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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의 법이론적 함의―, 2023

원본 파일: 김도균,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의 법이론적 함의―, 202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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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연구 제26권 제1호: 7~52 한국법철학회 2023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1)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의 법이론적 함의―

김도균*

<국문초록>

최근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서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이라는

법률해석 방법이 제시되었다. 이 논문의 목표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

정향적 법률해석 방법의 법이론적 함의를 해명하는 데 있다. 법률해석이 ‘있어

야 할 당위의 법’이 아니라 ‘있는 법’에 따라 해석하여 사안에 적용할 법규범을

산출하는 활동이라면, 법률해석의 목표는 지금의 이 사안에 적용할 ‘있는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확인하는 데 있다. 따라서 법률해석의 문제는 ‘있

는 법’의 내용은 무엇 덕분에, 무엇 때문에 존재하게 되고 무엇에 의해 정해지는

지의 법이론적 문제에 관한 해답에 의존한다.

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있는 법’을 존재케 하고 그

DOI: 10.22286/kjlp.2023.26.1.001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의 2023학년도 학술연구비 지원을 받았음(재단법

인 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 ** 투고일자 2023년 4월 3일, 심사일자 2023년 4월 16일, 게재확정일자 2023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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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결정해 주는 법의 근거 문제, 즉 법의 결정인자의 문제와 법률해석의 문

제는 긴밀하게 연결된다. 사회적 사실들과 도덕·정의 원리들이 법의 근거로

서 함께 작용한다는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입장에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을 이해할 때 그 취지가 가장 잘 구현된다. 둘째, 특정한

도덕·정의 원리들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고 이 도덕·정의 원리들 덕분에 법실

증주의적 법 근거인 사회적 사실들이 ‘있는 법’을 구성하고 성립·존재케 하며

그 내용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도덕 구조화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

주의가 도덕 필터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보다 더 낫게 헌법합치적 법률

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방법을 구현할 수 있다. 셋째, 법실증주의적 법

의 근거인 사회적 사실들을 법의 근거로 만드는 도덕에 국가와 법과 사법부의

역할에 관한 정치도덕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정치철학은 법의 근거 이론을 통해

법률해석으로 들어오게 된다.

Ⅰ. 머리말

최근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서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이라는

법률해석 방법이 제시되었고, 특히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방법은 최근의 대

법원 판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

해석의 방법의 법이론적 함의는 무엇일까?1)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

선, 최근 대법원의 판결에서 등장하는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내용을 간략하

게 기술하고, 어떤 법이론적 쟁점들이 담겨 있는지를 필자의 관점에서 짚어 본

다. 둘째, 로널드 드워킨이 제시한 ‘법의 근거’ 개념에서 출발하여 법실증주의

1) 여기서 법이론이란 표현은 전통적으로 법철학에서 법 개념론 차원(무엇이 법인가? 무엇이 어떤 규범을 ‘있는 법’으로 존재케 하는가? ‘있는 법’과 도덕·정의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등의 물음을 다루는 법철학 영역. 이른바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탐구 대상이다)의 대상을 다루는 것을 뜻하며, 법이론적 함의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방법이 앞의 물음군과 관련해 서 가지는 의의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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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9

와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논쟁을 간략하게 정리한 후 자연법론·비실증주

의에서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과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을 소개하고, 전자는

법실증주의의 근본적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후자의 입

장에서 법의 근거 문제를 다룬다. 셋째, 앞의 논의들이 법률해석 방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고찰하고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방법을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의 관점에서 해명해 본다.

Ⅱ.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법이론적 함의

  1. 대법원 2019도3047 전원합의체판결(2022. 4. 21. 선고): 법률해석 론의 관점에서

주지하듯이, 이른바 ‘실질적 임차인 판결’ 이래로 대법원의 표준적 해석론은

다음과 같다.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

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

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

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

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

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

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

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

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

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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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

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

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2)

법원의 판결에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은 다양한 사안에서 적용되어

왔는데, 이 논문에서는 ‘성전환자 호적정정 결정’을 그 예시로 삼고자 한다.3)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서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권한이

자 사명에 속하므로, 법원이 재판규범으로서 그 법률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서는 마땅히 헌법합치적인 해석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헌법합치적인 법률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어느 법률규정에 대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이

라는 이름 아래 그 법률규정의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서거나 그 법

률규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입법자가 금지하고 있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

하거나 헌법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

나지 않는 이상, 합헌적 법률해석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을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함으로써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므로 입법권을 최

대한 존중하는 것이고 국민주권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만약 어떤 법률규정에 대해

합헌적 법률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러한 해석을 단념

하여 버린다면 합헌적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는 위헌적인 법률공백 상태가 계속되

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셈이 되고, 이는 법원에게 주어진 사법권 행사의 권한과

사명을 동시에 저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무조건 유

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이라는 이름으로 경계할 것이 아니고 법규의 문언적 의미가

갖는 내포와 외연을 모두 고려하여 헌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합

2)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강조는 첨가된 것임). 3)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에 관해서는 이강국,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박영사, 2012 참 조. 특히 우리 법원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방법에 관한 상세한 분석으로 조동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법원의 기본권 보장의무―대법원과 하급심의 기본권 영역 에 관한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헌법학연구 제23권 제3호, 2017, 389-46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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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적 해석방법이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온당하다.”4)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에 관하여 우리 최고법원은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

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을 최고법규

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은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

인 면은 살려야 한다.”는 법률해석의 요청으로 파악하고, 그 정당화 근거로서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한 규범유지의 요청’을 든다.5) 그 이후로

발전해 온 대법원의 법률해석 방법론은 최근 판결에서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으로 집약되었다.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대표적

판결은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과 2022. 4. 11. 선고 2019도3047과 전원합의체 판결(군형법상 제92조의6 사건)

이다.6) 이하에서는 후자의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대법원 2019도3047

전원합의체판결(2022. 4. 21. 선고)은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

람(이하 ‘군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

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한 군형법 제92조의6에 남성 군인인 피고인 갑과

병이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자신들

의 독신자 숙소에서 남성 군인(갑의 경우에는 을과, 병의 경우에는 갑과) 항문성교나

키스, 구강성교를 한 행위가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4) 대법원 2006. 6. 22.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5)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도4045 판결, 헌재 1990. 4. 2. 89헌가113 참조. 이 강국, 앞의 책(각주 3), 45면 이하. 6) 이 외에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 적용되거나 보충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에서 개진된 최근 대법원 판례의 예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대법원 2018. 11. 1. 선 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특별한정승인 제척기간에 관한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국세기본법 규정의 해석에 관한 대법 원 2021. 2. 18. 선고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 법인세법 시행령 조항의 위헌 위법여부에 관한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9두53464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조동은, “법원의 인권합치적 법해석에 관하여―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재로 삼아,” 헌법학연구 제28 권 4호, 2022, 689-735면, 특히 704면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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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수의견의 논지

다수의견은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

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

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

다.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도 추행에 해당한다고 본 기존 판

결을 변경한 다수의견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가) 개정 연혁에 비추어 본 현행 규정의 의미: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구 군

형법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는데, 제정 당시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은 사전상의 의미로 ‘사내끼리 성

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

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

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 현행 규정의 의미: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계

간을 항문성교로 용어를 변경한 입법개정 의도에는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를 변경하려는 것’이 핵심이고 동성 간의 성행위 자체만으로 이를 비하하거나

금기시하여 무조건적인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도가 함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개정 취지를 고려해서 위 규정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다) 사전상의 의미와 대법원의 해석에 의한 의미(interpreted meaning): “입법

개정의 의도와 취지 외에도 ‘추행’의 사전적 의미가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

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으로 풀이된다는 점, 형법 상 ‘추행’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성

폭력범죄 처벌규정들에서 그 의미를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

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

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라)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사회의 규범의식과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 “어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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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

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

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 등,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

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그 본질적인 내용이 침

해될 수 없는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

(마) 헌법원리에 비추어 본 형벌권 행사의 범위: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

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

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

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

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대법원의 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다수의견의 법률해석에 대

해 별개의견과 보충의견, 그리고 반대의견이 다채롭게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에서 개진된 법률해석 방법론이 흥미롭고 주목할 점이 있기에 먼저

반대의견의 법률해석 방법론을 간략하게 보기로 한다.

(2) 반대의견의 법률해석 방법론

1) 법률해석의 본질적 속성과 목적: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

는 작업”

“① 법률해석은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으로서 법률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객관적인 의미>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법

의 해석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

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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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②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고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면 원

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 목

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을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입법이 아닌 법률해석으로

남기 위하여는,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 법률에 명백한 실수가 있거나 법률 내

용이 상호 모순 또는 충돌하는 경우, 법률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의도에

서 벗어나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그 문리대로의 적용이 실제로 불가능

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문언과 문맥상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

다. …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라는 한계 내에서

만 가능한 것이다. ③ 문언에 의할 때 하나의 해석만이 가능하고 다른 해석이 불가능

한 경우라면, 그 하나의 해석을 받아들이든가(합헌), 받아들이지 않든가(위헌) 하는

외에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없다. 어느 법적 규율에 대한 ④ 합헌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규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위헌적으로도 합헌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일 뿐,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

인 의미>를 넘어서거나 그 법규의 제정 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

지에 반하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

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밑줄과 강조는 첨가

된 것임.)

입법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나 합리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보

다는 입법부가 법률에서 실제로 전달하는 내용, 법이 문언을 통해 실제로 말하

거나 규범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따라 법관은 법률을 해석해야 한다는 법률해

석 방법론으로 반대의견의 핵심을 요약해 보자.

2) 법률 문언의 표현 형식과 내용으로 나타난 “입법자의 결단과 의사”

반대의견에 따르면, “구 군형법의 2013년의 개정은 상대방을 명시적으로 한

정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의 ‘용어 순화’를 위하여 ‘계간’을 ‘항문성교’로

변경하였을 뿐이고, ‘항문성교 등 추행행위’이더라도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

간과 장소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문언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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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으로 추가하지 않았다.” 입법자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대로 자발적 합의

에 의한 남성 군인 동성 간 성관계와 같은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

겠다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면 2013년 개정 당시 ‘용어 순화’라는 개정이유에

그치지 않고 그 점을 현행 규정에 문언으로 명백하게 나타내었을 것인데, 입법

자가 <그러한 입법형식>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행 규정에는 다수의견

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적 결단

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음”을 함축한다.7) 법률 문언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

지 않거나 입법자의 결단을 찾아볼 수 없는 데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을 제한

하는 것은 입법자가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구성요건에 법원이 수정을 가하

는 것이므로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는 법률해석론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다.

