼 감염의심자의 격리 거부에 대한 처벌조항은 네 단계의 불확실성으
로 구성된 ’원거리 해악‘에 대한 처벌 규정이며, 각 단계에 대한 자유제한이 ’확
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 것을 논증하였다. 따라
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격리거부에 대한 처벌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차원에서는 정당한 것(pro tanto)으로 판단된다.94)95)
- 치료거부 처벌조항96)
앞서 Ⅱ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감염병 환자의 치료거부 문제는 비감염성 질
환에서의 경우와 다른 법철학적 구도를 갖는다. ‘피해자이자 매개체로서의 환
자(PVV)’의 위치를 점하는 감염인은, 단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피해자일 뿐만
A., op. cit. 97 이하를 참고할 수 있다. 94) 다시 언급할 점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자유 제한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으로 이어지기 위한 출발선에 가까우며, 최종적인 정당화를 위해서는 다른 차원에서의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각주 87 참조). 95) 한편, 감염의심자 강제격리 조항의 정당성은 ‘각 감염병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론 내려
질 것으로 사료되며, 이에 따라 본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라는 조건을 명시하였 다. 예를 들어 확진자와의 보다 밀접한 접촉이 있을 때에만 전염이 발생하는 감염병의 경우, 단순 접촉만으로 ‘감염의심자’로 분류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96)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41조, 제79조의3.
제 41조 (감염병환자등의 관리)
① 감염병 중 특히 전파 위험이 높은 감염병으로서 제1급감염병 및 질병관리청장이 고시 한 감염병에 걸린 감염병환자등은 감염병관리기관, 감염병전문병원 및 감염병관리시설 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② 질병관리청장, 시․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 하는 사람에게 자가치료 제37조제1항제2호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시설에서의 치료 또 는 의료기관 입원치료를 하게 할 수 있다. 3. 감염병의심자 제 79조의3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41조제1항을 위반하여 입원치료를 받지 아니한 자 2. 제41조제2항을 위반하여 자가치료 또는 시설치료 및 의료기관 입원치료를 거부한 자
40페이지
144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아니라 타인 혹은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를 갖는 ‘매개체’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위의 감염병 확진자에 대한 강제치료 조항의 정당성을 논증하기 위해
서는 ‘인구집단에의 리스크’와 ‘스스로에 대한 해악’의 측면을 모두 검토하여
야 한다.
우선 치료거부 처벌조항이 ‘인구집단에의 리스크’ 논의로부터 정당성이 부
정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여 보자. 치료거부 자체가 타인에 대한 즉각적 해악
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치료거부 또한 ‘원거리 해악’의 속성을 지닌다.
치료거부가 ‘인구집단에 대한 위험’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별 불확실성을 세분
화해보면,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는 다음과 같
은 다섯 가지 단계가 도출된다(논의를 전개함에 있어, 앞서 정당성을 검토한
‘강제격리’ 조치는 ‘강제치료’와 함께 이루어진다고 전제한다.).
(1) 확진자가 치료거부를 하더라도 전염기간(infectious period)이 늘어나
지 않을 수 있다.
(2) (늘어난) 전염기간 중에 격리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3) 격리를 벗어나더라도 타인과 접촉하지 않을 수 있다.
(4) 접촉하더라도 감염될지 확실치 않다.
(5) 타인이 감염되더라도 ‘무증상 감염’으로 해당 개인에게는 해악이 발생
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3), (4), (5)의 불확실성 단계에 대한 자유 제한조치는 앞선 ‘V-1. 격
리거부 처벌조항’에서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비추어 부당하지 않음을 살펴본
바 있다. 또한, 대부분의 전염병에서 확진자를 치료할 경우 치료하지 않는 것보
다 조기에 회복되어 전염기간이 감소하는 효과가 객관적으로 밝혀져 있으므
로,97) (1) 또한 자유제한조치를 정당하게 거부하는 사유로 작용할 수 없다. 따
97) 2020년 8월 22일 기준, COVID-19에 대한 치료로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포함한 치
료제들이 일부 환자군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기본적으로 수액공급,
41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45
라서 ‘(2) (늘어난) 전염기간 중에 격리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유에 대
한 조각 근거만 확보된다면 ‘감염병 치료거부’라는 원거리 해악에 대한 형법적
개입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하여 합당하게 거부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 전염기간 중에 격리를 벗어날 가능성’은, 강제치료를 정당화하
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격리를 벗어날 가능성’은 ‘강제격리’라는 자유제
한 수단이 정당화되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미 통제될 수 있기에, ‘강제치료’
의 정당화로는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강제격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강제치료’라는 보다 신체 침습적인 수단은 불필요하고, 기본권 제한
시의 원칙인 ‘최소침해성’98)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에 근거한 강제치료의 정당성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서는 정당
화될 수 없으며, 덜 침습적이고 정당화 가능한 수단인 강제격리를 철저히 수행
함으로써 리스크는 통제될 수 있다.99)
인공호흡기 치료 등의 지지적 치료법이 주된 치료를 차지한다. 치료제 사용이 증상호전을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로는 Wang et al. “Remdesivir in adults with severe COVID-19: a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centre trial.” The Lancet. 395, 2020:
1569-1578을 참조할 수 있다. 98) 공중보건에서의 ‘전통적 해악’을 다룸에 있어서 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는 조건은 다양하게
탐구되어 왔으며, 많은 수의 연구에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주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연구로 Childress et al., op. cit. 는 1) 효과성(Effectiveness), 2) 비례성 (Proportionality), 3) 필수성(Necessity), 4) 최소침해성(Least infringement), 5) 공적 정당 성 (Public justification) 다섯 가지 ‘정당화 조건들’을 제기하였다.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이하 “자유권 규약”)에 대한 전문해석인 시라큐사 원칙 (Siracusa Principles)은 자유권에 대한 제한이 적용됨에 있어서의 추가적 지침을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1) 자유권 규약에서 인정하는 모든 권리의 제한은 비차별적이어야 하며, 2) 모든 인권 제한은 긴급한 공공의 필요를 기반으로 정당한 목적을 갖고 그 목적 실현에 필요한 수준이어야 하고, 3) 국가는 인권 제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정도 이상의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되며, 4) 자유권 규약에서 보장하는 권리의 제한을 정당화할 책임은 국가에 있으며, 5) 모든 제한에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고 남용되는 경우 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uncil, “Siracusa Principles on the limitation and derogation provisions in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1985. 99) 공중보건 영역에서의 기본권 제한의 원칙에 대해, 효과성을 충족시키면서도 비례성과 필수
성, 최소침해성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적 도구로서 Nuffield Council on Bioethics에서 는 ‘개입의 사다리(Intervention ladder)’ 모형을 제기한바 있다(Nuffield Council on Bioethics. Public Health: Ethical Issues. 2007).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Do nothing)’ 최소한 의 개입부터 시작하여, 정보를 주거나(Provide information), 선택권을 확장(Enable choice) 하는 개입으로 사다리를 한 칸씩 올라갈 수 있고, 기존의 정책을 변경하거나 인센티브를
42페이지
14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그렇다면 나머지 한 축인 ‘스스로에 대한 해악’을 근거로 하여 강제치료가 정
당화될 수 있을까? 감염병의 ‘매개체’로서의 속성은 이미 상기의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 논의로 배제된 상황에서, 감염병이 초래하는 ‘피해자’의 속성, 즉
‘스스로에 대한 해악’ 측면은 비감염성 질환과 동일하게 논의될 수 있다. 앞서
Ⅱ-3 에서 살펴보았듯이, 치료거부와 관련된 민사 판례에서 국내 대법원은
‘(1) 응급환자의 경우’와 ‘(2) 의사의 의료행위 중지가 환자의 실명(失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두 조건 모두를 만족하는 등의 제한된 상황에서
만 자기결정권에 어긋나는 강제치료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던 바 있
다.100) 따라서 감염병에 대한 후견주의적 개입으로서의 치료거부의 근거가
‘피해자’의 속성, 즉 ‘스스로에 대한 해악’에 근거한다면, 이는 기존의 비감염성
질환에서의 치료거부의 판례와 같은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즉, 「감염병예방법」 제 79조의3의 치료거부 처벌조항은, 격리이탈행위의
엄격한 형법적 통제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
크’의 측면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스스로에 대한 해악’에 의거하여서 정
당화되기 위해서는 비감염성 질환에서 논의되어온 ‘후견주의적 개입’을 가능
케 하는 예외적 조건들을 전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
거한 「감염병예방법」 강제치료 조항의 정당성과 법체계 내의 통일성을 확보하
기 위해서는, 비감염성질환에서의 강제치료와 관련한 판례를 참고한 제42조
제3항 내의 추가적인 단서조항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101)
제공하여 선택을 유도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거쳐 불이익을 주거나 선택을 제한/소멸 시키는 가장 자유 제한적 방식의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개입의 사다리 모형에 따르면,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개입을 결정할 때 개입의 방법은 사다리의 아래로부터, 즉 가장 최소침해적인 방법부터 한 칸씩 사다리를 올라가며 고려하여, 각 단계에서 효과성과 필수 성이 만족될 경우 그다음 단계의 더 침해적인 방식을 통한 개입은 정당화될 수 없다. 100)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3다14119 판결. 구체적 내용은 각주 21 및 본문 Ⅱ장 3절
참조. 101) 나아가,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42조제2항제3호에서
는 ‘감염병의심자’ 또한 치료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본문에서 밝혔듯이 ‘감염 확진자’ 의 치료거부에 대해 특정한 제한사항 없이 처벌하는 행위조차 확장된 해악의 원리상에서 정당화되기 어렵기에, ‘감염병의심자’에 대한 현 치료거부 처벌조항 또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상에서 정당한 자유 제한조치로 인정될 수 없다.