7) ‘입법적 결단’은 입법자의 내심의 결심이나 근본적 의향이라는 심리적 상태를 지칭 하는 용어인 듯한데, 반대의견에서 추단컨대 이 입법적 결단은 결국 법률 문언의 표 현 형식과 내용에서 객관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 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과 법률해석(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 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에서 개진된 바 있다: “법률해석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법률 의 문언에 표현된 객관적인 의미나 내용으로부터 추단하여야 하고, 입법자의 의도 나 입법 경위를 참고하여 법률을 해석하더라도 법률의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은 입법자의 주관적인 의사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법률의 문언은 입법자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징표이다. 법률에 표현된 내용이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 나 원래의 의도와 다를 경우에는 법률 문언에 나타난 객관적인 의사에 우위를 두고 해석하여야 한다.” 입법자의 결단과 의사, 법률 문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런 견해 는 최근 대법원의 공통 입장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률 문언 자체에만 의거해서는 법 률 문언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 연혁과 배경, 체계적 해석, 후속 입법들, 헌법의 가치와 원리에 비추어 법률 문언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 에서 위의 대법원 공통 입장 자체의 해석을 둘러싸고 입장이 분기하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는 “입법자가 공표한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의도한 것에 의해서 법률규정의 의 미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정과 양립할 수 없고 심지어 공정한 통치(fair government)와도 양립할 수 없다.”고 역설하는 미연방대법원 스칼리아의 견해 [A. Scalia, A Matter of Interpretation, Princeton, 1997, 17면]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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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법철학연구

3) 법원의 권한과 임무

반대의견이 위와 같은 법률해석 방법론을 옹호하는 사법철학적 논거는 다

음과 같다.

“법률을 적용한 결과가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

기관의 법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지, 법원이 법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관

을 대신하는 것은 권한 분장의 헌법 정신에 어긋나며, 법률의 노후화 또는 해석결과

의 불합리라는 이유만으로 법률 그 자체의 적용을 거부한 채 형벌법규 문언의 명백

한 의미를 제한하거나 수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권한에 속

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 또는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

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삼권분립 원칙의 본질적 요청이고, 헌

법 제40조(입법권), 제103조(법관의 독립), 제111조(헌법재판소의 권한 등)에 따른

한계이다.”(강조는 첨가한 것임.)

‘있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사법부의 권한과 책무인데도, 입법자의

권한과 책무인 ‘있어야 할 법’의 제정을 법률해석의 이름으로 수행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 반대의견의 단호한 입장이다. 대상 규정이 헌법상 정당하다고 보지

도 않고 존치되어야 한다고도 보지도 않지만, 헌법적 판단은 헌법재판소에게,

입법론적 결론은 민주적 공론과 입법절차를 거쳐서 내려져야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정치도덕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법원이 법률 문언에 없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법형성 내지 법률 수정으로서 법원이 가지는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명백하

게 벗어나는 것으로서, 현행 규정(‘있는 법’)의 해석이 아니라 입법론(‘있어야

할 법’의 문제)으로서 입법정책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치환하

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을 법률 문언을 넘어서는 사법판단으로 대체

했다고 비판한다.

(3) 다수의견에 대한 김재형 대법관의 법률해석 방법론 보충의견

반대의견의 법률해석 방법론에 대해 다수의견 보충의견(김재형 대법관)이

개진되었는데 법률해석 방법론의 차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견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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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17

이하에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 중 중요 부분을 인용하면서 필자 나름

대로 표제어와 번호를 붙이고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1)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히는 작업

“법원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해야 하지

만, ① 법률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법률

규정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고 법률을 문구대로 적용할 경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②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찾아 현실에 맞게

법률을 적용하고자 법원은 문언해석 외에도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

석, 목적론적 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법률

을 해석할 때에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

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③ ‘법질서 전체’란

최고 규범인 헌법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된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포함한다.”

2) 법률해석의 두 단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①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우선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의

미를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하고, ② 나

아가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을 해야 한다.8) 이러한 해석은 국

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

야 한다는 법원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법률의 문언이 갖는 의미가 지나치게 포

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에는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과 함께 헌법규범을 고려

하는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교정할 수 있다.”

8) 이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 재형의 별개의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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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법철학연구

3) 법률 문언의 의미와 법률 내용의 역동적 변화

① “법률은 그 시대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기초로 형성되므로, 동일한 내용

의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법의식의 변천에 따

라 구체적인 의미, 내용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회공동체의 윤

리·도덕관념을 반영하고 있는 법률의 경우에는 입법뿐만 아니라 법률을 해

석·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가치관이나 법의식의 변화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법률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9)

②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 입장은 ‘추행’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그 개념과 범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법률을 해석할

때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의 법상황과 사회 일반의 인식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오래 전에 제정된 법률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위에서 길게 인용한 보충의견에서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이다.

법률해석은 ㉠ 제정 당시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 문언

의 가능한 의미를 탐구하여, ㉢ 최고 규범인 헌법의 내용과 가치를 반영하고,

㉣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재의 법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현시대에

맞는>, ㉤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법률해석론

이다.

4) 문언의 가능한 의미의 다의성과 법률 문언의 규범적 의미 선택의

필요성

① “현행 규정은 ‘항문성교’를 추행의 대표적 행위로 예시하고 이어서 ‘그 밖

9) 사회적 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형사법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을 변경한 대표적인 예로서 언급되는 판례로 보충의견은 다음을 언급한다. 구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7조의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 상 처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에서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혼인관계 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처도 ‘부녀’에 포함된다고 해석한 판례(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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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19

의 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항문성교라는 문언의 의미대로 해석한

다면, 남녀 군인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를 구성요건에서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항문성교’를 대표적 행위로 한 ‘그 밖의 추행’에는 그 문언만으로는 남녀 군인이

합의하여 항문성교에 이르지 않는 성행위를 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처럼 문언

의 사전적·일반적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

게 되면 현행 규정에 대한 전통적 해석에 반하여 그 처벌 범위를 넓히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때, 이런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축소 해석은 법률해석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반대의견조차도 입법 연혁에 비추어 ‘항문성교’

는 남성 군인 등 상호 간의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항문성교’를 <문언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입법 연혁을

고려하여 문언의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이처럼 법률 문언의 적용 범위를 제

한하는 반대의견 스스로가 <현행 규정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입법 연혁과

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인 해석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② “‘추행’의 의미는 다의적이어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 사이

에서도 추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이하다.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등을 가리

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추잡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

다.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추행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군기라고 하는

규범적 보호법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군대 내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 전

체를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일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추행이라는 표현의 가능한 의미에 포함>된다.”

다수의견의 문제의식은 추행에 대한 의미론적 해명(semantic analysis)만으로 모

든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자는 것이다.

③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의 내용과 체계, 법률의 개정 연혁과 보호법익, 헌

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반대의견보

다 그 적용 범위를 더욱 축소하여 형벌법규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함으로써

문언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킬 때 발생하는 부

당한 결과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것이 아니

다.” 왜냐하면 추행의 통상적 또는 일반적 의미 자체가 반대의견이 가정하는

것과는 달리 고정돼 있지 않고 다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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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법철학연구

5) 헌법규범과 현재의 정당한 법의식을 고려한 현행 규정의 정당한 의미

반대의견은 “이 사건의 본질이 동성애,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데 있지 않고,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관한 문제”라고 본

다. 반면,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필요한 군기의 중

요성”을 고려하면서도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적

평가와 편견으로 처벌 범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성 군인 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합의에 따라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성행위가 군의

기율을 침해하는지”를 설명하려면 “동성애나 그 성적 지향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 평가를 전제”해야만 하는데, 과연 우리 법질서의 근본태도에 부합하는 것인

지 다수의견은 묻는다.

“입법사적으로 보자면, 군형법이 제정된 1962년 당시 동성애는 비

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으로 취급되었고, 군형법 제92조는 남성 간 성행위

를 ‘계간’이라고 부르면서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추행’으

로 보아 처벌하도록 규정”10)하였지만, 동성애 및 동성 군인간 성행위에 대한

당시 입법자 의사, 법률 문언, 당대의 법의식은 과연 우리 법질서에 내재하고

우리 법질서가 지향하는 근본정신과 규범(인간존엄성)에 합치하는가? 이런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면서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동

성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였고 비교법적으로도 일부 국가들을 제외

하고는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를 발견하기 어렵

다.”는 점을 논거로 든다.11)

10) 입법사에 대하여는 강태경,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사건(2019도3047)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형사정책연구 제33권 제2호, 2022, 67-100면, 특히 71면 이하 참조. 11) 이에 대해 반대의견의 입장은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사실이 해당 규정의 구성 요건에 대한 해석척도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김선수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개진한다: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이므로, 현행 규정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 시대 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야 한다. 법원이 법률을 해석할 때 지금 이 시대의 법 의식을 고려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서 타당성 있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위하여 반드시 요청되는 사항이다.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에서 설명한 동성애에 대한 우 리 사회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성인 사이의 상호 합의에 의한 동성 간의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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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21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현행 법령의 체계 속에도 이러한 규범의식의 변화가

이미 편입·수용되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

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법의식의 변화가 우리나라 군대 내의 규범에도 이미

반영되어,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 제4편 제7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

에 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제253조 제1항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

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법령에서 동성애의 성적 지향을 가진 군인

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이 차별 없이 복무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우리 법질서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성애의 성

적 지향과 그 성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도덕적 평가는 개인적 윤리관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할 수는 있겠지만,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하거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커서 반드시 처벌되어

야 하는 범죄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이 현재 헌법 가치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

회의 법의식과 법감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을 그 보호법익이나 구성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 군인 간의 항문성교 그 밖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 전반에 걸쳐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한 성

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

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다수의견은 <헌법규범의 의미와 가치를

행위를 지금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에 비추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추행과 같이 현행 규 정상 추행도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구체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만이 ‘더럽고 지 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는 규범적 개념인 ‘추행’의 의미를 확정하는 법률해석의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문언해석의 범위 를 벗어난다거나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김선수 대법관의 견 해에 의하면, 추행의 (법적) 의미는 단순히 사전상의 어의나 용례 또는 화용론적 의 미(pragmatic meaning)로 정해지지 않고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이라는 가치의 투입에 의해 정해진다. 매우 흥미로운 이런 견해는 미국 법질서에서 법적 의미를 정 할 때의 다양한 결정인자에 관해 분석한 R. H. Fallon, Jr., “The Meaning of Legal Meaning and its Implication for Theories of Legal Interpreta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82, 2015, 1235-1308면, 특히 1245-1251면 논의와 비교해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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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법철학연구

반영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행 규정의 위헌성

을 제거하고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해석>”이라고 보충의견은 결론짓는다.