4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47
- 검사거부 처벌조항102)
감염의심자에 대한 검사거부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또한 ‘스스로에 대한 해
악’과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의 두 차원에서 검토해보자. 앞선 강제치료에
대한 검토에서 살펴보았듯이, ‘스스로에 대한 해악’에 대한 검토는 다른 비감
염성 질환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제1급감염병과 다른 질
환이 ‘스스로에 대한 해악’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없고, 다른 비감염성 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검사의 강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감염병예방법」 제
80조의 검사거부 처벌조항에 대한 정당화는 ‘스스로에 대한 해악’의 측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강제검사에 대한 정당화 여부는 ‘인구집단에 대한 해악’을 검토함으
로써 판단될 수 있다. 우선 검사거부가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로 이어지는
각 단계별 불확실성을 세분화해보면, (1) 검사 대상자가 실제로는 ‘확진자’가
아닐 수 있으며, (2) 확진자일지라도 타인과 접촉하지 않았거나 접촉하지 않
을 수 있고, (3) 접촉하더라도 타인이 감염될지 확실치 않으며, (4) 타인이 감
염되더라도 ‘무증상 감염’으로 해당 개인에게는 해악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는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불확실성 단계 (3), (4)는 앞선 ‘Ⅴ-1. 격
리거부 처벌조항’에서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비추어 부당하지 않음을 살펴본
바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의 단계 (1), (2)에 대해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의 부당하지 않음을 밝힌다면, ‘검사거부’라는 원거리 해악에 대한 형법적 개
입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102) 「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7491호, 2020.9.29. 일부개정] 제13조, 제80조.
제 13조 (보건소장 등의 보고 등) ② 제1항에 따라 보고를 받은 질병관리청장, 시․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제11조제1항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제1급감염병 환자로 의
심되는 경우에 한정한다)에 대하여 감염병병원체 검사를 하게 할 수 있다.
제 80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의2. 제13조제2항에 따른 감염병병원체 검사를 거부한 자
44페이지
14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그러나 일견 검사거부에 대한 처벌은 치료거부에 대한 처벌과 유사한 구도
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즉, 보다 비침습적인 ‘격리조치’로 인구집단에 대한 위
험이 통제될 수 있기에 그 정당성이 거부된 치료거부 처벌조항처럼, 검사 없이
격리만 수행하더라도 ‘인구집단에 대한 해악’은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치료거부 처벌조항’과는 달리, ‘검사거부 처벌조항’은 ‘접촉자 추적
(contact tracing)’의 문제와 결부되며 추가적인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를 예
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검사거부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감염의심자 A’에 대한 검사결과의 보고가 늦어지는 경우 해당 A와 지난 수일
간 접촉했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접촉자 추적의 개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접촉자 추적은 그 자유 제한적 속성과 자원의 한계로 ‘확진자’에 대
해서만 이루어지는데, 확진이 늦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확진 이전에
A와 접촉했던 불특정 다수의 진단 시기 또한 늦어지게 되며 인구집단에의 리
스크 증가가 연쇄적으로 증폭되어 일어나게 된다. 치료거부의 상황과는 달리,
‘격리’만으로는 그동안 접촉한 타인들에 대한, 그리고 그 타인들에 의한 연쇄
적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기에, 빠른 검사를 통한 ‘확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Ⅴ-1. 격리거부 처벌조항’에서의 논증과 유사한 방식을 ‘검사거부’
에서의 불확실성 단계 (1)과 (2)에 대해 적용하면, 두 단계는 사전주의 원칙의
대상이면서 과잉범죄화 제한의 4대 원칙에는 위반되지 않음을 보일 수 있고,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다. 결국, 앞서 살펴
본 치료거부에 대한 처벌의 사례와는 다르게, 검사거부에 대한 처벌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거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103)104)
103) 다시 언급할 점은,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거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은 검사거부
처벌조항이 ‘확장된 해악의 원리에 의해서는 적어도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다’는 차원의 정당화(pro tanto)를 의미하며, 다른 차원의 추가적 검토를 시작하기 위한 정당화 의 ‘출발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각주 87 참조). 104) 한편,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차원에서도 해당 법률이 정당화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
한다. 예를 들어, 제1급감염병 중에서도 증상이 매우 특징적이고, ‘증상발현 전 전파(pre- symptomatic transmission)’ 및 ‘무증상 감염자(asymptomatic patient)’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임상양상만으로 진단을 내리고 접촉자 추적에 돌입할 수 있기에 검사의 강제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검사 자체를 강제할 이유가 없으므로, 법률
4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49
- [보론] 2020고단1946 판결에 대하여
2020년 5월, 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2020년 4월, 확진자와의 접촉의심으로 지자체장으로부터 ‘자가격리 대
상자’임을 통지받은 A씨는 이후 자가격리 기간 중에 주거지를 수차례 벗어나
시내를 배회하여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4월의 판정을 받았다. 판결문에서 법
원은 “범행 당시 대한민국과 외국의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매우 심각하였고,
특히 범행 지역인 의정부 부근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
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의 사유를 밝혔다.105)
본 글의 논지를 바탕으로 상기 판결문을 검토해보면, 우선 “코로나 19 관련
상황이 매우 심각하였다”로 표현되는 양형 근거를 본 논문의 논의를 통해 보다
명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근거는 ‘스스로에 대한 해악’, ‘타인에 대한 해
악’,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에서 찾아질 수 있으며, 해당 사건의 위반사항인
격리이탈의 경우는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에 근거하여 처벌의 정당성이 확보
될 수 있음을 살펴본 바 있다. 따라서, 앞서 격리위반 행위를 단계별 불확실성
으로 나누고 각각을 확장된 해악의 원리를 통해 검토한 과정을 참고하여, 피고
자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증상 발생 1-3일 전부터 호흡기 검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데 (Wei et al. “Presymptomatic Transmission of SARS-CoV-2—Singapore, January 23–March 16, 2020.”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69(14), 2020), 이러한 ‘증상발현 전 전파(pre-symptomatic transmission)’의 특성으로 인한 증상 발생 전 전염이 전체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고 보고되어 있다(Du et al. “Serial interval of COVID-19 among publicly reported confirmed cases.”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6(6), 2020). 또한, 감염되었음 에도 지속적으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asymptomatic patient)’의 경우에 는 본인의 증상이 없음에도 감염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Rothe et al., “Transmission of 2019-nCoV infection from an asymptomatic contact in German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10), 2020; Luo et al., “A confirmed asymptomatic carrier of 2019 novel coronavirus.” Chinese Medical Journal, 133(9), 2020). 이러한 ‘증상발현 전 전파’와 ‘무증상 감염자’라는 코로나19를 포함한 많은 감염병의 특성이, (치료거부 처벌과는 달리) 검사거 부 처벌이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정당화(pro tanto)될 수 있게 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105) 2020고단1946 2020.5.26. 선고.
46페이지
15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인의 행위를 포함한 본 사건의 어떤 요소들이 사전적 처벌의 정당화 근거(혹
은 부당함의 근거) 를 이루는지에 대해 논증하는 과정에서 해당 위법행위 처벌
의 양형 근거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VI. 결론
코로나19 팬데믹을 마주하고 세계는 유례없는 혼란과 변화를 겪고 있다.
2020년 9월 1일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인해 2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80만 명
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여러 ‘예외적’ 조치들이 ‘공중보건 비상사태’106)
라는 이름 하에 시행되었다. 코로나19에 대한 통제를 위하여 백신과 신약 개발
의 표준적 단계들이 이례적으로 축소․ 생략되었으며, 심지어 의도적으로 건강인
을 감염시켜 빠르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인간 챌린지 연구(human challenge
trial)’까지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107) 이처럼 전지구적 팬데믹이라
는 거대한 ‘인구집단에의 리스크’에 대한 예방을 위하여, 전통적인 윤리적․ 법적
기준들이 완화․ 변경되었고, 이러한 윤리와 법 영역에서의 예외적 조치들은 사
람들의 기억과 경험 속에, 그리고 제도로서 명문화되어 남으며 위기가 지나간 이
후까지도 ‘뉴 노멀(New Normal)’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코
로나19 관련 자유 제한조치의 정당성을 논의했던 것은, 단지 현재 직면한 문제
의 해결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106) 2020년 1월 30일,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
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하고, 2020년 2월 28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위험도 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005년에 정비된 WHO IHR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은 PHEIC의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 각국의 해외입국자에 대한 강제검사, 강제격리 등 예외적인 자유 제한조치들을 허용하고 있다. WHO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 Article 31. 107) Eyal, N., Lipsitch, M., & Smith, P. G. “Human challenge studies to accelerate coronavirus
vaccine licensure.”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221(11), 2020: 1752-1756. 인간챌린지 시험과 관련된 국내의 연구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정준호· 김옥주, “코 로나 19 (SARS-CoV-2) 백신 연구의 윤리”, 생명윤리정책연구(제13권), 2020; 이경도, “코비드 19 백신 개발을 위한 인간 도전 시험의 윤리”, 생명윤리정책연구(제13권), 2020.
4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51
본 논문에서는 2020년 3월 통과된 개정 「감염병예방법」을 중심으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의 정당성 판별기준에 대한 자유주의 법철학의
논변과 원리들을 검토하였다. 우선 피해자임과 동시에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지니는 감염병 환자(PVV)에 대한 자유 제한원리의 적용은 파인버그가 제시
한 ‘스스로에 대한 해악’과 ‘타인에 대한 해악’이 중첩되는 지점에 있음을 개념
화하였다.
그러나 파인버그가 제기한 자유 제한원리를 불확실성을 지니는 팬데믹 상
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악에서 리스크로 해악의 원리을 확장시킬 것이 요
구되었다. 이러한 해악에서 리스크로의 전환은, 불확실한 위기상황 하에서 국
가가 사전주의 원칙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
함과 동시에, 충분한 근거 없이 개인의 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과잉범죄
화의 우려를 낳는다. 본 글에서는 리스크를 지닌 개인에 대한 사전적 자유제한
을 둘러싼 사전주의의 원칙과 과잉범죄화의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
는 원칙들을 검토하였다.