6) 법원의 권한과 임무: 사법부의 재판실무 근저에 놓여 있고 이를 향도하는

원리

보충의견의 사법철학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그

적용 범위를 정하는 권한이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국민이 사법부에 이러

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정당한 결

론을 내림으로써 헌법이 국가로 하여금 국민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는 전제에

서 출발하여 보충의견은 “피고인의 행위와 같은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

신에 어긋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좁게 이해하여

입법부의 법률 개정을 기다린 채 상고기각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한다.

법원의 권한과 책무에 관한 사법철학은 정치도덕(정치공동체 또는 국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바람직한가에 관한 도덕)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사이의 사법철학 차이는 곧 국가기관의 행위에 대한 정

치도덕(정치철학)의 차이인데, 이는 정치도덕의 차이가 법률해석 방법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하에서는 위 판결에서 다수의견 및 보충의

견과 반대의견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법이론적 차원의 견해불일치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다뤄 보고자 한다.

  1.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의 법이론적 함의― 인식(론) 차원에서 존재(론) 차원으로

(1) 헌법합치적 법률해석(verfassungskonforme Gesetzesauslegung)과 헌법정

향적 법률해석(verfassungsorientierte Gesetzesauslegung)의 방법은 독일 법학계

의 논의를 수용한 것이다.12) 독일 학계의 구분에 따르면, 기본권의 객관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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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23

과 기본권 보호의무와 관련하여 법률의 불확정개념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헌법

의 근본적 결단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이라면, 헌법합치적 법

률해석은 법률 문언, 입법사, 관련 규정들, 입법목적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위헌

적인 결과와 합헌적 결과 양자가 가능할 때 전자를 배제하고 후자를 선택하는

해석방법이다.13) 그런데 양자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이 상위 개념이고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그 하위 유형

이라는 견해14)도 가능하고, 광의의 의미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이해하고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을 그 하나로 보는 견해15)도 가능할 것이다. 넓은 의미의

헌법합치적 해석을 상위 개념으로 두고 그 하위 범주로 ‘좁은 의미의 헌법합치

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을 둔다면,16) 법률 문언의 해석·적용이 기본권의

보호 또는 침해와 관련될 때 우선 소극적·일차적으로 법률 문언의 위헌적 의

미를 제거하는 해석을 하여 남은 선택지가 단일하고 기본권 보호에 충분하다면

위헌적 의미 제거 단계(좁은 의미의 헌법합치적 해석)에서 종료하되, 위헌적 의미

를 제거하고도 헌법합치적 의미들이 다양하여 여러 방향의 결론을 지시한다면

그 중에서 적극적으로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

여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해석을 한다는 식으로 재구성해 볼 수도 있

겠다.

즉,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두 단계로 나눠 보자는 것이다. 법률해석이 기본

12)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에 관한 독일 학계의 논의로 대표적 으로 A. Vosskuhle, “Theorie und Praxis der verfassungskonformen Auslegung von Gesetzen durch Fachgerichte-Kritische Bestandsaufnahme und Versuch einer Neubestimmung,” Archiv des öffentlichen Rechts 125 (2), 2000, 177-201면, 특히 180-1면 참조. 양자의 구분에 관한 논의의 소개로 조동은, 앞의 논문(각주 3), 399면 이하 참조. 독일과 한국에서 전개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 률해석의 연원과 관계에 관한 상세한 연구는 이계일, “헌법합치적 판결의 내적 유 형에 대한 법학방법론적 탐구”, 법과사회 제60호, 2019, 271-316면 참조. 13) A. Vosskuhle, 위의 논문(각주 12), 180-1면. 또한 K. Schlaich(정태호 옮김), 독일 헌법재판론, 미리교역, 2001, 384-385면 참조. 14) 예컨대 A. Vosskuhle, 위의 논문(각주 12), 180-1면. 15) 조동은, 위의 논문(각주 3), 401면. 또한 이계일, 위의 논문(각주 12), 289면. 16) 이는 이계일, 위의 논문(각주 12), 289면의 제안을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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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법철학연구

권의 보호나 침해와 관련될 때 광의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제1단계는 법률 문

언의 의미에서 위헌성의 여지가 있을 때 헌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률 문언

을 해석하여 그 위헌적 의미를 일단 제거하는 것이고, 제2단계는 위헌적 의미는

제거되었지만 헌법에 부합하는 의미의 선택지가 여전히 여러 가지(방향)일 때

그중에서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

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이다. 따라서 법률해석의 속성과 목적은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의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두 단계(위헌적 의미 선택지를 배제하는 협의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단계와 헌법

정향적 법률해석의 단계)에 따라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히는 것’에 있다.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필요성(예컨대, 불확정적인

개념이 사용된 법률 문언을 해석해야 할 상황)과 정당성(법질서의 통일성과 기본권보

호의무)에 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법률해석에서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을 가동하지 않고도 사안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경우도 있음은 분명하다. 게다가 법원이 위헌법률심사제청을

통해서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마땅히 문의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법원은 헌법합치적 해석과 헌법정향적 해석을 가동하여 사

안을 해결해야 할까? 이 쟁점은 매우 중요하며, 이에 관하여 탁월한 연구들이

있다.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은 헌법합치적 및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법이론적

함의를 고찰하려는 본고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관련 헌법학계의 선행 연구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17)

헌법합치적 및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이 필요하고 정당한 상황을 인정하더라

도 그 적용의 경계 또한 분명하다. 입법자가 합헌적인 법률을 제정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리에 기반해서 가급적

입법자를 존중하여 법률 문언과 입법목적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한다

는 통상적인 해답에는 이의가 없다.18) 그런데 법률 문언과 입법목적의 가능한

17) 예컨대 조동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단 회피 원칙(Constitutional Avoidance) 과 그 한국적 시사점 법원의 헌법합치적 해석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의 기준과 관련 하여,” 서울법학 제26권 제3호, 2018, 39-102면. 또한 최근의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 여 이 기준을 더욱 발전시킨 조동은, 앞의 논문(각주 6), 712-16면 참조. 18) 조동은, 앞의 논문(각주 3), 409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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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25

범위는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거해서 정해지는가?

(2) 반대의견이 파악하는 법률해석의 목적(본질)은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

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법률해석의 목적(본질)을 바라보는 이 두 관점 사이의

법이론적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의 관점에는 법실증주의 법이론이 놓여 있다.

반면 후자의 관점에는 비실증주의 법이론만이 놓여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필

자는 비실증주의 법이론의 입장(특히 후술할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의 비실증주

의 입장)에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및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의의를 해명해 보

고자 한다.

반대의견에서 명백하게 제시된 입장은, 법전에 적힌 법률이 말하는 것이 바

로 법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유권적인 법률조항의 텍스트(법률 문언)의 일

상적(‘객관적’, ‘통상적’, ‘일반적’인) 언어상의 의미가 법의 내용을 이룬다는 견해

로 이어진다. 일상적인 언어상의 의미가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하면, 위 견해는

곧 이 다양한 언어상 의미들 중에서 어느 특정한 의미가 곧 그 법률조항 문언의

의미를 이룬다는 견해로 귀결된다. 반대의견에 담긴 사유의 구조를 다음과 같

이 정리해 보자.

① 법률 문언이 객관적으로 말하는 바(=의미하는 바)가 법의 내용이다.

② 법률 문언의 의미는 통상적인 또는 일반적인 의미이다.

③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또는 일반적인 의미가 ‘법의 내용’인 것

은 법률 문언으로 표현된 입법자의 결단과 의사, 통상적 의미에 담

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으로 국민주권, 민주주의, 삼권분립,

죄형법정주의 등의 정치적·헌법적 가치(원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④따라서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또는 일반적인 의미가 명확하면, 그 이

외의 해석방법은 불필요하다.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또는 일반적인

의미가 다의적일 때 비로소 헌법합치적 해석이 가동될 수 있으며,

그때에도 위헌적으로 해석될 여지만 배제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헌

법정향적 해석은 법원의 권한과 책무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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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법철학연구

앞에서 인용했던 반대의견의 법률해석론에서 필자가 주목하고 의문을 가지

는 부분은 ㉠ 법률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객관적 의미’의 해명, ㉡ ‘비교적 명

확한 개념으로 구성’된 법률 문언, ㉢ ‘문언의 통상적 의미’의 한계, ㉣ 법률 문언

이 갖는 ‘일반적 의미’라는 표현이다.19) 법률 문언의 의미를 표현하는 이 네 가

지 용어(‘객관적 의미’, ‘명확한 의미’, ‘통상적 의미’, ‘일반적 의미’) 각각의 뜻은 무엇

이며, 어떻게 정해질까? 반대의견은 이 네 가지 표현이 객관적이며 명확하고,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수범자들에게 그 각각 표현의 의미가 ‘통상적’으

로나 ‘일반적’으로 잘 이해될 것으로 가정한다. 과연 그럴까? 법률 문언의 통상

적 의미에 대한 통상적 의미(ordinary meaning of ordinary meanings)가 존재하기

는 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어떻게 인식하고 확인할 수 있을까? 언어학적으

로 중요한 쟁점이지만, 이에 관한 고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3)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서 두드러지는 논증 방식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문언해석, 체계해석, 역사적 해석(입법 연혁), 목적해석을 종합적으로 동

원한다는 것이다. 네 가지 해석 기법을 똑같이 활용하는데, 왜 결론은 상반될

까? 특히 문언해석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건대, 이 견해불

일치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 ‘있는 법’이 무엇인지, ‘있는 법’을 존재케

하며 그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법률 문언의 의미를 구성하

는 것은 무엇인지,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있는 법’의 내용 획득에

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둘러싼

19) 앞에서 인용한 반대의견에서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법률해석은 <법전 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으로서 법률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객관적인 의미>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법의 해석 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 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 어 있고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 을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 적 해석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라는 한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합 헌적 해석은…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거나 그 법 규의 제정 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 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밑줄과 강조는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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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27

견해불일치이다. 즉, 법이론의 심층적 차원에서 연원한 견해불일치라

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상론하고자 한다.

(4) 법률해석의 타당한 방법론을 둘러싼 다수의견 및 보충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있는 법’의 내용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의 인식(론) 차

원의 쟁점과 관련된다. 그런데 ‘있는 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 의견일치

를 보인다면, 인식론적 차원의 견해불일치의 근원은 그 ‘있는 법(과 그 내용)’이

어떻게(무엇에 의거해서) 성립·존재케 되었는지의 존재(론) 차원의 대립에 있

을지도 모른다. ‘있는 법’을 성립·존재케 하고 결정하는 ‘더 근본적’인 것은 무

엇일까? 이 더 근본적인 것 덕분에(또는 때문에) ‘있는 법’은 성립·존재하게 되

고 바로 그것에 의거해서 ‘있는 법’의 성립·존재가 설명된다면, 헌법합치적 법

률해석의 적용 조건이나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타당성을 둘러싼 견해불일치는

이 ‘더 근본적인 것’을 둘러싼 견해불일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하의 내용은 이 물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드워킨이 <법의 제국>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법의 근거’에 관한 논의를 실마리로 삼아 ‘있는 법’은 어떻게

무엇 때문에(무엇에 의거해서) 존재하게 되며 ‘있는 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법

결정인자는 무엇인지를 탐구대상으로 삼는 법이론의 쟁점(즉, 법실증주의와 비

실증주의 논쟁)의 핵심을 포착하고 설명한 후 법률해석론의 영역에 적용하여

어떤 법률해석 방법이 맞는지를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런 렌

즈를 통해서 최근 우리 대법원의 헌법합치적 및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방법

을 들여다볼 때 그 함의를 가장 잘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

게 제안해 볼 것이다.

Ⅲ.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이론

  1. ‘있는 법’은 어떻게 성립·존재하게 되는가?

(1) 법의 근거

<법의 제국> 도입부 문단에서 드워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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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법철학연구

“누구나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법 명제들은 이들 법 명제가 의거하는, 이들 법

명제가 뿌리박고 생명을 유지하는, 더 잘 알려진 다른 명제들에 의하여 그 참 또는

거짓(또는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님)이 가려진다. 바로 이 잘 알려진 다른 명제들이

내가 법의 ‘근거’(grounds of law)라 부르는 것을 제공해 준다. 대다수 사람은 ‘캘리

포니아에서는 누구도 시속 55마일을 넘어서 주행할 수 없다’는 법 명제가 참이라고

생각하는데, 캘리포니아주 입법자 다수가 그런 내용의 법안이 상정되었을 때 찬성

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입법자 다수가 찬성하고 제정·공포하였다는] 그런 사실

이 없었다면 위 법 명제는 참일 수가 없다. 어떤 허깨비가 말했다든가 하늘에 걸려

있는 불가사의한 현판에 쓰여 있다든가 하는 것만으로는 그 법 명제가 참일 수가 없

다.”20)

법 명제(proposition of law)란 법규범이 요구하거나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것

이 무엇인지를 표현하는, 또는 누구에게 권리나 의무나 권한이 있는지를 표현

하는 규범 문장을 말한다. 법 명제는 매우 추상적인 내용일 수도 있고, 구체적

인 개인을 대상으로 한 매우 구체적인 내용일 수도 있지만, 그 참·거짓을 판단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제이다. 법 명제의 참 거짓을 판별하게 하는 기준은 무

엇인가? 위 문단에서 드워킨이 말하고자 한 바는, 법보다 더 근본적인 비법적

사실들(nonlegal facts)이나 더 근본적인 참 명제들 때문에(또는 덕분에/에 의거해

서: in virtue of) 법은 지금 모습과 내용으로 존재하게 되었고, 그 법의 내용을 표

현하는 법 명제가 참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현행 법률 규정이 ‘있는 법’일

수 있는 것은, 또는 그 ‘있는 법’의 내용을 표현하는 법 명제가 참(또는 거짓)인

것은, 더 근본적인 모종의 ‘사실들’(more basic facts)에 의거해서 결정된다는 것

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 피선거권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40세 이상이

어야 한다는 현행 헌법 규정이 참인 헌법 규정(헌법 명제)인 것은 헌법 제정의

20) 로널드 드워킨 /장영민 옮김, 법의 제국, 아카넷, 2004, 18면(강조는 첨가된 것임.) 원문은 “Everyone thinks that propositions of law are true or false (or neither) in virtue of other, more familiar kinds of propositions on which these propositions of law are (as we might put it) parasitic. These more familiar propositions furnish what I shall call the ‘grounds’ of law. …”(R. Dworkin, Law’s Empire, Cambridge/Mass., 1986, 4면 - 밑줄과 강조는 첨가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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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29

권한을 가진 자들이 절차에 맞게 승인하고 공포하여 헌법으로 쓰여 있다는 사

실 덕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즉, 헌법 규정보다 더 근본적인 이 사실(들)이

‘(헌)법의 근거’에 속한다. 그런데 법의 근거에는, 위 문단에서 언급되었듯이,

입법자가 승인·공포했다는 제정의 사실, 또는 최고 법원이 판결을 선고했다

는 사실만 있지 않다.

(법)규범의 내용은 당위(금지, 요구, 허용)를, 즉 권리, 의무, 자유, 권

한 등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모 지역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구

매 계약을 맺고 배송받았는데 며칠 후 휴대전화에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면, 나는 환불이나 교체나 수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나의 이 법적 권리는 무

엇 때문에, 무엇에 의거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이 권리가 대한민국 법질서에서

참인 법적 권리임은 무엇 때문에(무엇에 의거해서) 인정되는 것일까? 나의 저 권

리를 법적 권리이게 하는 더 근본적인 모종의 존재가 있음은 분명하다. 결함

있는 휴대전화를 교체·수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나의 법적 주장은 이 모

종의 더 근본적인 존재에 의거해서 법적 권리로 인정된다. 이 모종의 더 근본

적인 존재를 바로 ‘법의 근거’라고 부를 수 있겠다. 나의 요구를 (대한민국 법질

서 하에서 참인) 법적 권리로 만들어 주는 법의 근거는 무엇일까? 입법자가 그런

사태를 규율하는 법률 규정을 제정하였다는 사실(그래서 법전에 적혀 있다는 사

실) 오로지 그 때문일까?

법의 근거란 곧 법을 법(이때의 법은 ‘있어야 할 법’이 아니라 ‘있는 법’을 말한다)

으로 만들어 주는, 어떤 법 명제를 참(또는 거짓)이게 만드는 결정인자

(determinants of law)이다. 법이 독자적으로 또는 아무런 토대 또는 기반 없이

이 세상에 홀로 탄생하거나 존재할 수는 없고, 반드시 법을 존재케 하

는(또는 구성하는 constitutive) 더 근본적인 것들이 있다.21)

이 더 근본적인 것들이 법을 만드는(또는 존재케 하는) 법의 근거라면 첫 번째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법을 법으로 만들어 주는 이 더 근본적인 사실들(그러

니까 법의 근거들)의 집합에 오로지 사회적 사실들(social facts)만 해당하는가 아

21) M. Greenberg, “How Facts Make Law,” Legal Theory 10, 2004, 157-98면 참조. 그 리고 S. Chivoli and G. Pavlakos, “Law-Determination as Grounding: A Common Grounding Framework for Jurisprudence,” Legal Theory 25, 2019, 53-76면, 특히 55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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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법철학연구

니면 도덕적(또는 규범적) 사실들(moral facts / normative facts)도 포함되는가이

다. 여기서 ‘사회적 사실들’이란 용어는 헌법·법률·판례가 권한 있는 자(또는

집단)가 제정·공포·선고 등의 법적 실행(legal practices)을 통해 수립되었다는

사실들을 지칭한다. 이 사회적 사실에는 대다수 사람이 특정한 관행을 행위조

정과 상호작용의 규칙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사람들이 받아

들이고 따르는 관행 규범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반면, ‘도덕적(또는 규범

적) 사실들’이란 용어는 ‘참인 도덕규범들’을 지칭한다. “영아를 고문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규범이나 “인간은 근본적인 점에서 동등한 존엄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도덕규범은 참인데, 이런 참인 도덕규범들을 ‘도덕적(규범적) 사실’로

부르기로 하자. 이런 도덕규범들의 참은 도덕규범들 망 내에서 여타의 참인 도

덕규범들에 의해 지지받는지에 따라서 판별된다.22)

두 번째 핵심 쟁점은 법의 근거(결정인자들)와 (있는) 법 사이의 관계를 어떻

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즉, 법의 결정인자인 법 근거는 (있는) 법을 어떤 방식으

로, 어떤 과정으로 존재케 하는가? 법규범의 내용인 당위(요구, 금지, 허용) 또는

권리/의무의 존재와 법 근거 사이의 이 관계는 어떤 속성을 가지는가?23)

(2) ‘있는 법’의 존재 및 내용과 법 근거 사이의 관계: 근거부여라는 존재론적

의존관계

‘있는 법’의 존재와 내용을 확인하려면, 먼저 그 법을 존재케 하고 그 법의 내

용을 결정하는 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더 근본

적인 것(법을 결정하는 결정인자들)’이 법을 구성하고 존재케 하는 그 작용 관계

(법을 구성하는 작용 관계, 법을 결정하는 작용 관계)의 속성을 해명해야 한다. 앞에

서 서술하였듯이, 법 근거에 법 존재와 내용이 의존한다거나, 또는 법 존재와

내용이 법 근거에 의해 산출되고 법 근거에 의거해서 설명된다는 이 의존관계

22) 이하에서는 ‘도덕적(규범적) 사실’이라고 쓰기도 하고, ‘도덕·정의 원리(들)’이라 고 쓰기도 한다. 후자는 ‘참인 도덕·정의 원리(들)’을 뜻하며, 이 글에서는 도덕적 (규범적) 사실과 도덕정의 원리(들)를 동일한 것으로 본다. 23) 이런 물음에 관해서는 N. Stavropouos, “Interpretivist Theories of Law,” E. Villanueva (ed.), Law, Metaphysics, Meaning, and Objectivity. Social, Political, & Legal Philosophy Vol. 2, New York, 2007, 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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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31

의 속성에 관해서는 최근 ‘근거부여(grounding)’의 형이상학 이론이 정밀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 글의 논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 서술해 보자.24)

X가 Y에 근거를 두는 관계, 또는 Y에 의거해서 X가 성립·존재하게

되는 관계는 다음 세 가지의 속성을 갖는다.25)

㉠ 방향성(directedness): 비대칭적(asymmetric)이고 비재귀적(irreflexive)임

(즉, Y가 X를 성립·존재하게 하는 작용과는 달리 X는 Y에 그런 작용을 하지 않음)

㉡ 생성성(generative): Y가 X를 생성 또는 산출함(성립·존재케 함)

㉢ 필연화(necessitating): Y는 필연적으로 X를 성립·존재케 함

이런 속성을 가지는 근거부여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26)

어떤 X가 어떤 Y에 근거한다면, Y는 X를 성립·존재케 하고 Y에 의거해서 X의

존재와 내용이 이해가능하게(intelligibly) 설명된다.