이어서 ‘타인에 대한 해악’ 원칙이 공익과 공중보건 상황에 적용되기 위한 두
번째 확장으로 인구집단 개념으로의 전환을 다루었고, 팬데믹과 같은 공중보
건 위기 상황에서는 ‘개인’이 아닌 ‘인구집단’을 하나의 단위로 고려하는 인구
집단 접근법이 필요함을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앞선 두 논의를 결합한 ‘인구집
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을 제기하였고, 이 개념을 통해 공중보건 위기라는 특수
한 상황을 설명해낼 수 있음을 논증하였다. 나아가 기존의 해악의 원리에 ‘인구
집단에 대한 리스크’ 개념과 이와 관련한 사전주의 원칙 및 과잉범죄화 제한의
원칙을 포함시킨 ‘확장된 해악의 원리’를 제시하여,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자유
제한조치의 정당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개정 「감염병예방법」의 자유제한
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검토하였다. 격리위반 처벌조항은 ‘인구집단에 대한 리
스크’에 대한 자유제한에 해당하여, 검사거부 처벌조항 또한 무증상 감염자라
는 감염병의 특성에 의거하여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차원에서는 정당성이 부
48페이지
15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정되지 않음을 보일 수 있었다. (‘확장된 해악의 원리’는 자유제한 조항의 정당
성을 검토하는 여러 차원의 원리들 중의 하나이기에, 격리위반과 검사거부에
대한 처벌조항의 ‘최종적’ 정당화 여부는 다른 차원의 추가적 검토가 필요할 것
이다.) 그러나 강제치료 조항은 전통적 해악의 원리뿐만 아니라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라는 팬데믹의 특성을 고려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도 정
당화되기 어려우며, 추가적 단서조항을 포함하여야만 정당화 근거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임을 논증할 수 있었다.
팬데믹이라는 ‘공익의 압도’ 상황 속에서, 공익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개인
에 대한 자유제한은 때로는 충분한 논의 없이 빠르게 도입되며 여러 사회적 논
쟁을 빚었다. 반년이 넘는 시기 동안 전세계적 확진자 증가추세가 완화되지 않
으며 점차 새로운 방식의 자유 제한조치들이 도입되어왔음에도, ‘공중보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들에 대한 명확한 평가는 거대한 공익
앞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중보건 비상사태 속 자유의 제한이 만성화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그리
고 현재의 위기가 지나간 이후에도 그 여파가 공동체와 개인의 삶을 강하게 규
율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공익과 공중보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정당성의 한계를 고찰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되어야 할 주제일
것이다. 팬데믹 속 공익과 개인의 자유의 균형을 성찰하고, 나아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는 데에 본 논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49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53
〔 참 고 문 헌 〕
권한용, “국제법상 사전주의 원칙의 적용과 한계”, 동아법학제46권, 2010.
김도균, “법원리로서의 공익- 자유공화주의 공익관의 시각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제47권 3호, 2006.
김은성, “사전예방원칙의 정책 유형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찰: 유럽 및 미
국 위험정책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학보제45권 1호, 2011.
배종면, “2015년 메르스 유행에서 감염병 유행 통제를 위한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중보건 윤리 원칙들 정립”, 대한보건연구제41권 4호, 2015.
배현아, “환자 자기결정권과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치료거부(informed refusal):
판례 연구”, 의료법학제18권 2호, 2017.
보건복지부, 2015 메르스 백서, 2016.
이경도, “코비드 19 백신 개발을 위한 인간 도전 시험의 윤리”, 생명윤리정책연
구제13권, 2020.
정준호· 김옥주, “코로나 19 (SARS-CoV-2) 백신 연구의 윤리”, 생명윤리정책
연구제13권, 2020.
중앙방역대책본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지침 [지자체용]제4판, 2020.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 [의료
기관용] (2020.7.9. 배포), 2020.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역, 자유론, 책세상, 2018.
지성우, “법학적 의미에서의 ‘공익’개념에 대한 고찰-국가 이데올로기 관철의 도
구에서 국가작용 제한의 근거로의 전환”, 성균관법학제18권, 2006.
최은경, “공중보건 비상사태와 윤리적 대응: 2015년 한국 메르스 유행을 중심으
로”, 한국의료윤리학회지제19권 3호, 2016.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코로나 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
회적 가이드라인, 2016.
하대청, “사전주의의 원칙은 비과학적인가?: 위험 분석과의 논쟁을 통해 본 사전
주의 원칙의 ‘합리성’”, 과학기술학연구제10권 2호, 2010.
Amnesty International. “Response to COVID-19 and States’ Human Rights
Obligations: Preliminary Observations.” 12 March 2020, POL 30/1967/
50페이지
154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2020.
Ashworth, Andrew and Lucia Zedner. “Just Prevention: Preventive Rationales and
the Limits of the Criminal Law.” In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Criminal
Law. 279-304.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Ashworth, A., & Zedner, L. Preventive Justice.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Battin, M. P., Francis, L. P., Jacobson, J. A., & Smith, C. B. “The patient as
victim and vector.” in Blackwell Philosophy Guides to Medical Ethics,
269-288. Blackwell Publishing. 2007.