이 설명에 따르면, X의 성립·존재가 Y에 의존하고 있으며 Y에 의거해서 X

의 성립·존재가 설명된다면, Y는 X에 선행·우선하는(prior) 지위에 있고 X

는 Y에 ‘존재론적 의존관계(ontological dependence)’에 있다.27) 법의 근거가 ‘있

24) 근거부여라는 역어는 이재호, “어떻게 설명 개념은 근거(ground) 개념에 내용을 부여하는가?”, 철학연구 60집, 2022, 99-129면을 참조한 것이다. 국내 법철학 분야 에서 선구적인 연구는 오민용, “능력주의 테제에 관한 메타형이상학적 분석,” 법철 학연구 25(1), 2022, 53-66면을 참조하였다. 해외 형이상학 분야의 다양한 문헌들 이 있지만 법철학 분야에서의 선구적인 작업들로는 앞에서 인용한 M. Greenberg 의 “How Facts Make Law”와 S. Chivoli and G. Pavlakos, “Law-Determination as Grounding: A Common Grounding Framework for Jurisprudence” 참조. 25) 이재호, 위의 논문(각주 24), 116면 참조. 또한 S. Chivoli and G. Pavlakos, 앞의 논 문(각주 21), 60면 참조: “Grounding is the generative, synchronic relation designed to capture a constitutive type of determination.” 26) 이 관계에 관한 설명은 오민용, 위의 논문(각주 24), 58면을 참조하였다 27) 이때 이 존재론적 의존관계에는 인과적 의존관계와 비인과적 의존관계(형이상학 적 관계)가 있다. 오민용, 위의 논문(각주 24), 58면. 예컨대 Y의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X가 발생하면 인과적 의존관계이다. 비인과적 의존관계는 이런 인과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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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법철학연구

는 법’을 결정하고 성립·존재케 한다면, ‘있는 법’이 법 근거에 의존하는 그 관

계는 위에서 서술한 ‘근거부여(grounding)’라는 형이상학적·존재론적 (그러나

비인과적) 의존관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28)

여기서 무엇이 ‘있는 법(과 그 내용)’을 존재·성립케 하는, 또는 어떤 규범을

‘있는 법’으로 구성하고 만드는, 더 근본적인 존재(=법의 근거)인가?라는 물음이

등장한다. 법실증주의의 사회적 사실들(social facts: 제정했다는 사실, 판결 선고

했다는 사실, 관행 규범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등)을 S,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도

덕·정의 원리를 P라고 하자. 그리고 ‘있는 법(의 존재와 내용: L이라고 하자)’을

결정(=성립·존재케)하는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식화해 보자.

① L = {S} 또는 ② L = {S+P}

이 정식은 각각 법은 사회적 사실로만(①), 아니면 {사회적 사실+도덕·정의

원리}로 구성된다는 점(②)을 나타낸다. 달리 말하면, 법은 사회적 사실에 근거

해서만 성립·존재케 되거나(①), {사회적 사실+도덕·정의 원리의 양자}에 근

거해서 성립·존재케 된다는 점(②)을 나타낸다. 이 각각은 사회적 사실이 존

재하지 않으면 법이 성립·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뜻하거나, {사회적 사실+도

덕·정의 원리}가 존재하지 않으면 법이 성립·존재할 수 없음을 뜻하므로, 위

정식 각각은 법의 성립·존재에는 사회적 사실들만이 필수적이거나, 아니면

{사회적 사실+도덕정의 원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논리적

으로 함축한다.29)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보자.

가 아닌데도 X의 존재가 Y에 의거해서 성립·존재케 되는 관계(constitutive relation)이다. 이 논문은 필자의 쓰기 행위(문자를 타이핑함)를 원인으로 해서 생 겨났다(인과적 의존관계). 이 논문은 어의를 가진 문자들과 구문론적 문장구조에 의거해 성립·존재하게 되었는데, 이때 문자들과 문장들이 이 논문의 원인은 아니 다. 문자들과 문장들은 이 논문을 구성하고 성립시키는 역할을 한다. S. Chivoli and G. Pavlakos, 앞의 논문 (각주 21), 56-57면 참조. 28) S. Chivoli and G. Pavlakos, 위의 논문(각주 21), 59면. 29) 이는 오민용, 앞의 논문(각주 24), 58면을 응용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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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33

‘있는 법(과 그 내용)’의 성립·존재는 사회적 사실들에만 의존(또는, 필연적으

로 사회적 사실들에 의거해서만 성립·존재함: 법실증주의 테제)하거나, 아니면

{사회적 사실들+도덕정의 원리}에 의존(의거해서 성립·존재함: 자연법론·비법

실증주의 테제)한다.

이하에서는 법실증주의 법 근거론과 자연법론·비실증주의 법 근거론을 대

조하고, 후자의 법 근거론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을 전개해 보고

자 한다.

  1.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비실증주의: 법 근거 차원의 논쟁

(1) 법의 근거에 관한 법실증주의 견해

주지하듯이, 법실증주의의 핵심 주장은 법의 내용은 사회적 사실에 의거해

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을 법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exclusively ―

배제적 법실증주의) 사회적 사실들인가, 아니면 일차적으로(primarily ― 포용적

법실증주의) 사회적 사실들인가에 따라서 법실증주의는 분기한다. 다시 말하

면, ‘있는 법(과 그 내용)’을 결정하는 데 도덕정의 원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지, 어떤 위상을 가지는지에 대한 견해에 따라 법실증주의가 분기한다는 것이

다.30) 포용적 법실증주의에 따르면, 헌법제정자 또는 입법자가 평등이라는

(정치)도덕적 용어를 헌법이나 법률에 명기한 경우에는 평등에 관한 도덕·정

의 원리가 법으로 수용 편입되었으므로 도덕정의 원리가 ‘있는 법’의 내용을 결

30) 여기서 ‘일차적으로’라는 표현은 헌법에 특정한 정치도덕원리들을 편입· 수용한다는 헌법제정자 또는 국민의 의사가 존재했다는 사실 덕분에(또는 때문에) 비로소 그 특정 정치도덕원리들이 ‘있는 법(과 그 내용)’으로 성 립·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따라서 포용적 법실증주의에서도 도덕·정의 원리를 ‘있는 법’이 포용하게 되는 것도 사회적 사실 또는 유권적 제정선포(=수립) 행위가 선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견해는 M. Berman, “How Practices Make Principles, and How Principles Make Rules,” Public Law and Legal Theory Research Paper Series Research Paper No. 22-03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School), 2022. 01, 1-63 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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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법철학연구

정하는 데 역할(물론 파생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평등에 관한 도덕정의 원리가

‘있는 법’의 내용 결정에 유관한지 여부를 정해 주는 것은 여전히 사회적 사실

(헌법제정자나 입법자가 그렇게 헌법과 법률에 명기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배제

적 법실증주의건 포용적 법실증주의건 사회적 사실이 단독으로 무엇이 법인

지를 정한다는 주장(현행법을 있게 하고 현행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 사회적 사실

이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는 모두 의견일치를 보인다.

도덕을 참조하지 않고, 도덕에 의거하지 않고도 법(질서)의 존재와 내용은

결정될 수 있다는 법실증주의의 분리 테제는 이런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결국, 법실증주의에서 법을 법으로 존재케 하고 구성하는 법의 근거, 즉 법이

그 덕분에 존재케 되는 더 근본적인 사실은 과거의 사회적 사실(: 역사적 사실,

제도적 사실)이다. 존 오스틴의 명령설 법실증주의는 주권자의 명령이 내려졌

다는 사실을, 하트는 법공무원들(특히 판사들) 사이에서 모종의 승인규칙이 받

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켈젠은 헌법이 사실상 받아들여져서 실효(實效)적이라

는 (근본규범의) 사실을, 각각 법을 존재케 하고 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법의 근

거로 파악한다. 이렇게 법의 존재를 설명하는 법 근거 차원의 견해는 법 효력

을 설명하는 견해로도 이어진다.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라면, 성문법 국가인 우리 법질서에서 법의 근거가

되는 사회적 사실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입법부가 절차에 맞게 제정했다는

(제도적) 사실이고, 유권적 법률제정 기관으로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은 자신

이 필연적으로 정당한 권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입법부에 의해서 유권적으

로 제정되었다는 바로 그 사실이 법을 존재케 하고 그렇게 존재하게 된 ‘있는

법’의 내용을 결정한다.31) 그리고 그렇게 입법자가 유권적으로 제정하고 선포

한 법률 문언이 법의 내용을 이루고 법률 문언은 언어 표현으로 나타나므로, 결

국에는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언어상 의미가 법의 내용을 이룬다. 입법부가 생

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다는 사실 때문에(그 사실에 의거해서) 법률 문언이 법의

내용을 이룬다고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적인 입법부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법을 존재케 하고 그렇게 말해진 법률 문언이 법의

31) N. Stavropoulos, “The Grounds of Law: Morality and History,” Draft presented at Austin Legal Theory Workshop (2015. 03. 26), 3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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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35

내용을 이루기 때문에, 저 사회적 사실과 법의 존재 및 내용 사이에 다른 결정인

자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32) 앞에서 살펴보았던 대법원의 반대의견에 담긴 법

이론은 법실증주의적 법근거론이고, 법의 근거를 이렇게 파악하면 당연히 법

률해석은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법실증주의의 주장대로, 입법자가 법률을 권한과 절차에 맞게 제정·공포하

였다는 사실, 법관이 권한과 절차에 맞게 판결을 선고하였다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받아들이고 따르는 관행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 유권자가 투표하여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 등이 ‘있는 법’을 존재·성립케 하고 그 내용을 결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다양한 법 관련

사회적 사실들 중에서 특정한 사회적 사실들만을 유권적인 법 수립 행위(여기

에는 입법부의 법률 제정공포, 법원의 판결 선고, 행정부의 행정입법 행위 등이 포함된

다)의 사실들이라고 선별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왜 이들 공적 기관의 특정

한 실행(=제도적 사실, 사회적 사실)만을 우리는 법의 근거로 인정할까? 그 어떤

규범적 원리의 매개 없이 입법부가 승인·공포했다거나 법원이 선고했다는 등

의 ‘(가치 평가의 개입 없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사실들(brute facts)’이 곧바로

어떤 규범을 ‘있는 법’으로 만드는 것일까? 필자는 모종의 도덕·정의 원리들에

의거해서 사회적 사실들 중에서 특정한 사회적 사실들이 법의 근거로서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그런 견해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2) 법의 근거에 관한 자연법론·비실증주의 견해: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과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

자연법론·비실증주의는 ‘있는 법’의 성립·존재에는 법실증주의적 법의

근거인 특정한 사회적 사실들 외에도 도덕·정의 원리들도 포함된다고 주장

한다. 참인 도덕규범들 또는 (정치적) 도덕·정의 원리들도 ‘있는 법’을 성립·

존재케 하는, 더 근본적 사실(‘도덕적 사실’)인 ‘법의 근거’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33) 사회적 사실들과 도덕·정의 원리들이 법의 근거로 작용한다면, 이

32) M. Greenberg, “The Standard Picture and its Discontents,” L. Green and B. Leiter (eds.), Oxford Studies in Philosophy of Law vol. 1, Oxford, 2011, 67면. 33)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23), 3-1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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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법철학연구

두 법 근거 요소 사이의 작용 순서는 어떠한가? 즉, 사회적 사실이 먼저 작용하

고 난 후에야 도덕·정의 원리들은 추가로 작용하는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가,

아니면 여러 사회적 사실 중 어떤 사회적 사실(들)이 법의 근거로 역할을 할지를

도덕·정의 원리들이 먼저 지정해 주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에 따라 자연법

론·비실증주의가 분기한다.

1)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

입법자가 일정한 절차에 따라 법률을 제정했다는 사실(유권적 행위의 제도적

사실)이 법의 근거(법실증주의적 법의 근거)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도덕·정의가 법의 근거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

권적 행위의 사실에 의거해서 일단 ‘있는 법’을 식별하고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에, 그 법의 내용을 가치평가하여 극도로 부정의하거나 도덕에 심각하게 위배

된다면 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걸러내는 것이 손쉬운 방안이다. 이렇게 되

면, 도덕·정의는 유권적인 사회적 사실(법실증주의적 법의 근거)의 작동 후

에 추가되는 보조적 역할을 부여받는다. 특정한 유권적 국가기관(=입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되고 제정·선포된 법률 규정이 법임을 일단 인정한 후

에, 그다음의 두 번째 단계에서 도덕·정의의 관문 테스트를 가동하여 유권적

으로 수립된 법률 규정이 극도로 부정의해서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

에는 법 효력을 부인하자는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 버전은 도덕·정의 원리

에 보조적·이차적 역할을 부여한다.34)

이렇게, 법을 존재케 하고 법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때는 일단 사회적 사실들

에 의거해서 ‘있는 법’을 식별하고, 그다음 단계에서 추가로 도덕·정의 원리들

의 평가 테스트 관문을 통과하면 법으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보는 자연법론·

비실증주의의 견해(극도로 부정의한 법률을 도덕의 필터로 거른 후, 이 필터를 통과

한 법률을 법이라고 보는 견해), 유권적으로 제정되었으므로 일단 법으로 인정하

되 도덕·정의 원리들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법 효력을 부인한다는 자

연법론·비실증주의의 견해를 ‘도덕의 필터(moral filter)’ 기능 버전의 자연법

론·비실증주의라고 하자.35) 이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

34)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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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37

주의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견해이다.

이렇게 도덕의 필터 기능 버전을 정의하면, 샤우어(F. Schauer)가 예리하게

지적하였듯이, 자연법론·비실증주의는 법실증주의의 근본 테제 위에 기생하

게 된다.

“전통적으로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으로 묘사되어 온 입장들이 대립하고 어떤

면들에서는 그 대립이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연법론에 국한되지는 않는 반

실증주의의 입장을 지지해 온 모든 이들에게도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될 특정 사회

적 지시규범들[=‘있는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모종의 단계는 필요하다.

소위 반실증주의자들도 도덕이 개입되지 않은 사전 단계에서 법 자체를 식별해 내는

과정을 거치는 한에서는, 그들 역시 법실증주의의 기본 전제, 즉 우리가 도덕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있는 법’]의 존재를 일단 먼저 식별하는 작업이 바람직하고

또 필요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음이 드러났다.”36)

이 외에도, 도덕 필터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의에 대해서는 또 다음

의 질문이 제기된다. 도덕적 필터 작용을 하는 이 도덕·정의 원리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법질서 외부에서 형성되어 법이 존재한 다음

의 단계에서나 추가로 평가 척도로 들어오는 것일까? 아니면 ‘있는 법들’의 질

서 내부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일까? 풀러 식으로 표현하자면, 도덕적 필터

역할을 하는 도덕·정의 원리들은 ‘법 외적 도덕’일까, ‘법 내적 도덕’일까? ‘있

는 법’을 구성(성립·존재하게)하는 법 근거로서 법결정인자 역할을 하려면, ‘법

내적 도덕’이어야 할 텐데 도덕적 필터 버전에서는 이 점을 해명하기 어렵지 않

을까 싶다.37)

35)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Radbruch’s Formula)이 도덕 필터 버전이라고 해석되지 만, 필자의 생각에는 라드브루흐의 불법공식 역시 도덕 필터 버전으로도, 또한 후술 할 도덕 구조화 버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의 버전으로 해석될 때 라 드브루흐의 불법공식의 취지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설명되고 정당화될 수 있을 것 으로 생각한다. 이는 추후의 과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36) F. Schauer, “Positivism as Pariah,” R. P. George (ed.), The Autonomy of Law: Essays on Legal Positivism, Oxford, 1996, 43면. (강조와 [ ] 표 시와 그 안의 표현은 첨가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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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법철학연구

2)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

도덕 필터 버전과는 다른 두 번째 방안이 있다. 입법자가 제정했다는 사실(또

는 입법자가 그 법률 규정의 문언을 채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또는 참인 도덕·정

의 원리라는 점만으로는, 법 명제가 참임을 보증할 수 없고, 입법자가 그 법률

문언을 채택하여 제정했다는 사실(또는 입법행위의 사실)과 함께, 그 근저에 놓

여 있고 입법부의 그 실행(practices)을 향도하는 도덕·정의 원리들(입법부의 법

수립적 유권적 행위 자체를 구성하고, 입법부가 그 유권적 행위로 실현하고자 하는 원

리·가치들) 역시 법을 성립·존재케 하고 그 내용을 결정하는(=‘있는 법’이게 하

는) 데 협력하여 개입·작용한다는 발상이다. 즉, ‘있는 법’이 무엇인지를 식별

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도덕·정의 원리들이 개입·작동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유권적 국가기관의 특정한 실행이 왜 법을 성립·존재케 하는 결정

적 사실(즉, 법실증주의적 법 근거인 사회적 사실)인지를 설명하고 정당화해 주는

도덕·정의 원리들이 ‘있는 법’의 성립·존재 단계에서부터 이미 개입·작동

한다는 자연법론·비실증주의 견해를 ‘도덕의 구조화(moral architecturing/

structuring)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라고 하자. 이는 법 자체를 틀 짓고

법 자체를 구축(構築)하는 역할·위상을 도덕에 부여하는 자연법론·비실증주

의의 버전이다.38)

37)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T. Bustamante, “Law, Moral Facts and Interpretation: A Dworkinian Response to Mark Greenberg’s Moral Impact Theory of Law,” Canadian Journal of Law and Jurisprudence 32 (1), 2019, 5-43면, 특히 29면 이하 참조. 38) 도덕의 구조화는 드워킨의 ‘도덕적 독해(moral reading of law)’라는 표현을 필자 가 변형해 본 것이다. N. Stavropoulos, “Legal Interpretivism,”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1. 02. 08 version): “도덕과 제도적 실천 양자가 법을 구성하는 결정인자이고 제도적 실천이 법의 내용을 결정하긴 하되, 특정한 도 덕적 사실들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고 이 도덕적 사실들 덕분에 제도적 실천들은 법 의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morality and institutional practice both figures in the constitutive explanation of law in the sense that the practice determines the content of law as certain moral facts dictate and in virtue of those facts.)(5면- 밑 줄은 첨가된 것임). 풀러(Lon L. Fuller)가 제시한 ‘법을 가능하게 하는 도덕(the morality that makes law possible)’, 즉 법 내재적 도덕(internal morality of law)을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Lon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Yale University Press, 1964/6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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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39

생각건대, 날것 그대로의 사회적 사실들(brute social facts) 중에서 특정한 사

실들만이 (법실증주의적) 법 근거로 채택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채택되는 것은

이미 도덕·정의 원리들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법실증주의적 법 근거인 사회

적 사실들은 도대체 어떤 도덕·정의 원리들에 의거해서(또는 의존해서) 선별

되고 채택되며, 또한 그렇게 지정되고 채택된 (법실증주의적) 사회적 사실들

에 따라 수립된 법규범들이 ‘있는 법’으로서 우리의 권리의무 지형에 영향(권리

의무의 창설·변경·폐지의 효과)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39)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에서 법의 근거 역할을 하는 도덕·정의 원리들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당연히 견해불일치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뽑아 볼 수 있다. 우리는 왜 법률 문언이, 또는/그리고 법

률 문언에 표현된 입법자의 의사(입법자의 결단)가 ‘있는 법(과 그 내용)’을 결정

한다고 자명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법률 문언의 의미와 입법자의 의사가 법

의 근거인 사회적 사실로서 일차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민주주

의와 공정성이라는 정치도덕적 가치 덕분이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든

지 간에, 민주적 공론 과정을 통해서 민주적 의사가 적절하게 결집 대표되어 법

률 문언에 반영되는 것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나 사전에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공지된 규칙에 따라 규율해야 최소한 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에40), 우리는 ‘있는 법’(의 내용)을 확인하고자 할 때 법률 문언과 입법자의

의사에 일차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일반화해서 말하자면, 법실증주

의적 법 근거인 사회적 사실들에 중요한·일차적 역할이 인정되는 것은 그 사

회적 사실들 자체의 힘 때문이 아니라 바로 민주주의와 공정성, 또는 정당한 기

대(신뢰)의 보장(법적 안정성의 요청이기도 할 것이다)이라는 도덕·정의 원리들

덕분이다.41)

39) M. Greenberg, “The Moral Impact Theory of Law,” The Yale Law Review 123, 2014, 1288면 이하 참조. 40) 이때도 공정성은 최소한의 의미에서 적정절차 또는 명확성의 원칙 면에서 이해하 기로 하자. 물론 공정성에 좀 더 두터운 내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요점은 (어떻게 이해되든지 간에) 민주주의와 공정성이라는 도덕·정의 원리가 법률 문언과 입법 자의 의사를 ‘있는 법’의 중요한·일차적 법 근거가 되는 것을 설명하고 정당화한다 는 점이다. 41) R. Dworkin(장영민 옮김), 앞의 책(각주 20) 참조. 또한 M. Greenberg, 앞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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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법철학연구

입법부가 일정 절차에 따라 법률을 제정했다는 사실로 (또는 법원의 판결 선고

의 사실로) 인해 우리의 권리의무가 창설되거나 변경된다. 우리의 권리의무에

미치는 이 영향(impact) 또는 효과가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해 주고, 그 영향 또

는 결과를 정당화하는 데 이미 (정치)도덕·정의 원리들이 작용한다.42)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유관한 입법 사법 행위의 사실들이 법의 근거로서

과연 유관한지(relevant)를, 그리고 유관한 사회적 사실들이 각각 어떤 정도의

중요성과 비중을 가지는지를 결정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권리의무 지형에 영

향을 미치는 정도와 방식을 결정하는 양상으로 작동한다.