Barry, B. Political Argument. Routledge. 1965.
Bayer, R., & Fairchild, A. L. “The genesis of public health ethics.” Bioethics,
18(6), 2004.
Cetron, M., & Landwirth, J. “Public health and ethical considerations in planning
for quarantine.” The Yale Journal of Biology and Medicine, 78(5), 2005.
Cheng, K. K., Lam, T. H., & Leung, C. C. (2020). “Wearing face masks in the
community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ltruism and solidarity.” The
Lancet.
Childress, J. F., Faden, R. R., Gaare, R. D., Gostin, L. O., Kahn, J., Bonnie, R.
J., ... & Nieburg, P. “Public health ethics: mapping the terrain.” The Journal
of Law, Medicine & Ethics, 30(2), 2002.
Dawson, A., Verweij, M.(Eds.) Ethics, Prevention, and Public Health.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Dawson, A. (Ed.) Public Health Ethics: Key Concepts and Issues in Policy and
Prac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Dryhurst, S., Schneider, C. R., Kerr, J., Freeman, A. L., Recchia, G., Van Der
Bles, A. M., ... & van der Linden, S. “Risk perceptions of COVID-19
around the world.” Journal of Risk Research, 2020.
Du, Z., Xu, X., Wu, Y., Wang, L., Cowling, B. J., & Meyers, L. A. “Serial
interval of COVID-19 among publicly reported confirmed cases.”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6(6), 2020.
Durkheim, E. The Rules of Sociological Method. Simon and Schuster. 2014.
51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55
Ekeli, K. S. “Environmental risks, uncertainty and intergenerational ethics.”
Environmental Values, 13(4), 2004.
Eyal, N., Lipsitch, M., & Smith, P. G. “Human challenge studies to accelerate
coronavirus vaccine licensure.”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221(11), 2020.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1: Harm to Others.
Oxford University Press. 1987.
Feinberg, J. (1989).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3: Harm to
Self. Oxford University Press.
Feinberg, J. The Moral Limits of the Criminal Law: Volume 4: Harmless
Wrongdoing. Oxford University Press. 1990.
Fine, P. E. “Herd immunity: history, theory, practice.” Epidemiologic Reviews.
15(2), 1993.
Fine, P., Eames, K., & Heymann, D. L. “Herd immunity: a rough guide.”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52(7), 2011.
Gandhi, M., Yokoe, D. S., & Havlir, D. V. “Asymptomatic transmission, the
Achilles’ heel of current strategies to control COVID-19.”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 2020.
Gostin, L. O. (Ed.). Public Health Law and Ethics: A Reader (3rd ed.). Univ of
California Press. 2018.
Gostin, L. O. “International infectious disease law: revisio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s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JAMA, 291(21), 2004.
Gostin, L. O., Bayer, R., & Fairchild, A. L. “Ethical and legal challenges posed
by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implications for the control of severe
infectious disease threats.” JAMA, 290(24), 2003.
Gostin, L. O., & Wiley, L. F. Public Health Law: Power, Duty, Restraint. Univ
of California Press. 2016.
Hacking, I., & Hacking, T. The Taming of Cha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Hart, H. L. A. “Are there any natural rights?.” The Philosophical Review. 64(2),
52페이지
156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1955.
Hellewell, J., Abbott, S., Gimma, A., Bosse, N. I., Jarvis, C. I., Russell, T. W.,
... & Flasche, S. “Feasibility of controlling COVID-19 outbreaks by iso-
lation of cases and contacts.” The Lancet Global Health. 8(4), 2020.
Holland, S. Public Health Ethics. John Wiley & Sons. 2015.
Husak, D. Overcriminalization: The Limits of the Criminal Law.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Jackson, W., & Steingraber, S. Protecting Public Health and the Environment:
Implementing the Precautionary Principle. Island Press. 1999.
Klosko, G. “Presumptive benefit, fairness, and political obligation.” Philosophy &
Public Affairs. 16(3), 1987.
Li, Q., Guan, X., Wu, P., Wang, X., Zhou, L., Tong, Y., ... & Xing, X. “Early
transmission dynamics in Wuhan, China, of novel coronavirus–infected
pneumon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 2020.
Liu, Y., Gayle, A. A., Wilder-Smith, A., & Rocklöv, J. “The reproductive number
of COVID-19 is higher compared to SARS coronavirus.” Journal of Travel
Medicine. 27(2), 2020.
Liu, P. P., Blet, A., Smyth, D., & Li, H. “The science underlying COVID-19:
implications for the cardiovascular system.” Circulation. 142, 2020.
Lomell, H. M. “Punishing the uncommitted crime: Prevention, pre-emption, pre-
caution and the transformation of criminal law.” In Justice and Security
in the 21st Century. 99-116. Routledge. 2012.
Luo, S. H., Liu, W., Liu, Z. J., Zheng, X. Y., Hong, C. X., Liu, Z. R., ... &
Weng, J. P. “A confirmed asymptomatic carrier of 2019 novel
coronavirus.” Chinese Medical Journal, 133(9), 2020.