법이 왜 사회적 사실들에 의존하게 되는지(즉, 사회적 사실들이 왜 법의 근거가

되는지), 사회적 사실들이 왜 ‘있는 법(의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지 그 메커니즘

자체를 구성하는 데 이미 도덕·정의 원리들이 개입·작동한다면, 도덕·정

의 원리들은 입법부가 유권적으로 법률을 제정했다는 사실보다도 더 근본적

인 차원에서 법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있는 법’을 확인하고, 왜 그

법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순서상 도덕·정의원리들이 유

권적인 사회적 사실보다 먼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법 자

체가 정치 도덕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따라서 법은 도덕·정의 원리들과 독

립해서 무관하게 수립되었으나 차후에(법 해석 적용의 단계에서 또는 그 내용적

정당성 판단 단계에서) 도덕·정의 원리에 의해 보완되고 평가받는, 내용독립적

인(content-independent) 규칙들의 체계가 결코 아니다.43)

이로부터 도덕 구조화 기능 버전의 자연법론비실증주의 테제를 도출할 수

있다.

사회적 사실들과 도덕·정의 원리들이 법의 근거로서 함께 작용하면서, 특정한

도덕·정의 원리들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고 이 도덕·정의 원리들 덕분에, 법실증

주의적 법 근거인 사회적 사실들은 ‘있는 법’을 구성하고 성립·존재케 하며 그 내용

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44)

(각주 39), 1313면 이하 참조. 42)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31), 26면. 비슷한 견해로 M. Greenberg, 앞의 논문(각주 39), 1323면 이하. 43)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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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41

이런 점에서 도덕·정의 원리들이 법실증주의적 법 근거인 사회적 사실들보

다 논리적으로 순서상 먼저, 또는 애초부터 항상 함께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1.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방법의 법이론적 함의: 법의 근거 이론과 타당한 법률해석 이론

법률해석의 이론들은 법률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이 무

엇을 요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법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적

질문에 각각 나름대로 타당한 해석방법론을 제시하려 한다. 법률해석 이론들

이 각각 제시하는 해석방법론의 맞고 틀림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까?

법의 근거에 관하여 법실증주의의 입장을 택하면,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을 어떻게 파악하게 될까? 법실증주의 기본 도식은 다음

과 같다. 우선, ‘있는 법(과 그 내용)’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기관 등의 유권적 선

포·지시(pronouncement)에 의거해서 성립·존재하고 결정된다는 점은 의심

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입법부의 유권적 선포·지시는 법률 문언이라는 언어

표현으로 나타나므로, ‘있는 법의 내용’은 그 법률 문언 표현의 의미를 해명함

으로써 결정된다. 이 법실증주의 기본 도식은 다음과 같은 상식적이며 간명한

생각을 담고 있다.

“입법부가 성공적으로 주장한 내용이 그 언어 행위의 법적 내용이며, 입법부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 언어 행위의 법적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법률 문언이 말

하는 것이 법이다.”45)

언어로 표현된 법률 문언이 곧 ‘법이 말하는 것’이라고 보면, 법의 내용은 곧

그 언어 표현의 의미이다. 그런데 언어 표현인 문언의 의미는, 사용된 단어의

어휘적 의미와 문장 구문에 의해(즉, ‘의미론’과 ‘통사론’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

고 볼 수 있을까? 법률 문언의 의미는 무엇에 의해서, 어떻게 결정되는지의 문

44)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31), 30면. 45) 엔드레이 마머(이해윤 옮김), 법의 언어, 한울아카데미, 20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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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법철학연구

제는 이하에서 다루기로 한다. 우선 법률해석의 속성과 목적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1) 법률해석이라는 지적 활동의 목적·목표: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

인가 ‘법률의 정당한 의미’인가?

법률해석 작업의 목적·속성(본질)은 무엇일까? 법률해석의 목적(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대부분의 중요한 인간 활동은 그 목적(목

표)에 의해서 정의되거나 구성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의료 행위는 아픈

사람을 낫게 하려는 목적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활동을 말하며, 그런 일련의 활

동으로 의료 행위가 구성된다. 어떤 행위들을 의료 행위로 구성해 주는(=성

립·존재케 하는) 목적과 목표는 의료 행위 자체를 구성하고 성립시키는 가치들

(구성적 가치들: constitutive value·aim)이다. 어떤 활동을 법률해석으로 구성해

주는 법률해석의 목표·목적은 무엇일까?46)

법률해석은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서 해당 사안에

적용될 법규범이라는 산출물을 내는데, 이때 투입물과 산출물 사이의 관계에

관한 모종의 방법론이 필요하게 된다. 판사가 동전을 던져서 또는 배우자나 연

인의 조언에 따라 법규범을 산출했는데, 그 법규범이 정답이었다고 하자. 그렇

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산출된 법규범이 법률해석의 산출물(=결과)이라고 인정

하지 않는다.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 과정과 방법이 법률해석의 목적(법률해석

의 활동을 구성하는 목적·목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을 추출

하는 과정과 방법이 맞고 얼마나 좋은지는 결국 그 과정과 방법이 추구하는 목

적·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판별된다. 그렇다면 법률해석의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세 가지 후보 답이 가능하다. 첫째, 관련 법률 문언의 의미를

해명하는 데 있다는 답이다. 둘째, 사안에 적용될 법규범의 내용을 획득하는 데

있고, 특히 법률 문언이 법규범 내용의 획득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어느 정도로

기여하는지를 해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답이다.47) 셋째, 분쟁을 최선으로

46) 이하의 내용은 M. Greenberg, “Legal Interpretation,”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1. 7.7. version), 2-3면을 참조하여 서술하였다. 47) S. Soames, “Toward A Theory of Legal Interpretation,” New York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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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43

해결하는 데 있다는 답이다. 셋째의 답이 법률해석의 목적이라면, 상황에 따라

서는 법에 의거하지 않고도 기도, 조언, 달래기, 화해·협상 등의 방식이 분쟁

해결에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렇지만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있는 법’에 따라(‘있는 법’을 적용하여) 분쟁을 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률해석

의 목표이다. 따라서 <‘있는 법’에 따라서>라는 조건이 법률해석을 구성하는 필

수적인 조건이 된다.48)

분쟁 사안에 적용될 법이 ‘있다면’, ‘있는 그 법(의 내용)’은 어떻게 확인되는

가? 첫째와 둘째의 답이 우리가 고려해야 할 후보인데, 첫 번째 답은 법률 문언

의 의미를 밝히면 법규범의 내용이 결정된다고 본다. 그 법률 문언의 의미는 문

언의 통상적인 의미론적 내용(semantic content)이므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론적 내용이 해당 사안에 적용될 법규범의 내용이라는

등식을 채택한다. 앞에서 살펴본 반대의견은 법의 근거에 관한 법실증주의의

입장을 택하며 법률해석의 목적·목표에 관해서는 위의 첫 번째 답(‘법전에 적

힌 법률 문언의 객관적/통상적 의미 해명’)을 택한다. 따라서 헌법정향적 법률

해석을 적용할 여지는 없다. 법률 문언의 의미가 다의적인 경우, 오로지 그런

경우에만 헌법합치적 해석은 가능한데,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고정되어

있고 그 통상적 의미와는 명백히 다른 입법자의 결단과 의사가 법률 문언으로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헌법합치적 해석은 적용되지 않거나 극히 제

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통상적 의미가 명백하고 일의적이며 입법자

의 결단과 의사가 분명하고 위헌적 의미 외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면, 헌

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청구를 해야 하거나 입법부의 입법을 기다려야 한다

는 반대의견과 법실증주의 법 근거 이론 사이의 관련성은 분명해 보인다.

도덕의 구조화 기능 버전의 비실증주의 렌즈로 접근할 때, 헌법정향적 법률

해석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의 가치와 원리가, 또 그 헌법

Journal of Law & Liberty 6(2), 2011, 231-259면, 특히 231면 참조: “By “legal interpretation” I mean the legally authoritative resolution of questions about what the content of the law is in its application to particular cases. It is the interpretation of legal texts by legally authoritative actors.”(강조는 첨가된 것임.) 48) M. Greenberg, “Legal Interpretation and Natural Law,” Fordham Law Review 109, 2020, 109-44면, 특히 124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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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법철학연구

가치와 원리를 매개로 해서 조율되고 변화된 규범의식과 법의식이 법률의 존

재와 그 내용을 결정하는 데 처음부터 개입·작용하므로, 헌법의 가치와 원리

를 반영하고 구현한 체계해석과 목적해석이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문언의 정당한 의미’를 처음부터 구성·결정한다는 법

률해석 방법이 헌법정향적 법률해석의 핵심이다.49)

이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방법에서 헌법이 가지는

독특한 위상과 역할로도 설명이 된다.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관련해서 우리

헌법학계에 영향을 미친 독일 헌법학의 논의에 따르면,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에서 헌법은 법률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때 기준이 되는 ‘인식규범

(Erkenntinsnorm)’이자 당해 법률의 효력을 심사하는 ‘심사규범(Prüfungmorm)’

또는 ‘통제규범(Kontrollorm)’이기도 하다.50)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헌법

재판에서 헌법은 당해 법률의 효력 자체를 심사하고 통제하는 ‘거시적 규범통

제’ 역할을 한다면, 일반 법원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과 헌법정향적 법률해석

에서 헌법은 ‘미시적 규범통제’ 역할을 한다는 조동은 교수의 견해51)는 법률의

효력 자체를 심사할 권한이 없는 법원이 도덕·정의·인권 원리를 포함하는

헌법에 따라, 그리고 헌법을 최선으로 실현하는 방향으로 법률(문언)의 내용을

어떻게 인식하고 구조화하는지를 잘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다수의견 및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의 견해불일치의 성격

앞서 살펴보았던 대법원 2019도3047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다수의견과 반대

의견의 논증 구조를 보면, 모두 {문리해석, 체계해석, 입법 연혁, 입법자의 의

사, 목적해석}의 기법을 다 동원해서 자신의 논증을 정당화하려 한다. 동원되

는 해석 기법은 같은데도 결론이 상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법률해석

49) 조동은, 앞의 논문(각주 6), 706면에서 헌법합치적 해석과 ‘국제인권규약에 조화되 도록 법률을 해석할 사법부의 책무’를 종합하여 “인권합치적 법률해석”의 방법을 제안한다. 조동은 교수의 견해를 도덕 구조화 버전의 비실증주의의 법률해석론의 일종으로 해석해 볼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가 설이다. 50) A. Vosskuhle, 앞의 논문(각주 12), 181면 참조. 이에 관해서는 조동은, 앞의 논문 (각주 6), 722면을 통해 알게 되었다. 51) 조동은, 위의 논문(각주 6), 7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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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45

이 법률 문언의 의미 측면에서 나머지 대법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다수의

견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문언해석을 자신

의 일차적 논거로 제시한다. ‘있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한다는 사법부 본연의

역할과 위상, 입법부를 존중한다는 권력분립의 원리, 입법부의 의사가 법률 문

언으로 명시될 때 수범자들의 삶과 상호작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법치

주의 원리에 기반들 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문언의 의미 해석을 둘러싼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의 견해

불일치는 어떤 종류의 견해불일치인가? 문언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는데, 그 적용 결과가 부당해서 문언의 의미를 수정(확장 또는 축

소)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문언의 의미를 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자체에 대

해 좀 더 심원한 법이론적 견해불일치가 있기 때문일까? 경험적 차원의 견해불

일치라면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누군가가 잘못 알았다고 볼 수 있다. 법

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존재하는데도 어느 쪽이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반면에 법이론적 차원의 견해불일치라면, 법률 문언의 통상

적 의미는 사전을 참조해서건 사람들 사이의 사용례를 참조해서건 경험적으

로나 실증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법률 문언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무

엇인지, 법률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법의 내용 획득에 어떤 관련성/중요성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둘러싼 법이론 차원의 견해불일

치이다.52) 이 글의 I.에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에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

의 의미를 둘러싼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대립은 이런 유형의 법이론적 견해

불일치가 아닐까?

예컨대, 문언의 의미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어의 및 문의만으로 정해진다

는 견해와 문언의 의미는 입법자가 의사소통적 맥락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의

미(화용론적 의미)라는 견해의 대립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는 문언의 의미는

제정 당시의 의미일 수도 있고 현재의 의미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문언의

의미는 법 전체 체계의 맥락과 입법 연혁 및 배경을 고려할 때 비로소 해명된다

는 견해를 취할 수도 있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는, 우리 법질서를 관통하는 법

52) 경험적 견해불일치와 법이론적 견해불일치의 구별은 로널드 드워킨, 법의 제국, 16면 이하에서 다루어진 ‘법에 관한 경험적 견해차이’와 ‘법에 관한 이론적 견해차 이’를 활용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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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법철학연구

이념·가치·원리들에 비추어서 법률 문언의 의미가 비로소 정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53)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있는 법’을 결정하는 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법이론적 견해불일치일 수도 있고, 이 견해불일치의 근저

에 놓여 있는 정치철학 차원에서의 견해불일치일 수도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

의 권한 분배에 관한 견해 불일치가, 또는/그리고 사법부의 역할에 관한 견해

불일치가 표면상으로 추행의 의미를 둘러싼 의미론적 견해불일치로 현상한다

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대상으로 삼았던 대법원 2019도3047 전원합의체판결

의 다수의견, 보충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사이에서 추행의 의미를 둘러싸고

벌어진 견해불일치에서도 이러한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머는 최근 미국에서 득세하는 신문언주의(new textualism)에 관해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해석과 정치철학의 관련성을 설득력 있게 표현

한다.

“법률해석의 대부분 경우 문제는 법률이 말하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직면한 특정 딜레마의 해결 방법을 결정하기에 법률이 말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법률해석의 주요 문제는 모호성, 법률 충

돌, 중의성(및 다의성), 그리고 법률 문언에 함축된 내용인데, 신문언주의는 이런

해석 문제들을 다룰 도구가 없다.54) … 신문언주의는 법이 말하는 것의 결정 요인을

명확히 하는 좁은 범위 내에서는 그럴듯하지만, 법률해석의 일반이론으로서는 도

움이 안 되며 공허해 보인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다양한 법률해석 이론들 사이의

논쟁은 언어와 해석에 관한 만큼이나 정치 도덕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논쟁은

주로 입법부와 법원 사이에 실행되어야 하는 협력의 수준에 관한 것이다. 도덕적·

정치적 근거에서 신문언주의는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강력한 협력 원칙을 거부하

고 법원이 거리를 두고서 입법부를 대하기를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법원의 역할은

입법부가 시작한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명령한 것을 실행하

53) 법률 문언의 의미를 정할 때 고려되는 다양한 의미 후보들과 그와 관련된 여러 이 론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R. H. Fallon, Jr., 앞의 논문(각주 11), 1235-1308면 참조. 조동은 교수가 제안하는 ‘인권합치적 법률해석’도 법률 문언의 의미를 이런 방식으 로 파악해 보려는 입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4) 엔드레이 마머 (이해윤 옮김), 앞의 책(각주 45), 1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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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47

는 것이다. 나는 신문언주의가 잘못된(또는 옳은) 도덕적·정치적 입장이라고 주

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며 그리고 규범상

논쟁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이한 도덕적·정치적

이해와 민주적 입법의 가치에 관한 이해는 사법부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상이한 견

해로 나타난다. 신문언주의는 다른 시각들만큼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특정 시각에 의존한다. [이런 점에서] 도덕과 정치는 법률해석의 필수적인 부

분을 형성한다.”55)

법률해석과 법의 근거에 관한 이론이 내적 연관성을 가진다면, 마머의 평은

법률해석, 법의 근거, 정치철학의 연관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Ⅳ. 맺음말: 법률해석, 법의 근거, 정치철학

법률해석이 ‘있는 법’에 따라 해석하여 사안에 적용할 법규범을 산출하는 활

동이라면, 법률해석은 무엇이 지금의 이 사안에 적용할 ‘있는 법’의 내용인지를

확인하는 활동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결국 법률해석의 문제는 ‘있는 법

(의 내용)’이 무엇에 의거해서(덕분에, 때문에) 존재하게 되고 무엇에 의해 정해

지는지의 법이론적 문제와 결부된다. 즉, ‘있는 법’을 존재케 하고 그 내용을 결

정해주는 법의 근거, 법의 결정인자(determinants of law)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법률해석 이론 사이의 견해불일치는 언어 표현의 의미 해석 차원에

서의 견해불일치이기도 하지만, 법의 근거를 둘러싼 심층적 견해불일치이기

도 하다. 또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삼권분립, 사법

부의 책무 등으로 나타나는, 정치도덕의 문제에 관한 정치철학적 차원에서의

심층적 견해불일치이기도 하다. 정치공동체에서 우리가 서로를 향해 지게 되

는 의무, 민주주의, 입헌민주정 국가의 목적과 구성 원리, 민주적 입법의 전제

55) 엔드레이 마머 (이해윤 옮김), 위의 책(각주 45), 163-4면.(번역은 약간 수정하였 고, 강조는 필자가 첨가한 것임). 비슷한 견해로 N. Stavropoulos, 앞의 논문(각주 23), 1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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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법철학연구

조건들과 가치, 민주주의에서의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

는 정치철학적 견해들이 법률해석 이론들 사이의 대립을 낳고, 법률해석 이론

의 차원에서의 논쟁으로, 법률 문언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으로, 때로는 법형성

적 법률해석의 정당성 조건을 둘러싼 논쟁으로, 여러 수준에서 여러 양상으로

현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치도덕의 차원에서 관찰되는 심층적 견해불일치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관해서 필자는 다른 글에서 공적 이성의 해법을 다룬 바 있다. 법의 근

거와 법률해석에 대한 도덕 구조화 기능 버전의 비실증주의 견해가 공적 이성

의 요청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는 차후의 과제로 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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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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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페이지

법의 근거 이론과 법률해석 51

Abstract

Theories of Grounds of Law and Methods of Statutory Interpretation:

Legal-theoretical Implications of the Method of 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Dokyun Kim

What stands out in our supreme court’s recent decisions is the

application and development of the method of ‘constitution-conforming’

and ‘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In particular, the

method of 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plays an important

role in our supreme court’s decisions.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clarify the legal-theoretical implications of 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If legal interpretation is an activity that interprets according

to ‘the law that exists’ rather than ‘the law that ought to exist’ and derives

the content of ‘law as it is’ to be applied to the case at hand, legal

interpretation should identify and confirm the content of the ‘law as it is’.

Therefore, the question of legal interpretation is intimately related to that of

the grounds of law. This central legal-theoretical problem consists in the

clarification of what are the determinants of law, or what is the basis of the

law that constitutes the ‘law as it is’ and determines its contents.

While positivist theories of the ground of law assert that (exclusively or

primarily) social facts alone constitute ‘law as it is’ and determine its

contents, non-positivist theories to be developed in this article insist that

social facts and moral facts work together as the grounds of law. Depending

on the priority relation between social facts and moral facts in constituting

and determining ‘the law as it is’, nonpositivism is divided into m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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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법철학연구

filtering versions and moral architecting/structuring (or moral reading)

versions. This article argues that the latter are better than the former in

explaining and justifying the grounds of law, and that the methods of

constitution- conforming and 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can be best understood in light of a moral architecturing/structuring (or

moral reading) version of nonpositivism.

도덕 구조화 기능(moral architecting/structuring version of

nonpositivism), 도덕 필터 기능(moral filtering version of

nonpositivism), 법의 근거(the grounds of law), 비실증주의

(nonpositivism), 사회적 사실과 도덕적 사실(social facts and moral

facts), 헌법정향적 법률해석(constitution-conforming interpretation),

헌법합치적 법률해석(constitution-oriented statutory interpre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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