McKendrick, A. G. “Contributions to the mathematical theory of epidemics —I.”
Bulletin of Mathematical Biology, 53(1-2), 1991.
Na, B. J., Park, Y., Huh, I. S., Kang, C. R., Lee, J., & Lee, J. Y. “Seventy-two
hours, targeting time from first COVID-19 symptom onset to
hospitalizatio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35(20), 2020.
53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57
Nuffield Council on Bioethics. Public Health: Ethical Issues. 2007.
Postema, G. J. “Collective evils, harms, and the law.” Ethics. 97(2), 1987.
Rose G. “Sick individuals and sick popula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14, 1985.
Rose, G. A., Khaw, K. T., & Marmot, M. Rose’s Strategy of Preventive Medicine:
the complete original text.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Rothe, C., Schunk, M., Sothmann, P., Bretzel, G., Froeschl, G., Wallrauch, C.,
... & Seilmaier, M. “Transmission of 2019-nCoV infection from an asymp-
tomatic contact in German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10),
2020.
Rothstein, M. A. “From SARS to Ebola: legal and ethical considerations for modern
quarantine.” Ind. Health L. Rev., 12(1), 2015.
Sandin, P. “Dimensions of the precautionary principle. Human and Ecological Risk
Assessment.” Human and Ecological Risk Assess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5(5), 1999.
Selgelid, M. J. “Ethics and infectious disease.” Bioethics, 19(3), 2005.
Simester, A. P., & Von Hirsch, A. “Remote harms and non-constitutive crimes.”
Criminal Justice Ethics, 28(1), 2009.
Sirkeci, I., & Yucesahin, M. M. “Coronavirus and Migration: Analysis of Human
Mobility and the Spread of COVID-19.” Migration Letters, 17(2), 2020.
Stamler, J., Rose, G., Stamler, R., Elliott, P., Dyer, A., & Marmot, M. “INTERSALT
study findings. Public health and medical care implications.” Hypertension,
14(5), 1989.
Stirling, A. “Risk, precaution and science: towards a more constructive policy de-
bate: talking point on the precautionary principle.“ EMBO Reports, 8(4),
2007.
Studdert, D. M., & Hall, M. A. “Disease control, civil liberties, and mass testing—
calibrating restriction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3, 2020.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uncil, “Siracusa Principles on the limitation
54페이지
158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and derogation provisions in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
cal rights.”, 1985.
Van Bavel, J. J., Baicker, K., Boggio, P. S., Capraro, V., Cichocka, A., Cikara,
M., ... & Drury, J. “Using social and behavioural science to support
COVID-19 pandemic response.” Nature Human Behaviour, 4, 2020.
Varatharaj, A., Thomas, N., Ellul, M. A., Davies, N. W., Pollak, T. A., Tenorio,
E. L., ... & Coles, J. P. “Neurological and neuropsychiatric complications
of COVID-19 in 153 patients: a UK-wide surveillance study.” The Lancet
Psychiatry. 2020.
Von Hirsch, A. “Extending the Harm Principle: ‘Remote’ Harms and Fair
Imputation.” in Simester, A. P., & Smith, A. T. H. ed. Harm and
Culpability. Oxford University Press. 1996.
Wang, Y., Zhang, D., Du, G., Du, R., Zhao, J., Jin, Y., ... & Hu, Y. “Remdesivir
in adults with severe COVID-19: a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
trolled, multicentre trial.” The Lancet. 395, 2020.
Wei, W. E., Li, Z., Chiew, C. J., Yong, S. E., Toh, M. P., & Lee, V. J.
“Presymptomatic Transmission of SARS-CoV-2—Singapore, January 23–
March 16, 2020.”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69(14), 2020.
Wikler, D., & Brock, D. W. “Population-level bioethics: mapping a new agenda.”
In Ethics, Prevention, and Public Health. 78-94.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Wynia, M. K. “Ethics and public health emergencies: restrictions on liberty.” The
American Journal of Bioethics, 7(2), 2007.
55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59
[국문초록]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 2020년 3월 개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유기훈(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균(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옥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감염병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국가의 방역 대책은 안보로서의 속성을 지니며, 공중보
건과 공공의 이익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정당화되어왔다. 2020
년 3월, 대한민국 국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를 통해 ‘감염의심자’ 의 검사 및 격리거부에 대한 처벌의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격리위
반과 치료거부의 벌칙을 상향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의 정당성 판별기준에 대한 자유
주의 법철학의 논변과 원리들을 검토하고, 피해자임과 동시에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지
니는 감염병 환자(patient as victim and vector)에 대한 자유제한원리의 적용은 파인버
그(Joel Feinberg)가 제시한 ‘스스로에 대한 해악(harm to self)’과 ‘타인에 대한 해악
(harm to others)’이 중첩되는 지점에 있음을 개념화하였다.
파인버그가 제기한 자유제한원리(liberty-limiting principle)를 불확실성(uncer-
tainty)을 지니는 팬데믹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악에서 리스크(risk)로 해악의
원리를 확장시킬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해악에서 리스크로의 전환은, 불확실한 위기상
황 하에서 국가가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사전
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충분한 근거 없이 개인의 행위를 처벌의 대상
으로 삼는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의 우려를 낳는다. 본 글에서는 리스크를 지
닌 개인에 대한 사전적 자유제한을 둘러싼 사전주의의 원칙과 과잉범죄화의 우려 사이에
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원칙들을 검토한다.
이어서 ‘타인에 대한 해악’ 원칙이 공익과 공중보건 상황에 적용되기 위한 두 번째 확장
으로, 인구집단 개념으로의 전환을 다룬다. 팬데믹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개
인’이 아닌 ‘인구집단’을 하나의 단위로 고려하는 인구집단 접근법(population ap-
proach)이 필요하며, 나아가 앞선 두 논의를 결합한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risk to
population)’가 팬데믹 상황에서 해악의 원리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고려되어야 함을 제
56페이지
160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안한다.
논문의 마지막에서는, 앞서 개념화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 개정 「감염병의 예
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자유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격리위반 처벌조항
은 ‘인구집단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자유제한에 해당하여, 강제검사 또한 무증상 감염자
라는 감염병의 특성에 의거하여 ‘확장된 해악의 원리’의 차원에서는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음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치료거부 처벌조항은 전통적 해악의 원리뿐만 아니라 ‘인
구집단에 대한 리스크’라는 팬데믹의 특성을 고려한 ‘확장된 해악의 원리’ 하에서도 정당
화되기 어려우며, 추가적 단서조항을 포함하여야만 정당화 근거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임
을 논증하였다.
주제어: 코로나19 (COVID-19), 감염병예방법, 공중보건윤리, 기본권 제한, 자가격리,
사전주의 원칙, 과잉범죄화.
57페이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자유권 제한에 대한 ‘해악의 원리’의 적용과 확장 161
Application and Expansion of the Harm Principle to the
Restrictions of Liberty in the COVID-19 Public Health Crisis: Focusing on the Revised Bill of the March 2020
「Infectious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ct」
Kihoon You1, Dokyun Kim2, Ock-Joo Kim3
1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Department of Psychiatry,
2Seoul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Law,
3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BSTRACT=
In the pandemic of infectious disease, restrictions of individual liberty have been
justified in the name of public health and public interest. In March 2020,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 passed the revised bill of the 「 Infectious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ct.」 The revised bill newly established the legal basis for
forced testing and disclosure of the information of confirmed cases, and also raised
the penalties for violation of self-isolation and treatment refusal. This paper examines
whether and how these individual liberty limiting clauses be justified, and if so on
what ethical and philosophical grounds.
The authors propose the theories of the philosophy of law related to the
justifiability of liberty-limiting measures by the state and conceptualized the
dual-aspect of applying the liberty-limiting principle to the infected patient. In
COVID-19 pandemic crisis, the infected person became the ‘Patient as Victim
and Vector (PVV)’ that posits itself on the overlapping area of ‘harm to self’ and
‘harm to others.’
In order to apply the liberty-limiting principle proposed by Joel Feinberg to a
pandemic with uncertainties, it is necessary to extend the harm principle from ‘harm’
to ‘risk’. Under the crisis with many uncertainties like COVID-19 pandemic, this
shift from ‘harm’ to ‘risk’ justifies the state’s preemptive limitation on individual
58페이지
162 유기훈․ 김도균․ 김옥주
liberty based on the precautionary principle. This, at the same time, raises concerns
of overcriminalization, i.e., too much limitation of individual liberty without sufficient
grounds. In this article, we aim to propose principles regarding how to balance
between the precautionary principle for preemptive restrictions of liberty and the
concerns of overcriminalization.
Public health crisis such as the COVID-19 pandemic requires a population
approach where the ‘population’ rather than an ‘individual’ works as a unit of
analysis. We propose the second expansion of the harm principle to be applied to
‘population’ in order to deal with the public interest and public health. The new
concept ‘risk to population,’ derived from the two arguments stated above, should
be introduced to explain the public health crisis like COVID-19 pandemic. We
theorize ‘the extended harm principle’ to include the ‘risk to population’ as a
third liberty-limiting principle following ‘harm to others’ and ‘harm to self.’
Lastly, we examine whether the restriction of liberty of the revised 「Infectious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ct」 can be justified under the extended harm
principle. First, we conclude that forced isolation of the infected patient could be
justified in a pandemic situation by satisfying the ‘risk to the population.’
Secondly, the forced examination of COVID-19 does not violate the extended
harm principle either, based on the high infectivity of asymptomatic infected
people to others. Thirdly, however, the provision of forced treatment can not be
justified, not only under the traditional harm principle but also under the
extended harm principle.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include additional clauses in
the provision in order to justify the punishment of treatment refusal even in a
pandemic.
Keyword : COVID-19, Infectious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ct, public
health ethics, restriction on the fundamental rights, self isolation, precautionary principle, overcriminal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